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는 자민당 간사장 출신의 12선 의원입니다. 이 정도 업력을 가진 자민당 정치인인데, 소속 파벌이 없습니다. 이 점이 당선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정파등록제를 시행합니다. 정당에 파벌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고, 회계 보고도 파벌마다 진행합니다. 문제는 아베 파벌이라 불리는 세이와 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조성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작합니다. 평소 정책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기시다 총리(=자민당 총재. 일본은 내각제라 여당 총재가 곧 총리가 됩니다)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며 지지도를 잃었고, 이내 자민당의 파벌을 모두 해산하자고 선언합니다. 문제는 자민당 사무총장과 아소 다로 등 당내 주요 정치인들이 비자금 건은 본인들과 무관하다며 파벌 해체를 거절합니다. 추진력이 없다는 비판은 이때 정점에 달합니다.
이시바는 소속 파벌이 없는 정치인이고, 이번 선거에서는 전현직 파벌 모두 가리지 않고 그에게 투표했습니다. 캐스팅보트와 다름 없던 기시다의 파벌이 그를 지지한 점은 이례적입니다. 파벌에 속해야 요직도 맡을 수 있다는 일본 정치에 변화가 생기려나요.
이시바 시게루가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습니다. 일본은 내각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이시바는 차기 총리가 됩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이시바가 ‘비둘기파’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사과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친한파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일단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적 있으며, 방위전문가로 여러 이슈에 목소리를 낼 때도 징병제 시행과 일본에 해병대를 창설해 선제 공격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가 자민당 내 지한파로 분류된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자민당의 보수화가 더욱 강해졌다는 점 아닐까 싶네요.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펀하고 쿨하게...”의 그 사람, 고이즈미 신지로 총리는 이번 총재 선거에서 패배했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가져온 이유는 국내 언론의 외신 보도 경향 때문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내 언론이 고이즈미의 발언을 종종 옮긴 건 그가 유력 총리 후보고, 그만큼 국내 정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그 보도 내용 대부분은 한국과 관련 있거나 그가 유력 후보임을 드러내는 지표가 아니었고, 그냥 유력한 사람 말이니 옮긴다는 정도의 내용이었습니다. 나아가 대부분의 기사는 서로가 서로를 베끼는 형태였습니다. 제가 가져온 연합뉴스 기사를 여러 언론이 앞다퉈 받아적은 게 대표적이었습니다.
유독 해외 선거 보도의 경우 이런 경우가 참 많습니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공허한 전망이 기사 아이템을 결정하는 것 같은데... 기사 내용 만큼 취재 여부를 살피는 게 더 중요해 보입니다. 저도 이 기사 읽을 무렵에는 진짜 고이즈미가 당선되는 줄 알았어요. 이런 오해를 일으키는 받아적기 보도야 말로 정말 펀하지 않고 쿨하지 못한 것이지요. 먼저 취재하고 자세히 기사를 적으신 이 연합뉴스 기자 분만 중간에서 꽤나 고생하신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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