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10일의 대화] 디지털 기술과 거리가 먼 청년 활동가들의 노동 담론 (슬런치팀)
*대체텍스트 있음 지난주 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노동, 10일의 대화>의 대화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서울 곳곳에 무지개가 뜬 날, 한 비건 카페에 모여 안전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대화모임 설명회에서 ‘밥상머리 대화모임’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어 저희도 맛있는 밥을 먹으며 편히 이야기를 나눴어요.  교육 기획자, 기후 캠페이너, 민주주의 활동가. 각기 다른 노동을 하는 청년이 모였습니다. 활동과 노동을 깊게 연결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요. 우리가 바라보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 궁금했습니다.  ⏰ 일시 : 2023년 7월 1일 토요일 17:00-19:00☕ 장소 : 서울시 상수동🙂 사람 : 니나, 마공, 자야✏️ 방법 : 캠페인즈 글 사전 정독, 사전영상 함께 시청, 대화, 회고   이렇게 모이게 되었어요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를 많이 구독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분야에서 ‘AI’를 언급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는 만들어 내는 기술자도 아니고 주 사용자도 아니잖아요. AI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생각해 볼 계기가 없었는데, 이 대화모임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교육의 관점으로도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 무엇인지 찬찬히 사고하고 싶었어요. 기존 대안교육에서는 유난히 아날로그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기술의 발전을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나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어요.  기술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미 노동자 간의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 좋은 노동의 조건에는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해요. 빠띠 사전영상 중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을 내 노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시간까지 근로의 연장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 제안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시대가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 건지 설명해 주는 이가 없으니 공감하지 못하는 노동자도 분명 많을 거예요. 아마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디지털 약자’로 정의되겠지요.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은 기술이 정의롭게 생산되었다는 전제가 필수예요. 사용자의 마땅한 권리를 위해 제작 과정과 윤리제도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노동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노동’ 앞에 ‘디지털 시대’가 붙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의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기도 해요. 사실 노동운동에서 늘 요구하던 조건이네요. 시민사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동의 충분한 대가와 안전한 환경,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어요.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은 어느 시대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질 거예요. 2.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디지털 시대에 고소득자는 자동화의 편리함을 느끼지만, 저소득자는 스스로가 대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는 글을 읽었어요. 계층 간에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직무보다 계층별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은 자본가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구조로 발전했어요. 처음부터 약자를 위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지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매우 한정적이에요. 어느 정도 이상의 교육을 받아 이미 사회에서 주류로 정의된 사람들만 빠르고 쉽게 활용하고 있지요.  ChatGPT만 보더라도 이미 AI는 공공재가 아닌 하나의 상품이 되었어요. 그 상품을 자본가가 소비해서 노동의 영역으로 들여온 거죠. 변화가 빠를수록 기업가의 언어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AI를 ‘노동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포장하지만, 사실 그냥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기도 합니다.  3.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로 노동권을 침해받는 노동자를 위해 그렇지 않은 노동자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며 파편화된 노동 형태가 많아졌는데, 그래서 더욱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계층, 그리고 각 분야를 대표하고 대변합니다. 가장 열악한 곳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해요. 빠띠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단체잖아요. 계속해서 이 주제의 논의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에 대한 지난날의 논의를 살펴 보며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시민들이 직접 ‘분배’와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특히 우리 사회는 디지털 노동에 관련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사회가 기술의 보편화에 앞장서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적 영역을 통해 시민에게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제공하는 것이요. 하지만 기업은 항상 그것보다 더 나은 기술을 금방 또 생산할 거예요. 그래서 이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거라는 회의적인 마음도 들어요. 사회 체제 또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공유해요 자야가 예전에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잘 활용하는 노동자로 대체되는 것이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마치 사람이 무형의 것과 싸우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결국 사람과 기술 뒤 사람의 싸움이라고. 이 말에 동의해요. 좋은 노동은 모두에게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평등하게 주어졌을 때 함께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노동자의 맥락을 통해 설명되는 ‘기술을 정의롭게 활용하는 방법'이란 없는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라는 게 아주 새로운 논의처럼 들리지만, 기존의 논의와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새로 심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이미 내려진 서사인 거죠. 지금까지 노동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는 디지털 노동의 특성에 맞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겠지요.  디지털 시대는 바꿀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 안에서 시민들이 정의롭고 민주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재정비하는 과제가 남아있어요.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개별 노동자들은 당장의 삶이 있으니 일단 기술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민사회가 계속 거시적인 문제의식을 던져 주길 바라요. 디지털 노동에 대한 시민 역량 강화, 사회문제 연구, 제도 감시 등의 역할을 빠띠와 같은 시민단체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상의 경험을 나누기보다 더 넓은 담론으로 이어졌어요. 참여자 모두 변화를 심각하게 느끼면서도 막상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은 처음이더라고요. 서로의 이야기를 엮으며 단단하고 촘촘한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0일의 대화] ‘디지털 좀비가 되어가는 우리, 건강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빠띠 공론장팀)
빠띠편,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일      시 : 2023. 06. 24. 토. 14:00~16:30 장      소 : 서울시 성동구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참가인원 : 총 28명 주      제 : 디지털 시대,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노동에 위기인가? 기회인가? 진행순서 사전 당일 사전 콘텐츠 제공 ➡ 발제 ➡ 소그룹 토론 - 캠페인즈 전문가글 - 빠띠 오리지널 콘텐츠 영상 -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 -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소그룹 별 토론 진행 - 소그룹 토론 내용 전체 공유 - 회고 ⬇ ⬇ ⬇ 주제 이해를 도움 주제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도움 세부 주제를 선택, 자신의 의견 개진 및 나눔 이 대화, 누구와 나누어야 할까요?     6월 24일, 빠띠는 <함께 나누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의 첫 번째 대화 모임을 열었습니다. ‘디지털 노동'이 주제인 이번 대화는 모두가 당사자인 만큼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60대까지 총 27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번 대화 모임에는 우리 삶에 밀접한 주제인 만큼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얘기해 보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많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슈가 제 삶에서도 중요한 주제여서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특히 성큼 다가온 변화 앞에서 나의 노동에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해요.’ 답답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가 필요해요. 또 왜 그러는데 뭐가 못마땅한데 할말 있으면 터놓고 말해봐 . . 대화가 필요해 🎤 더자두 ‘대화가 필요해’ 노래 가사 중     기술의 발전에 우리는 분명 편리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석연치 않음도 느끼고 있죠. AI가 그린 그림을 보며 탄성을 지르면서도 하나의 창작물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아 못마땅함도 느낍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익숙하게 키오스크 앞에 서서 손가락을 움직입니다. 우리의 마음 한켠을 불편하게 하는 ‘이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빠띠는 ‘대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부대낌을 느끼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 한국의 현 위치, 일의 속성의 변화, 노동자적 관점, 시민사회의 역할 등 4가지 관점에서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뉴스에서 수없이 얘기하는 ‘산업'이 아닌, ‘노동'의 관점에서 노동자로서 시민으로서 함께 우리의 고민을 나누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함께 나누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빠띠 편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어떻게 대화할까요?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빠띠 편은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대화의 장에 참여하기 전, 이번 이슈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참가하는 분들에게 캠페인즈의 전문가 글과 빠띠 오리지날 콘텐츠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6월 24일 당일, 공유했던 영상을 다시 함께 보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1부는 4명의 전문가 발제를 들으며 주제를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이자 <노동 4.0> 저자이신 이명호 님, (주)더와리랩 대표이사 김홍태 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인 김연수 님 그리고 캠페이너인 박초롱 님은 한 명의 청년 노동자로서 발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2부는 소그룹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소그룹은 각 발제 주제에 따라 4개로 구성했습니다. 소그룹 토론은 공통 질문 1개와 각 조별 개별 질문 1개, 총 2개의 질문으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소그룹 토론에 구성된 질문은 모두 전문가가 직접 구성한 질문이었습니다.     이번 대화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민이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의제를 전문가가 질문하고 시민이 그 답을 채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녹서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구성원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자세한 발제 내용은 하단 영상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 질문에 시민이 답합니다… ‘좋은 노동’이란?     앞서 말했듯 각 4개의 조는 다른 주제, 다른 질문으로 토론했습니다. 그리고 각 조의 질문은 전문가 질문 중 아래 질문으로 선정하여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공통]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1조 : '좋은 노동'을 위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2조 : 디지털 기술이 기회 혹은 위기가 될 수 있는 시대,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여 ‘좋은 노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3조 : 노동자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디지털 일자리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4조 : 디지털 시대의 노동과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사회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 해야 할까요?     1조, '좋은 노동을 위해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사회적 연대를 위해 국가 단위, 공동체 단위의 해법이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주었습니다. 사회적 연대를 위해선 국가나 공동체 단위가 함께 움직여 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국가에서 기본소득을 보장한다든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 마련, 신분격차, 양극화로 언급되는 한국 사회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또한 이번 대화 모임과 같이 지역공동체에서 노동에 대한 의사결정 논의의 장을 열고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2조는 ‘인간다움'에 대해 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디지털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지만, 생산성이 관점으로만 노동을 바라보지 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면 좋겠다.’며 위기에 대해 생각을 전환할 수 있는 새로운 질문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결국 질문할 수 있는 직업이 생존할 거고 문제해결력, 고도의 사고력, 감정적 공감, 창의성 등이 요구될 텐데 그 핵심은 ‘인간다움’이라고 함께 짚었습니다.     3조는 ‘사용자는 더 자유로워졌지만, 노동자는 그렇지 못한 플랫폼’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분들이 모여 의견을 나눠주었습니다. 플랫폼 노동에선 노동자들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전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 모아 얘기했습니다. 또한 노동자가 안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플랫폼 알고리즘은 기업의 자산이지만, 서비스 제공 과정 즉, 노동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좋은 노동의 전제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4조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과 민주주의를 위해 시민사회가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양극화는 심해지고,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냐에 따라 노동 시장에서의 생존도 갈린다고 얘기했습니다. 디지털화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는 건 장점이지만,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다는 문제의식도 있었습니다. 이것을 시민 단체, 시민 사회에서 조례나 약속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얘기 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교육받으며 수동적 좀비가 되기 전, 이러한 토론의 장을 통해 시민사회도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고, 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한 대화의 필요성과 확산에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이날 모인 시민분들은 이렇게 답해주셨습니다. 사용자와 관계 그리고 조직 내 합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없이 자아실현과 사회적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것. 노동자 입장과 개인의 개성이 반영되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 ‘자기다움'이 지켜질 수 있는 것. 이렇게 좋은 노동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배경, 일가치관이 다르기에 때문에 다른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추상적이고 거창한 질문을 모두에게 던진 것은 ‘좋은 노동’에 대해 우리 삶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날의 우리는 대화를 통해 우리 삶과 미래를 위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만 놓치고 있었던 질문에 다시 줄을 쳐보고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더 자세한 대화 내용은 곧 완성될 ‘녹서'를 통해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래는 혼자 고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직 노동자가 아니여서 이번 주제가 어렵지만, 발제를 듣고 토론을 해보니 사용자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인 이규언 님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왜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눠야 할까요? 커다란 변화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 반복될 사회 이슈와 변화를 어떻게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지 이렇게 대화를 통해 연습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이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확산하여야 합니다. *’10일의 대화’ 모임글은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전문가 4인의 발제 다시보기 (*빠띠 유튜브 채널에서 전문가 4인 모두의 발제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10일의 대화] 우리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 디지털 노동 (철인왕)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10일의 대화를 부산에서 오랜 친구들과 함께 진행한 미타라고 합니다 ?대화 모임을 진행한 저희 다섯 명은 모두 부산의 모 대학 철학과에서 만나 함께 놀고 공부하는 친구들이에요. 지역의 인문학 전공자라는 특수성 - 어차피 이래도 저래도 취업은 안된다는 배경 - 때문에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주제와는 멀~리 떨어지는 것 같아 진행자로서 조바심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모임 내용을 정리하다보니 이런 대화 내용조차도 어떤 함의점이 있지 않나 싶어서,약간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신선한 느낌으로 저희 모임을 회고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       진행 일시와 장소 | 23. 7. 3. 월요일 11시~13시, 부산의 한 카페      함께한 사람들 | 로크, 비트겐슈타인, 퐁티, 니체, 미타 (5인)  우리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 저희는 평소에도 다양한 주제로 함께 노가리를 까는(?) 친구들이에요. 자유를 사랑하는 로크, 분석적인 비트겐슈타인, 회의주의자 니체, 다양성에 열려있는 퐁티, 그냥 미타... 이렇게 다섯이 술자리에 모이면 어떤 이야기도 재미있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로크와 미타는 사회경제관이 달라서, 평소 경제 시스템과 노동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는 했었는데요. 작년에 우연히 '경제적 자유란 진정한 자유인가?'를 주제로 열띤 논쟁을 하다가 노동의 미래도 함께 고민하게 되었어요. 거기에 더해 로크는 최근 졸업하고 잠깐 쿠팡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게 되면서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했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니체의 이야기도 궁금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과 퐁티는 맛있는 커피에 회유되어 당일 오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1.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평생 월급 노동자로 살고 싶지는 않다. 파이어족처럼 빨리 은퇴하고 싶다. 결국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창업이 답이라는 생각을 한다. 직장과 창업을 병행하다가 후자가 안정되면 일을 그만둘 것 같다. 비트겐슈타인: "저도 이제 일하면서 6시까지는 노동하고 밤에는 바 하나 차려서 하면서 안정될 때까지는 투잡을 하지 않을까요.  …. 어느 정도 안전성도 추구하면서 불로소득을 꿈꿀 것 같아요."니체: "근데 진짜 영혼까지 끌어서 대출했는데 낮에 하는 일로 갚을 수가 없어, 그럼 어떡해?"비트겐슈타인: "그때부터 이제 노동으로부터의 억압 평생 완전한 억압"로크 : "그러면 이게 절대 망하면 안 되겠네. 솔직히 망하면 안 돼. 2.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솔직히 철학과 입장에서는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이 있든 없든 우리 일자리는 없다.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노동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 결국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건 인간이니까, 책임을 보증하는 일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개인한테는 위기인데 전체로 봤을 때는 기회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대체가 쉬운 인력들은 빨리 대체될 것이고, 대체 불가능한 진짜 최소수인 사람들은 살아남을 것이다. 내가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3. 디지털 기술 시대의 노동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 있나요? 생성형 AI로 인해서 글을 쓰는 노동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 우려된다. AI가 글을 쓰는 데 일부 참여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세부적인 것들은 인간이 쓰는 건데 노동 수당을 책정할 때 AI의 기여를 더 크게 평가한다면 인간 작가의 글쓰기는 보조적인 것으로 전락해버리는 거니까.  인간 노동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AI 대중화가 되면 인간이 하는 노동이 프리미엄화 되어서 사회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법률 서비스도 AI가 많이 대체한다면, 법률 대중화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 법률 서비스 비용이 매우 비싸져서 소수 기득권 유지에 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일자리 대체 수준은 아니지만 저작권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4.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노동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돈이 제일 중요하다. 돈과 명예.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좋은 노동의 정의나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지는 모르겠다.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면 안좋은 것 아닌가.  