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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_제3차 열린소통포럼 ❝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를 소개합니다.
내일은 5월 5일 어린이날입니다. 최근 워낙 중요한 이슈가 많아서 공론장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예전에 어린이날을 맞아 빠띠가 개최한 포럼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은 놀 권리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놀이와 관련한 지역의 우수사례를 찾아보고 전국적으로 확산하자는 정책 제안이 있었고요. 놀이혁신 선도지역 7곳(서울 은평, 경기 안산, 광주 남구, 부산 동구, 전북 전주, 충남 홍성 등)을 통해서 놀 권리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고,또 2021년 12월, 12개의 지자체가 함께 '놀 권리 지방정부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에서 놀 권리 정책이 잘 실행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빠띠는 이렇게 제안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는, 나아가 정책 제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럼 이날의 후기글을 통해 다시 한번 포럼의 주요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범정부 대표 공론장 열린소통포럼은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아이들의 놀 권리,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소통의 장을 열었습니다. 5월 26일 개최한 제3차 열린소통포럼에서는 현장 활동가, 정책 전문가와 여러 국민이 참여자로 모여 어린이에게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날 행사는 행정안전부 한창섭 정부혁신조직실장의 인사말로 시작되었습니다. 한창섭 실장은 지나친 경쟁과 교육열로 한국 아동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했는데요. 정부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아동을 양육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할 권리가 있는 주체로 보고자, 2019년 포용국가아동정책을 발표하고, 놀이혁신위원회를 설치하며, 전국 10개 기초단체를 놀이혁신 선도지역으로 선정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책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놀 권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 필요하겠지요.    1부 - 발제 및 질의응답  발제 1. 놀이가 있는 행복한 일상 첫 번째 발제는 사단법인 놀이하는사람들 이수정 대표의 생생한 현장 활동 경험에서 출발한 문제의식과 대안들을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놀이하는사람들은 2008년 놀이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의 일상에 놀 틈을 만들고자 출발한 단체로 전국 기반으로 활동하며 놀이마당을 열고 놀이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놀 권리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간입니다. 이수정 대표는 아이들이 아침에 일어나 ‘씻어야지, 밥 먹어야지’부터 시작해 학교에서의 ‘책 펴야지, 받아써야지’ 방과 후 ‘숙제해야지, 학원 가야지, 일기 써야지’까지 ‘해야지’의 감옥에 온종일 갇혀있다며, 성인에게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선이 있듯이 아이들에게도 학습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놀이 공간의 측면에서는 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등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양육자와 함께하는 유아 중심의 놀이터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연령과 욕구에 맞는 다양한 놀이 공간과 공터, 바깥 놀이터와 실내 놀이터가 연결되는 놀이터 등을 예시로 들었어요. 이와 더불어 이미 어르신, 청소년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오가는 놀이터를 마을 공유지로써 자리매김해 놀이활동가를 양성하고 놀이터에 배치하는 아이디어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이수정 대표는 공부나 학습, 일과 달리 “놀이는 본질적으로 자기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스스로 상상하고 용기를 내서 실행하며 친구들과 협동해 자율적으로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으로 성인이든 어린이 청소년이든 놀이가 없는 삶은 있기 힘들다는 것을 당부했습니다.    발제 2. 놀 권리 2021, 아동의 놀 권리에 관한 고찰 “얼마 전 막 아동에서 성인이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경욱 아동인권운동가는 청소년기에 아동 당사자로서 다른 22명의 구성원들과 함께 제5차, 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놀 권리를 발견하고 함께 이야기하며 기쁨과 좌절감을 함께 느꼈다고 합니다. 권리와 욕구를 함께 발견하는 동시에 현실의 열악함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김경욱 님은 놀이의 개념이 야외 활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시간, 휴식 시간도 포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성인이 일을 마치고 숨 돌리는 시간을 갖듯 어린이도 일과를 끝내고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또한 PC방 출입, 스마트폰 활용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로 이해하고, 청소년에게 더 나은 놀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던졌습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입시 경쟁에 시달리는 아동들이 학원과 과외 틈에 놀고자 할 때 선택지가 PC방, 코인노래방, 번화가 구경 등에 그칠 수밖에 없는 건 환경의 문제라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김경욱 님은 아동에게 놀 권리가 있다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새로운 사회 환경에서 아동들이 새로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인정받을 사회적 공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질의응답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발제에 이어 실시간 질의응답 시간에는 아동권리보장원 노하나 아동권리기획부장과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민정 활동기획부장이 함께 자리했습니다. 먼저 코로나 상황 속 아동 놀 권리 실태를 묻는 말에 이민정 부장은 “아이들의 90%가 디지털 기반의 놀이 여가를 보내고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게 노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 놀 권리 문제에서 우선 바뀌어야 할 것에 대한 질문에는 이수정 대표가 인식개선을 꼽았는데요. 오랜 활동을 해보니 “무엇이 우선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놀이도 공부만큼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없이는 놀이 공간도 시간도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놀이의 결핍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을 관찰하고 언어화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아동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통로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언급되었습니다. 아동의 입장에서 발표한 김경욱 님은 “1시간, 2시간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다”며 포럼과 같은 자리가 부족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노하나 부장은 아동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실천의 하나로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아동총회”를 소개했지요.  더해서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아동 놀이 시설이 먼저 폐쇄되는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놀이가 필수적인 삶의 요소로 인정받고, 아동이 놀이를 주도하며,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해결의 주체로 서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2부 - 소그룹 토론  1부 발제에 이어 2부 소그룹 토론이 줌 화상회의에서 이어졌습니다. 6개 조에 전국 각지 다양한 참여자들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활동가들과 함께 놀이 시간, 놀이 공간, 놀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양육자, 놀이 활동가, 교사 등 다양한 입장의 생각이 어우러져 더욱 알찬 토론 시간이었습니다.    놀 시간: 학습 시간 제한, 입시 위주 인식 개선 놀 시간이 없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경쟁 위주의 사회가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학벌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차별받는 사회에서 아동들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입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학습 중심으로 생각하는 부모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이야기되었어요. 또한 의무교육, 공교육 과정에 놀이를 필수적으로 반영하거나, 학습 시간에 제한을 두어 아이들의 놀 시간과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는데요. 단, 놀이가 학습 도구로 활용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건도 함께 이야기되었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돌봄 및 교육 노동자들의 보호 아래 아이들에게 자율성을 주고 노는 환경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놀이 공간: 아동 접근성을 우선하는 사회 놀이 공간 보장과 관련해서는 기존 공간을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주로 등장했습니다. 학교의 녹지 공간을 활용하거나, 성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역사회 체육시설이 아동 놀 권리를 우선순위에 두고 운영하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또한 경로당 등을 활용해 세대 모임과 놀이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어요. 이보다 더 큰 문제 의식으로는 과거 골목길과 도시 자체가 놀이 공간이었듯 지금의 도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시설이나 공간적 측면뿐만 아니라 놀이 공간에 아이들의 안전과 놀이를 지지해줄 수 있는 인력이 배치되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인식개선: 양육자가 놀이의 중요성을 알아야 아동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들은 결국 양육자입니다. 또한 각 아동에 따라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놀이 활동을 적용해서도 안 되고요. 이에 놀이권 인식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부모 대상의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었어요. 성인이 생각하는 놀이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정서적인 놀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며,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관점을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서 나왔죠. 또한 아이들이 일단 자유롭게 놀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부모가 그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인식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도 공유되었어요. 지역사회나 공동체에 아이들에게 놀아도 된다고 독려해주는 어른이 있는지도 인식개선과 놀 권리 보장에 중요한 지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제도적으로 이런 부분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실천도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며  열린소통포럼의 소그룹 토론은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과정입니다. 이날 대화 속에서도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경험’의 공유와 ‘배움이 아닌 놀이 그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토론이 벌어지는 한편, 모든 조에서 놀이 시간을 빼앗는 경쟁 사회의 문제와 양육자 인식 개선, 지자체의 공간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공통으로 이야기되었어요. 다름과 공감이 녹아든 이 날의 대화는 향후 정책에 직접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성소수자는 당신 주변에 있습니다
일본에는 부락민(部落民, 부라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에도 막부 때 히닌(非人)이나 에타(穢多)라 불렸던 천민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진 후 이들이 사는 곳을 미개발부락, 피차별부락 등으로 부르면서 부락민이라는 호칭이 만들어졌다. 메이지 유신 이후 사람들은 히닌, 에타와 이제 같은 급이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품었다. 이 때 평민이 된 히닌, 에타를 신평민(新平民)이라고 부른다. 새로 만들어진 호적에 과거에 히닌이나 에타였던 사람들에 대해선 신평민이나 구천민 같은 메모가 적혔다. 또, 천민이었던 사람들인데 메이지 유신 이후 사민평등이 이루어지자 이 사람들에 대한 학살(천민사냥, 非人狩り히닌가리)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의 호적에 그런 메모 같은 것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조금만 공을 들여서 찾으면 그 조상이 부락민이었는지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리고 특정 지역을 두고 과거에 부락이었다고 말하기도 하고, 특정 성씨가 부락 출신을 뜻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부락이라는 말 자체가 혐오 발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이 문제를 동화문제(同和問題)라고 부른다.  우리로 치면 네이버 지식인에 해당하는 야후재팬 치에부쿠로(知恵袋)에 올라온 글이다. 부락 분하고 결혼하신 분 계세요? 제 남친이 부락이에요. 저는 남친과 결혼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교제도 안 된다고 하면서 올해 안으로 헤어지라고 말씀하세요. 왜 안 되냐고 물어보면 부락이라서, 단지 그것 때문이라서 저는 매일 울고 있습니다. 정말 자상하고 너무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는 부모에겐 헤어졌다고 말하고 지금부터라도 계속 사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을 하는 부모가 싫어요. 제 생각이 잘못된 걸까요? 그렇지만 그 사람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2008.11.16.) 부락 출신 남친과의 결혼을 반대당하고 있습니다. 24세 여성입니다. 남친은 27세로 4년간 교제를 거쳐 프로포즈를 받았기에 올해 안에 결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친은 야마구치 현의 시골 출신으로 남친 부모님께도 인사를 했고 매우 화기애애한 가정이었고 저를 대환영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제 부모님에게도 남친을 인사시켰는데 결혼은 반대하십니다. 이유는 흥신소에서 조사해봤더니 남친이 부락 일족(部落一族)이라서 라고 합니다. 함부로 조사했다는 것 때문에도 화가 났는데 요즘 시대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반대를 당했다는 것 때문에 분노를 참을 수 없습니다. (2018.07.04.)  20대 남자입니다. 애인이 부락 출신인 것 같다고 부모가 결혼을 반대합니다. 부모님은 서로를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부락 출신이라는 게 대체 뭔가요? (2021.01.03.)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1872~1943)이 쓴 『파계(破戒, 1906)』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츠(瀬川丑松)는 부유한 부락민이 제돈을 주고 비싼 여관에 묵었다가 쫓겨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가 말한 계율, 절대 자신의 출신을 말하지 말라는 계율을 떠올린다. 세가와는 부락 출신이었다. 세가와는 소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는 남몰래 피차별 부락 해방운동가 이노코 렌타로(猪子蓮太郎)를 사모하며 그의 정보를 스크랩한다. 세가와의 출신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세가와에게 세가와 선생 같은 상냥한 성품을 가진 지식인은 부락민과는 다르다며 부락민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드러낸다. 결국 참지 못한 세가와는 아버지의 계율을 깨고 자신의 출신을 밝힌 후 미국으로 떠날 결심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성소수자의 삶이 떠올랐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많다. 아직도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은 계속되고 있고 그런 발언을 한 사람들이 딱히 제재를 받지도 않는다. 성소수자에 대해 유화적이라고 말하면서도 동성혼 법제화에는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고 자기 주변에는 없길 바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나 일터에서 사적인 정보에 대한 질문을 받는 성소수자들 중에는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애인 있냐”는 질문을 “밥 먹었냐”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서, 성소수자들은 자기 애인의 성별을 바꾸어 말하거나 애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불쾌함까진 아니더라도 당혹감이나 씁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성소수자임이 밝혀졌다가 왕따나 괴롭힘을 당했고, 그로 인해 해고를 당하거나 퇴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한국의 노동 환경이나 복지가 이성애 중심적이라는 느낌도 많이 받는다. (그렇게 이성애 중심적인데 출생률이 이 모양인 것도 신기하다)  “성소수자는 여러분 주변에도 있습니다” 같은 말은 도대체 몇 년을 해야 그만 하게 되는 걸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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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공론장을 만드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
초거대인공지능 시대의 초입, ‘인공지능은 앞으로 무엇을 대체할까?’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쏟아낸다. 기회로 여기든, 위기로 여기든 변화가 일어난다는 전망에 누구나 동의한다. 당장은 인간의 노동 중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들을 각자 예측하지만, 한켠에선 기존에 사회를 운영하면서 사용한 여러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대입해 보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챗GPT에 정책에 대한 평가나, 상대 진영의 정치인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는 일화가 들린다. 해외에서는 의회의 연설문을 챗GPT로부터 생성해서 발표하기도 했단다. 챗GPT를 이용해 신과 대화해 보라는 서비스가 주는 인상은 흥미롭지만, 어떤 정책이 나은지 평가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초거대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을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활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보다는 염려가 앞선다. 집단적 의사 결정에서 인공지능은 공론장의 대안일 수 있을까? 특히나 지난 몇년간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벌어진 결과를 부정적으로 경험했다. 상대 진영에 대한 악마화, 서로에게 귀기울이기는 커녕 스스로의 생각을 더욱 강화시키는 필터 버블, 출처를 알 수 없는 허위조작정보와 국가 기관마저도 나선 영향 공작(influence operations),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이들의 자살 등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험한 혐오와 차별, 갈등은 사회가 맞닥뜨리는 여러 복합 위기와 맞물리며, 각자도생의 전략이 더욱 타당하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우린 집단지성의 실현이라는 인터넷 초창기의 희망 섞인 기대는 어느 순간 잃어버린채 집단이나 공동체에 대한 믿음까지도 잃어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내어놓는 답은 다양한 의견이 경쟁하고 협력하고, 조정과 합의를 거쳐야 하는 (그 과정에서 결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서로 혐오하고 파멸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는 많이 보았기에) 인간들의 의사결정보다는 누군가에게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편파적이지도 않고 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이 만든 문서를 인공지능이 모두(?) 이해(?)해서 요약했다는 답변은 루소가 상상했던 사회의 일반의지처럼도 보이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바꿀 공론장의 미래 하지만 우리가 인간과 인간으로서 구성된 사회를 부정하지 않는 이상, 집단 지성의 발전과 인공 지능의 도입을 결코 앞선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긍정하는 발전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우선 초거대인공지능이 인간이 집단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로부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소셜 플랫폼과 빅데이터는 집단지성과 인공지능이 서로 의존하며 상호 발전해 온 기술임을 보여 주는 용어들이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시공간을 가로질러 수많은 연결을 창출해냈고, 이 연결을 통해 생산되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했다. 소셜 플랫폼에 모인 수많은 컨텐츠와 사용자 행위 데이터를 빅데이터로 모아, 네트워크로 연결한 거대한 서버 자원을 통한 후 지금의 초거대인공지능이 답변을 구성하도록 만들어내는데 활용했다. 이렇게 따라가다 보면 인공지능은 오히려 인간 집단지성의 한 유형이자 결과인 것 같고, 블록체인 기술보다 웹3.0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린다. 또한 인공지능이 기본적으로나 제대로든 작동하기 위해서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논의에서 빼 두더라도) 사람이 할 일은 앞으로도 많다. 지금의 챗GPT로서는 피할 수 없는 환각(Hallucination)을 완화하기 위해 인간의 피드백(RLHF,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을 거친다. 더 정확한 답변을 위해서는 빅데이터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스몰데이터도 필요하다. 아마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된 빅데이터 외에 스몰데이터를 독점 확보함으로써 품질을 높이는 위한 경쟁이 초거대인공지능 기업들간에 치열하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위키 방식의 집단 편집의 결과물이나 키워드에 기반한 검색 서비스나 커뮤니티 서비스의 활용은 이미 줄어들고 있지만, 거꾸로 초거대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답변에 들어가기 위한 노하우를 활용하는 컨텐츠 생태계는 활성화될 것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해 스스로의 독창적인 이야기와 경험, 서비스를 발신할 미디어(owned media)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본래 민주적인 공론장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더 많은 참여와 더 나은 숙의는 비록 충분히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사회가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인정하는 가치다. 인공지능이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문서로부터 사회 다수의 입장을 요약해낼때 우리는 앞서 언급한 가치가 얼마나 지켜졌는지 알지 못한다. 