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사과 없는 대통령의 말… “정치적 무책임 몸에 뱄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에서 약 140분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을 앞두고 회견 시간이나 분야·개수 등 제한 없이 모든 사안에 대해 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 앞서 머리 숙여 사과했다. 이어진 기자회견 자리에서는 26개의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실이 강조했던 것처럼 앞선 기자회견과 비교했을 때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질문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반전 없는 맹탕 회견’,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2년 6월 53%를 기록했던 지지율은 임기 절반 만에 17%(8일 기준)까지 하락했다. 지난 2년 반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을까. 또 그의 말은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6일 예술사회학 연구자인 이라영 문화평론가(이하 ‘이라영 작가’)를 만났다.  그는 <말을 부수는 말>, <환대받을 권리, 환대할 용기>, <타락한 저항>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권력의 말’을 해체하고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문제를 꼬집는 데 주목했다. “용산으로 대통령실 옮길 때 그랬잖아요. 제왕적 대통령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서 이전한다고. 그런 핑계를 댔는데 이후에 거부권을 얼마나 남발했어요? 군사독재 이후로 이보다 더 제왕적 대통령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실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앞세웠다. 그러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 이유에서 ‘소통 미흡’은 3순위 안에 번번이 들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 소수자의 목소리는 완전히 묵살됐어요. 특히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요. 참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있어서 정치가 실종됐다는 거죠.” 이라영 작가는 참사를 대하는 태도만 봐도 권력의 성격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묵살(默殺)의 ‘살(殺)’이 살인(殺人)의 ‘살(殺)’과 같다”며, “묵살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력의 행위이기도 한데, 이를 참사 유가족에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사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지적은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마주하는 질문들’ 포럼에 참석한 최성용 성공회대 연구원(국제문화연구학과 박사 수료)은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애도를 두고 ‘정치 편향적이다’라면서 분향소를 철거하거나 강제로 이전시킬 수 없죠. 우리가 어떤 리본을 하나 다는 것도 눈치를 봐야 되고, 리본 문구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고. 이거는 애도가 아니죠. 권력 행위죠.” 그는 “참사 대신 사고라 명명하고, 희생자의 영정 사진과 위패가 없는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정부의 애도는 다분히 형식적이었고 그 내용이 텅 비어 있었다”며, “참사 피해자의 존재를 없애고 침묵시켰다”고 비판했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서 158명이 사망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74일 만에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지자체, 소방 등 각 기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들의 부정확한 상황판단과 전파 지연, 협조 부실, 구호 조치 지연 등이 참사 원인이라고 밝혔다. 책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만 유죄를 받았다.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관련자들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권력자들이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말을 남용하면서 정치적 무책임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는 그냥 거대한 사법기관만 (남아) 있는 거죠. 사회 정의는 법적인 유무죄 안에 갇히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되면서, 윤리라는 세계가 없어져버렸어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면 참사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권력의 무책임으로 결국 시민들이 희생된다”며, 사회의 고통을 방치하는 권력자들에게 “정치적 책임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 1일 국군의 날에 열린 대규모 퍼레이드다. 그는 2년 연속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군은 이날 다양한 군 장비와 병력 등을 선보였다. “국군의 날이라고 퍼레이드를 하면서 정작 억울하게 죽은 군인에 대해서는 덮으려고 하고 밝히지도 않아요. 군 사기를 걱정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죠. 정부는 군 사기를 걱정하지 않아요. 권력의 안위를 걱정하는 거죠.” 윤 대통령은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했다. 그는 ‘선제 타격’, ‘압도적 전쟁 준비’, ‘확전 각오’ 등 전시 상황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강조했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권력이 결국 국민들에게 ‘집단적 불안’을 조장해 사회 부정의를 가렸다고 꼬집었다. “사회를 전시 분위기로 몰고 가면서 차별을 더 강화하고 있어요. ‘지금 전쟁 나게 생겼는데,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디 있어?’ 하면서 (다른 문제들을) 사소화시키는 거죠.” 권력자의 외면과 차별로 결국 ‘사과’가 사라진 세계가 도래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단계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참사나 사고가 발생해도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서 이상한 ‘말’이 탄생한다. “권력자들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인정할 수는 없는데 사과를 해야 하는 자리에 섰어요. 그때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유감입니다’ 이렇게 말해요. 사과하기 싫으니까 에둘러서. 이게 그냥 공직자들의 언어가 돼버린 것 같아요.” 유감(遺憾)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 이라영 작가는 권력자가 타인의 마음을 ‘섭섭’하게 만들어놓고, 자신이 도리어 유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 건 다름 아닌 ‘권력 집단’이라고 말했다. “언어는 그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쓰면 그냥 그 사회에 그냥 굳어지는 거잖아요. 그러면 점점 사람들이 ‘유감입니다’를 사과의 언어로 이해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정말 우리 사회의 언어를 망치고, 문해력을 교란시키는 주범이 누구인가 하면 결국 ‘권력집단’이에요.”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성 소수자’ 용어를 삭제하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노동자’를 ‘근로자’로 변경했다. 이에 당시 인권위는 “우리 사회의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는 노동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근로자는 조금 더 사용자의 입장에서 수동성이 부각됩니다. 이를 굳이 바꾸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노동자의 주체성, 독립성을 약화시키려고 하는 거죠.” 말을 바꾼다는 건 단순히 글자를 바꾸는 게 아니다.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이를 활용해 차별을 강화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권력 집단의 말은 보수적이다. 그들이 활용했던 말과 언어를 지속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사회적 소수자, 피해자 등은 자신의 상황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끊임없이 찾는다. 기존의 문화에서는 너무 평범한 말이라고 해도, 차별이나 비하의 의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저는 권력의 위치가 잘 드러나지 않는 표현들을 경계해요. 예를 들면 젠더 ‘갈등’이라는 말을 하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젠더들의 관계가 모두 평등해야 성립할 수 있어요.그런데 ‘젠더 권력’, ‘젠더 폭력’, ‘젠더 차별’ 이렇게 사용하는 게 더 정확한 상황에서, 뭉뚱그려 ‘젠더 갈등’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러면 말에 권력의 위치가 드러나지 않거든요. 지역 ‘갈등’도 그렇고요. 저는 권력이 행하는 차별과 폭력을 순화해주고 싶지 않아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우며,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표명했다.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정부 아래 ‘여성혐오 범죄’가 어떻게 인정될 수 있겠냐고 탄식했다. 구조적 성차별 없다고 했으니 여성혐오는 검증될 수도, 인정될 수도 없다. 따라서 ‘여성혐오 범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잇달아 발생하는 교제폭력, 교제살인, 여성혐오 폭행 사건 등은 모두 개인화된다. 즉, 별난 가해자가 저지른 기행으로 둔갑되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 역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17%라는 지지율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는 민심을 얻지 못했다. 탄핵론에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라영 작가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이렇게 나와도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같은 분위기가 형성 안 되잖아요. 왜냐하면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니까요. 이쪽을 끌어내리면 또 누구를 앉힐까. 잘 모르겠어요. 이게 사람들을 되게 절망적이고 무력한 시민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이라영 작가는 “정치가 고통을 외면하는 세상”에 돌파구는 결국 연대라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쉽게 묻힐 수 있어도, 여럿이라면 권력에 견줄 ‘힘’을 만들 수 있다. “인간이 품은 모방 욕구는 아름다움을 복제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을 복제할 것인가. 권력화된 아름다움인가 분배하는 아름다움인가. 아름다움과 선함에 대한 동경이 나 이외의 타자와 동등하게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연결될 수는 없을까.” – <말을 부수는 말>(이라영, 한겨레출판, 2022) 중에서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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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젠더기반폭력과 남성성의 요즘 연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지난 글 살펴보기 : [연구원정] 젠더기반폭력과 긍정적 남성성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젠더 기반 폭력은 성별에 따른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폭력으로, 여성과 소수자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 세계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여성의 약 30%가 일생 동안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한다고 보고하며, 이는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가족부의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가정폭력 검거 인원은 2011년 대비 8.2배 증가했으며, 2020년 불법촬영 검거 인원 중 94.1%가 남성으로, 이는 젠더 기반 폭력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 남성성’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긍정적 남성성은 남성들이 기존의 지배적이고 폭력적인 남성성에서 벗어나, 감정 표현과 상호 존중, 돌봄과 협력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개념입니다. 본 연구 동향 에세이는 젠더 기반 폭력의 현황과 원인을 살펴보고, 긍정적 남성성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과 느낌이 있으신지, 고민이신지 꼭 이야기해주세요.1. 젠더 기반 폭력과 남성성, 연구 질문은 무엇이었고 내가 파악한 연구 논의들은 무엇인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문제는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입니다. 긍정적 남성성은 남성들이 전통적인 지배적 남성성에서 벗어나 감정 표현, 상호 존중, 그리고 협력과 돌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남성성은 젠더 기반 폭력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범죄학과 사회학 분야에서는 남성성의 규범이 폭력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긍정적 남성성 형성이 폭력적 행동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범죄학자들은 남성성의 재구성을 통해 폭력적 행동이 억제된다는 결과를 보고하며, 이를 위해 남성들에게 감정 표현을 독려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심리학과 건강보건학회에서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남성의 정서적 안정과 대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남성성 규범이 남성들에게 감정을 억누르게 하고, 나아가 폭력적으로 표출되게 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긍정적 남성성을 통해 이러한 성향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학계에서는 긍정적 남성성이 남성의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제 연구자들 중 Barker와 Ricardo(2005)는 남성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 존중을 학습할 때,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하고 폭력적 행동을 자제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남성성 재구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남성들이 폭력적 성향을 줄이고 대인 관계에서 상호 존중과 협력을 실천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Jewkes, Flood, Lang(2015)은 남성들이 성평등과 비폭력적 행동을 학습할 때 긍정적 남성성의 형성이 촉진되며, 이를 통해 젠더 폭력 예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2. 내가 주요한 논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논문을 찾았던 것들을 소개해드릴께요 제가 선택한 논문은 Jewkes, Flood, and Lang (2015)의 From work with men and boys to changes of social norms and reduction of inequities in gender relations: a conceptual shift in preven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 and girls입니다. 이 논문은 남성들이 긍정적 남성성을 학습하고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에 집중하며, 성평등 교육이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논문을 선택한 이유는, 남성성의 재구성과 관련된 다양한 요인을 검토하여, 긍정적 남성성이 폭력 예방을 넘어 남성들의 정서적·사회적 발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논문은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가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어, 긍정적 남성성을 강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논문 링크: The Lancet 3. 이 논문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나요 Jewkes, Flood, and Lang (2015)의 연구에서는 남성성과 젠더 기반 폭력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특히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여러 요인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남성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을 벗어나 폭력적 행동을 자제하며, 감정 표현과 상호 존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크게 가족 환경,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환경, 성평등 교육, 개인적 경험의 네 가지 주요 요인에 주목하여 남성성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가족 환경가족 내에서 남성이 받는 초기 교육과 부모의 성 역할 인식은 남성성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와 같은 남성 롤모델이 긍정적인 남성성을 실천할 때, 자녀에게 상호 존중과 감정 표현을 장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가족 내에서의 초기 경험은 남성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 관계와 갈등 해결 방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감정적으로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한 남성일수록 폭력적 성향이 낮고 긍정적 남성성을 내면화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환경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환경은 남성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전통적인 남성성이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남성들이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을 내면화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젠더 기반 폭력을 정당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성평등을 장려하는 문화에서는 남성들이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하고, 젠더 기반 폭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는 사회적 캠페인과 대중 매체가 남성성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폭력적 행동을 남성적 특성으로 여기는 사회적 규범을 해체하기 위한 미디어 캠페인과 교육이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평등 교육 성평등 교육은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돕는 중요한 훈련 요소로 분석되었습니다. 연구는 성평등 교육이 남성들에게 상호 존중과 비폭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 교육을 받은 남성들은 전통적인 남성성의 틀에서 벗어나며, 성평등과 감정 표현의 중요성을 내면화하게 됩니다. 특히 교육 프로그램 내에서는 남성들이 폭력적 성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학습하도록 돕고, 상호 존중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이 포함됩니다. 이는 단순히 폭력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것에서 나아가, 남성들이 스스로 긍정적인 남성성을 내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 경험 개인적 경험 또한 남성성 형성에 있어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연구는 어린 시절 폭력적 상황을 경험한 남성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했느냐에 따라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폭력 대체 기술을 학습한 남성들은 이후에 젠더 기반 폭력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게 되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폭력적 상황을 비폭력적 방식으로 해결한 경험을 가진 경우, 상호 존중을 실천하고 폭력적 성향을 억제하는 성향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가족 환경, 사회적 규범, 성평등 교육, 개인적 경험이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남성들이 어린 시절부터 성평등에 대한 가치를 내면화하고 감정 표현을 배울 때, 폭력적 성향을 억제하고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이 연구는 또한 성평등 교육이 남성들에게 긍정적 남성성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교육적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들이 비폭력적 갈등 해결 기술을 학습하고, 대인 관계에서 상호 존중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남성들에게 폭력적 성향을 억제하는 동시에 정서적 안정과 건설적인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가르치며,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4. 이 연구를 읽고 난 고민과 경험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있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가족 환경에서의 초기 교육과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논문들을 통해 남성들이 정서적 대처 방법과 비폭력적 갈등 해결 기술을 학습할 때, 긍정적 남성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규범과 문화적 환경이 남성성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으며, 남성성을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려면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회적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 공감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긍정적 남성성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추가적으로 연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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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젠더 기반 폭력 예방을 위한 긍정적 남성성엔 어떤 것들이 영향을 미치게 될까?
