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산업재해에 대한 집단지식을 모으다.
매일매일 뉴스가 쏟아집니다. 어이없고, 때로는 화나는 이야기들 속에 안타까운 이름들이 아주 잠깐 스쳐갑니다. 하루 평균 2.3명. 오늘 아침 일터로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수치입니다. 대단히 큰 사고가 아니면, 기사 한 줄 없이 통계로만 파악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사회가 그나마 관심을 가지고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1년이 지났지만 이것으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법에서 말하는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모호'하다거나, 중대산업재해의 기준을 노동자 '1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달라는 등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며 개정을 요구하는 경영계의 목소리에 정부가 더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의 날이 있는 5월. 기본적인 안전 조치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죽음이 수십년 째 반복되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누군인가. 일터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왜 당연하지 않는가.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그때그때의 기사나 자료로는 꾸준한 관심을 갖기도,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는 산업재해에 내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번 고민으로만 그쳤는데, 이번에는 그 고민 앞에 ‘함께'를 두고 힘을 모아보았습니다. 5월 12일, 월요일 저녁 빠띠 활동가 5명이 “산업재해"로 위키문서를 만들기 위해 모였습니다. 모든 사용자가 개방된 협업을 통해 항목을 완성시켜 가는 위키피디아처럼 공동작업으로 ‘산업재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모아보기로 한 것이죠.  '산재' 둘러싼 지식들 모으다 보니 알게 된 사실들 우선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평소 어떤 관심을 갖고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는 일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을 모았습니다. 본격적인 공동작업에 앞서 항목을 잡았습니다. 개요, 법령, 통계, 기사, 자료, 주요 사고, 관련활동으로 정한 항목을 각각 나눠 우선 자료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찾다가 다른 사람이 맡은 항목에 해당되면 붙여놓기도 하고, 일단은 할 수 있는 만큼의 자료를 찾아 모았습니다. 우선 첫 시간에는 자료를 모으고 본인이 찾은 자료를 어떻게 분류, 정렬을 하면 좋을지 제안하고 서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런 몇 번의 공동작업으로 문서의 흐름을 잡고, 항목을 추가하거나 조정하고, 추가된 항목에 자료를 다시 찾아 정리하는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당신의 일터는 안전합니까... 일상과 가까운 산재 산업재해에 대해 관심을 꽤나 갖고 있었다 생각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도 참여하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생각했는데 위키 문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전체적인 맥락과 과정을 더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필요하게 된 이유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기업이라는 이름은 빠지게 된 것이나 하는 사실들 말이죠.  또 산업재해 데이터를 가지고 구인공고를 낸 기업의 산업재해 사고 현황을 살펴볼 수 있도록 정보공개센터의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 찾기 프로젝트와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이달의 산재 사망 사고 기록을 해 온 노동건강연대의 이달의 기업살인 활동은 우리의 일상이 이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려주어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위키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추모 캠페인] 끼임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SPC 제빵노동자를 추모합니다. 같이 산재 사고에 대해 추모의 마음을 모아보는 것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활동이겠구나 생각도 들었고요.   우리가 시작한 위키문서는 아직 빈곳이 많습니다. 위키로 우리가 모은 것은 정보나 지식만은 아닙니다. 그 문제에 대해 함께 하고 관심을 계속 기울이겠다는 마음도 쌓여있습니다. 산업재해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나요? 당신은 얼마나 마음을 낼 수 있나요? 당신의 자리를 비워둡니다. 
[빠띠가 보는 '노동과 민주주의']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면
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보통은 ‘먹고 살기 위해(돈을 벌기 위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실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돈이 전부’라는 명제에는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더라고요. 일로 맺는 관계, 일로 얻는 성취감은 때때로 돈을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물론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죠? 이처럼 ‘일이 무엇인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은 무궁무진합니다.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개의 답이 나올지도 몰라요. 다양한 일터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없을 거예요. 오늘 이 글에서는, 함께 머리 맞대고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청년 조합원이 만드는 일터와 노동조합의 조직문화,  ‘BLAH in the 공청’ 2021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은, 청년 조합원이 일터 혹은 노조 내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노동 문제와 필요한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BLAH in the 공청’이라는 공론장을 운영했어요.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새로운 소통 방식을 실험하고, 산발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던 논의의 장을 조직 내부로 끌어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 했는데요. 조직문화, 임금격차, 노동조합의 역할 등 주요 논의 의제를 정해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보다 풍성한 논의를 위해, 공론장 행사 전에는 사전토론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하여 조합원들의 의제 학습을 도모하기도 했는데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사전토론 게시글에 댓글과 공감을 남기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일터에서의 내 권리 찾기,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 2021년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일하는 시민이 자신의 노동 경험과 문제를 나누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는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여성/성소수자, 청(소)년/노인/장애인,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30인 미만의 노동사업장 등 그동안 노동 관련 논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했는데요. 대상/의제별 공론장 행사를 진행하고, 사전토론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해 참여자들이 의제에 대해 미리 학습하고 투표와 댓글로 토론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1차 온라인 사전토론 - 1차 공론장 행사 - 2차 온라인 사전토론 - 2차 공론장 행사’의 과정으로 논의가 단계적으로 숙성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했습니다.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요. 논의 결과는 서울시 노동정책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노동 문제 대안을 찾다,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관리, 배달서비스 등 플랫폼 노동은 우리의 일상에 굉장히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부의 각종 보호체계에서 비껴나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연세대 긱업스 연구팀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아이디어톤은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논의하여 결과물을 도출하는 해커톤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당사자인 플랫폼 노동자, 의료/노무/법률/보건 분야 전문가, 시민이 하루를 함께 보내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대안으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집단지성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내 고향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특히 많은 지역이 인재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설사 지역에 남는 청년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 부딪혀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2021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는, 광주/대구/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등에서 당사자인 지역 청년들과 함께 지역의 노동 문제와 대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공론장 행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본 행사에 앞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도구 활용 교육, 관련자료 배포 등을 진행했습니다. 공론장이라는 문화가 아직 낯선 분들을 위해 디지털 투표 플랫폼을 활용해 문턱을 낮추려고도 했는데요. 덕분에 참여자들은 쉽고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습니다. 네 가지 사례, 모두 잘 살펴보셨나요?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빠띠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던 공론장입니다. 네 공론장은 다루는 의제도, 참여주체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답니다. 발견하셨나요? 빠띠는 모든 공론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아래의 공통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보통 ‘노동 문제’라고 하면, 대립이나 투쟁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노동 관련 논의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① 보다 더 나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의 참여 보장 - 다양한 관점을 위한 시민, 전문가 등의 참여 보장 ② 보다 더 많은 참여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다. -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를 활용하여 사전토론 및 의견수렴 - 온라인 투표 플랫폼 빠띠 타운홀을 활용하여 참여의 문턱 낮춤 ③ 더 풍성한 논의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를 활용하여 사전정보 제공 - 디지털 도구 활용 교육, 의제 관련 자료 배포 ④ 평등하고 안전한 대화와 숙의 환경을 만든다. - 참여자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며, 평등한 발언권 제공 - 그라운드룰을 함께 정하고, 그에 따라 토론하며 안전하게 대화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일터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일을 합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바람은 매한가지입니다. 여러분은 노동에 어떤 행복을 녹이고 싶으신가요?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자리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대안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 글 : 소이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공론장팀 활동가 / soy@parti.coop  ——  모두가 민주주의 위기를 말할 때, 빠띠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를 혁신합니다.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해 빠띠를 후원해주세요!—> 빠띠 후원하기 : bit.ly/빠띠즌가입
반복되는 일터의 죽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스즈메의 문단속’ 보셨나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스즈메’가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고, ‘스즈메’는 문을 닫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다 고향에서 자신이 잊고 있었던 상처를 마주하게 됩니다.  “12년 전에 일어난 재해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거든요. 지금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수 없어서 피난 중입니다.” “제 딸이 12살인데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했던 해에 태어났거든요. 그 재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셈이죠. 제 딸처럼 재해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세대들이 일본엔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이 영화는 12년 전 동일본대지진을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오래도록 잊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를 다뤘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을 ‘돌려주며’ 재난을 막아내고, 또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배경과 함께 영화를 보니 재난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재난은 사회에 상처를 남깁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흐려집니다. 재난 피해자의 이야기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도 생깁니다. 이는 산업재해와도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연재해와 산업재해는 다른 측면이 있지만, 우리에게 남는 고민은 닿아있습니다. 피해자를 어떻게 치유할지, 그 과정에서 공동체의 역할은 무엇인지 말입니다. 어떤 죽음을 기억하고 있나요? 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재해자 108,379명 사망자 2,062명 2021년 재해자 122,713명 사망자 2,080명 2022년 재해자 130,348명 사망자 2,223명 하루에 여섯 명 이상의 사람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오늘도 누군가는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1년에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일하다 다치고, 아프고, 2천 명이 사망한다니, 믿어지시나요? 이것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우리가 아는 죽음이 많지 않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심지어 통계자료에 모든 산업재해가 담긴 것도 아닙니다. 기록되고, 기억되고, 사건화되는 죽음은 적은데 우리는 그마저도 잊어가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일하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수리는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작업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적어서 혼자 수리에 나섰고,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습니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하청업체로 위험을 외주화하는 사회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7년 전주 콜센터에서 일하던 홍수연 님이 업무 스트레스로 자살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퇴근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현장실습’을 명목으로 끊임없는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공간에, 분초 단위로 노동자를 통제하는 공간에 보내졌던 홍수연 님은 그렇게 죽음으로 내몰렸습니다. 2018년에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 김용균 님이 사망했습니다. 2년 전 구의역에서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2인 1조 근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님은 암흑 속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지한 채, 홀로 개구부 안 문제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보고할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안전장치가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로 머리를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비정규직에게 더 잔혹한 현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건설 현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습니다. 한익스프레스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자 폭발 위험이 있는 작업을 동시에 하도록 했습니다. 냉동창고의 결로를 방지한다며 비상구 대피로를 폐쇄해 피해가 커졌습니다. 시공사에 벌금, 관리자 2명 실형이 선고되었으나 한익스프레스는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2021년에는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선호 님이 사망했습니다. 300kg이나 되는 컨테이너의 벽체가 무너졌고, 깔렸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 계획을 세우고 안전조치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는 물론 기본적인 안전핀, 장비조차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같은 문제로 인해 사고가 있었음에도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산재 사망까지 이어졌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경남 제지업체 공장에서는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치료 중, 양산 제조 공장에서는 압력 용기 부품에 맞아 치료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김해 제조공장에서 지게차가 전복되며 깔려 사망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올해 1분기에만 128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일터에서 사망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죽음은, 사회에 제기되는 죽음은 많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죽음, 여전한 사회 죽음이 쌓이고, 분노가 모여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법 시행 이후 첫 재판이 있었습니다.  건설노동자가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망한 사건에서 원청 법인은 1억 6천만 원, 하청 법인은 1천만 원의 벌금을 받았습니다. 원청 대표이사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 안전보건 총괄책임자(현장소장)는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어진 한국제강 사건에서는 한국제강 법인 벌금 1억 원, 대표이사가 징역 1년, 법정 구속되었고 협력업체 대표는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전에도 같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음에도 재판부는 최저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진짜 책임자인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먼저, 전체 사업장의 68% 이상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못합니다. 43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또 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기소조차 되지 않습니다. 2022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사고만 250여 건이 발생했음에도 기소된 것은 14건이 전부입니다. 또 앞서 본 것처럼 기소되어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너무나 낮은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경총은 ‘매우 엄중한 형량’이라며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사람을 죽여도 벌금 몇 푼이 고작이고, 징역은 1년, 그마저도 다른 책임자들은 집행유예에 그쳤습니다. 안전이 우선되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인데도 말입니다. 이게 과도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중대재해를 처벌하는 것은 ‘안전한 일터’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안전에 책임이 있는 기업이 그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기 위함일 겁니다. 이윤을 위해 안전을 방기한 기업을 처벌하고, 다음, 그다음의 산업재해를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사건과 처벌에 주목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슬프게도 결국 사회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죽음은 숫자로만 기억되고, 우연하고도 불행한 사고로 여겨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쉬이 이야기하기도 어려워집니다, 해결된 것이 없어 반복해서 말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스즈메의 문단속’ 영화에서 ‘스즈메’가 만난 사람들은 그에게 역할을 줍니다. 그저 시혜적으로 동정 어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스즈메’가 할 수 있는 일을 줍니다.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역할을 하며 ‘스즈메’는 치유의 과정으로 나아갑니다. 숨겨두던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재난을 겪은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지 생각해 봅니다. 우선, 사회는 그 이전과 달라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의 사망으로 괴로워하는데, 다음날 똑같은 죽음을 맞는 이가 생긴다면 어떠한 희망도 찾을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고, 은폐·조작·피해자 탓 없이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분명히 처벌하는 것은 당연히, 또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참사가 발생한 우리 공동체의 구조를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 안의 우리는 피해자와 주위 사람들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의 과제가 많습니다. 끊임없이 주목하고, 슬픔을 넘어서서 사건의 본질을 짚어내고, 바꾸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남은 사람들의 이후 삶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그럴듯한 말들
