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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계약기간은 절대 12개월을 넘지 않아요
계약기간은 절대 12개월을 넘지 않아요 (2023-11-06) 문세경 | 사회복지사·‘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 에너지 서울 동행단’ 사업에 참여한 문세경씨가 취약계층 집을 방문해 현관문에 방풍재를 붙이는 창호 시공을 하고 있다. 필자 제공 “이 일이 연장되면 또 하실 생각 있으세요?”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내게 물었다. 지금 하는 일은 서울시 공공일자리인 ‘에너지 서울 동행단’ 사업이다. 여름철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한 홍보와 캠페인을 하고 가을과 겨울철에는 취약계층의 노후 주택에 창호 시공을 해주는 일로, 6월1일 시작해 12월20일 끝난다. 내년에도 이어서 할 모양이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시공 일이라 힘들다. 계속할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광고 연말이 다가오면 우울하다. 내년에도 일할 수 있을까? 한다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나는 사회복지를 전공했지만, 경증의 청각장애가 있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 초등학교 5년 때 갑자기 청력이 나빠졌다. 보청기를 끼려 해도 나의 청력에 맞는 보청기를 찾지 못해 안 하고 있다. 학부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보니 차별받는 장애인이 너무 많았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삶을 지속하기 어렵게 한다.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고, 건물 구조를 바꾸고, 장애인을 가두는 시설을 없애야 했다. 장애인운동판에 뛰어들었다. 활동가로 살다가 장애인 문제를 더 공부하고 싶어 석사과정을 밟았다. 공부 마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느라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다. 광고 광고 생계를 위해 사회복지 쪽 직업을 찾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잘 듣지 못하는 나를 써주는 곳은 ‘장애인 우대’라는 조건을 단 곳이다. 주로 공공기관에서 이런 단서를 단다.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지켜야 하니까. 서울시 일자리 포털에서 채용공고를 본다. 이력서를 백번도 넘게 넣었다. 서류 100% 합격, 면접 100% 불합격이다. 2009년 1월, 지인이 만든 쪽방촌 공동체인 ‘동자동사랑방’에서 사회복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2년간 사무국장으로 일했다. 직책은 사무국장이지만 그냥 활동가였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활동비를 받고 일했기에 생활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부족한 생활비를 메꿨다. 그 일도 오래 하지 못했다.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이 내가 말을 잘 못 듣는다며 교체를 원했다. 요양보호센터장은 어르신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잘렸다. 광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계를 위한 일을 찾았다. 서울시 뉴딜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 지역아동센터에 파견돼 아이들 독서를 지도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계약 종료일은 12월31일이다. 연말이면 계약이 종료되고 연초엔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불안한 노동자로 산 지 십년이 돼 간다. 2015년에는 뉴딜일자리 아동독서멘토링 지도(10개월)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2019년에는 수도사업소 수질검사원으로(8개월), 2020년엔 여성인력개발센터 홍보마케터로(10개월), 2022년엔 50플러스센터 중장년 인턴으로(6개월), 국립공원공단사무소 직원 식당 조리원으로(3개월) 일했다. 2023년 현재 7개월짜리 공공일자리는 계약 종료까지 한달 반 남았다. 수도사업소와 국립공원공단을 빼고 나머지는 계약자(서울시)와 실제 일하는 곳이 다른 파견직이었다. 계약기간은 평균 8개월이다. 12개월은 절대 넘지 않았다. 12개월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2023년 10월20일 오전 8시, 삼각지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촉구 기자회견이 있습니다. 많이 참여해주세요.” 광고 며칠 전 아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온 문자다. 30년 전 함께 활동했던 장애인 동지들은 아직도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출근길이 지체된다는 시민들의 온갖 비난을 받으며 말이다. 2007년 3월, 지난한 투쟁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다. 이 자리를 빌려 법을 만들기 위해 싸워 온 수많은 동지에게 경의를 표한다. 법이 제정된 지 1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냉혹하다. 20년째 이동권 보장을 외치며 목숨 건 투쟁을 해도 완전한 이동의 자유는 오지 않았다. 그런 사회에 청각장애인의 일자리, 그것도 전공 관련 일자리 내놓으라는 나의 요구는 공허한 메아리 같다. 고령화 사회니 정년이 65살이라고 치자, 나에게 남은 노동 가능 기한은 십이년이다. 십이년 동안 근로 시작과 근로 종료를 몇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내년에도 내가 일할 곳은 있을까?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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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내 생일 4월 16일,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10년 전 세월호 참사로 바뀐 결말 벌써 10년 전이다. 당시 대학생들은 직장인이 됐다. 벌서 선임, 대리, 과장을 단 사람도 있다. ‘무명(가명)’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학생은 불합리한 사회를 바꿔보겠다며 기자가 됐다. 자신의 무기라고 생각한 글로 뾰족한 세상, 둥글게 깍아 보겠다 다짐했다. 그 다짐을 계속 다듬으며 어느새 선배 소리를 듣는 기자가 됐다. 소설을 좋아했던 무명은 자신이 읽은 소설을 각색해 자신만의 작품으로 만들곤 했다. 같은 배경의 주인공이 다른 사건을 마주치며 다른 결말을 맞게 했다. 이유를 묻자 “작가의 결말이 너무 후져보였다.”라며 “작품 주인공에겐 내가 생각한 사건과 결말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무명의 노트는 단편소설로 채워졌다. 자연스레 소설가를 꿈꿨고, 국문학을 전공했다. 한글로 쓰인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무명의 말로 “멍청한 생각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소설가를 꿈꿨던 대학생이, 세월호 참사 후 기자가 된 이야기다. 인생도 소설이라면, 무명에게 세월호는 예정된 결말을 바꾸는 사건이었다. “책 안 팔려서 전전긍긍하고, 이야기가 안 풀려 머리 뜯다가 탈모로 울 줄 알았다.”던 무명은 전혀 다른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내 주변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질문하는 즐거움은 기자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세월호 참사로 삶의 경로를 바꾼, 무명과의 인터뷰다. Q. 본명을 말할 수 있을지 못 한다. (웃음). 나 기자다. 외부에 이름 내놓고 글 쓰는 사람이다. 물론 사람들은 이름보다 매체를 보겠지만. 내 이름 넣었다가, 혹시라도 선/후배가 보면 어쩌냐. 나인 거 알면 “이거 선배 아니예요? 이거 너 아니냐?”라고 물어볼텐데. 창피하다. 안 된다. 참아달라. (웃음) Q. 알겠다. 그럼 사진은 가능할지? 이름을 가리는데, 얼굴을 까라고? (웃음) 유재석이 유두래곤으로 나온다고, 유두래곤인 게 아니다. 비가 비룡으로 나온다고 비가 아닌 게 아니다. 이효리가 린다G로 나온다고 이효리가 아닌 게 아니다. 이름 바꿔도 가수 후배들은 뛰어와서 90도로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인사할 것이다. (웃음). 얼굴 나오면 난 진짜 끝장이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초등학교 동창도 알아볼 거다. “어? 걔다.” 이러면서. Q. 인터뷰를 너무 과대평가 하는 거 아닌지? 그건 모르는 거다. 어느 매체에 올라가든 글은 확산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도 공유되지 않냐. 설령 그 커뮤니티 안에서 돌고 돈다고 해도, 공개된 글은 공유된다. 그 수가 많냐 적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게 발목을 안 잡으려면 좋은 글을 써야 하는 거고, 정신차리고 써야한다.  요즘 정치 뉴스를 봐라, 정치인들 공천하는데 10년 전에 SNS에 쓴 글 때문에 잘리지 않나. 과거 발언으로 잘리기도 하고. 이 인터뷰도 무시 못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름이랑 얼굴 안 내보내는 거다. (웃음). 그냥 무명이라고 하자. 이름없고, 얼굴없는 기자. Ⓒ한량 Q. 기자로서 요즘 가장 중대한 사안은 뭔가. 기자면 세상사에 궁금증이 기본 아닌가. 궁금해야 질문도 할 수 있는 거고. 그게 기본이면 난 기본이 안 됐다. (웃음). 일적으로는 출입처 사안이 가장 중요하다. 재미없는 사안들이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건, 요즘 기업들 주주총회 시즌이다. 관심있는 기업이 몇 군데 있어서 주총 결과를 보고 있다. 정부에서 벨류업 프로그램 내놓는다고 하는데, 실효성이 있을지도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누가 후보가 되는지와 어떤 정책을 내놓는지 등이다. 그런데 서로 비방하는 모습밖에 없어서 보기가 싫다. 기사 쓰는 사람은 신났을 거다. 제목 달기 좋은 말을 정치인들이 쏟아 내니까. 의대 증원도 중요한 이슈고. 하지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다가오는 내 생일이다. Q. 생일은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인가? 그렇다. (웃음). 사실 제일 중요한 내용아닌가? 오늘 인터뷰에서? (웃음). 4월 16일, 내 생일이다. 그리고 세월호 10주기다. 벌써 10년이다. 시간이 빠르다. Q. 10년 전 생일에 뭘 했는지 기억하는지. 기억한다. 생일이라 신났었다. 학교도 안갔다. (웃음). 생일을 학교에서 보내기 싫었다.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그걸 기다리며 집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봤다. 채널을 무심코 넘기는데, 채널마다 배가 누워있었다. 원래 뉴스를 잘 안봤는데, 유독 그날은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예능이 재미없어서 그랬을 거다. 넷플릭스도 없고, 유튜브도 활성화되지 않던 때였다. 그래서 본 뉴스 자막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세월호, 진도 팽목항 앞 바다에서 침몰 중' 무슨 말인가 싶어 뉴스를 계속 봤다.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배가 침몰하고 있다. 앞선 전원 구조는 오보다. 배 안에 사람들이 있다.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가다가 사고가 났다. 내 기억에 그날 모든 뉴스는 세월호로 도배됐다.  일면식도 없고, 가본 적도 없는 안산, 처음 들어본 단원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이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결국 친구들에게 연락해 약속을 취소했다. 즐길 기분이 아니었다. Q.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모든 프로그램이 세월호 참사 고통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었다. 예능에서는 검은 옷에 노란 리본을 달며 무사 귀환을 바란다고 하기도 했고, 일부 예능은 정규 편성을 취소했었다. 생일의 연장선으로 답하면 “내가 즐거워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생일 약속도 취소 했었다. 친구들한테 들어보니 학교 교수님들도 수업 시간에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혹시나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까봐 알려준다’ 라면서. 또 질문처럼 예능 방송도 결방했었다. 당시 대학교 축제도 모두 취소하는 분위기였고, 기업들도 행사를 취소하거나, 규모를 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에도 참사가 많았지만, 세월호가 오래도록 기억되는 건 당시 이런 사회 분위기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 활동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참사 이후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런 목소리에 내 힘을 보태고 싶었다.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 운동에 서명해 달라고 해서 해주고, 노란 리본 제작이랑 나눔 봉사 활동을 하고, 기부하기도 했다. 대학교에서도 노란 리본을 만들어서 나눠주기도 하고, 직접 서명을 받기도 했다. 힘 없는 대학생이지만, 없는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당시 세월호 진실규명 활동에 후원 요청서 글을 쓴 적이 있다. 자발적이었다.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기부할 수 있는 돈은 한정적이었다. 진실규명 활동 후원 요청 글을 쓰고 학교 선/후배에게 돌렸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Q. 성과가 있었나? 큰 성과는 없었다. 여기서 성과란 실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이 줄어들고, 유족의 외침과 바람이 이루어졌는가다. 이루어졌다면 내 활동도 성과라고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었다. 슬픔이 줄지도, 유족의 외침과 바람이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그런 활동이라도 있었기에, 이정도까지 온 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효과 자체는 미미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는 변화가 있었다. 소설가를 접고, 기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Q. 기자가 돼야겠다 생각한 이유는 소설을 계속 쓰는데 상복이 없었다. 지원하는 문학상마다 떨어졌다. (웃음) 그때부터 “아, 내 글이 소설용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책 안 팔려서 전전긍긍하고, 이야기가 안 풀려 머리 뜯다가 탈모로 울 줄 알았는데, 그럴 수 조차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런 생각을 할 즈음, 세월호 활동이 겹쳤다. 앞서 말한 후원 요청 글을 쓴 것이다. 소설을 쓰면 매번 보여드리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그때도 글을 보여드렸다. 피드백 좀 달라고. 그걸 보고 교수님이 “기자를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이유를 물으니, “넌 인간 감정 묘사로 설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사실에 기반해 행간에 힘을 주고, 짧게 치고 가는 스타일이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악필은 누구나 읽기 싫어 한다. 쓰는 사람도 읽기 싫어 한다. 명필이 읽기도 좋다. 명필을 쓸 줄 아는데, 왜 악필을 고집하냐. 손에 안 맞는 글 쓰지 말고, 손에 맞는 글을 써라.”라고 하셨다. Q. 갑자기 혼난 것 같다. 애정이 있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 애정이야 있었겠지만, 난 당시 기분 나빴다. “내 글이 그정도로 쓰레기라고?”. 그 말 듣고 화장실 가서 울었다. (웃음). 난 정말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네가 쓰면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 거니까 쓰지 말라는 거 아니냐. (웃음). 진짜 분해서 울었다. 입상이라도 했으면, 반박이라도 하지. 그런 것도 아니었으니까 정말 분했다. 기자를 하라는 말과 함께, 세월호 글에도 피드백 주셨다. 글을 수정해서 선후배들에게 나눠줬다. 버려도 되는데, 읽어만 달라면서 줬다. 성과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 글을 보고 기부했다는 선후배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내 글이 성과를 낸 순간이었다. 내 글 때문인지, 내가 아는 사람이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바라던 일을 내 글로 할 수 있던 게 기뻤다. 그때부터 더 열심히 써서 나눠줬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기자에 대한 생각이 피어난 것 같다. 내 글로 정말, 세상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슬픔을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내 글로 누군가가 슬퍼하고 있음을 세상에 알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세상이 바뀌지 않을까, 불합리한 사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기자가 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정에 없던 사건과 변화였다.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내가 후원 요청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교수에게 찾아가서 피드백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교수가 기자를 하라고도 안 했을 거고. 무엇보다 내 글로 무언가 변화가 만들어지는 경험을 못 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내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고, 내가 예정했던 삶을 바꿨다. Q. 기자가 돼서 그때 뜻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지 쉽지 않다. (웃음). 원래 세상에 쉬운 건 없다. 쓰고 싶은 것만 쓰려면 블로거를 해야 한다. 기자는 지면에 쓴다. 지면은 언론사 공간이지, 내 공간이 아니다. 내가 쓰고 싶은 걸 허락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수습 기자 때의 다짐은 늘 기억하고 있다. Q. 다짐이 뭐였는지? “모진 세상 연필깍이 삼아서, 뾰족한 글을 쓰겠다.”였다. 그렇게 글로 모진 부분을 하나씩 깍으며 둥글게 만들고 싶었다. 물론 연필은 늘 부러진다. 아마 계속 부러질거다. 그래도 부러지면 깎으면 된다. 그런 생각으로, 잘 못지 킬 때가 너무나도 많지만, 기자 생활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일이 다가오면, 그때 다짐을 더욱 기억하자고 생각한다. Q. 생일이어서 물어보지만, 세월호 이후 생일을 맞이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나? 몇 년간은 생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생일보다는 세월호가 더 컸다. 생일보다는 누군가의 기일이었다. 그런데, 사실 누군가의 생일은 항상 누군가의 기일이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상을 떠난 건, 세월호에 있던 사람만이 아니다. 거리에서, 병원에서, 가정에서 사고로, 병으로, 혹은 스스로 눈을 감는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지금도 누군가는 병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억울한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니다. 언론에 나오지 않는 사고가 많다. 그 안에 다친 사람과 장애를 입는 사람도 많다. 그 모든 것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자식이 태어나는 날 부모는 세상을 가진 것 같다고 느낀다고 한다. 그런 소중한 날이 죄책감으로 물들어선 안 된다. 유족도 그걸 바라진 않을 거다. 기뻐할 건 기뻐하고, 기억할 건 기억하면 된다. Q. 사람들이 세월호를 기억하자고 한다. 어떻게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고 자체만 기억해선 안 된다. 우리에게 참사가 있었다, 그 참사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이 304명이다, 구조 과정에서도 순직한 분들이 있다, 참사가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했다, 진도 팽목항에서 배가 좌초됐다, 이건 기억이 아니다. 사건 기록이지.  이걸 기억이라고 하는 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머리에 있다고해서 기억이 되는 건 아니다. 참사로 기억해야 하는 건, 그때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고, 또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개개인이 바뀌어야 사회가 바뀐다. 10주기에는 10년 전 내가 세월호 참사에서 느낀 게 무엇이고,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 돌아보고 그 감정과 다짐대로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세월호를 통해 기억해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 질문으로 이번 생일은 뭘 할 건지 아직 계획은 없다. 파티를 하진 않을 거다. (웃음) 그래도 즐기면서 보낼 거다. 내 생일 4월 16일이 누군가에겐 슬픈 날이지만, 내게는 소중한 날이다. 내가 태어난 날이자, 지금의 내 모습이 있게 해 준 날이다. 아까 답변한 대로 기뻐할 건 기뻐해야 한다. 내 생일 4월 16일을 나는 슬퍼하지 않는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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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흥하면 모두 잘 살게 되나요?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3월 셋째 주 by. 🤖아침 1. EU AI법, ‘글로벌 표준’과 국경의 문제 유럽의회에서 인공지능법안(AI Act, EU AI법)이 4년여의 여정 끝에 가결되었습니다. 해당 법안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되어 2026년 전면 시행 예정입니다. EU AI법의 골자는 '위험 기반 접근'으로, AI 시스템 위험도를 4등급으로 나누어 허용하거나 금지할 대상/범위를 지정하는 것입니다. (작년에 뉴스레터에서 요약정리한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 European Union 2013 - European Parliament. EU 측은 이번 법안 통과를 업계 로비에 대한 민주주의 절차의 승리라고 자평하는데요. 시민사회에서는 AI 업계의 입김으로 예외 조항이 과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럽 시민단체 연합 '감시 말고 보호하라' (#ProtectNotSurveil)는 특히 이민 관련 예외조항을 강력하게 비판합니다. 다른 영역에서 허용되지 않는 기술(위험 예측, 감정 인식 등)이 출입국 맥락에서 허용됨에 따라 취약한 이민자 및 소수인종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고, 치안/안보 관련 기술에 투명성 의무 예외가 적용되어 공권력의 기술 남용에 대한 견제나 이의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유럽에서 금지된 기술을 EU 밖(예컨대 중국이나 이스라엘)으로 수출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이 없다는 점도 비판 대상입니다. 이번 법안 통과로 AI 규제에 관한 글로벌 표준을 제시했다는 유럽. 하지만 '글로벌 표준'도 당신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셈입니다. 더 읽어보기 정보인권연구소의 EU AI법 합의안 분석 2. AI에 세금을 투입하면 돈값을 할까? 미국 AI Now 연구소에서 미국, 유럽, 인도, 남아공, UAE 등 각국의 AI 산업 정책에 관한 비평적 에세이를 모은 자료집 <AI 국가주의(들)>을 발간했습니다. 현재 추진되는 정책들은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실제로는 사기업 권력을 강화한다는 경고와 함께, 묵직한 질문을 여럿 던집니다. 수많은 영역에서 정부 지출이 축소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AI 관련 지출만큼은 활발한데요. 과연 그러한 지출의 기회비용은 얼마나 정당화될 수 있냐는 것입니다. 공교육에 AI를 도입하는 것이, 무상급식이나 보육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AI 기반 기후 모델링이 가져오는 개선효과가, 모델 구축에 소모되는 에너지, 냉각수와 그로 인한 기후위기 악화보다 클까요? 의료 AI 투자 대비 간호/간병 투자는요? AI 산업에 막대한 공공자금이 투입되지만 정작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는 드물고, 전문가 역할을 하는 것은 대개 정부와 AI 업계 종사자입니다. Photo by Gabriel Meinert on Unsplash 보고서는 "더더욱 큰 규모의 AI가 그 자체로 공익적이라는 명제를 마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대신, AI로 인한 이익과 피해가 각각 누구에게 몰리는지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내에서도 유통되는 [AI 주권 = 거대 모델 = 국익]이라는 내러티브를 염두에 두고 읽어볼 만해 보입니다. 3. 오픈AI를 곤란하게 하는 학습데이터 생성 AI 서비스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이자 아직 법적 회색지대로 남아있는 영역, 학습데이터인데요. 