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던질 사람 구함”… 방치된 폭력이 폭동 불렀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31화]
그날은 한국노총으로부터 머리끈을 선물받은 날이었다. 기쁜 마음에 끈을 머리에 두르고 ‘아모르파티’에 맞춰 춤을 췄다. ‘윤석열 퇴진. 퇴진, 퇴진, 퇴진해!’ 그때 등 뒤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나뒹구는 누렇고 반투명한 액체. 날달걀이었다. 달걀이 날아온 곳은 바로 뒤인 3차선 도로.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범인은 차창을 올리고, 수많은 차들 틈에서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걸 내가 겪는구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듣기만 했는데, 제가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0일 ‘달걀테러’의 피해자를 만났다. 그는 ‘광장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건이 있은 지 8일 만이었다. 그는 명확한 장소와 시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신빌딩 앞이었다.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곳. 오후 6시가 넘어 어둠이 깔린 도로에서 그는 ‘윤석열 OUT 내란당 OUT’ 피켓을 들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그는 테러의 표적이 됐다. “일단 현장에 계신 다른 자원봉사자님께 차량들 번호판 좀 찍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블랙박스 요청해서 범인 꼭 잡아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두려움보다 범인을 꼭 색출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한 사람이 또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 전 ‘오픈 마이크’에서도 달걀테러를 당했다고 발언한 사람이 있었다. 광장균 씨는 지속적으로 혐오를 표출하는 이들의 폭력을 끊어내겠다고 결심했다. “(달걀을 던진 사람이) 그냥 시민은 아닐 것 같았어요. 윤석열 지지자 아니면 극우세력일 거라고 생각했죠.” 순간 머릿속에, 과거에 우연히 본 한 오픈채팅방이 떠올랐다. “(탄핵) 찬성 집회 가서 계란 던지고 튈 사람들 구함. (…) 지방 사는데 내일 갈려고 함. 고딩만 와라. 남자다. 적어도 중3 이상만.”(‘달걀테러’ 오픈채팅방 소개글) 지난 5일 한 카카오톡 유저가 오픈채팅방을 만들었다.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달걀을 던질 사람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달걀테러를 당한 후, 광장균 씨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갔으나 이미 채팅방은 사라진 뒤였다. “맞아요. 그 ‘퍽’ 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더라고요.” 비슷한 경험을 한 정현(가명) 씨가 맞장구쳤다. 대학교 휴학 중인 그는 지난 6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달걀테러를 당했다. 그는 손에 5미터짜리 깃대를 쥐고 있었다. 깃발에는 ‘이것은 미래를 되찾는 이야기’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변에는 깃발을 들고 있던 사람 3명과 멜로디언을 불던 사람 1명이 더 있었다. 집회가 막 해산되기 시작하던 오후 3시 35분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차도에서 날아온 날달걀이었다. 다행히도 맞은 사람은 없었다. 도로에 떨어진 달걀은 50cm 정도 기다란 자국을 남겼다.  정현 씨는 “직접 맞은 게 아니니까 (경찰에) 신고를 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도로에 들러붙은 날달걀의 잔해를 치우는 것도 촛불시민들의 일이었다. “처음 욕을 들었을 때는 기분 나빴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광장균 씨)“사실 집회 하다 보면 차에서 소리 지르는 사람도 많아요. ‘빨×이 새끼야’ 소리 지르거나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요.”(정현 씨) 집회 현장에는 촛불시민을 향한 혐오 표현과 폭력이 빈번했다. 누군가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도 이젠 ‘지나칠 수 있는 일’이 됐다. 육교 위에서 물을 뿌리고 침을 뱉는 것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달걀테러가 있던 날, 이들의 바로 뒤에는 펜스를 정리하던 경찰이 있었고 한국노총 트럭 뒤에도 경찰이 있었다. 그들은 가까이에 있었지만, 극우세력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물을 뿌리면 맞아야 했고, 달걀을 던져도 맞아야 했다. 광장균 씨는 그 다음을 걱정했다. 그들이 달걀이 아닌 돌을 쥘지도 모른다고. 집회 현장에는 경찰 기동대가 있었다. 하지만 극우세력이 펜스 너머에서 깃대로 사람 머리를 때리거나, 펜스를 넘어와 욕설과 협박을 해도 이를 만류하거나 제지하지는 않았다. 광장균 씨는 “경찰이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경찰들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게 아쉽기는 해요.” 집회 현장에서 극우세력의 폭력 양상은 이렇게 변했다. 처음에는 욕설과 협박이었다.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민을 지켜달라”는 광장균 씨의 말에, 경찰은 “죄송하다, 충돌이 일어날 수 있으니 일단 펜스 안에 계셔라” 하고 답할 뿐이었다. 경찰의 방관은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폭력의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 이번에는 물리적인 폭력이었다. 깃대와 물, 침, 달걀 등이 넘어왔다. 이번에도 이들을 말리는 경찰은 없었다. 폭력의 조짐이 보였을 때 싹을 자르지 못하자 그들의 ‘광기’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고 구속까지 이르자, 그들은 격분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지난 19일 새벽 온 국민이 경악하며 지켜봤다. 윤석열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지난 18일 윤석열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앞에 모였다. 이들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라”고 외쳤다. 그들 중에는 법원 담장을 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차량에도 위해를 가했다. 서부지법을 떠나던 공수처 차량 2대를 막아 세웠다. 그들은 차량 문 손잡이를 부수고, 타이어에 펑크를 내고, 유리창을 부수고, 욕설을 내뱉었다. 차 안에는 공수처 검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되자, 극우세력은 더욱 폭주했다. 100여 명이 법원으로 난입했다. 이들은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 출입문, 각종 집기 등을 부쉈다. 경찰이 이를 저지하자, 그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돌을 던지는 등 경찰을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51명이 부상을 당했고, 이중 7명은 머리·눈두덩이·이마 등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폭력 사태가 있었던 18일과 19일, 극우세력 총 90여 명이 연행됐고, 그중 우선 66명에 대해 20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후 폭도들의 ‘무도함’에 날개를 달아주는 세력들도 등장했다. 윤상현 국회의원(국민의힘, 인천 동구미추홀구을),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다. 윤상현 국회의원은 지난 18일 서부지법에 방문했다. 그는 “서부지법 담을 넘고 연행된 17명이 곧 훈방될 것”이라며,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게시했다. 폭력 사태를 ‘십자군’, ‘성전(거룩한 사명을 띤 전쟁)’ 등으로 표현했다. 논란이 일자, “폭력 사태를 옹호하려 쓴 글은 아니”라며, 두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삭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폭도들을 두둔했다. 그는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언론은 시민들이 분노한 원인은 살펴보지도 않고 폭도라는 낙인을 찍고 엄벌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민주노총 앞에서 한없이 순한 양이였던 경찰이 시민들(극우세력)에겐 한없이 강경한,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인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폭동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욕설에서 물 뿌리기, 침 뱉기, 달걀 던지기로 폭력의 불씨가 몸을 키우는 동안, 공권력이 그들의 폭력을 외면했기 때문에 초래된 일이다.  광장균 씨는 달걀테러 직후 용산경찰서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달걀을 직접 맞은 경우라면 폭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형법 제260조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한 행위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폭행죄는 신체를 접촉해야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고통을 주려는 유형력을 행사했다는 것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용산경찰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장균 씨는 20일, “1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달걀을 던지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번호판을 조회해 공문을 보낼 것”이라는 수사관의 말을 전해왔다. 그는 끝으로 “저를 포함해 세 명의 피해자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달걀테러 당한 분들이 있다면 함께 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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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좌표 찍기? '인간 키세스' 훼손이 끝 아니다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그림을 게시한 쓰레드(Threads) 이용자 A. 그를 엄벌에 처해달라는 시민 수천 명의 목소리가 엄벌 촉구 탄원서로 모였다. 동시에 우려할 만한 일도 일어났다. 일러스트 훼손으로 비난을 받은 뒤 계정을 삭제한 A. 그런데 그로 추정되는 부계정이 돌연 쓰레드에 등장했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전후로, 쓰레드 이용자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계정이 윤석열 체포에 대해 지지 의견을 밝힌 이용자들을 ‘좌표 찍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계정은 자영업을 운영하는 쓰레드 이용자들의 사업장 주소 등을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나중에 방문하기 위해 저장해뒀다”, “업보에 수긍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훼손 피해자 장충만(활동명) 작가가 추진한 엄벌 촉구 탄원서가 16일 기준 약 2600장 모였다. 탄원서를 받기 시작한 지 6일 만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 작가는 지난 9일,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본인의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쓰레드 이용자 A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한 바 있다. A는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으며,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라고 쓴 게시물을 쓰레드에 게시했다.(관련 기사 :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 장 작가는 지난 10일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훼손 및 도용 행위에 대한 엄벌 촉구 탄원 운동’을 온라인에서 받기 시작했다. 장 작가는 온라인 탄원서에 일러스트 작품 원본, 훼손된 작품, 그리고 컴퓨터로 일러스트 작품 원본을 그리는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함께 첨부했다. “부족함이 정말로 많습니다. 하지만 ‘함께’라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놈들이 생각 없이 저지른 말과 행동조차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며 꼭 벌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싸워 이기겠습니다.“(‘엄벌 촉구 탄원 운동’ 탄원서 중) 장 작가는 시민들이 참여한 온라인 탄원서 약 2600장을 추후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관련기사 : <정의구현의 시작… ‘인간 키세스’ 훼손 게시자 고소>) “엄벌 탄원서에 약 2600명이 참여해주셨는데, 한 분, 한 분이 어떤 분들일까 궁금하고 너무 감사합니다. 열심히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앞으로 뭘 더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이 크더라고요.(탄원서에 참여해주신 사람들이) 제 그림보다도 ‘인간 키세스’ 소녀들에 대한 지지와 고마움, 서로 힘을 합치는 진심으로 참여했다고 봐요. 저도 그 마음을 앞으로 잊지 않으면서 나아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장 작가는 16일 대전유성경찰서에 출석해 약 2시간 동안 고소인 조사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사기관의 소극적 태도에 여전히 고민이 깊다. “사실 경찰에서는 크게 수사 의지가 있어 보이진 않아요. 그나마 기사가 나왔다고 하니까 태도가 조금 달라지는 것 같긴 했는데요. 경찰이 ‘쓰레드가 해외 기업이어서 (이용자 A 특정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몇 번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장 작가의 이런 고민은 이유가 있다. 또 다른 피해가 최근 쓰레드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취재 이후, 한동안 A의 쓰레드 계정은 아예 검색되지 않았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지난 15일경, A의 쓰레드 계정과 동일한 프로필을 쓰는 계정(이하 A2)이 등장했다. 시기는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된 시점. A2의 계정명은 영문 i와 숫자 1을 조합해 바코드를 떠올리게 했다. 쓰레드는 프로필에 표기된 이름과 계정명을 언제든 바꿀 수 있다. 계정명은 이렇게 아예 달라졌지만, 프로필에 표기된 이름(◯◯스님)은 A와 동일했다. “진짜 스님은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계정 소개글에 각각 쓰인 내용도 거의 똑같았다. 문제는 A2가 윤석열 체포에 대해 지지 의견을 밝힌 쓰레드 이용자들을 ‘좌표 찍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을 운영하는 이용자들을 상대로 사업장 주소 등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B 씨는 15일 윤석열 체포 직후 공개된 대국민 담화 영상을 보고, 쓰레드에 비판 게시물을 올렸다. 이후 A2가 등장해 포털 사이트 구글에 올라온 B 씨의 사업장 정보를 캡처한 사진을 첨부해 댓글을 달았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아래 업체 정보 맞으실까요?ㅎㅎ” 첨부한 사진에선 B 씨의 사업장 이름, 주소, 리뷰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B 씨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느낀 두려움에 대해 털어놓았다. “저는 장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 사업장을 보호하는 게 우선입니다. 구글 같은 경우는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후기를 남길 수 있거든요. 만약에 A2가 뭔가를 조작해서 리뷰 내용을 올린다고 하면, 고스란히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일단 피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A2 계정을 차단해놓은 상황입니다.” 피해자는 또 있다. 이번에도 A2는 15일, 교습소를 운영하는 C 씨가 올린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이때도 C 씨의 사업장 주소를 함께 첨부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습소 위치가 아래가 맞으실까요?ㅠㅠSouth Korea, Gyeonggi-do, ◯◯◯…“ 하지만 A2가 적은 주소는 C 씨의 사업장과 다른 주소였다. C 씨가 다른 곳이라고 설명하자, A2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C 씨의 사업장을 검색한 사진을 첨부해 다시 한 번 댓글을 달았다. “아 여기인가 보네요! 참고하겠습니다 선생님 좋은하루 되세요^^” 첨부한 사진에선 C 씨의 사업장의 이름과 연락처 일부, 주소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요즘 아무래도 (윤석열 체포) 이슈가 있으니까 제 생각을 몇 번 (쓰레드에) 올렸어요. 저는 의도를 모르고 A2가 구글로 검색한 주소가 맞냐고 물어보길래, 그 위치가 아니라고 확인해줬거든요. 그랬더니 이번엔 네이버로 저희 사업장을 검색해서 ‘여기가 맞냐’고 또 댓글을 달더라고요.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고 느낌이 쎄해서 그제서야 알아보니까 나쁜 의도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저희는 교습소다 보니까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주까지는 증거를 모아서 법적 대응을 해보려 합니다.“ A2는 자영업을 운영하는 쓰레드 이용자 D의 주소를 물은 이유를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나중에 꼭 방문하기 위해서 저장해두었습니다! 끝까지 색깔 잃지 마시고 그렇게 쌓은 업보에 지금처럼 수긍하시길!“ 김남국 변호사(변시 1회,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특정인의 사업장 주소 등을 온라인에 의도를 갖고 공개하는 행동의 위법성에 대해 설명했다. “쓰레드 계정 아이디하고 주소까지 공개되어서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다고 하면, 사실상 신상이 노출된 거잖아요. 거기에 다중이 보게끔 글을 올린 거면 협박이 될 수 있고, 업체에 대한 내용을 공개한 거면 업체에 대한 업무방해도 될 수 있는 거죠.얼마나 반복적이고 구체적으로 (신상을) 표현했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 동일인이 한 사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좌표 찍기’를) 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스토킹처벌법으로도 처벌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김남국 변호사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A를 형사고소한 장충만 작가를 무료로 도와주고 있다. 셜록은 16일 A2에게 반론을 요구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셜록이 A2의 쓰레드 계정을 검색하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만 나온다. 기자가 개인 계정을 이용해 검색해봐도, 똑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안내되고 있다. 영문 i와 숫자 1로 바코드처럼 표기됐던 계정명 A2는 16일 오후 3시경 원래 계정명인 A로 다시 수정됐다. 같은 날 오후 8시께 이후, A는 아예 비공개 프로필로 돌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오후 11시20분경 윤석열 체포적부심사를 기각한 이후, A는 다시 비공개를 풀고 쓰레드에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A2는 지난 14일경, 셜록 기사를 지칭하는 걸로 보이는 내용의 게시물을 쓰레드에 올려놓기도 했다. 1980년대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란군이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해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좌빨들 화력이 꽤나 매섭군요. 뉴스 기사까지 나왔던데 훈장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당분간 기도비닉 상태 유지하겠습니다.” 기도비닉(企圖秘匿)은 아군의 작전을 적이 모르게 준비해 실행한다는 뜻으로, 군대 용어다. 한편, 장 작가는 지난 15일 엄벌 탄원서를 작성해준 시민 약 2600명에게 보답하기 위한 새로운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였다. 장 작가는 쉽게 흔들리던 촛불이 여러 시민들의 연대 끝에 꺼지지 않는 응원봉으로 성장하는 내용의 ’10컷 일러스트’를 그렸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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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관저 차벽 농성 끝에 체포[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이 체포됐다. 현직 대통령 체포는 헌정 사상 최초다. 혐의는 내란 수괴(우두머리).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44일 만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특별수사단으로 꾸려진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15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공조본은 당일 오전 4시 대통령 관저 앞에 도착했지만, 대통령경호처 차벽에 막혀 2시간 넘게 대치를 이어갔다. 공조본은 오전 7시 30분쯤 사다리를 이용해 경호처 차벽으로 구성된 1차 저지선을 통과했다. 공조본은 1차 저지선을 통과한 지 약 20분 만에 2차 저지선도 통과했다. 2차 저지선에 설치된 차벽은 우회하는 방식으로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의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공조본은 오전 8시경 3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내부로 진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들이 관저동 안으로 들어가 체포영장 집행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후 약 2시간의 대치 끝에,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공수처는 오전 8시 35분경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을 맡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도 체포했다. 김 차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조사를 위한 경찰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수십 명이 대통령 관저 입구 앞에 모여 ‘체포 저지’ 인간띠를 만들기도 했다. 국민의힘 국회의원 30여 명은 오전 5시 45분경 관저 입구 앞에서 5~6줄로 스크럼을 짜고 “불법 체포”를 외치며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김기현, 나경원, 윤상현, 박대출, 이상휘, 강명구, 조배숙, 조지연, 이만희, 성일종, 이철규, 정희용, 김정재, 정점식, 권영진, 이종욱, 강승규, 박성민, 구자근, 유상범, 장동혁, 김위상 의원 등이 모였다.