재택근무, 리모트 워커라는 것들이 말이 좋지 사적 영역까지 공적 영역이 완전히 침범, 아니, 침범을 넘어서 이제는 일체화되려는 거 아닌가 싶다. 물론 당사자들이야 당장 힘들게 출근 안해도 돼서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조금 더 구조적으로 보면 공적 영역이 사적 영역과 일치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5. 디지털 시대에 노동 시장으로 진입해야 하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솔직히 선제적으로 막 준비해야 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세대는 다들 최신 기술에 대해 거부감이 딱히 없지 않은가.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때도 엄청 거대한 변화가 올 거라고 했지만 결국에 다들 점점 적응하는 식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내가 있는 직장에서 배워야 할 기술을 배우고, 안배워야 할 것은 냅두고 그런 식으로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살지 않을까. 새롭게 올 기술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그걸로 부자가 될 거고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반드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철학이나 규범, 관념이 기술에게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 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기술사를 돌아보면, 기술은 그 내적 논리로 계속 확장하는 거고 규범이나 철학은 그걸 따라가서 사후적으로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 뿐이다. 이만큼 발전 속도가 빠른 시대에 어떤 '좋은' 기술 활용의 관념을 정하고 선언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까? 기존 노동 시장에서 계속 반복되던 문제와 다를 바 없는 문제들이 다른 기술 사회에서 다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이 현상이 정말 해결될 수 있는 건지도 생각 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이 되면 그 기술로 장애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만큼이나 데이터 라벨링같은 비인격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도 생겨나는 것이고... 모두가 대체되지 않는 사회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미 먼 길을 온 것을 인정하고 가야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러다이트 운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 대화가 끝나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디지털 노동 전환이라는 주제는, 수도권의 평균적인 노동 환경조차 갖추지 못한 일자리가 다수인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먼 이야기 같습니다. 일단 디지털이든 뭐든-이라고 말하면 무례할 수 있겠지만요,- 좋은 노동 전에 노동을 할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니까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멀찍이 듣던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 디지털 노동에 대한 고민은 우리에게는 '그들만의 고민' 같다는 생각.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산업들이 수도권에 몰려있는 한, 많은 지역 청년들에게 디지털 전환은 반가움도 두려움도 주지 않는 것 같아요. 둘째, 하지만 이러한 전환에 대한 무감각이 언젠가 우리를 우리도 알지 못하는 틈에 쓸어 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 기술 발전과 그 열매의 확산이 수도권에서 점점 일어나며 적응을 해나가는 동안, 우리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하다가 한 순간에 도태 - 라는 표현은 정말 싫어하지만요, -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도래하는 기술 사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더 쉽게, 넓게 확산되어서, 이를 대비하든, 무시하든 간에, 많은 이들이 기술을 가까이 인식할 수 있는 설명들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임 진행 사진 :    p.s 비트겐슈타인은 모임 진행 동안 디지털 기술에 대해 대체될 수 없는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모임을 끝내고 이야기하던 중, 저희 대화를 녹음하고 그대로 녹취록으로 풀어주는 '클로바 노트' 라는 앱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입장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대립 앞에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대립 앞에서 지난 6월 30일, 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처리가 진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환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을 근거로 직회부를 의결 했습니다.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됨에 따라 여야는 차후 본회의에서 이 법을 통과시킬지 표결하게 됩니다. (한겨레, 2023.06.30.)  노란봉투법이란? 2009년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노동자들은 77일간 파업을 진행합니다. 회사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고 2013년, 노동자들이 약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한 주간지 구독자는 4만 7,000원이 담긴 봉투와 편지를 보냈습니다.  저의 본론은… 해고 노동자에게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입니다. 47억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만7000원씩 10만명이면 되더라고요. 법원에 일시불로 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우선 이 돈 4만7000원부터 내주실 수 있나요? (시사인, 2013.12.30.) 편지를 시작으로 4만7000원 모금 운동이 전개됐고, 파업 노동자들에게 청구되는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노란봉투법의 제안이유와 주요 내용 노란봉투법의 구체적인 입법 내용은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와 제3조의 개정입니다.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제안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제안이유 및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의안정보시스템) ✔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근로3권을 보장할 필요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하고 있어, 노동조합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바,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하여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함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함 ✔사용자가 쟁의행위 등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 제3자인 신원보증인에게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신원보증제도가 실제로는 노동조합의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의 배상책임을 면제함 계속되는 입장 차이 2022년 12월 투표글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이 필요할까요?> 에서 노란봉투법에 관한 주요 논쟁과 찬반 의견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부의 후에도 입장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30일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국회는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심각한 산업 현장의 혼란과 법체계상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숙고해 일방적인 입법 추진을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작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장의 의사조정 과정에서 여야가 충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동아일보, 2023.07.01.) 대통령실 역시 내부적으로 노란봉투법에 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아일보, 2023.07.01.)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강조하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손해가압류는 사용자의 재산권 보전이라는 목적과 다르게 노조를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말하듯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를 원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쟁의행위는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현재 노조법상 ‘합법적 쟁의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교섭을 위해 ‘진짜 사장’을 만나기도 어려웠다”며 “정부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법안 취지를 왜곡하지 말고 법 시행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향신문, 2023.06.30.) 법원의 판단과 고용노동부의 입장 최근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노동계는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판례라며 긍정적으로 평가 했습니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부진정 연대책임’의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불법행위자 개별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노조법 개정안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서울신문, 2023.06.16.)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표하며 국회에 입법 재고를 요청한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이 장관은 특히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불법행위자에게 오히려 특권을 주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무력화하고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사회적 대화와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입니다.(뉴시스, 2023.06.29.) 다시, 쟁의란 무엇인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끝없이 평행선을 달릴 것 같지만 어떻게든 끝맺음이 나고야 말 대립 앞에서, 쟁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우리 법제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만드는 글을 공유하며 마칩니다. 파업권과 단체행동권을 쟁의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쟁의(爭議)는 말(言)로써 정의(義)를 다툰다(爭)는 뜻이다. 쟁의는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원리를 표현한다. 쟁의를 억제한다고 갈등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억압된 것은 반드시 되돌아온다. 더 큰 폭력을 수반한 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해서 파업권을 억제하려는 시도를 방조하는 법제는 어떤 체제와 원리를 지향하는 것인가? 박제성, <불법+파업>의 손해배상책임. "노란봉투법" 논쟁에 부치는 글 : 프랑스 사례의 사실과 진실 그리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무빈다방(sites.google.com/site/mubindabang), 2022. 10. 16.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노동운동의 비전: 연대의 심화와 확장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노동운동의 비전: 연대의 심화와 확장- 민주노총의 주요 전략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이창근 서론 본 발제문의 목적은 그간 민주노총이 추진해왔던 주요 전략 중 산별노조주의, 전략조직화,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 노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노동운동의 비전 모색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있음  시대의 변화에 조응하는 노동운동의 비전 모색은 진공상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전략에 대한 성찰, 즉 기존 전략을 어떻게 변화된 상황에 맞춰 재구성할 것인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판단함  이는 아무리 훌륭한 비전과 혁신 전략이라도 노동운동 내 주체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 산별노조주의, 전략조직화,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 노선은 민주노총이 역사적으로 계급적 연대의 심화와 확장을 위해 추진해왔으며, 주체들 사이에서 세부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노동조합이 추구할 전략으로서 위상 자체는 광범위하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동운동 비전을 모색하는 기본적인 출발선은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산별노조주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함께 ‘양날개론’으로 불리며 일찌감치 민주노조운동의 중추적 전략으로 간주되었고, 전략조직화 역시 2003년 민주노총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공식 의결된 이후 20여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왔으며, 비정규직 정규직화·차별철폐는 1998년 IMF 외환․경제위기를 계기로 심화되어 온 노동시장 유연화에 맞서는 유력한 대응 전략으로 추진됨  위 세 가지 전략은 각각 독자적인 맥락과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상호 간에 긴밀히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추진되어 왔음 이하 본문에서는 위 세 가지 전략을 각각 검토하여 평가되어야 할 지점과 개선 과제를 정리하고, 마지막에 종합적으로 노동운동의 비전 모색에 주는 시사점을 도출하도록 함본 발제문의 한계는 한국 사회에서 조직노동을 대표하는 양대노총 중 하나인 민주노총의 주요 전략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바탕으로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 이외의 다양한 노동운동 주체들의 상태와 전략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산별노조주의 산별노조주의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직후부터 이미 제기되고 있었고, 1990년 건설된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는 이를 그 핵심 과제로 설정하여 강령에 포함”(임영일, 1998:2)되었으며,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 강령에도 명시되어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대표적 전략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하게 된 기본적 문제의식은 기업별 노조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계급적 연대를 확장하려는 기획 기업별 노조주의의 한계는 조직화와 단체교섭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됨.  ① 조직화의 측면에서, 기업별 노조는 중소․영세기업 노동자, 임시․일용직, 실업자 등 비정규직․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적절한 그릇으로 기능하기 어려움  ② 단체교섭의 측면에서, 기업별 교섭은 노동조건과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적 의제를 다룰 수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음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초한 산별노조 건설이 실제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는 두 가지 정세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침① 1998년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개별 기업 단위에서 구조조정 및 실업 문제 대응은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되었고, ②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기업 단위 복수노조 허용 등 노동법 개정에 따라 기업별 노조의 운영상 어려움과 교섭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었기 때문“2007년 노사관계 로드맵이 시행되어 기업별 노조의 교섭력과 조직력이 위축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산별노조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대안으로 수용되었던 것”이며, “산별전환은 ‘비정규직 조직화’나 ‘여론 악화’와 같은 규범적 정당성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제도적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형태로 경제적 조합주의가 강화되고 외연적으로 확장되는 특성을 지녔음”(김재훈, 2009; 금속노조, 2018:264에서 재인용). 따라서 산별노조주의의 현 상태에 대한 진단은 단체교섭과 조직화라는 양 측면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  산별노조주의 실현의 주요 요소는 산별교섭(초기업교섭)을 통한 임금 및 노동조건 평준화와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조직화를 통한 계급 대표성 제고라 할 수 있음 금속노조가 2018년 펴낸 『산별노조 발전전략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지부 발전모델 관련하여 초기업 교섭모델과 조직화모델을 두 이념형으로 놓고 각 단위별로 자율적으로 무게중심을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음(금속노조, 2018: 311)“초기업교섭모델에 따르면, 지부집단교섭을 강화하기 위해 지부교섭 의제의 확장, 지부교섭 참여사업장, 적용범위의 확장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함. 반면 조직화모델에 따르면, 교섭을 통한 성과보다는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와 밑으로부터의 동원, 지역 사회운동과의 연대활동에 집중해야 함. 그러나 초기업교섭모델과 조직화모델을 대립적으로 사고할 필요는 없음.”(금속노조, 2018: 311~312). 이하에서는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주의를 세 가지 유형을 살펴보고, 산별교섭과 조직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 유형별 특징과 상태를 진단함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주의의 유형은 시기별로 구분되는데,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타남 첫째,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중반 사이에, 기업별 노조에서 출발하여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한 유형으로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등이 대표적 둘째, 대체로 2000년대 후반 이후, 고용형태 및 업종 특성상 처음부터 초기업노조로 조직된 유형으로 건설노조,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이 대표적 셋째, 2010년대 후반 ~ 2020년대 초반 사이에 기업별 노조 연합체인 연맹을 해산하고 조직형태를 산별노조로 전환한 유형으로 화섬식품노조, 사무금융노조, 공공운수노조가 대표적 그동안 산별노조주의에 대한 평가는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추진되었고 대산별노조주의에 가장 근접했던 첫 번째 유형에 집중되었는데, ‘무늬만 산별’이라는 표현으로 상징됨.  ‘무늬만 산별’은 산별노조라는 형식에 걸맞은 제대로 된 산별교섭을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산별노조의 본질적 목적인 산업 차원의 계급적 단결과 연대, 임금과 노동조건 평준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노동자 내부 격차가 커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음을 압축적으로 표현 제대로 된 산별교섭을 실현하지 못한 데는 산별교섭에 부정적인 재벌 대기업 등 사용자의 태도, 해당 산업·업종의 사용자단체 미결성, 기업별 교섭을 사실상 강제하는 법·제도적 한계 등과 더불어 주체적인 측면에서 기존 기업 단위 단협 성과를 극대화하자는 현실 안주 경향과 조합원 대중의 조직이기주의-실리주의 경향을 제어하지 못하면서 운동적 정체성이 약화(산별연구모임, 2023)된 점도 주요 원인“산별노조나 교섭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고, 10여 년 동안 진전이 없다는 것에서 거의 포기 수준이고, 그럼에도 포기하고 나가지 않는 것은 그나마 우산 안에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동시에 있다.”(간부 면접조사, 금속노조, 2018: 266) 한편, 앞서 언급했듯이, 산별노조주의의 본래적 목적을 실현하는 데 산별교섭이 매우 중요한 수단이기는 하지만,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 (전략)조직화라는 측면도 계급적 연대 확장을 위한 주요 경로인 만큼, 이와 관련한 산별노조의 실천도 균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음. 전략조직화 노선에 대한 검토는 다음 장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 여기서는 산별노조주의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살펴봄 2010년대 들어 전략조직화 사업은 산별․연맹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3기(2014~2017)에 이르러 금속, 공공, 보건, 건설, 민주일반 등 10여 개 가맹조직들이 자체 전략조직화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체계와 전담자를 배치했으며, 서비스, 화학섬유는 총연맹 전략조직화 사업과 연동하여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했고, 대학, 언론, 사무금융도 전략조직화 사업 대상 선정과 조직화 사업을 위한 체계를 구축(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 2016). 첫번째 유형의 대표 조직인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도 상당히 활발한 전략조직화 사업을 펼쳤는데, 두 조직 모두 단순한 조합원 확대를 넘어 소규모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조직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해당 산업에서 계급적 연대의 확장을 도모  금속노조의 경우, 전략조직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2016년 약 15만 3천여 명에서 2022년 말 기준으로 19만 6천여 명으로 지난 6년 동안 4만 명 이상의 조합원 증가. 전체 조합원 규모에서 뿐만 아니라 소규모 사업장 조직이 증가(김우식, 2022)했고, 제조업 내에서 점증하고 있는 비생산직 노동자 조직화에도 성과적인 교두보를 구축(남우근·손정순, 2022)  보건의료노조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는데, 의료기관 중심으로 조직사업을 하다가 돌봄영역인 요양보호사가 포함되었고, 병원실습생(예비노동자), 간접고용 용역노동자, 작은병의원 등으로 조직 대상이 확대됨(남우근․손정순, 2022: 37~38). 2016년 49,003명에서 2021년 현재 8만여 명으로 전략조직화 사업이 본격화된 2015년 이후 조합원이 뚜렷하게 증가함.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여전히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조합원 중심이어서 해당 산업 전체 노동자의 대표성 차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비정규직 및 중소영세 사업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조직화 사업의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산별노조의 대표성 제고와 계급적 연대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줌 다만, 두 노조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함에 있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정규직 노동자와의 이해충돌이라는 점에서,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기존 조합원들의 반 연대의식 개선”이 시급한 과제(보건의료노조, 2022; 남우근·손정순, 2022: 42) 산별노조주의의 두 번째 유형은 주로 내수부문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중심의 초기업노조주의7)인데, 기업별 노조에서 출발하여 산별노조(초기업노조)로 전환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 터 초기업적 방식으로 조직하고 단체교섭도 업종 또는 직종 단위 초기업교섭을 진행하고 있음 특히 특수고용노동조합은 “영세업체가 난립하는 상황이 많았고, 기업별 단협이 없어서 더더욱 직종이나 업종 차원의 비교적 균등한 ‘외부노동시장’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 이전의 사업장 중심 투쟁에 비해 전국적인 직종/업종 수준의 의제와 투쟁/교섭을 전개함으로써, 산별노조 건설의 중요 동력 노릇을 함.”(장진범, 2022) 두 번째 유형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과 고찰은 첫 번째 유형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으로 간주되었던 대산별노조주의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 해당 조직의 주체들이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됨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중심의 초기업노조주의는 첫 번째 유형의 산별노조주의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별성은 세부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 해당 업종·직종 소속 조합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사실상 ‘표준임금’을 결정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동일한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연대임금 정책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임. 