출처 : 중대재해처벌법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자료 - 고노부 본문 8, 9쪽개인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에게 관리상의 조치 의무를 부과한다. 노동자 사망 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자연인에 대한 처벌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이다. 법인의 경우 50억 원 이하다.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어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그리고 전문가들이 여러 의견을 주장하고 있는데 살펴보자. 경영계와 노동계 출처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방향에 대한 노사 및 전문가 토론회 개최 경영계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모호성을 이유로 산업현장 혼란이 심각해 시행령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직업성 질병 범위 축소와 안전 보건 관계 법령을 산업안전보건법 등으로 특정하며 모호한 표현의 삭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법률상 위임근거가 없어도 법 시행에 필요한 사항이면 하위법령에 규정할 수 있게 하여 경영책임자 개념을 구체화하고 실질적 지배, 운영, 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계 입장에서 모호한 표현은 부담된다. 법 적용의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책임자 구체화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내용으로 하면, 기업 사장까지 처벌이 가능하지만 실질적 운영 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로 한정 짓는다면 현장 반장 수준에서 처벌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는 명확성이 낮지 않고, 중처법 시행 1년도 안 된 법령 개정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직업성 질병의 범위 확대와 안전 보건 관계 법령을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증받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이행에 대해 의무 이행을 갈음하자는 의견에 대해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럴듯한 말말말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송치까지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근로감독관의 업무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고, 현장에서는 높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의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근로감독관 업무 부담 감소와 24년 50인 미만 확대 적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2021년 기준 근로감독관 1인이 2600여 개의 사업장을 담당한다.)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보다는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고 있고, 노동계는 처벌 수준의 강화만을 주장하고 있고 행정의 측면에서는 감독관이 사후적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라며 앞의 의견들과 비슷하게 발언했다. 또한,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면서 ”현재 9+4개로 구성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고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습, 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출처 : 고용노동부,‘지속가능한 중대재해 예방체계’를 주제로 토론회 개최특히,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과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속 가능한 중대재해 예방체계’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다른 발언도 했다. 기업이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구축과 이행이라는 기업의 자율을 강조하며 정부는 뒷받침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전형배 교수는 현재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속해있다.)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대기업조차 안전역량을 체계적으로 향상시키기보다 당장의 형사 처벌을 피하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자율안전의 의지와 움직임이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현재 처벌 위주 산업안전 법령과 정책은 기업 스스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없게 한다”라고 말했다.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기업의 자율적인 사업장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 중대재해 때문에 생긴 법안이다. 그런데, 관련자 및 전문가들 의견은 다시 기업 자율에 안전을 맡기자는 것 아닌가. 처벌이 없다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기업들이 할 확률이 있는 것인가.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강제 사항이나 처벌 조항이 없다면 기업들은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서 이윤만 창출하고자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있는 지금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을 드나든다고 하지 않나. 기업 자율권 보장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한다면 반대급부로 노동자들도 얻는 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는 노동자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기업에게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은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올 뿐이다. 법 위반 처벌 수준이 강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기업의 의지가 약해진다는 논리가 상식적인 것일까? 처벌 수준이 약하다면 안전에 대한 기업의 의지가 강해진다는 논리의 출처는 어디인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법이 문제일까 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문제일까.출처 : 고용노동부 장관, 전국 산업안전보건 감독관과 현장 밀착형 중대재해 감축 방안 격의 없이 논의중부청 우도윤 광역중대재해관리과장은 “그간의 정책은 사업주에 대한 규제에 집중되어 근로자 개인의 안전 인식 전환에는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범국민 캠페인을 강화하고, 근로자의 안전 인식·행동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발언은 산업 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분들에게 모욕적이다. 산업재해가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부재로 발생했다는 뜻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것이지. 죽음을 벌기 위해 산업 현장에 가는 것이 아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는 철저하게 을의 위치에 있다. 기한이 정해져 있고, 현장 환경이나 분위기도 노동자 개인이 바꿀수 없다. 노동자들이 안전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가지고 있어도 산업 현장 조건이 안전하지 않다면 소용없다. 관계 부처 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었어야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대한 여러 의견을 보다 보면 최저임금이 떠오른다. 최저임금 인하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지불 역량이 부족한 영세업자를 이유로 든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안전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을 이유로 들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주장한다. 우리 사회의 일부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경영계의 불편을 잘 해결해 주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요?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공유경제나 긱워커와 같은 단어들이 나타났습니다. 공유경제는 여분의 경제적 이득을, 긱워커는 노동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긱 이코노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업무 일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전통적인 형태의 장기 고용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도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긱경제라고 설명합니다. 더해 긱 이코노미 속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유연한 근무 시간과 여유로운 일정을 즐기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노출 되어 있었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자유와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까요?  자유와 여유보다, 불안하고 바쁘고 아픈 노동자가 더 많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의 ‘일감 강제 배정’ 알고리즘이 플랫폼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0명 중 6명은 출·퇴근은 물론 휴게시간도 스스로 정할 수 없었습니다. 알고리즘 배차를 100% 따르면 곧바로 과로에 노출됐습니다. 자동 배차를 100% 수락한 라이더들은 지역배달대행사 주문을 자율적으로 선택한 라이더들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25%(30㎞) 늘었습니다. 이 같은 과로는 라이더들의 과속·교통법규 위반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 배차를 거부한 순간부터 ‘좋은 콜’ 배정이 줄어드는 예도 있었습니다. A씨가 꺼리는 콜을 거부한 지 이틀째인 실험 4일차에는 서울 압구정 한복판에서 점심 피크타임인데도 약 20분간 콜을 전혀 받지 못하는 공백이 두 차례나 생겼습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차 거절에 따른 패널티는 없으며 평점, 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배차 1건을 거절한 데 대한 압박이나 휴식을 중단하라는 취지로 배달종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 2022.11.02) 플랫폼노동자를 떠올리면 흔히 배달 노동자를 많이 떠올리지만, 플랫폼을 통해 가사노동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 역시 이에 해당됩니다. 외에도 대리운전기사, 프리랜서 종사자 등도 해당 범위안에 포함 됩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 따르면 가사돌봄유니온·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지난해 7월부터 8일간 가사·돌봄 노동자 100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례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1명 꼴로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9명, 아이 돌봄 노동자 37명 중 1명이 "업무 중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주변에서 성희롱 경험을 들었던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1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성희롱 등 고충을 겪은 가사·돌봄 노동자가 전문기관에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응답자들의 38.8%가 ‘혼자 처리하거나 삭인다’고 답했고, 8.5%는 ‘하소연할 상대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노동자상담센터나 여성단체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었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38명(49%)이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락스나 세제 등 청소용품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및 두통은 21%, 디스크나 타박상이 각각 12%, 3.9%를 차지했습니다. 아동 돌봄 노동자도 35명 중 19명인 54%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아주경제 2023.01.19) 중개업체나 플랫폼 기업은 이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매뉴얼과 규정 업체마다 제각각인 성폭력 예방 교육, 사후 대응 매뉴얼, 가해자 관리 규정은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익명의 가사노동자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제공자는 범죄 조회를 하지만 이용자는 하지 않는다”며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강제 이용 정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약관에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다른 업체와 ‘블랙리스트’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2023.03.07) 플랫폼 노동, 종속노동으로 근로조건 저하 가능성 높아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플랫폼에 종속되기 쉬운 상황에 노출됩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보고서(2018)는 플랫폼 노동이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착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방식에 종속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과 충분한 협상력을 갖지 못해 노동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조교수 역시 저서를 통해 긱이코노미 생태계의 최첨단 플랫폼은 노동자를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산업사회에는 노동자가 장시간을 일하더라도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안전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긱 이코노미도 종사자는 중계인만 있고 고용자가 없습니다. 소속된 직장도, 정식 계약도, 병가 휴가와 육아휴직도 없으며 노후를 위한 연금, 퇴직금도 없습니다. 플랫폼은 수수료만 가져갈 뿐 그 외의 책임을 일체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비스 처리 건수 기준으로 돈을 지급합니다. 심지어 요구에 늦게 응답하면 일을 주지 않거나 고객의 나쁜 평가를 검수하지 않고 노동 정지 처분을 일방적으로 내립니다. “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은 책에서 “공유경제라는 말이 처음으로 대중의 어휘속으로 들어왔을 때, 돈을 적게 쓰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 가족,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홀로 볼링' 현상의 성장세도 꺾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일으킨 파괴는 전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취약성만 키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임시 노동을 전전하면서 말이 독립적인 사장님이지 실상은 플랫폼의 독단적인 피벗과 이용 정지 처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노동자 안정성 보장하는 추세 '증가' 2021년 2월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5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노동의 종속성을 주장한 우버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영국 재판부는 우버 기사들을 노동자로 판단한 핵심 근거로 우버 측에서 기사들이 택하는 운전경로, 책정요금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즉 ‘종속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이후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선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습니다. (MBC 2021. 02. 19) 미국 뉴욕시는 2018년 말 우버·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운전기사에 최저표준운임(Minimum Pay Standard)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플랫폼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수년간 요구한 임금협상을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물론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도시는 미국에서 뉴욕이 처음입니다. 이후 뉴욕시에선 우버·리프트 기사뿐 아니라 우버이츠·도어대시 등에서 일감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2023.05.10) 또한 프랑스는 우버이츠, 딜리버루 등에서 자전거, 스쿠터 등을 타고 음식 등을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을 보장합니다. 4월 20일,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FNAE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노동자에게 최소 11.75유로(약 1만7000원)의 시급을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올해 1월 1일 기준 프랑스 세전 최저임금인 11.27유로(약 1만60000원)보다 0.48유로(약 700원) 높습니다. 그레구아르 르클레르 FANE 대표는 이번 합의가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배달 부문에서 현존하는 플랫폼은 물론 앞으로 생길 플랫폼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비즈 2023.04.21) 플랫폼 노동은 누구에게 자유와 효율을 줄까? 플랫폼 노동은 누구에게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걸까요. 음식을 팔아도 1000원이 채 남지 않는 상인들, 불안정하고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지만, 노동환경을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플랫폼 노동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있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인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플랫폼 독점방지 규제 5법을, 유럽의 경우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 도입을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조정하는 고민이 필요 할까요? 
