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1. 내게 질문을 만들어 주었던 사회 현상은 무엇이었을까?
'딥페이크 기술 기반의 성적 불법 합성물 제작' 검거된 가해자들 중 70% 이상이 10대 남성들이었던 것에 사회 문제로서 연구하고 싶다는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젠더 기반 폭력의 원인은 잘 못된 남성문화/남성성 등의 이유에서 찾습니다. 남성성의 변화, 대안적 남성성의 내용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유사하게 남성으로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가부장제를 경험하지만 어떤 남성은 반성폭력 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어떤 남성은 가해자로, 방관자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사이를 결정 짓는 경험적, 사회적 요인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걸 고민해보면 다른 남성성을 구성하기 위한 정책, 교육, 시스템의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요. 지금부터는 글을 좀 많이 써야해서.... 다체로 쓰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 주제 관련 선행연구, 자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젠더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 GBV)은 성차별적 권력 구조와 불평등에서 비롯된 신체적, 심리적, 성적 폭력을 포함하며,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UN Women, 2020). 젠더기반 폭력은 주로 남성 가해자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는 남성들이 학습하고 내면화한 성 역할과 남성성의 형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기존 정책들은 주로 피해자 지원과 가해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폭력의 근본적 원인인 남성성의 문제를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Heise, 1998).
2-1. 젠더 기반 폭력이란 무엇일까?
젠더기반 폭력은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한 권력 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폭력을 의미한다. 이는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 폭력, 직장 내 성희롱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여성에게 주로 가해진다(Heise, 1998).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성의 약 30%가 일생 동안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보고한다(WHO, 2021). 이는 젠더기반 폭력이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한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국제 사회는 1993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에 대한 폭력 철폐 선언을 통해 젠더기반 폭력을 인권 침해로 규정하며, 각국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UN, 1993). 최근 유엔 여성기구(UN Women)와 WHO는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예방 중심의 접근과 남성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는 남성들이 기존의 성 역할과 남성성을 재구성함으로써 폭력을 예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2. 남성성/들에 대한 논의와 젠더 기반 폭력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남성성(Masculinity)은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 고정된 본질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구성된 성 역할과 규범을 의미한다(Connell, 1995). 이는 남성들에게 특정한 기대와 행동 양식을 부과하며,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 내용이 변화한다. 남성성에 대한 연구는 남성의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강조한다.
라윌린 코넬(Raewyn Connell)은 남성성에 대한 논의를 확장하며, "남성성/들(masculinities)"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코넬에 따르면, 남성성은 단일하고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서 복수의 남성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남성성들은 상호작용하며, 권력 관계에 따라 특정 남성성이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Connell, 1995).
가장 대표적인 남성성의 유형은 헤게모니적 남성성(hegemonic masculinity)이다. 이는 사회가 이상화하고 권장하는 남성성으로, 경쟁과 권위, 감정 억제를 강조하며 여성과 비주류 남성성을 지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남성들은 이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내면화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단순히 여성 억압에 머물지 않고, 다른 남성들 사이에서도 종속적 남성성(subordinated masculinity)과 소외된 남성성(marginalized masculinity)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Connell, 1995).
다른 학자들은 남성성의 형성과 수행에 있어 남성문화와 강간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Anderson과 Umberson(2001)은 남성들이 특정 문화적 규범을 따라갈수록 폭력적인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거나 심지어 장려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남성들 사이에서 폭력을 사용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거나 유지하려는 동기를 강화한다. **강간문화(rape culture)는 이러한 규범의 한 형태로,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정상화하거나 축소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한다(Buchwald et al., 2005). 이러한 문화는 남성들로 하여금 성적 폭력을 통해 권력과 지배를 유지하게 만든다.
남성성 연구는 남성들이 폭력을 수행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틀을 제공한다. 남성성은 사회적 기대와 규범을 통해 구성되며, 특히 권력과 지배의 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동조적 남성성(complicit masculinity)을 수행하는 남성들은 직접적인 폭력에 가담하지 않지만, 기존 성별 권력 구조의 혜택을 누리며 폭력을 묵인하거나 방관한다(Connell & Messerschmidt, 2005).