또한 광범위하게 제시된 의견을 효과적으로 요약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소셜 플랫폼이 활성화될때 시민들의 단순 직접 투표로 의견을 효과적이고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던 블록체인 기반의 자동화된 분산 조직이 간과하는 바와 같다. 공론장은 참여와 함께 숙의를 통해 경쟁과 갈등, 이해와 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사회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을 생략해서는 이해는커녕 동의를 구하기란 어렵고, 소수의견은 묵살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시민들의 투표, 의견을 데이터로 분석해내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공론장은 최종 결론만을 목표로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미 활용되고 있는 기술인 혐오 표현 필터링도 마찬가지다. 어떤 표현을 기술적으로 감지할 것인가 혹은 근본적으로 방지할 것인가는 기술 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혐오 표현 방지를 옹호하지만, 사실 혐오 표현에 대한 논쟁은 헌법에도 명시한 인간의 기본 권리인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함께 맞물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다. 더 발전한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혐오 표현, 혹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사회적 경험(혹은 논쟁)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으로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도전 역시 그러하다.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지만 가짜뉴스보다는 허위조작정보(dis/mis/mal-information)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는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실수이거나 조작이거나 등등 정보가 다양한 이유와 의도, 취약한 상태로 전달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이는 허위조작정보의 의도와 상태에 따라 여러가지 사람의 해석이 경쟁하고 의도가 맞물려 돌아감을, 따라서 단순히 더하기 빼기가 틀린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한다. 허위조작정보의 검증은 사회적인 과정으로 만들어내야 하고, 이 과정에 다양한 검증 도구를 활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조작된 영상 정보, 조작된 데이터의 검출 등 인간의 역량을 벗어난 검증 과정에 기술은 충분히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공지능이란 최신 기술을 활용해 스스로의 의도를 은폐한채 또 다른 조작정보를 인공지능을 통해 발신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될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여전히 사람과 사람이 협력하는 공론장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우리는 기술 개발, 사용자 협력, 리터러시와 투명성의 확보 등을 위해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 1) 이해와 합의가 일어나는 다양성을 갖춘 공론장의 운영 2) 다양한 자동화 기술의 개발과 활용 3) 사용자 참여에 기반한 적응을 통한 기술 발전 4) 적용한 기술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조치들 사회와 기술의 발전을 위한 시민과 공동체의 성장 아직까지는 무엇이 바람직한지, 우리가 합의한대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하거나 의사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자, 공동체의 몫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거나 결정이어도 사회의 운영에 활용하려면, 그 과정과 결과를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기술이나 체계는 유지되지 못한다. 거꾸로 이해와 판단의 책임을 진 인간에게는 무엇이 윤리적인지, 무엇이 공동체의 가치에 맞는지를 판단하는 시민성의 문제와 시민 역량을 갖추어야 할 책임이 부여된다.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면 말이다. 우리는 같은 단어임에도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지성으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은 지능으로 번역했다. 부지불식간에 인공 지능은 지식에 관한 도구로, 집단 지성은 인간만이 가지는 통찰과 지혜를 기대했던 것일까? 무엇이 가치있는지, 정의로운지,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고 포용해야 하는지를 집단으로서의 인간은 아직까지는 인간에게 기대하는 것 같다. 다만 한국 사회가 사회의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긴 시간 동안 경쟁하고 조율하고 논쟁하며 만들어오지 못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 정치인들이 쉽게 국민들을 갈라칠 수 있는 까닭 역시 누구의,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지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한 경험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아서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사회적 배제라는 역효과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환경에 놓여 있다. 이 환경 속에서 우리는 사회와 기술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이 분명하지만, 시민과 공동체를 위해서 사회의 필수 인프라로서 좋은 공론장을 더욱 발전시키고, 우리의 집단적 의사 결정을 돕는 인공 지능 역시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사회를 만들 기회도 역시 우리의 손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 삶에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기준을 둘러싼 논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식의 발전 과정을 되돌아볼 때, 이 것만큼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의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 한 주제임에도, 이 문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는 여전히 심각한 낙후 상태를 벗 어나지 못하고 있다. —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서병훈. AICE포럼 후, 랩2050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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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늪에 빠진 한국
이례적인 해프닝!?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동맹 70주년, 미국 국빈 방문에서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전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엠바고를 걸고 워싱턴 선언 백브리핑을 제공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뒤늦게 엠바고를 걸고 기자들에게 내용을 공개했다. 정상회담을 하기 전 중요 합의의 이름과 주요 내용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이 시작도 전에 다 끝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행동한 것인지. 대통령실 도청에 대해서 항의하지 않았으니 이쯤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지. 단순 실수였던 것인지 알 수는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NBC 단독 인터뷰에서 친구끼리 스파이(도청) 행동을 하냐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으로는 친구끼리 그럴 수 없지만, 국가 관계에서는 서로…(말을 멈추며) 안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현실적으로라고 답변했다.)MBC보도에서 대통령실은 백악관 백브리핑에 대해 엠바고 해제 시간과 관련해 한국, 미국 시간을 혼동한 미국의 실무적 착오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힌 내용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미국과 한국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미국 측이 실수했을까. 대통령실이 패싱 당해 핑계를 대는 것일까. 미국의 단순 실수라면 사후에 미국 측에 사과를 요구하거나 항의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근데, 그러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어떤 말이나 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백악관 엠바고 백브리핑에 항의하지 못해 얼버무리며 핑계 댄 거라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정상회담 시작 전부터 모양 빠지는 일들이 있었다. 내용물이라도 실했으면 좋겠는데. 과연 그런지 살펴보자.한미 정상 공동성명*전문은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인도-태평양 지역, 나토와 G7과의 파트너십, 러시아 우크라이나, 북한, 탄소중립, 원자력 에너지 평화적 이용, 디지털 협력 내용이 다뤄진다. 내용들이 구체적이지 않고 원론적인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 내용이다. 정상회담 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인도, 재정적 지원만을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군사적 지원을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논란이 되었다. 공동성명에도 관련 내용이 나와있다. 미국과 한국이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 시설 재건을 위한 것을 포함해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내용과 유사하다. 회담에 앞서 양국이 합을 맞춘 내용을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안보라는 단어로 표현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어만 달라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직접 지원 내용은 빠졌지만 여전히 지뢰밭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NBC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최전방 상황이 바뀐다는 조건을 걸며 무기 지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NBC 영상 2분부터)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베 정권 때 나왔던 전략이다. 후에 트럼프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채택했다. 이게 바이든 정부까지 넘어왔다. 중국 압박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을 기준으로 경제와 안보를 협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마찬가지 내용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했다고 나온다. 미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가 좋아야 인태전략 컨트롤이 쉽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관련 진전도 환영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에 대한 선제적 지소미아 정상화를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을 통한 완벽한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 결국엔 미국이 받게 되니 미국이 환영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한 대잠전 및 해상미사일방어 훈련을 정례화하고 해양차단훈련 및 대해적 훈련을 재개하며 한미일 3국 훈련을 논의했다고도 나온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라 쓰고 대중국 압박도 할 수 있으니 일타쌍피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얻게 되는 건 뭘까? 이런저런 훈련을 하니 한국에도 이득이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어느 국가가 공짜로 훈련을 같이 해주려고 하겠나. 전략 무기들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면 그 비용은 누가 다 지불하게 될까. 2012년 개봉한 <킬링 소프틀리> 영화 마지막 부분에 브래드 피트 대사가 떠오른다.America's not a country. It's just a business. 또한, 한반도에서 한미일 대잠 훈련이나 미사일 방어 훈련이 진행된다면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오히려, 북한은 군비 투자를 늘리거나 더 도발할 확률이 높다. 한반도에 무기와 훈련이 집중될수록 한반도 평화는 점점 멀어진다. 한국이 얻는 이익은 없다. 인태 전략을 바라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인태 전략을 바라지 않는 중국 중간에서 인태 전략을 지렛대로 사용해 미일중으로 부터 얻어 낼 것은 얻어 내는 외교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에서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철통같은 양자 협력 강화반도체 및 신흥기술에 대한 협력, 사이버 동맹, 우주 동맹, 교육 교류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반도체 및 기술 협력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는 노력을 평가했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이 기업 활동에 예측 가능한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이어가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있다.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유지라는 내용도 나온다. 하지만, 기술 협력, 협의 단어를 제외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 * LA타임스 기자와 바이든 대통령 질문 내용 참고 : 오마이뉴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 기업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는 협의를 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해, JTBC에서 보도한 LA타임즈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질문한 내용이 화제다. 기자는 바이든에게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를 제한하는 것이 한국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며 중국과 경쟁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받고 있는데 재선을 위한 카드냐는 질문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며 한국 내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이런 동문서답은 처음 본다.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법안들이 중국과 관계된 것이 아니라고도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북미 지역 내에서 제조된 전기차에 한정해 보조금이 지급된다. 중국산이 들어가거나 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에겐 비상 상황인 것이다. 현대, 기아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반도체과학법은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법안 모두 명백하게 중국과 관계되며 한국 기업에게 치명적이다. 질문 자체가 한국 입장에서는 기분 상하는 내용인데, 바이든의 답변은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한국의 피해를 묻는 질문에 중국을 거론한 건 한국 패싱이라 볼 수도 있다.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를 발명했었다며 과거 반도체 시장을 이끌었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도 답변했다. 공동성명문에 나오는 회복력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연결되는 답변 내용이다. 즉,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일본 극우 세력이 메이지 시대의 영광을 찾고자 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기자 질문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답변의 80-90%는 미국의 반도체 부흥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한국 피해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한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과학법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RA 관련해서는 한국 기업이 세액공제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상무부에 적극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기술 협력, 협의, 합의 등의 내용이 많이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과학법으로부터 한국 기업을 방어할 구체적 대안은 볼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미국에 앞으로 투자 못하니까 법안을 바꿔라는 한마디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불확실성과 경영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피해가 있다는 의미다. 피해가 있는 협상이 성공적인 협상인가?  정말 협상 못한다.반도체 관련 참고하면 좋은 내용 : (2분 50초 - 7분 30초) https://youtu.be/u4I4KZ-Vhlg공동성명 내용이라고 하는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한국의, 한국에 의한, 한국을 위한 내용은 1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에서 얻어온 국가의 이득은 무엇인가. 넷플릭스 투자만 남을 것 같다. 하지만,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변상욱 대기자 인터뷰를 참고하면 넷플릭스가 매년 투자해 오던 내용이라고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는 건 사진밖에 없을 것 같다. 공동성명 내용은 이상이다. 워싱턴 선언은 어떤지 살펴보자.워싱턴 선언워싱턴 선언에도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해프닝이 있었다. 백악관이 워싱턴 선언 내용을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고 더 신경 써야 하는 국가가 중국이라는 걸 보여준다. 외교부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유관국에게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가 중국 측에 관련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이런 정황을 보면, 중국에 사전 설명을 했다는 것이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미국은 한국을 위한 립 서비스를 할 테니 중국에 불편한 내용이 있어도 화내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게 아니면 갑자기 중국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워싱턴 선언 첫 문단부터 인도-태평양 단어가 나온다. 인도-태평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고 나온다. 언제부터인지 한미 사이에 인도-태평양은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되었다. 미국이 가장 신경 쓰는 전략이다. 한국이 인태 전략에 발을 넣는 순간, 진퇴양난이다. 미국 말만 계속 듣자니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딜레마에 빠진다. 중국과 뭘 해보려면 인태 전략에서 발을 빼야 하는데 미국이 가만있을까? 한국 정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 미국 입장에서는 평화와 안정이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확장억제북핵 확장억제 내용도 등장한다.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나온다. 미국이 짜놓은 퍼즐에 한국이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핵확산금지조약 NPT 의무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는 내용도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보수가 외쳤던 한국의 핵 개발, 보유, 무장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대통령 본인이 주장하던 내용과 다른 내용을 선언 내용에 넣는데 대통령 본인이 최종 합의를 본 것 아닌가. 근데, JTBC가 보도한 18회 국무회의 내용을 참고하면 한국형 확장억제라면서 한미 안보동맹이 핵 기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자신이 했던 말과 다른 내용이 업그레이드라니. 이해하기 어렵다.한국 핵 보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워싱턴 선언이 (사실)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는 외교적으로는 빵점이지만 핵 무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MBC 뉴스외전에서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과 협의도 하고 훈련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한국이 핵을 개발할 자위권적인 권리를 포기했다는 평가도 했다. 전작권을 내준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남북한 모두가 핵 무장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의 핵무장 포기는 미국 정부의 부담을 덜게 되는 효과도 있어 보인다. 핵협의그룹 NCG네 번재 단락에서는 핵협의그룹 NCG 설립을 선언했다고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항상 발목을 잡았던 워킹그룹이 떠오른다. 핵과 관련된 내용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고 미국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략을 신뢰하고, 거기에 지속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나토의 NPG(핵기획그룹)은 미국 내에서 법제화되었지만 한국의 NCP(핵협의그룹)은 협의를 위한 노력을 하는 수준이라는 내용을 언급했다. 미사일 방어체제 MD한미 동맹이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과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한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어떠한 종류의 핵 전쟁이든 한국이 말려들어 갈 수 있는 내용으로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에 따르면, 전략핵 자산들이 자체 방어 능력이 없어 재래식 무기와 패키지로 지금까지 묶여왔다고 말하며 미국 미사일 방어체제 MD에 한국 재래식 지원이 들어간다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 척을 지게 된다는 의미의 내용을 말했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포탄이 지원되고 미국 MD 체제에 한국산 재래식 무기가 사용된다면 그 자체가 재앙 아닐까. 그럴 확률이 워싱턴 선언으로 더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한국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다.또한, 언급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는데.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SLBM의 경우 최소 사거리가 4,000km라서 북한에 대한 사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 정도가 사격권에 들어온다면서 사실상 보여주기식이라고 의견을 밝혔다.립 서비스다섯 번째 문단에는 북한의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한반도에서 벌어진다면 전쟁터가 되거나 핵 공격이 이뤄진 장소로 남게 된다. 대신 미국은 본토에서 떨어진 곳에서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한국을 위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전략 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증진시킨다는 내용도 나온다.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자주 올수록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긴장은 높아진다. 전략 자산에 대한 비용도 발생한다. 북한의 군비 투자도 늘리는 꼴이 될 테다. 굳이 얻게 되는 걸 따져보자면,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안정감 정도지 않을까. 마지막 단락에서는, 미국 전략 사령부와 수행하는 도상훈련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있다. 북핵 확산 억제를 하는데 도상훈련이 무슨 상관일까 뜬금없다. 필리핀 루손섬에서 진행되었던 한미일 도상훈련이 연상된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위해 어떻게든 끼워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북핵보다 중-러에 더 신경 쓴 내용 아닌가 싶다.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오면서 워싱턴 선언 내용이 끝난다. 앞서, 전략 자산과 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에 대한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겠나. 나올 확률은 0%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문장은 립 서비스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내용들에도 불구하고, 김태효 국가 안보실 1차장은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은 핵공유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저는 이번 미국 국빈 방문과 정상 공동성명 그리고 워싱턴 선언에 이르기까지 미국이라는 거대한 숲속의 늪에 빠진 한국 외교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7, 8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방한한다고 합니다. 한국 외교가 늪에 빠져 잠식될지, 발버둥이라도 치며 빠져나오려고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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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자정 없이 공론장은 없다