재택이 최고의 복지라는데, 엔데믹과 함께 유연근무도 회귀해야 하나요?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가장 큰 혁신은 바로 노동현장이었습니다. 글로벌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재택과 원격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탄력을 받았습니다. 날마다 겪는 출근전쟁을 벗어나 편안한 공간에서 아이도 케어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연근무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직장인 830명을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자의 60%가 협업 및 소통에 있어서도 재택근무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77.5%가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했을 때 업무에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2022.7.1. 재택근무 경험자 60% "사무실 출근보다 협업 수월", 출처 뉴시스).  또한 유연근무는 육아휴직보다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죄책감과 부담을 덜어주고, 어느 저출산 복지정책보다 일·가정 양립에 기여하며, 기업의 인력손실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신입 구직자의 경우에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경우가 64.7%로 과반을 차지하며 변화된 근무형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보여줬습니다(2023. 4. 13 취준생이 원하는 기업? “100% 재택보다 출근·재택 병행, 점심 제공”, 출처 조선일보). 그러나 엔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청했습니다. IT 기업의 경우 “‘판교등대’가 다시 밝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적 악화를 이유로 재택근무를 축소했습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사들은 엔데믹 이후 사무실 출근 체제로 전환을 했고 카카오 공동체도 근무 체제를 변경했습니다. 상시 재택근무와 워케이션을 내세웠던 야놀자 역시 돌연 재택근무를 종료해 직원들 사이에 큰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 저하를 재택을 핑계로 댄다는 소리가 나올만큼 일방적인 기업의 결정에 납득하기 어려움을 토로했고, 여파는 IT기업 노조 설립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3.5.1. '판교등대' 재현에 촉각…재택 양극화도 불만, 출처 뉴스토마토). 그렇다면 유연근무는 기업의 말처럼 업무 효율성과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실제로 재택근무가 동료 및 멘토와 연결되지 않아 다양한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자발적인 아이디어 생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2023.4.23. 원격근무가 생산성이 높다고? "헛소리", 출처 포춘코리아).  그래서 최근 엔데믹 이후에는 이러한 단점을 상쇄할 ‘워케이션(Workcation)’ 실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실험은 현재까지 기업과 직원, 지역경제까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한국관광공사가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워케이션 제도가 업무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61.5%에 달했습니다. 직무 만족도 증대(85%), 직원 삶의 질 개선(92%), 복지 향상(98%)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모든 직원이 다 따로 떨어져 일하는 재택근무와 달리 워케이션 제도는 한시적 기간에 일부 직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2023. 3. 25 재택근무는 줄어도… 휴양지서 원격근무하는 ‘워케이션’은 계속된다, 출처 조선경제). 갑작스런 펜데믹은 노동유연화를 앞당기는 혁신의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야심찬 혁신의 시작은 엔데믹과 더불어 추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자의 선택권 확대는 기업의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해보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업무 중 쉬는시간 OR 조기퇴근,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지난 3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의 내용 중에는 다른 이슈(최대69시간 근로라던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라던가...)에 묻힌 감이 있지만, 아르바이트, 시간제노동자 등 하루 근로시간이 짧은 노동자에게 직접 화두가 될 내용이 있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서는 하루 4시간 일할 때 30분 이상, 8시간 일할 때 1시간 이상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하루 4시간 일하는 경우 휴게시간 30분이 오히려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의견에 따라 근무시간 중 30분 휴식 대신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입법 개선안이 제시되었습니다. 관련하여 2022년 1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근로시간 4시간인 근로자 일 끝나면 휴게 없이 바로 퇴근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4시간 근로의 경우 노동강도가 세지 않은 분야에서는 사용자와 근로자 합의로 휴게시간을 선택하는 방안 ▴정부기관 청소근로자는 노사 합의로 계속근로 4시간 내에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방안 ▴청사관리 규정에 청소근로자 휴게실 면적을 규정해 청사 설계 시부터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에 대해 제도개선 검토를 내용으로 합니다. (2022.1.4. 국민권익위원회) 마트에서 주말에 단시간으로 일 했을 때 30분 휴게시간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쉴 곳도 할 것도 마땅치 않아서 푸트코트에 앉아 멍때렸던 기억이 납니다. 판촉 일 특성상 혼자 일하는 것이었고 연락처를 세워 놓고 쉬러 가도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혹시나 고객이 제가 쉬는 동안 구매를 원하면 푸트코트에 앉아 있다가 달려가서 결제했습니다. 실제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언제나 전화가 올 수 있다는 긴장 상태에 있다 보니 ‘이럴 거면 안 쉬고 말지’하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런데 물류센터에서 일한 날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물건을 들고, 또 옮기느라 흐물거리는 팔다리에 휴게시간 30분은 있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거나 휴게공간까지 왔다 갔다 하면 30분 중 절반이 날아가기 때문에 일용직노동자가 계단에 주욱 앉아 –숙련자들은 어디선가 상자를 구해서 깔고 앉기도-있던 장관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한편, 시간제근로자가 아닐 때는 어떻게 될까요? 하루에 8시간 일하는 직장인의 경우 통상 휴게시간 1시간은 점심시간입니다. (고용노동부는 4시간 이상 8시간 미만으로 일하며 30분 휴게를 보장받는 노동자에 관한 방안만 발표했습니다. 2022년 국민권익위의 발표 내용도 단시간근로자에 한정하는 내용입니다.) 정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8시간 일하는 노동자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아마도 현행과 같이 일률적으로 점심시간 1시간을 보장하는 방안, 30분 휴게에 선택권을 두는 위의 안을 일부 절충하여 30분은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하고 30분만 근로시간 중 휴게로 보장하는 방안, 휴게시간 전체를 조기퇴근 으로 전환해 일하는 가운데 전혀 쉬지 않는 선택권도 가능하게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쉼’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는 말,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는 말에 백번 동의하면서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쉼에는 ‘차라리 퇴근을...!’이라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높은 현장에서 그 쉼이 보장되지 않았을 때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생각하면 휴게시간 보장은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한, 선택권이라는 허울만 남아 실제로 쉼을 선택하려는 사람도 조직문화나 분위기 때문에 다 같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무휴식 무선택권’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 개선안으로 논의를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노동자의 휴식은 선택의 문제일까요?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할까요?
