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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 관련 법, 법이 없는 사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
* 이 글은 총 4회에 걸쳐 심리상담 관련 법의 통과지연을 둘러싼 현상과 논의, 그리고 학계의 연구들에 대해 살펴보는 '공공문제 이슈 탐사 리포트' 시리즈의 1편입니다. “심리상담 관련 법 계류는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행위와 센터 및 자격증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심리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고칠 수 있는 마음의 병이 때를 놓치면 더 큰 병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막을 수 있던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조 대표는 “심리적 골든타임을 놓치면 치명적인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며 “그게 목숨일 수 있고, 관계일 수도 있고, 직업이나 건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누가 이혼할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갔는데 이상한 전문가 만나서 ‘이혼해’라고 잘못 알려줬어요. 그럼 가정이 깨지는 거예요. 회사생활이 너무 힘든 사람한테 ‘견뎌’ 이랬다가 더 큰 트라우마를 당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상담을 아무한테나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일보. <엉터리 심리상담사 자격증, 3주 만에 187명이 낚였다[이슈&탐사]>. 2022년 6월 10일자 심리상담에 대한 필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와 불안 심리, 코로나 19 등의 영향으로 인해 심리상담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일반상담 건수는 2021년 기준 235만여 건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9년부터 그 증가세가 높아졌고 2020년에서 2021년까지 1년동안만 거의 2배가 증가하는 등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죠. 이것은 시민들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관심도가 증가하고, 정신질환이 더 이상 음성화되지 않으면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이용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같이 사회 전반에서 심리적 고통을 숨기지 않는 추세는 심리상담의 수요 증가와도 상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국에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이 3,366개나 된다는 사실 아시나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은 3,366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일부 조사에 의하면 4,000개가 넘는다는 의견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같이 심리상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에 반해 공급자 입장에서의 공식적인 심리상담 자격에 대한 법적 제도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엔 ‘심리상담사’라는 공인자격이 없을 뿐더러 대부분이 자격기준이 제각각인 민간자격입니다. 빠르면 30분만에 딸 수 있는 민간자격증을 가지고 상담사 행세를 하며 상담센터를 개소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요. 이로 인해서 가짜 상담사와의 상담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거나 상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리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자격들이 난립하는 심리상담업계에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자격 자체를 법으로 못박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현재 심리상담사 관련 법안 3개가 국회에 올라와있지만 각각이 요구하는 국가시험 응시자격의 기준들이 모두 다릅니다. 이 안에서는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 간의 입장 차이도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심리상담사의 법제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학회 측에서는 심리상담을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이해하고 이에 따라 심리학 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것을 주장합니다. 따라서 심리학 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죠. 반면 상담학회 측에서는 다양한 학문에서 상담을 다루는데 심리학만을 인정하는 것은 편협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다른 관련 과목을 이수해도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도록 하자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장들에 있어 어느 정도의 자격요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냐를 두고 의견 차가 존재하고 동시에 지금까지의 민간자격에 있어서는 어떻게 인정할 것이냐 등에 대한 첨예한 입장차이가 있는 셈이죠. 그저 상담심리사를 규정하는 것을 넘어 상담심리업계의 자격요건과 영업요건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상담 관련 법이 통과되지 못하는 사이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행위는 계속해서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심리상담이 꼭 필요한 상태에 다다른 사람들이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면 시달릴수록 심리상담을 받고자 하는 절박함은 더욱 커집니다. 심리상담 관련 법의 법제화가 늦어지는 사이, 자격이 미달되는 상담사들이 상담료를 약간만 저렴하게 해서 오픈채팅에 자격증을 함께 홍보하면 사람들은 자격이 무엇인지에 상관없이 상담을 요청하게 됩니다. 상담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비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면서 추가과금을 요구하며 심리상담이 일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죠. 심리상담 관련 법의 통과지연이 심리상담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련 논의들을 깊게 살펴봅니다. 이번 탐사 리포트에서는 총 4회에 걸쳐 심리상담 관련 법의 통과지연을 둘러싼 현상과 논의, 그리고 학계의 연구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탐사 리포트를 관통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심리상담 관련 법 계류는 비전문적, 비윤리적 상담행위와 센터 및 자격증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번 탐사 리포트는 공공문제 이슈를 그저 ‘문제 포착’에 그치지 않고 해당 내용들을 보다 깊이 있게 진단하고 그에 대한 연구자들의 논의까지 살펴보는 보고서입니다. 또한 동시에 해당 주제는 <연구원정 : 공공문제>에 참여하고 있는 대원분이 실제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주제이기도 합니다. 연구원정 프로그램 알아보기 : https://naioth.net/ 참고문헌 강창욱 외. “ “무조건 합격이세요” 엉터리 심리상담사, 기자도 땄다[이슈&탐사]”. 국민일보. 2022. 5. 23.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103881&code=61121111&cp=nv 강창욱 외. “엉터리 심리상담사 자격증, 3주 만에 187명이 낚였다[이슈&탐사]”. 2022. 5. 24.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107802&code=61121111&sid1=soc 강창욱 외. “심리사냐 상담사냐… 심리상담, 법이 없다[이슈&탐사]”. 국민일보. 2022. 6. 9.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159178&code=61121111&cp=nv 권선미. “ "1시간에 10만원, 우울증 상담해드려요"...상담자격증 반나절이면 취득? “. 매일경제. 2023. 7. 31. https://www.mk.co.kr/news/society/10797757 * 본 콘텐츠는 <연구원정 : 공공문제> 1기 대원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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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마치 곱셈(x)과 같다
* 이 글은 총 4회에 걸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젠더적 관점을 적용하기 위한 현상과 논의, 그리고 학계의 연구들에 대해 살펴보는 '기후위기 이슈 탐사 리포트' 시리즈의 1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기후위기 대응에 젠더를 고려할 수 있는가?” Ali M. Latifi & Tom Brady. “ ‘It’s all our burden’: Poorest women hardest hit by heatwaves in India”. New Humanitarian. 2023. 7. 20. “모두 저희의 부담입니다.(It’s all our burden)” The New Humanitarian에서 취재한 인도의 시카리 톨라(SIKARI TOLA) 에 사는 한 여인은 폭염이 지속되는 동안 물을 길어오거나 아이와 가사를 돌보는 일 모두 여성들이 담당한다면서 이야기한 말입니다. 2023년 여름, 기후위기로 인해 밀어닥친 폭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전세계를 덮쳤습니다. 그 폭염은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북미와 유럽에도 큰 재앙을 가져왔지만 뉴스에 나오지 않은 인도를 비롯한 세계의 여러 다른 지역 또한 동일한 재앙 앞에 마주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일상적인 위협은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기후위기는 마치 곱셈(x)과 같아서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평균기온이 47-49도까지 치솟은 인도에서 1.5km 떨어져 있는 우물까지 물을 길으러 가야 하는 달리트(Dalit) 출신의 한 소녀가 마주하는 위협은 그저 불편함을 넘어 생존의 위협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에 달리트(Dalit) 출신이 수원지를 만지면 오염될 것이라 믿는 인도의 계급적 차별과 우물의 물을 긷느라 학교에 매번 지각하고마는 교육 접근권의 차이, 물을 길어오는 역할은 여성에게 맡겨져 있는 젠더적 차이까지 누적되면 기후위기의 문제는 그저 불편함을 넘어 한 가정의 모든 일상을 위협하는 환경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기후는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사회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없습니다.” (The New Humanitarian 기사 중) 특별히 젠더 맥락에서의 불평등은 기후위기로 인해 더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의 43%의 여성들이 농사에 종사하지만 이 중 12.6%만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지주이기 때문에 땅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은 기후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무급노동의 75%를 여전히 여성들이 감당하면서 여성에게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WEF, 2023) 이러한 사실은 기존에 심도 깊게 논의되어 오던 여성의 건강과 인권에 있어 기후위기의 심화가 그러한 위협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ODA에서도 젠더를 고려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원조를 의미합니다. 현재 ODA 필드에서 또한 현재의 기후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마주하고 있으며 이를 대처하기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비롯한 여러 협력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개발원조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오던 ‘성평등Gender Equality’에 대한 논의에 따라 여성과 남성의 각기 다른 사회적 규범, 역할, 인식과 행동으로부터 비롯되는 ‘젠더Gender’를 고려해야 하고 글로벌 성불평등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도 젠더 맥락을 적절히 분석하고 반영하여 진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점에 있어서 국제사회에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에 젠더를 고려해야 한다’라는 수사적 어구를 넘어서서 정작 ‘그래서 어떻게 해야 기후위기 대응에 젠더를 고려할 수 있는가?’ 를 질문할 때에 그에 대한 실질적인 방법론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ODA에 젠더적 관점을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논의에 대해 깊게 살펴봅니다. 이번 탐사 리포트에서는 총 4회에 걸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젠더적 관점을 적용하기 위한 현상과 논의, 그리고 학계의 연구들에 대해 살펴봅니다. 탐사 리포트를 관통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ODA에 어떻게 하면 젠더를 고려하는 실질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이번 탐사 리포트는 기후위기 이슈를 그저 ‘문제 포착’에 그치지 않고 해당 내용들을 보다 깊이 있게 진단하고 그에 대한 연구자들의 논의까지 살펴보는 보고서입니다. 또한 동시에 해당 주제는 <연구원정 : 기후위기>에 참여하고 있는 대원분이 실제 대안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연구주제이기도 합니다. 연구원정 프로그램 알아보기 : https://naioth.net 참고문헌 Nour Hazem Mohamed & Nada Mohamed. “Intersectionality can help us identify the women at climate change's sharpest edge”. World Economic Forum. 2023. 7. 17. https://www.weforum.org/agenda/2023/07/intersectionality-climate-change-women/ Ali M. Latifi & Tom Brady. “ ‘It’s all our burden’: Poorest women hardest hit by heatwaves in India”. New Humanitarian. 2023. 7. 20. https://www.thenewhumanitarian.org/news-feature/2023/07/20/its-all-our-burden-poorest-women-hardest-hit-heatwaves-india 김윤주. “모두에게 닥쳐온 기후변화, 모두에게 같은 문제일까요?”. 한겨레. 2022. 8. 31.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56924.html * 본 콘텐츠는 <연구원정 : 기후위기> 4기 김혜주 대원의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김혜주 대원님(기후위기X젠더 분야 국제개발협력 연구자) 관련문의 : hyejukim1219@gmail.com 인스타그램으로 보고 싶으시다면? (클릭!)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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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문제의 전개를 둘러싼 우리 사회 공론장의 문제점 성찰
남기정(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원전오염수 문제를 둘러싼 한국 시민사회의 담론 지형은 아래의 표와 같음.(최종민 작성) 일본 정부의 ‘오염수 투기’에 대한 찬반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대화와 대안 모색을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현실.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에서 공공지식인을 중심으로 한 공론장을 마련하여 숙의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과제로 제기되고 있음. ‘오염수 평가’와 ‘투기 찬반’에서 ‘공론장 형성’의 모색으로 논의의 전선이 이행되어야 함. ‘오염수 투기’ 문제는 투기 중단이라는 미시담론과 에너지, 환경, 기후담론이라는 거대담론에 걸쳐 있는 문제이며, 장기적 고민의 과제임. 일과성 주제로 그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함.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에서 중장기적인 공론장 구성을 모색 중. 솔라시 소셜코리아-빠띠와의 협업 가능성 모색하고자 함. 사항 해양 방출 찬성 측 담론 해양 방출 반대 측 담론 주요 용어 호명 ‘처리수’, ‘오염처리수’ 주로 일본 정부가 제시하는 용어 사용 해양 ‘방류’ ‘오염수’, ‘‘방사성, 독극성, 부식성 오염수’, ‘핵오염수’, ‘핵폐기물’,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 ‘해양 투기’, ‘덤핑’, ‘불법 투기’, 오염수의 위험성 전체적인 평가 희석 과정 신뢰 - 기준치 이하 될 때까지 반복 여과함 방류 지점에서 멀어지면 한강물과 비슷한 수준으로 희석됨 ALPS 처리 전에도 세슘 흡착, 담수화 등 거침 희석 과정 불신 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총량은 같음 삼중수소는 희석되지 않고 남아 있음 평형수 문제 정말 안전하다면 1km 지점이 아닌 앞바다에 방류했을 것임 관련 기준 처리수의 방류 기준은 엄격 ‘과학적 유해기준이 아닌 정치적 관리기준’, ‘행정적 관리기준’, ‘안전이 아닌 현실적 관리기준’ 삼중수소의 위험성 건강에 영향 미미 또는 없음 ‘유기결합’ 위험성 부정 삼중수소는 독성이 강한 핵종이 아님 한국에 거의 영향 없음 항상 방사능에 노출되고 있으며, 방류로 인한 영향은 미미. ‘무시해도 될 정도’ 저선량 피폭 위험성 부정 “내부 피폭만 강조”됨 생물농축 가능성 부정 다음 세대 영향 등 잠재적 측면도 고려하여 방류 기준 결정 방출되는 삼중수소는 대량이 아님 건강에 악영향 DNA 손상 및 파괴 먹이사슬 ‘우리 밥상’, ‘식탁’을 위협 ‘유기결합’의 위험성 제시 생물농축 가능성 제기 저선량 피폭도 해로움(LNT) 피폭 선량 재계산 필요 방류 기준은 음용시 다르게 작용 아이, 후손 영향(정당화), 여성 영향 강조 ALARA 원칙 지켜야 함 도달 시점인 ‘10년’ 후 한국 해역에서 검출되는 삼중수소 농도는 낮아 크게 영향이 없을 것임 북태평양 전체로 확산 시뮬레이션만으로 판단하고 결론짓는 것은 성급함 오염된 지하수도 문제이나, 언급없음 검출된 세슘 우럭은 오염지역에서 포획, 사고 당시 오염수 방류의 결과 인근 바다에서는 어업도 금지 중 한국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중 안전 입증될 경우 수입 긍정하기도 해양환경 및 수산업에 악영향 ‘한국 수산업과 어업은 망한다’ 방출 후 수산물 섭취 위험성 강조 해양에 유의미한 영향 없다해도 반대 해양환경 보전에 역행, 선례를 남김 삼중수소 외 핵종 (삼중수소가 세슘보다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 세슘이 더 영향큼(위험) 희석시 다른 핵종도 같이 수백 배 희석, 방류시 각 핵종의 농도는 규제 제한치에 비해 아주 낮아짐 삼중수소보다 더 위험한 방사성 물질 존재 세슘137, 탄소14, 플루토늄 등 방사성 핵종은 반감기가 긺 비유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데 먹어서 검증하자는 것은 ‘감정적인 접근 방식’임 자연 존재 및 서울, 한강 삼중수소 농도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 주장 생활폐수도 정화 후 방류 엑스레이 한 번 촬영, 과거 핵실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방출보다 적음, ‘바나나 1/400개’ 한국 등 원전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방사성 액체폐기물 처리, ‘관습’ 원전에서 배출하는 냉각수와 후쿠시마의 오염수는 다름 월성원전 삼중수소보다 더 많이 배출 “정말 깨끗하다면 마셔라” 한국 해역 도달 10년 심층수는 4~5년 심층수는 5~7개월만 동해 도착(세슘, 스트론튬 등 무거운 방사성 물질) 일본 측과 IAEA 관련 ALPS 성능 성능은 데이터를 참조해야 할 것 고장은 초기에 많았음 고장이 직접적으로 방류의 안전성에 연결되는 것은 아님 ‘기술자,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확인된 것’ ALPS 자체는 중점적으로 볼 부분이 아니고, 관련 신뢰도가 중요 ALPS 성능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음: ‘시제품’임 64개 핵종을 모두 평가하지 않음 ALPS는 ‘제거 설비’가 아니라 ‘다핵종 감소설비’ 설치 이후 고장 많았음 IAEA 평가 관련 IAEA의 검사지지 국제 안전기준 부합 이해하기 쉽게 정리 종합보고서가 모든 내용을 다룰 수 없고, 과거 보고서에 해당 내용 포함 ALPS 성능 포함 시료 채취 방법 신뢰 ALPS 처리 전 물은 추후 검증할 것 향후에도 도쿄전력의 자료 모니터링 (중대사고시 기준이 없다는 말에 대해) 현재 기준 중 가장 최적의 기준을 찾아 해법 찾는 것이 실질적 방법 IAEA 기본 안전 원칙 중 하나가 안전 책임이 개별 국가에 있다는 것임 생물학적 농축, 해양생태계 환경영향평가 등의 문제를 다루지 않음 대안을 고려하지 않음 해양 방류만을 전제로 함 ‘정당화’, ‘최적화’ 원칙 등 IAEA의 평가 기준 중 누락 존재 ALPS 성능 평가하지 않음 내부 피폭의 위험성 언급하지 않음 IAEA의 국제기준은 정상 가동 원전에만 적용 가능,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에 적용 불가 ‘정당성’, ‘공정성’, ‘객관성’이 없음 IAEA의 성격 ‘과학기술인 입장에서 신뢰’: IAEA는 UN을 통해 설립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중심적 역할을 한 기관임, ‘권위’와 ‘공정성’이 있음 진흥이 아닌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여 국제 질서 체계도 신뢰가 있음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진흥을 위한 기관임 일본의 영향력이 큼: 많은 분담금, 일본 기업의 후원금, 일본인 사무총장, ‘강자의 논리’ 중국 영향력 한정적 미국의 용인 - 중국 견제 위해 편들어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은 금지 원폭 투하 및 핵실험 ‘원죄’ 도쿄전력, 일본 정부 도쿄전력의 검사 방식 신뢰 핵종 농도 측정 방식 타당 ‘처리수 방류는 자국의 통치권’ 문제 일본 정부, 도쿄전력은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음 기본적으로 불신 일본의 정보 제공 부족 도쿄전력이 많은 비용을 들여 제대로 희석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 제기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 시민참여를 배제한 폐쇄적인 논의 구조 사고 관련 최단기간 안전히 폐로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오염수 처리 중요 사고 수습도 제대로 되지 않음 폐로 계획 비판: ‘수 백 년 해양 투기’ 향후 더 많은 오염수가 발생할 것 해양 방류 이외 대안 해양 방류가 가장 좋은 방법 ‘해양 방류가 안전성을 담보하고 감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원자력 시설에서 가장 널리 활용’ 증발시켜 방출은 해양 방류에 비해 피폭량 더 크게 평가 액체 상태 오염수를 장기간 안전하게 저장하는 것은 비현실적 오염수 처리하지 않으면 지진, 쓰나미 발생 시 누출 위험 해양 방류 택한 것은 경제적 이유 경제성에도 의문 제기 육상(자국내) 보관 요구(반감기) 후쿠시마 원전 부지 내 보관용기 증설 대형 탱크 저장 콘크리트 저수지 축조 ‘지역 주민, 어부, 인접 국가 모두의 이익’ 일본 국민도 해양 방출에 의구심 한국 정부 관련 방류 관련 일본, 도쿄전력의 처리 및 방류 과정을 감시, 확인해야 함 일본의 오염수 방출 준비 동안 대비하지 않음: ‘숙제’, ‘무방비’ 일본 정부의 해양 방출을 인정만 함 시찰단에 대한 비판 일본에 목소리 전달해야 하나 원전 산업 중시하는 현 정부는 할 수 없음 시찰은 향후에도 계속해야 함 국제 대응 등 - 폐기물 해양투기를 제한하는 런던의정서의 “투기”에 해당 국제 관행에 어긋남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됨 자국에서 처리해야 함 한국 정부에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 요구 가처분 형태의 잠정 조치 청구 가능(2021) WTO 최종 승소를 통한 가능성 제시 한일 시민사회의 역할 중요 한일 시민이 중심이 된 조사단·검증단을 만들어 일본에 정보공개 요구 필요 과학 vs 감정 과학, 과학적 분석, 합리적 사고에 대한 신뢰, 전문가주의 기반 논의 반대 측 논의에 대한 평가 문제를 한일관계로 봄, ‘국민의 우려는 일본에 대한 신뢰 문제’ 정치적 논의로 확대시키고 있음 ‘괴담’, ‘자극적인 비과학적 괴담’, ‘유사과학 등에 의해 공포를 과장’, ‘광우병’ 촛불시위와 비슷, ‘반핵 단체와 특정 정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각종 음모론’ 언론이 ‘왜곡’ ‘문제의 본질은 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정서와 태도’ 국민들은 ‘막연히 불안’, ‘불안감 해소’가 ‘과학적 접근’의 목적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실관계 전달과 토론, 수용과 납득의 과정 추구’ 상식과 합리를 토대로 논의해야 함 건강 영향 관련: 근거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의 근거가 될 수는 없음 오염수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 ‘편협된 과학으로 위장’ ‘과학에 대한 오해와 과장된 신뢰’ 원전 관련 입장 원전이 필요하다는 입장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과학정 정책이 아닌 ‘이념적 정책’ 다수가 탈원전 입장 오염수만이 아니라 향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원자력계가 책임져야 함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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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6.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시민의 일상도 하루하루가 달라집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CHAT-GPT 같은 새로운 AI서비스가 출시하고,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내일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기도 하죠. 시민의 삶을 살펴보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시민사회는 변화의 파도 위에서 어떻게 항해해야 할까요?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기술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기술을 발전시키고 활용하는 특정 주체가 독점적인 이윤과 통제를 추구한다는 점이 위험한 것입니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새로운 산업 체제의 구축은 국가와 자본이 아닌 시민·노동자·사회적 소수자 등, 시민사회 차원의 다양한 주체의 대응이 없다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하고 고착화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차산업혁명, 산업 4.0등의 표현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다고, 옳거나 틀렸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고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여러 갈래의 가능성을 지닌 디지털 기술에 의한 사회변화의 총체적인 흐름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묘사한 여러 장면들은 우리가 이미 그러한 변화의 한 복판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달리고 정부는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시민사회는 우왕좌왕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 김연수(람시) / 캠페인즈 본문 중)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시민사회의 대응에 대해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자본과 기업을 견제하는 자리가 더 필요해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에서 디지털 플랫폼에 체류하는 기간이 자본과 연결되다보니 자본가들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것을 생산하는 걸 방치한다고 하더라구요. 그걸 감시하고 벗어나려면 시민들이 만나는 토론의 장이 필요해요. 시민단체들은 가장 열악한 시민을 대변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들과 자본가들의 언어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돼요. 특히 디지털 기술의 분배와 규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해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플랫폼 기업 등 거대 세력에 대항하고 연대하는 소수 시민 사회가 필요해요. “시민단체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 발빠르게 변화해야 해요.” 시민사회도 디지털 감각과 기술을 배우고 강화해야해요. 그걸 바탕으로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서 혐오와 차별을 하지 않는 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활성화하면 좋겠어요. 시민단체는 시민 계층 혹은 사회의 각 분야를 대표하는 거잖아요. 그럼 시민단체들도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아야 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시민사회가 활약하길 바래요.” 요즘 AI 서비스가 유료화되서 나오고 있잖아요?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그 기술을 소비하는 것이구요. 시민도 소비자만이 아닌 적극적 주체로서  AI 기술의 시민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요.  AI 시대가 되면서 시민의 입장에서 어떤 요구들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에 대한 상상력을 만들어주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라고 느껴요. 디지털 시대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고 그 안에서 시민들이 정의롭고 민주주의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가야 되는 것이 과제인 것 같아요. 그런 논의들을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해주면 좋겠어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이 필요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노동자도 계층화될 거예요. 시민사회가 이런 점에 집중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과거에 비해 비정규직, 정규직 안에서도 목소리가 분화되고 있는데 시민 단체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니 계층, 단위 별로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요. 시민 단체나 시민 사회에서 조례나 약속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는 노동조합이 AI에게 대체되는 노동자를 위해서 연대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디지털 시대라는 바꿀 수 없는 거대한 변화 안에서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자리를 시민사회가 열어주면 좋겠어요.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다분화되는 노동자에 집중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필요해요. 자본과 기업에 대한 견제는 여전히  빼놓을 수 없는 시민사회의 역할이에요. 시민단체도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감각과 기술을 배우고 활용해야 해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시민단체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때, 그 기술을 만든 자본과 기업에 대한 어떤 입장을 가져야할까요? 점점 다양하게 분화되는 노동자 계층의 문제를 하나의 이슈 혹은 문제의식으로 묶을 수 있을까요? 시민사회와 시민이 온라인으로 만나고 소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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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즈를 통한 디지털 시민 광장의 복원
