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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의 시간, '존버'하는 우리를 위해
2016년에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미투 공론화, 2020년 N번방, 그리고 작년 여성가족부 폐지 논의까지 우리는 수많은 백래시를 목격하고 경험해왔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사업으로 4년째 이어왔던 버터나이크 크루 역시 작년 여름 일방적인 통보로 하루아침에 활동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죠. 하지만 버터나이프 크루 참여팀들과 협력 파트너인 빠띠는 사업 중단 이후에도 ‘그럼에도 우리는’이라는 이름으로 성평등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그 의미를 돌아보며 백래시의 시대에 멈추지 않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로의 경험을 꺼내고 연결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초청 패널과, 프로젝트 참여 크루와, 시민들이 백래시를 주제로 함께 꺼낸 경험과 대안의 목소리는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이 글은 지난 1월 진행한 ‘2023 그럼에도 우리는 성평등페스타 - 우리는 멈추지 않아’ 토크콘서트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 글 입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윤가현 : 안녕하세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윤가현이라고 합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에서 저랑 이름이 같은 가현이들을 만나 여성의 아르바이트 노동과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가현이들>, 그리고 2016년 강남역 사건 이후 만든 ‘불꽃페미액션’이라는 페미니스트 단체를 4년 동안 기록한 <바운더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슬기 : 안녕하세요. 저는 백래시가 가장 극심했던 작년과 재작년 서울신문에서 젠더 담당 기자로 일했던 이슬기라고 합니다. ‘일했던’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제가 지난달에 퇴직을 했거든요.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나임윤경 : 저도 반갑습니다. 저는 사실 오늘 여기 도착해서 ‘내가 잘 온 건가’ 살짝 생각했어요. 일단 패널 평균 연령을 좀 많이 높여놓은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나잇값을 좀 해야 될 텐데 어떤 얘기를 해야 나이 값을 할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수달 : 저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담롱’이라는 팀에서 함께하고 있는 수달이라고 합니다. 담롱은 ‘서로가 서로의 편이 될 수 있도록’이라는 슬로건으로 소수자 의제를 다루는 인터뷰 영상들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에서도 지역 커뮤니티를 찾아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Q. 여는 질문으로, 각자 생각하는 '백래시는 OOO다'라는 짧은 한 마디를 부탁드릴게요! 수달 : 저희 팀원들한테 한번 물어봤어요. “애들아 백래시가 뭘까?” 하나로 모인 답변은 “정.말. 싫.다."였어요(웃음). 맞지 않을까요? 저희가 이렇게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단어로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당연히 너무 지긋지긋하다, 너무 싫다, 너무 짜증 난다,라는 의미였다고 해석해봅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답변은,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스트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 스스로를 주저하게 하고, 서로 연결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들렸고, 되게 공감이 됐어요. 윤가현 : 저는 ‘우리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일련의 사건들을 우리가 백래시라고 불러줄 수 있는 이유도 운동의 주체인 우리가 있기 때문이고, 저는 노동 운동이든 페미니즘 운동이든 운동이라는 건 파도와 같아서 어떤 ‘벽’에 부딪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척 견고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백래시의 주체들 입장에서 본다면 우리가 또 굉장히 노골적인 인간들이잖아요. ‘너네가 뭔데 갑자기?’라거나, ‘왜 너 뭐 돼?’라고 생각할 만한. 이슬기 : 방금 감독님 얘기 들으면서 백래시를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시는 것에 저는 어떤 감탄(?)이 들었어요. 저는 기자 생활 10년 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직접적인 역풍 혹은 공격을 받는다는 느낌을 백래시 기간에 처음 느꼈거든요. 사실은 저도 의연한 마음으로 백래시를 맞이하고 싶지만, 제게 지난 2년간 백래시는 집요하고 조직적인 공격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느꼈어요. 그전에는 오히려 저는 좀 백래시에 대해 ‘성차별적인 구조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관성’ 정도로 치부했거든요. 사건 사고의 피해자분들을 숱하게 보면서도 ‘그럼에도 내 일'이라는 생각을 크게 못했는데, (여가부 관련 사건들과) 유독 깊이 붙어있으면서 힘든 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나임윤경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공공기관에서 잠깐 일을 했는데요. 거기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고 하는 제목의 굉장히 좋은(!)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게 이슈가 돼서 국회의원과 변호사들이 달라붙어서 명예훼손이라고 욕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런 과정을 느끼면서 들었던 생각은 백래시라는 게 되게 “최근 일인 것처럼 이슈가 되지만 옛날부터 했던 문제제기들을 한결같이 외면하고 있다가, 페미니스트 영향력이 확대되니까 화들짝 놀라고 있는 현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각자의 자리에서 느낀 경험들이 다른 듯 비슷한 게 인상적이네요. 백래시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 혹은 어려움은 뭘까요?  나임윤경 : 사실 저는 오늘 여기 앉아계신 분들하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페미니즘의 언어가 조금 어렵지 않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여기 앉아 계신 분께 마이크를 넘겨서 “구조적 성차별이 뭐예요?”라고 설명을 부탁드리면, 느낌으로는 아는데 실체가 무엇인지, 성차별을 당한 당사자들은 감각적으로 그걸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거든요. 백래시는 그 이해를 잘못하면서 너무 겁을 먹고 혹은 겁 먹은 척하고 일어나는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제 직업상 좀 더 설득적인 언어를 개발해내고 대중적으로 유포하는 일에 백래시를 해체하는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달 : 바로 그 겁 먹은 분들 이야기를 좀 더 해볼게요. 저희 담롱 팀에서도 페미니즘이나 여성노동 같은 주제로 영상을 올리면 여전히 좌표가 찍히고 악플이 달려요. 좌표 찍는 방법도 악의적이에요. 영상을 캡쳐해서 저희 메시지는 쏙 빼고 입맛대로 편집을 해서 그걸 이미지로 이어붙인 다음에 커뮤니티 등지에 뿌리면 그분들이 찾아오셔서 이제 열심히 댓글을 달아요. 이슬기 : 수달 님 말씀과 저도 조금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악플에 되게 초연한 편이거든요. 근데 저희 부모님이 초연하지 않아서, 요새도 대댓글을 많이 달고 계세요. 이 기자 나쁜 사람 아니라고(웃음). 저희 부모님은 진짜로 상처를 받으셔서, 그때 정말 이런 식의 공격이 정말 효과가 있구나, 라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수달 : ‘페미니즘 정치' 관련한 인터뷰 영상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런 걸 올리면 진짜 페미니즘 정치에 관심 있는 분들이 올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좌표 찍어 욕하는 분들이 사서 검색을 해서 들어오시더라고요. ‘페미니즘 정책’이라는 키워드 영상에 남성 시청자의 비율이 70%인데, 유입 경로나 검색 키워드를 보면 대부분이 ‘페미니즘 참교육’ ‘페미' 이런 것들이에요. 다양한 검색어를 조합해서 굳이굳이 찾아오여서 굳이굳이 댓글을 남기시더라고요. 이슬기 : 비슷하게, 여성 페미니스트 인터뷰를 기사화했을 때 착한 반응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거든요. 그건 그냥 인터뷰이에게 몹쓸 짓이 아닌가. 제가 오히려 대놓고 욕 먹을 판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런 악플을 받고 저한테 댓글창을 내려달라고 해 주셨던 분도 계셨고요. 제가 받는 아픔에는 스스로 조금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면, 익숙하지 않은 분이 그런 일을 겪는 것을 제가 보호할 수 없고, 그분의 행보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데서 오는 주저함이 있죠. 요청을 주저하거나, 저도 모르게 “그럼 익명으로 하실래요?”하기도 하죠. 익명 인터뷰는 힘이 없는 걸 아는데도. 자꾸 이런 식으로 제가 작아지는 그 모습이 백래시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을 해 가야 되니까 그런 면이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윤가현 : <바운더리>라는 영화 편집할 때 한창 편집이 너무 하기 싫어서 여초 카페를 들락거린 적이 있거든요. 거기 익명 게시판에 어떤 여자가 둘이서 얼굴도 모르고 닉네임도 모르는데 만나서 동반 자살을 하려다 실패했다라는 기사가 나가고, 카페가 완전 난리가 난 거예요. 그 익명 게시판을 닫아야 된다, 자살이나 죽고 싶다라는 단어 금지화시켜야 된다 등등 되게 많은 논의가 오가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제가 들었던 고민은, ‘너무 많이 죽는다.’ 20대 여성이 너무 많이 자살을 한다는 거였어요. 여성들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죽기까지 하는 것, 그게 저한테는 가장 두려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정책이 나아진다고 그 여성들이 죽는 걸 붙잡을 있을까, 그런 고민들은 있습니다. Q. 가볍지 않지만 비관적이지도 않은, 대안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어떨까 싶어요. 백래시의 범람 속에서도 성평등 활동이 계속 연결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이슬기 : 앞서 기사나 영상에 선플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는데, 또 없지는 않아요. 이전에 어디 강연을 갔다가 마치고 나오는데 어떤 분이, “기자님 기사 잘 보고 있다”라고 하시면서 “근데 댓글이 엉망진창이던데 거기에 힘을 못 보태드려서 죄송하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좀 많이 놀랐어요. 저도 짠하고 서로 짠한데, 한편으로 그런 기운들이 이 백래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윤가현 : 저는 가끔 지역에 가서 영화 상영을 하는데, 할아버지나 할머니 분들이 무료상영이라고 하니까 무조건 와서 보시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는 막 찌찌도 나오고, 여자들끼리 손 잡고 행진하고 이러는데 보시다가 이거 뭐야 소리지르고 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되게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놀랐던 건, 솔직함들이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는 거였어요. 페미니스트랑 동성애랑 무슨 상관이냐 이런 되게 정직한 질문을 해 주시기도 하고, 예전부터 여성들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오고 있다는 걸 나누기도 하고, 이런 시간 속에서 저도 약간 페미니스트로서 편견 없는 마음을 좀 가져야겠다 생각을 했어요. 꺾이지 않는 마음을 좀 더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스스로… 수달 : 페미니스트 커뮤니티나 성평등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저희 지역에 내려가서도 많이 드렸거든요. 청주, 대구, 지리산에서 받은 대답들을 모아봤는데, 놀랍게도 대답들이 너무 비슷한 거예요. ‘할 수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리고 우리는 우정으로 뭉치는 게 즐거운 공동체’라는 것. 때로는 여가부 폐지 반대나 여성혐오 반대 시위에도 나가고, 때론 지역사회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공동체적 해결방안도 고민하다가, 또 어떤 때는 망한 섹스썰 파티를 하고, 내 최애가 얼마나 빠는지 얘기를 하고, 연말 파티를 하고, 잔디밭에서 보물 찾기를 하고, 그런다는 거예요. 그런 일상화된 활동이 늘 같이 가는 게 지치지 않고 즐거울 수 있는 마음인 것 같아요. 힘든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즐거운 일도 하고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길티 플레져도 꺼내서 한번 얘기해보고 우리에게 너무 엄격하지 않고 그래야겠다!는 생각. 윤가현 : 한 가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그 마음만으로도 관심만으로도 저는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페미니스트로서 뭘 해야지 막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지금은 좀 쉬어도 되고 언제든 돌아와도 괜찮으니, 강박으로 함께 하지 않아도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이슬기 : 저도 좀 비슷한데, 페미니스트로 살면서는 약간 성공은 좀 작게 느껴지고 실패만 크게 와 닿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에 많이 좋아진 줄 알았는데 신당역 사건을 겪었을 때의 어떤 처참함. 엄청난 실패인 건 맞지만, 그 사이에 저희가 조금씩 이루어 온 것들이 있거든요. 버터나이프크루 보면서도 같은 마음이에요. 제가 여가부 출입할 때 버나크에 대해서 기사를 많이 썼고 계속해서 마음이 동화되어 아픈 것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보니까 17개 팀 중에서 13개 팀이 꾸준히 이어왔다는 것, ‘중꺾마'가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 마음이고요. 두 번째는 페미니스트는 자기 자신한테 좀 후했으면 좋겠어요. 성공을 열심히 자세히 바라봐주는 일도 하셨으면 좋겠다. 그건 이제 저한테도 같이 드리는 말씀입니다. 청중과의 일문일답. Q. (나임윤경 교수님께) 좀 더 설득적인 언어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가장 다듬기 어렵다 싶은 개념이나 표현이 있는지? 나임윤경 : 저의 요즘 강의 기법은 제가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지지난 학기에 가족과 젠더라는 수업을 했었는데, 그때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를 소개했어요. 봉태규 씨하고 정유미 씨가 썸타는 장면인데, 정말 썸 타는 장면인데 제가 거기서 성적 억압과 통제라는 개념을 끄집어내기를 바랐어요. 왜 저 사람은 저런 질문을 하고, 저 사람은 저런 대답을 할까, 그냥 볼 때는 보다가 제가 질문을 계속하니까 그 영상들이 달리 보이는 거죠. 모든 사람은 단순히 썸 타고 연애하는 거지만, 그거 알아보는데 90분이 걸렸어요. 굉장히 어렵지만, 이렇게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경험이었어요. Q. (수달 님께) 버터나이프크 참여 크로로서 느꼈을 막막함이 크셨을 것 같은데, 사업 중단 소식을 듣고 당사자로서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수달 : 제일 큰 마음은, 황당했죠. 왜 황당했냐면 여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요. 그리고 그다음 날 사업이 없어진대요. 그게 하루 사이에 일어난 것도 너무 황당한 일이지만 저희로서는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발대식을 했거든요. 여가부 장관이 와서 잘 해보라 축사까지 하고, 저희도 처음 만나서 네트워킹 파티도 하고 한바탕 킥오프를 했는데, 이럴 거면 발대식에 장관은 왜 왔나, 그 자리에 무슨 자리인지는 알고 왔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 취재 요청이 오고 어쩌다 어떻게 됐냐 물어보시는데 저희도 경황이 없고, 입장도 정리해야 되고. 근데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전에 입장을 정리해야 되고, 상식적이지 못한 건 저쪽인데 왜 우리가 피곤한 건지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 다른 팀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걱정되는 면도 있었고요. 아예 못 하게 되려나, 하는 생각도 했죠. 그런데 저는 불안과 분노도 물론 있지만, 버터나이프크루가 엎어졌지만, 우리가 우리 프로젝트는 엎지 않고 결국에는 새로운 이름으로 마무리했다는 걸 꼭 기억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Q. (윤가현 감독님께) 바운더리라는 작품에서 선 받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고 그게 강력하게 선을 넘으면 그만큼 강력한 백래시를 경험할 거라 생각하는데, 두려움으로 다가온 적이 없었는지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윤가현 : 제 영화에 그런 장면이 있어요. 그러니까 저희가 월경페스티벌에서 가슴을 까고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이 음란물로 규정하고 막무가내로 내렸어요. 열 받아서 페이스북 코리아 앞에서 그냥 가슴을 까버리는 그런 활동을 하고 제가 그 현장에서 촬영을 했었어요. 그때 제 친구가 그랬어요. “큰일 났다. 다 잡혀가면 알바를 못 가.” 그런 종류의 두려움도 있었고, 또 하나는 집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는데 그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남이 나한테 욕을 한다거나 모르는 사람 댓글로 욕을 하는 건 별 상관없는데, 모자이크가 쳐진 뉴스 장면을 아빠와 남동생과 함께 보며 밥을 먹는다 이런 건 상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저도 두려움이 많고, 마음 속으로 어쩌라고를 말하는 연습을 하거든요. 마음속으로 누가 뭐라고 얘기하면 어쩌라고요 이렇게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도 되게 많이 하고 그래요. 사실 두려움이 없진 않죠. 저희도 다 똑같이 두렵죠. Q. 마지막으로 간단한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슬기 : 오늘 이 행사에 전 기자라는 타이틀로나마 참여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고요. 혹시나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자면 저는 백래시로 인해서 퇴사한 것은 아니에요(웃음). 근데 이제 일반지 호흡이 아닌 좀 다른 플랫폼으로 페미니즘 활동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퇴사하게 됐고 앞으로 활동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나임윤경 : 사실 여성이라는 정체성 때문에 한국 사회 같은 곳에서는 늘 성차별 성폭력의 문제가 내가 겪지 않아도 내가 겪은 것만큼 힘들고 참 어렵죠. 그런데 우리 아까 다 모두 어려움을 얘기를 했지만, 차별받는 사람들의 힘은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해서 무한히 꿈꾸는 거잖아요. 정말 차별 없고 폭력 없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고 정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힘을 바로 피해자인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있잖아요. 그 사실을 기억하면서 피해자 정체성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물론 분노하고 슬퍼하고 노여워하되 그 상상력을 계속 서로에게 독려하면서 정말 정말 더 나은 삶을 페미니스트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오늘 이 공간을 나가셨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윤가현 : 스스로의 멘탈 관리도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 저는 스스로 나 페미니스트인데 이래도 될까라는 말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그냥 그렇게 살기로 했어요. 저 같이 페미니스트도도 있는 거죠. 그래서 여러분들도 조금 덜 두렵게 사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그냥 좀 자신 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우리가 오래 갈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수달 : 담롱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만든 영상 시리즈의 이름이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이에요. 여기선 안 된다 말했지만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영상이고, 그게 오늘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됩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하는 얘기보다 훨씬 좋은 이야기를 지역에서 실천하고 계신 분들의 입으로 들을 수 있으니, 꼭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저희 담롱도 지역을 왔다갔다하는 게 고되지만, 사실 사이드 프로젝트거든요. 내가 왜 무슨 부귀영화들을 누리려고 이런 걸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이게 다 재밌게 살려고 하는 짓이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요. 재밌게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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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동, 언제까지 철인경기여야 하나요?
