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2
다른 생각을 들여다볼 용기 - "한국의 대화" 참여 후기
만약 사회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해볼 기회가 있다면, 이에 쉽게 응할까? 분명한 건 이런 대화의 기회가 일상에서는 흔치 않다는 점이다. 살아온 경험과 나름의 이유로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된 개인들은 도저히 접점을 찾기 어려운 대화상대일까 혹은 예상치 못한 소통의 길을 발견하게 될까. 이야기를 시도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한국의 대화" 행사 공간 코트(KOTE)의 모습 -”한국의 대화" 1:1 대화실험  다양한 주제에 다른 답변을 한 상대와의 1:1 대화실험이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에서 열렸다. 바로 한겨레가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관한 “한국의 대화” 행사이다.   1:1 대화를 나누게 될 지정질문은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였고 이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대화시간이 한시간 넘게 주어진다는 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상대와 정말 말이 안 통하면 1시간동안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며 버텨야 하나 라는 걱정과,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하다가 내가 설득당하면 어쩌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미묘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한편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서 만남 자체가 기대되기도 했다. 우리가 다른 의견에 대해 서로 얼마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교류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화" 행사 팜플렛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먼저 상대는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공간의 사용 방식을 정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차분한 카페 분위기를 내세워 영업을 하고 싶다면 주인은 노키즈존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한편 공간의 소유가 공간의 사용방식에 완전한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카페나 식당과 같은 가게는 특성상 사람들이 공간을 누릴 권리, 공공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득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다가 3시간 이용시간이 지났다고 내쫒겼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러자 상대는 가게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불편했던 경험을 꺼냈다. 술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것 같아서 그 시간을 잘 즐길 수 없었다고. 아 이런 경험이 상대가 공간 용도에 따라 노키즈존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했구나 라고 추측해보았다.  애완동물 출입 제한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이에 질문을 받고는 굳이 동물의 가게 출입까지 권리로 존중해줘야 하는가 라는 마음이 들어 스스로 놀랐고 우리가 고려해야할 대상은 어디까지인건지 경계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노키즈존이 차별이라 생각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 주체가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가 힘든 대상이라는 특징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 아이들은 특히 경제력이 없고 공간 이용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에 노키즈존이 더 차별대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는 아이들이 경제력이 없다는 의견이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소비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 일수도 있어요. 요즘 아이들 용돈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아세요?” -대화가 끝나고 난 뒤  대화가 끝난 뒤 우리는 의견을 통합하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 사담을 나누다가 헤어졌다. 한결 마음이 가벼웠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맥락을 공유하고 어느정도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은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화 시간을 보내니, 이런저런 경험과 생각을 거쳐 노키즈존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개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하기까지엔 여러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동의, 비동의의 간편한 판단이 아닌 그 이유와 맥락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용기. 이런 용기를 품을 수 있다면 팽팽한 찬성과 반대의 카테고리가 아닌, 이슈에 대한 핵심적인 다름의 지점과 예상치 못한 같음의 지점을 발견하고 더 다양한 카테고리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대화>행사 안내   관련 기사  [한겨레]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한겨레]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한국의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결과는 오는 10월 11일 제 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대화 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론장
·
4
·
비슷한 경험이 다른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한국의 대화>라는 콘텐츠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10개 문항에 답변을 달았는데, 서로 답변이 다른 사람과 매칭되어 대화를 나누는 콘텐츠였다. 대화 장소에 도착하기 전, 큰 부담을 안은 채 계단을 올랐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더군다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낯을 많이 가리는 나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계단을 올라 대화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신기하게도 떨림는 마음의 일부가 설렘으로 전환되었다. 청년활동을 하면서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주로 만났는데, 이곳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일상에서 청년층과 노년층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마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생소한 광경을 통해 설렘의 마음이 생겼을지 모른다.    나는 나이차이가 꽤나 있어보이는 분과 매칭되어 대화를 나눴다. 약 세가지 질문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첫 번째는 “회사가 어려운 상활일지라도 노동조합이 파업하는 것에 동의하나요?”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평소에 노동조합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활동또한 하고 있다. 파업은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없다고 느끼는 주제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의견은 밖에서 상황에 따라 숨겨진 적도 있었다. 근무처에서 기관장이나 사업주, 직책있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다보면 노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악마’라고 표현하는 모습도 꽤나 발견했다. 그래서 어느정도 나이가 있고, 직책있는 사람들에게는 ‘노조’활동을 한다든지, 파업에 찬성한다는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대화하는 파트너분도 ‘파업에 동의하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답변이 체크되어 있었다. 답변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노조’나 ‘파업’에 대한 의견을 내세우면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당하기 빈번했다.   대화파트너는 나에게 먼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우리가 평소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고, 연결지점도 모르는 상황에서 대화를 나눴기에 평소보다 더 솔직한 마음을 내비췄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들어주시더니, 상대방은 잠시 생각하더니 ‘사실 저도 젊었을 때 철도쪽에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한적 있어요..’ 라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보다 같은 경험을 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었다. 비슷한 경험을 해봤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결론적으로 다르게 파생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화파트너는 노동조합을 하는 기간동안 노동자들의 입장이 주가 되지 않거나, 뚜렷한 제안 없이 목적이 수단이 되는 지점을 느낀 후 많은 고민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화파트너는 파업에 반대하기보다 파업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거나, 그 과정을 통해 실망하여 그것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니다’를 선택했다고 느껴졌다. 이에 대화파트너에게 ‘우리는 서로 의견이 갈리지만,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이야기했고, 파트너분도 기다렸던 말이라는 듯 적극 공감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꽤 많은 의견이 갈린다. 선뜻 나와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과 마주할 때 두려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회피하거나, 대화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100인의 대화는 ‘그럼에도 우리는 같은 일상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번 쯤겪어봤고, 그 경험이 때로는 다른 결과를 도출하더라도 마주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서로 다른 생각은 생각보다 두려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 대화하다보면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것! 이러한 작은 대화가 결국 연결하는 세상을 만든다는 기분 좋은 교훈을 얻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 <한국의대화>행사 안내    👉 관련 기사  [한겨레]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한겨레]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한국의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결과는 오는 10월 11일 제 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대화 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론장
·
4
·
외국인의 ‘어눌한’ 한국어를 따라하는 개그에 대해
다양한 방송 매체에서 외국인의 ‘어눌한’ 한국어를 따라 하는 개그를 만나곤 합니다. 최근의 사례로는 코미디언 김경욱이 연기하는 일본인 ‘다나카’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다나카는 2000년대 초반 일본 하라주쿠에서 유행했던 패션 스타일과 일본어 특유의 발음과 억양이 섞인 서툰 한국어 구사로 일본인을 재현합니다. 다나카가 캐릭터로서 개그를 구성하는 방식은 옷차림부터 호스트라는 직업 설정까지 다차원적이지만, 무엇보다 주요한 점은 그가 일본인처럼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것입니다. 다나카는 한국어의 받침 발음을 어려워하는 일본인의 특징을 과장하며 재미를 만들어 냅니다. 가령 ‘꽃미남’을 ‘꼬츠미남’으로, ‘몸매’를 ‘모므매’로 발음하면서 말이죠. 외국인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은 오랫동안 개그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최근 방영한 쿠팡플레이 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는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된 베트남인으로 설정된 리포터 ‘응웨이’가 등장합니다. 응웨이를 연기하는 배우 윤가이는 베트남 사람이 한국어를 구사할 때 주로 나타나는 억양과 발음을 모사하며 베트남인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같은 코너에는 중국인 배우 탕웨이가 구사하는 한국어를 따라 하는 ‘마라탕웨이’라는 캐릭터도 등장하는데요, 탕웨이 특유의 한국어 발음과 말투를 성대모사하며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러한 개그는 인종차별과 제노포비아(외국인/이방인 혐오)의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비판 받아왔습니다. 외국인의 서툰 발음을 웃긴다고 따라 하는 것이 혐오와 맞닿아 있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물론 위의 개그 프로그램들이 인권 침해와 관련하여 별다른 제재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유튜브 개인 채널로 출발한 ‘다나카’는 오히려 인기를 타고 공중파 TV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죠. 이런 종류의 개그를 악의적 의도 없는 개그로만 봐야 한다는 관점의 시청자들은, 언어 구사를 비슷하게 따라 하는 것일 뿐, 조롱과 혐오라고 보는 것은 비약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외국인 당사자들 또한 기분 나빠 하지 않고 개그로 즐긴다는 점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동원되곤 하죠. 혹자는 외국인의 발음을 따라 하는 것을 조롱으로 간주하는 것이 이미 그들의 한국어를 낮잡아 보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지 않느냐 반문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는 다양한 한국어 발음을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일 겁니다. 지금 한국에는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머물고 있고, 특히 방송계에도 많은 외국인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들 중 대다수는 한국어를 외국어로서 학습하고 구사하는데요. 한국어 모어 화자가 구사하는 자연스러운 발음과 억양을 익히는 것도 언어 학습의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겠으나, 그들이 한국어를 한국인처럼 하지 못하는 것은 실은 당연합니다. 한국어 모어 화자에게 덜 자연스럽게 들리는 한국어는 대개 ‘어눌하다’는 수식을 받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국인의 발음 앞에 어눌하다는 수식어를 너무나 간단히 붙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반문입니다. 한국 사회는 꾸준히 더욱더 다문화적인 사회로 나아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다양한 언어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어를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한국어 억양과 발음을 부족하거나 어눌한 것만으로 본다면, 이는 상당한 시대착오일지 모릅니다. 외국인의 특징적인 한국어 발음을 과장하여 웃음거리로 삼는 개그는 일차적으로 그들의 한국어가 어눌하다는 인식을 고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나아가, 그러한 개그가 외국인의 발음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지 않는 단순한 모사일 뿐이라고 두둔하는 것 역시 문제적이라고 보입니다. 이러한 개그가 외국인들에 대한 조롱과 혐오라는 혐의를 간단히 벗어버리기 어려운 이유는, 당연하지만 그것이 진공 상태가 아닌 특정한 사회적 맥락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정 집단 혹은 사람을 따라 하는 코미디가 조롱과 혐오라는 혐의를 받게 되는 것은, 그것이 사회적 약자를 향하거나, 누군가의 선택이 아닌 조건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사회 구성원의 절대다수와 다른 출신과 배경을 가진 외국인은 일반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로 살아갑니다. 외국인 중에서도 출신 국가와 사회경제적 지위 등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을 하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이 약자라는 사실은 여전히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인들이 구사하는 (한국인들과는) 다른, 혹은 미숙한, 한국어를 모사하는 코미디는 불편함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약자와 강자의 구분은 절대적이라기보단 맥락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것만큼이나 패러디와 희화화의 경계도 대단히 맥락적이죠. 또, 같은 장면이라도 개인마다 그 의도와 의미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종류의 개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쉽게 하나로 모이기 어려워 보이기도 하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새 이슈 제안
·
5
·