지난주에 흥미롭게 본 두 가지 소식을 공유합니다.둘 다 오픈AI가 등장합니다. 💭 오픈AI는 최근 동영상 생성 모델 '소라' 데모를 공개하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지난 13일에는 CTO 미라 무라티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를 하며 올해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알렸는데요. 이 인터뷰가 영미권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긍정적인 방향만은 아니었습니다. 학습데이터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동영상이 포함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무라티는 머뭇거리며 "모른다"고 답했고, 이 장면이 바이럴하게 퍼진 것입니다. 현재 가장 유명한 AI 기업 CTO의 입에서, 차기 간판 서비스의 제작 방식을 '모른다'는 발언이 나오는 건 특이합니다. 정말 몰랐을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보는 쪽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 뉴욕타임스발 소송에 대한 오픈AI 입장문, 기억하시나요. 이번엔 뉴욕타임스가 오픈AI 측의 기각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문을 제출했습니다. 목차부터 매운맛인데, 첫 두 절의 제목이 각각 "뉴욕타임스의 입지와 사업모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에 기반함"과 "오픈AI의 입지와 사업모델은 대규모 저작권 침해에 기반함"입니다. 언론사가 쌓아온 백년 어치의 저작물을 유용하여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입니다. 한편 여러 LLM에 책 내용을 인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실험 결과 GPT-4가 유독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원문을 잘 재현했다는 연구를 공개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재판의 귀추는 두고 봐야겠지만, AI 업계에 학습데이터 문제가 계속 중요하게 작용할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행될 EU 인공지능법안에서도 생성 AI 모델 개발업체에게 투명성 차원에서 학습데이터 개요 제공을 의무적으로 요구합니다. 생성 AI 업계의 데이터 활용 방식에 관한 문제제기가 현재처럼 공론화되고 있는 데에는 대형 콘텐츠 플랫폼이나 언론사뿐만 아니라 각종 분야의 창작자와 이들에 연대하는 활동가, 관련 연구자의 노력이 모인 결과이기도 합니다. 전자처럼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할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창작자들은 과연,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더 읽어보기 AI가 당신의 글을 좋은 데 쓸 거예요. (2024-01-31) 생성 AI와 저작권, 정산은 본질이 아니다 (2023-07-10)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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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1) )에서 이어집니다. #2. 부트캠프를 애자일 방식으로 개발하기 위와 같은 계기를 통해 ‘연구자 부트캠프를 만들자’라고 했지만, 3년차 스타트업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연구자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바닥에서부터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희 또한 Beta과정까지 포함하면 5개의 기수가 졸업한 후에야 어느 정도 프로그램이 안정화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보다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리뉴얼 또한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가 어떠한 방식으로 개발되게 되었는지를 설명드린다면 연구자 부트캠프의 구성과 취지가 보다 잘 이해되시지 않을까 하여 간략하게 그 과정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0. 시작 :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연구탐사대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아닌 ‘연구산악대’라고 불리는 논문리뷰 커뮤니티 서비스였습니다. 일주일에 1편씩 논문을 읽고 리뷰하면서 연구지도를 완성해나가는 챌린지형 프로그램이었죠. 이 당시에는 가장 작은 단위로서 ‘일주일에 1편의 논문을 찾아 읽고 템플릿에 맞춰서 논문 리뷰하기’가 주요 미션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총 500 여명의 대원들이 1030여편의 논문들을 리뷰했었습니다. 논문리뷰라는 활동은 개개인에게 있어 논문을 찾고 논문의 지식을 습득하고 기록으로 정리하기에는 가볍고 효과적인 활동이었지만, 말 그대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는 ‘연구’라는 과정에 있어서는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 이 ‘논문리뷰’라는 과정을 시작으로 저희는 ‘논문읽기’가 아닌 ‘논문쓰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기본적으로 참고해야 했던 커리큘럼은 당연히 ‘대학원’ 커리큘럼 이었습니다. 대학원이야말로 논문을 쓰고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자들을 길러내는 기관이었으니깐요. 하지만 실제 대학원 커리큘럼을 살펴보면서 저희는 대학원의 커리큘럼이 대부분 ‘학과의 핵심지식’을 습득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연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 연구실별로 도제식 활동을 통해 함께 논문을 써보는 과정으로 훈련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다할 표준화된 연구훈련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죠. 특히 학과별, 교수님별로 그 편차 또한 컸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2022년 발간한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라는 보고서에서는 국내 대학원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국내 인문사회분야 박사양성모델의 정립’을 들고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어떠한 소양을 갖춘 연구자를 길러내고자 하는지’에 대한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커리큘럼 또한 방향을 잃고 석사과정의 연장선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실에서 도제식으로 배우게 되는 연구 또한 한정된 개인의 연구습관을 모사하는 방식으로 훈련되다보니 연구방법론이나 연구주제 등에 대해서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갖던 중,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전체를 해킹하자’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여러 모양과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지만 결국 연구자들이 생산해내는 지식의 형태는 ‘논문’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고, 논문이 요구하는 형식들을 맞추기 위해서 연구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룰’이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 연구방법론과 관련된 여러 책과 지식들에서 이에 대한 학술적 배경들이 나와 있었고, 이를 조합할 때에 저희는 ‘논문 쓰는 과정 자체에 대한 표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결론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개발이 시작되었죠. P.S. 저희가 프로그램을 개발할 당시, 연구를 ‘계획’하는 단계까지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구축 가능하고 그것이 큰 의미를 가지지만, 이후 연구를 계획해서 수행하는 단계로 들어오면 연구질문에 따라 데이터, 방법론, 계획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연구계획’을 수립하는 부트캠프를 먼저 구성하였고, 그럼에도 자신의 주제에 대한 진심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데이터와 방법론을 선택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후속 프로그램도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1. Beta : 연구자 부트캠프, 가능할까? 저희는 당시 연구산악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원들 중 연구원정 과정에 참여하기 희망하는 대원들을 모집하였고 총 12명의 대원들이 부트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A과정과 B과정으로 나뉘어진 프로그램에서 A과정에서는 연구주제 찾기와 선행연구 학습을 중심으로 연구질문을 만드는 과정을, B과정에서는 양적, 질적 방법론들을 배우고 이를 중심으로 연구계획을 완성하는 과정을 구성하였습니다. 매주 2회의 시간마다 온라인을 통해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주차별로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서 이를 공유하면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Beta 과정에서 저희의 화두는 결국 ‘연구자 부트캠프가 정말 실현가능한가’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연구주제찾기부터 선행연구분석, 연구계획까지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성하였지만 이것을 연구배경이 전혀 없는 대원들이 어느 정도까지 습득해서 어느 수준까지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가는 실제로 테스트를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었고, 그에 따라 Beta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많은 부분에서의 수정이 필요했지만 연구자 부트캠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2회의 세미나 과정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 경우도 많았고, 커리큘럼이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연구의 영역들도 분명하게 존재했지만 본 과정을 통해서 단계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연구주제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저희가 처음 세웠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가 가지는 잠재력 또한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가덕도 신공항 설립 반대 운동을 하던 중에 이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생태학살Ecocide’이라는 개념을 연구하던 대원 분은 관련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를 지속하게 되셨고, 제로 웨이스트샵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역할을 연구하고자 하는 마케터 출신의 대원분은 부트캠프 이후 석사과정을 지속해서 석사학위논문을 본 주제로 완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연구로 발전시키는 과정 자체의 검증일 뿐만 아니라, 이런 부트캠프 방식의 연구가 곧 보다 다양하고 ‘진심이 소실되지 않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된 자리였죠. 2. 기후위기 1-3기 : 4명의 연구자 이후 커리큘럼을 리뉴얼해서 16주 과정으로 개편하고 본격적으로 광고를 통해 연구원정 1기를 모집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기존의 연구산악대 대원들이 대상이기도 했고 완주시 전액환불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었지만, 이제부터는 실제 비용을 지불하고 연구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모집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총 12명의 대원분들이 1기에 참여해주셨고 16주의 과정을 통해 총 4명의 대원들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Beta 과정에서는 A과정이 연구질문에 가까운 형태였기 때문에 각자 대원들의 생각은 발전시킬 수 있었으나 뚜렷한 결과물은 보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1기부터는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가 완성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설계되었고 대원들 또한 16주 과정을 통해 연구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최종보고회를 공개보고회로 진행하면서 높은 퀄리티의 연구계획서를 대중 앞에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수료대원들은 Alumni Community를 구성해서 후속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였습니다. 이후 3기에 이르기까지 16주 과정을 기반으로 연구계획서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아쉬움은 16주 과정 중에서 연구계획에 대한 파트가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함께 기후위기 라는 영역에 국한되어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른 파트에 대한 니즈가 계속해서 생기는 와중에 연구자 부트캠프가 ‘기후위기 연구자 부트캠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에도 본 프로그램을 도입해보는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3. 기후 1기, 교육 1기, 공공 1기 :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 Ver 1.0 앞선 프로그램을 교훈 삼아 연구원정 커리큘럼의 대대적인 리뉴얼과 함께 주제를 확장한 형태의 대원 모집을 진행하였습니다. 기존에 16주과정 3개 부문(연구주제 찾기, 선행연구 읽기, 연구계획하기)으로 구성된 커리큘럼을 24주 과정 6개 부문(나의 연구주제 찾기, 나만의 커리큘럼 만들기, 나의 연구지도 만들기, 나의 핵심논문 리뷰하기, 나의 연구계획 세우기, 나의 연구 Prototype 만들기)로 확장 보완하였고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교육문제, 공공문제에 대한 대원들도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에 대한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개 부문 17명의 대원들과 함께 진행하면서 각 영역별로 인원은 줄어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커리큘럼의 운영이 가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6개월의 과정이 확실히 체계화되면서 그 난이도 또한 어려워졌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대원들의 숫자 또한 많아졌습니다. 낙오하는 비율 또한 적지 않았구요. 그럼에도 모든 과정을 견디어내고 연구계획서를 완성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순도 높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의 전범이라 볼 수 있는 연구들이었습니다. 그 연구들을 가지고서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이 이번 2월에 개최되었던 2024 연구원정 LAUNCH Conference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자 부트캠프 또한 그 틀을 확실히 갖추기 시작하였고, 영역을 막론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한 ‘길’을 어느 정도 구성하기 시작하였죠. 사실 영역이 확장되면서 보다 다양한 논의들이 연구 공동체 안에서 오갈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각 단계들의 의미 또한 더욱 확실하게 커리큘럼 속에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각 부문별로 기계적으로 4주 과정을 구성하면서 루즈해진 영역이 없지 않았고 중복되어 보일 수 있는 커리큘럼 부분에 대한 효율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동시에 매주 같은 요일의 세미나가 확정되어 있다보니 해당 요일에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들의 참여가 어려웠고, 주 3회동안 진행되는 세미나 운영으로 인해 운영진의 업무 또한 과중해지고 있었습니다. 세미나 자체에 의존하는 학습모형보다는 연구습관을 기르고 주도적으로 연구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의 구성이 시급해졌죠. 4. 연구원정 부트캠프 : 부트캠프는 시작점이다. 그에 따라 이번 모집에서는 총 5개 부문(기후위기, 도시문제, 인권문제, 교육문제, 기타 사회문제)으로 부문을 확장하면서 동시에 매주마다 미션을 인증하는 형태로 운영방식을 전환하였습니다. 부문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일요일 저녁마다 참여하는 위클리 밋업에서 서로의 연구들을 피드백하고 응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했고, 프로그램 또한 24주 과정을 다시 압축한 16주 과정으로 전면 개편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전체 연구계획 과정을 배우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도록 밀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그저 ‘16주 동안 연구기초를 배우는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진행될 ARC(Active Researcher Crew) 과정을 비롯해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실제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기초훈련과정’이라는 자리가 확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초훈련을 통해 훈련을 배운 이들은 커뮤니티에 소속되어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게 되고,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를 더 깊이 배워가는 과정 속에 훈련되는 것이죠. 자리들이 선명해지자 저희의 역할 또한 선명해졌고, 이를 토대로 현재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모집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5. 소결 : 애자일 방식으로 부트캠프를 발전시킨다는 것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저희는 ‘부트캠프’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험을 가졌던 것도 아니고, 부트캠프라는 것이 기존에 존재했던 과정이었던 것도 아닙니다. 전혀 존재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 일련의 실험 과정이 필요했고 그 과정을 반복한 후에 보다 나은 형태의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가 계속해서 진화하는 프로세스 또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했던 것은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의 양성’이라는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비전과 ‘부트캠프’라는 방식에 대한 구심점을 확고하게 잡고,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입니다. 물론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부트캠프의 특성상 그 발전속도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매 기수마다 이전 기수의 회고를 바탕으로 절반 정도는 새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발전시키면서 보다 빠르게 원하던 목표에 가까운 부트캠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저희 나름대로 배운 ‘애자일(Agile)’ 방식이자, 동시에 연구자분들에게 ‘애자일 연구’에 대해 소개시켜드리기 전에 저희 나름대로 수행하면서 터득하게 된 저희만의 ‘애자일 연구’이기도 합니다. #3. 나가며 : 부트캠프 그 이후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올해 중에도 대규모 리뉴얼을 앞두고 있습니다. 비단 논문과정에 국한되어 있던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형태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죠. 선행연구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이론적 논의만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문제와 관련된 개념, 맥락, 역사, 사례 등을 체계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한편, 그 표현 방식에 대해서도 학술적인 방식의 논문 뿐만 아니라 심층기사, 정책제안서, 무브먼트 기획 등으로까지 다변화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협력 기관들과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들은 프로그램이 개발되는대로 함께 공유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어쩌면 ‘부트캠프 특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부트캠프에 대해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게 되었는데요. 부트캠프에 대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고 인사이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부트캠프를 넘어 저희가 꿈꾸고 있고 만들어나가고 있는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구성, 그리고 사회문제해결의 유니콘이라 할 수 있는 ‘ITT(Indie ThintTank)’에 대해 깊이 있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보다 길어진 뉴스레터 상 부트캠프를 먼저 소개해드리게 되었고, 다음 호에서 더 깊이 있게 저희의 꿈에 대해 나눠드리고자 합니다. 글을 적으면서 돌아볼 때에 연구원정 부트캠프가 많은 고민과 시도들이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 덕분에 여기까지 만들 수 있었음을 다시 한번 새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만이 만들어 간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관심 갖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정 속에서도 계속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위해 프로그램들 또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테니깐요.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총 34명의 대원들과 함께 막을 올렸습니다! ARJ에서도 대원들의 연구여정을 전달드릴 예정이니 계속해서 함께 관심 가져주세요! 다음 기수 알림신청을 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연구원정 부트캠프 알림신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6411의 목소리] 지역아동센터, 빛없이 머무는 이들