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지난 3일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지만, 대통령경호처와 약 5시간 30분 대치 끝에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일 체포‧수색영장의 유효기간 연장을 법원에 재청구했고, 이에 유효기간은 오는 21일까지로 연장됐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언론과 출판의 통제를 선언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도 발표됐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했고, 군용 헬기가 국회의사당 상공을 돌았다. 국민 대다수가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윤석열의 혐의는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 관련 보도참고자료에선, 피고인 김용현보다 윤석열이 더 많이 언급됐다. 피고인 호칭은 26번 언급된 반면, 대통령은 그에 두 배에 달하는 50번 정도 언급된다. 김용현의 공소장에선 ‘대통령 윤석열’이 100차례 이상 언급된다. 김용현 공소장에 따르면, 계엄 당일 윤석열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먼저, 육군특전사령부(특전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등 군인을 동원해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수차례 전화해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조 청장, 국회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잡아들여, 불법이야, 국회의원들 다 포고령 위반이야, 체포해,” 윤석열은 아예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려 시도했다.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등 무력 진압도 서슴없이 지시했다. 국회 주변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아직도 못 갔냐, 뭐하고 있냐,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윤석열의 위법한 지시는 멈추지 않았다. 윤석열은 이진우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2차 계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190명 들어왔다는데 실제로 190명이 들어왔다는 것은 확인도 안 되는 거고.”“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했는데 다들 반대해서.”“해제됐다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인물들에 대한 체포조 편성도 이뤄졌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방송인 김어준 등 14명에 대한 체포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은 이들 주요 인사들을 체포하기 위해 홍◯◯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렇게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 방첩사가 이들 주요 인사들을 수방사 지하 B1벙커로 구금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 3명을 최우선 체포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최◯◯ 방첩사 수사단 소령은 이들을 수방사로 구금하기 위해 방첩사 출동조에게 “포승줄 및 수갑을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밝혀졌다. 선관위 장악 시도도 있었다.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방첩사‧특전사 병력이 선관위로 출동해 서버 반출을 시도했다. 선관위 전산자료를 영장 없이 압수하려 시도한 것이다. 정보사 병력들은 선관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체포도 시도했다. 이들은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기 위해 송곳,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하기도 했다. 예상과 다르게, 윤석열은 12.3 내란을 치밀하게 준비한 걸로 보인다. 적어도 지난해 3월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군대 고위 간부들과 논의를 이어온 걸로 확인됐다. 윤석열은 2024년 3월경 삼청동 안가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을 만나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해 5월경엔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경엔 정치인과 민주노총 관련자들을 언급하면서, “현재 사법체계 하에서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비상조치권을 사용하여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내란 준비는 같은 해 11월경부터 시작됐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11월 24일부터 12월 1일까지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작성된 계엄령 문건과 과거에 발령되었던 비상계엄 하에서의 포고령 등을 참고했다. 검찰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는 윤석열의 행위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하여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국헌문란의 결과를 초래할 원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공수처는 윤석열을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건물로 데려와 조사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체포 시점부터 48시간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48시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될 장소는 경기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검사 특혜 더 이상 없다’ 셜록의 2년 추적이 남긴 것 [표절 검사의 공짜 유학]
지난해 연말, 집 근처에서 타 매체 선배 기자를 만났다. 30년 가까이 법조기자로 일해온 베테랑인 그는 근황부터 물었다. 마침 그때는, 표절 논문을 쓴 검사 5명에게서 약 2800만 원을 환수했다는 사실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확인한 때였다. 이 소식을 공유하자, 선배 기자는 무심한 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사 개인을 상대로 세금 환수까지 이끌어낸 건 대단한 일인데?” 선배 기자의 칭찬을 들으니, ‘표절 검사’를 추적할 의지가 다시 타올랐다. 오랜만에 ‘표절 검사’들의 근황부터 알아봤다. ‘한국법조인대관’을 살폈다. ‘표절률 1위’ 검사의 근황이 눈에 띄었다. 박건영 검사(사법연수원 37기)는 지난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다. 박 검사는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박 검사는 타인의 논문을 무단으로 인용한 문장으로 거의 논문 전체를 채워 표절률 93%(셜록 집계)를 기록했다. 그가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쓴 국외훈련비만 약 4,894만 원이다.(관련기사 : <미국에서 혈세 5천만원 쓴 검사님, 논문은 ‘표절률 93%’>) ‘김앤장 법률사무소’ 홈페이지 내 박 전 검사의 프로필엔, 검사 시절 다녀온 국외훈련 학력(University of the Pacific, Visiting Scholar)을 스펙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홈페이지만 봐서는, 국외훈련을 다녀와 표절 논문을 썼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 수 없을 듯했다. 부실 논문으로 비판을 받았던 검사도 검찰을 떠났다. 오○○ 검사는 과거 학술대회에서 자신이 작성한 발표문을 국외훈련 연구논문에 ‘재활용’했다. 오 검사도 2024년 검사 옷을 벗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셜록이 고발한 ‘표절 검사’ 다섯 명 중 한 명만 검찰에 남아 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본인들이 저지른 잘못은 자연스레 잊힐 거라 생각하는 걸까? 징계도 받지 않아놓고선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를 ‘자부’하는 법조인들의 세계에선 표절 논문 정도는 문제 되지 않는 걸까. 검찰을 떠나 대형 로펌 변호사로 옷을 갈아입는 사례들을 보니, 책 <불멸의 신성가족>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신성가족의 가장 큰 상징인 ‘거룩’은 처음부터 ‘구별’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습니다. 맑스는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겪어온 비판적 비판주의는 마침내 고독하고 신을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되는 데 성공했다“고 그들을 묘사합니다. 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가족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이 신성가족을 떠올립니다.”(김두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멸의 신성가족> 중) 셜록의 ‘표절 검사’ 추적은 2022년 12월 시작됐다. 애초 큰 기대는 없었다. 검사들의 국외훈련 연구논문은 누구나 쉽게 검증할 수 있게끔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이미 공개돼 있으니까. 하지만 표절 검증 결과로 나온 숫자는 놀라웠다. 표절률 ‘93%’, ‘86%’, ‘80%’, ‘42%’. 검사들의 성적표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치였다. 기자를 분노케 하는 숫자는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표절 검사’들에게 지원된 세금 액수다. 셜록이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84건(2019~2021년 발행)에서 발굴한 표절 논문 작성 전·현직 검사는 5명(박건영, 김형걸, 진현일, 최지현, 오○○). 이들 다섯 명에게 지원된 국외훈련비 총액은 무려 1억 9040만 원이다. 전체 예산으로 따지면, 지원 규모는 더 크다. 7년간(2016년~2022년) 국외훈련 대상자로 선발된 검사 총 497명에게 지원된 세금은 약 303억 원. 검사 한 명당 평균 6100만 원의 세금을 지원받는 꼴이다. 사실 국외훈련 제도는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특혜다. 내 돈 들이지 않고 세금으로 갈 수 있는 ‘공짜 유학’이니까. 그리고 국외훈련은 가족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 입시를 위한 조기교육과 스펙 쌓기의 기회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검찰은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법무연수원은 지난 2022년 셜록의 질문에 “논문 표절 여부 판단의 경우 단순히 표절률 정도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논문 주제와 논문의 형태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떠올랐다. 피고인들에겐 엄격하지만, 검찰 스스로에겐 관대한 태도. 실제 일부 ‘표절 검사’들 중에선,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무단으로 게재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구형해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도 했다. 타인의 저작권 침해 혐의는 유죄, 검찰의 연구논문 표절 문제는 ‘무죄’라는 논리. 선례를 만들고 싶었다. 세금으로 국외훈련을 다녀와 작성한 연구논문에서 표절 문제가 드러나면, 어떤 망신을 당하게 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표절 검사’의 실명과 표절률, 지원받은 국외훈련비 액수, 그리고 그 ‘가짜 스펙’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까지 만천하에 알렸다. 나아가, ‘공짜 유학’인 줄 알고 펑펑 썼을 세금까지 ‘토해내게’ 하는 걸 목표로 뒀다. 그래야 다시는 혈세 갖고 외유성 연수를 다녀오는 일이 안 일어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셜록은 2023년 1월 ‘표절 검사’ 5명을 권익위에 직접 신고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6월 ‘표절 검사’들에 대한 국외훈련비 환수 사실을 셜록에게 통보했다. ‘논문 표절’을 이유로 검사 국외훈련비를 환수한 최초의 사례였다.(관련기사 : <[해결] 표절 검사 5명 훈련비 환수… 셜록이 만든 ‘최초’>) ‘최초’를 만들기 위한 셜록의 수고를 국가기관도 인정해줬다. 권익위 보상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결정문을 통해 “신고자 셜록의 ‘국외훈련 연구논문 표절’ 신고로 2800만 원의 직접적인 공공기관 수입의 회복이나 중대를 가져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셜록도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지난해 7월, 셜록이 이끌어낸 검사 국외훈련비 최초 환수를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앞으로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들이 셜록처럼 (공무원 국외훈련) 검증 절차에 직접 나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된 듯합니다.” 김 활동가의 말처럼, 이번 ‘최초’는 셜록이 직접 신고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민 누구나 세금 도둑을 감시할 자격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줬으니까. 그리고 포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렸으니까. 아직 남은 과제도 있다. 징계다. 셜록의 첫 보도 이후 약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에 대한 징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징계처분 공고에서, 셜록이 밝혀낸 ‘표절 검사’ 5명의 이름은 아직도 찾을 수 없다. 검찰 내부의 자정 노력 역시 중요하다. 셜록 보도 이후, 법무부에선 검사 국외훈련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무부는 ‘검사 국외훈련 운영규정’을 개정해 그동안 ‘공무원인재개발법 시행령’에 적시됐던 국외훈련비 환수 규정을 명확하게 명시했다. 또 법무부는 국외훈련 논문심사에 필요한 ‘기관전용 표절검사서비스’를 1400만 원 주고 구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절 검사’ 문제를 근절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가장 기본 원칙인 ‘투명한 정보 공개’는 아직도 먼 얘기다. 법무연수원 사이트엔 여전히 검사 국외훈련 연구논문이 절반도 공개돼 있지 않다. 2016년부터 2021년 사이 국외훈련을 떠난 검사들의 연구논문은 449건인 반면, 같은 기간 법무연수원 사이트에 공개된 연구논문 개수는 184건이다. 비율로 계산하면, 연구논문의 약 41%만 공개하고 있는 것. 공개되지 않은 연구논문에는 얼마나 더 많은 문제가 숨어 있을지 현재로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셜록은 또 다른 ‘표절 검사’들을 찾기 위한 정보공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1심 법원은 지난 3월, 국외훈련 검사들의 학위 취득 현황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국외훈련 검사 연구논문 전체와 연구결과 심사위원회 정보에 대한 공개 청구는 기각했다. 셜록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최근 항소했다. 장장 2년이 넘게 걸린 셜록의 ‘표절 검사’ 추적기 1탄은 여기까지다. 처음 기획을 시작할 때 목표는 크지 않았다. ‘표절 검사’를 특정해 세상에 알리는 정도였다. 하지만 멈추지 않은 셜록의 추적 보도가 일을 크게 만들었다. 검사들을 상대로 국외훈련비 환수라는 ‘최초’까지 만들어냈다. 모두 독자들의 관심과 애정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2025년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셜록의 목표는 그리 크지 않다. 일단 ‘표절 검사’ 프로젝트 2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추적은 이미 시작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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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만나러 무작정 서울로… 공고 교사의 도전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17화]
어려운 환경 탓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지인들에게 이런 자랑(?)을 하곤 한다. “니 그거 아나? 우리 아(아이)가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다. 교사 되는 기 을매나 어려운지 알제?” 아무리 취해도 “공고에서 국어를 가르친다”고 말하는 법이 없다. 언제나 ‘공고’를 뺀다. 내게 이렇게 물으신 적도 있다. “한구야, 니 공고 말고 일반고에서 가르치면 안 되나? 일반고 국어교사는 더 되기 어려운 기가?” 오늘은 이런 아버지에게 아들이 공업고등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하는지 알려드리고 싶다. 벌써 10여 년이 훌쩍 지난 추억이자 오늘도 반복되는 그 일은, 가수 아이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You can do it!”“I can do it!” 2010년대 초, 그 시절 이 두 문장이 날마다 공고를 흔들었다. 당시 정부는 공교육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일을 추진했다. “우리 아(아이)들이 한국말도 잘 모하는데, 무슨 수업을 영어로 하라 캅니꺼? 때려치우라 카이소.” 선생님들의 원성은 컸지만, 방학마다 누군가는 직업 영어 연수 현장으로 보내졌다. 우리 공고에서도 국어, 체육, 전자, 화공 등 과목과 상관없이 뜻이 비슷한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영어교육팀’이 만들어졌다. 나도 여기에 포함됐는데,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을 위한 ‘3분 영어’ 영상 제작이었다. “샘들, 우리는 ‘아(아이)들이 이것도 모르겠나’ 싶을 정도로 쉬운 영어 문장을 영상으로 제작해야 합니더. 야들이 좋아할랑가 모르겠네예.” 공고에 온 아이들은 대체로 영어 과목을 꺼린다. 영어 자체를 읽을 줄 모르는 아이들도 있고, 외계어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대학보다는 취업 현장으로 향하는 공고 학생들은 어렵고 힘든 영어를 굳이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은 물론 시험을 쳐도 같은 번호만 찍는 학생도 많다.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교육 영상을 만든다? 영어교육팀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영상의 길이는 3분을 넘기지 않을 것.둘째, 아이들이 보고 싶게 만들 것.셋째, 실생활에 필요한 내용으로 만들 것. 우리 교사들은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는 법, 차표 끊는 법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현장에서 직접 촬영도 했다. 이렇게 제작된 ‘3분 영어’는 매주 화요일 1교시 시작 전 모든 교실에서 방영됐다. 초기 반응은 좋았다. 아이들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직접 출연하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 영상에는 이런 장면도 들어갔다. 교사 : “모니터에 있는 얼굴이 어떤 표정일까요?”학생 : “웃고 있어요.”교사 : “웃다, 영어로 뭘까요?”학생 : “smile, smile, smile!“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유치원에서나 배울 법한 영어를 고등학교에서 영상으로 제작하다니. 누군가는 ‘설마 이렇게 쉬운 걸 모를까’ 반문하겠지만, 정말로 모르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 영상을 재미있게 보던 아이들도 같은 교사가 반복적으로 출연하고, 그것도 한 주에 몇 번씩 반복해서 봐야 하니 금세 흥미를 잃어갔다. 급기야는 영상을 틀자마자 자는 아이까지 생겼다. 국어교사가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버거운데, 아이들까지 관심을 놓으니 맥이 풀려버렸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들에게 물었다. “그라믄, 우째 하면 (3분 영어 영상) 볼 낀데?” 자고 있던 서준이(가명)가 고개를 들며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샘 말고 아이유 나오면 볼게요.” 이 말에 다른 아이도 고개를 들고 말했다. “서준이 니 미쳤나? 우리 같은 따라지 학교에 아이유가 나오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샘, 그냥 대충 만들고 치아요.” 자신이 다니는 곳을 “따라지 학교”라 부르는 아이들.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동시에 내면에서 오기 같은 게 훅 올라왔다. “진짜 아이유가 ‘3분 영어’에 나오면 니 어떡할래?” 내 물음에 서준이가 답했다. “그라믄 절~대 안 졸고 졸업할 때까지 ‘3분 영어’ 다 볼게요.”“알았다. 그라믄 내가 우째든지 아이유 영상 담아 올 끼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 누구도 정말로 아이유가 영상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죄 짓는 것도 아니고, 지방 공고에서 학생들을 위한 교육 영상 하나 찍겠다는데, 이렇게 거룩하고 멋진 일에 우리나라 최고 가수가 동참해주지 않겠나. 샘이 가능하게 만들어보께. 기대해라잉.” 아이들에게 덜컥 말을 뱉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일단 여러 인맥을 동원해 SBS 인기가요 공개방송이 있는 날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 뒤 선생님들께 이 사실을 알렸다. “그라믄 방송국 들어가서는 우짤 긴데요. 아이유가 쉽게 찍어주지도 않을 낀데예.”“아이유는 무슨, 거기 가수들한테 말 걸 수 있는 기회라도 있을랑가예?” 우려의 말이 쏟아졌다. 포기하느냐, 아니면 도전하느냐 기로에서 체육 선생님이 말했다. “걍 한번 가보지예. 도전해보고 안 되믄 그냥 마는 기고, 안 해보는 것보다는 안 낫십니꺼?” 선생님들 눈빛에 묘한 생기가 돌았다. 3분 영어의 슬로건은 ‘l can do it’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말과는 반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힘이라고 주고 싶었다. 우리는 팀원 8명, 원어민 교사 1명, 학생 3명까지 섭외해서, 서울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실패 가능성이 컸기에 학교 예산은 따로 요청하지 않고, 모든 걸 자비로 해결하기로 했다. 대구에서 총 5시간을 이동해 SBS에 도착한 뒤, 또 3시간을 더 기다려 드디어 인기가요 촬영 현장 안으로 입장했다. 미로 같은 방송국에서 우리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물었다. “혹시 가수 아이유 대기실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손가락이 한 곳을 가리켰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아이유는 이미 무대에 올랐는지 대기실 쪽에서 만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을 서성이며 기다렸다. 얼마쯤 지났을까, 드디어 저쪽에서 TV에서만 보던 가수 아이유가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저희는 대구의 공고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인데예. 애들을 위해 교육영상을 찍으러 왔는데, 좀 도와주이소.” 국어교사인 내가 그렇게 말을 더듬는 줄은 몰랐다. 지방 사투리가 그토록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적도 없었다. 그래도 준비한 말을 다 해야만 했다. 나는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작은 영상을 만들었으나, 지금 망해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아이유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의 말을 두서없이 길게 쏟아냈다. 다시 없을 기회여서 최대한 간곡히 부탁했다. 