*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1. 내게 질문을 만들어 주었던 사회 현상은 무엇이었을까? '딥페이크 기술 기반의 성적 불법 합성물 제작' 검거된 가해자들 중 70% 이상이 10대 남성들이었던 것에 사회 문제로서 연구하고 싶다는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젠더 기반 폭력의 원인은 잘 못된 남성문화/남성성 등의 이유에서 찾습니다. 남성성의 변화, 대안적 남성성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유사하게 남성으로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가부장제를 경험하지만 어떤 남성은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어떤 남성은 가해자로, 방관자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사이를 결정 짓는 경험적, 사회적 요인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걸 고민해보면 다른 남성성을 구성하기 위한 정책, 교육, 시스템의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부터는 글을 좀 많이 써야해서.... 다체로 쓰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 주제 관련 선행연구, 자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젠더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 GBV)은 성차별적 권력 구조와 불평등에서 비롯된 신체적, 심리적, 성적 폭력을 포함하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UN Women, 2020). 젠더기반 폭력은 주로 남성 가해자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는 남성들이 학습하고 내면화한 성 역할과 남성성의 형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기존 정책들은 주로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폭력의 근본적 원인인 남성성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Heise, 1998). 2-1. 젠더 기반 폭력이란 무엇일까? 젠더기반 폭력은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의미한다. 이는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여성에게 주로 가해진다(Heise, 1998).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의 약 30%가 일생 동안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한다(WHO, 2021). 이는 젠더기반 폭력이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제 사회는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선언을 통해 젠더기반 폭력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며, 각국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UN, 1993). 최근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WHO는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예방 중심의 접근과 남성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남성들이 기존의 성 역할과 남성성을 재구성함으로써 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2. 남성성/들에 대한 논의와 젠더 기반 폭력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남성성(Masculinity)은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 고정된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구성된 성 역할과 규범을 의미한다(Connell, 1995). 이는 남성들에게 특정한 기대와 행동 양식을 부과하며,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내용이 변화한다. 남성성에 대한 연구는 남성의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라윌린 코넬(Raewyn Connell)은 남성성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며, "남성성/들(masculinities)"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코넬에 따르면, 남성성은 단일하고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복수의 남성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남성성들은 상호작용하며, 권력 관계에 따라 특정 남성성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Connell, 1995). 가장 대표적인 남성성의 유형은 헤게모니적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이다. 이는 사회가 이상화하고 권장하는 남성성으로, 경쟁과 권위, 감정 억제를 강조하며 여성과 비주류 남성성을 지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남성들은 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단순히 여성 억압에 머물지 않고, 다른 남성들 사이에서도 종속적 남성성(subordinated masculinity)과 소외된 남성성(marginalized masculinity)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Connell, 1995). 다른 학자들은 남성성의 형성과 수행에 있어 남성문화와 강간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Anderson과 Umberson(2001)은 남성들이 특정 문화적 규범을 따라갈수록 폭력적인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심지어 장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남성들 사이에서 폭력을 사용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거나 유지하려는 동기를 강화한다. **강간문화(rape culture)는 이러한 규범의 한 형태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정상화하거나 축소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한다(Buchwald et al., 2005). 이러한 문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성적 폭력을 통해 권력과 지배를 유지하게 만든다. 남성성 연구는 남성들이 폭력을 수행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틀을 제공한다. 남성성은 사회적 기대와 규범을 통해 구성되며, 특히 권력과 지배의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동조적 남성성(complicit masculinity)을 수행하는 남성들은 직접적인 폭력에 가담하지 않지만, 기존 성별 권력 구조의 혜택을 누리며 폭력을 묵인하거나 방관한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2-3. 인셀과 남성성(한국성폭력상담소 폭주하는 남성성 강의 참고) 인셀(Incel)은 "Involuntary Celibates(비자발적 독신)"의 줄임말로, 이들은 연애와 성적 관계에서 소외된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집단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남성성 연구와 젠더기반 폭력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셀 집단은 주로 여성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표출하며, 자신들의 소외를 여성과 성평등 담론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Kimmel, 2017). 인셀 현상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실패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Connell(1995)에 따르면, 사회가 남성들에게 강요하는 이상적인 남성성(성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을 달성하지 못한 남성들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며, 자신들의 실패를 외부로 투사하게 된다. 특히, 인셀 집단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 욕망과 혐오가 정당화되며,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폭력과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강간문화(rape culture)와 맞닿아 있다(Buchwald et al., 2005). Kimmel(2017)은 인셀 현상을 연구하며, 남성들이 전통적인 남성 규범을 달성하지 못할 때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폭력적인 담론을 강화하며, 가상 공간에서 시작된 혐오와 폭력이 현실 세계로 옮겨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생한 인셀 범죄는 인셀 집단이 가진 극단적 젠더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인셀 현상은 남성성이 어떻게 왜곡되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성 역할과 남성성을 둘러싼 사회적 기대가 개인의 실패를 폭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긍정적 남성성의 형성과 젠더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2-4. 그렇다면 내가 이야기하는 긍정적인 남성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최근 연구들은 긍정적 남성성(positive masculinity)이 기존의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긍정적 남성성은 남성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 존중의 관계를 형성하며, 돌봄과 협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강조한다(Seidler, 2006). 이는 남성들이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며, 젠더기반 폭력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Levant & Richmond, 2007). 긍정적 남성성의 형성에 기여하는 또 다른 학자로는 Michael Kimmel이 있다. 그는 남성성의 변화가 단순한 행동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불평등과 남성 특권에 대한 인식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Kimmel, 2012). 그는 남성들이 성평등을 위해 연대하고, 자신의 특권을 인식하며 이를 해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 표현과 취약성의 수용은 남성들이 강요된 남성적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Barker et al.(2011)은 "MenCare"와 같은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남성의 돌봄 역할을 장려하는 것이 긍정적 남성성의 중요한 요소임을 제안한다. 돌봄과 양육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기존의 가부장적 규범을 재구성하며, 성평등한 관계 형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참여는 남성들이 폭력적 성향에서 벗어나, 평등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Terry Kupers(2005)는 긍정적 남성성의 요소로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그는 남성들이 기존의 억압적 남성성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것을 배울 때, 더 평화로운 사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들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에 의존할 필요성을 줄인다. 긍정적 남성성은 또한 비폭력적 갈등 해결을 지향한다. 남성들이 협력적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때, 폭력을 예방하는 중요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Buchwald et al., 2005). 이는 가정 내 폭력과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3. 뇌피셜! 어떤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영향을 줄까 - 긍정적 남성성에 - 가정 내 역할 분담 경험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행하는지에 따라 긍정적 남성성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돌봄과 양육 경험은 남성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상호존중의 관계를 형성하게 합니다(Barker et al., 2011). 예시 변수: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비율", "돌봄 활동에 대한 만족도" -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및 유지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하거나, 친구와 동료 간의 상호 존중 관계를 경험한 남성들은 긍정적 남성성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시 변수: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경험", "친구 및 동료와의 협력적 관계 정도" - 전통적 남성성 규범에 대한 저항성 전통적인 남성 규범(예: 감정 억제, 권위적 태도)에 저항하는 남성들은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Kupers, 2005). 예시 변수: "감정 표현에 대한 태도", "전통적 성 역할 규범에 대한 동의 수준" 남성성이라는 동태적인 것들의 세대 구분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양적인 통계로 함께 실증해볼 수 있다는 것에도 연구적인 의의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관련된 격려와 자료, 코멘트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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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폭력의 사이버 공간 살아가기
사이버 공간,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요? 사이버 공간, 유사어로 온라인 환경, 디지털 공간 즉 인터넷 세계는 현실 세계와 다른 큰 특성들이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고 데이터화 되지요. 이런 점들로 인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우리의 삶은 훨씬 편리하고 윤택해졌을 뿐 아니라, 재미있고 쾌락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은 모두에게 편안하고 즐겁기만 한 파라다이스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모욕이나 비난을 받기도 하고요, 성폭력이나 성착취를 겪기도 합니다. 마치 현실 세계처럼요. 각종 인터넷 플랫폼에 성적인 촬영물이 동의없이 유통되는 시장이 존재하고, 성적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면서 피해자를 모욕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정서적 혹은 사회적 위계를 활용해 취약한 사람들을 길들여 폭력을 저지르기도 하고, 그러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나 물리적인 성폭력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편리하고 유용한 사이버 공간, 디지털 세계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놀라운 기술발전의 폐해일까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까? 스마트폰 보급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일까요?   기술이 발전해 편리해진 사이버 공간의 특성들은 성폭력이나 성착취 또한 편리하게 저지를 수 있는 조건일 뿐입니다. 문제는 여성을 성적 존재로 대상화하며 도구, 상품으로 이용하고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물화시키는 여성혐오(misogyny)입니다. 여성에게 성적인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은 실제로 촬영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가능합니다. 성적인 촬영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위협이 되기 때문입니다. 협박은 피해자의 약점을 빌미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유포 협박이 강력한 효과를 내는 이유는 실제로 여성의 성적 촬영물이 유포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피해자도, 가해자도, 우리들도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버 공간에는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이라는 허위사실과 함께 합성사진이 유포되기도 합니다. 사진은 가짜일 뿐이고, 그저 섹스를 많이 하고 다닌다는 헛소문일 뿐인데 이게 왜 여성의 평판, 나아가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을까요? 합성물이 가짜든 진짜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AI로 만들어진 정교한 딥페이크 뿐 아니라, 누가봐도 조악한 합성물이라도 ‘나’가 성적으로 문란하고 음탕한 존재로 여겨질 때의 낙인이 문제입니다. 여려 명의 사람과 섹스를 많이 하는 여성은 흉이 되고 공동체에서 비난받거나 배제되고 심지어 탈락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섹스를 많이 하는 남성은 여성만큼 흉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이를 과시하고 칭송받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한 권력 문제입니다. 같은 사진, 영상, 소문이라도 남성의 것일 때와 여성의 것일 때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성폭력은 본질적으로 이 권력 차이에 의해 발생하며, 여성은 비인격화 되어 ‘야한 몸’으로 소비되면서도 음탕하면 욕먹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을 규제해야할까?   사이버 공간의 성폭력 문제를 논할 때 일각에선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근거로 과잉규제에 대한 우려를 내놓기도 합니다. ‘야동 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대화 내역을 검열하겠다는 것 아니냐, 과도한 국가 규제다!’ 라는 것이죠.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권은 매우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 이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보장될까요?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10대 시절에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외모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고 성적인 호기심이 생기며 인정욕구가 커지기도 하지요. 무척 자연스러운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10대는 곧 ‘학생’이라는 규범적 위치에 놓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고 함부로 이성친구를 사귀거나 섹스를 하거나 자위를 하는 건 불량하다고 평가받죠. 그렇다면 성적 실천을 하고 싶은 10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10대 여성이 자신의 신체변화가 신기하고 예쁘다고 느꼈어요. 자신이 보기에 무척 섹시한 여성의 신체인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일지 궁금하고 섹시해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을 확인받을 방법으로 SNS 가계정을 사용하게 되었고, 허위정보로 계정을 만들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신의 벗은 신체 사진을 업로드 했습니다. 댓글에는 이 여성의 인정욕구를 마구 채워주는 칭찬들로 가득했고 여성이 더 벗기를 추동하는 말들이 달렸습니다. 그러다 어떤 익명의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게 되었고, 여성이 신상정보를 공유하자 바로 이런 사진을 올렸다는 사실을 학교에 소문내겠다고 협박하며 성착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었던 여성이 채팅어플에 글을 올렸습니다. 메시지를 주고받던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매일 영상통화를 하고 가깝게 지내며 폰섹스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남성이 너무 집착하는 것이 불편해져 헤어지자고 했고, 이에 남성은 폰섹스할 때 사실 몰래 녹화를 해두었다며 헤어지면 유포할 거라고 협박했습니다.   위 두 개의 사례에서 피해 여성들에게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이 보장되고 있을까요? 여성들의 성적인 실천은 결국 피해로 도착하며 표현의 자유와 프라버시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섹시한 나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고 연애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성별 권력에 따라 이 권리들이 편향되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누구의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하는 것일까요? 어떤 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야합니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지?   미래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더 흐릿해질 것입니다. 이미 인터넷 없이 사는 세상을 우리는 상상할 수가 없지요.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문제가 일어난 사이트의 폐쇄를 논하고 운영자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성별 권력구조가 해체되지 않는 한, 여성혐오를 페쇄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어차피 또 다른 플랫폼으로 성폭력이 이동할 뿐입니다.  이제는 여성들을 조심시키는 것이 성폭력 문제의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사이버 성폭력 또한 피해를 막기 위해 채팅을 못하게 하고, 사진을 못 올리게 하고, 인터넷에서 사람을 못 사귀게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는 온라인 문화에서 이윤을 창출합니다. 이용자들이 접속을 많이 할수록, 게시물을 많이 올릴수록 더 큰 돈을 벌 수 있지요. 웹하드 카르텔의 양진호, 웰컴투비디오의 손정우, 텔레그램성착취 사건의 조주빈이 그러했듯 성폭력을 유통하며 성착취 산업을 형성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 법으로 직접 유포 행위를 하는 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자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까다롭습니다. 이들에게는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하고, 또 이 시장에 이용된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요? 텔레그램 운영자의 책임, 채팅어플 사업자의 책임, 디시인사이드의 책임, 카카오의 책임, 네이버의 책임, 구글의 책임은 무엇일까요? 이들은 각각 무엇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것이고 그 수익의 바탕에는 누가 착취되거나 어떤 폭력이 방임되는 것일까요? 책임을 잘 발라내 정교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이버 공간은 해방적이면서도 동시에 폭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폐쇄와 보호주의를 넘어 어떻게 사이버 공간을 살아가야 할까요? 위험하니까 사이버 공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적 실천이 피해로 귀결되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 세계의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한 사이버 공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피해가 발생할 때 그 사이트의 문제, 가해자 개인의 문제, 미련한 피해자의 문제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취약한 사람에게 어떤 피해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 배경과 맥락을 살펴야 합니다. 누구에게는 편리하고 자유로운 온라인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왜 위험과 폭력이 되는지 이 고민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하기를 제안합니다. 안전한 디지털 공간을 바라는 캠페이너들의 이야기를 모읍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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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들] ‘남페미’를 보고 놀란 당신에게
'스탑 럴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유명한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즐겨 해본 이에게는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럴커(Lurker)'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유닛의 종류 중 하나로,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가시가 달린 촉수로 지상에 있는 적 유닛을 공격한다. 여기에 '스탑(stop)'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적이 충분히 가까이 오기까지 공격을 멈춰놓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공격하는 방식을 '스탑 럴커'라고 부른다. 갑자기 게임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얼마 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SNS에 달린 한 댓글 때문이다. 여성신문 정기 연재 글을 공유한 게시물에 어떤 이가 남성 페미니스트를 '스탑 럴커'에 비유했다. 지금은 여성들이 듣기 좋은 말만 잔뜩 하고, 나중에 결혼하면 본색을 드러내 정반대로 변할 거라는 말이었다. 댓글을 읽고 들었던 첫 번째 생각은 "어떻게 이런 비유를 쓸 수 있을까? 신기하다!"였고, 두 번째 생각은 "정말 남성 페미니스트는 결혼하면 변할까?"였다. 그리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달한 궁금함이 있었다. 그는 왜 댓글을 달았을까? 수많은 온라인 글 중에 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글에 반응했을까?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 모든 인간에게는 두려움이 있다. 나와 다른 존재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마치 학창 시절 수능을 위한 영어 공부를 실컷 하고도 길거리에서 외국인이 말을 걸면 어찌할지 피해다니는 그 두려움 말이다. 익숙지 않은 존재는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나의 존재를 흔든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아마 댓글을 쓴 이에게 남성 페미니스트는 처음에 그런 존재였으리라. 눈 크게 뜨고 찾아봐도 주변에 하나 없는 독특한 존재. 그래서 어색하고 낯설고, 경계하게 되는 새로운 인간상이었을 테다. 남성들이 자신과 다른 존재를 두려워하는 현상은 게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남성 집단에서 게이는 무척 양가적 존재이자 모호한 개념으로 여겨진다. 다수의 남성들이 여성을 사랑하는 이성애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보통의 기준을 흔들어 놓는 이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이다. 이런 현상은 남성 청소년의 학교 모습에서 쉽게 관찰된다. 필자의 고등학교 학창 시절, 목소리가 얇고 남성 친구들에게 애교가 많은 학생들은 어느 순간 '게이'라고 불렸다. "넌 게이 같다"라는 표현은 "넌 나와 달라"의 대체어이다. 남성 청소년들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집단적 놀림을 택한다. 달라서 느껴지는 어려움과 두려움을 다수라는 숫자 속에 파묻어 가리고 자신을 안심시킨다. 이렇듯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타인을 쉽게 판단하고 싶어지는 욕구로 이어진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일각의 시선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그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에 대해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대신에 시위의 결과물이 나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지부터 고려한다.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당연한 걸까? 사실 두려워하는 존재를 재빠르게 판별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이기적인 본성 때문이 아니라, 잡아먹히고 싶지 않은 포유류 호모 사피엔스의 본능에 가깝다. 야생의 상황에서는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 그렇게 행동한 우리의 조상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그러나 낯설다고 배척하는 대응 방법이 현대사회에서 옳은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본능대로 움직이는 인간의 운집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공동체와 규칙을 만들었다. 야생의 삶 속에서는 내가 오늘 타인을 때리면 밤에 자다가 칼에 찔려 죽을 위험이 몇 배로 증가한다. 그래서 수많은 경험 끝에 인간은 최소한의 규칙을 정했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지킬 공동체를 구성하고 대표를 뽑았다. 그렇게 인간은 '사회화'됐다. 게이에 대한 집단적 따돌림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비난은 이런 면에서 전혀 인간적이지 못하다. 더 나은 공동체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오히려 역행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에, 우리는 '도덕'을 개발했고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으며 살아간다.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평등한 존재로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함께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인 셈이다. 변화의 가능성에 투자하기 접해보지 못했던 존재에 대한 두려움, 그 감정을 이겨내기 위해 선입견으로 내리는 판단 그리고 따돌림과 괴롭힘까지. 이 모든 것으로부터 촉발된 사회적 현상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서울시의 서울퀴어문화축제 준비위원회 대관 취소, 교제 살인을 보도하며 가해자의 인적 훌륭함을 기사 제목으로 사용하는 언론, 군대 훈련병에게 군기 훈련을 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군인의 신상 털기. 각각의 사건들은 각자 다른 배경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사실은 모두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면 남성의 일상적 습관을 바꾸는 데에 투자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존재를 마주했을 때 그를 깊게 알고자 하는 노력으로, 선입견이 개입하려고 할 때 억지로라도 반대의 모습을 발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따돌림과 비난의 언어 대신 관심과 질문의 언어를 사용하는 노력으로 바꿔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이념이나 가치관보다 일상을 살아내는 태도이다. 거부하고 싶지만, 기꺼이 마주하고 바꾸려는 삶의 의지 말이다.  김태환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활동가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벌거벗은 남자들> 시리즈는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김태환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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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들] '안전 이별'은 정말 여성만의 문제일까?