꼬리에 꼬리를 무는 ♾️ 집시법 이야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약칭 집시법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집시법 개정과 관련한 논쟁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졌습니다. 집시법 제 10조의 경우,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의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법안이 2009년 헌재에서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습니다. 2010년 6월 30일이 폐기 시한이었는데요. 2010년 국회에는 끝없는 토론과 마찰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마무리되었습니다. 개정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법공백 상태로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집시법 개정 바람이 붑니다. 지난 5월,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서울 도심 1박 2일 집회 이후 대통령은 “불법 집회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6월부터 대통령실에서 ‘국민참여투표’를 진행했고, 7월에 그 결과를 바탕으로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치권은 바로 찬반 논쟁으로 달아올랐고, 시민단체들도 우려를 표했습니다. 민노총의 불법 집회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었다. 민노총은 시민을 위한 공공시설을 무단으로 점거하여 서울시를 무법지대로 만들었다. 경찰이 오후 5시 이후 집회를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숙집회를 이어갔다. 그런데 경찰은 이를 제지하지도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다. 공권력이 무력화된 것이다. 공권력이 이렇게 처참하게 붕괴된 것은 지난 문재인 정부의 친시위대 정책이 빚은 참사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를 연이어 사면시키고 오히려 원칙대로 법을 집행하던 경찰관들에게 불이익을 안겨준 일이 빈번했다. [23.05.26]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 주요내용(보도자료) - 국민의힘 이와 같은 정부의 방침이 헌법이 규정하는 집회·시위의 허가제 금지 원칙에 반할 우려가 현저함은 많은 언론이 지적한 바와 같다. 무엇보다 집시법의 명문에도 반한다. 집시법은 그 어디에도 집회 신고자의 범죄 전력을 조회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출퇴근 시간대에 관해 일률적으로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집시법 위반이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수차례에 걸쳐 집회에 관한 사전신고제도가 결코 허가제로 변질되어선 안 됨을 강조했다. 지금 정부와 집권 여당이 시도하는 것은 변질된 신고제. 즉, 허가제다. ‘법이 규정하지도 않고 있는’ 행정청의 자의적 기준에 따라 집회의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허가제의 전형이다. [23.05.25] 처참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이다.(논평) - 민주노총 국민의힘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지난 2020년 6월에 이미 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야간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종전의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바꾸는 방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헌적 발상’이라고 못박은 상태라 2010년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야간옥외집회금지 시간을 일부 제한하든, 집시법 10조를 삭제하든 위헌 결정을 받은 법 조문에 대한 개정은 필요하다.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걸려있는만큼 여야 모두 치열한 논의 끝에 합의안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3.05.26] 與 야간옥외집회 금지 개정 예고한 집시법…14년째 위헌 방치 - 서울신문 대통령실에서 진행했다는 국민투표 결과를 찾아봤습니다. 6월 13일부터 7월 3일까지 진행된 투표의 결과는 대통령실 국민제안 누리집에서 아래와 같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간편하게 추천/비추천 버튼을 클릭해서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추가로 의견을 남기고 싶은 사람은 투표 버튼 아래에 댓글로 의견을 적을 수 있었습니다. 18만 명은 우리나라 인구의 5174만(2021년 기준)의 0.35%의 비율을 차지합니다. 국민참여토론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참여율입니다. 한사람이 여러 계정으로 중복투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참여율은 더 낮을 수 있습니다. 참여 방식과 결과를 인용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입니다. 대통령실은 26일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를 주제로 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13일부터 3주간 진행된 온라인 토론 결과 총 18만여 명이 참여해 이 중 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 게시판 댓글 토론에서도 약 13만건 중 약 80%는 과도한 집회·시위 때문에 피해를 본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23.07.26] 국민 70%가 '집시법 개정' 찬성, 이래도 야당은 반대할텐가 (사설) - 매일경제 이번 투표는 사실상 여론 동원전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보수 유튜버들 사이에서 이번 국민참여 토론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뒤 ‘추천’ 투표수가 급증하는 양상이 벌어졌고, 각종 에스엔에스(SNS) 단체방에서 조직적 표심 동원 움직임이 포착됐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들이 직접 나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내면서, 사실상 ‘찬성’ 의견 쪽으로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23.07.04] 집회·시위 제재 강화…‘대통령실 국민제안’ 인기투표가 뒷배? - 한겨레 여러 의견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위 투표 결과를 인용하며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합니다. 주요 개정 내용은 소음, 교통 체증 등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집회 시간을 제한하는 방향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자정부터 06시 까지 심야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것 입니다. 집시법과 관련한 정치권 논쟁은 수없이 많았지만, 다른 때와 특히 다른 점은 이번엔 경찰청장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 입니다. 사실 경찰에게 입법에 대한 권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그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찰청은 자체 대응 규정을 수정해서라도 집회 시위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 '0~6시 집회 금지' 추진‥"헌법상 권리 훼손" 반발 (2023.09.21/뉴스데스크/MBC) 잊을 만 하면 돌아오는 집시법 이슈, 유독 길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집회/시위의 신고 단계에서 제한 사항을 늘리거나, 집회 시위 현장에서 경찰 등 공권력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범위를 늘리는 등의 개정시도가, 비슷한 내용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음에도 끊임없이 발의됩니다. 개정 추진 사유와 반대 사유 또한 비슷한 내용으로 반복됩니다. 교통 체증, 소음과 관련한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기본적으로 보장된 국민의 권리 침해라는 목소리의 대립입니다.  헌재는 2009년 야간옥외집회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에서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 경찰관서장이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삼았다. 당시 헌재는 이 문구가 허가제의 형태를 띠고 있고, 헌법은 집회 허가제를 금한다며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3.09.22]‘밤샘 집회 전면 금지’ 밝힌 정부…경찰, 사실상 ‘허가제’ 역주행 -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참 희한하다. 최근 들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단어 중 하나가 ‘헌법정신’이다. 그 헌법에는 집회의 결사의 자유가 기본적인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23.07.05] 불법시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노동자.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헌법정신과 법원의 판단에 굴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랍니다. - 민주노총 논평 입법 시도와 헌법 재판의 반복, 끝나지 않는 찬반 반목 속에 행정·사회적 자원이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논쟁이 길어지며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해결과 동떨어진 법안 발의가 있기도 했습니다. 여야가 각각 집회 시위가 금지되는 장소 요건에 ‘대통령의 집무실’과 ‘직전 대통령의 사저’를 추가한 일이 그렇습니다. 사실 현/전 대통령의 공간 인근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시민의 일상 불편’과 ‘공공질서의 안녕’과는 다소 관련이 적은 요소입니다. 지난 9월 5일에 참여연대에서 발표한 <꼭 2023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과제>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꼬집는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집회는 항의대상에게 보일 수 있고, 들릴 수 있는 곳에서 개최가 가능해야 함. 누구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대통령의 집무 공간 인근과 더이상 헌법적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 직전 대통령의 사저를 집회 금지 구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며 특정인만을 위한 규제를 신설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도 반함. [저지과제1] 집회자유 위한 「집시법」 개정 및 개악 저지 - 참여연대 입법을 위해서는 의회의 가결과 법원의 판단을 통과해야 합니다. 여당의 이번 개정안에 대해 야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최종 입법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선언적 의미’를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립의 무한 변주가 계속되는 집시법 논쟁.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캠페인즈에서 진행중인 집시법 개정 토론/투표에도 참여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캠페인즈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변천사.zip | 캠페인즈
정치개혁
·
4
·
[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변화의월담 편
몸을 도구화﹒대상화하는 사회에서, 바디(Body)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통해 억눌린 몸의 목소리와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변화의월담’! ‘그럼에도 우리는’ 2기 프로젝트로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놀이-돌봄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는 이 팀을 만났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성평등 영역을 위해 몸으로 맞닿고 놀이하는 게 더더욱 필요하다는 변화의 월담 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변화의월담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둘은(리조와 윤일) 대학교 학부 때 처음 만났다가 5년 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다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위험감수놀이’를 주제로 교육학 석사과정을 시작했던 윤일은, 막상 자신이 일하는 현장(유치원)에서는 이러한 놀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기, 리조는 퇴사를 하고, 회복의 여정을 찾아가는 시기였고 ‘파쿠르(맨몸으로 건물이나 다리, 벽 등의 지형을 이동하는 운동)’를 대안교육의 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었다. 리조는 윤일에게 함께함을 제안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파쿠르 교육을 하면서 신체 기능 중심적인 몸 교육뿐만이 아니라, 몸을 규정하는 사회적 맥락과 사람들이 겪는 감정, 느낌도 다루면서 관계 중심의 신체 교육을 해야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고, ‘파이팅 몽키’ 워크숍이 이러한 교육을 만드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젠더와 나이와 상관없이 함께 몸을 탐색할 수 있는 파이팅 몽키 워크숍에서 받았던 영감을 ‘바디 커뮤니케이션 교육’으로 정립하였고, 이를 발전시켜나가는 중에 교육 참여자였던 ‘수민’까지 변화의 월담에 합류했다.    “딱 그 시기였어요. 뭔가 몸으로 하고 싶은데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면서 엄청 여러 교육들을 참여하고 하다가 저도 월담 교육에 참여한게 너무 좋았고..”(수민)    변화의월담 멤버(왼쪽부터 수민, 리조, 윤일) 사진 출처 : @hyejeong_photo   변화의월담, 이름이 궁금하다.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는 정말 물리적으로 담을 넘는 활동이다. 우리 주변의 건축물을 보면 몸을 자유롭게 하기 보다는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환경인 경우가 많다. 예들 들어, 길도 여기는 갈 수 있지만, 이 곳은 가지마라. 여기서는 앉아만 있어라. 이런 식으로 규범으로 둘러 싸인 물리적인 환경이 많다. 물리적인 환경 속에서 그런 담을 실제로 넘어보면서(월담) 내 몸에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규범이 작동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한편으로, 내 몸이 받고 있는 억눌림, 경직, 힘듦을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몸이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심리적인 장벽이 크기 때문이다. 몸이 자유로워진다는 게 어떤 세계인지 전혀 모르지만 그 알지 못하는 세계로 한 발자국 가려면 도전을 해야 된다. 우리도 그런 마음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세상과 자기 내면의 장벽을 넘어서 좀 더 몸을 자유롭게 하거나 몸을 해방시키거나 아니면 좀 뭔가 약간 더 즐거운 관계,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보자라는 맥락에서 변화의월담이 쌓았던 경험들을 가지고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하는지?   함께 팀으로 활동하기 전까지의 배경이 다르다보니, 각자 가지고 있는 습관과 선입견을 깨고, 서로를 인정하고 맞춰가는데 시간이 걸렸다. 리조는 기업에서 일했다보니 기본적인 마인드셋(mindset)이 실수하면 안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 분야는 창의적이고 예술적이다보니 비효율성이 중요하기도 하다. 즉, 실험 정신도 중요한데 머리로는 그런 개념에 대해 인식하고 있어도 막상 몸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에서 실수가 나오거나, 교육 준비물이 빠졌거나 이러면 불안해하고 경직되고, 서로 책망하기도 했다.    “일의 방식, 이런 것을 다 허물어야 새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한 과정이 3년 넘게 걸렸다.”(리조)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가정환경과도 연결되어있다. 예를 들어, 부모님과 갈등이 있을때 어떻게 해왔는지, 어떻게 감정표현을 해왔는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갈등이 일어나면 회피한다는지, 적극적으로 촉발한다든지, 이런 차이점을 드러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에서 나는 어떤 맥락에서 성장해온 사람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나랑 일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너가 원하는 상의 사람과 일하고 싶은 거냐” (윤일)   서로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들도, 받아들이면서, 서로가 자신과 상대를 알아가는 시간을 거쳤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제는 일에 있어서도 태스크(task, 업무) 중심으로 계획하는 게 아니라 그 태스크를 둘러싼 과정과 각자의 생체 리듬을 중심에 두려한다.    “서로 너 이거 지금 안 괜찮다. 이런 역할을 제일 많이 해 주는 것 같아요. 자기는 알기가 진짜 힘든데(윤일)”     사람의 몸은 하나의 어떤 닫힌 시스템이 아니다. 보통은 내 안에서 나 혼자 해결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오픈 시스템 안에서 되게 다른 방식으로 효율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일터에서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살면서 성장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일을 인식해야한다.   “내 치부를 드러내거나 상처를 드러내거나 힘듦을 드러내는 것이 정말 더 효율적일 수 있겠구나”(리조)   감정 표현이나 아니면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공유했을 때 당연히 충돌한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서로에 대한 질책이나 비난 혹은 원망으로 잇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신호일까? 내가 뭘 놓치고 있을까? 소위 우리 인지 체계에 대한 정보로 인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독특한 것이 아니다. 해외 지성 네트워크의 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전에는 몸에 대해 이야기 하는게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바뀌고 있다. 이제는 내가 책임을 지기로 했어도 노(no)할 수 있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나에 대해서 잘아는 것이 프로페셔널함이다. 그래야 문제를 빨리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월담과 성평등의 연결고리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쥐어진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소셜미디어가 일상이 된 동시에 가장 우울하고 자살률이 높은 세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함께 나오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문제로 보여지지만, 이곳에는 젠더 맥락이 들어가 있다. 연구를 들여다보면, 이런 영향이 누구한테, 어떤 집단에 가장 크게 영향을 주냐 했을 때 10대 20대 여성이라고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몸에 어떤 돌봄 또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교육이 필요할까?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고, 몸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대화가 드러나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그래서 뭔가 말로는 겪을 수 없는 몸의 놀이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새로운 형식을 고민하고 있고, 보이는 팟캐스트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누구에게 어떤 첫마디를 던져서 어떤 대화를 이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이어져야 되는지 등 구체적인 구성에 있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성평등은 내가 어떤 성 정체성이나 젠더로 태어나든, 가지고 있는 게 내 삶의 선택지를 제한하거나 아니면 차단시키지 않아야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나의 젠더 정체성에 상관없이 어떤 기회나 경험을 동등하게 누리고, 내가 누가 될 수 있는지 함부로 정의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가능성을 찾아가는 게 성평등이라고 본다.    “성평등은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하는 기회를 최대한 장벽없이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리조)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젠더 규범 때문에 내 가능성 탐색을 크게 영향받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회에서 장려하는 문화에 따라서 어떤 사람이 되는지가 굉장히 달라지고 있다. 우리의 역할은 놀이를 통해 이런 장벽을 깰 수 있는 경험들을 제안하고, 여기서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걸 경험하는 동시에 내 몸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는 기회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와 만난 사람들이 이런 경험들을 해 나가면서, 소위 말하는 성평등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성평등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플레이풀(playful) 함을 불어넣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수민)   한편, 성평등 활동을 하다보면 끔찍한 문제를 맞닥뜨리면서 공격과 방어의 구도가 만들어지기에, 위험을 통제하고 소거하는 식으로 대응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말과 몸이 경직되고 보수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게 우리가 원하는 변화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위험을 차단하는게 가장 덜 위험하고 쉬운방법이긴 한데, 접촉을 통해 큰 위로와 지지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험으로 인식하게 하는 사건들과 여기에 반응하는 나의 역할과 감각을 안전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고 싶다.      기억나는 변화의 순간이 있는지?   휠체어 타신 여성참가자가 생각난다. 말랑말랑한 공을 20번 정도주고 받는 동안 그 참가자 분은 매번 공을 놓치면서도, 그 모습이 매번 그리고 점점 달라졌다. 공을 못 잡아도 몸을 움직이면서 계속 학습하고 시도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또 이런 환경이 이 사람에게 매일 주어진다면 1년 뒤, 3년 뒤, 10년 뒤 이 사람의 이 몸은 어떤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율이 느껴졌다.    이분은 같이 노는 걸 진짜 좋아했다. 활짝활짝 웃으시고..