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디지털 시대의 노동,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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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시작, 교육의뢰플랫폼 씨스타트와 모두의 역량개발을 지원하는 더와이랩 대표

디지털 시대의 노동,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1차 산업혁명 이후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일자리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었습니다. 19세기 말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숙련공이 필요한 수공업과 다르게 방직 기계가 보급되자 비숙련자만으로도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비숙련자인 미성년자 고용, 도시로 몰려든 잉여 노동력이 넘쳐나면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부의 재분배 문제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직공 1인당 생산량은 50배가 증가하고, 1830~1900년 사이 방적공 고용은 4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Economist, 2016) 우려와 달리 새로운 기술 진보와 산업혁명이 있을 때마다 전체 일자리는 증가하였습니다. 생산성의 향상으로 낮아진 생산 비용만큼 소비자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Luddites Smashing Textile Machines

출처 : https://www.worldhistory.org/i...


언론고시 vs 크리에이터

 유튜브 이전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직업(PD, 기자. 아나운서, 배우, 개그맨 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2014년도 MBC의 예능PD 경쟁률만 무려 712:1이었습니다. 아나운서의 경우 1000:1에서 2000:1 사이의 극심한 경쟁을 뚫어야만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언론고시”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크리에이터는 2022년 기준 1,750만 명입니다. 우리나라 인구 3명 중 1명이 크리에이터입니다. 그리고 유튜브의 경우 9만 7,934개의 채널이 수익 창출을 하였습니다. 이제는 특정한 자격 조건이 없어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크리에이터가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은 일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면서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냅니다. 디지털 기술이 노동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지금, 위기일까요? 기회일까요?

 


유망한 직업은 있는데, 왜 유망한 ‘노동’은 없는 걸까요?

1960~1970년대 육체 노동을 통해 직접 생산에 기여하는 제조업, 건설업, 광업 등에 종사하는 직업군이 주류였습니다. 1980~2000년대 사무직, 금융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의 일자리 인기가 높아집니다. 이때 취업이 잘되는 전공은 경영학 등 인문 사회계열이었고,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준비한 스펙은 학점과 토익 등의 어학점수였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커지기 시작합니다. 2010년대 공학/이학 계열 전공자가 진출할 수 있는 엔지니어 등의 취업이 잘 되면서 ‘이과 전성시대’가 열립니다. 그리고 2020년대 현재 가장 선호되는 전공이자, 스펙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코딩’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높은 연봉을 주는 소위 ‘네카라쿠배’라 불리는 IT기업의 인기가 대기업을 넘어서지만, 중소중견기업의 구인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개발자를 포함 각종 기관에서 유망직업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2022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20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유튜버를 비롯한 1인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초등학생들이 원하는 장래 희망 직업 4위를 차지했습니다. 희망하는 직업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망직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일자리 수요 증가 또는 취업자 수의 증가, 고소득, 안정성 등이 기준입니다. 즉, 일자리 수와 일이 주는 외재적 보상이 기준입니다. 직업은 일을 통해 보수의 대가를 받아 경제생활을 영위하게 해주니까 외재적 보상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럼 유망한 ‘노동’도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1834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증기)자동차 사망사고가 발생합니다. 사고가 많으니 증기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생겨납니다. 특히 증기자동차를 반대한 곳은 경쟁자인 마차 업계였습니다. 증기자동차의 속도는 마차보다 빠르고 탑승 인원도 많고 요금도 저렴했습니다. 일자리를 걱정한 마차 업주와 마부 조합은 영국 의회에 청원을 넣어 1865년 ‘적기조례’를 제정하여 공표하였습니다. 증기자동차는 시속 30~40km를 달릴 수 있음에도 시내에서는 시속 3.2km로 제한을 받게 됩니다. 또 증기자동차를 운행할 때는 운전사, 기관원 그리고 적기(붉은 깃발)를 든 신호수 3명이 반드시 운행해야 했습니다. 신호수는 차량의 앞에서 적기를 들고 다니며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사에게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마차와 사람보다 느리고, 인건비가 더 드는 증기자동차 업계는 적기조례가 유지되는 30년간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진 증기자동차 기술자와 사업가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으로 빠져나가 다른 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영국 시민들도 피해를 봅니다. 더 빠르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으니까요. 변하지 않는 유일한 진리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만들어낸 커다란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역사에서 배우게 됩니다.

 

출처 : https://mmitii.mattballantine....

디지털과 기술의 발전은 기존 일자리와 일의 속성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는 반면 또 다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합니다. 생산성과 필요 기술의 변화는 더 큰 임금 격차와 불평등을 확대하기도 합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일자리 정보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2000~2010년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취업사이트(취업 포털)를 통해 일자리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기업이 채용공고를 올려야만 나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가 되면서 소셜네트워크와 비즈니스네트워크 기반 링크드인, 리멤버 등을 통한 경력 채용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나의 프로필과 경력을 공개하면 기업이 나를 찾아오는 프로세스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나 면접도 AI가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활용 기술 및 대응 역량에 따라 일자리 정보의 접근 기회가 달라진 것입니다.

변화가 클 수록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시작은 나 스스로 '좋은 노동'을 정의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디지털 시대, 노동의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디지털로 인해 각종 편리함과 유용함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는 디지털 시대 소비자이자 노동자입니다.

디지털의 변화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위기가 될까요? 기회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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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앗아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의 등장이 일자리를 바꿔놓았듯이 누군가의 일자리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노동에 대한 정의가 없다면 누군가의(혹은 나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걱정도 듭니다. 위기와 기회의 시소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사회가 좋은 노동을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에 따라 이루어질 '변화'의 불가피함에 대해 인지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변화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그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들에 살을 붙이거나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등은 열려 있고, 그와 관련하여 논의해야 한다는 것까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시대가 변하며 산업도 계속 변화해 왔는데, 디지털 시대는 아직 뭐랄까,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 뭔지 사람들 머릿속에 정의가 잘 안 된 것 같고(노동과 노동이 아닌 경계가 흐려진 것 같아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노동들의 노동윤리가 정리되지 않은 것 같아요. 시대와 산업, 노동은 늘 변화하는 것인데, 그에 따른 노동 윤리가 필요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