지역아동센터, 빛없이 머무는 이들 (2024-03-18) 김용희 | 하늘샘 지역아동센터장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학습을 지도하고 있다. 필자 제공 나는 인구 4만명 남짓한 폐광지역 군 소재지 지역아동센터에서 17년째 일하고 있다. 센터를 이용하는 35명의 아이는 읍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5개 학교와 집에서 센터 차량으로 등하원을 한다. 학기 중에는 학교가 마친 뒤부터, 방학 때는 아침부터 아이들을 돌보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방학 때는 아침 9시에 문을 열지만 늦어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아이들 몇 명은 이미 40~50분 전부터 센터 앞이나 복도에서 서성인다. 일찍 일 나가는 부모들이 서둘러 다녀가서다.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난방을 가동한다. 9시가 되면 대학생인 근로장학생과 조리사,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출근한다. 센터에서는 모두 7명이 일한다. 많아 보이지만 사회복지사 3명을 제외하면 모두 2시간, 3시간, 5시간, 7시간씩 일하는 시간제 근무자들이다. 차량 운전을 하는 선생님은 오후 3시에 출근해 3시간 근무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노동 유연화는 여기도 예외가 아니다. 아침 시간, 근로장학생이 아이들을 보살피는 동안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그날 프로그램에 대해 상의하고 전날 했던 프로그램 일지를 쓴다. 아이들은 레고나 할리갈리 게임, 그림 그리기를 하다가 11시 무렵부터 한자와 영어 공부를 한다. 점심은 12시부터다. 대개 아침을 먹지 않은 아이들이라 넉넉하게 준비한다. 급식관리지원센터에서 제공해 준 식단표에 사과나 귤 같은 제철 과일을 곁들인다. 광고 오후 1시, 학습지도 전담 교사, 특수목적 교사들이 출근한다. 장애아동이나 느린 학습자들을 집중적으로 보살피는 특수목적 교사는 하루 2시간 근무한다. 해마다 예산이 줄어 근무시간도 4시간에서 3시간, 2.5시간, 2시간으로 짧아졌다. 운전 선생님은 오후 3시에 출근해 차로 왕복 1시간 이상 거리에 사는 아이의 귀가를 위해 차량 운행을 시작한다. 9인승 승합차 1대뿐이라 이 차가 돌아온 뒤 저녁 식사를 마친 다른 아이들 귀가가 시작된다. 차량 운행을 마치면 정각 오후 6시. 운전 선생님은 꼬박 3시간 동안 일하다 퇴근한다. 40평 남짓한 센터 안에 아이들이 종일 북적거리며 머무는 동안 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프로그램일지, 상담일지를 작성한다. 아이들은 수시로 달려와 문제를 호소한다. 재미있게 놀다가도 툭하면 다툼이 벌어진다. 별것 아닌 다툼도 소홀히 하면 큰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 광고 광고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려면 모든 선생님이 종일 센터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느린 학습자들을 보살피는 특수목적 선생님은 아이들 활동을 지켜본 후 교육을 해야겠지만 하루 2시간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은 숨 고르기에도 부족하다. 학습 전담 교사도 마찬가지다. 하루 5시간을 가르치려면 연구하고 준비하는 데만 3시간 이상이 필요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아이들 앞에 앉아야 한다. 패스트푸드나 패스트패션처럼 아이들마저 패스트 케어의 대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의 존엄을 키우며 성장하려면 ‘적절한 돌봄’이 요구되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오후 3시부터 2시간, 3시간, 5시간씩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차례로 퇴근한다. 최저시급을 받고 짧은 시간 일하는 선생님들 급여는 노동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이 든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매일 하는 학습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독서 프로그램과 방송 댄스뿐이다. 요리나 영화관람, 1박2일 캠프라도 데려가고 싶지만 꿈일 뿐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는 선생님들이 가진 재능을 살려 놀이활동이나 미술활동을 한다. 저출산으로 국가 소멸을 염려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을 품어줄 지역아동센터의 현실은 늘 빠듯하다. 광고 아이들이 귀가한 6시부터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은 관찰일지와 상담일지, 운영일지를 작성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관찰하고 보살피는 데 꼭 필요한 일이지만 7시를 넘기기 일쑤다. 중학생들이 영어를 하는 날은 8시까지 이어진다. ‘래디컬 헬프’를 쓴 힐러리 코텀은 ‘돌봄은 인간적인 연결, 우리 모두의 발전,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안녕과 존엄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돌봄은 선의를 가진 사람의 일방적인 보살핌이 아니다. 서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더 건강하다. 그렇게 될 때 지역아동센터는 가장자리 환하게 밝히는 봄맞이꽃처럼 따뜻한 공간이 될 터이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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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의 칼국수와 카리나의 열애설
1   최근 한국의 아이돌 팬덤을 보면 결국 모든 게 ‘본전 뽑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팬미팅에 가기 위해,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에 쓰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야 없겠으나 금전적인 부분이 한국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   내가 초등학생일 때엔 H.O.T와 젝스키스 팬덤이 어마어마했다. 에쵸티라는 이름의 음료수도 나왔고 이들의 사진으로 필통이나 교과서 커버를 만드는 여학생들도 많았다. 엄청난 팬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관심이 있었던 나는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걸 혹시라도 주변에 티 내게 될까봐 살짝 조심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엔 동방신기가 데뷔를 했다. 특이한 패션도 화제였지만 사실 가장 화제가 된 건 이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곤 하는데, 사춘기이거나 20대 초반인 나한테 누가 ‘앞으로 네 이름은 서누선우다’라고 하면 난 울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 즈음부터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사생이다.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돌 멤버 개인의 전화번호, 가족의 전화번호, 집주소 같은 것을 알아내 끊임없이 연락을 하거나 잠복하면서 숙소 내부에 잠입, 도촬을 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가 제대하고 나왔을 때엔 엑소가 인기를 얻었는데, 일단 이들은 자기들만의 초능력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하지만 누가 사춘기 혹은 20대 초반인 나한테 ‘이제 네 능력은 불이다’라고 하면 바로 소주 사러 달려 가지 않을까 싶다.   포토카드를 이용한 상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이 즈음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 12인의 포토카드가 앨범마다 두 장씩 들어 있으니 이걸 다 모으려면 최소 6장을 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랜덤이니 그 수는 무한정 늘어나는 것이고, 12인의 카드가 두 가지 버전이라 총 스물 네 장의 포토카드가 있다고 한다면 최소 12장 이상의 앨범을 사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앨범을 박스로 사서 종일 카드만 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팬미팅을 이용한 상술도 이 때부터로 기억한다.   사생이 심해진 것도 엑소 때부터인데, 여성팬이 머리를 박박 밀고 남자화장실에 숨어있거나 소변기에 소변 보는 척 서있으면서 엑소를 기다리다가 걸렸다는 둥, 엑소가 탈 비행기에 같이 예약했다가 엑소가 타면 사진만 찍고 우르르 내려 버린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돌았다. 아이돌들의 세계관, 포지션, 포토카드나 팬미팅을 이용한 상술이 이 즈음부터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내가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을 즈음에는 프로듀스101 남자버전(이하 프듀)이 대히트를 쳤다. 내 아이돌은 내가 만든다는 생각 하에 팬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아이돌을 ‘내 애’라고 불렀고 자신들 스스로를 ‘~~맘’이라고 불렀다. 요 사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극성 학부모들처럼 몇몇 극성 팬들은 내 애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전략 투표를 하거나 인터넷 상에서의 괴롭힘, 악플 등을 시전하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의 아이돌 팬 문화는 단순히 음악과 춤, 비주얼을 향유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과 팬 사이의 강력한 감정적 연결을 가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시간이 흐를 수록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팬 개개인이 아이돌에게 바치는 시간과 돈이 점점 늘어나면서 아이돌의 존재와 활동은 내 시간과 돈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이 점점 더 커졌다.   물론 모든 팬이 이런 식의 보상심리로 아이돌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돈과 시간을 쓰겠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연예기획사들의 상술이 점점 심해지면서 내가 돈과 시간을 썼으니 뽕을 뽑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류의 상술과 상술로 인해 점점 강해지는 보상심리, 인터넷의 발달로 소통이 쉬워지면서 일부 팬들에게서 드러나는 유사연애 혹은 유사육아적 심리와 행동, 팬덤이 점점 커지면서 생기는 군중심리와 그에 의한 잘못된 행동 등 여러가지 모습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한국 아이돌 팬덤의 모습이라면, 이 이면에 깔려 있는, 즉 자세히 보아야만 보이는 측면도 존재한다. 바로 계급, 연령, 국적, 젠더라는 네 가지 측면이다. 3   계급(소득과 재산), 연령, 국적, 젠더는 팬덤 내부로 어느 정도는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어느 정도 들어야가야 한다는 것은 꼭 그 팬덤 조직에 들어가야한다기 보다는 그들이 남기는 댓글, 게시물, 사진 등을 어느 정도 모아놓고 자세히 봐야한다는 점이다.   이 네 가지 중에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한 것은 국적과 젠더다. 한국팬과 외국팬 사이의 문화차이와 갈등, 연예인과 팬의 성별/성적지향에 의한 차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혹은 격렬한 갈등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나는 문화를 지역별로 구분한다면, 대중문화는 언어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역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 방식이 발현되는 수단이면서, 표현을 통해 새로운 고민과 창조, 반성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아이돌 문화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가벼움에 주목하고 싶다.   심각한 문제, 밀도 깊은 주제는 피하고 예뻐 보이는 것만 한 군데에 모아두는 가벼움 말이다. 물론 미국이건 일본이건 대중문화에는 다 이런 측면이 있지만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대로 잠시 접어두고 한국의 이야기를 하자면, 인종이나 성,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즉 계급적 열망이나 성차별, 인종 차별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고, 이런 문제에 대해 찬반은 커녕 언급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불언급不言及은 사실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내면에는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자기중심성, 보수성이 깔려 있다. 문제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케이팝 산업이 이런 보수성과 자기중심성은 유지하면서 예뻐보인다,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다양한 소수문화, 신문화를 마음대로 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 초에 있었던 아이유의 Lovewins 사건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운이 좋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2015년 트와이스 쯔위의 대만 국기 사건 때 쯔위가 결국 공개사과를 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본 멤버, 중국 멤버 넣어서 다국적 그룹이라고 말하며 케이팝 아이돌이 다양성을 확보한 것처럼 말하지만, 쯔위의 사과는 케이팝이 말하는 다양성이 얼마나 알량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4   젠더적인 부분도 그러하다. 여성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주체성이나 탈-연애적 모습, 전형적인 남성상에서 벗어난 남성 아이돌들의 모습은 해외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그런 차원에서 케이팝을 일종의 소수자 문화, 퀴어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까지 존재한다. 이런 것 때문에 최근의 아이돌 문화를 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업자들이나 연예인 당사자의 성적 감수성이 높아진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페미니즘 감수성이나 퀴어 감수성의 향상보다는 ‘그게 돈이 되니까’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알페스나 비게퍼(비지니스 게이 퍼포먼스)가 퀴어에 관심이 있어서 나온 게 아니라 화제가 되니까, 잘생기고 예쁜 남자들이 가까이 붙어 미묘한 느낌을 주는 게 ‘예뻐’ 보이니까 계속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동안 보여준 퀴어함, 새로운 혹은 다양한 여성상은 돈 앞에서는 다 알량한 것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아이돌의 음악이나 무대, 외양에 대한 찬사는 인정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그 이상의 문화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듯한 설명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2024년 1월, 뉴진스의 민지가 사과문을 쓴 일이 있었다. 시작은 칼국수였다. 23년 초에 그녀가 침착맨 유튜브에 나와 혼잣말로 “칼국수가 뭐지?”라고 말했던 것을 일부 악플러들이 물고 늘어지자, 24년 1월, 방송에서 ‘본인이 정말 칼국수가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겠냐’고 푸념을 한 일이 있는데, 이를 두고 ‘컨셉질’을 한다거나 ‘가르치려 드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은 이에 대해 사과문을 쓴 것이다.   2024년 2월, 제로베이스원 김지웅의 욕설 논란이 있었다. 김지웅과 팬의 영상통화 이벤트 중에 이벤트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을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 게 발단이었다. 해당 팬은 많은 돈을 내고 참여한 이벤트에서 왜 욕을 들어야 하냐며 이 영상을 X(구 트위터)에 올렸고 소속사에서는 이 욕설은 김지웅이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래 저래 두루뭉술한 해명이라서 논란을 더 키우고 말았다. 결국 한터뮤직어워즈라는 시상식에서는 한 팬이 ‘김지웅 탈퇴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게 모두에게 들렸고 이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는 이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이 외모가 못 생겼거나 사생이라서 욕을 먹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고, 김지웅이 과거 두 편의 웹드라마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던 것을 두고 게이드라마 다시 찍고 싶냐는 조롱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남성 연예인과 여성팬의 관계, 퀴어 혐오 등이 뒤섞여 있다고 본다.   2024년에는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사과문을 썼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팬들은 소속사 사옥 앞에서 전광판 차량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와 대비되게 배우 이재욱측은 악성 게시물에 대한 법적 대응만을 이야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에는 현아의 열애설 발표 이후 소속사의 주가가 하락하고 현아의 전속계약도 해지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예인 류 모씨의 환승연애를 두고 누가 무슨 말을 했다, 이게 사실 그 증거였다는 둥 불필요한 세밀한 정보를 보도하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면서 못생긴 남자를 왜 만나냐 같은 말을 주고 받고 있다. 남의 사생활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요즘 전기세도 비싼데 이렇게 전기를 낭비해야 하는 걸까?   한 남성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얽혀 있는 사건인데 모든 발언은 두 여성만 하고 있고, 중요한 축인 남성 연예인은 아무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성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다투는 듯한 모양새가 은글슬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과 여성이 싸우는 구도를 만들어 놓고 사건의 당시자인 남성은 아무 언급이 없고 대중은 이를 게임처럼 관람하고 있다. 어쩌면 이게 한국 사회의 한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는 알려진 사람이라 ‘씹기 좋아서’라는 이유도 분명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가져가는 돈 때문에 제작비 부담이 심해진다거나, 이와 대비되는 다른 제작진들의 수입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기분 나쁜 게시글을 보더라도 그 정도 돈을 받으면 이 정도는 감수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故 설리의 사망 당시 악플러들의 언급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알고싶다 1191회. 2019년 11월 17일 방송) 이런 언급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작건 크건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는 문화적 특성, 한국의 성차별 등이 뒤섞여 케이팝 팬 문화의 어두운 부분을 만들고 있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지금, 이런 어두운 부분을 케이팝 문화, 혹은 한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문제 없고 전 세계에 케이팝을 즐기려면 이런 것도 이해하라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전부터 한류의 몰락은 컨텐츠의 질 문제 보다 한국 사회의 보수성과 차별성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차별) 24년이 시작되고 불과 1사분기만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한류 몰락의 경고등이 될지 시작점이 될지는 케이팝 팬덤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 모두가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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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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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기억] 하나의 작은 기억이 큰 기적을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큰 흔적을 남겼다. 2014년 4월 15일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안전하고 질서있게 나갈 수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듣고 잠자코 기다리던 사람들, 특히 고등학생들. 반면 자신들만 살겠다고 무책임하게 배를 빠져나간 선장. 부모들과 가족들은 바깥에서 발만 동동 구를 뿐, 배는 기울어지고, 304명이 조용히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언론은 모두 구조되었다고 했다가, 실종자가 많다고 했다가, 눈길 끌기 식의 기사를 쏟아냈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은 사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알려진 10시 15분부터 중대본을 방문한 오후 5시15분까지 약 7시간 반동안 행적이 불문했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나던 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라 그 충격이 더 컸다. 세계적으로 SNS를 통해 비통함과 안타까움을 전하고, 사람들은 합동 분향소를 찾아가 분향하고 포스트잇을 붙였다.  국가는 어디 있는가?  세월호 참사가 내게 던진 질문은 ‘국가’였다. ‘국가’가 뭐지? 단순한 경제공동체? 이념공동체? 이날부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단체’로 여겨졌다. 과거 경찰국가니, 복지국가니를 떠나,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내던지거나 방치하지 말아야 하는 게 국가가 아닐까. 이 추상적인 ‘국가’란 개념이 머릿속에서 부서지고 붙여지고 다시 분쇄되길 반복했다. ‘국가’란 세월호 참사에 뒤늦게 등장한 무심한 ‘대통령’ 일까.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고 저들끼리 빠져나간 선장과 선원 들이 ‘국가’였을까. 멀거니 바라만 보던 해경들이었을까.  우리는 더이상 책임자가 말하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가만히 있다가 가만히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국가나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은 채, 제 목숨만 제 이익만 챙길 수 있다는 걸 겪은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검은 액자 속의 아이들  내 기억 속에 한국은 집단 우울증 상태였다. 전체적 무기력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승객보다 제 목숨이 더 중요했던 무책임한 선장에 대한 허탈감, 바라만 보던 해경들과 현장 상황을 제대로 알고나 있었을까 싶은 대통령 명령만 기다리던 머저리들. 그게 우리의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합동 분향소에라도 가서 그 무력감을 서로 위로하는 일 뿐.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먼저 임시로 합동 분향소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을 가 중앙역에서 내렸다. 안산은 내게 제 2의 고향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약 10년간 지냈던 곳.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들이 아직 살고 있었고, 사람 한 두 명만 건너면, 모두 희생자들과 연결되었다. 안산 중앙역에 내려서 ‘서울예대’의 마크가 그려진 빨간 대형버스를 탔던 기억이 난다. 학생 등하교를 하던 버스가 지금 분향소를 오가는 버스로 쓰이고 있다는 게 묘한 상징처럼 두통이 났다. 사람들은 침울한 얼굴로 검은 옷을 입고 국화를 들고 줄지어 버스에 올랐다. 죽음을 향해 가는 듯했다.  당도한 임시 합동분향소 안으로 들어가자, 한쪽 넓은 벽 가득 검은 액자들이 빽빽히 걸려 있었다. 모두 교복을 입은, 한결같이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숨이 턱 막혔고, 식은땀이 흘렀다. 도대체 우리가 잃은 건 무엇이지? 단순한 목숨이 아니라, 이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였다.  그만해, 라는 폭력  우리가 충분히 희생자들을 위해 뭔가를 했던가. 수습도 제대로 안 되고, 업계 유착과 비리,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후진국형 사고. 밝혀지지 않은 대통령의 7시간. 기어코 생사가 확인되지도 유해가 수습되지도 못한 사람들. 학생들 뿐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애쓰던 선생님들과 다른 사람들. 유족들의 통곡과 비통함.  그런 가운데, 어떤 이들은 유족들을 비웃고, 그만 좀 하라고,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더 큰 충격이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 진실 규명을 위해 단식을 하자, 그 옆에서 그들을 조롱하며 짜장면을 먹던 기이한 사람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기억은, 진실에 대한 요구는 멈출 수 없는 것이다. 기억은 없앨 수 없고, 특히 끔찍한 기억은, 해결책이, 수습이 완결되지 않는 한 잊혀질 수 없다. 아니, 잊혀져서도 안 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에 대해 되새겨야 한다.  10년이 흘렀다. 10년 전 사진첩에서 발견한 노란 리본 이미지엔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그때 우리는 기적이 누구보다도 필요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마음. 마음 아픈 이를 함께 위로하는 마음. 어쩌면 그때 이미 우리는 기적을 만날 수도 있었다. 10년 후에 우리가 찾는 것은 세월호에 대한 기억, 희생자들의 이야기 뿐만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가져오는 “기적”을 아직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4.16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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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재경, 시민팩트체커죠.
