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당선, 빌 게이츠의 비전, 대런 아세모글루의 제안
기후 위기 해결에 기후 기술(Tech)은 필수
기술은 대개 영리 기업이 주도해서 만든다. 오픈AI 처럼 비영리 단체가 만드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는 극히 드문 사례다. 무엇보다 비영리를 표방한 오픈AI 조차 영리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비영리의 구조로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개선을 위한 사용자 확보가 쉽지 않다. 안 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영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특히 영리 조직이 만들어 내는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가끔보면 영리는 무조건 적이고, 없어져야 하고, 그들이 만드는 기술조차 무조건적인 허상이다라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들도 있던데 나는 이런 생각에 반대한다.
현대 환경 문제 해결에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 환경 문제는 탄소 배출이다. 탄소 배출 제로(Ø)를 의미하는 넷제로가 국제사회 목표 중 하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량 중 50%는 현대에 없는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기후 기술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피스나 세계자연기금(WWF),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가 그런 기술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애초 그런 기술 개발이 그들의 역할도 아니다. 그들의 역할은 기업을 감시하고, 그들이 만드는 환경 오염을 고발하고, 시민들의 인식을 깨우고, 기업 변화에 동참하도록 촉구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후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투자 동향 등에 관심을 두고 보는 편이다.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을 개발했고, 어느 투자자 혹은 투자 기관으로부터 어느정도 금액을 투자 받았는지, 그 투자사의 포트폴리오는 뭔지, 왜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는지, 투심 보고서는 없는지 등을 본다. 글로벌과 국내 모두 보는 편이다.
그렇다고 기술 낙관론자도 아니다
빌 게이츠, “탄소만 제로(Ø)로 만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내가 기술 낙관론자 혹은 찬양론자는 아니다. 기술이 구원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우리를 천국으로 데려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 낙관론자들에게 노아의 방주와 방향키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기술 낙관론자들은 기술이라는 배에 사람들을 태우고 스스로가 방향키를 쥔 선장이 되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빌 게이츠(Bill Gates)다. 그가 기술적 업적을 이룬 것은 맞다. 또한, 그가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가 만든 윈도우와 익스플로어로 인류는 전에 없던 정보 교류를 할 수 있었다. 현재의 메타, 틱톡, 유튜브도 결국 그의 혁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을 쓰고, 인터넷에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모두 그 혁신의 수혜자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인하지 않는다.
이런 혁신으로 인해 빌 게이츠는 막대한 부자가 됐다. 10년 연속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내려오지 않았고, 모두가 그의 말에 주목했다. 다음엔 뭘까. 다음엔 뭘까. 이러한 호기심과 기대감, 또 그가 가진 막대한 부는 그의 말에 권위를 부여했다. 그가 여름에 추천하는 책은 바로 번역되어 출판되거나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의 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2020년 10월 <How To Avoid A Climate Disater>를 발간했다. 한국에선 2021년 2월에 곧장 번역 출간됐다. 그는 책을 통해 각각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을 소개하며 그것이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 배출량을 제로(Ø)로 만드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 기술들을 개발하면 탄소 배출량을 제로(Ø)로 만들 수 있고,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제시한 기술들은 대략 이렇다.
◼︎ 탄소 배출 없이 생산된 수소, 전자 연료, 차세대 바이오 연료
◼︎ 제로 탄소 시멘트, 제로 탄소 철강, 제로 탄소 플라스틱
◼︎ 차세대 핵분열, 핵융합
◼︎ 탄소포집, 인공 고기, 가뭄과 홍수에 강한 식물・작물
그는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데는 정부 정책, 첨단 기술, 혁신적인 신제품,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전달하는 민간 시장의 능력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대적인 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보다 거시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¹고 말했다. 그는 몇몇 사고로 시장의 혁신과 능력 개발 기회를 저버리는 것을 비판한다. 대표적으로 원전이다.
그는 “원자력은 자동차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원자력은 그 어떤 화석연료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을 죽인다. 이와 같이 우리가 자동차의 문제점들을 개선한 것처럼 원자력발전소도 문제를 하나씩 분석한 다음, 혁신으로 해결하며 개선해야 한다.”¹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스리마일섬(Three Mile Island),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 것은 맞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자체를 중단시켰다며 혁신으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죽어가던 스리미일섬의 원전을 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에 2조 1천 억 원 투자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 SMR 기공 시작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2028년부터 20년간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6억 달러(약 2조 1천억 원)이다. 계약 이유는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8년부터 원전으로 생산된 에너지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미국 스리마일 섬에 원전 1호기를 보유하고 있다. 원래 2호기까지 있었으나, 1979년 3월 미국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해 2호기 가동이 중단됐다. 당시 주민 10만 명이 긴급 대피해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후 1호기는 계속 가동을 하다가, 2019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가동이 중단됐고,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으로 재가동 하게 됐다.
빌 게이츠의 책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친원전주의자다. 그는 2008년에 원자력 발전 회사인 테라파워라를 설립했고, 현재 이사회 의장(ChairMan of The Board)으로 활동 중이다. 테라파워는 지난 6월 18일,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4세대의 첫 삽을 떴다.