같이 막 침 흘리면서 하는데 그게 너무나도 좋았다. 침 흘리는 것에 대한 어떤 인식이 있으면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 너무나도 많은 경직에 쌓인 몸이랑 1시간 정도만 같이 놀았는데도 너무나도 많은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경계의 부당함과 이런 경계가 사라질때 누릴 수 있는 기쁨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 생각난다. 아마 장애인 커뮤니티 안에서도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인해 가능성이 규정 지어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것을 주물러서 확장시키고 싶다. 이런 마음이 되게 크게 들었다.    도봉의 성평등 활동센터에서 만난 분도 인상적이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수업을 신청했는데, 딸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이 짝을 맺어서, 한 사람이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막 태어난 아이한테 세상을 처음 경험시켜준다면 어떤 것들을 안내해줄까라는 마음으로 공간을 안내해주는 시간이었다.   활동 후 이분(엄마)이 눈을 뜨면서 하시는 말씀이, “엄청 나한테 집중되네요. 60 평생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출산한 지 얼마 되지않아 약간의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우리 딸에게도 이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고 덧붙이면서, 엄마로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챙기던 삶을 사셨을, 그래서 타인이 아니라 자신(본인)을 감각하며, 깊숙히 안으로 들어갔던 경험이 처음이었을, 그 참여자와 장면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다.    “매번 봤어요. 한 명의 몸을 만날 때마다 월담이 진화한답니다. 배우고.. (윤일)”     앞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의 모습은?   “2017년도에 퇴사하고,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렸어요. 그래서 찾아갔던 곳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이쪽인데 제 첫 직장이 실리콘밸리였거든요. 그때 되게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ODC 센터에요. 그 곳은 경계가 없는, 그러니까 장애든 성 정체성이든 그 어떤 경계도 허물고 365일 내내 연극, 무용, 음악 등 몸을 다루는 수업을 여는 곳이에요. 그 센터를 알게 된 계기는 장애인들이 만드는 퍼포먼스 때문인데요. 장애인들이나 뮤지션과 예술가로서 퍼포먼스를 하는데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친 수준의 솔직함과 위트로 표현하는 것들을 보면서 의식이 약간 진짜 태풍에 지붕이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다양한 몸들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자기의 어떤 가능성이나 삶을 아름답게 하는 그런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장이 존재하는 도시가 우리 주변에도 있길 바래요. 우리가 그 장을 만드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그 장에 이웃이 될지 그런 건 상관없이 그런 장이 커뮤니티에서 계속해서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리조)   “몸이나 마음의 감각을 억누르는 게 어른스럽고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평생에 걸쳐서 젠더, 나이,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것에 상관없이 누구나 많이 노는 그런 세상이길 바래요. 그러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아요. 우울, 갈등 이런 것들이 다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윤일) “몸의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관계나 일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요. 지금의 활동이 그 맥락인 것 같은데 이것을 이제 이렇게 넓혀보고 싶어요. 옷을 만드는 어떤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옷이 나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몸을 가장 가까이서 감싸고 있는 집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옷이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많은 평가와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죠.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 어떤 그 사람만의 모습, 정말 아름다운 모습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유지해 줄 수 있는 집(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게 추가된 몸의 느낌이 되거나 지워지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수민)
성평등
·
5
·
교육의 위기,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차례
캠페인즈팀 영상을 통해 직접 캠페이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교육의 위기,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 차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지금 한국 사회의 교육(공교육)의 목표가 무엇인가? 한국 공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입시다.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에 맞춰서 학생들에게 순서대로 보내기 위해 공교육에서는 그 근거를 마련한다. 국영수사과 중심, 암기 중심의 시험 성적에 따라 학생들의 등급을 매긴다. 초중고 12년을 지나면 치르는 시험이 있다. 한 명 한 명의 특성(개성, 성격, 취미, 장점, 장애, 지역, 양육자의 소득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저 한 날 한 시에 치르는 시험이라는 이유로 “공정한 시험”이라고 여겨진다. 그 시험을 잘 치게 하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다.   그 시험을 잘치고 소위 “좋은” 대학교에 보내는 것이 공교육의 유일한 목표라면 인권교육, 시민교육, 노동교육, 정치교육, 성평등교육, 성교육과 같은 교육들이 필요하다고 여겨질 이유가 없다. 필요없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차별, 억압, 폭력의 사회구조를 알게 하는 "위험한 교육"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기득권자들에게 인권교육, 시민교육, 노동교육, 정치교육, 성평등교육은 좌편향된 좌파교육이고 이념교육이고 공산주의교육이고 빨갱이들의 선동으로 쉽게 매도되곤 한다.   지난 7월 21일, 정부는 재벌 대기업의 세금의 4조 1천억원 깎고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등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를 1조 7천억원 깎아주기로 했다. 자그마치 6조에 해당하는 부자감세다. 연 소득 7,600만원 초과 고소득자 감세(1조 2천억원)를 포함하면 7조원이다. 이외에도 부자감세는 계속되고 있어 그 결과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세수결손이 생겼고 이는 5년간 60조원의 세수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한다. 부자들에게 거두어 들이는 세금을 줄여준 것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고 하니, 공교육 예산이 크게 삭감되었고, 사회적 소수자들을 지원하는 예산, R&D(기초연구) 사업에 대한 예산이 줄지어 삭감되었다. 기초연구 없이 반도체 최강국이 되라는 현실이다. 공교육도 반도체 산업 역군을 만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여성, 장애인, 빈곤층 등을 지원하기 위해 쓰이는 예산이 대폭 감소되었고 일부는 완전히 사라졌다. 일례로, 장애인 성인권교육 예산 5억이 전액 삭감된다. 이 교육은 이는 공지영 작가가 쓰고 영화로 만들어 진 ‘도가니’라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5년간 일어난 성폭력/성착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교육이다. 아예 사라져버린 이 교육의 예산은 기존에도 전국에서 쓰인 예산이 겨우 5억이다. 관련 종사자들은 이 일을 하며 인건비도 책정받지 못했다. 아주 적은 강사비를 제외하곤 5억은 전부 사업비다. 서울의 아파트 값 평균 7-8억이고 10억, 20억하는 아파트도 많다는걸 생각하면 5억은 누군가에겐 집값도 안된다. 대학교 입시가 목표인 공교육에 성평등교육/성교육은 필요없다.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필요없다고 여기는 교육을 장애인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여길 리 없다. 이러니 성폭력예방교육과 중복이라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국가"를 만들어 함께 사는 이유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기 위해서다. 공교육은 모든 시민들에게 그 가치 전하고 실천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학교는 시장에 양질의 '힘써 일하는 근로자'를 납품하는 공장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교실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곳이어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하고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하고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하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하고 양육자들의 사회경제적 계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교실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익히는 곳이 돼야 한다. 경쟁은 그렇게 협력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이 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교사의 역할은 공교육의 목표와 함께 갈 수 밖에 없다. 공교육의 목표가 대학교 입시라면 그것을 잘 하게 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이 오로지 입시를 위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교실을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교사는 모든 학생들이 함께 놀고 먹고 배우고 협력을 연습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교사들이 그렇게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유로 교사 수를 줄여가겠다고 한다. 이미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도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니다. 학생 수가 줄어도 교사를 더 많이 뽑아야 한다. 교사 한 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학생의 수가 적어야 한다. 한 학급 당 학생 수를 20명을 목표로 계속 줄여가야 한다. 한 학급에 담임교사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면 어떨까? 학 학급에 장애인 학생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도 한 명씩 있으면 어떨까? 한 학급에 이주배경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교사도 한 명씩 있으면 어떨까? 상담교사도 한 학급 당 한 명씩 있으면 어떨까? 교실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 축소판이어야 한다. 배제되는 존재 없이 모든 청소년이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   교사도 학생도 양육자도 어느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공교육을 끝내고,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학교를 상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줄 세우기에 급급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두의 행복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특히 입시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입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될 수 있을 때 사라질 수 있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때 가능하다. 대학을 나오든 나오지 않든, 장애가 있든 없든, 이주배경이 있든 없든, 성별이 어떻든, 어떤 직업을 가졌든지에 관계없이 충분히 자신을 긍정하며 살 수 있는 차별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자본을 위한 효율성(자본가들이 돈을 많이 버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가지는 것이 정상성의 기준이자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여겨질 때 우리는 지금과 똑같은 모습으로 살 수 밖에 없다. 자본가를 위해 군말없이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를 만드는 것이 공교육의 목표일 때 우리는 지금과 똑같은 학교의 모습밖에 가질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육 체제 속에서 교육의 3주체라고 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 중 행복한 사람이 있나?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원인은 공부, 성적, 입시에 대한 압박이다. 양육자들은 행복할까? 내 자녀가 조금이라도 뒤처질까 손해볼까 불안하다. 자신의 노후도 불투명한데 자녀를 위한 사교육 경쟁에 나의 노후자금을 도박으로 걸어야 한다. 자신의 “투자”가 손해나지 않도록 자녀들을 죽음의 경쟁에 내몬다. 자녀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교사들도 죽어가고 있다. 교사를 죽이고 있는 것은 교육제도이자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다. 전국의 교사들 20여만명이 모여서 한 목소리로 외쳐도 무책임한 국가는 이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수많은 학생 및 어린이 청소년들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있으며(10대 10만명당 7.1명이 자살하고 있으며(2022년) 이는 한 해 330명 정도의 10대가 자살을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학교 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식당노동자, 청소노동자, 교육복지사, 학교사회복지사, 초등돌봄전담사, 상담사, 방과후강사, 기간제교사, 특수교사 등)이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해왔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이러한 현실을 바꿔내고자 전국의 20여만명의 교사가 모인 적은 없었다.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인해 교사들의 목소리가 모아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악성민원 처리 창구 단일화’ 수준이나 ‘아동복지법 개정’이나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통한 교권회복’ 같은 게 아니라, 공교육과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할 때다.   지난 달,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다양성훈련 컨퍼런스에 참석한 뒤 소개를 통해 시라큐스(뉴욕주)에서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손동후 변호사를 만났다. 손 변호사는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공부했던 뉴욕주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책과 문화를 잘 알고 있기에 뉴욕주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나로서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워낙 자본주의를 숭배하는 이들이 “큰 형님” 국가로 여기는 곳이면서 한국의 서울처럼 느껴지는 곳이 뉴욕이다 보니, 이러한 결정이 잘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나는 손 변호사에게 “뉴욕주에서 발달장애인이 학교 다니기가 좋나요? 뉴욕주가 장애인에 대한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었나요? 어떻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의 답변은 재산세에 그 핵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뉴욕주의 재산세(Property Tax)는 자신이 속한 행정구역(County(카운티), City(시티), Town(타운), Village(빌리지) 그리고 학군(School District)에서 징수된다. 재산세는 뉴욕주에서 부동산 공시지가의 2-3%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데 재산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학군에 내는 세금이다. 재산세의 55-65%정도 된다. 재산세를 3년이상 미납하면 해당주택은 경매처리된다. 주택이 어느 학군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라큐스 주변에서 37-40만 달러(한화 약 5억원 정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재산세는 매년 2만 달러, 한화 2천7백만원 정도다. 그 중 학군에 내는 세금은 1만 1천 달러, 한화 1천5백만원 정도라고 가늠할 수 있다. (공시지가는 주택면적에 따라 부과되는데 주택가격은 면적의 크기에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과되는 재산세가 그 지역의 학교 운영에 쓰이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재산세를 내는 주택 보유자가 결혼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혹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지 없는 지와 상관없다. 그 지역에서 자산(자본)을 보유하고 있으니 그 지역의 교육(공동체)에 이바지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학교를 다니고 장애인에게 필요한 개별화된 수업도 필요와 욕구에 따라 진행된다. 재산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그 세금은 교육에 쓰이고 교육은 장애를 가지고 있든 가지고 있지 않든 상관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권리로서 주어진다는 것이다. 미국이 무조건 좋다는 말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끝판왕 같은 미국도 최소한 이 정도는 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미국은 전 세계에서 난민 신청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다. 미국의 여러 주들 중에서도 뉴욕 주는 이주민들과 난민들이 이미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주민과 난민들을 위한 정책도 마련되어 있고 이주민과 난민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문화도 있어서 뉴욕 주는 난민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한다. 이주민과 난민이 자국의 일자리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정도까지만 계산하여 수용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혐오가 세계적으로 커져가고 있는 상황인지라 뉴욕 주는 모범 사례가 되고 있다. 또한 뉴욕주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정책만 잘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에 대한 정책도 기본적인 것들은 갖추어져 있다고 평가를 받고 있다. 임신중단을 포함한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평등결혼을 포함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방식대로 가족을 구성할 권리,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없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기본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지금 한국 사회 시스템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긍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며,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나? 착취의 굴레, 억압의 톱니바퀴에서 벗어나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꿈꾸자. 공교육의 위기를 넘어서,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학교에서부터 만들어보자.