이 게시물은 “유민석, 2019, [혐오의 시대, 철학의 응답], 서해문집”의 1장 ‘존엄한 삶에 대한 확신의 파괴_혐오표현'을 요약 정리한 것에 아주 약간의 의견을 보탠 것입니다. 혐오표현의 정의혐오표현은 “소수자 집단의 특성을 겨냥한 적대적인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종, 피부색, 국적, 성, 장애, 종교, 성적 지향과 같은 어떤 집단의 특징을 근거로 행해지는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반감이나 경멸의 소통"입니다.(John T. Nockleby 외) 혐오의 대상은 “소수자 개인이거나 그 개인이 속해 있는 집단(표적 집단)이며, 혐오표현은 “‘그냥 말’이 아니라 여러 감정에 기반한 차별행위이자 폭력행위"입니다. 혐오표현을 좀더 넓게 해석하고자 할 때는 “소수자의 도덕성이나 능력에 대한 의심을 나타내는 표현에서부터 해당 집단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까지, 다양한 의사소통을 아우르고자” 합니다. 이 경우에는 특정 발화가 혐오표현인지 아닌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이 생깁니다. 애매하거나, 이론적 분석이 필요하거나, 특정 맥락속에만 혐오가 되거나 해서 규제의 대상인지 논의의 대상인지 토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습니다.혐오표현의 종류[1] 모욕의 혐오표현 “모욕 형태의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 조롱, 경멸, 무시 등을 드러내는 표현'들"로 모욕 대상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고 폄하하는 것입니다. “언어로 하는 구타”인 셈입니다. [2] 선동의 혐오표현 선동의 혐오표현은 “표적 집단을 향한 혐오와 차별을 고조시키고 증폭시키는" 행위입니다. “증오의 촉진” 행위인 것입니다. [3] 종속의 혐오표현 종속의 “혐오표현은 기존 권력관계에서 종속된 위치에 있는 청자들을 재종속시키면서 일종의 열등한 지위의 신분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종속의 혐오표현은 1) “소수자들이 열등하다가 서열을 매기고”, 2) “그들을 향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3) “그들에게 부당하게 권력을 박탈"합니다. “혐오표현은 이 3가지 작동방식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을 권위와 권력이 박탈된 지위로 종속시키는 행위"입니다. 종속의 혐오표현은 “열등한 신분의 창조” 행위인 것입니다.  [4] 무시의 혐오표현 무시의 혐오표현은 소수자의 위치로 인해 거절이나 항의가 힘든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고, 책임을 돌리고, 침묵시키는 행위입니다. 이를테면 “‘피해자 비난하기'는 또 다른 폭력”이고, “이중으로 침묵시키는 것”입니다. “묵살과 왜곡”의 혐오표현인 것입니다. 책에서 구별하는 혐오표현의 네 종류에 대한 논의는 혐오표현을 특정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불쾌함으로 이해하여 생기는 한계를 넘어, 혐오표현의 판정, 혐오표현의 경중의 정도 등을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토론을 하거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혐오발화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내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혐오표현에의 대응혐오표현에의 대응은 크게 법적 규제와 대항표현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1] 법적 규제는 “‘혐오표현이 소수자들을 침묵시키며, 침묵당한 소수자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언어철학적 논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추진이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관점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 하고자 하는 시도일 것입니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규제함으로써 소수자의 안전함을 확보함으로써 자유와 평등을 신장할 수 있지만, 충분한 토의를 통해 혐오표현의 사회적 기준을 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법 적용 기준에 있어서의 애매모호함으로 인한 잘못된 법 적용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혐오표현에 대항하는 대항표현에의 법적규제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토론의 영역을 법적 규제로 닫아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2] 대항표현은 “전복하거나 되받아침으로써, 즉 대항표현으로 맞서 싸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항표현은 개인 차원의 대항표현, 집단 차원의 대항표현, 국가 차원의 대항표현이 있습니다. 공론장에서의 토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공론을 형성하는 것은 시민들 자신에 의한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나 활동가나 시민들의 개인적 대항표현은 필수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일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격'은 피하고 싶은 무서운 일입니다. 관련 사회운동조직 등에 의한 집단 차원의 대항표현은 안정적으로 정제된 대항표현을 지속성 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또한 필요한 일이지만, 힘든 일입니다. 국가 차원의 대항표현은 권위있는 공직자가 혐오표현의 사례를 비판하는 대항표현을 하는 직접적인 방식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 등과 같은 활동을 지원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차원의 대항표현은 각각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필요한 것입니다. 혐오표현 없는 안전한 공론장의 가능성공론장이 안전하다는 것은 시민 누구나 공격받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자유롭게 말한다는 것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만의 자유가 된다면, 그 자유는 누군가를 공격할 자유가 될 수 있고, 그 공격으로부터 누군가를 안전하지 못하게 만들게 될 것입니다. 혐오표현이 단순의 감정 차원의 혐오의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집단의 특성을 겨냥한 적대적인 표현’이라면, 우리는 사회적 소수자가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적인 전제인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하는 집합적인 자유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하지만 안전을 위한 법적 규제는 그 필수적인 필요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그 법의 빈 공간을 채우는 시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을 때, 국가권력에 의한 통제의 한 방법으로 형식화되거나 악용될지도 모릅니다. 플랫폼에서의 규제 또한 법적 규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슷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잘 작동하는 법적 규제를 잘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법적 규제로만은 채울 수 없는 빈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개인의/집단의/국가차원의 대항표현 실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은 공론장의 주체로서 ‘토론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시민의 역할을 합니다. 집단은 사회운동의 주체로서 ‘활동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소수자들을 대변하고 대항표현 활동의 지속성을 담보합니다. 국가는 촉진과 조정의 주체로서 ‘제도화 하는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이 안전하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민주주의 사회는 구성원들이 공존하며,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다수의 지지를 점점 확장해 나감으로써 시민지성에 입각한 시민문화를 형성하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렇게 형성된 공론에 입각하여 끊임없이 더 나은 제도의 변형을 이루어 가는 사회일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혐오와 차별 없는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공론장에서 혐오와 차별이 무엇이고 그 구체적인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힘들고 지난한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인 이 과제는 이론에서의 추상적인 논의와 현실에서의 구체적인 복합적 얽힘의 표현일 따름입니다. 우리는 이 실타래를 풀어야만 합니다. 이 실타래를 한 번에 풀어줄 단 하나의 묘수 같은 것은 찾기 어렵겠지만, 함께 하나씩 풀어가보면 좋겠습니다. 명백한 혐오표현은 즉각 규제해야 하지만, 애매하거나, 토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더 나은 합의/협의/조정에 이를 가능성이 있거나, 맥락 파악에 따라 이론적인 논증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바로 규제하기 보다는 시민들이, 활동가들이, 전문가들이 함께 토의를 통해 풀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빠띠 캠페인즈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래봅니다.함께 ‘혐오가 자정되는 공론장’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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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 SNS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이념, 세대, 노사, 젠더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표출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사회에서 갈등의 발생은 필연적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사회 갈등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고 만성적입니다.   한편 이러한 사회 갈등을 SNS가 증폭시키고 확산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서울연구원에서 발간한 『서울시 사회갈등 이슈 진단과 정책 시사점』에서는 세대 가치관의 차이가 남녀 간의 가치관의 차이와 중첩되는 20~30대에서 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젠더갈등은 일상생활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확대 증폭되고 변형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보고서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대면 소통의 증가가 정보를 편향적으로 습득하거나 끼리끼리 소통함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아에 대화자체를 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면서 디지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 활성화를 통해 나타나는 민주주의의 긍정적 측면과 동시에 혐오와 갈등이 심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현재 한국 사회를 ‘디지털 갈등사회’로 규정짓게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조정열 교수는 SNS 발전과 사회갈등에 관한 연구에서 SNS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인 탈맥락화¹, 집단극화², 자기정당화³라는 이론적 개념을 활용해 실제로 SNS가 사회 갈등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검증했는데요. 연구 결과 SNS 사용의 증가와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의 확대 사이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연구 결과와는 무관하게 연구모델로서 사용한 SNS 커뮤니케이션의 세 가지 특징에 대한 개념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각 특징들의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는 표정, 몸짓, 목소리, 맥락 등이 사라지고 메시지 자체만이 전달되는 현상으로 전후 문맥은 빼버리고 독자를 자극할만한 문구만을 부분 인용하는 사례는 주로 정치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자주 쓰였는데, SNS 논쟁에서는 더 많이 자주 활용됩니다. SNS에서 쓰이는 뉴스콘텐츠는 필연적으로 탈맥락화의 과정을 거치는데 해당 뉴스 기사에 대한 전달자의 의지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집단태도극화(group polarization)’는 나와 같은 성향의 의견의 사람과 함께 있으려는 욕구 혹은 성향인 homophily가 특히 SNS 소통방식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는데, 혼자일 때보다 내 편과 함께 있을 때, 그리고 동질적인 집단에 속해 있을 때, 생각과 표현이 강경해지기 쉬워지게 됩니다. 이때 집단태도극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는 스스로의 판단을 합리화하는 심리적 습관을 말합니다. 대화나 토에서 의견을 표현하고 나면 기존의 태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SNS 이용자가 아닌 알고리즘 시스템이 갈등을 증폭시킨다?   국민일보의 알고리즘 관련 탐사보도 1편 ‘극단의 광장에 갇힌 사람들(2020. 12)’에서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인한 극단화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 이용자가 해당 영상을 시청한 다음 어느 채널로 이동했는지 이동 경로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보수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진보 채널 영상을 본 유저들은 또 다른 보수 채널로 이동하는 등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면서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전통 언론 보다 이념적 편향성이 높은 개인 채널, 대안 언론 등의 영상이 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통 언론은 이슈가 터지면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형태가 많았습니다. 반면 인터넷 매체나 개인 채널은 이를 바탕으로 해석하고 주관적 감정을 지속 배출하는 식으로 영상을 가공하고 있음을 밝히며 이러한 방식은 유저들에게 진영 논리를 지속 주입하는 기제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해당 기사는 앞에서 살펴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이라던가, SNS 이용에서 극대화되는 집단태도극화, 자기정당화와 같은 인간 본성의 문제가 아닌, SNS 시스템 중 하나인 알고리즘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증오의 증폭제? : 테러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은 변화하는가?    SNS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출처: Catalyst of hate? Ethnic insulting on YouTube in the aftermath of terror attacks in France, Germany and the United Kingdom 2014–2017)   이 연구에서는 서유럽의 테러 사건 이후 특정 종교와 민족에 대해 인과관계를 부여함으로써 인식적 차별, 혐오, 증오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을 소셜 미디어가 촉진하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즉 현실 사건에 대해 소셜미디어가 증오 및 혐오를 증폭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분석합니다.   연구진은 선행연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소셜미디어의 에코챔버 효과(반향실 효과)와 익명성이 강조되는 환경이 종종 극단적인 의견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익명성이 강조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소셜 미디어의 온라인 환경이 증오 표현 의향을 높이고, 이념적 견해가 다른 그룹 간의 충돌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인데요. 이를 밝히기 위해 유튜브를 전략적 연구장소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서유럽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 이후 인종 차별적 발언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지, 테러 공격 전·후에 소셜미디어에서 인종 차별적인 행동이 변화하는지를 조사했는데요. 이를 위해 유튜브 개별 사용자의 ‘댓글 혹은 좋아요’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종 차별적인 발언의 개별 수준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연구 결과 테러 공격 이후 이민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증오 발언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결과는 혐오나 적대적 발언의 증가가 일반적인 사용자의 행동변화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니였다는 것입니다. 테러 이전에 댓글을 단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건 이후 댓글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혐오적 사용자들이 토론에 참가하여 댓글을 달면서 집단적인 혐오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즉 개인의 변화보다는 인구 구성의 변화(혐오적 사용자 증가)가 집단적인 경향을 변경시키고 있었습니다.   연구의 시사점   이 연구는 SNS가 갈등을 촉진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특정 이벤트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거기에 비례해 혐오 발언이 증가하는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러나 혐오에 대한 집단적인 경향을 형성하는 것이 적대적 사용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는 점이 흥미로운데요. 이 연구의 결과를 놓고 보자면, 갈등과 관련된 SNS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혐오 발언을 제재하고 그러한 발언을 하는 사용자를 퇴출 시키는 방식이 주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혐오, 인종차별적 댓글이 자주 노출되게 되면, 일반 사용자들이 그러한 댓글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나가며..   지금까지 SNS와 사회 갈등의 관계에 관한 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SNS 활동의 특성들 혹은 SNS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확산하고 증폭시키는데 얼마나 기여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SNS는 단순히 현실의 문제, 인간의 본성과 편견 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 SNS는 잘못이 없는것일까요? 혹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SNS를 이용해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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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선언’의 여파,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의 5박 7일간의 국빈 방미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정부가 밝힌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는 경제안보, 사이버 우주 분야, 에너지 등 다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4월 26일 한미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은 단연 화제였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확장억제 강화를 중심으로 <한미 핵협의그룹 창설, 핵 전략무기 운영 계획 정보 공유, 공동작전 기획 및 실행방안 정기 협의,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미 전략자산 전개> 등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2023.4.27 윤석열 대통령 한미 정상회담, '워싱턴 선언' 발표, 대한민국 정부 블로그).진일보적인 성과였다는 평이 있는 반면, 갈등을 강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는 등 다양한 평가가 있었는데요. 주미대사를 지낸 안호영 경남대 석좌교수는 3가지 포인트로 워싱턴 선언을 잘된 선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1) 미국이 민감한 핵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한 것 (2) 북한에 대한 대응을 `조인트 플래닝`(joint planning·공동 기획)하겠다고 한 점 (3) 확장억제에 대한 공동이행으로 우리 군의 역할이 늘어날 가능성을 꼽았습니다(2023.5.2. "`워싱턴 선언` 3가지 포인트 눈여겨봐야…매우 잘된 선언", 출처 이데일리).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좌교수 역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한국의 핵무장을 막았다는 측면에서 오랜 미 국가안보전략의 성취"라며 핵 확산 방지에 미국이 큰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습니다(2023.4.30. '투키디데스의 함정' 앨리슨 교수, 워싱턴선언 극찬한 이유, 출처 중앙일보) 반면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는 "미국은 한국에서 나오는 독자적 핵무장론을 무마시키려고 많이 애썼지만 한국이 원하는 핵 공유나 운영에 관한 공동 계획 등을 지원했는지를 살펴보면 변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실효성 부분에서 낮은 평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2023.4.28. 日전문가, 핵협의그룹 창설에도 "미, 한국과 핵 운용 정보공유 어려울것", 출처 뉴시스). 또 중국 내 미중관계 전문가 리칭쓰 인민대 교수는 이번 워싱턴 선언이 북한에 핵과 미사일을 더욱 부추길 동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정치도 차갑고 경제도 냉랭한 ‘정랭경랭’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였습니다(2023. 5.1 "정랭경열→정랭경랭…한·중관계, 더 차가워질 것", 출처 중앙일보). 실제로 ‘워싱턴 선언’ 이후 중국은 워싱턴 선언이 한국의 비핵화 내용에 맞지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북한도 나흘 연속 강렬한 비판을 지속해나가고 있습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차도 있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미국과 핵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지시간 27일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국장은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가 이 선언을 사실상 핵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화된 약속일 뿐이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2023.4.28. 미 백악관 관계자 "워싱턴 선언, 핵공유는 아니다"...한국 정부와 입장차, 출처 JTBC 뉴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실제 핵공유한다고 한 적 없다“며 미국과의 입장차를 부인하기도 하였습니다(2023.4.29. 대통령실 "실제 핵공유한다 한적 없어…미국과 입장차 아냐", 출처 연합뉴스). 워싱턴 선언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한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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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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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한국사회
