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6411의 목소리] 미얀마 군사독재 우리 세대가 끝내야 합니다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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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재단은 6411 버스 속의 사람들처럼, 지치고 힘들 때 함께 비를 맞고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겠습니다.

미얀마 군사독재 우리 세대가 끝내야 합니다 (2024-07-15)

미모뚜 | 미얀마 민족통합정부 한국대표부 노무관

필자가 쿠데타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제 이름은 미모뚜입니다. 저는 파주 샬롬의 집 이주노동자 센터에서 미얀마어 통역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 한국대표부의 노무관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미얀마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파주 미얀마 공동체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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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달레이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위를 받았습니다. 졸업 뒤 여행사에서 매니저로 일하다가 2009년 5월에 결혼해 한국에 왔습니다. 우리 부부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2021년 2월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사실 이전까지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제가 한살 때 돌아가셨고 1962년 버마 쿠데타 때 독재자에게 반기를 든 정치인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친할아버지는 1988년 8888 항쟁 때 군부의 총격을 받은 사람들을 치료해준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 후로도 독재 정치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여러번 투옥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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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제게 두 할아버지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과 1988년 때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1988년 8월9일, 우리 도시에서 총격이 시작됐을 때 아버지는 삼촌들과 함께 시위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아 애타게 기다리던 시절, 어떤 의사도 총상을 치료해주지 않자 할아버지를 찾아와 치료해달라던 사람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피 흘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할아버지는 총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했습니다.

다음날 새벽 군인들이 우리 집에 찾아왔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삼촌들은 뒷문으로 나가 도망쳤습니다. 이후 군인들은 밤마다 자정이 되면 남자들을 잡으러 우리 집에 왔습니다. 집에 남은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아침 일찍 나를 깨웠습니다. 빨리 도망가라는 연락이 왔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총을 든 군인들이 군용 차량 세대로 우리 집을 둘러싸고 강제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우리 가족 모두, 심지어 아이들까지 살해하라는 명령을 받고 우리 집에 온 것입니다.

석달 동안 수배 생활을 하던 중 군부는 할아버지를 체포하지 않겠다며 단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다고 접촉해왔습니다. 여러번 약속을 받아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감옥에서 온갖 고문을 당했습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당신이 겪은 고문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군사독재를 끝내야 한다는 각오로 혁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군부가 쿠데타를 강행한 뒤 미얀마 국민 대부분은 시민 불복종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시민군과 군부 간의 내전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쿠데타 이후 최소 4만7천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독재자는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들을 체포하고 고문하며 살해하는 등 잔혹한 행위를 계속 자행하고 있습니다. 종교 시설과 교육 시설은 물론이고 병원까지 9만여채의 시설이 불타버렸습니다. 사가잉주, 마궤주, 만달레이주, 친주, 라카인주 등이 주요 피해 지역입니다.

올해만 약 150여명의 어린이가 살해당했으며,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3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군대의 공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민이 됐습니다. 미얀마에서는 1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량 부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부는 강제로 젊은이들을 징병하고 있습니다. 매일 100여명에서 400여명의 젊은이가 강제 징병을 피해 타이(태국) 매솟으로 망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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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갈수록 쇠퇴하고 있습니다. 정의가 승리하고 미얀마 정치 상황이 안정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미얀마 땅에서 폭정이 근절될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독재는 우리 세대가 끝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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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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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여정이 결실을 맺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미얀마 국민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발전시키기는 것도 노동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든 정답을 가진 1인은 없고, 모든 권력을 1인이 독차지 하면 부패한다는 건 과거 여러 독재자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의 목소리가 꼭 변화를 만들어 냈으면 합니다.

미얀마 관련 이야기도 계속 이어지고 있네요. 뉴스에 나오지 않아서 잠잠해졌나 싶었는데... 오히려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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