할 말을 마치고 아이유 씨의 표정을 살폈다. 아이유 씨는 우리 교사들이 무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흔쾌히 웃으며 영상 촬영을 허락했다. 아이유 씨는 카메라를 보면서 외쳤다. “○○공고 학생 여러분, 여러분들은 할 수 있습니다. You can do it!” 이날 아이유 외에도 카라, 2AM, 린, M4, 브레이브걸스, FT아일랜드, 나인뮤지스, 미스에이, 케이윌, 빅뱅 등 여러 가수들이 우리 학교의 ‘3분 영어’에 기꺼이 출연했다. 해당 영상을 서준이 반에서 상영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교단에 선 뒤 그토록 큰 박수를 받은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학생만이 아니라 부장 선생님도 우리를 칭찬했다. 갓 교사가 된 20, 30대 선생님들이 만든 3분 영어는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됐다. 교육청에서는 사례 발표 요청까지 했다. 앞의 ‘smile’ 사례에서 웃은 독자들은 이번에도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다. 어쩌면 나의 아버지는 고작 “You can do it!”이란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까지 올라간 아들을 안타깝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많은 독자들 역시 “설마 고교생이 그걸 모르겠느냐”고 속으로 반문하고 있을 터다. 고백하자면, 공고에서 일을 시작한 초기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처럼, 이를 테면 “설마 공고 애들이 이것도 모를…” 하며 말끝을 흐리는 누군가의 반응을 접하면 저절로 마음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마음은 거의 사라졌다. 우리 학교에는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 아이도 있고, 마음이 아프거나 외부적 환경 탓에 학교 수업 자체를 힘겨워하는 학생도 있다. 아이유의 “You can do it” 영상 이후 1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 아이유는 더 멋진 가수가 됐다. 나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같은 학교에서 종종 일부의 아이들에게 ‘가나다라…’를 비롯한 읽기와 쓰기 수업을 한다. 자괴감이 들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누구는 잠 잘 거 다 자면서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해도 수능 만점 받고 서울대 갔을 때, 나는 고작(?) 지방 국립대에 들어갔다. 촘촘히 비교하자고 들자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 비해 ‘따라지 인생’일 수밖에 없다. 사람에 따라 실력에 편차가 있는 건 자연스런 일이다. ‘smile’을 모르면 가르치면 되고, 한글 읽기에 서툴면 함께 공부하면 된다. 그게 학교와 교사인 내가 할 일이다. 교사로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버거울 때면, 영어 문장 하나 때문에 서울로 향했던 교사 초년 시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 시절 공고 교실에서 “You can do it!” “I can do it!”을 메아리처럼 주고받았던 나의 제자들도 이젠 모두 30대가 됐다. 그 한 문장 외운 게 삶에 얼마나 보탬이 됐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살면서 혼자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을 마주할 때면 속으로 “난 할 수 있다”를 작게 되뇌어보길 바랄 뿐이다. 요즘 내가 종종 그러하듯이 말이다. 지한구 교사 longlong19@hanmail.net ※ 이 콘텐츠는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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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의 시작… ‘인간 키세스’ 훼손 게시자 고소[윤석열을 감옥으로]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 원작자가 결국 ‘고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활동명) 작가는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본인의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쓰레드(Threads) 이용자 A 씨를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했다. A 씨는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어,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 작가는 8일 경찰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우선 신고하고, 9일 오전에는 대전유성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정식 사건 접수를 마쳤다. “반드시 계정의 주인을 찾아내서 응당한 처분과 처벌을 받게 해주십시오. 현재 자신이 퍼나르는 글과 그림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인지하도록 하고, 온라인상에 이뤄지는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위도 반드시 처벌받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합니다.“(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 고소 내용 중)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체포 촉구 밤샘 집회. 시민들은 은박 담요를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며 밤새 자리를 지켰는데, 그 모습이 은박 포장으로 유명한 초콜릿과 비슷해 ‘인간 키세스’라 불렸다. 장 작가는 이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리고,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라는 문구를 넣어 SNS에 게시했다. 하지만 다음 날 누군가에 의해 작품은 훼손됐다.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문구 역시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로 바뀌었다.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밤샙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왜곡한 것. A 씨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런 멘트를 공유했다.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 타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완전히 반대로 의미를 왜곡하는 행동. 저작권법 136조 2항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관련기사 :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 장 작가는 왜 형사고소까지 마음 먹었을까? “원래 꾸준히 그림을 그리다가 아기 낳고 아예 손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그림을 그려야지, 생각했던 계기가 이번 ‘인간 키세스’ 시위단이에요. 그분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마음이 계속 쓰였어요. 처음에 (제) 그림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심각하게 생각 안 했어요.그런데 같이 분노해주시고 자기 일처럼 더 싸워주시는 분들 보면서 마음을 다잡은 거죠. ‘내 그림이 그 절박한 국민들의 싸움 한복판에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지를 해주는 거니까 더 열심히 싸워야겠다.’“ 박지환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고, 원저작물에서 일부를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 문제가 있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 “저작자의 취지를 완전히 반대로 비튼 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정 작가는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지만, 수사기관의 태도에 고민이 깊다. “어제 남편이랑 머리를 맞대서 고소장을 직접 썼습니다. 아무래도 12.3 내란 이야기를 안 넣을 수가 없더라고요. 일반적인 고소 사건은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내용을 썼습니다.그런데 사건을 접수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오히려 첫 장벽을 만난 듯합니다. 담당 경찰관이 고압적인 태도로 녹음을 저지하고, 협조적이란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물어보려고 하면 귀찮아하고 불친절하게 대하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되더라고요. 사건을 잘 진행하려면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할 텐데, 걱정이 큽니다.“ 작품을 훼손당한 건 장 작가 한 사람만이 아니다. A 씨는 본인의 쓰레드 계정에 다른 일러스트 작품를 훼손한 그림도 여럿 올려놓았다. 우산을 쓰고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간 사람들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작품엔, “12,000원 주면서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너무한 거 아니냐? 퇴근하자”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읽힌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가짜로 그려넣고는 “태극기를 들어야 진짜 국민”이란 멘트가 달아 놓기도 했다. A 씨는 이런 안내를 달아놓은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좌뺄럼들 아트 작업 한 거 있으면 @A(자신의 계정) 소환해주세요. 약간 수정해서 애국자 아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심지어는 왜곡 게시물 작성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사실상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게시물을 작성하고 있다는 자백에 가까워 보인다. “사실과 거짓을 섞는 게 제일 중요해요! 사실의 비율이 올라 갈수록 훌륭한 거짓말이 완성됩니다. 자 이제 가서 좌파 진영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트려 볼까요?” “예를 들면 ‘금일 오후 4시경 민노총에서 간부들이 비밀리에 해외 자금을 유입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중국 자금과 관련된 증거가 미 정보기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니 저희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요.” 이중 일부 기업 광고를 훼손한 게시물도 찾아볼 수 있었다. A는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넣어서 MBC를 후원하는 업체를 정리한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실례로 감기약 ‘판피린'(동아제약) 광고에 있는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문구 대신에, “공산당 조심하세요~”를 넣어놓은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 광고 캐릭터 모델 뒤로 인공기가 휘날리고,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와 함께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도 넣어놓았다. 화장품 고혼진 광고에는 “고혼진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를 “김일성 그 위대한 힘으로부터”로 조작했다. 여기서도 인공기로 만든 MBC 로고를 박고 ‘MBC 후원업체’라는 안내 문구를 빼놓지 않았다. 셜록은 8일 쓰레드 이용자 A에게 반론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하지만 셜록이 반론을 요구한 이후, A씨의 쓰레드 계정이 아예 검색되지 않고 있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훼손하고 “이제 우파 꺼다”[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체포를 촉구하는 ‘인간 키세스’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우파 꺼”라고 SNS에 유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밤부터 5일 아침까지, 눈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윤석열 체포 촉구 밤샘 집회. 시민들은 은박 담요를 덮어쓰고 추위를 견디며 밤새 자리를 지켰다. 특히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응원봉을 흔드는 사진 한 장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런 시민들의 모습을 은박 포장으로 유명한 초콜릿에 빗대, ‘인간 키세스’라 부르기도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장충만(활동명) 작가는 지난 6일 ‘인간 키세스’ 시민들의 모습을 일러스트 작품으로 그렸다. 장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 작품엔 함박눈이 내리는 배경 가운데 한 소녀가 앉아 있다. 몸에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있고, 두 손엔 밝게 빛나는 응원봉을 들고 있다. 두 볼은 추위로 빨개졌지만 소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머리 위에는 ‘윤석열 체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 작가는 응원의 멘트도 빼놓지 않았다. “고맙고 미안하고 벅차도록 눈이 부신 소녀들에게” “(5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인간 키세스’ 시위대 사진을 봤습니다. 눈도 막 쌓여 있는데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시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대단하고 고맙고 이런 마음이 느껴져서, 꼭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장 작가는 개인 SNS 계정과 촛불행동 X(구 트위터) 계정에 일러스트를 게시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7일. 장 작가가 지인을 통해 받은 한 쓰레드(Threads) 게시물엔, 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한 그림이 올라와 있었다.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에 태극기와 빨간 경광봉을 그려넣어, 마치 윤석열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떠올리게 했다. 장 작가가 써놓은 멘트 대신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젠 2030이 함께 지키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며 밤샙 집회를 이어간 시민들의 뜻을 완전히 반대로 왜곡한 것. 게시자 A 씨는 훼손된 그림과 함께 이런 멘트를 공유했다. “이 포스터는 이제부터 우파 껍니다.” “2030이 응원봉을 들고 밤을 새워서 서로 연대하는 그 모습을 이른바 ‘태극기 부대’에 갖다 썼다는 사실 자체가 불쾌하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소녀들이 촛불시민을 상징하고 있는데, 그런 가치를 감히 가져가서 이런(훼손하는) 식으로 그림을 도용했다는 게 모욕적입니다.”(장충만 작가) 장 작가의 일러스트 작품만이 아니었다. A씨는 본인의 쓰레드 계정에 다른 일러스트 작품를 훼손한 그림도 함께 올려놓았다. ‘인간 키세스’를 형상화한 캐릭터 일러스트엔 빨간 경광봉이 그려져 있었다. 우산을 쓰고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간 사람들을 형상화한 일러스트 작품엔, “12,000원 주면서 눈도 내리고 비도 내리고 너무한 거 아니냐? 퇴근하자”라고 쓰여 있기도 했다. 시민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가했다는 식의 맥락으로 읽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을 본뜬 일러스트 작품에는 인물의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경광봉을 그려넣었고, “태극기를 들어야 진짜 국민”이란 멘트가 달려 있다. 그림 하단에는 패러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원작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비판적 관점을 담았습니다. 본 작품은 원작을 패러디한 창작물로 비영리적 목적을 가집니다”고 써놓았다. A씨는 이런 안내를 달아놓은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했다. “좌뺄럼들 아트 작업 한 거 있으면 @A(자신의 계정) 소환해주세요. 약간 수정해서 애국자 아트로 바꿔드리겠습니다.” 타인의 일러스트 작품을 훼손해 완전히 반대로 의미를 왜곡하는 행동. 이런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될까.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오픈넷 윤홍기 연구원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저작권법 제13조에서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유지권을 규정하는데, 이를 침해한 걸로 보입니다. 교육 목적 등 침해 예외 사유에도 해당되지 않고요.” 박지환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했고, 원저작물에서 일부를 삭제하고 새로 추가한 문제가 있어 저작인격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면서, “저작자의 취지를 완전히 반대로 비튼 건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한 걸로도 볼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법 136조 2항에 따르면, 저작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셜록은 8일 오후 2시경 SNS 계정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게시자 A에게 반론을 요구했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저작물을 훼손하고 있는 게 맞는지, 그 사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쓰레드 게시물 댓글로 재차 반론을 요청했다. 셜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오지 않았다. 오후 5시경부터는 A씨의 쓰레드 계정이 아예 검색되지 않고 있다. 계정을 비공개 처리하거나 없앤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셜록은 지난 5일 대통령 탄핵 밤샘 집회 사진을 윤석열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해 보도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올리면서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써 논란이 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었다.(관련기사 : <‘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 이에 정혜경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가짜뉴스 제조기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직접 열기도 했다. 이상휘 의원실은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상휘 의원이 다른 데서 검증된 사진인 줄 알고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잘못된 사진이라는 걸 알고 다른 사진으로 바꾸는 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이상휘 의원은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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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살해’ 징역 30년… 시우의 마지막 일기 [이시우, 향년 12세]
살인자는 살인죄로 처벌한다. 정의가 살아 있는 한. 그러나 법원은 내 아이를 죽인 사람에 대해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는 죽었는데, 살인자는 없었다. 엄마는 거리로 나섰다. 그동안 계절은 일곱 번 바뀌었다. 그리고 어제(7일), 법원에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피고인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합니다.” 억울하게 죽은 시우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판결이었다. 2023년 2월 7일, 열두 살 시우는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시우의 몸에는 200군데가 넘게 찍힌 흉터가 발견됐다. 연필, 컴퍼스, 가위 등으로 찔렸다. 심지어 알루미늄 봉과 플라스틱 옷걸이에 수차례 맞아 온몸에는 퍼런 멍이 남아 있었다. 사망 당시 시우의 체중은 29kg. 초등학교 2학년 남아 평균(31kg)에도 못 미쳤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우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건 계모와 친부였다. 원심은 계모 A에게 ‘아동학대치사죄’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살해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A에 대한 판결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아동학대살해죄를 다시 다툴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었다.(관련기사 : <“살해의 미필적 고의 있다” 대법원, 시우군 사건 ‘반전’>) 그렇게 해서 7일 열린 파기환송심.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설범식 부장판사)은 의붓아들 시우를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A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시우가 쓴 일기장은 이번 재판에서 중요한 열쇠가 됐다. 일기에는 계모가 지속적으로 신체·정신적 학대를 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우는 일기장에 신년 목표를 남겼다. 집에서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한 해를 보내야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 ‘순종하기’. 그리고 ‘빨리 없어지기’. 열두 살 아이의 신년 계획이었다. 시우의 일기는 2020년 5월에 시작해 2023년 1월에 끝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내용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왜 그렇게 엄마가 변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에 내가 너무 말썽 피워서, 아님 열 살이어서, 아님 ○○(동생) 재우고 있어서, 아님 엄마가 힘들어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들뜨는 걸 어떻게 할까? 나는 어디에 쓸모 있어 태어난 걸까? 궁금하다.(2020년 5월 9일) 일기의 주인공은 시우다. 엄마의 ‘변화’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때 등장하는 엄마는 2018년부터 함께 산 계모 A다. 시우는 화내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다. “2020년(일기)에는 시우의 생생한 자기 생각이 담겨 있어요. 그런데 이후에 작성된 일기를 보면 ‘빨리 죽어야 된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등장해요. 나는 빨리 없어지고 죽어야 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행복하다, 이런 식으로.” 송미강 부모따돌림방지협회 대표는 일기장에서 “시우의 ‘자아’가 상실되는 과정이 보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연세대학교 상담학 박사로, 지인정신분석상담연구소 소장이다. 