최근 30대 네이버 개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내괴롭힘‘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고인이 육아휴직 복직 후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족 측 고소장이 접수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열심히 근로감독을 해서 법을 지키는 관행을 만들도록 유도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23.04.20)  <OECD 국가별 출생아 100명당 육아휴직자 수> 한국은 OECD 가운데 출생률이 가장 낮은 나라로(0.78%),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육아휴직’입니다. 육아휴직 제도는 1987년 도입돼 올해 36년째를 맞았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021년 기준 29.3%로 OECD 최하위권을 머물고 있는데요. 물론 한국의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0년 72,967명에 불과했던 수가 2021년 17만 3,631명으로 10년 사이 약 10만명 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근로자의 보편적 권리’로 인식되기엔 아직까지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데요. 1.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현재 육아휴직 사용은 주로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노동자에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 대부분이 규모 300명 이상의 기업체 소속되어 있고, 4명 이하 기업에 소속된 비율은 3.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육아휴직 사용자의 소속 기업 규모> 또 사용할 수 있다 해도 부당 해고를 겪거나 승진 불이익, 차별 등을 당할까봐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도 있는데요. 실제로 인권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자의 70%가 배치와 승진에서, 71%가 보상과 평가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사례] (KBS. 23.03.28) A씨: “임신은 축하하지만 그만두는 것을 한번 생각 해봐라. 배가 불러있는 사람한테 일 시키기 불편하니까 배 부르기 전에 그만둬라.” B씨 : “배치할 만한 부서가 없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줄 수는 없다.” C씨: “임신 후기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 직원은 늦게 귀한 애를 가진 거라 쓰게 한 거다.” <육아휴직 사용 불가 이유>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에 신청할 때 눈치가 보인다는 것도 문제인데요.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사용할 수 없는 직장분위기나 문화 때문’이라는 답변이 49.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가중’이 23.3%,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서’가 9.3%, 추가인력 고용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이 7.7% 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노동 약자’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실제로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56.8%), 5인미만(62.1%), 월 150만원 미만(55%) 근로자의 경우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고, 육아휴직과 돌봄휴가 역시 평균보다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합니다. (직장갑질119) 2. 제도적 문제와 실효성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마친 직원에게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본인이 입은 불이익이 육아휴직 때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1년 육아휴직 사용 후 보복인사 등으로 불이익을 받은 남양유업 피해자 사례가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습니다. 특히 부당전보를 지시하는 상사의 녹취록 등 물적증거가 공개되었음에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및 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논란이 됐습니다. 이러한 법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윤미향 의원은 '육아휴직 복직자 부당전보' 남양유업 피해 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는데요. 육아휴직 복직자에 대한 부당전보 판단근거를 확대하고, 불리한 처우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 근로자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 현행법은 사업주의 불리한 처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모호해 권리구제기관 및 사법기관의 판단이 각각 다르고, 문언상 해석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 사용으로 차별을 받아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육아휴직 관련 차별 경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고 넘어감‘이라 대답한 응답자가 57.8%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사업주의 육아휴직 권리침해 관련 기소의견 송치 건> 간혹 육아휴직 사용 권리침해가 법적인 공방으로 이어진다 해도 방대한 자료를 가진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승소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사용을 사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 대한 기소의견 송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사용자를 보호하고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2020년 육아휴직 부여 저조 사업장으로 의심되거나 출산, 육아휴직 중 부당해고가 의심되는 사업장으로 선정된 수는 총 364개였지만, 이 중 위반사업장으로 판정된 경우는 29개에 그쳤고, 사법처리 건수는 3건에 불과했습니다. 3. 해외 사례 1) 근로자 손해배상 및 보호방안 (육아패널티_국회입법조사처) 스웨덴의 경우, 육아휴직법 제 22조에 따라 법령을 위반한 사업주는 근로자가 입은 모든 형태의 손해나 손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가 육아휴직과 관련된 불이익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거나, 있었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도 ‘사업주의 해고조치가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부당해고였는가’에 대한 증명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는데요. 만일 해당 사안이 차별 관련 사안으로 판정되면 근로자는 고용평등법에 따라 복직은 물론 손해배상청구일 이전 6년 기간의 급여에 대해 상한액 제한 없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육아휴직 사용권 보장 (사용권보장_국회입법조사처)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최소 13주 근속한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육아휴직 시작일 최소 2주 전에 사업주에게 서면으로 미리 고지하면 되는데요. 이때 사업주의 별도 승인 없이도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어 원하는 때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사업주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스웨덴의 경우도 사업주에게 최소 2개월 전에 육아휴직 시작일을 고지하면 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사업주의 승인 없이 요청만으로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으로 명문화하고 있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사용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3)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パパ休暇_厚生労働省) 일본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산후 아빠휴가 제도‘를 시행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있는데요. 아이 출산 후 8주 동안, 한 번에 최대 4주 총 2회까지 사용할 수 있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사측은 반드시 휴직 신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사합의를 통해 근로자가 육아휴직 중에도 근무할 수 있게 했는데요. 갑자기 중요한 회의에 참여해야 하거나 휴직자가 아니면 대응할 수 없는 업무가 생겼을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근속기간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폐지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도 육아휴직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와 관련해 직원들의 의향을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해 제도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50%, 2030년에는 여성과 같은 85%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를 위해 지난 4월 1일부터는 1000명 이상 대기업의 경우, 매년 홈페이지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그동안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제도를 이용하지 않은 남성들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실현되려면.. 그동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정부에서 많은 정책을 펴왔지만, 한국은 여전히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출생률은 더 낮아지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을 짚어봤는데요. 제도적 문제도 물론 개선돼야겠지만, 육아휴직을 ‘기본적 권리’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의 문제와 차별, 괴롭힘, 갑질, 이기주의 등 잘못된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러려면 한국사회의 불평등 양극화 문제, 과도한 경쟁 사회 등도 함께 해결돼야겠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성장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한국사회가 이제는 성장만큼 ‘파이 분배’와 ‘안전망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사회가 '육아휴직'을 보편적 권리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서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금기’와 같던 의원 정수, 시민은 열린 마음으로 토론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토) 오후 2시, 하자센터 999클럽에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해보자! 시민 대토론 “국회의원 수, 늘려? 말어?” – 국회의원 적정 정수 논의를 위한 시민 패널 토론>을 개최했습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 따라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는 4월 10일부터 13일간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논의할 선거제 결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반대로 비례대표 의원을 50명 증원안을 전원위에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국민의힘 조경태, 이명수 의원 등은 적극적으로 의원 감축 주장하거나 국민 서명을 받고 있기도 하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의원 수당을 줄여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스스로도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는 때에,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한 시민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서로 다른 의견들을 가진 시민들이 토론해볼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 날 행사에는 참석한 시민 패널 38명이 성별과 연령, 거주지, 찬반 의견 등을 고려해 8개조 테이블로 나뉘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시민패널들은 질의응답과 상호토론 등을 통해 적정 의원 정수와 역할에 대해 진솔하고 다양한 의견들을 나누었고, 토론을 통해 입장을 정하거나 바꾸는 등 생산적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행사에 앞서 한상희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국민이 가지며, 땅의 주인 또한 국민이다. (~중략) (국회의원들을) 잘 가르쳐서 말이 통하는 친구로 삼거나, 물갈이를 하거나, 제대로 부리기 위한 지혜를 구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국회 시민정치포럼의 대표의원인 정의당 이은주 의원, 책임연구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 소속 의원이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또한 영상 축사를 통해 시민이 직접 국회의원 적정 정수에 대해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빠띠캠페인즈에서 진행된 “국회의원 정원, 늘려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사전 투표를 진행한 결과 누리꾼 214명 중 늘려야 한다가 107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가 92명, 잘 모르겠다가 10명, 기타 의견이 9명이었습니다. 주요하게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었습니다. “국회의원 수는 증원해야 합니다. 다양한 역량이 국회의원에게 요구하지만, 국회의원도 사람입니다. 1인분의 양은 분명 정해져 있습니다. 일하는 국회의원들의 업무는 가중되어 입법 공백은 커지고,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부에 대한 견제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 국회의원 300명은 너무 많다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이 늘어난다고해서 양당제가 해소되진 않을겁니다. 지역구를 통합하고 비례대표직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성있는 방안이라 생각합니다.” 행사에 참석한 시민 패널의 여론 지형을 알아보기 위해 1차 투표를 진행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1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9명, 투표 미참여는 8명이었습니다. (1차~최종 투표까지, 빠띠의 투표 플랫폼 '빠띠 타운홀' 사용) 이어서 전문가 패널의 발제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찬성측 전문가 패널인 김찬휘 선거제도개혁연대 공동대표가 나섰습니다. “의협이 의대 증원을 반대하거나, 변협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증원에 반대하는 것처럼 국회의원 또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공급을 줄여 공급자의 힘을 커지도록 하는 것이다. 반대로 공급을 늘리면 수요자 힘이 커진다. 국회의원 수를 늘려 유권자가 부르면 국회의원이 달려올 수 있도록 하고, 국회에서 들리지 않는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늘려야 한다.” “(독일 의회는 100석을 줄였다는 주장에 대해)현재 독일 의회의 의석수를 한국 인구에 적용하면 414석” “13대 국회와 21대 국회를 비교했을 때 34년간 국가 예산은 36배가 증가하고 법안 발의 건수도 26배가 증가했지만 국회의원은 1명 증원되는 것에 그쳤다.”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어드므로 증원이 필요없다는 주장에 대해)인구수와 의석수는 직접적 비례관계가 없고 제헌국회 당시 인구 2천만 명에 의원 200명이었던 점을 따른다면 5천만 명인 지금 의원은 500석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반대측 패널로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나섰습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례성과 대표성 향상을 위해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자는 주장에는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증원하자는 주장의 이론적 근거와 타당성이 부족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다는 측면과 국민의 반대가 높으므로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국회의원 1인당 대표하는 국민 수가 높은 나라는 멕시코와 일본, 미국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나 국회의원의 자질이 OECD 평균에 근접한지 의문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수를 늘린다는 것만이 해법인지 잘 모르겠다” “세계적으로도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는 것이 유행이다. 프랑스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멕시코는 3분의 1 감소를 추진했다. 이탈리아 또한 35%를 줄였다. 독일 또한 그렇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며 직능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비례대표를 활용하는 사람은 유권자가 아닌 공천권을 쥐고 있는 자들” “국회의원 증원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고, 의원 스스로 의정활동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정당 차원에서 공천 기준도 명확해야 하며, 증원은 직능 대표성과 직무수행에 대한 신뢰가 생겼을 때 진행되어도 충분하다” 시민 패널은 전문가 패널의 발제를 듣고난 뒤 질의응답을 거쳐 2차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2차 투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0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13명, 투표 미참여는 5명이었습니다. 시민 패널은 2차 투표 결과를 확인한 뒤 40분 간 테이블 토론에 임했습니다. 증원에 찬성하는 시민 패널은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회의원 수와 특권은 반비례된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에 기초한다. 국회의원이 적으면 여러 의견을 다 담을 수 없으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기 위해 증원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의 자질을 갖춘 다음 숫자를 늘린 수는 없다. 일을 시켜봐야 하는데 현 상황만 갖고 더 늘리면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 “탁한 물이 덜 탁해지기 위해서는 물을 더 부어야 한다” “양당체제가 고착화되고 과다대표되고 있어, 지역구 줄이기 어려우니 소수자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원칙적 찬성” 증원에 반대하는 시민 패널은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 역할을 못하고 있어 유보적 반대” “독일도 줄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지금의 한국 국회의원은 카피(copy) 입법, 부실 입법 등 문제가 많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모자라면 늘려야 겠지만,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하는 몫과 분리해서 접근해 국회의원이 가장 집중해야 할 입법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하면 된다” “증원을 하는 것보다 국회의원의 자질과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 “지금 50명 늘려봤자 결국 똑같다, 일하는 사람이 왕따가 되는 시점 아닌가” “국회는 이미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개선해야 한다” 시민 패널은 단순히 정수 확대와 감축 뿐만이 아니라 현재 국회의원의 역량 부족과 국민적 불신에 대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에도 입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현재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분석 및 평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정당의 공천 과정에 있어서도 개혁이 필요하고, 이같은 증원과 감축 논의는 더 많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등장했습니다. 각 테이블에서 나온 토론 결과에 대해 시민 패널이 발표하고 난 뒤에는 시민 패널과 전문가 패널의 최종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1차, 2차 투표에서 늘리지 말아야 한다에 투표를 했다가 최종 투표에서 늘려야 한다에 투표를 한 시민 패널은 “국회의원은 일도 별로 안 하는데 수당은 많이 받아가는 것 같아 수당 인상에는 꼭 반대해왔다. 그런데 구정물을 희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이 더 필요하다는 말과, 테이블 토론을 통해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 패널의 최종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 시민 패널 38명 중 늘려야 한다가 26명,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11명, 투표 미참여는 1명이었습니다. 증원에 찬성하는 의견은 직전 투표 대비 6명이 증가했고, 증원 반대 의견은 2명이 감소했으며, 유보적 의견이었던 5명 중 4명이 증원 찬성에 투표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시민 여론을 거론하며 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를 배제하였지만, 행사에 모인 시민패널은 서로 다른 배경과 입장에도 불구하고 정치개혁에 대한 공통적 열망 아래 의견과 바램을 이야기하며 뜨거운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국회 시민정치포럼은 오늘 이 자리가 더 나은 국회를, 또 더 나은 선거제를 논의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22대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더욱 다양한 선거제에 대한 논의를 나눌 수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밝히며 참가자들과 기념 사진 촬영 후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보도자료 [원문보기/다운로드]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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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은 숙의가 필요하다
