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어두울수록 빛나는 연대의 행진 - 2024년 총선에서 여성 주권자가 행동하고 심판해야 나라가 바뀐다-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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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현경(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총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그러나 답답하기만 하다.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다고 해서 나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현실의 한국 정치는 주권자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기간에는 기존 정당을 탈당해서 새로운 정당들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정치집단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고 갈라치기 한 정치인들이 나라를 바꿀 적임자라며 개혁 운운하며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상호비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매일 수많은 뉴스에 정치인, 국회의 소식이 등장한다. 그러나 ‘정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국회에서 몸싸움을 하거나, 서로 비난하는 장면이다. 이러면서 ‘정치’는 주권자들에게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보기 싫은, 관심 갖고 싶지 않은 영역이 되어버렸다. 한 언론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는 신뢰 15.4%, 불신은 82.1% 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정치’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국회는 우리의 삶을 좀 더 낫게 만드는 법제도를 만들고, 그에 대한 예산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기도 하다.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은 주권자(국민)를 대신하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이 국가의 중요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고 되어있다. 이에 우리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고 그들은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 이에 주권자인 우리는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우리를 대신해 국회와 정부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주권자인 나의 의사가 잘 반영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요구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대선시기 부터 안티 페미니즘을 이용하고,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며, 아무런 근거나 논리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걸고 나왔다. 그러나 다행히 국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안이 담긴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여성가족부는 존치되고 있지만 사실상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못하자 정부 정책에서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삭제하고 있다. 양성평등기본계획에서 ‘여성폭력’을 ‘폭력’이라고 바꾸고, 여성가족부가 매년 발표하는 ‘통계로 본 여성의 삶’을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꾸었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의 차별과 폭력 해소를 위한 정책을 없애고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이러한 퇴행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가속화 되고 있다. 관련 지자체의 부서가 통폐합 되거나 여성·성평등 관련 정책과 예산이 축소·폐지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성을 비롯한 시민의 삶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먹고 살기 힘든 국민 삶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각자도생 사회, 공정이라는 이름하에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사회이다. 어떤 방법을 쓰던 살아남는 사람이 옮은 사람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여기에서는 차별 받거나, 다른 사람보다 뒤처져 있는 사람은 능력 없는 사람, 문제 있는 사람,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일하는 사람의 인권과 노동권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침해당해도 되는 참아야 하는 문제로 취급되고,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폭력의 실질적인 해결은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난방비와 전기세도 급격히 오르고 있지만 일하는 사람들의 급여는 오르는 물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0% 적고, 여성은 남성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의 우리의 삶은 어렵고 힘들어도, 더 나은 미래가 우리에게 있다면 지금의 답답함과 우울함을 조금 나아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가 퇴행하고 있어 그런 희망을 혹은 괜찮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퇴행을 저지하고 모두가 배제되지 않고, 경쟁이 아닌 공생을 위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주권자인 우리 손에 달려있다. 정치가, 정치인들이 문제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그 중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선거에서 제대로 된 투표를 하고, 대리자인 정치인이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잘 만들고 있는지 예리한 눈으로 감시하고, 때로는 지지하고, 때로는 요구하는 것이다. 안전하고 좀 더 나은 나의 일상은 시민으로서 나의 역할과 권리를 제대로 행사 할 때 만들어진다. 주권자이자 유권자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국회와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987년 창립 이후부터 수많은 여성시민들과 정치영역의 변화를 위해 활동해왔다. 정치영역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여성 정치대표성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유권자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또한 여성연합 지부와 회원단체, 연대단체가 총선 젠더정책을 마련하여, 각 선거 시기 때마다 이슈화하여 이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또한 총선 기간 동안 핵심 젠더 정책을 각 정당에게 질의하여 답변을 받아 공개하였다. 예를 들면 지난 2020년 제20대 총선에서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묻고, 결과를 공개하여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었다. 이번 총선을 앞둔 현재에도 각 정당에게 젠더정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는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앞서 작년에는 제22대 총선에 요구하는 젠더정책을 마련하였다. 제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젠더정책 과제들은 크게 ▶ 돌봄·기후정의 실현평등한 시민적 삶 보장 ▶ 모두가 평등하게 일할 권리 보장 ▶ 젠더폭력 없는 존엄한 일상과 권리 보장 ▶ 모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 평등하고 정의로운 젠더관계를 위한 사회문화 조성, 6개 영역으로 분류했고, 이 가운데 특히 제 22대 국회에서 주력해야 할 24개의 핵심 젠더정책을 꼽았다.