최근 한 의대생 남성이 교제 중이던 여자 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살해의 원인을 묻는 말에 그는 여자 친구의 '헤어지자'는 말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답했다. 언론은 앞다투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교에 다니는 남성이 왜 끔찍한 범죄를 실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 창에서는 가해자의 신상과 외모를 들먹이며, 살해의 원인을 가해자 개인에게서 찾고 있었다. 필자의 여성 지인은 이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지인은 교제 중이던 남성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후, 스토킹과 협박을 1년 가까이 받았다. "너밖에 없다"는 말과 "다시 안 만나주면 죽어버린다"라는 협박 그리고 집 앞에 찾아오기까지. 전화번호를 차단당한 이후에는 회사 동료의 휴대전화를 빌려 전화까지 했다고 한다. 지인은 필자와의 약속 시간이 길어져 귀가가 늦어질 때 '그 남자가 집 앞에 와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한민국 여성은 일상이 불안하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23년 발표한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분노의 게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친밀한 남성에게 살해 피해를 당한 여성은 최소 449명(살인 138명, 살인미수 311명)이다. 19시간에 1명 꼴로 여성이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또한 범죄의 동기로 "(피해 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 및 만남 요구를 거부해서"가 1위를 차지한다. 문제의 원인은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남성문화다친밀한 관계에서의 교제폭력 또는 교제살인은 왜 일어나는 걸까? 통제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계적 남성문화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학창 시절 남성 청소년들의 위계질서를 생각해 보라. 학기 초부터 서열을 세우기 위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다.특히 힘, 외모, 성적 등으로 서열이 결정되는데, 이때 힘으로 충돌하는 남학생들은 물리적 싸움으로 서열을 결정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위 말해 "친구끼리 싸우기도 하면서 크는 거야"의 사례다. 남성은 누군가를 통제하고 폭력을 가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학창 시절부터 몸으로 배우고 눈으로 익히는 셈이다.여성을 트로피로 여기는 남성문화도 교제폭력 또는 교제살인의 원인으로 작동한다. 뛰어난 외모의 여성을 '가지고' 싶어 하는 남성들의 연애 문화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인 나의 능력을 키우고, 돈을 많이 벌고, 외모를 가꾸어 여성을 취득하는 방식의 연애 또는 결혼 서사는 각종 미디어의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노력으로 무언가를 얻어냈을 때, 그 트로피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 같은 (또는 그렇게 착각하는) 남성들의 인식이 한국 남성 특유의 '억울함' 서사로 이어지기도 한다.여성을 평등하고 자유로운 한 명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남성들은 여성과 평등하게 관계 맺는 방법에 대해 무지하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대화하는 법,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지는지 파악하는 법 등을 충분히 배우거나 훈련하지 못했다.이런 상태에서 남성의 친밀한 관계 범주 안에 여성이 들어왔을 때 의견이 다르거나 갈등적 상황이 발생하면 일방적 설득 또는 폭력적 방법만을 해결책으로 떠올릴 수밖에 없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안전한 이별'은 모두에게 당연한 일상의 권리다. 그러나 여성은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 보니, 법과 제도가 닿지 못하는 일상의 영역에서도 안전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더 이상 교제폭력과 교제살인의 원인을 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폭력적이고 위계적인 남성문화를 바꿔야 한다.연인 간의 다툼을 개인 간의 사적인 문제로만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개인과 개인은 관계로 연결되고, 사회는 수많은 관계로 구성된다.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적인 영역으로 치부하는 관점을 넘어서야 변화가 시작된다.남성의 연애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을 리드하고 관계를 주도하는 남성의 모습을 이상적으로 그리는 분위기는 때때로 여성의 사생활을 통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교제 중인 여성을 통제하는 행위는 상대방을 나와 평등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무슨 옷을 입는지, 누구와 만나는지에 대해 일일이 짚어야 하는 관계라면 이미 위계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문제를 민감하게 느끼고 알아챌 수 있는 관점을 탑재해야 비로소 평등하고 안전하게 교제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남성에게도 유익하다. 여성이 교제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자연스레 남성에게도 전해진다. 관계는 늘 상호적이기 때문이다.걱정을 줄이고 행복한 교제를 하고 싶지 않은가? 사랑이라 불렀지만 사실 폭력이었던 언행이 있는지 성찰하고,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을 때 남성 또한 긍정적인 교제를 경험할 수 있다.파괴적인 교제살인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사랑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파트너에 대한 옷단속, 시간단속, 외부 관계를 통제하려는 행동 등도 다시 짚어봐야 한다.일상과 폭력은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꾼, 찐사랑으로 섣불리 포장하기 보다 그 이면에 파트너에 대한 지배가 없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우리가 폭력을 사랑으로 부르지 않아야만이 이 교제살인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벌거벗은 남자들> 시리즈는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김태환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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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나라 한국 - ‘‘개저씨’’가 너무 많아요
1   2024년 4월 25일, 어도어 대표 민희진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정제되지 않은 민희진 대표의 언설은 장안의 화제를 넘어, 케이팝 붐을 타고 전세계의 화제가 되었다. 그 중에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들었던 “씨***들“이라는 욕을 실제로 들었다고 감격한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또 하나 화제가 된 말은‘개저씨’였다. ‘개저씨’라는 말이 쓰인 지는 꽤나 오래 되었지만 공적인 자리에서 저렇게 나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자회견을 통해 방시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가 민희진을 쫓아내려고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고, 이것은 능력있는 여성을 남성연대가 어떻게 견제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걸그룹이 이렇게나 많은 한국 연예계에서 여성 사업가나 여성 기획자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확인할 수 있었다. 2   2024년 5월 16일, 국회의장으로 4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되었다. 보통 국회의장은 제1당의 최다선 의원이 선출되는 게 관례이고, 그래서 6선의 추미애 의원이 될 것을 예측하는 사람이 많았다. 민주당 안에서도 일반 당원들은 추미애가 국회의장이 되기를 강하게 바라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그런데 관례를 깨고 4선의 남성 의원이 당선된 것이다. 우원식 의원 개인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선 수도 가장 많고 법관과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사람, 그것도 비례대표 없이 지역구 선거로만 6선을 한 사람을 두고 관례를 깨가면서 4선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한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개저씨’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3   민희진이나 추미애를 요즘 말로 ‘올려칠’ 생각은 없다. 문제 많은 한국 연예게에서 일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희진이나, 과거 노조법 개악을 담당했던 추미애를 무작정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야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더 없을지 모르는 최고의 기세를 누리고 있는 한국 연예계에서도, 한국 정치계에서도 여성이 고위직에 있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두 사건을 나란히 비추어 보며, ‘아! 한국은 남자의 나라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일본의 사회주의계열 페미니스트였던 야마카와 키쿠에(山川菊枝, 1890~1980)는 남자벌(男子閥)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벌(閥)은 비합법적인 이익 집단을 말한다. 재벌(財閥), 학벌(学閥), 군벌(軍閥)처럼, 이 세상에는 남자벌이 있음을 이번에 아주 여실히 알게 되었다. 4   나 역시 중년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중년이 될 것이다. 나라고 ‘‘개저씨’’가 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니 스스로 조심이야 하겠지만, 세상의 구조란 그런 것이 아니라서 나 한몸 조심한다고 한들 결국 어느 순간에는 ‘개저씨’ 남자벌의 일원 혹은 곁다리 조력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개저씨’도 그냥 ‘개저씨’가 아니라, 도무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줄도, 언제가 자신이 약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조차 할 줄 모르는, 공감능력 떨어지는 이성애자 중산층 고학력 중년 도시 남자들이다. 이 남자들과 공통점이 별로 없는 약자의 입장에서는 윤석열도 민주당도 방시혁도 모두, 강력한 힘을 옹졸하게만 쓰는 다 같은 이익집단들이라는 느낌만 받게 만드는 요즘이다. 민주당 중년 남성 당원들은 부인하지 마라! 박지현 대표를 비판하면서 ‘어린 게’ ‘여자애가’라고 했던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의원내각제를 꿈꾸는 양심없는 국회의원들!!   이번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나라에 희망이 생길까’라는 깜깜한 전망을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한 절망감을 느끼게 되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가려고 이러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남자벌에 끼지 않으려면 이민이나 자살 말고는 답이 없는 것일까! 여러모로 암담한 세상이지만 이 두 사건은 그 암담함을 더욱 어둡고 답답하게 만들어주었다. 새벽이 가까이 올 것이기에 더욱 어두운 밤이 되었다고 자위하면 되는 것일까?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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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남자들] 페미니즘 글에는 왜 꼭 “너만 힘드냐”는 댓글이 달릴까?