우리들의 이동도 자유롭고 싶어요  작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장애 인권 단체의 지하철 시위로 많은 분들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장애인 분들이 이동에 있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우리는 왜 교통수단을 이용할까요? 원하는 목적지에 도보로 이동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하게 이동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통수단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 소외 문제는 단순한 이동 편리성의 제약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사회, 경제, 건강, 교육 등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가야하는데 학교까지 가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다면 어떨까요? 수업에 지각을 하거나 수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이동의 제약은 다른 사회 활동도 제약시킵니다. 사용성(usability), 사용 가능성 (availability), 경험(experience) 등의 모든 부분에서 제약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신체적 문제(physical), 정신적 문제(phychological), 디지털/정보 소외(digital and information), 서비스(service)와 같은 부분에서의 소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단지 편리성의 문제가 아니며, 그들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 느껴지시나요? 다음으로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버스,지하철, 택시가 장애인들에게 어떤 불편한 점들이 있는지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어떠한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정리해보았습니다. 각각의 교통수단 별로 어떠한 어려움과 노력 그리고 한계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아직은 불편한 장애인들의 이동 이야기 첫번째. 버스에 오르고 내릴 수가 없어요.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도로와 버스 사이에 틈이나 계단이 있기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서는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된 저상버스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서울시내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69.3% 수준(2022년 6월 기준)에 불과합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는 저상버스 100% 도입을 요구하지만, 서울시 측의 주장에 따르면 도로 여건 등의 선결 과제가 많고 광역노선, 도로폭 협소, 급경사 등의 이유로 저상버스 도입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버스 기사님들과 시민들의 휠체어 사용자에 대한 의식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하면 휠체어가 버스 내부에 안전하게 고정되도록 버스 기사님이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바쁜 출퇴근길이나 승객이 많은 경우에는 종종 휠체어 사용자의 승차를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이 버스를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도 큽니다. 다양한 노선의 버스가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의 경우 여러 개의 포켓을 가지고 있어서 타야하는 버스가 어디에 정차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버스 문 찾기, 카드 태그하기, 하차벨 누르기 등과 같이 비장애인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어려움이 됩니다. 이에 서울시는 시각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버스 승하차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버스를 예약하고, 탑승 시에는 자동 음성 서비스, 하차 시에는 시각장애인 휴대용 공용 리모컨을 통한 하차벨 지원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반영할 예정입니다. 사진 출처: 조선DB 두번째. 지하철에 1역사 1동선을 만들어 주세요.  지하철 모든 역에는 교통 약자가 타인 도움 없이 지상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 중 254개 역에는 1개 이상의 동선이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21곳은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연결되어 있지 않아 교통 약자가 리프트를 이용하는 등의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지하철역 휠체어 리프트는 지난 2001년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탑승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로 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를 ‘살인기계’라고 부르며 이용하길 꺼리고 있습니다. 위험성 외에도 휠체어 리프트는 호출을 불러 역무원이 기계에 열쇠를 꼽아야만 작동한다는 점, 주변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소음이 크다는 점 등 장애인의 정신적 측면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이동을 할 때 점자블록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점자블록이 중간에 끊어지거나 훼손된 곳이 있어 이동에 불편함을 겪습니다. 또한 시각 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주는 안내 점자가 노선이나 역 정보가 변경되면서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잘못된 정보를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합니다.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역에 1역사 1동선을 확보하며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설치 대상지가 사유지이거나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 등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세번째. 얼마나 기다려야 택시를 탈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장애인 콜택시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에게는 장애인 콜택시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콜택시는 평균 대기 시간이 1시간에 달하고 배차가 취소되는 일 또한 빈번하여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 콜택시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장애인 콜택시는 중증 장애인 150명당 1대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경기와 경남을 제외한 15개 시도의 확보율은 법적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며 서울 또한 85% 수준에 그친다고 합니다. 수적인 문제 외에도 호출한 장애인의 정확한 장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비효율적으로 운영이 된다는 점,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 이용 범위가 특정 시내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 등의 여러 문제점들이 존재합니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모습 / 사진 출처 : SBS 뉴스 장애인들의 모빌리티 = 우리 모두의 모빌리티 우리 모두의 이동이 자유롭기 위해서  장애인들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은 그들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디자인입니다. 지하철 역사 내 앨레베이터도 노인 등 비장애인들의 이용 비율이 높고, 휠체어를 위한 경사로는 유모차나 캐리어등을 가지고 다니는 비장애인들의 이동도 수월하게 도와줍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는 점자블록은 눈에 잘 띄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난 시 모두의 눈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교통 약자들을 위한 시설을 만들면, 결국 모두가 함께 편리하게 교통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영국의 블랙캡이라는 택시는 장애인만을 위한 택시가 아니라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구분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유니버셜 택시입니다. 모든 택시가 유니버셜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장애인용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택시 운영 차원에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이미 2009년부터 모든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버스와 더불어 트램에서도 이동의 불편함이 거의 해소되었습니다. 지하철의 경우도 2024년 베리어프리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블랙캡 내부 이미지 / 사진 출처: carspyshot  앞서 다룬 이야기 중 휠체어의 저상 버스 탑승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볼까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분들이 더욱 편안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상 버스의 설치도 중요하지만, 탑승을 도와주어야 하는 기사님 그리고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 개선도 꼭 필요합니다. 결국 시설이나 서비스적인  인프라에 대한 개선 및 변화와 인식의 변화가 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에서 진정한 베리어프리를 달성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새로운 의견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댓글로 의견을 공유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lign MSR은 이동의 미래를 함께 꿈꾸고 실현해 나가는 대학생 모빌리티 솔루션 학회입니다. https://align.oopy.io  작성자 : 이윤서 임유리 정지원 이하은 (MSR 2022)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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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여돌, 알맹이 없는 새로움과 주체성
온갖 군데 아이돌이다. 굳이 찾아야 보일까. 검색하지 않아도 여러 앱에서 유저들이 옮겨 오는 아이돌 영상 때문에 머리가 시끄럽다. 하루는 릴스를 넘기다가 생각했다. 뉴진스와 르세라핌이 매체를 점령한 세상에서, 여자들이 자신을 긍정할 수가 있겠느냐고. 그들의 어림과 아름다움, 'fearless'라는 당당함까지 평범한 사람들과 가까운 건 없다. 아이돌 즉 우상이라는 의미답게 그들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보여준다. 너무 완벽한 아이돌이 사방 천지인 세상이라, 모자란 나 자신도 사랑해주기는 더욱 팍팍하지 않겠는가. 유료로 팬덤에 가입한 팬들에겐 아이돌의 더 내밀하고 자연스러운 면을 보여준다. 가까워지고 싶고, 닮고 싶고, 그러나 닿을 듯 닿을 수 없는, 애타는 팬들의 관심이 아이돌을 밝힌다. 감질맛이 날 따름이다. 여자 아이돌에게 여성 팬(일명 여덕)이 많다는 건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4세대 걸그룹 아이브의 싱글 3집 ‘After LIKE’ 앨범 구매자의 73.6%가 여성이다. 뉴진스의 ‘New Jeans’ 앨범 구매자 중 여성 비율은 82%가 넘는다. 20대 여성(29.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10대 여성(27.5%)이 그 뒤를 잇는다. (시사저널, 2022.10.08.) 이렇게 많은 여덕들이 여돌을 동경하고 좋아하는데, 나라고 싫을 리 있겠는가. 필자는 르세라핌의 데뷔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The World Is My Oyster'를 보고, 이 다섯멤버가 멋있어서 호감이 생겼다. 하지만 동시에, 4세대 여돌들이 내세우는 새로움, 주체성이란 메세지가 공허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여러분도 공감할 수 있을까? 1. 새로움? 개성 강한 걸그룹들이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 했다. 범람하는 4세대 여돌이 각자의 생존전략을 찾았는지, 바야흐로 다양성의 시대다. 대세 걸그룹들이 각자 다른 '멋쁨'으로 덕후몰이를 하는 중이다. 뉴진스는 데뷔곡 "Attention"과 "Hype Boy"로 인기를 끌었다. 서양, 백인, 상류층, 10대 소녀가 연상되는 뮤직비디오로, 서구에 대한 동경을 유발하는 전략이 다소 진하게 묻어난다. 데뷔곡 세 번째 타이틀 "Cookie"는, 좀 다사다난한 사연이 있다. 가사 중에 미성년자 멤버들을 성적대상화했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소속사 어도어는 반박입장문을 내어 "건강함"과 "새로움"을 보여주려 했다며 호소했다. 입장문 말미엔 비판하는 팬들에게 "억지 주장"이라며, "미성년자에 대한 보호를 방패로 자신들의 목적을 포장한다"고 매섭게 겨냥했다. (엑스포츠뉴스, 2022.08.27.) 다음 컴백 타이틀곡인 "OMG"의 뮤직비디오는, 트위터의 비판적인 돌덕을 정신질환자로 묘사하는 장면이 삽입되어 또 한 번 논란이 일었다. 필자는 "Cookie"의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논란에, 결론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소속사를 비판하기에 앞서, 따져볼 논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입장문에 따르면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곡이라고 하지만, 나는 설령 그것에 성적대상화 의도가 있었더라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소녀들은 성적인 폭력에 가장 취약한 존재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맥락을 따지길 바란다. 미성년자는 무성적 존재가 아니고, 보호주의적 잣대에 반대하여 성적 표현을 할 수 있다. 갑을관계에 있는 소속사와 소속 아티스트가 성적인 컨셉트를 평등하게 합의했는지가 중요하다(이 역시 첨예한 문제다). 그러니 소속사가 미성년자를 이용해 성적대상화를 의도했다는 주장은 너무 거칠다. 개별 주체로서의 아이돌 멤버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기에, 섣부르다.) 그러나 논란이 억울할지라도, 팬들을 뮤직비디오에서 정신질환자로 낙인한 건 시대에서 굉장히 퇴보한 선택이었다. 사실, 뉴진스에 대한 그동안의 비판은 여덕의 페미니즘에서 기인한 것이다. 소속사는 커진 비판들을 어느 지점에서 수용해야 하고 때로는 반려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대신 비판하는 덕후들을 '프로불편러'로 무시해버리는 간편한 태도를 취했다. 페미니즘이면 불손한 '목적'이 있고 '억지 주장'이라는 식은, 새로움을 밀고 나가던 뉴진스의 행보와는 상반되게 김 새는 꼴이다. 뉴진스가 4세대 여자 아이돌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 2. 주체성? 여덕을 사로잡기 위한 색다른 콘셉트가 잇다르면서, 걸그룹 선정성 논란은 근 5년간 꽤 줄었다. 요즘에서야 섹시 콘셉트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매 컴백마다 여돌들을 괴롭히는 구설수가 있다면, 몸매다. 걸그룹에 대한 몸매평가(몸평)가 끊이지 않는다. (몸평을 재확산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는 들지 않겠다.) 어떤 소비층이 몸평 여론을 형성하는지 구체적인 통계는 없으나 분명한 해로움은 있다. 걸그룹을 몸평할수록, 여돌을 좋아하는 여덕들에게도 몸평의 압박을 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매체를 통해 여돌을 향한 비난을 읽으면, 가슴 한켠에서 분노하는 한편, 위기의식을 느끼며 다시 꾸미도록 내몰린 여자들이 얼마나 많을까. 이제 외모코르셋은 언급하기도 입 아픈 단어가 되어버렸는데, 탈코(탈코르셋)가 발전하긴커녕 그것을 과거의 산물로 만들고 시대는 역행한다. 여돌의 젠더수행과 관음하는 이들의 몸평이, 주체적인 여성의 가면을 쓰고 아닌 척 은밀하게 백래시를 공모한다. 4세대 걸그룹이 자부하는 여성성이란 예전처럼 애교있고, 수동적이고, 섹시한 모습인 건 아니다. 오히려 여성의 주체성을 내세웠다는 마케팅이 지천을 도사린다. 하지만 여전히 걸그룹을 통해 여성은 더 아름답고 보기 좋은 상품으로서 가치있어진다. 계속해 마르고 예뻐야 하는 젊은 여자들이, 잠깐 인터넷을 켜면 블랙핑크의 광고베너를 본다. 어딜 가나 블핑이 보이는 세상에서 어떻게 여자들이 자신의 몸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나는 아이돌 산업에 약간은 회의적인 편이다. 아이돌은 근본적으로 모순적인 존재라 그닥 달갑지 않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적어도 덜 해롭게 계속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아이돌로부터 실제로 위로받고, 힘을 내고, 살아갈 동력을 갖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여돌은 가끔 여자들을 개인적으로 구원해준다. 나는 아이돌 산업이 초래하거나 악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와 별개로 이런 개인적인 구원을 소중히 하고 싶다. 아이돌이 스타로서 여전히 존재하되, 점점 '덜' 유독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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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건강권법과 장애감수성
수십년동안 장애인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으로서 비장애인이 누리는 모든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합니다. 이번 글은 장애인의 건강권과 장애 감수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짧게나마 적어보고자 합니다.  [장애인 건강권법 제정 과정] 2015년 9월, 당시 국회의원이였던 김용익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관한 법률안’ 을 발의하였습니다. 그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상임위원회는 위 법률안과 2013년에 문정림의원이 발의한 ‘장애보건법안’을 병합하여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 건강권법)’ 을 심의하고 의결하였습니다. 이어서 12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법안이 공포되었으며, 본격적인 시행은 17년도 12월 30일에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법인이 통과되고 시행되기까지 수많은 장애인들의 요구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등의 시민사회들의 활동이 있었습니다.  [장애인 건강권법 주요 내용] 장애인 건강권법에 따르면 이 법은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지원, 장애인 보건관리 체계 확립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장애인의 건강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제 1조)  장애인 건강권법은 아래 3가지 기본 이념을 근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2조) ① 장애인은 최적의 건강관리와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에 있어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 ③ 장애인은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 서비스의 접근에 있어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성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이 법에서 말하는 “건강권”이란  질병 예방, 치료 및 재활, 영양개선, 재활운동, 보건교육 및 건강생활의 실천 등에 관한 제반 여건의 조성을 통하여 최선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권리를 말하며, 보건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포함합니다. 또한 "장애인 건강보건관리"란 장애 유무, 장애 유형 및 정도, 성별 등의 특성에 따라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또는 장애인 간 건강수준의 격차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보건의료 접근성을 향상하는 등 장애인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제반 보건의료활동을 말합니다.(제3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건강수준의 격차 해소를 위해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대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합니다.(제4조)  #장애인건강권법 더 보기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이러한 취지와 내용들로 제정된 장애인 건강권법을 기초로 하여,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자신의 건강주치의를 직접 선택하여 주치의로부터 만성질환 및 장애에 대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받는 제도로 일반건강관리, 주(主)장애관리, 통합관리 서비스로 구분됩니다.  중증장애인은 1)의원에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를 제공하는 ‘일반건강관리’, 2)의원·병원· 정신병원·종합병원에서 지체·뇌병변·시각·지적·정신·자폐성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주장애관리’, 3)의원에서 일반건강관리와 주장애관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통합관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의 건강상태, 생활습관(흡연, 음주, 영양, 운동), 병력, 질환 상태 등을 평가하고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질병‧건강(생활습관 개선)‧장애관리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합니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은 전화로 교육‧상담을 받거나, 주치의로부터 방문진료 또는 간호사로부터 방문간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가 제공하는 서비스(장애인 건강관리료)의 장애인 본인부담금은 전체 비용의 10%이며, 의료급여 대상자 및 차상위계층은 본인부담금이 없습니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더보기  [장애인건강권법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은 장애인 건강권법의 제정과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의 프로토 타입을 제공했습니다. 2015년 1년간 934명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주치의와 간호사, 의료사협의 건강 코디네이터 등이 팀을 꾸려 장애인들의 건강 상태와 생활환경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진료 서비스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의료사협들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장애인끼리 혹은 장애인과 지역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의료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각 의료사협들은 장애인들에게 1200여 회의 방문 진료, 1300여 회의 방문 간호, 900여 회의 내원 진료를 제공했고, 건강실천단 180여 회, 건강 소모임 50여 회, 건강학교 80여 회 등 건강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했으며, 아울러 장애인 건강 실태 조사와 장애인 건강권 담론 형성, 의료기관 종사자 인식 개선 교육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했습니다.  