비가 내리는 어린이날 연휴, 배민라이더의 파업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 확대   5월 5일 금요일 어린이날, 주말까지 연휴가 이어져 나들이와 여행을 기대하던 가족들은 호우 예보로 대부분 집에 머물게 됐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것이 음식배달서비스일 터인데, 배달유통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현재 배민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가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 단체교섭 최종 결렬에 따라 5일 파업을 결정했다”고 4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세계일보 2023.4.29). 민주노총 소속 라이더유니온도 10일 연쇄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한국경제 2023.5.5) 배달노동자들의 전반적인 파업 및 항의가 확대 및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파업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약 80%의 조합원이 참여하였고 88.1%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Money S 2023.5.5). 라이더들은 작년 8월부터 4월 초까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최종 교섭까지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ZDNET Korea 2023.4.28).  배민라이더 파업의 배경과 요구안  파업의 주요 요구안은 9년째 동결되어 있는 3천 원의 배달료를 최저임금과 물가상승에 맞춰 4천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한다면서, “배민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4200억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배민의 작년 매출액은 2조 4049억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 영업이익은 4271억으로 흑자전환),  배달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었음을 비판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앞선 배달료 동결과 함께 아래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배달료 지방차별 중단(배민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수수료를 더 떼어가고 있다. 수도권 3000원, 대구 2700원, 영호남지역 2600원.) 알뜰배달(단건배달과 묶음배달 서비스를 합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배달료 수입 감소 대처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배민은 이에 대해 교섭 과정에서 라이더가 주 100건의 배달업무를 할 경우 5만원을, 150건을 달성하면 15만원을 추가지급하는 인센티브 요금체계를 제안하기도 했다(ZDNET Korea 2023.4.28)) 전업라이더 중심성 강화       누리꾼들은 혹 배달료 인상이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배민라이더는 배민이 배달료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지역마다 차등을 둔 배달비를 통일하고 라이더들에게 돌아가는 배달비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결코 이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배달비에는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 배민이 가져가는 수수료,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단건배달인 배민1 서비스인데 원래 이 시스템은 음식점에 중개수수료를 1000원의 정액제로 받았으나, 현재는 음식값의 6.8%를 받는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이렇게 단건배달비를 올리면서 배민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배달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기나긴 교섭 과정을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민은 배달노동자들에게 더 강한 노동강도를 요구하고 위험한 근로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민라이더들은 ‘픽업 알림’을 받는데 이는 “배민라이더가 배차받은 배달 물량을 제대로 받으러 가는지…확인하는 절차”(노컷뉴스 2023. 5.5)다. 이 알림은 이미 배달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중에 있을 때도 울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때 5분 안에 알림확인을 하지 않으면 콜(call)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알림에 답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위험하더라도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여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콜이 취소될 경우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배민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영업방식이 은폐되어 있다면, 비난의 화살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중개기업이 아니라 교통법규를 수시로 무시하는 ‘도로의 무법자’, 속칭 ‘딸배’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6개월 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다”(노컷뉴스 2023.5.5). 그러나 배달의민족 측에서는 “배차가 이뤄진 후에 15분 이상 지났을 때 라이더의 이상 여부 등 안전을 확인하려는 절차”라면서 현장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배달노동자들의 현실   이번 배민라이더 파업을 조사하면서 여러 기사를 열람한 결과 대부분의 배달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령대가 노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중년이거나 젊은 청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들과 같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소득확보의 경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배달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일자리들은 매우 위험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노동자가 감내하도록 요구한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맥락 속 배달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강도에 대한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면서, 그동안에 한국사회에 존재했던 배달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함께 당시 배달노동자들이 얻었던 높은 수입 사이의 괴리(이를테면 ‘그만큼 벌면 이 정도(노동강도와 위험)는 감수해야지’ 하는 식의)는 이번 파업을 두고 누리꾼들의 상반된 반응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가 점진적으로 시행되면서 격리되어 있던 일상이 열렸고, 배달산업의 성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과 부당한 근로조건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체를 겪고 있더라도 이미 한국 사회에 플랫폼 기반의 배달산업은 노동시장의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 배달노동의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이해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 4.0이 예측한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2017년 작성된 독일은 노동 4.0 백서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등장 등 미래에 펼쳐질 변화를 앞두고 노동 시장의 대응 방안을 정리했습니다. 최근 제제 캠페이너님이 정리해주신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를 읽어보시면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제 캠페이너님의 글을 읽으며 노동 4.0의 내용 중 플랫폼 노동 관련 내용을 조금 더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배달 플랫폼의 사례로 정리하면서 노동 4.0에 등장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설명과 좋은 노동을 위한 질문을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2017년의 독일이 고민한 플랫폼 노동의 미래 독일은 2년간 노동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과 대화, 연구를 진행해 노동 4.0 백서를 마련했습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노동 형태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플랫폼은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데요. 2017년 독일의 예측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상품을 구매하던 사람이 자신의 중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배달의 민족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던 사람이 배달 노동자로 활동하는 사례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노동 4.0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도 함께 정리했는데요. “승자 독식 형태의 독점 현상”, “이웃, 동료 간의 협력도 디지털 플랫폼 경제 구조에서는 약화” 등입니다. 특히 플랫폼의 성장으로 발생한 생산 수익의 분배 과정에서 “대규모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의 이윤에 대한 세금 부과”가 필요할 것이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독일이 예측한 플랫폼의 확산이 2023년 한국 사회에서 등장했듯이, 독일이 우려한 현상도 한국 사회에 나타나고 있을까요? 독일의 해법이 현재 한국 사회에도 필요할까요? 한국 사회의 배달 앱 사례와 함께 살펴보시죠. 배달의 민족으로 입증된 노동 4.0의 예측 음식 배달 앱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겁니다.(저도 애용자 중 하나고요)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배달 어플리케이션 시장은 크게 성장했습니다. 배달 앱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분석한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2021년) 매출은 2조88억원으로,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인 2019년(5654억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요. 물론 올해 발표된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조사 등 배달 앱 이용자 수가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를 전달한 매경이코노미 기사를 보면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은 “배달 시장 전체 MAU(월별 이용자수)의 66.8%”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업체인 요기요와 쿠팡이츠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하락했지만 배달의민족은 점유율이 올랐습니다. 3사의 경쟁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 4.0의 우려와 같이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플랫폼이 독점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너무 좌절하긴 이릅니다. 노동 4.0에 등장한 우려 외에 비전도 현실화 된다면 그나마 괜찮은 상황이라 할 수 있겠죠. 노동 4.0에선 5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경쟁력 있는 임금 체계와 사회 안전망 확보”인데요.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좋은 노동으로의 통합”, “다양한 노동 유형의 표준화”, “노동의 질 유지”, “공동 결정, 노동자의 참여, 기업 문화를 함께 고려하기”도 비전에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배달 앱 시장의 1인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노동 4.0에서 제시한 비전을 지키고 있을까요? “9년간 배달비 3000원 동결”, 거리로 나온 노동자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회사의 비전과 방향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중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항목 하단에 담긴 내용이 눈에 띕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아한형제들에게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중략) 우아한형제들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가운데, ‘고객 창출’ 및 ‘고객 만족’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애석하게도 이 비전은 배달의민족 소속 배달 노동자인 ‘배민라이더’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해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1’을 핵심 기능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핵심 서비스를 현실에서 구현되도록 하는 배민라이더들은 정작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터 소속 라이더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배달 플랫폼 노동조합은 노동절인 5월 1일 노동환경 개선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왜 거리에 나오게 됐을까요? 배달플랫폼 노조가 거리로 나온 이유는 기본 배달료입니다. 배달플랫폼 노조는 기본 배달료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아니 배달료가 이미 5천 원 가까이 되는데 배달료를 더 올리라고?’라는 생각을 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정확히 설명하면 어플리케이션 배달료에서 배달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한테 받는 배달료 엄청 올려서 수익을 늘렸으면 기업이 다 챙기지 말고, 배달 노동자에게도 정당하게 수익을 분배하라’는 겁니다. 지난 4월 19일 열린 파업 찬반투표 돌입 기자회견을 전달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따르면  노조는 “배달의민족 영업이익은 4천200억원인데, 라이더는 9년동안 기본료가 3천원으로 동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창의 노조위원장은 업주와 소비자가 배달료를 더 내는 것이 아니라며 “배달의민족이 받는 배달비 6천원에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료 비율을 늘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정리해보면 배달의민족은 자사 비전에 “‘존중’과 ‘배려’의 협동정신”, “서로에게 인간적인 예의를 다 하는” 업무 환경을 강조했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겐 이런 업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노동 4.0에서 이야기 했던 “디지털화로 인해 생긴 이익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비전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른 4가지 항목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거둔 막대한 성공과 이윤은 노동자에게 재분배되지 않고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간 셈이죠. 우리는 이렇게 막대한 이윤을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을 이대로 바라만 봐야할까요? 이윤 독식하는 플랫폼 기업, 어떻게 해야할까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큰 이윤을 창출한 기업은 전 세계에서 등장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각국도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해야 했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디지털세’를 해결책으로 꺼냈습니다. KDI 경제정보센터는 디지털세를 “기업이 디지털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얻으면 사업장 소재지와 상관없이 해당 국가가 일정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개념의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이 세금은 거대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조세회피를 대응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윤 독식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직접적인 도입을 추진중인 곳은 유럽연합인데요. 2020년 9월 5일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집행위원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대 IT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의 진정한 승리자이므로 유럽에서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2018년부터 디지털세 도입의 필요성을 짚으며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습니다. 물론 회원국 간 입장차이, 과세 대상이 대부분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서의 통과 등 걸림돌도 예상됩니다. 하지만 도입에 대한 의사 합치 발표를 하며 필요성은 합의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바이든 정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조금은 다르지만 유사한 방향을 가진 조세정책을 마련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디지털세 도입 동향을 다룬 법률신문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이 이윤을 독식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급과 소비가 점점 더 플랫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제구조가 갖춰지는 만큼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은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독일이 노동 4.0을 통해 지적한 것과 같이 디지털화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노동자의 임금 상승으로 연결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배달플랫폼 노동조합은 어린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경고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을 경고하고,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이번 파업에 동참하며 어린이날엔 배달의민족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 독식 문제를 고민하는 캠페이너가 계신다면 이번 파업에 동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돌봄 노동의 미래: 돌봄 노동과 외국인 노동