새로운 기술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기술이 미디어에 변화를 일으킬때는 사회의 권력 관계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불과 20년 가량 전에 대중에게 보급된 인터넷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인터넷과 정보 기술은 연결과 축적의 범위를 무제한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이 기술은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자유롭고 평등하고 서로 협력하는 사회, 즉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비결로 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 역시도 그 가능성을 믿고 특히 미디어 플랫폼 분야에서 일을 해 왔다. 그렇게 약 20년 가량 여러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면서 깨달은 점 세가지가 있다. 첫째,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그 가능성은 누군가의 손에서 구현이 되어야만 실현되고 그 누군가의 가치관이 반드시 반영된다. 종이에 잉크를 묻혀 읽던 신문 기사가, 온라인으로 옮겨오는데는 뉴스 서비스를 기획한 사람들이 있었고, 그 기사 아래에 사람들의 댓글을 달도록 결정한 사람들도 있었다. 거기서 더 나아가 댓글이 아닌 본격적인 글을 쓰는 별도의 서비스를 만들자고 결정한 사람들이나, 블로그에 올라오는 컨텐츠도 기사처럼 다루자고 결정한 사람들이 있어서 시민 저널리즘이란 영역이 생겼다. 이 결정들은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를 확장하기도 하고 제약하기도 하는데,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다. 좋아요만 제공하기로 설계자가 결정한 서비스는 다른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렵고, 실명 인증을 할지 말지 판단도 설계자가 결정한다. 더 많은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트래픽을 늘리기로 설계자가 결정한 서비스는 개인정보나 혐오, 허위조작정보를 지키는데 우선순위를 두기가 어렵다.  둘째, 기술은 계속해서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며 발전한다, 다만 개선도 누군가가 구현을 해야 실현된다. 지금 기술로 인해 생겨난 많은 문제들을 기술을 통해서만 모두 해결해야 하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기술 스스로 개선을 해나가야 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갈등과 혐오로부터나 통제와 실질적인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인터넷 미디어 환경을 만드는 길은 더 사회적 논의와 합의와 함께 실질적인 기술의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도 역시나 누군가가 그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해야 실현된다.  안타깝게도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할 기술을 구현하고 개선하고 싶었던 시도들은 2023년 현재는 많이 위축된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자극과 소비로 점철된 공간이 되어 가는 듯 하다.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고라와 블로거뉴스 같은 시민 공론장과 시민 저널리즘을 표방하던 서비스는 문을 닫았고, 지난 정부에서 호황을 누리던 국민청원이나 민주주의서울, 광화문1번가 등의 시민참여플랫폼도 사라졌다. 트위터는 소유주가 바뀌면서 한 사람의 결정에 휘둘리는 종잡을수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밤늦게 물건을 주문해도 순식간에 받아 볼 수 있는 시대,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노동을 거래하는 시대에, 시민이 목소리를 낼 공간, 그 목소리가 잘 모여서 새로운 합의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없다는건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 일을 20년간 해 온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아쉽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바라던 세상은 어떤 곳일까?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개인과 개인이 모여 이룬 집단이 함께 정보를 교환하고 토론을 거쳐 새로운 결정을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 어쩌면 우리는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 비해서는 분명 이 이상에 가까워졌을수는 있다. 연결과 축적은 분명 늘어났으니까. 다만, 서로에 대한 존중과 연대를 전제로 한 연결과 축적은 많이 신경쓰지는 못했다. 사회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결과가 안타깝고 아쉽더라도 더 나은 연결과 축적의 기술과 문화와 제도를 만듦으로써 누구나 권리와 안전을 보장받고, 집단으로써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는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물건을 사고, 일꺼리를 찾고, 투자를 하고, 흥미로운 영상을 즐기는 것만큼, 개인들이 사회의 이슈를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을 내고, 다른 구성원과 대화하고, 때론 힘을 모으고 때론 공론을 만들고 결정에 이르기까지 하는 플랫폼은 어떤 사회든 꼭 필요하다. 빠띠가 캠페인즈를 통해 시민의 공익 활동을 증진하고, 시민들이 토론을 펼치는 공론장으로서의 시민 광장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는 까닭이다. 플랫폼을 만들면서 느낀 세 번째는, 결국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이 성공한다. 우리는 늘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때론 시대가 변해 사람들의 필요가 무르익으면 그에 맞는 기술들이 생겨난다. 딱 맞는 기술이 없으면 기존의 기술을 변형해서라도 사람들은 필요를 충족시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딱 맞는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들이 나타난다. 지금 시대는 중요한 의사결정에 더 많은 사람들, 혹은 개개인, 혹은 나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시민들이 믿기 시작한 시대다. 정부든 정당이든 기업이든 혹은 비영리기관이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해관계자나 대중의 공감과 신뢰, 적어도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아는 시대다. 물론 당장에는 다중의 기대와 비판을 무시하거나 기만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이 남아 있겠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 일반은 개인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에 돌입했다. 개인의 의견이 집단의 합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과 그 과정에 대한 훈련과 경험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이지만, 민주주의 서울을 기획하고 운영하면서 만난 많은 시민들과 기관은 확실히 달라진 세상에 맞추어 의견을 내고 이슈를 만들고 공론에 참여하며 다수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요약하면 적어도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세상은 달라졌고 시민들의 기대는 무르익었다. 이제 더 나은 민주주의와 공론장, 미디어 기술이 사회와 시민을 따라가야 할 차례다. 혹은 이제야 더 나은 연결과 축적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내고 모두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기술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빠띠는 이 시대 변화에 맞추어 “디지털 시민 광장”으로서의 플랫폼을 다시 복원하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을 목표로 한다. 누군가가 나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미디어 플랫폼을 실현해야 한다면, 그 누군가 중의 하나가 우리였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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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뉴스에서 더 많이 보고 싶다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A신문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특집면에 아흔살 신달막 할머니가 등장했다. 서울 가는 기차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효율성’의 피해자였다. 할머니가 사는 곳은 평균 나이 80살, 주민 67가구가 사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2리. 이 마을 주변엔 기차역 두 곳이 있었는데, 2021년 8월 하루 한 번씩 이 역에 오던 용산행 무궁화호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는 ‘적자 노선이라 운영 효율성이 낮다’는 근거를 댔다. 고속열차(KTX) 수혜 지역이 확대 되면서 수요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장거리 무궁화호를 없애(‘효율화’라고 표현한다) 영업 손익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KTX가 서는 역으로 가서 환승한 뒤 서울 가란 뜻이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쉽지 고령의 시골 마을 주민들이 따르기엔 여간 버거운 게 아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서울서 있던 남편 제사나 아들 생일, 병원 방문 등의 일상을 빼앗겼다.   B신문 2023년 9월 16일 토요일 6면 머리기사로 ‘SRT’ 감축 불편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내용이 실렸다. SRT는 공기업 ‘주식회사 SR’이 운영하는 열차(SR Train)로,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B신문 해당 기사는 SRT가 운행을 감축했는데 불편하다는 시민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내용이다. B신문은 누구를 취재해서 이런 기사를 썼을까? 자세한 편집국 상황은 알 수 없지만 기사에 나온 바로는 철도노조(전국철도노동조합의 준말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산하의 철도산업 노동조합이다)와 국토교통부를 ‘불편 없음’의 근거로 삼은 모양이다. B신문은 [철도노조는 시민 불편에 대해 취합된 게 없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달 1일 시행해 데이터를 뽑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시민 불편의 실체가 아직까지는 구체적이지 않은 셈이다.]라고 썼다.   어느 지역에선 선택할 수 있는 SRT 좌석이 줄어든다. 그런데 B신문 기사처럼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말 없을까? B신문에 언급된 줄어든다는 노선은 경부선 SRT 열차다. SRT는 기존에 경부선·호남선에서만 운영되고 있었는데 지난 9월 1일부터 SR이 경전·전라·동해선으로 노선을 확대했다. 그러나 열차 수는 정해져 있어서 3개 노선을 추가하는 만큼 기존 2개 노선에서 운행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경전·전라·동해선이 신설된 만큼 진주·여수·포항 쪽 주민들은 서울 강남권으로 바로 가기에 편리해졌다. 그러나 경부선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선택권은 줄어들었다. 자신들의 선택권이 줄어들었다는 데에 대해 모를 수도 있고, 수서행 고속철도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주민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와 국토교통부의 취합된 불편 없음, 취합된 데이터 없음을 가지고 불편의 목소리가 크지 않다고, 언론은 진정 말할 수 있는가?   A신문을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다. A신문과 B신문 둘 다 이러한 기사 유형을 대표하는 기사로 봐주면 좋겠다. A신문은 시골 마을에 사는 여성 노인 주민의 사례를 들어 철도의 공공성에 대해 일깨운다. 사실 SRT 감축과 사라진 용산행 무궁화호는 큰 관련성이 있다. 둘은 분명 ‘열차’이고 철도가 깔린 지역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공공성 높은 대중교통인데, 운영 주체가 다르다. 무궁화호는 한국철도공사가, SRT는 SR이 운영한다. SR은 2011년 이명박 정부의 ‘수도권 고속철도 운영 민간 개방’ 기조 이후 설립된 회사다. 당시 이를 철도 민영화 첫 단추로 보는 우려가 컸는데 이러한 걱정의 시선은 여전하다. SR은 흑자가 나는 고속철도, SRT만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고속철도 자체가 흑자가 나는 이른바 알짜배기 노선이다. 수서행 고속철도 운영을 떼어준 한국철도공사는, 수익 성적에서 SR과 차이가 난다. SR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2021년 외에 모두 흑자를 냈지만 한국철도공사는 계속해서 적자다.   흑자가 예상되는 SRT를 떼어준 한국철도공사는, 적자가 나는 걸 보면서 무궁화호 운행을 줄인다. 무궁화호 운행 감소는 오봉2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철도공사는 무궁화호 운행을 전체적으로 줄여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KTX에서 흑자가 나고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에서는 적자가 난다. 한국철도공사와 SR이 별도의 회사로 운영됨에 따라 중복 비용이 발생하고, 한국철도공사의 적자가 눈에 띄면서 이용 수요는 적지만 국민의 철도 공공성 보장을 위해선 필요한 이른바 ‘적자노선’을 자꾸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SRT 감축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노조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서행 KTX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와 SR로 쪼개진 철도 운영에 대해 제동을 거는 장치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철도 운영으로 왜 국민들은 열차를 가지고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가?   노동조합과 정부에서 취재 그치지 말아야 언론 신뢰를 말하는 공간에서 열차 이야기가 길었다. B신문의 경우처럼 정부나, 자신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결사체가 있는 이들의 말에서 취재와 보도가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노동조합의 경우 기울어진 한국 언론 지형에서 가장 많이 소외받고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야 했던 집단 중 하나다. 이들을 취재하지 말라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노동조합과 정부에서 시민 불편의 목소리를 찾아다닌 것이 의아하다는 뜻이다. 언론은 그동안 누구에 의해서도 대표되지 않았고 보호받지 않았던 시민들을 더 많이 찾아다녀야 한다. 흔히 우리나라 언론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를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때 한국 언론이 정치적 편향성을 다 같이 벗어나자고 결의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그 뒤에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공정성, 균형성, 중립 등인가? 아니다.   언론 신뢰는 언론이 공공성 회복으로 보도 방향을 완전히 전환하고, 그에 따라 취재원과 수용자를 철저히 재설정 하는 것과 관련 있다. 영미권 커뮤니케이션 학자 셋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진단하고 개혁 또는 혁명 두 가지 해법을 제시하는 책 <저널리즘 선언(오월의봄)>에서, 학자들은 저널리즘이 스스로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포용성 △사회정의 △코스모폴리타니즘cosmopolitanism이라는 대안적 규범을 수용하라고 조언한다. 언론계에서 흔히 인용되는 정확성, 진실성, 책임성, 독립성, 투명성, 객관성, 균등성, 기계적 중립 등은 규범적 상상 속에서 존재할 뿐 우리의 생각처럼 명확하지도,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지도,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의의도 없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주류 언론에서 규범처럼 지켜왔던 것들로부터 소외되고 억압받았던 사람들을 포함하는 저널리즘(포용성), 지면에 싣기 적합한 뉴스가 아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뉴스를 우선하는 저널리즘(사회정의), 낯설거나 멀리 떨어져 있다고 여겨온 장소에서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호기심을 갖는 저널리즘(코스모폴리타니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취재원으로도 독자·소비자로도 여기지 않았던 수용자들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 수용자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그들을 만나야 하며, 수용자의 뉴스 관련 의례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 지점에서 B신문 기사는 우리나라 언론에서 보기 쉬운 평범한 기사이다. 기자들이 자주 찾아가고 기자들을 자주 상대하는 조직들은, 마련해 둔 ‘홍보실’이 있고 기자들은 그들을 상대해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그렇기 때문에 B라는 언론사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저런 부류의 기사엔 공공성에서 소외된 시민의 불편이 없다. 실제로 불편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류 언론에서 규범처럼 써왔던 취재원이 아닌, 소외돼 왔던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정말 불편함이 없다’는 말이 나와야 한다.   한계를 핑계로 저널리즘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정파를 핑계로 신뢰를 포기하시겠습니까? 이런 대안을 내놓으면 시간 부족, 인력 부족 이야기가 따라붙는다. 뉴미디어 환경에서 경쟁에 내몰려 있고, 올드미디어라고 하더라도 마감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편집국 인원수가 몇천몇만 명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철도노조 파업 기사 하나를 쓴다고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밖에 나가서 계속해서 인터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한다면 벌써 저널리즘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 아닐까? 언론 신뢰를 포기하겠다면 지금처럼 쓰면 된다. 그러면 변화할 수 없다.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은 더욱 커져야 하고(정치가 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트에 의존하는 보도 행태 또한 계속된다. 그렇게 대중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 정치적 편향을 포함한 언론의 권력 편향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사실 현재의 언론은 시민에게서 신뢰받지 않더라도 잘 먹고 잘살 수 있다. 운영비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민 후원이나 구독료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언론사의 경우 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런 언론은 몇 없는 데다 최근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둘러싼 논의를 볼 때 다수 시민이 ‘신뢰할 만한 언론 키우기’에 관심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시민들은 언론이 편향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뉴스를 선택할 때 편향된 상태로 고르기도 한다. 언론은 시민을, 시민은 언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인 걸까? 그러나 그런 우울한 시대로 정의하고 좌절하고 마는 것이 이 글의 목표는 아닐뿐더러, 시민으로서 우리의 역할도 아니다.   P.S. A신문의 해당 특집면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다. A신문이 너무나 뛰어나서 쓸 수 있었던 기사는 아니었던 점을 말해두고 싶다. 다만 우리는 이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 공공성을 지켜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A신문과 노동조합이 신달막 할머니를 포함한 오봉2리의 사정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 목소리를 곁에서 듣던 철도노동자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집면 기사에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언론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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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예산 ‘0원’, 과학계 이어 영화계도 ‘절규’