공론장에서 숙의의 의미 '숙의'는 일반적으로 “깊이 생각하여 충분히 의논함”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와 공론장 등과 관련해서는 deliberation의 번역어이며, 거의 이러한 맥락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deliberation은 숙의뿐만 아니라 토의, 심의로도 번역됩니다. 이는 deliberation에 “어떤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고 협의”한다는 의미와, “심사하고 토의”한다는 의미까지 포괄되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민주주의를 더욱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화의 맥락에서 보면, 숙의는 “법원의 배심원, 의회 입법자, 위원회 위원, 혹은 다른 사람들이 이성적 토론 이후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의미합니다(존 개스틸 외, 18).여기서 ‘제도화'를 일단 제외하고,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숙의는 공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시민, 이해당사자, 활동가, 전문가, 국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 깊이 숙고하여 논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들리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론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공론장은 다양한 주체들의 숙의를 통해 공론을 형성하는 공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숙의 공론장제인 맨스브리지는 “반대만 하는 민주주의"를 넘어 “통합하려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통합하려는 민주주의에서 대중은 서로 존중하는 숙의 과정에 참여하며, 서로 경쟁하는 증거들과 주장들의 경중을 잘 판단한 다음 모두를 위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차이를 억눌러버리는 은밀한 체제 순응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존 개스틸 외, 19). 반대와 통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반대가 아닌 통합’ 혹은 ‘순응이 아닌 저항’의 선택을 강요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나눈다고 통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저항만 한다고 더 나은 사회가 도래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저항은 민주주의 내에서의 제도적 변화를 위한 토의의 제도화와 공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활동의 민주주의와 토의의 민주주의는 둘 다 필요합니다.벤저민 바버는 ‘약한 민주주의’와 ‘강한 민주주의’를 구별합니다. 약한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자기 이익을 챙기려고 경쟁하는 것 , 또는 개인적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며, 강한 민주주의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행동에 더 큰 중요성을 두고, 대중이 함께 논의하고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존 개스틸 외, 19). 전자는 다원주의적 접근에 조응하며, 후자는 공화주의적 접근에 조응합니다. 숙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주주의는 후자의 관점과 친화성을 가집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이며, 대의민주주의는 ‘시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 제도’를 의미합니다. 대의민주주의는 최소한의 필수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것만으로는 선거 때 외에는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제도로서의 공론장을 구축하는 것’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의하는 시민사회 공론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가 더욱 민주적일 수 있도록 보완 혹은 변형하는 중요한 일이 됩니다. 숙의는 공론장의 필수 전제이며, 숙의 공론장은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방법일 것입니다.  숙의의 필요숙의는 여러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이론적인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학자들 주도로 숙의하여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좀더 나은 사회정책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 행정가, 전문가들이 숙의하여 작업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토의하는 과정에서 더욱 깊이 이해하고 성찰하고 정제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시민역량강화 역시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공론장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강화의 공간이며, 민주적 대화라는 문화를 형성해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엘리트에 의한 대의를 넘어 일종의 ‘시민 지성'을 필요로 한다면, 숙의가 이루어지는 공론장만큼 중요한 것을 없을 것입니다. 시민 지성을 형성하는 정부 차원의 제도 공론장이 필요하겠지만, 시민들이 직접 주도적으로 토의를 전개하는 시민사회 공론장 또한 필요하며,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디지털 공론장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사회적 균열이 드러나고 다양한 주체들이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현 시대에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활용함으로써 집합적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대화와 숙의"이기도 합니다. “신념, 가치, 문화, 혹은 삶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숙의가 강하고 좋은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주체들은 숙의를 통해 합의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고 숙의를 거치며 잠정적인 해결 방안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좀더 포용적으로 변하고 수용성이 높아지게 됩니다(존 개스틸 외, 37).숙의가 있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란다.여기에서 서로간의 생산적인 토의가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고 모아가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그 과정에서 빠띠 캠페인즈에 함께 하는 우리 모두가 좀더 많이 알게 되고, 좀더 잘 쓰게 되고, 서로 대화를 잘 나눌 수 있고, 좀더 잘 의견을 모아갈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권력에 맞서는 목소리를 내고 있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주체들이 복잡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여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들어 가야 하는 혼란의 시대입니다. 숙의 공론장이 만능키가 될 수는 없지만 각 집단간의 적대의 재생산에 그치는 것을 넘어 서로간의 간극을 좁혀 좀더 나은 답을 찾아갈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함께 ‘숙의가 있는 공론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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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2017년 작성된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 등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앞두고 노동 시장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제제 캠페이너님이 정리해주신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를 읽어보시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제 캠페이너님의 글을 읽으며 노동 4.0의 내용 중 플랫폼 노동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배달 플랫폼의 사례로 정리하면서 노동 4.0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설명과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017년의 독일이 고민한 플랫폼 노동의 미래 독일은 2년간 노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 연구를 진행해 노동 4.0 백서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예측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하던 사람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사람이 배달 노동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노동 4.0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승자 독식 형태의 독점 현상”, “이웃, 동료 간의 협력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약화” 등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으로 발생한 생산 수익의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독일이 예측한 플랫폼의 확산이 2023년 한국 사회에서 등장했듯이, 독일이 우려한 현상도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을까요? 독일의 해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도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의 배달 앱 사례와 함께 살펴보시죠. 배달의 민족으로 입증된 노동 4.0의 예측 음식 배달 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겁니다.(저도 애용자 중 하나고요)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배달 앱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2021년)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요. 물론 올해 발표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 등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를 전달한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보면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 전체 MAU(월별 이용자수)의 66.8%”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하락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3사의 경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4.0의 우려와 같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플랫폼이 독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너무 좌절하긴 이릅니다. 노동 4.0에 등장한 우려 외에 비전도 현실화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노동 4.0에선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 안전망 확보”인데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노동자의 참여, 기업 문화를 함께 고려하기”도 비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배달 앱 시장의 1인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노동 4.0에서 제시한 비전을 지키고 있을까요? “9년간 배달비 3000원 동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항목 하단에 담긴 내용이 눈에 띕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중략)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가운데, ‘고객 창출’ 및 ‘고객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 비전은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노동자인 ‘배민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1’을 핵심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핵심 서비스를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배민라이더들은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소속 라이더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은 노동절인 5월 1일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배달플랫폼 노조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기본 배달료입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기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니 배달료가 이미 5천 원 가까이 되는데 배달료를 더 올리라고?’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어플리케이션 배달료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 엄청 올려서 수익을 늘렸으면 기업이 다 챙기지 말고, 배달 노동자에게도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하라’는 겁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전달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4천200억원인데, 라이더는 9년동안 기본료가 3천원으로 동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창의 노조위원장은 업주와 소비자가 배달료를 더 내는 것이 아니라며 “배달의민족이 받는 배달비 6천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비율을 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달의민족은 자사 비전에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업무 환경을 강조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겐 이런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 4.0에서 이야기 했던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4가지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거둔 막대한 성공과 이윤은 노동자에게 재분배되지 않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죠. 우리는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대로 바라만 봐야할까요? 이윤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 어떻게 해야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큰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도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해야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해결책으로 꺼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디지털세를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해당 국가가 일정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의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세금은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회피를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 독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입을 추진중인 곳은 유럽연합인데요. 2020년 9월 5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유럽에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짚으며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물론 회원국 간 입장차이,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등 걸림돌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의사 합치 발표를 하며 필요성은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을 가진 조세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세 도입 동향을 다룬 법률신문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급과 소비가 점점 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가 갖춰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독일이 노동 4.0을 통해 지적한 것과 같이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어린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경고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을 경고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하며 어린이날엔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하는 캠페이너가 계신다면 이번 파업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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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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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포르노 근절화를 위한 교육 제도의 개선,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빈곤포르노. 그 다음 논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에서 김건희 여사가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의 집을 찾아 껴안고 촬영했던 사진 모두 기억나시나요? 일부 언론과 정치인, 그리고 많은 시민들 사이에서 ‘빈곤포르노'라는 비판을 제기 받았던 사건이었습니다.  ‘빈곤포르노'에 대한 이슈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본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면서 많은 관심과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위 사건에 대해 ‘공적인사적모임'에서 캠페인즈를 통해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의 빈곤포르노를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서명 캠페인을 열었고, 캠페인 종료 시점으로 무려 20,037명이 규탄의 목소리를 내어 동참해주셨습니다.   빈곤포르노란? 빈곤·기아·질병·내전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유발함으로써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특정 국가에 대해 가난하고, 열악하고, 위험한 곳이라는 치우쳐진 선입견을 갖게 하고, 도움을 줘야하는 곳으로만 인식하게끔 만듭니다. 뜨겁게 달궈졌던 비판의 목소리에 이어, ‘빈곤포르노’를 근절하기 위해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다음 단계를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 중에서도 ‘우리나라 교육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여 여러분들과 함께 토의하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인식제고 방안과 우리의 對 아프리카 외교정책에 대한 함의, 아프리카인사이트 연구소> (2020) 제 3장 교육 파트에서 아프리카 등의 특정 국가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하고,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 환경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아프리카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정책 대안 5가지  1. 다인종, 다국적 사회에 대한 장기적인 준비 필요 -특정한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 잡기 전인 유치원,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세계시민의식, 문화다양성에 입각하여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기초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2. 글로벌 역량 평가 기준 도입 -OECD 주관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연구가 다국적, 다인종,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해 2018년부터 수학, 읽기, 과학 외에 능력 글로벌 역량 분야가 평가를 추가하였다. 글로벌 역량 평가에 대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세계적 및 상호문화적 사안을 설명하는 능력, 2)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의 이해, 3)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의 효과적인 상호작용, 4)집단 ‘웰빙’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 진행  3.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 의무화 - 현재 초·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다양한 인종이나 지역에 대해 학습 할 수 있는 컨텐츠는 매우 한정적이다. 특히 아프리카 관련 다양한 콘텐츠의 부족으로 인해 언론과 마디이어에서 큰 파급력을 가지고 노출되는 정보 위주로 아프리카에 대한 제한적 인식을 갖게 된다. 아프리카 각 국가나 주제를 눈높이에 맞게 이해할 수 있는 학습 컨텐츠를 개발하고 정규 교과 과정으로의 도입이 필요하다.   4.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 강사와의 협력  -국내 거주 아프리카인이 다양한 국내의 공교육 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력하여 제도와 예산 지원을 통해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강의를 할 수 있도록 강사양성 및 활동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5. 세계시민교육 강사양성 및 활용 -아프리카 국가에서 6개월~2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귀국 아프리카 해외봉사단원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서 세계시민교육, 다문화 강사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 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 해야 한다. *위의 내용은 *출처: <아프리카 인식제고 방안과 우리의 對 아프리카 외교정책에 대한 함의, 아프리카인사이트 연구소> (2020)를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교육을 통해 건강한 기부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 위에 1~5 중,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시나요? 혹은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교육 정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빈곤 마케팅, 그 너머에는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귀기울이지 못한 알록달록한 세상과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가난이 아닌 사람을 이야기하며, 건강한 방식의 기부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캠페인즈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글쓴이: 모두가 안전하고, 존엄한 모금 생태계를 꿈꾸는 윤카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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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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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방의 틱톡규제, 도대체 왜? (feat. 꼬리내린 미국)
