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휠체어’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해당 시위의 주요 쟁점은, 장애인 이동권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준다는 것과 함께, 시민들의 출근·등교를 볼모로 삼았다는 입장의 대립으로 볼 수 있겠다. 시위에 대한 정당성이 점차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면서, 정작 장애인 이동권과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린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한국에서의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시위는 2001년, 오이도역 휠체어 리프트에서 노부부가 추락해 사망한 뒤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라는 문제의식 하에 촉발되었다. 이후 약 20년동안 이동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주장해왔지만, 여전히 서울 시내의 역사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존재한다. 이는 지하철 및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며, 환승 또한 불가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서울권, 비수도권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사각지대는 여전하며,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지자체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이용 대상, 요금, 운영 시간 등이 모두 통일되어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우리 모두를 위한 것"…장애인 이동권 해외 사례는?).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고령자나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 약자들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가 보편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되는 한국의 상황과 달리, 해외의 선례들은 어떻게 ‘배리어 프리’를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 법률 제정을 통해 장애인 등 이동약자가 탑승 가능한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를 명시한 대표적인 국가로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 장애인위원회(National Council on Handicapped)에서 제출한 입법 건에 대해 ‘미국장애인법(ADA; American Disability Act)’이 제정되었다. 미국장애인법의 제2장과 3장에는 공공서비스와 민간사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보완적 수단으로서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다(특별교통수단의 경우, 장애인의 주거환경 및 장애의 경중 여부에 따라 고정된 노선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요구됨, 특별교통수단의 경우 휠체어리프트 또는 상응하는 승하차 보조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며 door-to-door 즉 집 앞에서 목적지 앞까지 운행되어야 함).
이어서 영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DDA)’은 Community Transport Association(이하 CTA)에서 Community Transport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영국 전역의 수천 개의 지역 자선단체 및 커뮤니티 그룹이 지역사회 발전 및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위해 교통수단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 구성된 협의체라 볼 수 있겠다. 학교 운송 차량, 병원 운송 차량 등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시 차원의 재정지원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재정 및 자선단체의 재정 등 다양하게 혼합되어 지원되고 있다. 또한 2020년부터는 모든 좌석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와 고정 설비 등 교통약자 지원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저상버스의 경우 장애인 접근성이 98%로 나타났으며, 열차와 지하철의 경우 좌석이 접이식으로 되어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배리어 프리 구조로 되어있다([ON 세계] '장애인 이동권' 외국은 이렇다).
세 번째로 독일의 경우이다. 독일의 경우 장애인평등법(Behindertengleich-stellungsgesetz)에서의 장애인보호 기본원칙은 사회법전 제1권(Sozialgesetzbuch Ⅰ)에 선언 되어있다. 독일은 버스와 지하철의 입구가 넓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편하게 대중교통을 오르내릴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한 차량 자체에 자동 경사판 시스템이 장착돼 교통 약자의 접근성을 확보했으며, 정차 스위치가 별도로 있어 안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배리어 프리가 일상화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핀란드 복지가 궁금하면, 버스를 타라").
마지막으로 핀란드의 사례이다. 핀란드 내륙의 대표적 산업도시 땀뻬레에서는 널찍한 버스를 운영하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유아차를 가지고 탑승하는 승객, 그리고 나이가 많은 승객들에게도 편리한 대중교통을 제공하고 있었다. 2021년부터 새로 운행하게 된 트램 또한 유아차 동반 시민, 그리고 이동보조장치를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신체 장애인들의 이동권 또한 보장하고 있었다. 트램의 정류장은 모두 지면의 높이에 맞게 설계되었고, 인도와 트램 사이의 간격은 4cm에 불과하다. 문 옆의 램프로 문의 개폐와 승하차를 더욱 안전히 도울 수 있으며 운전사 또한 이용자들을 쉽게 도울 수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헬싱키시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헬싱키시의 모든 버스는 저상버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동과 전동 휠체어 모두 버스에 쉽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트램과 지하철에도 적용되며, 택시 승하차장에서도 접근성 택시(앞선 특별교통수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이동권 선진국' 핀란드도 '장애인들의 목숨 건 시위'가 시작점이었다).
세계 각국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다양한 제도적 노력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은 장애인들에게 생존권에 가까운 필수적 권리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 주거, 복지, 문화생활, 사회적 교류 등 장애인들이 한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자유롭게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겠다('이동권 선진국' 핀란드도 '장애인들의 목숨 건 시위'가 시작점이었다)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노력은 단순히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비장애인들, 전술한 유아차 이용 시민이나 보행 보조기구가 필요한 사람들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서비스 접근권과도 유의미한 관련이 있다.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장애인만’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관련 추가적인 대책에서 더 나아가, 장애인 이동권이 여전히 취약함에 집중해,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일반 대중교통에 있어서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참고 자료
- 이경준, 최윤영(2013), 장애인복지론, 양서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 장애인 이동권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버스 및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이동권 증진 방안에 관한 연구 -버스및특별교통수단)
코멘트
3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말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말만 있을 뿐..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독일에 갔었는데, 여기는 장애인들도 어렵지 않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었다는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좋네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도 관련 제도가 제대로 마련된다면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출근시간마다 미어터지는 지하철과 버스에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마련되어도 몸을 구겨넣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휠체어가 그 공간에 들어오려고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것을 지역균형과 노동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렇듯 우리 사회가 제도적인 변화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까지 이어지려면 거쳐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타국의 사례를 보면서 (내부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글을 보면서) 저 나라들은 장애인에 대해 동등한 시민이고 인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