내년 예산 ‘0원’, 과학계 이어 영화계도 ‘절규’ 최근 들어서 무슨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시진 않나요? R&D 지원이 줄어 과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얼마 되지 않아 줄줄이 문화 관련 지원 예산이 대폭 감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혹시 관련 소식을 처음 들어보신다면, 지금부터라도 각계 분야에 일어나는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23.08.29] 삭감 삭감 삭감…예산으로 방송 길들이기 본격 신호탄 - 미디어오늘 [23.09.13] 장비 대신 대학원생 자를 판… ‘카르텔 몰이’ R&D예산 삭감 후폭풍 - 한겨레 [23.09.19] 예산삭감·무력화 입법·운영지침 개악,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원 지우기 중단하라! - 참여연대 각종 분야의 정부 지원 예산 삭감 소식이 챌린지처럼 이어지고 있네요. 이에 관련 단체들은 항의하고 있습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영화교육/제작 등의 활동을 하는 영화인 네트워크는 예산 삭감 소식에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9월 5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산하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발표한 내년 예산에서 지역 영화 관련 예산은 0원입니다.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지원사업'과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에 올해 기준 12억의 예산이 있었는데요. 무려 100%가 삭감되었습니다.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에는 한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12억이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만, 영진위 전체 예산에서는 0.2%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영진위 내년도 지역 영화 지원 예산 삭감에…대구 유일 `영화학교` 어쩌나 - 매일신문 대구경북 독립영화 예산 0원...문체부, 지역영화 활성화 '전액 삭감' - 평화뉴스  전국독립영화협회는 "지역 영화 지원 사업 폐지는 단순히 예산을 절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일 자체를 봉쇄하고 포기하겠다는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이다"며 "영진위 전체 예산의 0.2% 수준에 불과한 예산을 가지고 지역 영화 생태계의 존폐를 결정하는 일을 당장 멈춰야한다"고 말했다. 문체부 내년 지역 영화 지원 예산 `0원`…영화단체들 반발 - 매일신문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밀집한 대한민국, 문화/체육 인프라 또한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열악합니다. 저출생 고령화가 장기화되며 지방인구는 ‘절멸’을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비수도권 지역에 지원되던 예산마저 삭감된다면 지역영화 생태계는 직격타를 맞게 됩니다. 몇달 전 영진위 애니메이션 제작 지원 사업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수많은 제작자들과 개인이 성명에 동참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숨가쁘게 줄어드는 문화예술계 지원 예산,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기획재정부가 2024년 예산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 논의가 수면 위로 올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영진위와 콘텐츠진흥원이 중복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라며 논의 이유를 밝혔다. 감독들은 문체부가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 폐지 이유로 들었던 행정력 낭비에 대해 "영진위의 총지원비 규모는 타국 기준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 한편조차 만들지 못할 만큼 작은 규모임에도, 이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고자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그렇게 창작 역량을 갖추기 위한 작지만 큰 씨앗을 심었고 올해만 해도 해외에서 단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조차 만들 수 없는 30억 원으로 17개의 씨앗을 심은 이 사업이 어디가 방만한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일본·미국 작품에 치이고, 예산 삭감 위기"…벼랑 끝에 선 한국 애니의 절실함 - DK journal 기묘한 챌린지는 국내 영화제 영역에도 이어졌습니다. 이에 영화제들 또한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국내외 영화제 육성 지원사업’의 내년 예산은 50%삭감으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영진위는 영화발전기금이 줄어드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삭감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국내개최영화제연대(가칭, 이하 영화제연대)은 영화제의 역할과 의미를 강조하며 삭감을 철회하고 논의 테이블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영화제 연대는 관객을 포함한 단체/개인의 연명을 받고 있으며, 이후에도 국회를 통해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연명을 계속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영화제 예산도 50% 삭감…“전주국제영화제 축소 불가피” / KBS 2023.09.14. “영화 현장은 절망과 충격”… 영화제 예산 삭감에 51개 영화제 성명 - 부산일보 “영화제 예산 삭감 철회하라!” 영화계, 정부와 영진위에 역대 최악의 예산편성 반대 - KtN 각계에서 예산이 조정되며 아우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수많은 창작자, 영화 네트워크, 국내개최 영화제들과 관객들까지 연명에 나서 지역영화/영화제 지원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끊을 것이 아니라면 이 목소리에 대해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덧글에 적어주세요! ----------------------------------------------------- 지역영화 네트워크 및 영화단체 성명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 철회 촉구  연명 링크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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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동물원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캠페인즈에서는 매 달 우리 사회에서 집중하여 다루고, 토론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선정합니다. 지난 8월 이슈인 ‘동물권’에 대해 많은 캠페이너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남겨 주셨습니다. 동물권 이슈에는 ‘동물원'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요, 캠페인즈팀은 현장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습니다. 이에 청주시립동물원에 재직 중인 김정호 수의사에게 인터뷰와 함께 시민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요청했습니다. ‘수의사계의 이국종'으로 불리는 청주시립동물원 김정호 수의사의 이야기입니다. 1. 현재 청주동물원에서 동물사육팀장으로 일하고 계신데요. 청주동물원에서 일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수의대 시절 <아웃오브아프리카>라는 영화 보고 야생동물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야생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싶었지만 당시 야생동물과 관련된 직업은 동물원 수의사가 유일했습니다. 야생동물의학 대학원 재학중 학생실습을 갔던 청주동물원으로 부터 상근 수의사를 제안 받고 입사했습니다.   2. 캠페인즈에서 시민들이 ‘동물권’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요. 수의사로서 경험한 동물권 관련 문제나 사례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면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동물원 야생동물은 야생의 습성으로 아픈 곳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인내심이 많은 친구들은 아픈 곳이 발견되면 심각한 경우가 많죠. 야생동물은 종이 많기도 하고 관련 의학 자료도 부족해 치료시 힘든 상황이 많습니다. 이럴 때 살려보려는 노력과 편하게 안락사 시켜주자는 상반된 의견이 있게 됩니다. 안락사는 방법 상 수의사로서 오히려 쉬운 결정일 수 있어요. 마취하고 안락사 약물을 넣으면 되거든요. 그러나 살려보려는 노력은 비용과 시간이 더 들어가더라도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많아요. 치료 과정 중 동물의 고통이 수반 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경험과 자료가 축적되면 언젠가 좀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3. 최근 일어난 동물원/동물농원 탈출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물원은 야생동물에게는 결국 갇힌 좁은 곳이지요. 그러나 동물원 동물을 야생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의 복지를 마련해 주어야겠지요. 요즘 밥과 물을 안 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사자 사순이는 무리동물입니다. 혼자 있으면 고립감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 있고요. 얼마 전 김해 부경동물원에서 사자 바람이를 데려와 청주동물원의 기존 사자들과 합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바람이는 운이 좋은 편이지만 어떤 개인과 기관이 할 수 있는 한계는 분명하고요. 결국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보장해 주는 것은 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생긴지 백 년이 넘어 2017년 동물원법이 제정되고 2023년 12월 전면 개정안이 발효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동물원법이 동물원 동물들의 복지를 보장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8월 경북 고령군의 한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가 1시간 만에 사살되었습니다. 사순이의 경우 목장주가 환경청,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하는데요. 대안으로 ‘생츄어리’의 필요성을 묻는 지은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4. ‘동물원 허가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허가제는 적정 면적, 채광, 은신처 등 서식환경에서부터 전문인력, 보유동물의 질병관리, 안전관리, 교육 및 체험 계획, 복지증진을 위한 풍부화 프로그램과 치료를 위한 긍정강화훈련(메디컬 트레이닝)등의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아무나 동물원을 할 수 있었던 등록제는 많은 동물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이제라도 허가제가 되어 동물들의 최소한의 삶을 위한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합니다. 동물원을 어떻게 설명하고 소비해야 할까요? ‘동물을 위한 동물원, 허가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 롱롱 캠페이너의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5. 동물원에서 동물권 향상을 위해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전면개정되는 동물원법은 5년간의 유예기간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여전히 동물먹이 주기 체험 등이 이루지고 있습니다. 체험을 위해서는 동물들이 배고픔을 감내해야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에 이런 사실을 알려 사업주가 동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체험이 이익 창출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원이 잘하는 일은 게시판, 관련 영상 및 기사에 댓글로 응원해 주시고 못하는 것은 조치 요청을 하시면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공영 동물원은 시민의 의견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건전한 동물관련 시민단체 등에 기부를 통해 동물권 향상을 위해 결집된 행동을 하게 하는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6. 동물이 '행복'을 느낀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동물원 동물은 반려와 야생 어느 중간쯤 있습니다. 오래 전 사람이 인공포육을 한 호랑이는 큰 고양이 같습니다. 반가운 사람을 보면 창살을 부비며 좋아합니다. 웅담채취용으로 농장에서 길러지다 구조된 반달가슴곰들은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야생성 있는 동물들은 사람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주어야 비로소 안심하게 됩니다. 동물들이 행복해 하는 지점은 다양합니다. 앞으로도 종의 특성을 학습하고 한 개체를 세심히 관찰하고 이해하면 무엇에 더 행복을 느끼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동물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더 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동물의 슬픔이나 고통을 인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체적/행동적 신호는 무엇일까요? 육체적 고통은 어느 정도 수의학적 판단과 컨트롤이 가능한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정신적인 것입니다. 열악한 곳에 갇힌 동물은 강박행동을 하다가 그 이상의 스트레스의 역치를 넘으면 되려 무기력해집니다. 곰농장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아주 낮다고 합니다. 반면 잘 관리되는 동물원의 곰들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는 그 중간쯤이구요. 생의 의지가 전혀 없는 무기력한 동물들을 볼 때 가장 마음이 안 좋습니다.   8. ‘동물원의 존폐’에 대해 토론하는 사람들에게 김정호 수의사님은 어떤 말을 던지고 싶으신가요? 혹은 어떤 질문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으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동물원을 지금 당장 없앨 수는 없습니다. 없앨 수 없다면 어떤 곳으로 쓰여져야 하는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 청주동물원이 답은 아니지만 한 사례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주동물원의 목표는 “보호받아야 할 야생동물을 데려오는 보호소와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재활 훈련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 보내는 치료소"입니다.  실천 과제로 4R(Rescue, Responsibility, Release, Reduction), E(education)을 들 수 있습니다. 토종야생동물을 구조(rescue)하고 데려와서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책임지고(responsibility) 나갈 수 있는 야생동물은 치료 및 훈련을 통해 자연으로 복귀(release)시킵니다. 또한 난방이 필요한 외래동물은 자연감소 되고 우리나라 기후에 맞는 토종 야생동물의 보호로 난방비 등의 에너지 감소(reduction)를 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을 시민교육(education)으로 녹여내려고 합니다. 즉 RE로 “다시 동물원”입니다.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의 탈출과 사망이 발생하지만 보호 역할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동물원 폐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투표에 참여해 보세요! 김정호 수의사는 전시 형태의 동물원에 대한 우려를 하면서도, 당장 지낼 곳이 마련되지 않은 동물원 속 동물들을 가장 걱정했습니다. 동시에 시민들에게 동물원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달라 부탁했습니다.  여러분은 김정호 수의사 그리고 동물원에게 어떤 질문을 남기실 건가요?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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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던 돌봄을 목격하다
<보이지 않던 돌봄을 목격하다> by 남함페 태환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보이지 않던 돌봄을 목격하다2020년 9월의 셋째 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의 얼굴이 새하얬다. 퇴근하고 집에 온 아버지는 주차장 계단을 오르는 순간 어지러움이 몰려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쉬고 왔다고 했다. 그리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형은 쓰러진 아버지를 일으켜 앉혔고, 나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 침대에 눕혀진 아버지는 아파트 1층에서 잠시 정신을 차렸다가 몇 마디 말을 하더니 다시 한번 의식을 잃었다. 인근 대학 병원 응급실에서는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손쓸 도리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지인의 지인을 통해 다른 대학 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아버지는 뇌출혈 수술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버지의 수술 이후 한 달이라 하겠다. 중환자실에 계셨던 아버지는 회복세가 좋아 일반 병실로 금방 내려왔다. 처음엔 기뻤지만, 그 뒤가 가시밭길이었다. 어떤 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의 기로를 가로지르는 때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지만, 정작 생의 영역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회복하기까지 갖은 고생을 자진해 짊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면 길수록 돌보는 사람의 활력은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어머니는 그 바닥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형제에게 간병인을 고용하는 대신 돌아가며 아버지를 돌보자고 했다. 형과 나는 교대로 저녁부터 새벽까지, 어머니는 매일 아침부터 낮까지 아버지 곁을 지켰다. 바로 그때 어머니의 돌봄을 목격했다. 아니 목격한 건 태어나는 순간부터였을 테니, 비로소 알아차렸다. 아버지에게 눈 한 번 못 떼는 시간이 지나면,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와 또 일을 했다. 이중 노동. 페미니즘 책에서 읽고 읽었던 그 이중 노동을 어머니가 하고 있었다.페미니즘에서 말하는 이중 노동이란, 주로 집 밖의 임금노동과 집 안의 가사노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물론 집의 안과 밖을 나누는 이분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돌봄 노동을 수행하며 돈까지 벌어야 하는 여성들의 억압적 현실을 고발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된다. 아버지와 함께 이불 가게를 운영하시던 어머니는 퇴근 후 집에서 가사노동까지 책임 진지 이미 오래였고, 아버지가 병상에 눕자 이제는 간병까지 해야 하는 다중 노동을 수행해야 했다. 병실에서 어머니의 돌봄 노동을 바라보며 나는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서 받았던 돌봄의 순간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돌봄의 장면과 기억따뜻한 밥과 눈부신 햇살. 나에겐 돌봄이 그렇게 기억된다. 8~9살 즈음,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울면서 집으로 달려갔다. 초등학교 고학년 형들과 피구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거절당했던 억울함을 어머니에게 달려가 하소연했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가슴팍에 폭 안아주며 등을 두들겨 줬고, 샤워하고 나오면 밥을 차려주겠다고 위로했다. 엉엉 울며 샤워를 끝마친 나는 부엌 식탁에 차려진 밥을 어머니와 함께 먹었다. 밥을 다 먹어갈 때 즈음, 내 머리에서 태권도 학원의 기억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돌봄은 밥과 햇살이다. 따끈따끈한 밥과 어머니 등 뒤로 들이치던 부엌 창가의 금빛 햇살.어른이 된 나의 하루를 샅샅이 뜯어보면, 돌봄으로 조립되어 있다. 흔히 돌봄이라 하면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을 떠올리지만, 돌봄의 영역은 말과 행동의 경계를 넘나든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며 들었던 “잘 다녀와”는 나의 평온한 하루를 바라는 가족의 돌봄이다. 놓칠 뻔한 엘리베이터를 잡아준 이웃의 돌봄, 출근하자마자 커피 한 잔 사다 주는 동료의 돌봄, 퇴근하고 술 한 잔 같이 먹으며 일하는 건 괜찮냐는 친구의 돌봄. 나의 하루는 나를 아끼는 누군가의 돌봄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타인의 돌봄으로 가득 찬 나의 하루를 살펴보다 문득 나는 누구를 어떻게 돌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돌봄 대상은 부모다. 하루하루 건강이 달라지는 부모를 돌보는 것이 나의 의무이자 역할이다. 매일 아침 약을 드셔야 하는 아버지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피곤해하는 어머니. 나에겐 늘 그들의 낯빛과 걸음걸이가 눈에 밟힌다. 다음으로 애인. 요즘 애인은 아침 출근 전에 산책하며 강아지를 유치원에 등원시킨다. 나는 그런 애인의 건강과 출근길을 신경 쓴다. 간밤에 잠은 잘 잤는지, 출근에 늦지 않았는지, 걸렸던 감기는 다 나았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오후에 참석한 회의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료의 안위를 걱정한다. 일이 너무 많지 않은 지나 개인적인 고민이 있지 않은지 뒤풀이 자리에서 속 얘기를 꺼내놓고 대신 빈 자리에 술을 채워넣는다.나는 다른 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있는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남성, 청년, 아들, 친구, 동료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나에게 어떤 돌봄의 의무와 역할이 주어져 있을까? 일부의 나는 충분히 돌봄을 수행하고 있겠지만, 다른 일부의 나는 돌보는 자로서의 역할에 소홀하지 않나? 아니 애초에 돌봄의 필요성에 대해 마음 속 깊이 공감하고 있지 못 할 수도 있겠다.돌봄을 바라보는 관점우리 모두는 돌봄 받는다. 이렇게 확언할 수 있는 건, 그 누구도 혼자 사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사회로부터 돌봄은 수행된다. 그리고 받은 돌봄은 휘휘 돌고 돌아 다시 누군가에게 건네진다. 돌봄은 사회적이다. 일방향적이지 않고 순환적이다. 그래서 돌봄을 받는 존재라면 좋든 싫든 누구나 돌봄을 다시 수행하게 된다. 흔히들 얘기하는 ‘사회적 안전망’처럼, 돌봄도 우리 사회에 거미줄 같이 쫀쫀하게 존재한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아서 목이 좀 칼칼하네” 하는 자기 돌봄이, 애인에게 하는 카톡 한 마디,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니까 마스크 꼭 끼고 외출해요”로 이어진다. 나의 카톡을 확인한 애인이 멀리 떨어져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건강 챙기라는 애정 어린 말을 하고,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요즘 같은 간절기에 건강 조심하자는 위로를 건넨다. 이렇듯 돌봄은 ‘나’로부터 시작해 끊임없이 누군가를 향해 전달되며 이어지고 또 확장된다.코로나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언론은 ‘영 케어러’에 주목했다. 아픈 가족을 간병하거나 돌보는 청년을 일컫는 영 케어러는 2021년 5월, 아버지를 홀로 돌보다 끝내 방치하여 죽게 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기점으로 특히 더 주목받게 되었다. (“뇌출혈 아버지 방치한 ‘간병살인’ 청년 항소심서도 징역 4년”, 세계일보) 위기감을 느낀 정부와 지자체는 영 케어러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각종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가족 돌보는 ‘영 케어러 청년’ 900명 지원한다”, 조선일보)영 케어러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을 지켜보다 어느새 마음이 뾰족해졌다. 영 케어러에 대한 정책의 실효성이나 부족한 지원에 대한 거슬림이 아니다. 언론 보도와 각종 정책에 담겨있는 돌봄에 대한 시각이 매우 협소했다. 영 케어러 서사에는 ‘아픈 가족’이 기본으로 등장한다. 아픈 가족 - 청년 구조에서는 일상적 돌봄에 대한 논의가 낄 틈이 없다. 앞서 썼듯이, 우리의 일상은 누군가로부터의 돌봄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받은 돌봄을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준다. 아픈 가족을 청년 개인이 돌봐야 하는 현실이 아니라, 평범한 누군가를 돌보려는 청년들의 능력이나 의지에 주목하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돌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아픈 사람을 간병하는 식의 너무 좁은 시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모성 얘기는 이제 그만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이 글에서 소개한 나의 이야기에도 비판받을 점들이 많다. 페미니즘 렌즈로 본다면 내가 돌봄을 인식하고 고민하게 된 이야기는 지나치게 어머니의 돌봄 노동을 낭만화하는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 결국엔 또 남성 화자가 여성(어머니)의 돌봄을 언급하며, 한국 남성 특유의 가부장적 권력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나이와 상관없이 멀쩡한 아들이 낮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어머니가 차려준 밥 얻어먹다 문득 어머니의 노고를 깨달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징글징글하게 느껴지리라. 여기에 더해 돌봄 노동의 당위성만을 호소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도 든다. 남성이 일상적으로 어떤 돌봄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여전히 이 부분이 나에게는 자기성찰의 영역으로 남아있으며, 나의 짧은 식견이 드러나는 것 같아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남자 간호사들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버지 수발을 드는 딸은 볼 수 있지만 어머니 수발을 드는 아들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한다.”_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김진수 외 * 남자 간호사 14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간호사라는 직업과 남성이라는 성별이 교차하는 의료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문장이 내가 이번 글의 주제를 돌봄으로 정하게 된 계기였다. 나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침묵할 수만은 없었다.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남성의 돌봄 노동은 여전히 요원하다. 보이지 않고 돈으로 매겨지지도 않는 돌봄 노동은 어째서 여태껏 남성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어떻게 하면 “돌봄은 주로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여전한 사회적 관념을 깨고, 우리 모두의 책임과 역할을 논의할 수 있을까? 간병 수준으로 논의되고 있는 청년 세대의 돌봄 역할을 어떻게 일상적 돌봄의 영역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우리는 돌봄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더 많이 써야 한다.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이 어떻게 다른 이를 돌보는 것으로 연결되는지, 그 돌봄의 현장을 너무 당연시하지는 않는지 질문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돌봄의 주체이자 대상이니,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면 좋겠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한 사람이 살아가려면 온 세상의 돌봄이 필요하니 말이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 작성하여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얼룩소 7화 원문 주소 : https://campaigns.do/discussions/792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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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자정自淨이 가능한가
