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요?

202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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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plash

플랫폼 노동은 자유로운 삶을 제공할까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공유경제나 긱워커와 같은 단어들이 나타났습니다. 공유경제는 여분의 경제적 이득을, 긱워커는 노동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긱 이코노미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간과 업무 일정을 직접 관리할 수 있고 전통적인 형태의 장기 고용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도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긱경제라고 설명합니다. 더해 긱 이코노미 속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유연한 근무 시간과 여유로운 일정을 즐기며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커리어를 쌓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례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불안정 고용과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노출 되어 있었습니다. 플랫폼 노동은 노동자들에게 자유와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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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여유보다, 불안하고 바쁘고 아픈 노동자가 더 많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식 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의 ‘일감 강제 배정’ 알고리즘이 플랫폼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10명 중 6명은 출·퇴근은 물론 휴게시간도 스스로 정할 수 없었습니다.

알고리즘 배차를 100% 따르면 곧바로 과로에 노출됐습니다. 자동 배차를 100% 수락한 라이더들은 지역배달대행사 주문을 자율적으로 선택한 라이더들보다 평균 주행거리가 25%(30㎞) 늘었습니다. 이 같은 과로는 라이더들의 과속·교통법규 위반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알고리즘 배차를 거부한 순간부터 ‘좋은 콜’ 배정이 줄어드는 예도 있었습니다. A씨가 꺼리는 콜을 거부한 지 이틀째인 실험 4일차에는 서울 압구정 한복판에서 점심 피크타임인데도 약 20분간 콜을 전혀 받지 못하는 공백이 두 차례나 생겼습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배차 거절에 따른 패널티는 없으며 평점, 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배차 1건을 거절한 데 대한 압박이나 휴식을 중단하라는 취지로 배달종사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 2022.11.02)

플랫폼노동자를 떠올리면 흔히 배달 노동자를 많이 떠올리지만, 플랫폼을 통해 가사노동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 역시 이에 해당됩니다. 외에도 대리운전기사, 프리랜서 종사자 등도 해당 범위안에 포함 됩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 따르면 가사돌봄유니온·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지난해 7월부터 8일간 가사·돌봄 노동자 100명을 대상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사례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1명 꼴로 성희롱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9명, 아이 돌봄 노동자 37명 중 1명이 "업무 중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주변에서 성희롱 경험을 들었던 응답자까지 포함하면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16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성희롱 등 고충을 겪은 가사·돌봄 노동자가 전문기관에 도움을 받았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응답자들의 38.8%가 ‘혼자 처리하거나 삭인다’고 답했고, 8.5%는 ‘하소연할 상대가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노동자상담센터나 여성단체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불과했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중 절반 가까이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었습니다. 가사 돌봄 노동자 63명 중 38명(49%)이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락스나 세제 등 청소용품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및 두통은 21%, 디스크나 타박상이 각각 12%, 3.9%를 차지했습니다. 아동 돌봄 노동자도 35명 중 19명인 54%가 근골격계 질환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아주경제 2023.01.19)

중개업체나 플랫폼 기업은 이들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매뉴얼과 규정 업체마다 제각각인 성폭력 예방 교육, 사후 대응 매뉴얼, 가해자 관리 규정은 현실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익명의 가사노동자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 제공자는 범죄 조회를 하지만 이용자는 하지 않는다”며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강제 이용 정지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약관에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다른 업체와 ‘블랙리스트’를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향신문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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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 종속노동으로 근로조건 저하 가능성 높아

플랫폼 노동자 대부분은 플랫폼에 종속되기 쉬운 상황에 노출됩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연구보고서(2018)는 플랫폼 노동이 노동자들을 지나치게 착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방식에 종속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과 충분한 협상력을 갖지 못해 노동조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의 저자인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조교수 역시 저서를 통해 긱이코노미 생태계의 최첨단 플랫폼은 노동자를 초기 산업사회로 데려간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산업사회에는 노동자가 장시간을 일하더라도 시간이 아니라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산업안전이란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긱 이코노미도 종사자는 중계인만 있고 고용자가 없습니다. 소속된 직장도, 정식 계약도, 병가 휴가와 육아휴직도 없으며 노후를 위한 연금, 퇴직금도 없습니다. 플랫폼은 수수료만 가져갈 뿐 그 외의 책임을 일체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비스 처리 건수 기준으로 돈을 지급합니다. 심지어 요구에 늦게 응답하면 일을 주지 않거나 고객의 나쁜 평가를 검수하지 않고 노동 정지 처분을 일방적으로 내립니다. “