한국의료사협연합회는 본 사업을 통해 의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장애인 건강권을 지역사회가 협동하며 책임지는 구조로 전환하고자 하였습니다. [장애인건강권법과 장애감수성]  2023년 현재, 장애인 건강권법은 발의된지 7년, 시행된지 4년이 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이 법에 대해서, 그리고 이 법을 구현하고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발전적 논의가 이뤄져왔습니다. 아직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한국의료사협연합회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의 입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2015년에 의료사협연합회가 밝힌 것 처럼, 장애인 건강권법 제정 이전 초기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장애인 건강권을 지역사회가 협동하며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가겠다는 비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의료사협들은 여전히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불평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 돌봄의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서비스의 핵심은 지역사회 내의 여러 의료돌봄기관의 연계-협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의료사협들이 속해있는 지역사회 내 의료사협을 포함한 여러 기관들의 장애감수성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리스트 서인환에 따르면 감수성’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호 존중함으로써 일상생활 속에서 불평등을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이라 합니다.  감수성은 인식의 방식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문제를 알아채고 해결하기 위하여 행동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감수성은 감정이입, 개방성, 비폭력, 자기성찰로 구성되어있으며, 감정이입은 입장을 바꾸어 느끼는 것이고, 개방성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비폭력은 행위적 폭력만이 아니라 억압적 문화 등을 포함하여 폭력으로 인식함으로써 폭력적 야만성에서 탈피한다는 의미이다. 자기성찰은 내면화된 차별주의와 위계화된 편견을 찾아 없애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 기사 : 인식개선과 감수성은 같은 말일까? 위의 기사에도 나온 것처럼 감정이입, 개방성, 비폭력, 자기성찰 등의 주제를 세분화하여 개개인의 장애에 대한 감수성을 파악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얻어진 결과들을 기반으로 보다 적확하고 실효성 있는 장애인 건강권의 개선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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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걸음, 세계 각 국의 이야기: 장애인 이동권 해외 사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휠체어’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해당 시위의 주요 쟁점은, 장애인 이동권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준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출근·등교를 볼모로 삼았다는 입장의 대립으로 볼 수 있겠다. 시위에 대한 정당성이 점차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면서, 정작 장애인 이동권과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에서의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시위는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에서 노부부가 추락해 사망한 뒤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문제의식 하에 촉발되었다. 이후 약 20년동안 이동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주장해왔지만, 여전히 서울 시내의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존재한다. 이는 지하철 및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며, 환승 또한 불가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서울권, 비수도권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사각지대는 여전하며,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 대상, 요금, 운영 시간 등이 모두 통일되어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우리 모두를 위한 것"…장애인 이동권 해외 사례는?).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가 보편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한국의 상황과 달리, 해외의 선례들은 어떻게 ‘배리어 프리’를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 법률 제정을 통해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명시한 대표적인 국가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 장애인위원회(National Council on Handicapped)에서 제출한 입법 건에 대해 ‘미국장애인법(ADA; American Disability Act)’이 제정되었다. 미국장애인법의 제2장과 3장에는 공공서비스와 민간사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보완적 수단으로서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다(특별교통수단의 경우, 장애인의 주거환경 및 장애의 경중 여부에 따라 고정된 노선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요구됨,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휠체어리프트 또는 상응하는 승하차 보조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door-to-door 즉 집 앞에서 목적지 앞까지 운행되어야 함). 이어서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DDA)’은 Community Transport Association(이하 CTA)에서 Community Transport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전역의 수천 개의 지역 자선단체 및 커뮤니티 그룹이 지역사회 발전 및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위해 교통수단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라 볼 수 있겠다. 학교 운송 차량, 병원 운송 차량 등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시 차원의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재정 및 자선단체의 재정 등 다양하게 혼합되어 지원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는 모든 좌석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와 고정 설비 등 교통약자 지원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저상버스의 경우 장애인 접근성이 98%로 나타났으며, 열차와 지하철의 경우 좌석이 접이식으로 되어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구조로 되어있다([ON 세계] '장애인 이동권' 외국은 이렇다). 세 번째로 독일의 경우이다. 독일의 경우 장애인평등법(Behindertengleich-stellungsgesetz)에서의 장애인보호 기본원칙은 사회법전 제1권(Sozialgesetzbuch Ⅰ)에 선언 되어있다. 독일은 버스와 지하철의 입구가 넓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하게 대중교통을 오르내릴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한 차량 자체에 자동 경사판 시스템이 장착돼 교통 약자의 접근성을 확보했으며, 정차 스위치가 별도로 있어 안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리어 프리가 일상화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핀란드 복지가 궁금하면, 버스를 타라"). 마지막으로 핀란드의 사례이다. 핀란드 내륙의 대표적 산업도시 땀뻬레에서는 널찍한 버스를 운영하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아차를 가지고 탑승하는 승객, 그리고 나이가 많은 승객들에게도 편리한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있었다. 2021년부터 새로 운행하게 된 트램 또한 유아차 동반 시민, 그리고 이동보조장치를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신체 장애인들의 이동권 또한 보장하고 있었다. 트램의 정류장은 모두 지면의 높이에 맞게 설계되었고, 인도와 트램 사이의 간격은 4cm에 불과하다. 문 옆의 램프로 문의 개폐와 승하차를 더욱 안전히 도울 수 있으며 운전사 또한 이용자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헬싱키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헬싱키시의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동과 전동 휠체어 모두 버스에 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트램과 지하철에도 적용되며, 택시 승하차장에서도 접근성 택시(앞선 특별교통수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이동권 선진국' 핀란드도 '장애인들의 목숨 건 시위'가 시작점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들에게 생존권에 가까운 필수적 권리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 주거, 복지, 문화생활, 사회적 교류 등 장애인들이 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이동권 선진국' 핀란드도 '장애인들의 목숨 건 시위'가 시작점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노력은 단순히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비장애인들, 전술한 유아차 이용 시민이나 보행 보조기구가 필요한 사람들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서비스 접근권과도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관련 추가적인 대책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이 여전히 취약함에 집중해,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일반 대중교통에 있어서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참고 자료 이경준, 최윤영(2013), 장애인복지론, 양서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 장애인 이동권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버스 및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이동권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버스및특별교통수단)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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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참사: 국외는 국내에서 만들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데일리.2023.01.17.) 영업이란 무엇입니까?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모든 행위입니다. 영업사원은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내는 사람입니다. 이익이라는 것은 당장 수중에 들어오는 몇 푼의 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당장의 이익을 포기하거나, 다소 큰 비용을 들이더라도 장기적인 차원에서 기업과 제품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러면 외교란 무엇일까요? 외교란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국가의 이익은 물론 국민의 안전과 정치/경제/문화 교류를 개선하고 유지해나가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한민국 영업사원이라는 말이 무슨 뜻에서 하는 말인지 이해는 가지만, 외교를 영업과 등치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외교를 상찬하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윤 대통령이 MOU를 맺었다고 자랑을 하지만, MOU란 무엇인가요? 정식 계약을 하기전에 이런 내용을 서로 주고받으면 좋겠다고 주고 받는, 아무 구속력이 없는 약속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윤 대통령은 아직 이익을 낸 적도 없으니 영업사원으로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은 이익을 낸 적도 없는 상태에서, 여기저기에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니며 국제적인 망신만 초래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무리봐도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는 외교 참사가 맞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상황을 잠시 돌아보겠습니다. 외교 참사: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2021년 6월 29일 대통령 선거 관련 정책 발표 중, “수교 이후로 가장 관계가 열악해졌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까지 망가졌다. 이념편향적인 죽창가를 부르다가 여기까지 왔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안보협력과 무역 문제 등 현안들을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랜드 바겐(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을 이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발언. 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죽창가라고 표현한 것도 놀랄 일이지만,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와 현재의 안보/경제 문제를 한 테이블에 놓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그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경향신문.2021.06.29.) 2021년 12월 28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담회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가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써왔지만 한국 국민들,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한다”, “한·미·일이 튼튼한 공조를 갖고 중국을 상대했을 때는 서로가 호감을 갖고 사업과 여러 문화 협력에 있어 좋은 결과를 나타냈고, 양국 국민이 서로 호의적인 마음을 가졌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중국 편향적인 정책을 쓰고 미중 간 중간자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결국 관계가 나쁜 것으로 끝났다”라고 말하며 노골적인 반중 감정을 드러냈다. 또 “(일본과) 서로 이익을 나누는 관계가 돼야 과거사 문제가 잘 풀린다”고 말했다. (시사저널.2022.12.28.) 2022년 6월 29일~7월 윤 대통령 NATO 정상회의 참석. 전용기에 민간인 신 모 씨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 신 씨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부인으로 민간인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도왔다고 밝혔지만, 아무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 대통령 전용기를 타는 게 맞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었다. (경향신문.2022.7.05.) 2022년 8월 3일~4일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펠로시를 만나지 않았고, 외교부 장관은 물론, 차관급 인사도 아무도 나가지 않음. 이로써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게 되었고, 더이상 동북아의 키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4일 오전, 미국측에서는 대놓고 불쾌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물론 친미 성향의 국가들은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고, 그 중에는 윤 대통령이 중국 편에 섰다고 말하는 전문가/언론인들까지 있었다. 이에 대한 외신의 반응은 이랬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남한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낸시 펠로시와의 만남을 건너뛰었다. South Korea’s president skips Nancy Pelosi meeting due to staycation. (The Washington Post.2022.08.04.) (영국) 가디언: South Korean president accused of avoiding Nancy Pelosi in bid to placate China. (The Guardian.2022.08.04.) (일본) 아사히 신문: 한국 대통령 ‘휴가중이라서’ 펠로시 씨와 만나지 않아…. 전화협의, 중국 배려하나? 韓国大統領「休暇中のため」ペロシ氏と会わず 電話協議、中国配慮か(朝日新聞.2022.08.04.) 2022년 9월 19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패스 논란. 조문을 이유로 영국으로 간 윤 대통령 부부가 교통 문제를 이유로 조문과 한-영 정상회담담을 취소. 영국에서는 이미 국가 원수들에게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는게 밝혀졌고, 미국 바이든 대통령 부부, 일본 나루히토 천황 부부,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등은 아무 문제 없이 조문을 하고 돌아갔다는 게 알려져 윤 대통령 부부가 조문을 안 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미디어오늘.2022.09.20.) 2022년 9월 22일 48초 한미회담. 그리고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논란. 욕설 직후 MBC 고소와 국회, 여당의 대통령 옹호까지 외신들은 자세히 보도하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였다.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카이알리 카엘레(Kaiali'i Kahele): 20%대 지지율? 대통령님, 본인은 본인의 나라에 신경을 써야할 거 같네요. 20% approval rating ? With all due respect Mr. President, you should focus on your own country. (해당의원 트위터) (미국) CNN: 핫마이크가 남한 지도자 윤석열이 미국 국회를 욕하는 것을 캐치했다  Hot mic catches South Korean leader Yoon Suk Yeol swearing about US lawmakers (CNN.2022.09.23.) (미국) 미국의소리: 남한 대통령이 핫 마이크 순간을 두고 미디어를 혼낸다 South Korea's President Scolds Media Over Hot Mic Moment. (VOA.2022.09.26.) (프랑스) AFP: 핫마이크에 걸린 남한 윤석열의 말버릇 없는 비난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South Korea’s Yoon Suk-yeol’s foul-mouthed criticism of US caught on hot mic goes viral. (AFP.2022.09.22.) (일본) 마이니치신문: 윤 대통령이 ‘개자식들’ 미국 회의장을 퇴석하면서 한국국회에서 비난 尹大統領が「くそ野郎ら」 米会議場を退席時 韓国国会で非難 (毎日新聞.2022.09.22.) (중국) 환구시보: 한국대통령부: 미국 국회에 욕한게 아니라…. 韩国总统府:骂的不是美国国会…… (环球时报.2022.09.23.) 2022년 11월 12일 김건희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불참하고 캄보디아 병원과 환아를 방문하여 논란.  2023년 1월 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UAE의 적은 이란”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다” 발언. 이란 외교부에서는 바로 한국 정부에게 해명을 요구하였고 한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항의했다. 한국 대통령실에서는 오해였다고 해명하면서 동시에 이란 대사를 초치해 해명하였다. (미국) 디플로매트: 윤석열의 발언은 남한과 이란 사이의 외교적 갈등을 촉발한다. Yoon Comment Sparks Diplomatic Row Between South Korea, Iran. (The Diplomat.2023.01.20.) (중국) 인민일보: 이것은 윤석열 외교 실언의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방미 때에도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회에 대해 욕설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这不是尹锡悦首次外交失言。去年9月访美时,他被爆疑似在提及拜登和美国国会时爆粗口。 (人民网.2023.01.18.) Foreign Begins at Home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도대체 뭘까요?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건 북진통일을 하건 북한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미국이나 중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인데 미국에 대해서 그다지 진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중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냅니다. 정말 경제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지금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회자되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외교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란에 대해서는 해선 안 되는 망언을 해서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딱 하나의 나라는 일본입니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이념편향적 죽창가라고 말하며 협상의 카드라고 말하는 그의 태도는 심각한 수준의 역사인식과 외교관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를 반가워하느냐? 절대 아닙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저자세 외교를 비웃으며 윤 대통령의 실언들만 모아서 한국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자세는 아마도 반-문재인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유독 문 전 대통령 시절에 일본과의 외교가 시끄러웠고, 일본 언론에서는 문 대통령을 반일마왕이라고까지 부르며 그의 말로가 불행하기를 기원하는 뉴스까지 쏟아졌으니까요.  (일본) 일간대중: 한국 새 대통령 문재인 반일마왕의 정체 韓国新大統領・文在寅「反日魔王」の正体 (日刊大衆.2017.05.23.) (일본) 머니 현대: ‘일본을 싫어하는 한국인’은, 사실 문재인 ‘자기가 만들고 자기가 연기한 페이크’ 였다…! 「日本を嫌いな韓国人」は、じつは文在寅「自作自演のフェイク」だった…!(マネー現代.2021.12.31.) (일본) 산케이신문: ‘반일’ 노선을 자찬  분열 남기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反日」路線を自賛 分裂残し文在寅大統領が退任へ (産経新聞.2022.05.06.) 문 전 대통령 시절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꽤 악화되었던 것에 비해 다른 나라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윤 대통령의 외교 방침을 반-문재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외교는 금전적 이익을 얻냐 마냐 수준이 아닙니다. 경제/문화교류부터 국가 안보,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나라의 외교 정책을 국내의 정치적 원한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가, 저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사고방식이 국내외적으로 창피하고 망신스러울 때가 많고, 모두 이에 대해 많이들 말을 하지만, 저는 한편으로 이것이 한국에 뿌리깊이 박혀있는 외국에 대한 무지와 무관용 때문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이슬람 사원이 집 주변에 생기는 게 싫다고 굳이 돼지머리를 사오는 모 지역 사람들이나 서울 시내에서 난민 입국 반대 시위를 벌이던 사람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도 이런 행동에 동조하는 사람들. 