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10일의 대화] 디지털 기술과 거리가 먼 청년 활동가들의 노동 담론 (슬런치팀)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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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일으키는 것들로 사랑을 잃지 않는 세상

*대체텍스트 있음

지난주 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노동, 10일의 대화>의 대화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서울 곳곳에 무지개가 뜬 날, 한 비건 카페에 모여 안전한 시간을 가졌답니다. 대화모임 설명회에서 ‘밥상머리 대화모임’이라는 표현이 인상 깊어 저희도 맛있는 밥을 먹으며 편히 이야기를 나눴어요. 

교육 기획자, 기후 캠페이너, 민주주의 활동가. 각기 다른 노동을 하는 청년이 모였습니다. 활동과 노동을 깊게 연결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지요. 우리가 바라보는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 궁금했습니다. 

대화모임 현장 1
모임의 두 참여자가 마주 앉아 각자의 노트를 보고 있다.
⏰ 일시 : 2023년 7월 1일 토요일 17:00-19:00
☕ 장소 : 서울시 상수동
🙂 사람 : 니나, 마공, 자야
✏️ 방법 : 캠페인즈 글 사전 정독, 사전영상 함께 시청, 대화, 회고  




이렇게 모이게 되었어요

  •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를 많이 구독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분야에서 ‘AI’를 언급하기 시작하더라고요. 우리는 만들어 내는 기술자도 아니고 주 사용자도 아니잖아요. AI를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생각해 볼 계기가 없었는데, 이 대화모임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AI가 언급된 여러 메일을 보여주는 메일함
반복해서 AI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수신메일함 캡쳐본
  • 교육의 관점으로도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 무엇인지 찬찬히 사고하고 싶었어요. 기존 대안교육에서는 유난히 아날로그를 대안으로 여기고 있잖아요. 그래서 더 기술의 발전을 빠르게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나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어요. 
  • 기술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이미 노동자 간의 격차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1.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
  • 좋은 노동의 조건에는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해요. 빠띠 사전영상 중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을 내 노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시간까지 근로의 연장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 제안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빠띠에서 제공한 사전영상 캡쳐본

빠띠에서 제공한 사전영상 캡쳐본. 인터뷰이가 리스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대가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 건지 설명해 주는 이가 없으니 공감하지 못하는 노동자도 분명 많을 거예요. 아마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디지털 약자’로 정의되겠지요. 
  •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은 기술이 정의롭게 생산되었다는 전제가 필수예요. 사용자의 마땅한 권리를 위해 제작 과정과 윤리제도가 투명하게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좋은 노동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노동’ 앞에 ‘디지털 시대’가 붙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의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기도 해요. 사실 노동운동에서 늘 요구하던 조건이네요. 시민사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동의 충분한 대가와 안전한 환경,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어요.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은 어느 시대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질 거예요.


2. 디지털 기술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 디지털 시대에 고소득자는 자동화의 편리함을 느끼지만, 저소득자는 스스로가 대체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다는 글을 읽었어요. 계층 간에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직무보다 계층별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기술은 자본가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구조로 발전했어요. 처음부터 약자를 위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지금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자는 매우 한정적이에요. 어느 정도 이상의 교육을 받아 이미 사회에서 주류로 정의된 사람들만 빠르고 쉽게 활용하고 있지요. 
  • ChatGPT만 보더라도 이미 AI는 공공재가 아닌 하나의 상품이 되었어요. 그 상품을 자본가가 소비해서 노동의 영역으로 들여온 거죠. 변화가 빠를수록 기업가의 언어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AI를 ‘노동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포장하지만, 사실 그냥 ‘제품을 소비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뿐이기도 합니다. 



    3. 디지털 시대의 노동,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AI로 노동권을 침해받는 노동자를 위해 그렇지 않은 노동자도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며 파편화된 노동 형태가 많아졌는데, 그래서 더욱 노동조합이 필요합니다.
    • 시민단체는 시민의 계층, 그리고 각 분야를 대표하고 대변합니다. 가장 열악한 곳을 들여다보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해요. 빠띠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단체잖아요. 계속해서 이 주제의 논의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에 대한 지난날의 논의를 살펴 보며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 시민들이 직접 ‘분배’와 ‘규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특히 우리 사회는 디지털 노동에 관련한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시민사회가 기술의 보편화에 앞장서는 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적 영역을 통해 시민에게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제공하는 것이요. 하지만 기업은 항상 그것보다 더 나은 기술을 금방 또 생산할 거예요. 그래서 이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거라는 회의적인 마음도 들어요. 사회 체제 또는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의 생각을 공유해요

    • 자야가 예전에 “AI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잘 활용하는 노동자로 대체되는 것이지,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마치 사람이 무형의 것과 싸우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결국 사람과 기술 뒤 사람의 싸움이라고. 이 말에 동의해요. 좋은 노동은 모두에게 기술을 잘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평등하게 주어졌을 때 함께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아직 노동자의 맥락을 통해 설명되는 ‘기술을 정의롭게 활용하는 방법'이란 없는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의 노동이라는 게 아주 새로운 논의처럼 들리지만, 기존의 논의와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새로 심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이미 내려진 서사인 거죠. 지금까지 노동 관련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우리는 디지털 노동의 특성에 맞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겠지요. 
    • 디지털 시대는 바꿀 수 없는 흐름입니다. 그 안에서 시민들이 정의롭고 민주적으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를 재정비하는 과제가 남아있어요. 그 앞에서 무기력해지지 않았으면 해요. 개별 노동자들은 당장의 삶이 있으니 일단 기술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민사회가 계속 거시적인 문제의식을 던져 주길 바라요. 디지털 노동에 대한 시민 역량 강화, 사회문제 연구, 제도 감시 등의 역할을 빠띠와 같은 시민단체가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상의 경험을 나누기보다 더 넓은 담론으로 이어졌어요. 참여자 모두 변화를 심각하게 느끼면서도 막상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은 처음이더라고요. 서로의 이야기를 엮으며 단단하고 촘촘한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화모임 현장 2

    두 참여자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등받이에 기대 누워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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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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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과 시민사회가 논의의 자리를 만들고 대응을 하는 시도가 늘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를 하게 됩니다. 기업들도 국가도 알아서 자리를 마련해 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더욱 애써서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오호, '대안교육에서는 아날로그한 교육과정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군요!? 몰랐던 부분이라 흥미롭네요. AI라는 기술이 노동자를 교체하는 이유가 되고, AI가 공공재가 아닌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이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사회가 함께 이야기 나눠가야겠네요. 중요한 생각거리를 많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대가 어떻게 전환되고 있는 건지 설명해 주는 이가 없으니 공감하지 못하는 노동자도 분명 많을 거예요. 아마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디지털 약자’로 정의되겠지요. -> 이 말이 너무 공감되네요. 사실 외부에서는 시대를 정의하고,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누군가를 구분짓고 있지만 정작 그 당사자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일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