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지역개발의 뻘밭이 된 새만금... 지역개발, 이대로 괜찮을까?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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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에 대한 담(談)을 풀어내고자 합니다. 약간의 농담과 함께.

새만금 토지이용계획도_ 전라북도청

지난달 29일, 새만금 위원회의 위원장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토교통부에 새만금 간척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는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습니다. 기존에 중앙부처에서 정한 새만금 예산이 6,626억 원에서 1,479억 원으로 약 78%가량 줄어든 것인데요. 이와 같은 정부의 조치들은 전라북도 지역사회와 정치권을 시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과 전북도, 지역 시민단체 등이 정부가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물으며 ‘예산보복’과 동시에 “새만금 죽이기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새만금에서 8월 1일부터 12일간(8일차 조기철수)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온갖 논란으로 점철되고, 새만금은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습니다. 국제적 망신은 차치하고 한국 행정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낸 것부터,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떠넘기는 모습에, 새만금 사업 자체의 취약성까지. 잼버리 사태 하나만으로 우리 사회 이면의 온갖 문제들이 극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예산안 논란을 보면 거기에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에서 진행되는 ‘한국식 지역개발’의 한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잼버리 파행에 붙여 어떤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실질적인 문제의 원인인 ‘한국식 지역개발’이 어떻게 소모되고 있는지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글 맨 아래에 새만금의 역사와 사업개요를 간략히 소개해뒀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잼버리 파행 이후의 정치 공방

이번에 삭감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새만금 간척지의 기초 인프라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대체로 공항/항만/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것에 쓰입니다. 전북도가 특히 정부 예산안에 반발하는 지점은 ‘새만금 국제공항’건설 예산의 89%가 삭감되어 내년 착공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특별히 SOC 예산이 깎인 이유가 바로 잼버리 파행과 관련한 정치적 책임전가 때문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출처 :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식 사이트

잼버리가 실패하고, 그 책임 공방에서 윤석열 정부는 쉽게 발을 빼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떠나서 부실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잼버리가 끝나자마자, 국민의힘은 ‘전북 책임론’을 들고나와 전라북도의 잼버리 파행 책임이 가장 크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지난 8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잼버리에는... 1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며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이 잼버리를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했다고 비난했습니다. 당초 SOC 예산을 노리고 잼버리 유치를 따낸 전라북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북 책임론’을 제기한 것입니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전북 책임론이 대두됨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는 곧바로 SOC예산을 삭감합니다. 이에 전북 지역사회는 이를 정부의 잘못을 전북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냐며, 곧장 반발에 나섰습니다. 김제시의회는 정부가 새만금 SOC예산을 삭감한 반면, 경북/울릉 공항과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은 늘렸다며 ‘전북 홀대론’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정치 공방 사태는 우리 사회에 실존하는 지역주의의 색채를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양당으로 갈리는 정치 지형은, 근현대 한국 발전사에서 ‘전라도’란 공간/사람/인식에 가해진 차별과 더불어 이와 연관된 영호남 지역주의를 원인으로 한 ‘현상’인데요. 잼버리 파행 이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역주의의 부활’을 언급했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호남 갈라치기’가 의심되는 발언을 했습니다. 전라북도는 지역 홀대론을 내세우고,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이런 논리라면 정부 비판은 국민 비하이고, 여가부 비판은 여성혐오인가”라며 전북 책임론을 지지했습니다. 정치 지형이 갈리는 현상이 잼버리를 기점으로 더욱 폭발한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런 싸움의 향방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떠나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책임 ‘회피’공방과 때아닌 지역주의의 대두로 정작 잼버리 실패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잼버리 파행과 같은 사건은 왜 일어난 것일까요?

 

😯언젠가는 생겼을 일? 지역개발 방식의 문제가 크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김동인 기자는 새만금 잼버리의 실패가 한국식 지역개발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말하며,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국제행사를 지렛대로 삼는 것은 2010년대 들어 반복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합니다. SOC 예산 확보를 위한 전북의 노력이 전국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주장인데요.

사실 지방정부가 정부지원을 노리고 행사를 개최한다는 주장이 최근에만 나온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자체가 “메가 이벤트” 개최가 정부의 도움으로 SOC를 싸게 건설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분석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2년 여수엑스포, 2018년 평창올림픽 등의 이벤트는 모두 그 혜택을 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박복재·문영수. 2015) 과연 그 지역들은 예산 욕심이 없었을까요? 의문입니다.