새 이슈 제안
·
6
·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페이스메이커" 피드백 살롱 이야기
“우리는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그럼에도 우리는’ 피드백 살롱 현장 소식 을 전합니다. 성평등을 주제로 프로젝트 실험을 펼치고 있는 그럼에도 우리는 2기 9개 팀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지난 5월 시작된 프로젝트의 중간 지점을 함께 돌아보는 ‘피드백 살롱'이 열렸는데요. 달마다 정기모임을 통해 진행해온 과정을 소통하며 서로의 프로젝트에 대해 가볍게 공유해왔다면 오늘은 좀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팀별로 만든 콘텐츠나 제작물, 기획안을 프로토타입 형태로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얻거나 고민되는 지점을 나눌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요. 성평등에 대한 공통의 관심과 관점을 가진 팀들이기에 서로에게 가장 와닿는 피드백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죠. 또 남은 길을 함께 뛰어줄 든든한 응원군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고요. 피드백살롱을 통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½ 작은 성공 축하하기  먼저, 완성된 결과물이나 큰 성공이 아니라 과정에서 이루어진 작은 성공을 발견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팀별로 ‘진전 곡선'을 그려보았습니다. 진전 곡선은 가로축에는 ‘시간’, 세로축에는 ‘진전(성취감)’이 있는 곡선 그래프 입니다. 팀별로 시간 순서에 따라 성취한 일이나 경험을 적어보면서 그동안 이룬 작은 성공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변화를 위한 활동에서 빠른 성장을 기대하며 작은 규모의 성장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변화가 드러나기까지 기다리지 못해 너무 일찍 포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피터 스트로(2015)의 ‘사회변화를 위한 시스템 사고’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성장)는 ‘일직선’이 아니라, ‘점진적인 곡선’을 가지는 것이 자연적이라고 합니다.   팀별로 현재의 진전 곡선과 위 곡선을 비교해보면서,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작은 성공'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되새겨보았습니다. 한편, 그 이후 성장 단계를 위해 활동의 결과를 정량화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변화를 위한 임계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의 활동을 처음보는 다른 사람의 시각과 언어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 것입니다.      변화의 데이터 데이터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과 연대를 이룰 때 효과적인 소통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성평등 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시도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와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의 시선이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드는 의미있는 변화지표를 만들어서, 스스로 성장을 확인하는데도 쓰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 이 만든 ‘사회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데이터에는 무엇이 있을지 팀별로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를 위해 팀 활동으로 발생 가능한 사회 변화가 나타나는 곳을 ‘수혜’, ‘사회구성원', ‘사회변화자본' 3가지 영역으로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 ‘FDSC’ 팀의 경우 여성 디자이너들의 법적 이슈 상담을 통해 20명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수혜 영역), ‘모두의 숲’ 팀의 경우 정부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산불에 대해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알려서 정부에 대한 책임 의식을 높이는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사회 구성원 영역). 등대 팀의 경우 성평등 인식에 대한 사회적 경험을 확산할 수 있는 보드게임의 개발을 하나의 지적 자본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사회변화자본 영역).  이러한 과정은 NPO를 위한 사회성과 측정 가이드북(서울시 NPO 지원센터)을 참고하여 이루어졌고, 향후 팀별 데이터를 다시 한번 수집해서, 그럼에도 우리는 2기, 변화의 데이터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피드백 라운딩 5월 오리엔테이션 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공유하였던 9개팀은 4개월의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다시 만났습니다. 피드백 라운딩은 그동안에 진행했던 활동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통한 서로 배움과 지지의 경험을 만들기 위해 마련하였습니다.  서로가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이 피드백을 받고 싶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팀별로 아래와 같이 어떤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 그리고 피드백을 줄때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지 미리 준비해왔습니다. 피드백 받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다른 사람들이 피드백을 주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인가요? 피드백을 받을 때 다른 크루가 어떤 점을 고려해주면 좋을 까요? 총 3라운드에 걸쳐서 라운드별 3팀씩 30분정도의 피드백 시간을 가졌는데요. 앞서 준비해온 피드백 살롱 준비물을 바탕으로 팀별로 요약발표를 하고, 다른 크루들은 피드백을 주고 싶은 팀을 선택하여 조별로 나누어 이동하였습니다. 이후 다시 한번 상세하게 피드백을 받고 싶은 주제에 대해 공유하였고, 서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기획과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싶어했던 팀, 프로그램 활동이나 프로토타입 제품을 시연하고 피드백을 들었던 팀,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던 팀들이 있었습니다.  서페대연팀의 경우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대학사회에서 프로그램 참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것이 더 필요할까요?’ 라는 고민을 나누어주었고, 다른 크루들은 환경 운동가들이 겪었던 이슈와 학과에서 먼저 지지하던 사례 등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뜨개질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닛더피스 클럽의 시간에는 뜨개질을 할때 참여자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실제로 다른 크루들이 해보면서 피드백을 나누었고, 스트레칭하는 시간과 구체적인 시간 배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팀 안에서만 다루어졌던 이슈에 대해서 피드백라운딩을 통해 다른 팀 크루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시각과 지지적 힘을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피드백 라운딩에서 나누었던 대화는 휘발되지 않고, 앞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팀별 피드백 게시판에 정리하여 공유하였습니다. 참고 : <피드백 살롱>에서 우리의 여정을 되돌아봐요.☕️ - 캠페인즈 그룹   <피드백 살롱 참가 후기>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하기 ‘그럼에도 우리는’ 2기는 12월에 그동안의 활동 과정과 결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그럼에도 우리는’ 활동을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자 모금함도 열었습니다.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성평등 페스타(축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관심과 응원으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하기(클릭)
성평등
·
1
·
'비동의'하기 전에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 "한국의 대화" 참여 후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삶의 현장이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현장을 바탕으로 자기 몸에 맞는 주장을 찾아간다. 그렇게 나의 주장에 집중하다 보면, 남이 애써 찾은 주장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다른 것에 동의하거나 비동의하기 이전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동의'는 가끔 어불성설이다. 나의 주장이 있으나 타인의 주장에 대한 입장은 없을 때, 가끔은 자신이 남의 것에 비동의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섣불리 입장을 확정짓기 전 남의 주장을 일단 이해하려면 내 것만큼이나 무거운 그 사람의 현장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대화는 어느 정도 필요한 방법이다. 지난 9월 23일,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에서 한겨레가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관한 “한국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주장이 다른 사람과 적대감을 벗고 서로를 이해해보는 1:1 대화 프로그램이었다. 나와 대화파트너는 “동성 간의 혼인 또는 친구와의 가족구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자유를 보장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정 반대의 주장을 다뤘다. 세 아이를 둔 그는 ‘정상적인’ 가족을 이뤄 살아가는 삶을 ‘수준 높은 행복’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는 매일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고 약간은 지루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서로 동의했다. 다만 그 사람은 가족적인 중년의 삶을 살며 내게 없는 지혜를 터득한 사람 같았다. 나는 대화파트너에게 지금 가족과 안정적이고 즐거운지 물었다. 그는 모든 날이 즐겁지는 않지만, 대체로 그러하다고 답했다. 물어보지 않은 가족 간에 소소한 일화와 걱정, 그리고 뿌듯함을 생생한 표정으로 설명해주기도 했다. 격식과 예의를 갖추던 그가 툭 건드리면 팡 터져나오는 웃음처럼 잠깐은 영락없이 서글서글해졌다. 반면에 나와 젊은 친구들은, 한 이불을 펴고 누워서 우리 가족이 되자고, 서로 돌보며 살아가자고 유별난 꿈을 꾼다. 비록 구체적인 결심은 아닐지라도 우린 가끔 제3의 가족이 되기를 상상한다. 각자의 집에서 복합적인 고통 때문에 밤에 소리 없이 울지만, 아침엔 퉁퉁 부은 눈으로 부모님께 시치미를 뚝 뗀다. 그러고서 도피처를 찾기 위해 끼리끼리 모여서 또 우리 가족이 되자고, 우리 가족이 되자고 한다. 1:1 대화에서 그와 나는 서로 세상을 감각하는 피부가 왜 이렇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대체로 ‘수준 높은 행복’ 속에 사는 그에게, 나는 하루가 다르게 전쟁과 재난이 벌어지는 세상에서 안정적인 삶이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래를 설계해도 세상이 당연하고 단순하게 망할 것 같다고. 이 느리고 익숙한 절망 속에서 사느라고, 규범적인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나와 친구들은 점점 불안하고 개방적인 사람이 되어가서, 아무렇게나 다양한 가족을 만드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건 동의하거나 비동의할 화두조차도 되지 않아요." 대화파트너는 올곧게 “다양한 가족구성은 사회분위기상 알맞지 않고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를 아주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쩌면 모든 실험적인 생각이 가능한 아수라같은 현장일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수긍하곤 했다. 나 또한 평범한 가정을 책임지는 기혼 중년의 삶에는 그만의 지키고 싶은 견고한 현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회통념을 여전히 믿고 지키는 그의 단단한 세계관은, 한이 흘러넘치지만 마지막엔 세상을 낙관하는 서민적인 영화와 같은 모습일까? 한 번의 대화는커녕 천 번의 대화에서도 우리 서로를 아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단 중요한 것은 타인의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이해의 태도라 여기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주장의 경합에서 더 옳은 주장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있는 한편, 처음 주장을 제기하는 시민 공론장의 역할은 수용력과 환대를 갖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주장을 지닌 남을 조금이나마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환대하는 공론장이 유행하면 누구나 낯선 사람을 공공연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공간에서 길거리를 걷고, 소개팅을 하고, 길을 알려주며, 술집에서 합석을 한다고 생각해본다. 낯선 이에게 적대감을 느끼는 세상보다, 사람이 사람에게 작은 믿음과 작은 호의를, 작은 괜찮음을 느끼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 싶다. 그래서 다시, 남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환대의 공론장을 꿈꾸어 본다. 👉 <한국의대화>행사 안내  👉 관련 기사  [한겨레]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한겨레]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한국의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결과는 오는 10월 11일 제 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대화 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론장
·
4
·
혼자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아
<혼자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아> by 남함페 이한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75%가 남성이고 그 중 60대 남성(886명)이 가장 많다.” 스스로에 대한 돌봄, 가족과의 관계 맺음,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우리네 많은 남성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남성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하면서 왜 남성이 성평등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강조하기 위해 저 숫자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섬찟하다. 남성 섹슈얼리티를 탐구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이후로, 주변에서는 ‘꼭 필요한 주제다’, ‘너무 심각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많이 건넸지만 사실 내가 이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다분히 개인적인 관심과 걱정 때문이다.나도 혼자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연애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름 절절한 연애를 해왔고 심지어 지금도 하고 있다. 결혼할 수 없는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운 좋게 아직까지 이성애자로 살고 있기에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결혼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 몇 번의 연애와 이별은 점차 내가 우리 사회의 ‘정상가족’과 ‘정상연애’ 이데올로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결혼과 혈연을 통한 가족이라는 기존 관계도 싫지만 동시에 외롭고 싶지도 않은 이 복잡한 마음이 비단 나 하나만의 고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이번 기회에 투정을 조금 부려볼까 한다.실수와 실패로 점철된 연애 스무 살, 대학에 갓 입학한 나는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욕망과 연애를 해야 한다는 주변 분위기에 한참 휩쓸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사회는 “대학 가서 하면 돼!”라는 말로 청소년기의 모든 섹슈얼리티에 대한 욕구와 탐구를 유예시키지 않았던가. 그렇게 성숙하지 않은 성인이 된 이들은 늦은 숙제를 하듯 허겁지겁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를 다하는 게 미덕이라 여겼다. 그러나 늘 그렇듯 인생은 예상처럼 풀리지 않고, 연애에 혈안이 된 스물의 남자애는 못나기 그지없어서 모태솔로라는 딱지를 멍에처럼 지고 몇 년을 보낸 이후에야 연애다운 첫 연애를 하게 됐다. 그것을 ‘첫사랑’ 같은 아련한 단어로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본 첫 연애는 실수와 문제투성이 그리고 실패로 점철됐다. 안타깝지만 그 이후의 연애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은 과거의 실수와 부족함으로부터 배워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던데, 유독 연애에서는 이런 교훈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이를테면 나는 사랑과 우정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어떤 이성을 만났을 때, 그 친구가 좋고 함께 있는 게 즐거워서 같이 자리하다 보면 어느새 하하 호호 하다가 손을 잡고 뽀뽀를 하고 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여기까지 보면, ‘술과 밤이 있는 한 이성 간에 친구는 없다’는 구린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러니까, 사실 난 그 친구와 뽀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성격 잘 맞고 함께 있으면 즐거웠으나 그렇다고 꼭 그 관계가 ‘연애’의 형태여야 했을까? 