 ‘명탐정 코난’(이하 코난)은 만화책 기준 올해까지 약 30년째 연재중인 유명한 추리 만화다.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코난을 자주 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증거들을 수집해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코난의 모습이 정말 멋있고 재밌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코난 만화에 대한 흥미는 떨어졌지만, 비슷하게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게 있었다. 바로 JTBC의 ‘팩트체크’코너다. 수많은 가짜 정보(뉴스)를 ‘의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알기 쉽게 근거를 들며 통쾌하게 검증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팩트체크는 멋있고, 나도 따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캠페인즈에서 시민팩트체커를 모집하고, ‘시민팩트체크 기초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해 빠르게 신청했다. 나는 전체 교육 중 2회차와 3회차 교육을 들었다. 팩트체크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들 중 인상깊었던 점 3가지를 후기로 남기고자 한다. 우선, 팩트체크 대상을 찾는 건 쉬우면서 어렵다.  팩트체크 교육중에 인상 깊었던 예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 현장이라며 틱톡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검증한 것인데, 영상 속에 등장하는 호텔을 구글 어스에 검색해 영상과 동일한 구도의 이미지를 찾았던 것이다. 이런 팩트체크의 경우, 크게 품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팩트체크 아이템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팩트체크를 하지 않을 때는 왠지 많이 본 것 같은 허위정보들은 사실 평소에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여러 정보를 수용하는 태도를 가져야 볼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실제로 내가 선정하고 준비한 팩트체크 아이템인 ‘의대 정원 확대의 공익성’의 경우, 검증하기가 너무 까다롭기도 하고 이미 검증된 내용도 많아 새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팩트체크 교육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이 준비해온, 재밌거나 검증하기 용이한 팩트체크 아이템을 보며 ‘와 세상은 넓구나’라는 감상이 들었다. 다음으로, 팩트체크의 정의에 대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게 되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듣기 전에는 막연하게 팩트’체크’니까, 단순히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팩트체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핵심 요약, 배경 확인’에 불과했다. 팩트체크는 1)검증대상이 존재하며 2)객관적인 자료를 활용해 3)사실관계를 검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검증할 대상이 실제로 공익성,중대성,시급성을 가지는지도 판단해야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먹은 저녁 메뉴에 대한 팩트체크는 공익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중대사항도 아니며 시급하게 검증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팩트체크는 중립을 지키고 투명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다. 평소 사회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도 보다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의견과 주장을 펼치는 글 위주로 작성해왔다. 이 습관이 팩트체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자꾸 드러나려고 했지만, 팩트체크에는 팩트체커의 입장이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배워 신경쓰며 팩트체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팩트체크 과정에서 사용된 근거나 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다른 사람이 똑같이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저작권을 지키는 걸 포함해서 이런 원칙들은 평소에 다른 글을 쓸 때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팩트체크는 다른 글 종류와 다르게 사실에 대한 검증을 다루고 있으므로 더 엄격하게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시민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며 알게 된 심주형님의 아이템을 가지고 공동으로 팩트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팩트체크 교육을 들으면 팩트체크의 이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내가 팩트체크를 진행해보고 이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으며, 좋은 동료 팩트체커와 함께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난처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은 현실에서 어렵겠지만, 가짜 뉴스를 보며 눈살이 찌푸려졌던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가짜 뉴스라는 범인 잡기를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공동체로서 AI에 대응하기
AI 행정,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대응하려면? by. 🍊산디 지난달 보내드렸던 레터 중 하나에서 이런 내용을 다루었었습니다. 인도의 지역 정부에 도입된 AI가 멀쩡히 살아 있는 할아버지를 사망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고, 그 결과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반복된 문제제기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죠. 이미 소개했던 내용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한 구독자분이 이런 댓글을 달아 주셨기 때문입니다. 요약 소개합니다. 💌 AI 행정에 오류가 있다고 추정하고 AI 행정의 무오류를 주장하는 쪽에 입증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타당하기는 하지만, 자칫 행정 효율을 너무 떨어트리지 않을까요? 행정기관에게 광범위한 협조의무(정보제공, 자료제공, 공개) 이행을 할 것을 의무화하거나, 행정쟁송에 한정된 디스커버리 제도 같은 것을 논의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 : 당사자나 제3자로 하여금 소송과 관련이 있는 정보의 개시를 강제하는 절차. 행정 효율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에 과연 그럴 수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행정효율 저하를 감수하며 협조의무, 입증책임 등을 부여한다고 해도 이로써 시민의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 시민이 행정기관에게 책임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고 해볼까요. AI 서비스를 구매할 때 기업으로부터 받았던 알고리즘 성능 평가 결과를 시민, 법원 등에 제출함으로써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행정기관의 모습이 저는 아주 선명히 그려집니다.  Photo by Beatriz Pérez Moya on Unsplash 고민을 이어가다보니 보다 중요한 문제는 ‘주권 아웃소싱’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권 아웃소싱은 행정기관에게 대리하도록 맡긴 시민의 주권이 다시 민간 기관에게 아웃소싱되는 현상입니다. 공적 서비스를 민간 기업이 제공하도록 위임해서 발생하죠. 구체적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복대리인 관계로 책임의 연쇄가 길어지고 모호해집니다. 행정이 기업의 AI 서비스에 의존하게 되면서 본래 시민과 행정 간 주인-대리인 관계가 더욱 … 늘어지게 되는 거죠. 대리인을 두 번, 세 번 거치면서 행정기관의 책임 소재는 흐려질 수 있습니다. AI 행정에 대한 공론화가 일정 부분 제한됩니다. 기업이 판매하는 AI 서비스를 행정기관이 구매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행정기관은 해당 서비스의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하고, 시민은 AI모델의 상세 내용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 행정기관 간 유착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소버린 AI’를 외치며 AI의 발전을 곧 국가 주권으로 이해하는 담론 아래에서는 더욱 그렇죠.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으로 인해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진 기업은 소수로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고, 우리는 시장 권력과 정치 권력이 유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현재의 AI 시장과 위와 같은 문제 발생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AI 행정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제도적 대비가 필요합니다. 구독자님이 제안해주신 행정기관에게 자료제출 협조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 행정쟁송에 한정한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볼 법한 제안이라고 생각해요. 한편 더 많은 정보가 과연 시민의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AI 모델에 대해 아무리 많은 정보가 주어진다 한들, 일부 전문가만 그것을 해석할 수 있을테니까요. AI 행정의 오류를 시민 개인이 시정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많은 시간과 비용, 전문 지식이 필요해 금방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요.  AI 행정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공동체가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이번 월요일에 소개해드렸던 🦜독립적인 AI 평가에 대한 면책 조항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개인이 아닌 시민과 전문가가 집단으로서 공동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벨기에가 윤리적 해커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과도 유사하죠. 혼자서는 싸움을 시작할 자신도, 이길 자신도 없지만 함께 싸우는 거라면 해볼법 하지 않을까요? AI 모델을 논의하고 평가하는 공동 작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Gemini야 정답을 말해줘 by. 🥨 채원 지난 브리프에서 구글의 챗봇 서비스 제미니(Gemini)가 휩싸였던 논란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제미니에서 생성되는 이미지가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에 대해 구글은 즉시 사과하고 해당 기능의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대응에 일부 학자들은 이전 흑인의 과소 대표가 문제 됐을 때 상대적으로 안일했던 대처와 극명하게 대조된다며 비판하기도 하였습니다. 제미니가 생성하는 이미지 중 특히 백인 남성으로 구성되어있었던 미국 ‘건국의 아버지’를 그려 달라는 요청에 흑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을 생성한 것이나, 교황에 대한 이미지로 흑인 여성 이미지를 생성한 경우가 특히 이러한 잘못의 예시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미니의 ‘실수’가 지나치게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정치적 올바름의 폐해에 기인한다는 것은, 기존에 실리콘 밸리가 지나치게 진보적이라는 일부 미국 보수 정치인들의 비판과도 맞닿아 있기에 특히나 큰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제미니가 생성하는 이미지가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일까요? 언뜻 보기에는 제미니가 정답이 있는 문제에 답을 틀린 것 같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명백한 오류를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든가 교황의 경우 비교적 정답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비교적’이라고 제한한 경우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 또한 역사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건국의 아버지라고 평가되던 인물의 숨겨진 행적이 드러나 역사적 평가가 뒤바뀌는 경우를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정답이 있는 질문은 많지 않습니다. ‘행복한 가정’이나 ‘맛있는 점심’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CEO로 검색했을 때에 비해 검색 키워드를 추가하면 여전히 편향된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연구 그리고 생성형AI가 사실관계에 취약하다는 것은 챗지피티를 비롯한 많은 서비스에서 이미 지적되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를 문제 삼아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지는 않았습니다. 당당하게(?) 생성형 AI는 실수할 수 있고 사실 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는 작은 글씨의 경고문구를 삽입하는 정도의 대처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미니에 대한 비판도 사실 관계를 틀렸다는 것이 아닌, 정치적 올바름을 ‘지나치게’ 추구했다는 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비판은 CEO나 의사와 같은 전문직을 검색했을 때 백인 남성이 과다 대표되는 것이 그저 현실을 반영한 것일 뿐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옹호하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검색 결과가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왜 문제일까요? 이는 현실은 역사적인 차별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차별의 결과로 이루어진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은, 이 현실을 있게 한 역사적 차별을 그대로 반복하고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의사가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검색 결과에서 남성만 보여주는 것은 의사가 곧 남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이는 고정관념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배제하고 과소평가 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많은 검색엔진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추가적으로 조정하여 다양성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대표성과 권력, 즉 정치의 문제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생성형 AI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복잡한 질문에도 간단하고 쉽게 답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다 보면 누락되고 왜곡되는 부분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왜곡’의 방향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결정한 정책에 따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에 목소리를 실을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어떠한 목소리가 생성형 AI를 통해 대표될 것인가가 결정될 것입니다. 무엇이 정답인지, 나아가 누가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것은 늘 정치적 투쟁의 한가운데에 있어왔습니다. 우리가 제미니에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 어떤 것인지, 제미니가 어떤 대답을 만들 것인지는 결국 구글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것이 지금의 권력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보여줍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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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넥슨의 지속가능성 이슈에 관한 투명한 소통을 요구하는 소수주주권 행사 제안 공개서한
요약 :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최근의 중대 이슈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의 이익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여성 혐오 논란 대응, 확률형 아이템의 소비자 기만, 윤리 규범 준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건은 넥슨의 평판과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리스크 요인입니다. 회사는 관련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한국 게임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넥슨 사는 시장 점유율을 오히려 높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영향력을 감안할 때 넥슨 사의 행보가 업계 전반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직결된다는 데는 넥슨 역시 지속가능성 공시를 통해 동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주들께서는 소수주주권 등을 활용하여 넥슨 사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여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적극 요구할 것을 제안 드립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회사가 겪을 수 있는 잠재적인, 재무 이외의 부문에서 발발한 재무적 위협에 대한 대처 역량을 회사가 스스로 대중에 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자들의 투자 자산을 보호하는 표준 장치로써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에 의무로 점차 확대 적용될 예정입니다. 게임업계의 기업은 지속가능성 공시에 다른 업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미와 의미를 제공하는 데서 수익을 창출하는 게임 업계의 경우 흔히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로 표현되곤 하는, 새로운 시대의 표준에 회사가 발맞추고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 회사의 경영으로 인한 이윤 창출을 높여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넥슨 사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넥슨 사는 지속가능성 공시(https://csr.nexon.co.jp/en/esg...)와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https://ir.nexon.co.jp/en/stoc...)을 통해 스스로 지속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넥슨 사의 2023년을 다룬 최신 IR자료(IR, Investor Relations,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활동)(https://pdf.irpocket.com/C3659...)는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자와 주주의 권익을 침해할 여지가 있는 사실이 나타나 있지 않으며, 이렇게 숨겨진 사실은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드러내는 주제와 상충합니다. 이는 넥슨 사가 투자자와 주주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일관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투자자의 재무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투자 손실을 초래하는 등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에 한국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인 필자는 넥슨 사가 공개하지 않는 사실들과 함께 넥슨 사의 자료를 읽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주주 여러분들의 투자 자산 보호를 위하여 주주 여러분께서 회사에 요청하실 수 있는 제안을 준비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3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여 주주들에게 작년의 성과에 대해 보고하고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입니다. 부디 정기주주총회에 임하실 때 이 자료가 도움되길 바랍니다. 일본 주식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넥슨 사는 닛케이 225에 포함되어 있는,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종목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실은 일본 내에서의 영업 활동이 타국에서의 활발한 활동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넥슨 사의 IR 자료에 따르면 넥슨 사의 매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국가는 한국으로 2023년 기준 60%의 매출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의 전체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1조 1,847억 원에 달하며, 넥슨 사의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 사는 2022년에 매출 2조 5,04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넥슨 사의 자료로는 2022년의 낮은 전망치와 대조적으로 한국-PC 게임시장의 매출은 61% 증가했으며, 이는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던전&파이터의 성장에서 기인하였습니다. <그림 1, 한국의 콘텐츠 및 게임 산업 시장 규모, 2022년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림 2, 넥슨 사의 2022년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 넥슨 코리아 사의 PC 시장의 핵심 프랜차이즈 나열, Q4 2022 Investor Presentation, 10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bU43/WksG/EiXg.pdf> 넥슨 사는 2023년에 한국의 PC 게임시장에서 22%의 성장을 기록하였습니다. 전년 대비 정체된 성장률은 메이플스토리와 FC온라인(이전 피파온라인)에서의 부진한 성적을 원인으로 하며, 특히 메이플스토리에서는 예상한 것보다 저조한 54%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유로 한국의 외부 업체를 통해 제작한 프로모션 비디오가 논란을 만들었고, 이것이 소비자의 부정적 반응을 이끌었으며, 이 때문에 마케팅을 중단하고 수익 창출에 지장이 있었음을 언급합니다. 넥슨 사의 2023년 Earnings Letter에서는 이 문제가 크게 해결되었으나 4분기의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림 3, 넥슨 사의 2023년 투자자 대상 프레젠테이션, PC게임 시장에서의 저조한 매출 증가에 대한 넥슨의 설명, Q4 2023 Investor Presentation, 9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 > <그림 4, Q4 2023 Earnings Letter, 2p, Nexon,https://pdf.irpocket.com/C3659... > 필자는 한국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로서 넥슨 사의 이러한 주장에 강한 우려를 표합니다. 매출 지표상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었을 수 있으나, 넥슨 사의 주장은 게임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에 객관성이 부족하며, 이 주장으로 투자자와 주주를 상대로 한 자료에서 지속가능성 위기에서의 잘못된 판단을 호도하는 것은 투자가치 보호 관점에서도 매우 염려됩니다. 논점 1 : 넥슨 사는 프로모션 비디오와 관련한 논란에서 스스로 불러온 단기적 재무 악영향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논란을 만든 것은 악성 이용자들이며 넥슨 사는 이를 수용하여 자신들이 스스로 제시한 지속가능성 공시와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의 기준을 어겼으며, 논란이 날조된 것임이 밝혀진 뒤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악성 이용자들의 의견이 사회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갖는 데 일조했습니다. 프로모션 비디오 그 자체는 논란을 만들만한 어떠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비디오 그 자체는 논란을 만들 수 없으며, 논란을 만드는 것은 오직 인격체만이 가능한 행위입니다. 이 논란을 만든 주체는 게임 커뮤니티의 악성 이용자입니다. 이들은 인간 신체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러운 중간 동작에서 애니메이션이 흔히 지적받곤 하는 판치라(팬티+치라로 팬티를 살짝 보여주는 연출로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에 포함되어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합니다.)를 찾아내기 위해 애니메이션을 프레임 단위로 끊어서 보았지만, 해당 애니메이션에는 이러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림 5, 악성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표현이 '은근슬쩍' 삽입되었다며 논란이 소재로 삼은 프레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PV, 넥슨, 스튜디오 뿌리> 악성 이용자들은 해당 PV를 제작한 애니메이션 회사에 근무 중인 특정 애니메이터의 SNS 과거 행적을 털어내어 이 애니메이터가 페미니스트를 자칭했음을 발견합니다. 