그는 2023년 2월 시우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초기부터 사건에 주목했던 사람이다.  그동안 사건 파일을 열어볼 용기가 없던 친모 정빈 씨는, 시우를 보낸 지 2년 만에 사건기록을 살펴보고 용기를 냈다. 정빈 씨는 파기환송심 재판을 앞두고 진실탐사그룹 셜록에 시우의 일기장을 전하며, 기사화를 부탁했다. 셜록은 일기장 내용을 통해 시우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6일 송미강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나는 죽어야 된다. 내가 있으면 모든 게 다 불행해진다. (…) 빨리 죽자. 제발, 빨리.(날짜 미기입, 2022년 12월 28일 이후로 추정) 2년 만에 시우는 전연 다른 내용의 일기를 썼다. 죽음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과 불안정한 심리가 엿보였다. 그동안 시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시우가 쓴 일기에 그 답이 있었다. 나는 오늘 저녁 먹고 나서 쓰레기 20리터짜리 두 봉지 재활용 큰 박스 두 개에 안에 재활용들을 버리고 와서 손 씻고 나서 샤워를 하고, 아버지가 ○○(동생) 장난감 정리하라고 하셔서 나는 정리하고 다 마른 이불을 개고 나서 일기를 썼다. 쓰레기, 재활용, 신발 정리, 설거지들은 내 역할이다. 보람이 있었다. 늘 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우유를 먹고 잠을 잤다.(2020년 11월 9일) 시우는 집안일을 도맡았다.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하고, 신발을 정리하고, 설거지하고, 이불을 개고, 동생 장난감을 정리했다. ‘보람’ 있는 일이자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우. 여기에 계모 A는 코멘트를 덧붙였다. “제발 가족 좀 소중히 생각해라.” 다른 페이지에서도 계모 A의 답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못 자고 기다리다 나는 새벽 2시까지 채점하고, 넌 자고. 넌 또 날! 실망시켰네! 살고 싶지 않다, 정말.” “너 요즘 들뜨고 정신 나가는 이유가 학교에 가서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엄마 지금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정신 차리고 말을 줄이고 행동 조심 안 하면 넌 이제 (정신)병원으로 가.” A는 검찰 조사에서 “시우가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면 그런 점을 고치면 좋겠다, 라고 의견을 쓰기도 하면서” 시우와 “소통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늘 부정적인 메시지만 남긴 것은 아니다. A는 “어느 날은 응원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인천지방검찰청 증거기록으로 제출된 일기는 총 121페이지. 이중 긍정적인 메시지가 적힌 페이지는 단 3장이었다. “시우야~ 언제나 영원히 사랑해~ 엄마의 1호 아들” “시우야, 엄마 핸드폰에 시우는 내 보물 1호 아들이라고 되어 있어.” 송 대표는 A의 극단적인 태도는 “사랑일 수 없다”고 말했다. “거짓된 애정을 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그 순간은 ‘이게 진짜인가’ 하고, 또 그런 사랑을 받고 싶잖아요. 감질나게 하는 거죠. 학대당한 아이한테는 얼마나 큰 희망이 되겠어요. 아이를 채찍과 당근으로 조련한 셈이에요.” 어머니, 사랑해요. 내일 마사지해드릴게요. 저, 어머니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것 아시죠? 힘내세요!(이쁜 어머니)(날짜 불명) 아픈 허리를 가지고 병원 가는 길에 동생들 위해서 떡과 뻥튀기를 사시고 편의점에 가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정말 본받고 싶었다. 나도 크면 희생하면서 살아야겠다, 어머니를 위해서.(2023년 1월 30일) 시우는 신체·정신적 학대를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계모 A에게 애정을 표현했다. 친모와 연락은 완전히 차단되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A였다. 송 대표는 “오랜 가스라이팅으로 자아가 사라지고, 우상화된 가해자에게 완전히 함몰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대받은 아이들한테 많이 나타나는 양상이에요. 내가 나쁜 아이이고, 우리 부모는 좋은 사람이니까 ‘내가 잘하면 부모도 좋은 사람이 될 거야’ 하면서 부모를 옹호해요. 그런 생각이 강화되면 가해자를 신격화해서 숭배하고 찬양하면서, 누군가한테 도움을 구한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죠.” 시우는 당시 계모와 친부,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두 명과 살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했고, 이후에는 계모 A가 ‘홈스쿨링’을 결정해 등교할 수도 없었다. 집에 갇혀 성경 필사를 하고, 집안일을 도울 뿐이었다. 오늘 나는 락스를 가지고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였다. 보니까 타일 사이사이에 먼지와 실리콘으로 타일을 이은 부분에도 핑크색 물곰팡이가 있었다. (…) 앞으로 토요일마다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다.(2021년 11월 13일) 일기장에 나타난, 시우가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은 이러하다.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동생 장난감 정리, 설거지, 화장실 청소, 엄마 마사지, 동생들 혹은 엄마 밥 챙겨주기 등이다. A는 용돈을 받고 시우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한 일이라고 검찰 조사에서 해명했다. 오늘 아침 반성시간에도 그 틈도 못 참고 방 밖으로 나와버렸다. 정말 주책없는 나다. 그래서 5분 후 어머니께서 의자에 말하신 대로 (나를) 묶고 나가셨다. 묶인 채로 있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다시는 어머니께서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절대로 안 할 것이다.(2022년 11월 26일) 어머니께서 나한테 뭐 하시지도 않았는데 내가 움찔거려가지고 어머니께 혼났다. 나도 왜 그렇게 위협을 느끼는지, 예전처럼 어머니께 왜 친근하게 다가갈 수 없는지를 잘 모르겠다. 내 몸이 예전에 나 같지가 않다. 제발 내 몸이 어머니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몸으로 바꼈으면 좋겠다.(2022년 12월 17일) A가 행한 신체·언어적 폭력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는 대목들도 있다. 그러나 시우는 폭력에 대해 인지하기보다는 더욱 더 사랑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 사랑하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하고 스트레스 많이 드려서 죄송합니다. 또 저를 사랑해 주시고 병○ 같은 정신병자인 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2022년 12월 5일) 피학대아동이 상처를 주는 부모학대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려 자신이 학대받아 마땅하다는 부정적인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고미영 <학대받은 아동에 대한현상학적 연구> 일부, 2004년) 시우는 문제의 화살을 계모가 아닌 자신에게 돌렸다. 스스로를 ‘정신병자인 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라고 서술하며, 계속해서 애정을 갈구했다. 저녁시간은 최악이었다. 그 이유는 ○○(동생)와 □□(동생)가 싸웠는데, 거기서 엄마가 폭발해서 ○○도 때리고 그다음 나도 때렸다. 또 다 나 때문이라고 하셨다. 또, 내가 빨리 죽으라고 하셔서 나는 빨리 무슨 교통사고 나서 죽을 것이다. 필리핀에서 오토바이 치였을 때처럼 말이다. 내가 빨리 없어지고 죽어야 다른 사람이 행복하니까 빨리 죽을 것이다. 엄마의 말처럼 내가 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그냥 빨리 죽어야겠다.(2022년 12월 24일) 애정을 갈구하던 시우의 생각은 ‘자신이 사라져야 가족들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죽음에 관한 서술은 시우가 집 안에 고립되면서 더욱 자주 등장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착취당하는 아이를 본 주변 이웃들이 의심이 간다고 생각할 때 (피해 아동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죠.” 송미강 대표는 “이웃들이 시우를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시우는 친모로부터, 학교로부터 격리돼 있었지만, 집안일을 하며 외출을 했기 때문에 이웃들과 마주쳤을 거라는 주장이다. 사회가 시우를 조금 더 일찍 발견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학교도 전화로만 시우의 안전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직접 방문해서 아동의 상황을 파악했다면 어땠을까. 시우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에만 1차례 질병결석을 하고, 4차례 ‘가족 동반 체험학습’을 이유로 체험학습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와 달랐다. 강제로 성경을 필사하고, 무릎 꿇고, 회초리로 맞는 등 신체·정신적 가혹행위가 이어졌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사건이라고 하면 주목하기는 하는데,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불모지인 것 같아요.” 아동학대 사건은 사람들의 분노와 공감을 이끌어내지만,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하는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매년 약 44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죽는다(2023년 기준). 폭력에 굴레에 갇힌 아이들은 오늘도 구조를 기다린다. 한편, 7일 계모 A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해 징역 30년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자신의 학대로 피해 아동에게 또 다시 중한 학대를 가할 경우 아동 사망 위험 내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럼에도 중한 학대와 엄벌을 계속해 사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는데 원심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기장에도 주목해 “피해 아동은 학대당할 때마다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고 용서를 구하며, 피고인의 애정을 갈구하는 내용을 빼곡하게 기록했다”며, “피고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등 사망 무렵에는 12세 아동이 작성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으나 피고인은 철저히 냉대하며 학대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시우의 친부는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형이 확정됐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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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키기 ‘허위성명’ 밝혀져도… 기사는 그대로[윤석열을 감옥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중앙동아리 연합 명의로 조작된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가 SNS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허위 성명서에 이름이 올라간 동아리 5곳 중 4곳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단체였고, 나머지 1곳도 명의를 도용당한 걸로 확인됐다. 하지만 허위 성명서가 현재도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일부 온라인 매체 중심으로 이를 인용한 기사도 나왔다.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매체도 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윤석열 지키기’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하며,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3일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란 제목으로 ‘이화여자대학교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SNS상에 퍼졌다. 당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날이었다. 주로 X(구 트위터)에서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무분별하게 퍼져나갔는데, 7일 기준 조회수가 27만 회에 달한 게시물도 있다. 해당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이화여대 중앙동아리는 총 5곳.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CCC’, ‘분덕스’. 하지만 이중 중앙동아리 4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로 확인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화여대 홈페이지 내에 공개된 ‘중앙동아리’ 86곳(공연 16개, 문화 12개, 사회 14개, 종교 11개, 체육 18개, 학술 15개)와 이름을 일일이 대조해보았다. 확인 결과, ‘한국경제연구회’,’ E.H.C.’, ‘참 신앙인’, ‘분덕스’란 이름의 중앙동아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CCC는 명의가 도용된 걸로 확인됐다. 이화여대 CCC는 지난 3일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이화여대 중앙동아리 CCC 성명’으로 유포되고 있는 성명 글은 사칭 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화여대 CCC는 “CCC 간사, 임원진 포함 구성원은 해당 성명서 포함 어떠한 곳에도 일체의 동의나 서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제목의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은 허위로 조작된 가짜 성명서인 셈이다. 셜록은 A4용지 약 2장 분량의 허위 성명서 내용도 검증해봤다. 허위 성명은 고려대학교 재학생들이 지난해 12월 10일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윤석열 탄핵을 반대한 내용의 실명 대자보 <계엄, 나였어도>와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고려대 학생들이 쓴 대자보를 바탕으로, 시의성에 맞게 후반부에만 새로운 내용이 덧붙여 작성한 걸로 보인다. 아래에 고려대 대자보와 이화여대 허위 성명서의 마지막 대목을 인용한다. ‘기울임’ 글꼴로 표현한 문장 위로는 모두 똑같고, 마지막 세 문장만 달랐다.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고 단체 시위를 하는 데 열중하고, 총학은 이와 다를 바 없는 선언문으로 화답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에게 주어진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 아닐까?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가워야 하는 법이다. 취임 이후 118차에 이른 촛불집회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그 이면의 진실을 꿰뚫어 보려는 노력이 우리 지식인들에게 먼저 요구되는 것이다.”(고려대 대자보 2024. 12. 10. <계엄, 나였어도> ) “진정한 지식인이라면 당장의 여론과 감정에 횝쓸리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려 노력해야 한다. 현재의 체포는 국민감정에 휩쓸려 저질러버린 사실상의 내란이자 폭동에 불과하다. 이러한 내란을 국민들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관저에 모인 애국시민들을 봐라! 공수처의 내란 행각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허위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2025. 1. 3.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일부 온라인 매체를 중심으로 허위 성명을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보도하기도 했다. ○○○경제는 지난 6일 기사 <이대 동아리연합, 국회·공수처 비판…”체포는 사실상 내란·폭동”>을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허위 성명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기사 하단에는 허위 성명서 전문을 싣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코리아’도 <[이대]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 “국민을 지킨 대통령, 이젠 우리가 지키겠습니다” 한국경제연구회, Е.Н.С., 참 신앙인, CCC, 분덕스.> 제목으로 허위 성명 내용을 그대로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기사 및 영상에 대해 삭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이 ‘이화여대 5개 동아리 연합 성명’이 허위 성명이란 사실을 댓글로 알려줬음에도 말이다. 언론사 ○○○PRESS의 경우 뒤늦게 허위사실임을 확인하고 기사를 비공개 처리한 걸로 보인다. 7일 현재 기사 링크를 누르면 “관리자가 검토 중인 기사입니다. 잠시 후 이용해주세요.”란 안내문이 뜬다. ○○○○코리아가 올린 영상에는 현재 이런 댓글들이 달려 있다. “이화여대 CCC는 위와 같은 서명을 한 적 없습니다. 대자보 내용도 타 대학에서 나온 것을 그대로 옮겨서 서명만 거짓으로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확인하시고 영상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대자보는 타 대학 학생이 작성한 내용을 누군가 조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화여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아리 이름과 특정 동아리를 사칭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 관련 기관에 신고가 진행 중이며, 혹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글이나 영상을 내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경제 기사에는 스스로 허위 성명 작성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지난 6일 직접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허위 성명문 작성자입니다. 귀하께서 기사에 소개하신 성명문은 제가 국민의힘 갤러리에서 속이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한 글로, 과거 작성된 “계엄 나였어도”를 그대로 복사한 것에 불과한 성명문입니다. 동아리 이름 모두 거짓으로 지었으나, 우연으로 실제 CCC 동아리가 이화여대에 실존하여 CCC 동아리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간 글 역시 삭제되었으며, CCC 역시 피해를 호소하고 있사오니, 글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관련 기사 첨부합니다.” 국민의힘 지역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허위 성명서에 속아 넘어갔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5일 지역 당원협의회 온라인 네이버 카페에 허위 성명서를 그대로 게시했다. 그러면서, 김 당협위원장은 게시글 맨 마지막에 이런 코멘트를 붙였다. “젊은이들이여 깨어나라! 일어나라!” 김 당협위원장은 지난해 이뤄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광명갑 후보로 출마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허위 성명 작성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 받을 수는 있습니다. 헌정문란 행위를 하고 내란 행위를 한 대통령을 비호하는 허위 성명을 쓴 것 자체가 사회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 같아요. 이화여대 CCC는 존재하는 동아리니까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로 형사처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그런데 동아리 4곳이 실존하지 않아 이 부분이 애매한데요. 명예훼손 구성 요건상 (피해) 특정성의 요건이 없어져서 구체적으로 누가 어떤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없게 됩니다. (허위로 단체명을 만들었는데도) 오히려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SNS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것 자체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될까? “그건 어렵습니다. 명예훼손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이기 때문인데요. 허위사실을 진짜로 믿어서 유포한 거라면, (단순 유포만으로) 개인들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개인들한테까지 팩트체크를 요구할 의무는 없으니까요. (‘가짜뉴스’ 규제가) 자유로운 소통을 옥죌 수 있는 도구로 남용될 수도 있어서요.” 셜록은 지난 6일 허위 성명 피해자인 이화여대 CCC 측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CCC 담당자는 “현재 상황이 해결되지 않아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형사고소 등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인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기남 국민의힘 광명갑 당협위원장에게도 7일 연락을 시도했다. 3차례 이상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기자는 문자메시지로 허위 성명을 네이버 카페에 공유한 경위 및 허위 성명 인지 여부 등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기자가 반론을 요구한 직후인 당일 오후 4시경, 돌연 네이버 카페에 있던 허위 성명 게시물이 삭제됐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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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의원 “가짜뉴스 제조기… 국힘 정신 차려라”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 사진을 ‘윤석열 지지자’로 조작한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만행에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이 ‘본인 등판’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주말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를 이어갔는데, 이 모습이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이 페이스북에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올리면서 해당 사진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써 논란이 됐다. 정혜경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은박 담요를 덮고 있는 시민의 모습만 담기도록 편집해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사진이었다.