돌봄 노동이란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 등 혼자 외부활동이나 일상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노동을 말한다. 이들을 돌보는 것은 어느 사회든 대체로 가족(그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은 여성)이 책임지는 것이 전통이자 관습이었고, 돌봄에 있어서 국가 혹은 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생겨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긴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 있고, 치매 같은 질환이나 장애를 가진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하는 뉴스를 보면 사람들은 모두 딱한 마음을 표현한다.  돌봄, 혹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다. 노동이라고만 하기엔 다른 노동과 질적으로 느낌이 다르다. 도덕성이나 사랑 같은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돌봄 노동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름대로 노동의 강도와 시간, 돌보는 사람의 숙련도 등을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인 기준을 세우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과정 자체가 너무 길고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돌봄에 대해 도덕성은 필요할 지 모르겠지만, 핵가족화를 넘어 탈가족화 이야기가 나오는 시대에 꼭 감정(사랑, 친근함 등)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돌봄의 당사자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말하기 힘든 이야기다.  우리는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이 말을 잘 해석해보면 두 가지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첫째는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돌봄 노동의 시간과 강도를 돈으로 환산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둘째는 돌봄에 있어서 사회적/경제적인 차별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도 된다. 돌봄이 공적인 영역이 된다면 일단 이를 민간에 모두 맡길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물론 하도 자본주의가 중요하다고 노래를 부르는 사회이니까 자기가 돈을 많이 써서 더 좋은 돌봄을 받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을까 싶긴 하다.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도시(특히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해서 돌봄 차별을 받는 일은 없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서는 한국과 비슷한 문화를 지닌 동북아시아의 두 나라, 일본과 대만이 돌봄 노동에 대처하는 자세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먼저 돌봄 노동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 곳들이다.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사회가 늙고 있다는 이야기라던가 돌봄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 돌봄의 공공화 이야기가 한국보다 먼저 나온 곳이기도 한데, 또 하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돌봄 노동에 있어서 이주 노동자 유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곳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주 노동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족의 수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자식을 적게 낳거나 안 낳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돌봄을 담당할 가족의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첫째와 연관이 되어 있는 저출산 문제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노인을 돌볼 가족(자식도 형제도)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것이 예상되었고, 이와 더불어 돈을 주겠다고 해도 일을 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셋째는 여성의 임금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 임금이 올라가면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거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돌봄 노동이 이전처럼 유지되기 힘들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과 일본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돌봄 노동의 책임자로 대거 유입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노인 요양 관련 제도를 만들어 놓고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노동자들을 받아들이거나, 노동자들을 시설에 배치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식으로 진행을 한다.  오키나와 국제대학의 카게 리에(鹿毛理恵)와 사가여자단기대학의 마에야마 유카리(前山由香里)의 연구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재류자격에 요양(일본어로는 카이고介護)이 추가된 것은 2016년이고 실행된 것은 2017년이라고 한다. 일본이 돌봄과 요양 부분에서 외국인을 늘리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돌봄노동, 요양 관련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성명한다. 2006년 무렵, 언론을 통해 돌봄노동은 저임금 중노동 현상이 강하고 3K(한국의 3D 같은 것으로 더럽다-키타나이-, 빡세다-키쯔이-, 위험하다-키켄다-의 줄임말)노동이며, 돌봄/요양 노동자들이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시설 입소자에 대한 학대, 폭언, 폭력을 자행하는 일들이 자극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이 그 계기라고 한다.  안 그래도 부족했던 돌봄 노동 인력은 더 줄게 되었고, 돌봄 노동이나 복지 관련 교육 시설이 정원을 반도 못 채우는 일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그 자리를 (그래도 수가 부족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해 채우려 하는 것이다. (「日本における外国人ケア労働者の受け入れと育成をめぐる 現状と課題:ジェンダーの視点からの分析」) 시설을 중심으로 하여 숙련된 외국인 돌봄 노동자를 수용하거나 외국인 노동자를 일본의 돌봄 환경에 맞게 육성하는 방식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노동자의 수를 충원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사다마츠 아야定松文「介護準市場の労働問題と移住労働者」). 일본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늘지 않는 돌봄 노동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꽤 오래 전부터 돌봄 노동을 자동화, 기계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자력으로 운신할 수 없는 사람들을 들어올리는 로봇부터, 이동이나 운전을 돕는 로봇, 치매나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의 행동을 감시하는 로봇, 식사, 목욕, 배설을 돕는 로봇부터 고령자나 환자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교류를 유지시켜주는 로봇도 있다. 일본이야 워낙 옛날부터 로봇으로 유명했으니, 이런 문제도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노인이나 환자들을 위한 로봇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1990년대부터 있었지만 아직도 실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로봇은 없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어떤 종류든 돌봄과 관련된 로봇을 하나라도 도입한 노인 시설은 전체의 10% 정도였다고 한다. (MIT Tech Reciew.2023.01.13.)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일본의 이런 시도가 그리 유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한다. 돌봄 노동은 단순히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목욕을 시켜주거나 배설물을 치워주는 일 정도가 아니다. 돌봄 노동은 돌봄을 받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외로움이나 부끄러움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돌봄은 ‘인간관계’와 밀접한 관련이있다. 돌봄 노동을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세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온전하지 않은 정신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정서적, 사회적 돌봄은 엄청난 강도를 요구하는 일이다. 돌봄 로봇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하는 일인 것이다. 이에 비해 대만은 돌봄 노동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 돌봄, 특히 노동의 기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장기요양 환자를 중심으로 개인이 원하면 그 집에 살면서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의 고용을 허가하는 식으로 돌봄 이주 노동자를 수용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대만에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225,880명이다. 이 중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은 16,878명이고, 가정에서 일하는 사람은 207,399명이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여성이 종사하고 있는데, 대만의 복지/돌봄 관련 외국인 노동자 중 이 네 개 국적 중 하나를 가진 사람은 97%다. (대만 노동부 통계) 그리고 이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수적인 수요는 대체로 충족이 되지만 숙련도와 전문성이 낮거나 언어가 잘 안 통하기도 하는 인력들이 가정에서 일을 한다. 이런 현상은 돌봄 노동이라는 것 자체에 전문성이나 교육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또, 가정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사 노동에도 종사하는 경우가 많을 가능성이 높고, 노동 시간의 제한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임금에 있어서도 불리한 측면이 많을 것이다. 또 돌봄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폭력의 위험성도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저출산 고령화가 전세계 여러 국가의 문제가 되면서 돌봄 노동의 국제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유휘, 이정은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1월 말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은 총 463명으로 노동자 전체와 비교했을 때 0.6% 수준이라고 한다. 광역시, 도 등에서 관내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을 통해 관리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현황 정보를 통해 추산했을 때엔 전체 요양보호사 중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라고 한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의 경우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많았는데 2020년 3월 18일 기준으로 전체 간병인 수 34,951명 중 외국인 등록번호 여부로 확인된 외국인 간병인 수는 16,080명(46%)이었다고 한다. 임금 수준은 요양병원 간병인이 더 높지만, 근로 조건은 요양시설의 요양보호사가 더 좋다고 한다. (김유휘,이정은「한국 돌봄서비스의 이주노동자 실태 분석」) 요양보호사의 경우, 2020년 기준으로 83만 7천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단 16,500여 명이라고 한다.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의 94.7%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58.7세인데, 60대가 40.4%, 50가 39.4%라고 한다. 소수의 고령 여성이 다른 고령인을 돌보고 있다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고령자의 수와 비율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돌봄 노동자의 수요도 더 늘어날 것이 뻔하다. 돌봄 노동에 있어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다.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돌봄 로봇이 상용화되기도 힘들 것 같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 차별과 산업재해로 인한 부상, 사망에 관해서는 내가 기억하는 한, 20년 동안 딱히 변한 게 없다. 인권과 윤리성의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차원에서도, 한국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은 너무 느리다. 돌봄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독일의 '노동 4.0'을 알고 계신가요?
알고 보면 서로 다른, 4차 산업혁명 - 산업 4.0 - 노동 4.0 독일은 “하이테크 전략 2020”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기술, 사회 변화에 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5가지 (기후/에너지, 건강/식량, 정보통신, 교통, 안전)주요 부분을 대비할 미래산업계획 11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11개의 미래산업계획에 디지털화에 따른 지식산업화 준비와 미래의 노동환경과 노동생활에 관한 2개의 프로젝트를 추가하여 하이테크 전략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산업4.0(Industrie 4.0)’이라는 전략을 수립하였습니다. 또한, 2016년 말 ‘노동4.0(Arbeit 4.0)’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Klaus Schwab 회장은 ‘현재는 지금까지 일해 온 삶의 방식을 근본부터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와있다’라고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였고 국제적으로 4차산업 혁명에 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로봇(Robot), 센서(Sensor) 사물인터넷(IoT), 현실과 가상세계의 연결(O2O) 등의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삶에 융합되어 새로운 차원의 변화를 가져오는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보스 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산업 4.0(Industry 4.0)’과 혼용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기술이 산업계에 일으킬 혁명적 변화’를 의미하고, 산업 4.0은 지능정보기술 발달에 대응하여 독일 제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정립된 개념이어서 4차 산업혁명과, 산업 4.0은 내포하는 의미와 차원이 다릅니다. 독일에서 산업(인더스트리) 4.0이 노동(아르바이텐) 4.0으로 이어지기까지  독일은 2016년 다보스 포럼 이전에 가장 먼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를 예측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처할 정책 마련에 나선 나라입니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핵심은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과 사물인터넷을 연결함으로써 가상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고 통합하는 것입니다. 기계설비나 작업공구와 같은 실제 물리적 세계는 각각에 붙여진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인터넷으로 교환합니다. 가상물리시스템의 핵심은 생산과정의 자동화와 지능화입니다. 각 생산 공정의 설비들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그에 맞추어 생산과정을 조절하기 때문에 인간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습니다. 경영자, 관리인, 고객, 협력업체, 유통업체, 기계 설비가 인터넷으로 소통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이 최적화합니다. 인더스트리 4.0에서 실행한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통한 혁신이 노동과 삶의 양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독일의 고민이 노동정책인 ‘아르바이텐(Arbeiten 4.0)’으로 이어졌습니다. 인더스트리 4.0에 대응하는 아르바이텐 4.0은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자 문제의 해법이 공장무인화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노동조직 창출”을 고민합니다. ‘아르바이텐 4.0’은 ‘인더스트리 4.0’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2015년 독일 연방노동사회부가 「녹서」를 발간하면서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논의는 인더스트리 4.0의 새로운 생산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노동만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양질의 노동’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미래 노동사회의 사회적 조건과 규칙들을 형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이러한 형성과 정에 기여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2015년 봄부터 2016년 말까지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을 정리하여 독일 연방노동사회부는 2017년 3월 「백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이 백서는 디지털 전환과 사회적 변화 와중에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노동 4.0의 다섯 가지 목표와 여덟 가지 정책 방향 백서는 제3장에서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한 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합니다. ① ‘양질의 노동’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부합하는 소득과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필요하다. ② 안정적이고 직업적 상승이 가능한 ‘양질의 노동’에 대한 기회가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③ 경직된 노동모델이 아니라, 생애단계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성을 새로운 표준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④ 노동의 질을 유지하여야 한다. ⑤ 공동결정, 참여, 기업문화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위와 같은 원칙에 기초하면서, 복지국가 및 사회보장체계의 미래에 대하여 여덟 가지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합니다. ①취업 가능성의 향상- 실업보험에서 고용보험으로: 실업보험을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으로 확대함으로써 근로자를 위한 예방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평생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독립적인 직업지도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②유연하지만 자기주도적 근로시간: 디지털화가 근로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시간주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③서비스 부분에서 양질의 근로조건 확보: 디지털화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일자리 중개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서비스 부분에서의 양질의 근로조건 확보가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④산업보건- 산업안전보건 4.0을 위한 접근법: 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더욱 비중을 두어야 하며,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제들을 발전시켜 ‘산업안전보건 4.0’을 수립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⑤근로자 정보보호기준의 강화: 직업세계에서 디지털 응용의 확대로 인해 근로자 정보보호를 위한 실천이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연방노동사회부가 근로자 정보보호에 중요한 법조항인 독일 「정보보호법」 제32조(고용 관련 목적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처리, 사용) 규정이 유지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⑥공동결정과 참여의 지속과 사회적 파트너십에 기반한 전환: 디지털 구조적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파트너 및 사업장 차원의 협상과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⑦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적 보호의 증진: 종속고용과 자영업 사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디지털 직업세계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원칙적으로 자영업자를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법정 연금보험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고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⑧미래지향적 복지국가의 구축: 개인의 생애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취업가능성을 유지 시키고 전환기를 지원하는 것을 복지국가 제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보았습니다. 특히, 젊은 근로자에게 ‘사회적 유산’의 형태로 초기자본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 자본은 직업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또는 창업 단계나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경력 중단기간(휴직, 휴가, 실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근로자계좌’의 도입을 제안하였습니다. *위의 내용은 <노동 4.0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전략 연구> (2019) 를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힙니다. ?변화하는 사회와 노동에 관하여 독일은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자 문제의 해법이 공장무인화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 중심의 노동조직 창출”을 고민하며 노동 4.0을 통해 정책 목표와 방향성을 형성했습니다. ?여기서 독일을 한국으로 바꾼다면 우리사회는 디지털화를 통한 노동과 삶의 양식의 변화 앞에 무엇을 해법으로 삼아, 무엇을 고민하며 정책 목표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까요? 혹은 무엇을 해법으로 여기며 다음으로 향하고 있을까요? 