성평등 교육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직장인부터 시민사회단체 구성원, 초·중·고등학교 청소년과 군인 등 다양한 참여자를 만났다. 막상 어마무시한 저항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꼭 참여자 표정이 굳기 시작하는 대목은 있다. 바로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을 이야기 할 때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여성 어린이가 자신의 가족 제사 때 겪은 성차별을 이야기했더니, 옆자리 남자 어린이가 "너는 대신 군대 안가잖아!"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 의아해진 나는 남자 어린이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혹시 저 어린이가 군대에 보낸건가요…?" 여성 차별에 "너만 힘드냐"라니 이런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 페미니즘 관련한 글, 아니 꼭 페미니즘이 아니더라도 여성이 경험하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글마다 '남성도 힘들다!'는 댓글로 가득하다. 남성의 삶이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고통이 다른 이의 고통을 상쇄해 주는 것도 아닌데, 대체 이게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일까? 뉴스에서 흑인을 향한 폭력, 장애인을 향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자신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거냐며 발끈하는 경우가 드문데, 왜 젠더 문제에 대해선 그런 반응이  흔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로 모르기 때문이 크다. 나도 학창시절, "성차별은 옛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학교만 봐도 똑똑하고 대학 잘 가는 여자애들이 이렇게 많은데, 무슨 성차별이냐'는 생각이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2년 국가성평등보고서'에 나타난 '성평등한 사회참여 영역 분야별 성평등 수준 현황'에 따르면, 학교 같은 교육·직업훈련 영역은 94.5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부터다. 경제활동영역 76.4점, 의사결정영역은 38.3점으로 처참한 수준이다. 고용률만 봐도 그렇다. 20대 때까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30대에 접어들고 여성이 임신·육아·출산을 경험하는 시기에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100대 기업 임원 비율은 여전히 6.8% 수준이다. 누구도 이를 제대로 가르쳐준 적 없으니 각인된 오해가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성별인식격차가 됐다. 인권은 뺏고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모르면 알아가면 그만인데, 왜 알려고 하기보다 화부터 낼까? 인권을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며 여성의 인권이 올라가면 남성의 인권이 추락할 것을 생각하며 불안에 떨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폭력을 오직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자신은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장애 이동권을 위해 생긴 지하철 엘레베이터가 모두에게 편리함을 줬듯, 인권은 함께 증진될 수 있다.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이기에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우리는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는 동반자로 나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남성들이 이러한 이해 없이 페미니즘에 학을 뗀다. 어떨 때는 이런 남성들의 분노가 일종의 비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남성의 어려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교육 현장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나 글에 달리는 댓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결론이 비슷하다. 군대에 가야해서, 연애나 결혼할 때 경제적으로 부담이라, 더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내몰려서 '힘들다'는 이야기다. 힘들 수 있다. 실로 더 많은 남성들이 일터에서 사망한다. 2022년 자살률 역시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더 높다. 그러나 드러내지 못한다. 나약하다고, 남자답지 못한 '하남자'라고 낙인 찍힐까봐 염려하느라 꽁꽁 숨기고 산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감정은 분노다. 그래서 그렇게 길 잃은 엉뚱한 분노로 자신의 비극을 발산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불행 배틀은 할 수 있을지언정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남성들이 꽃다운 나이에 군대에 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연애, 결혼에서 남성이 더 경제적인 부담을 지는 이유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는 말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모두 옆에 앉은 여성 때문이 아닌, 우리 사회의 성별고정관념과 성차별적 문화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그리고 그 비극을 끝내기 위해 목소리 내는 사람들이 바로 페미니스트다.  늦지 않았다. 문은 언제든 열려있다. 지금껏 그랬듯 세상은 더 나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 언제까지 '너만 힘드냐!'며 불행에 머물 것인가. 문제의 원인을 찾으며 함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것인가. 당신은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은 남성연대에 균열을 내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실천하고자 교육, 연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벌거벗은 남자들> 시리즈는 그간 가부장제 아래 왜곡된 남성성에 변화를 만들고자 남함페 활동가 5인이 남성 섹슈얼리티, 관계, 돌봄 등 남성의 삶 전반을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톺아보려 합니다.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이한 활동가가 작성하여 여성 신문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여성신문 원문 주소 : https://n.news.naver.com/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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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의 칼국수와 카리나의 열애설
1   최근 한국의 아이돌 팬덤을 보면 결국 모든 게 ‘본전 뽑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팬미팅에 가기 위해, 포토카드를 모으기 위해 앨범에 쓰는 돈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거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야 없겠으나 금전적인 부분이 한국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2   내가 초등학생일 때엔 H.O.T와 젝스키스 팬덤이 어마어마했다. 에쵸티라는 이름의 음료수도 나왔고 이들의 사진으로 필통이나 교과서 커버를 만드는 여학생들도 많았다. 엄청난 팬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관심이 있었던 나는 남자가 남자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걸 혹시라도 주변에 티 내게 될까봐 살짝 조심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엔 동방신기가 데뷔를 했다. 특이한 패션도 화제였지만 사실 가장 화제가 된 건 이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곤 하는데, 사춘기이거나 20대 초반인 나한테 누가 ‘앞으로 네 이름은 서누선우다’라고 하면 난 울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이 즈음부터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사생이다. 어떻게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돌 멤버 개인의 전화번호, 가족의 전화번호, 집주소 같은 것을 알아내 끊임없이 연락을 하거나 잠복하면서 숙소 내부에 잠입, 도촬을 하는 등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가 제대하고 나왔을 때엔 엑소가 인기를 얻었는데, 일단 이들은 자기들만의 초능력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생각하지만 누가 사춘기 혹은 20대 초반인 나한테 ‘이제 네 능력은 불이다’라고 하면 바로 소주 사러 달려 가지 않을까 싶다.   포토카드를 이용한 상술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이 즈음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 12인의 포토카드가 앨범마다 두 장씩 들어 있으니 이걸 다 모으려면 최소 6장을 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랜덤이니 그 수는 무한정 늘어나는 것이고, 12인의 카드가 두 가지 버전이라 총 스물 네 장의 포토카드가 있다고 한다면 최소 12장 이상의 앨범을 사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앨범을 박스로 사서 종일 카드만 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팬미팅을 이용한 상술도 이 때부터로 기억한다.   사생이 심해진 것도 엑소 때부터인데, 여성팬이 머리를 박박 밀고 남자화장실에 숨어있거나 소변기에 소변 보는 척 서있으면서 엑소를 기다리다가 걸렸다는 둥, 엑소가 탈 비행기에 같이 예약했다가 엑소가 타면 사진만 찍고 우르르 내려 버린다는 이야기가 시중에 돌았다. 아이돌들의 세계관, 포지션, 포토카드나 팬미팅을 이용한 상술이 이 즈음부터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내가 일본에 유학을 하고 있을 즈음에는 프로듀스101 남자버전(이하 프듀)이 대히트를 쳤다. 내 아이돌은 내가 만든다는 생각 하에 팬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아이돌을 ‘내 애’라고 불렀고 자신들 스스로를 ‘~~맘’이라고 불렀다. 요 사이 사회적으로 화제가 된 극성 학부모들처럼 몇몇 극성 팬들은 내 애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전략 투표를 하거나 인터넷 상에서의 괴롭힘, 악플 등을 시전하기도 했다.   이런 걸 보면 한국의 아이돌 팬 문화는 단순히 음악과 춤, 비주얼을 향유하는 게 아니라 연예인과 팬 사이의 강력한 감정적 연결을 가지고 유지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 시간이 흐를 수록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팬 개개인이 아이돌에게 바치는 시간과 돈이 점점 늘어나면서 아이돌의 존재와 활동은 내 시간과 돈에 대한 보상이라는 측면이 점점 더 커졌다.   물론 모든 팬이 이런 식의 보상심리로 아이돌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만큼 돈과 시간을 쓰겠다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연예기획사들의 상술이 점점 심해지면서 내가 돈과 시간을 썼으니 뽕을 뽑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류의 상술과 상술로 인해 점점 강해지는 보상심리, 인터넷의 발달로 소통이 쉬워지면서 일부 팬들에게서 드러나는 유사연애 혹은 유사육아적 심리와 행동, 팬덤이 점점 커지면서 생기는 군중심리와 그에 의한 잘못된 행동 등 여러가지 모습이 쉽게 관찰할 수 있는 한국 아이돌 팬덤의 모습이라면, 이 이면에 깔려 있는, 즉 자세히 보아야만 보이는 측면도 존재한다. 바로 계급, 연령, 국적, 젠더라는 네 가지 측면이다. 3   계급(소득과 재산), 연령, 국적, 젠더는 팬덤 내부로 어느 정도는 들어가야만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어느 정도 들어야가야 한다는 것은 꼭 그 팬덤 조직에 들어가야한다기 보다는 그들이 남기는 댓글, 게시물, 사진 등을 어느 정도 모아놓고 자세히 봐야한다는 점이다.   이 네 가지 중에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쉽게 확인이 가능한 것은 국적과 젠더다. 한국팬과 외국팬 사이의 문화차이와 갈등, 연예인과 팬의 성별/성적지향에 의한 차이에서 생기는 미묘한 혹은 격렬한 갈등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나는 문화를 지역별로 구분한다면, 대중문화는 언어와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역 사람들의 일반적인 사고 방식이 발현되는 수단이면서, 표현을 통해 새로운 고민과 창조, 반성 같은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아이돌 문화가 가지고 있는 어떠한 가벼움에 주목하고 싶다.   심각한 문제, 밀도 깊은 주제는 피하고 예뻐 보이는 것만 한 군데에 모아두는 가벼움 말이다. 물론 미국이건 일본이건 대중문화에는 다 이런 측면이 있지만 다른 나라는 다른 나라대로 잠시 접어두고 한국의 이야기를 하자면, 인종이나 성, 계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 즉 계급적 열망이나 성차별, 인종 차별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고, 이런 문제에 대해 찬반은 커녕 언급을 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불언급不言及은 사실 상당히 보수적인 것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내면에는 이와 같은 한국 사회의 자기중심성, 보수성이 깔려 있다. 문제는 아이돌로 대표되는 케이팝 산업이 이런 보수성과 자기중심성은 유지하면서 예뻐보인다, 멋있어 보인다는 이유로 다양한 소수문화, 신문화를 마음대로 전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년 초에 있었던 아이유의 Lovewins 사건도 이런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운이 좋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2015년 트와이스 쯔위의 대만 국기 사건 때 쯔위가 결국 공개사과를 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본 멤버, 중국 멤버 넣어서 다국적 그룹이라고 말하며 케이팝 아이돌이 다양성을 확보한 것처럼 말하지만, 쯔위의 사과는 케이팝이 말하는 다양성이 얼마나 알량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4   젠더적인 부분도 그러하다. 여성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주체성이나 탈-연애적 모습, 전형적인 남성상에서 벗어난 남성 아이돌들의 모습은 해외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고, 그런 차원에서 케이팝을 일종의 소수자 문화, 퀴어 문화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까지 존재한다. 이런 것 때문에 최근의 아이돌 문화를 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업자들이나 연예인 당사자의 성적 감수성이 높아진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지만, 페미니즘 감수성이나 퀴어 감수성의 향상보다는 ‘그게 돈이 되니까’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해 보인다. 알페스나 비게퍼(비지니스 게이 퍼포먼스)가 퀴어에 관심이 있어서 나온 게 아니라 화제가 되니까, 잘생기고 예쁜 남자들이 가까이 붙어 미묘한 느낌을 주는 게 ‘예뻐’ 보이니까 계속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동안 보여준 퀴어함, 새로운 혹은 다양한 여성상은 돈 앞에서는 다 알량한 것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아이돌의 음악이나 무대, 외양에 대한 찬사는 인정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그 이상의 문화적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듯한 설명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2024년 1월, 뉴진스의 민지가 사과문을 쓴 일이 있었다. 시작은 칼국수였다. 23년 초에 그녀가 침착맨 유튜브에 나와 혼잣말로 “칼국수가 뭐지?”라고 말했던 것을 일부 악플러들이 물고 늘어지자, 24년 1월, 방송에서 ‘본인이 정말 칼국수가 뭔지 몰라서 그런 말을 했겠냐’고 푸념을 한 일이 있는데, 이를 두고 ‘컨셉질’을 한다거나 ‘가르치려 드냐’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결국은 이에 대해 사과문을 쓴 것이다.   2024년 2월, 제로베이스원 김지웅의 욕설 논란이 있었다. 김지웅과 팬의 영상통화 이벤트 중에 이벤트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을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 게 발단이었다. 해당 팬은 많은 돈을 내고 참여한 이벤트에서 왜 욕을 들어야 하냐며 이 영상을 X(구 트위터)에 올렸고 소속사에서는 이 욕설은 김지웅이 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이래 저래 두루뭉술한 해명이라서 논란을 더 키우고 말았다. 결국 한터뮤직어워즈라는 시상식에서는 한 팬이 ‘김지웅 탈퇴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게 모두에게 들렸고 이 때문에 몸싸움이 벌어졌다는 말이 나왔다. 일부는 이 영상을 찍어 올린 사람이 외모가 못 생겼거나 사생이라서 욕을 먹은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고, 김지웅이 과거 두 편의 웹드라마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했던 것을 두고 게이드라마 다시 찍고 싶냐는 조롱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남성 연예인과 여성팬의 관계, 퀴어 혐오 등이 뒤섞여 있다고 본다.   2024년에는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사과문을 썼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어떤 팬들은 소속사 사옥 앞에서 전광판 차량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와 대비되게 배우 이재욱측은 악성 게시물에 대한 법적 대응만을 이야기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18년에는 현아의 열애설 발표 이후 소속사의 주가가 하락하고 현아의 전속계약도 해지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연예인 류 모씨의 환승연애를 두고 누가 무슨 말을 했다, 이게 사실 그 증거였다는 둥 불필요한 세밀한 정보를 보도하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면서 못생긴 남자를 왜 만나냐 같은 말을 주고 받고 있다. 남의 사생활에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요즘 전기세도 비싼데 이렇게 전기를 낭비해야 하는 걸까?   한 남성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얽혀 있는 사건인데 모든 발언은 두 여성만 하고 있고, 중요한 축인 남성 연예인은 아무 발언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남성을 사이에 두고 두 여성이 다투는 듯한 모양새가 은글슬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성과 여성이 싸우는 구도를 만들어 놓고 사건의 당시자인 남성은 아무 언급이 없고 대중은 이를 게임처럼 관람하고 있다. 어쩌면 이게 한국 사회의 한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이유에는 알려진 사람이라 ‘씹기 좋아서’라는 이유도 분명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가져가는 돈 때문에 제작비 부담이 심해진다거나, 이와 대비되는 다른 제작진들의 수입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까발려지고 기분 나쁜 게시글을 보더라도 그 정도 돈을 받으면 이 정도는 감수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故 설리의 사망 당시 악플러들의 언급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것이 알고싶다 1191회. 2019년 11월 17일 방송) 이런 언급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작건 크건 타인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는 문화적 특성, 한국의 성차별 등이 뒤섞여 케이팝 팬 문화의 어두운 부분을 만들고 있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넓어지는 지금, 이런 어두운 부분을 케이팝 문화, 혹은 한국 문화의 특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문제 없고 전 세계에 케이팝을 즐기려면 이런 것도 이해하라는 듯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전부터 한류의 몰락은 컨텐츠의 질 문제 보다 한국 사회의 보수성과 차별성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인종차별, 성차별, 계급차별) 24년이 시작되고 불과 1사분기만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한류 몰락의 경고등이 될지 시작점이 될지는 케이팝 팬덤 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 사회 모두가 지켜보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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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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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야간근무와 성희롱에 시달리는 여성 대리기사에게 장미꽃을…"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④ 여성 대리기사에게 이명선 기자 "상시적인 야간근무에다가 여성이라는 힘듦이 있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꽃을 전합니다." 부산에서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고혜진 씨에게 장미를 보내고 싶다는 신청이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을 통해 접수됐다. 신청자는 역시 부산에서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철곤 카부기상호공제회(카 드라이버 부산·울산·경남 대리운전기사 상호공제회) 공동대표. 김 공동대표는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 씨 부부가 같이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 매일 밤 딸 두 명(중학생과 고등학생)을 집에 둔 채 나와 대리운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당당하게 또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며 신청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고 씨는 카부기공제회에서 총무를 맡는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다른 대리기사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내 '경호'하던 남편도 대리기사 됐다  고 씨는 남편과 함께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다. '부부 대리기사' 이야기’는 지난 2월 KBS창원 지역국의 한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아내가 대리기사 일을 시작하자 걱정이 된 남편은 아내가 대리운전하는 차를 따라다니며 '경호원'을 자처했고, 한 이틀 남편의 '경호'를 받던 아내가 남편에게 "돈 벌러 나왔더니 (기름값 등) 돈 쓰고 다니면 어떻게 하느냐. 걱정되면 같이 하자"고 권유해 남편도 대리기사가 됐다.  그렇게 고 씨 부부는 부부 대리기사로, 서로의 고충을 이해하고 응원하며 3년 6개월째 대리기사 일하고 있다. 여성 대리기사 위한 '보디캠'과 '화장실 앱' 야간에 취객을 주로 상대하는 대리기사의 특성상, 여성 대리기사들은 특히 안전에 취약하다. 김 공동대표는 "옛날보다는 일하는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성 대리기사에 대한 성차별이나 성희롱이 왕왕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 카부기공제회는 노회찬재단의 도움을 받아 여성 대리기사 전용 보디캠을 마련, 보디캠으로 찍은 다큐멘터리 <밤의 유령>을 제작했다. 