(관련기사 : <‘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 정혜경 의원은 6일 오전 9시 국회 소통관에서 ‘가짜뉴스 제조기 국민의힘 이상휘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의원은 지난 주말 시민들과 함께 밤샘 집회를 이어갔던 당시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 “지난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경호처에 막히면서 성난 시민들의 한남동 관저 앞 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3일부터 2박 3일의 철야 농성에 함께했습니다. (…) 영광스럽게도 눈이 오는 와중에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윤석열 체포’를 외치며 노래하던 저의 사진은 SNS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어 정 의원은 자의적으로 편집한 왜곡된 사진을 페이스북에 멋대로 사용한 이 의원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런데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맡은 이상휘 의원은 함박눈이 오는 와중에도 ‘윤석열 체포’를 외치던 시민들의 결기가 참 부러웠나 봅니다.이상휘 의원은 저희 의원실 사진을 불법으로 도용, 편집하여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리고서는 마치 함박눈이 오는 와중에도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사진을 도용한 것도 부족했던지, 저의 얼굴은 자르고 편집하는 섬세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저희는 국민의힘에게 도덕과 양심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발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시기를 바랍니다. 원작자의 허가 없이 사진을 도용하면 저작권법 위반이며,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합니다.” 원본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정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이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정 의원의 얼굴 일부와 팔꿈치 일부도 보인다. 공교롭게도 원본 사진이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화제가 됐던 날(5일), 국민의힘은 또 다른 허위사실 유포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청 직원 명의로 게시된 ‘우리 직원 머리 맞아서 혼수상태’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밝혔지만, 경찰 측 확인 결과 이는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이상휘 의원. 가짜뉴스를 잡겠다고 적극 활동하고 있는 미디어특위 위원장이 손수 가짜뉴스 생산에 앞장서고 있는 꼴이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의 이 같은 허위사실 유포 문제도 함께 비판했다. “인터넷 뉴스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을, 무슨 의도인지 블라인드 게시판 내용만을 근거로 가짜뉴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쯤 되면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와 ‘진짜뉴스 발굴단’은 가짜뉴스를 찾는 곳이 아니고, 가짜뉴스를 제조하는 곳 아닙니까?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가짜뉴스로 국민을 속이는 국민의힘은 정신 차리시기를 바랍니다.” 셜록은 지난 5일 이상휘 의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못했다. 기자가 “사진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셜록이 문자를 보낸 직후인 당일 오후 7시 30분경, 이 의원은 돌연 문제의 사진을 내리고 다른 사진으로 수정했다. 새로 바뀐 사진은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이뤄진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1차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언론사 데일리안 공동대표 출신으로, 국회의원 출마 전 세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일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엔 청와대 춘추관장과 홍보기획비서관 직무를 맡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 30여 명은 6일 오전 6시경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대통령 관저 앞으로 집결했다. 여기에 이상휘 의원도 참석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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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체포’ 시위 사진을 지지자로 둔갑시킨 국힘 의원[윤석열을 감옥으로]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이 윤석열 탄핵 반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 윤석열 체포 밤샘 집회에 참석한 ‘인간 키세스’ 사진을 편집해, 마치 탄핵 반대 시민들인 것처럼 조작한 것. 이상휘 의원은 5일 오후 6시경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29번의 (더불어민주당의) 탄핵과 내란과 반역이라는 겁박에도 이렇게 지켜내고 있습니다. 결국은 이겨낼 것입니다. (…) 이분들의 애국은 그것을 기어이 드러내게 할 것입니다. 오늘 이 대한민국의 처절한 아스팔트가 그렇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게시글을 올리면서 사진 두 장을 첨부했다. 문제는 이 의원이 사실을 왜곡한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이 지칭한 “이분들”은 탄핵 반대 시민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첨부한 사진은 윤석열 체포와 파면을 촉구하는 밤샘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었다. 해당 사진은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눈을 맞으며 대통령 관저 인근(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간 모습으로, 당일 SNS에서 ‘인간 키세스’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사진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및 정혜경 의원실에서 제공한 사진이다. 이상휘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은, 해당 사진을 자의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모습은 잘라낸 채, 은박 담요를 덮고 있는 시민의 모습만 담기도록 편집했다. 이 의원이 올린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정 의원의 얼굴 일부와 팔꿈치 일부도 보인다. 조잡한 방법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사진. 이상휘 의원이 이를 알았든 몰랐든, 현직 국회의원이란 사실을 볼 때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심지어 이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5일 진실탐사그룹 셜록에게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에서 제공한 사진을 갖다가 대통령 탄핵 반대 쪽에서 한 집회인 것처럼 썼더라고요. 그리고 정혜경 의원만 안 나오게 해서 (탄핵 찬반 시민) 구분이 안 가도록 (사진을) 편집해서 쓴 거는 상당히 악의적이라고 봅니다.눈 오는 가운데 밤샘 농성을 하고 있는 이 사람들의 헌신과 노고를 자기네들(국민의힘) 걸로 이렇게 훔치려고 한 거죠. 탄핵 반대 집회 쪽에서 ‘스탑 스틸(stop the steal)’ 이런 피켓을 들고 있는 것 같던데, 이 의원의 행동이야 말로 훔치는 거지요. 악랄하게 불법적인 행동을 자행하고 있는 게 국민의힘 집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셜록은 5일 이상휘 의원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했다. 5번 넘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의원을 연락을 받지 않았다. 기자가 “사진을 왜곡하고 조작해서 사용한 부분에 대해 인정하는지” 문자로 물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상휘 의원은 당일 오후 7시 30분경, 문제의 사진을 내리고 다른 사진으로 수정했다. 새로 바뀐 사진은 한남동 북한남삼거리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모습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2월 7일 국회에서 이뤄진 윤석열 탄핵소추안 1차 표결에 불참한 의원이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1차 표결에 집단으로 불참해 표결 자체가 성립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 중이던, 지난 3일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기도 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집행에 반대하는 데 동참하기 위한 걸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대선 당시엔 윤석열 선거대책위원회 기획실장을 지냈다. 한편, 서울서부지법은 5일 윤석열 측이 신청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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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왕이 남긴 건 번아웃이 아니라 Q저널리즘상!” [셜록 이야기]
“사채왕 프로젝트는 제게 번아웃을 남겼죠.” 지난가을이었나. ‘사채왕’ 프로젝트를 돌아보며 조아영 기자가 남긴 말이었다. ‘T’인 조 기자의 성격상, 저 답변은 진심에 아주 가까울 것이다. 지난 2월 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 꼭 영화 같은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대출브로커 조직이 벌이는 금융사기 범죄를 다룬 영화 <원라인>도 떠올랐고, 금융사 직원 김재민 대리가 ‘사채왕’의 손발로 일하며 검은 돈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대목에선 <돈>이 떠올랐다. 김상욱이 정치권과 검찰에 줄을 대고 있다며 으스대는 데선 <범죄와의 전쟁>이 연상됐다. 2023년 서울 청구동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를 몰고 온 1500억 원대 불법대출 사건. 결국 청구동새마을금고는 문을 닫았다. 금융기관 하나를 망하게 한 천문학적 액수의 불법대출 사건 뒤에는, 이른바 ‘사채왕’으로 불리던 한 남자가 있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제보자에게 건네받은 2000여 개의 녹음파일과 문서 자료를 분석하고, 현장 취재와 피해자 인터뷰 등을 통해 청구동새마을금고를 개인금고처럼 주무르던 ‘사채왕’ 김상욱의 실체를 밝혔다.(관련기사 : <새마을금고 뱅크런의 진실, ‘사채왕 리스트’에 있다>) 다섯 명의 셜록 기자 모두가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약 두 달 동안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모두에게 참 고된 시간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상욱과 김재민의 통화 녹음파일만 약 900개. 범죄 ‘자백’에 가까운 그 파일들을 분석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진행될 수 없었다. 녹음파일을 모두 듣고 내용을 정리하는 건 정말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사기수법을 파악하고 그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발급받은 신탁원부만 약 200통. 상자 다섯 개를 채우고도 넘쳤다. 전국 곳곳을 다니며 부동산 물건지를 직접 확인하고, 사기 피해자들을 설득해 입을 열게 하는 일 역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두 달 이상의 시간을 쏟아부은 끝에 ▲불법대출 수법을 낱낱이 밝힌 기사부터 ▲대출사기 피해자들의 기막힌 사연들 ▲김상욱의 공범 매수 방법 ▲김상욱 일당 3인방 각자의 역할과 실패한 ‘배신’ 이야기 ▲제보자의 입을 막기 위해 김상욱 일당이 벌인 사기극 ▲‘사기꾼’ 김상욱의 화려한(?) 과거까지 많은 이야기를 준비했다. 지난 4월 17일 첫 보도 이후 9월까지 20편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사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감사원에 행정안전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고, 기자회견도 함께 진행했다. 이후 KBS와 MBC, 뉴스타파 등도 보도에 나섰다. 셜록이 ‘사채왕’ 김상욱 일당의 사기범죄 수법을 낱낱이 공개한 것은, 단순히 이야기의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미래의 피해자들을 막기 위한 고민의 결과이기도 하다. ‘명의를 빌려줬으니 너희도 공범 아냐?’‘순수한 피해자는 아니잖아?’ 피해자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이들을 또 한 번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런 시각은 언뜻 냉정하고 객관적인 듯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기범죄’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전국적 사기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한 김상욱 일당과, 그의 손발이 된 금융기관 직원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빌려주고는, 빚 독촉장만 날리는 금융기관까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만 인생의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 김상욱 일당은 당연히(?)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사기꾼의 개인금고로 전락한 새마을금고 역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믿고 맡긴다”는 신탁(信託)이란 말이 무색하게, 범죄자 일당에게 자동문처럼 활짝 열려버린 무궁화신탁 역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무궁화신탁은 “마음먹고 범죄 저지른 사람 하나 잡는다는 게, 조직원 100명을 동원해도 못 잡는 게 범죄”라는 소리를 변명이랍시고 늘어놓았다. 새마을금고는 본인들은 오직 ‘채권자’일 뿐이라는 식으로, 대출사기 피해자들에게 부지런히 독촉장을 날렸다. 우리는 김상욱 일당의 거짓말에 속아서, 한 번 만져보지도 못한 빚 수억 원을 뒤집어쓴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 어렵게 찾아낸 그들을, 더 어려운 설득을 거쳐 말문을 열게 했다.(관련기사 : <유흥주점 텐트에서 잠드는 아이… “사채왕이 망친 삶”>) “저는 8억 7000이란 숫자를 그때 태어나서 처음 적어봤어요. 동그라미를 얼마나 많이 그렸는지, 아주 까마득하더라구요.” 한 사기 피해자의 말이다. 김상욱 일당의 대화를 듣다 보면, 1억 원이 무슨 구멍가게 거스름돈처럼 느껴졌다. 그놈들이 그렇게 하찮게 입에 올리는 그 돈은 누군가의 피눈물이었다. 김상욱과 청구동새마을금고 상무 전종남, 무궁화신탁 대리 김재민은 모두 구속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사채왕’ 일당은 감방에서 셜록 기자 전원을 고소했다.(관련기사 : <사채왕이 아니라 ‘고소왕’이라 불러야겠습니다>) 셜록의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보도는 23일, 제2회 Q저널리즘상(심층기획 부문)을 받았다. 젊은 기자 130여 명으로 구성된 공부 모임인 ‘저널리즘클럽Q’가 만든 언론상. 셜록은 지난해 ‘로드킬 : 남겨진 안전모’ 보도로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상을 받았다. “특히 실명보도를 전제로 한 끈질긴 취재가 돋보였다. 한 심사위원은 “익명으로 처리될 법한 주제를 실명과 사진을 통해 보도한 용기 있는 기사였다”고 했다.”(지난 17일 Q저널리즘상 선정 보도자료 중) 김상욱 일당의 범죄 수익금은 현재까지 경찰 수사로 확인된 것만 약 100,000,000,000원, 천억 원이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한번 만져보기는커녕 손으로 적어보지도 못할 돈. 하지만 Q저널리즘상의 가치보다 빛날 순 없다. 이번 수상으로 셜록은, 우리가 매일같이 던지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은 것 같다. ‘기자의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셜록의 일은 무엇인가.’ 0의 개수를 세는 것도 무의미한 ‘무한대’의 보람이 가슴에 번진다. ‘언론 같지 않은 일을 하면서, 가장 언론답게 일하는 언론.’ 셜록이 듣고 싶은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국외훈련 논문을 표절한 검사를 권익위에 고발하고,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간이 녹은 청년의 부모님과 함께 겨울 거리에 서고, 정신질환자로 몰려 해고당한 신부와 함께 교황청의 문을 두드리며 일한다. Q저널리즘상은 셜록의 어제에 대한 인정이자, 오늘에 대한 신뢰이며, 내일에 대한 기대라 여기며, 그 뜻을 감사히 간직한다. 그리고 언제나 빼놓을 수 없는 것.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의 존재다. 왓슨들의 무한한 신뢰가 없었다면 기자 전원이 두 달의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결정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언컨대 ‘셜록 이놈들 후원금만 받아먹고 두 달 동안 새 기사는 안 쓰고 대체 뭐하고 있나’라고 항의한 분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셜록 지면이 조용한 걸 보니 뭔가 열심히 취재하고 있나보군’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고 지지해주신 분들 덕분에, “끈질긴 취재”로 “용기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 왓슨의 마음과 셜록의 땀으로 함께 이룬 결과다. 지난가을 ‘사채왕은 번아웃을 남겼다’며 탄식하던 조아영 기자. Q저널리즘상 선정 소식을 듣자마자 그는 전향적(!)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사채왕이 남긴 건 번아웃이 아니라 Q저널리즘상!” ‘사채왕과 새마을금고’ 프로젝트를 전자책으로 만들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직접 선보이는 전자책 시리즈, ‘셜록 뉴스북’ 첫 번째 이야기다. 길고 또 깊은 셜록의 이야기를 좀 더 편하게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서투르지만 정성껏 준비했다. 여러 온라인서점에서 절찬리(?)에 독자 분들을 만나게 되길 고대하고 있다. ☞ 알라딘 http://aladin.kr/p/IRGZM☞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0255997☞ 교보문고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10758698☞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754043758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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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응원하고 전두환 추모하는 육사 ‘동지회’ [윤석열을 감옥으로]
2030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국회를 향할 때, 퇴역 군인들은 꽃으로 계엄을 옹호했다.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서울동부구치소 앞엔 12.3 내란사태의 주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셜록이 지난 18일 직접 확인한 화환 개수만 58개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주로 ‘육사(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육사 19기, 21기, 26기, 28기, 29기, 30기, 35기, 39기 등 기수도 다양했다. 해군OCS-해병대장교-육군학사장교-국군간호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도 화환을 보내왔다.(관련기사 : <김용현 수감 구치소, 육사 ‘동지회’ 응원 화환 행렬>) ‘육사 구국동지회’,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탄생에 대해 알기 위해선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육사 구국동지회는 2017년 2월 2일 결성됐다. 같은 해 2월 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처음으로 ‘육사 구국동지회’ 깃발이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이들은 전두환 추모제, 광복회장 사퇴 촉구 집회, 윤석열 탄핵 무효 집회 등 우익 집회를 주도하거나 동참해왔다. “원래 육사 출신 현역 및 예비역은 자동적으로 육사 총동창회 회원이 된다. 총동창회는 관군(官軍)적 성격이 있는 단체다. 관군적 성격의 단체는 시위나 집회에 나서지 않아 온 것이 관례였다.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총동창회가 오히려 대다수 애국동지들의 적극적 행동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구국동지회는 녹봉과 명령이 없어도 싸울 수 있는 의병단체로 결성되었다.”(2017년 4월호 월간조선 <[나는 이래서 태극기를 들었다] 육군사관학교 총구국동지회 이한구 사무총장>) 김용현도 내란 혐의로 구속된 후 첫 입장 발표에서 ‘구국’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구국의 일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 대통령과 함께 싸워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겠다.”(2024. 12. 17. 김용현 변호인단 발표) 그동안 ‘육사 구국동지회’는 우익 집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추모제다. 올해로 벌써 3주기 ‘구국추모제’를 진행했다. 12.12군사반란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도 추모제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른바 ‘건국일(1948년 8월 15일)’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이종찬 광복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대회’에도 ‘육사 구국동지회’ 깃발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서울동부구치소 등에 ‘내란 혐의자’들을 향한 응원 화환을 보내고 있는 걸까. 셜록은 23일 김덕수 육군3사관학교 구국동지회 회장과 통화했다. “김용현이 힘내라고 (응원화환) 보내드렸어요. ‘당신을 옹호한다. 비상계엄 하는 건 맞았다.’ 김용현 장관이 그렇게 결단을 하고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했잖아요. 그것에 대해 호응을 한다는 뜻으로 보낸 겁니다.” 기자가 “김용현을 ‘구국의 영웅’이라 표현한 건 국민 상식에 어긋나지 않냐”고 묻자, 김 회장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지금 국민들은 잘 몰라요. 우리나라 90%가 공산화되고 있습니다. (…) 부정선거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인 통치행위로서 비상계엄을 한 겁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우리나라의 90%를 장악하고, 민노총, 법원 판사, 전교조가 전반적으로 다 (포진)돼 있어요.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큰 재난이 옵니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구국동지회에서 하는 거예요.” 박정희와 전두환. 12.3 내란사태 이전 한국 현대사에 남은 두 차례 ‘군사 쿠데타’의 주범들은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육사 출신인 ‘구국동지회’가 내란 혐의자 김용현에게 응원 화환을 보내는 행위가, ‘국민들’에게 군사독재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그건 좌파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고. 일반 대한민국 체제를 수호하려는 그런 국민들의 생각과는 틀려요(달라요). 무조건 ‘국민들’이라 하면 안 됩니다. 국회에서 하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에요. 계엄을 선포해서 국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군인이)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다고 나는 생각해요.“ 육사 구국동지회 활동을 보면서 12.12 군사반란의 주축이었던 ‘하나회’를 떠올리는 국민들도 있다. “지금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먹게 하는 것이 언론이고 ‘개딸들’이고, 좌파들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깨우치기 위해서 (구국동지회가) 활동하는 측면도 있어요.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응원화환을 보내는 자금의 출처는 어떻게 될까? “(육사 3사 구국동지회는) 서울동부구치소는 안 보냈고, 국방부 (대통령실 인근) 도로 옆에 있잖아요. 무자비한 어떤 좌파가 불 지른 사건 일어난 거기에 우리 화환도 있어요.다 개인들이 호주머니 털어가지고 화환 보내잖아요. 지금 중앙선관위도 보내야 하고, 대법원도 보내야 하고…. 보내야 할 곳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우리 돈이 없어서 다 못해요.” 셜록은 이두호(육사 25기) ‘육사 구국총동지회’ 초대 회장에게도 연락을 해봤다. 이 전 회장은 “현재는 육사 구국총동지회 소속이 아니”라면서 아래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화환 리본에 적힌 문자로 해석해주세요.”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표는 육사 구국동지회의 활동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사회에서 군과 관련해서 제일 엘리트 그룹인 육사(구국동지회)가 지금의 상황을 전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제대로 된 군인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군인은 정당한 명령에 복종을 해야 하고, 상관은 정당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겁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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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산재 소송, 끝내 이겼다… 잔인했던 ‘7년’ [그녀의 우산 10화]