1 개인적인 경험을 생각해보면 군대에서의 경험이 괴롭고 힘든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는 것도 있다.) 좋든 싫든 그것도 내 과거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니 마냥 헛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거기서 배운 게 있긴 있네’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냥 신체 일부를 자르고서라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아직도 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는 말의 의미를 몰랐다. 군대를 갔다와도 철없는 사람은 계속 철없고 사고치는 사람은 계속 사고를 치며 멀쩡하던 사람들도 살짝 이상해져서 나오고 심지어는 건강하던 사람들이 병을 얻어 나오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냥 군대에 가는 사람에게 해줄 말이 없으니 작게나마 위로가 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군대에 가서 자대배치를 받은 이후에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전역하고 예비군이 끝난 지금도 가끔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람이 이런 것이었구나! (병역을 거친 사람들에게 군대에 대한 기억, 군대가 주는 영향은 군대 안에서의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입대 전의 긴장감과 불안감, 훈련소에서의 당혹감, 자대에서의 억압, 전역 이후 군대에 대해 떠올리는 시간, 모든 게 군대라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다.) 전역을 하고 조금씩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부독재가 끝났다고 해도 한국 사회 자체가 커다란 병영이고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몸도 마음도 갈리고 갈려서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어져서 자신의 불편함에도 입을 다물고, 자신이 듣고 본 불의와 불합리를 작고 사소한 일처럼 넘어가게 되는 것, 그게 군대에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거기에 젠더와 서열까지 들어가니 이 세상이 이 모양이다. 내가 나서서 세상이 바뀌냐 안 바뀌냐 같은 이야기 이전에, 그냥 기운이 없어서 남의 일을 무신경하게 무관심하게 떠나보낼 때, 누군가의 말이 길어지면 말을 자르고 결론이 뭐냐고 물어볼 때, 길에서 앞사람이 밍기적거리고 느리게 걸어서 확 짜증이 날 때, 이것이 군대가 내게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군대에서 말하는 사람이다. 부끄러움을 모른척하는 것,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뻔뻔해지는 것, 이게 군대에서 만드는 사람일 것이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일지도 모른다.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은데 군대는 오죽할까. 이런 상황 속에서 애초에 인간의 집합체가 자정이 가능할까 싶은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면, 군대가 스스로 자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0%라 생각한다. 2 백번 양보해서 군부독재 시절이야 어쩔 수 없었다 쳐도, 문민정부 이후에도 군대를 개혁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고, 한국 사회도 군대에 많은 기회를 주었다.  괴롭힘, 구타, 폭행 1962년 7월 8일 학도병 연서 사건 제15보병사단(강원도 철원, 화천)에서 서울대 천문기상학과 4학년 최영오 일병이 선임 정방신 병장과 고한규 상병을 사살. 정 병장과 고 상병이 최영오 일병의 여자친구가 보낸 편지를 계속 먼저 뜯어보자 최 일병이 이를 따졌는데, 두 선임이 도리어 최 일병을 구타하자 이에 격분한 최 일병이 두 선임을 총으로 쏘아 죽인 사건. 당시 판결 기록에는 웃고 넘겼으면 좋았을 것을 비사교적인 성격의 최 일병이 선임병에게 대들다가 결국 이런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일보.1962.08.04.) 1968년 6월 15일 예비군 훈련 사망 사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한 25세 최 모 씨가 복통을 호소하다 사망. 훈련 중 폭행이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으나 군대는 이를 무시하고 유족들에게 복막염으로 죽었다고 알린 후 시신을 화장했다. 이 사건은 2013년 유족이 재판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유족이 일부 승소하였다. (뉴스토마토.2013.10.17.) 1982년 2월 5일 제주 C-123 추락사고 육군 제707특수임무대대 소속 육군 장병 47명, 공군 장병 6명이 탄 수송기가 한라산 개미등계곡에 추락해 전원 사망. 2월 6일 당시 대통령 전두환이 제주국제공항 신활주로 준공식에 참석하기로 결정되자 대통령 경호를 위해 악천후 속에서도 강제로 수송되던 중 수송기가 추락해 벌어진 사고. 군대는 사고 잔해물과 시신을 그 자리에서 전부 불태우고 외부에는 대간첩훈련 중 사망했다고 보도하게 했다. (오마이뉴스.2007.03.13. SBS 2023년 3월 9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로도 방영) 1984년 4월 7일 최승균 소위 사망 사건 육군보병학교 최승균 소위가 교관들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 훈련 도중 발목을 다쳐 행군에서 낙오되자 음식물 잔반통에서 얼차려와 구타를 당했고 밤새 구타를 당해 다음날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자 발에 밧줄을 묶어 거꾸로 매달고 다시 구타, 결국 사망한 사건. 관련자들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JTBC.2021.10.15. MBC 2022년 7월 15일 <PD수첩>으로도 방영) 1985년 2월 24일 제28보병사단 총기난사 28사단(동두천) 화학지원대 박 모 이병이 선임들의 가혹행위 끝에 총기를 난사, 8명이 죽고 4명이 부상. 당시 군대에서는 부대 장병들의 휴가와 외출을 막고 유가족에게 사건 현장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유가족들끼리 연락를 하지 못하게 했다. 이 사건은 2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오마이뉴스.2005.06.22.) 1987년 12월 4일 정연관 상병 사망 사건 제3군수지원사령부(경기도 고양시) 11보급대대 정연관 상병이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이유로 구타당해 사망. 단순구타로 사건을 종결했다가 2000년이 지나서야 밝혀졌다. (동아일보.2009.10.09.) 2005년 1월 10일 육군 논산훈련소 인분 사건 육군 논산훈련소 이경진 대위가 화장실 청소가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훈련병 192명에게 인분을 먹임. (MBC.2005.01.20.) 2005년 6월 19일 김일병 사건 530GP에서 김동민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 8명 사망, 2명 부상. 육군 군내 부조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사건. (MBC.2005.06.19. ) 지금도 극우 유튜브에서는 이를 북한의 공작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2년 4월 제1공수특전여단 전기고문 사건 제1공수특전여단 이 모 중사가 업무를 가르친다는 이유로 후임 하사의 입과 혀에 전선을 연결해 고문한 사건. 2014년에 밝혀졌다. (연합뉴스.2014.09.15.) 2011년 7월 4일 강화도 총격 사건 강화도 해병대 제2사단 김민찬 상병이 부대 안에서총을 쏴, 4명 사망, 2명 부상. 이유는 기수열외, 구타, 성추행. 이때 김 상병의 총을 빼앗고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한 것은 권혁 이병 한 명 뿐이었고 나머지 선임병들과 간부들은 모두 숨거나 부대 밖으로 도망을 쳤다는 것이 알려졌다. (민중의소리.2011.07.07. 한국일보.2023.06.05)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의 원인은 체벌이 아니라 부적응에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컷뉴스.2011.07.12.) 2013년 7월 1일 김지훈 일병 자살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성남)에서 한지훈 중위의 지속적인 폭력과 괴롭힘으로 김지훈 일병이 자살한 사건. 이 사건이 보도되자 15비행단에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김 일병이 정신질환 탓이라고 표현. (노컷뉴스.2015.05.23.) 2014년 4월 6일 28사단 의무병 사망(윤일병 사건) 이찬희 병장, 유경수 하사, 하선우 병장, 지정현 상병, 이상문 상병 등이 후임 윤승주 일병을 괴롭히고 구타한 끝에 사망케 한 사건. 2014년 6월 21일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임병장 사건) 임도빈 병장이 부대 내에서 총기를 난사, 5명 사망, 9명 부상. 2014년 6월 해병대 1사단 가혹행위 포항에 있는 해병대 1사단에서 전 모 일병이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되었다는 이유로 후임에게 소변기를 핥게 함. (연합뉴스.2014.08.07.) 2014년 7월 10일 이 모 씨 자살사건 경북 제2탄약창 경비2중대에서 근무하던 이 모 씨가 오랜 가혹행위 끝에 정신질환이 발병, 결국 전역 당일 자살한 사건. (동아일보.2014.08.04.) 2016년 2월 7일 철원GP 일병 자살 사건 선임병 네 명의 구타와 괴롭힘에 시달리던 일병이 총기로 자살. 1심에서 가해자 중 한 명만 벌금 300만원을, 나머지 셋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겨레.2016.11.24. 연합뉴스.2016.12.25.) 2016년 9월 해군 헌병대 러시안룰렛 사건해군 헌병대의 한 상병이 총알 다섯 발이 들어가는 회전식 탄창에 총알 하나를 넣어 놓고 후임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장난을 지속적으로 해온 것이 발각. (YTN.2016.12.29.) 2017년 7월 19일 22사단 고필주 일병 자살 사건 부대 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과 구타를 당하던 고필주 일병이 국군수도병원에 진료하러 가 자살. (경향신문.2017.07.20. 한겨레.2017.10.27.) 책임 회피, 책임 전가 1993년 6월 10일 예비군 훈련장 폭발 사건 경기도 연천 예비군 훈련장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화약에 불이 붙어 포탄이 폭발, 현영 장병 3명, 예비군 17명 사망. 이후 지금까지도 몇몇 정훈장교들이나 안보강사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예비군들이 오함마로 포탄을 내려치는 장난을 치다 일어난 사고라고 이야기하고 다닌다는 말이 있다. (KBS.1993.06.10. 동아일보.1993.06.11.) 1998년 4월 1일 제5공수특전여단 동사 사건 제5공수특전여단에서 행군 훈련을 하던 중 충북 영동군 민주지산에서 여섯 명이 저체온증으로 사망. (매일경제.1998.04.03.) 2005년 10월 27일 노충국 사망 사건 육군병원에서 위궤양으로 진단 받았던 노충국 병장이 전역 후 사망, 알고보니 위암이었던 사건. (2005.11.8.MBC PD수첩) 군의관의 진료 기록 조작도 발각되었다. (KBS.2005.11.05.) 2014년 9월 2일 제13공수특전여단 훈련 사망 사건 충북 증평에 있는 제13공수특전여단에서 포로체험 훈련 중 2명 사망, 1명 중상. (연합뉴스.2014.09.03.) 새로 도입된 훈련인데 충분한 사전 준비나 안전장치 없이 사람을 결박하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채 방치하다가 질식사. 2015년 8월 4일 DMZ 지뢰 사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하재헌, 김정원 두 하사가 발목을 절단한 사건. 군대에서는 각각 1억 원도 안 되는 두 사람의 치료비를 책임지지 않고 개인이 알아서 하게 두고서 희생을 기린다며 2억 원짜리 발목동상을 만들어 논란이 되기도 하였다. (한겨레.2015.08.10. 중앙일보.2015.09.06.) 2015년 육군 형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발병 사건 군에 입대한 두 형제가 각각 부상을 입었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고 꾀병이라며 방치했다가 복합부위통증증후군으로 발전한 사건. (프레시안.2015.12.08.) 2016년 에탄올 주사 사건 목 디스크를 앓고 있던 육군 병장에게 육군 청평병원 군의관과 간호장교가 에탄올을 주사해 왼쪽팔이 마비되고 호르너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갖게 됨. 국방부는 보상금 천만 원과 6개월 치료비 지원만을 제공랬고, 군 관계자들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에게 언론에 제보하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YTN.2016.09.23. 중앙일보.2016.08.16.) 2017년 8월 18일 제5포병여단 자주포 폭발 사고 강원도 철원 제5포병여단에서 훈련 도중 원인불명의 폭발이 발생, 3명 사망, 4명 부상.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두고 곡사포 제작사와 군대가 아직도 소송으로 다투고 있다. (오마이뉴스.2022.08.22.) 2017년 9월 26일 제6보병사단 사망 사고 진지공사 후 하산하던 이 모 상병이 훈련장에서 날아온 총알을 맞고 사망한 사건. (연합뉴스.2017.09.27. SBS.2017.10.09.) 책임자와 관리자는 모두 처벌되지 않았다.  2019년 7월 4일 해군2함대 허위자백 사건 2019년 7월 4일 신원불상의 거동수상자가 탄약창에 다가오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소령이 사건을 덮기 위해 부하 병사(병장)에게 ‘그 수상자가 본인(병장)이다’라고 허위자백하게 하였다. (news1.2019.07.12.)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제1사단 채수근 일병 사망 사건  의문사 1984년 4월 2일 허원근 일병 의문사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된 허원근 일병이 총상을 입고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것이알고싶다 913회(2013.10.12. 방영) 요약본) 1998년 2월 24일 김훈 중위 사건 판문점 벙커 안에서 김훈 중위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군대 내 의문사 중 대표적인 사건. (그것이 알고싶다 934회(2014.04.05 방영) 요약본) 성범죄 2010년 7월 해병대 사령관 성폭력 사건 해병대 2사단 사단장 오 모 대령이 운전병 이 모 상병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 (경향신문.2010.07.23.) 2012년 10월 제15보병사단 성추행 자살 사건 15사단 노승원 소령이 여군 오혜란 대위에게 지속적으로 성희롱, 성추행을 가해 오 대위가 자살한 사건. (오마이뉴스.2014.03.24.) 2014년 10월 송유진 소장 성추행 사건 제17사단 사단장 송유진 소장이 여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음이 밝혀져 헌병대에 체포되었다. 성범죄로 구속된 최초의 장성. (SBS.2015.03.31.) 2017년 5월 24일 성폭력 피해 해군 대위 자살 사건 해군 대령이 후임 여군 대위를 석 달간 지속적으로 성폭행, 결국 해군 대위가 충남 계룡시에서 자살한 사건. (한국일보.2017.05.25.) 2018년 3월 14일 72사단 성폭력 사건 육군 72사단 사단장(준장)이 여군을 자신의 차에서 성추행하였음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밝혀졌다. (미디어오늘.2018.07.08.) 2021년 5월 21일 이예람 중사 자살 2021년 7월 12일 해군2함대 여군 중사 자살 상관(상사)에게 지속적으로 성폭력을 당해온 여군 중사가 자살. (연합뉴스.2021.08.14.) 2021년 11월 공군 병사들의 성추행 문서 사건 공군 제8 전투비행단 소속 병사들이 ‘계집파일’이라는 이름으로 여군들의 신상을 모으고 성희롱 발언을 작성하고 공유 한 것이 2023년에 밝혀졌다. (한겨레.2023.05.22.) 갑질 2017년 박찬주 대장 갑질 사건 육군 대장 박찬주와 그 부인 전성숙이 오랜 기간 공관병들에게 갑질과 가혹행위를 해왔음이 2017년 7월 31일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되었다. 법원은 박찬주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 전성숙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찬주는 군인권센터를 두고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한다고 말해 또논란을일으켰다. (모바일한경.2019.11.04.) 군기문란, 하극상 1984년 6월 26일 조준희 일병 월북 22사단 조준희 일병이 부대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한 후 월북하였다. (연합뉴스.2005.06.23.) 2012년 10월 2일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 북한군 육군 중급병사 한 명이 22사단 철책을 넘어 귀순한 사건. 2017년 12월 22사단 음주 논란 22사단 병사 일곱 명이 초소 등지에서 경계근무 중 종종 음주를 하고 이를 촬영(인증샷)한 것이 밝혀졌다. (MBN.2018.03.12.) 2020년 4월 1일 중대장 야전삽 폭행 사건 경기도 모 부대의 상병이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중대장(여성 대위)을 야전삽으로 폭행한 사건. (한겨레.2020.04.20.) 비인권적인 행위 2017년 4월 13일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지시 한국 기독군인연합회 회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에 처벌 하라고 지시 하고 이 과정에서 비 인격적이고 반인권적인 수사가 이루어졌으니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되었다. (한겨레.2017.04.13.) 2021년 3월 3일 변희수 하사 자살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대 그리고 군대 문화의 개혁을 실패한 것이 군대만의 문제인지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다. 한국 군대는 스스로를 돌아 보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군대라는 것 자체가 무력을 다루는 집단이고 규율과 통제가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곳인 만큼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하고 그때그때 처벌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처벌은 처벌 대로 중요한 것이고 애초에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끔 문화와 제도를 정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비단 한국 군대 많이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 어느 군대를 다 살펴 봐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은 많건 적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개인의 윤리적, 법적 책임만으로 한정 해서는 안 되며, 군대라는 조직에 대해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해병대 고 채수근 일병의 사망과 관련하여 국방부 장관과 사단장의 수사 외압 의혹 그리고 이에 대한 폭로가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무리한 지시를 한 간부들을 일벌백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2의 채상병 제3의 채상병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해병대 간부들과 사단장, 국방부 장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이와 더불어 새로운 군대 문화 새로운 군대에 대한 우리 모두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전된 논의가 없다면 우리가 징병제를 하건 모병제를 하건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 될 것이다. 군대와 무기가 필요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런 세상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다 같이 군대라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찰을 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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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 세대별 놀이
여러분은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자라왔나요? 부모님께서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는지 물어본적이 있나요? 어떤 시대, 어떤 지역에서 자라왔는지에 따라 아이의 놀이 세계는 완전히 달라지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5년 세대별로 어릴 때 어떤 놀이를 하며 자라왔는지에 대해 조사한 재미있는 연구(김성원, 권미량, 2015)의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변화한 놀이 문화를 통해 세대별 차이점을 이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찰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만 20대(1984-1993년 출생), 만 30∼40대(1964∼1983년 출생), 만 50∼60대(1944∼1963년 출생), 만 70∼80대(1924∼1943년 출생)의 세대별로 유아기에 즐겼던 놀이의 다양한 내용과 방법들을 조사하여 한국 사회의 놀이 특성을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또한 세대별 놀이의 변화 특성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유아기 놀이의 시사점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8년 전 연구이기 때문에, 현재로 치면 각각의 그룹이 10대 정도씩 올라간 시점인 것을 고려하여 세대는 원문과 수정하여 제목을 붙여 두었습니다. 1. 만 80-90대 후반 (1924~1943년 출생) 1922년 처음으로 어린이 날이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의 탄압으로 1938년 어린이 날이 폐지되었고, 어린이의 전쟁 동원을 독려하는 의미에서의 운동회 등이 생겨났습니다(뉴스핌. 2022.05.05).  연구자들은 이 시기가 “가정의 경우 경제적으로는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 경제체제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사회문화적으로는 일본식 사회를 살아가다 1945년 8·15 광복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일본식민지 36년간의 정책이 와해 되면서 새로운 혼란과 과제가 주어진 시대”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1) 땅과 자연으로 하는 놀이 본 세대의 참여자들은 “놀이라는 단어를 언급 하기 조차 힘든 농경사회로 어른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 였다”며 “어른들이 일하기 바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것은 찾아 보기 어려웠고, 집에 있으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집밖으로 나가 산으로 들로 바다로 냇가로 강가로 가는 것이 전부였고 자연스럽게 땅과 자연이 이 세대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 먹을거리와 함께 발전한 놀이 “산에 올라가서 열매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감나무에서 감을 따 먹어야 했던 시대특성상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았지만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찾으러 다니는 것 자체가 놀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3) 자연과 일상으로 놀잇감 만들기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놀이가 어떤 것이라는 들은 바도 가르침을 받은 바도 전혀 없었던 유아기에 유아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땅과 산과 바다와 같은 자연이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하며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엌이나 마굿간도 노는 장소가 되기도 했고 부엌에서 찬장 선반 위에도 올라가고 마굿간에서 뒹굴며 놀기도 하고, 따로 놀잇감이 없었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종이와 엽전을 이용해서 제기를 만들기도 했다.”고 회상합니다. 2. 만 60-70대 (1944~1963년 출생) 전쟁 중이나 직후 유아기를 겪은 세대에 해당합니다. 1950-1953년까지 6.25 전쟁으로 국토가 황폐화되었고, 경제상황도 초토화되어 국가를 처음부터 완전히 재건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했던 시기였습니다. 베이비붐(연간 출생아 수 90만명 이상의 세대)이 시작되어 전쟁의 혼란이 어느 정도 수습된 1955년부터 출생아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90만명대, 1959년에는 100만 명 대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이투데이. 2021. 05. 25). 1) 전쟁을 소재로 한 놀이 한국 전쟁 6·25를 기점으로 유아기를 겪으면서 무기를 처리하며 남은 잔재들을 놀이 도구로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탄피나 지뢰꼭지로 총을 만들어 놀았던 시기로 장소와 상관없이 산이고 들이고 바다에서 전쟁에 관련 된 총싸움과 칼싸움의 전쟁놀이들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사회 환경의 영향이 유아 시기의 놀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2) 논과 밭에서의 놀이 이 세대의 연구참여자들은 “전쟁 이후 배고픈 시절이라 생계위주로 살다보니 유아들은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봄이면 오디를 먹고 여름이면 수박서리를 하고 겨울이면 무, 감자, 고구마 서리를 하며 계절마다 나오는 먹거리들을 서리하며 배고픔을 달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몰래 먹는 서리는 놀이로 변화되고 확장되고 자연스럽게 논과 밭은 놀이의 장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논과 밭에 벼 똥이나 짚 똥을 세워두고 유아들은 그 짚 똥 사이에 숨고 나무 뒤에 숨으며 술래잡기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3) 실내 놀이와 운동 형식이 있는 놀이 “가정에서도 술래잡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동네 친구들의 집에서도 일본식 집으로 넓은 공간이 생기면서 여러 방들이 있어 숨바꼭질 등의 놀이를 실내에서도 하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뿐만 아니라 놀이에서 운동의 형식이 보이기도 했는데, “현재 야구와 비슷한 규칙으로 1루, 2루, 3루, 홈런이 있는 야구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이 시기에는 하루놀이라고 불렀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김성원, 권미량, 2015). 3. 만 40-50대(1964∼1983년 출생) 놀이의 특성 이 시기의 경우 “한국 6·25 전쟁의 영향으로 전쟁놀이가 간첩놀이로 발전되고 지역적인 영향이 있어 놀이의 명칭이 다르게 파생되어 표기 되기도 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적인 특색과 함께 “놀이들이 자연스럽게 가족과 동네에서 전수된 시기"라고 덧붙였습니다. 1) 이름이 있는 놀이 이 세대에서는 놀이에 이름이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한 명이 술래고 전봇대에 애들이 잡히면 손을 잡고 붙어 있다가 손을 탁 쳐줘야 살려주고 도망가는 놀이인 일반적인 술래잡기에서 술래가 2명으로 1명은 잡으러 다니고 1명은 잡힌 애들을 지켜야 하는 다망구 또는 따망구라고 불리는 얼음땡과 비슷한 놀이까지 여러 유형의 놀이가 파생되었다."고 말했습니다. 2) 몸으로 하는 놀이 “술래잡기, 다망구, 얼음땡, 오징어 달구지, 말 타기 등과 같이 주로 몸으로 하는 놀이를 많이 하였다.”며, “주위에 많은 빈 공터를 이용해서 흙바닥에서 돌을 가지고 출발점을 그어 두고 내 땅을 하나 둘 셋만에 넓혀가는 땅따먹기 등을 하며 넓은 빈 공터에서 놀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3) 가족과 동네에서 전수받은 놀이 이 세대의 유아기에는 “대부분이 조부모와 함께 3대가 한 집에서 살고 생활하였기 때문에 동네 또래와 언니, 오빠, 동생들뿐만 아니라 집에서는 조부모가 놀이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또한 연구 참여자들은 “할머니와 엄마가 실뜨기를 가르쳐 주시며 노래를 불러주시기도 하고 두 세 사람의 다리를 교차로 앉아 ‘이거리 저거리 닥거리...’라는 노래를 부르시며 다리를 하나씩 세는 놀이를 하기도 하였다.”고 회상합니다. 4. 만 30대(1984∼1993년 출생) 놀이의 특성 “하나 둘 상품화된 놀잇감과 기계화된 놀잇감이 유아들에게 도입되는 시기”라고 설명하며 “이런 현상으로 만 20대에서는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입체적이고 보다 구조화 된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를 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 가족에게서 전수받은 놀이 “이미 만 40대-80대에서 이루어진 ‘아침 바람 찬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를 할머니를 통해, ‘푸른 하늘 은하수’는 엄마를 통해 손유희를 전수받아 하기도 하였다.”고 말합니다. 2) 상품화 및 기계화된 놀이 “TV매체를 통해 만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가 인쇄가 된 스티커와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인형뿐 아니라 텔레토비, 양배추 인형과 같은 천으로 만들어진 푹신한 봉제인형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바비 인형과 마론 인형을 갖고 천으로 만들어진 옷도 입혀 주고 사람처럼 예쁘게 꾸며 주는 상품화된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다.”며 “포켓몬스터와 같은 장난감과 만화 주인공과 같은 캐릭터 등으로 만들어진 상품화 된 놀이들이 다양해진 시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계화로 된 오락게임뿐 아니라 문방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임기로 손바닥 보다 작은 크기로 동물을 키우는 장난감인 다마고치와 기계에서 음악이 나와 음악에 맞추어 발판에 불이 들어오는 칸칸을 밟으며 박자도 익혔던 DDR놀이”를 즐겨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3) 유아교육기관과 실내에서의 놀이 “자동차가 많아지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동네보다는 집 앞에서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에서 그리고 놀이터라는 정형화된 장소와 유치원과 선교원 같은 교육기관 주위에서 놀이를 하는 환경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아동의 놀이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연구를 했을 때, 지금 저 아이가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어떤 성인이 될지 결정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0년 가량의 시간 동안 사회가 변화한 만큼 놀이 환경 역시 엄청나게 변화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놀이 경험들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중요한 바탕이 되었을 겁니다. 곧, 각 세대별 코호트(cohort)의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의 아동기에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나 혹은 나의 가까운 사람의 아동기에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놀이를 즐겨 했었나요? 기억에 남는 놀이가 있는지, 또 그 놀이가 나의 삶의 어떤 흔적으로 남아있는지 여러분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누어 주세요.