이런 태도의 극단이 바로 윤 대통령의 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국내외 모두, 한국은 수출, 즉 남의 나라돈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평가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심각한 수준의 무지와 무관용을 넘어, 거만/불통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정답이 아닙니다. 결국 지금 한국 정부의 외교 정책은 반-문재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조에 한국에 뿌리 깊은 외국에 대한 무지와 거만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대통령의 입을 막지 않는 이유도 결국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정부가 뿌린 씨앗을 이후 정치인들이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저는 감도 잡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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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지역문제 해결의 첫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설날 속 '10만원 내고, 13만원 받아가세요' 설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이나 그 외 친척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죠. 저 역시도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순천역에서 내리자 놀라운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10만원 내고, 13만원 받아가세요"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고향사랑기부금’이라는 내용이 적힌 팜플렛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고향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를 받고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기에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우리들의 고향에 기부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찾아보니 뉴스에서 설날을 맞아 귀향객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얼마 전에는 손흥민, 나영석 등 유명한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고향에 기부했다는 뉴스가 있기도 했었죠.(손흥민·BTS도 동참한 ‘고향사랑기부’…나도 귀성길에? - 중앙일보) 고향사랑기부제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실시하게 되었을까요? 고향사랑기부제란 무엇일까요?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고향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서 주민복리에 사용하고 지자체는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고향이란 꼭 내가 태어난 곳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명목상의 의미로 기부자 본인의 주민등록등본 상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자치단체 모두가 해당됩니다. 점차 지방소멸의 위기가 심해지고,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관계인구(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지역에 관계를 가지고 참여하는 인구)를 통해 지방정부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올해 도입되었습니다. 즉,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고향)에 기부를 함으로써 지역에 재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는 거죠. 고향사랑기부제로 지역에 기부를 할 경우 10만원까지는 100% 새액공제를 받고,기부를 받은 지역에서는 기부금액의 30% 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지급하기에 10만원을 내고 13만원을 받아가라고 이야기하는 거죠(10만원 새액공제 + 3만원 답례품). 실제로 일본에서 2008년에 동일한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자리잡아 정부에서의 재원지원보다 더 큰 세금을 벌어들인 지역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실시한 첫 해에는 81억엔(약 820억 원)만이 모였지만 점차 기부금의 금액이 늘어나며 8320억엔(약 8조원)이 현재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제도를 활성화시켰을까요? 국내에서도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보며 지방소멸과 지방 재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를 했을 때 10만원까지는 100% 세액공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작년 9월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80%의 사람들이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요? 우선, 다양한 종류의 답례품이 있습니다. 총 40만개가 넘는 답례품이 준비되고 있기에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해 지역에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지역별로 특산품을 강조하면서 우리 지역에 기부를 하면 어떤 혜택을 얻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때문에 시민들은 내가 마치 쇼핑하듯이 기부를 할 지역을 선택하게 되죠. 놀랍게도 단순한 물건 이외에도 템플스테이와 같은 지역의 관광상품도 혜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 플랫폼을 통해 지자체의 종류와 역할을 한 눈에 보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이기에 내가 어디에 기부를 했을 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 기부를 했을 때의 효능감을 알려줄뿐만 아니라 기부의 편의성까지 담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소개부터 다양한 기부 금액별 조합방식까지 알려주면서 시민들은 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사랑e음'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성공한 사례를 보며 비슷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제도의 성공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시장성은 점점 더 커지겠다 생각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이 시장은 점점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한번 상상해봅시다. 아이유가 티비에 나와서 고흥의 유자를 칭찬하면서 고흥에 기부를 하면 겨울마다 유자차를 보내준다고 하면 어떨까요? BTS가 이천의 쌀이 맛있다고 하면서 이천에 기부를 하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싱싱한 쌀을 받아볼 수 있다고 SNS에 올리면 어떨까요?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소멸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충분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첫 번째 시도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전에 놀라운 뉴스 <'이런 실수…‘고향사랑기부금’ 낸 손흥민, 세액공제 못 받나'.>를 봤습니다. 2023년부터 새액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곧 올해부터 새액공제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후속 뉴스가 발표되었죠.... 여러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현실 : 지하철과 버스만 문제일까?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다는 점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하루에 장애인을 몇 명이나 보는지만 각자 세어보셔도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런데 대중교통만 문제일까요? 가까운 곳을 걸을 때엔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횡단보도 2019년부터 20년까지 장애인들이 직접 서울시 전역을 걸어보며 만든 전수조사가 2021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조사결과, 총 74,320건(1km당 44건)이 설치기준에 맞지 않거나 교통약자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설치기준에 맞지 않는 시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횡단보도로 턱의 높이가 휠체어나 유모차가 오가기 힘들거나 점자블록이 없는 횡단보도가 설치기준 미달 시설 중 40.5%(30,114건)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서울시.2021.04.08.) 경사로 턱 높이의 법적 기준은 2cm입니다. 신호등에 부착된 음향신호기가 문제인 곳도 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 횡단보도 117,484개 중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횡단보도는 39,811개(3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저도 지역편중이 심해서 세종과 서울은 각각 74.13%, 66.08%로 비교적 많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대구는 8.14%, 울산은 7.8%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최혜영 의원 보도자료) 또, 도로에서 차량이 함부로 인도로 드나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드는 말뚝인 볼라드도 문제입니다. 볼라드 30cm 앞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 규정을 무시한 곳이 많고, 볼라드의 규격인 높이 80~100㎝, 지름 10~20㎝, 간격 1.5m 안팎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매일신문.2022.04.19.) 연신내역에서 저희 집인 동명여자고등학교 근처까지 오는 동안, 총 7개의 횡단보도 신호등을 마주쳤고, 그곳에는 턱의 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장애인 휠체어가 오가는 낮은 턱이나 점자블록을 볼라드가 가로막고 있는 경우, 음향신호기가 고장난 경우는 다행히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7개와는 별도로 폭이 좁은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는 음향신호기가 없어서 시각장애인들이 다니기에는 조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길을 다니시면서 신호등 밑에 있는 음향신호기를 한번씩 눌러봐 주십시오. 그리고 신호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음향신호기 위에 있는 전화번호 02-120를 통해 이를 신고해 주십시오. 몇초 걸리지 않습니다. 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나 음향신호기가 없는 신호등을 보시면 시간이 나실 때 시청, 군청, 구청 등에 민원을 넣어주십시오.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 2022년 3월 31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콜택시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을 위해선 출근길은 아예 포기해야 되고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될 때도 많고요. 그건 사실 저도 직접 겪었던 일입니다"라고 말하자(MBC.2022.03.29.), 연합뉴스는 보란듯이 “서울 평균 32분 대기…2시간 이상 기다린 비율 2019년 6.1%→작년 1.1%”라는 내용의 팩트체크 기사를 냈습니다.  서울시각장애인 생활·이동지원센터는 일별 장애인 복지콜 접수건수와 탑승건수, 평균 대기시간 등을 집계하고 있다. 이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하루 평균 접수 건수는 1천348건, 탑승 건수는 1천51건, 탑승률은 78%다. 이 중 79%(830건)는 30분 이내 배차가 완료됐다. 30분 이상 1시간 이내는 16%(168건), 1시간 이상 2시간 이내는 4.9%(51건)다. 접수한 지 2시간이 넘게 배차되지 않으면 접수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배차가 완료된 뒤 장애인이 택시에 실제 탑승하기까지는 평균 19분이 더 걸린다. 접수했으나 실제로 탑승하지 않은 161건은 접수자가 택시 호출을 취소한 경우다. (연합뉴스.2022.03.31.) 데이터에서는 32분이라고 말했는데 왜 두 시간이라고 했느냐, 팩트가 틀렸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미디어오늘의 윤유경 기자는 “기사는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줬다. 장애인 콜택시를 기다리다가 포기한 경우를 보여줄 수 있는 취소율, 대기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문제점을 간과했다. 비장애인이 타는 일반택시의 호출 대기시간과 비교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예지 의원도 이에 대해 “취소율은 당사자들이 기다렸다가 포기한 비율을 뜻한다”, “사실상 탑승 포기율”, “이용자들은 실제로 배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중간에 취소하고 기다렸다가 재신청하기를 몇 번 반복한다”고 말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 계속 신청과 취소를 반복하다가 대기한 결과 마지막 신청의 대기 시간이 30분이 된 것이라는 것입니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도 “대기 시간 두 시간이 넘으면 자동 취소되는데, 그런 취소되는 콜들을 다 제외하니까 평균 32분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기자는 서울시관리공단 장애인콜택시 운영처에 전화를 해, 취소율에 대한 데이터가 없음을 확인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김예지 의원실은 “통계가 없다고해서 팩트체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통계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장애인 콜택시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대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홍윤희 장애인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도 “5분이 될지, 2시간이 될지 모르는 배차시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불안 요소”라고 말하며, “이번 콜을 취소하면 두 시간 있다가 올 수도 있다라는 불안감이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콜택시를 부르는 게 아니라, 콜택시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맞춰야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미디어오늘.2022.04.05.) 또, 장애인 콜택시는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동 전날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예약 대수는 각 지역에서 보유한 장애인 택시 차량의 30%만큼만 선착순으로 가능합니다. 장애인들은 여행은 커녕 출장이나 경조사 참여도 힘든 것입니다. (KBS.2022.04.20.) 장애인 택시 안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과 불가능한 차량이 뒤섞여 있고, 그 안에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의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숫자 만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인 격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장애인 이동 현실이 좋아지지 않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장애인 복지 문제를 시혜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있으면 해주겠지만 돈 없으면 굳이 그것까지 해줄 건 없다는 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비장애인들이 원거리 여행을 하듯이 계획을 세워서 장애인들이 외출을 해야만 하는 현실을 만들었습니다. 복지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간에, 장애인들이 현실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이것을 개선해야 합니다. 시위가 아니어도 우리는 장애인들에게 우리 사회의 일원임을 보여주는 관용을 보여준 적이 없습니다. 장애와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무지했고, 장애인들의 현실 문제에 대해 찬반은 커녕 거론 자체를 하지 않는 무관심으로 이 문제들을 대해 왔습니다. 이것은 비단 이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인간관계와 노동, 교육, 정치참여, 형사사법 같은 사회 문제 뿐 아니라 의식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영역에서도 우리는 장애인들의 문제를 지나치게 시혜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떤 개인의 기본적인 생활을 시혜적으로, 그리고 동정심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매우 큰 오만이고 더 나아가서는 비윤리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우리 모두가 동등한 시민이며, 동등한 시민이어야 한다는 정치적, 법적 질서 하에서도, 우리 모두가 동등한 인간이며 동등한 생명체라는 생물학적, 윤리적 입장 하에서도 모두 그른 일입니다. 세상이 각박해서 어쩔 수 없다는 탓만 하지 마시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 가려는 노력을 기울여 주십시오. 생각보다 엄청난 공력이 드는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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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 23년 1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1월 2일 저녁에 잠에 들려고 오늘 뉴스를 뒤적이다가, 글자를 읽는데 눈에 불이 튀었습니다(..) - 시위 중인 사람이 탄 전동휠체어의 전원을 꺼? 전동휠체어의 컨트롤러를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시위를 막았다? - 진압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의 대응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진압당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니 치가 떨리게 모욕스러웠습니다. 어쩌면 관심 없는 대중들에게 기준점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입장과 대처가 고작 이 정도라니. 정부가 지키지 않은 약속은 뉴스에서 크게 나오지도 않더라고요.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서울의 지하철이라고 우스운 호들갑까지. 오히려 최근 끊이지 않는 서울교통공사의 사고빈도수와 인력감축, 그리고 지금의 정부가 재난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전 7시 34분경에도 지하철 궤도장애로 인한 지연이 있었지만 이 부분은 실시간으로 고지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전장연과 시위에 함께 하기도, 전장연을 향해 욕을 퍼붓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백 번 양보해봤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각박해질 대로 각박해져 각자의 생존투쟁만으로 바쁘고, 좁은 시야의 세상에서는 나의 생존투쟁만 보이는 법이니까요. 공론장에 숙고한 의견을 던지기엔, 우리의 하루가 너무 빠르게 끝나버리는 것도요. 그날은 정말 오만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세상은 나아졌을까? ㅡ 제 동생은 지체장애 1급이고, 저는 그런 동생과 (독립하기 전까지) 24년쯤 같이 살았습니다. 가끔은 시혜적일 수 있는 누군가의 손길도 고마울 때가 있었고요. 그럴 땐 그 사람을 곡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세상의 마지노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개인 모두의 올바름은 일치할 수 없고, 어쩌면 일치해서도 안되는 법이니까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어디가 문제일까. ㅡ 일단,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것, 모두가 이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에 비동의하는 시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시위 방식에 대하여는 출근시간을 지나서, 5분 이상을 지연시키지 않을 것은 전장연도 동의한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이동권은 모든 권리의 기초에 있습니다.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면 교육권이고 노동권이고 나발이고 다른 모든 권리가 어불성설이라는 건 모두가 동의하실 거예요. 헌데 아직도 여기라니. 처음 저상버스가 도입되고 몇 년. 제가 대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동생과 영화를 보려고 '그래, 우리 동네엔 저상버스가 있다!' 하는 생각에 동생을 따뜻하게 입혀서 정류장으로 향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세상을 꽤 호락호락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버스 세 대가 그냥 우릴 지나쳤습니다. 한 대는 "지금 시간이 밀려가지고 미안해요." 하셨고, 다른 한 대는 "이 차는 이거 안 쓴 지 오래돼서 안 내려가요. 미안해." 하고 가셨어요. 마지막 차는 그냥 사람들이 타느라 우리가 밀렸습니다. 먼저 올라간 다른 남자분이 도와줄까 말까, 운전기사분에게 우리가 아직 타지 못했다고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문은 닫혔고요. 바람이 차갑더라고요. "상혁아, 우리 못 가나 봐." 사람이 존엄과 권리를 잃어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날이 추웠습니다. 다음부터는 굳이 저상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3시간을 기다려도 교통약자 택시를 불렀어요. 주로 사람이 없는 조조를 보러 갔으니, 동생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택시를 예약했습니다. ㅡ 동생과 사는 일상에서는 항상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이 '보통' 밖으로 쉽게 밀려났고, 간간히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어 우리를 확인해야만 했습니다.  동생은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서 꼭 '정상 신체'를 갖고 있는 누나와의 동행을 원했습니다. ㅡ 그리고 (운이 좋게도) 우리의 가정에 아버지가 돌아오면서부터 동생의 이동권은 조금 보장받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크게 신체가 자라지 않았지만, 몸 전체의 근육이 굳어 꽤 무겁거든요. 통나무만큼이나 뻣뻣하고 무거워요. 그래서 이후로는 아버지가 동생을 도맡았습니다. 가정으로 돌아온 가부장분 덕에 우리는 종종 여행이라는 걸 다닐 수 있었습니다. 물론 휠체어 약자 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지역이 많아 동생은 주차장에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한 번은 배를 타야 하는데, 항구까지 계단이 족히 200개는 되어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결심한 듯이 동생을 둘러업었고 나와 엄마는 휠체어를 들었어요. 배의 출발 시간은 임박해 오고, 내딛는 아버지의 다리가 점점 미세하게 떨려오는 것도 보였습니다. 땀이 흐르는 것도 보였고, 길 가던 사람들의 멈춰 선 시선도 느껴졌습니다. 통통배의 갑판에는 선장님과 사람들이 나와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고요. 