청년 니트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에 대한 소고
‘니트’는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의무 교육을 끝낸 뒤에도 진학도 취직도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니트 청년은 2020년 기준 37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청년들의 일자리가 줄고 니트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거나 경제 위기가 발생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구조적 차원의 양극화 또한 중요한 원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강의 기적 속에서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부국이라는 자화자찬 이면의 니트가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후자의 관점에서 보면 ‘분배 혹은 재분배’, 평등한 관계 형성의 문제가 중요해진다. 이에 더해 부동산의 소유에 의한 부의 양극화 또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분석을 하든 구조적인 문제의 급진적 변형은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큰 정치적 지형 변화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정책의 차원을 넘어선다.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의 연결, 그리고 시민의 지지와 압력의 결합 등 복합적인 정치적 실천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1) 구조적 차원의 문제의 해결 방향성과 모순되지 않는 관점에서 문제들을 완화하는 소극적인(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거나, (2) 국가 전체 차원의 구조적 차원의 문제의 해결 방향성의 맹아를 보여 줄 수 적극적인/실험적인 정책들을 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실행하고자 하는 정책이 구조적 차원의 문제의 해결 방향성과 상충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정책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정책 대상에 도움이 되지만 구조적 차원의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서울시의 사례에서 확인 할 수 있듯이 사회적 경제 영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책들,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경제 영역과 밀접하게 연관된 뉴딜 일자리 사업을 실행하는 등, 구조적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맹아를 보여주는 실험적인 정책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면이 있다. 꼭 이 사례가 아니더라도 후자와 같은 식의 정책들에 힘을 쏟는 것은 구체적인 실천들을 모아 총체적인 정치적 비전을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자는 주로 양적 차원에서의 평가들과 조응하며, 후자는 질적 차원에서의 평가들과 조응한다.   성장-대량소비와 관련되는 자본-노동의 모델들이 만약에 보수-진보 가릴 것 없이 혁명이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질 정도로 한계에 봉착한 것이라면(4차산업혁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야기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의 공동체 사회, 욕망이 아닌 필요에 입각한 생산 및 소비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추구하거나, 사회적 경제의 발전이라는 비전에 입각하여, 공공영역에서 사회적 노동을 수행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일련의 청년 집단들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실험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해도 정답을 찾기 어려운 성장-대량소비라는 기준으로서의 ‘질 좋은 일자리’의 창출보다는, 사회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노동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관점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확보하기 쉽지 않은 더 많은 부가 일자리를 만들까? 부는 이미 많다. 부가 선순환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끝없는 경제성장은 환경을 파괴하고 그것은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자본주의 외부로 나아가 대안공동체를 만들어 행복하게 사는 유목민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의 정책에 입각하여 사회적 경제 영역의 발전시키는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 혹은 완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자립성’이라는 기준을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다면 청년들로 하여금 또 다른 가능성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좋은 집과 많은 소비’가 아니라 ‘함께 모여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행복’의 가능성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노동시장에서의 경쟁 완화, 청년 니트의 감소와 연관될 수 있다.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그러한 가치들이 국가 차원에서의 문화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더욱 자립성이 높아지고 경쟁이 완화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공성과 대안공동체를 지향하는 방향성은 특히 ‘지역’이라는 범주와 친화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더욱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험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 같다.  청년 니트는 대체로 학교와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청년으로 정의된다. 청년 니트는 헬조선에서 마상을 입고 적극적인 사회적 삶을 뒤로하고 고립에 처한 존재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정부의 정책들은 대체로 적극성, 주도성을 지닌 대상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쉽기 때문에 청년 니트의 ‘발굴’이라는 표현이 주로 쓰이게 되는 것 같다. 돌아다니면서 강제로 끌어내지 않는 이상 ‘발굴’은 쉽지 않다. 안정된 집, 결혼 및 육아,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돈 많이 버는 직장이라는 ‘정상 루트’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많은 청년들을 강제로 니트로 만들어 버린다. ‘비정상’은 곧 소외이고 불행이 되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모든 청년들의 정상 루트로의 진입이라는 생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대안적인 삶의 방식으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정책 실험을 통해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새롭게 믿고 기댈만한 것이라면, 청년 니트들이 다시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중요한 제도가 될 것이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는 법률 개정안?
국회에서 가사근로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뉴스를 어제(21일) 본 것 같은데 제안 날짜가 오늘(22일)이라 다시 확인해보니 이런 상황이었습니다. ‘차별 논란’ 휩싸인 외국인 가사도우미 법안, 철회됐다 재발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21일 발의한 개정안이 22일 오전 철회됐다가 22일 오후 다시 발의됐습니다. 21일 발의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 중 일부가 발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의원 10인 이상 동의'라는 요건 미충족으로 철회되었죠. 그리고 다른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하면서 다시 요건을 충족하여 지금은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대정환 조정훈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 10인, 총 11인이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정훈의원 등 11인) 의안정보시스템 내용을 옮기면 해당 개정안의 제안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가사근로자 고용시장은 내국인과 중국동포 중심임. 고용허가제 대상인 16개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가사근로는 허용되지 않고 있음. 그런데 최근 육아를 하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가사근로자가 필요함에도 찾기 어려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위협받고 있음. 이에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의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음. 실제 싱가포르는 1978년부터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Foreign/Migrated Domestic Worker) 제도를 도입하여, 여성의 경제활동을 장려 및 지원하고 있음. 한국도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부담을 덜고 특히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음. 궁극적으로 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한편, 외국인이 보이지 않는 곳이 아닌 같은 생활권에서 일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됨 개정의 주요내용은 바로 이것 입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최소 3년에서 최대 5년간 외국인 가사근로자 정책 실험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함(안 제6조제1항 단서 신설). 현행 가사노동자법(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입니다. 제6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는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최저임금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사(家事) 사용인으로 보지 아니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가 행하는 가사서비스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등 근로 관계 법령의 적용이 제외되는 가구 내 고용활동으로 보지 아니한다. 근로기준법, 고용평등법, 최저임금법은 가사노동자에게 해당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왜지?) 그런데 이 가사노동자법을 적용받으면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고평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의 발의안은 제6조 제1항에 단서를(단,~~~) 만들어서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가사근로자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더라도, 외국인이면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내용으로 보입니다. 노동법에서 배제된 가사노동자를 가사노동자법으로 일부 보호했다가 그 중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다시 보호를 배제합니다. 배제의 배제의 배제...! 사실 가사노동자법 자체도 2021년 우여곡절 끝에 제정되어 2022년 시행된 최근의 법이고 입법 당시 가사근로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 환노위 통과돼 "68년만“ 다시 오늘의 가사노동자법 개정발의안으로 돌아가면 ‘한국의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 문제의 해결책으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다’로 한 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하여  한국여성단체연합 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은 최저임금 적용제외 발의안이 가사노동에 대한 심각하고 지독한 폄하임을 규탄하며, 가사근로자법은 이주 가사노동자를 수탈하기 위한 법이 아님을 주지합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차별과 배제의 문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차별적 구조 속에서 발생하는 선주민 여성의 문제를 이주 여성 노동자를 수탈하여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발의에 동참한 의원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저출산 대책으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와 더불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안을 긍정적으로 살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안을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1월 출생아 또 '역대 최저'…이대로면 0.7명대도 위태  
전직 검사출신 대통령의 노조 때리기
대한민국 노조, 기업·공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 윤대통령은 지난 12월 21일 비상경제민생회의 및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노조 부패가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는 지난 12월에 일어난 화물연대 파업에 강경하게 박차를 가한 이후로 계속되는 노조에 대한 탄압인데요. ‘노조 부패’를 언급하고 이후에 노조 회계를 투명화하겠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선 몇 가지 체크를 하고 싶네요. 여러분은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 3대 부패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시나요?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고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기업과 공직부패만큼이나 부패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권력과 자본, 그리고 영향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대한민국 노조가 일반 기업만큼 부패할 수있을만큼 영향력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기업과 노조 간 횡령과 같은 부패의 스케일(?) 차이를 비교해 보기 위해 지난 12월 29일 프레시안에 보도된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수사기관에서 개별적으로 파악한 수천만 원 내지 수억 원가량의 노조 관련 횡령 범죄 사례를 지난 2년간 2건, 서울시에서 노조에 지원한 지원금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모두 4건의 부정 사용이 파악됐다고 합니다.  반면 ‘기업 부패’의 경우 최근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횡령액만 707억 원에 달하고, 올해 초의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의 경우 횡령, 배임액이 무려 2215억 원이라고 합니다. ‘공직 부패’ 역시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이 이사트항공에서 횡령, 배임한 것으로 법원에서 인정한 금액이 500억 원에 육박하고, 최근 사면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 횡령액은 252억 원이라고 하지요.  그러나 노조에 대한 국고지원금은 지원금액 전체가 10년간 346억이라고 합니다. 기업이 횡령으로 끼친 한 건의 손해액이 10년간 정부가 노조에 지원한 국고지원금의 두 배 가량 되는 것입니다. (출처 : 2022.12.29. 프레시안)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노조 부패‘ 프레임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화물연대 파업 이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노동운동 탄압 조치입니다. 노동조합이 실제로 부패했는지, 어떤 비리와 부패 문제가 있는지 팩트와 자료를 위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부패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입니다. 앞서 노조 부패가 대한민국의 3대 부패라는 말에 실소를 머금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런 프레임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노조 측은 이제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민 여론으로 하여금 ‘뭔가 켕기는 것이 있나’ 하는 의혹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윤석열 정부가 주장하는 공인회계감사를 받아들이면 난데없이 회계시스템을 재정비해야하고 무수한 재정, 시간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등 결국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입니다. 돈과 관련된 문제이니 만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작은 건수 하나라도 크게 부풀려져 노동운동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불 보듯 뻔하지요.  근본적으로 노조의 조합비 출처는 조합원입니다. 조합원들 간 회계 재정 운용이 공유되고 나의 조합비가 어떻게 쓰이는지 출처를 확인하고 조직 내 자체적 회계감사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노조 내 회계비리는 당연하게도 형사처벌의 영역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처벌을 받고 재발방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순리지요. 노조 자체적으로 회계 운영과  감사는 노조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노조가 부패했다’는 근거로 회계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직접 들여다보고 공인회계의 잣대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나 윤대통령에게 이러한 노조 운영의 회계시스템이 ’정말로‘ 문제적인지, 혹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듯합니다. 사실과 상관없이 문제가 있다고 규정하고, 그러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니 말입니다.  여성권리, 노동권, 그 다음 차례는 누구? 사실 이러한 노조 때리기는 예견된 문제였습니다. 임기 초기에는 ‘여성 인권 운동 때리기’에 혈안이었지요. 대선 후보 시절부터 활용한 젠더갈라치기 전략으로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노조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여성단체,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의 회계감사를 강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노조 회계 투명화를 요구하는 윤석열 대통령실 당사의 상황은 어떨까요? 공직자야  말로 권력과 연봉의 출처는 국민의 세금이지요.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과 운영비라면, 모든 내용을 국민에게 철저히 투명하게 공개해야 마땅합니다. 대통령실 재정, 장관과 의원들의 특수활동비 영역에도 똑같은 투명화화 공개 의지는 없는 것인지요. 윤석열정부의 이번 노조 때리기 행보를 보면서 의문이 듭니다. 이 정부는 다른 집단을 짓밟지 않고, 스스로 유능함을 증명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여성 인권 탄압, 언론 탄압, 노동운동 탄압을 거치지 않고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유능한 정권을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대통령 임기 시작 후, 일 년 도 채 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약 4년을 더 현 정부와 지내야 하는데요, 그다음 ‘때리기’ 타겟은 누가 될까요. 부디 이번 정권을 무사히 견딜 수 있길 바랍니다. 