초기업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에서는 대부분 해당 조합원을 협약 적용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비조합원뿐만 아니라 타 노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체결된 초기업협약의 ‘비노조 부문’으로의 확산 효과는 상당한데, 이는 △ 높은 노조 조직률에 따른 일반적 구속력 적용 △ 조합원 확대 및 민주노조에 대한 사측의 견제 △ 원·하청 관계의 경우 ‘인건비 출혈경쟁 방지’(하청업체) + ‘노무관리의 효율성 증진’(원청업체) 필요성 △ 해당 직종에서 ‘유형 설정자’(pattern setter)로서의 역할 등이 하나 혹은 둘 이상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로를 통해 확산되는 것으로 파악됨(이창근․이정희․허인, 2018)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교육부․전국시도교육청은 2022년 임금(단체)협약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사협의를 합의했는데, 이는 초기업적 노사교섭(협의)를 통해 임금체계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큼.  두 번째 유형의 산별노조주의(초기업노조주의) 사례는 조직화의 측면에서도 대체로 성과적인 것으로 파악됨. 대표적 사례인 건설노조만 살펴보면, 2011년과 2021년 사이에 조합원이 3.4배 증가했는데, 전략조직사업이 본격화된 2019년부터의 증가율이 더 높아짐.  요약하면,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중심의 산별노조주의(초기업노조주의)는 산별노조의 본래 취지인 노동자계급 단결과 임금 표준화의 측면에서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됨. 다만, 고용형태상 노동시장에서의 지위가 불안정한 만큼 초기업교섭구조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문제임. 최근 건설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과 이로 인한 건설노조 집단교섭의 불안정성이 대표적 사례임. 산별노조주의의 세 번째 유형은 공공운수노조, 화섬식품노조, 사무금융노조 등으로 조직 형식의 측면에서 첫 번째 유형과 유사하게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지만, 내부 조직 구성이 다양하고, 초기업교섭 체계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비되어 있지 않은 특징을 나타냄 공공운수노조는 ‘노조’라는 명칭과 달리, 현재 연합단체와 단위노조의 성격이 혼재된 혼합조직 성격이며,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는 산별노조로 전환되어 있으나 산별노조의 실질적 운영이 장기간 정체된 상황. 공공연구노조 등 일부 초기업교섭단위를 제외하고 대부분 기업별 교섭(배형찬, 2023) 사무금융노조는 최근 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로 전환하고, 업종본부 중심으로 조직을 편제했으며, 대각선 교섭이나 지부교섭이 일반적. 증권업종본부 산하 7개 지부만 통일교섭 진행(김경수, 2023) 화섬식품노조도 금속노조와 비슷하게 화학섬유연맹 내 일부 사업장이 먼저 산별노조로 전환하여 설립되었으며 이후 화섬연맹 산하 노조가 지속적으로 산별노조 형태로 조직전환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2022년 2월 화섬연맹은 해산(남우근․손정순, 2022). 중앙교섭 시도는 없었고, 현재 지역지부가 관장하는 사업장별 대각선 교섭(임영국, 2023) 조직화의 측면에서 보면, 공공운수노조는 매우 다양한 업종·직종 노동자가 조직되어 있는데 거의 ‘조직하는 노조’로 변모된 수준이며, 화섬식품노조의 경우 주된 조합원은 여전히 석유·화학업종, IT 업종 노동자이지만, 전통 도심제조업(섬유, 의류·봉제업종) 노동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사업체의 개발 노동자, 타투이스트 등 기존 집단적 이해대변의 사각지대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노동자를 집중 조직하고 있음(임영국, 2023). 사무금융노조는 보험설계사와 콜센터 노동자 조직화에 집중  공공운수노조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총연맹의 2기(2010~2013) 전략조직화 사업에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 선정되면서 본격화. 10여 년간 공공운수노조의 전략조직화 사업은 국내 산별노조 전략조직화 사업을 주도. 목적의식적인 조직대상 선정과 자원 투여 방식인 ‘전략’에 초점을 맞춘 조직화에서 점차적으로 공공운수노조의 전조직 단위가 미조직 사업을 전개하는 양상으로 변모하기 시작. 즉, 전략조직화 사업을 통해 노동조합의 일상조직화 사업이 양적, 질적으로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전략조직화 사업과 융합(남우근․손정순, 2022) 사무금융노조는 2010년대 중반까지 목적의식적인 조직확대 사업을 전개하지는 않았지만, 통상적인 상담을 통한 조직화 방법을 통해 소규모 사무직 노동자와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를 조직.  2019년 우분투 재단 설립 및 재단 산하에 비정규 센터를 설립, 운영하면서부터 본격화.  화섬식품노조의 조직 확대사업은 2018년부터 본격. 특징적인 점은 노동조합이라는 집단적 이해대변에서 소외되어 왔던 노동자 계층을 집중 조직. 특히 전통적인 특수고용형태인 봉제업종의 객공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봉제인 공제회라는 ‘노동공제회’ 조직화 형태를 활용. ‘전략조직화’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확대의 새로운 형태와 경로를 제시하고 있어서 의미가 큼 요약하면, 세 번째 유형의 산별노조주의는 최근 들어 조직 형식적인 측면에서 대산별노조로 전환하였고, 대산별교섭을 지향하지는 않으며, 업종·직종·특성별 다양한 초기업교섭을 모색하고 있음. 전략조직화의 측면에서 보면, 특히 공공운수노조는 거의 ‘조직화 노조’로 변모한 수준이며, 화섬식품노조는 이해대변 사각지대 노동자를 조직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음. 상대적으로 사무금융노조의 전략조직화 성과는 다른 조직에 비해 낮은 편임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민주노총이 역사적으로 추진해 왔던 대표적 전략으로서 산별노조주의 기획을 뭉뚱그려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음유형별로 발전 양상이 불균등한데, 단체교섭과 조직화의 양 측면에서 상당히 성과적인 유형이 있는반면, 수출 대기업이 주도하는 부문에서는 기업규모와 원하청 위계에 따른 계급의 이질성이 구조화되고 이에 따른 현장 노동자의 경제적 실리주의 경향이 강화되면서, 산별교섭 자체가 형해화되어 버린 유형도 있음. 다만, 후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비정규직·불안정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상당히 전개되면서, 계급 대표성 제고를 위한 교두보를 일정하게 마련하고 있음 한국 산별노조주의(초기업노조주의)는 부문별·조직별로 불균등한 발전 양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음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첫 번째 유형의 경우 제대로된 산별교섭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산별적 정체성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직화 측면에서 비정규직 전략조직화에 일정한 성과를 거두면서 해당 산업에서 노동자 연대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평가할 필요가 있음 두 번째 유형은 상대적으로 균질한 외부노동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내수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불안정노동자 위주의 초기업노조주의인데, 교섭과 조직화 양 측면에서 계급적 연대와 단결의 확장이라는 초기업노조의 본래 취지에 일정하게 부합하는 활동 성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노동시장에서의 지위와 연동된 불안정성 극복 문제가 과제.  세 번째 유형은 부분적으로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한 첫 번째 유형과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단체교섭의 측면에서는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초기업별 교섭체제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음. 다만 조직화 측면에서 보면 양상과 성과에서 조직별로 차이가 있음. □ 한국 산별노조주의가 유형별로 불균등 발전 양상을 띠고 있음을 고려하면, 향후 발전 전략도 산업․업종․직종 등 각 부문이 처한 조건을 충분히 고려한 실천적․단계적 접근이 필요. 구체적인 과제를 제안하면 아래와 같음. 그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으로 여겨지던 ‘대산별 노조-대산별 교섭’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조직 형식은 대산별 노조를 지향하되, 교섭 단위는 주·객관적 조건과 실행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업종· 직종·지역 등 적절한 유형의 초기업교섭 추진을 고려될 필요.  초기업교섭 활성화는 조직·부문별 불균등한 발전 단계와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 △ 우선 비정규직·불안정노동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여 초기업교섭을 활성화시키고, △ 이미 업종·직종·지역 등 초기업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의 경우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화 및 정부 당국의 행정적 지원을 촉구하고, △ 대기업·정규직 부문은 교섭구조의 집중화라는 형식적 측면보다는 대각선 교섭의 실질화 등 내용적 조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별노조의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면서(조정된 분권화), △ 장기적으로 전체 노사관계가 현행 기업별 교섭이 지배적인 체제에서 초기업교섭이 지배적인 체제로 전환되도록 할 필요가 있음.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현행 중앙산별교섭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계획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 금속노조는 공단노사정협약, 조선업 하청노동자 지역단협 등 지역과 소규모 업종에서부터 다양한 초기업교섭을 모색하고 있음. 또한, 임금격차 축소를 위한 산별차원의 임금제도 표준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음. 보건의료노조는 중소병원·의원 표준임금제 도입, 사회적 협약 체결 필요성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병협과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을 추진하고 있음. 즉, 노동조합에 소속되지 않은 중소 병·의원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적 교섭을 시도하고 있음.  현행 노조법은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는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산별교섭(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제도개선 투쟁으로 등치시키는 것은 곤란하며, 법 개정 이전이라도 각 조직 및 부문별 조건을 고려한 창의적인 활성화 전략이 필요 이를 전제로 주요 제도개선 과제를 제시하면, △ 사용자(단체) 범위 확대, 즉 사용자 공동이익 증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소위 ‘사업자단체’)의 사용자단체성 인정 △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는 창구단일화제도 개선 △ 단체협약의 사회적 공익성을 고려하여 효력확장 제도의 개선 △ 중앙노동위원회에 초기업단위 교섭단위 결정 제도 신설 등이 필요.  특히, 산별노조(초기업노조)가 계급적 단결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격차해소를 위한 연대임금정책을 의식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함.  여기에는 초기업 단위 임금교섭, 하후상박 임금인상(정액인상 요구안 포함),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는 산별임금체계 마련, 하청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 및 지역사회와 연대하기 위한 연대기금조성 등이 포함되며,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와의 격차 해소를 위해 법 개정 이전에라도 초기업협약의 적용범위를 비조합원까지 확장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 필요.  산별교섭(초기업교섭)은 기업별 교섭보다 임금 격차 해소와 조율에 유리함. 김정우(2022)에 따르면, 초기업 교섭은 저임금분위 노동자 임금을 높이고 고임금 분위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효과13)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업단위 교섭에 비해 유노조 부문 임금 불평등을 완화함. - “가장 많은 문제 제기는 산별운동의 원칙에 따라 교섭 과정에서 격차 해소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관련해서 산별교섭을 진행했던 4년 동안의 교섭 결과를 살펴보면 당장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쟁취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런 조율기능이 없는 기업별교섭보다는 산별교섭이 격차 해소 등 산별적 목표 달성에 보다 더 근접한 교섭 형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지난 산별중앙교섭 시기에 산별에서의 임금 교섭 결과를 평가해보면 규모와 특성, 지불 능력의 차이 등 다양한 편차를 보이고 있는 산하 병원의 임금협상을 한꺼번에 산별중앙교섭에서 진행하면서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최종적으로 일괄 타결되면서 산별임금교섭의 장점을 확인하였다.”(이주호, 2023: 94) 산업정책 등 산별노조의 활동과 직결된 정부 정책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해당 부문의 정부위원회 또는 협의 틀, 국회 내 이해당사자 협의 등 다양한 형태의 이해당사자 정책 협의 틀을 적극적으로 구성·활용하여, 산별노조의 정책적 개입 능력을 제고할 필요. 👉발제문 전문 보기
[10일의 대화] '소외되는 사람들을 위한 더 너른 이야기'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은 남성과 남성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즘 단체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노동 분야와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함께 고민해보았습니다. 진행개요 진행일시 : 2023년 6월 28일(목) 21:30~22:10 진행장소 : 이한열기념관 1층 (서울 신촌역 인근) 함께한 사람들 : 3명 (한, 태이, 곽명진) 대화모임의 계기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노동'이 가지는 의미를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진행 흐름 사전 영상을 각자 시청했습니다. 진행자가 대화모임의 취지를 소개했습니다. 5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했습니다.  토론 정리  [질문 1] 나에게 노동이란 OO다. 한 : 의미와 생계 그 어딘가를 떠도는 일. 태이 : 나에게 노동이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곽명진 : 돈벌이를 위한 것, 내 인생의 가장 큰 줄기 중 하나,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질문 2]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한 : 정당한 보상이 있으면서도 개인의 삶을 잠식하지 않을 수 있고 또 그것이 단지 한 사람의 밥벌이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에 최소한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노동 태이 :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노동이지 않을까. 그리고 노동의 결과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면 제일 좋은 것. 곽명진 : 스스로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노동. 즐거움을 느껴도 좋고 자신만의 자부심을 느껴도 좋고, 각자 일련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질문 3] "디지털 노동"하면 드는 느낌은? 한 : 디지털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생산물이 실질적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 챗GPT의 발달 같은 것을 보면서 노동 해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 가능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도 여전히 든다. 태이 : 내 일자리가 없어질까봐 두려움. 동시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챗GPT 같은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겠다는 기대감. 근데 적응 못한 사람들은 뒤쳐지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 곽명진 : 디지털 노동 시대에 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미 영미권 출판계에서는 초벌 번역을 하고 있고, 관련 번역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나도 걱정되기도 하고, 기술이 더 발전하면 일에 활용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질문 4] 디지털 기술 발전은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한 : 둘 다 일거라고 생각. 너무 뻔한 이야기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겠고 누군가에게는 너무 큰 위기일 것이 자명한 현실에, 이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좋을지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 이를테면 '저작권', '개인정보'라는 개념에 있어서도 엄청난 변화가 있어야할 것이고, 생산물을 분배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노동' 아닌 다른 대안이 모색되어야. 태이 : (위기) 정보와 기술을 자본이 있는 기업/국가가 소유해서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노동 영역에서 소외될 수도 있겠다. (기회) 역사적으로 없었던 새로운 노동시장이 열리면서, 인간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곽명진 : 늘 새로운 게 나오면 소외되는 이들이 있고, 배제되는 이들이 있다. 과거 산업혁명은 위기였을까, 기회였을까. 결국 위기나 기회를 만드는 건 기술 발전이 아닌 그걸 사용하는 제도,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함. 우리가 고민해야 할 건 이걸 기회로 만들기 위해, 소외되는 이들이 없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닐지. [질문 5]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약자 또는 소수자의 노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 : 디지털 기술 발전 자체는 생산성을 높인다거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다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로 인한 소외가 아닐까? 재분배에 대한 소외, 정보접근성에 대한 소외, 노동 가치의 소외. 태이 :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이 점점 많아지면서, 몸을 쓰는 노동에 대한 값이 점점 낮아지고, 노동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 집청소, 아이돌봄, 배달노동자 등등 곽명진 : 디지털 기술을 생산, 소비, 향유하는 매체는 주로 고가일 것이고, 그렇다면 접근성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특히 맹목적으로 좇다 보면 뒤처지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리라 생각함. 기억에 남는 발언 혹은 감상 앞으로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바뀔 것이다. 이미 웹툰 시장에서는 저작권 관련 논의가 많다.  기술의 발전으로 추가적인 소득이나 가치가 발생할 때, 이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 몸으로 하는 노동과 신기술 기반의 노동 사이에 의미부여가 달라지면서, 점점 노동의 가치가 극과 극으로 나뉠 수도 있다.
[10일의 대화] 리모트워크 기획자들의 노동 이야기(크레파스팀)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일하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좋은 노동은 무엇인가 각자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나눈 주제로 대화가 필요하다는 회고를 했습니다!  10일의 대화, 크레파스팀 편 대화 모임 주제:  리모트워커 기획자들의 노동 이야기 일시: 2023.06.29. 10:30-11:40   장소: 오프라인 헤이그라운드 & 온라인 줌 함께한 사람들6명. 검정, 하양, 겨자, 자색, 회색, 분홍 대화 모임 시작 계기 우리도 대화 해보자! 듣기만 할 수 없다!  현재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일하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이 시대의 좋은 노동은 무엇인가 각자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진행 흐름 각자 영상과 캠페인즈 글을 보았습니다.  가위바위보로 역할을 나눴습니다(진행자, 기록자, 결과작성자 등 진행설명서에 따라서요).  3개의 질문으로 대화를 나눴어요. 나는 ‘노동자’인가요? 나에게 노동은 무엇인가요?  [필수]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노동의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어떤 변화를 경험했고, 어떻게 대응했나요?)  [필수]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회고를 나눴습니다.  토론 요약 정리  1. 나는 ‘노동자’인가요? 나에게 노동은 무엇인가요?  겨자: 제도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라고 생각.  지금은 잘 모르겠음  검정: 가치를 형성하는 모든 활동으로서 노동. 시민사회 활동가로서 나는 하루종일 노동을 한다고 생각함  하양: 사회적 가치가 있는, 경제적 가치 유무와 다른 차원으로 노동을 해왔다고 생각. 활동가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일자리, 직장을 넘어서는 의미에서 우리 노동을 가리키기 위한 이름이라고 생각함  회색: 일반 회사 다닐때 노동이라고 생각. 비영리 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라는 인식이 낮아짐  분홍: 활동가이자 노동자로서의 정체성 갖고 있음. 비영리, 시민사회 일이라고 해도 노동력이 들어가는 것 자색: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가 아닌 경우는 없을 것. 근로, 활동이라는 단어로 노동이 대체되고 있는데, 시민들이 노동이라는 단어를 추제적으로 찾아와야 함  2.  [필수]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노동의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어떤 변화를 경험했고, 어떻게 대응했나요?) 검정: 코로나19 기간 동안 스마트워크 경험. 모니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으려고 함, 일할 때 각자의상황, 사람의 감정을 더욱 신경쓰면서 일하려고 함  하양:  지금 직장에 와서 원격으로 일하면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음. 지금은 익숙해져서 공유하면서 협업해서 일을 만들어간다는 감각을 배운 것 같음. 워킹맘으로써 원격근무 기반이 없었다면, 일을 그만뒀을 거라고 생각함.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하고 소중함   회색: 이전 일터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대면, 서류 중심의 경험. 빠띠에 오면서 디지털, 일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게 됨.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긍정적으로 활용해나갈 수 있을거란 기대가 있음  자색: 영상작업을 하면서 최신의 기술들을 적용해봤는데 재미있었음. 그런데 3일동안 직접 편집작업하고 나서 ai가 이 작업을 10초만에 끝내주는 도구를 보니까 충격이 좀 있었음 분홍: 원격근무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줄고, 내 생활을 컨트롤 할 수 있게된 부분에서 만족도가 높음. 그런데 식사를 제때 챙기거나, 체력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함. 대면에서의 즉각적인 소통과 다른 비대면의 기다림이 어려울때도 있음  겨자: 디지털 기반 업무, 새로운 툴 사용을 항상 하면서 활동해왔음. 운좋게도 디지털 친화성이 높아서, 코로나19 이후의 온라인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음. 다만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계층을 보게되고 이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됨  3. [필수]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겨자 : ‘선택’이란 키워드가 중요. 노동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충분해야 하고, 그걸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 검정: 개인적으로 정체성과 자아실현의 가능성. 기술이 효율성을 높인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줄지 않고 있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 사회적으로 효율성과 간편함이 아닌 새로운 가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의 발전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 민주주의가 중요함  하양 : 좋은 노동의 개념이 디지털 시대라 특별히 다를까? 그동안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노동자의 자율성, 안정성이 보장되는 좋은 노동이 필요. 디지털 기술이 노동자를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새로운 협력과 소통의 기반으로 쓰이기를 바람  회색 : 개인들이 노동자라고 인지하는 것부터 필요. 변화를 위기보다 나의 노동에 유용한 도구로 적극 사용할 수 있는 생각, 노력이 있을때 좋은 노동이 가능   자색: 시대가 바뀌어도, 좋은 노동의 본질은 그대로. 자본의 논리가 앞세워지지 않는 노동. 노동자의 노동  분홍: 사람, 변화속에서 주체적인 사람일 수 있게 하는 노동. 키오스크도 불편한 사람들이 변화에서 소외되지 않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   * 기억에 남는 발언 혹은 감상  디지털 시대라고 좋은 노동의 의미가 달라질까.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한 좋은 노동을 만들 수 있을지도…!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을 했다. 모든 영역에서 우리가 나눈 주제로 대화가 필요하다.  주변에 이런 대화를 나눌 사람을 찾는게 쉽지는 않은데, 이렇게 일터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재미있다. 우리부터 대화를 해야겠다.