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처럼, “우리는 살면서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넘겼던 사랑이 많고,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한 많은 순간을 살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여성과 너무 친한 남성은 ‘게이’거나 그에 준하는 매력이 없는 남성으로 여겨지기 일쑤였고 나는 그런 오해와 낙인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성과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연애로 숨는 비겁한 방식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과 깊은 우정을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렸고 연인이 되더라도 그에 따라오는 기대와 책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벅차 도망치기 일쑤였다.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다른 관계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내 인간관계는 좀 더 다채롭고 폭넓지 않았을까? 페미니즘을 접하고 비로소 그 문제를 자각했으나 여전히 ‘그래서 어쩌지?’의 영역은 미지수다. “고도로 발달된 우정과 사랑은 서로 구분할 수 없다?” 앞서의 이야기대로라면, “결국 사랑과 연애는 몸이 끌리는 관계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또 몇 번의 연애와 고민은 그 명제마저도 부정하게 했다. 어떤 연인과는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그만큼 빠르게 식었고 또 어떤 연인과는 꽤 오랜 시간 성관계 없이도 행복하게 지낸 바 있다. 사회에서는 이를 ‘섹스리스’라 하여 엄청 대단한 문제인 것처럼 여기기도 하지만, 서른 줄에 들어온 지금 주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문제없이 잘 지내는 커플이 적잖다. 분명 연애에 있어 섹스의 위상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연애의 기준이나 전부 역시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이렇게 요모조모 따졌을 때, 내가 내린 결론은, “고도로 발달된 우정과 사랑은 서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질투와 독점 같은 것을 따져 물어도 마찬가지다. 그저 미디어에서 보고 배운 것으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미약하게 연애라는 것의 정의를 내리려 울타리 세워 봤지만 그 때마다 태풍같은 관계가 휩쓸고 지나가 지난 내 생각들을 무용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렇게까지 고민하게 된 데에는 기나긴 연애 이후의 ‘현타’가 한 몫 했다. 그러니까 써놓고 보면 결국 되게 뻔한 이야기인데, 나에게 딱 맞는 반려자 같은 대상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제법 죽이 잘 맞았고 여느 연인처럼 사랑했다. 그러나 천재지변처럼 권태가 찾아왔고 지지부진한 관계가 지속됐다. 극복하거나 매듭짓거나, 오직 이 두 개의 선택지가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세상에서 그 무엇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영 이상했다. 대체로의 친구 관계는 함께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우상향하기 마련인데, 왜 대체로의 연인 관계는 굴곡이 생길까? 그리고 그 하나의 요소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왜 세상에서 제일 친하던 친구와 다신 못 보는 사이가 돼야 할까? 기존의 연애관에서 벗어난 관계를 상상하고 실천해 볼 수는 없을까?  서로를 아끼고 돌보는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열망 돌이켜보면 이런 고민은 이별하지 않는 공동체를 꾸리고 싶은 마음의 발현이고 그것은 다분히 나의 결핍에서 출발했지 싶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부모의 직장을 따라 신도시와 지방을 오가며 잦은 이사를 다녔고 이렇다 할 고향이나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 고향 친구 같은 게 없다. 나름 안정적이고 가정에 충실한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동시에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많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지 배우기도 했다. 아니 딱히 과거를 파헤치지 않아도 충분하다. 성인이 된 이후, 나의 경제적인 사정은 늘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로 대표되는 불안정 그 자체였다. 앞선 관계를 통해서 내 인생에서 사랑 역시 중요하지만 일과 취미 역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지구에는 인간이 너무 많다. 그저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개인의 취약해진 노후를 위해 재생산을 한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비윤리적이고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돌봄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는 언젠가 혼자가 될 테고 사랑하는 사람은 병약해질 것이며 나 또한 병들고 돌봄이 필요해진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나약해질 서로를 돌보고 돌봄 받고 싶다. 다만 언제 또 변할 지 모르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모든 것을 내맡길만큼 용기있지 않고 결혼 과정에서 쓰는 문서와 보증인에 얽혀서 원치 않는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건 끔찍하다. 게다가 세상에는 사랑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쳐도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결혼 하지 못하는 연인도 너무 흔해서 더더욱 결혼이라는 제도로 쉽게 흘러들어가고 싶지 않다. 아직 뒤죽박죽에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지만, 이 모든 고민을 유예하고 그저 때가 되었기 때문에 가족을 꾸리는 일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금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결국, 그래서,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결국 뒤에 따라오는 건, 그래서 지금의 연애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연애, 지금의 혈연 가족 형태가 아닌 새로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방법은 모른다. 나는 아직까지 그런 형태의 공동체를 꾸리거나 비슷하게 경험해 본 적도 없다. 내가 누군가를 돌보거나 편히 돌봄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까지 ‘정상’이라 이야기 되어왔던 관계에 유통기한이 임박해 왔으며, 더더욱 이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새로운 형태의 관계와 가족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혼자 외롭게 죽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혈연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메어 살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새로운 관계와 공동체를 꾸리고 싶어 이렇게 떠들어대지만 여느 가족들처럼, 혹은 과거 연애처럼 실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찾아 나설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이 글이 공감이 간다면 조심스레 제안해 줬으면 좋겠다. “우리 동료가 되지 않을래?” 본 글은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 작성하여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얼룩소 8화 원문 주소 : https://alook.so/posts/kZtLyoY
성평등
·
4
·
기레기도 기자도 독자가 만든다
돈 때문에 만들어진 기레기? 기레기는 누가 만들었을까? 언론사와 기자들이 기레기를 자처한 것일까? 아니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독자들이 만든 것일까? 어려운 문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혹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냐, 인간이 신을 만들었냐 같은 질문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글이 있다.<이 글에는 '기레기'가 스물여섯 번 나옵니다> 글쓴이는 기레기를 만든 건 독자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지금 거대한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기레기들이 다른 매체들보다 힘이 세다는 이유로 돈 받아먹으며 기레기짓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품위 있는 기자들'에게 힘을 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기레기는 우리가 키운 셈이다.” 요약하면, 분명 좋은 매체와 기자들이 많지만 독자들이 이들을 모르고, 거대 언론 매체에서 쓰는 기사들만 쉽게 쉽게 접하기 때문에 기레기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구조적인 문제도 지적한다. 독자들이 기사를 공짜로 보는 구조에서 언론사는 광고에 의지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광고주에 맞는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사의 편집권과 경영권은 분명 별개로 되어야 하는 게 맞지만, 100% 별개로 하는 건 말할 때만 쉽다. 돈을 주는 사람에게 대놓고 펜 끝을 들이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밥 그릇 사라지는 데 별 수 없다. 실제 언론들은 포털에 기사 띄우기와 조회수로서 생존을 갈구하고 있다 기사 조회수가 높기 위해선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달아 이목을 끌어야 한다. 조회수 경쟁이며,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처럼 됐다. 물론 생존전략에는 조회수만 있지 않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큰 돈을 받아 컨퍼런스를 열기도 하고, 상금을 내걸고 시상을 하기도 한다. 언론사가 상을 만들어 시상하고, 그에 대한 기사를 써주고. 기업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다수 문제로 지적된 바가 있었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 돈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시민이 바라는 좋은 콘텐츠는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안적인 시도 몇 년 전이다. 예전에 모 단체에서 같이 활동하던 형을 우연히 광화문에서 만났다. 그 형은 영상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말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채널명은 <쑈싸이어티>였다. 당시 포켓몬GO가 유형이었는데, 포켓몬의 주인공인 지우 차림을 했던게 기억난다. 당시 영상이다. 아쉽게도 현재는 그 채널이 운영되지 않는다. 마지막 영상 업로드가 6년 전이다. 그 뒤 내가 알던 형은 동물권 단체에서 일하다가, 요즘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을 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형과 함께 활동하던 분도 현재 모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며 동물 관련 취재를 중점으로 하고 계셨다. 해당 채널이 만들어진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신문과 방송을 보지 않는 시민들을 위한 뉴스를 만들고 싶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이런 시도가 기성 매체의 틀에서 벗어나 다르게 접근하고, 다른 시각에서 알려져야 할 내용들을 대안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시도는 좋지만, 이들도 어려움을 겪는다. 기성 언론이 하지 않는 걸 하기 위해선 콘텐츠를 잘 만들어야 하고, 그 만한 투자를 해야 한다. 돈이 든다는 말이다. 기자로 하여금 취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잘 나와야 하고 잘 알려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세상에 보여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좋은 콘텐츠와 대안적인 시도를 위해서 활동하는 대안언론도 돈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앞서 <쑈사이어티>를 운영했던 형이 동물권 단체로 이직하며 썼든 글에서도, 돈이 가장 힘들었다고 썼던 게 기억난다. 시민들이 후원하면, 대안언론이 설 수 있지 않을까 출처 : 모 대안 언론사의 방침. 한겨레 21 챕쳐 앞서 독자들이 공짜로 기사를 읽기 때문에 기레기가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살펴봤다. 간단하게만 생각하면, 시민들이 후원을 한다면 양질의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성 언론에서 하지 않는 취재, 기성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내용을 듣고, 말하고, 쓰는 언론이 많아지고 그런 언론을 시민들이 후원한다면 시민이 바라는 양질의 기사와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역시도 이상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기준에 대안언론에서 취재를 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대안언론에서 주목하게 다뤘다. 기성 언론이라면 광고주 목에 칼을 들이미는 꼴이라며 꺼렸을지도 모르는 일도 기사로 썼다.  나 역시도 대안 언론에 후원했었다. 내가 원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세상에 나와야 할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고, 그 작은 돈이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후원한다. 물론 대안언론이라고 해서 완벽하지 않다. 그들도 실수를 하고, 팩트 체크가 미비한 경우도 있다. 그런 잘못을 옹호할 마음은 없다. 기성에서 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더 철저하게 기성보다 잘 해야 한다. 기성 보다 더 잘하는 언론, 기성 보다 더 확실한 언론이 대안 언론으로부터 나왔으면 좋겠다. 기레기도, 기자도 독자가 만들 수 있다. 기자가 더 많아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언론 공공성
·
3
·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제각각 불만인 이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개정 의료법 시행으로 23년 9월 25일부터는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나 보호자가 원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 해야합니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시행된 이후 의료진과 환자들의 반응 모두 각자의 이유로 만족스럽지 않은 거 같은데요. 그 쟁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개정 의료법의 계기가 된, 성형수술 사망사건  개정안은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한 고 권대희 씨의 사고 전모가 당시 수술실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난 것을 계기로 탄력을 받아 2년 전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권씨를 수술했던 성형외과 원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이 사건 외에도 다수의 공장식 수술로 인한 문제가 계기가 되어 개정안에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의료진의 인권도 있는데 의료진 동의는 왜 받지않는 건가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병원협회(병협)가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조항이 의료인의 인격권 등을 침해한다”며 5일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입장문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행위로 의료진의 기본권을 침해하며,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더 나아가 “외과의사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할 것이며, 환자들의 인격권이나 신체 모습 유출 등의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태연 명예회장은 “대리수술 때문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시작됐지만, 정말 문제는 여론에 편승에 국회와 정부가 화풀이 심정으로 포퓰리즘적 정책을 밀어붙여서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수술실 구석에 CCTV를 설치하면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수술 후 기록지와 사진을 남긴 것으로 판별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수술실 구석에 CCTV 달아놓고 수술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권리보장이 제대로 이뤄지는 거 맞나요? 대부분의 환자나 보호자들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하여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세부 사유가 많고, 판단기준이 주관적이라 제대로 보호받는 느낌이 들진 않는 거 같습니다.  복지부가 발표한 수술실 CCTV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의료기관은 응급수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 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한 시점에 촬영 요청,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 등이 있는 경우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환자가 요청하더라도 촬영이 거부될 수 있는 상황이 대다수일 거 같은데요. 법적 보호보다는 법적 분쟁만 커져갈 것 같아 보입니다. 기준 뿐만 아니라 영상 보관기간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은데요. 복지부는 용량에 따른 보관 비용으로 인해 30일이란 기준을 정했지만, 한국환자 단체 연합회는 “환자가 사망한 경우 장례를 치르는 기간, 의료사고 여부 판단 기간, 의료분쟁 조정신청 절차에서 의료기관이나 승낙을 결정하는 14일의 기간 등의 사유로 적어도 60일이나 90일 이상은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폭넓게 허용해 입법 취지를 반감시켰고, 영상 보관 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해 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각각의 주장이 모두 공감이 가는 상황인데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자유롭게 의견을 나눠주세요!