어쩌면 내 동생은, 가정에서 동생의 권리 보장을 분담해주고 있기에 상황이 나은 셈입니다. 하지만 지금 아버지는 66세고, 이 체력도 몇 년 안 남았다는 걸 압니다. ㅡ 작년에 한창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신문과 sns가 시끄러울 적엔 사람들이 그런 소리를 많이 했습니다. "세금으로 혜택 받는 놈들" 이런 얘기. 역시 모욕적입니다. 사실 관계를 따져보지도 않고,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세금의 혜택'은 동정이 아닙니다. 불쌍해서 던져주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애초에 기초적인 권리의 보장은 가정 단위의 역할이 아니기도 하고요. 사회에서 1인분의 정상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동은 필수고, 아까도 말했지만 노동권을 보장받으려면 가장 기초적인 이동권과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이동권과 교육권을 박탈당한 삶에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생길 수가 없으니까요. 딛고 있을 지반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의 존재를 증명해 줄 타인은 고작 혈연 가족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저는 ㅡ명화원에서 일했던 엄마를 통해ㅡ 일찍이 혈연 가족에게 버려지는 사람들을수없이 봤습니다. 그래서 기초적인 권리의 보장은 가정 단위의 일이어서는 안 됩니다. ㅡ 또한 사회적 약자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태어날 때부터 본질적인 '약자성'을 가졌다는 의미가 아니지 않습니까. 누군가의 특정 요소를 '약자성'으로 구성해 내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준과 제도입니다. 모두가 기억하는, 우리 사회와 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유럽에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부랑자와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제한적 공간에 수용되기 시작했고요. 사회의 효율과 편의를 위한 명분은 당시의 의료와 정신분석의 영역이 담당했습니다. 그래서 사회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만 합니다. 효율을 위해 사회가 박탈한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들은 세금의 혜택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소수라는 이유로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다면, 사회는 적극적으로 그 시스템을 합의해 나가야 합니다. ㅡ 적어도 '무정차 통과'라는 방법으로 공론장을 폐쇄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 공론장에서 목도해야만 하는 사실이 있고, 마주친 존재에 대해 생각해야 하며 이 사회적 불화에 대한 각자의 결론을 도출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좁은 지하철 플랫폼에 수백의 경찰을 데려다 놓고 대립구도를 키우고, 시민들에게 재난문자 따위로 상황을 고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ㅡ 그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올바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약자성', 이 '소수자성'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 인정하기 싫을지라도.) 신체 장애인은 단지 그 소수자성이 시각적으로 신체의 전면에 부착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신체 기능의 장애'라는 소수자성이 '아주 특정한 결함과 손실'로 여겨지는 이유 역시 사회에 있지 않겠습니까? "당신도 장애인이 될 지도 모르는데,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앞장서야죠." 라는 말의 전제가 틀린 이유이기도 하고요. 신체 기능의 장애를 치명적인 결함으로 여길수록, 우리 사회가 가진 신체기능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아주 강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그에 반해 '모자란' 신체기능은 더욱더 부각될 수밖에 없고, 그건 우리 사회가 가진 조건 역시 매우 편협하다는 반증이죠.  다시 한 번, '장애'는 '결함'이 아닙니다. 비신체장애인이 가진 다른 소수자성이 단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뿐입니다. 자본의 정도/직업의 유무/노동의 계급/성별/인종/퀴어/노동조건/육아/출산/외모/연령/질병/상태/학력/지역/연봉/신체기능의 다름/정상가족/ … 얼마나 많게요. 이렇듯 비장애인 역시 수많은 카테고리에서 탈락당할 수 있는 다양한 소수자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마 탈락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 보장받은 권리의 영역에서 각자 노력하고 노력해서 각 스탯을 커버해 나갈 수 있을 뿐일 거예요. 이렇듯 장애도 본질적 결함이 아닌, 이 모든 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소수자성은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여전히 누군가의 소수자성이 '결함'으로 느껴진다면, 그리고 '결함'이 맞다는 정치적 의견을 고수한다면 다음 사회 안전망에서 밀려나는 건 내 차례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정말 많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잃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의 존재 위치는, 그 연결이 지켜줄 것입니다. 당신 권리의 연장선상에 내 권리가 닿아있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아무리 각자의 생존투쟁이 치열해도, 우리가 그 연결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적어봅니다. 누군가의 선의를 믿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올해에도 그 선의의 마지노선이 우리 사회의 많은 합의를 구성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그래서 저는 전장연 활동가 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일상에서 우리를 서로 마주치게 하는 그 소란스러운 투쟁이 자랑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그 존재의 자리를 지키는 투쟁에 응원을 보냅니다. -  위 글은 1월 3일자에 개인적으로 작성했던 글을 옮겼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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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고령화 대응 방안' 공론장 운영 결과 보고서
2022년 11월에 진행된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 위기의 시대, 우리가 살아남는 법 1) 함께 만드는 고령화 대응 방안'을 기억하시나요? 그날의 공론장 결과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빠띠는, 우리 곁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많은 시민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살아남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들썩들썩떠들썩을 기획하고 진행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첫 번째 들썩들썩떠들썩의 주제는 '위기의 시대, 우리가 살아남는 법 1) 함께 만드는 고령화 대응 방안'이었는데요. 갈수록 심해지는 고령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대안을 살펴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최대한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위해, 빠띠는 프로그램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형태의 공론장으로 설계했습니다. 온라인 사전토론을 진행하여 참가하는 시민에게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미리 제공하고, 오프라인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시민에게는 댓글과 투표 등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시민이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첨예한 이슈/정책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전문가의 입장을 듣고 토론/투표하는 ‘정책배틀’,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 중인 여러 사례를 듣고 공감하는 이야기에 투표하는 ‘정책마켓’ 등의 형태로 구성했습니다. 들썩들썩떠들썩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운영 결과 보고서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는지, 어떻게 준비하고 운영했는지, 현장에서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빠띠의 모든 노하우가 담겨 있습니다. 들썩들썩떠들썩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대화가 피어나도록,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주제와 내용으로 여러분을 찾아뵈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시민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면서 함께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는 ‘좋은 사회적 대화의 모델’을 만들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들썩들썩떠들썩] '함께 만드는 고령화 대응 방안' 공론장 운영 결과 보고서 보러가기 (클릭)??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캠페인즈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은, 내가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을 캠페인즈에서 함께해주세요? 빠띠의 더 다양한 소식이 궁금하거나, 다른 활동가들과 소통하고 싶다면? ? 빠띠 홈페이지 가입하기 주목할만한 시민들의 캠페인·투표·토론을 메일로 받아보고 싶다면? ? ‘Today 캠페인즈' 구독하기 빠띠의 소식을 메일로 받아보고 싶다면? ? 뉴스레터 ‘빠담빠담’ 구독하기 빠띠의 든든한 후원회원, 빠띠즌이 되어주세요! ? 빠띠 후원하기
노인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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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우리 사회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 글을 준비해 봤습니다. 전장연의 요구는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2023년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이유이자 요구나느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입니다.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탈시설과 지역사회 공존의 권리, 노동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2023.01.03. 경향신문) 1년 넘게 전장연이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를 가진 소수자가 사회에서 함께 공존하기가 아직까지 불가능하기 때문이겠지요. 누군가는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다른 다수의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장애를 가진 소수자를 위해 비장애인이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비장애인이 누리던 ‘일상’이 사실, ‘기울어진 권력’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소수의 권리가 다수의 불편과 충돌한다는 것은, 그 불편의 크기만큼 소수자의 고통과 불평등이 기반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장연의 격렬한 출근길 시위 덕분에, 우리 사회는 장애인, 교통약자와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문은, 과연 ’어떻게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을 모색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각자는 서로 너무나 다른 존재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때로는 권력관계에 기반하여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의 배경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올바른 숙의이자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소수자 권리, ‘누가’ ‘어디까지’ ‘어떻게’? 최근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면담, 공개토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도 이를 받아들였으나 ‘공개토론’ 형식을 거부하며 면담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면담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습니다.(2023.01.12. 세계일보) 그리고 전장연이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전제로 1월 19일까지 지하철 시위를 중단했지만, 서울시는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를 상대로 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요. 또한 전장연 단체에는 지하철 시위로 인한 피해보상으로 5천 145만원을 소송 청구했습니다.  소수자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한 시위가 법의 판단 앞에 섰습니다. 이제 소수자 권리를 위한 목소리는 판사의 잣대로 평가받게 됩니다. 생애 주기 동안 자유로운 이동을 박탈당하는 이동약자들의 권리 요구가 법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상황을 보며 저는 ’위기‘를 느꼈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또 어떤 약자가 권리를 위해 집회, 시위와 같은 방법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까요. 혹자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방식’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소수자 권리 요구는 집회, 시위가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다정함을 보여줘” (feat.에브리씽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지금까지 전장연 집회시위자들이 출퇴근 지하철 시위를 하면서 그 현장에 얼마나 있었을까요. 거기에서 마주치는 무수한 시민의 눈빛을 그들은 견뎌야 했을 것입니다. 또한 집회시위 이후, 활동가들은 생명을 위협하는 협박에 시달렸습니다. (2022.02.18 아시아경제) 일 년이 넘도록 욕설, 폭력과 살해 협박에 노출된 환경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심정은 어떤 심정일지, 과연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이동약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사회를 원하고, 우리 사회가 그렇게 나아가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더 많은 약자들이 집회, 시위라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방식이 일 년 넘게 진행되는 지하철 시위라면, 왜 그렇게까지밖에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우리 사회가 만든 것일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으로 출근길 지각부터 중요한 일정에 늦거나 급한 사정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심한 피해를 입은 개인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내가 이런 부당함을 겪어야 하는지 분노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분노의 방향이 더 나은 우리 사회를 위해 문제해결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입는 피해를 막는 방법도 소수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공존을 모색을 통해 마련됩니다.  소수자와의 공존은 법치, 행정주의, 손해배상청구에 있지 않습니다. 공존은 소통에서 비롯되며, 소통은 ‘헤아림’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소통한다고 한 장소에 모았는데, 알고 보니 특정 집단에게는 물리적 접근조차 어려운 장소, 가슴 높이까지 올라오는 높은 책상 등으로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을 유의해야겠지요.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목소리를 낼 때, 이를 ‘헤아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는 서로가 너무 다른 존재니까요. 그러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헤아림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불편과 혐오만 남게 될 것입니다.  제가 최근 가장 감명깊게 본 다니엘(콴, 쉐이너트)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얼 올 앳 원스‘ 영화를 인용하며 글을 맺어보겠습니다. “제발 다정함을 보여줘. 특히 뭐가 뭔지 혼란스러울 땐“. - 웨이먼드 (키 호이 콴)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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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바깥의’ 다문화청년들
* 다문화란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을 뜻하며, 다양한 문화와 인종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서로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며 공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다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정책에 적용함에 있어서 결혼이주자 또는 재한외국인에 국한되는 등 좁은 의미로써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 보다 넓은 의미의 용어인 ‘문화다양성’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정책과 실태조사 등에서는 여전히 ‘다문화’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용어의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문화다양성이라는 용어 대신 다문화라는 용어를 선택해 표기하고자 한다. ** 다문화청년의 정의와 구분은 다양하지만, 본 글에서는 다문화청년들의 부모의 국적과 다문화청년들의 출생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유형을 구분했다.   한국은 상당한 수의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다문화사회라고 부르고 있다. 코로나19의 전파를 막기 위해 각국이 국경에 높은 장벽을 세우고 전체적인 이동을 통제하게 되면서 이주민의 증가추세가 잠시 주춤하는 현상을 보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의 이주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의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변화했다. 통계청(2020)에 따르면 다문화간 혼인은 2019년 기준 24,721건으로 전년대비 4.0% 증가했으며, 다문화 출생은 17,939명으로 전년대비 0.8% 감소했지만, 전체 출생에 있어서 다문화 출생의 비중은 6.0%로 전년 대비 0.4%p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에서 보이듯 한국 사회에서의 다문화가정은 증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다문화 출생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교육통계서비스(KESS)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초등학생의 4%, 중학생의 2%, 고등학생의 1%가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밝혔다. 2014년 기준 초등학생 1.8%, 중학생 0.7%, 고등학생 0.4%에 다르던 비율에 비해 6년만에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한국사회의 전체 학생수가 2019년 기준 1,411,027명이었던 것에 반해, 2020년 기준 1,337,312명, 2021년 기준 1,299,965명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전체 다문화배경 학생은 2017년 기준 109,387명이었던 것에서 2019년 기준 137,225명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에는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이 가장 많지만, 이 세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인 2024년부터는 다문화 2세대 청년층이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문화 배경을 가진 아동과 청소년이 이제는 20대 초기에 진입하게 되면서 한국사회에 내에서 노동자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는 시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한국의 국가 정책과 연구들은 대부분 결혼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에 주목하고 있었다. 반면 다문화 학생 담론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다문화청년들에 대한 주목은 부족했고(김진희 외; 2021), 다문화가정에 대한 유일한 실태조사라고 할 수 있는 다문화가정실태조사에서도 다문화청년들은 배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다문화청년 당사자들은 ‘뚝 끊기는 느낌’이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경향신문; 2021). 다문화청년들은 정책 바깥에 서있는 존재들이 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에 대한 공약을 찾아보긴 어렵고, 그나마 있는 다문화 공약들도 결혼이주여성, 즉 한국인을 낳아주고 길러주는 대상들에게 치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자란 다문화배경 청년임과 동시에 다문화 시민 2세대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실태는 더욱 확인하기 어려우며, 이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문화가정실태조사로부터 짐작하는 수준에 그친다. 다문화와 관련된 실태에서 큰 블랙박스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노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일각에서는 ‘다문화 20대 청년들의 실종’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종된 다문화배경 청년들을 어떻게 찾고 파악할 수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자리 잡게 되는 다문화청년들은 국내 출생이든, 중도 입국이든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순수 한국인’ 청년들과 다를 바 없이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생계를 이어가게 된다. 그렇기에 다문화청년들의 삶에 있어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노동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한국 사회의 점차 다수로 자리 잡아갈 다문화청년들의 삶의 상당부분을 이해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청년들이 노동을 통해 한 명의 시민으로서 자리잡고, 시민으로서 참여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는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에 있어서 어떤 과정을 밟고 있으며 노동시장 내에서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지에 대한 실태 파악과 지원체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참고문헌 김진희, 김자영, 권진희. (2021). 다문화배경 청년의 학습생활과 교육 요구에 대한 질적 분석. 평생학습사회, 17(2), 61-88.