약 1시간 분량의 다큐는 오는 8일 여성의 날 공개 상영을 앞두고 있다. 추후 유튜브를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밤의 유령>은 '깜박깜박' 하는 방향지시등 소리와 함께 잔잔한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밤의 유령, 대리운전 기사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이 말했듯이 존재하되 그 존재를 평소에는 거의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들의 작업장은 밤의 거리입니다."(다큐멘터리 <밤의 유령> 중)  여성 대리기사의 고충은 성희롱뿐만이 아니다. 근무 중 화장실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 중에는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해 일을 포기한 채 귀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부기공제회는 심야 개방 화장실 애플리케이션, '한밤의해우소'를 직접 만들었다. '한밤의해우소' 앱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의 심야 개방 화장실 정보를 알려준다. 물론 '한밤의해우소'는 남성 대리기사들에게도 유용하다.  김 공동대표는 "대리기사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힘든 일이 생겨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이 고독사(孤獨死)하는 사람도 있다"며 "보다 많은 대리기사가 카부기공동체와 함께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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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너는 너만의 길을 만들렴, 엄마도 나름의 길을 만들어갈게."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③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이명선 기자  "여성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에게 장미꽃을 전하고 싶습니다. 능력에 맞는 직업생활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지역사회에서 존엄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한 여성 발달장애인의 발걸음을 따뜻한 미소와 함께 향기로운 꽃으로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은자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장이 딸 지현이와 지현이 친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대리전달) 캠페인'에 꽃 배달을 신청했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 딸을 둔 엄마로,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을 돕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 달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딸 지현이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마다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지현이와 지현이 친구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일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현 씨는 최중증 발달장애인이지만,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출근하는 어엿한 직장인이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일정한 '루틴(rutin)'을 좋아한다. 지현이는 최중증이지만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는 루틴이 있다는 걸 안다"며 "아침에 깨우면 평범한 직장인의 표정이 나온다. '나 일해요'라는 말은 못 하지만 학교나 복지시설에 다닐 때와는 다른 표정이다. 일에 대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학교나 복지시설에 다녔을 때와는 다른 상황이라는 데 대한 자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까지  이 센터장은 딸 지현 씨가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 일하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장애인 노동을 공부하며 기획서를 들고 관공서를 찾아다닌 끝에 지금의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장은 "장애인들도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 같은 사회화를 위해 제일 필요한 게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설립 초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장애인 중에서도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발달장애인 특성에 맞는 지원이 틀이 잡히고 난 뒤로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설립 6년째인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이뤄진 2인 1조 팀을 구성해 서울 강서구 인근 학교의 교실 청소 업무 지원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교실 청소와 관련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며, 발달장애인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이 되면서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전했다. 자폐가 있는 친구가 파트너(비장애인)와 한 초등학교 교실을 청소하면서 계속 소리를 내자 파트너가 "소리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그런데 이를 보고 있던 교사가 파트너에게 "저 분은 저게 다예요. 자신의 말을 하는 거예요. 그냥 두셔도 돼요"라며 "소리를 낸다고 주변에 위협이 되는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맡은 일을 잘하는 분이에요"라고 했다는 것.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서지 않았을 때에는 스스로도 '장애인이니까 당연히 못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장애인들도 직장 생활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사회화'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지현아, 너의 길을 만들어가렴"  이 센터장은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과 채용할 학교 간 조율을 해야 하는 지금이 제일 바쁠 때라고 했다. 그럼에도 가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너 참 보람 있겠다"라고 칭찬해 준다고 했다. 친정어머니도 이 센터장에게 "지현이 덕분에 달라졌다"며 "지현이 아니었으면 네 얼굴에서 그렇게 빛이 나겠느냐"는 말을 한다고….  이 센터장은 당당한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지현이와 그 친구들에게 장미를 전하면서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현이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 지현아, 너는 너만의 길을 만들어가렴.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엄마의 길을 만들어갈게."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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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핑거푸드로 배 채우며 하루 12시간 일하는 네게 꽃을 보낸다"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② 웹툰 작가들에게 이명선 기자 "오늘도 작업실에서 홀로 마감 전쟁을 치르고 있을 정연아! 어느 유명한 영화의 한 대목이 있지. "밥은 먹고 다니냐?" 오늘도 핑거푸드로 배를 채운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여성으로 중년의 나이에 매주 웹툰 마감을 하는 네가 참 대견하고, 또 대견해. '저녁 식사를 여유롭게 하고 주말마다 놀러도 간다'는 네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너에게 꽃을 보낸다. 아프지 말고 100세까지 건강하자, 우리." 웹툰 작가 노이정 씨가 동생이자 동료인 정연 씨에게 '노회찬의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며 올린 사연이다. 노 씨와 동생은 출판만화 전성기 순정만화를 시작으로 학습만화를 거쳐 웹툰에 이르기까지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며 한 길을 걸어왔다.  노 씨는 지난 달 28일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정연이는 아주 늦게, 웹툰 시장에서는 드물게 중년의 나이에 일을 시작했지만 '매주 마감'이라는 엄청난 노동강도를 견디며 일하고 있다"며 "매일 12시간씩 일하면서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는 현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어 "비록 꽃 한 송이지만, 정연이가 장미를 건네받는 순간만큼은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우리는 다 '을'이다"  "플랫폼 기업이 웹툰 시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작가들은) 다 '을'이다." 노 씨는 고강도·장시간 노동의 대표 직군이 된 웹툰 작가의 근본적인 문제는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에 있다고 봤다.  웹툰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도 플랫폼 기업과 작가의 관계가 '갑을'로 심화되는 구조 속에 플랫폼 기업에서 50%에 가까운 수수료를 떼어가도 작가들이 이의 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에 더해 작가와 플랫폼 기업 간 직접 계약보다 콘텐츠유통사(CP사)를 거쳐 계약이 이루어지다 보니, 작가 입장에서는 또다시 수수료를 떼인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가 1인이 스토리 기획 또는 각색부터 그림 그리기, 색깔 칠하기(일반적으로 '컬러'라고 표현한다) 등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의 요구대로 매주 마감을 하려면 주인공의 손목시계 하나 제대로 그릴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마감에 쫓긴 작가들은 관련 아카이브에서 손목시계와 의상, 배경 등을 구매해 사용한다고….  또 웹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컬러 등에 높은 퀄리티가 요구돼 컬러 작업을 위한 전문가를 별도로 고용하기도 하지만, 이 비용마저 작가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전 과정을 작가 혼자 떠맡게 된다고 했다.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유통사가 떼어가는 이중 수수료를 뺀 웹툰 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200~400만 원 정도다. 여기에서 작업실 임대료, 보조 작가 임금 및 작업에 필요한 비용 등을 빼면 정작 작가 손에 쥐어지는 건 200만 원도 채 안 된다. 이것이 하루 12시간 주 5~6일 노동한 대가다."  지난해 3월 발표된 '웹툰 작가들의 정신 건강 및 신체 건강과 불안전 노동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9.9시간, 마감 전날의 경우 하루 평균 11.8시간 노동을 한다. 주당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이며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51시간이다.  응답자의 64.4%는 '근무 시간이 적당하지 않다'고 답했다. 29.4%는 육체적 지침이, 31.6%는 정신적 지침이 '항상 있다'고 호소했다. 또 40.7%가 '건강 문제가 있지만 참고 일한 경험이 있다'거나 우울증(28.7%)과 불면증(28.2%)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0명 중 3명꼴이었다.  특히 17.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으며 8.5%는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비율도 4%에 달했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노 씨는 "주변에 우울증 약을 먹어가며 일하는 작가들이 있긴 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에, 오히려 현업 작가들이 더 놀랐다"고 전했다.  현재 '웹툰작가노동조합(웹툰노조)'과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디콘지회)' 등이 웹툰 작가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 노조 역시 웹툰 작가의 열악한 노동 환경의 주 원인으로 플랫폼 기업의 과도한 수수료를 꼽고 있다.  노 씨는 "조사에도 나타났듯 어린 나이부터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웹툰 작가의 수명은 30대"라며 "40대가 넘어가면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도 더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망가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와 후배 작가들에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라는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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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장미] "나의 애인이자 동지에게 노회찬의 장미꽃을 선물합니다"
[프레시안-노회찬재단 공동기획] 3.8 여성의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 캠페인 ① 이명선 기자 "10여 년간 출판노동자로 일하며 각종 부조리를 겪었음에도 꿋꿋이 일한 나의 애인. 출판은 사양 산업이라는 자조에도 출판노동자의 권리와 보호를 주장해야 한다며 출판노조에 가입한 사람. 이제 곧 결혼을 앞둔 나의 애인이자 출판노동자 동지에게 노회찬의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오○○ 씨가 경기 파주의 원○○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며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 나눔(대리전달) 캠페인'에 올린 사연입니다. 짐작컨대, 출판업에 종사하는 두 분은 동지에서 이제 곧 부부가 되나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출판노동은 '열정노동' 중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 책이 좋아서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았지만, 출판사 10곳 중 7곳 이상은 5인 미만의 소규모 출판사로 임금과 노동시간 등 고용조건은 열악하기만 합니다. 성차별뿐 아니라 성희롱에 노출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출판사 내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창비, 사계절, 돌베개, 한겨레출판, 보리, 고래가그랬어, 작은책, 좋은책신사고 등이며 출판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은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서울경기지역출판), 출판노동유니온, 출판노동조합협의회가 있습니다.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고, 4월 23일은 '책의 날'입니다. 이번 '책의 날'에는 출판노동자들이 조금 더 활짝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니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어머니에게…  "3.8절을 어떻게 기념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여성 운동과 민중 운동의 여성관을 알 수 있다."(노회찬 국회의원) 고(故) 노회찬 의원은 2005년 초선 국회의원일 때부터 매년 3월 8일 여성의 날이면 각계각층의 여성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노회찬재단'에서 여성 노동자들에게 '노회찬의 장미 정신'을 담은 장미를 대신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 3.8 여성의 날,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  이번 장미 나눔 신청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허○○ 씨는 "오늘의 주인공은 어르신들의 케어에 당신의 삶을 다 쏟아 근로해주는 마음이 아름다운 이 시대의 언니"라며 전남 순천의 허○○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신청하셨습니다. 허 씨는 언니에게 "노인의 케어는 우리 사회 누가 해도 해야 하는 일"이라며 "모든 걸 내어주는 여성의 품과 같은 당신의 노동을 사랑해 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이어 "직장 동료들과 함께 3.8 여성의 날을 맞아 당신의 의미 있는 그 일에 한 번 더 박수 보냅니다. 당신이 계신 그곳도 근로환경이 나아지는 그날을 소망해 봅니다"라며 "이 사연이 행복하게 전달되어 함께 더불어 사는 우리 사회가 사람은 누구나 존엄하며 성평등한 변화를 기도해 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노○○ 씨는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동이 트지 않아 어둑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는 내 친구야"라며 부산 동구의 신○○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신청하셨습니다. 노 씨는 친구에게 "허리 구부려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며 얼마나 고되고 힘드니. 그래도 힘들다 투정 부리지 않고 묵묵하고 담대하게 역할을 해내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사랑해~♡♡"라는 말도….  릴레이 장미 나눔을 신청한 분들도 있습니다. 김○○ 씨는 경기 고양의 권○○ 씨에게, 권○○ 씨는 각각 경기 수원과 파주에 사는 서○○ 씨와 이○○ 씨에게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습니다.  "권○○ 사서 선생님과 함께 일하는 기쁨! 노회찬의 장미로 뜻깊은 하루가 되시길!"  "서○○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이○○ 분과장님, 파이팅♡"  또 오○○ 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장미를 전달해 달라고 신청했는데요. 어머니의 이름 석자를 강조한 사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서복래 여사, 그 이름 석자를 노회찬의 장미와 함께 불러드리고 싶어 사연을 보냅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평생을 부지런하게 살아오시며 자식 둘을 키우셨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세 번씩 작은 도서관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시며 열심히 살고 계십니다. 서복래 여사의 삶은 당당하고 멋진 삶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 엄마를 닮은 딸이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가 청년 여성 노동자인 정이립 디자이너에게, "청년 여성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해마다 근사한 보고서를 만들어줘서 고맙습니다"라며 장미를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김철회 KT새노조 조합원은 김미영 KT새노조위원장에게 "우리 새노조를 이끌면서 노동자로서 본질적 목소리를 내는 위원장을 응원하고자 신청한다"고 하셨습니다. 특히 "통신노동자로 부끄럽게 살지 말자"라는 외침, 함께합니다. <노회찬의 장미> 후원하기 https://together.kakao.com/fun... 노회찬재단  후원하기 http://hcroh.org/support/ <노회찬의 장미나눔 캠페인>은 프레시안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캠페인즈에도 게재됩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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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수록 빛나는 연대의 행진 - 2024년 총선에서 여성 주권자가 행동하고 심판해야 나라가 바뀐다-
양이현경(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총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러나 답답하기만 하다.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다고 해서 나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현실의 한국 정치는 주권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기간에는 기존 정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정치집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고 갈라치기 한 정치인들이 나라를 바꿀 적임자라며 개혁 운운하며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상호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매일 수많은 뉴스에 정치인, 국회의 소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거나, 서로 비난하는 장면이다. 이러면서 ‘정치’는 주권자들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보기 싫은, 관심 갖고 싶지 않은 영역이 되어버렸다. 한 언론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신뢰 15.4%, 불신은 82.1% 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정치’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국회는 우리의 삶을 좀 더 낫게 만드는 법제도를 만들고, 그에 대한 예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주권자(국민)를 대신하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이 국가의 중요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되어있다. 이에 우리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고 그들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이에 주권자인 우리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우리를 대신해 국회와 정부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주권자인 나의 의사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요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시기 부터 안티 페미니즘을 이용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아무런 근거나 논리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걸고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담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여성가족부는 존치되고 있지만 사실상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못하자 정부 정책에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삭제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여성폭력’을 ‘폭력’이라고 바꾸고, 여성가족부가 매년 발표하는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꾸었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과 폭력 해소를 위한 정책을 없애고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러한 퇴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가속화 되고 있다. 