구체적으로 문제 삼은 트윗은 안티페미니즘을 선거 캠페인으로 내세운 대통령 후보자 윤석열이 선거 승리가 확정된 날과 그 다음 날, 예상되는 사회의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활 속에서 그 신념을 잃지 않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림 6, 악성 이용자들이 문제 삼은 애니메이터의 트윗> 악성 사용자들은 이 트윗으로부터 비약을 거듭하여 한국 사회 내에서 한때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하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메갈리아'의 '핀치' 싸인을 애니메이션에 몰래 숨겨놓았다고까지 주장하기에 이릅니다. <그림 7, 악성 이용자들이 문제 삼는,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한국 남성의 작은 성기를 희화화하는 싸인> 소수의 이용자가 상주함으로써 전체 사용자를 대표하는 것 같은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인터넷 공론장의 특징 탓에 논란은 순식간에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한국의 게임 커뮤니티 중 독성이 강한, 주로 젊은 남성 게이머들로 이루어진 커뮤니티에는 여성 페미니스트가 게임에서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여성의 노출을 줄이고 남성의 노출을 강조한다는 여성 혐오 기반의 피해망상이 존재하고 있었고, 음모론이 이 피해망상과 만나 폭발적인 악영향을 발휘한 것입니다. 일부 악성 이용자들은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에 찾아가 다짜고짜 회사와 임직원의 사진을 찍거나,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을 하였고, 다른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해당 회사에 대한 현실에서의 응징(범죄)을 부추기는 글을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이 논란에 대해 일부 이용자들의 문제 제기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림 8, 넥슨 사의 해당 논란과 관련한 사과문> 그 탓에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는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악성 이용자와, 여성혐오에 반대하는 시민 양쪽으로부터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4개월 전 게임업계에서 벌어진 유사한 사건이 한국 사회에 문제를 일으켰고, 12,745명의 게이머가 넥슨 사의 행태를 비판하며 노동자를 보호하라는 성명에 동의하여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게임 회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요구되기도 한 상황이었으나(https://m.khan.co.kr/national/...), 넥슨 사는 법무팀을 통해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의 의견 청취마저도 없이 사과를 종용하고, 법무팀을 보내겠다고 전화로 통보하며 법적 조처를 할 것임을 암시하는 등 사실상 책임을 전가하였고, 애니메이션 회사는 압도적인 비판 여론에 짓눌려 사과문을 게재하며 혐오표현을 애니메이션에 넣지는 않았음을 밝히는 동시에 비판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애니메이션 회사는 논란이 제기된 애니메이터와의 근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2차 사과문을 게재하였다가 곧 철회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양대 노동조합, 여성단체, 각종 시민단체가 연합하여 시민 25,000여 명의 넥슨 사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취합하여 넥슨 사옥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벌였으며(http://www.womentimes.co.kr/ne... ),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해당 애니메이션 회사와 접촉하여 논란이 된 프로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한 논란이 허위사실로 날조된 것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데 도움을 드렸습니다. 문제가 된 애니메이션은 사실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애니메이터가 아닌, 성별마저도 다른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린 것으로 확인되었으며(https://m.khan.co.kr/national/...), 또한 많은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은 양심을 걸고 움직임을 모방하는 중간 과정으로서 매우 자연스러운 포즈임을 증언했습니다.(https://thisisgame.com/webzine...) 해당 움직임의 필요성이 신뢰도를 가진 여러 매체에서 다각도로 조명된 반면, 악성 이용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에 근거한 신뢰할만한 출처의, 공신력 있는 의견이 주장된 바는 없으며, 오히려 문제가 된 사안은 넥슨 사가 철저히 검수를 하였으므로 책임이 있다면 넥슨 사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황만 밝혀졌습니다.(https://m.khan.co.kr/national/...)그럼에도 악성 이용자들은 마지막 댓글을 달면 논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는 태도로, 자신들의 주장이 맞는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합리적인,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제기하는 단체와 시민활동가, 게임 소비자에 대해 날조에 기반을 둔 중상모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뿌리는 언론사, 그리고 게이머들에 대한 간담회와 설명회를 통해 해당 모션이 남성혐오적인, 악의로 연출된 것이 아니라 동작을 모사하는 애니메이션의 중간 프레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임을 밝히고, 이에 대한 질문에는 언제나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는 자세를 취했습니다. 실제로 게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는 참여한 사용자들마저 ‘집게손’에 대한 오해는 불식되었다고 밝혔습니다.(https://thisisgame.com/webzine...) 그러나 자신들의 기분을 상하게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모션의 남성혐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스튜디오 뿌리가 쓴 누명을 벗기 위해 도움을 준 한국게임소비자협회와 함께함으로써 자신들의 기분이 상했으니 사과하라는, 탈 사실적인 자세를 취했습니다. <그림 9, 악성 이용자들의 순환 논리를 비판하는 한 게임 소비자가 제작한 이미지> 이는 사회의 건전함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인터넷 상의 혐오 범죄가 실제 현실에까지 확대되는 징후를 상징하는 사건입니다. 실제로 앞서 넥슨 사가 불러일으킨 논란으로 열린 넥슨 사 앞에서의 기자회견장에는 묻지마 칼부림을 예고하는 인터넷 게시글이 두 건 올라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특공대의 경호 하에 기자회견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ar...) 넥슨 사는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는 가운데 문제를 확대한 자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사의 게임에서 논란이 된 손가락과 비슷한 여러 표현을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게임 개발과 서비스의 핵심인 맨아워(Man Hour : 사람과 시간을 곱한 노동의 단위를 나타내는 단위)를 크게 낭비합니다.(https://www.globale.co.kr/news...)게임 제작과 서비스는 매우 노동집약적이고, 평소에도 한국 게임 업계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몰아서 근무하는 '크런치' 관행이 문제가 될 정도인 상황에 악성 이용자들의 논란을 수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통해 회사 내외부적인 재무적 리스크를 키웠습니다. 직장인들이 이용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넥슨 종사자들로 추정되는 익명 사용자들이 연장근무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저주와 푸념 섞인 자조를 남긴 사실에서, 넥슨 사에 미친 재무적 손해가 적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악성 이용자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게임 내에서 ‘집게손’과 얼핏 비슷해 보이거나 남성혐오라고 몰아 주장할 수 있는 요소마다 시비를 걸고 있습니다. <그림 10, 게임에 포함된 각종 요소가 남성혐오를 암시하는 것이라는 주장, 디비디프라임,https://dprime.kr/g2/bbs/board...> 넥슨 사가 Earning Letter에서 언급된 대로,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리스크 관리에 아쉬움이 있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넥슨 사의 일본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넥슨은 회사 거버넌스 운영과 내부 통제 및 리스크 관리에서 (https://pdf.irpocket.com/C3659..., 77~78p) 법무팀을 준법감시인으로 하여 법을 지키게 할 것을 천명하고 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가 주로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의 사업에서 협력관계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 그리고 게임을 소비하는 한국 시민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오히려 회사의 지배적 위치를 통해 협력사에 부당한 악영향을 끼치는데 일조하였으며, 그 해결에도 나서지 않는 것입니다. 준법감시인이 따르는 '법'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핵심으로 하는 수단이며, 이번 사태로 컴플라이언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림 11, 넥슨 사의 거버넌스와 내부 통제를 다루는 부분,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그림 12, 넥슨 사의 리스크 관리를 다루는 부분,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위와 같이, 넥슨 사는 논란을 잘못 인식하고 있고, 사태가 해결되었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열어놓은 재무 리스크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입장을 바로잡아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논점 2 : 넥슨 사는 확률 기반 아이템 획득 메커니즘에서 공시와 실제를 다르게 적용하였습니다. 스스로와 사회의 신뢰자본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이 또한 법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또한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을 크게 위협하는 중대 이슈로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가 서비스하는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에서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건이 있습니다. 2024년 1월 3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빠뜨려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 원(잠정)을 부과하였습니다. 넥슨 사는 2022년 annual securities report에서 세계 각국의 정부가 확률 기반 아이템 획득 매커니즘의 사행성과 도박성에 주목함에 따라 그 확률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 혹은 엄격한 사법적 판단으로 넥슨의 사업이 제한을 받거나 더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림 13,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에 대한 언급, 2022 annual securities report, 넥슨> 실제로 각국의 정부가 사행성 및 도박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넥슨 사가 인지하고 있음이 자료로도 확인되나, 자회사인 넥슨 코리아는 이를 인지한 가운데에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조작 및 거짓 공지를 하였음 역시 알 수 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 코리아는 2018년 게임 '서든어택'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에 대하여 이미 제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또다시 확률형 아이템에서 비슷한 위법행위를 반복하였습니다. 특히 메이플스토리에서 문제가 된 확률형 아이템은 메이플 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30%를 차지하는 확률형 아이템 '큐브'로, 게임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하여 캐릭터가 장착하는 장비에 부여되는 옵션을 재설정하거나 장비의 잠재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는 아이템입니다. 넥슨 사는 큐브 판매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확률 구조를 변경하였고, 이용자들의 확률 문의를 받을 경우에는 고객에게 이를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리도록 내부 지시를 하였습니다. 2010년 5월에 큐브 상품이 도입된 이후 2010년 9월 15일부터 사용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옵션이 덜 나오도록 구조를 변경하였고, 2011년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는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은 중복으로 부여되지 않도록 변경하고도 사용자들에게 큐브에는 변경 사항이 없다고 알렸습니다. 2013년 7월 4일부터는 최상위 등급인 레전드리 등급을 만들고 이 등급으로의 등급 상승이 가능한, 등급 상승 확률이 1.8%인 고급, 고가 큐브 상품인 블랙 큐브를 출시하였으나 12월까지는 이를 1.4%가 될 때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1%까지 낮추었으나 이 역시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 확률변경 역시 공지되지 않았으며, 2021년 3월 4일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자율공개에 응하여 2021년 3월 4일에 아이템의 옵션 확률을 공개한 이후에도 상술한 ‘물밑 변경’은 공지된 바 없습니다. 또한, 다른 게임인 버블파이터에서는 일정 횟수의 아이템 획득 시도까지는 사용자의 당첨 확률을 0%로 설정하기도 하였습니다.(https://www.ftc.go.kr/solution...) 넥슨 코리아는 이와 같은 공정위의 조사 및 제재 이전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 사항을 바로잡았으며, 공정위의 결정에 불목하여 행정소송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이와 같은 소급 처분이 한국의 게임산업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멘트를 덧붙였습니다. (https://m.etoday.co.kr/view.ph... 이에 공정위는 단호하게 넥슨 코리아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규율하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 선택에 있어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인 확률을 소비자에게 거짓 혹은 기만으로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며, 특히 많은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게임산업은 관련 서비스의 투명한 운영 등을 통한 소비자 권익 보호와 소비자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넥슨 코리아를 비판했습니다. (https://www.ftc.go.kr/solution...) 이번 일로 소비자, 사회와의 신뢰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투자자와 주주에게는 규제가 강화되면 지출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당국의 규제 강화 의지를 불태울 위법행위를 태연하게 저질러왔으며, 위법 행위가 발각되자 정부 당국에는 궤변에 기반을 두고 게임산업 전체를 볼모로 잡는 적반하장 발언까지 일삼았습니다. 공정위와의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메이플스토리에서는 또다시 아이템의 실제 획득이 불가능한 0%이나 획득 가능하다고 표기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 https://www.asiatime.co.kr/art... ) 이번 사건의 경우 게임 플레이를 통해 제공되는 무료 재화로 앞선 ‘큐브’ 시스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플레이 시간 역시 현금성 재화만큼의 가치를 지니며, 결과적으로 소비자에 대한 희망고문을 자행한 것은 물론, 바로 앞의 확률 공지 기만 사건에서 넥슨 사가 내놓은 반성을 바로 어기는 듯이 보이는 게임 운영 행태에 대해 소비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에 처음 도입된 이후로 정액제 모델에서 부분유료화로 비즈니스 모델의 대세가 넘어가며 하락하던 게임 회사의 수익에 가뭄의 단비가 되어준 긍정적 면이 있으나, 사행성과 도박성 측면에서의 비판 여지가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 당국이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은 이런 비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사행성과 도박성 사업의 대표주자인 카지노, 파칭코 등은 확률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를 조작하거나 거짓으로 공지할 시 운영 주체는 영업 정지 등 단호한 법적 제재를 받습니다. 메이플 스토리의 확률 조작으로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용자들은 과징금 추징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직접 소송을 요구하며 여러 곳에서 공동소송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결국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공개규제를 넘어서 상당히 엄격한 수준의 의무 공개 규제 입법이 이뤄져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넥슨 사가 2024년 2월 8일에 내놓은 2023년 12월기 결산단신(IFRS)에 따르면, 메이플스토리에서의 불공정거래로 인한 제재와 이로 인해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의 여론이 악화되었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주의 투자가치 보호를 위한 정보로 보기에는 불충분한 자료로, 넥슨은 이와 관련하여 과징금과 관련한 직간접적 피해를 계량하여 밝히고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일각에서 주장되는 실추된 회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합니다.  넥슨 사가 투자자와 주주, 소비자와의 소통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3월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에 맞춰서 발행할 2023 annual securities report 에는 스스로 한국 게임업계의 지속가능성에 스스로 입힌 타격의 내용과 이를 재무적 및 비재무적, 정량 및 정성적으로 평가한 정보를 공시하여 투자자와 주주들이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논점 3 : 넥슨 사가 주주와 투자자,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지속가능성 공시는 그 목적인 지속가능성 이슈를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넥슨 사는 2016년 1월 22일 이사회에서 'UN 글로벌 콤팩트'와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자사와 그 자회사의 기업 행동과 비즈니스 활동을 규율하는 '넥슨 그룹 행동강령 및 기업 윤리 규범'(https://ir.nexon.co.jp/en/stoc...)을 채택했습니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넥슨 사는 좋은 법인으로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사업의 지속가능성의 기본으로 삼으며, 사회와 경제 전체의 성장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모든 비즈니스를 수행할 것임을 명시합니다. 또한, 영업활동을 하는 모든 국가와 지역의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 반사회적 세력 배제 등을 위한 법률을 준수하고, 국제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되는, 즉 성별, 국적, 인종, 종교, 성 정체성, 장애 등에 의한 차별 없는 평등한 고용 기회 제공을 포함하는 인권을 존중하며, 임직원이 회사나 그 직원이 윤리 규범을 위반하는 행위를 발견한다면 즉시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의 경영 현실은 윤리 규범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다룬 논점 1에서의 협력사에의 책임 전가, 반사회적 여성 혐오에 대한 검증 없 수용으로 말미암은 협력사 직원의 고용 안전성에의 악영향은 거래 지위상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침해하며 반사회적 세력의 의견을 스스로의 입장으로 수용하는 일과 다름이 없습니다. 또한 논점 2에서 다룬 게임 소비자 기만은 소비자 보호 침해 및 공정경쟁을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입니다. 넥슨 사는 이런 현실이 보여주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윤리 규범을 지속가능성 경영의 지표로서 지속가능성 공시의 '사회 – 인권&커뮤니티' 항목에 실었습니다. 이 공시의 수준은 일반적으로 규정되는, 그리고 넥슨 사가 공시의 기준으로 삼는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지속가능성 회계표준위원회)가 제안하는 최소 범위를 상회합니다. 넥슨 사는 통념상 요구되는 것 이상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자랑스럽다는 듯이 공시하였지만, 사실 이는 지속가능성이 가장 필요한 부분을 필요해 점수만 따는 체리피킹일 뿐입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를 통해 해당 회사가 환경 혹은 사회 관련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정량적, 정성적으로 표현해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윤라 규범이 실제 행동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넥슨 사는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그림 14, 넥슨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인권 및 커뮤니티 관계 항목,https://csr.nexon.co.jp/en/esg...> 넥슨 사의 윤리 규범이 실제 행동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으며, 이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건 역시 존재합니다. 2023년 10월 25일에 오프라인에서 열린, 넥슨 코리아가 서비스하는 던전&파이터 게임의 플레이마켓 행사(일러스트 작가, 애니메이션 작가 등이 게임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만들어 파는 행사)에서는 악성 이용자들이 ‘남성 혐오’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할 수는 없다며 참여 작가들의 SNS 계정을 알아내 작가의 사상을 검증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미 누차 발생한 사상검증 사건으로 게임업계 내 뿌리 깊은 여성혐오가 공론화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운영사무국은 악성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행사 참여 팀원 전체의 SNS 주소 제출을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10월 19일, 한 여성 이용자가 ‘넥슨의 집게손 지우기’(논점 1)의 연장 선상에서 벌어진 던전&파이터 게임 내 집게손 모양 수정을 비판하자,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가 해당 이용자와 이에 동조하는 기색을 보이는 SNS 계정을 상대로 사상검증과 신상털기를 자행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여성 유저의 비판을 리트윗(다른 사용자의 트윗[게시글]을 확산하는 행위)하였다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가 플레이마켓 행사 참가를 포기한 사례가 있으며, 이 작가는 자신이 '페미가 아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나서야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되었습니다. (https://m.khan.co.kr/national/...) 이 작가는 "일부 이용자들은 남성혐오에 분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게임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희열에 손가락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문장은 게임업계 사상검증 사태에 대한 밀도 높은 통찰을 보여줍니다. 즉, 여성 혐오를 소재로 게임 서비스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일부 과대표된 게임 이용자와 이를 비판의식과 검증 절차 없이 수용하는 넥슨 사의 태도가 스스로 지속가능성에 지속적 장애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소비자는 그것이 제공하는 재미와 의미 때문에 게임을 찾습니다. 이 재미와 의미에 게임이 다른 사용자를 괴롭혀 내쫓거나 폭력적으로 억압하기 위한 비윤리적 행위를 포함하는 이용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넥슨 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조직된 소수의 과장된 의견을 수용하고, 게임사의 공식 입장으로 내세움으로써 게임 소비자와의 불협화음을 빚었습니다. 특히 소비자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해 넥슨 코리아의 전(前) 직원이 증언한 바로는, 넥슨 사는 게임 서비스와 관련한 의견을 모니터링할 때 ‘주로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하며 과도하게 대표된 일부 의견에 귀를 기울여 여러 가지 오판을 낳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자사에 우호적인 글에 대해 현금성 자산을 제공했다는 '넥슨 콘텐츠 리워드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은 여론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https://m.khan.co.kr/national/...) 게임업계의 여성혐오에 기반을 둔 사상검증과 마녀사냥은 소위 ‘티셔츠 게이트’ 사건으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2016년에 넥슨 코리아가 처음 '여성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는 티셔츠를 입고 자신의 SNS에 인증 사진을 올렸던 성우의 목소리 연기를 자사 게임에서 삭제한 사건입니다. 한국 업계를 이끌어가는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업계에 성차별 사례의 정석을 남긴 넥슨 사는, 또다시 악성 이용자의 성차별적 의견을 수용함으로써 사회의 성별 갈등을 심화시키고 다시 한번 장단기적 재무 약점을 만들었습니다. 넥슨 사는 2016년과 2023년의 자사의 무분별한 여성 혐오 수용에 대한 재무/비재무적, 정량/정성적 평가를 매겨야 하고 투자자와 주주는 이를 기반으로 책임 있는 투자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넥슨 사의 윤리 규범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의무 공시 사항은 아닙니다. 