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여성들이 응원봉을 들고 국회를 향할 때, 퇴역 군인들은 꽃으로 계엄을 옹호했다.
“김용현 장관 구국의 영웅”(육사 28기 구국동지회)
“구국의 결단! 영웅입니다!”(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육군학사장교 구국동지회원 일동)
서울동부구치소 앞엔 12.3 내란사태의 주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응원하는 화환이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셜록이 지난 18일 직접 확인한 화환 개수만 58개다.
화환을 보낸 이들은 주로 ‘육사(육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 육사 19기, 21기, 26기, 28기, 29기, 30기, 35기, 39기 등 기수도 다양했다. 해군OCS-해병대장교-육군학사장교-국군간호사관학교-공군사관학교-해군사관학교 구국동지회원 일동도 화환을 보내왔다.(관련기사 : <김용현 수감 구치소, 육사 ‘동지회’ 응원 화환 행렬>)
‘육사 구국동지회’,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이들의 탄생에 대해 알기 위해선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육사 구국동지회는 2017년 2월 2일 결성됐다. 같은 해 2월 4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처음으로 ‘육사 구국동지회’ 깃발이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이들은 전두환 추모제, 광복회장 사퇴 촉구 집회, 윤석열 탄핵 무효 집회 등 우익 집회를 주도하거나 동참해왔다.
“원래 육사 출신 현역 및 예비역은 자동적으로 육사 총동창회 회원이 된다. 총동창회는 관군(官軍)적 성격이 있는 단체다. 관군적 성격의 단체는 시위나 집회에 나서지 않아 온 것이 관례였다. 나라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총동창회가 오히려 대다수 애국동지들의 적극적 행동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구국동지회는 녹봉과 명령이 없어도 싸울 수 있는 의병단체로 결성되었다.”(2017년 4월호 월간조선 <[나는 이래서 태극기를 들었다] 육군사관학교 총구국동지회 이한구 사무총장>)
이들이 애초 제기한 조직명은 “육사 총애국동지회”. 하지만 “오늘날 국가 위기가 중대함을 감안하여 좀 더 역동성 있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애국 대신 ‘구국’이란 명칭을 사용했다고 밝혔다.(출처 : 육사 21기 동기회 사이트)
김용현도 내란 혐의로 구속된 후 첫 입장 발표에서 ‘구국’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구국의 일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싸우자. 대통령과 함께 싸워 대한민국 헌법을 지키겠다.”(2024. 12. 17. 김용현 변호인단 발표)
그동안 ‘육사 구국동지회’는 우익 집회에서 꾸준히 활동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추모제다. 올해로 벌써 3주기 ‘구국추모제’를 진행했다. 12.12군사반란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도 추모제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이른바 ‘건국일(1948년 8월 15일)’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이종찬 광복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대회’에도 ‘육사 구국동지회’ 깃발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서울동부구치소 등에 ‘내란 혐의자’들을 향한 응원 화환을 보내고 있는 걸까. 셜록은 23일 김덕수 육군3사관학교 구국동지회 회장과 통화했다.
“김용현이 힘내라고 (응원화환) 보내드렸어요. ‘당신을 옹호한다. 비상계엄 하는 건 맞았다.’ 김용현 장관이 그렇게 결단을 하고 모든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고 했잖아요. 그것에 대해 호응을 한다는 뜻으로 보낸 겁니다.”
기자가 “김용현을 ‘구국의 영웅’이라 표현한 건 국민 상식에 어긋나지 않냐”고 묻자, 김 회장의 말은 이렇게 이어졌다.
“지금 국민들은 잘 몰라요. 우리나라 90%가 공산화되고 있습니다. (…) 부정선거 때문에 고도의 정치적인 통치행위로서 비상계엄을 한 겁니다. (…)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현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세력이 우리나라의 90%를 장악하고, 민노총, 법원 판사, 전교조가 전반적으로 다 (포진)돼 있어요.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큰 재난이 옵니다. 그것을 바로잡는 것이 구국동지회에서 하는 거예요.”
박정희와 전두환. 12.3 내란사태 이전 한국 현대사에 남은 두 차례 ‘군사 쿠데타’의 주범들은 모두 육사 출신이었다. 육사 출신인 ‘구국동지회’가 내란 혐의자 김용현에게 응원 화환을 보내는 행위가, ‘국민들’에게 군사독재의 트라우마를 상기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 않아요. 그건 좌파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고. 일반 대한민국 체제를 수호하려는 그런 국민들의 생각과는 틀려요(달라요). 무조건 ‘국민들’이라 하면 안 됩니다. 국회에서 하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에요. (…)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에요. 계엄을 선포해서 국회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군인이) 들어가는 건 문제가 없다고 나는 생각해요.“
육사 구국동지회 활동을 보면서 12.12 군사반란의 주축이었던 ‘하나회’를 떠올리는 국민들도 있다.
“지금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귀를 먹게 하는 것이 언론이고 ‘개딸들’이고, 좌파들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깨우치기 위해서 (구국동지회가) 활동하는 측면도 있어요. 국민들을 계몽하기 위해서.”
그렇다면 응원화환을 보내는 자금의 출처는 어떻게 될까?
“(육사 3사 구국동지회는) 서울동부구치소는 안 보냈고, 국방부 (대통령실 인근) 도로 옆에 있잖아요. 무자비한 어떤 좌파가 불 지른 사건 일어난 거기에 우리 화환도 있어요.
다 개인들이 호주머니 털어가지고 화환 보내잖아요. 지금 중앙선관위도 보내야 하고, 대법원도 보내야 하고…. 보내야 할 곳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우리 돈이 없어서 다 못해요.”
셜록은 이두호(육사 25기) ‘육사 구국총동지회’ 초대 회장에게도 연락을 해봤다. 이 전 회장은 “현재는 육사 구국총동지회 소속이 아니”라면서 아래와 같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화환 리본에 적힌 문자로 해석해주세요.”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대표는 육사 구국동지회의 활동에 우려를 표했다.
“한국사회에서 군과 관련해서 제일 엘리트 그룹인 육사(구국동지회)가 지금의 상황을 전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군인정신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군인은 정당한 명령에 복종을 해야 하고, 상관은 정당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겁니다. 김용현 전 장관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의 정점에 있었던 인물이잖아요. 그런 부분들에 대한 자각이 없는 걸로 보입니다. “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코멘트
1와, 이건 마치 군사 쿠데타 팬클럽 같은 느낌인데? 김용현을 "구국의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건 좀 오버 아닌가요? 물론 자기들만의 정의가 있다지만, 트라우마를 되살리는 건 아닐지... 요즘 시대엔 좀 더 평화롭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나라를 지켜야 하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