법원은 신호영(48, 가명) 씨의 손을 들어줬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진 그는 7년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너무 야속했지. 내가 거짓말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못 믿어서 대법원까지 간 거잖아.”(어머니 김정혜 씨, 가명) 근로복지공단은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했다. 호영 씨의 산재 신청을 불승인한 근로복지공단. 그에 불복한 호영 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는 산재를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관련기사 : <법원은 산재 인정, 공단은 불복 항소… “죽어야 끝날 일인가”>) 이어진 2심에서도 재판부는 산재를 인정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다. 그렇게 이어진 싸움이 7년이었다. 대법원에서 지난달 28일 별도의 심리 없이 근로복지공단의 상소를 기각하면서 지난한 싸움이 끝났다. 호영 씨는 2002년 3월부터 2년간 LED 제품 생산 라인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하루 11시간씩 100℃가 넘는 고온으로 제품 열 테스트를 수행하거나, 화학물질이 가득한 용액에 웨이퍼를 넣고 빼는 작업 등을 했다. 심지어 하루 11시간에서 13시간씩 일했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었고, 주로 야간조로 투입됐다. 그에게 주어진 건 방진복과 얇은 마스크였다. 작업장에는 열을 식히는 장치나 국소배기장치도 없었다.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건 2007년 6월이었다. 조금씩 뻣뻣하게 굳어가던 몸. 호영 씨는 2009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치료약이 없는 불치병. 50대 전후로 발병한다는 병이 33살에 나타났다. 1심 판결은 지난해 6월 나왔다.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신청서를 제출한 지 6년 만에 나온 첫 번째 판결. 당시에도 거동이 어려웠던 그에게 산재 인정과 요양급여, 간병급여 등이 시급히 필요했다. 근로복지공단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여 ‘항소를 포기하겠다’고 법무부에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소송을 계속하라’고 지휘했다. 근로복지공단이 ‘항소 포기’ 의사를 밝히면 법무부가 받아들이는 게 관례였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법무부가 항소 이행을 지시한 사례가 없었다. 하지만 2023년은 달랐다. 이수진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그해에만 호영 씨를 포함해 ‘반대 사례’가 4건이나 있었다.(관련기사 : <파킨슨병 산재 또 승소… ‘법정고문’은 7년으로 족하다>) “그때 내가 회사 못 나오게(퇴사하지 못하게) 했어. 끝내 다니다가 이 병을 얻은 거잖아. 그게 참… 너무 후회가 되더라고.” 호영 씨에게 사과를 한 건 회사도, 근로복지공단도 아니었다. 나날이 악화되는 아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김정혜(72, 가명) 씨였다. 어느새 일흔이 넘은 노모는 인생의 ‘황금기’를 병상에서 보내는 아들을 간호했다. 지우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다. 아들이 힘들다고 이직을 고민할 때 다른 일 해 보라고 권하지 않았던 과거는 발목을 잡았다. 아들과 보내는 시간은 점차 늘어났다. 이제는 옆으로 넘어져도 호영 씨 힘으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마음 편하게 잠든 것도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산재가 인정된 지금은 한시름 덜지 않았을까. 반가운 마음으로 호영 씨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죄송해요. 컨디션이 안 좋아서 11시 30분쯤에 전화해도 될까요.” 전화하기로 예정된 9시 30분을 조금 넘긴 시간. 호영 씨가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서 호영 씨의 몸 상태도 나날이 악화됐다. 증상을 완화시켜준다는 약도 7년이라는 시간 앞에 속절없었다. 오전 11시 30분이 돼서야 전화를 할 수 있었다. 호영 씨는 짧게 안부 인사만 나누고 핸드폰을 정혜 씨에게 넘겼다. 그를 대변하는 건 늘 어머니의 몫이었다. “참 기분이 묘했죠. 끝을 봐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언젠가 되긴 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대법원 선고가 있던 지난달 28일. 호영 씨 가족들은 오전부터 결과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1심, 2심 재판부가 그랬던 것처럼 ‘산재 인정’ 결과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점심시간을 조금 넘기자 결과가 확인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재판부가 심리하지 않고 근로복지공단의 기각하겠다고 결정했다. “이제 한시름 덜겠구나 생각했거든. 그런데 아직 멀었더라고. ‘더 큰 산’을 넘어야 되더라고요.” 호영 씨의 가족이 다시 울상을 지은 건 산재 인정 이후의 절차 때문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호영 씨의 산재가 승인됐다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향후 보상 절차에 대한 안내였다. 그 서류들을 준비하는 것도 역시나 일흔 넘은 노모의 일이었다. “(산재 행정소송 이후가) 절차적으로 복잡해요. 그런데 공단에서는 이거 신청해야 된다거나, 어떤 서류 필요하니 제출해라, 이런 안내도 거의 안 해줘요. 산재 인정받고 잘 모르는 분들은 신청도 못 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어요. 따로 안 챙겨주거든요.”(이종란 노무사) 불친절한 행정 서비스에 정혜 씨는 분통이 터졌다. 주치의한테 소견서를 받아야 했다. 호영 씨는 요양급여뿐만 아니라 장애급여, 간병급여 등이 필요했다. 이것들을 하나 신청할 때마다 의사 소견이 필요했다. 정혜 씨는 지난 17일 주치의로부터 소견서 작성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왔다. 이종란 노무사는 “산재 피해자에게 소견서 작성을 거부하는 주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있겠죠. 8년 동안도 (산재 행정소송) 해봤는데, 계속 해봐야지.” 지난 시간은 정혜 씨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아야 바뀐다”고 설명했다. 정혜 씨는 지난해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인터뷰를 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간병의 어려움과 근로복지공단의 부당한 항소 철회를 호소하는 글을 전하기도 했다. 아들의 산재 승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주저하지 않고 나섰다. 근로복지공단에 더는 시간을 끌지 말아달라고 외쳤지만, 끝장을 본 뒤에야 ‘산재 인정’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현실의 문턱은 높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중 박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파주시을)은 호영 씨 사례를 언급하며, 근로복지공단에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박 의원은 “사회 변화에 따라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늘어나고, 의학·과학의 연관성만 따지면 산재 노동자는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며, “법원의 (산재 인정)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도 그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정혜 씨는 피 말리는 소송전을 이어가는 또 다른 산재 피해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지금 당장은 캄캄한 터널을 걷는 기분일 텐데, 언젠가는 ‘드디어 빠져 나왔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런 기대와 용기를 가지고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워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그리고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피해자들한테 복지가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생각해야 돼요. 그렇게 잔인하게 하지 말고 복지를 위해 일했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해야 할 ‘숙제’가 남은 정혜 씨는 다음을 기약했다. 모든 절차들을 마치면 반가운 소식을 안고 연락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자도 그때 다시 축하를 전하겠다고 답했다. “계속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아픈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 많이 해주십시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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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에서 찾은… 시민의 명령, 저항의 문장들[윤석열을 감옥으로]
“영원히 침묵하지 않기 위해 지금 침묵하지 않겠습니다.”(인천대 학생 130인 일동)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윤석열의 내란. 무장한 계엄군 앞에 맨몸의 시민들이 맞섰다. 촛불과 응원봉으로 밤을 밝힌 시민들이, 민주의 빛으로 독재의 어둠을 밀어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민들의 ‘말’도 쏟아져 나왔다. 그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수많은 시국선언이 각계각층 전국각지에서 쏟아져 나왔다. 대한민국의 2024년 12월은 선언의 계절이다. 시국선언문에는 독재의 주술에 취한 내란세력에 대한 뜨거운 분노와 결연한 저항,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향한 싸늘한 경고와 준엄한 명령이 한 글자 한 글자 무겁게 담겨 있다. 새로운 계절, 새로운 세대에도 오래도록 기억돼야 할 문장들을 시국선언 속에서 찾았다. “지난 밤 우리는 보았다. 아직도 대한민국을 떠도는 전두환의 유령을.”(광주대 교수 일동)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에 무슨 짓이 벌어졌는지 시민들은 모두 지켜봤다. 국회에 나타난 헬기와 계엄군.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려는 군인들과 그들을 막아선 시민들. 계엄군의 군홧발에 짓밟힌 것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였다. “비상계엄 선포는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한국YWCA연합회)“우리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동안 일구었던 민주주의라는 가치마저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동국대 학생 108명 일동)“우리는 그의 본질을 깨달았다. 윤석열은 (…)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행동하는 사회연대경제인 일동) 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정지되었다”(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고 개탄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날 밤. 시민들은 “‘코리아 프라이드’가 무너지는 순간”을 목격하며 “대한민국은 야만사회로 전락”(대전공동체운동연합)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꼈다. “민주정부 50년 성과를 졸지에 파탄시킨 귀신 들린 자의 판단이 국가와 민족을 세계의 조롱거리로 만들었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예수 삶을 따르는 길동무)“언제라도 다시 군사독재가 가능한 국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옥스퍼드대 한국 학생 및 동문 연구자 41인) “국민과 언론의 자유를 빼앗는 자. 헌법을 위반한 자.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바로 헌정 질서 파괴, 반국가세력입니다.”(해방이화 제56대 총학생회) 내란사태의 중심에는 ‘우두머리’ 윤석열이 있다. 시민들은 “그의 행태에서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를 본다”(감리회목회자모임 새물결)며 분노했다. 시민들은 “국가가 비상상황이라는 윤 대통령의 시국 인식은 실상 자신과 가족의 범법행위가 드러나고 있는 개인적 비상상황의 자각일 뿐”(기독교윤리실천행동)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았다. “계엄령은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충동적 발악”(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이란 본질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가릴 수 없었다. “한강 작가는 우리가 무사유와 무감각에 빠질 때 퍼져가는 잔인성과 폭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 경고는 지금 윤석열 정권하에서 적나라하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는 해외 교수-연구자)“지도자가 우매함에 빠져서 자신의 길만을 고집할 때 그것이 공동체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며 정의와 평화를 훼손하는지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았다.”(교회개혁실천연대)“본인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고 했으나, 역사의 시계 바늘이 뒤로 돌아간다는 절망감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흐르는 국민의 고통은 어찌 헤아리지 못하는가?”(카이스트 교수 일동) “그가 저지른 행동은 피 흘려 일군 이 땅의 민주화를 역행시킨 명백한 ‘내란죄’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이렇게 뒷걸음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인제대 교수·연구자·직원 일동) 윤석열은 비상계엄 선포를, 대통령의 권한에 따른 ‘통치행위’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그날 밤 벌어진 일들을 지켜본 시민들은 모두 안다. 그것은 “헌법 정신에 명백히 위배되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시대착오적인 범법행위”(충남대 총학생회)라는 것을. 시민들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이자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와 인권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행위”(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로 규정했다. “민주화 역사의 유산을 파괴할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사유로 강조하였던 ‘자유민주주의’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인 것이다.”(한밭대 교수평의원회 평의원 및 교수 일동)“비상계엄선포가 다양성의 공존을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내란 획책이라는 점에서, (…) 일본제국주의의 폭력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다.”(식민역사문화청산제주회의)“제2, 제3의 계엄을 획책하여 국가와 국민 모두를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지 심각하게 우려한다. 친위 쿠데타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서울대 교수·연구자 일동) “이제 윤석열의 시간은 종말을 고했다. (…) 자신이 새로 쌓은 ‘용산궁’만을 옹위하며 벌인 대통령 놀이는 끝났다.”(윤석열 퇴진을 위한 1만 그리스도인 선언자 일동)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 “더 이상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여수시민긴급시국기자회견)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는 파렴치한 대통령과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필요없다”(한신대 신학대학원·일반대학원 신학과 학생 일동)는 시민들은 “당신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한국작가회의)라고 선언했다. “자신의 반대자들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는’ 자들로 묘사한 윤 대통령의 언동은 실상 자기실현적 예언이나 마찬가지이다.”(한양대 대학원 사학과 원우회)“명백하게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중대한 헌정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은 주권자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으로 한시도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헌법·행정법 연구자 일동) 시민들은 “더 이상은 기다려주거나 너그러운 마음과 태도로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않겠다”(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나눔의집협의회)는 마음으로, “윤석열에게 남은 것은 즉각적인 체포와 구속, 처벌뿐”(제주지역 노동조합 대표자 일동)임을 분명히 했다. “자리에서 물러나 처벌을 기다리십시오. 그것이 당신들에게 남은 유일한 역사적 사명이자 헌법적 의무입니다.”(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1014인 일동) “이제 가증한 것이 서지 못할 곳에 섰으니 멸망이 오늘이며 하늘의 심판을 결코 피하지 못하리라.”(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느헤미야 교회협의회) 총을 멘 군인들은 맨손의 시민들 앞에서 결국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여의도에서, 전국 곳곳에서, 나서고, 모이고, 맞섰다. “피로써 지킨 민주주의를 사수할 것”(목포시민비상시국회의)이라는 의지로, “폭압적 통치는 역사와 시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한국교회 인권센터)이며 “너희의 교만함과 무지함은 결국 너희를 무너뜨릴 것”(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임을 단호히 선언했다. “다시 신발 끈 단단히 묶고 아스팔트로 나설 것이다. 오만한 권력의 심판장은 언제나 광장이었다.”(경남지역 대학 민주동문회 연합)“우리는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매지 않을 것이다.”(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선교모임)“약탈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더는 우리를 겁박하지 못하게 하자.”(옥바라지선교센터) 교사들은 “윤석열이 어째서 여전히 대통령인지 학생들이 묻는다면, 우리는 교사로서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전국교직원노동조합 1만 5225명 일동)라고 질문하며, “우리를 믿고 따를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교사가 될 수는 없다”(공주대 사범대 406인 일동)며 광장으로 나왔다. 대통령은 자신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망쳐버렸지만, 오히려 시민들은 자신의 소명과 본분을 지키며 가장 순수한 분노를 문장에 담았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처방전은 고쳐져야만 한다. (…) 그것이 약사의 엄중한 숙명이자 책임이다.”(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우리는 이제 더 이상 얌전히 ‘입틀막’ 당하지 않을 것이다. 감히 국민을 ‘처단’하겠다는 포고문 겁박에도, 놀라거나 겁내지 않을 것이다.”(카이스트 구성원 270명 일동)“우리가 신뢰하는 건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은 윤석열의 양심이 아니라 국민들이 피로 지켜낸 민주주의와 법치의 원리다.”(윤석열 구속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 일동) “촛불을 다시 붙였습니다. 폐허에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상담심리전문가·임상심리전문가 1200명 일동) 광장에서는 또 한 번의 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야만적인 내란의 혼돈 속에 너무도 이성적인 모습으로 손수 평화를 되찾아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서로를 놀라게 하고 감동하게 했다. 시민들은 “국민이 목숨을 바쳐 일구어온 민주주의는 그런 얕은 수에 무너지지 않았다”(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고 당당히 선언하며, “위대하지만 평범한 국민들의 힘으로 윤석열의 불장난은 끝났습니다”(해병대예비역연대)라고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현했다. “언어의 낭비 앞에 국민은 속지 않았다.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는 오로지 ‘국민’의 것이다.”(서울연극협회 이사회) 시국선언에 나선 시민들의 시선은 ‘새로운 사회’를 향해 있다. 지금 광장에서는 ‘윤석열 탄핵’과 ‘윤석열 처벌’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걸 안다. “윤석열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은 사태의 종결이 아닌 민주주의를 향한 첫 걸음”(북미 대학원생 및 연구자 일동)인 것이다. 시민들은 “더 나은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 싸워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한국기독교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을 알고, “‘윤석열 탄핵’의 짧은 구호를 진정 몸으로 살아 내려 한다”(158개 교회 및 단체 연명)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모든 이들이 편히 잠들 수 있는 밤을 원합니다.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정의로운 나라를 원합니다.”(간디고 학생/청소년 시국선언)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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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이 막은 시민들의 완승… 법원 “출입거부 무효” [우상의 정원]