웹툰 같은 공론장 : 공론장을 플랫폼화 하기
안녕하세요. 솔라시포럼 첫째날 저녁 세션 [공론장 복원의 조건 : 공공지식인과 디지털 시민광장]에서 발제를 맡게 된 (주) 나이오트의 공동대표 하윤상입니다. 저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를 양성하는 실습형 연구훈련플랫폼 <연구탐사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 대학원의 학과중심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연구자들의 ‘진심’과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구요. 현재 기후위기, 공공문제, 교육문제 영역의 연구자들을 양성하면서 문제해결형 연구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연구탐사대 하지만 오늘 발제는 저희 회사 홍보를 하기 위함은 아니구요. 저는 스타트업 대표인 동시에 사회문제해결에 있어 플랫폼 방식을 접목하는 ‘플랫폼 거버넌스’에 대해 연구해 온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가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또한 사회문제해결을 플랫폼 방식으로 풀어내기 위한 저희의 실험이자 연구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저희 서비스와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지면을 통해 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세션에 오신 분들이 모두 동의하시듯이, 사회 한가운데에 공론장이 붕괴되고 그로 인해 사회문제들이 사회 속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고 재발 및 변이되고 있습니다. 그 원인과 현상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저는 오늘 그 중에서도 공론장을 ‘혁신’하는 한 가지 방안에 대해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속칭 ‘플랫폼화(Platformization)’라고 불리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I. 서론 : 공론장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웹툰이라고? 플랫폼화(Platformization) : 기업의 성장을 넘어 산업을 혁신하는 현상 아시다시피 배달의민족, 넷플릭스, 유튜브부터 쿠팡, 야놀자 등에 이르기까지 시민들의 일상에 플랫폼 서비스는 굉장히 깊숙히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들이 단순히 ‘유명해졌다’거나 ‘돈을 많이 벌었다’를 넘어서, 기존의 산업 자체를 바꾸어놓는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영화산업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OTT 산업에 의해 재편되고 있는 이야기나 쿠팡이 이마트의 매출을 앞질렀다는 이야기들은 심심치 않게 듣고 있으실 거에요. 쿠팡, 유통 매출서 사상 처음 신세계·이마트 앞질렀다 | 중앙일보 이러한 현상을 보통 플랫폼화(Platformization)라고 부르게 되는데요.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기존 산업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들이 생겨나게 되고, 그 방법들을 채택한 신생기업들이 기존 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산업을 혁신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마치 쿠팡이 당일배송을 만들어내고, 배달의민족이 배달이 불가능하던 음식점들의 배달을 가능하게 하고, 유튜브가 수많은 채널들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처럼요. 이렇게 산업 자체가 혁신되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플랫폼(Platform)’이 생겨나게 되고 그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생산업이 형성되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어요. 저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산업의 변화가 처음에는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어났지만 곧이어 시민사회를 비롯한 공공영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미 그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속도와 방식이 갈수록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해요. 이것은 마치 신대륙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골드러시(Gold Rush)라고 불리는 상인들의 진출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이후 메이플라워호를 비롯한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이들이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면서 사회 전체의 판이 바뀌었던 때와 흡사하다 생각합니다. 공공영역의 플랫폼화에 있어 그 내용을 대비하고 또 대안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할 때에 저는 ‘만화산업’에 있어 ‘웹툰 플랫폼’의 등장을 살펴보는 것이 그 양상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에 가장 유용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웹툰이 가지는 ‘스토리텔링’과 웹툰이 ‘콘텐츠’로서 보이는 양상들이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론장’의 형태와 가장 흡사하다고 보였거든요. 공론장의 복원에 대해 고민하는 이 때에, 어쩌면 사양산업에 가까웠던 만화시장이 전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면서 수많은 웹툰 작가들과 웹툰 작품들, 그리고 웹툰을 보는 것이 보편화된 문화를 만들어낸 과정들을 톺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은 이번 솔라시 포럼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발제문이기 때문에 정제되어 있는 글이라기보다는 어떤 주장들의 묶음에 가깝습니다. 시일 내에 근거와 자료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면과 시간의 제약상 논리가 정교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공론장의 복원에 필요한 일종의 인사이트로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I. 웹툰과 공론장 1. 웹툰 플랫폼 : 포털이 만화를 한다고? 2006년에서 2023년 :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3대 출판사 점유율 63% 만화 시장 양극화 심화 위 기사는 2006년 4월 14일에 쓰여진 기사인데요. 만화시장이 대원씨아이, 학산문화사, 서울문화사 등 3개사에 의해 63% 이상 점유되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2005년 기준 출판만화 시장 규모가 아동, 학습만화시장을 제외하고도 1242억원, 만화대여시장은 3251억원이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하지만 반면 온라인 만화서비스시장은 142억원에 불과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웹툰시장 연매출 1.5조 돌파…5년새 4배 성장 반면 15년여가 지난 지금 웹툰시장은 연매출 1.5조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변모했습니다. 특히나 기사에 따르면 2017년 3799억원이던 매출이 4년새에 4.1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의미는 사실 웹툰시장이 지금 보여주는 1.5조원 규모가 이제 시작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반면 만화출판업의 경우 2021년 기준 5710억원으로 웹툰시장의 3분의 1 수준이 되었습니다. 만화대여시장은 290억으로 더욱 쪼그라들게 되었구요. 빠르게 성장한 웹툰 시장…무너지는 네이버·카카오 ‘상생 생태계’ 분명 15년 사이에 만화시장은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옮겨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시기를 비슷하게 관통한 30대 분들의 경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책방에서 만화책을 대여해서 교실에서 돌려보던 것이 익숙했던 기억이 있지만 현재는 모두가 핸드폰을 통해 웹툰을 보는 데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거에요. 다음 ‘만화속세상’의 시작 : 포털이 만화를 한다고? 이 모든 것의 시작에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속세상’이 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인터넷만화’라는 형태의 연재물들이 존재했고 또한 여러 포털사이트에서도 만화책을 서비스하고 있었지만, 다음의 만화속세상은 최초의 웹툰 연재시스템을 도입한 ‘웹툰 플랫폼’이었습니다. 다음이라는 포털 사이트가 직접 작가를 수급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시장이 뛰어든 때이기도 했죠. 뒤이어 2004년 네이버 웹툰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당시에 포털에서 만화를 본다는 것은 기존 만화시장의 만화책을 온라인화해서 판매하지 않는 이상 일종의 ‘부가서비스’에 가까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만화책시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었고 사람들 또한 만화책을 보는 것에 익숙해 있었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만화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생소한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당시 PC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포털 사이트의 이용률이 급증하면서 많은 부분들이 인터넷으로 인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그 맥락에서 웹툰 또한 같은 방식으로 시도되는 형태였다고 할 수 있어요.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기존 산업의 전환 사실 이 이야기는 비단 만화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닌 것은 잘 아실 거에요. 영화산업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산업에 의해 흔들리고 있구요. 더 이상 우리는 TV에 나오는 KBS, SBS, MBC만을 보지 않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채널들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TV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볼 수 있는 방법 또한 역으로 나오는 상황이기도 하죠. 이 산업들의 전환은 모두 ‘기존의 상식’을 깨뜨리는 도전들이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만화를 책으로만 봐야 해?”라는 질문, “영화를 영화관에서만 봐야 해?”라는 질문, 더 나아가 “방송을 방송사에서만 만들어야 해?”라는 질문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술의 전환에 따라 기존의 채널이 아닌, 새롭게 우리의 손에 쥐어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접근하는 채널들이 주어졌고. 그 채널들을 일종의 ‘플랫폼’들이 만들어내기 시작했어요. 거기에서 기존의 산업보다 나은 콘텐츠들이 제공될 때에 자연스럽게 기존의 상식은 새로운 상식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죠. 공론장에서 우리의 질문 : 사회문제는 꼭 정부만 해결해야 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비즈니스 영역의 혁신이 사회의 혁신보다 반 보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에. 우리는 사실 같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요. “사회문제는 꼭 정부만 해결해야 해?”라고 말이죠. 만화책시장이 거대했을 당시에 인터넷만화시장이 없던 것이 아닌 것처럼, 지금도 사회문제의 해결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여러 활동들이 존재해요. 사회적기업이 그러하고 협동조합이 그러하죠.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저 질문이 “꼭 그런건 아니지”를 넘어 “사회문제의 대부분은 정부가 해결하지 않아”라는 이야기로까지 넘어갈 정도의 변화 앞에 서 있는 맥락에서 던져지는 질문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사실 많은 부분에 있어 시민사회에서는 “법제도의 변화” 혹은 “예산 및 정책의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지금 상황에서 정말로 맞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치 포털사이트가 ‘기존 만화책시장이 아닌, 우리가 직접 만화가를 수급해서 우리 웹툰을 보는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할거야’라는 마인드로 웹툰 플랫폼을 시작했던 것처럼, ‘기존 정부의 예산과 정책이 아닌, 우리가 직접 혁신가를 통해 우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할거야’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거죠. 정부 예산에 비해 민간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구요? 우리나라는 민간기부문화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요?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웹툰시장 또한 기존 만화책시장의 30분의 1에 불과했다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됩니다. 동시에 그 포털사이트조차 두세명이서 시작했던 아주 작은 소기업에 불과했다는 점 또한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모바일의 발달은 점과 같은 조직이 산업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전환을 만들어내고 있구요. 아직 공공과 시민사회영역에는 그 변화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2. 만화책이 아닌, 웹툰 : 소비자를 향한 지난한 역사 “초기 작가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 우리가 이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내면 그 때 1등 작가는 얼마를 벌고 있을거야. 나는 네이버 웹툰에서 연 1억 버는 작가 만드는 게 목표야. 그 다음에는 연 5억 버는 작가를 만드는게 목표야. 연 10억 버는 작가를 만들거야. 이걸 계속해서 이야기해왔어요.이제 1등 작가는 1년에 124억을 벌어요.” - 네이버 웹툰 김준구 대표 인터뷰 중 몇달 하다가 때려치는 것 아니냐 2000년대 당시 만화시장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만화단행본의 발행종수도 2008년 기준 3755종으로 이 중 한국만화는 1,190종이었고 번역만화는 2,565종이었습니다.(한국 만화산업의 카투노믹스 전략) 만화단행본의 종류 자체가 적을 뿐더러 많은 부분 해외의 만화를 번역 제공하는 경향이 있었죠. 당시에 네이버 만화에서 일을 시작한 김준구 현 네이버웹툰 대표는 ‘몇 달 하다가 이 일 때려치는 것이 아니냐’, ‘네이버도 하다가 잘 안된 사업 접은거 많던데’하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 이야기는 너무도 당연할 수 있는 이야기였죠. 안 그래도 영세하고 해외의존율이 높은 만화시장을 심지어 한번도 해보지 않은 포털에서 제공하기로 한다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큰 일이었을테니깐요. 네이버웹툰에서 OO를 만들어 팔고 있는 CEO에게, 직접 들어보는 회사 이야기 사실 우리가 듣고 있는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뉴미디어 산업 아무나 하는 것 아니다’, ‘몇 달 하다가 디지털 공론장도 때려치는 것 아니냐’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 이제는 더 이상 신문과 뉴스를 보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마치 영세한 만화시장을 바라보던 당시의 시선과 닮아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만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그 재미만 제대로 전달할 채널을 확보한다면 반드시 성공한다 앞서 조금 이야기했지만 2003년 다음 만화속세상부터 2004년 네이버웹툰에 이르기까지 등장한 ‘웹툰 연재 플랫폼’들은 기존 만화시장을 디지털화 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화’라는 본질 자체를 디지털 상에 직접 구현하기로 마음 먹고 생겨난 플랫폼들이었습니다. 여기에 도전하게 된 이들이 갖게 되었던 확신은 결국 ‘콘텐츠에 대한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확신이었을 것입니다. 만화는 여전히 너무 재미있고, 그 재미를 제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만 해줄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히 확장되고 확산될 수 있는 산업일텐데 다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했을테니깐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통해 보다 나은 방식으로 만화를 대중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다면 만화시장이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시장이라 믿었고 그것을 위한 전혀 새로운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웹툰만 5,034작품이 국내에서 연재되고 있고 실제 1조 5천억원 규모의 웹툰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저희는 함께 보고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만화 웹툰 유통 통계 자료) 2023년 1분기 만화·웹툰 유통 통계 자료 아직 답을 모를 뿐, 반드시 답은 존재한다고 믿는 것 제가 직접 웹툰 서비스 산업에 종사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만화시장에서 웹툰이 주도권을 가져가고 더 나아가 시장 자체의 급격한 성장을 만들어 냈는가에 대한 사업적 비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우리는 ‘만화’라는 가장 본질적인 재미를 가진 요소를 기반으로 20년여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만화콘텐츠의 포맷을 시도해 온, 그리고 실제로 산업 자체를 변화시킨 사례를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재미에 초점을 맞추는 만화를 플랫폼화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맞추는 데에도 20년의 시간이 걸렸다면, 공론장의 복원과 혁신을 이야기하는 우리 또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20년을 관통하는 하나의 명제 ‘만화는 재미있다’라는 명제는 변함이 없이 사업의 방향성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우리는 그보다 더 강한 ‘공론의 가치’라는 명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지긋지긋한 일’을 ‘10년 이상’ 할 각오로 뛰어드는 것 동시에 중요한 것은 이 20년의 시간동안, 이들이 초점을 맞춘 것은 ‘만화의 디지털화에 대한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성명서를 내고 인터뷰를 하고 주장을 정교화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만화는 재미있다’라는 명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만화작가들을 섭외하고 수천편의 만화를 연재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토대로 실험하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에 최적화된 포맷을 찾아내었고 해당 포맷과 콘텐츠가 만나게 되었을 때에 소비자들은 점차 만화책에서 웹툰으로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이죠. 우리가 공론장을 복원하고 혁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공론장 복원의 ‘당위성’이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론의 가치’를 다시금 경험할 수 있도록, 보다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채널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웹툰시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공급자의 수급과 사이트의 구성, 콘텐츠 구성 포맷의 형태, 댓글 방식과 전달 방식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정말이지 ‘지난한’ 과정들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정말 10년 이상 소요되는 아주 ‘지긋지긋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활동만이 오롯이 시민들에게 ‘공론의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주고, 그것만이 시민들이 다시 공론장으로 돌아와 공론장을 복원하고 혁신하여, 기존의 공론장 이상의 공론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는 왕도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공론장을 혁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일 이렇게 해서라도 공론장을 복원하고 혁신할 수 있다면, 그 일은 10년이든 20년이든 충분히 삶을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3. 기다무(기다리면 무료) : 가치는 존재한다. 그것을 동력으로 바꿔낼 방법 ‘사업화’라는 웹툰업계의 난제 웹툰 업계에 있어서 사실 가장 큰 난관은 ‘사업화’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실제 웹툰 생태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결국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 환경에서 웹툰은 무료로 소비하는 콘텐츠에 가까웠고 일부 웹툰에 달리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었죠. 그래서 2014년 웹툰시장은 이전에 비해 많이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1718억원 규모로 2000년대 만화책시장의 절반 규모를 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콘텐츠 오픈마켓 형식으로 콘텐츠를 유료화해서 판매하는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카카오 페이지’가 런칭하면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비롯한 콘텐츠의 유료화에 대한 시도가 시작됩니다. 모바일 기기의 등장에 따라 보다 최적화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그에 대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고, 이에 대한 시도를 해보기에 이르게 되죠. 하지만 800여개의 CP(Contents Provider)가 참여한 대규모 런칭에도 불구하고 일 100만원대의 결제액에 불과한 처참한 성적표를 가지고 옵니다. 여전히 사람들은 유료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러한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은 아무리 카카오라 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죠. 변하지 않는 명제 : 만화는 재미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만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재미를 얻고 있다’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다만 내가 느끼는 재미와 내가 그 재미에 대해 금액을 지불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미스매치가 존재했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 재미가 돈을 낼 정도는 아닌 것인가’와 ‘돈을 낼 정도의 재미이지만, 아직 느낀 가치가 돈으로 환산될 수 있는 방법을 확보하지 못한 것인가’ 사이에서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후자라고 믿었기 때문에 유료 콘텐츠 플랫폼에 뛰어들었고 하지만 그 방법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서 고전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기다무 : 이용자의 시간을 사는 유료모델 그러던 중 2014년, 속칭 ‘기다무(기다리면 무료)’라는 유료 결제 모델이 도입되면서 카카오페이지의 매출이 반전되기 시작합니다. 기다무의 경우, 고객이 보유한 이용권이 소진된 상황에서 일정한 주기, 예를 들면 1주일이 지나면 1회차 이용권을 자동 충전해주는 모델입니다. 사실 시간만 기다린다면 얼마든지 돈을 내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이용권인 셈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카카오페이지는 ‘이용권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합니다. 만화의 다음 화를 보다 빨리 보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사람들의 지갑을 열 방도를 찾아낸 것이었죠. 기다무 모델이 도입된 이후 구매전환율은 25%까지 올라가면서 작품을 클릭한 사람 100명 중 25명이 결제를 하게 되었고 일거래액은 도입 기준 한달 만에 2배 이상 급등하면서 카카오페이지의 수익모델이 비로소 안착하게 됩니다. [DBR] “기다리면 무료… 콘텐츠 보는 시간을 판다”, 발상 전환 통해 몰입하는 소비 경험 선사 기다무 모델은 플랫폼 자체의 수익 뿐만 아니라 웹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기존 만화책시장(9:1) 대비 높은 수준의 수익배분율(7:3)과 함께 만화에 대한 지불의사가 높아지면서 그로 인해 높은 수익을 얻는 웹툰 작가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웹툰 작가들의 유입을 불러일으키면서 웹툰 생태계의 질과 양 또한 개선하게 됩니다. 콘텐츠에 대해 가치를 지불하고 그 가치에 작가들이 반응하게 되면서 하나의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생태계의 역동적인 성장을 불러오게 된 것이죠. 시민들은 소비로 가치를 표현한다 : 시장주의의 악마화 걷어내기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시민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원’의 문제에 부딪치게 됩니다. 사실 정부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시민운동의 경우, 시민들의 세금으로 형성되는 공적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있어서 예산을 확보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시민들이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원’을 어디에서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됩니다. 이 부분에 있어 현재 형성되어 있는 시민들의 ‘가치소비’에 대한 부분들을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재화를 수동적으로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선택지가 많아지고 무엇보다 개인의 취향과 선호, 가치와 개성이 생겨난 현재 시민들은 자신의 특성을 ‘소비’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했죠. 신자유주의 담론과 자본주의의 폐해 등에 대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저 ‘시장화’의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공적자원을 형성하는 방식의 변화’ 혹은 ‘공론장에서 자원동원의 방식’에 대한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무조건적으로 가치와 비례하지 않는 방식으로 강제적으로 수취해가는 세금제도 자체가 가지는 모순과 한계 또한 분명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말 ‘자원’의 흐름에 ‘가치’가 담기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공적 자원의 형성방식을 찾아야 할지 모릅니다. 웹툰의 사례에서 드러나는 ‘기다무’의 예시는, 그저 시장주의 하에서 수동적으로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양이 아닌 자신의 ‘재미’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기 시작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도리어 웹툰 플랫폼을 통해 시민 개개인들이 자신의 재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채널을 확보했고, 그 채널 하에서 ‘다음 화를 기다리는 시간을 돈 주고 산다’라는 개념에 반응하면서 유료 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또 그에 따라 역동적인 웹툰 생태계가 조성되게 된 것이구요. 이미 일상의 많은 부분들에서 ‘소비’를 통해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이 일반화된 현재,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시장주의를 손쉽게 악마화하고 이를 그저 외면하고 배척하는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시장주의의 논리를 보다 심도깊게 들여다보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시장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시장제도 안에 ‘가치’와 ‘윤리’를 담으면서 ‘공적 자원’을 형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과 고민, 씨름을 시작해야 합니다. 마치 웹툰 플랫폼이 ‘재미’를 ‘재화’로 환산할 방식을 찾은 것처럼 말이죠. 4. 도전만화가 : 새로운 크리에이터들 도전만화 : 도제식 만화작가양성에서 실험식 만화작가성장으로 웹툰 생태계의 등장은 만화의 소비자들에게 대한 혁신일 뿐만 아니라 만화의 공급자인 작가들에게 있어서도 하나의 혁신이었습니다. 과거의 만화계에서는 만화출판사가 과점상태로 한정된 채널이 있는 상황에서 만화가가 되기 위해서도 몇몇 유명 만화가들의 문하에 들어가 도제식으로 만화작업을 도우면서 성장하는 트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네이버웹툰이 2006년 도입한 ‘도전 만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만화작가들에게도 일대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일단 웹툰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만화출판사 중심의 만화지면이 아닌 방식으로도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동시에 등장한 ‘도전 만화’ 시스템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화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도전 만화는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자기 작품을 미리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정식 연재를 얻지 못하더라도 데뷔 전부터 도전 만화에 만화를 게시하면서 팬을 확보할 수 있고, 보다 수평적인 환경에서 실력으로 팬덤을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게 된 것이었죠. 도전 만화는 웹툰 플랫폼 입장에서도 양질의 만화작가들을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는 채널로 작용했고, 만화가들 또한 기존의 도제식 방식이 아닌, 자신이 연재하고자 하는 만화만 있다면 언제든 업로드하고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채널로 작용했습니다. '도전 만화'로 폭발적 성장…웹툰을 메이저산업으로 끌어올려 플랫폼에서 공급자의 성장 : 레퍼런스 기반의 자가학습 이러한 방식은 비단 웹툰 뿐만 아니라 플랫폼 서비스의 주된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만날 수 있게 되면서 공급자들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디지털 기반으로 누구든 만화를 그리거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 부분과도 맞물립니다. 도전만화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올리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팬덤을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여기에는 만화 작가들의 생애주기형 성장 또한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기존의 방식이 유명 만화가의 문하에서 만화가의 일을 도우면서 도제식으로 만화기법들을 전수받는 ‘유명만화가의 노하우 전수’라는 형태로 만화작가의 성장이 이루어졌다면, 도전만화를 비롯한 연재 방식에서 주된 학습방식은 ‘직접 연재하고 독자의 반응과 피드백을 토대로 실험하고 성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실력이 없더라도 일단 만화를 그리면서 독자들의 반응을 보고 이에 맞추어서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서 만화작가들에게는 자신에게 정답을 전수해 줄 ‘멘토(Mentor)’가 아니라 자신만의 환경에서 답을 찾아나가는 데에 도움을 줄 ‘레퍼런스(Reference)’가 필요하게 됩니다. 의 나윤희 작가 인터뷰 이러한 공급자의 새로운 학습방식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 뿐만 아니라 사회의 변화와도 맞물립니다. 소비자의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특정 유명만화가들의 작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계층이 아닌, 자신의 선호에 맞는 만화를 찾아 읽는 소비자가 등장하게 되었죠. 이에 따라 마이너한 주제와 작법이라 하더라도 그에 맞는 소비자들을 찾을 수 있는 채널이 열린 셈입니다. 이는 곧 ‘만화를 잘 그리는 법’에 대한 정답이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만화 주제와 작법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과 연관된 ‘레퍼런스’를 찾고 이를 통해 학습하는 방식으로 만화가가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이러한 레퍼런스를 찾고 학습할 환경이 조성된 부분 또한 플랫폼의 역할이 큽니다. 