2-3. 인셀과 남성성(한국성폭력상담소 폭주하는 남성성 강의 참고)
인셀(Incel)은 "Involuntary Celibates(비자발적 독신)"의 줄임말로, 이들은 연애와 성적 관계에서 소외된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집단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남성성 연구와 젠더기반 폭력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셀 집단은 주로 여성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표출하며, 자신들의 소외를 여성과 성평등 담론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Kimmel, 2017).
인셀 현상은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실패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Connell(1995)에 따르면, 사회가 남성들에게 강요하는 이상적인 남성성(성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을 달성하지 못한 남성들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며, 자신들의 실패를 외부로 투사하게 된다. 특히, 인셀 집단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적 욕망과 혐오가 정당화되며,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폭력과 여성 혐오를 조장하는 강간문화(rape culture)와 맞닿아 있다(Buchwald et al., 2005).
Kimmel(2017)은 인셀 현상을 연구하며, 남성들이 전통적인 남성 규범을 달성하지 못할 때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폭력적인 담론을 강화하며, 가상 공간에서 시작된 혐오와 폭력이 현실 세계로 옮겨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201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생한 인셀 범죄는 인셀 집단이 가진 극단적 젠더 이데올로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인셀 현상은 남성성이 어떻게 왜곡되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는 성 역할과 남성성을 둘러싼 사회적 기대가 개인의 실패를 폭력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경고하며, 긍정적 남성성의 형성과 젠더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2-4. 그렇다면 내가 이야기하는 긍정적인 남성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연구들은 긍정적 남성성(positive masculinity)이 기존의 폭력적이고 지배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긍정적 남성성은 남성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상호 존중의 관계를 형성하며, 돌봄과 협력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강조한다(Seidler, 2006). 이는 남성들이 더 나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며, 젠더기반 폭력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Levant & Richmond, 2007).
긍정적 남성성의 형성에 기여하는 또 다른 학자로는 Michael Kimmel이 있다. 그는 남성성의 변화가 단순한 행동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불평등과 남성 특권에 대한 인식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Kimmel, 2012). 그는 남성들이 성평등을 위해 연대하고, 자신의 특권을 인식하며 이를 해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정 표현과 취약성의 수용은 남성들이 강요된 남성적 규범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필수적이다.
또한, Barker et al.(2011)은 "MenCare"와 같은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남성의 돌봄 역할을 장려하는 것이 긍정적 남성성의 중요한 요소임을 제안한다. 돌봄과 양육에 참여하는 남성들은 기존의 가부장적 규범을 재구성하며, 성평등한 관계 형성에 기여한다. 이러한 참여는 남성들이 폭력적 성향에서 벗어나, 평등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도록 돕는다.
Terry Kupers(2005)는 긍정적 남성성의 요소로 감정의 자유로운 표현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강조한다. 그는 남성들이 기존의 억압적 남성성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에게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것을 배울 때, 더 평화로운 사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변화는 남성들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폭력에 의존할 필요성을 줄인다.
긍정적 남성성은 또한 비폭력적 갈등 해결을 지향한다. 남성들이 협력적 의사소통과 상호 존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할 때, 폭력을 예방하는 중요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Buchwald et al., 2005). 이는 가정 내 폭력과 직장 내 성희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접근법이다.
3. 뇌피셜! 어떤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영향을 줄까 - 긍정적 남성성에
- 가정 내 역할 분담 경험
-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수행하는지에 따라 긍정적 남성성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돌봄과 양육 경험은 남성들이 전통적인 성 역할에서 벗어나 상호존중의 관계를 형성하게 합니다(Barker et al., 2011).
- 예시 변수: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비율", "돌봄 활동에 대한 만족도"
-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및 유지
-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속하거나, 친구와 동료 간의 상호 존중 관계를 경험한 남성들은 긍정적 남성성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예시 변수: "성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교류 경험", "친구 및 동료와의 협력적 관계 정도"
- 전통적 남성성 규범에 대한 저항성
- 전통적인 남성 규범(예: 감정 억제, 권위적 태도)에 저항하는 남성들은 긍정적 남성성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Kupers, 2005).