[후기] '파도처럼 몰려오는 디지털 기술에 점령당하지 않고 일하는 법'
* 이번 글은 들썩들썩떠들썩에 참여한 분이 보내주신 후기글 입니다.   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에 대한 정보도 얻고,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빠띠에서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진행한다 하여 참여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라는 주제를 처음 접했을 때 ‘어렵다, 두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알고리즘, 챗 GPT와 같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화두는 뉴스나 이곳저곳에서 쏟아지는 데요. 그 주제에 대해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사회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디지털 이슈에 점령당하지 않고 이를 잘 이용하며 사는 게 가능할까?’ 라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많이 낯설기도 하지만 평소 많이 접한 것이기도 합니다. 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화상 회의를 이용해 수업이나 모임을 많이 하기도 했고. 또 컴퓨터 언어를 접해봐야 한다는 생각에 java기초 강의를 신청해 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사회에 진출해 노동했을 때 디지털 기술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현재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약간은 불안하고 궁금한 마음으로 공론장에 참석했습니다.    공론장에 도착하니 총 4개의 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디지털 노동이라는 큰 주제에서 세부 4가지 주제로 나눠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불리고 싶은 이름과 토론 참여의 적극성을 0부터 10까지의 불꽃 점수를 매겨 스티커에 표시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에 비중을 두고 싶어 불꽃점수 3을 썼습니다.  ⏶ 참여한 1조의 책상 모습.    공론장은 디지털 노동에 대한 4명의 전문가 발제 후에, 각 조에서 소그룹 토론을 하는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1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이명호 님은 노동 4.0이라는 책의 저술자이시기도 한데요, 그만큼 4차 산업혁명에 노동을 조명하셨습니다. 발제는 큰 질문 세 가지로 이루어졌고 첫 번째 질문은 노동의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가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노동 격변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고 이에 대비하여 노동과 자본의 좋은 관계가 형성되도록 질서 있는 변화를 계획해야 합니다. 두 번째 질문은 디지털 시대에 좋은 노동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입니다. 유연한 디지털 시대 노동은 좋은 영향도 나쁜 영향도 있는 만큼 어떻게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게 할 것인가 논의해야 합니다. 세 번째 질문은 좋은 노동에 왜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입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자도생의 이중구조는 연대가 포기된 형태입니다. 좋은 노동을 위해서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연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 발제를 마쳐주셨습니다. 발제2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주)더와이랩 대표이사 김홍태   김홍태 님은 개인의 관점에서 디지털 변화가 위기인지 기회인지에 대해 말해 주셨습니다. 디지털은 파도처럼 막을 수 없는 사회 현상이자 트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혼란에서 노동자에게 기회와 어려움은 항상 있었습니다. 현재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노동의 경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의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창구 은행원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은행 어플을 만드는 개발자의 일자리가 늘어났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로 이런 노동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에서 노동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또한 일자리를 노동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유망한 노동, 좋은 노동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발제3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 캠페이너 박초롱   박초롱 님은 노동자의 입장에서 플랫폼 노동의 이면을 말해 주셨습니다. 플랫폼의 간편함이 자유로움을 줄 거라는 생각과 다르게 플랫폼 노동은 노동자에게 자유로운 삶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일반적으로 큰 회사와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격차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절반 이상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에 노동자 지위와 협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또한 플랫폼의 알고리즘으로 노동자를 통제하기에 노동자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 시대에 노동자의 입장에서 맞는 좋은 노동의 정의를 찾아야 하며, 플랫폼 노동자들을 구속하는 알고리즘에 의문을 던지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발제4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람시)  김연수 님은 디지털 기술의 양가성을 지적하면서 시민사회에서 디지털 기술 발전 따른 디지털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주셨습니다. 근래 AI가 그린 그림이 미국 미술전에서 우승하는 등 사건과 이러한 AI 창작물에 반대하는 시민 움직임도 있었다는 걸 예시로 들었습니다. 디지털 기술 활용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데, 악이나 선으로 가릴 수 없고 어떤 맥락과 목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에 빠띠는 디지털 기술 발전 따른 디지털 민주주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시민들이 사회에 대한 의견내도록 도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속한 1조의 토론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라는 공통 질문과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일반 참여자 외에도 좋은 노동과 사회적 연대라는 주제에 대해 발표하신 이명호 님과, 조마다 토론을 자연스럽게 열고 이끌어 주시는 퍼실리테이터 가 토론에 함께했습니다. 다음은 저희 조의 요약한 토론내용입니다.  질문1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   좋은 노동에 대해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해주신 분도 있고, 넓은 범위에서 통용될 수 있는 좋은 노동에 대한 생각을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좋은 노동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자기결정권이다. 디지털 매체는 노동자에게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자기 결정권을 확보 해준다.  요즘 논의가 활발한 기본소득이 있는데, 기본소득이 있어도 노동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노동은 개인이 사회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이나 자아실현 감과도 연관이 있고, 이를 충족시켜 주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다.  관계가 중요하다. 내가 어떤 상사 밑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지와 같이 좋은 노동 환경에는 사람들 간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질문2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동료와 혹은 노동자들 간에 경쟁이 아닌 공감과 소통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공론장처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 경험을 해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자본주의가 생겼을 때 노동자들의 연대인 주식회사 제도가 있었다. 여러 명의 사람이 모여 위험 감수를 하고 이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현대적인 주식회사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실천도 좋지만, 국가에서 노동자나 사회적 연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각 조의 토론이 끝난 후에는 간단하게 조별로 나왔던 답변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좋은 노동이란 무엇냐는 질문에 대해 다른 조에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인간다움을 지켜주고, 노동자는 자신만의 자기다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안전한 시민들의 공론장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이번 들썩들썩 떠들썩에 참여하면서, 조 안에서 토론했던 경험이 사뭇 즐거웠습니다. 조 안에는 제 또래도 있었고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제가 알지 못했던 분들과 만나 앞으로의 디지털 사회에 대해서, 좋은 노동에 대해 공유한 시간이 제가 느꼈던 불안함에 대한 위로가 되기도 했고, 배우는 지점도 있었고, 이러한 형태의 만남에서 공동체감에 대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발제를 들으면서 4차 산업혁명의 노동이라는 주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주제에 대해 미리 많이 고민해 본 상태에서 사람들과 더 적극적이고 밀도 있게 참여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본 공론장의 이름이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간의 대화’였던 만큼 빠띠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당일뿐만이 아니라, 밥상머리 앞에서도, 기업에서 대표와 직원들도, 친구들과 카페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청을 받고 다과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0일의 대화> 신청하기 ?https://demosx.org/g/home/meet/16/212 ✏️ 글 : 오다움 / 들썩들썩떠들썩 참여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에 관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실천했던 노회찬 5주기를 맞이해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불평등 심화 등 복합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마주한 ‘질문’들을 나누며,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진보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노회찬재단 공식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됩니다?심포지엄 안내 보러가기 http://hcroh.org/notice/462/ 1. 들어가는 말 1919년에 베르사이유 조약의 일환으로 채택된 국제노동기구(ILO) 헌장은 전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항구적인 평화는 사회정의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당연하게도 사회정의가 세계평화에 기여하려면 모든 나라들이 동참해야 한다. 헌장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어느 한 나라라도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자국에서 노동자들의 지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에 장애물이 된다.” 요컨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는 “사회정의”와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2.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체제”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가. 진정으로 인간적인 체제 첫 번째 독법은 노동에 관하여 “진정으로 인간적인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의 이행을 둘러싼 조건들을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고용보장, 적정임금, 노동삼권 보장, 사회보장 등이 해당될 것이다. 나.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 두 번째 독법은 “노동 자체가 진정으로 인간적인 것”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체제로 이해하는 것이다. 인간의 노동은 사유와 행위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형이상학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표상과 현실. 이 두 가지는 인간의 노동을 진정으로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자연을 지배한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의 경험을 통해서 자연에 복종한다. 생물학적ㆍ물리적 현실을 부정하는 노동은 인간적인 노동이라고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유를 금지ㆍ부정하는 노동도 인간적인 노동이라고 할 수 없다. 3. 정의로운 노동분업 정의로운 노동분업은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는 노동을 할당하는 원리의 정의로움에 관한 것이다. 둘째는 그렇게 할당된 노동을 이행하는 방식의 정의로움에 관한 것이다. 가. 할당원리의 정의로움 공동선의 실현에 필요한 여러가지 일이 있다고 할 때 그 일을 누구에게 할당한 것인가? 식당을 예로 들면, 누가 메뉴와 가격을 정하고, 누가 요리를 하고, 누가 홀서빙을 하고, 누가 계산을 하고, 누가 설겆이와 청소를 할 것인가를 정하는 문제이다. 나. 이행방식의 정의로움 이행방식의 정의로움은 어떤 식으로든 정해진 할당원리를 적용한 결과로, 요리를 하거나 홀서빙을 하거나 청소를 맡은 노동자가 각자의 일을 수행함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그것이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관한 것이다. 국제노동기구의 목적에 관한 필라델피아 선언(1944)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동자가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최대한 발휘하고 공동선에 최대한 기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을 보장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선언의 구절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노동을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노동자가 자신의 기술과 지식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의 이행조건(how to work)에 관한 것이다. 둘째, 노동을 통해서 공동선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의 내용과 목적(what and why to work), 즉 노동의 의미에 관한 것이다. 4. 전환의 시대, 노동의 의미를 묻다 가. 디지털 혁명과 노동의 의미 디지털 혁명과 함께 오늘날 일의 세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대한 변화들, 특히 기후생태위기에 노동법이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다양한 부분들이 검토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무엇보다 노동을 임금노동 즉 고용으로 환원하는 고질적인 제도적 습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노동과 고용은 같은 말이 아니다. 노동은 인간의 신체적ㆍ정신적 에너지의 발현 그 자체이며, 고용은 특정한 시대 특정한 문화적 조건 속에서 노동이 제도화된 형식을 가리킨다. 오늘날의 자동화 사회에서는 고용에 기반한 포드주의적 혹은 케인즈주의적 모델의 부활은 불가능하다.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고용의 종말은 노동의 재발명을 요청하며, 노동법은 고용을 넘어 전개되는 노동의 지평을 품어야 한다. 나. 기후생태위기와 노동의 의미 나의 노동이 자연을 파괴할 때 나는 그 노동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업의 조직과 경영이 생태ㆍ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노동조합이나 노사협의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ㆍ교섭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업의 생태적 책임을 제고하고, 노동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노동이 자기 자신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하여 갖는 의미에 대하여 성찰하고,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분업은 모든 인간사회에 고유한 특징이다. 탈탄소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하게 될 것인가? 사회적 분업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위해서 노동의 의미는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가? 이것이야말로 사활이 달린 질문일 것이다. 다. 사용가치로서의 노동 이른바 “자생적 시장질서”(하이에크)를 신봉하는 지금의 체제에서는 시장이 각 상품의 교환가치를 정확하게 가격에 반영한다고 간주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노동이라는 상품에 대해서도 노동시장에서의 교환가치, 즉 임금이 노동의 가치를 그대로 대변한다고 간주되지만, 그래서 고임금을 받는 의사가 저임금을 받는 청소 노동자보다 훨씬 가치 있는 노동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지만, 사실 이 임금에는 노동의 사용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사용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청소 노동자의 노동이 성형외과 의사의 노동보다 가치가 더 낮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적정임금”의 판단기준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라. 직업적 인격과 사회적 인출권 프랑스의 노동법학자 알랭 쉬피오(Alain Supiot)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공동연구한 결과를 정리하여 1999년에 출판한 보고서, <고용을 넘어 – 유럽에서 노동의 변화와 노동법의 미래>에서 “직업적 인격” 및 “사회적 인출권” 개념을 제안했다. 직업적 인격과 사회적 인출권 개념은 고용 또는 일자리의 변동이나 재배치, 나아가 좀 더 일반적으로 노동의 전환이 요구되는 모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사회적 위험에 보험의 방식으로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각자의 지향과 의지와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자유와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개념이다. 5. 결론에 갈음하여 상품으로 취급되는 노동이나 양으로 환원되는 추상적 노동이 아니라 구체성을 회복한 살아 있는 노동, 타인에 대한 의무로서의 노동 그리하여 사회적 연대의 토대를 구성하는 노동에 대한 비전, 그리고 구체적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일터와 분업의 재조직, 도시의 재디자인, 주체의 재구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재구축. 이런 전망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AI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이기고, 전화가 아닌 앱으로 배달 주문을 하고,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에게 음식 메뉴를 말하는 시대. 기술의 발전은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우리의 일자리는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지금 내 직업은 미래에도 안전할까요? 나도 모르는 사이 한 순간 사라지게 되진 않을지 걱정해보신 적은 없나요? 깊든 가볍든, 한 번씩은 생각해보셨을 겁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도 싶으셨을 거예요. 여러분을 위해 빠띠가 ‘대화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인데요. 미래 노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화 자리를 만들고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료로 여러분의 대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운영 가이드로 모임을 쉽게 열 수 있게 해드릴게요. 회의비로 든든한 대화 자리를 만들어드릴게요. 여러분은 평소의 생각과 고민만 들고 오시면 됩니다. (10일의 대화 자세한 내용 보기 / 링크) 이 글에서는 여러분의 이야기를 도와줄 콘텐츠 자료의 주요 대목을 소개합니다. 전문가, 기업인, 시민, 그리고 빠띠까지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각 글의 ‘자세히 보기’ 링크를 따라가시면, 좀 더 깊은 내용을 살펴보실 수 있어요.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독일의 노동 시간에 대한 합의 과정을 보면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일방 통행이다. 산업의 파트너인 노동은 없고, 여전히 자본과 정치권의 일방 통행이다. 주 52시간 노동 정책에서 순식간에 주 69시간, 2주 최대 80.5시간 노동 정책이 강요된다. 그러면서 ‘디지털에 가장 앞선 나라’, ‘디지털 전환’이 논의된다. 선출된 권력이 무엇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았고, 무엇을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나 문화는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정책의 결정 과장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할 때 가능하다. 특히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문제를 인지하고,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보기)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주)더와이랩 대표이사 김홍태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만들어낸 커다란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역사에서 배우게 됩니다.