정 지킬 수 없다면 윤리 규범을 공시하지 않거나, 아예 철회하는 것 역시 방법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게임 소비자를 대표하고자 하는 한국게임소비자협회는 한국 게임 업계의 1위 회사인 넥슨 사의 경영 행태를 소비자로서, 또 간접적인 투자자이자 주주로서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지분 29.3%를 한국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소유한 상황으로, 한국 국민은 넥슨의 주주라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기획재정부는 넥슨 그룹의 김정주 전 회장 사망 이후 상속세를 NXC의 지분으로 납부받았습니다. 이렇게 납부받은 4.7조 원에 달하는 NXC의 주식 29.3%에 대한 공매 시도가 있었으나 유찰된 상황으로, 규정상 50%까지 할인하여 매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납세자이자 간접적 주주인 게임 소비자는 NXC의 지분이 할인 판매되는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투자자와 시민 모두에게 있어서 넥슨의 주식은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UN과 OECD가 규율하는 다국적 기업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는 기업이자 우량한 투자가치를 인정받음으로써 제 가치를 인정받으며 팔려야만 합니다. 결론 : 게임 소비자이자 대한민국의 납세자, 넥슨 사의 간접적 주주로서, 넥슨 사의 소수주주 여러분의 투자 자산 보호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소수주주권 행사를 요청합니다. 이에 한국의 게임 소비자를 대표하고자 하는 한국 게임소비자협회의 활동가인 필자는 게임의 소비자이자 한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넥슨 사의 주주분들께, 넥슨 사가 다루지 않은, 이 공개서한이 말씀드린 사건과 논점에 대한 지속가능한 경영 관점에서의 회사의 입장을 밝힐 것을 소액주주의 권리로서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제안해주실것을 요청드립니다. 우리 게임 소비자는 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게임 기업에 인센티브가 돌아감으로써, 더 나은 회사에서 더 나은 게임,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하며, 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계 굴지의 거대 게임 기업들은 대부분 다양성을 게임 내부 콘텐츠로 적극 포용하는 등, 넥슨 사가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 내에서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한국의 게임 시장을 다루는 콘텐츠진흥원의 게임 백서 역시 여성 게이머가 이제 남성 게이머와 그 규모와 지출에서 크게 뒤지지 않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넥슨 사는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며, 투자자와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자료에서마저 현실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책임이 있는 문제마저 외면하고 있습니다. 넥슨 사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 미흡했을 때의 잠재적 비용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게 될 더 많은 이익에 대한 고려가 투자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함을 투자자와 주주로서 주장해주시길 바랍니다. 넥슨 사의 2016년에 여성혐오에 편승하기로 한 이래로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1위 기업의 결정을 관성적으로 따라왔고, 이 때문에 게임 업계 내부적으로는 종사자의 사이버불링과 성차별을 허용하는 인권 침해의 무법 지대(https://www.lawleader.co.kr/ne...)가 되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가 게임업계를 포함한 IT 업계에 기획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하였으며,(https://www.fnnews.com/news/20...)이 특별근로감독으로 가는 길에는 넥슨 코리아사의 자회사인 넥슨게임즈 사를 포함한 게임업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https://www.labortoday.co.kr/n...) 이 있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지속가능성 공시에 기록됨으로써 투자자의 투자 의사 결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야 할 이 사건을 넥슨 사의 지속가능성 공시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게임 업계 외부의 경우, 게임을 즐기는 여성 게임 소비자에 대한 증오와 차별이 극에 달하였습니다. 이는 게임을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혜지’라는 여성적 이름이 비속어나 ‘밈’처럼 사용되는 현상이 바로 보여주고 있습니다.(https://news.sbs.co.kr/news/en...) 이러한 경향성 때문에 게임 소비를 멈추고 이탈하는 소비자가 생기고 있습니다. 넥슨 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의 게임 시장은 2023년 콘텐츠진흥원의 게임백서에 따르면 게임 이용 비율은 전년도 74.4% 대비 62.9%의 큰 폭의 하락을 겪었습니다. 넥슨 사의 메이플 스토리가 놀라운 성장을 거둔 가운데 한국의 게임 시장은 전년 대비 10.9% 감소한 19조 7,90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한국 상장 게임사 상위 10곳의 전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 감소했습니다. 넥슨 사는 축소되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도 매출 증대를 이루어냈지만, 핵심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소비자와 투자자, 주주의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관련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노력도 부족해 보입니다. 축소 추세인 한국 게임 시장에서 넥슨 사의 점유율은 오히려 확대되었습니다. 이처럼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넥슨의 이번 대응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게임 업계 1위 기업의 비합리적이며 비전문적인 결정에 따라 불필요한 연장근무 수당이 지출되었고, 사용자가 이탈하고 시장이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투자 자산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라도 넥슨 사에 대한 비판에 동참해주십시오. 넥슨 사의 주식이 속한 닛케이225를 포함하는 일본 증시가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이유로 한 언론에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꼽고 있습니다. 소액 주주의 권리 개선과 금융청을 중심으로 한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행동 지침')와 도쿄증권거래소 주도의 기업 거버넌스 코드 도입을 통해 기업의 체질이 개선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 법인 그 자체와 이에 투자한 투자자와 주주의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https://www.sedaily.com/NewsVi... ) 일본의 회사법 제303조 2항은 이사회를 설치한 회사에 대하여 1%, 혹은 300개 이상의 의결권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소수주주에게 주주제안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주총회에서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안건을 회사에 직접 제안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넥슨 사는 이사회를 설치한 회사로써 의결권 300개 이상을 보유한 주주 여러분께서 요구하시기만 한다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되는 일련의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해명하거나 견해를 표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인이 소속된 사회와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첫 발걸음은, 회사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였을 소지가 있는 상황을 발견했을 때에 사회에 책임을 진 법인으로서의 입장을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앞선 잘못을 직시하고, 반성하며,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천명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성 공시가 투자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된 진정한 이유입니다. 넥슨의 지속가능성 공시가 가리고 있는 진상을 넥슨이 스스로 파헤치도록 하는 것이, 주주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길입니다. 또한, 넥슨 사의 컴플라이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소수주주의 또 다른 권리인 주주대표소송권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회사법 제847조에 따르면 단 1주라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보장되는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이사 등의 임원을 상대로 회사를 위해 주주가 제기하는 소송을 말합니다. 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경영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로서 회사의 컴플라이언스 정책과 프로그램을 승인하고, 그 이행 상황을 감독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공개서한에서 다룬 사례를 종합해보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는 회사 내 타 기구와 법무팀의 행위에서 컴플라이언스가 작동하였다는 흔적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이사회와 법무팀은 상호 견제와 협력의 관계 속에서 컴플라이언스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사회는 특히 이사회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두어 법무팀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중대한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 보고를 받기도 합니다.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법무팀이 우월한 거래 지위를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에는 이를 감독하지 못한 이사회의 책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소액주주의 대표소송 청구를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의무가 있고,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주주는 회사를 위해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제847조 3항) 대표소송을 제기한 주주가 패소하더라도 악의가 있었던 경우가 아니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제847조 6항) 대표소송 주주에게 변호사 보수 등을 청구할 수는 있으나(제847조 7항) 회사의 합리적 경영이 주주에게 가져다줄 이익은 변호사 보수가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위 소수주주권은 단일한 주주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뜻이 맞는 소수주주들이 힘을 모은다면, 넥슨 사가 비합리적이고 비전문적인 의사결정을 그만두고 주주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상장한 넥슨 사도, 그 지주사로 한국에 소재한 비상장 회사인 NXC 사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각종 법 앞에 자유롭지 않습니다. 행동하는 투자자, 주주로써 그 권리를 쟁취하여 주십시오. 이 방향을 선택하기만 한다면 게임 소비자는 기꺼이 여러분과 같은 편에 설 것입니다. 더 재미있고, 더 가치 있는 게임을 찾는 수많은 소비자와 더 많은 수익을 안겨다 줄 회사를 찾는 투자자와 주주 사이에 기꺼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투자자와 주주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기대합니다. 소수주주간의 의결권 규합을 지원하기 위한 창구를 열어놓았습니다. jclee@kgcs.co.kr 혹은 010-9760-0333 번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3월 15일, 한국게임소비자협회 활동가 이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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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열악한 봉제 노동 환경’ 함께 개선을!
‘열악한 봉제 노동 환경’ 함께 개선을! (2022-06-22) 박만복 | 봉제노동자 서울 성북구 인촌로 한 주택가 건물 지하에 있는 봉제공장에서 노동자가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는 열일곱살에 돈을 벌러 서울로 올라왔다. 누나들을 따라서 봉제공장에 취직한 뒤 지난 36년 동안 봉제 일을 해왔다. 지금은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조그만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공장에 들어가서 막내 시다(보조원)로 일했다. 조금 숙련된 시다를 거쳐 보조 미싱사가 되고, 오야(팀장) 미싱사가 될 때까지 죽어라 일을 배웠다. 입사해서 받은 첫 월급이 13만5천원인데, 5천원은 오야가 내게 일 잘했다고 얹어준 거였다. 내가 일한 만큼 받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공장에서 만난 아내와 밤낮으로 일하면 둘이서 한달에 500만~600만원을 벌었다. 마냥 이렇게 벌릴 줄 알았다. 광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지면서 봉제공장에도 예외 없이 일거리가 줄었다. 단가도 내려가 미싱을 해서 먹고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을 그만두고 8개월 택시운전을 했는데 그것도 힘에 부쳐 다시 양복공장으로 돌아왔다. 공장으로 돌아와서 미싱을 그만두고 옷감의 치수를 재고 자르는 재단을 배웠다. 맨날 좁은 자리에 앉아 미싱 발판을 밟는 것보다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칼질하는 게 재미있었다. 그리고 봉제공장에서 마무리 단계에 쓰이는 지그재그 미싱 등 여러 기계들을 익혀나갔다. 이런 노력으로 공장장이 됐다. 광고 광고 그러다 봉제공장에서 옷의 마무리 공정인 시아게(다림질)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1년 정도 배운 뒤에는 작업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객공 시아게사로 일했다. 오전 8시에서 밤 10시까지 일을 했다. 일이 많을 때는 자정을 넘기기도 했다. 돈을 버는 재미가 있었지만 온종일 서서 다림질을 하다 보니 다리, 발바닥, 어깨 등이 아파왔다. 시아게를 하면서 내가 공장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품 팔아 이곳저곳 공장을 알아보러 다녔다. 드디어 신당동에 있는 공장을 운영할 기회가 생겼다. 계약하는 순간 ‘이제 나도 사장이 되는구나!’ 싶어 기뻤다. 포부도 있었다. 완성도 높은 옷을 만들어 홍보도 하고 내가 직접 영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주문이 들어오면 납품기일 맞추기에 정신이 없었다. 영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알음알음 소개로 온 사람들 덕에 일감이 조금씩 늘어났다. 광고 하지만 성수기인 봄가을에는 일감이 많아도 미싱사들을 구하지 못해 일감을 놓칠 때도 있다. 미싱사들은 일감이 많을 때는 하루 15시간 넘게 일한다. 하지만 비수기에는 미싱 한번 돌리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러면 미싱사들이 다른 곳으로 일감을 찾아 떠난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됐다. 요즘 봉제노동자 평균 나이가 55~60살이다. 수십년을 일한 숙련된 봉제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일하는 환경, 노동시간, 공임 등 처우가 나쁘니 청년들은 봉제 일을 하지 않는다. 30년 전 처음 미싱사가 됐을 때 난 내가 일한 만큼 돈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객공 시아게사로 일할 때는 새벽까지 일해도 벌이가 괜찮아 좋았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공임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싸게 들어오는 옷이 많아 단가 인하 경쟁을 하는 의류업체들 탓에 공임이 낮게 책정되기도 한다. 옷마다 다르지만 한장에 500원짜리도, 2천원짜리도 있다. 20년 전 재킷 한벌에 7천~8천원 하던 공임이 지금은 겨우 1천~2천원 정도 올랐다. 일당 노동자는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한다. 미싱은 12만~13만원, 마무리는 17만원, 재단은 20만원 정도를 일당으로 받는다. 일이 많을 때는 400만~500만원도 벌지만 일이 없을 때는 50만원도 못 벌 때가 있다. 광고 지금 영세공장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봤을 때, 봉제업의 객공 시스템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객공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 어렵고 보너스도 퇴직금도 없다. 4대 보험도 가입되지 않는다. 서울 도심 제조업 중 가장 큰 게 봉제산업이다. 신당동에만 봉제공장이 수백~1천개 가까이 된다. 그중 노동자에게 4대 보험을 가입시킬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사업장이 열에 아홉이다.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서울만 봉제노동자가 9만명이 넘고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제는 좀 바뀌면 좋겠다. 봉제노동자들의 공정임금, 공정단가 그리고 기본적으로 12시간 이상 일하는 작업시간을 바꿔나가고 싶다. 봉제노동자 주 5일 근무, 4대 보험 등 여러 가지를 바꾸고 싶은데 혼자서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영세한 봉제사업주가 노동자들을 4대 보험에 가입시킬 수 있게 독려하고 비용을 일부 보조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사업장 단가, 임금,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주면 좋겠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새 이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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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개입의 기준은?
요즘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 1월 4일부터 약 20회에 걸쳐 지역별로 민생토론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총선을 앞두고 이것이 선거 개입이라는 논란이 일었어요. 우리나라는 공직선거법상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지난 7일 윤 대통령이 이를 어겼다며 경찰에 고발했어요. 민생토론회가, 어떤 내용이었길래 선거 개입 논란이 생긴 걸까요? 대통령으로서의 업무와 선거 개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관권선거 선거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은 정부가 여당에 유리한 선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관권 선거 논란이 자주 일어나는 편입니다. 대통령의 선거개입 금지 공직선거법 제9조와 제85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은 선거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선거 운동을 하거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위도 해선 안 됩니다. 특히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 관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다만 대통령의 행위 중 어디까지가 선거 개입인지는 늘 논쟁적이었습니다. ✔️ 공직선거법 ✅ 제9조 제1항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 제85조 제2항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민생토론회에서 뭘 했는데? ✅ 어디서 열렸나 민생토론회는 지금까지 총 19차례 진행됐습니다. △서울(영등포·동대문·성동) △경기(용인·고양·수원·의정부·판교·성남·하남·광명) △영남(부산·울산·창원·대구) △충청(대전·충남) △인천 △강원 춘천에서 열렸는데요. 아직 호남과 제주에서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 무슨 얘기가 나왔나 윤 대통령은 지역별 민생토론회마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대부분 해당 지역과 관련된 개발 및 복지 정책입니다. 지역 개발 정책 의정부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F 노선 추진 수원 ➡️ 622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 울산 ➡️ 그린벨트 해제 대구 ➡️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2030년 개항 복지 정책 광명 ➡️ 국가장학금 수혜 대상을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확대 대전 ➡️ 국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모든 전일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장학금 지원 왜 선거 개입이라는 건데? 야당에서는 민생토론회가 관권 선거의 일환이라고 주장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여당 승리를 도우려 지역 공약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는 겁니다. 🤷 비판: 총선용 ‘퍼주기 공약’ 아니야? 민주당은 대통령실에서 총선을 의식해 당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을 던졌다고 비판합니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들의 예산은 수백 조 원에 달합니다. 국가장학금 대상 확대의 경우, 연 200만원씩 지원한다면 1조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마련할 지는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그간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건전재정 기조*에 어긋나는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건전재정: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 적자를 내지 않는 재정 상태 사업을 관련 부처나 야당과의 협의 없이 약속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토론회에서 언급된 정책의 대다수에는 국회의 법 개정이나 민간 기업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추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곧 추진하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 옹호: 총선과 관련 없는 정부 정책일 뿐이야 대통령실은 민생 토론회가 선거 운동이 아니라 지역의 숙원이었던 현안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주장합니다.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들이 새로운 총선용 정책이 아니라, 이미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연말·연초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되는 정책들을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 비판: 총선을 겨냥한 지역 선정 아니야? 지금까지 민생 토론회가 열린 곳 중 수도권은 12곳이고, 나머지 7곳 중 절반 이상이 영남 지역입니다. 총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될 ‘경부선 벨트’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인 호남과 제주에서는 민생토론회가 열리지 않았습니다. 🙅 옹호: 다른 지역도 검토 중이야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는 연중 내내 열리며, 최대한 모든 지역을 찾아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전남에서의 민생토론회를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디까지가 선거 개입일까? 이전 정부에서도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행보는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17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해 탄핵 위기에 처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탄핵을 기각하면서도, 대통령은 정치활동 자유보다 선거중립 의무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지지세가 약한 지역에서 각 부처 업무보고를 가지고, 지역개발 관련 공약을 발표해 논란이 됐습니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절에는 정치적 안정이 중요하다”며 여당을 지지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20대 총선을 앞두고 본인의 계파인 친박 정치인을 당선시키고자 공천과 선거운동에 개입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선거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상징색인 빨간색 옷을 입고 전국 각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21대 총선 보름 전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을 발표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대통령 선거개입의 유형은 1️⃣직간접적인 특정 정당 지지 발언, 2️⃣선거 직전의 정책 발표, 3️⃣공천·선거운동에 대한 직접 개입으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을 기준으로,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경우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따라서 2️⃣선거 직전의 정책 발표는 현재 선거법 위반 여부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선관위는 과거 대통령의 선거 전 정책 발표와 지방 행보에 대해 자제 메시지를 내왔지만, 이번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지방 행보는 지난 총선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비해 많은 편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선거 개입 소지가 있다는 응답은 48%, 민생 행보 차원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42%였습니다.
