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보통은 ‘먹고 살기 위해(돈을 벌기 위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실제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부분이고요. 하지만 ‘돈이 전부’라는 명제에는 고개를 끄덕이기가 어렵더라고요. 일로 맺는 관계, 일로 얻는 성취감은 때때로 돈을 잊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물론 저와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죠? 이처럼 ‘일이 무엇인지, 왜 일을 하는지’에 대한 답은 무궁무진합니다. 100명에게 물어보면, 100개의 답이 나올지도 몰라요. 다양한 일터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일하고 싶어합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없을 거예요. 오늘 이 글에서는, 함께 머리 맞대고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사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청년 조합원이 만드는 일터와 노동조합의 조직문화,
‘BLAH in the 공청’
2021년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은, 청년 조합원이 일터 혹은 노조 내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노동 문제와 필요한 변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 ‘BLAH in the 공청’이라는 공론장을 운영했어요. 이를 통해 조합원들과 새로운 소통 방식을 실험하고, 산발적이고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던 논의의 장을 조직 내부로 끌어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려 했는데요. 조직문화, 임금격차, 노동조합의 역할 등 주요 논의 의제를 정해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보다 풍성한 논의를 위해, 공론장 행사 전에는 사전토론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하여 조합원들의 의제 학습을 도모하기도 했는데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참가자들은 사전토론 게시글에 댓글과 공감을 남기면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일터에서의 내 권리 찾기,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
2021년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일하는 시민이 자신의 노동 경험과 문제를 나누고 함께 대안을 찾아보는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을 운영했습니다. 특히, 여성/성소수자, 청(소)년/노인/장애인, 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30인 미만의 노동사업장 등 그동안 노동 관련 논의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했는데요. 대상/의제별 공론장 행사를 진행하고, 사전토론 콘텐츠를 온라인 플랫폼에 업로드해 참여자들이 의제에 대해 미리 학습하고 투표와 댓글로 토론할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1차 온라인 사전토론 - 1차 공론장 행사 - 2차 온라인 사전토론 - 2차 공론장 행사’의 과정으로 논의가 단계적으로 숙성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마련했습니다. ‘일하는 서울시민 노동톡Talk’은 지방정부 차원의 노동정책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요. 논의 결과는 서울시 노동정책에 참고 자료로 활용되었다고 합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노동 문제 대안을 찾다,
‘플랫폼 노동 건강 아이디어톤’
대리운전, 퀵서비스, 가사관리, 배달서비스 등 플랫폼 노동은 우리의 일상에 굉장히 깊숙하게 들어와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부의 각종 보호체계에서 비껴나 있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1년 연세대 긱업스 연구팀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된 플랫폼 노동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아이디어톤(참여형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아이디어톤은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논의하여 결과물을 도출하는 해커톤 형식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당사자인 플랫폼 노동자, 의료/노무/법률/보건 분야 전문가, 시민이 하루를 함께 보내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대안으로 발전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집단지성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습니다.
내 고향에서 꿈을 펼칠 수 있다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
지역소멸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특히 많은 지역이 인재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설사 지역에 남는 청년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에 부딪혀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요. 2021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는, 광주/대구/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등에서 당사자인 지역 청년들과 함께 지역의 노동 문제와 대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공론장 행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었는데요. 본 행사에 앞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디지털 도구 활용 교육, 관련자료 배포 등을 진행했습니다. 공론장이라는 문화가 아직 낯선 분들을 위해 디지털 투표 플랫폼을 활용해 문턱을 낮추려고도 했는데요. 덕분에 참여자들은 쉽고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습니다.
네 가지 사례, 모두 잘 살펴보셨나요?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빠띠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했던 공론장입니다. 네 공론장은 다루는 의제도, 참여주체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답니다. 발견하셨나요? 빠띠는 모든 공론장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에, 아래의 공통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보통 ‘노동 문제’라고 하면, 대립이나 투쟁 등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노동 관련 논의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① 보다 더 나은 대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한다. -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의 참여 보장 - 다양한 관점을 위한 시민, 전문가 등의 참여 보장
② 보다 더 많은 참여를 위해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다. -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를 활용하여 사전토론 및 의견수렴 - 온라인 투표 플랫폼 빠띠 타운홀을 활용하여 참여의 문턱 낮춤
③ 더 풍성한 논의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 온라인 공론장 플랫폼 빠띠 믹스를 활용하여 사전정보 제공 - 디지털 도구 활용 교육, 의제 관련 자료 배포
④ 평등하고 안전한 대화와 숙의 환경을 만든다. - 참여자 모두의 참여를 독려하며, 평등한 발언권 제공 - 그라운드룰을 함께 정하고, 그에 따라 토론하며 안전하게 대화
처음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일터에서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일을 합니다. 하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바람은 매한가지입니다. 여러분은 노동에 어떤 행복을 녹이고 싶으신가요? 이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함께 모여 의견을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이런 자리가 하나둘씩 늘어나면 대안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요?
✏️ 글 : 소이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공론장팀 활동가 / soy@parti.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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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3이 사례처럼, 많은 분들이, 시민이, 그리고 노동 당사자가, 그리고 관련 활동가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늘면 좋겠습니다. 이 캠페인즈도 저처럼 댓글 쓰는 사람이나, 좀더 깊은 본글 쓰는 사람이 늘면 좋겠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요!!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스레 다시 느끼게 되는 글이네요. 처음 일했던 조직이 조직 내 민주주의가 없고, 제대로 된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 곳이었는데요.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구성원들도 일에 대한 열정이나 성취감이 점차 떨어지고, 조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남게 되더라고요. 조직을 떠나고 나서 한 걸음 떨어져서 돌아보니 공론장을 만들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되기도 했고요. 적어주신 사례처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에서 나의 노동, 우리의 노동을 이야기하는 공론장이 더 많은 곳에서 만들어졌으면 해요.
공론장을 활용하여 사회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가 인상적입니다. 빠띠의 이러한 노력들이, 민주주의 확산과 시민 중심의 사회 문제 해결의 좋은 선례가 될 거라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