디지털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 일자리와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생산성과 필요 기술의 변화는 더 큰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자리 정보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00~2010년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취업사이트(취업 포털)를 통해 일자리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기업이 채용공고를 올려야만 나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되면서 소셜네트워크와 비즈니스네트워크 기반 링크드인, 리멤버 등을 통한 경력 채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나의 프로필과 경력을 공개하면 기업이 나를 찾아오는 프로세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도 AI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활용 기술 및 대응 역량에 따라 일자리 정보의 접근 기회가 달라진 것입니다.변화가 클 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나 스스로 '좋은 노동'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 / 캠페이너 박초롱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조교수 역시 저서를 통해 긱이코노미* 생태계의 최첨단 플랫폼은 노동자를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산업사회에는 노동자가 장시간을 일하더라도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안전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긱이코노미도 종사자는 중계인만 있고 고용자가 없습니다. 소속된 직장도, 정식 계약도, 병가 휴가와 육아휴직도 없으며 노후를 위한 연금, 퇴직금도 없습니다. 플랫폼은 수수료만 가져갈 뿐 그 외의 책임을 일체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비스 처리 건수 기준으로 돈을 지급합니다. 심지어 요구에 늦게 응답하면 일을 주지 않거나 고객의 나쁜 평가를 검수하지 않고 노동 정지 처분을 일방적으로 내립니다.”알렉산드리아 J.레브넬은 책에서 “공유경제라는 말이 처음으로 대중의 어휘속으로 들어왔을 때, 돈을 적게 쓰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 가족,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홀로 볼링' 현상의 성장세도 꺾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일으킨 파괴는 전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취약성만 키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임시 노동을 전전하면서 말이 독립적인 사장님이지 실상은 플랫폼의 독단적인 피벗과 이용 정지 처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자세히 보기) *긱 이코노미 : 기업들이 정규직 보다 필요에 따라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사람을 고용하는 경향이 커지는 경제상황을 일컫는 용어(두산백과)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람시) 한국사회에 지구적인 디지털 기술 혁신과 관련한 대응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표로 기업과 산업,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기업간의 경쟁이나 국가간의 경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보다는 자본의 이윤이나 국가의 통제 논리에 따라 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그 성과를 특정 주체가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기술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특정 주체가 독점적인 이윤과 통제를 추구한다는 점이 위험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새로운 산업 체제의 구축은 국가와 자본이 아닌 시민·노동자·사회적 소수자 등, 시민사회 차원의 다양한 주체의 대응이 없다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고착화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략)우리는 독일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 된 ‘노동 4.0’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 기업, 학계, 노동계,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연구,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책 방안을 도출하는 대응 전략을, 한국사회의 버전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따른 한국사회에서의 변화 양상에 대한 탐구, 그에 따르는 민주주의와 노동 차원에서의 문제점의 인식,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의 변형 및 제도화 대안 마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현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한 국가 차원의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공론장과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자세히 보기) 딱 10분만 시간 내셔서, 빠띠 오리지널 콘텐츠(미니 다큐멘터리)도 살펴보세요! 디지털 시대 속 노동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속에서 어떤 위기와 기회를 맞닥뜨렸는지, 정부와 기업,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시사점을 살펴보실 수 있어요. 10일의 대화는 2023년 6월 24일 시작합니다.총 열흘 간 진행되는 대화에서, 여러분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마음껏 들려주세요.디지털 시대에 더 좋은 노동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나오길 바랍니다. 10일의 대화, 빠띠도 합니다! ? 개요- 일시 : 2023년 6월 24일(토요일) 14:00~16:30- 장소 :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지하 1층 (서울 성동구 뚝섬로1나길 5)- 대상 :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선착순 50명) ? 이렇게 진행됩니다.- 1부 : 발제 | 14:00 ~ 15:00   • "좋은 노동을 위해 어떤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가?" |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주)더와이랩 대표이사 김홍태  •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 | 캠페이너 박초롱  •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 - 2부 : 토론 | 15:00 ~ 16:30  • 소그룹 토론  • 전체 나눔과 회고 신청하기 (클릭) * 문의 : dx@parti.coop* 주최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후원 : Open Society Foundations
끼인자의 권고사직 - 갑.을.병.정 그리고 나
빠띠 민주주의 활동가 학교 참여자 청론장 팀 소니아입니다.  웅성웅성 민주주의 공론장을 구성하게 되었고, 그 후기를 공유해 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웅성웅성 민주주의 공론장 2팀 청론장의 소니아입니다.  저희 팀은 청년의 일자리를 위해 의견을 모으다 “중간지원조직”에서의 일 경험이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현재 나의 직장이 중간지원조직이 아니어도, 내 주변에 한 명쯤은 일하고 있는 중간지원 조직에서의 일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중간지원조직의 민간위탁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 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론장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조는 "노동권"이라는 무거운 개념을 어떻게 하면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없지만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한 모두의 이야기를 모아보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청론장 팀의 발제 주제  저희 팀은 중간지원조직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노동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결론은 낼 수 없을 것 같아. “한풀이”를 목적으로 공론장을 구성했습니다. 분위기는 가벼웠지만 공론장에 참여한 우리들은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발제는 제가 직접 진행을 했습니다. 이전에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했던 경험과 그때 배운 “중간지원조직”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왜 나는 이 조직에서 오래 일할 수 없는지, 그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었지만 중간지원조직에서 일한 경험으로 무엇을 얻었는지, 어떤 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춰 발제를 진행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발제를 준비하며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제가 중간지원조직에 머물며 생각보다 많은 성장을 했다는 것과 이 경험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어요.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조직이 저에게 이런 발제를 할 수 있는 경험으로 연결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끼인자의 권고사직-갑.을.병.정 그리고 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진행된 발제는 중간지원조직의 개념부터 중간지원조직들의 씁쓸한 현 상황들까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고, 이전에 일한 경험들이 왜 소중했는지 깨우치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대시민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역에 활기를 채워주고,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를 했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별 소그룹 토론 처음 발제를 시작하기 전에 소그룹 토론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중간지원조직을 알고 계시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발제를 열었는데요, 소그룹 토론을 진행하며 저희 그룹의 대부분은 중간지원조직에 일하고 계시거나, 사업에 참여해 어느 정도 중간지원 조직을 알고 계신 분들이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중간지원 조직에 머물며 중간지원조직의 한계에 대해서 알고 계신 분들이 있어 더욱 공감되었습니다. 또한 위탁을 받는 기관들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연대가 어렵고, 그 이유로 점점 위탁 기관의 운영 수명이 짧아져 아쉽다는 이야기와 제도상의 문제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는데, 그것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일이 매우 많이 발생하는데 정말 중간지원조직의 사람들은 무력하게 사라져야만 하는지 아쉬움도 컸지만, 같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위로도 받게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활동가 학교와 함께한 소감 개인적으로 공론장에 직접 참여해 발제를 해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발제는 저에게 굉장히 멀다고만 생각했거든요, 사실 저는 제가 발제를 직접 하게 될 줄 도 몰랐답니다.  제 안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을 꺼내 이것을 공론화하고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공론장이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민주주의활동가 학교에서의 경험으로 처음으로 공론장이 쉽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다양한 툴을 사용할 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이용을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 안에서 또는 생활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주제들을 가지고 쉽게 공론장을 만들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또한 한 팀 한 팀 밀착하여 공론장을 구성할 수 있게 도와주신 빠띠 멤버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짧지만 저에게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초대]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AI가 바둑을 두고 책을 쓸 때, 우리는 생각했습니다."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 나의 일자리도 없어질까?"기술의 발전은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우리에게는 대화가 필요합니다.디지털 기술 변화 앞에서 우리의 '노동'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미래 노동에 대해 시민과 함께 답을 만드는 '대화의 장'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신청하기 '10일의 대화 - 빠띠 편' 신청하기 ? (클릭) 대화 모임 신청하기 ? (클릭)※ 대화 모임 신청 시,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1️⃣ 설명회란? ‘10일의 대화가 뭔가요?’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일단 들어오세요. ??‍♀️‘10일의 대화'가 무엇인지, ‘대화 모임’은 어떻게 운영하는지, 총정리해드립니다.(*온라인 중계, 대화모임 및 공론장 신청자에 한해 시청 링크 제공) 2️⃣ 10일의 대화란? ‘주변 사람들과 사회 문제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10일의 대화' 모임에 신청하세요.누구나 콘텐츠(영상, 글, 발제자료)를 통해 사회 문제를 이해하고, 빠띠 운영가이드를 통해 대화모임을 열 수 있습니다. 방법 하단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고 양식 작성 및 제출 6/23(목) <10일의 대화> 콘텐츠 확인 (*신청자에 한해 안내 메일 발송 예정) 6/24(토)~7/3(월) 중, 대화 모임 집행 나눈 대화 기록을 빠띠 채널(캠페인즈)에 공유 지원 및 혜택 공론장 운영 방법 안내 (설명회 영상) 함께 나눌 질문(의제)가 담긴 콘텐츠 ‘디지털 노동' 오리지널 영상 (약 10분) 전문가 글, 발제 자료 공론장 개최 소식 빠띠 채널 홍보 대화 모임 운영 가이드 및 키트 제공 온라인 운영 지원온라인 사회, 퍼실리테이팅, 줌 유료 버전 지원 ※ 추후 협의하여 가능여부 확인 운영비 지원최대 10만원 (1인 5천원, 그룹 당 3인~ 20인) ※ ‘10일의 대화 주간’(6/24 ~ 7/3)에 진행시 지원 가능 ※ 결과 및 명단 공유 완료 후 지급 ? 10일의 대화 - 빠띠 편 : ‘10일의 대화, 빠띠도 합니다.’ ‘디지털 노동’에 대해 전문가 발제를 듣고 문제와 대안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다면?'10일의 대화' 모임을 진행하기 전, 어떻게 얘기를 나누고 운영해야 할 지, 참고하고 경험하고 싶다면?'10일의 대화 : 빠띠 편'에 신청해 보세요. ? 상세내용보고 신청하기 3️⃣ 결과 나눔이란? ‘다른 공론장은 어떻게 진행 되었나요?’다른 지역, 다른 사람들 하지만 같은 주제 ‘디지털 노동'으로 어떤 대화모임이 진행되었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었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10일의 대화'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정 및 장소 추후 공지 ? 신청하기 '10일의 대화 - 빠띠 편' 신청하기 ? (클릭) 대화 모임 신청하기 ? (클릭)※ 대화 모임 신청 시,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 문의 : dx@parti.coop | 주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후원: Open Society Foundation
디지털 시대의 노동,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디지털 시대의 노동,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1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숙련공이 필요한 수공업과 다르게 방직 기계가 보급되자 비숙련자만으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숙련자인 미성년자 고용, 도시로 몰려든 잉여 노동력이 넘쳐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부의 재분배 문제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직공 1인당 생산량은 50배가 증가하고, 1830~1900년 사이 방적공 고용은 4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Economist, 2016) 우려와 달리 새로운 기술 진보와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전체 일자리는 증가하였습니다. 생산성의 향상으로 낮아진 생산 비용만큼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언론고시 vs 크리에이터  유튜브 이전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업(PD, 기자. 아나운서, 배우, 개그맨 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2014년도 MBC의 예능PD 경쟁률만 무려 712:1이었습니다. 아나운서의 경우 1000:1에서 2000:1 사이의 극심한 경쟁을 뚫어야만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론고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터는 2022년 기준 1,750만 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리고 유튜브의 경우 9만 7,934개의 채널이 수익 창출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특정한 자격 조건이 없어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크리에이터가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은 일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면서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기술이 노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유망한 직업은 있는데, 왜 유망한 ‘노동’은 없는 걸까요? 1960~1970년대 육체 노동을 통해 직접 생산에 기여하는 제조업, 건설업, 광업 등에 종사하는 직업군이 주류였습니다. 1980~2000년대 사무직, 금융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의 일자리 인기가 높아집니다. 이때 취업이 잘되는 전공은 경영학 등 인문 사회계열이었고,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준비한 스펙은 학점과 토익 등의 어학점수였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2010년대 공학/이학 계열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엔지니어 등의 취업이 잘 되면서 ‘이과 전성시대’가 열립니다. 그리고 2020년대 현재 가장 선호되는 전공이자, 스펙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코딩’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높은 연봉을 주는 소위 ‘네카라쿠배’라 불리는 IT기업의 인기가 대기업을 넘어서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개발자를 포함 각종 기관에서 유망직업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2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유튜버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장래 희망 직업 4위를 차지했습니다. 희망하는 직업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망직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일자리 수요 증가 또는 취업자 수의 증가, 고소득, 안정성 등이 기준입니다. 즉, 일자리 수와 일이 주는 외재적 보상이 기준입니다. 직업은 일을 통해 보수의 대가를 받아 경제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니까 외재적 보상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유망한 ‘노동’도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1834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증기)자동차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사고가 많으니 증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겨납니다. 특히 증기자동차를 반대한 곳은 경쟁자인 마차 업계였습니다. 증기자동차의 속도는 마차보다 빠르고 탑승 인원도 많고 요금도 저렴했습니다. 일자리를 걱정한 마차 업주와 마부 조합은 영국 의회에 청원을 넣어 1865년 ‘적기조례’를 제정하여 공표하였습니다. 증기자동차는 시속 30~40km를 달릴 수 있음에도 시내에서는 시속 3.2km로 제한을 받게 됩니다. 또 증기자동차를 운행할 때는 운전사, 기관원 그리고 적기(붉은 깃발)를 든 신호수 3명이 반드시 운행해야 했습니다. 신호수는 차량의 앞에서 적기를 들고 다니며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마차와 사람보다 느리고, 인건비가 더 드는 증기자동차 업계는 적기조례가 유지되는 30년간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증기자동차 기술자와 사업가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빠져나가 다른 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영국 시민들도 피해를 봅니다.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으니까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만들어낸 커다란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역사에서 배우게 됩니다.   디지털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 일자리와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생산성과 필요 기술의 변화는 더 큰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자리 정보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00~2010년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취업사이트(취업 포털)를 통해 일자리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기업이 채용공고를 올려야만 나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되면서 소셜네트워크와 비즈니스네트워크 기반 링크드인, 리멤버 등을 통한 경력 채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나의 프로필과 경력을 공개하면 기업이 나를 찾아오는 프로세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도 AI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활용 기술 및 대응 역량에 따라 일자리 정보의 접근 기회가 달라진 것입니다. 변화가 클 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나 스스로 '좋은 노동'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디지털 시대, 노동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디지털로 인해 각종 편리함과 유용함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 소비자이자 노동자입니다. 디지털의 변화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위기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왜 파업은 불법이 아닐까?