의료 공공성
·
3
·
[바둑 국제교류 시리즈1]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 교류
2023년 7월 10일부터 8월 10일까지 뜨거운 여름 한 달간 타이완(台湾) 남쪽  타이난(台南)  신화구(新化區)에서 특별한 국제 교류가 있었다. 세계 유일 바둑학과가 있는 대한민국 명지대 재학 중인 정백희(鄭百希) 학생이 타이완 바둑학원 '동심원기원(同心圆棋院)'에서 타이완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일은 <동심원기원>의 천치오우홍(陳秋宏) 원장의 아이디어, 그리고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張曉茵) 사무총장의 협조와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김진환 교수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의 바둑 교육과 타이완의 바둑 교육의 교류가 직접 만나는 지점이었다.  이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직접 천치오우홍 원장과 정백희 학생을 각각 만나보았다.  <동심원기원> 천치오우홍 원장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안녕하세요. 어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 남자 개인전 부문에서 타이완의 쉬하오홍(許皓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네요. 우선 축하드립니다.  A. 천치오우홍 원장 (이하 동일): 한국의 신진서 선수도 동메달을 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아시안 게임에 바둑이 채택된 것을 계기로 아시아에서나 전세계에서 바둑이 더 주목받길 바랍니다. Q: 아시안 게임은 국가간의 교류였다고 한다면, 천치오우홍 원장님께서는 민간에서의 국제교류를 기획하신 것으로 아는데, 명지대 학생을 초청하여 학원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을 어떻게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 올해 5월 타이완바둑교육발전협회 장샤오인 사무총장이 주선한 교류활동을 통해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전라남도 신안군청 김종민 주무관의 초청으로  <제2회 1004섬 신안 전국 아마바둑대회>와 이세돌9단의 고향인 비금도를 방문했습니다. 또 명지대 바둑학과를 방문해 김진환 교수를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바둑 학원 <동심원기원> 학생들도 이국 문화와 바둑 교육을 접해, 자극을 받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을 이용해 기력을 쌓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Q. 누구도 그런 생각을 못했으니, 일종의 큰 모험이었던 것 같은데요.  A. 다른 타이완 선생님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저처럼 직접 실행할 엄두를 못 냈을 뿐이죠. 제가 일종의 모험을 한 것은 맞습니다.  Q. 그렇다면 다른 분들에게 천치오우홍 원장님의 경험이 참고가 될 것 같은데요. 명지대 학생을 초빙하는 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두 가지 난관이 있었는데, 첫째는 비용 문제였습니다. 저는 숙박을 제공하고 수업료를 제시했습니다. 타국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대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일 거라고 기대했지요. 대만은 한국보다 물가가 싸기 때문에 생활비도 많이 들지 않거든요.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제가 제시한 조건에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행히 정백희 선생이 저와 같은 마음으로 지원해 주었고, 좋은 인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Q. 두 가지 난관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비용 문제 외에 다른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A. 언어 문제였죠. (웃음) 정백희 선생은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타이완 아이들과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지요.  바둑은 직접 두면서 수담(手談)을 나눌 수는 있지만, 설명하려면 역시 언어가 동반되어야 하거든요.  Q. 언어 문제는 정말 어려운 문제인데요.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바둑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또 아이들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건 쉽지 않을 테니까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우리는 AI 번역 어플을 통해 소통을 했습니다. 또 기본적인 바둑 전문 용어를 정백희 선생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집’, ‘날일 자 걸침’ 이라든지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같은 바둑 명언이죠.  Q. 정백희 선생님을 초청한 것이 학원과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큰 도움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AI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르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아이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AI로 자신의 기보를 기록하고, 복기를 하며 자신의 문제를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AI 바둑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인공지능과 바둑 - 백아인의 토론 | 캠페인즈 (campaigns.do) 참조 Q. 타이완과 한국의 바둑 교육이나 문화 차이가 느껴졌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타이완에서는 학생들의 평등한 발전에 주안점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개인의 기재(棋才: 바둑을 두는 재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사활문제를 풀게 하는데, 정백희 선생은 기력이 좋은 아이에게는 더 어려운 사활문제를 풀게 해야 한다고 제안해 주었거든요. 개인에 맞추어 수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제안이었지요. Q. 그 밖에 정백희 선생님에 대해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굉장히 예의바르고, 표정변화가 별로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바둑을 배우면서 익힌 성품인 것 같더군요. 또 정백희 선생은 타이완 음식을 무척 좋아하더군요. 대부분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자연식이라 건강에도 좋고요. 매일 타이완의 밀크티를 마시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Q. 타이완 음식과 밀크티라면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정백희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정백희 선생이 대학교 학업을 끝까지 잘 마치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꼭 만나고 싶고, 그땐 제가 손님이 되겠네요. (웃음)     명지대 바둑학과 정백희 학생과 일대일 인터뷰 Q. 백아인(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한국에서 드디어 뵙게 되네요. 7월에 한 달 동안 타이완 <동심원기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셨다고 들었습니다. 칭찬이 자자하던데 역시 듣던 대로 매우 예의바르신 분인 것 같아요.  A. 정백희(이하 동일) : 안녕하세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Q. 천치오우홍 원장님이 한국 학생을 부르는 것도 모험이었지만, 역으로 정백희 선생님도 연고도 없이 타이완에 가는 일이 큰 모험이었을 것 같아요. 지원한 동기나 계기가 있을까요?  A. 항상 부모님께서 말씀하시길 해외로 나갈 기회가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가 보라고 하셨어요. 저도 평소 해외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타이완에 간다고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주변 반대가 있었나요?  A. 부모님 외에 주변에서 반대가 많았어요. 시설과 환경이 열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 주었어요. 그러나 다신 없을 경험이기에 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움이라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라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아서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어요.  Q. 타이완에 가서 타이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처음엔 영어로 소통을 하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간단한 중국어 단어 몇 개로 소통하면서 알려주는 게 최선이었어요. 그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해요. 더 가르쳐 주고 싶어도 언어 때문에 벽에 부딪혔던 거요.  Q. ‘동심원기원’에서 좋은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A. 좋은 점은 천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주셔서 수월한 부분이 있었어요. 이전부터 계속해 오던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건의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실천해 보자고 하시고, 실행하시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감사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건의하셨나요?  A. AI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AI 정석과 포석으로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또 사활 문제도 아이들이 실력에 비해 쉬운 사활을 풀고 있길래 난이도를 높이자고 했고요. 그때가 타이완에 도착한 지 며칠 안됐을 때였는데, 절 믿고 거침없이 수용해 주시고 바로 실행해 주셔서 놀랐어요. 덕분에 가르칠 때 바로 바로 AI를 쓸 수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요.  Q. 타이완 아이들은 어땠나요? 가르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셨나요?  A. 한국 아이들보다는 조용했던 거 같은데, 제가 외국인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중점을 둔 것은 천천히 생각하면서 두는 거예요. 제 생각에 바둑의 매력은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보거든요. 다음 수를 어디에 놓으면 좋을까 생각하고, 상대의 수를 예상해 보고 하는 생각하는 힘이요. 그런데 아이들은 바둑을 둘 때 손이 빨리 나가기 쉬워요. 그때마다 한 명 한 명 계속 지적을 해 줬어요.  Q. 듣기로는 타이완 밀크티를 무척 좋아하셨다고 하던데요? A. 네, 밀크티가 무척 맛있어서 매일 마셨어요.(웃음) 과일도 정말 싸고 맛있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경험도 많이 한 것 같아요. 천 원장님과 주말 등산을 간다든지, 오토바이를 타고 해변에 간다든지. 또 가오슝이나 타이페이도 가 보고요.     Q. 타이완에서의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A. 가오슝의 바둑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중국룰도 제대로 숙지를 못해서 스스로 계가도 못하는 사람이 우승하니까, 같은 조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어요. 그때 받은 우승 트로피는 ‘동심원기원’에 기증했고요. 상금도 받았어요. 또, 가르치던 아이들이 단급이 올라가는 것을 보는 게 무척 보람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어요. Q. 다시 타이완에 가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있으신가요? 그때는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A.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꼭 가고 싶어요. 지금도 꾸준히 언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싶어요.   
국제관계
·
10
·
[📗녹서] '대화'를 하자고 말을 걸기까지… - 에필로그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편]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저희는 Chat GPT랑 토론을 했어요.” ‘디지털 노동'을 주제로 진행된 ‘10일의 대화', 각각 다른 계기로 모임이 진행 되었습니다. 디지털 기술 적응이 느린 청년 활동가들의 모임, ‘슬런치팀’. 요즘 이슈인 디지털 시대의 노동을 진지하게 대화해보지 못했던 점에 주목하고, 변화에 대한 공유와 이해를 도모하며 대화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다양한 주제로 가벼운 대화를 즐기는 '정확한 회의주의자팀'에서는 빠띠에서 제공하는 흥미로운 주제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Chat GPT도 함께요.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대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이 두 모임의 대화모임 후일담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슬런치팀 진행자 : 자야 정확한 회의주의자팀 진행자 :  조은초 👤 SAY, 진행자 Q. 거두절미하고 묻습니다. 일상 속의 공론장, 대화모임을 진행해보니 어떠셨어요?! 자야 : 아무래도 다른 정보와 생각을 가지고 있다보니, 대화를 어떻게 진행하고 조율할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빠띠에서 제공한 콘텐츠들을 함께 읽고 시작하니 격차가 줄어든 상태로 대화모임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조은초 : 각자가 본업이 있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인으로서 사실 대화주제를 정하고 정보를 모아서 어느정도 가이드가 있는 공론을 연다는게 어렵고 대화 요약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빠띠를 통해 대화 주제나 운영가이드가 있어서 평소 대화모임보다 체계가 있는 형태로 대화 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대화모임에 제공된 콘텐츠와 진행설명서 Q.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자야 : 저는 교육의 관점에서 디지털 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는 생각해오지 못했거든요. 함께 한 친구들 덕분에 고민할 계기가 생겼어요. 교육계에서 이 디지털 노동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해서 노동권 교육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은초 : CHAT GPT를 일상에서 업무에 크게 쓸일이 없기도 하고 제 분야에서는 사용하는 지인들이 거의 없어서 실제로 코딩할때 GPT를 이용한다던지, 한계는 어떤 점인지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또는 이슈)이 있으신가요? 자야 : 모든 사회문제들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국사회는 대화가 참 부족하다고 느껴요. 사실 모임이 부족한 데에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대화의 자리를 만나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대화모임을 진행한 당일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시급해 보여요. 조은초 : 지인들을 만나면 대화 주제는 일정 범위 안에서 맴도는 것 같아요. 근황, 회사, 연예계 이슈.. 대화 주제가 한정적임에 아쉬워하고 있었어요. 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니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주장할 때도 있어 저도 혹시 편향된 생각을 하는게 아닐까 돌아볼 때가 있어요.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고 이야기를 듣는 대화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Q. 이후 대화모임을 진행할 시민들을 위한 팁이 있다면? 자야 : 질문을 미리 준비하되, 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여 적절하고 유연하게 질문하며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합니다. 조은초 : 모든 시민이 대화를 해보았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사회적인 이슈로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인구 자체가 적은 것 같습니다. 이번 CHAT GPT처럼 다가가기 쉬운 주제로 좀더 열린다면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디지털 기술, Chat GPT, 플랫폼 노동 등…. 관심은 있었지만 나눌 기회가 없었어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주제에 흥미를 갖고 있는 슬런치팀과 정확한 회의주의자의 참가자. 최근 고도로 발달하는 AI, 딥러닝 등의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지만, 이에 대한 토론과 관점 공유가 부족한 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 대화 모임에 참가하게된 계기라고 했습니다. 특히 올해 가장 이슈인 인공지능, 개인적 흥미도 있지만 ‘일터'에서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ChatGPT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10일의 대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나눈 경험이 어땠는지 들어봤습니다.  슬런치팀 : 니나, 마공 정확한 회의주의자팀 : 물비, 초록, 소모소솜, 은영, 몽뜨 👥 SAY, 참가자 Q. 이번 대화 모임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초록 : 저희 모임에서는 Chat GPT에게 저녁 메뉴를 물어봤어요. 그 답변을 가지고 모임원들이랑 얘기하며 메뉴를 결정한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각자 직업도 주변 환경도 전혀 다르다보니 AI를 보는 시선이나 일화들이 전혀 다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은영 : 직업에 따라서 각자 ChatGPT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어요.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자극적인 제목 작성, 자기소개서를 넣어서 업그레이드 시키는 등의 방법들이 기억에 남았어요. 또 사수 없는 현업에서 Chat GPT를 활용해 업무 도움을 받는 것도 흥미로워 고요. 몽뜨 : 인공지능 이야기에서 시작된 미래 기술에 대한 담론은 기대감과 동시에 윤리적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했어요. 영화 속에서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 가령 인공지능이 물속에 빠진 인간 두 명 중 살 확률이 높은 아버지를 구해 딸은 죽었다는 내용부터 시작해 현재 일상에서 느끼는 알고리즘의 단점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어요.  마공 : 약 1시간 가량 진행된 대화모임을 관통했던 것은 ‘어떤 시대이든 노동관에 대한 정부, 기업, 시민의 입장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이었어요. 시민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마땅한 노동의 대가와 안전한 노동 환경, 또 노동을 통한 자아실현과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기 때문입니다.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은 디지털 시대에서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정확한 회의주의자들 팀'이 Chat GPT에게 물은 저녁 메뉴 Q. 일상 속의 공론장, 대화모임에 참여한 소감은? 니나 : 디지털 기술에 대해 이렇게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전문적인 영역은 몰라 정확한 토론을 한 지는 모르겠으나, 친구들과 각자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또 친구들과 가끔씩 얼굴 보며 대화를 나누지만, 이번처럼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해본 건 처음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딘가 새롭고 한편으로는 든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비 : 참여하기 전에는 뭘 준비해야 하나? 공부해 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막상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니 생각이 술술 나오더라고요. 초록 : 저도 처음엔 약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적었고,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레 입을 열게 되더라고요. 지인들뿐 아니라 처음 보는 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평소 접점이 없던 환경에 계시는 분들의 새로운 시각을 듣고 의견 나눌 수 있어 의미있었어요.  은영 :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만날 수 있어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았어요. 또 뉴스로만 읽었던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눠볼 수 있어서 뜻깊었어요.  몽뜨 : 맞아요. TV 프로그램 이야기 하는 것보다 이런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Q. 일상에서 대화모임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또는 이슈)이 있으신가요? 니나 : 일상에서 대화 모임의 필요성을 종종 느낍니다. 친구, 가족, 애인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지만, 특정한 주제에 대해 깊게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관심사와 이해도가 필요하더라고요. 소모소솜 : 저도 비슷하게 일상의 대화 주제 폭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많이 느껴요. 그래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주제가 나오면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어요 물비 : 시민으로서 어떤 사안에 대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 의무라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글보다는 말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거든요. 늘 대화모임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게 늘 아쉬웠거든요. 더 깊이있게 주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몽뜨 : 토론 문화가 활발하게 형성되면 좋겠다 생각해요. 양극화가 심한 요즘 서로의 입장이 양극단에 있어 배려하기보단 혐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느껴요. 이런 부분이 대화를 통해 해소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Q. 대화모임의 경험을 어떤 시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틀에 박힌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시민 모두요" 은영 : 쳇바퀴처럼 반복하는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어요. 무료한 일상에 리프레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몽뜨 : 2030 세대에 추천하고 싶어요. 저희 세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잘 활용하는 세대니까 새로운 문화를 잘 수용하기도 하고, 트랜드를 만들어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젊은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좋겠어요. 결국 미래에 맞닥들일 우리가 책임지게 될 텐데 구조적으로 지금까지 윗 세대에 의존해 온 것 같아요.  니나 : 사실 이번 대화 모임과 같은 경험은 이미 많은 시민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과 같이 발제 자료와 미니 다큐, 토론 질문, 다양한 지원이 주어진다면 더욱 풍요로운 대화가 오고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인터뷰 영상으로 만나보는 '10일의 대화'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7편]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노동권