시민들의 완승이다. 일부 시민들을 상대로 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조치가 법원의 판단으로 무효가 됐다. 이들의 정원 출입을 거부하도록 요청한 기관은 대통령경호처였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처분 무효확인’ 소송 판결에서 “피고가 2023년 7월 10일 원고 김수형, 2023년 8월 2일 나머지 원고들에 대하여 각 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19일 선고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으로 일반 시민의 정원 출입을 막은 건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이번 12.3 내란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시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린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동행한 용산 주민 5명이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거부당한 사실을 최초로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 <‘윤석열 색칠놀이’ 제보자들, 용산정원 출입금지 당했다>) 이후 출입거부 시민이 최소 23명 더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거부당한 김은희 ‘온전한생태평화공원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이하 용산시민회의) 대표 등 4명은 지난해 10월, LH를 상대로 ‘출입거부 무효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소속 공동변호인단이 이번 행정소송을 대리했다. LH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대한 유지 관리 및 운영을 위탁받은 주체다. 대통령경호처는 “용산어린이정원은 대통령 경호구역”이라는 이유로 관여하고 있다. 이날 선고 재판에서 이 재판장은 LH의 정원 출입거부 조치에 대해 “단지 ‘관련기관’의 요청만으로 일방적인 입장 제한이 가능함으로써 (…) ‘용산공원조성 특별법’ 제20조에 의해 규정 취지, 그리고 이 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법률상 근거 없는 국민의 기본권 제한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LH는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에 근거해 일부 시민들의 출입거부 조치를 정당하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용산 반환부지 임시개방구간 관람 규정 제5조(관람신청 및 입장) 6항“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예약신청 또는 현장접수를 받은 대상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재판장은 “피고는 당초 원고 등에 대한 입장 거부 당시 관련 기관의 요청으로 ‘입장이 불가하다’는 추상적인 내용 외에는 처분의 구체적인 법령상 근거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재판장은 출입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인 대통령경호처가 출입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은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원고들의 정원 출입을 거부하도록 요청한) ‘관련기관’은 대통령실경호처로서 이 기관의 요청으로 원고들의 정원 입장을 제한하였음이 밝혀졌으나, 피고는 현재까지도 대통령실 경호처가 어떠한 이유로 원고들의 입장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였는지 여전히 그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법률의 명확한 의미나 근거 없는 위법한 내부 규칙에 기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으로서 위법하고, 행정절차법을 위반하여 그 구체적인 처분의 근거와 사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합니다.” 원고 측을 대리한 서창효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선고 직후 기자를 만나 “1심에서 원고가 승소하는 판결이 났기 때문에 피고는 즉시 원고들이 자유롭게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할 수 있도록 관련된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다”면서 “출입거부 조치를 풀지 않는 것 자체가 계속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이어지는 상황을 만드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대표도 약 1년 넘게 걸려 승소 결과를 받아낸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해서 마음대로 한 거잖아요. 돌이켜보면 시민들을 상대로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거부 조치를 한 건 (김 전 장관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 같아요.법에 의해서 (적법하게) 비상계엄을 한 게 아니잖아요. 이번 출입거부도 법에 의해서 한 게 아니라고 (법원이) 판단했으니까요.” LH는 ‘출입제한 조항’을 지난해 7월 10일 신설했다. 지난해 5월 4일 용산어린이정원이 개방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만든 것이다. LH는 오직 ‘출입제한’ 조항만을 새롭게 추가하기 위해 규정을 개정했다. 출입제한 조항이 신설된 바로 그날,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소속 대학생들을 상대로 바로 적용됐다. ‘출입제한’ 규정은 사실상 ‘블랙리스트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정 행위 혹은 특정 물품의 반입 금지를 명시한 게 아니라, 특정 ‘인물’의 출입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 어떤 인물의 출입을 막겠다는 건지 그 사유도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다. 그저 “관련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정 인물을 콕 집어 입맛대로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다. 용산어린이정원 측은 출입거부를 당한 당사자 모두에게 ▲출입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이 어디인지 ▲출입거부 요청 사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LH는 셜록의 질의에도 “관계기관 요청에 따라 시스템만을 제공하였으며, 구체적인 출입제한 현황 등을 파악하고 있지 않는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반복했다. LH는 끝내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기관’이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실토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셜록 보도 이후, 대통령경호처는 용산어린이정원에 출입금지 조치를 요청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관련기사 : <대통령경호처 “용산어린이정원 출입금지, 우리가 요청했다”>)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행정소송 과정에서 LH는 ‘관련기관이 대통령경호처가 맞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정원 출입 거부를 요청한 관련기관을 밝히라’는 법원의 요청으로 대통령경호처는 지난 6월 17일 사실조회 회신서를 보내왔다.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은 기존 LH의 입장을 반복했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대상자에 대한 경호활동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조치사항 등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경호상의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및 보안업무규정 등에 의해 보안상 확인이 제한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출입이 금지된 시민은, 셜록이 직접 확인한 수만 30여 명. 윤석열 대통령 부부 ‘색칠놀이’ 프로그램을 소셜미디어에 알린 시민단체 대표와, 그와 같은 날 용산어린이정원을 출입한 용산 주민 5명, 그리고 대진연 환경동아리 ‘푸름’ 소속 대학생 20여 명까지. 이들은 용산어린이정원 토양오염 문제 등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해온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출입을 금지당한 시민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 9월 용산어린이정원 출입 시 대통령경호처의 과도한 이용객 소지품 검사에 대해 “경호에 필요한 통상적인 보안 검색 수준을 넘어서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다만, 인권위는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진정 자체에 대해서는 ‘기각’을 결정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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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사태에 말 못한 ‘기쁜’ 소식, 드디어 알립니다[셜록 이야기]
지난 6일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보도로 호루라기언론상을 받았다. 공익제보자를 지원하는 호루라기재단이 주는 상이다. 시상식 3일 전, 윤석열이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사태’가 발생하면서, 뒤늦게 수상 소식을 알리게 됐다. 수상 소식을 들은 건 한 달 전이다. 지난달 19일. 수상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처음에는 기뻤다. 하지만 이내 미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 최은석 전 교장, 교직원 유현주, 박선유 그리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이양기 전 교감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도 공익제보자들의 제보 이후 삶에 관심이 없어요.”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을 취재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이 한 마디였다. 정말 그랬다. 나도 ‘어제의 공익제보자’의 삶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부끄러웠다. ‘제보자가 폭로하는 현실’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제보자의 현실’에 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제 40대 인생은 이규태 회장과 싸우면서 의미 없이 없어져버리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포기할 수도 없고. 무조건 싸워야 되고, 무조건 직진인데, 정말 살 수 있게, 이기고 싶어요.” 유현주 씨가 한 말이다. 우촌초 제보자들은 2019년 5월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제보한 이후, 5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학교에 맞서 싸우고, 또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날이 있을 거다.”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은 자신의 처조카이자, 20년간 우촌초 행정실에서 근무한 유현주 씨에게 경고의 말을 남겼다. 이 경고처럼 공익제보자들에게 수많은 시련이 닥쳤다.(관련기사 : <“무릎 꿇고 빌게 될 것” 회장님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들에게 부당한 징계를 내려 이들을 해고했다. 현재 공익제보자  6명 중 2명만 학교로 돌아간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교원소청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법원 등 여러 기관이 부당한 징계를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학교 측은 계속해서 공익제보자들의 복직을 거부해왔다. 학교 측의 ‘버티기’가 길어지자, 서울시교육청이 공익제보자에게 제공하는 구조금 지급 기한(3년)도 끝났다. 최은석 전 교장은 서울에 가족을 두고 광주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했다. 최근에는 계약 만료에 따라 인천으로 직장을 옮겼다. 유현주 씨와 박선유 씨는 징계를 받고 해고돼 다른 사립학교 행정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동안 쌓은 경력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유현주 씨는 최근 식당 두 곳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박선유 씨는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트 계산원 일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복직한 이양기 전 교감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학교 측은 과학전담교사를 맡은 그에게 교무실 책상 자리 하나 내어주지 않았고, 부당한 징계를 내려 사학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의 동향을 파악한 문서도 발견됐다.(관련기사 : <2년 반 만에 복직한 학교… 그 교사의 책상은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익제보자들은 총 20건이 넘는 고소・고발을 당했다. 5년간 수사기관과 법원에 수시로 불려 다니며 일상회복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이 싸움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대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 끝나는 거예요.”(이양기)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아니었다면, 학교에 숨겨진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익제보자를 향한 불이익 조치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은 이 싸움에 인생을 걸었다. 나는 공익제보자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과연 그들의 일상회복과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 “저는 끝까지 우촌초에서 제대로 마무리할 거예요. 이양기 선생님도, 행정실 선생님들(유현주, 박선유)도 마찬가지예요.”(최은석) 지난 1월 첫 기사를 냈다. 지금까지 기사 16편을 썼다. 다행히 보도 이후, 조금씩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의 전원 복직과 학교 정상화에 관한 질의가 나왔다. 마지막 종합감사 날에는 최은석 전 교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의 복직과 철저한 학교 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의지를 확인했다.(관련기사 : <우촌초 회의 참석 이규태 회장… “남의 집 쳐들어온 것”> 이규태 회장 소식도 들려온다. 서울시의회 행감 증인 출석은 거부하더니, 최근 정치인들을 만나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정작 셜록이 이 회장과 일광학원 측에 반론 취재를 23차례나 시도했을 때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론에 응하지 않았으면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셜록에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소 건은 불송치(혐의없음) 결정으로 끝났다. 정정보도 청구 소송은 내년 1월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난 11월 이 회장이 아직도 학교 운영에 개입한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차 전화했을 때는 기자를 “스토킹으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횡령 혐의’ 이규태 전 이사장, 우촌초 운영 개입 의혹>) 검찰은 2021년 12월 이 회장을 스마트스쿨 비리 관련 업무상횡령 등으로 기소했다. 이 회장과 사건에 가담한 학교 관계자 등 12명은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도 국세청이 공개한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체납액은 약 200억 원. 종합소득세 등 총 9건을 체납했다. 2016년부터 매년 꾸준히 고액체납자 명단에 개근(?)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세금 낼 돈 없는 이규태 회장의 행색은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이 회장은 서울 성북구 부촌에 있는 약 430평 규모의 고급 단독주택에 산다. 지난 1월 이 회장이 다니는 한 교회 주차장에서 만났을 때부터, 수차례 법원 앞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벤츠-마이바흐 S 클래스 2023년형을 타고 다녔다. 출고가 4억 원에 육박하는 최고급 승용차다. 지난 3일 윤석열의 내란 사태가 발생하면서, ‘광장 민주주의’가 다시 실현되고 있다. 위헌적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런 혼란한 시국에도 지난 6일 ‘2024 올해의 호루라기상 시상식’은 예정대로 개최됐다. 많은 공익제보자들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희망씨앗 특별상’으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고의 불법적인 수사 개입 의혹을 제보한 박정훈 대령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위원장 청부 민원 사건을 제보한 방심위 직원 김준희, 탁동삼, 지경규 씨가 수상했다. 올해의 호루라기상은 창원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국민의힘 국회의원 선거와 지자체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부부가 개입한 의혹과 여론조사 조작을 고발한 강혜경 씨에게 주어졌다. 이번 윤석열 내란 사태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은 아닐 것이다. 정부가 꽁꽁 숨기고 싶어하던 부정한 사건들이 하나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 나비효과로 윤석열 정권이 몰락을 자초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익제보가 하나씩 쌓여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정의다. 그리고 공익제보자들이 고통에 놓이지 않고 제자리를 찾는 일 역시 ‘정의’다. 그런 의미에서 셜록이 우촌초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보도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촌초 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갈 때까지, 우촌초가 투명하게 운영될 때까지, 죗값을 치러야 하는 자들이 빠짐없이 그 대가를 치를 때까지 멈추지 않고 보도할 것이다.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자고 외치던 시민들의 목소리가, 학교 안으로, 공장 안으로, 마을 안으로, 사회 곳곳의 정의를 위한 파동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이어온 최은석, 이양기, 유현주, 박선유 공익제보자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약 1년간 우촌초 제보자들의 이야기를 보도를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응원을 보내준 ‘셜록의 친구’ 왓슨(유료독자)에게 감사드린다. 왓슨이 없었다면, ‘이상한 학교의 회장님’ 보도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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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수감 구치소, 육사 ‘동지회’ 응원 화환 행렬[윤석열을 감옥으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 앞. 12.3 내란 사태의 주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감돼 있는 그곳이다. 기자는 18일 오후 1시경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구치소 앞은 화환이 한가득 있었다. 보도를 따라 길게 이어진 화환의 수는 모두 54개. 화환에 쓰인 문구를 자세히 살펴봤다. 모두 김용현 전 장관에게 보낸 응원 화환이었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누구일까. 가장 많이 보이는 이름은 ‘육사(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였다. 육사 19기, 21기, 26기, 28기, 29기, 30기, 35기, 39기 등 기수도 다양했다. 해군OCS-해병대장교-육군학사장교-국군간호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과, 자유수호협력단, KMA역사포럼, 한얼애국회 등이 화환을 보내왔다. 김용현 전 장관의 육사 38기 동기생들도 화환을 보내왔다. “국방장관님 동기생이 응원합니다”(육사 38기 동기생 일동) 이들은 김 전 장관의 내란 행위를 “구국의 결단”으로 치켜세우고, 그를 “영웅”이라 칭송했다.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국방부 장관님 기죽지 마십시오!”(육사28기 구국동지회 일동)“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 내란 사태에, 되레 “정의”를 운운하는 문구도 있었다. “김 장관! 험난한 정의의 길 가라!”(육사 35기 최OO)“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국회를 “종북좌파”로 칭하는 등 이념 편향적 문구도 보였다. “종북좌파 의회독재에는 비상계엄이 답!!”(육사 39기 구국동지회원 일동)“내가 김용현이다! 종북좌파 떨고 있니?”(해병대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동부구치소 앞을 지나다니는 시민들도 길에 늘어선 응원 화환들을 관심 있게 쳐다봤다. 어떤 시민은 리본을 손으로 펼쳐 잡고 차근차근 문구를 읽기도 했다. 기자가 현장에 머문 약 1시간 사이 4개의 화환이 더 추가돼, 화환 개수는 모두 58개가 됐다. 응원 화환을 실은 트럭이 구치소 앞으로 배달 온 모습도 목격됐다. 18일 현재, 서울동부구치소 앞으로 김용현 전 장관 응원 화환을 보낸 주체와 응원 문구는 아래와 같다. 1.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결단 존경합니다 (육군 간부사관 구국동지회원 일동)2. 수천만 애국국민 김용현 장관님과 함께 (육사 23기 구국동지회)3.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25기 구국동지회 일동)4.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5기 구국동지회 일동)5. 용현아 힘내! (동기생 ○○)6. 김 장관! 험난한 정의의 길가라!(육사 35기 최○○)7. 김용현 국방장관 힘내세요(육사 21기 구국동지회 일동)8.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9. 국구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19기 구국동지회)10. 애국국민 믿고 힘내십시오(육사 19기 구국동지회)11. 구국의 영웅! 존경합니다(영원한 친구 ○○)12.