왜 파업은 불법이 아닐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화물연대 파업, 노란봉투법 대립. 이 세 가지 이슈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최근 한국 사회의 극단적인 노사갈등이 드러난 이슈라는 점, 다른 하나는 노동자 측 쟁의행위의 불법성 여부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는 점입니다. 쟁의행위의 불법 여부는 위의 세 가지 이슈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노사갈등을 구성하는 거대한 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노동자 측은 대부분의 파업이 불법이 되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사용자 측은 불법 파업을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쟁의행위’와 ‘불법’의 관계에 관해 대화해나가는 것이 이미 엉킬 대로 엉켜버린 노사갈등 문제를 풀 열쇠일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쟁의행위가 왜 ‘합법’인 걸까요? 쟁의행위가 합법이라는 것은 당연한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쟁의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처럼 보입니다. 업무를 방해함으로써 상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합법이 아닌 것이 곧 불법이므로, 특정 쟁의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쟁의행위가 합법인 이유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쟁의행위가 어떤 원리에 따라 합법적인 행위로 인정받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쟁의행위의 기반이 되는 법리적 배경을 이해한다면 개별 쟁의행위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물론, 쟁의행위에 대한 현재의 법리적 해석이 옳은지에 대한 시민 차원의 사회적 대화 역시 가능해질 것입니다. *쟁의행위란? 노동자 또는 사용자가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노동자 측의 파업·태업·준법 투쟁 등과 사용자 측의 직장폐쇄·대체고용 등이 쟁의행위에 해당합니다. 본 글에서 사용하는 쟁의행위라는 단어는 노동자 측의 쟁의행위를 의미합니다. 범죄 성립의 요건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무엇이 범죄인지’입니다. 물론 무엇이 범죄인지는 상식으로서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법은 범죄를 훨씬 구체적으로 규정하는데요. 다음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범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첫 번째는 구성요건해당성입니다. 구성요건은 법에 적혀 있는 범죄의 유형을 말합니다. 예컨대 살인죄 조항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는”이 살인죄의 구성요건입니다. 누군가의 행위가 바로 이 구성요건에 해당할 때 그 행위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행위가 부도덕하더라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처벌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위법성입니다. 이는 전체 법질서의 입장에서 봤을 때 행위가 불법이라고 볼 수 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더라도, 법질서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더라도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유들을 위법성 조각 사유라고 하며,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정당행위 등이 이에 속합니다.   세 번째는 유책성입니다. 이는 행위자에게 법적 비난을 물을 수 있는지, 즉 불법을 행위자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지를 묻는 요건입니다. 구성요건해당성과 위법성을 충족하더라도 강요받은 행위라거나 행위자의 나이가 어린 경우 등 행위자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결국 쟁의행위도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 행위로 보지 않는 것인데요. 과연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일까요?    쟁의행위는 정당행위   쟁의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유는 이것이 위법성 조각 사유 중 하나인 정당행위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정당행위는 형법 제20조에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법에 쓰여 있어서 했거나, 업무 때문에 했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정당행위는 전체 법질서의 이념, 또는 그 배후에 있는 사회윤리에 근거하여 정당화됩니다.    정당행위 중에서도 노동자의 쟁의행위는 법령에 의한 행위에 속합니다. 법령에 의한 행위는 법이 규정한 권리 또는 의무를 행사하거나 법을 집행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전체 법체계는 당연히 통일성이 있어야 합니다. 형법이 아닌 다른 법에서 적법하다고 인정한 행위를 형법상 위법하다고 평가한다면 법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겠죠. 쟁의행위 역시 다른 법을 통해 적법하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형법상 허용됩니다. 이 같은 법령에 의한 행위로는 노동자의 쟁의행위 이외에 공무원의 직무집행 행위, 상관의 명령에 대한 복종행위, 일반인의 현행범체포 행위 등이 있습니다.   쟁의행위는 헌법에 의한 기본권인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라 정당화됩니다. 노조법 제4조는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여 쟁의행위가 정당행위에 속함을 명시하였습니다.    현재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1) 범죄가 성립하려면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유책성을 충족해야 한다. (2) 정당행위는 위법성이 없으므로 범죄가 아니다. (3) 쟁의행위는 정당행위다. (4) 쟁의행위는 범죄가 아니다!   정당한 쟁의행위의 요건들   쟁의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적법하다고 인정되지만, 현실에서 전개되는 모든 쟁의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노조법 제4조를 자세히 보면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만 정당행위로 인정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제1조는 노동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입니다. 결국 쟁의행위는 헌법상 노동삼권의 보장 취지와 쟁의행위의 목적 및 수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정당하다고 판단되어야만 적법한 것입니다.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한 요건들은 이미 다수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제시되어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 요건이 있는데요. 첫째, 쟁의행위의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이어야만 합니다. 이는 일반 조합원이 아닌 노동조합 집행부가 쟁의행위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둘째, 쟁의행위의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교섭을 조정하는 데에 있어야 합니다. 근로조건과 상관이 없는 정치적∙이데올로기적 목적의 쟁의행위 등 애당초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을 달성하려는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시하는 구조조정, 사업조직 통폐합, 합병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사용자의 경영 관련 사안으로 보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도 정당행위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셋째,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쟁의행위를 하기 이전에 우선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시도해야 하고, 쟁의행위를 개시하기 전 조합원 찬반투표,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함을 의미합니다.   넷째, 쟁의행위의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폭력적이어서도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직장 또는 사업장 시설의 일부를 점거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지만,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출입을 막거나 사용자의 관리지배를 방해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한편 노동조합 차원의 쟁의행위와 조합원 개인 차원의 행위는 구별해야 합니다. 쟁의행위에 참가한 일부 소수의 노동자가 위법행위를 하였다고 해서 전체 쟁의행위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쟁의행위가 불법이 아닌 이유를 법리적으로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정답이 아닙니다. 법이란 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시민들이 끊임없이 토론하며 함께 최선을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쟁의행위의 법적 성격, 취지와 이념, 정당성 판단 기준 등은 오늘날의 노사갈등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더더욱 시민들이 활발히 이야기해야만 하는 주제입니다. 의문, 비판, 제안, 단상 무엇이든 좋습니다. 댓글을 통해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취지는 좋지만, 현장에서는 소용없어요" 장애인 노동 정책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노동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5월이 다 가기 전에, 장애인 노동 정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인터뷰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세 명의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모두와 익명을 약속했기 때문에 임의로 A, B, C라고 지칭하여 글에 적습니다. A님은 장애인 노동자로 중간관리자를 맡고 있고, B님은 평사원으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C님은 근로지원인입니다.) 몇 년 전 일했던 직장이 장애인표준사업장이었는데, 근무하는 동안 장애인식 개선을 포함한 법정의무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업주가 무심코 내뱉는 차별적인 말을 들으면서 ‘천사 기업’이라고 적힌 장애인표준사업 인증 현판이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었죠. 사장님은 왜 장애인 인권에 관심 한 조각도 없으면서 굳이 장애인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이유는 간단하더군요. 관련 지원 제도를 이용하면 경제적 부담이 줄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장애인표준사업장을 검색하면, 비용 지원 예산이 증가하며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몰린다는 기사가 줄줄이 보입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 세우면 지원금…내년 예산 23.2% 증대 A “장애인사업장은 안 망해요.”  “사업을 하려는데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하겠다, 하면 자기 자본이 30%만 있으면 돼요. 나머지 건물 짓는 거, 설비 넣는 거 다 장애인 공단에서 해줬어요. 지금 제가 일하는 곳에도 설비에 잘 보면 장애인 공단에서 사줬다는 딱지가 붙어 있어요. 모르면 그냥 넘어가지만, 알면 다 보이죠.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거예요.”   장애인의무고용제는 기업들이 고용 의무를 불이행하는 대신 벌금을 내고 넘어가는 일이 많아 실효가 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반면 장애인 고용 기업에 지원을 해주는 장애인표준사업장 제도는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그래프를 보면 매년 인증업체가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 성과만 봐서는 안 됩니다. 인터뷰이 A님은 ‘몸이 아파서 쉬는 동안에도 전화해서 안부는커녕 언제 출근하냐고’ 묻는 등 고용주가 직원들을 기계 부품 취급을 한다며 하소연했습니다. 사업주가 장애 인권 감수성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다면, 현장에서는 정책의 존재 의미를 거스르는 여러 어려움이 발생할 것입니다. 제가 전 직장에서 느꼈던 것처럼 말이죠.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많아지는 것은 성과로 보이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고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B “이제는 익숙해져가지고 일은 힘들어도 할 만해요. 나름대로 힘들면서도 좀 재미있고.”    “적응하는 게 문제인데, 많이들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여기가 공장이라서 여름에는 이제 기계가 다 돌아가잖아요. 그럼 막 시끄럽고 덥고, 일단 더우니까 사람들이 좀 힘들고 그러니까는 많이 좀 나가고 그러더라고요. 적응을 못 해서 나가는 사람들도 좀 있고 성격상 또 사람들하고 있던 일을 속에 꽝 담아두고 있다가 그걸 못 이겨서 나가는 사람도 있고 별사람 다 있어요.” C “어떤 분한테는 좀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그분 성격일 수도 있지만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반응이 없더라고요.. 근데 그래도 계속 인사를 했어요. 그러니까 어느 날 마음의 문을 열어주더라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다른 근로지원인분들도 처음엔 어렵겠지만 그냥 조금만 참고 다가오도록 기다려 주면 될 거 같아요. 상처받지 않고 그냥 기다려 주면 그쪽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오니까요.” 사람마다 성향과 상황이 다르다 보니 어렵게 느끼는 부분도 제각각일 것 같습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는 어떨까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중증장애인 근로자가 담당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나 장애로 인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위해 ‘근로지원인 서비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근로지원인들은 매칭된 중증장애인이 업무를 위해 이동하거나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등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근로지원인의 수가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원활한 업무 수행을 지원하고, 근로지원인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여 1+1 고용 창출이 가능한 근로지원인 제도, 조사할수록 아쉬운 평이 많이 보였습니다. 근로지원인 제도 있는데…장애인들 “어렵게 취직해 놓고 퇴직 고민”   C님은 평생 전업주부로 생활하다가 지인을 통해 근로지원인 제도를 알게 되었습니다. 3일 동안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각종 교육을 받고, 담당 장애인을 배정받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공단에서 받은 교육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주셨습니다. C “도움이 많이 됐죠. 네, 그 교육이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저 같은 경우는 장애인을 만나서 인간적으로 겪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좀 막연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성격 유형이라든가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해야 한다든가 그런 거를 가르쳐주셔서 그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한편 이수 교육 시간이 늘어나면서 근로지원 인력이 줄고 고령화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전에는 10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면 근로지원인을 할 수 있었지만, 교육이 강화되면서 더 많은 시간 교육을 듣고 교육비도 직접 결제해야만 근로지원인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라서, 근로지원인력을 수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가는 장애인 근로지원인 제도 C “아쉬운 점은.. 저희가 본래 계약을 하루 8시간 근무로 해요. 근데 이제 회사 측에서 일을 일찍 끝내줄 때가 있어요. 그러면 계약할 때 이야기했던 것보다 근무 시간이 적어져요. 그러다 보면 급여가 줄어들잖아요.  그거를 이제 보장 못 받는 게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최저 시급으로 알고 있어요. 거의 최저 시급이에요.” 기업에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 시 자금 융자까지 지원해 주는 데 반해 중증장애인의 업무 수행을 돕는 근로지원인들의 임금은 다소 낮게 책정된 듯 합니다. 근로지원인은 장애인고용공단에 소속된 노동자로, 임금도 장애인고용공단에서 받습니다. 고용공단이 노동의 가치를 보상해 주어야 하죠.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몰리는 것처럼 근로지원인 제도에도 사람들을 불러 모을 장점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인터뷰이들이 들려준 사례 중에는 곤란한 상황도 더러 있었습니다. 근로지원인은 중증장애인의 업무를 돕는 게 일이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이 출근하지 않으면 사업체에서 단독으로 근무는 불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가뜩이나 아쉬운 최저임금을 받는 입장에서는 급여가 더 줄어드는 일이 반갑지 않습니다. C “한 달을 만근하면 연차 하루가 생겨요. 그건 제가 필요할 때 쓸 수 있어요. 매칭된 장애인과 상관없이요. 하지만 이제 장애인이 아프거나 결근 한다거나 그럴 때는 제가 못 나가는 거죠. 나가게 되면 부정 수급이죠.” “이미 출근했는데 장애인이 못 나온다고 하면요? 그러면 이제 도로 들어와야 하죠.” A “근로지원인 제도는 제가 볼 때는요, 장단점을 비교했을 때 5:5라고 봅니다. 중간관리자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입장에서 말씀드릴게요. 장애인 근로자 한 명이 병가라든지 개인적인 볼일로 하루 쉬게 될 경우가 있지 않습니까? 근로지원인은 담당 장애인이 쉬면 같이 쉬어야 해요.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는 한 사람만 비는 게 아니고 두 사람이 없어지다 보니까 손이 부족해요. 근로지원인 제도 자체는 중증장애인을 서포트한다는 그런 취지인데, 현장에서는 실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담당 장애인을 서포트하는 게 아니고, 장애인도 일을 하고 있고 근로지원인도 일을 하고 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C “본래 근로지원인은 보조 업무잖아요. 근데 저희 경우는 이제 같이, 옆에서 이렇게 서로 도와주고, 같이 하죠.” A “취지대로 하면은 회사에 도움 되는 거 하나도 없어요. 근로지원인들 빠지면 지금 생산되는 양의 20분의 1밖에 안 나올 거예요. 근로지원인 없으면 일 안 돌아갑니다.” 원칙대로라면 근로지원인은 별도로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만, 현장에서는 그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단순 업무를 여러 사람이 협력하며 진행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있을 뿐 각자 일을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근로지원인이 주 업무를 맡고 중증장애인이 그 옆을 보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도가 거꾸로 가는 것을 넘어 산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는데요. 물론 모든 사업장이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정책이 현장에서 어그러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많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제도 개선에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장애인 노동 정책은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함께 나눠주세요.  (끝으로 노동을 통해 얻는 긍정적인 경험에 대해 인터뷰이들에게 물었습니다.) A “저는 장애인들이 좀 잘 됐으면 하는 거 그 바람뿐이에요. 저는 사람들 불러놓고 그래요. 나도 여러분들처럼 최저시급이다. 똑같다. 하지만 누군가는 좀 더 앞서서 일을 해야 하니까, 그 총대를 내가 메고 있을 뿐이다. 그 대신에 요렇게 요렇게 하자. 그러면 따라는 줘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안 따라주면은 여러분들 완전히 여기 난장판 됩니다! 그러니까 예, 예. 그러더라고. 대답은 잘해요." B “사람들하고 만나면서 대화도 많아졌고, 좀 성격이 밝아졌다고 할까요? 그전에 혼자 알바했을 때는 아무래도 좀 스트레스 많이 받았는데, 그래도 여기서는 과장님이나 옆에 언니들하고 얘기하게 하면서 그냥 흘러버리고 그래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오늘은 이랬구나~ 이러고서 내일부터 또 시작이구나~ 그렇게 하는 편이에요.” C “제가 전업주부 하다가 처음으로 경제활동에 뛰어든 건데, 하다 보니까 좀 삶이 좀 활력이 있어서 좋고요. 손주, 손녀들한테 용돈 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나도 뭔가를 나도 할 수 있구나.’ 조금이라도 이렇게 나를 쓸 수 있다는 거, 그런 게 감사하더라고요."
