토론

참성장지표(GPI)를 통해 본 가사돌봄노동 불평등 사회

202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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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에 관심이 많은 연구활동가

안녕하세요, LAB2050연구원 김재경입니다.
얼마 전 김영빈님의 '한국 가사노동 분담 문제의 특수성 - 독박가사/육아 레토릭을 넘어서' 글을 흥미롭게 읽고, 저희 랩에서 개발했던 '참성장지표(Genuine Progress Indicator, GPI)'가 떠올라 몇 가지 지표를 같이 살펴보고자 글을 작성합니다.

참성장지표 웹페이지에 있는 참성장지표 설명 이미지


참성장지표는 기존 GDP로 대표되는 경제 성장 지상주의가 가진 한계에서 출발해,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돌봄, 디지털 서비스, 자연자원 등 사회환경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화폐화된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는 새로운 국가 발전 지표입니다. 위에 첨부한 대로 참성장지표는 다섯 가지 큰 영역 지표 로 구성되어 있고, 그 안에 여러 세부 지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중 '일과 노동' 영역에는 앞서 언급한 가사노동 관련 지표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저는 '가사돌봄노동 시간 지니계수'라는, 세부 지표 측정에 쓰인 세부 데이터를 살펴볼께요. 


1. 개인별 가사돌봄노동 불평등의 심화 - 가사돌봄노동 지니계수 증가 


LAB2050 참성장지표 분석 내용 중


김영빈님의 글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다른 국가와 한국의 (가사)노동시간 차이를 보셨습니다(횡단면). 그러면서 글 말미에서 '여성의 절대적인 가사노동시간의 감소는 여성의 일과 출산이 높아질 수 있음에도 한국 여성들의 고용률과 출산률이 낮은 것은 가사노동의 상대적 분담의 중요성과 더불어 여성의 일과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 주셨습니다. 만약 개인별 가사노동의 상대적 불평등이 나타난다면(심지어, 성별이 아닌 요인으로라도) 결혼과 출산이 더 줄어들 계기가 되겠죠.

참성장지표의 세부 지표 중 하나인 '가사돌봄노동 격차 비용'은 말 그대로 개개인의 가사돌봄노동 격차를 보기 위해 측정한 지표에요. 이 지표를 산출하기 위해 쓰인 또 다른 지표 중 하나가 '가사돌봄노동 (시간) 지니계수'에요. 원래 지니계수가 클 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듯이, 가사돌봄노동 지니계수가 클 수록 개인 간 가사돌봄노동 시간의 격차가 큼을 나타내요. 위 그래프의 점선(---)을 보면 아시겠지만, 개인 간 가사돌봄노동 시간의 불평등은 꾸준히 심화되어 왔어요.

이에 참성장지표 연구진은 '여성의 시장노동 증가로 여성의 가사돌봄노동 시간이 감소했을 것이고, 남성의 가사돌봄노동 시간도 더디게나마 증가하여 개인 간 가사돌봄노동 불평등이 감소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표 측정상 일요일 한정으로)개인간 가사노동불평등은 증가했는데, 이는 시장소득 불평등의 증가, 가구 규모의 감소, 시장대체제의 증가, 출산율 하락 등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으로 추측된다'라고 참성장지표 보고서에서 밝혔어요. 


2. 가사돌봄노동시간 불평등 심화 원인 분석

연구원들의 분석에 제 분석을 하나 얹어 보자면, 가사돌봄노동은 두 가지 형태로 불평등이 심화되어 왔다고 생각해요.. 첫번째로, 1인 가구가 다인 가구에 비해 가사돌봄노동을 더 오래할 수 있어요.  1인 가구의 비중은 전체 가구 형태에서 이미 가장 흔한 형태가 되었고, 꾸준히 증가중이죠. 1인 가구가 2인 가구가 되면 빨래가 약 2배가 되지만, 세탁기를 돌리는 시간과 횟수는 두 배가 되지 않아요. 즉, 정직하게 집안일을 개인이 다 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인 가구의 가사돌봄노동 시간은 다인 가구에  비해 많아요. 아, 여기서 돌봄노동의 시간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포함됩니다.


통계청 데이터에서 직접 그림


두 번째로, 경제적 불평등에 따라 가사돌봄노동의 외주화 편차가 더 심해집니다. 앞서 1인 가구가 가사노동시간이 더 길 확률이 높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가사돌봄노동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더 높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숨고에 많이 있는 청소 서비스, 런더리고 등의 세탁 구독 서비스 등 많은 가사돌봄노동 서비스가 존재하는데요, 가구 형태에 따른 소득 격차나 성별에 따른 소득 격차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차이를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1인 가구여서 가사돌봄노동 시간을 더 쓰거나, 돈이 없어서 가사돌봄노동을 덜 외주화하거나 결국 사회구조적 현상으로 인해 개인간 가사돌봄노동 불평등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남아있네요.


취업자의 여가시간 변화. 참성장지표 데이터에서 연구진들이 작성함


이외에도 주5일제의 시행으로(2004) 늘어난 것으로 보이는 여가시간이 최근 들어 소폭 감소하는 등. 개개인이 답답함을 느낄 지표들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참성장지표가 궁금하신 분들은 참성장지표 웹사이트를 살펴보시거나, 참성장지표 보고서를 받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참성장지표 웹페이지에서는 참성장지표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참성장지표로 보는 한국사회, 심지어 참성장지표 원데이터까지 직접 구해서 한국 사회의 여러 발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참성장지표 웹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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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이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성장지표 웹사이트 가볍게 구성되어 있으니 한 번 둘러보셔요 ㅎㅎ

참성장지표, 흥미롭네요. GDP만이 성장이 유일한 의미가 되는 경향은 이제 사라지면 좋겠습니다. 참성장지표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기후위기 극복의 관점에서 사유 할 수 있는지를 더 확인해 보고 싶어집니다. 일각에서는 '탈성장'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어서, '성장'의 의미에 따라 지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겠다 싶어서요.
@도란 확실히.. 날마다도 가사돌봄노동 차이가 크고, 근무 형태까지도 가사돌봄노동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드는 생각은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이 개개인별 가사돌봄노동 격차를 많이 줄여주는게 고맙다는거죠. 세탁기 발명을 여성인권 향상의 계기로 보는 이론도 있던데 말이죠 ㅎ

아,, 빨래를 널자마자 이 글을 봤습니다 (ㅎㅎ)
가사돌봄노동 지니계수가 더 커졌고 이는 개인 간 가사돌봄노동 시간의 격차가 커졌다는 거군요.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혼자 살면서 노동, 가사노동, 여가와 휴식을 모두 챙기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않나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저 혼자만의 일상을 돌아보기만 해도, 출근하는 날과 재택근무 하는 날의 가사노동 지니계수(?ㅋㅋ)가 매우 다르네요!
저는 재택근무를 주로 해서 어느정도 지속가능한 루틴을 만들었거든요. 일하다가 중간에 밥차려 먹고, 빨래 돌려두고 일하고 이런 식이요. 그런데 사무실 나가는 날이면 노동 외에는 청소, 빨래 설거지 등 가사노동 전혀 못하고 밥도 다 사먹고 하게 돼요. 일주일에 출근을 여러 날 하면 집안일이 완전 밀리고 버겁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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