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6기 구국동지회)13. 국방부 장관님 기죽지 마십시오!(육사28기 구국동지회 일동)14.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38기 구국동지회 일동)15. 구국의 결단 역사는 기억한다(KMA역사포럼 회원 일동)16. 대한민국 이재명에게 넘길 수 없다 (육군기술행정사관 구국동지회 회원 일동)17. 계엄선포! 내란아니다(해군OCS 구국동지회원 일동)18. 김용현 장관님 목숨건 결단… (육군 간부사관 구국동지회 회원 일동)19. 내가 김용현이다! 종북좌파떨고 있니? (해병대장교 국국동지회원 일동)20. 공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 일동21.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2. 수천만 애국국민 김용현 장관님과 함께(국군간호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3. 김용현 장관님 자랑스럽습니다(육군 갑종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4. 의회 독재 종북좌파 비상계엄(3군 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5. 애국국민 모두 응원합니다(공군 사관학교 구국동지회 일동)26.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7.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28. 종북좌파 의회독재에는 비상계엄이 답!!(육사 39기 구국동지회원 일동)29. 우리가 함께합니다(육사 29기 구국동지회)30.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비상계엄 지지합니다(육사 29기 구국 개인)31. 김용현 장관님 자랑스럽습티다(육사 29기 구국개인)32. 김용현 장관님 목순 건 구국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33.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영웅 (육사 31기 구국 동지회)34. 구국의 결단 힘내세요(육사 39기 구국 개인)35. 김용현 장관님 목숨 건 구국결단 존경합니다!(육사 30기 구국동지회원 일동)36. 구국의 결단 힘내세요!(육사 31기 구국동지회)37.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홍○○)38.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결단 존경합니다(육사 27기 구국동지회)39. 자랑스런 김용현 장관(方山)40. 비상계엄은 반국가세력척결 (자유수호협력단)41.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오○○)42.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한얼애국회)43. 애국국민 믿고 힘내십시오(한얼구국회)44. 구국의 일념! 끝까지 지켜라(해사 36기 우○○)45. 애국국민 모두 응원합니다!(육사 22기 구국동지회)46.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 (육사 22기 구국동지회)47.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사 20기 구국동지회)48.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35기 구국동지회 일동)49. 큰용기에 적극 지원합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화이팅입니다50.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일념 함께합니다(안동시 풍천면 주민자치위원회)51. 김용현 장관님! 구국의 일념 함께합니다.(안동시 도양2리 주민 일동)52. 국방장관님 동기생이 응원합니다(육사 38기 동기생 일동)53.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54.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끝까지 지키겠습니다(부뜰이)55. 구국의 영웅 김용현 장관님 반드시 승리한다56. 김용현 장관님 응원합니다((주)백○)57. 김용현 장관님!힘내시고 승리하세요 자유대한민국 엄마요. 할머니로서.58. 김용현 국방부 장관님 힘내십시오 정의는 승리합니다 화이팅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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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치는 시작도 없이 끝났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 헌법 속의 대통령이 아니다.”(이화여자대학교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12. 6.) 민주주의는 ‘말’에서 자란다. 때로는 말의 잔치가, 때로는 말의 전쟁이 되기도 하는 것. 말이 오고 가는 가운데 정치가 일어난다. 대화하고 교섭하고 주장하고 반박하고, 더 많은 국민들을 설득한 쪽이 명분을 갖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 그게 민주주의 정치의 기본이다. 윤석열은 처음부터 ‘말로 합시다’보다 ‘법대로 합시다’를 너무 좋아했다. ‘만사법통’이라 해야 할까. 모든 것은 법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대화도 없고, 타협도 없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를 수색하고 수사해서 죄인으로 만드는 단죄만 남았다. 내 편 아니면 다 ‘나쁜 편’. 어퍼컷 세리머니만 해도 터져나오는 박수와 환호에 취한 걸까. 벌거벗은 임금님을 향한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자신만 몰랐다. 자신에게 박수 치지 않는 사람은 다 ‘나쁜 편’이 됐다. 직언하는 사람에게는 책상을 치며 ‘격노’를 반복할 뿐. 검사 시절,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장담하던 사람. 돌이켜 생각하면 그 말은, 언제든 자신은 깡패가 될 수도 있다는 협박이었을지 모른다. 법으로 골탕 먹이고, 법으로 잡아들이고, 법으로 길들이는 데 그는 전문가였다. 민중들에게도 ‘법’이라는 이름의 칼날을 휘둘렀다. ‘건폭’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한 건설노동자는 제 몸에 불을 당겨 저항하기도 했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들은 ‘나이롱 환자’로 취급했다. “엄정한 법 집행”으로 위장하고, 민중의 삶을 비참과 굴욕의 진창으로 처박았다. “심각한 직업병 고통에 신음하며 병들고 죽어가는 것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반도체 자본의 이윤몰이에 희생되어온 산재노동자들은 윤석열 정부하 근로복지공단에서 줄줄이 산재불승인의 고통을 당해왔다.”(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성명 12. 4.) 윤석열은 혐오의 뿌리에서 자라난 유해수목이다. 여성과 남성을, 기성세대와 젊은이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아치고, 혐오의 난장판 속에서 기생충처럼 정치적 잇속만 챙겼다. “여성과 장애인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한 윤석열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짓밟으려 했다. 혐오정치의 뒷배는 군사력과 경찰력 외에는 지지기반이 없음을 보여준다.”(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성명 12. 4.) 반면, 자기는 불법만 피해갈 수 있으면 뭐든 해도 된다고 우겼다.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수십 번 걷어차면서도, 비판 목소리에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이라는 설명밖에 하지 않았다. 법적 책임만 따져대는 통에 정치적 책임은 온데간데없었다. 이태원에서, 장마철 지하도 속에서, 참사 속에 국민들이 죽어나가도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대통령실 관저 경호에 동원된 경찰은 이태원에서 159명의 사람들이 스러져갈 때 이를 방치했고, 숨 쉬기도 어려울 만큼 더웠던 작년 여름 오송 지하차도에서 또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운 좋게도 그 거리에 있지 않았기에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숨을 쉴 수 없습니다.”(숙명여자대학교 학생 2626인 시국선언 12. 5.) 국민의 뜻은 궁금하지 않다. 야당의 주장도 듣고 싶지 않다. 오직 법률을 찾고 판례를 갖다 붙이는 데 몰두할 뿐. 법적 근거만 있으면 무조건 내가 맞다는 생각. 다양한 문장으로 변주됐지만, 결국 ‘법을 잘 아는 내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아라’라는 말만 반복했다. 윤석열이 자나 깨나 외쳐온 ‘법대로’라도 잘 지켜졌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히 자신과 가족에게 불리한 때는 그 잘난 ‘법’도 소용없었다. 수많은 혐의에도, 유독 그의 가족들만 수사를 피하고 처벌을 피했다. 부인 김건희 씨가 부정하게 받은 고가의 명품가방은, 가까운 사이에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한 사소한 ‘파우치’로 둔갑했다.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침묵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등 공정의 원칙을 훼손하였고, 채상병 사건에 대해 책임자들은 내버려두고 진실을 밝히려고 한 박정훈 대령을 기소하는 등 상식의 원칙을 훼손하였다.”(대한직업환경의학회 시국선언 12. 12.) “공정과 상식”을 돌림노래처럼 부르던 대통령에 의해, 공정은 붕괴됐고 상식은 괴사했다.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던 대통령에 의해, 법률은 가장 큰 모욕을 당했다. 존중받아야 할 법은, 국민을 속이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교묘하고 신통한 ‘기술’쯤으로 전락했다.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정치인. 그의 미래는 예견된 것이었다. 말로도 법으로도 안 통하니, 결국 ‘힘으로’ 하는 방법을 택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그날 밤 일어난 일들을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봤다. 국회 운동장에는 헬기가 착륙하고,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나타났다. “대한국민이 자랑하던 입헌민주주의가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위기에 처했다. (…)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갖추지 못하여 명백하게 위헌·위법이다.”(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헌법·행정법연구자 선언 12. 7.) 두려움도 잊고 모여든 시민들이 장갑차를 막아섰다. 계엄군을 밀어냈다. 군인들은 총, 시민들은 빈손. 하지만 정의 없는 총은 순수한 분노로 무장한 빈손 앞에서 뒷걸음질 쳤다.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아침을 지켰다. 윤석열이 꾼 독재의 단꿈은 새벽 이슬처럼 사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행위는 헌법과 민주주의,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 법치주의는 국민의 신뢰와 헌신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형사법 학자·연구자 시국선언 12. 12.) 45년 만에 역사의 무덤에서 부활한 비상계엄. 윤석열의 계엄 선포문에는 또 다시 ‘반국가세력’이란 말이 등장했다. ‘반국가세력’이란 단어가 가리키는 세력은, 사실 ‘반윤석열세력’이었다. “각하가 곧 국가다”라는 그 옛날의 일그러진 신앙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의 죄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무엇보다도 (…) 자신에게 무조건적이고 자발적인 맹종을 하는 이들만을 국민으로 여기며, 다른 모든 국민들을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으로 몰고 갔다는 것입니다.”(윤석열 탄핵 촉구 4대 종단 종교인 시국 기자회견문 12. 13.) 내란의 밤 이후 열흘. 시시각각 드러나는 그날의 진실은 국민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지난 7일 1차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집단 보이콧한 국민의힘의 내란 동조 행위와, 지난 12일 일말의 반성도 없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윤석열의 담화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복지국가는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라는 두 기둥 위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계엄령을 통해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박탈하고 공론장을 폐쇄하는 등 민주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통째로 무너뜨리려고 하였다.”(민주주의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사회복지·사회정책·보건의료 학회 일동 시국선언 12. 8.) 윤석열의 내란행위는 정치가 아니다. 윤석열이 목 놓아 부르짖는, 대통령의 법적 권한에 따른 ‘통치행위’도 아니다. 폭력은 무엇으로 치장해도 그저 폭력일 뿐이다. 독재는 무엇으로 위장해도 그저 독재일 뿐이다. 민주공화국의 반국가세력은 다름 아닌 윤석열 자신이다. 윤석열의 정치는 한 번도 시작된 적이 없다. 언제나 정치로 ‘위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겨울 내란 사태는, ‘법대로’가 ‘힘으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힘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그의 가짜 정치는, 국민이라는 더 큰 힘에 의해 제압당했다. “우리는 국회 앞에 피어난 수많은 빛의 꽃들을 보았습니다. 자신만의 색깔과 모양을 지녔지만 다른 빛을 배제하지 않고 조화로움을 이루며 만들어낸 빛의 향연들을 보았습니다. (…) 전국에서 부처님들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대통령의 탄핵을 외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였습니다.”(윤석열 즉각 퇴진·탄핵 촉구 원불교 교무 기자회견문 12. 12.)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윤석열의 정치는 시작도 없이 끝났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역사가 이겼다. 수많은 독재자가 집어삼키려 했지만 끝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이 나라의 유일한 주인인 국민이 이겼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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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태종, 한동훈은 세종”… 더 읽기 힘들었다 [윤석열을 감옥으로 20화]
이 시국에 교보문고에서 <73년생 한동훈>(심규진, 새빛, 2023년)을 샀다. 비상계엄 사태 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말을 바꾸고, 총리와의 위헌적 공동 국정운영 발표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그후 ‘인간 한동훈’이 더 궁금해졌다. 고난은 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73년생 한동훈>은 조국 전 의원이 쓴 <디케의 눈물>,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가 쓴 <노무현과 함께한 1000일> 사이에 놓여 있었다. 표지에 ‘한동훈’이 새겨진 책을 사려니 괜히 주변 눈치가 보였다. 응원봉을 든 수만의 시민이 매일 밤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를 에워싼 채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를 외치는 요즘 아닌가. 책을 집어들기 전 주변부터 살폈다. 보는 사람이 없는 틈에 <73년생 한동훈>을 들고, 재빨리 계산대로 향했다. ‘계산원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불온서적이나 ‘19금 도서’를 사는 것도 아닌데, 자기검열이 저절로 작동하다니. 망설이다 무인계산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법을 택했다. 책을 가방에 넣고 용산역 인근 스타벅스로 향했다. 지난 11일의 일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의 넓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73년생 한동훈>을 올려놓자, 오른쪽에 앉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내 얼굴을 쳐다봤다. 눈빛이 이상했다. 나는 재빨리 제목이 보지 않게 책을 뒤집었다. 이번엔 옆자리 20대 여성의 눈이 책 뒷표지에 적힌 문구에 고정됐다. “2024년 한국 정치 빅뱅, 신개념 신세대 보수 한동훈이 온다!” 진퇴양난. 난 목에 두른 목도리로 풀어 책을 덮고, 음료를 주문하러 카운터로 갔다.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본격적으로 인간 한동훈을 탐구하는 시간. 서점에서의 난관, 옆 사람 눈빛에서 느껴진 난처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난해함은 책에서 튀어나왔다. 저자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교수는 국민의힘 산하 여의도연구원 테이터랩 실장으로 일한 적 있다. 정치적 편향은 예상했으나, 윤석열-한동훈을 향한 찬양고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서두에 등장하는 ‘정치인 한동훈’에 대한 설명을 보자. “강남 8학군 출신이고, 경제적, 문화적, 지성적인 결핍 없이 유복한 환경에서 바른 가치관과 반듯한 매너를 체화한 듯 보이는 그의 배경은 분명한 강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최고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지덕체를 갖췄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요즘말로 풀어보자면, 비판적 지성과 젠틀한 인품, 세련된 스타일 모든 면에서 빠질 것이 없는 ‘엄친아’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좋게만 쓰면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법. 계속 읽어야 하나? 일단 페이지를 더 넘겼다. 찬양에 더해 이번엔 한참이나 빗나간 예측이 독서 몰입을 방해했다. 이 책은 2023년 12월 20일 세상에 나왔다. 한국 정치가 워낙 다이내믹해 정국을 예측하는 건 어렵지만, 전문가라면 이걸 감안해 발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책이 나온 그 즈음,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이미 파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동훈은 최고 권력인 대통령과의 두터운 브로맨스 서사, 1970년대생의 젊음, 이준석이 보여줬던 어떤 말싸움에도 지지 않는 민첩한 언변, 오세훈처럼 신사 같은 매너와 태도, 그리고 홍준표와 같은 확고한 이념적 선명성과 대야투쟁력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아마 그 자신도 누구보다 자신의 강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동훈은 2024년 봄부터 ‘비윤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비상계엄 사태 후 홍준표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한동훈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발간 1년도 안 돼 책 내용이 ‘올드’해지고 말았다. 심규진 교수는 “세종은 과연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안전하고 무탈하게 권력을 상속받은 것일까?”라고 물으며, 윤석열을 조선시대 태종, 한동훈을 세종에 비유하면서 권력의 속성을 설명하기도 한다. 심복은 물론이고 외척까지 ‘처단’한 태종의 결단과 덕에 세종이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성군이 됐다는 잘 알려진 이야기. 저자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실상 보수진영의 적자, 윤석열의 후계자로 입지가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훈의 차기 집권은, 역사적인 전례를 찾아 보자면, 태종의 유훈을 물려받은 보수의 ‘세종시대’를 예감케 하기도 한다.” 저자는 윤석열(태종)의 담금질을 견뎌야 한동훈(세종)이 더 좋은 정치인으로 거듭난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가족을 처단하긴커녕 “아내 한 명 지키려다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 심규진 교수는 ‘리더십이란 스킨십, 배신을 당하지 않는 윤’이란 챕터에서 윤석열을 이렇게 평가한다. “윤석열의 인간미는 넉넉한 낙천성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시 9수를 해도 낙천적이었고 친구들 술자리며 결혼식 함잽이까지 다 챙겼다는 일화들은 유복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좋은 교육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사람 특유의 ‘안정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아직 ‘어, 이게 뭐지?’ 반문하기는 이르다. 내용은 이렇게 이어진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 먹는 거 좋아하는 사람을 미워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 시장통을 다니면서 유세를 하던 윤의 시장 먹방을 보면서 뭔지 모르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아울러 윤석열이 가지고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요리 만드는 걸 즐기는 디테일한 감수성과 센스다. 보통 꼰대를 면치 못하는 구태 정치인들은 가부장적 사고에 젖어 있고 군대식 위계 질서에 익숙해 시대 트렌드를 못 따라간다.” 이쯤 왔으면 그만 책을 덮는 게 좋지만 진도를 좀 더 나갔다. 내란수괴 윤석열 때문에 한국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지금, 결국 책에서 이런 내용까지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는 미국 순방 당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영어 연설을 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딕션과 화통한 발성은 대중적 관심과 호감을 증대하는 매우 큰 요소이다. 평소 영어 콤플렉스, 미국 콤플렉스가 심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드디어 노인 대통령이 아닌 큰 국제 무대에서 당당하게 기죽지 않게 멋진 연설을 하는 대통령을 보면서 ‘국뽕’이 찬 것은 당연한 일이다.” <73년생 한동훈>을 어느 정도 읽고 스페인에 있는 저자 심규진 교수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심 교수는 페이스북에 ‘광기의 시대’ 등의 글을 올리며 윤석열 탄핵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한동훈의 브로맨스는 오래전에 깨졌듯이, 심 교수의 한동훈 찬양도 오래 안 갈 듯하다. 심 교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한다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11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런 말도 했다. “사실상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한 군중의 광기가 흘러 넘치는 이 시점에 여론재판식의 탄핵몰이에 찬성하는 것은 정치적 원칙, 도의 그리고 정치적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국회의 14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태종과 세종으로 비견된 윤석열-한동훈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정치가 유독 다이내믹한 한국이니 예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73년생 한동훈>을 쓴 심규진 교수라면, 단순하고 간단하며 아주 거친 예측을 해버릴 것만 같다. 틀리든 맞든, 내용에 깊이가 있든 없든 말이다. 박상규 기자 comune@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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