관련 지자체의 부서가 통폐합 되거나 여성·성평등 관련 정책과 예산이 축소·폐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을 비롯한 시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먹고 살기 힘든 국민 삶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각자도생 사회, 공정이라는 이름하에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사회이다. 어떤 방법을 쓰던 살아남는 사람이 옮은 사람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여기에서는 차별 받거나,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 문제 있는 사람,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일하는 사람의 인권과 노동권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침해당해도 되는 참아야 하는 문제로 취급되고,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의 실질적인 해결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난방비와 전기세도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오르는 물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0% 적고, 여성은 남성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의 삶은 어렵고 힘들어도, 더 나은 미래가 우리에게 있다면 지금의 답답함과 우울함을 조금 나아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가 퇴행하고 있어 그런 희망을 혹은 괜찮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퇴행을 저지하고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주권자인 우리 손에 달려있다. 정치가, 정치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그 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제대로 된 투표를 하고, 대리자인 정치인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잘 만들고 있는지 예리한 눈으로 감시하고,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요구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좀 더 나은 나의 일상은 시민으로서 나의 역할과 권리를 제대로 행사 할 때 만들어진다. 주권자이자 유권자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와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87년 창립 이후부터 수많은 여성시민들과 정치영역의 변화를 위해 활동해왔다. 정치영역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유권자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또한 여성연합 지부와 회원단체, 연대단체가 총선 젠더정책을 마련하여, 각 선거 시기 때마다 이슈화하여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또한 총선 기간 동안 핵심 젠더 정책을 각 정당에게 질의하여 답변을 받아 공개하였다. 예를 들면 지난 2020년 제20대 총선에서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묻고, 결과를 공개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 이번 총선을 앞둔 현재에도 각 정당에게 젠더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는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앞서 작년에는 제22대 총선에 요구하는 젠더정책을 마련하였다. 제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젠더정책 과제들은 크게 ▶ 돌봄·기후정의 실현평등한 시민적 삶 보장 ▶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보장 ▶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보장 ▶ 모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 평등하고 정의로운 젠더관계를 위한 사회문화 조성, 6개 영역으로 분류했고, 이 가운데 특히 제 22대 국회에서 주력해야 할 24개의 핵심 젠더정책을 꼽았다.   [핵심 젠더정책 과제] 제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총선 젠더정책 자세히 보기  1. 돌봄권 확보의 시작 : 주35시간제 도입 2. 성평등한 기후 정책 수립 3. 국가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여성가족부' 유지·강화 등 성평등추진체계 강화 4.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5.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포괄하는 법제도 마련 6. 보편적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7. 결혼이주여성 체류 안정성과 한부모 이주여성의 사회보장권 보장 8.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9.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 보장 및 농민기본법 제정 10. 북한이탈여성을 위한 심리상담 치유 및 가족상담 지원의 확대 11.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12.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확보 13.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14.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15.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면 개정 16. 성매매·성산업 확산을 막기 위한 법 개정 및 강력한 법 집행 17. 사이버 공간 내 성적괴롭힘의 입법공백 보완책 마련 18.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및 적극적 활용 19. 군 주둔지역 성착취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20.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 강화를 위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개정 21. 공공임대주택 확충 및 주거제도 개선 22. 임신중지 의료접근성 및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23.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 24. 힘을 통한 평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구축   또한 지난 12월,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가 출범했다. 전국의 146개 여성시민사회단체와 개인 주권자들이 함께하는 ‘어퍼’는 성평등한 국회,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힘을 보여주어 총선을 넘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모였다.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그동안 여성과 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고 외면해온 남성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제22대 국회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의 강화를 이뤄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 국회 촉구 활동,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위한 방안 마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총선을 한 달 앞둔 3.8 세계여성의 날 당일, 전국 여성 주권자의 힘과 목소리를 결집해내는 어퍼 ‘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더 이상 분노와 무력감만 느끼고 있을 수 없다. 주권자인 여성과 소수자 삶을 외면하고 퇴행을 거듭한 정치에 책임을 묻고, 정당이 어떤 젠더정책을 공약으로 만드는지, 공천 과정에 젠더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지, 어떤 후보자가 앞으로 우리를 대변하여 나라를 잘 운영할지 제대로 따져 묻고 감시해야 한다.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라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던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민주주의로 거듭나도록 전국 곳곳에서 우리의 힘을 모아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함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해체하고 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의 삶에 평등과 존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 ‘어퍼’의 의미 :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불평등한 세상에 맞서 성차별·불평등한 세상을 뒤집어엎고, 모두의 평등한 삶을 보장하여 삶의 질을 높인다(upper).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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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모두의숲 편
‘모두의숲’은 23년 4월 강릉 산불 재난이 일어난 이후 재난대피소에서 겪은 사람들의 경험을 성평등 관점에서 기록하고, 더 나은 재난 대피소를 상상하고자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했다. <모두를 위한 재난 대피소> 제안서를 통해 단순히 생존에 대한 구호가 아닌, 서로의 돌봄을 위해 관계를 지키고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꿈꾸고 있다. ‘모두의숲’ 활동가 ‘솜씨’, ‘열매’, ‘짜이’를 만나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재난 대피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2023년에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빠띠는 협력을 통해 참여 팀들의 새로운 시도를 돕고 연대를 통해 성평등 문화 시민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한다.   모두가 찾아오고, 모두가 되고싶은 ‘모두의숲'   ‘모두의숲'은 지친 여성 활동가들의 소진을 방지하는 모임에서 시작했다. 구성원들이 활동했던 영역은 환경, 여성, 교육 등 모두 달랐지만, 숲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을 통해 쌓여있는 감정을 얘기하고, 강릉에서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로서 힘들고 어려웠던 점을 나누며 서로를 돌봤다. 사업 외에는 마주하기 힘들었던 여성 활동가들이 서로를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은 물론, 느슨하지만 끈끈한 연대를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이 경험이 좋아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면 짧게 협업하는 방식으로 ‘모두의숲’을 이어가게 되었다. 환경과 생태 교육을 공부한 ‘솜씨’를 중심으로 ‘모두의숲’은 산림복지서비스를 기획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변의 여성활동가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2021년에는 버터나이프크루* 3기에도 참여하며 <성평등한 숲 학교 활동을> 진행했다. 성평등한 관점에서 숲을 바라보는 안내서를 만들고 숲이 가진 건강성과 회복성을 통해 성평등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 올해 초까지 ‘모두의숲’은 숲을 기반으로 한 활동가의 회복에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2023년 4월, 강릉 산불 재난이 발생하고 숲과 집이 불길에 휩싸이며 재로 사라졌다. 숲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가 파괴되고 강릉 시민의 터전이 무너진 가운데 ‘모두의숲’은 재난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 회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버터나이프크루 : 여성가족부가 2019년부터 시작한, 일상에서 성평등 의제를 찾아내는 청년 프로젝트 지원 사업   다양한 시민들이 달려가는 대피소   2023년 4월,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졌다. 많은 주민이 터전을 잃었고 긴급대피소와 임시주거시설에 머물렀다. 구호단체나, 군인, 시청 직원을 비롯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일상을 잃어버린 이재민을 찾아왔다. 예술, 생태, 환경, 미디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저마다 캐리어에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담아 이재민을 도왔다. ‘마술캐리어'로 불리는 캐리어에는 재난 현장과 직접적인 상관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마법 같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강릉에서 독립출판을 하는 사장님은 아이들을 위해 그림 도구와 종이를 지원했다. 봉사하러 왔던 숲 해설가와 씨앗 연구자는 그 자리에서 팀을 꾸려 아이들 놀이 활동에 보조 교사로 활약해주었다. 세월호 가족의 현장지원도 있었다. 배식봉사, 식기류 설거지, 심리지원 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힘써주셨다. 이재민들이 재난현장에서 벗어나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갔다.      ‘모두의숲’은 몇몇 구호단체와 함께 아이들의 심리지원부스를 운영했다. 높은 난간이나 계단이 아닌 <어린이 쉼터>를 만들어 서로의 얼굴을 그려주는 활동을 했다. 대피소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머무는 아이들의 심리 표현을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진 작업에 익숙한 팀원은 <추억의 사진관>을 운영했다. 핸드폰에 있는 사진 혹은 화재로 전소된 집에서 훼손된 사진을 인화하거나 복원하는 활동을 했다. 서로의 얼굴을 그리며 아이들이 웃고 떠든다. 인화된 사진을 손에 쥔 이재민은 사진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화재로 생긴 상처를 되돌릴 수 없지만 잔상이 옅어지기를 희망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대피소 내에서 아이들이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생일을 앞두고 아이들이 기대가 많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방문하여 깜짝 생일 파티도 해주시고, 선물도 주셔서 아이들이 정말 행복해 했어요. “엄마 나 행복해" 이러면서 좋아했습니다.” 출처 : 「재난현장에도 00이 필요해!」 45p   이재민들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여러 단체와 개인이 노력을 기울였다. 다만, 관 중심의 일방 소통과 매뉴얼은 여러 주체가 섞인 재난현장에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다양한 모양으로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칠 때 기후재난 이후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세대로 이루어진 재난 대피소에는 어린이 쉼터가 필요하다. 그림으로 아이들의 심리적 지원 활동을 진행하며 나온 결과물 ⓒ모두의숲   이재민의 다양한 목소리   ‘모두의숲’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재난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했다. 대피소 내 성중립 화장실이 왜 필요한지, 물품이나 자원을 분배할 때 사회적 정체성에 따른 선택권 부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피소 내 소통방법이 ‘이재민'이라는 큰 이름으로 묶여 내・외부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등 매뉴얼에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매뉴얼이 제시하는 정형화된 안내보다 이재민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담아내는 게 선행되어야 했다. 내부적으로 열띤 논의를 거쳤다.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이며, 이를 현실적으로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논의 끝에 프로젝트의 방향을 매뉴얼이 아닌 재난 대피소 제안서를 만드는 것으로 선회했다.  ‘모두의숲' 참가자 ‘열매'는 인터뷰를 통해 제안서를 만들기 위해 산불 피해자 인터뷰를 진행하며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았음을 고백한다. 하나의 예로 집을 잃은 건 똑같은데 주거 형태가 세입자인지 자가인지에 따라 보상금액이 달라졌다. 세입자는 기존에 사는 집의 계약이 해소되어 또 다른 집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보상받은 금액으로 새로운 집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재민이자 세입자인 시민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여유도 없이 임시로 머무는 대피소에서 경제생활을 이어가야만 했다. 이재민의 실생활권 문제도 있었다. 장애를 가진 자식을 둔 고령의 이재민은 임시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거주 시설에 머물게 되었다. 자식의 거동이 불편하므로 이곳에 왔지만 밭을 일구며 생활했던 기존의 일상은 잃어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점점 악화되었다. 주거 지원은 있지만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깊어져 갔다. ‘이재민'이란 뭉뚱그려진 이름에는 제 각각 살아온 일상의 모습이 지워져버리고 있었다.      ‘솜씨’도 공간에 대한 문제를 언급한다. 이동식 주택에 거주하는 이재민은 가족 단위로 생활하게 되는데, 주거 공간이 원룸처럼 되어 있어 성별・연령 차이에 따른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대피소는 설치된 화장실이 성별로 구분되어 있어 아들이 장애가 있거나 부모가 치매가 있는 경우 보호자가 보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임시 주거시설은 말 그대로 ‘임시'이기 때문에 집처럼 편안함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 다만, 다양한 맥락이 고려되지 않는 시설에 오래 머물수록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도 더디게 진행되지 않을까.  그럼, 같은 강릉이지만 재난피해에 비교적 피해를 받지 않는 시민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짜이’는 피해 주변 지역을 인터뷰하며 그렇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인터뷰에 응한 할머니는 겨울을 대비한 땔감을 많이 갖추고 계셨는데, 귀가 잘 들리지 않고 집에는 장애가 있는 아들이 누워있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화재 경보는 알림 등을 이용해 소리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은데, 듣기 어려운 노년층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은 화재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컸다. 기후위기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서둘러 이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였다.   모두의숲 솜씨가 재난 현장에서 자료 수집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의숲   모두의 회복을 위한 모두의 제안서   ‘모두의숲’이 만들어낸 제안서는 성평등한 관점을 바탕으로 대피소 생활을 말하고자 한다. 여성청소년이 월경대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시를 하거나 배부처를 만든다. 반려견과 임산부가 편히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한다. 모두를 위한 화장실에는 성별에 따른 구분이 아닌, 누군가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적지향을 지닌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모두가 안전하고 회복할 수 있는 대피소가 되도록 공간을 이끌고 싶다. 그리고 이 제안서가 2023년 강릉 산불의 재난 현장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재난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꼭 재난 당사자가 아니어도 좋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면 재난 대피소가 몸만 피신하는 공간을 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복의 공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짝꿍도 제가 피해자 인터뷰를 가면 “너는 왜 그걸 하니” 라고 할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주변에 있는 피해자를 보기 시작한 거예요. 그러니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재민들을 보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주변이 바뀌는 모습들. 대학원 동기들이 기사가 한 번 나고 이후 산불에 대한 소식이 없으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느냐” 이런 것들을 물어봐 주는데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게 제가 기대하는 변화 같아요.”(열매)   “보통 강릉 산불 재난처럼 사건이 일어나면 재난, 사회적 이슈 이런 큰 이름으로 덮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금방 사라지죠. 근데 피해 당사자들은 계속 남아있어요. 사라지지 않거든요. 그래서 개인의 개별성이나 관점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게 필요한 거 같아요. “불이 나고 망했어.”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생태적으로 지낼 수 없나? 미디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거지? 대피소도 조금만 공적으로 접근하면 좋아질 것 같은데? 이런 고민하고 있어야 해요. 저는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걸 잊지 않고 다시 해내는 힘 그걸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 뭔가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 같아요.”(솜씨)   “주변 친구들이 “왜 자꾸 거기 가서 그렇게 열심히 해?”라고 할 때 화도 내고 부딪히기도 많이 부딪혔는데 친구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는데 한 번은 다시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그런 관심이 결국에는 변화된 세상을 만들지 않을까 이런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이재민 중에서도 몇몇 분들은 산불로 힘들긴 하지만 내가 상황이 좋아진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을 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짜이)             👉모두의숲이 제안하는 <모두를 위한 재난 대피소> 제안서가 궁금하다면?  https://bit.ly/guide4_00   📝 글ㅣ우디 (데모스X5팀 크루) 소소한 주변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 📷 사진 | 데모스X5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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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서페대연 편