빌 게이츠는 해당 기공식에서 “안전하고 풍부한 탄소제로 에너지를 향한 큰 발걸음"이라며 "미국 에너지 미래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공을 시작한 SMR의 완공과 가동 목표는 2030년이다. 테라파워는 “완공되면 최대 50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최대 4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략량”이라고 설명했다.
위험한 빌 게이츠의 프레임, 탄소 배출만 봐라
위험한 빌 게이츠 의제, 탄소만 제로(Ø)면 된다
위험한 빌 게이츠의 비전,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 탄소 배출 제로(Ø)사회
빌 게이츠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프레임은 ‘탄소 배출’에 한정되어 있다. 광대한 기후위기 문제 중 탄소 배출만 보이는 프레임을 가진 것이다. 제한된 프레임에서는 제한된 의제만 나온다. 그가 제시한 기술과 행보에서 탄소 제로(Ø)를 강조하는 이유다. 그에게 환경 문제는 탄소 배출만 제로(Ø)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와 테라파워가 스리마일 원전과 SMR을 통해 안정적으로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받고, 공급한다면 빌 게이츠의 말에 더욱 힘과 권위가 생길 것이다. 자신이 제시한 프레임 안에서 기후위기의 원인인 문제를 해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전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력난을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탄소 제로(Ø) 프레임과 그의 솔루션은 더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의 프레임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이를 기반으로 그가 말했던 무탄소 철강과 시멘트, 플라스틱 개발에 더욱 앞장설 것이다. 위험하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공장 연기만 없으면 환경문제는 해결된 거다라는 말과 같다.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 그로 인한 수질 오염, 수중 생물 사망, 토지 오염, 인근 숲 생태계 파괴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굴뚝 연기가 나지 않으니, 그 연기가 나지 않는 공장은 무수히 지어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공장과 그 공장에서 만드는 생산품에 사용되는 물질 발자국과 그 과정에서 파괴되는 생태계는 그대로 둔채 말이다.
빌 게이츠의 비전은 공공선이 아니다
빌 게이츠의 프레임과 의제가 위험한 이유는 탄소만 제로(Ø)면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바이오 연료, 인공 고기 등을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른 원인들을 지워버린다. 탄소만 제로(Ø)면 계속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활을 멈추지 않아도 되니 인류에게 도움이 된는 일종의 공공선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하는 것이 인류에게 좋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빌 게이츠의 비전은 공공선이 아니다.
빌 게이츠가 원전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건 인류의 전력난이 아니라, 그저 AI 발전에 필요한 전력 공급 문제일 뿐이다. 그저 자신의 이상과 비전인 무탄소에 국한하여 기후문제를 기술 혁신에만 의존해 해결하고, 그 기술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원전을 끌어들인 것 뿐이다.
이처럼 빌 게이츠 같은 기술 낙관론자들은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추진한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는 기술과 혁신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전제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어떻게든 기술을 개발하려고 한다. 또한, 그 기술의 실증을 성공시켜 자신의 말의 권위를 부여하고,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이러한 인식을 확장시킨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프레임과 그 의제만 해결하면 된다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빌 게이츠가 책,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미국 대학교 졸업생 전원에게 선물한 건 이미 유명하다. 책은 우리의 인식과 다르게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빌 게이츠는 팩트풀니스 리뷰에서 “팩트풀니스는 환상적인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Factfulness is a fantastic book, and I hope a lot of people read it)”고 말했다. 팩트풀니스는 편협한 근거만을 취사 선택해 세상이 더 좋아지고 있는 왜곡된 시야를 만든다고 비판받는 책이다.
그는 팩트풀니스 뿐만 아니라,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역시 전 세계 모든 대학생이 볼 수 있도록 eBook을 무료로 공개했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기후재앙을 피하는 데는 기술과 정책에 엄청난 혁신이 필요하며,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 라며 “제로 배출은 인간이 한 일 중 가장 어렵겠지만, 나는 낙관적이다. 젊은이들이 이 문제에 동참한다면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다”*며 책 선물 이유를 말했다.
두 선물을 보고 개인적으로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해 탄소 제로(Ø)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은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 기술해 놨으니, 이 기술들을 개발해 <팩트풀니스>의 주장처럼 세상을 더 좋게 만들자”고 말하는 듯이 들렸다. 이런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영리, 비영리, 학생, 어른 할 것 없이 빌 게이츠에게 매료 됐다. 국내 환경단체 대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협소한 비전은 위험하다. 더 많은 담론을 만들고 네러티브를 바꿔야 한다.”
202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우리가 하나의 아이디어나 협소한 비전에 고착되어 있다면, 많은 경우에 이것은 선택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보다 이것은 의제 설정력과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우리에게 부과했기 때문이다.”² 라고 말했다.
