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팩트체크] 다수의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낮잠 시간을 오래 자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사실일까요?

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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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팩트체크
낮잠 1시간 이상 자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
긴 낮잠 시간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반대의 결과가 나온 연구논문도 존재했습니다. 해당 논문을 전달하는 일부 언론 보도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전달했고,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도 존재했습니다. 건강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접할 때 사실 여부를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판단 불가

‘ㅇㅇ하면 사망 가능성 높아져’ 이런 제목의 기사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포털 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종종 이렇게 건강 관련 보도가 배치되곤 하는데요. 자극적인 제목에 관심이 쏠리는 기사입니다. 오늘은 유사한 제목의 기사 중 하나를 검증해보려 합니다. 바로 “낮잠 하루 평균 1시간 또는 그 이상 자는 성인, 조기 사망 가능성 약 32% 증가”입니다.

출처: Unsplash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갔다

낮잠을 한 시간 이상 자면 사망 가능성이 증가한다는 제목만 봐도 무시무시한데요. 생각보다 여러 곳에서 이 정보가 등장했습니다. 먼저 올해 4월 페이스북 등 SNS를 기반으로 어뷰징 기사를 확산하는 언론사 위키트리가 해당 내용을 기사로 썼습니다. 이어 올해 7월 1일 위키트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내용을 재차 전달합니다. 그러자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같은 내용이 그대로 등장했고요. 이어 위키트리와 마찬가지로 어뷰징 기사를 확산하는 인사이트가 같은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보 확산의 출처였던 위키트리의 기사는 근거가 명확한 정보였을까요? 위키트리의 기사를 뜯어보면 근거는 오로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공식 블로그”뿐이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연구 결과지만 실상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블로그에 이런 내용을 올렸다’는 게 전부였던 셈이죠.

그래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블로그에 정말 이런 정보가 올라왔는지부터 확인해봤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블로그는 검색을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올해 4월 해당 내용이 블로그에 등장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국가기술연구회 블로그도 명확한 출처가 없는 정보였습니다. 블로그에서는 ‘연구결과가 있다’ 정도의 표현만 등장할 뿐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출처는 없었습니다.


긴 시간의 낮잠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 존재

출처가 없지만 아직 ‘낮잠을 1시간 이상 자면 조기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정보가 허위사실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위키트리, 인사이트를 비롯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블로그가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을 뿐 해당 내용이 사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당 내용을 다룬 연구결과가 있는지 확인해봤는데요. 유사한 결과가 나온 연구논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14년 3월 30일 캠브릿지 대학 유에 렝 박사(현 캘리포니아 대학 박사) 등 연구팀이 미국 전염병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같은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해당 논문에는 “하루에 1시간 미만 또는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사망 원인에 대한 위험이 각각 14%와 32%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논문이 발표된 당시 소식을 전한 언론 보도에서도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출처: Daytime Napping and the Risk of All-Cause and Cause-Specific Mortality: A 13-Year Follow-up of a British Population(2014.03.30)

2014년 이후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광저우 의대 연구팀이 2020년 8월 유럽심장학회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낮잠을 자는 사람의 “사망 위험이 30% 더 높고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3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올해 4월 유럽 심장학회 예방심장학 회의에서 발표된 스페인 후안 라몬 히메네즈 대학 연구팀의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리해보면 긴 시간 낮잠을 자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낮잠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존재

긴 시간 낮잠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연구 논문의 결과만으로 사실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대되는 결과의 논문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타임스는 앞서 설명한 2014년에 발표된 논문을 다루며 비슷한 시기 발표된 낮잠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 담긴 논문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사이언스 타임스는 학술지 ‘행동의학 국제저널'에 실린 라이언 브린들 미국 앨러게니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낮에 45분에서 60분 정도 잠을 자면 스트레스가 풀릴 뿐 아니라,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을 예방해준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번 검증의 대상이었던 ‘낮잠을 1시간 이상 자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정보는 일부 연구 논문의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연구 논문과 배치되는 논문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단정적인 사실로 보기 힘듭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연구결과를 비교하고, 연구 방식의 타당성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낮잠을 1시간 이상 자면 사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정보는 특정 연구의 결과일 수는 있지만 보편적인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결과물은 팩트체크 그룹 K.F.C.의 바다, 정기훈, 수호 캠페이너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결과물을 비롯해 더 많은 검증 결과물은 팩트체크 그룹 K.F.C.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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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그렇네요. 검증하면서 환경적 요인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해석할 땐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요소도 고려해야겠네요. 낮잠이 일상에 포함된 국가 혹은 주당 노동시간이 짧은 국가에서는 환경적 요인이 다르게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김재경 재경님이 제시해주신 추론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과물에 언급된 연구들을 보면 지역은 다르지만 연구 방식은 대규모 실험집단을 구성하고, 장기간 이들의 삶을 추적해서 사망한 인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렇다보니 실험집단 내에서 신체상황의 공통점을 가진 그룹에게서 동일한 특성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검증을 진행하면서 실험 결과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언론이 보다 세밀하게 접근했다면 오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장시간 낮잠을 자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와 '긴 시간 낮잠은 건강에 해롭다'는 단정적 결론 사이에 채워져야 할 것들이 많은데 너무 쉽게 결론에 도달해버린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혹은 다른 누군가가 언론이 채우지 않은 간극을 설명하고 보완하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오호 그렇군 하며 읽어내렸는데 아래 재경님의 추론도 흥미롭네요. 생각해보면 제 주변의 건강한 성인들은 대체로 노동을 하느라 낮잠을 하루 1시간 이상 매일 잘 수 없거든요.

흥미롭네요. 이 글을 보고 한 연구자로서 가볍게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낮잠을 더 오래 잘 확률이 높지 않을까?'입니다.

논문을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실험집단을 어떻게 통제했는지 불분명하지만, 실제 의학적으로 건강하지 않거나(발췌하신 부분에 따르면 통제했다고 나와 있네요) 혹은 의학적으로 병은 없어도 과도한 업무 등으로 원래 피로를 많이 느끼는 집단(이 부분은 통제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이 낮잠을 더 많이 자기 때문에 이후 사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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