? 틱톡이 뭔데? 틱톡은 중국의 ‘바이트 댄스’를 모기업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에요. 틱톡에서는 최대 10분까지의 영상을 만들고 업로드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틱톡의 대부분의 영상은 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일명 숏폼(short-form)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틱톡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작년 35억회를 넘겼습니다. 전세계 10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초거대 플랫폼 앱이죠. 2021년 9월, 틱톡은 구글보다 많은 방문자수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 틱톡, 뭐가 문젠데? ? ‘중국 공산당에게 개인정보를 넘기는 거 아냐?’ 틱톡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 댄스를 통해 중국 공산당에 전달된다는 의혹이 있었습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즈는 틱톡에 사용자 정보 수집 트래커가 다른 소셜미디어 앱 평균보다 2배 많이 설치되어 있다며, 훨씬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했어요. (YTN, 2023.02.14)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도 2020년 틱톡에 시정조치를 내리고, 1억 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어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허락 없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매일경제, 2020.07.15) 게다가 지난 1월, 프랑스의 정보 및 자유에 대한 국가위원회(CNIL)는 틱톡이 쿠키관련 정책을 어긴 것을 이유로 500만 유로(약 67억)의 과징금을 물었습니다. 쿠키의 목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쿠키의 수락과 거부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말이죠. (쿠키는 사용자 방문정보를 기억하여 주로 웹사이트 기능 활성화를 위해 사용됩니다.) (동아일보, 2023.01.13) ? ‘청소년 유해 컨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잖아!’ 뿐만 아니라 틱톡은 미성년자에 대해 유해/음란물 컨텐츠 제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관적으로 받아왔습니다. 지난 2월 틱톡에선 일명 ‘프랑스 흉터 챌린지’가 유행 했어요.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퍼졌는데, 스스로 혹은 서로의 광대뼈 부위의 피부를 꼬집어서 인위적인 멍이나 붉은 상처를 만들어 흉터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에요. 프랑스 폭력배의 거친 모습을 따라하는 것이라며 ‘프랑스 흉터’라는 이름이 붙었죠. 이에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틱톡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어요. 자살과 섭식장애 등 유해 컨텐츠에 대해 삭제 조치등을 취했어햐 했는데, 이에 관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죠. ❌ 틱톡 규제에 시동을 건 세계 각국 ? 미국: 틱톡, 중국에서 만들어진 너희는 당최 믿을 수가 없어!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00만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들에게 틱톡 사용을 금지한다고 했어요.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하원은 물론 20개가 넘는 주에서 정부기관이 소유하거나 운용중인 IT 기기에서는 틱톡의 사용과 다운로드가 금지되었고요. 현재는 일명 ‘틱톡 금지법’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시사인, 2023.01.26) 지난 3월 미국 하원에서는 틱톡 CEO 추쇼우추를 상대로 청문회가 있었죠.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틱톡이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며, 이를 중국 공산당에 전달할 우려가 있다며 틱톡 금지에 대한 강한 목소리를 냈어요. 이에 틱톡 CEO는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대한 이런 의혹과 논란을 모두 전면 부정했습니다. 미국 사용자의 개인정보는 미국에서 미국인 직원이 관리하며, 틱톡은 정부기관이 아니라며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이 없다고 했어요. 오히려 유독 틱톡에만 과한 제재를 건다고 말했죠.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여야를 막론하고 틱톡규제 찬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 프랑스: 틱톡으로부터 정보를, 아이들을 보호하라! 프랑스가 틱톡을 비롯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오락성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어요. 공무용으로 사용하는 휴대폰에 앞서 말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거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죠. 프랑스가 이런 규제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에요. 틱톡과 같은 오락성 앱은 프랑스 정부의 전자기기에서 사용되기엔 충분한 보안조치나 데이터 보호가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3월 3일 프랑스 하원은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대해 연령을 확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해당 법안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틱톡 등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요. 동시에 부모는 15세 미만 자녀의 SNS 계정 정치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원까지 통과하면, 이 규정을 위반한 소셜미디어 기업은 전세계 매출의 최대 1%를 벌금으로 부과하게 됩니다. (연합뉴스, 2023.03.03) ?‍♀️ 너도 나도 틱톡 규제 카드를 꺼낸 세계 각국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역시 전직원의 업무용 기기는 물론, 유럽의회 이메일이나 관련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기기에 틱톡을 다운로드를 금지했어요.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대만, 호주, 뉴질랜드에서도 정부기관에 등록된 전자기기와 공무용 기기에 대해 비슷한 조치를 취한 상황이고요. 인도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틱톡 사용이 이미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외 신성모독, 음란물을 이유로 틱톡을 일시금지하는 국가들도 있어요. ? 어? 근데 미국이 갑자기 틱톡 인플루언서를 챙긴다고? 자, 여기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요. 타이밍이 참 묘합니다. 지난 4월 6일 미국 국방부 기밀문건으로 추정되는 문서 100여건이 유포되었어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자료들이었는데요. 이에 미국이 한국을 포함해 주요 동맹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도청 또는 감청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죠. 미국의 감청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 10월 미국 국가안보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의 무분별한 감청행위를 내부 고발한 이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동맹국 정보를 감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당시 독일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무려 10년 이상 휴대폰을 감청당한 것이 드러났죠. 물론, 그 이후로도 미국의 감청 의혹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돌연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어요. 젊은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요. 백악관은 그동안 언론대상 백악관 브리핑 룸을 운영해왔는데요, 이 외에 인플루언서 전용 브리핑룸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례없는 일이죠. (매일경제, 2023.04.10) 미국이 도청, 감청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갑자기 틱톡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틱톡을 재선에 활용하겠다는 선회전략을 펼친 것인데요. 이 타이밍, 참 묘하지 않나요? 개인정보를 중국공산당에 전달할 ‘우려’만으로 틱톡을 확실히 규제하려 들었던 미국이, 감청 논란 이후 갑자기 틱톡을 무려 정치에 적극 활용하겠다니요! ?‍? 소리 없는 총성이 난무하는 외교안보전, 정보를 지켜라! 틱톡에 대한 여러 국가의 제재가 단순히 정보보안에 대한 우려 보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시선도 있어요. 사실 미국의 틱톡규제는 거의 중국 견제와 다를바 없어 보이죠. 하지만, 틱톡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틱톡에 대한 국가적 제재의 확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왜, 이런 규제 흐름은 서방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걸까요? 신냉전 체제에서 틱톡은 과연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디지털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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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만난 콘텐츠 속 장애인, 어떤 모습인가요?
2022년 12월, 2023년 3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더글로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은 가해자들에게 성인이 되어 복수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스토리, 배우, 연기, 대사, 메시지 등 드라마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합니다. 주인공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생을 바칩니다. 주인공의 복수는 성공적입니다. 폭력과 마약, 살인 등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결국 벌을 받게 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들이 겪게 된 악행의 끝은 통쾌했습니다. 나쁜 짓을 끊임없이 저지르던 그들은 죽고, 버려지고,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그 중 한 가해자는 장애를 갖게 됩니다. 학교폭력을 비롯해 수많은 나쁜 일을 저질렀던 인물이, 그에 대한 벌로 언어 장애를 갖습니다. 장애가 악행에 대한 처벌의 개념으로 활용 된 것입니다. 만약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가 지독한 악행에 대한 처벌로 활용되고 있는, 인기 많은 드라마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다가 마음이 아찔해졌습니다.  권선징악의 스토리에서 ‘징’의 소재로 장애를 선택한 설정에 대해서는 신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작은 설정들은 장애에 대한 뿌리 깊은 부정적인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며, 그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견고히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라는 것은 벌도, 불운한 일도, 불쌍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다양성 중의 하나이며, 누군가에게는 정체성입니다.   특출난 재주, 사랑스러운 외모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조장 2022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장애인과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일상을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특출난 재주가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불편하다”는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의 우려도 있었습니다(여성신문, 2022.7.23).    장애에 대한 혐오,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 조장 (이미지: "나를 살해하려는 거 같아서" 지적장애 11살 아들에 흉기(2022.06.17/뉴스데스크/MBC)) 언론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법도 문제가 많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일부 정보만을 전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합니다. 특히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들이 많습니다. 언론은 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등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거리낌 없이 보도합니다. 마치 조현병이 높은 확률로 범죄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의 유병률이 약 1% 것에 비해, 전체 범죄자 중 정신장애 범죄자의 비율은 0.3%에 불과하다는 것이 팩트입니다(김혜선, 박도원, 홍영은.(2018).정신장애 범죄에 대한 언론보도 경향과 범죄위험성 인식.장애의 재해석, p210.). 장애극복, 동정, 시혜적 프레임 조장 (이미지: 유튜브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화면 갈무리)  ‘장애 극복’ 프레임도 매체에서 흔히 다뤄지는 이야기입니다. 시각장애 당사자이자 인권변호사인 김예원 변호사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와, 한 방송사에서 “시각장애를 극복한 인권변호사 김예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례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시각장애를 극복한 적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네가 극복해’라고 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어요. 왜냐, 장애는 그냥 나와 같이 가는 것이지, 개인이 노력해서 극복해야 하는 범주가 아니에요. 이 사회가 할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불편하지 않게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에요.”라며 언론이 갖고 있는 장애극복 프레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참 좋아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장애인들이 나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드라마 속의 영희와 별이는 무언가에 천재적이지도,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도, 장애를 극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마을을 구성하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드라마에 참여했다는 것도 큰 의미로 다가왔고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미디어 속 장애인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내가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모습과 같은 모습이었나요, 다른 모습이었나요?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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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노동의 미래: 돌봄 노동과 외국인 노동
돌봄 노동이란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 등 혼자 외부활동이나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노동을 말한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어느 사회든 대체로 가족(그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여성)이 책임지는 것이 전통이자 관습이었고, 돌봄에 있어서 국가 혹은 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겨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고, 치매 같은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모두 딱한 마음을 표현한다.  돌봄, 혹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노동이라고만 하기엔 다른 노동과 질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도덕성이나 사랑 같은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돌봄 노동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름대로 노동의 강도와 시간, 돌보는 사람의 숙련도 등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인 기준을 세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 자체가 너무 길고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돌봄에 대해 도덕성은 필요할 지 모르겠지만, 핵가족화를 넘어 탈가족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 꼭 감정(사랑, 친근함 등)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돌봄의 당사자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우리는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이 말을 잘 해석해보면 두 가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돌봄 노동의 시간과 강도를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는 돌봄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적인 차별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돌봄이 공적인 영역이 된다면 일단 이를 민간에 모두 맡길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물론 하도 자본주의가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회이니까 자기가 돈을 많이 써서 더 좋은 돌봄을 받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도시(특히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돌봄 차별을 받는 일은 없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문화를 지닌 동북아시아의 두 나라, 일본과 대만이 돌봄 노동에 대처하는 자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먼저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곳들이다.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사회가 늙고 있다는 이야기라던가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 돌봄의 공공화 이야기가 한국보다 먼저 나온 곳이기도 한데, 또 하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돌봄 노동에 있어서 이주 노동자 유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주 노동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족의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을 적게 낳거나 안 낳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돌봄을 담당할 가족의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와 연관이 되어 있는 저출산 문제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노인을 돌볼 가족(자식도 형제도)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 예상되었고, 이와 더불어 돈을 주겠다고 해도 일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셋째는 여성의 임금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 임금이 올라가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거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돌봄 노동이 이전처럼 유지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과 일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돌봄 노동의 책임자로 대거 유입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노인 요양 관련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거나, 노동자들을 시설에 배치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오키나와 국제대학의 카게 리에(鹿毛理恵)와 사가여자단기대학의 마에야마 유카리(前山由香里)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재류자격에 요양(일본어로는 카이고介護)이 추가된 것은 2016년이고 실행된 것은 2017년이라고 한다. 일본이 돌봄과 요양 부분에서 외국인을 늘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돌봄노동, 요양 관련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성명한다. 2006년 무렵, 언론을 통해 돌봄노동은 저임금 중노동 현상이 강하고 3K(한국의 3D 같은 것으로 더럽다-키타나이-, 빡세다-키쯔이-, 위험하다-키켄다-의 줄임말)노동이며, 돌봄/요양 노동자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시설 입소자에 대한 학대, 폭언, 폭력을 자행하는 일들이 자극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이 그 계기라고 한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돌봄 노동 인력은 더 줄게 되었고, 돌봄 노동이나 복지 관련 교육 시설이 정원을 반도 못 채우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그래도 수가 부족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채우려 하는 것이다. (「日本における外国人ケア労働者の受け入れと育成をめぐる 現状と課題:ジェンダーの視点からの分析」)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수용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일본의 돌봄 환경에 맞게 육성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노동자의 수를 충원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사다마츠 아야定松文「介護準市場の労働問題と移住労働者」). 일본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돌봄 노동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꽤 오래 전부터 돌봄 노동을 자동화, 기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력으로 운신할 수 없는 사람들을 들어올리는 로봇부터, 이동이나 운전을 돕는 로봇, 치매나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는 로봇, 식사, 목욕, 배설을 돕는 로봇부터 고령자나 환자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교류를 유지시켜주는 로봇도 있다. 일본이야 워낙 옛날부터 로봇으로 유명했으니, 이런 문제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노인이나 환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1990년대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로봇은 없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어떤 종류든 돌봄과 관련된 로봇을 하나라도 도입한 노인 시설은 전체의 10% 정도였다고 한다. (MIT Tech Reciew.2023.01.13.)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일본의 이런 시도가 그리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한다. 돌봄 노동은 단순히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목욕을 시켜주거나 배설물을 치워주는 일 정도가 아니다. 돌봄 노동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외로움이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돌봄은 ‘인간관계’와 밀접한 관련이있다. 돌봄 노동을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세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온전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정서적, 사회적 돌봄은 엄청난 강도를 요구하는 일이다. 돌봄 로봇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이에 비해 대만은 돌봄 노동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돌봄, 특히 노동의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장기요양 환자를 중심으로 개인이 원하면 그 집에 살면서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식으로 돌봄 이주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대만에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225,880명이다. 이 중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은 16,878명이고, 가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207,399명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데, 대만의 복지/돌봄 관련 외국인 노동자 중 이 네 개 국적 중 하나를 가진 사람은 97%다. (대만 노동부 통계) 그리고 이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수적인 수요는 대체로 충족이 되지만 숙련도와 전문성이 낮거나 언어가 잘 안 통하기도 하는 인력들이 가정에서 일을 한다. 이런 현상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 자체에 전문성이나 교육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또, 가정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사 노동에도 종사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노동 시간의 제한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임금에 있어서도 불리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또 돌봄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폭력의 위험성도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전세계 여러 국가의 문제가 되면서 돌봄 노동의 국제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휘, 이정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 말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총 463명으로 노동자 전체와 비교했을 때 0.6% 수준이라고 한다. 광역시, 도 등에서 관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을 통해 관리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현황 정보를 통해 추산했을 때엔 전체 요양보호사 중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라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많았는데 2020년 3월 18일 기준으로 전체 간병인 수 34,951명 중 외국인 등록번호 여부로 확인된 외국인 간병인 수는 16,080명(46%)이었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요양병원 간병인이 더 높지만, 근로 조건은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가 더 좋다고 한다. (김유휘,이정은「한국 돌봄서비스의 이주노동자 실태 분석」) 요양보호사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83만 7천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단 16,500여 명이라고 한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94.7%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58.7세인데, 60대가 40.4%, 50가 39.4%라고 한다. 소수의 고령 여성이 다른 고령인을 돌보고 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고령자의 수와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돌봄 노동자의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돌봄 노동에 있어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돌봄 로봇이 상용화되기도 힘들 것 같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산업재해로 인한 부상, 사망에 관해서는 내가 기억하는 한, 20년 동안 딱히 변한 게 없다. 인권과 윤리성의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도,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너무 느리다. 돌봄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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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90.6%가 이야기한 등록금 인상 반대