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길 위에서 안전하고 싶다는 권리로서의 안전운임제   올해 6월과 11월, 두 차례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정부의 강경 대응에 맞서다 끝내 막을 내렸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주요 논점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였는데요. 안전운임제란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제’와 같이, 화물차 기사들의 최저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화물차 기사들이 낮은 운임 때문에 과로, 과적, 과속의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2020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화물 운송은 화물의 주인인 화주에서, 운송사, 화물차주 즉 화물 기사까지 이어지는 수직적 구조 속에서 돌아갑니다. 먼저 화주는 운송사에 화물 운송을 의뢰하며 운송료를 지불합니다. 운송사는 받은 운송료에서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이후 운송사는 화물 기사에게 화물 운송을 맡기며 남은 운송료를 운임으로 지급합니다. 다시 말해 화주가 처음 지급하는 운송료가 하청 단계를 거치며 줄어들어 결국 화물 기사의 몫으로 떨어지는 운임이 적어지는 것이지요.(경향신문. 22.12.05.) 또 많은 경우 화물 기사는 계약서상 화주와 운송사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간접 고용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곤 합니다. 이때 화물 기사는 노동자가 갖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더하여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 기사는 스스로 화물차와 기름값을 마련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운임을 받으며 매달 고정된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한겨레, 22.12.08.) 따라서 화물 기사들은 적은 운임으로 적정 수익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더 빨리 화물을 옮기다 보니 길 위에서의 위험에 쉽게 노출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적용 품목을 확대하길 요구한 것입니다.   제도 밖으로 내몰리는 위험, ‘위험의 외주화’ 물론 우리 사회 속 다방면의 산업에서 위험의 소지는 항상 있어왔습니다. 특히 1960년대부터 한국 사회가 고도 성장을 거치며 다양한 분야의 제조업체가 등장했는데요. 무엇보다도 생산과 효율이 우선되던 당시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뒤로 밀려나곤 했습니다. 이후 한국 산업의 안전 및 보건 수준이 크게 향상되어 산업재해율이 꾸준히 낮아져 1995년에는 0.99%로 나타났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변화했습니다.(DBR, 22.03.) 경제침체 앞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노동의 유연화’가 진행되었고, 그에 따라 기피되는 노동은 보다 불안정한 위치의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원·하청 이중구조가 만연해졌습니다. 학자들은 위험이 예상되는 노동을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떠넘기는 현상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일컫기도 합니다.(문화과학, 2021) 위험의 외주화는 화물 운송 사례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지난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군’은 서울메트로 소속이 아니라 스크린도어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또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용균 역시 서부발전본부 소속이 아닌 연료운전 외주 업체 노동자였습니다. 2021년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청문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에서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한 9개 회사에서 2016년부터 2020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82.5%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시사저널, 21.02.22.)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유사한 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더하여 위험의 외주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더욱 복잡한 현상을 보입니다.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디지털 인프라 확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성화했고, 산업을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의 형태도 변화한 것인데요. 플랫폼을 통한 노동시장은 대개 플랫폼이 소비자와 노동자 사이를 중개하며, 노동자는 연결된 노동을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됩니다. 이러한 플랫폼 노동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롭게 형성된 노동시장 때문에 노동 시간, 환경, 임금에 적절한 기준을 세울 법과 제도가 부재한 상태이고, 많은 경우 화물 기사와 같이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각자도생하도록 합니다. 그에 따라 점차 확장되는 플랫폼 노동이 더욱 안전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시장과 산업재해에 대한 개념을 다시금 정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민주주의 이슈와 전망, 2018) 쪼개지는 노동에도 윤리와 권리는 있다 사실 위험의 외주화를 둘러싼 이야기는 이전부터 수면 위로 떠 올랐던 주제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매일 같이 산업재해가 일어나고 있고, 이를 나타내는 산업재해율도 오랜 시간 큰 진척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곧 아직까지 노동자의 안전과 위험은 산업 성장, 효율, 그리고 자본 앞에서 부수적인 피해일뿐,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을 뜻합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오늘날 발생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을 보호해줄 법과 제도가 부재한 노동자, 산업의 수직 구조 맨 밑에 위치한 노동자, 불안정하기에 더 많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에게는 단지 노동의 정도가 가중되는 것이 아니라 권리와 권한에 있어서 중층적인 배제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보상과 관련된 법과 제도적 장치가 있다는 것은 노동자와 위험이 공적으로 인정받는 기제가 되며, 반대의 경우는 노동자 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됩니다. 따라서 그는 더이상 산업에서 나타나는 위험은 기계 장치와 인간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부재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문화과학, 2021) 우리 사회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오래된 말을 교묘하게 피해 법과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 위험한 노동시장을 양산하며 산업을 지탱할 노동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직 산업의 발전을 위해 쪼개지는 노동시장에서는 당연하게도 사회적 윤리와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는 정부와 국가가 수행해야 할 과제입니다. 근로기준법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도, 한국이 가입한 국제노동기구의 노동기본권에서도 채택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국가는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취약한 노동에도 동등한 권리가 주어질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를 확장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와 정부의 해묵은 과제는 불법 딱지와 같은 일방적인 방안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해에는 눈앞에 놓인 문제를 깊이 관철하는 움직임을 볼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근 노동시간 논의에 대하여: 모욕감을 주는 정치
서기 2000년이 오면 우주로 향하는 시간 우리는 로켓트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 그때는 전쟁도 없고 끝없이 즐거운 세상 그대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행복한 그날을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기다려 서기 2000년이 오면 더욱더 편리한 시대 그대의 즐거운 모습 나는 그 어디서나 보리라 그때는 가난도 없고 저마다 행복한 마음 우리가 부르는 노래소리 이세상을 수 놓으리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그날이 오면은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싸바 우리는 행복해 다가오는 서기 2000년은 모든 꿈이 이뤄지는 해 <서기 2000년> 노래: 민해경, 작사: 박건우, 1982년 노래 2021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와 사회에 깔려있는 기본 정서를 저는 반사회적 범죄주의, 쉬운 말로 사이코패시즘(Psychopathism)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 그런 후보를 대선판으로 불러들였고, 그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자 이제 와서 자기가 윤석열을 뽑은 것은 자기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누구누구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모두 반사회적인 정서 속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양주(楊朱)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세상에는 죽느니만 못한 삶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일을 당하고 괴롭고 혐오스러운 것을 계속해서 보고 들어야 하는 삶은 그것을 모르느니만 못한데, 그런 것을 모른다는 것은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추어야 가능한 것이고, 우리의 인지작용이 멈춘다는 것은 죽음을 뜻하므로, 이 세상에는 죽음보다 못한 삶이 있다는 것입니다.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썩은 쥐고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요,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상한 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삶을 존중한다는 것이 핍박받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嗜肉者,非腐鼠之謂也;嗜酒者,非敗酒之謂也;尊生者,非迫生之謂也。(『여씨춘추』「귀생(貴生)」中)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가 있는” 삶이면 너무나 좋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그저 원치 않는 것과 뜻하지 않는 것을 피할 수만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삶은 어떠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해 마지않던 새천년이 20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대통령의 노동시간론 지난 2022년 8월 3일, 빠띠에서는 <주4일제 도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설문을 진행한 적 있었습니다. (캠페인즈 투표) 주4일제를 놓고 토론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정부는 노동시간 연장과 주휴수당 폐지를 거론합니다. 2022년 12월 20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국회를 향해 올해 종료 예정인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를 계속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추 장관은 주52시간 노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603만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이들 기업들은 급격한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추가연장근로제도에 기대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추가연장근로제도가 일몰 종료된다면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감내할 고통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조선산업과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IT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막대한 고통도 우려된다. 최대 52시간의 근로수입만으로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도 속출할 것이다. 특히 중소조선업 등 특근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급격한 소득 하락, 삶의 질 저하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의 가장 취약한 근로자들부터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오마이뉴스.2022.12.20.)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이미 있었습니다. 후보 시절에는 120시간 노동을 이야기했고, 인수위 시절에는 주52시간을 유연화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며 (이데일리.2022.04.18.) 당선 이후 6월에는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시간을 주단위에서 월단위로 바꾸자는 이야기를 했었죠 (SBS.2022.06.23.).  이제 우리는 주4일제는 커녕, 지금 가진 한줌의 권리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지만 어쨌든 발전을 향해 간다고 이야기를 합니다만, 지금의 후퇴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모든 정권마다 다 나름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 정도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하는 정부가 또 있었는지, 이렇게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정부가 있었는지요.  농민들에게 수입 농산물을 선물로 주고 (굿모닝충청.2022.12.18.), 자기가 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하사품을 내리는 정부(서울신문.2022.12.20.). 탄핵이다 뭐다, 1찍이냐 2찍이냐 이야기 하기 전에 우리는 왜 이런 사람을 선출하였나 라는 반성부터 해야할 것입니다. 본인에게 사이코패시즘이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노동 지난 8월, 서울에 있었던 대규모 폭우로 인해 강남을 비롯한 서울 일부가 완전히 물에 잠기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했던 그 때, 대통령은 자기 집에 있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자택에서 보고를 받고 대응을 했다,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대통령실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지만, 애초에 비상상황에 대통령이 집, 그것도 민간 아파트에 앉아서 전화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요. 또, 호우 피해가 조금씩 드러나던 8월 8일 오후에 자기 집으로 퇴근을 했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가고요.  "내가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 아파트들이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부산일보.2022.08.09.) 심지어 자신의 퇴근을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국군 장병들을 동원해 자신의 퇴근길을 손보게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2022.09.30.) (한겨레21.2022.08.12.) 8월 3일, 미국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방한 했을 때 자신은 휴가중이라는 이유로 만나지 않았고요(프레시안.2022.08.29.), 빵을 사거나 술을 마시기 위해, 지방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경호인력을 동원하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흔히 말합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문명을 건설했고, 노동을 통해 수많은 가치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노동을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노동은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피지배자이고 자유를 빼앗겼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노동은 노동일 뿐입니다. 그 자체로 악도 선도 아닌 것입니다. 결국 노동이 신성하다는 것 또한 하나의 프로파간다인 것입니다.  대통령이 노조의 파업이나 노동시간의 증가를 운운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은 자기와 자기 주변을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을 가치 창출의 수단으로만 여기며 노동자들이 노동의 신성함을 알지 못하고 감히 불성실을 꾀한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본인부터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우리는 그가 불성실한 노동자라는 것을 많은 곳에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회사에서 저렇게 일하면 해고당하기 쉽습니다. 본인의 불성실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아직 유해도 발견하지 못하고 30명의 실종자를 그대로 둔 채 (한경.2006.04.03.) 역대 최악의 재해 장소, 발견될지도 모를 시신 위에 세워진 아파트에 살면서, 노조의 파업을 북핵과 동급이라고 말하는 대통령과 (경향신문.2022.12.05.) 그를 뽑은 사람들. 그리고 나는 그를 뽑지 않았다며 다시 탄핵을 외치는 사람들. 그 어디에도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은 없습니다.  제가 지금의 정치를 보며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이 벌이는 망령된 언행과 눈에 뻔하게 보이는 비리의 흔적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기가 살아온 세월만큼 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를 먹고 있는 저를 가리키며 너는 얼마나 사회에 기여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세상을 이 정도로 밖에 만들지 못한 죄책감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매일 저녁 듭니다. 번외: 그의 어록들 “부정식품이라 그러면은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된다 이거야...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이 (위생) 단속은 별로 가벌성이 높지도 않고 안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인제 소위 공권력의 발동을 막는 데에 많이 써먹었습니다.” (매일경제.2021.07.19. 21:10 부터) “집도 생필품이어서 세금을 과세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머니에스.2021.08.04.)  "사람이 이렇게 손발 노동으로, 그렇게 해 가지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 이제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뉴시스.2021.09.16.)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를 못합니다.” (한겨레.2021.12.22.) “한국 국민, 특히 청년 대부분은 중국을 싫어하고 중국 청년들도 대부분 한국을 싫어한다.” (YTN.2021.12.28.) "나라가 없으면 국민이 있겠습니까?" (부산일보.2021.12.31.)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우리말로)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 (오마이뉴스.2022.06.11.)