노동 4.0과 미래를 위한 민주주의
 한국 사회는 얼마나 건강하고, 튼튼한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을까? 건강한 사회에 대한 개념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사회 구성원의 의지가 많이 반영되어 운영되고, 그 결과로서 번영하는 사회라고 본다. 번영이라는 것은 경제적인 풍요와 풍요를 누리는 사회 구성원이 많은 상태이다. 경제적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혜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회는 튼튼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튼튼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경제 시스템 또는 생산을 구성하는 3요소를 토지, 자본, 노동이라고 한다. 농업사회에서는 토지의 중요성이 매우 컸으나, 산업사회로 오면서 토지는 자본의 일부가 되면서 자본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그리고 현대 사회로 오면서 ‘지식’이라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식은 과학기술이면서 이를 체화하고 있는 주체인 인재(지식노동자)이거나 숙련된 노동력은 의미한다. 미래는 지식 노동이 중요해지고, 이러한 3 또는 4요소가 조합되어 작동할 때 경제는 번영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럼 한국 사회는 이러한 경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을까? 한국의 근대화, 산업화 전략은 추격 경제이다. 미약한 자본을 키우고 자본의 역할을 강화하는 과정이었다. 국가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논리에서 농업과 농민을 희생시켜 저임금 노동자를 양산하고 관치 금융으로 자본 축적을 도왔다. 결국 우리는 몇 개의 글로벌 대기업이 이끄는 경제 발전을 달성하였고, 이는 한편으로 불균등 성장과 혜택, 즉 양극화라는 사회 문제를 가져왔다. 역사의 후발 주자로서 피하기 어려운 한계였다.  문제는 산업사회에서 디지털 사회 또는 4차산업혁명 사회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극복되지 못하고 악화될 수 있다는데 있다. 한때 우리 사회는 4차산업혁명이 화두, 키워드였다. 두려움의 키워드이면서 기회의 키워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4차산업혁명 화두는 또 한 번 심각한 불균형을 드러냈다. 4차산업혁명은 독일의 산업(Industry) 4.0에 기원을 두고 있다. 주로 자본의 입장에서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경제 시스템을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다루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생산을 지능화(스마트 팩토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능화라는 것은 자동화, 즉 노동력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는 실업에 대한 위기 의식이 커졌다. 그러나 실업에 대한 개인적 위기 의식은 커졌지만, 사회적으로 노동, 일자리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일어나지 못했다. 4차산업혁명(산업 4.0)에 대한 책이 백여권이 넘게 출판되는 동안 ‘노동 4.0’에 대한 책은 필자의 책 1권뿐이었다. 심각한 자본과 노동의 불균형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숙련된 노동력 감소의 문제와 독일의 제조 경쟁력을 위협하는 미국 주도의 디지털화에 대응하여 독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산업 4.0’이다. 기업, 자본의 주도로 추진되는 생산의 자동화의 고도화라는 산업 4.0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노동의 개혁, 변화가 동시에 수반되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독일 정부는 산업 4.0 시대에 노동 정책을 새롭게 수립하는 과정을 시작했다. 그 방법은 사회적 논의였다.  독일 정부는 “노동 4.0 녹서”를 통해 산업 4.0을 통해 변화할 미래 노동에 대해 논의해야 할 사항들을 전 국민적 토론 주제로 상정했다. ‘노동 4.0 녹서’에는 산업 4.0의 차원에서 미래의 동향을 디지털화, 글로벌화, 노동 인구 구조의 변화, 문화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정의하고, 독일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과제들을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질문의 형태로 제시했다. (1) 모두를 위한 일자리 마련이 가능할 것인가? (2) 인생 주기에 따라 노동 형태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3) 노동과 임금 체계와 관련된 사회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4) 숙련 노동의 미래와 훈련 체계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5) ‘좋은 노동’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6) 고용 문화는 어떻게 조성돼야 할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2015년 4월부터 2016년 말까지 2년에 걸쳐 독일 내 사회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열띤 토론이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이 토론에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기업, 협회, 학계 전문가, 일반 시민이 참여했다. 시민들과의 대화를 이끌기 위해 '미래'라는 명칭의 영화 시리즈를 독일 전역의 18개 도시의 극장에서 상영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디지털화되어가는 사회적 변동 속에서 '좋은 노동'이라고 하는 이상은 어떻게 유지되고 강화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도전에 직면하여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미래 디지털 시대에 과연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노동이 가능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 어떠한 일들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사항과 합의점, 더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하여 노동 4.0 백서에 담았다.  노동 4.0 백서에서 주목하는 가장 큰 화두는 ‘노동의 유연화’다. 산업 4.0, 디지털 전환이 가져오는 가장 큰 변화도 ‘노동의 유연화’다. 노동 시간의 유연화, 노동 장소의 유연화는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특히 주목한 위기는 노동의 양극화다. 새로운 능력을 갖춘 노동자에게는 고소득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 자동화에 의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저숙련 노동자들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인 플랫폼 노동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을 전망하기도 했다. 독일보다 먼저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플랫폼 노동의 문제는 이미 독일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인지되고, 논의된 예견된 미래였다. 늘어난 생산성에 맞추어 노동 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고, 새로운 생산 방식(스마트 팩토리)에 맞춰 산업계와 노동계가 협력하여 새로운 기술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이 논의되었다. 노동 시간의 단축, 노동시간 계좌를 통한 생애 주기별 노동 시간의 조정 등에 대한 대책이 제안되고 정책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 외에 디지털 시대의 전문인력, 새로운 일자리를 위한 교육 등 산업 4.0의 성공을 위한 한 축으로서 노동의 역할을 새롭게 모색하고 있다.  나아가 디지털화 되어가는 사회구조 속에서 노동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기 위한 생산이익의 분배, 플랫폼형 대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 문제, 공공재와 서비스의 현대적 인프라 구축 등 거시 경제적인 차원에서 틀을 만들고, 그에 따라 노동정책을 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노동정책과 사회정책을 긴밀히 연결하는 노력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노동 4.0’의 최종 목표는 국민 100%의 근로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많은 노동 정책이 제안되고, 정치권에서 입법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독일의 상황이 한국과 같지 않기 때문에 독일 정책이 한국에도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배울 점은 노동 정책의 수립에 노동자만이 아니라 시민, 국민이 함께 합의를 해나가면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정책의 수용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노동 시간에 대한 합의 과정을 보면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일방 통행이다. 산업의 파트너인 노동은 없고, 여전히 자본과 정치권의 일방 통행이다. 주 52시간 노동 정책에서 순식간에 주 69시간, 2주 최대 80.5시간 노동 정책이 강요된다. 그러면서 ‘디지털에 가장 앞선 나라’, ‘디지털 전환’이 논의된다. 선출된 권력이 무엇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았고, 무엇을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나 문화는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정책의 결정 과장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할 때 가능하다. 특히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닥칠 문제를 인지하고, 서로 일방적인 주장만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양보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독일의 민주주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노동의 이상향을 찾아 가고 있다. ‘노동 4.0 백서’ 서문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하루 8시간·주 36시간의 노동, 근무 조건의 개선 및 보장, 아동 노동의 금지. 이런 사항들이 미래의 노동이 지향할 이상향으로 그려졌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이상향은 완전히 다르다. 시원한 바닷가에 편안히 앉아 노트북을 무릎에 놓고 일하는 창의적 지식 노동자, 혹은 컴퓨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작업 스케줄을 짜는 생산직 노동자 등이 현재 우리의 이상향이다.”    독일의 이상향이 우리의 이상향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정반대다. 변화된 시대에는 변화된 방식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산업 시대의 사고 방식으로는 전환에 성공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의 맞는 노동 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산업계와 노동계의 대화, 사회적 대화를 통하여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예능 속 부당노동행위, 이대로 괜찮을까요?
tvN <서진이네>는 <윤식당> 시리즈에서 이사로 활약한 이서진이 사장으로 승진하여 해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장사에 진심인 이 사장을 필두로 정 이사, 박 부장, 최 인턴, 김 인턴까지 5명이 나름의 직급 체계를 갖추고 가게를 운영하는 컨셉입니다. 2화에서 PD가 “지금 노조 결성이 코앞이에요”라고 하자 (과몰입한) 이 사장은 “서진이네에 노조는 용납할 수 없어”, “노조가 결성된다 싶으면 얘를 임원으로 올릴거야”라고 말 합니다. “임원은 노조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한 단체 및 연합단체입니다.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근로자를 위한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단체인 만큼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하여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하는 경우’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구체적으로는 대표이사, 이사회, 본부장 등 사업의 경영담당자를 비롯하여 근로자의 인사, 급여, 후생, 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 또는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을 하는 등의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로부터 일정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은 자, 근로자에 대한 인사, 급여, 징계, 감사, 노무관리 등 근로관계 결정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계획과 방침에 관한 기밀사항 업무를 취급할 권한이 있는 자 등을 의미합니다. (고용노동부, 2022 집단적 노사관계 업무 매뉴얼, 29-30쪽)  한편, 우리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는 사용자가 할 수 없는 행위로 불이익 취급,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 개입, 단체교섭 거부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나온 것과 같이 ‘승진’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부당노동행위’로 볼 것인지 판단 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활동을 혐오하거나 노동조합활동을 방해하려는 의사로 노동조합의 간부이거나 노동조합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근로자를 승진시켜 조합원 자격을 잃게 한 경우에는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인바, 이 경우에 근로자의 승진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는 승진의 시기와 조합활동과의 관련성, 업무상 필요성, 능력의 적격성과 인선의 합리성 등의 유무와 당해 근로자의 승진이 조합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9418, 판결)  앞서 본 것과 같이 <서진이네>의 사용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을 용납할 수 없고, 노동조합이 생긴다면 직원을 승진시키겠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서진이네>에서 직원의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사장이 직원을 승진시켰다면, 그 승진은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따른 승진,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려는 취지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예능을 예능으로 보자’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스쳐간 10초의 방송 그 이상의 고민을 주는 지점인만큼 한 번은 짚어보고 싶습니다.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부정하는 내용까지도 예능으로 수용해야 할까요?  현행법상 금지되는 행위의 구체적인 방법을 발언하고 방송하는 것이 세계를 선도하는 K-콘텐츠의 내용이어도 괜찮을까요?
한국판 ‘노동 4.0’,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챗GPT’ 열풍입니다. 인간이 일자리를 빼앗기고, 허위조작정보를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심지어는 AI의 통제 아래 놓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반면 AI의 도움에 힘입어 인간이 새로운 차원의 일을 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합니다. AI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한 AI 관련 윤리의 정립, 법과 제도의 도입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챗GPT의 등장으로 인한 구체적인 사회변화의 맹아들을 살펴보고, 대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논의 할 필요가 있지만, 이 글은 AI보다 좀더 넓은 범위에서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따른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재인식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챗GPT로 인해 한층 앞당겨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전부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고립된 비대면 상황에서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소통과 협업의 급속한 진전을 확인했습니다. ‘4차산업혁명’, ‘산업4.0’ 등의 이름으로 수년간 그 이야기되고 있던 일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실제로 진행중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AI뿐만 아니라 로봇, 플랫폼, 사물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빅데이터, 공유경제, 자동화 등 각기 다르면서도 겹치거나 연결된 단어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 변화의 장면들 이제 식당에 가면 키오스크와 로봇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키오스크로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여 주문을 하면 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줍니다. 식당에서 사람을 대면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카페에서 키오스크로 커피를 주문하면 바리스타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배달 로봇이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로봇이 치킨을 튀기고 떡볶이를 만듭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위기 등 악조건 속에서 인건비라도 줄여보고자 로봇을 반기는 자영업자들의 인터뷰가 쏟아져 나옵니다. 대형마트 또한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는데 지난 5년간 1만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MBC, 2023.2.7) 2023년 기준 최저임금이 월 200만원이 넘었는데, 키오스크 월 대여비는 5만원이라고 하니 바꾸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질 상황입니다. 소자영업자와 노동자의 구조적으로 강제된 생존 대립 구도 속에서 소자영업 영역에서의 일자리가 사라져 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화이트 칼라의 노동 형태 또한 이전과는 달라졌습니다. 일은 반드시 사무실에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더 낡은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집이나 카페에서 ‘줌zoom’이나 ‘구글 미트'를 활용하여 화상회의를 하고, ‘슬랙’이나 ‘잔디' 등의 업무 소통 툴을 활용하여 일하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구글 캘린더로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여 확인하고, 구글의 문서, 시트, 슬라이드 등을 활용하여 일을 하고, 구글 드라이브 등의 웹드라이브에 문서를 저장해두고 어디서든 꺼내 작업하는 모습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노트북이 앞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것을 확인하며 일을 하고, 심지어는 운동을 하다가도 스마트워치로 급한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이런 비대면 노동의 확산에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노동자의 만족과 생산성 향상이 기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중력 저하, 동료와의 소통 역량 약화, 사회적 고립 가능성의 증대와 같은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노동의 변화는 어느쪽에 가까울까요? 이미 놀랄 정도로 변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더욱 급변할 것입니다. 이를테면 생성형 AI를 활용한 노동의 급격한 변화는 이미 예정되어 있는 셈입니다. 변화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노동을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은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빠르게 적응 할 수 있는지에 따라 생겨나는 ‘디지털 격차'에 의해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교육되는 노동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작업장, 공장의 변화는 더욱 놀랍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무인운반차 로봇이 택배 물품을 나르고, 분류로봇 ‘소팅봇'이 물건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전 과정에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해 노동력과 시간을 1/3로 줄였다고 합니다. 이미 AI와 로봇이 상당부분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네이버 쇼핑과 협업하는 물류업체 파스코의 작업장에는 사람이 다니는 길 자체가 없다고 합니다. CJ대한통운, 롯데쇼핑 역시 이미 자동화 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계가 인간에 비해 정확도가 높고 속도도 더 빠르고 드는 비용도 적기 때문에 이는 효율도 높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MBC, 2023.2.7) SF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 AI와 로봇에 의해 자동으로 돌아가는 작업장이 실현되고 있는 중입니다. 경제ㆍ산업의 급속한 디지털화/자동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습니다.  플랫폼 경제의 확산은 이미 많은 분들이 인식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면 빠른 시간 안에 배달 노동자가 음식을 가져다 줍니다. 배민 안의 ‘비마트’로 주문하면 슈퍼에 가지 않고서도 생활 물품들을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비마트에 원하는 물건이 없다면 쿠팡을 통해 장을 보면 ‘로켓배송'으로 물건을 빠르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 청소 할 시간과 여유가 없다면 청소 도우미 서비스 앱에서 사람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법률상담도 받고, 약을 배달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수많은 일들이 플랫폼의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플랫폼 경제의 발전은 플랫폼 노동의 확산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배달의 민족 등 배달 플랫폼을 통해 배달 노동을 수행하는 라이더 노동자들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플랫폼 노동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앱으로 택시를 부르거나, 법률 자문, 집청소 등 다양한 다양한 노동이 플랫폼 노동이 될 수 있고 또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도시에 인구가 극도로 몰려 있는 한국 상황과 결합되어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고용하는 사람과 일을 하는 사람이 조건에 따라 매칭으로 연결됐다 흩어지는 형태로 일을 하며, 이는 전통적인 회사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입니다. 적재적소에서 원하는만큼 일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회 안전망의 보호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우려가 훨씬 큽니다.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의 프레카리아트들은 긱 워크, 즉 단기적인 계약을 맺고 수행하는 일회성 노동, 플랫폼 노동이라는 이름의 불안정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는 무엇이며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요? 택배를 분류하는 쿠팡의 소팅봇(쿠팡 뉴스룸) 독일의 대응, ‘산업 4.0’과 ‘노동 4.0’ 앞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가 급격하게 진행중이고, 대응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함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독점하고 있는, 이를테면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최상위 계층이 부를 독점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이 그 다음 계층이 되고,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적 안전망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불안정 노동을 하는 프레카리아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프레카리아트조차 될 수 없는 사람들은 실업 상태에 놓일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자리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더욱 심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인간의 노동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가 시급합니다. 일자리의 양도 중요하지만, AI가 핵심적인 일을 맡고, 사람은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점, 즉 노동의 질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급격한 사회변화가 이루어지는 시대를 ‘4차산업혁명', ‘산업 4.0’ 등의 용어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은 지구적인 디지털화, 고도의 자동화에 대응하는 국가적 전략 차원의 연구 및 사회적 대화 프로젝트로 ‘산업 4.0’를 추진해 왔습니다. ‘산업 4.0’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제조업의 완전 자동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산업 정책입니다. ‘노동 4.0’은 그 논의의 결과로 제시된 것입니다. ‘노동 4.0’을 도출하기 위한 핵심 질문은 ‘디지털 기술에 따른 사회변화 속에서 모든 국민의 노동, 좋은 노동은 어떻게 가능한가?’입니다. 우리도 같은 질문에 누가 어떻게 대답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독일은 2012년에 ‘2020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산업 4.0’을 제시했습니다. 목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전 국가 차원의 스마트 팩토리 구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2015년,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정부, 기업, 연구소, 민관학 공동으로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표준화-참조 체계 구축, 연구와 혁신, 네트워크 시스템의 보안, 법적 체계, 노동-직업 교육” 5개의 워킹 그룹이 구성되었습니다. 이는 ‘산업 4.0’이 기업 중심을 넘어 정부-기업-노동의 사회적 차원으로 논의하고 진행하게 되었고, 사회 정책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논의를 통해 먼저 <노동 4.0 녹서>를 내놓고 미래의 노동에 대한 국민 토론 주제 상정하여 사회적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노동 4.0’의 목적은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의 의미와 조건을 밝히는 것이었습니다. 