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언플래쉬
청년도약계좌가 가입 신청자 70만명 이상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층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정책금융상품으로 5년간 매달 70만원을 적금하면 정부 지원금(월 최대 2만4000원)을 보태 5000만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총급여 6000만원 이하·가구 중위소득 180% 이하 조건을 충족하는 청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5년간 매달 70만원을 부어서 5000만원의 목돈을 얻을 수 있다면 정말 솔깃한데요. 금리만 봐도 시중은행 상품보다 유리한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달 70만원의 납입금액을 낸다고 생각하면 만만찮은 일이기도 합니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취업할 당시 임금(수입)은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67.9%에 달합니다. 청년 10명 중 7명은 첫 일자리 초봉이 200만원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청년도약계좌는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출변수가 큰 만 19~34세 청년 중에 월 70만원의 부담을 쉬이 감당할 청년은 많지 않아보입니다. 3년은 고정금리지만 2년은 변동금리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청년을 앞세운 상품에는 ‘청년특혜’라는 꼬리표도 심심지 않게 보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청년상품의 혜택을 유심히 살펴보면 혜택받을 수 있는 청년의 범위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연 최고 10% 금리 정책 상품이었던 ‘청년희망적금’의 중도해지자가 70만명을 육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문재인 정부 당시 만기 2년 동안 매달 50만원 한도로 납입할 경우 정부 지원금(저축 장려금)까지 합쳐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었습니다. 납입기간은 3년 혹은 5년이었는데요. 출시 당시 앱이 마비되는 등의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지만 고물가·고금리에 저축 여력이 줄자 지출 변수가 많은 청년들이 대거 중도 포기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납입 한도가 높을수록 포기 확률은 적었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예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은 ‘2030 청년층’을 대상으로 공공분양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인데요. 분양가의 20%만 내고 나머지 원리금은 장기 상환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청년 원가주택 분양가가 3억원이라고 가정하면 20%인 60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억4000만원을 청년들이 조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목돈이 없는 청년들은 지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여유가 있는 청년들이 혜택을 보는 금수저를 위한 꼼수 증여 상품이라는 말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년들의 현실을 생각하여 실효성을 고민하고, 촘촘한 정책을 짤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청년 중심 상품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면 청년층이 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생겨나지만 혜택이 소모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조건은 충족되지만 단지 ‘나이’ 때문에 밀려나는 상위 연령층들의 불만도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청년상품들이 정책마다 연령제한이 제각각인 점도 논란을 부추깁니다. 실제로 직장인 김◯◯(40)씨도 “나도 MZ세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외되고 나니 ‘되고 안되’고를 떠나 ‘넌 아니’라고 배제하는 느낌”이라면서 “세대별로 금융 혜택, 정책들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기왕 고심하고 내놓는 정책이라면 좀더 포괄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게 낫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경우 청년의 잘못은 아니지만 청년의 혜택이 점차 줄어들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성장시대 나라의 미래를 담당하는 청년들을 위한 정책은 꼭 필요하고 넓어져야 합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6~7월 국내 19~34세 청년 403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청년 3명 중 1명은 자신을 교육 빈곤층(27.8%), 주거 빈곤층(31.3%)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응답자의 80% 이상이 내 집 마련의 필요성은 있다고 했으나 10명 중 7명은 자신의 소득만으로 집을 장만할 수 없기에 부모의 지원이 필수라고 답했습니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청년들에게 ‘희망고문’이 되어 가고 있는 걸까요?
더 많은 청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책 설계 시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다른 의견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참고 기사(아래)>
- '금리 10%' 청년적금 68만명 중도해지…가입자 4명 중 1명꼴/ 연합뉴스
- 졸업 후 11개월 ‘백수’… 취업문 뚫어도 ‘박봉’ / 아시아투데이
- 청년층 자금 여력 부족…금수저에 혜택 집중 우려 / 대한경제
- “이틀 만에 16만 명 이상 몰렸다는데.. ” 누군 어렵고, 누구는 충분해서? / jibs 뉴스
- [가난해지는 청년들] ㊤ 취업·주거난서 시작된 청년 빈곤…노후 파산 악순환으로 / 오피니언 뉴스
코멘트
6희망고문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청년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청년희망적금을 청년절망적금이라고 바꿔부르던 모습이 떠오르네요ㅠㅠ
문제 제기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아래에 댓글 다신 정기훈님 의견도 공감되구요.
저도 청년 몫으로 나온 상품, 혜택에 해당되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소득 때문에 안된다, 주거지 때문에 안된다 등등의 이유로요. 다른 사람들은 편법을 써서라도 꾸역꾸역 혜택을 받아가는데 나는 뭐하고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정도입니다.
청년 안에서도 이런 생각이 드는데, 다른 연령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런 정책이 세대를 나누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청년희망적금 가입했는데 월 50만원씩 납입은 못했습니다. 그냥 지금 넣어둔 돈이 저의 최선이었어요. 월 70만원... 저에겐 너무 높은 허들처럼 보여서 도약적금은 가입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그냥 청년에게는 희망고문하면서 뽑아낸 돈으로 은행만 좋은 일이 아닌가싶어요.
애초에 한국사회에서 노동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았다면, 복지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졌다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도약계좌는 눈 가리고 아웅,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은행이 하는 건 결국 돈을 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자신들의 이익을 만드는 거니까요. 청년에게 무작정 퍼줄리는 없겠죠. 먼저, 청년들에게 +알파를 주려면 먼저 돈을 모아야 합니다. 청년들이 적금을 시작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씨드머니가 모이고, 그 씨드머니를 통해서 다른데 투자를 하고 부가 수익을 거둬서 자신들이 먹기도 하고 나머지는 청년들에게 일정 이자만큼 돌려주는 거겠죠. 거기에 정부지원금도 포함되니 은행은 적어도 본전 이상 해먹는 장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지면, 청년들은 정부지원금과 은행이 청년들의 돈을 가지고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받게 되는 것이겠죠.
정부 입장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할테고. 기본소득을 나눠주자니 반발이 너무 심할것 같고. 그나마 덜 비판받을 정책을 펼치는 태도는 이해가 갑니다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합니다. 청년이든 그 대상이 누구든, 이런저런 반발을 덜 일으키면서 어느정도 효능감도 줘야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 말이죠.
아무튼,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은행이 퍼주는 것도아니고 결국 세금(정부지원금)으로 청년들의 적금에 좀 더 혜택을 주는 모양이니 이럴거면 기본소득을 하던가 아니면 좀 더 효능감 있는 때로는 과감한 정책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자꾸 관공서 옮기고 땅파고 개발하는데 돈 쓰지 말고 말이죠.
친구가 가입하라고 알려줘서 저도 찾아봤는데 결국 가입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월 70만원을 5년씩이나 묶어 둘 수 있는 청년이 있구나 하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갑자기 들더군요. 청년시기에는 집 보증금이든 뭐든 큰 돈 들어갈 데가 많은데... 빠듯한 월급에 높아만가는 생활비에 월 70 저금을 못하는 친구들도 많구요. 도약 계좌가 아니라, 도약 필요없는 사람을 위한 상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지원금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구요. 월 저금하는 금액이야 제가 알아서 낮출 수 있지만 그러면 딱히 장점이 보이지 않고 해서 저의 도약과는 무관해 보여(ㅎㅎ;ㅠ) 가입하지 않기로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