교육과정 5.18 민주화 운동 삭제, 중요한 것은 정치가 아닌 교육입니다.
교육과정 5.18 민주화 운동 삭제, 윤석열 정부의 의도일까요? 혹은 교육과정 대강화의 결과일까요? 얼마 전,  ‘윤석열 정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 삭제'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기사에서는 개정 2022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기존 2018 교육과정에 있었던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 사이에 존재하던 "5.18 민주화 운동"이란 단어가 사라져 있다고 말하고 있었죠.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제외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제목도 ‘윤석열 정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 삭제'이고 이 기사를 시작으로 여러 뉴스에서 계속 보도되면서 여당과 야당의 다툼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정부에서는 교과서에 기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교과과정 ‘5.18 삭제’ 논란, 與 “文 정부가 생략”-野 “尹 정부 민주주의 훼손” 교육과정에서 사라질 뻔한 ‘5.18’ 논란...“교과서에 기술하겠다” 약속 [팩트체크] 5·18은 교육과정에서 삭제됐을까, 애초에 없었을까 [이슈대담] ‘교육과정 5·18 삭제’ 5월 단체 입장은? 그러나 정부가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 아니라는 ‘교육과정 대강화'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두 입장으로 나누어지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삭제했다. 처음 기사가 나왔던 오마이뉴스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교육과정을 가져와보았는데요. 노란색 밑줄을 보면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이라는 단어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어떨까요?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단어가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19 혁명와 6월 민주항쟁이라는 단어는 그대로 있지만 5.18 민주화 운동만 빠져있기에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도 비판을 하기 시작했죠. 강기정 광주시장은 “5·18 삭제는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다. 삭제 책임자는 국민께 사과하고 관련 조항은 원상회복돼야 한다”며 “5·18의 숭고한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 150만 광주시민의 뜻임을 분명히 한다”고 하며 비판을 했습니다(출처 : 시사포커스). 교육과정 대강화에 의한 작업일 뿐이다. 그러나 이를 ‘교육과정 대강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육과정 대강화란 국가 수준에서는 공통적, 대강적 기준만 제시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은 개별 교사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정하여 운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구체적인 사항을 하나하나 적기보다는 큰 틀에서만 적는 것이지요.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교육의 자율성을 위한 교육과정 대강화였고, 그렇기에 교육과정 대강화를 위해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이라는 단어를 하나하나 넣기보다는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으로 적어 그 기간 내에서의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4.19 혁명이 시작점이고, 6월 민주 항쟁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두 사건은 적을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있는 사건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죠. 정치가 아닌, 교육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도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에서 비판을 하자 “문재인 정부 때 내린 결정”이라고 하며 이전 정부의 탓을 했습니다(출처 : 파이낸셜 뉴스). 그리고 다시 5.18 민주화 운동을 교과서에 집어넣겠다고 발표합니다. 교육과정을 왜 이렇게 만들었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모르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과정 대강화는 교육과정에서 성취기준만 제공하고, 기존에 있는 학습요소를 제외해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법입니다. 즉, 성취기준에서 ‘국내의 민주화 과정’에 관한 이야기만 넣고,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이라는 하나하나의 학습요소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교육계에서는 이전부터 학습요소를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습요소는 교육과정에 남아있고, 심지어 이렇게 누군가가 비판을 하자 학습요소에 단어를 추가하면서 본래의 목적인 교육과정 대강화가 무의미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5.18 민주화 운동은 교육과정에서 제외되지 않았지만, 정치적인 공방으로 인해 교육에 대한 고민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영논리가 아니라 교육 그 자체를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교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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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시위를 보는 시선들
? 한국 장애인 운동의 역사 ? 전장연의 요구사항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요구사항은 2018년 5월 22일의 기자회견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서울시내버스 완전공영 정책 실시 2.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확보할 것 3. 서울시 시내 저상버스 2025년까지 보급률 100>#/b### 4. 특별교통수단 (장애인콜택시) 이용개선 대책 마련 5. 장애인 단체 활동·여행 時 접근가능 전세버스 마련 및 공공운영 (이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18.05.23. 서울시장선거를 앞둔 기자회견) ?️?️ 시선1: 다른 장애인 단체들의 시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 측은 2022년 3월, 전장연 시위를 비난한 이준석 대표에 대해 사퇴하라고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대표의 눈에는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배려와 기회의 평등, 적극적 우대조치 등이 모두 특혜로 보이겠지만 사회적 약자들의 소득과 학력, 건강수준의 격차는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여전하다.” “시위는 애당초 다수의 불편을 초래하는 일이다. 소수든 다수든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시위는 없다. 이 대표가 비문명적이라고 비난하는 시위 방식은 서구문명사회에서도 지속돼 온 비폭력 시위다. 미국 등 장애운동의 역사 또한 비폭력 점거, 시위 등의 연속이었다. 장애인차별철폐운동만이 아니라 여성차별철폐운동, 인종차별철폐운동이 그랬다. 이 대표 논리는 다수의 출근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소수의 출근 권리는 희생돼도 무방하다는 세계관이다. 이준석 대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언어가 아니라 편협한 세계관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선동하였다.” “(이준석은) 연일 시위 방식만 지적하며 전장연이 대화할 자세가 안 되어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시위 방식이 잘못됐다고 전장연이 제기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준석 대표는 공당의 대표, 여당이 될 대표로서의 역할과 영향력을 망각했다. 남성vs여성, 특정지역 서민, 장애인vs비장애인, 법정vs비법정 장애인단체를 갈라치기하며 지지자와만 소통하겠다는 편협한 사고, 고압적이고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에 263만 장애인과 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만 남았다.” “이준석 대표의 지금까지의 행보는 개인 이준석의 생각이어도 손가락질 받을 일이다. 하지만 정당 대표로서 이준석 대표는 자질이 없기에 정중히 사퇴를 촉구한다.” (2022.03.31.전국장애인총연맹 입장 발표) 비슷한 시기, 한국지체장애인협회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면서도 한국장총과는 다른 입장을 보였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장기간 국민을 볼모로 한 각종 불법시위가 그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동권 보장 요구에 우리 협회도 인식을 같이 하며, 다만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우리 협회는 전장연이 지난 20년 넘는 세월동안 과격한 시위를 이어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전장연이 취해 온 강경투쟁이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불편을 주었고, 장애인식개선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선량한 시민사회에 전장연의 불법 및 강경투쟁이 전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은 물론 장애인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온 장애인단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엄중한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시위는 멈추어 주십시오. 정당성 있는 과정과 방법으로 우리의 호소력을 높여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것이 온당치 못하다 여기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여론에도 우리는 결코 동조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동의와 국민의 지지를 무시한 장애인 운동은 결국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의 불편을 야기하는 특정 단체의 극단적인 행태에 깊은 유감을 금치 못하며,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실제적인 활동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줄 것을 촉구합니다. 장애계 그리고 정치권은 국민들이 눈살 찌푸리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2022.03.29.한국지체장애인협회 성명) ?️?️ 시선2: 정치권의 시선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한 정치권의 발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일 것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 당의 정치원로들이나 아니면 다른 지금까지 정치 문법에 있어서 애초에 장애인 관련 문제 같은 것은 건드리지 말라는 문법”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정치권이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2022.03.31.) 2022년 4월 13일, JTBC에서 이 전 대표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라이브 토론을 벌였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장애인 이동권 못지않게 중요한 우선순위 사업들도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지하철 막은 다음에 악플을 안 받길 기대하셨나” “탑승 시위 그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하철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결국에는 뜻을 관철시키려고 한 거 아닌가” “그래서 그 부분을 비문명적이라고 한 것이고 꼭 출입문을 닫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했어야 했나” (2022.04.13.)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 "이 대표는 혐오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대표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가 이 대표의 발언이 지탄을 받는 이유" (매일경제.2022.03.28.)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 "장애인단체 시위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갈등은 정치권이 이용할 소재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업" "장애인단체의 이동권 보장 요구에 인질, 볼모, 부조리를 운운하며 서울경찰청에까지 조치를 요구하는 모습에 새로운 (윤석열) 정권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생긴다" (오마이뉴스.2022.03.28.)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정말 큰 사고가 있어야 누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당해야 그제야 언론에서 주목하고, 언론에서 주목해야 그제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왔다"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적절한 단어 사용이나 적절한 소통을 통해서 여러분과 마음을 나누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 정치권을 대표해서 제가 대표로 사과드린다" (오마이뉴스.2022.03.28.) 이준석의 뒤를 이어 국민의힘 대표가 된 권성동 의원도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법치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단체가 법치를 뒤흔드는 거듭된 모순을 끊어내야 한다.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처벌밖에 없다” “전장연을 비판하면 일부 야권 인사들은 혐오와 차별이라고 낙인찍는데, 다른 의견을 도덕적 파탄으로 몰아세우며 정치적 지분을 확보하려는 선동”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자신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는 전형적인 갈등산업 종사자의 모습” “정부는 엄정한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시위를 예방하고 엄단해주시기 바라고, 국회는 장애인 복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반복된 불법행위를 주도한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을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국민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세계일보.2022.09.14.) 2022년 12월 말부터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의 대응이 강해지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서울교통공사가 자행하는 장애인 시위에 대한 보복성 무정차 통과는 그 어떤 시민의 복리에도 기여하지 않으며 오로지 권력의 입맛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폭거일 뿐”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의원실에 찾아와 무정차 통과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구구절절 늘어놓던 며칠 전이 생각난다” “시민을 지키는 무정차 통과는 그렇게도 어렵더니 시민을 억압하는 무정차 통과는 어찌 이리 쉽나” (주간조선.2023.01.04.)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경찰청장과 논의를 마쳤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요청하면 경찰이 지체 없이 신속하게 대응할 것” “서울시정 운영 기조인 ‘약자와의 동행’이 불법까지도 용인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 (세계일보.2022.12.27.) “내일부터 지하철을 연착시키게 되면 민·형사적 대응을 모두 동원해 무관용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 “1년간 (열차 지연으로) 손해를 본 것이 6억원 정도” (매일경제.2023.01.01.) “전장연을 만나기는 하겠으나 (전장연이) 전체 장애계의 입장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하고 만나겠다”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분들이 손해보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쓰고 장애인의 편의와 권익증진에 노력하겠다” (경향신문.2023.01.09.) ?️?️ 시선3: 나무위키의 시선 나무위키는 전장연 시위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라 명명하고, 이 문서를 범죄 카테고리에 두고 있습니다. 전장연 시위는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작곡가 돈 스파이크의 마약 범죄, 이기영의 살인 범죄, 기타 성매매, 아동성폭행, 학교폭력 등과 같은 범주 안에 있습니다. (나무위키 <2022년 범죄> 항목) 그리고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굵은 글씨는 실제 문서와 동일합니다다) “2020년 1월 22일부터 진행중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운행방해 불법 시위이다.” “해당 시위는 형법상으로 철도안전법,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 교통방해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찬성 측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정권에서 교통약자 관련 정책을 등한시했다는 이유를 들어, 장애인들의 현실 상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지만, 반대 측에서는 이를 위해 그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명백히 금전적 손해를 포함한 여러 피해를 끼치고 있고, 개인 및 지자체 등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시간적, 경제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인하고 있는 피해의 규모와 등가성이 맞지 않고, 또한 그들은 미신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는 점, 철도역에서 벌이는 노숙, 음주 술판 등 집회의 명분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질서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고 여러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전장연은 21년간 쌓아 온 장애인으로서의 억하심정과 그간 5명의 대통령들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모두 현 정권에게 풀어내고 있다.” “그 수단으로 정부에 대한 항의가 아닌 죄없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굴복할 때까지 피해를 입히는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이는 이런 비타협적 태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 스스로의 요구에 대한 이상할 정도의 무지는 이들이 애초에 진심으로 정책을 토론하고 실현시키는 데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들의 테러와 같은 과격집회는 사회적인 정당성을 완전히 결여하며, 정책이 아닌 금전이 제1의 목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뒤돌아서면 행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 집단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하고 자신을 희생양으로 치장한다 한들 그 진정성을 신뢰하기 힘들다. 기본적 에토스(Ethos)의 문제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중에서도 일부 소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일개 이익집단일 뿐이다.” “전장연 사태에서 언론은 잠재적인 전장연의 협력자로 기능해 왔다고 해도 좋을 만큼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략) 언론들이 조선일보의 일부 고발 기사를 제외하고는 전장연의 진짜 시위 목적인 탈시설 관련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전장연의 주장대로 이동권 문제가 그들의 목적이라고만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언론들이 시민들을 현혹하게 되면서, 이번 시위에서 전장연이 요구하는 예산 대부분이 이동권 예산이 아니며, 이동권 예산이 2배로 증액되었지만 아직도 전장연이 시위를 계속하기를 택했다는 일련의 사실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은 이번 시위가 이동권 문제이며 그들의 목적만은 옳다는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다.” (이상 나무위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항목) 나무위키는 장애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 대해 이렇게 기입해 놓았습니다. (굵은 글씨는 실제 문서를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변재원 활동가가 김예지 의원의 비서관인 이가연의 남편인데다 전장연의 정책국장이어서 김예지 의원이 연고관계 때문에 전장연 편을 든다는 논란이 일어난다. 이준석이 이 점을 비판하자 변재원은 페이스북 글로 논의에 참여해 이준석에게 '오해를 풀고 소통하고 싶다'는 글을 올려 자신이 현재는 전장연 소속이 아님을 밝히고, 교통 문제에 관심이 많다던 이준석이 협상 자리에서 졸기나 했다며 비난했다. (중략) 김예지 의원 비서관의 남편이 인터넷에 알려진 것처럼 단순히 전장연 소속일 뿐 아니라, 한때 전장연측의 입장을 대표하러 토의 자리에 나오는 중요한 직위의 사람이었다는 것이 된다. 게다가 김예지 의원의 비서관 이가연은 사실 전장연 기관지인 비마이너에서 활동하던 인물이었다. 이에 이준석은 "오해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면서 내가 졸았다고 비난하느냐. 그런 말 나올까봐 자신은 누구와 만날 때 꼭 배석자를 둔다(그렇지 않았다는 증인이 있다), 당신 글 내용으로 전장연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밝힌 셈이 되었다"고 반박했다. 전장연의 정계 유착 및 비리, 장애인 인권유린 등의 각종 부정적 이슈를 추적 보도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최모 기자에 의하면 자기가 김예지 의원 비서관 및 그 남편의 전장연과의 관계에 대해 질의하려고 접촉을 시도하자 이가연 비서관은 자신이 변 정책국장의 아내라는 것을 부정하고 더 이상의 취재를 거부했고, 남편인 변재원 정책국장은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을 닫아버렸다고 한다. (이상 나무위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동열차 운행방해 사태> 중 <김예지> 항목) ?️?️ 글쓴이의 감상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등의 일부 장애인 단체,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 나무위키에 흐르는 공통적인 시각은 이것입니다. “과격한 시위는 공감받기 어렵고, 장애인인 이미지만 해친다” 이런 이야기를 장애인이 해도 동의를 할까 말까인데, 비장애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진짜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께 평소에 장애인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계셨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태도에는 기본적으로 시위의 형식만 보고 왜 시위를 하는지는 보지 않으려는 태도가 깔려 있습니다. 물론 형식/방식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그들은 과격한 방식을 택할까요? 왜 시위는 과격해질까요?  시위도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입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대중의 시선, 정부의 대응, 경찰의 대처가 전장연의 “과격한” 시위를 촉발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1년입니다. 22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바뀌었습니까? 전장연 시위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자주 들고 오는 근거는 “서울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4%이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와 리프트는 뻑하면 고장이 나고 사람들은 장애인에게 양보를 해주지 않습니다. 