·
3
·
해외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혐오산업’이 가능한 구조적 이유
청년참여연대 2023 바위치기 팀에서는 해외 플랫폼 기업의 혐오산업에 대응하는 활동을 전개합니다! 더 많은 시민들에게 문제를 알리기 위해 만화, 영상, 뉴스 기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뉴스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청년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소셜 미디어 플랫폼 기업의 ‘혐오산업’이 가능한 구조적 이유 유튜브 시장이 나날이 활성화되고 있다.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만큼 유튜브의 인기는 공고해졌으며 유튜브는 어느 순간 우리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7월 26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안드로이드, iOS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후 <2023년 모바일 앱 결산>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최다 이용 어플은 1위, 카카오톡, 2위 유튜브, 3위 네이버다. 그러나 가장 오래 사용한 어플로는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다. 사용 시간은 월평균 971억 분으로, 카카오톡(347억 분)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많은 만큼, 혐오표현, 사이버불링, 가짜뉴스 등 문제되는 콘텐츠 또한 많다. 유튜브 내 약자를 대상으로 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혐오 표현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튈수록 돈을 번다, 자극적이어여 수익창출이 된다” 라는 미명하에 유튜브 내 혐오표현은 거리낌없이 사용되고 있다. 2022년 11월 발표한 청년참여연대 ‘유튜브 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실시간 스트리밍한 콘텐츠 120개에서 여성 혐오·선정성 이미지 또는 문구·욕설·소수자혐오 등이 포함됐다. 이 중 59개 영상에서 6877만 633원의 수익(실시간스트리밍 수입) 발생이 확인됐다.   출처=청년참여연대 <유튜브 감시 보고서> 특히 지난 8월 31일,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교수는 청년참여연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1)혐오표현 공격 대상이 되는 집단에 속한 개인의 인권,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할뿐만 아니라 2)그 집단이나 그 집단의 구성원에 대한 차별과 폭력행위(증오범죄 등)를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혐오표현은 3) 사회적 신뢰를 저하하고 4) 사회 갈등을 고조시키며 5)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을 방해하여 6) 민주주의 작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대안 마련을 위한 국내 입법 동향, 문제상황 직면 이와 관련해 정치권은 다양한 법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윤영찬 의원은 2020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피해자들이 유튜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특히 정보를 생산한 유튜버에게 고의·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고(증명책임의 전환), 배상액은 손해액의 3배까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징벌적 손해배상)이 핵심인 법안이다. 하지만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1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국가·인종·성별·연령·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정보의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그러나 발의는 4일 만에 철회됐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혐오표현을 사용하고 유통한 개인을 처벌하는 내용일 뿐이다. 이용자 개인 처벌 방식은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인 혐오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혐오콘텐츠를 방관하고 이로써 수익을 얻는 플랫폼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외국의 경우는 어떠할까? 유럽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지난 2022년 11월 16일 공식 채택했다. 이 법안의 경우 빅테크 기업(대형 IT 기업)이 혐오 발언, 테러 선동, 아동에 관한 성적 학대 등 유해 콘텐츠를 잡아내지 못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독일의 경우 ‘소셜네트워크 내 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을 제정, 2018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혐오표현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관리책임을 부여하고, 게시물 작성자를 처벌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SNS에 특정 대상을 증오하는 내용이 담긴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업체 쪽이 의무적으로 삭제해야 하는 법이다. 답답한 국내 입법 상황 속 하루빨리 혐오산업 규제법이 통과하기 위해선 국민의 지지는 필수적이다. 어떻게 하면 혐오산업 규제법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얻어 낼 수 있을까? 김민정 교수는 “대중에게 혐오 표현의 위험성, 규제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교육/인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특히 실제 사례를 통해 혐오 표현이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줌으로써 이해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다. 소셜미디어 캠페인,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지지를 표명하도록 하는 것 등도 효과적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여러 단체가 혐오 표현규제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연대, 공동 운동을 조직하고, 혐오표현규제법이 모든 개인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방안임을 강조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청년참여연대는 2020년도부터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혐오와 차별 콘텐츠에 대응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활동을 할 수록 느끼는 것은, 온라인 공간에서 유통되는 혐오와 차별은 지극히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혐오표현으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알고리즘을 통해 이런 콘텐츠를 접하는 것도 모두 플랫폼 생태계의 구조 속에서 일어난다. 플랫폼 구조가 그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기업 입장에서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 개인 처벌 방식은 플랫폼 기업의 구조적인 혐오산업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혐오콘텐츠를 방관하고 이로서 수익을 얻는 플랫폼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국정감사에 구글코리아의 태도, 그리고 자율규제의 허술함을 다룰 예정입니다. 함께 요구해요📢 “온라인 플랫폼 혐오산업 규제법 마련하라” 해외 플랫폼이 진정한 표현의 자유와 소통이 보장되는 건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서명에 동참해 주세요.  혐오산업 규제에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국회와 정부기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서명 기간 : 2023년 10월 20일까지, 1천명 서명 목표 📍요구 대상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들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련 정부기관 📍요구 내용 :  해외 소셜 플랫폼 기업의  혐오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을 제정하라 혐오콘텐츠 현황 파악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라 유튜브, 메타, 엑스 등 해외 소셜 플랫폼 기업들에 국내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을 요구하라 지금 서명에 참여하시고 주위에도 이 행동을 공유해주세요. 혐오산업 규제 촉구하기🔥
디지털 플랫폼
·
2
·
장애를 넘어, 함께 배우는 통합교육
사진: Pixabay의 Ofoto Ray 웹툰작가 주호민 사건으로 빚어진 통합교육 논쟁 올해 뜨거운 여름, 7월 주호민 웹툰작가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과 이 사건에 이어 주호민 작가가 아들의 담당 교사인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여러 논란 중에서도 자폐 아동을 일반학교에서 분리해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기에 ‘통합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이란 장애를 가진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한 반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하는 교육체제를 말합니다. 전문가들은 자폐 아동이 돌발행동을 했다고 해서 특수학교로 격리하자고 주장하는 건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교실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특수교육법이 보장하는 권리입니다. 또한 비장애인 학생도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 인권 감수성을 배워 장애인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게 되기에 선진국에서는 모두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통합학급을 운영하고 있는 학교에서 장애학생이 다른 학생을 상대로 도전행동(장애학생 본인 및 주변 사람의 심리, 신체, 건강에 현저한 위험을 주거나 학교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행동)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교실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이에 대한 특수교사의 교권과 다른 비장애학생의 학습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통합교육의 실태는? 이러한 통합교육의 문제가 대두됨으로 인해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8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8개 학부모·교원·시민단체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사회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대부분 장애가 있는 학생 개인의 탓으로 돌리거나 특수교사 개인에게 시스템 부재의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하게 교육현장의 지원시스템의 문제다. 부족한 예산을 당장 편성해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통합교육에 필요한 교육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8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발달장애 통합교육 현장갈등 중재에 관한 현장증언과 개선방안’ 긴급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간담회는 발달장애 통합교육의 정착을 위해 학교 현장에서 필요한 사안을 논의 하는 자리였습니다.  패널로 참석한 푸른솔중학교 이수현 교사는 "발달장애인 등 특수교육대상학생과 일반학생이 함께 하는 통합교육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수용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지만, 수많은 장애학생이 이에 따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통합교육 현장의 가장 큰 문제로 부족한 특수교사 인력을 꼽았습니다. 통합학급에서 의미있는 수업과 학생 참여가 이뤄지려면 특수교육대상자의 수준·특성에 맞는 교사인력을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데 현재 특수교사의 수 자체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특수교육대상자의 활동지원사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합니다. "부족한 활동지원사를 사회복무요원이나 자원봉사 인력으로 채우고 있으나 전문성·책임감이 없는 임시인력은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제대로 훈련된 지원인력을 모든 학급에 적어도 1명씩 의무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가 있는 통합반의 교사가 기초학력보조교사·특수교사와 협력수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열악하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특수교사 2,957명을 대상으로 ‘안전하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위한 제도와 정책 제안’ 설문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특수교사들은 도전행동, 교육활동 침해로 폭행을 당하고도 별다른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88.8%는 도전행동으로 부상을 입었고, 부상을 입은 응답자의 96.5%가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했으며, 75.6%는 도전행동을 중재하기 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통합교육이 실시 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전반에 걸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학생 4명당 담당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하는데, 지난 20년간 단 한 번도 80% 이상을 채워본 적이 없습니다.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배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예산과 인력의 투입 없이 통합교육의 책임을 특수교사의 개인 역량에만 맡기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통합교육의 모습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통합교육이 아직 우리 교육계에서는 제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70% 정도만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반면 선진국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대부분이 같은 교실에서 배우게 하는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통합교육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애인 천국’으로 불리는 캐나다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팀이 별도로 운영됩니다. 아이와의 면담, 설문을 통해 학습, 심리, 정서, 사회성 등 각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검사를 실시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 과정을 만듭니다. 이에 대한 교육비용은 교육청에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2016 미국 교육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장애 학생의 94.7%가 일반 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일반 학급에서 장애 학생들이 별도의 특수교육을 받는 방식인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과 교실 안에서 모든 학생이 개인 수준에 맞는 개별화 교육을 받는 방식인 ‘인클루젼’(Inclusion) 등 두 가지 모델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모델 중 조기의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장애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프랑스는 장애아동들도 장애 정도에 맞춰 최대한 가능한 범위에서 비장애 아동과 함께 일반 학교에서 수업을 받도록 하는 ‘포용교육’을 목표로 합니다. 장애 학생이 일반 학교에 등록한 경우 학생들을 위한 개별 맞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장애인 학교생활 도우미가 교사를 도와 필기와 식사 등을 돕기도 합니다.  독일의 통합교육은 단순히 비장애 학생과 같은 공간에 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실 내 모든 학생이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모든 학생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준별 학습과 맞춤형 교육 등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적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들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학급 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모든 학생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함께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참고: 장애학생 95%가 일반교 다니는 미국… 1대1 맞춤지원 캐나다            [차별 없는 그날까지] 장애아동 통합교육, 해외 사례에서 답을 찾자) 차별과 편견을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교실을 꿈꾸며 인간의 차이는 저마다의 강점이 있고, 가치가 있기에 무능력이나 결핍이 아닌 개인의 고유한 다양성으로 인간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장애가 장애가 아닌 강점으로 존중받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우리의 교육현장에도 접목되어서 장애 학생들의 강점을 발견하고 성장시켜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의 문제가 다만 가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사회가 아닌 우리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깨닫고,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차별과 편견을 넘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우리의 교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 공공성
·
3
·
여러분에게 ‘MZ 회사원’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SNL 시리즈에서 방영되는 ‘MZ 오피스’가 화제입니다. 특히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MZ 회사원 캐릭터는 MZ의 부정적인 면을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업무 중 에어팟을 꽂고 일해야 업무 능률이 오릅니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업무 시간에 음악을 듣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새로운 세대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이기적인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출처 IMBC 연예).  일부는 ‘신입 묘사가 리얼하다’, ‘통쾌하다’는 반면 MZ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만 그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묘사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서는 MZ세대가 여전히 강자가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실의 MZ들의 다수는 취업난에 쉬고 있거나 연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거나 구직과 이직을 반복하며 번아웃을 겪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MZ 오피스 속 MZ 회사원을 규정되는 모습들은 매우 무례하게 느껴질만 합니다.(출처 오마이스타). ‘MZ 회사원’ 캐릭터에 일부 공감하는 윗세대들도 있습니다.신입사원의 행동에 의문을 표하면서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를 활용해 시말서를 작성한 부하 직원에 황당해하는 상사도 있고, 9시 출근에 30분 전 출근하라는 상사와 정시에 출근하겠다는 신입사원의 입장차도 있었습니다(출처 이데일리). MZ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겠으나 ‘MZ 오피스’의 인기는 세대간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원들의 모습을 확대 반영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대가 변한 만큼 회사의 조직문화도 성장하면서 겪는 ‘성장통’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이전에는 상사의 말이 법인 시대,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 법도와도 같았고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보상을 받던 시대였지만 현 시대에는 정년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시대에 자신의 성장과 워라벨을 충족이 더 중요시 되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MZ 세대 이전에는 X세대가 있었습니다. 오렌지족이라 불리며 톡톡튀는 개성으로 어른들의 걱정을 자아내던 그들이 이제 MZ 세대들을 새로운 도전과 분석의 대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에게 ‘MZ 회사원’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규정될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다양한 의견 부탁 드립니다.