내년에 등록금 인상된다고요? 지금도 너무 비쌉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교육부 “대학 등록금 인상, 2024년부터 사실상 허용” 비싸도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 이제는 15년째 동결 기조 폐지하고 인상했습니다. 가뜩이나 물가도 올랐는데 대학 등록금까지 오르니, 미래가 기다려져야할 대학 생활이 시작부터 버겁기만 합니다. 최근 대학가에서 사립대 총장 대부분이 15년동안 동결이었던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대학 학부 등록금이 인상된 대학만 국립대학 8곳, 사립대학 9곳 총 17개입니다. 학생들에게 맡겨진 부담의 무게는 등록금뿐만이 아닙니다. 날이 갈수록 치솟고있는 물가로 인해 생활고 또한 체감하는 학생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장학금 지원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하는 대학들 대학 본부에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할 경우, 교육부의 국가장학금 2 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2022년 물가가 대폭 상승하면서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3개년 물가상승률의 평균X1.5배)이 1.5%에서 4%까지 인상되었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 시 지원받는 금액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이 더 커지게 된 것이죠. 대학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어떤 선택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지를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대학 총장 중 40%가 내년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현재까지 등록금 동결을 유인할 추가적인 정책과 등록금 인상 시 제재를 할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말로는 “등록금 동결”을 하겠다고 하지만, 추가적인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사실상 대학 등록금 인상을 방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등록금을 인상하려는 결심을 한 순간부터 등록금을 인상한 순간까지 그 속에 학생들의 의견은 부재했던 셈입니다.  <대학교육연구소 ‘2023학년도 등록금 인상 현황’> 대학생 말고 대학원생, 유학생에게 책임 떠넘기기  대학 학부 등록금을 올리려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발이 일자, 대학 본부는 대학 재정을  대학원생과 유학생의 등록금 인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책임이 쉽게 전가될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 인상에 대한 교육부 규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립대학교, 서강대학교, 성균관대학교를 포함한 69개 대학이 인상을 결정하였고 물가인상률 상승으로 인상폭도 대폭 늘어났습니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두고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자구책으로 삼고있는 것입니다. 현재 등록금 논의가 진행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 기구에서 대학원, 유학생 등록금 인상이 상정되더라도 회의 구조상 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대학원생, 유학생 대표는 등심위 성원으로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 의견은 배제된 채 등록금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고지서를 받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누가 책임져야할까? 그렇다면 비싸도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 누가 책임져야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을 학생과 학부모가 내야한다는 논리는 바로 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서 성립되는 것입니다. 수익자 부담원칙이란 교육 서비스의 효용을 얻는 학생이 그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논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급격하게 학령인구가 줄고, 대학 재정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더이상 기존 학생과 학부모가 등록금을 부담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등록금에 의존해온 고등교육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8582달러입니다. 미국(3만 1875달러), 스페인(1만 342달러), 호주(9226달러), 일본(8,879달러)에 이어 일곱번째로 높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 재정 투자는 OECD 36개 국 중 30위이며, 대학에 투자하는 정부 재정은 학생 1인당 4318달러로, 다른 나라의 재정 규모의 30%에 미치는 수준입니다. 독일(1만5918달러), 프랑스(1만3650달러), 미국(1만2612달러), 캐나다(1만990달러)에 비해 대학에 투자하는 비용이 현저히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대학 교육의 질은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으로 결정되는 수준으로 대학 교육의 위상이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등록금은 우리나라 사립대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등록금 수입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국고보조금과 대학 설립 주체인 학교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돈인 법인전입금이 있는데, 그러나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재정수입총액의 39.9%, 3.7%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 의존 편중이 낮은 국립대학 또한 최근 들어 정부 지원인 국고보조금이 낮아지며 등록금 의존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현황입니다. 올해 교육대학 8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죠.  많은 사립대학들이 비싼 수준의 등록금과 많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도, 법인 전입금 비율이 가장 낮고, 학생들이 낸 등록금에 비해 비해 터무니 없이 낮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업과 학생복지를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기간만 되면, 학생들 사이에서 “망한 수강신청 대회”가 진행될 정도로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도 원하는 수업조차 들을 수 없는 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또한 사립대학 재정 비리 및 적립금 문제 등 투명하게 대학 재정이 운용되고 있지 않은 현황이 발견되는 가운데, 수익자에게 오롯이 재정 문제의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사학비리를 근절할 대책을 정부에서 내지 않아 재단과 본부의 잘못된 판단과 비리로 인한 모든 피해는 학생들이 겪고 있습니다. 학교 본부가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제대로 책임지려는 자정작용이 필요합니다.  등록금 걱정 없는 대학 생활, 꿈꾸기 어려울까요? 결국 대학 등록금 인상을 비롯한 재정 문제의 책임은 대학 본부, 궁극적으로는 이를 관리 및 감독할 정부에게 있습니다.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대학생들의 요구는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일반 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평균 6.7%에 이르자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과도하게 아르바이트 일정을 소화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대학생을 포함한 시민들의 요구안이 담긴 목소리와 행동은 불어나며 촛불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가장학금 정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국가장학금 지원 제도 도입과 대학 입학금 폐지를 만들어낸 것은 결국 대학생들의 움직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상 학자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독일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이 끊임없이 투쟁하며 싸워온 역사가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1971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평등권을 대학 교육에 대한 평등한 접근 권리로 해석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등록금이 폐지됐습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대학 공공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투쟁한 결과이자 대학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는 시대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결국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인 우리가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고 막아야하는 이유는 등록금이 교육 불평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대학 고등 교육이 실현되려면 결국 정부의 책임이 지금보다 더 커져야합니다. 더 이상 등록금 고지서에 눈물짓지 않고, 일상과 학업이 포기해야하는 선택지로 자리잡지 않도록 대학 본부와 교육부, 정부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입니다. 대학생들의 힘으로 등록금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계속해서 행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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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강산은 변했는데, 학교는 어떤가요?
* 이번 들썩들썩떠들썩에 참여하신 분께서 소중한 소감을 보내주셨습니다. 강산은 변했는데, 학교는 어떤가요? 중고등학생 때입니다. 정문에 어떤 선생님이 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선생님이 누군지에 따라 귀 덮은 머리를 넘기느냐 덮느냐를 정했습니다. 잘못 걸리면 이름이 적혔고, 그 이름은 종례 시간에 담임 선생님에게 불렸습니다. “잘라라”. 선생님은 다음날 검사를 했고 저는 몇 번 걸렸고, 몇 번 잘랐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남학생들에게 옆머리가 귀를 덮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1mm도 덮은 거고, 1cm도 덮은 건데, 선생님마다 잡는 기준이 다른지 어떤 선생님은 봐줬고, 어떤 선생님은 봐주지 않았습니다. 정문에서 선생님을 확인한 이유입니다. 전날 걸렸음에도 자르지 않은 학생은 운동장을 토끼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쪼그려 앉아, 귀를 잡고 운동장을 돌았습니다. 저는 멋 부리고 싶었고, 1mm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이 그랬습니다. 교실 창문에서 보면 남녀 할 거 없이 운동장을 돌고 있었고, 친구가 돌면 웃으며 놀렸습니다. 학교에 다닌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경험입니다. 누군가는 추억이라 말합니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이 ‘추억적인' 이야기도 강산이 변할 만큼 오래됐습니다. 강산이 변할 동안, 학교는 어떤가요? 변했나요? 지금 학생들에게 저 모습은 추억이 될까요? 학교는 여전할까요? 4월 22일(토) 학교 내 인권 현황을 들으러 삼각지에 갔습니다. 보고, 들은 걸 나눠봅니다. 발제1 : 학교에서 인권 찾기 - 학교에서 인권을 지키기는 왜 어려울까? 첫 발제자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백호영 채움 활동가였습니다. 현재 경남의 모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사례, 학생인권조례가 있음에도 권리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학교 내, 인권 침해는 여전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어도 말이죠.”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개 지역에 제정됐습니다. 경기, 광주, 서울, 전북, 충남, 제주가 그 지역입니다. 조례는 학생들에게 ‘휴식권, 개성권, 참여할 권리, 사생활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를 지킬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을 말합니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말해주는 근거입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는 비판받고 있습니다. 조례로 인한 교권의 하락, 조례의 동성애 조장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이런 비판들로 조례는 폐지의 벼랑에 있습니다. 한편, 폐지 찬성과 반대 의견이 상반됩니다. 어느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높고, 어느 투표에서는 반대률이 높다고 합니다. 이 결과에 대해 백호영 활동가는 말합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다고 해서 학생 인권 침해가 안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 인권이 높아져서 교권이 낮아진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교권을 떨어트리는 학생이 있다면, 그건 그 학생 잘못이지 학생인권조례 잘못이 아닙니다.” 백호영 활동가가 말하는 학생 인권 침해는 이랬습니다. 화장하고 온 여학생을 복도에 세워 강제로 화장을 지우게 하고, 마스크 색을 규제하고, 장신구 착용을 금했습니다. 화장, 마스크 색, 장신구 모두 학생인권조례의 개성권에 해당합니다.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조례의 현실을 담담히 말하며, 비판을 의식한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고) 예전보다 나아진 거 아니냐고 말한다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했고, 처벌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렵습니다. 제가 한 말을 생활기록부에 어떻게 기재하실지” 조례가 효력이 없는 이유는 강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권고 사항을 강제할 순 없습니다. 권고의 효력 없음을 학생들도 알고 있고, 그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이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두려움’입니다. “학교 안에서 이야기 안 하고 왜 밖에서 이야기하냐? 라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두렵습니다. 내가 말했을 때 생활기록부에 선생님이 어떻게 적을지 두렵고, 교장실에 불려 가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안에서 못 하는 걸, 밖에서라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활동가 자신이 하는 말이 작은 촛불을 드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학생들이 교육감이라도 직접 뽑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되면 조금이라도 학생 권 침해가 줄어들 것 같다는 바람을 힘을 줘 말했습니다. 백호영 활동가의 마무리 발언입니다. “모두의 인권이 존중되려면 학생도 선생님을 존중하고, 선생님도 학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서로 존중하면 학생 인권 침해도 교권 침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제2 : 학생 인권 vs 교권이라는 담론을 넘어 두 번째 발제자는 ‘학생인권법과 청소년 인권을 위한 청소년 전국 시민행동'의 조영선 활동가였습니다. 현재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이고, 학생 인권과 교권 대립 프레임의 문제점, 본질적 문제, 학생 인권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권력의 총량이 있고, 그걸 학생과 교사가 나눠 먹는 걸까요?” 그는 질문과 함께 학생과 교사의 역할이 다르며, 애초 인권이란 양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별개인 학생 인권과 교권을 마치 둘이 나눠 갖는 것처럼 말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교권이란 교사로서 지는 권위와 권력입니다. 권위는 강제할 수 없고, 스스로 말하는 순간 떨어집니다. 사실상 교권은 교사의 권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권력으로서의 교권이 선생님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학칙에 따라 교사가 체벌하면 된다는 말에, 그는 학칙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학칙의) 현재 기준을 보면 ‘예의가 바르지 못한 학생’, ‘용의가 바르지 못한 학생'처럼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 모호함을 선생님 개인의 판단에 맡기고, 체벌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학생마다 피부톤이 다릅니다. 같은 화장이라도 다르게 보입니다. 이럴 때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요? 분명 똑같은 화장이고, 다르게 보일 뿐인데? 이 모든 게 선생님의 자의적 판단에 맡깁니다.” 일관된 기준 없는 선생님의 자의적 판단은 학생들에게 혼란만 일으키고, 교권과 학생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학교에 들어서면서부터 규제받는데, 학생들이 내 말을 듣는 상대방이 어떨지 생각할 수 있을까요? 조영선 활동가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학생들의 혐오 발언이 늘었다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문에 들어서부터 규제받는데, 학생들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들을지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 아니냐고. 그는 선생님들의 자의적 판단으로는 교권도, 학생들의 인권도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그대로 두고, 다른 방식으로 학교 내 인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대안은 뭘까요? 그는 학생 인권 보장이라고 말합니다. 학생인권법이 법으로 제정되고, 법안에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요. 그럴 때야 성평등 교육, 차별금지 수업을 해도 선생님들이 외부로부터 비판받지 않을 수 있고, 현재 이 부분에 대해 비판하는 외부로부터 학생과 교사 모두 보호할 수 있다고요.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다는 전제의 강화를 강하게 말했습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 말하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서 맞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생겨서 누군가를 때릴 때 ‘이게 맞나?’라는 관념이 생긴 겁니다. 폭력을 경험하지 않는 게, 인권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그룹 토론 : 학생 인권을 너머 어떤 어른이 될 지 논의합니다. 발제가 끝나고 세 질문으로 토론했습니다. ‘학교에서 존중받지 못 하거나, 존중받았던 긍정적 경험이 있는지?, 학교 내 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학교 내 인권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였습니다. 세 질문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나누며 토론했고, 인상 깊은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질문1 : 학교에서 존중받지 못하거나, 존중받았던 긍정적 경험(혹은 목격한 사례)이 있는지?  선생님이 항의에 대한 의견을 수용한 적이 있어서 앞으로 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긍정적인 경험도 있었다. 질문2 : 학교 내 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과거보다 정도는 나아졌으나 여전히 보장된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처벌방식이) 과거에는 체벌을 가했다면, 현재는 상벌제도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질문3 : 학교 내 인권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라는 공간에서만큼은 아무리 비판해도 동등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확실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여러 주체가 각자 자리에서 대화나 협의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의 개인적 판단/역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보편적인 학생 인권 관점이 필요합니다. 후기 : 오늘 촛불 하나를 켰습니다. 몇 년 전 한 동영상을 봤습니다. 6분으로 짧지만 강렬한 동영상입니다. 한 남자가 재판장에 물고기가 든 어항을 들고 판사에게 말합니다. “저는 오늘 현대 교육을 고소합니다.” 영상 속 남자는 지난 150년간 세상은 변했으나, 교육은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다양한 가능성과 개성 있는 학생들을, 하나의 기준으로만 재단하고, 학교에 학생을 맞추고, 과거를 교육한다고 말이죠. 학생의 개성과 꿈을 꺾고, 자신을 나타내지 못하게 하는 현대교육을 고소한다는 내용입니다. 비판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발제와 토론을 통해, 강산이 변한 제 중고등학생 때와 지금의 학교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바뀐 게 있겠죠. 하지만 본질도 바뀌었을까요? 여전히 개성과 학생 대신 규제와 학교, 입시가 있었습니다.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전 그 변화의 시작을 오늘의 발제자들과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영선 활동가가 말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가장 큰 변화는, 학교에서 맞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생겨서 누군가를 때릴 때 ‘이게 맞나?’라는 관념이 생긴 겁니다.” 아이들이 미래라고 합니다. 맞습니다. 아이들, 학생들이 미래입니다. 그들이 커서 사회의 팔과 다리, 허리, 머리가 됩니다. 현재는 그 수가 20%일지 모르나, 미래엔 100%입니다. 그런데 학생들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지금의 ‘어른' 아닐까요? 그 어른들은 학생들의 미래와 그들이 만들 사회를 얼마나 생각하고 듣고 있을까요? 어른들의 기준이 아니라, 학생 개별의 개성과 이야기하고 가꾸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생활기록부에 기재될지 모르는 두려움을 들으며 사회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와 상사를 비판했을 때 인사고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는 사회인의 두려움과 닮았으니까요. 사회의 미래인 학생들에게는, 과거의 교육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고 말해야 한다고, 말해도 된다고, 개성을 말해도 된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선생님들이 더욱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체벌받았던 게 추억거리가 아니라, 내 권리와 개성을 뽐내고, 선생님이 그걸 알아봐 준 걸 추억이라 말하는 학교 현장이 되길 바라봅니다. 백호영 활동가가 말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촛불 하나를 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촛불이 커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작은 불씨가 산을 태웁니다. 공론장에 모인 사람들만큼 불씨가 번지길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들썩들썩 공론장을 통해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가 떠들썩하게 들리길 바라봅니다. ✏️ 글 : 윤성민 / 들썩들썩떠들썩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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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