환승구간을 연결하는 승강기가 없어서 환승을 못하는 경우도 많고,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간격과 단차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애인 콜텍시는 50분을 기다려야 겨우 오고, 저상버스 보급은 오래전부터 100%를 약속했지만 아직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한겨레.2022.04.29.) 이 세상에 100%가 쉽냐, 이 정도도 대단한 거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숫자만 채우면 이 문제가 끝날까요? 이동수단의 질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장애인을 동료 시민이 아니라 시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제19조(이동 및 교통수단 등에서의 차별금지) ①「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2조제5호 및 제6호에 따른 교통사업자(이하 “교통사업자”라 한다) 및 교통행정기관(이하 “교통행정기관”이라 한다)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ㆍ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0. 5. 11.> ②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있어서 보조견 및 장애인보조기구 등의 동승 또는 반입 및 사용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의 이용에 있어서 장애인 및 장애인 관련자에게 장애 또는 장애인이 동행ㆍ동반한 보조견 또는 장애인보조기구 등을 이유로 장애인 아닌 사람보다 불리한 요금 제도를 적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⑤교통행정기관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 대하여 이 법에 정한 차별행위를 행하지 아니하도록 홍보, 교육, 지원, 감독하여야 한다. ⑥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운전면허시험의 신청, 응시, 합격의 모든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ㆍ배제ㆍ분리ㆍ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⑦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운전면허시험의 모든 과정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거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⑧제4항 및 제7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그 적용대상의 단계적 범위 및 정당한 편의의 내용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이 법은 2017년 7월 26일부터 시행된 법입니다. 우리는 이 법 앞에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침해받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왜 이 법은 이야기하지 않을까요요?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한국의 거리에선 장애인을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등록장애인은 264만 5,000명으로 전체 인구대비 5.1%입니다. 이 중에서 중증장애인은 37.2%이고, 지체장애인은 45.1%를 차지합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꽤 많은 숫자죠. 그런데 여러분은 평소에 길을 다니면서 중증장애인을 몇 명이나 마주치시나요?  과격한 시위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는 제도적 문제와 아직도 만연한 대중의 차별적인 시선이 낳은 결과입니다. 정치인과 정부는 이미 거센 불길에 기름을 더 붓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회에 깔려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문화, 불평등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장애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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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협약,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보호할 수 있길
사진: 생물다양성협약  지난 12월 19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 제2부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196개국이 참가한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10년의 생물다양성 보전 전략목표였던 아이치타겟의 후속으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채택되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2.12.20.)  프레임워크는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2050 비전’으로 삼았으며 ‘2050 목표’, ‘2030 미션’과 함께 23개의 구체적 실천목표로 이루어진 2030 타겟을 포함했는데, 이번 실천 목표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단연 ‘2030년까지 육지, 내수면, 해양의 30% 보전(30 by 30)’이다. 이는 아이치타겟에서 제시했던 ‘육지 17%, 해양 10% 보전’에서 크게 강화된 목표치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는 수준이다. (생물다양성협약, 2022.12.19.)  ‘2021 국가생물다양성 전략 시행계획’에 따르면 ’20년 말 기준 국내 보호지역 비중은 육상의 경우 16.8%로 아이치타겟에 근접했다. 그러나 해양 보호지역은 2.1%에 불과해 지난 10년의 목표치를 조차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21년 기준 우리나라 해양 보호구역 비중 역시 2.46%로 큰 개선은 없었다. (환경부, 2021; 에너지데일리, 2021.05.12.)  이번 프레임워크의 ‘30 by 30’ 소식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국제적멸종위기종(CITES)이자 국내 해양보호생물 지정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 보호 문제이다.  사진: 한겨레, 2022.01.04.  제주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서귀포 바다에서만 서식하고 있는데 총 110여 개체에 불과하다. 그나마 현존하는 개체들도 기후위기, 선박, 해양쓰레기 등 여러 부정적 환경 요인들로 인해 줄어드는 상황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2017-2020년 국내 연안에서 발견된 제주남방큰돌고래 폐사체는 31개체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수년간 핫핑크돌핀스 등 시민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 서식처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는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여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향신문, 2022.10.05.; 서울신문, 2022.11.20., 한겨레, 2022.01.04.)  우리나라는 1994년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하고, 2014년 강원도 평창에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며 국제사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 그러한 모습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생물다양성협약의 체약국으로서 프레임워크 목표에 대한 책임 있는 이행이 필요할 것이다.   지지부진했던 제주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이 이번 ‘쿤밍-몬트리올 글로벌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계기로 빠른 시일 내에 진취적으로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 
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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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사출신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
대한민국 노조, 기업·공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윤대통령은 지난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는 지난 12월에 일어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하게 박차를 가한 이후로 계속되는 노조에 대한 탄압인데요. ‘노조 부패’를 언급하고 이후에 노조 회계를 투명화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몇 가지 체크를 하고 싶네요. 여러분은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 3대 부패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업과 공직부패만큼이나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권력과 자본, 그리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대한민국 노조가 일반 기업만큼 부패할 수있을만큼 영향력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업과 노조 간 횡령과 같은 부패의 스케일(?) 차이를 비교해 보기 위해 지난 12월 29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한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가량의 노조 관련 횡령 범죄 사례를 지난 2년간 2건, 서울시에서 노조에 지원한 지원금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모두 4건의 부정 사용이 파악됐다고 합니다.  반면 ‘기업 부패’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횡령액만 707억 원에 달하고, 올해 초의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의 경우 횡령, 배임액이 무려 2215억 원이라고 합니다. ‘공직 부패’ 역시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트항공에서 횡령, 배임한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이 500억 원에 육박하고, 최근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 횡령액은 252억 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노조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지원금액 전체가 10년간 346억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횡령으로 끼친 한 건의 손해액이 10년간 정부가 노조에 지원한 국고지원금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입니다. (출처 : 2022.12.29. 프레시안)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노조 부패‘ 프레임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화물연대 파업 이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 조치입니다. 노동조합이 실제로 부패했는지, 어떤 비리와 부패 문제가 있는지 팩트와 자료를 위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입니다. 앞서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의 3대 부패라는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프레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노조 측은 이제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민 여론으로 하여금 ‘뭔가 켕기는 것이 있나’ 하는 의혹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면 난데없이 회계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고 무수한 재정, 시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결국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입니다. 돈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작은 건수 하나라도 크게 부풀려져 노동운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근본적으로 노조의 조합비 출처는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 간 회계 재정 운용이 공유되고 나의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출처를 확인하고 조직 내 자체적 회계감사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노조 내 회계비리는 당연하게도 형사처벌의 영역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요. 노조 자체적으로 회계 운영과  감사는 노조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부패했다’는 근거로 회계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직접 들여다보고 공인회계의 잣대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에게 이러한 노조 운영의 회계시스템이 ’정말로‘ 문제적인지, 혹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과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여성권리, 노동권, 그 다음 차례는 누구? 사실 이러한 노조 때리기는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임기 초기에는 ‘여성 인권 운동 때리기’에 혈안이었지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활용한 젠더갈라치기 전략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여성단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회계감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요구하는 윤석열 대통령실 당사의 상황은 어떨까요? 공직자야  말로 권력과 연봉의 출처는 국민의 세금이지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과 운영비라면,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철저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실 재정, 장관과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영역에도 똑같은 투명화화 공개 의지는 없는 것인지요. 윤석열정부의 이번 노조 때리기 행보를 보면서 의문이 듭니다. 이 정부는 다른 집단을 짓밟지 않고, 스스로 유능함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여성 인권 탄압, 언론 탄압, 노동운동 탄압을 거치지 않고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한 정권을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일 년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약 4년을 더 현 정부와 지내야 하는데요, 그다음 ‘때리기’ 타겟은 누가 될까요. 부디 이번 정권을 무사히 견딜 수 있길 바랍니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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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이 가능한 국가 일본: 우경화에 대한 소고(小考)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세계에 많은 불안을 던져주었습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인해 독일이 군비를 증가하면서 사실상 재무장을 선언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고 (MBC.2022.06.04.), 이를 계기로 혹시 중국도 타이완과 전쟁을 벌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동북아시아에 널리 퍼졌습니다. 일본은 북한의 핵실험을 자위대를 ‘반격이 가능’하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의 보통국가화, 지금의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전환려는 시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많은 사람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는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자위대(지에-타이) 일본국헌법 제9조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는 영구히 이것을 포기한다. 2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전력을 보지保持하지 않는다. 나라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第九条 日本国民は、正義と秩序を基調とする国際平和を誠実に希求し、国権の発動たる戦争と、武力による威嚇又は武力の行使は、国際紛争を解決する手段としては、永久にこれを放棄する。 2 前項の目的を達するため、陸海空軍その他の戦力は、これを保持しない。国の交戦権は、これを認めない。(일본 중의원 - 일본국헌법) 2차세계대전 직후, 일본을 지배했던 연합국 최고사령부(GHQ)는 일본의 체질을 바꾸려고 하였습니다. 여성 참정권을 인정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노동조합을 승인하고 노동쟁의를 인정했으며, 농지를 개혁하고, 재벌을 해체했습니다. 그리고 1947년, 지금 일본의 헌법인 <평화헌법(平和憲法)>을 제정해 일본의 재무장을 법으로 막으려 했지요.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그 이후 국제 정세는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1947년에는 독일이 동서로 나뉘어졌고, 1948년에는 조선이 남북으로 갈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중국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옮겨가고(국부천대) 중국 공산당이 천안문 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했습니다. 이른바 냉전의 시작입니다. 이때부터 GHQ의 점령정책은 비군사화/민주화에서 반공/경제부흥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자본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삼아 중국이 태평양을 바로 건너지 못하게 하기 위한 반공기지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해인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GHQ의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는 한반도로 안심하고 건너가기 위해 일본을 방위할 전력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그해 7월 8일에 만든 것이 경찰예비대(警察予備隊)입니다. 또, 1948년부터는 그 전에 공직에서 추방했던 전범들을 다시 공직으로 불러들이고 소위 좌익이라 분류되는 사람들을 학교, 관공서 등에서 추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국전쟁을 위한 군수물자와 자본이 일본으로 쏟아지면서 일본 경제는 부흥을 맞이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조선특수(朝鮮特需, 쵸-센토쿠슈)라고 합니다. 일본의 경제발전과 우경화의 발판은 이때 마련되었습니다. 경찰예비대는 1952년 보안대(保安隊, 호안타이)로 이름을 고쳤다가 1954년 자위대(自衛隊, 지에-타이)로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일본의 군대 아닌 군대, 자위대 탄생의 역사입니다. 안보투쟁과 시바 료타로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1년, 미국과 일본은 일본에서 GHQ와 미군을 철수하고 행정권을 일본 정부에게 인수하기로 하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체결합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 미군은 철수하지만, 당시 일본 총리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가 미일안전보장조약(소위 ‘안보조약’)을 체결, 주일미군이 탄생하게 됩니다. 일본 안에서는 일본의 야당과 좌익 세력, 반전 세력, 반미 세력을 중심으로 안보조약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집니다. 안보조약을 둘러싸고 다양한 세력이 이에 반대하며 벌어진 반정부 혹은 반미 기조의 일련의 시위를 안보투쟁(安保闘争)이라고 합니다. 요시다 시게루 이후 총리가 된 키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1987)가 이 시위를 야쿠자를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하면서 시위는 점점 격화되었습니다. 이에 키시 노부스케는 재빠르게 조약을 체결한 후 자리에서 물러나 버립니다. 조약이 이미 체결되고 조약을 주도한 키시 총리가 물러나면서 시위의 규모는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키시의 뒤를 이어 총리가 된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1899~1965)와 자민당 정부가 경제 발전을 국정의 핵심으로 삼고 국면을 전환하면서 자민당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정치권(야당)과 시위전선이 분열되게 됩니다. 또 학생 시위가 점점 극렬화되면서 학생 운동 내에서 비행기 납치, 테러, 서로간의 살인 등의 사건이 벌어지고, 이것이 부각되어 보도되면서 학생 운동에 대한 관심도 매우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郎, 1923~1996)가 있습니다. 일본 역사 소설계를 풍미했던 시바 료타로는 인물 중심으로 내용을 서술하면서 그 인물에 대해 깊이 빠져들게 하는 다양한 자료 소개와 필력을 통해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본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름을 들어봤을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같은 인물은 사실 역사적으로 엄청 큰 역할을 한 것도 아니고 사후에 잊혀졌던 사람이지만 시바 료타로의 소설 『료마가 간다(龍馬が行く)』를 통해 유명해진 사람입니다.  전후 일본에서 지식인들 중에는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켜 일본과 아시아에 재앙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일본 민중들 사이에서는 과거의 전쟁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바 료타로의 두 편의 소설이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메이지 유신의 과정을 그린 『나는 듯이(翔ぶが如く, 1975~76)』와 러일전쟁을 그린 『언덕 위의 구름(坂の上の雲, 1969~1972)』. 이 두 편의 소설은 이후 일본 대중 사이에서 ‘쇼와 천황은 문제가 있지만 메이지, 다이쇼 천황은 훌륭했다’, ‘천황은 전쟁에 잘못이 없고 군부가 잘못한 것이다’, ‘45년 이전은 나빴고 45년 이후는 선하다’라는 식의 역사 인식을 퍼트리게 됩니다. 미국이 천황에게 전쟁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이런 역사 인식의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천황에 대한 전쟁 책임을 묻지 않은 미국, 미국에 의한 일본 지배, 일본 주도의 전쟁 속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일본의 대중, 대중문화를 통한 새로운 역사 해석 등은 일본 안에서 미국에 대한 뒤틀린 인식과 근현대사 인식을 불러일으킵니다. 우경화? 일본은 전쟁 전에도 매우 잘 살았고 1945년을 전후로 자기들이 일으킨 전쟁 때문에 잠시 경제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1950년대 이후 다시 경제를 복원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1956년 일본 정부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이상 전후戰後가 아니다(もはや戦後ではない).” 이 말의 원래 뜻은 경제적인 의미에서 전쟁 피해를 복구했다는 뜻이었지만, 사회적으로는 비정상적인 어둠의 시대를 끝내고, 혹은 그것과는 이제 단절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것이며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단절은 일본 문화를 거대담론에서 벗어나 자신과 자기 주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새로운 일본이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1950년대 이후의 가파른 경제적 성장 속에서 역사나 정치 같은 거시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자신과 자기 주변에 집중하는 풍조가 지배하던 일본에서 갑자기 국민을 외치며 등장한 고이즈미 쥰이치로(小泉純一郎)와 아베 신조오(安倍晋三).  