선거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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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차 스타트업이 연구자 부트캠프 만든 썰 (1)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2024년 연구원정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이 오늘(14일) 자정 마감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 서둘러 신청하세요! 안녕하세요. 연구탐사대입니다. 지난 레터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특징을 통해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의 씨앗을 확인하고 이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와 ‘길’에 대해서 이야기드렸었는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또 만들면서 저희가 갖게 된 고민과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이번 2024년 상반기 연구원정 부트캠프의 대원 모집이 오늘 마감되는데요. 물론 이번 상반기 모집에 마음이 있으신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도 너무 좋겠지만, 그 이상으로 저희가 부트캠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졌던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면서 이 뉴스레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과 보다 넓게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한번 읽어봐주시고 관련해서 드는 생각들, 제안들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1. 왜 부트캠프죠? 부트캠프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잠시 말씀드렸었지만 조금 의아하신 부분이 있으셨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길과 방법론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왜 굳이 부트캠프지?’라는 것이죠. 사실 지난 레터에서 말씀 드렸듯이 ‘길Way’과 ‘이야기Narrative’라는 것은 마치 스타트업이 일반 기업과 어떤 면에서 다르고, 시작부터 성숙한 단계까지의 ‘생애주기’를 선명하게 보여주듯이 나타내는 표준화된 경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또한 처음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심이 생길 때부터 연구를 배우고 실제 연구를 수행해서 사회변화에 적용시키는 자리까지의 ‘생애주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 중에서 ‘연구주제 찾기부터 연구계획 세우기’까지의 영역들을 발견해낼 수 있었죠.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과 ‘이야기’를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도와 상황들이 존재했습니다. 1. 진심을 가진 연구자를 찾는게 빠를까, 진심을 가진 사람이 연구를 배우는게 빠를까? 먼저는 생태계를 만드는 ‘전략’에 관한 부분이었어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한 생태계를 만든다고 했을 때에, 사실 가장 확실하고 선명한 방법은 ‘현재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하고 있는 연구자’분들을 직접 섭외하고 모셔와서 그 분들과 함께 그러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었을 거에요. 이 분들이야말로 각자의 개인기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해나가고 계신 분들일테니깐요. 그리고 이 분들이야말로 당장의 성과를 내실 수 있는 분들이시기도 했죠. 다만 우리의 목표가 정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결국 중요한 것은 ‘진심이 소실되지 않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호 뉴스레터에서 이야기했듯이 기존의 학술생태계에서 중시하는 좋은 지식의 기준은 ‘학술적 엄밀성’ 혹은 ‘학술공동체의 기여’에 맞춰져 있었어요. 당연히 지식으로서의 최소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소실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높았죠. 이미 학술적 기준과 사회문제에 대한 진심의 레벨을 높이신 연구자분들이 다수 있으셨지만, 그마저도 기존의 학계에 수년간 몸담으시면서 기존 학계의 기준이 몸에 배여 있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저희가 정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에 대해서 마음껏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학술생태계와는 다른 연구문화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아직 학술생태계의 문화에 젖어있지 않으신 분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연구를 해나가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에 맞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진심을 가진 연구자를 찾는 것’보다 ‘진심을 가진 사람들이 연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된 방향성으로 잡았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연구자들만으로는 연구가 유의미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 거에요. 그래서 대신 저희는 기존의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분들을 ‘연구멘토’로 영입하면서, 이 분들의 전문성을 통해 예비연구자들의 역량이 강화되도록 하면서도 동시에 ‘진심을 가진 연구자’가 생태계의 중심이 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진심과 연구에 대한 전문성을 겸비하신 연구멘토 또한 함께 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활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아래 링크로 등록해주세요! 연락 드리겠습니다! 연구원정의 멘토가 되어주세요! 2. 전업 연구자가 아닌, 모두가 ‘연구’를 하는 시대 동시에 연구 자체에 대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러 산업과 분야에 있어서 과거에는 수년간의 훈련을 거친 ‘전문가’들이 담당하던 영역에서 점차 다양한 배경을 가진 ‘준전문가’들이 우위를 보이는 현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과거 PD가 되기 위해서는 속칭 ‘언론고시’라고 하는 시험과 공채, 그리고 조연출부터 다년간의 훈련을 거친 끝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할 수 있었지만, 유튜브의 등장 등으로 인해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든 촬영을 통해 영상을 만들 수 있고, 또 수많은 사람들을 구독자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과 영상을 결합해서 기존의 방송사보다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도 나타났죠. 삼프로tv라던가 한문철tv 등이 대표적입니다. 동시에 사법영역에 있어서도 기존의 고시제도에서 로스쿨제도로 변화함에 따라 학부 시절부터 법학과 출신에 사법고시를 다년간 준비해서 오롯이 사법영역에만 종사하는 변호사가 아니라, 무역업체의 경험을 바탕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무역 전문 변호사, 공무원으로서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조세 전문 변호사 등과 같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변호사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이는 사회가 점차 복잡다양해지면서 전문성이 그 자체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다양한 배경들이 조합되었을 때에 가지는 시너지가 사회의 수요에 보다 잘 부응할 수 있게 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 직장에서 십수년간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고 여러 직장들을 이직하면서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만들며 전문성을 기르는 것 또한 같은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이러한 흐름들을 보았을 때에, 저희는 연구에 있어서도 동일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가져오는 잠재성에 주목했습니다. 석사 2년 박사 3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서 그저 연구계에만 몸을 담고 있는 연구전문가도 물론 학술영역에서는 정말 필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경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해당 부문을 ‘연구’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 또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죠. 물론 실제로도 다년간의 경험과 경력을 갖추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구를 수행하는 원생들이 적지 않았지만, 많은 경우 실제 연구를 통해 임팩트를 내는 트랙과 구분되어 ‘학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학위를 취득하는’ 트랙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여러 특수대학원들 또한 그런 취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를 실제 하고 싶을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연구를 배워야 했고, 전업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학부 직후부터 대학원에 진학하는 트랙이 아니면 연구자가 되기 어려운 구조였죠. 따라서 각자의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연구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각 학과의 핵심지식을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교과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심과 맥락, 경험과 배경을 어떻게 ‘연구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가르치는 ‘실습훈련’이 필요합니다. 학과 혹은 방법론 자체보다 그 사람의 ‘연구주제’와 ‘연구목적’이 중심이 되는 커리큘럼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3. 부트캠프, 또는 ‘모듈Module’ 마지막으로 부트캠프는 먼저는 예비연구자를 양성하는 목적이 있지만, 그 자체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듈(Module)’이기도 합니다. 누구든지 연구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구 프로세스의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연구자 개인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프로세스를 따라가기만 하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죠. 프로세스가 표준화된다면 아주 탁월한 마스터피스를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진심, 고민을 연구로 발전시킬 때의 수준은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곧 연구에 대한 문턱을 낮추게 되고, 보다 다양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줍니다. 저희는 부트캠프를 설계할 때에 그 자체로 ‘실전에서 연구할 때에 써먹을 수 있는 프로세스’를 커리큘럼으로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동시에 이 부트캠프의 커리큘럼은 현재 그 방식이 ‘교육’이라는 방식일 뿐, 얼마든지 그 템플릿을 ‘가이드북’이나 ‘플랫폼’ 등으로 응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동시에 각 단계별 프로세스는 훈련을 거듭할수록 그 수준과 깊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마치 근력운동을 하는 운동선수들이 몇 가지의 표준화된 운동기기와 운동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근육을 발달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트캠프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PT(Personal Training)와 같겠죠. 부트캠프에서 개발하게 된 모듈은 곧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모듈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동시에 특정 문제에 있어 모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연구를 심화시켜 나갈 때마다 다른 연구자들 또한 그 연구과정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정의에 관한 선행연구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논문리뷰를 수행해나간 대원의 리뷰는 기후정의를 연구하고자 하는 다른 연구자에게 요긴하게 쓰이는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도록 하였고 자연스럽게 모듈의 사용이 곧 연구에서의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따라서 부트캠프는 모듈을 ‘교육’의 형태로 표현한 한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계속) *D-Day! : 3월 14일(목) 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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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의 목소리] 수선한 옷 만족해하는 손님 보면 뿌듯해요
수선한 옷 만족해하는 손님 보면 뿌듯해요 (2023-11-13) 유미애 | 수선집 운영·서울 성북구 패딩점퍼 소매를 수선하고 있다. 필자 제공 올해로 수선집을 시작한 지 4년이다. 이젠 잘한다는 소문도 나고 자리가 잡혔다. 사실 내가 수선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손재주가 좋았던 나는 결혼 전부터 손으로 하는 건 뭐든지 금세 배웠고 그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살림하며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특히 일곱살부터 운동을 시작해 선수의 길을 걸은 작은아이 챙기느라 하루하루가 바빴다. 아이 뒷바라지가 끝나면 취미생활 겸 공방을 운영하면서 중년을 보내고 싶었다. 광고 인생은 내 바람대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작은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고 파산했다. 아이들에게도 위기가 왔다. 특히 작은아이가 10년 동안 해온 운동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집안일만 해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고된 식당 알바를 하며 생활비와 작은아이 레슨비를 보탰다. 아이가 대학에 가면서 꿈꿔오던 공방 대신 돈벌이가 되는 수선일을 택했다. 아이와 함께 운동하던 누나의 어머니가 수선집을 운영하셨는데 일을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주말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로 와 수선 기술을 배웠다. 그런 와중에 사장님 제안을 수락해 아예 수선집을 맡아 운영하기 시작했다. 광고 광고 실전은 쉽지 않았다. 예전 사장님 단골들을 다시 내 손님으로 만들려면 실력도 있고 친절해야 했다. 처음엔 전 사장님과 비교하시는 손님들이 많았다. 가장 기본적인 바지 기장 줄임부터 소매 기장 줄임, 품 줄임, 지퍼 교환, 누빔, 고무줄 교체, 허리 줄임과 늘림 등 다양하게 수선을 의뢰받는데 그때까지 배운 것으로는 부족했다. 해보지 않은 수선이 들어오면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며 배웠다. 그렇게 세월이 쌓이며 안 될 것 같은 수선을 통해 옷이 바뀌는 게 신기했고, 좋아진 내 실력에 스스로 감탄을 하기도 했다. 수선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옷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요즘은 옷 제도와 재봉을 공부하며 틈틈이 실제 옷도 제작한다. 평일에는 오전 9시30분부터 저녁 8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쉰다. 보통 하루에 20~30벌 정도 작업한다. 간절기에는 수선하는 양이 두배 정도 늘어 매일 밤 10시가 넘도록 일하고 휴일에도 일할 때가 많다. 광고 처음엔 너무 오래 입어 해진 옷을 굳이 수선해 계속 입으려는 손님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의외로 그런 분들이 많아 놀랐다. 더 신경 써서 오래도록 입을 수 있게 도와드리려 한다. 수선협회에서 정한 가격을 기준으로 수선비를 책정하고 어떤 수선이든 손님이 만족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하려 노력한다. 수선 실력만이 아니라 손님을 상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다양한 손님을 만나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힘들 때도 잦다. 보통 바지 기장 수선에 4천원을 받는데 손님들 반응도 제각각이다. 1만원 주고 산 바지인데 수선비 4천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니냐고 항의하던 손님이 기억난다. 원하는 대로 수선했는데도 트집 잡고 수선비도 내지 않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한번은 자기 바지 대신 남의 비싼 바지를 가져간 손님이 있어, 옷이 없어진 다른 손님에게 바지값을 드리기도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수선표를 만들어 손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해 손님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했다. 고생했다고 커피나 과일 같은 간식을 주시는 손님도 있다. 몸에 딱 맞게 옷 입는 걸 좋아하시는 한 손님은 수선하러 자주 오시니 내가 그 손님 취향을 잘 알게 되고 그에 맞춰 수선해 드리면 항상 만족해하신다. 손님이 만족할 때면 나 역시도 수선집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분들이 훨씬 많으니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잊게 된다. 남편도 다시 일을 시작하고 수선집 운영도 안정적이어서 아이들 뒷바라지나 생활에 어려움은 많이 줄었다. 나도 어느새 오십대 초반이지만 아직 젊으니 배울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가게에 오시는 손님이 만족해서 다시 오실 수 있도록, 발전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어려울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힘을 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받은 도움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6411의 목소리'는 한겨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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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2)
*Active Research Journal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레터 입니다. 연구탐사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뉴스레터를 구독하고 싶으시다면 이 링크 를 클릭하세요. 지난 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에서 이어집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은 이렇게 컸지만, 해나가야 할 일은 너무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개인 혹은 작은 조직에 불과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하나씩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씨앗은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씨앗이,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선 글들에서 소개했던 베버리지 리포트 등과 같은 사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동시에 이미 연구 현장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씨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분들을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에 대한 개념에 대해 대표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활동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는 연구자 중에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활동을 병행하는 연구하는 활동가, 활동하는 연구자로 이야기합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아시아 다음세대 연구자 교류협력 플랫폼 구축방안 연구’라는 연구를 수행한 LAB2050에서는 아래와 같이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해법을 찾는 연구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과 현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사람.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자: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며, 연구와 활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협력의 주체. 이행기의 청년 연구자/활동가: 학교에 있지만 현장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청년 연구자. 활동가이면서 연구를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청년 활동가 활동의 체계적 구축자: 활동의 경험과 깊이를 연구자의 전문성으로 체계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의 지점을 짚어내고자 하는 사람.  ‘N포 세대’를 ‘액티비스트 리서처’로 호명합니다 이와 같이 연구활동가는 ‘연구, 활동, 공론화’에 있어서 셋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셋의 연결과 융합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될 때에 이 세 가지의 연결과 융합이 ‘무엇을 위함인가?’라는 질문을 가져갈 수 있겠죠. 이것은 결국 연구, 활동, 공론화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알고 또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청년들, 도시 삶의 연구자가 되다>라는 연구활동가 컨퍼런스에는 연구자들이 전체 강연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실제 LAB2050에 연구를 의뢰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는 2019년 AYARF(Asian Youth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연구계 안에도 ‘그냥 연구와 다른 결을 가진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구나에 대한 감각들이 생겨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만 AYARF의 경우, 2회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이후 추가적으로 연구활동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연구활동가의 문제해결플랫폼’을 지향하는 LAB2050에서 계속해서 연구활동가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고, 실제 저희 컨퍼런스에서도 연구활동가의 개념에 대해 발제를 해주신 바 있으십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삼위일체, 연구활동가 - 윤 형중의 토론 | 캠페인즈 연구활동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반응하는 연구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활동과 사례들이 발굴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시의 문제의식과 대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연구활동가 : 생태계의 씨앗 저희가 특히 이러한 ‘연구활동가’라는 개념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연구활동가’라는 존재가 가지는 3가지 특성 자체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스타트업’이 가지는 3가지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이었죠. 스타트업에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요소로 ‘기획, 개발, 디자인’을 꼽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고 할 때에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구요. 그 기획을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세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프로세스가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서, 그 전개한 활동에 대한 공론화를 수행하는 3가지 요소의 프로세스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과 연구활동가의 작동원리(Dynamic)가 비슷하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스타트업 생태계 같은 울창한 숲을 이 작은 연구활동가라는 씨앗 속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2. ‘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씨앗을 어떻게 울창한 숲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그저 연구활동가들이 각자 개인기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 삭막한 현장에서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 그것의 시작은 ‘길’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비전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모여야 했고, 그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습니다. 그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해’라는 이야기에서 끝나서는 안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러한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그 다른 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연구자를 설득하고 예비연구자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처음에 이들이 이야기하는 ‘사업’이라는 것은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던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안해낸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기업과 선명하게 다른 특징들을 가집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예비창업기부터 창업기, 성장기, 도약기와 엑싯 이후까지의 생애주기에 대한 길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각 단계별로 투자의 단계가 다르고, 시드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 단계별 용어들과 해야 할 일 등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죠.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 순서를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왔을 때에 이러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차이가 크게 나게 됩니다. 또한 지원사업들에 있어서도 각 단계에 맞는 필요와 내용들에 대한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여러 성공사례들이 축적되면서 그것이 또 다른 기업들에게 Reference가 되어주는 등 그에 맞는 ‘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의도를 가지고 임의로 닦은 도로라기보다는 모두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도보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있고, 동시에 같은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함께 동료의식을 느끼면서 이 길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의 ‘목적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칭 유니콘(Unicorn)이라 불리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이 되는것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꿈과 같습니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루고 산업을 혁신하는 경우들도 많고, 이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재투자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는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길’이 존재하고 그 길을 중심으로 그 길 위를 나아가는 스타트업들과 그 스타트업들을 돕는 여러 조력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마치 한 생태계에서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이 어떻게 거대한 나무가 되는지에 대한 ‘생애주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씨앗의 생명력을 돕기 위해 서로 얽혀있는 먹이사슬과 공존의 상호작용이 생태계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연구자가 실제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그 길에 대해서 말이죠. 3. 연구원정 부트캠프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길 닦기 그 길을 직접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로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를 개발했습니다. 부트캠프(Bootcamp)라는 것은 원래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단어로, 민간인이 신병훈련소를 통해 군인으로 거듭나게 되듯이 부트캠프의 집중훈련과정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교육훈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기간에 훈련시키는 개발부트캠프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총 16주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저희 나름의 정의와 필요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연구방법론을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연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연구주제 찾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선행연구를 찾고 학습하는 법, 연구가설을 수립하고 연구계획을 세우는 법 등에 대한 활동들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대학원의 과정과 사뭇 다릅니다. 