- 예시 변수: "감정 표현에 대한 태도", "전통적 성 역할 규범에 대한 동의 수준"
남성성이라는 동태적인 것들의 세대 구분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양적인 통계로 함께 실증해볼 수 있다는 것에도 연구적인 의의가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관련된 격려와 자료, 코멘트는 언제든 환영입니다.
코멘트
10글을 읽으니 가해자에 대한 설명 모델이 단일화 돼있고 이에 따른 한계가 분명하다는 문제 의식이 생겼어요. 남성성이라는 개념을 정량화해서 살피겠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어떻게 풀어가실지 궁금합니다!
좋은 연구주제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연구에서 무엇이 맞는지 정의해나가는 연구가 제일 어려운 연구라고 생각해요.. ㅎㅎ 탐색적 특징을 가진 연구와 확인적 특징을 가진 연구를 살펴보시면 주제 선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공유드립니다.
https://scienceon.kisti.re.kr/srch/selectPORSrchArticle.do?cn=JAKO201732663194436
동희님이 잘 정리된 글 덕에 기존 뜨문뜨문 알고 있던 (인셀과 같은...) 내용들을 더욱 자세히 보게 될 수 있었어요. , 실현 가능한 연구주제로 어떻게 만드실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리터러쳐 리뷰를 통해 충분히 나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흐르는 개념인 남성성을 어떤 제한된 시간(ex. 보수정부 집권 시기...), 특정 사건과 담론 차원과 연관지어서 보신다면 더욱 용이하시지 않을지 작은 의견을 붙여봅니다. 화이팅입니다 !
독감에 걸리셔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성해주신 에세이를 읽으며 남성성이라는 개념과 요즘 유행하는 알파메일, 인셀 등의 용어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방대한 연구를 진행하시게 될 앞으로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여성의 워킹과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남성의 인식과 관련한 페이퍼를 본 적이 있는데, 남성이 워킹에 대해서는 평등주의적인 편이나,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는 것을 봤어요. 우리도 모르게 습득하는 사회문화나 집안의 분위기(특히 아버지가 가족을 대하는 태도)등이 그 사람이 인식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다면서 논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방면에서 실질적인 인식의 배경이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 남성성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 수고하셨습니다
독감을 뚫고 글을 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연구 끝까지 응원할게요~
'남성성들'이 과거와 현재에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자세히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똥글똥글 님의 글을 통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젠더기반 폭력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성 측면에서 남성성과 젠더폭력을 이해하는 경향에 대한 시각의 한계를 짚어주신 것에 크게 공감합니다!!
남성에 의해 연구되는 '남성성'이라는 주제가 흥미롭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해요. 동희 님의 연구가 젠더갈등을 새롭게 해석하는 또 하나의 렌즈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인셀이 여성혐오를 일삼지만, 정작 이성과의 연애와 결혼에 목말라있고, 여성의 삶과 인권을 향상하는 것에는 색안경을 가지고 보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꼈습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응원할게요!
젠더 기반 폭력과 남성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표에서 말씀하신 것 처럼 남성성도 시대에 따라 변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네요~ 동희님의연구 여정에 힘찬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박수를 드립니다. 화이팅!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해서 남성들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접근이 굉장히 본질적이고 또 필요한 접근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실 남성성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가 터부시 될 수 있는 주제임에도 이 부분을 짚고 나아가는 것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겠다는 부분이 크게 납득이 됩니다.
동시에 남성성이나 젠더기반폭력을 둘러싼 사회적 요인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본다는 점에 대해서도 기대가 됩니다. 경제성을 넘어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러 요인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그 실마리를 찾는 데에도 분명 필요한 작업이 될거라 생각해요. 다소 범위가 넓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일부 요인과 남성성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먼저 하나하나 보더라도 흥미로운 연구가 될 거라 생각해요!
특히 필요한 연구이고 또 동희님이 해주실 수 있는 연구라 생각이 들어서 계속해서 연구를 지속해 나가시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연구를 계속 지지하고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