알고 보면 서로 다른, 4차 산업혁명 - 산업 4.0 - 노동 4.0 독일은 “하이테크 전략 2020”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기술, 사회 변화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5가지 (기후/에너지, 건강/식량, 정보통신, 교통, 안전)주요 부분을 대비할 미래산업계획 11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11개의 미래산업계획에 디지털화에 따른 지식산업화 준비와 미래의 노동환경과 노동생활에 관한 2개의 프로젝트를 추가하여 하이테크 전략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산업4.0(Industrie 4.0)’이라는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또한, 2016년 말 ‘노동4.0(Arbeit 4.0)’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Klaus Schwab 회장은 ‘현재는 지금까지 일해 온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와있다’라고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였고 국제적으로 4차산업 혁명에 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로봇(Robot), 센서(Sensor) 사물인터넷(IoT), 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결(O2O) 등의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에 융합되어 새로운 차원의 변화를 가져오는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산업 4.0(Industry 4.0)’과 혼용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기술이 산업계에 일으킬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고, 산업 4.0은 지능정보기술 발달에 대응하여 독일 제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정립된 개념이어서 4차 산업혁명과, 산업 4.0은 내포하는 의미와 차원이 다릅니다. 독일에서 산업(인더스트리) 4.0이 노동(아르바이텐) 4.0으로 이어지기까지  독일은 2016년 다보스 포럼 이전에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처할 정책 마련에 나선 나라입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과 사물인터넷을 연결함으로써 가상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것입니다. 기계설비나 작업공구와 같은 실제 물리적 세계는 각각에 붙여진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터넷으로 교환합니다. 가상물리시스템의 핵심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지능화입니다. 각 생산 공정의 설비들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그에 맞추어 생산과정을 조절하기 때문에 인간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경영자, 관리인, 고객, 협력업체, 유통업체, 기계 설비가 인터넷으로 소통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이 최적화합니다. 인더스트리 4.0에서 실행한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이 노동과 삶의 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독일의 고민이 노동정책인 ‘아르바이텐(Arbeiten 4.0)’으로 이어졌습니다.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는 아르바이텐 4.0은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자 문제의 해법이 공장무인화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노동조직 창출”을 고민합니다. ‘아르바이텐 4.0’은 ‘인더스트리 4.0’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2015년 독일 연방노동사회부가 「녹서」를 발간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논의는 인더스트리 4.0의 새로운 생산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노동만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양질의 노동’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미래 노동사회의 사회적 조건과 규칙들을 형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러한 형성과 정에 기여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2015년 봄부터 2016년 말까지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을 정리하여 독일 연방노동사회부는 2017년 3월 「백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백서는 디지털 전환과 사회적 변화 와중에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노동 4.0의 다섯 가지 목표와 여덟 가지 정책 방향 백서는 제3장에서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한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합니다. ①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부합하는 소득과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필요하다. ② 안정적이고 직업적 상승이 가능한 ‘양질의 노동’에 대한 기회가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③ 경직된 노동모델이 아니라, 생애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④ 노동의 질을 유지하여야 한다. ⑤ 공동결정, 참여, 기업문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위와 같은 원칙에 기초하면서, 복지국가 및 사회보장체계의 미래에 대하여 여덟 가지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합니다. ①취업 가능성의 향상- 실업보험에서 고용보험으로: 실업보험을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으로 확대함으로써 근로자를 위한 예방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독립적인 직업지도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②유연하지만 자기주도적 근로시간: 디지털화가 근로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시간주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③서비스 부분에서 양질의 근로조건 확보: 디지털화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 중개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서비스 부분에서의 양질의 근로조건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④산업보건- 산업안전보건 4.0을 위한 접근법: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하며,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제들을 발전시켜 ‘산업안전보건 4.0’을 수립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⑤근로자 정보보호기준의 강화: 직업세계에서 디지털 응용의 확대로 인해 근로자 정보보호를 위한 실천이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연방노동사회부가 근로자 정보보호에 중요한 법조항인 독일 「정보보호법」 제32조(고용 관련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처리, 사용) 규정이 유지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⑥공동결정과 참여의 지속과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전환: 디지털 구조적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파트너 및 사업장 차원의 협상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⑦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적 보호의 증진: 종속고용과 자영업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직업세계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원칙적으로 자영업자를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법정 연금보험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고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⑧미래지향적 복지국가의 구축: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취업가능성을 유지 시키고 전환기를 지원하는 것을 복지국가 제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젊은 근로자에게 ‘사회적 유산’의 형태로 초기자본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 자본은 직업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또는 창업 단계나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경력 중단기간(휴직, 휴가, 실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근로자계좌’의 도입을 제안하였습니다. *위의 내용은 <노동 4.0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전략 연구> (2019) 를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변화하는 사회와 노동에 관하여 독일은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자 문제의 해법이 공장무인화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노동조직 창출”을 고민하며 노동 4.0을 통해 정책 목표와 방향성을 형성했습니다. ?여기서 독일을 한국으로 바꾼다면 우리사회는 디지털화를 통한 노동과 삶의 양식의 변화 앞에 무엇을 해법으로 삼아, 무엇을 고민하며 정책 목표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까요? 혹은 무엇을 해법으로 여기며 다음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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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한다 - 폐지를 반대하는 이유와 학생인권운동이 성취해야 할 과제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 2010년대 진보 교육감들이 교육자치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전국 6개 광역지자체, 즉 경기도, 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추가로 인천광역시는 2021년 9월 1일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를 시행했다)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었었다. 현재 그 중 4군데에서 축소ㆍ폐지 운동이 나타나고 있다. 역시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문제라는 게 학생인권조례 반대자들이 꼽는 주된 폐지 이유다(참고: https://www.hani.co.kr/arti/so...).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숱한 운동이 내거는 사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장자들의 선동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의 의의와 한계를 함께 짚으며 그를 통해 폐지 운동이 일어나는 까닭도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인권 운동 단체인 아수나로가 학생인권조례의 의의를 주장하는 것은 쉽게 예상이 갈 일이다. 하지만 한계라니? 의아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인권조례가 해주지 못하는 것도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인권조례가 참정권을 보장하는가? 학생인권조례는 집회의 자유는 주장하지만 투표권 연령은 인하하지 못한다. 이것은 애초에 ‘학교 내’에서의 자유권을 신장하는 데에 국한된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다.   학생인권조례의 한계   집회의 자유조차 “다만, 학교 내의 집회에 대해서는 학습권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학교규정으로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제17조 제3항),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경우 이를 지도·감독할 수 있다. 다만, 부당하고 자의적인 간섭이나 제한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앞의 조례, 제17조 제4항)라고 하면서 애매한 제한들을 두고 있다. 또한 학생인권조례는 사회권도 보장해주지 못한다. 교육비, 생활비 등과 학생인권조례는 무관하다. 독일의 초ㆍ중등학생은 무상교육과 별도로 한 달에 약 59만 원의 생활비를 받는다(참고: https://edpolicy.kedi.re.kr/fr...). 이렇게 보면 학생인권조례의 의의와 한계는, 조례의 내용에 대한 규명을 통해 명확해진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학교 내 자유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학생에 해당하는 아동ㆍ청소년(물론 아동ㆍ청소년 중에는 학생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인권을 비청소년(소위 ‘성인’)만큼 보장받지 못하는데 학교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학교 내에서만이라도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학교에 따라 두발 규제는 조금 완화되었다지만 여전히 교복 착용이 교칙으로 정해져 있는 학교들이 많다. 왜 그럴까? 다음은 서울학생인권조례의 한 대목이다.   제12조(개성을 실현할 권리) ① 학생은 복장, 두발 등 용모에 있어서 자신의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갖는다. ②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복장,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2항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 할 수 있다. 조례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자고자 박주민 의원이 2021년 11월 3일 대표 발의한 초ㆍ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에도 다음과 같은 부분이 있다.   학교의 장은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려고 하는 때에는 사전에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야 하며, 학칙이 제정 또는 개정된 때에는 이를 지도·감독기관에게 신고하도록 함(안 제8조).   그런데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교장ㆍ교사들이 교칙을 제정하려고 하는데 반대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휴대폰을 수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소지도 있지만, 예를 들어 영화관에서 휴대폰이 방해가 될 수 있다 하여 수거하지는 않는다. 영화관에서 혹시 휴대폰을 수거해도 되냐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상식을 벗어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적용된다. 여전히. 애초에 사회의 모든 곳에서 학생들 및 아동ㆍ청소년을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데, 학교 내에서 자유권을 보장하는 조례를 제정한다고 하여 그대로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다. 물론, 학생인권조례를 통과해서 명확히 좋아진 게 딱 하나 있다. 체벌이다. 아이들을 때리지는 말아라. 신체적 자유, 그 중에서도 극히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부분에 국한된 소극적 자유권이다. 누가 봐도 당연한 이 명제만큼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통해서 개선된 부분이다. 물론 이것조차도 지금 흔들리고 있지만 말이다.   ‘왜’ 통제가 필요한가?   혹자는 체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통제되지 않는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회 곳곳에서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억압받는 학생들이 불만에 쌓이고 통제받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왜 ‘체벌이 필요한 상황’으로 학생들이 몰아넣어졌는지를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학교는 우리 사회의 재생산과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것 이외에도 주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장시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노느라 한 눈 팔면 안 된다. 좋은 대학 들어가야 한다. 노는 건 대학가서 해라. 이런 말들을 반대로 하면, 그러지 못한 학생들은 천대받아도 된다는 뜻이다. 대학을 못 들어갔으면 놀지 못해도 당연하다. 고졸이면 임금이 낮아도 된다. 등등. 결국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고 재생산한다. 미리부터 장시간 학습시간을 통해 장시간 노동시간에 익숙해지도록 단련된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순응하는 직장인으로 기른다. 학생 때는 술, 담배, 연애, 도박, PC방ㆍ찜질방, 노동 등도 금지하며 인내시킨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참는 사람들로 만든다. 물론 참지 못하고 ‘일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겐 부당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합리화시킨다. 일부 학생들은 갑갑해하며 ‘일탈’을 하고 노동을 하면서 돈벌이도 한다. 그러면서 우월감을 맛볼 수 있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런 일탈들 중에는 ‘금지된 것이기 때문에’ 한다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이후 삶이 더 나아지지 않아도 자신의 선택이라며 체념하게 된다. 물론 금지된 것들 중에는 비청소년이 해도 좋지 않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부당한 것들도 적잖다. 예를 들어 노동이 그렇다. 학습과 병행하는 노동이 전인교육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 산업연수생이며 그 제도의 표면적 취지기도 하다. 하지만 산업연수생은 또한 싼 값에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동을 멀리하는 게 학생들에게 좋은 걸까? 그렇지 않다. 아동ㆍ청소년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거나 값싼 임금으로 고강도의 착취를 당하는 게 문제인 거지 학생과 노동을 분리하는 게 대안이 아니다. 애초에 산업연수생들을 싼 값에 부려먹을 수 있는 게 바로 그런 분리 때문이다. 학생들을 노동과 분리하는 것은 경제력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돈을 못 버는 학생들은 비청소년들에게 의존하게 되거나, 의사결정권을 갖기 더 어렵다. 다른 예를 들어 이 상황을 설명해보자. 여성들이 임금 차별을 받는다고 해서 여성을 노동으로부터 분리시키면, 여성의 권리가 신장될까? 임금 차별이라는 상황이 나아질까? 그럴 리가 없을 것이다. 학생을 ‘보호’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학생인권은 전면적인 해방을 통해서 가능하다. 학생인권조례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통로로, 우리 사회가 당장 가능했던 수준에서 수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인권조례는 우리 사회의 담론에서 전면적인 도마 위에 오를 수 있었다. 폐지 운동이 활발하지만, 제정하고자 하는 지역들도 만만치 않게 있다. 충청북도·경상남도·세종특별자치시·울산광역시·부산광역시·전라남도·강원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주민발의된 바 있다.   따라서 4개 지역에서 폐지안 발의 및 폐지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부정적인 일이지만, 우리 사회가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던 일이기도 하며, 역사를 살펴보면 인권이 신장되는 가운데서 진통이 없었던 적은 없다. 오히려 학생인권을 선전하고 토론하는 담론의 장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인권조례 옹호라는 소극적인 대응을 통한 성취뿐만 아니라, 더 큰 성취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 또한 필요하다. ‘공격은 최선의 방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학생인권을 학생인권조례가 보장하는 것보다 더 넓히는 일 말이다.
적(敵)을 만드는 대통령의 말
한미 동맹 70주년이며,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용납하기 어려운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나 전쟁법 위반 상황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보고 멍~해졌다. 우크라이나 파병이 논의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155mm 33만 발왜냐하면 얼마 전 대통령실 도청과 관련해 유출된 문서 내용이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문서는 3월 1일 작성되었다고 알려진다. 김성한 전 대통령 안보실장이 155mm 포탄 33만 발을 우크라이나가 아닌 폴란드로 수출하자며 이문휘 전 외교비서관에게 제안하는 내용이 문건에 나와있다. 파병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뛰어넘는 군사적 지원 내용이라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나토와 우크라이나 국방 연락그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환영한 입장을 밝히며 백오십만 발이 넘는 155mm 포탄 등을 포함해 한화 43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미 육군 탄약 공장 대표 리차드 핸슨은 포탄 주문량 증가 질문에 주문 수량이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아직 100% 사실로 판단하기 어렵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 인터뷰 발언은 걱정을 넘어 두렵다.두 마리 호랑이를 건드리다 을 언급했다. 경제안보 협력을 제외하면 주요 내용 모두 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한국은 하부 역할을 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반도체 등 기술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미국 정부는 현대, 기아차를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국이 얻게 될 부분이 있을까? 의의가 어디 있고 성과가 어디 있나. 암담하다.ABM(Anything but Moon)얻는 것도 없어 보이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왜 저런 발언을 했을까?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인 대승적, 담대한 결단을 내렸다며 자화자찬했다. 미국과 담대한 결단을 했다면서 자유진영에 끼어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해 러시아를 저지하는 일원이 되고 싶은 게 아닐까. 그 자체를 자신의 업적이라고 내세우고 싶은 게 아닐까. 아니면,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옳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anything but 문재인>이라서 전쟁 중인 지역에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전 정부와 다른 노선을 타려고 하는 걸까. 도대체 모르겠다. 정말이지, 이런 대통령은 처음이다.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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