대학원이 해당 학과의 핵심이론을 공부하는 것에 커리큘럼의 중점을 두었다면, 저희는 자신이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한 논문과 지식을 찾아서 습득하고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관련된 툴들을 제공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방법론’을 저희가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개발한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학교도 아니고, 저희의 방법론 또한 새롭게 고안한 특출난 방법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노하우들을 커리큘럼화 한 과정입니다. 말 그대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걸어간 자리들을 ‘길’로 만든 셈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러한 연구가 존재하고, 그러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러한 연구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취지에 공감해 준 13명의 사회문제해결형 신진연구자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고 실제 연구멘토로 함께 활동해주고 계십니다.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2022년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 기후위기 1기를 시작으로 현재 기후위기 4기와 공공문제 1기, 교육문제 1기가 활동을 마치고 수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3월 14일까지 2024년 상반기에 함께 연구를 훈련할 연구대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직 새싹 같은 연구자들일지 모릅니다. 부트캠프 또한 ‘연구계획서’까지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그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트캠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닦기 시작했고, 이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들을 모으고, 예비연구자들을 길러내면서 정말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진심, 도전, 협력’의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말이죠. #3. 나가며 : 연구탐사대를 소개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제작할 때에 어떠한 고민과 난관에 부딪쳤는지, 그리고 그것을 나름의 어떤 방식들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젹인 사회문제 연구 커뮤니티로 구축하고자 하는 ARC(Active Researcher Crew)와 저희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계의 유니콘 기업인 ITT(Indie Thinktank)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습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저희의 계획은 1,2년 짜리가 아니라 30년, 50년짜리 계획입니다. 생태계를 일구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니 그 정도로 길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게 가져야 할 자세이겠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성과와 성패에 좌지우지되기 보다 차근차근히 저희만의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그렇게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함께 하실 분들도 너무 환영이구요. 저희와 함께 이런 연구들을 수행해나가실 분들,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해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실 분들도 모두 환영입니다. 이번 호에서 미처 설명드리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고민이 되는 ‘자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저희의 계획을 곧 소개드릴텐데요. 관련해서 이런 생태계를 지지하시는 후원자분들이나 기관, 재단 등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희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래 문장이 가장 많이 와닿았었습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좋은 연구, 정말 좋은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 연구자가 연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생태계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그런 연구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저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편지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D-1! : 3월 14일(목) 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액티브 리서치 저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전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나머지 이야기를 미리 읽고 싶으신 분들이나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Active Research Journal 뉴스레터 구독하기
당신은 왜 일하나요 [처음 읽는 공동자원체제]
"임금 노동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이 없을까?" 성찰과성장은 '노동시장 너머 새로운 대안 제시하기'라는 주제 아래 3편 연재를 통해, 기존 노동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상상해보고자 한다. 이 연재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와 내재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의 형태를 모색한다. 들어가며 이 글은 ‘왜 우리가 하루 24시간 중 8시간 이상을 원치 않은 곳에서 원치 않은 일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강제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려받은 자산이 있다면 ‘먹고사니즘’에 대한 고민이 덜 하겠지만 자산이 없는 사람은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어떤 일을 하고 돈을 벌지 결정한다. 그리고 그 중 약 80%는 누군가의 밑에서 임금을 받으면서 살아간다(2024년 1월 기준 비임금근로자는 22.7%, 임금근로자는 77.3%이다). ▲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성찰과성장 강제적인 일 직장인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강한 강제성을 띌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그 ‘누군가’는 우리가 흔히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으로, 이들은 직원을 항상 감시하고 통제하려 한다.  사무직으로 일했던 본인의 경험을 꺼내보자. 사장(또는 관리자)은 심심할 때마다 사무실로 조용히 들어와 돌아다녔으며(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기 위해 온 것처럼 느껴졌다), 언젠가는 오래 쉬는 직원이 많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20분 이상 자리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 사장의 ‘꼼꼼한’ 감시는 필요악일까? ⓒ성찰과성장 사장의 ‘꼼꼼한’ 지시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 구성원의 의욕을 꺾는데 영향을 끼쳤는데, 그 지시를 유발한 장본인(너무 많이 쉬고, 꼼수를 부려서 일을 안하던 사람)들이 그 후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시를 지키는 사람은 기존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던 직원들이었고 이들은 괜히 회사에 대해 없던 불만만 품게 되었다. 사장의 감시와 통제는 수익을 얻기 위한, 그리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행위임을 안다. 하지만 이 행위 때문에 회사에서 8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인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노동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다. 거기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만들어낸 모든 생산물은 사장이 소유(정확하게는 회사가 소유하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장은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하기 때문에 일에서 느끼는 효능감은 점차 사라진다.  그럼에도 직장인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 그저 매월 통장에 급여가 입금되는 것을 바라보며 산다. 일을 그만두면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 시대별 가구 평균 근로소득 대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비율 ⓒ성찰과성장 외환위기 이후 불안정일자리가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이 임금을 저축하는 것으로는 구입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짐에 따라 직장인의 비애가 더욱 심해졌다.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주었다(박대근, 최우주, 2015). 통계청 데이터(주택매매가격지수, 아파트 규모별 매매 실거래 평균가격 등)를 활용하여 구한 수도권 85㎡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2000년 1억 3천 6백만 원으로 2000년 근로자가구의 월 평균 근로소득 200만원의 68배 정도 되는 가격이었으나, 2022년에는 6억 2천만 원으로, 2022년 월 평균 근로소득 470만 원의 132배 정도 되는 가격으로 올랐다. (참고로 2022년 서울 85㎡ 아파트 가격은 가구 월 평균 근로소득의 230배이다) ▲ 가계의 월 평균 근로소득을 전부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9년이 걸린다. ⓒ성찰과성장 근로소득의 절반을 부동산 구입을 위해서만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2022년 기준으로 22년을 모아야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겨우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아파트 구입을 위해서는 사실상 부채를 져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근로소득 470만 원이 평균값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소득분위의 60%는 평균 근로소득에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사람은 자가구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세로라도 살기 위해 부채를 지니고 거주할 곳을 얻는다.  과거 경제성장 시기 직장인은 자유시간을 위해 직장생활을 버텼지만 지금의 직장인은 부채를 갚기 위해 직장생활을 버틴다(장훈교, 2019). ▲ 가계 대출의 위험을 알리는 뉴스 (가계대출 '1086조' 7개월 연속 증가..경제위기 뇌관 '빚폭탄' 터지나 - [핫이슈PLAY] MBC뉴스 2023년 11월 9일) ⓒMBC 뉴스 유튜브 갈무리 사장이 된다면? 필자가 직장인이었을 때 겪었던 일들, 그리고 주변 직장인 지인의 생각들을 종합하여 알게된 것은 많은 직장인은 (당연하게도) 출퇴근을 싫어하고, (생각보다) 회사에 애정이 없으며, 회사가 성장하든 말든 자신의 일자리와 임금에 타격을 줄 정도가 아니라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사장의 자녀로 아버지 밑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지인의 생각과 행동은 완전 다르다. 그는 업계 특성상 하루에 12시간을 근무하며 간혹 일이 몰렸을 때는 밤 12시까지 일하기도 하고, 일요일이나 연휴 때도 출근 한다(이 업계에서 대부분 그렇게 일한다).  기본적인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음에도 이 지인은 동료 직원보다 더 빠르게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한다. 그는 일이 들어오지 않으면 회사의 안위를 걱정하고, 쉬는 날에도 생산 기계가 잘 돌아가는 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회사에 다녀오기도 한다.  그의 행동 속 숨겨진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의 자본을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고 커질수록 자신이 소유할 자본이 커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 마르크스와 생산수단 ⓒ성찰과성장 직장인과 사장 자녀가 가지는 태도의 근본적인 차이는 생산수단의 소유(예정) 여부이다. 생산수단은 토지, 기계, 설비, 공장, 건물 등 무언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한다.  사무직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사무실, 의자, 책상,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린터, 인적네트워크 등도 생산수단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통제와 감시 속에서 일을 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것을 소유하지 못함에도 ‘직장인 되기’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생산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정리하자면 직장인은 생산수단이 없기 때문에 하루 8시간 이상을 통제와 감시 속에서 일하고, 스스로 창조한 것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상황 즉, ‘자신의 노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객관적 조건’을 ‘노동소외’라고 칭했다(최일붕, 2023). 우리는 노동소외로 인해,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시간을 ‘임금획득을 위한 시간’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우리는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경쟁하고, 취업 후에도 살아남기 위해 회사의 감시 속에서 발버둥친다.  참고 살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커져가는 빈부격차, 낮아지는 경제성장률, 불안정한 일자리, 나의 노후를 책임지지 않을 것 같은 국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압박한다. ▲ 임금노동자는 영원히 고통 받아야 할까? ⓒ성찰과성장 고백하자면 본인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 압박에서 벗어났다. 먹고 살 고민을 하지 않고 원하는 공부와 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도 매일 보람차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 필요한 첫번째 방안은 바로 노동소외를 해소하는 것이다. ▲ 노동소외는 개인의 문제인가, 구조의 문제인가 ⓒ성찰과성장 노동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시각에는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노동소외를 개인의 문제로 보고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여 생산수단을 획득함으로써 노동소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 시각은 직장인 생활이 싫다면 주식, 코인,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투자해서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차리면 된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최근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된다. 벤 칼슨, 로빈 포웰의 『경제적 자유: 돈의 알고리즘』(2023)에 따르면 경제적 자유는 ‘돈으로 얻는 자유’를 뜻한다.  경제적 자유는 학문적으로 사유재산권을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 관점과 시민의 도덕적 능력 계발을 강조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나(황재홍, 조필규, 2015) 요즘 대다수가 사용하는 ‘경제적 자유’는 전자의 관점에 따른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 많은 이가 ‘노동소외’를 겪는다고 해서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성찰과성장 두 번째 시각은 노동소외 문제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한다. 직장인이 투자를 잘해서 자본을 모으고 사업을 차려 성공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자영업자 중 영세자영업자(고용원 존재 여부 기준)의 비중이 74%인 것을 보면 이를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식 배당금을 받는 이상적인 투자 방식과 다르게 앞에서 말한 주식, 금융상품, 부동산 등 돈을 한번에 많이 버는 투자 방식은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돈을 벌면, 다른 누구는 돈을 잃는다. 따라서 거시적으로 봤을 때 직장인이 사업가가 되는 것은 ‘노동소외’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자는 노동소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누가 되었든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고용되어 감시 속에서 살아가지 않더라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대다수가 겪는다고 해서 ‘노동소외’ 현상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되며, 노동소외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오며 필자는 세 편의 글을 통해 노동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구조를 모두의 노동이 “생명의 자유로운 발현이 되고 인생의 즐거움”(최일붕, 2023)이 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2편에서는 노동시장의 의미와 노동시장이 없었던 시기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생활했는지 짚어보고 능력주의를 넘어서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이 싫은 이유는 ‘일을 해야해서’가 아니라 ‘살기위해 강제로 돈 버는 일을 해야만’하기 때문이다. 단지 개인의 불평불만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부딪쳐야만 하는 객관적인 조건이자 구조의 문제이다. 세상에는 많은 것이 이해 불가 투성이지만, 거기에 한가지 의문을 더해보자. “왜 나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거지?” 참고문헌 박대근, 최우주, 2015, ‘가계부채의 결정요인에 대한 패널자료 분석: 주택가격과 대출심사기준을 중심으로’, 경제연구, 33(1) 최일붕, ‘마르크스주의의 방법 (1) 노동소외(https://wspaper.org/article/29843) 벤 칼슨, 로빈 포웰, 2023, 『경제적 자유: 돈의 알고리즘』, 인사이트엔뷰 황재홍, 조필규, 2015, ‘경제적 자유와 사회정의 신고전적 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 한국경제학보 22(2)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대안을 배달해드립니다 - 창작그룹 '성찰과성장' 글 작성 및 편집 : 신동주,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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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에 붙은 대자보 2개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3월 둘째 주 by. 🤔어쪈 1. AI가에 붙은 대자보 2개 AI 윤리 레터에 언급된, 아니 웬만한 글로벌 AI 기업 모두가 모처럼 중지를 모았습니다. 유명 벤처투자자 론 콘웨이(Ron Conway)가 이끄는 SV Angel에서 발표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AI 만들기’라는 성명서에 오픈AI,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회사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읽어봐도 AI는 좋다, 필요하다, 그러니 잘 만들자는 공염불로만 읽히는 건 저뿐만이 아닌가 봅니다. 이전에 AI 하이프 뉴스 체크리스트를 통해 소개한 적 있는 에밀리 벤더(Emily M. Bender) 교수는 참여 기업들이 AI를 계속 개발해서 더 부자가 되겠다는 내용으로 패러디하기도 했죠. 한편, 학계에선 기업들이 정말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면 ‘독립적인 AI 평가에 대한 면책 조항 (A Safe Harbor for Independent AI Evaluation)’을 둬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가 나왔습니다. AI의 위험성과 취약점을 찾으려는 연구자나 이용자를 막거나, 더 나아가 법적 책임을 묻는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요청인데요. 앞선 성명서에 참여한 AI 기업들이 어떻게 응답할지 궁금해집니다. 2. MS: (문제 있어도) ‘진행시켜!’ 오픈AI가 개발한 GPT, DALL-E 등의 AI 모델에 대한 독점사업권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코파일럿(Copilot)이라는 이름으로 그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AI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시에 ‘책임있는 AI (Responsible AI)’를 강조하며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도 하죠. 하지만 MS의 AI 개발자 셰인 존스(Shane Jones)는 코파일럿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가진 위험성을 수차례 제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이를 인지하고도 묵살한 채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최소한 코파일럿이 유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이용연령을 제한하거나 별도 보호 장치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존스가 MS 경영진과 FTC에 서한을 보냄과 동시에 관련 기사가 보도되자 MS는 유해 콘텐츠 생성에 쓰이는 프롬프트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한 빅테크 내부고발 시나리오로 시작한 셈이죠. 전에도 적지 않은 내부고발자들이 있었고, 이들은 회사가 홍보하는 것에 비해 안전성과 같은 가치를 사업 기회 대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내왔습니다. 그렇다면 AI 기업들이 부르짖는 자율규제는 답이 아닐 수도 있겠죠. 3. 학교 숙제를 넘어 연구 논문까지 AI가? 챗GPT가 등장했을 때, 어른들은 학생들이 학교 숙제를 AI에게 대신 맡긴 후 제출하여 결국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물론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범위는 교실과 강의실을 넘어 실험실의 교수와 연구자들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AI가 생성한 말도 안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담은 논문이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끝내 철회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동료평가(peer review) 방식으로 이뤄지는 논문의 게재 여부 결정 과정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참인데요. 논문 심사조차 AI에게 맡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황우석 덕분에 우리는 논문 이미지 조작 문제가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임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양한 AI 도구가 과학 연구 현장에 도입되면서 연구자들이 갈수록 AI를 예언자, 대리인, 분석가, 심판자로 여기면서까지 거리낌없이 사용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연구실에 AI를 들여 보다 효율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생산하지만,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건 아닐지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4. 결국 돈싸움이었던 일론 머스크 VS (닫힌) 오픈AI 지난주 소개한 일론 머스크의 오픈AI 고소로 시작된 소송전이 점입가경입니다. 머스크는 늘 그래왔듯 X를 통해 공격을 이어가고 있고, 오픈AI 역시 공식 블로그에 창립 이래 머스크와 나눈 일부 이메일 전문 공개까지도 불사하며 맞서는 형국입니다. ‘비영리 연구소에 투자했는데 이윤 추구 기업으로 변질됐다’는 머스크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오픈AI는 머스크야말로 영리 법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관련 제안을 건넸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오픈AI의 사명이 오픈소스화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모두에게 유익한 AI를 의미하며 머스크 역시 이에 동의했다고 강조했죠. 보통 논쟁은 입장차에 주목하게 되지만, 오픈AI의 응답은 이들의 생각이 얼마나 일치했는지를 드러냅니다. 전 인류에 기여할 인공일반지능(AGI)을 만들겠다는 사명과 관련 수사로 둘러쌌지만, 머스크와 오픈AI 모두 결국 구글 딥마인드에 대항할 회사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돈을 끌어올 것인지, 또 그에 따른 지분을 두고 다툰 것이죠. 그 결과는요?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에 올라탐과 동시에 닫혔고, AI의 미래는 빅테크 기업의 손에 달린 모습입니다.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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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의사 파업의 희생양 ‘간호사’, 언제까지 모른척하는 어른들일 것인가?
 2024년 2월 21일, 정부의 의대생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약 3-4년 전인 2020년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우리 간호사들은, 또다시 악몽이 시작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솔직하게는, 살을 맞대고 함께 일하는 의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정확히 어떤 경위로 이러한 파업 사태를 진행하는지 우린 또렷이 알지 못한다. 그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간호사들의 업무를 극도로 가중시키는 일임을 분명히 알고 있고, 그럼에도 묵인한다. 의사가 없어진다 하더라도 병원이 문 닫는 상황을 본 적이 있는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사라지면 병원에는 고참 의사인 교수들, 그리고 간호사들만 남게 된다. 그럼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가? 수술실을 예로 들어보자. 수술하는 동안 교수를 보조하는 인력은 ‘진료보조 간호사(PA)’라는 간호사들이 되겠고, 수술이 종료될 때까지 환자를 보는 것 또한 간호사가 되겠다. 의사들의 파업으로 간호사들의 근무표가 송두리째 바뀌고, 오프(OFF, 휴무일)가 급작스럽게 사라진다. 고참 교수들의 시중을 들며 그들이 하지 않는 세부적인 일까지 대신해서 한다. 교수를 포함한 그들 모두는 이 사태를 모르지 않는다. 또한, 의사가 파업하면 병원은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 3명이서 하던 일을 2명이서 하게 하고, 그 한 명의 간호사는 본인의 연차를 강제로 써가며 오프를 받게 된다. 업무가 많고 바쁠 땐 인력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면서 갑자기 우린 일용직 노동자가 된다, “어이 아무개 씨, 내일 일 별로 없으니 나오지 마슈.”   정부는 돌연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시국이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공백에 간호사를 정면 승부수로 내세우겠다는 것이다. 그토록 간호사들이 목메어 외치던 ‘간호법 제정’에는 발 벗고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하더니, 필요할 때 아무 때나 부르는 희생양으로 쉽게 부려먹는다. 이렇게 억울하고 힘들기만 한 의료인이 되자고 우리가 4년을 공부하고 국가고시를 패스하며 치열한 병원 취업 문턱을 넘은 것이 아니다.   의사가 없어 불어난 업무를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기로 해내고 있는 와중에 더욱 화가 나는 건, 의사 파업으로 인해 병원들이 아픈 환자를 내몰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과,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도 본인들의 특권을 내세우는 의사들의 태도이다.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열악한 처우 환경 속에서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 하나로 간호사 일을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은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며 기사 하나 하나에 우는 듯 웃어 넘긴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명백한 의사 중심 시스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수술을 의사랑 간호사가 같이 해도, 인센티브는 의사에게만 돌아간다. 하루 종일 환자 옆에 붙어있는 건 간호사지만 잠깐 지나가듯 들른 의사의 처치나 처방만 인정해 주는 게 현 대한민국 의료계 시스템이다. 의사들이 억울하든, 정부가 억울하든 그건 두 집단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타 직종에 명백한 피해를 주면서 하는 집단행동이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본인들의 목소리를 내는 일인지 의문스럽다.   파업이 시작된다는 기사와 함께 쉬게 되었다며 좋아하는 전공의들을 눈앞에서 보았고, 간호사 동료들과는 눈만 마주치면 한숨을 푹 내쉬고 퇴사를 논하고 억울함을 매일 토로하며 마음의 병을 쌓아가고 있다. 큰 허탈감을 갖고 우리네는 또 병원의 멀티 로봇으로 하루하루 출근한다. 제발 이번엔 정부가 간호사들의 애타는 울음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의료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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