레퍼런스의 내러티브 : 나는 어떤 만화 작가가 되고 싶은가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레퍼런스(Reference)는 자신의 주제와 관련된 동료를 일컫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있어서 동기부여와 영감을 제공해주고 내러티브(Narrative)를 제공해주는 작품 및 작가 간의 상호작용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웹툰 생태계 내에서 성공한 일부 작품들을 보면서 만화작가들은 ‘나도 저런 작가가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한 문화가 신진 작가들에게서 재생산되면서 웹툰 생태계 안에 하나의 문화와 내러티브가 안착하게 됩니다. 이러한 레퍼런스의 내러티브는 단순히 ‘저 사람 같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라는 논리보다는 큰 개념입니다. 해당 작가의 팬으로서 그 만화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의 만화 안에 철학으로 가져가게 되고, 작가가 보여주는 태도나 작품의 탁월함 및 특성에 따라 이를 재생산하는 신진 작가들의 문화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어느 산업이든 그저 ‘도전만화’ 형태의 오픈 플랫폼과 마켓을 열어놓고 ‘와서 쓰고 읽고 배워라’라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세대의 공급자들을 끌어들일 수 없습니다. 결국 공급자들이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고 기꺼이 ‘나도 이런 공급자가 되고 싶다’라는 동력을 만들게 될 때,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새로운 ‘내러티브’가 생태계 내에 형성되게 될 때에 새로운 세대의 공급자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성장하는 생애주기가 만들어지게 될 것입니다. 정말, 다음세대가 없을까? 공론장에서 결국 나타나는 큰 문제 중 하나는 ‘다음 세대 플레이어’의 부재이기도 합니다. 다음 세대가 유입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저 ‘세대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유입과 학습과정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서 패러다임에 상관없이 관통하는 **‘공론의 가치’**와 이러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에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예비 플레이어들을 위한 플랫폼과 채널을 구축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가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5. 스토리IP(지적재산권) : 만화와 소설이 뒤흔든 방송산업과 영화산업 스토리IP : 웹툰을 넘어 방송과 영화까지 혁신하다 웹툰 생태계의 성장은 비단 웹툰 시장 자체만의 활성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처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미생>이나 <이태원 클라쓰>부터, 최근에 큰 화제를 낳았던 <재벌집 막내아들>과 최근에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무빙>에 이르기까지. 웹툰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 및 영화는 방송산업과 영화산업에까지 웹툰의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는 말할 것도 없지요. [황금알 낳는 웹툰 IP③] [인터뷰] 웹툰은 '스토리 창고'…네이버웹툰, 전 세계서 스토리 IP 가장 많아 | 아주경제 웹툰이 가지는 이러한 파급력은 ‘OSMU(One Source Multi Use)’라는 전략과도 맞닿습니다. 웹툰과 드라마, 영화 및 게임 등이 관통하고 있는 공통의 요소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요소입니다. 따라서 정말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면 그 콘텐츠가 소설이나 만화로 뿐만 아니라 실제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제작되더라도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되죠. 물론 각 단계에 있어 어떠한 기법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잘 활용하느냐가 큰 관건이 되겠지만, 그 중심에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속칭 스토리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이라 불리는 이러한 원천은 웹툰시장과 소설시장 뿐만 아니라 방송산업과 영화산업에서도 큰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 검증되었고 비교적 적은 자원으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검증할 수 있는 웹툰 플랫폼에서 스토리의 매력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응용 생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토리IP의 원천 :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결국 ‘스토리IP’라고 하게 되는 본질이 중심에 위치하면서 콘텐츠의 형태가 발전하고 그것이 부가가치를 추가적으로 창출하는 방식으로 가치사슬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시 웹툰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누가 그렸냐’ 혹은 ‘작가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냐’와 같은 요소보다도 ‘웹툰이 얼마나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느냐’의 요소가 중요해지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것이 앞서 언급한 만화가들의 수평적인 기회제공과 확장으로까지 연결되었다는 부분을 알 수 있는 셈이죠. 지식IP : 문제를 해결하는 원천지식 ‘스토리IP’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발전시켜가는 생애주기모델은 사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론장에 있어서도 충분히 참고해볼만한 레퍼런스가 되어줍니다. 결국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느냐는 것은 아이디어의 초기단계에서 효과성과 대중의 수용도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서 문제해결의 스케일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인 것이겠죠. 저는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있어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를 ‘지식IP’라고 부릅니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책을 도출해내는 지식에서 시작이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지식은 처음에는 한 두 줄의 문장과 여러 자료들을 덧붙인 하나의 논문과 보고서 등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추가적인 보강을 통해 법률안이 되기도, 정책제안서가 되기도, 심층기획기사가 되기도, 또 때로는 사업계획서가 되기도 할 수 있는 것이죠. 공론장의 새로운 역할 : 사회문제해결의 아이디어 실험장 여기에서 우리는 공론장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공론장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대안들의 ‘지식IP’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장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여기에서 검증이 완료된 지식IP를 여러 방식으로 대안화해서 시도해보고 그 경험들을 축적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대안의 시도와 경험들이 다시금 공론장에서 논의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대안들이 시도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공론장은 그저 의견을 주고받는 공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사회문제해결” 혹은 “공적 가치를 드러내는” 핵심공간이 될 것입니다. 연구문화 : 사실에 입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론 문화 만들기 이를 위해서는 공론장의 문화가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지는 문화로 조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 의견들이 오갈 수 있지만 해당 의견들이 정말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웹툰 플랫폼에서 공유하는 문화가 ‘재밌는 만화’에 초점을 맞춰지게 되었듯이 말이죠.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공론장을 풀어내는 플랫폼에서 많은 실험과 검증을 통해 제도를 설계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여기에서 ‘연구문화’가 공론장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화가 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구문화라 함은 ‘사실에 입각해서 검증하고 논의하는 문화’를 일컫습니다. 의견과 방향성에 상관없이 각 주장들은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근거는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문화이지요. 이는 한편으로 각자가 가지는 가치적 방향성들에 대한 포용이 되기도 하고, 그 방향성들이 ‘사실’과 ‘현실성’이라는 토대 위에만 올려져 있다면 얼마든지 토론과 논의를 통해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서 연구문화를 토대로 공론장을 형성하고 공론장에서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안 아이디어들을 발굴할 수 있다면, 해당 아이디어들을 활용해서 사회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해결에 성공한 케이스들에 있어서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정책정당, 정말 불가능한 꿈일까? 그렇게 공론장 안에 지식IP의 케이스들이 쌓이게 된다면, 각 지식IP의 케이스들을 토대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들에 대한 제언들이 쌓이게 될 것이고 이러한 제언들을 모아 일종의 ‘공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편으로 우리가 계속해서 꿈꾸어 오던 ‘정책정당’ 또한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웹툰 플랫폼에서 발굴된 스토리IP로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어 콘텐츠를 보급하는 전략에 맞추어, 공론장 플랫폼에서 발굴된 지식IP로 시민운동과 정책제안, 소셜벤처의 기획 등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 다변화되고 급변하는 사회에 있어서 플랫폼 방식의 사회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또한 그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역할은 당연히 ‘공론장’이 될 수 밖에 없겠죠. c.f. 플랫폼 디스토피아 : 플랫폼의 공공성을 향하여 앞서 저는 웹툰 생태계를 일종의 ‘성공사례’로 이야기하면서 논의를 전개해갔지만 사실 웹툰 플랫폼과 생태계 또한 많은 모순과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웹툰 작가들이 다양해지면서 웹툰 작가들의 처우 문제 또한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고 플랫폼의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플랫폼에 웹툰 생태계가 종속되는 현상 또한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웹툰 플랫폼 내에서 인기 웹툰이 되기 위해 보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창작활동을 수행하기보다 이미 정해진 성공공식에 맞춰서 찍어내듯이 웹툰이 생산되는 문화 또한 드러나면서 웹툰 플랫폼의 개혁을 위한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구상하고자 하는 공론장은 그저 비즈니스 영역의 ‘플랫폼’을 본받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영역의 플랫폼을 넘어 ‘공적 가치’를 형성하고 그러한 문화들을 조성할 수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형 플랫폼’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플랫폼 비즈니스가 아닌 커뮤니티형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안착된 사례는 아직까지는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답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 답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가 공론장 플랫폼을 구성하면서 찾아나서야 할 것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넘어 공적 가치가 촉진되고 발전 계승되는 플랫폼’에 대한 구상일 것입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 논의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III. 결론 : 전환시대의 논리, 유길준의 자리 “조선은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망하고 있는 것이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중 구한말, 세도정치를 비롯한 사회적 모순이 최고조에 달하고 서양문명의 등장으로 사회의 거대한 변화가 점쳐지던 시기에 유길준이라는 인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자 고종 휘하에서 박영효와 함께 한성순보의 발간을 준비하기도 했던 시대의 지식인이었습니다. 1883년 보빙사의 일원으로 일본과 미국의 유학을 갔다왔던 유길준은 갑신정변의 소식을 전해듣고 잠을 이루지 못해 이듬해에 귀국하여 서유견문의 집필을 준비합니다. 갑자기 웹툰 얘기를 하다가 왠 유길준? 이라 하실 수 있지만 제가 유길준이라는 인물을 소환하게 되는 것은 그가 마주했던 ‘전환시대’에 대한 당혹감과 고민의 정도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전환시대’에 느끼고 있는 당혹감과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시 사회에서 그 누구보다 사회의 변화를 먼저 감지하고 또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투한 인물이지만, 그 분투를 사회적 공감대와 실질적인 변화로 꽃피우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역사에 '만약에'라는 질문이 가능하다면, 구한말의 시대적 전환기에 사회의 방향타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을 가진 인물은 나라의 치열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분투했던 유길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공론장의 복원에 대해 고민하면서 모여 있는 이 세션에서 우리는 구한말에 준하는 변화 앞에 서 있는 것을 봅니다. 노론과 소론 중에서 누가 세력을 잡을 것이냐에 대해 정치적 갈등을 하는 사이, 전환시대의 논리를 포착하지 못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드는 데에 실패했던 과거를 답습하지 않은 우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도리어 이 전환시대의 흐름을 동력삼아 우리가 다시 한번 ‘공론장의 복원과 혁신’을 이루어내어서, 기존의 정치와 사회영역에서 꿈꾸고 기대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자들은 더욱 새롭고 더욱 어려운 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의 정치적 기획을 공동으로 고안하기 위한 조직의 기틀을 만들고 이러한 정치적 기획의 성공을 담보할 조직적 조건을 갖추는 데 공헌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1789년 프랑스대혁명 당시의 제헌의회와 미국혁명 당시의 필라델피아의회는 여러분과 저와 같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이들이 법학 지식을 갖추고 몽테스키외를 읽고 민주적 구조를 고안해내었다는 점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고안해내야 합니다. 물론 혹자는 “의회, 유럽노조연맹과 같이 이런 일을 당연히 해야 하는 모든 종류의 기구가 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구가 어떤 대안적인 정치적 기획을 가지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기서 길게 논의하지는 않겠습니다. 결국 새로운 정치적 기획을 고안하고 실현하는데 있어서 가로놓인 장애물을 제거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합니다. 이 장애물의 일부분은 이것을 제거해야 할 임무를 띤 사회운동 안에서, 특히 노조 안에서도 존재합니다."  - 피에르 부르디외, '지식인들이여, 분노하라!' 중(르몽드 디플로마티크 02년 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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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지식인 생태계 창출의 조건: 연구+활동 네트워크의 비전과 실천을 위한 단상
공공지식인 생태계 창출의 조건: 연구+활동 네트워크의 비전과 실천을 위한 단상     2023.9.21. 이승원 (지식공유 연구자의 집)     공론장이란 일반적으로 사생활, 비밀, 사익 추구와 달리, 모두가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접근 가능하고, 공통 경험을 하는 모두의 영역이며, 따라서, 위로와 공감 또는 혐오와 배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사회적 정체성과 존엄성의 수준이 결정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것은 공간적으로만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형성되는 역사의 영역이자 세대가 연결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론장은 모두가 함께 경험하는 공통의 것들이 나와 타자, 즉 모두의 자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살피고, 그 자유가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서로 의사소통을 통해서 실천적 합의를 이루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론장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개개인 모두의 자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두의 자유를 위해 필요한 공통적인 것, 이것이 바로 공론장에서 논의할 대상일 것입니다. 공론장 구성원의 공통 이익, 공통 자산, 보편적 복지, 공통 규범과 질서 등이 그 대상일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공공성은 우리가 모두 마주하고 경험하는 세계란 바로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자연은 물론, 우리가 함께 어떤 식으로든 공동 창조, 공동생산하는 공동 창작물이라는 인식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식이란 바로 인류가 시간과 공간, 역사와 세계를 관통하면서 축적해온 공동 창작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공론장의 핵심을 자유로, 그리고 공공성의 핵심을 공동 생산이나 공동 창작물로 강조한 것은 사실 시대와 맥락에 따라 공론장의 핵심이 자유가 아닌 순종일 때도, 공공성의 핵심이 반공주의나 국민 총동원 양적 경제 성장일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공론장이 자유를 중시하고, 공공성이 모두의 공동 생산을 강조한다는 것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헤게모니 투쟁의 결과이고 실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공론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사실 공론장에서 어떤 의제가 다뤄지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공론장은 비활성화된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를 통해서 경쟁, 공정, 투기, 자기계발, 자산 증식, 취업이라는 의제가, 또는 세상을 왜곡하거나 그 방향을 정하는 특정한 이념논쟁이 공론장을 지배하고 있고, 이것이 자유, 민주주의, 진보라는 기표를 오염시키고 있고, 그 속에서 이상한 좌우, 보수진보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공론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그리고 지식인 혹은 연구자가 이에 기여한다는 것은 세가지 차원에서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비활성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신자유주의에 의해 오염되고 지배된 공론장의 기원을 밝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서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통 정서를 가지고 있는지를 성찰적으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기력하고, 지치고, 뭔가 답답하긴 하지만, 뭔가 풀리지 않는, 그래서 계속 모여 이야기하고 싶지만, 뭔가 진전되지 않는 이 심연의 교착 상태를 돌파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공공성의 내용을 채우는 논쟁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현 정부도 공공성을 말합니다. 그리고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는 철도노조도 공공성을 말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이들이 주장하는 공공성에 대해 공감하지 않습니다. 공공성이 곧 우리 모두의 공동 생산과 공동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논하는것인데도 말입니다. 그 말은 지금 회자되는 공공성이 지칭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저는 오늘날 공공성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기후 재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복합위기에 대응하는 대안적 가치와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쟁을 위한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는 많은 층위와 편차가 있습니다. 이를 조정해 나가는 것이 공론장에서 하는 일이고, 어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가가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구, 지식, 사회운동, 그리고 정책과 그 결과가 만나는 것도 바로 이 논쟁과 연구 과정에서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론장은 언제나 존재하고 활성화되어있습니다. 다만 좋은 공론장인가, 나쁜 공론장인가, 어떤 의제가 강요되는가, 외쳐지는가의 문제일 것입니다.    셋째, 공론장을 활성화, 아니 우리의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앞의 첫째, 둘째 과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공통의 협력 체계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고려할 것은 하필 지식인/연구자라는 지위가 (적어도 다른 생계형 업이 있지 않는 한) 바로 저 공통 지식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 자체가 업이자 자유를 지키는 일이다보니, 지식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도 그것을 생업과 연결해야 하는 난처함에 처해있는 것이 지식인/연구자입니다. 그래서 오픈 엑세스를 주창하면서도, 자신의 생계와 연결된 자신의 글이 돈이 되는 방법을 찾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연구자들이 이 시대의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지식의 가공과 유통을 업으로 할 때, 그것이 오히려 공공성에 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공통의 협력 체계는 연구자의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주장 또한 발표자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난처함’을 느낍니다만, 피할 수 없는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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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가 뭐길래
“저건 가짜뉴스다”  트럼프 시대로 회귀한 느낌이다. 최근 언론과 정부를 달구고 있는 마법의 언어, ‘가짜뉴스’ 때문이다.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눌 수 있는 마법의 단어다. “가짜뉴스” 한 마디면 합리적인 토론은 사라지고, 공론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가짜뉴스 유행을 일으킨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사회적으로 수많은 갈등이 불거졌고, 현재까지도 봉합되지 않았다. 그 네 글자가 자유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에 주는 악영향은 강력했다. 갈등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정치 속성 상 가짜뉴스는 매력적인 단어였을 것이다. 지지층을 결합하고, 위기를 타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위기 국면 때마다 ‘가짜뉴스 프레임’을 잡는 것도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타당한 결정이다. 문제는 정부마저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에게 당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다. 여야가 의석수를 두고 무한 갈등을 벌일 때 대통령은 그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여야의 싸움은 지지층 간의 갈등이지만, 대통령이 중심이 된다면 국민이 분열될 수 있다. 귀걸이도 코걸이도 되는 ‘가짜뉴스’ 우선 가짜뉴스가 정확히 뭔지 알아야 한다. 가짜뉴스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사용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없다. 정확한 뜻이 없기 때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된다. 우선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한겨레와 극우성향 기독교단체 간 소송에서 가짜뉴스를 “핵심적인 요소는 내용의 진실성 여부와 의도성”이라고 했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만든 허위정보라는 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가짜뉴스를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했다. 언론재단 기준대로라면 법적인 의미의 언론사 보도는 ‘가짜뉴스’가 될 수 없다. 언론사 보도는 ‘언론 보도 형식’이 아니라 보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성’이 핵심이지만,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의도성을 확신하기 어렵다. 의도가 있을 거라고 추정할 뿐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특정 정보를 ‘의도성 있는 정보’로 매도하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정부가 가짜뉴스를 주요 정책 의제로 삼는 것에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언론 보도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자신을 향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있다. 되돌아보면, 시작은 지난해 9월 있었던 ‘MBC 바이든-날리면’ 사건이었다. 진실은 대통령밖에 모른다. 다만 정말 억울했다면, MBC가 오보를 낸 것이라면, 조금 더 세련되게 대응하는 방법도 있었을 거다. 설명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정부는 ‘가짜뉴스’라는 말로 사건을 단순화했다. 외교적·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문이 많았지만, 가짜뉴스라는 말이 나온 순간 모든 것이 갈등이 됐다. MBC는 악의적 보도를 한 언론사로 규정됐다. 정의도 안 된 가짜뉴스로 정책 만드는 정부 가짜뉴스가 특정 언론을 비판하는 용도로만 사용됐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가짜뉴스’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지난 4·19 추도사에서 특정 세력이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로 민주적 의사결정 시스템을 왜곡·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날 문체부는 가짜뉴스 퇴치를 위한 TF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언론재단에 가짜뉴스 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AI를 통한 가짜뉴스 감지시스템을 개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언론진흥을 위해 만들어진 언론재단에 규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센터를 만드는 것도 모순적인 일인데, 가짜뉴스 감지시스템은 실체도 모호했다. 더구나 그 시스템을 만들겠다던 ‘서울대 저널리즘스쿨·싱크탱크 준비위원회’는 정식 단체도 아니었다. 이후 문체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을 TF의 ‘첫 작품’으로 꼽았다. 오염수 안전에 대한 우려를 가짜뉴스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문체부는 수억 원을 들여 유튜브 광고를 하고, 4천만 원으로 KTX에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내용의 책자를 비치할 뿐이었다. “오염수에 대한 우려가 악의적 의도를 가진 허위 사실인가. 오염수는 완전무결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설득시키지 못했다. 또 언론재단은 민간단체 지원사업을 통해 자유언론국민연합에 3천만 원을 지원했는데, 이들 단체는 이 돈으로 ‘가짜뉴스 시상식&기념토론회’를 개최했다. ‘나쁜 가짜뉴스’를 선정해 언론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으로 치러진 이 행사에선 KBS·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가짜뉴스 후보들은 대부분 현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관련 의혹을 제기한 보도였다.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 후쿠시마 오염수 의혹도 10대 가짜뉴스에 꼽혔다. 가짜뉴스 행사에 세금이 투입된 것이다.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보도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의 가짜뉴스 드라이브는 한층 더 강화됐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거론한 것에 이어, 18일에는 ‘가짜뉴스 근절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폐간 조치된 언론사 사업자가 다른 매체에서 활동하는 것을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언론자유라는 대원칙을 무시하는 조치다. 또한 정부는 인터넷 분야에서 가짜뉴스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언론 보도를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를 심의할 법적 근거는 빈약하다. 무엇보다 방통심의위는 표면적으로 민간기구이지만, 헌법재판소는 ‘국가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런 성격을 가진 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판별하고 언론 보도를 심의한다면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조치의 중심에는 ‘가짜뉴스’가 있다.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정하지도 않은 채 정책부터 내놓은 것은 성급한 결정이다. 실제 18일 정부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정의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가짜뉴스를 어떻게 근절하시겠다는 건지 그 부분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도 나선 가짜뉴스 규제, 반복하는 윤석열 정부 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도 가짜뉴스를 규제하려 했다’며 억울함을 표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각종 가짜뉴스 규제론을 들고나왔다. 이효성 전 방통위원장이 사의 표명을 했을 당시 ‘가짜뉴스 대응을 못해 직을 내려놓은 것’이라는 추측이 언론계를 뒤덮기도 했다. 다만 당시 언론계는 정부가 가짜뉴스 대응에 나선 것을 강하게 비판했고,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다. 과거 잘못을 답습할 게 아니라 반복하지 않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잘못된 정책과 선택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 이렇듯, 우린 ‘가짜뉴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가짜뉴스 노래를 부르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정책 비판은 수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거대 의석을 가지고 있는 야당 역시 미덥지 않다. 결국 스스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가짜뉴스’라는 말을 반복하는 이가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가짜뉴스라는 이름으로 편을 가르고 있는 건 아닌지, 가짜뉴스라는 딱지 아래 숨겨진 진의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진 않지만, 가짜뉴스라는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다.