'서페대연'은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 동아리'라는 풀네임에서 알 수 있듯 서울 기반의 페미니즘 운동단체인 '서울여성회'에서 이끄는 공동체로, 대학에서부터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자 한다. 2017년 공식으로 출범해 6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나, 페미니즘 '리부트(reboot)'와 동시에 더욱 거세진 '백래시(backlash)'로 인해 대학사회에서 점차 비가시화하는 페미니즘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올해 <그럼에도 우리는> 2기에 참여해 <페미니즘 원데이 클래스 : 원데이가 평생이 될지도>를 진행한 것도 페미니즘 운동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를 만나 대학 내 페미니즘 운동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서페대연 활동가 지수(왼쪽)와  빠띠 활동가 리디아가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서페대연이 진행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Parti 대학 내 점점 강해지는 '안티-페미니즘'에 대항하기 위하여 서페대연은  대학 내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 있고 일부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현실의 문제로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 서울여성회의 선배들과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학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7년부터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해왔으나, 코로나19 이후 대학 캠퍼스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뒤로도 페미니즘은 백래시로 인해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에브리타임(전국 400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업 지원 서비스 및 커뮤니티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커뮤니티 활동은 철저하게 필터링됐다. 이렇게 페미니즘 공동체가 차별과 억압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떻게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가 더 가까이, 더 넓게 다가가서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추는 ‘원데이 클래스’  초반에는 방학 중에 주1회씩 총 3회차로 진행되는 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런데 서페대연 기존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다면 참여자를 모으는 데 무리가 없겠지만, 우리의 취지는 기존 회원 외 더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기 때문에 방학 중에 프로그램을 여는 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학기 시작 무렵으로 진행 시기를 옮기고, 더 쉽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도록 원데이 클래스로 형태를 변경했다. 그리고 원데이클래스를 열기에 앞서 기존 회원들과 '페미니스트데이'란 이름으로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서페대연이 지향해야 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 상(像)은 무엇인지, 페미니스트 공동체로서 어떤 문화와 언어와 규칙을 만들어가야 할지 논의하고 마음을 맞춰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원데이클래스는 페미니즘 연구자 선생님들의 강연을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편하게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을 공유하며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해 9월 11일, 12일 2회에 걸쳐 이화여대와 덕성여대에서 진행했다. 첫 회는 이화여대에서 진행되었는데,  여성학자 전희경 선생님께서 <페미니즘으로 다시 만난 세계>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쉽게 잘 설명해주셨다. 선생님께서 페미니즘과 차별, 인권을 연결해 설명해주셔서,  참여하신 분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모이고 뭉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원데이 클래스에서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전에 선생님께 페미니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십사 부탁드렸고,  이를 반영해 선생님께서는 강의 중에 '지속가능성'으로서의 페미니즘 공동체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잘 설명해주셨다. 강의에 이어진 참여자 토론에서는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과 함께, 책이나 강의로만 접하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실제 대학 사회에서 구현하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회차에서는 김주희 덕성여대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님께서 <백래시, 동시대 경향성과 페미니스트 대안>이란 주제로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해주셨다. 김주희 선생님께서도 서페대연 단체를 소개해주시며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페미니즘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피드백이 나오기도 했다. 두 차례 원데이클래스를 마친 후에도 참여했던 분들과 연을 이어가기 위해 영화 모임이나 운동 모임을 열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서페대연이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했다(웃음). 원데이클래스 이후 서페대연에 가입한 참여자들도 있다.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분이 "이런 게 없는 줄 알고 속상해 하고 있었는데, 홍보 포스터 보고 남들 몰래 사진 찍어놓고 찾아왔어요"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기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대학 캠퍼스 안에서 페미니즘 활동 홍보물을 찾아보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이 된거죠. 서페대연 홍보물이 거의 유일한데, 그마저도 내가 이걸 보고 있는 장면을 누가 볼까봐 무서워서 몰래 봐야 하고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서페대연이 학내에서 계속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싶어서요."  (지수) 서페대연이 기획한 ‘원데이 클래스'에서 김주희 교수님의 백래시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서페대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쉽고 가까이 다가가려면 다양한 활동 방식이 필요하다 동아리를 운영하려면 지켜야 할 형식 같은 것들이 있어서, 활동을 기획할 때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우리는2>에서 다른 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서 좋은 영감을 많이 받았다. 예를 들어  ‘등대’ 팀이 게임을 매체로 활용한다거나, ‘선을넘는몫소리’ 팀이 이주여성 당사자가 이야기하는 자리를 열거나, 이런 방식이 저희에게는 낯선 것들이었다. 페미니즘도 전통적인 ‘운동’ 방식이 아니라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원데이클래스 참여자들과 운동 모임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 같았다면 ‘페미니스트끼리 왜 운동을?’ 했을 거다(웃음). 사실 이번에  원데이클래스를 4회 정도 하고 싶었는데 강사 섭외에 실패해서 2회밖에 진행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또 2회 모두 남녀공학이 아니라 여대에서 진행한 것도 아쉽다. 앞으로 원데이클래스는 꾸준히 했으면 좋겠고, 처음 기획대로 방학 중 3주차 워크숍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페대연이 대학 내 페미니즘 불씨를 살려내려는 이유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면 안 된다’는, 세상이 성평등하게, 더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신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지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다. 세상을 바꾸려면 행동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그렇다면 나 또한 그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하나는 존엄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활동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을 지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세상 아닌가. 사회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사는 ‘고집’을 부리다 보면 활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하나는, ‘사람’이다. 서페대연 회원들 중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운동을 계속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공동체다. 페미니즘 공동체를 재건하고 새로 구축해 나가는 것. 서페대연은 대학사회 안에 페미니즘 공동체를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대학사회를 변화시키고, 이 변화를 대한민국 사회 전체로 확장하고자 한다. 그래서 대학 내 페미니스트 공동체를 만들어 이 공동체의 힘으로 대학 문화와 제도, 구조를 바꿔나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 문화, 대학 사회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에서 학생이 ‘주인’이기 보다 ‘소비자’, ‘고객’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정말 슬플 때는 서페대연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사람들이 모를 때다. 코로나 시국에 정말 힘들고 답답했던 게, 학교에 갈 수 없다 보니 에브리타임에서 우리를 필터링하면 존재를 알릴 방법이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회원들이 순번을 짜서 각자 아이디로 저희 홍보물을 계속 올렸다. 삭제되면 다음 사람이 다시 올리는 식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서페대연 소식이 노출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학기 초에는 서페대연 회원들 에브리타임 계정이 다 신고 당해서 정지되곤 한다(웃음). 그렇게 어렵게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에브리타임에서 보고 왔다”고 하면 정말 감격스럽다. 이 한 명을 위해 우리는 계속 회원 수십 명 계정이 정지되어도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 찾아오는 회원 한 명을 위해 캠퍼스 안에 홍보물 붙였다가 떼이면 다시 붙이고, 욕 먹고, 다시 붙이고 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우리가 여기 있다, 당신 혼자가 아니다”라고 알려주기 위해서.     “(숫자로 꿈꾸는 세상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서울 지역 내 대학이 몇 곳이나 되죠? 서울 지역 전 대학에  페미니즘 공동체가 생기는 것. 서페대연 지회면 더욱 좋겠지만(웃음)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페미니즘 공동체 자체가 없는 학교가 많거든요. 어느 학교에나 페미니스트가 있으니, 이들이 자기가 있는 곳에서 활동하고 지지 받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가는 게 서페대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수) 워크샵 활동을 하며 변화를 만드는 실천을 고민하는 서페대연 팀 ⓒ서페대연 📝 글ㅣ한승희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 데모스X5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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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닛더피스클럽 편
평화라는 단어가 얼마나 소중한 단어이고, 희생이 따르는 단어인지 알게 되는 요즘이다. 연일 국제적으로 안 좋은 뉴스가 나온다. 그런 뉴스들을 접하면 모두가 다 같이 평화를 추구하고, 연대할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 나만 추구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나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고, 그 모임이 커뮤니티가 되고, 그 커뮤니티가 다시 다른 커뮤니티와 엮여 확장성을 갖게 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닛더피스클럽은 뜨개질을 통해 평화를 엮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뜨개질을 통해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하는 장을 만들고, 함께 행동한다. 이런 모임이 새로운 모임으로 계속 엮이고 확장될 수 있다면, 어쩌면 정말 평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 인터뷰하면서 계속해서 뜨개질하는 닛더피스클럽을 만나 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의 팀원 라일락(왼쪽)과 봄봄(오른쪽)이 워크숍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탄생   닛더피스는 평화를 엮는다는 의미다. 영어단어 닛(Knit) 자체가 바늘을 의미하기도 한다. 단순 뜨개질이 소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엮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추구하는 가치를 나열해보면, 생태주의, 비건, 동물권, 퀴어 등이다. 이런 가치들을 뜨개질하면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뜨개질을 통해 기후 행진에 필요한 깃대와 퀴어한 모자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라일락과 봄봄. 두 사람은 이벤트를 통해 만났다. 라일락이 운영하던 작업실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봄봄이 당첨됐다. 인스타 이벤트였는데, 봄봄은 출근하기 전에 이벤트에 참여했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던 중 서로가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같이하게 됐다.  둘 다 제로 웨이스트 방식으로 뜨개질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소재도 친환경으로 쓰고 싶었다. 대개 아크릴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쓰는데 값이 싸고 취급하는 곳도 많지만 둘 다 그런 제품 사용을 지양했다. 재사용 면실을 사용하자는 등 소재 면에서도 니즈가 일치했다. 또한, 멋진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다. 뜨개질하면 물질적인 결과물이 나오지만, 더 중요한 건 같이 하는 사람들과 활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의 생각이 잘 맞았다.   ‘닛더피스클럽’의 라일락이 워크숍 참가자에게 뜨개질 과정을 알려주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닛더피스클럽의 닛(Knit) : 기후위기 행진과 연말 모임 활동   기후위기 행진은 라일락, 봄봄 모두 처음부터 하고 싶은 활동이었다. 둘 다 관심 주제가 기후위기여서 당연히 참여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예전에 페미니스트 그룹에서 뜨개질로 현수막을 크게 만들어 행진했던 걸 본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도 우리만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들어서 행진해보자는 쪽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뜨개질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뜨개질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었지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뜨개질을 하며 깃발을 만들었다. 7~8명이 함께 작업을 했는데 힘들면 잠깐 뜨개질을 내려놓고 소파에 기대거나 스몰토크로 쌓인 긴장을 푸는 편안함이 좋았다. 이후 기후위기 행진에 참여했다. 피켓이나 박스로 만든 게 아니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보신 분들도 계셨고 사진도 많이 찍으셨다.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의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다줄 때 또 다른 연결고리가 생기는 거 같았다.   기후위기 행진이라는 큰 산을 넘으니까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워크샵을 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등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건 깃발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기들과 결과를 어떻게 아카이빙 하고, 기후위기 행진 후기 나눔을 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런 부분을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2023년 우리의 일정은 마무리 단계다. 기후위기 행진했을 때가 하이라이트였다. 현재는 그동안 했던 것들을 아카이빙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말에는 <퀸의 뜨개질>을 보면서 뜨개질 모임을 할 예정이다. 퀴어와 뜨개질이 섞여 있는 영화인데 활동 마무리도 영화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돌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닛더피스클럽’의 봄봄과 라일락 및 워크숍 참여자들이 923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닛더피스클럽   뜨개질로 만드는 커뮤니티와 자기 효능감   “가장 뿌듯했던 건, 코바늘을 처음 사셨던 분들이 지금은 각자 알아서 실과 코바늘을 사서 활동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뜨개질이 본인만의 취미가 된 거다.” (라일락)   현재 오픈 채팅방도 운영중인데, 구성원들이 알아서 기획하고 모임을 하신다. 이런 느슨한 관계가 만들어졌다는 게 변화라고 생각한다. 뜨개질로 만들 수 있는 게 다양하고 일상에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신 것 같다. 본인이 만든 걸 단톡방에 올리면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뜨개질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찾은 분들도 있다. 뜨개질은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어떤 모양이든, 서툴든 아니든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이다. 그러다 보니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 자기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계셔서 뿌듯하다.   “초반에는 제가 알려주는 선생님이었는제 이제 참여자들이 저를 알려주고 있다. 이것 역시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봄봄)   “일상이 무료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뜨개질로 다시 자기 효능감을 되찾은 분도 있다고 느꼈다. 큰 행위가 아님에도 성취감을 주고, 효능감이 증가하는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라일락)   유튜브에는 다양한 도안을 똑같이 만들어내는 영상도 있고 멋진 결과물을 지향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모임에서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모양을 만들면서 만드는 것 자체로 새로운 도안이 되게 하고 싶었다.  뜨개질이 서툴러 한 코 한 코가 일정하지 않아도, 모양내는 대로 자유롭게 만들며 예쁨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느낌으로 모임을 이끌었다. 뜨개질은 열린 기술과 같다. 각자의 노력과 정성이 담긴 뜨개질을 누구에게도 공유할 수 있고 활용하면서 수정할 수 있다. 참여자들도 자연스럽게 이 부분을 이해하면서 좋아해 주셨다. 한편, 뜨개질이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취미로 이야기되기도 하고, 여성들이 많이 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서 접근을 다르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이번 워크숍에도 성별을 구분해 참가자를 받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참여자 성별의 편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남성분들 참여는 없었고 논바이너리, 퀴어 분들은 참여하셨다. 활동을 성별로 가늠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워크숍에서 산호초 모양의 뜨개질을 공유하고 있는 닛더피스클럽 워크숍 참가들 ⓒ닛더피스클럽 ⓒParti   닛더피스클럽의 또 다른 ‘엮음'을 위해   “작은 목표 중 하나는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다. 동물해방운동을 하는 새벽이생추어리에서 겨울을 날 때 필요한 돼지 옷이 필요한데 시중에서 돼지 옷을 팔지 않으니까 이불을 많이 쓴다. 그런 돼지에게 뜨개질로 만든 옷을 주면 좋지 않을까. 물론 돼지가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웃음) 아무튼, 필요할 것 같은데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분들을 찾아서 만들어 보고 싶다.” (봄봄)   “닛더피스클럽과 더불어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잘 엮고, 각각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 뜨개질을 통한 효능감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 한강에서 비건 포틀럭 파티를 하며 산호초를 뜨개질했다. 자연스럽게 기후위기와 산호초의 멸종 위기가 나오며 다양한 정보를 나눴다. 뜨개질의 목표가 제품의 아름다움이 아닌, 과정을 통한 또 다른 가치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커뮤니티를 잘 엮고 싶다.” (라일락)   📝 글ㅣ한승희기자로 소셜 섹터에 발을 들여놓은 뒤 다양한 조직에서 매니저, 활동가, 연구원, 기획자로서 이런저런 글을 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들과 현장 이야기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진 | 데모스X5팀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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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등대 편