전라북도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 유치를 통해 새만금 신공항 및 기타 SOC 재원 확보를 기대했습니다. 이는 전라북도청 홈페이지에서 잼버리의 기대효과 중 하나로 ‘인프라 확충’ - “교통, 물류 중심지로 도약”을 적어둔 것만 봐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잼버리가 유례없는 실패를 기록했기에, 개발사업에만 매진하며 잼버리를 도구화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전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든 지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대규모 SOC 확충을 꾀할 수 없으니, 메가 이벤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는 것은 지역 입장에선 당연히 취해야 할 전략이기도 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부산 엑스포의 가덕도 신공항과 더불어, 지역에서 유치하려는 모든 대규모 개발 시도를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

‘시민건강연구소’“메가 이벤트 증후군mega-event syndrome”이란 개념을 소개하며, 지역관료·개발업자·경제성장주의자들의 불확실한 선전에 의해 이뤄진 메가 이벤트가 되려 국가와 지역사회에 상당한 재정적·환경적 부담을 준 사례로 새만금 잼버리를 지목했습니다. 또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한탕개발주의”를 지적하며 지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지상주의가 전국 모든 곳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거론했습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지방소멸 이슈로 인해 전국 지자체가 너 나 할 것 없이 대규모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판입니다. 근현대 개발독재 시기부터 내려오는 유구한 전통인 환경과 지역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그 추세 속에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건설이 시작된 지 32년 차에 다다른 엄청난 규모의 국책사업입니다. 그 과정에 숨어있는 지역주의, 대선마다 바뀌는 공약, 지역민의 숙원, 개발지상주의, 지역균형발전, 돈의 이해관계 등 너무나도 많은 이해관계가 섞여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을 해체하며 결국엔 여러 요인이 겹쳐 잼버리 파행이란 공으로 쏘아 올려졌습니다. 32년 동안 스스로 없애버린 갯벌 수렁이 개발이란 굴레 속에서 재현된 셈입니다.

여러 문제가 섞여 있는 만큼, 그 수렁은 너무나도 깊어 보입니다. 예산안 삭감으로 번진 정치 공방은 서로 간의 책임 회피만을 그리며 이 굴레를 의도적으로 회피합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또 다른 개발은 계속되고 있고, 메가 이벤트 유치전을 벌어지며, 새만금 갯벌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난한 정치 싸움에서 벗어나, 정말 지역과 사회를 위한 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이뤄져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개발사업이 정말 타당한지, 제대로 논의해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역개발에 대해 보다 더 진중한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지역개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새만금 개요]

사업명

‘새만금간척공사종합개발사업’ (국책사업)

위치

전라북도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일원

규모

409㎢(토지조성 291㎢, 담수호 118㎢) *세계 최장 방조제 : 33.9㎢

사업비

22.79조원(국비 12.14, 지방비 0.95, 민자 9.7)

토지이용계획

1권역(산업·연구용지) 26%

2권역(복합개발용지) 21%

3권역(관광·레저용지) 11%

4권역(배후도시용지) 3%

농생명권역 36%

기타 3%


[새만금 역사]

1987년 노태우 후보 새만금 간척사업 대선 공약

1989년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 발표 (농지 100%)

1991년 11월 28일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기공식이 열림.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단체의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이 시작됨.

2003년 6월 환경/시민단체 ‘새만금간척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2004년 1월 서울고등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을 뒤집음. 공사 재개됨.

2006년 4월 21일 물막이 공사 끝

2007년 노무현 정부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100%에서 농업72%/산업28%로 변경.

2008년 이명박 정부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계획 발표

2010년 새만금 땅 용도를 농업 30%/산업70%로 변경.

2010년 4월 새만금 방조제 전 구간 완공(공사 시작 19년만)

2012년 새만금특별법 제정

2013년 새만금개발청 개청

2017년 8월 박근혜 정부 2023세계 잼버리 대회 새만금 유치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2019년 새만금 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2020년 스마트그린산단 비전선포, 수변도시 착공, 육상태양광 착공

  • 새만금 사업 2020년까지 총사업비 22조7900억원 가운데 8조4400억원(37.0%)만 투입됨.

2023년 6월 21일 영화 ‘수라’ 개봉

2023년 8월 1일 ~ 12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에서 개최. 준비 미흡, 폭염 및 태풍 ‘카논’ 여파, 부실운영 등의 문제로 파행.

2023년 8월 29일 한덕수 국무총리 새만금 개발 전면 재검토 지시

2023년 8월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중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대폭 삭감.

 

[참고자료]

새만금개발청

전라북도청 

시작되지 말았어야 할 새만금의 역사_ 한겨레 21. 2023.08.24 

1991~2023 새만금 역사 32년 몰아보기_ KBS 뉴스 전북 유튜브. 2023.01.22 

박복재 and 문영수 (2015). 메가 이벤트 개최 전후 개최지역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동태적 분석. 통상정보연구, 17( 1), 289-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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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부지는 농지입니다.
여하튼 새만금개발은 훗날 분명한 쓰임새가 있을거라고 봐요. 단순하게 태양광만. 깔고 그리드만 갖춰도 석탄화력발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새만금 간척은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잼버리는 그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새만금은 자연과 지역의 이슈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는데요. 보니까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서 방향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잼버리가 한참 이슈화되다가 결국은 대안 모색 없이 조용히 넘어갔네요. 실패를 똑바로 마주하고 다시는 관련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개발이 답이 아닌데.. 인간들의 이익다툼으로 고초를 겪고 있는 새만금 지역이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