언론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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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개발의 뻘밭이 된 새만금... 지역개발,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달 29일, 새만금 위원회의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간척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기존에 중앙부처에서 정한 새만금 예산이 6,626억 원에서 1,479억 원으로 약 78%가량 줄어든 것인데요.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들은 전라북도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 지역 시민단체 등이 정부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물으며 ‘예산보복’과 동시에 “새만금 죽이기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새만금에서 8월 1일부터 12일간(8일차 조기철수)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온갖 논란으로 점철되고, 새만금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차치하고 한국 행정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부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떠넘기는 모습에, 새만금 사업 자체의 취약성까지. 잼버리 사태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 이면의 온갖 문제들이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 논란을 보면 거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에서 진행되는 ‘한국식 지역개발’의 한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잼버리 파행에 붙여 어떤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실질적인 문제의 원인인 ‘한국식 지역개발’이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글 맨 아래에 새만금의 역사와 사업개요를 간략히 소개해뒀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잼버리 파행 이후의 정치 공방 이번에 삭감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새만금 간척지의 기초 인프라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대체로 공항/항만/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것에 쓰입니다. 전북도가 특히 정부 예산안에 반발하는 지점은 ‘새만금 국제공항’건설 예산의 89%가 삭감되어 내년 착공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특별히 SOC 예산이 깎인 이유가 바로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전가 때문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잼버리가 실패하고, 그 책임 공방에서 윤석열 정부는 쉽게 발을 빼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떠나서 부실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잼버리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은 ‘전북 책임론’을 들고나와 전라북도의 잼버리 파행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8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에는... 1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며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잼버리를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초 SOC 예산을 노리고 잼버리 유치를 따낸 전라북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북 책임론’을 제기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전북 책임론이 대두됨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곧바로 SOC예산을 삭감합니다. 이에 전북 지역사회는 이를 정부의 잘못을 전북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며, 곧장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제시의회는 정부가 새만금 SOC예산을 삭감한 반면, 경북/울릉 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늘렸다며 ‘전북 홀대론’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공방 사태는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지역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양당으로 갈리는 정치 지형은, 근현대 한국 발전사에서 ‘전라도’란 공간/사람/인식에 가해진 차별과 더불어 이와 연관된 영호남 지역주의를 원인으로 한 ‘현상’인데요. 잼버리 파행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역주의의 부활’을 언급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호남 갈라치기’가 의심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전라북도는 지역 홀대론을 내세우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런 논리라면 정부 비판은 국민 비하이고, 여가부 비판은 여성혐오인가”라며 전북 책임론을 지지했습니다. 정치 지형이 갈리는 현상이 잼버리를 기점으로 더욱 폭발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런 싸움의 향방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 ‘회피’공방과 때아닌 지역주의의 대두로 정작 잼버리 실패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잼버리 파행과 같은 사건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언젠가는 생겼을 일? 지역개발 방식의 문제가 크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김동인 기자는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가 한국식 지역개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2010년대 들어 반복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SOC 예산 확보를 위한 전북의 노력이 전국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주장인데요. 사실 지방정부가 정부지원을 노리고 행사를 개최한다는 주장이 최근에만 나온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자체가 “메가 이벤트” 개최가 정부의 도움으로 SOC를 싸게 건설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분석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2018년 평창올림픽 등의 이벤트는 모두 그 혜택을 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박복재·문영수. 2015) 과연 그 지역들은 예산 욕심이 없었을까요? 의문입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 유치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 및 기타 SOC 재원 확보를 기대했습니다. 이는 전라북도청 홈페이지에서 잼버리의 기대효과 중 하나로 ‘인프라 확충’ - “교통, 물류 중심지로 도약”을 적어둔 것만 봐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잼버리가 유례없는 실패를 기록했기에, 개발사업에만 매진하며 잼버리를 도구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지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대규모 SOC 확충을 꾀할 수 없으니, 메가 이벤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는 것은 지역 입장에선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이기도 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부산 엑스포의 가덕도 신공항과 더불어, 지역에서 유치하려는 모든 대규모 개발 시도를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시민건강연구소’는 “메가 이벤트 증후군mega-event syndrome”이란 개념을 소개하며, 지역관료·개발업자·경제성장주의자들의 불확실한 선전에 의해 이뤄진 메가 이벤트가 되려 국가와 지역사회에 상당한 재정적·환경적 부담을 준 사례로 새만금 잼버리를 지목했습니다. 또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탕개발주의”를 지적하며 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지상주의가 전국 모든 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거론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지방소멸 이슈로 인해 전국 지자체가 너 나 할 것 없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판입니다. 근현대 개발독재 시기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인 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그 추세 속에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건설이 시작된 지 32년 차에 다다른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입니다. 그 과정에 숨어있는 지역주의, 대선마다 바뀌는 공약, 지역민의 숙원, 개발지상주의, 지역균형발전, 돈의 이해관계 등 너무나도 많은 이해관계가 섞여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을 해체하며 결국엔 여러 요인이 겹쳐 잼버리 파행이란 공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32년 동안 스스로 없애버린 갯벌 수렁이 개발이란 굴레 속에서 재현된 셈입니다. 여러 문제가 섞여 있는 만큼, 그 수렁은 너무나도 깊어 보입니다. 예산안 삭감으로 번진 정치 공방은 서로 간의 책임 회피만을 그리며 이 굴레를 의도적으로 회피합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메가 이벤트 유치전을 벌어지며, 새만금 갯벌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한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 정말 지역과 사회를 위한 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이뤄져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개발사업이 정말 타당한지, 제대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개발에 대해 보다 더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새만금 개요] 사업명 ‘새만금간척공사종합개발사업’ (국책사업) 위치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원 규모 409㎢(토지조성 291㎢, 담수호 118㎢) *세계 최장 방조제 : 33.9㎢ 사업비 22.79조원(국비 12.14, 지방비 0.95, 민자 9.7) 토지이용계획 1권역(산업·연구용지) 26% 2권역(복합개발용지) 21% 3권역(관광·레저용지) 11% 4권역(배후도시용지) 3% 농생명권역 36% 기타 3% [새만금 역사] 1987년 노태우 후보 새만금 간척사업 대선 공약 1989년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 (농지 100%) 1991년 11월 28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기공식이 열림.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단체의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이 시작됨. 2003년 6월 환경/시민단체 ‘새만금간척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2004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뒤집음. 공사 재개됨. 2006년 4월 21일 물막이 공사 끝 2007년 노무현 정부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100%에서 농업72%/산업28%로 변경. 2008년 이명박 정부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계획 발표 2010년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30%/산업70%로 변경. 2010년 4월 새만금 방조제 전 구간 완공(공사 시작 19년만) 2012년 새만금특별법 제정 2013년 새만금개발청 개청 2017년 8월 박근혜 정부 2023세계 잼버리 대회 새만금 유치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2019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2020년 스마트그린산단 비전선포, 수변도시 착공, 육상태양광 착공 새만금 사업 2020년까지 총사업비 22조7900억원 가운데 8조4400억원(37.0%)만 투입됨. 2023년 6월 21일 영화 ‘수라’ 개봉 2023년 8월 1일 ~ 12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에서 개최. 준비 미흡, 폭염 및 태풍 ‘카논’ 여파, 부실운영 등의 문제로 파행. 2023년 8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새만금 개발 전면 재검토 지시 2023년 8월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중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대폭 삭감.   [참고자료]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청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새만금의 역사_ 한겨레 21. 2023.08.24  1991~2023 새만금 역사 32년 몰아보기_ KBS 뉴스 전북 유튜브. 2023.01.22  박복재 and 문영수 (2015). 메가 이벤트 개최 전후 개최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동태적 분석. 통상정보연구, 17( 1), 289- 307.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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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서] 5.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그 대화의 기록이 매주 화, 목에 연재됩니다. 🏃🏻‍♀️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무언가로부터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사회에서 소외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요. 디지털 시대는 어떨까요?  경제학적으로 ‘소외’는 ‘인간이 만든 것(상품, 화폐, 제도 등)이 인간으로부터 멀어지고 반대로 인간을 지배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출처 : [위키백과] 소외) 인간 사회를 발전시키고 찬란한 유산을 만들어온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만을 주고 있을까요?  효율성을 극대화해 우리에게 이익을 가져다준 디지털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노동에 대해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독일의 노동 시간에 대한 합의 과정을 보면 한국의 상황은 여전히 일방 통행이다. 산업의 파트너인 노동은 없고, 여전히 자본과 정치권의 일방 통행이다. 주 52시간 노동 정책에서 순식간에 주 69시간, 2주 최대 80.5시간 노동 정책이 강요된다. 그러면서 ‘디지털에 가장 앞선 나라’, ‘디지털 전환’이 논의된다. 선출된 권력이 무엇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았고, 무엇을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도나 문화는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 정책의 결정 과정에서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이 결정할 때 가능하다. (사단법인 미래학회 부회장 이명호 / 캠페인즈 본문 중)  인간이 만든 기술로인해 인간이 소외되는 상황, 시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사회적 약자와 노동자가 하는 육체 노동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요.” 디지털로 인한 생산이 더 빛을 발할수록 어떤 노동은 더 평가절하될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는 디지털 노동보다 육체 노동을 할 가능성이 커요. 그럼 그들의 노동이 더 평가절하 받는 거죠. 요즘은 집 청소도 그렇고 아이 돌봄도 그렇고 다 어플로 구한다고 하더라고요. 몸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점점 노동의 값을 있는 그대로 못 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가 발생할 거예요.” 디지털 기술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향유하는 매체 자체가 비싸잖아요.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접근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이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뒤쳐지게 되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양극화뿐만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방식의 양극화도 심해질 거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일을 덜 해야 되는 영역도 생기지만 그만큼 더 해야 되는 영역도 생겨요. 그런데 일하기 위한 기술들이 디지털 영역이기 때문에 계속 새로 배워야하잖아요? 그럼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앞서가는 사람들과의 격차가 너무 커지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디지털 연결망 안에서 노동과 인간은 파편화되기 쉬워요.”코로나 기간 동안에 ‘디지털 연결망은 한계가 있다’라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노동과 인간 관계에서요. 점점 더 파편화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다뤄야 할 고민인 것 같아요. “청년 세대의 양극화 문제가 더 심해질 거예요.”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로의 진출’ 부분에서 양극단으로 나뉠 거예요. 디지털 기술을 잘 알고 사회적 혜택을 받는 청년은 사회의 높은 단계로 진출할 갈 가능성이 높죠. 반대로 혜택을 못 받는 청년은 점점 아래로 떨어질 거예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청년들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거죠. 재분배에서 사람들이 소외됐을 때, 사실 디지털 기술 자체의 문제는 아니예요. 왜냐하면 지금도 디지털 기술이 아니더라도 소외되는 것이 문제가 되잖아요?“자원의 재분배 문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이전부터 존재했어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디지털로 인한 생산이 더 빛을 발할수록 어떤 노동은 더 평가절하될 것 같아요. 사람들의 접근성이 점점 더 떨어지면 모든 면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것을 얻기 위한 노력들이 더 많이 필요해졌어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청년들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는 거죠. 재분배에서 사람들이 소외됐을 때, 사실 디지털 기술 자체의 문제는 아니예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몸으로 하는 노동이 디지털 노동보다 낮게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디지털 정보와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디지털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돕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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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지식인과 공론장의 새 역할 정립에 관하여
공공 지식인과 공론장의 새 역할 정립에 관하여 소셜코리아 김중배 책임편집위원 “논쟁의 가열은 좋은 현상이지만 분노의 가열은 적대감을 양산한다. 지적 성찰이 도모하는 적대감의 해소가 지성의 힘이라면 이념적 낙인찍기, 궤변과 욕설로 상대 논리를 저지하기, 진영의 장벽을 높이 쌓아 올리기로 일관되는 한국사회 공론장의 현실은 ‘지성의 몰락’의 슬픈 증거다. <송호근, ‘21세기 한국 지성의몰락, 나남, 2023, 322쪽> 송호근 교수(서울대 사회학과)의 지적은 새삼스러울 것 없이 지성이 발붙이기 어려운 우리의 공론장 구조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주요 보수 언론의 단골 칼럼니스트이면서 우리 사회의 시민성과 공론장에 대해 깊이 천착해온 그는 ‘586정치’가 이념성에 매몰됐다고 가차 없이 메스를 들이대는 동시에 ‘뉴라이트’ 선봉에 선 ‘반일종족주의’에 대해서도 ‘일본제국주의의 인간 어뢰’라 성토하며 진영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공공지식인의 복원을 희구하며 이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의 본질에 대해 “원수와 협동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지식인의 주요한 참여 통로로 시민 운동과 언론매체의 칼럼 쓰기 등을 거론하는데 공론장 복원을 위해 ‘객관성’에 비춰 논쟁의 대차대조표를 작성하는 일이 이들의 책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지식인으로서 얼마나 일관되고 균형 잡힌 인식 체계를 갖추고 객관성을 세우는 일에 성과를 보여왔는지 평가하는 건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다만 학계의 좁은 울타리에 갇히지 않고 소통과 검증을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그는 글과 발언으로 사회참여를 하는 ‘공공지식인’의 한 유형을 보였다. 흔히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기를 거쳤다고 말한다.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가치 부여는 제각각이지만, 그 우여곡절의 시기 내내 현실에 타협하는 ‘순응파’와 이상의 실천을 우선시하는 ‘저항파’ 간의 대립과 갈등, 상호 부침이 존재했다. 외세 의탁과 자주, 질서와 자유, 성장과 분배, 기득권 유지와 평등의 가치가 맞부딪히는 현실은 때로 타협 불가능한 선택지로 다가왔다. 역사를 한참 거슬러 올라가 병자호란 당시 결사항전이냐 항복이냐를 놓고 빚어진 김상헌과 최명길 간 대립이 그러했다. 누구의 논리가 더 옳았느냐, 역사는 결과를 말할 뿐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에 따라 다툴 뿐이다. 분명한 건 어느 쪽이 됐든 그 선택이 우리 삶의 변화를 강요한다는 점이다. 논쟁이 필요한 주요 국면마다 공공지식인은 세상의 기로를 정하는 선봉에 있다. 어떤 주장이 우리 공동체에 더 나은 방안이 될 지는 치우침 없는 집단지성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공공지식인이 참여하고 시민이 함께 하는 공론장 복원은 대결 일변도의 부끄러운 정치를 넘어 타협이 가능한 합리적 사회로 나아가는 대전제다. 쇠락한 ‘운동권’ 공론장…공공과 멀어진 학계·언론 이남희[이남희. 민중만들기: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재현의 정치학. 후마니타스, 2015. 1]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저항파 담론이 만개한 시기는 1980년대이다. 역사적 주체성 회복에 목마른 시기였으며 ‘민중’의 등장과 함께 지식인의 실천이 강조되었다. 반공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운동권을 중심으로 반미 정서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악마화되었던 북한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주체사상에 대한 관심 또한 운동권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남희는 1970~80년대에 운동권이 ‘대항 공론장’으로 기능했다고 개념화했다. 이들은 지식과 행동의 일치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고 조직의 연줄망을 공고히 하면서 사회 세력으로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대자보와 시위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획일적이고 순응적인 조직화에 갇힌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1986년 5월 22일 대학가에서 북한 방송 청취를 공공연하게 알린 수단이 대자보였다. 1987년 일반 직장인까지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한 민주화항쟁도 운동권의 실천과 정당성 확보에 기인했다. 대통령 직선제를 통한 민주화 실현이라는 국내 상황과 함께 옛 소련과 사회주의권의 몰락이 맞물리면서 대항 공론장으로서 운동권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1990년대 X세대의 등장 이후 대학가의 시위는 사라졌으며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 대표되는 시민활동가들은 민주노동당 등 의회에 진출한 진보 정당과 함께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진보 화두를 생산하는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시민사회는 명망가들의 앞다툰 정치권 편입 이후 공론장으로서 그 영향력 소진을 피할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요 명망가들의 도덕성 실추, 또 정책 구현의 한계를 드러내 보이면서 시민사회 전반이 위축되는 상황을 맞는다. 운동권의 쇠락은 대학의 활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앞선 송호근의 지적대로 지난 수십년 간에 걸쳐 학계의 사회적 자율성은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교수 평가제도, 대학 구조조정, BK21로 대표되는 국가주도의 연구기금 분배, 지식 매체의 변화 등이 그 배경이다. 언론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긍정적이지 못하다. ‘정론’을 추구하기보다 특정 이념 지향에 매몰되거나 상업주의를 앞세우는 포털뉴스 생태계 속에서 자율성을 상실한 채 제 역할을 찾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제대로 된 공론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실천 방안에 대해선 다들 고개를 떨군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공론장의 해법 찾기는 난망이다. 실천적 해법의 모색과 경과 진단이 새로울 건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고립된 지식인들을 어떻게 공공지식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가? 그러한 공론장은 어떻게 구성할 수 있으며, 시민의 사회적 관심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모두들 말로는 공론장 복원이나 학계의 제 역할 찾기를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데 그치는 현실을 목도해왔다. 우선은 공론장에 관련된 주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얘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나누고, 우리의 목표로 나아가려면 어떠한 협력이 필요한 지 개별적 진단을 넘어 종합적 대책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6월 22일 저녁 서울 인사동 코트에서 그 첫 포럼 행사를 열었다. 남기정 교수(서울대 일본연구소)는 외교 전문가 네트워크인 외교광장을 만드는 등 학계 내에서 소통과 현실 참여를 실천해온 한일관계 전문가다. 남 교수는 학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연구자가 참여에 주저하게 되는 실존적 고민을 토로했다.<한겨레> 서혜빈 기자는 신문사 내에서 논문을 대중적으로 소개하는 ‘초록학개론’ 서비스를 기획, 1년간 운영했다. 서 기자는 “학술노동의 성과물인 논문을 대중과 연결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저작물 공유를 뜻하는 ‘오픈 액세스(Open Access)’ 운동 확산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리 언론이 갖는 문제점, 특히 포털 저널리즘의 한계에 대해선 그간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와 비판을 해온 한림대 최영재 교수가 맡았다. 최 교수는 “포털이 탈맥락, 혐오의 확산 등 부정적 효과를 양산한다”며 “정책적 사고의 반대말이 포털적 사고”라 진단했다.  <북저널리즘>의 이연대 대표는 기성 언론의 한계를 넘어 호흡이 긴 출판의 영역과 저널리즘의 접목을 시도해온 실천의 과정과 이후 비전을 소개했다. 북저널리즘은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하여 기반을 확보해온 국내의 성공적인 뉴미디어 실천 사례로 꼽힌다. 빠띠는 촛불집회에서 경험한 다음 아고라의 역할에서 영감을 받아 시민 공론장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연수 이사가 그 실천의 과정, 또 앞으로의 비전을 소개했다. 빠띠는 다양한 사안에 대한 토론과 투표를 통한 결과 공유, 캠페인으로의 연결 등 디지털 공론장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공론장 포럼 행사 또한 빠띠의 공론장 플랫폼을 활용해 진행했다. 랩2050 윤형중 대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제 제기,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폭넓은 참여를 뒷받침하는 공론장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윤 대표는 ‘전세 사기’ 사건을 예로 들었다. “올해 들어 극단적 선택으로 인명 손실이 나타난 뒤에야 비로소 해법 논의로 이어졌는데 그 징후는 이미 2019년에 통계적으로 드러났다”며 공론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회 문제에 대한 연구, 관찰이 정책 논의와 긴밀하게 연결될 때 사고발생에 앞선 예방적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의 발제 이후 일반 참가자들이 6개 테이블로 나눠 앉아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 영역의 과제별로 분과 토론을 이어갔다. 여기에서도 우리 사회 공론장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성찰이 이뤄졌다. 김재경 랩2050 연구원은 “발제도 인상 깊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학계와 사회의 단절”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스스로 견지하는 입장,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교묘한 편집을 활용하고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잇따랐다. 한 참여자는 “규칙과 관행을 바꾸는 건 요원한 과제”라며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다루는 연구자와 언론,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안 공론장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연구자와 시민사회의 연대를 모색해보는 시도도 있었다. 지난 7월 20일 서울시 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랩2050과 사단법인 ‘시민'(이사장 양혁승), 지식공유 연구자의집(대표 최갑수),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이 뭉쳐 ‘연구+활동, 사례와 연대의 제안’ 포럼을 열었다. 주된 문제의식은 현실과 유리되어 존재 의의를 잃어가는 대학, 또 활력을 잃은 시민운동의 연결 고리를 복원하여 돌파구를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대안 설계: 공공지식인, 성찰하는 미디어, 시민 플랫폼 "저널리즘의 모순은 정과 반의 충돌로 인한 저널리즘의 물리적 상쇄보다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합성으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며 또 그럴 가능성이 대체로 높다고 우리는 믿는다. 언론자유에 대한 요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일종의 상쇄간섭이 아니라 오히려 정보와 소통의 신뢰라는 새로운 파동을 증폭시키는 일종의 보강간섭 효과를 산출하도록 하는 게 이 모순의 생산적 귀결을 지향하는 해법이다. 디지털 시대의 민주공화정에 걸맞은 새로운 정보질서를 위해 우리 언론학자와 정치, 그리고 시민 지향의 언론과 그것의 소외된 객체가 아닌 생산적 주체로서의 시민이 나서야 한다." <정준희, '언론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 멀리깊이, 2022, 293쪽> 확증편향의 물리적 상쇄 대신 소통과 신뢰의 파동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공지식인과 미디어, 플랫폼의 3주체가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우리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그 방법론의 모색이 남았다.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누구든 뉴스 등의 정보를 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시대다. 언론이나 전문가 이외에도 다수의 시민이 소셜미디어 등의 공론장에 참여한다. 특정 이념에 입각하여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나 주장을 일방적으로 퍼뜨리는 유튜버 등도 넘쳐난다. 문제는 일반 시민이 이들 주장의 진위를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다수가 이들에게 무비판적으로 경도되는 일도 다반사다. 공공지식인에게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라 할 것이다. 선동가들이 잠시 득세할 수 있어도 결국 합리적 이성의 작용에 의해 거짓이나 과장, 왜곡된 사실에 기초한 주장이 걸러질 것이라는 믿음이 민주주의의 기초다. 공공지식인이 되고자 능력과 의지를 갖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능력과 의지가 있다고 해서 공공지식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공공지식인의 생산물을 사회적 관심의 무대 위에 올려놓고 공론화를 담당해줄 미디어와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러한 미디어는 기성 언론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편집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뉴미디어 스타트업이나 기업일 수도 있다. 소셜 코리아는 전문가들의 공공지식 생산물을 기획 편집하여 발간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북저널리즘과 같은 매체도 다양한 지식인들의 출판과 콘텐츠들을 발굴하여 알리는 미디어라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내 연구자들이 모여 발행한 <한국에서 박사하기> 소책자(북저널리즘)가 학계와 시민사회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며, <서울리뷰오브북스>에 서평이 소개되는 등 공론화의 과정을 밟았다. 해외 유학파와 주요 명문대 졸업생을 뜻하는 SKY학파, 지잡대(그외 대학과 지방대 등을 통칭)로 계급화하는 학계 현실, '학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한국 대학원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하여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학계의 신진 연구자들이 직접 공론화에 나서는 시도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더 유능하고 쟁쟁한 유학파 교수들이 국내에 넘치는데 정작 대학원생들은 국내에서 학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유학이냐 취직이냐의 선택지에 봉착하게 된다. 어쩌면 어느 쪽도 학문의 길은 아닐 수 있다. 우리 고유의 인문학은 차치하더라도 제대로 된 사회과학을 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현실은 부차적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는 유학의 길이 학문의 발전을 위해 정말 여전히 중요한 커리어 수단이 되어야 하나? 대학원 사회에 진입한 새내기 지식인들에게 사회에 기여할 또 다른 길은 없는 것인가? 그런 의미에서 공공지식인의 역할을 수행할 플랫폼이나 새로운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성찰적 질문을 제기해본다. (연구+활동가 플랫폼의 필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만나지 않더라도 심도 깊은 성찰적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있다. 매우 특이한 현상은 정보통신기술의 강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이러한 디지털 공론장의 발달은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토론 활성화로 집권까지 성공한 스페인 포데모스 정당 등 사례) 국내에서 빠띠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민 공론장 플랫폼의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면 아직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공공지식인의 참여, 그리고 효율적인 플랫폼 조성의 단계에 이르지못한 것 아닌가, 발전의 J커브 국면에 진입할 때까지 조금 더 조건을 숙성시켜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구활동가, 대항 공론장 대체할 수 있을까? 산업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갈 길을 잃었다. 대항 공론장으로서 운동권, 시민사회의 몰락은 그 같은 우리 현주소를 드러내는 풍경들이다. 대항 공론장이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는 신진 세력이라는 주체의 성장과 함께 이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인 미디어 혹은 플랫폼의 등장이다. 기성 언론엔 많은 기대를 할 수 없어 보인다. 새로운 세대의 지혜와 참여, 실천을 모아낼 수 있는 대안 미디어, 그리고 이들이 현실 속에서 만나는 장이 과거 대자보와 시위를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 공론장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다들 선뜻 나서지 못하거나 국지적 실천에 그치는 현실은 이 프로젝트가 그만큼 쉽게 다가가기 힘든 난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난제이기에 더욱 실천에 나서는 이들의 합심이 중요하다. 새로운 세대의 직접 투자 열풍은 개인적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예술 작품이나 빌딩등의 투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조각투자 플랫폼의 출현과 성장을 낳는 배경이 됐다. 마찬가지로 열린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십시일반의 노력을 구체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난제를 다뤄 이를 토론하고 해결 방안의 지도를 만드는 '살롱 프로젝트'를 제안해 볼 수 있다. 난제의 목록을 만들고 기획하는 단위의 기획위원회가 우선 필요하다. 나아가 각각의 난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찾아 주장을 제기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공지식인의 발굴, 참여 설득의 작업 필요할 것이다. 학문 후발 세대의 참여를 통한 비판과 대안 제시 등 공론화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연구자, 활동가들을 엮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용자들의 편의성과 눈높이를 충족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그 주요한 수단이 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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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 언로의 자유