등대(Lighthouse) 팀은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에서 성평등 문화에 대해서 관련된 보드게임 만들고 있는 팀이다. 보드게임을 통해 단어 블록을 쌓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성평등 및 성소수자 단어나 이슈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는 등대팀을 만나보았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포터가 그럼에도 우리는 참여팀 ‘등대’의 팀원 일리(왼쪽부터), 화영, 혜연, 한결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Parti   서로의 가치가 뭉쳐 ‘등대’가 되기까지   한국에서 무섭게 다뤄지는 성평등,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먼저, 화영의 경우 프랑스에 살면서 소수자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성평등 이슈에도 관심과 경험이 많아졌다. 그런데 화영이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성평등 이슈에 있어서 한국에서는 이미 관심있거나 아는 사람들끼리만 모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다 다양한 사람들이 성평등 관련 활동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런 맥락에서 등대팀의 활동 방향과 개인적인 니즈가 잘 맞았다.  일리 또한 성소수자 주제에 관심이 있었는데 게임을 통해 주변 친구들에게도 성소수자에 대해 소개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아 합류하기로 했다. 특히, 기능적으로나 가치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디자인(inclusive design)에 관한 관심도 있었는데, 이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았다. 혜연은 대학원 친구들을 만나면서 성평등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데, 성소수자 이슈와 성평등에 대한 가치관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다. 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하면서 항상 컴퓨터로만 작업을 했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적인 활동 중심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한결은 이전에 교육이나 환경에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성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 활동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그러던 중 대학원에서 디지털과 융합하여 어려운 문제들을 재밌게 풀어내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 특히, 대학원에서 혜연이 만든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을 보면서 사회적인 이슈를 흥미로운 경험을 통해 풀어낼 수 있구나 알게 되면서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게임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어두운 바다의 길을 밝혀준 등대를 좋아한 한결은 어느 날 학과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교수님이 꺼지지 않는 대학원 연구실의 불빛이 등대 같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았다. 이후 다양한 팀프로젝트의 활동명을 ‘등대’로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학원생은 고단하고 치열하게 지내니까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을 등대로 표현하는 건 자조적인 면이 있지만, 연구자이자 예술가인 우리가 등대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밝히고 그 외연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미로써 등대라고 팀 이름을 정했다.   VR로 혐오표현을 지우는 게임 : 오늘의 행동 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든  '혐오에 대항하는 도구KIT'를 VR로 구현한 게임(자세히 보기) ⓒ오늘의행동   등대의 불빛이 만들어지는 과정   처음에는 여러 보드게임을 직접 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한결이 보드게임 워크숍을 다녀와 책자와 5가지 게임을 들고 왔다. 직접 해보고 논의하면서 어떤 게임을 모티브로 삼을지 함께 고민한 끝에, 자음과 모음을 결합하는 단어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어렵지 않으면서 재밌고 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단어게임에서 어떤 요소를 더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식으로 아이디어를 쌓기 시작했다. 교구를 만드는 과정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납작한 카드 모양의 모형을 준비했다가 우연히 연구실에 있던 정사면체 목재 블록이 눈에 들어와 그걸 활용해 교구로 만들어보게 되었다. 만들어 보니 목재라는 재료가 주는 따듯함이 좋았다. 또 단어를 쌓아간다는 행위도 게임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은 바닥에 두고 조합할 수도, 위로도 쌓을 수도 있다. 단어 블록을 쌓으면 예컨대 책상에 두는 DP(전시용 사진)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려고 한다. 게임 중이 아닌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주고 싶어 고안한 아이디어다.  게임의 취지에 따라서 게임을 할 때 최대한 배제되거나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했다. 포괄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자음과 모음의 글씨체는 다색의 글씨체인  길벗체*를 사용했다. 받침이 없는 단어 블록의 빈칸에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나타내는 프라이드 플래그**도 추가할 수도 있어 시각적으로도 재밌는 요소를 주었다. 마지막으로 게임의 방식은 대부분의 한국이나 아시아의 보드게임처럼 점수제 같은 경쟁방식보다는 협동게임을 중심으로 제안하려고 한다. *길벗체 : 성적소수자 활동가이자 자긍심의 무지개를 고안한 길버트 베이커(Gilbert Baker)를 기리는 길버트체처럼 한글 글꼴 글자색을 무지개색으로 한 한글 글꼴이다. (자세히 보기) **프라이드플래그(pride flag) :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한 깃발이다.   등대팀이 만든 프로토타입 보드게임으로 '빠띠'단어를 만든 모습 ⓒParti   함께 단어를 쌓고 발화하는 시간   발화의 사전적인 의미는 ‘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현실적인 언어 행위’ 다. 한국에서는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의 주제가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이에 대한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전혀 많지 않다. 등대는 보드게임을 매개로 좀 더 일상적으로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 예컨대 ‘퀴어'에 대해 입으로 꺼내고 또 그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것은 성평등 활동가나 성소수자 당사자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 간 대화의 장이 될 것이다. 막상 말해지기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졌던 주제들이 침묵의 무게를 벗고 한편의 후련함을 주지 않을까.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이런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일리)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게임을 해봤다. 뿌리는 같은 곳에서 출발하는데, 뻗어 나가는 가지가 다른 방향으로 가지만 동시에 따뜻하게 한곳에 모여있는 느낌이 들었다. “(화영)   먼저 대학원에 같이 있는 연구실의 동료와 게임을 해보고 싶다. 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단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이 단어 알아? 이게 뭐게.”라고 물어보면서 이런 문화에 익숙해 질 수 있는 활동을 동료와 해보고 싶다.  또한 퀴어동아리 친구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부모님과 게임을 해보고 싶다. 작년까지 퀴어동아리 청소년들과 글을 쓰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게임을 하면서 한 번 더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또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들에게 게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친구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가인데, 특히 그 친구와 부모님과 해보고 싶다. 부모님과 청년, 아이들 세대 간에도 편하게 이야기할 매개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이렇게 점점 확장하다 보면 야외 부스에서 게임을 들고 나가 다른 시민이랑 대화하는 매개체로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등대의 한결과 화영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피드백 살롱'에서 보드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있다. ⓒParti   등대 팀이 밝히고자 하는 앞으로의 변화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다. 패키지도 제작해서 완성품으로 만들고 2차 생산도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예술 공모단체같이 큰 단체들에서 성평등을 주제로 공모가 많이 열리고 작품들도 활발히 나왔으면 좋겠다.” (화영)    “이 프로젝트가 사람들이 꺼내기 무거워하는 주제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논의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해서 관심을 둘 수 있게 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혜연)   “우리의 활동도 학회들에 조금씩 내보내면서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다른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관해 연구하는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일반 창작자나 대중에게도 참고되면 좋겠다. 한국에는 퀴어에 대한 작품이나 활동의 절대적인 양이 너무 적다는게 항상 아쉽다. 등대 팀의 활동처럼 다양한 게임을 만들면서 성평등 활동에 관한 사례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결)   “친구 중에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사실은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른척 하고 싶어하거나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 할수록 되게 재밌다는 점, 오히려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게임을 같이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알면 알수록 다양한데 이를 잊고 살기도 하니까. 자신을 알아가면서 해방을 느끼면 좋겠다.” (일리) 글ㅣ오다움 사람들이 모여야만 경험할 수 있는 순간들에 관심이 있다. 최근에는 경직된 몸을 이완시키는 글쓰기나 움직임 활동을 구상하며 지낸다. 아마추어 정신의 프로가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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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FDSC) 편
“디자이너는 작업물로 말해야 해.” 과거 디자이너와 대화 중 들은 말이다. 그 말을 증명하듯 디자이너들은 항상 포트폴리오를 쌓는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외주를 따거나, 회사 입사 지원을 한다. 그런데 만약 디자이너가 자기 작업물을 포트폴리오로 가져갈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디자이너의 언어가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언어와 말을 없애는 게 과연 맞을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이하 FDSC)는 디자인 업계의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만연한 문제에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이끌고자 한다. 과거 디자인 외주를 맡겼던 여성 디자이너가 내게 말했다. “이거 혹시 제 포트폴리오로 올려도 될까요?” “당연하죠"라고 말하면서도 ‘왜 당연한 걸 묻지?’라는 의구심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 FDSC와의 대화를 통해 그때의 의문이 조금은 풀렸다. FDSC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우디(맨 오른쪽 아래)가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 FDSC’(이하 FDSC)의 팀원 윰(위쪽 중간), 지경(맨 오른쪽 위). 경주(맨 왼쪽 아래), 소미(아래 중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사라지는 것에 ‘왜?’라는 의문을 갖고 시작된 ‘FDSC’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클럽(이하 FDSC)의 시작은 간단했다. 여성 디자이너끼리 모여 정보 공유하고,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모임의 질문이 있었다면, “왜 여성 디자이너가 35세 이상이 되면 사라지는가?”였다. ‘사라진다’에 집중된 것. 그러던 중 사라지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왜 사라지는가에 집중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이 의문을 갖고 그렇게 되는 문제를 하나씩 뒤집어 보자고 생각하고 운영하게 됐다. “모임을 통해 나보다 가진 게 많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또, 다양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눠서 목소리를 내면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FDSC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겠구나 생각했다.” (소미)   “참여 계기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디자인 업계에서 느꼈던 공통 분모가 있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디자인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점점 디자인 업계를 떠나는 걸 보면서 더욱더 갈구 했던 것 같다.” (윰)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신청했다.” (경주)   “디자이너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주변에 아는 디자이너가 많이 없어서 외로웠다. FDSC에서 동료가 많이 생기고, 관심사 표출도 가능했다.” (지경)   동료가 필요해서 들어온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에 관심도 많았다. 또한, FDSC의 활동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내가 차별을 받았구나, 평범하지 않았구나.”라는 걸 자각하기도 했다.   나만의 디자인으로 존중하는 문화, FDSC에 남아있게 하는 힘   FDSC의 매력은 다양하다. 이곳에 오면 일로 쌓인 긴장감을 풀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된다. 디자이너들은 멋진 결과물을 만든다는 인식이 있다. 때론 나와 다른 디자이너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 점이 긴장을 만든다. 하지만, FDSC는 그런 게 없다.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작업물이 있다.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그게 존중받는다.   “이 안에는 너무나 많은 디자이너가 있고, 다양한 작업물이 있다. 그 때문에 나도 나만의 디자인이 있고, 내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지경)   “기존 디자인업계는 항상 스타 디자이너만 주목하고, 그런 사람들이. 인터뷰나 행사에 초청받는다. 그러나 FDSC에서는 꼭 스타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사람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게 쌓인 긴장도를 해소할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매력이다.” (윰)   활동을 하면 할수록 긴장도가 내려간다. 또한 그 과정에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일에서 오는 번아웃이 해소가 된다. 그것이 FDSC에 남아 있게 되는 힘인 것 같다.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다. FDSC를 통해 무언가를 할 수 있고, 여기서 알게 된 걸 현장에서 직접 말해 변화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힘을 얻는 게 매력이자 장점이다.   디자이너의 ‘몫+소리’를 지켜내기 위해   그럼에도 우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겪는 불공정 계약이나 법적 분쟁에 대응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콘텐츠는 칼럼 형태다. 변호사님과 3편을 만들고, 노무사님과 2편을 만든다. 현재 3회 분량 녹음이 진행됐고, 3회가 공개된 상태다. 칼럼은 FDSC와 협력하고 있는 변호사님이 작성해 주신다. 디자이너들이 겪는 사연을 모아서 변호사님께 전달해 드렸다. 전달해 드린 내용은 디자인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법적 문제점 등이다. 이 부분에 변호사님이 답변하는 형태로 칼럼이 진행된다. 이 콘텐츠를 통해 공정한 계약과 협상, 디자이너 본인의 권리를 지키는 법에 대한 법률 정보를 알리려고 한다. 12월 2일(토)에는 디자이너 각자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진행했다. 꼭 디자인 업계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 40명 정도 규모로 계획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행사에 함께 해주셨다.   디자이너의 목소리로 여성의 일을 말하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통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디자이너가 법을 근거로 대응하는 방법을 들을 수 있다. ⓒFDSC   FDSC 활동 자체가 디자이너로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말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중에 여성 비중이 높다. 70% 이상이 여성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의 수는 많지만 정규직 형태가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외주를 받을 때 회사와 비교하면 협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개인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벅찬데 법적인 권리를 찾아 배우는 게 쉽지 않다. FDSC의 활동이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내 권리를 알려주고 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현실적인 면에서 계약서를 잘 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여성 프리랜서 비율이 70% 이상으로 높다. 회사와 계약을 진행할 때 협상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런 여성 디자이너들이 혼자 전전긍긍 하는 게 아니라,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생각한다.” (소미)    또한 비단 여성에게만 도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약자를 위한 무언가가 존재할 때, 그것이 모두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FDSC 활동도 여성만 혜택을 받는 게 아니라. 소수자 혹은 약자 위치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약자에 대한 권리를 옮기는 게 아니라 모두의 권리를 옮기는 것이다.   12월 2일(토)에 진행한 ‘법딱뚝딱' 행사 장의 모습.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법 지식을 다루고 있다. ⓒFDSC   FDSC가 꿈꾸는 변화   현재 팟캐스트를 3화까지 녹음했다. 내용이 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다. 디자인권, 저작권 권리 관련 내용을 다뤘다. 결론적으로 현재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바꿔야 할 부분도 많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면, 작업물이 회사에 귀속되어 내가 쓰지 못하는 게 현재 법이다.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로 말하는데, 내 작업물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법은 이런 디자이너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회사와 협약을 통해 바꿔야 한다. 시작은 작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확산이 된다면 디자인 업계 전체에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렇게 하고 싶다.   “최근 스타트업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계약서상 내용을 변경했었다. 저작물이 회사에 귀속된다는 부분이었다. 스타트업에 직접 말씀드려서 수정했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전혀 몰랐다며 오히려 고마워하셨다. 이런 점에서 자신감을 얻고,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경주)   FDSC의 프로젝트 강연 ‘법딱뚝딱'의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의 모습 중 ⓒFDSC   FDSC 팟캐스트를 통해 디자이너가 아님에도 디자이너 문화에 대해 이해했다는 분들이 계셨다. 꼭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프리랜서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되는 내용이 많을 거 같다. 이렇게 그동안 넘어갔던 부분들을 되짚어 보고, 문제를 제기를 함으로써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팟캐스트도 그런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를 상상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목소리를 내고,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다. FDSC에서 내 목소리를 내는 경험이 쌓여서, 내 권리와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지경)   “법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고, 개선되어야 하고, 더 편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법이나 법정이 염라대왕 앞에 가는 느낌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그처럼 법에 대한 거리감을 좁혀보고 싶다. 법적으로 주장하지 못할 때, 같이 권리를 요청할 수 있는 연대가 강화됐으면 좋겠다.” (윰)   “'디자인 업계가 디자인 작업만 잘하면 되고, 다른 건 문제가 아니야' 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권력이나 높은 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일에서 소외된 채 기존 질서에 따라가거나 참고 견딘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외된 사람들은 본인들의 경험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디자인하면서 접해야 하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인식개선을 하고 싶다. 이런 활동이 넓게 보면 디자인 업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궁극적으로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 또한 디자인업계에 들어오는 후배들이 억울하거나 부당한 경험을 더 이상 겪지 않도록, 앞으로의 나에게도 이런 일을 미연에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고 싶다.” (소미)   “법이나 저작권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다. 다양한 분야에서 바꿔야 할 부분들을 개선하는 활동을 하다 보면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향후에는 내가 기획해서 목소리를 직접 내보고 싶다.” (경주)   글ㅣ윤성민 한량이다. 말과 글,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많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해내려고 한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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