이렇게 생각하면 일본이 최근들어 우경화되었는가 라는 질문은 다소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애초에 좌나 우라고 이름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그 당사자들이 어떤 특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외국에 대한 보도는 지나치게 한국 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고요. 어느 정도는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대부분은 한국이 보고 싶은 보도만을 하고 한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술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격이 가능한 국가 일본은 북한을 핑계 삼아 재무장을 하겠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어디까지나 핑계고,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로 인한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요. 최근 일본이 안보문서를 수정해 일본을 ‘반격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은 이렇습니다. "일본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국가방위전략 및 방위력 정비계획 프로그램의 채택으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방어하기 위한 대담하고 역사적인 조치를 취했다" "방위비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일본의 목표도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현대화할 것" "새로운 전략은 기시다 총리의 국제 평화와 핵 비확산에 대한 깊은 의지를 강화하고,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자 G7 개최국으로서 2023년 일본의 리더십 발휘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러시아가 잔혹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준 걸 포함해 세계 전역에서 보여준 기시다 총리와 일본의 리더십에 감사한다" "우리와 우리 파트너들이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게 될 일본의 역사적인 새 국가 안보 전략에 대해 기시다 총리와 일본 국민들에게 축하한다" (SBS.2022.12.17.) 애초에 일본의 소위 재무장은 미국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혹은 자국우선주의가 국제 사회에서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사실이지만, 2000년대에 들어선 후 조지 W.부시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대통령들은 모두 이런 기조를 가지고 아시아 문제를 다뤄왔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것을 대놓고 과격하게 말했을 뿐이고, 나머지 정권들이 크게 달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조 바이든 정권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앞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동북아시아 전략을 복잡하게 계산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안보 공백을 불식시키고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기 위해 자위대의 권한을 증가시키려 합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사이,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을 늘리며 자신의 (위험한?)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봅니다.  물론 미시적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거시적으로는 하나의 보편적인 원칙을 정권에 상관없이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거의 유일한 외교 정책의 원칙은 이것뿐일지도 모릅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외교적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권에 상관 없이 제국주의와 침략, 전쟁, 반인권적 언행에 대해 반대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무 원칙 없이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외교 전술과 외교 정책이 바뀐다면 그 누구도 한국의 말을 믿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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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윤석열 퇴진운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국사회 전반이 무력감에 빠졌다. 우리 모두는 8년 전 세월호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당시의 무력감이 반복되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 전반의 무기력 속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오는 집회가 있다. 바로 ‘윤석열 퇴진’ 집회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함을 규탄하고자 하는, 그들이 가진 선의를 의심치 않는다. 다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퇴진운동은 결과적으로 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문제해결 불능의 사회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사회적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공수교대 하듯 정권교체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 우리 사회는 이미 2016년 촛불 이후 대통령 탄핵,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집권을 경험했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정권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참사 반복의 시대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교훈이다. 그렇다면 이태원 참사 이후 필요한 사회적 반성과 성찰은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을 지경으로 망가졌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 시점 진행되고 있는 윤석열 퇴진 집회는 가장 게으른 방식의 운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전 윤석열 퇴진 운동 기본적으로 현 윤석열 퇴진운동은 이태원 참사 이전부터 계속되어 온 집회에, 참사 이후 추모메세지가 결합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 이전의 윤석열 퇴진운동을 살펴보아야, 현 시점 퇴진운동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윤석열 퇴진 운동은 2022년 8월 6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거의 매주 촛불집회를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1천 명 규모로 출발했던 집회가 11월 19일에는 40만 명이 모일 정도로(모두 집회측 추산 인원으로 계산) 규모가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규모의 확장이 그 운동의 정당성을 증명하진 않는다. 보다 더 주요하게 봐야할 것은 집회의 성격이다. 아직까지도 윤석열 퇴진운동의 핵심 구호 중 하나는 ‘김건희 특검’이다. 심지어 이태원 참사 이후 집회의 한 웹포스터에는 "이태원참사 진실규명 특검하라, 우리가 이재명이다. 검찰표적수사 중단하라"가 메인 문구인 버전도 있다.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 이력 허위 기재 논란에서 출발해서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의 검찰수사 중단으로 귀결되는 집회구호가 이태원 참사 추모메세지과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집회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결합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한 목소리를 연결해내는 큰 줄기의 핵심내용이 그 집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현 윤석열 퇴진 운동의 가장 큰 줄기는 무엇인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인가? 아니면 김건희 특검과 이재명 수사 중단인가? 현 윤석열 퇴진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이라는 단체를 살펴보자. 아래는 촛불승리전환행동의 출범선언문 일부이다. "2016년 광화문 촛불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적폐정권을 퇴출시켰고 2019년 서초동 촛불은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타올랐습니다. (...) 2022년 대선은 정치검찰의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한 촛불항쟁의 과정이었습니다. 촛불혁명 제1차 3단계였습니다. 대선 결과 검찰 파시즘 체제가 도래(...) 3단계로 이어졌던 제1차 촛불혁명은 종료되었으며 이제 제2차 촛불혁명의 막이 올랐습니다.(...) 촛불혁명의 단계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동일합니다." 요약하자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촛불혁명’을 좌초시킨 검찰세력과 싸우는 ‘2차 촛불혁명’이 필요하다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고, 여기에 기반해서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집회에서 부르고 공연을 했던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노래 가사는 더 노골적이다. "지랄하고 자빠졌네겨우 영점 칠삼프로 이겨놓고마치 점령군이라도 된 것처럼"(...)"조국 온 가족을 도륙해놓고정치검사 측근인사 승진했네" 기본적으로 현 정세를 20대 대선의 연장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은 졌지만, 결과를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언급하는 가사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을 물리치고, 이재명 당 대표와 조국 전 장관을 ‘복권’시키는 것이 정의라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 아무리 민주당과 무관한 집회라고 주장한다고 치더라도, 선명하게 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부정하긴 힘들다. 결국 조국 전 장관 사태 이후 발생한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 대립의 연장선에서 태극기 집회와 현 윤석열 퇴진 집회가 존재하고 있으며, 제도권 양당 정치가 거리까지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퇴진운동의 근거 또한 부실하다. ‘김건희 특검’이라는 구호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동일한 선상에서 언급될 수 있는가? 대통령과 혼인신고도 하기 전의 주가조작 사건이 대통령 퇴진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고려 없는 퇴진운동은 ‘이재명 방탄 집회’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적 조건이기도 하다. 윤석열 퇴진 운동, 무엇이 문제인가? 대통령 퇴진 요구 자체가 문제적인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기 용산참사와 쌍용차 파업이라는 국가폭력 이후 퇴진운동이 전개되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세월호로 출발한 전 사회적 변화의 요구가 퇴진운동으로 수렴되었다. 하지만 현 윤석열 퇴진 운동은 출발 지점부터 현재까지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요구만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요구가 결합되었지만,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사회적 반성과 성찰의 과정이 생략된 퇴진 운동이기 때문이다. 최고 신고 시각에 대한 보도 이후, 국가 책임을 묻고 행정책임자 파면과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가 나오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정치와 언론, 시민사회 일부는 세월호 당시 사회적 경험을 과도하게 이태원 참사에 투영하고 있다. ‘막을 수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국가부재에 대한 질문은 세월호 당시 담론을 그대로 가져온 셈이고, 국정조사-시민사회 연대체 구성-촛불집회-퇴진 구호 등장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프로세스가 단 기간에 완성된 것 또한 세월호에 대한 학습효과라 볼 수 있다. 문제는 대중들의 정서가 이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치는 참사부터 퇴진까지 일직선으로 로드맵을 구상하고 추진해나가고 있는데, 대중들은 대통령 하나 바꾼다고 모두에게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세월호를 통해 경험했다. 이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해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추모의 대화가 필요하고, 이를 사회적 담론으로 정립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대화와 토론, 사회적 담론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너무나 일찍 생략(포기)해버렸다. ‘퇴진은 추모’가 아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책임여부 혹은 퇴진에 대한 동의여부와는 별개의 이야기다. 적어도 지금 이 시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애도의 정치-추모의 정치화는 퇴진 구호와 달라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국가책임을 묻는 것이 정권에 대한 책임 요구로 축소되거나 수렴될 수 없다. 정권교체만으로 새로운 국가를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에 대해 일부 진보적 운동 단체에서는 체제전환을 이유로, 윤석열 퇴진을 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되묻고 싶다. ‘윤석열 퇴진’이라는 구호가 우리 사회를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체제전환 시킬 수 있는가? 오히려 대통령 퇴진 구호는 체제전환의 요구를 가리고 있다. 윤석열 퇴진 구호는 불평등-기후위기-차별의 문제들이 아니라(혹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이재명-윤석열 두 개인 간의 정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대선, 지긋지긋한 양당정치의 구도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한다고 자본주의가 극복되는 것도 아니며,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사회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의 정권교체는 ‘도로 민주당’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도 하다. ‘도로 민주당’이 정말 ‘혁명’이고 ‘해방’인가? 운동은 하고 싶은 이야기만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를 제시하고, 대중들을 설득하며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왜 그 노력을 ‘김건희 특검’을 외치는 세력과 함께 해야 하는가? 검찰과 싸우기 위해 모인 세력이 아니라, 현 체제에서 가장 고통 받고 아픈 사람들 곁에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사회운동 세력이 함께해야 할 곳은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옆이다. 추모행동으로 출발하자는 의미 사회적 추모는 단순히 슬퍼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추모를 통해 행동하자는 의미이고, 이 행동에는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퇴진운동을 전개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윤석열 퇴진(민주당 재집권)을 위해 ‘추모’를 끌어오는 방식으로, 본말전도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아직은 짐작할 수 없지만, 함께 슬퍼하고 감정을 공유해나가면서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참사의 시대는,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사회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지금의 청년세대는, IMF부터 세월호 그리고 10.29 이태원참사까지 각자도생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라는 것을 살아온 삶 전부를 통해 학습하고 있다. 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그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첫째는 반성과 성찰이고, 둘째는 고립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메시지는 단순히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잘못을 확인하고 대안을 찾아나갈 수 있는 사회라는 신뢰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또한 언제든 자신이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된 사회구성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통해 사회의 존재의미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윤석열 정부는 이를 포기하고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출발해 국가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사회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제는 안전하다, 이제는 사회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연결해내는 사회를 제시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퇴진운동을 넘어서야 하는 가장 큰 핵심적 이유다. 게으른 퇴진운동을 넘어 국가담론에 대해 말하자. 누가 대통령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로 나아가야 하느냐이다. *12월 17일에 있었던 있었던 민교협 토론회 <이태원 참사의 성격과 한국 정치>에서 발표한 발제문입니다.
10.29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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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미즘으로부터 생태주의를 배운다.
*이 게시물은 제이슨 히켈의 [적을수록 풍요롭다] 책의 6장의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용한 부분은 책의 페이지를 기입했습니다.  생태계의 복원력 제이슨 히켈에 따르면 “생태계 전체에 걸쳐, 예전 산림의 90퍼센트를 순전히 자연적으로 회복하는데 평균 66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두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때에 따라, 30년 이내, 21년만에 회복하기도 한다.(322) 생태계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생태계의 복원력이 작동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을 착취하고 있는 셈이다.  탈성장이 답이다 자본주의의 성장이 생태계의 복원력 이상으로 자연을 식민화 하고 착취하는 주범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따르면 “궁극적으로 탈성장이 탈식민화의 과정"이다. “자본주의적 성장은 언제나 영토 확장 논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왔다. 자본이 점점 많은 양의 자연을 축적의 회로 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자본은 토지·숲·바다, 심지어 공기까지 식민화한다. 500년 동안 자본주의적 성장은 인클로저와 수탈의 과정이었다. 탈성장은 이 과정의 역전을 의미한다. 치유와 회복, 바로잡음의 기회를 의미한다.”(337)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좌파든 우파든 ‘성장'을 기본적인 전제로 두고 분배의 정도를 두고 다투게 된다. 하지만 성장을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지구를 생명이 살기 어려운 정도로 몰아붙이기도 있다. 누군가는 급진적이라고 할 지 모르는 ‘탈성장'은 생존을 위한 긴급한 필요이다.  생태적으로 된다는 것. 애니미즘으로부터 배운다 작은 단위를 관찰하고 생각해보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섬을 찾아 사는 정착민들은 섬에서 살기 위해 섬의 생물종과 공생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들은 “다른 생물종에 관심을 기울여 다른 종의 습성과 언어, 서로 관계 맺는 법을 익혀야 했다.” 안전과 지속성을 위해 되돌려주고 보호하고 풍부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338)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을 존중하며 다른 생물종, 심지어 비생물 자연과 함께 하지 않으면 그 공간에서 인간을 생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에콰도르와 페루 사이에 사는 아추아족에게는 인간과 구별되는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339) 정글의 동식물은 영혼을 지니며 인간으로 분류된다. 모든 생물과 경의나 상호 존중, 연결과 유대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비인간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말레이반도 열대우림의 취옹족 또한 “공동체가 인간을 넘어서 식물·동물·강·숲을 포괄”한다. 그들은 “집합적으로 우리 사람이라고 부"른다. “모든 존재가 동일한 도덕의식에 의해 움직인다고 간주"하고, 서로에게 윤리적 책임을 지닌다.(341)  이들에 따르면 “자연을 자원으로 치부하고 착취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불가해”한 것이다.(343) 이는 “평형과 균형의 문제"이다. 인간과 비인간 자연의 관계는 “추출이 아니라 교환"이어야 한다. 줄 수 있는 이상 취하지 않고, 생태계의 재생 한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인간은 “들어야 하고, 공감해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344) 이처럼 인간은 생태적 윤리를 필요로 한다.  그레이엄 하비에 따르면 ‘애니미즘’은 “세계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으되, 그 중 일부만 사람이고, 생명은 언제나 다른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과 식물, 강과 산까지도 객체가 아닌 스스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접근"하는 것이다.(346) 이러한 관점에서는 “모든 존재가 각자의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들로, 자신만의 지식 형태로 상호작용하고 반응한다". 하지만 우리 경제체제는 “다른 살아있는 존재들의 체계적 착취에 의존"하며,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렇듯 애니미즘은 근본적으로 생태적이다.(347)  자연주의와 탈성장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도그마화 된 철학적 접근이다. 인간의 구분과 관계 없이 인간은의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속하여 자연에 의존하여 생존한다. 물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독자적인 발현적 속성을 가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인간의 독특한 특성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물리학/화학/생물학) 법칙의 구조적 제한 안에서 그러한 것이다. SF영화에서처럼 지금 당장 지구밖의 생존 가능한 별을 찾아 이주 할 수 없다면, 우리는 지구 안에서 지구의 조건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려는 사고 방식을 버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비인간 자연 전체와 공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탈성장'을 그 방향으로 정 할 수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탄소중립/탄소제로 또한 '탈성장'이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장'을 포기하지 않으며 추진되는 탄소중립은 대개 자본주의의 이윤의 녹색정당화, 그린패싱으로 드러나고 있는 듯 하다.  익숙한 질문에 다시금 직면해야만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생태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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