 

[핵심 젠더정책 과제] 제22대 국회에 요구하는 총선 젠더정책 자세히 보기

 1. 돌봄권 확보의 시작 : 주35시간제 도입

2. 성평등한 기후 정책 수립

3. 국가 성평등 정책 전담부처 '여성가족부' 유지·강화 등 성평등추진체계 강화

4.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5. 다양한 가족·공동체를 포괄하는 법제도 마련

6. 보편적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

7. 결혼이주여성 체류 안정성과 한부모 이주여성의 사회보장권 보장

8.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9.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 보장 및 농민기본법 제정

10. 북한이탈여성을 위한 심리상담 치유 및 가족상담 지원의 확대

11. 여성의 정치 대표성 확대

12.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권 확보

13. 성평등 공시제 법제화

14. 강간죄의 구성요건을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개정

15. ‘가정 보호’가 아닌 ‘피해자 인권’ 중심으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전면 개정

16. 성매매·성산업 확산을 막기 위한 법 개정 및 강력한 법 집행

17. 사이버 공간 내 성적괴롭힘의 입법공백 보완책 마련

18.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 강화 및 적극적 활용

19. 군 주둔지역 성착취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정

20. 피해자 명예훼손 처벌 강화를 위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개정

21. 공공임대주택 확충 및 주거제도 개선

22. 임신중지 의료접근성 및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23. 공영방송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

24. 힘을 통한 평화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 구축

 

또한 지난 12월,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가 출범했다. 전국의 146개 여성시민사회단체와 개인 주권자들이 함께하는 ‘어퍼’는 성평등한 국회,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주권자들의 목소리와 힘을 보여주어 총선을 넘어 국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모였다.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그동안 여성과 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고 외면해온 남성 기득권 정치를 타파하고 제22대 국회에서 여성·성평등 정책의 강화를 이뤄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다양한 시민 참여, 국회 촉구 활동, 성평등한 지역사회를 위한 방안 마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총선을 한 달 앞둔 3.8 세계여성의 날 당일, 전국 여성 주권자의 힘과 목소리를 결집해내는 어퍼 ‘대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는 더 이상 분노와 무력감만 느끼고 있을 수 없다. 주권자인 여성과 소수자 삶을 외면하고 퇴행을 거듭한 정치에 책임을 묻고, 정당이 어떤 젠더정책을 공약으로 만드는지, 공천 과정에 젠더 관점이 반영되어 있는지, 어떤 후보자가 앞으로 우리를 대변하여 나라를 잘 운영할지 제대로 따져 묻고 감시해야 한다. 기득권만을 대변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아니라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왔던 여성과 소수자를 대변하는 민주주의로 거듭나도록 전국 곳곳에서 우리의 힘을 모아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함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부정의를 해체하고 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시민의 삶에 평등과 존엄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이제는 행동해야 한다.

 

※ ‘어퍼’의 의미 :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바꾸는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불평등한 세상에 맞서 성차별·불평등한 세상을 뒤집어엎고, 모두의 평등한 삶을 보장하여 삶의 질을 높인다(u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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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책기조가 변해왔고 이에 대한 대응 활동 모두 공감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알 수 있도록 잘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핵심 젠더 정책 과제'에 공감합니다. 실존하는 차별을 마치 없는 것인양 이름을 지우고 덮는 건 갈등 해소나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많은 정치인들이 그렇게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성 주권자로서 더 많이 말하고, 자각하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후보자들에게 관련 정책을 요구하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의미있는 시도들이었지만 4년동안 큰 변화가 있었는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네요. 그럼에도 꾸준히 젠더 정책을 요구하는 시도들이 있어야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올해는 젠더 정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가 많이 당선되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