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여러분이 만난 콘텐츠 속 장애인, 어떤 모습인가요?

202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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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불평등을 싫어합니다.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2022년 12월, 2023년 3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더글로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학창시절 자신에게 폭력을 일삼은 가해자들에게 성인이 되어 복수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스토리, 배우, 연기, 대사, 메시지 등 드라마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끔찍한 학교 폭력을 당합니다. 주인공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생을 바칩니다. 주인공의 복수는 성공적입니다. 폭력과 마약, 살인 등 수도 없는 악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결국 벌을 받게 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들이 겪게 된 악행의 끝은 통쾌했습니다. 나쁜 짓을 끊임없이 저지르던 그들은 죽고, 버려지고, 감옥에 갑니다.

그런데 그 중 한 가해자는 장애를 갖게 됩니다. 학교폭력을 비롯해 수많은 나쁜 일을 저질렀던 인물이, 그에 대한 벌로 언어 장애를 갖습니다. 장애가 악행에 대한 처벌의 개념으로 활용 된 것입니다. 만약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가 지독한 악행에 대한 처벌로 활용되고 있는, 인기 많은 드라마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다가 마음이 아찔해졌습니다. 

권선징악의 스토리에서 ‘징’의 소재로 장애를 선택한 설정에 대해서는 신중했어야 했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작은 설정들은 장애에 대한 뿌리 깊은 부정적인 인식의 결과이기도 하며, 그 부정적인 인식을 더욱 견고히 만드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장애를 갖게 된 것이 아닙니다. 장애라는 것은 벌도, 불운한 일도, 불쌍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다양성 중의 하나이며, 누군가에게는 정체성입니다.

 

특출난 재주, 사랑스러운 외모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조장

2022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장애인과 장애인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일상을 보내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다”며, “특출난 재주가 있는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장애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불편하다”는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의 우려도 있었습니다(여성신문, 2022.7.23)

 

장애에 대한 혐오,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 조장

(이미지: "나를 살해하려는 거 같아서" 지적장애 11살 아들에 흉기(2022.06.17/뉴스데스크/MBC))

언론에서 장애를 다루는 방법도 문제가 많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나, 일부 정보만을 전달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합니다. 특히 정신장애인 범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들이 많습니다. 언론은 범죄 사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등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거리낌 없이 보도합니다. 마치 조현병이 높은 확률로 범죄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의 유병률이 약 1% 것에 비해, 전체 범죄자 중 정신장애 범죄자의 비율은 0.3%에 불과하다는 것이 팩트입니다(김혜선, 박도원, 홍영은.(2018).정신장애 범죄에 대한 언론보도 경향과 범죄위험성 인식.장애의 재해석, p210.).


장애극복, 동정, 시혜적 프레임 조장

(이미지: 유튜브 JTBC ‘차이나는 클라스’ 화면 갈무리) 

‘장애 극복’ 프레임도 매체에서 흔히 다뤄지는 이야기입니다. 시각장애 당사자이자 인권변호사인 김예원 변호사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나와, 한 방송사에서 “시각장애를 극복한 인권변호사 김예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례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시각장애를 극복한 적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네가 극복해’라고 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어요. 왜냐, 장애는 그냥 나와 같이 가는 것이지, 개인이 노력해서 극복해야 하는 범주가 아니에요. 이 사회가 할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불편하지 않게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에요.”라며 언론이 갖고 있는 장애극복 프레임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저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참 좋아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장애인들이 나와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드라마 속의 영희와 별이는 무언가에 천재적이지도,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지도, 장애를 극복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마을을 구성하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장애가 있는 배우들이 드라마에 참여했다는 것도 큰 의미로 다가왔고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미디어 속 장애인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내가 갖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모습과 같은 모습이었나요, 다른 모습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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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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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저는 ‘소득세법상 장애인‘이 되었어요. 주변의 장애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장애의 모습은 다양하고, 모든 삶은 원래 다 다르고, 우리 사회는 다양한 모습의 모두를 지탱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솔직히 더글로리를 보면서 '장애가 지독한 악행에 대한 처벌로 활용'되고 있어, 문제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는데요. 반성하게 됐습니다.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어떤 차별적 표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복 서사가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또 다른 폭력, 배려 없는 권력의 작용이 될 수도 있다는 건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새롭게 알게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사회적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네가 극복해’라고 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어요. 왜냐, 장애는 그냥 나와 같이 가는 것이지, 개인이 노력해서 극복해야 하는 범주가 아니에요. 이 사회가 할 일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가 불편하지 않게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에요.”

저도 예전에 다른 글을 보다가 '극복'이라는 표현이 폭력적이라는 사실을 그 때 처음 생각했었어요. 특히 한국은 개인의 노력과 시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사회 구조를 고민하고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실제 다운증후군을 앓고 계신 정은혜 작가가 직접 다운증후군을 연기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애인 가족에 대한 현실과 감정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하구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많이 다뤄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디어에서 장애의 재현은 정말 오래 전부터 지적받아 왔는데도 쉽게 바뀌지 않는 문제 같습니다. 다양한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보편적으로는 장애인을 등장시키지 않아서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드라마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 걸 찾아보기 힘들었고,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 역할을 맡는 경우는 얼마 전에야 처음 등장했고요. 반면 장애인을 재현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의존적 인물로만 묘사되거나 비범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면서 일종의 '극복' 서사로 비춰져서 이걸 비판하는 기사가 꽤나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개인적으로는 미디어업계 종사자들이 비판을 잘 수긍하지 않고,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노력하지 않아 뒤떨어지는 불성실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디어와 언론의 역할이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장애를 다루는 방식도 바뀔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언젠가는 문제가 사라져서 이런 토론글이 나오지 않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직까진 더 자주, 더 많이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것 같네요.

저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인상 깊게 보았는데요,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이 되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 중에서 이렇게 흥행한 드라마가 있었나?" 대본을 쓰고,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을 하고, 방송을 내보내는 과정 중 어느 하나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분명히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도 하고요. 따라서 미디어에서 이렇게 장애를 다루는 것 자체는 긍정적인 양상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콘텐츠 속 등장하는 장애인이 점점 늘어난다면, 이러한 편견도 언젠가는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