또한, “이 상황을 고치려면 내러티브를 바꾸어야 한다. 즉 현재의 비전을 분석해 이것이 유발하는 비용을 드러내고 테크놀로지의 미래에 대해 지금과 다른 대안을 보여주는 데 더 많은 담론과 관심을 할애해야 한다.”²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책을 통해 사회적 의제와 비전의 설정을 사회적 권력이 가진 사람들이 주도했고, 그 비전 아래 발전한 테크놀로지는 소수의 권력자들의 배만 불렸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의제를 더욱 확장시키고 넓히기 위해 다른 힘있는 집단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의 권력자들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굉장한 부를 소유하고, 그 부를 기반으로 사회적 지위와 정치적・사회적 사안에 큰 발언권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² 그들이 자신들이 가진 ‘하나의 아이디어’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확장시켰고, 그것을 비전으로 만들어 국민들을 하나의 프레임에 가두고 설득 권력을 발휘해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렇게 소수 권력자가 만들고, 확장시키고, 설득시킨 프레임과 의제로 개발된 기술과 혁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았으며, 그렇게 해서 배가 부른 건 그 프레임과 의제를 만든 소수 권력자들 뿐이었다고 말한다.
현대 AI의 발전 역시 이런 양상으로 간다는 게 그들의 경고다. 소수 권력자가 만든 프레임과 의제에 의문을 갖지 않으면, 불평등과 환경 문제의 악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소수가 만든 프레임과 의제, 비전에 매료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소수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낸 프레임과 그 프레임 안에서 보여지는 세상이 전부이고, 자신들이 만들려고 하는 기술만이 유일한 대안인냥 말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밀어 붙이고 싶은 프레임과 대안일 뿐. 실상 인류에게는 그들의 프레임과 대안을 넘어서는 무수히 많은 다른 선택지가 있으니, 선택지들을 두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담론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한 비전, 위험한 사회, 위험한 시민
2024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오는 2025년부터는 트럼프가 다시 미국의 대통령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특이한 점은 실리콘 밸리였다.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텃밭 지역으로, 이 지역 기업의 수장들 역시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실리콘 밸리의 다수 억만 장자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실리콘 밸리 vs 실리콘 밸리’ 혹은 ‘오픈AI・MS・아마존 vs 메타・애플・구글’ 이라며 대선을 바라보기도 했다. 민주당 해리스 지지자들은 AI 속도 규제를, 공화당 트럼프 지지자들은 AI 혁신에 속도를 주장했다.
개인적으로 실리콘 밸리 억만 장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이 신기했다. 이는 곧 내부 직원의 반발과 소비자 반발을 동시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7년 우버(Uber)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트레이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에 합류했다가 20만 명의 소비자가 탈퇴하고 우버 직원들이 반발해 사퇴한 일이 있었다.
이러한 실질적 위험에도 실리콘 밸리의 일부 거물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건 AI 발전 규제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AI 규제 철폐를 주장했고, 이것이 일부 실리콘 밸리 억만 장자들의 이해관계에 더 맞았던 것이다. AI 발전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고,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승리는 모두가 알듯이 트럼프이고, 향후 AI 규제는 제한 없이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여파는 국내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아마 이에 대한 담론을 준비할 새도 없이 속도가 붙을 것 같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한 비전에 사회가 단단히 홀려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비전은 기업계와 테크 분야의 지배층이 자신의 부와 정치 권력, 사회적 지위를 한층 더 높이려는 계획을 밀어붙이는 데 도움이 된다. (권력과 진보/ p.50)
지배층은 자신에게 좋은 것이 곧 공공선에도 최선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자신의 고결한 경로가 모종의 고통을 유발한다 해도 진보를 위해 충분히 치를 가치가 있는 비용이라고까지 믿게 될 수도 있다. 고통을 겪고 비용을 떠맡게 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할 때는 더욱 그럴 것이다. (권력과 진보/ p.50)
AI가 인류에게 어떤 혜택과 폐해를 가져올지 아직 그 누구도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폐해는 일부 사람들이 지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짊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혁명의 혜택으로 경제가 발전했고, 그것을 시작으로 인류 경제가 더욱 획기적으로 커지고 전에 없던 생활을 누리는 것은 맞지만, 그 비용인 불평등과 기후위기 역시 함께 겪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우리는 더욱 많은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 소수 빅테크와 경영진, 자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갇혀서, 그들이 하는 것이 공공선이라는 비전에 이끌려 가는 게 아니라. AI를 비롯한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개발하고, 활용되어야 하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 “이기적이고 협소한 비전으로 갈지 더 포용적인 무언가로 갈지도 “선택”이다.”²
개인적으로 기술 낙관론자들이 만들어 가는 비전은 위험한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이 아닌 힘있는 한 사람이 원하는 비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비전을 의문 없이 받아들이고, 그런 비전을 설파하는 소수에게 더 많은 발언권과 권위,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회는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런 비전과 사회를 멀뚱히 서서 지켜만 보는 시민은 더더욱 위험한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비전과 사회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지극히 힘과 권력이 없는 시민일 뿐이다. 대런 아세모글루의 제안처럼 일부 기술 낙관론자들의 프레임과 의제, 비전에서 벗어나 더 많은 대안에 대한 담론을 활발히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는 그게 트럼프 시기에 빅테크를 마주할 시민들의 의제라고 생각한다.
1)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 (빌 게이츠/ 김영사/ 2021) p.19, 126
2) <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 생각의 힘/ 2023) p.51, 111, 151
* 전문을 다소 축소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