"지금 긴급심의에 올라가 있죠. 방심위 차원에서도 엄중제재를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는 방통위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그 때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 중 MBC 등을 대상으로 '엄중 제재' 방침을 밝혔다.   현행법상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사 프로그램 내용을 심의를 하거나 제재수위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 이는 형식상 민간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권한이다. 방통위는 이날 이동관 위원장의 발언을 "방통위는 제재처분을 해당 방송사에 통보하는 절차가 있다"고 정정했다.  지난 12일 방심위는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MBC·SBS·JTBC·YTN 5개 방송사에 대해 법정 제재를 전제로 하는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TV조선·채널A·MBN·연합뉴스TV도 같은 일자에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보도했지만 긴급심의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여권에서는 "사형감" "폐간"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의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향후 윤석열 정부 언론정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윤석열 정부 방송기관 인사교체가 눈에 띄는 이유 정치권력의 '언론 장악' 논란은 크게 공영방송 인적 교체와 제도적 권한의 남용에서 비롯된다. 지난 5월 30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임기 두 달을 남기고 해임된 이후 방통위, 방심위, KBS·MBC·EBS 공영방송 이사진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감사·수사기관이 등장해 방송기관을 들여다보고, 임기가 보장된 인사를 해임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 방통위 출범 이래 정권의 성향을 불문하고 반복되어 온 일이다. 때마다 방송정책에서, 특히 공영방송 지배구조에서 정치권의 입김(후견주의)을 배제해야 한다는 제도개선 요구가 일었지만 정치권은 외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윤석열 정부의 방송기관 인사교체에 일정 부분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여권이 "최선은 물론 차선도 아닌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도움이 되겠나"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당 7명, 야당 6명 추천으로 구성해 이사회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사장을 뽑는 민주당 발의 법안에 부정적 시각을 나타냈다. 해당 법안은 관행적으로 이뤄진 공영방송 이사회 정치권 추천 몫을 명문화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라는 목표와 거리가 먼 법안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 발언 이후 집권당인 민주당에서 개선안이 추진·처리되지는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방송기관 인사 교체는 '속도전' 측면에서 과거 정부와 궤를 달리한다. 무리한 속도전은 빈약한 법적근거 아래 추진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방통위 검사·감독 등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하는 일이 반복됐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해임과 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결정은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 속도전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의 해임에 관해 법원은 집행정지 가처분은 기각하고, 해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내려온 만큼 권태선 이사장의 업무 복귀는 이례적이다.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에게 해임 통보를 한 시점에 방문진은 감사원 감사를 받는 중이었고, 방통위 현장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법원은 권태선 이사장 해임사유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공영방송 이사의 임기는 관계법상 원칙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 후임 보궐이사로 김성근 전 MBC 방송인프라본부장을 임명하면서 현행법상 9인 체제 방문진은 10인 체제로 운영되는 법 위반 상태에 놓였다.  18일 법원이 김성근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 효력을 정지하면서 재차 방통위의 행정처분에 제동이 걸렸다. 이날 방통위는 야권 추천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을 의결했다. 김기중 이사의 해임사유는 권태선 이사장의 해임 사유와 유사하다. 김기중 이사는 곧바로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영방송 이사 해임 속도전은 내년 4월 총선 시간표와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수개월 전에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여권 우위로 재편해 KBS·MBC 사장을 교체하고, 방송환경을 여권에 유리하게 조성해둬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고 보는 분석이다. 권태선 이사장의 업무 복귀로 방문진 여소야대 구도가 유지되면서 내년 총선 이전에 권력이 MBC 사장을 교체하기는 어려워졌다. 반면 KBS 이사장 교체에 성공한 여권은 곧바로 김의철 KBS 사장 해임을 종결지었다. 김의철 사장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고 해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여권에서 '방송 정상화의 적임자'인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법적 부담(탄핵 등)을 덜어주기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상혁 위원장 해임 이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 방통위는 3개월 간 공영방송 이사 5인을 해임하고 방심위 정연주 위원장과 이광복 부위원장의 해임 근거가 된 회계검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23일 임기를 마친 김효재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이사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언론계에서 '김효재 언론재단 이사장 내정설'이 한 달여 전부터 돌았다.  인적 교체 과정에서 5인 독립협의체 방통위가 3인·2인 체제로 운영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해임하고 국회 본회의를 거쳐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의 임명을 5개월 넘게 미루면서 비정상적 방통위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효재 대행 체제에서는 여야 2대 1 구조로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현재 방통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임명한 이동관·이상인 위원 2인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방통위가 사실상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되고 있다.  이동관의 가짜뉴스 척결론, ‘언론’ 넘어 ‘언로’ 향할수도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인적교체는 막바지 수순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제도적 압박이다. 방통위는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몇몇 인용보도 방송사에 대한 '팩트체크 실태점검'에 착수했다. 방통위는 재허가·재승인을 거론하며 인용보도를 한 경위에 대해 자료를 제출하라고 방송사에 요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사실상 보도 검열"이라며 이동관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방통위의 이번 조치에 대한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짜뉴스'인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론관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실 문건으로 검증된다.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인은 'VIP(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으로 분류해 보고하고, 정부 비판적 보도는 '문제 보도'로 관리했다는 점에서 이동관 위원장은 왜곡된 언론관을 지녔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 여권의 '가짜뉴스' 공세 기준과 일맥상통한다.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보도 논란에서 허위사실이 무엇인지, 그 여파가 사회에 얼마만큼의 악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 여권과 검찰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프레임은 '윤석열 커피', '대선 개입' 등으로 작동하고 있다.  2022년 3월 6일 뉴스타파는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보도에서 '대장동 사건' 김만배 씨가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사건 주임 검사, 박영수 변호사(전 특검)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고 밝힌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뉴스타파 보도에서 김만배 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박OO(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라고 말했다. 검찰이 김만배의 말 중 '허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은 윤석열 중수2과장이 조우형과 대면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 '윤석열이 커피타줬다'가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실수사·수사무마 의혹이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은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과 연관돼 있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의 친인척 조우형 씨가 2009년 대장프로젝트금융투자(대장PFV)에 1155억 원의 불법 대출을 알선했다. 조우형 씨는 그 대가로 1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현재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우형 씨는 2014년 1월 경기경찰청 수사2계에 출석해  '대검 중수부에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된다. 조우형 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광범위한 계좌추적까지 실시하며 자신의 대장동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결론낸 만큼 자신의 결백이 입증됐다는 주장을 폈다. 이후 조우형 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 알선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았다.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금전거래는 언론 윤리상 용납될 수 없는 문제지만 이를 근거로 뉴스타파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뒤따른다.  더 큰 문제는 뉴스타파 보도를 고리로 한 방통위의 칼날이 방송사를 넘어 인터넷 매체,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인터넷 매체 가짜뉴스'를 제재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인터넷상 불법·유해정보(도박·마약·무기·음란·성매매 등)를 삭제·차단한다. 방통위는 지난 6일 "가짜뉴스 문제가 주요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며 "뉴스타파의 이른바 '허위 인터뷰 기사' 등 심각한 가짜뉴스 문제와 관련,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방송·통신 분야의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악의적 허위 정보를 방송통신망을 이용해 유포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가능한 '통합 심의법제'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합 심의법제'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방심위 통신소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방심위 통신소위는 제기된 민원 중 언론보도 관련 민원은 언론중재위원회로 보내는데, 이를 개선하겠다는 답변이다. 방심위원들을 통해 인터넷 매체의 기사가 삭제·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은 없기 때문에 국민들이 인터넷상에 게재한 정보도 '가짜뉴스'로 지목될 경우 심의와 삭제·차단이 이뤄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상 정해져 있는 불법정보 외에도 동법상 법 위반을 목적으로 한 부분들은 방심위가 심의를 일부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팩트체크 수준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인지 고민을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18일 방통위는 방심위 신속심의와 포털사업자 자율규제를 통해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패스트트랙' 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TF' 단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와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방심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이동관 위원장 아들 학교폭력 사건 공익제보자를 문제 삼은 TV조선 보도가 언론중재위를 통해 바로 잡혔다. TV조선은 오는 19일까지 "사실 확인 결과, 전경원 씨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 아들의 학폭 은폐 의혹 등을 처음 제보할 당시에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2015년 공익제보 당시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고, 2021년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으로 있으면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문구를 홈페이지·유튜브·포털 등에 게재해야 한다.  TV조선 보도 전후로 이동관 위원장과 국민의힘은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공익제보자를 깎아내렸다. TV조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점철됐지만 이와 관련해 방심위가 심의에 나섰다거나, 방통위가 재승인을 거론하며 실태점검에 착수했다거나, 여권이 “폐간”을 거론했다는 소식은 현재까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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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 그 언론만의 것이길
연이은 안타까운 선생님들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부터 최근 대전의 모 교사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졌다. 한 유명 웹툰 작가의 고소로 알려진 장애인 학급 교사의 이야기도 현재 진행 중이다. 서이초등학교에는 한동안 선생님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의 선생님들은 거리에 모여 교권 회복을 외쳤다. 그들의 목소리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였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외친 그날, 수 많은 선생님들은 서이초 교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걸음을 옮겼다. 교사였던 적은 없지만, 젊은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서이초등학교에 갔었다. 그 날은 비가왔다.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도 선생님들은 우산을 쓰고, 검은 옷을 입고 국화를 들고 서이초로 향했다. 교문 앞에서부터 울며 들어온 선생님과 입을 다문채 조용히 들어온 선생님들은 모두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때 목소리를 내지 못해서, 그때 이 문제를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 선배 교사로서 너무 미안하다는 메시지였다. 서이초등학교에 붙어 있던 선배 교사의 메시지 (사진 촬영 일자 23.07.22) 서이초등학교에 붙어 있던 누군가가 남긴 메시지 (사진 촬영 일자 23.07.22) 비 때문에 돌아가는 사람은 없었다. 비 속에서도 모이는 사람은 많았다. 수 많은 메시지와 선생님들 앞에 아무 말도 못하고 국화를 놓고 합장한 기억이 난다. 수 많은 메시지에서 서이초 선생님에게 악성 민원을 넣었다는 학부모들을 비난하는 글도 있었지만,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룬 메시지는 없었다. 애초 그런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구조를 바꾸는 게 더 나은 해결책이어서 그랬을 것 같다. 그런데, 어느 한 언론매체는 구조보다 고인 개인의 사생활을 다룬 기사를 냈다. [단독] 기사였다. 해당 기사에는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을 토대로 이미 극단 시도를 하려고 했다는 암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사람들은 분노했다. 고인 개인의 삶을 들춘 내용이었고, 죽음까지 내밀어진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관련 있는 내용이었다처도, 고인에 대한 윤리에 맞는지 지적 받아 마땅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해당 보도 윤리에 대해 지적한 건 개인들만이 아니었다.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 인권 센터는 유감을 표했다. 인권센터는 “(기사의 내용이) 어떻게 고인의 일기장을 압수했는지, 유가족 허락을 받았는지, 정신과 치료 기록은 어떻게 입수 했는지 언급이 빠졌다” 라며 “이는 고인의 사생활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은 물론 ‘자살보도윤리강령’에도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내용 보도에 대해 유족의 허락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유족으로 알려진 사촌 오빠의 블로그 글에는 해당 내용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A씨 유족은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언론 윤리강령 제 3, 4, 5, 6, 7조를 어겼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자협회가 말하는 윤리강령과 자살보도 윤리강령은 아래와 같다. 윤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할 도리를 말한다. 이러한 윤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할지 선택할 때 작용한다. 보도 윤리 강령이란, 언론사가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 할 때,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사안들이다. 언론 윤리 강령은, “언론이 공적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자유에 상응하는 책임과 윤리의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두”됐다. 또한, “윤리강령과 실천요강은 자율규제의 원칙에 따라 언론기관 또는 언론단체가 스스로 제정하여 스스로의 행동과 활동에 규제를 가하는 규범과 규칙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강령을 만드는 주체는 언론기관 또는 언론단체 스스로가 될 것은 당연하다.”* 물론, 이런 윤리강령을 무조건 따라야 되는 건 아니다. 실제 언론사 중에는 윤리 강령이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 듯 하다. 정확하게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모든 언론사의 윤리 강령을 확인해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윤리 강령 글의 애매모호함 때문에라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강제성 없는 애매함은 실천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십 수년 전에는 언론 취재 윤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취재 윤리 관련 포럼에서 한 교수는 “언론의 목적은 진실을 보도하는 것이지, 취재 윤리를 지키는 데에 있지 않다"며 "기자는 윤리 규정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론의 자유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 십 수년 전의 이야기인데도, 여전히 현실에서 발생하는 듯하다. 모든 언론이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 쿠키뉴스의 경우, 단독과 기획 기사는 기자의 실명과 함께 윤리강령과 보도준칙을 지켰다는 걸 명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장치들이 기자와 언론사 모두에게 자신들의 기사를 한 번 더 돌아보게 한다고 생각한다. 애매한 윤리를 따르기 어렵다면, 최소한의 보도준칙을 더욱 명확히 하고 보도 전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1980년 대 우리나라 언론에는 보도지침이 내려졌다. 정부에서 언론 통제를 위해 사용한 것들이다. 보도지침으로 인해 각 신문사의 헤드라인과 신문 구성이 동일한 경우도 있었다. 출판과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는 보도지침은 없어져야 마땅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파헤치고, 본질과 상관없는 문제를 들추는 언론이라면 마땅한 보도지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2023년에 새로운 보도지침을 만들어서 하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좋은 기자가, 좋은 시스템 안에서 강력한 규범과 윤리 지침의 통제 아래 훈련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언론의 정의는 다양할 것이다. 2021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는 “좋은 언론이란 강력한 규범 및 윤리 지침의 통제 아래 뉴스룸에서 실행되는 직업적 훈련과 판단의 결과다.”* 라고 말했다. 규범과 윤리 지침을 따르는 직업적 훈련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언론도 조금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처음 기자가 되어 수습 기자 신분일 때, 수습의 수'는 ‘닦을 수修'다. 그 ‘수'가 기자들 사이에서 말하는 ‘짐승 수獸'가 되지 않도록, 인간이 가지고 언론이 가지는 그 윤리란 것을 잘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훈련된 기자와 언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 한 언론사의 [단독]을 보며 추모에 갔던 그 날이 떠오른다. 내가 봤던 모든 사람의 추모하는 마음과 교사와 그 가족의 마음을 매장한 기사였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 [단독]을 보고 선생님의 죽음을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단독]이 붙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윤리가 없던 해당 보도가, 그 언론사 단독의 모습이길 바래본다.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다른 언론은, 그 윤리없는 [단독]에 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집논문] 국내외 언론윤리강령의 비교와 제언> (한병구/ 언론중재위원회, 1990) p.3~4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 (마리아 레사/ 북하우스/ 2022)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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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이 없다면, 지역은 어떻게 될까
1987년 민주화 운동이 있기 전, 각 언론사에는 보도지침이 내려졌다. 정부가 특정 사안 보도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보도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보도를 해야하는지 내려졌다. 언론은 이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몰랐다. 1980년 대 당시 내려왔다는 보도지침 출처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당시 정권이 보도지침을 만들면서까지 언론을 탄압했던 이유는 중앙 집권적 권력을 더욱 곤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언론은 시민의 눈과 귀였다. 신문에 담긴 기사로 소식을 접하던 당시엔, 이러한 통제가 중요했다. 지금처럼 SNS가 없던 시기였기에, 언론이 통제 당하면 시민의 눈과 귀가 막힌 것과 다름 없었다. 권력은 점점 중앙화됐고, 언론 역시 중앙지라고 부르는 것과 소수 광역 지역 일간지만 존재했다. 언론 통제를 해야 하는데, 신문이 많아지면 통제가 어려우니.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민주화운동과 함께 달라졌다.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뒤, 수 많은 지역 언론이 생겼다. 1988년 12월 1일에 ‘홍성신문'이 창간한 이후, 1996년까지 9년 간 전국적으로 600개 지역 신문이 생겼다. 소수의 신문이 아닌, 신문의 다양성이 갖춰진 것이다. 지역 신문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이끄는 게 지역언론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또한, 지역의 이슈를 공론화하고 지역사회의 감시와 견제, 지역 정보의 생산과 기록, 지역민과의 교류 및 연계, 공론장 형성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출처 : 청양신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지역신문 발전을 위한 지원계획 수립 연구(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지역종합일간지는 129개사, 지역종합주간지는 2021년 기준 575개사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많은 지역 신문이 있는지 몰랐다. 이렇게 많은 지역신문이 있음에도 잘 모르는 건, 우리나라 언론이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10대 일간지를 우리나라의 대표 신문사라고 한다. 10대 일간지에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문화일보가 있다. 벌어졌던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소위 <조국사태>라고 일컬어지는 일이 있었을 때 7개 일간지에 속하는 신문사들은 하루에도 10개씩 단독보도 했다. 포털이 ‘조국’ 두 글자로 도배되던 때였다.  해당 사태가 있었을 때, 한 사람에 대한 너무 많은 보도로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대한 내용은 전혀 볼 수 없던 게 기억난다.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도 중요했지만, 당시 보도들을 보면서, 중앙에서 하나에 사건에, 하나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를 한다면 그 안에 지역 이슈가 들어갈 틈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지역에 가면 그 지역 당일 신문을 읽는 편이다. 올해 2월에 찍은 사진. 지역신문의 이야기는 단순히 그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게 아니다. 지역의 이슈는 중앙으로 전달되어 알려지기도 한다. 또한, 지역신문은 해당 내용을 계속해서 추적해 알린다. 2007년 12월 7일에 발생한 삼성중공업의 태안바다 기름유출 사고 이후, 15년 동안 태안신문은 2,000건이 넘는 보도를 꾸준히 해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도 한번의 이슈화로 끝나면 그걸로 끝이다. 꾸준한 보도와 지적이 있어야 반면교사 삼으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이슈를 만들어 공론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지역의 이슈는 점점 쪼그라들어 소멸될지도 모른다. 지역민의 마지막 민원창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지역자치를 위해 탄생한 지역신문이 사라진다면, 그 지역의 이슈는 없고 중앙의 이슈로만 도배되어 버리는 일이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가 된다. 우려가 우려로 남고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중앙에 있는 시민으로서 지역 언론에 대해 말한다는 게 사실 부끄럽다. 지역에 갈때마다 지역 신문을 사서 읽는 것을 제외하고, 내가 지역 신문을 응원하는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역 신문의 위기가 비단 그 신문사만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역 신문의 위기는 지방 소멸과도 연관되고, 지역 이슈와도 연관되며 지방 자치에 대한 문제와도 연관된다.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 설킨 지역 신문의 위기를 이 글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부디 한 사람이라도 지역 신문의 문제가 모든 것과 연결되는 문제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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