기업, 협회, 학계, 노동계, 일반 시민 등이 2년간 논의하여 그 결과물로 <노동 4.0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산업 4.0’과 ‘노동 4.0’은 동시에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이명호, 2018 20~22p.)   사회적 논의의 결과로서의 <노동 4.0 백서>는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해 ①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한 소득과 사회안전망 확보, ② 안정적이고 직업적 상승이 가능한 ‘양질의 노동’ 기회 제공, ③ 생애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표준의 인정, ④ 노동의 질 유지, ⑤ 공동결정, 참여, 기업문화 논의라는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에 따라 사회적 대화 및 연구를 거쳐 ① 실업보험에서 고용보험으로의 전환, ② 유연하지만 자기주도적인 근로 시간, ③ 서비스 부분에서 양질의 근로조건 확보, ④ 산업안전보건 4.0을 위한 접근법 마련, ⑤ 근로자 정보보호기준의 강화, ⑥ 공동결정과 참여의 지속과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전환, ⑦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적 보호의 증진, ⑧ 미래지향적 복지국가의 구축이라는 여덟 가지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합니다.(제제, 2023) 독일에서의 ‘노동 4.0’ 사회적 논의의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도 그 내용을 참조하며 사회적 논의를 해야만 한다는 점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혁신에 따른 산업의 재구조화, INDUSTRY 4.0(pixabay) 한국판 ‘노동 4.0’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소위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신’은 창조적이고도 효율적인 경제 성장의 장미빛 미래를 그리는 관점과, 기술에 의한 인간의 일자리 상실 및 종속이라는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관점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정한 디지털 기술 존재 자체로는 대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기술은 자연·인간과 관련하여 누가 어떤 맥락 속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비윤리적이거나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챗GPT의 등장에 따라 ‘AI 윤리'를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AI의 윤리'가 아니라 ‘AI와 관련한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해서일 것입니다.   한국사회에 지구적인 디지털 기술 혁신과 관련한 대응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털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을 목표로 기업과 산업, 정부와 전문가 중심으로 기업간의 경쟁이나 국가간의 경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보다는 자본의 이윤이나 국가의 통제 논리에 따라 발전 방향을 결정하고 그 성과를 특정 주체가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기술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특정 주체가 독점적인 이윤과 통제를 추구한다는 점이 위험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새로운 산업 체제의 구축은 국가와 자본이 아닌 시민·노동자·사회적 소수자 등, 시민사회 차원의 다양한 주체의 대응이 없다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고착화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차산업혁명, 산업 4.0등의 표현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고, 옳거나 틀렸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지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사회변화의 총체적인 흐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묘사한 여러 장면들은 우리가 이미 그러한 변화의 한 복판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달리고 정부는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시민사회는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독일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 된 ‘노동 4.0’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 기업, 학계, 노동계,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연구,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책 방안을 도출하는 대응 전략을, 한국사회의 버전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혁신에 따른 한국사회에서의 변화 양상에 대한 탐구, 그에 따르는 민주주의와 노동 차원에서의 문제점의 인식,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의 변형 및 제도화 대안 마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현 시대에 적합한 디지털 민주주의의 실현 등 다양한 이슈에 관한 국가 차원의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공론장과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글 : 람시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캠페인즈팀 / ramsci@parti.coop <노동 4.0>의 상세한 내용은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에서 찾아보실 수 있고, 훨씬 더 상세한 내용은 <노동 4.0 백서(요약 번역본)>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에 관한 노동 4.0에서의 논의는 ‘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의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적 대응의 최근 사례는 ‘비가 내리는 어린이날 연휴, 배민라이더의 파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노동 4.0>의 한국적 함의를 담은 또 다른 글은 '한국형 , 진정한 노동개혁을 위하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시민들’에 의한 ‘공론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디지털 공론장을 만드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빠띠의 블로그, 홈페이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한국형 <노동4.0>, 진정한 노동개혁을 위하여
노동4.0. 솔직히 말해 우리의 입장에서는 아직 언감생심인 개념이다. <노동4.0>이라는 표현은 독일에서 나왔다. 독일의 산업계가 미국의 IT기업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맞아 자신들의 위기의식을 <산업4.0>이라는 개념에 담아 주창하며 현실의 한계를 타개해 나갈 것을 천명하자, 독일의 노동계가 이를 받아 그에 더하여 산업4.0뿐 아니라 노동4.0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서면서 생긴, 하나의 시대전환의 키워드이면서 개혁 프로그램이면서 또 사회적으로 합의된 방안이 바로 노동4.0이다. 노동4.0의 독일어는 <Arbeiten(아르바이텐)4.0>이다. 아르바이텐은 동사로 ‘일하다’라는 말도 되고 동명사로 ‘일하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노동이라고 다소 딱딱하게 번역할 수도 있지만, 원어 그대로 ‘일하기’라고 칭한다면, 그 뉘앙스는 어쩌면 더 살려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확산이 형성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맞추어 일의 사회적 존재방식, 일자리의 구성요소들을 새롭게 정비하자는 취지와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노동력의 거래를 매개하는 방식 – 대표적으로 고용 - 의 변화까지 포괄할 여지가 있다. 한마디로 디지털 시대에 맞게 대대적으로 노동개혁을 하자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모든 나라들에서 심도 깊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추동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what), 어떻게(how to), 어디로(where to) 바꾸어갈 것이냐에 있다. 여기에는 한 사회에서 노동이 존재하는 방식과 관련한 기본적인 사회계약을 어느 정도로 유지해 가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는 요소를 어떻게 새롭게 도입할 것인가가 합의되어야 한다. 합의를 누가(who) 주도하느냐도 전환의 중요한 관건이다. 독일의 아르바이텐4.0은 우리로서는 따라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된 사회적 파트너쉽(Sozialpartnerschaft)을 형성, 구가하는 독일이라는 나라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시도이다. 특히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폭넓고 체계적인 사회적 소통을 활성화시켜 간 것이 인상적이다. 먼저는 녹서(green book)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는데, 그것은 1-2년의 시간을 요했다. 이후 백서(white book)라는 이름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사회적 소통의 노력을 기울였다. 다 합쳐서 약 3년의 시간을 들여 미래에 우리가 일자리에서 받아들여야 할 변화는 무엇이고 우리가 여전히 유지해 가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소통을 전개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독일의 노동4.0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미 녹서와 백서 모두 출간이 되어 전세계인들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해당 내용을 보면, 독일인들은 디지털시대를 맞이하면서 미래에 일하기와 관련하여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가치에 대해 5가지로 정립했다. 그것에 기초해 미래의 좋은 일자리가 지향해야 할 8가지의 기본적인 준칙들을 정립했는데, 그것은 독일의 노사관계, 노동시장제도, 사회복지제도 상의 일정한 변형과 재구조화를 천명한 것들로 구성되었다. 예컨대, 산별단체교섭이나 공동결정제 등의 방안들은 새시대에도 유지, 계승되어야 할 것이라고 규정되었고, 여타 직업훈련과 관련한 측면에서는 새로운 쇄신안들이 담겨졌다.   ‘넘사벽’인 독일식 노동개혁 시도와 한국에의 함의 필자가 서두에서 독일의 노동4.0이 우리에게 언감생심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내용과 방식 모두를 놓고 한 말이다. 앞서 언급한 <노동4.0 백서>를 살펴보면, 노동1.0이 노동조합의 탄생, 노동2.0이 복지국가의 탄생, 노동3.0이 공동결정의 정립으로 이해가 되고 있고, 그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노동4.0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노동조합, 복지국가, 공동결정 모두 우리 사회의 일자리들의 상당수에서는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과연 노동1.0에서 3.0까지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나라에서 노동4.0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무조건 비관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술발전이나 경제적 번영을 이루는 데에 있어서도 ‘따라잡기’가 가능했듯이, 사회시스템, 특히 노동시스템의 재구조화도 새로운 모멘텀을 맞이하여 제대로 설계를 하고 타당한 정치의 배에 실어 간다면 도약의 여지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걸림돌은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지향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해, 그것을 위해 어떤 것을 쉽게 합의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오랜 논쟁을 거쳐 정돈해야 할 지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는 데에 있다. 노동4.0에 대한 담론은 한국에서 이미 굉장히 빨리 수입되고 소비되어 이제는 솔직히 거의 폐기되어진 듯한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실상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그저 머리 속에서 외국에서 만든 사고와 행동을 파악하고 마치 그것을 우리가 다 이룬 듯이 행동하는 데에, 혹은 우리가 하기엔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고 마는 데에 익숙하다. 후에 재차 그것을 꺼내어 무언가를 이야기하자고 하면 이미 낡은 것처럼 사고되기도 한다.   한국형 노동4.0의 설계와 노동개혁의 방향성 현재 우리의 노동시장은 이중화를 넘어 심지어 삼중화되어가고 있어 보인다. 종래의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고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향유하는 근로자들이 1차 노동시장을 이룬다면, 중소기업의 정규직이더라도 임금상승의 기회가 낮은 곳들, 또 여타 기간제, 파견근로 등 고용불안이 전제가 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2차 노동시장을 형성한다. 그리고 지금 디지털 기술의 적용을 매개로 고용이 아닌 형태를 취하면서 노동력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등의 영역은 말하자면 3차 노동시장으로 별도로 범주화해도 무리가 아니다. 1, 2차까지 그래도 근로계약을 맺고 노동력의 댓가로 임금을 받았다면, 이들은 임금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수수료 노동자들(fee workers)'이다. 그들의 경우 노동에 결부된 사회적 시민권은 사실상 발가벗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노동개혁은 한국 노동시장의 이 삼분된 세계를 새롭게 통합시켜 낼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그것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고 하단부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며, 우리의 노동인구가 지속가능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노동조건을 제공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물론 노동이 역할을 하는 혁신의 전략 역시 그 안에 오롯이 담겨져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개혁의 기본은 일터 민주주의와 일터혁신의 동시적 신장에 있다. 우리의 노사관계는 주로 분배를 위한 과정에서만 작동을 하고 있고 생산에의 노동의 참여기회에 대한 제도적 기반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분배와 관련한 단위도 개별기업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끊임없이 일터대결주의(workplace antagonism)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노동시장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임금체계 – 필자는 이를 ’사회적 직무급‘이라고 칭한다 – 를 만들고 그것을 위한 분배교섭을 효율화시켜 초기업 수준에서 도모하고, 일터에서는 노동자들의 민주적 이해대표 체계를 꼼꼼히 정비해서 협력과 참여를 촉진시켜 결국 일터혁신을 일상화하는 방안을 보편화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이는 사실 일터대결주의를 극복한 독일식 방법이기도 하다. 개혁의 길이 무엇이 되어야 할 지에 관해 사회적 소통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그것을 정돈해 필요한 방안을 마련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모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이러한 작업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매진할 것을 결단할 정부가 필요하고, 그 리더쉽 하에서 한국형 노동4.0의 길을 그려 지속가능한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귀납적인 길은 어떨까 현실 정치에서는 또 다시 노동개혁이 화두로 부상해 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에게 노동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만 전문가들 몇 사람이 부실한 안을 만들고 정부 부처가 그것을 받아 정책을 추구하다가 사회 일각에서 강한 반대가 일면서 대통령이 그것을 부정해 버리는 식의 방식은 그 내용과 과정 모두에서 이미 실패한 것이다. 어쩌면 과연 노동개혁에 대한 진정성 자체가 있기나 했나 싶은 실망스런 모습이다. 과거에도 쉽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도모한 한국판 뉴딜 역시 경제관료들 주도로 만들어진 정책패키지였고,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아무런 사회적 지지도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의 이른바 9.15합의는 어쩌면 개혁의 모양새와 내용을 더 갖춘 면이 있지만, 그 역시 의제의 편향적 입법화를 시도하면서 정권의 종말을 부추기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의 현대사에서 성공한 노동개혁은 좀처럼 찾기 어렵고 그만큼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일이다. 노동개혁이 어려운 것은 한방에 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귀납적 방법이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지역을 단위로 해서 민의들을 모으고 그것을 집약해서 작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면서 청사진의 퍼즐조각들을 맞추어 가는 것이다. 독일에서 노동4.0 녹서를 만들려 했던 시도에 적극적으로 주목한다면 충분히 이러한 기획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날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사회적 소타협의 경험은 그러한 류의 방안이 불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수용가능한 조건의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롭게 인구구조와 세대적 요구의 변화와 차이를 반영해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의 디자인. 그것은 전환기 민주주의의 역량이 발휘되고 고양되었을 때 가능하다. 그것을 위해 누군가는 깃발을 들고 첫 단추를 끼고 나서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 어디에서 그러한 울림이 시작될 수 있을까?    
EBS가 청소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며칠 전 누군가 청소노동자에게 피로회복제 두 박스를 선물하는 모습을 봤다. 노동자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힘내세요”라고 응원한 사람은 정규직 노동자였다. 몇 분 뒤에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간부가 노동자들을 찾아왔다. 그는 회사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노조 성명서를 최근 발표했고, 예정된 노사교섭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참을 노동자들과 함께했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청소노동자 이야기다. 이 노동자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투쟁’이라는 것을 하고 있다.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시간에 청소노동자들은 로비에 모여 피켓을 든다. 피켓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내가 쓸고 닦은 EBS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일방적으로 인원감축하는 EBS 규탄한다.” “노예계약 요구하는 EBS 규탄한다.” “미화노동자도 사람이다.” 구호가 정확히 알려주듯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EBS는 5월 들어 청소용역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TO를 27명에서 24명으로 3명 줄였다. 그런데 3명 전부 노동조합 간부다. 게다가 평일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말 특근을 아예 없앴는데, 이로 인해 임금이 50만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해고, 노동강도 강화, 일방적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 누구의 밥줄이 끊길 줄 모르는 상황에서 각자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EBS 노동자들은 용기 있게 ‘노동조합’으로 뭉쳤다. 그리고 해고된 동료와 함께 ‘투쟁’하는 길을 결심했다. 노동자들이 단단하게 뭉쳤고(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지부 EBS분회), 정규직 노조가 함께하고(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 미디어 전문 언론들이 꾸준히 이 사태를 보도하고 있는 만큼 청소노동자들이 결국 웃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태가 며칠 만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면 이 사태는 ‘원청이 주도하는 구조조정-노동개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EBS 사측이 전형적으로 악덕-원청의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EBS는 재정 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제작비와 제작인력을 줄이고 있고, 청소용역비도 이런 맥락에서 줄였다. 회사의 논리는 대략 이런 식이다. 우리 회사는 오래 전부터 재정 압박을 받아왔다. →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맞았고, 전사적으로 비용절감을 해야 한다. → 고통분담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 청소노동자들 요구를 받아들이면 비용절감 기조가 흔들린다. 굉장히 익숙한 주장과 논리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모든 회사, 모든 원청이 이렇게 선동한다. 그래서 우리는 익숙하게도 이런 선동의 효과를 정확히 안다. EBS의 주장은 고통분담을 해야 할 정규직 노동자 일부 또는 다수에게 이렇게 다가간다. ‘회사가 망해가는데 청소노조가 떼를 쓴다.’ 회사는 또 이런 여론을 명분 삼아 구조조정을 강행할 것이다.  불과 몇 개월 전 덕성여대의 모습이다. 2022년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400원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자 학교는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2022~2026년에 걸쳐 TO를 줄일 것을 요구했다. 청소용역비 예산을 증액할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입장이었다. 노동자들이 투쟁하자 학교는 이렇게 주장했다. ‘모두가 고통분담을 하고 있는데 청소노동자들이 특혜를 바라며 억지농성을 하고 있다.’ 학교는 담화문에 달린 댓글, 게시판에 올라온 노조 비난 글을 명분으로 노동조합과는 대화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 2월 졸업식 때 청소노동자들이 세 시간 동안 길바닥에 드러누워서야 대화가 시작됐고, 일 년이 넘은 갈등이 끝났다.  나는 EBS가 악덕-원청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EBS가 보인 모습은 전형적이다. EBS는 다른 공공기관들이 일정 수준에서 진행한 정규직화를 계속 미뤄왔다. EBS는 다른 기업이 그런 것처럼 청소노동자들을 ‘비용’으로만 다뤘다. EBS는 노동부의 용역노동자 보호지침을 위반했다. EBS는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조합과 어떠한 협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노동개악을 추진했다. EBS는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표적해고에 “용역업체가 한 일”이라며 뒤로 숨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EBS가 왜 충북 청주에 사무실이 있는 직원수 25명의 청소용역업체와 계약했는지, 왜 청소노동자들부터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는지, 원청이 친 사고인데 왜 원청이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경험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나는 해고된 노동자들이 결국 현장에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EBS 청소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앞으로 어떻게 싸워나갈지다. 정규직-비정규직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이 EBS의 예산 운용과 경영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대응하면 좋겠다. 함께 EBS의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고민하면 좋겠다.  나는 EBS의 구성원들이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고, 그렇게 해야 할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검색사이트에 ‘EBS+청소노동자’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그간 EBS가 청소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이들의 투쟁을 다룬 뉴스리포트와 다큐멘터리가 결과창을 가득 채운다. 이중 다큐멘터리 <세상을 잇는 다큐 it> 시리즈인 <휴게실,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도 없는> 편은 대학, 빌딩, 옥외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휴게실에 주목한 내용이다. EBS의 이 다큐멘터리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에는 이례적으로 제작진의 당부가 적혀 있다. 촬영하는 동안 청소노동자들은 행여 들킬세라 그림자처럼 움직여야 했습니다. 얼굴이 알려지면 일자리를 잃을까 봐 인터뷰를 하면서도 신분을 감춰야 했습니다. 취재진을 따라다니는 감시의 눈길도 있었습니다. 당연한 요구를 하면서도 해고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해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방송이 나간 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제작진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바로 EBS 로비에서 말이다.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불이익을 당했다. 경제위기의 시대, 많은 기업과 원청이 청소·보안 노동자들부터 수를 줄인다. EBS도 그 중 하나다. 그래서 우리는 EBS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 더 관심을 갖고 연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고민과 토론을 시작하면 좋겠다. 나는 청소노동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토론이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끌어올리는 시작점이라고 믿는다.  청소노동을 왜 외주화해야 하는가. 직접고용하면 안 되는가.청소노동자들의 노동은 왜 저임금이어야 하나.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은 왜 발밑에 있어야 하나.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에는 왜 창문이 없나.청소노동자들을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 데도 없는’ 존재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청소노동자들은 왜 다른 구성원들이 출근하기 전 새벽 5~6시에 출근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