알렉산드리아 J.레브넬은 책에서 “공유경제라는 말이 처음으로 대중의 어휘속으로 들어왔을 때, 돈을 적게 쓰면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되고, 그만큼 여가 시간이 늘어나 가족,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홀로 볼링' 현상의 성장세도 꺾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일으킨 파괴는 전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경제적 불안정성과 노동자의 취약성만 키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임시 노동을 전전하면서 말이 독립적인 사장님이지 실상은 플랫폼의 독단적인 피벗과 이용 정지 처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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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랑스, 영국 등 노동자 안정성 보장하는 추세 '증가'

2021년 2월19일, 영국 대법원은 우버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5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노동의 종속성을 주장한 우버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영국 재판부는 우버 기사들을 노동자로 판단한 핵심 근거로 우버 측에서 기사들이 택하는 운전경로, 책정요금 등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즉 ‘종속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이후에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선 우버 기사가 노동자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기도 했습니다.

(MBC 2021. 02. 19)

미국 뉴욕시는 2018년 말 우버·리프트 등 차량호출서비스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운전기사에 최저표준운임(Minimum Pay Standard)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저임금에 시달리던 플랫폼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수년간 요구한 임금협상을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물론 플랫폼 노동자를 위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도시는 미국에서 뉴욕이 처음입니다. 이후 뉴욕시에선 우버·리프트 기사뿐 아니라 우버이츠·도어대시 등에서 일감을 받는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도 합니다.

(경향신문 2023.05.10)

또한 프랑스는 우버이츠, 딜리버루 등에서 자전거, 스쿠터 등을 타고 음식 등을 배달하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최저 임금을 보장합니다. 4월 20일,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FNAE는 배달 플랫폼들이 배달노동자에게 최소 11.75유로(약 1만7000원)의 시급을 주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올해 1월 1일 기준 프랑스 세전 최저임금인 11.27유로(약 1만60000원)보다 0.48유로(약 700원) 높습니다. 그레구아르 르클레르 FANE 대표는 이번 합의가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배달 부문에서 현존하는 플랫폼은 물론 앞으로 생길 플랫폼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비즈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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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은 누구에게 자유와 효율을 줄까?

플랫폼 노동은 누구에게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는 걸까요. 음식을 팔아도 1000원이 채 남지 않는 상인들, 불안정하고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지만, 노동환경을 보호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플랫폼 노동은 고용주와 노동자가 있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기 때문에 정책적인 논의가 더 필요합니다. 미국의 경우 플랫폼 독점방지 규제 5법을, 유럽의 경우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 도입을 논의중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어떤 방식으로 이를 조정하는 고민이 필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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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를 들어주신 것들을 보면 롱롱님이 생각하시는 문제해결의 핵심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이해가 되는데요.

제도 개선과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항상 한 발짝 느리고, 기업에 무언가 강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빠른 시일 내에 무언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뭔가 해볼 수 있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시민들이 주도하는 행동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들이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롱롱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자유와 여유보다, 불안하고 바쁘고 아픈 노동자가 더 많아"라는 소제목에 눈길이 꽂히게 됩니다. 아마도 플랫폼 노동의 현 상황에 대한 한 줄 요약이라 느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피할 수 없는 변화라면, 우리는 빠르게 플랫폼 노동과 관련환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제도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악어새 비회원

플랫폼 노동은 '유연'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이런 점 때문에 부업으로 삼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잠깐의 노동은 가능한데, 이 직업을 업으로 삼을때는 오히려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측면이 강해지는 거 같습니다. 

플랫폼 경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새로운 혁신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봤을 때, 그러한 기대는 환상에 불과했었네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시급해 보입니다.

플랫폼 노동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좋을텐데 요즘 접하는 플랫폼 노동은 대부분 이윤을 독식하는 악덕기업의 사례만 보게 되는 것 같네요. 한국 사회에서 노동은 인간 중심이 아니라 기업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과노동을 해도, 착취를 해도 돈만 잘 벌 수 있다면 괜찮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문제 같기도 하고요. 새로운 방식의 노동이 확산되는만큼 좋은 노동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도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배민을 보면, 플랫폼이라는 것이 환상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소비자는 비싼 배달 수수료를 내야 하고, 배달 기사들께서 파업을 했다고 할 정도니까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배부른 기업이 된 것 같아요.

플랫폼 노동에 명목상 고용주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들 애써 무시합니다. 그래야 혁신이 유지되니까요. 하지만, 혁신과는 무관하게 오늘도 다치고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생깁니다. 

얼마전 어린이날 배달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어린이날 연휴, 배민라이더의 파업' 이들의 요구사항은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이었고, “배민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4200억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배민의 작년 매출액은 2조 4049억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 영업이익은 4271억으로 흑자전환),  배달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었음을 비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말로만 상생을 외치지 말고, 더 많은 정보공개와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