자동화 속 인간 노동, '미세 노동'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시민36입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노동, ‘미세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디 가서 ‘아는 척’하기 좋은 (제 기준으로) 꽤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랍니다. (영어, 전문용어가 다소 등장하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엔 어렵지 않습니다!) 현대 노동 방식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 디자인 노동, 연구 노동, 돌봄 노동 등. 과거에는 규정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노동들이 우리의 일상의 기반이 됩니다. 변화하는 노동 환경에 가장 큰 영향력은 ‘기계화’와 ‘자동화’입니다. 실제로 카페와 음식점에서 키오스크가 주문을 대신 받고 무인로봇이 서빙을 하는 풍경을 심심찮게 마주합니다. 또한 AI와 같은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빅데이터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거대 플랫폼 기업은 성장을 멈출 줄 모릅니다.  기계화와 온라인 플랫폼은 우리 일상에 많은 편의를 가져다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편의는 누군가의 노동에 기반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가져다주는 편의 또한 마찬가지지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노동을 흔히 플랫폼 노동이라고 부릅니다. 플랫폼 노동에는 두 가지 노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크라우드 워크와 플랫폼 서비스 노동입니다. 플랫폼 서비스 노동 중 대표적인 노동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배달의민족이 있습니다. 플랫폼을 통해 노동 현장에 투입되고, 대변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식이지요. 배달의민족은 가게와 라이더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반면, 크라우드워크는 조금 생소합니다. 말 그대로 ‘많은 인원이 매달려서 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위해 공장 라인별로 노동자들이 달려들어 누군가는 눈을 꿰매고 누군가는 솜을 끼우는 일을 하지요. 이제는 온라인 기반에서 이러한 노동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수행해야 하는 노동을 쪼개고 쪼개 ‘미세 노동’이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미세 노동은 대표적으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미케니컬 터크 (Mechanical Turk - MKturk)’ 서비스가 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란, 1769년에 만든 체스 대전 로봇의 이름입니다. 1700년대에 체스 로봇이 인간을 상대하면서 무패의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미케니컬 터크 로봇 속에는 ‘체스 명인’이 숨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와 대적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계 속에 숨어있는 사람과 체스 게임을 둔 것이었습니다. 미케니컬 터크 기계 모습 아마존은 이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아웃소싱 플랫폼을 창안합니다. 자동화와 AI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수많은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노동의 결과물인 것입니다.  아마존의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서 기업이 업무를 고시하면 불특정 다수의 노동자가 참여합니다. 아무런 국적도 배경도 없는 다수의 노동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을 수행합니다. 주로 대량의 데이터를 정교한 노동으로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IT업체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한 테스크를 아웃소싱합니다. 인공지능이 고양이를 알아보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수백만 장의 고양이 사진을 컴퓨터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이때 수백만 장의 사진을 보며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있고 어느 사진에 고양이가 없는지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 미케니컬 터크에서 아웃소싱하는 테스크입니다.   아래 사진은 인간 언어를 이해,학습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만드는 연구소의 소개 페이지와 해당 기업에서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에 고시한 업무 내용입니다. 컴퓨터가 인간언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노동자가 무수한 인간언어를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는 일입니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보수는 건별 25센트, 한화로 약 250원 정도입니다. 약 400개의 문장을 완성하면 한국 돈으로 1만 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왼쪽은 자동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홈페이지, 오른쪽은 아마존 메케니컬 터크에 고시된 업무 내용)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와 계약 관계로 맺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연금과 같은 지출비용을 처리할 의무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노동자는 노동을 수행하더라도 임금 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미세 노동에서 주어지는 업무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2,000원도 안 될 정도로 저조합니다. 노동의 질은 낮아지지만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플랫폼으로 맺어진 노동관계는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극단적인 저임금, 낮은 질의 노동을 수행하지만 시간당 2,000원의 임금을 얻기도 힘듭니다. 분명히 노동을 수행하지만, 이들은 노동자 지위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아마존 미케니컬 터크 페이지에 고시된 업무 목록들) 미세 노동과 같은 노동의 세분화는 노동의 질 하락을 야기합니다. 단순노동을 반복하고 제대로 된 노동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데 이러한 노동을 생계로 삼는 이들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플랫폼 자본주의가 확대되면서 플랫폼 시장의 규모 또한 확대되는데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을 복지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자동화 시스템과 기술을 발전은 사실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력의 착취로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한 번 실현된 기술은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더 빠르고 더 자동화된 시스템을 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노동권을 보장해줄 제도도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고민해 봐야 할 일입니다. 
모든 파업은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스스로 옥쇄를 만들고 자기 발로 들어가 50일 넘게 파업했다. 결국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2022년 8월 26일, 대우조선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연합뉴스TV 2022.10.3). 6월에는 하이트진로도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화물운수노조 기사를 상대로 27억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월에는 CJ 대한통운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20억 원의 손배소를… 노조의 파업으로 사용자 측이 손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파업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 이외에도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부당한 것, 불법인 것으로 몰아가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금액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노동자/노조에 대한 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모든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에는 소 취하를 계속 해주는” 방식(연합뉴스TV 2022.10.3). 그리고 그동안 이 과시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근 이와 같은 사용자, 그러니까 기업의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소송을 걸었고, 법원이 이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한 시민은 이에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의미로 한 언론사에 4만 7천 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냈고, 뒤이어 많은 독자들이 이에 합류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맡게 된 이 모금 행렬은 14억 7천만 원을 달성했다. 사실 이 노란봉투법은 2015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로 두 번,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연달아 폐기되었고,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당연히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상이하다. 경영계를 감싸는 여당 또한 여기에 함께 반발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노동계는 이것이 노동3권(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세 가지의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다(네이버지식백과))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는 하청업체의 경영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파업’이 유일한 것이 현실이다(MBC뉴스 2022.10.1). 원청과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제정된다면, ‘사용자’에는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원청 또한 포함되어 원청은 스스로 파업에 대해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고, 법의 적용으로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 등을 제한당한다. 경영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이 손배소라고 주장하고,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소송 청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물어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번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애초에 교섭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파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 중재 없이 기업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손배소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MoneyS 2022.10.2)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중재에 나서지 않는가?    이미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합법파업에의 경로는 노동자들에게 너무나도 복잡하다.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선 안” 되고, 이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임금/근로조건 사항을 놓고 충실한 협상을 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에만 파업할 수 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이야기했던 노조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근원적 차원으로 되돌아가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어떻게 ‘충실’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법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재란 과연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는 “큰 손실을 끼쳐서 불법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원래 파업/쟁의행위라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 행위로 손실을 수인하는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고 불법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윤효원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 “쟁의행위에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해 사실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매일노동뉴스 2022.10.3). 정부는 중재가 아닌 “쟁의행위를…진압”(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검토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57만표를 획득하여 1위를 차지했으나, 결국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논란이 일면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 핵심적인 논란의 발원은 다른 데 있다.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존속 여부와 관련하여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거나 이런 것 없이 현행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중앙일보 2022.8.1)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했던 커다란 두 축 중에 하나인 노동계의 입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나 의견수렴도 없이 역린을 건드렸다”고 직접적으로 꼬집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행 제도 유지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12년에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로 부여한 이유 중 하나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아주경제 2022.8.25).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일은 의무휴업일인 이틀을 빼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일이 많다. 주말의 경우 매출이 평일보다 높기 때문에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연휴는 거의 없다시피 할 뿐만 아니라 명절 때도 마트가 영업하지 않는 당일을 빼고는 근무를 독촉한다. 마트가 영업을 종료하는 자정 직전까지는 매장을 비워둘 수 없다. 게다가 마트에 입점해 있는 개별 매장은 이중으로 휴일을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노동자 중 대부분이 중장년층, 그 중에서도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적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휴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휴일이 없어 유동적인 스케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이러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가 안건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유독 노동의제가 적었던 이번 대선을 지나 왔고 그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소상공인의 보호 구도이지(혹은 간혹 대형마트, 대기업의 횡포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휴식권은 여전히 아득한 뒷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어떤 충돌 구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차원에서 재고찰되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