새 이슈 제안
·
5
·
교육공공성이란?
1 교육 공공성이라는 표현은 어떤 의미에서는 최근의 용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공공성”이라는 말을 할 때엔 늘 평등이나 공정함이 침해받는 상황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말하기 때문이다. 주택, 의료, 금융, 기업, 정보 등 여러 단어 뒤에 ‘공공성’을 붙여 사용하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공공성이 대체 뭘까? 교육 공공성은 사교육이 줄어들고 공교육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달성되는 것일까? 공공성, 공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적인 것, 개인적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공과 사의 경계선이 어디인가에 대한 논의는 매우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유럽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사회를 공, 가정을 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자국인 성인 남성만이 공의 주체이고 구성원이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공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정치사는 공의 구성원을 넓혀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중국에서는 공은 공개적인 것, 사는 은밀한 것, 공개적이지 않은 것 - 주로 감정, 욕망 - 을 의미했다. 그래서 국가는 물론 가정 안에서도 공과 사가 공존하였는데, 대체로 사를 나쁜 것으로 여겼다. ‘공평무사’라던가 ‘멸사봉공’ 같은 단어가 그 어감을 잘 보여준다. ‘사’, 즉 개인적인 감정과 욕망이 그 상황에 적절하면 그 사는 옳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사는 틀린 것이다. 그 상황에 적절한 감정, 슬퍼할 일을 슬퍼하고 기뻐할 일을 기뻐하는 것, 이것은 사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공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유교에서 공과 사가 완전히 구분되는 공간이라는 건 없다. 인간은 매 시간, 매 공간에서 늘 공과 사의 영역을 함께 가져가며 사는 존재고, 모든 순간 속에서 각자의 몸을 통해 내가 어떤 감정과 욕망을 드러내는지, 그리고 그 감정과 욕망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이 문제의식은 개인의 윤리적 고민에서부터 시작해 사회적인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는 곧 사회의 문제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종종 들은 바 있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다. 나와 가정의 욕망, 감정, 기호가 내가 속한 사회를 넘어 이 우주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참고로 말하면 한국 지폐에 실린 두 인물도 이 문제와 관련이 깊다. 퇴계 이황은 사단칠정론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충분히 공적으로 윤리적일 수 있음을 논증한 사람이고 율곡 이이는 인심도심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 충분히 공적으로 윤리적일 수 있음을 논증한 사람이다.) 2 자, 내가 이렇게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공’과 ‘사’라는 개념이 그만큼 모호하고 정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개념을 명확히 설명/상상하는 게 어려울 때엔 일단 국어사전을 펴보는 게 좋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젼』에선 공공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 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 아, 너무 소략하다! 옥스포드 사전에선 공(public)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보통사람과 관련이 있는 것 2 대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것 3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4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5 대체로 열려있는 것. 대중이 보거나 들을 수 있게 제공되는 것 6 많은 사람들이 보거나 존재할 수 있는 곳 이렇게 생각해보면 공공성이라는 것은 ‘국가/사회가 하는 일‘이나 ’국가/사회에서 하는 일‘이라는 의미 뿐 아니라 ‘그 사회에서 보편적인 것’, ‘공익적인 것’, ‘다수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공공성이라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주목을 하는 이유는 어떤 대상이 공공성의 속성을 훼손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공공성에 대해서도 쉽게 이야기가 가능해졌다. 1 교육공공성에 관심을 갖는 첫번째 이유는 국가나 사회가 주축이 되는 교육, 즉 공교육 자체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을 다수가 공유할 수 없게 되었다, 즉 교육이라는 것 자체를 소수가 독점하게 되는 불공정한 상황이 되었다고 느낀다고 볼 수도 있다. 2 교육에 참여하는 과정, 입시나 성적으로 대표되는 교육의 결과, 그리고 교육 안에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과의 관계,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사람들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교육의 공익, 보편, 균형, 공정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즉 교육의 공공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3 20 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정치 철학자 중 한 명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 1958)』에서 공(public)과 사(private)를 근대와 엮어서 설명하였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이 하는 일을 노동(labor), 작업(work), 행위(action)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노동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과 관련이 있는 행동이다. 작업은 인간이 하는 일들 중에서 생명과는 관계가 없는 행동들을 말한다. 행위는 인간이 하는 일들 중에서 인간 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들을 말한다. 노동은 신체와 생명, 작업은 세속성(worldliness), 행위은 사람들(men)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고대 유럽에서는 국가가 곧 공이었고 공공영역이었고, 개인과 가정은 사적인 영역이었다. 정치는 공, 경제는 사로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그런데 근데 이후에는 공과 사 사이에 사회(society)라는 것이 등장했다. 사회는 시장(market)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노동과 작업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친다. 시장 안에서의 노동과 작업은 지시하는 사람, 혹은 정해진 규율에 순응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시장 안에서 순응에 의해 행하는 노동과 작업을 행동(behavior)이라고 하는데, 근대에는 사람들과의 행위를 순응에 의한 행동이 대체했다고 설명한다. 시장에 의한 사회가 중시되면서 국가도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으로 변모해갔는데 사회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악이 되어버린 국가는 자신의 살 길을 새롭게 찾아냈으니 그것이 바로 민족국가(nation-state)다.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학문도 이에 맞춰 변화했다. 정치학이 누렸던 지위를 경제학이 가져갔는데 경제학의 중요한 특징은 과학적이라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란 인과관계를 추구하는 지적 활동이다. 사회 영역 전반에서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 근대의 사회과학이고, 보편적 인과관계에서 벗어난 것들을 비정상으로 치부하는 것이 근대 사회과학의 특징이라고 한나 아렌트는 설명한다. 즉 사회과학은 사람들의 순응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다. 근대는 사회의 탄생으로 인해 공공영역이 쇠퇴한 시대다. 비록 소수의 인정받은 사람(자국인 자유민 성인 남성)만이 참여하긴 했지만 토론과 숙의가 가능했던 정치가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었던 시대다. 또 공리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추구하는 욕망의 총합이 공익으로 불리게 된 시대다. 개개인의 정치적, 윤리적 행동을 효율 극대화, 이익 극대화로 보게 된 시대다. 이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근대이고, 『인간의 조건』 전반부의 내용이다. (참고로 한나 아렌트는 수학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통계학으로 대표되는 사회학, 경제학에 대한 반감이 아렌트의 저작 여기저기에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리고 이런 아렌트의 생각을 발전시킨 사람이 위르겐 하버마스다. 한나 아렌트가 인간과 정치에 주목했다면, 하버마스는 아렌트의 생각을 일부 수정하면서 공론과 소통에 주목하였다.) 물론 아렌트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공공성에 대한 정의와 그 실현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 공공성의 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첫째, 교육의 공공성이란 교육의 주체를 민간에만 맡겨 놓지 않는 것, 교육의 공익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 교육 참여의 기회와 그 방식에 대해 고민 하는 것, 교육 그리고 교육 참여, 교육의 결과에 있어서 누군가가 배제되고 있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다. 둘째, 교육과 시장 경제 논리를 일정 정도 분리해야 한다. 교육을 시장 혹은 효율성에서 분리시키고 확장성과 공정성, 공익성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공교육-사교육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셋째, 교육의 공익성을 단순히 다수가 혜택을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공익성은 각자가 교육에 참여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참여한다면 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넷째, 교육에 있어서 순응을 강조해오지 않았는지에 대해 반성하고 교육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임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다섯째, 인간은 이익이나 효율만을 위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섯째, 우리 모두가 잠시 효율이나 이익을 내려놓고, 짧건 길건 각자의 의견을 표현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것을 들어줄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은영 박사는 종종 양육의 목표란 자녀의 독립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목표는 훌륭한 학생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훌륭한 선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을 받은 모두가 그리고 교육에 참여하는 모두가 다음 세대를 위한 훌륭한 선생이 되는 것 그것이 교육에 목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교육 문제에 대한 토론은 물론 교육에 참여 하는 것 교육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그리고 교육 그 자체 있어서 깊은 고민을 가지고 참여하는 공론의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에 대해 우리는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언제나 길고 지루하면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참고문헌 한나 아렌트, 이진우 번역, 『인간의 조건』, 한길사, 2019 Hannah Arendt, 『The Human Conditi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98
교육 공공성
·
5
·
‘전례 없는 국가 R&D 예산 조정’ 윤석열 정부에 과학기술 정책을 묻다!
‘전례 없는 국가 R&D 예산 조정’ 윤석열 정부에 과학기술 정책을 묻다!국가 R&D 예산 정책 ESC 대정부 공개 질의서 [질문 #1 정책 수립 과정의 합리성] 이번 R&D 예산 정책 수립 과정에 의문이 있습니다. 8개월 동안 수렴된 예산안이 한 달 반 만에 급작스럽게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며, 2024년 과학기술 R&D 예산 구조 조정 또한 이러한 혁신 방향의 일환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책 수립 과정은 달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의 의사결정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최근의 갑작스러운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 배경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정부 R&D 심의과정을 통해 수렴된 예산안이 올해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한 달 반 만에 대폭 수정되게 된 근거와 이유를 밝혀주십시오. 또한 짧은 기간에 수정된 예산안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더불어,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선정된 과학기술 분야 추진 로드맵에 따른 예산 배분 수립 과정 및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 방식도 공개해 주시길 바랍니다.[질문 #2 정책 추진 근거 투명성]정부가 주장하는 ‘R&D 카르텔’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카르텔 자료를 공개하고, 그것이 이번 R&D 예산 대폭 축소를 해야 하는 근거가 되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2024년 과학기술 R&D 예산 대폭 삭감의 근거로 ‘R&D 카르텔’타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R&D 카르텔의 정의를 밝히고,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과학기술 R&D 카르텔의 현안과 진단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 주십시오.  정부가 정의한 R&D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해서 왜 R&D 예산 대폭 축소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질문 #3 정책 파급영향] 이번 R&D 예산 대폭 삭감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청년 연구자들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청년 연구자들의 이탈을 부추겨, 미래 과학기술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2024년 국가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에 따르면 R&D 예산이 전년 대비 16.6% 삭감되었습니다. 이 중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기초연구분야 지원 감축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기초연구사업은 주로 대학원 개인 연구과제로 진행됩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소규모 과제에 참여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지원 과제 축소, 박사후 연구원을 포함한 계약직 연구원의 고용 축소, 과제 참여 대학원생의 인건비 축소 등 청년 연구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도 청년 연구자들이 고용 불안과 인건비 삭감으로 고통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여파로 이공계 대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낮아질 것이며, 정책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원생과 계약직 연구원들이 과학기술계를 떠나게 되어 한국의 연구 생태계 자체가 와해될 것입니다.  국가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이 청년 연구자의 처우 악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질문 #4 정책 추진 효과] R&D 총예산의 20% 이상을 국제공동연구에 투자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R&D 예산 대폭 삭감 상황에서 독려 차원이 아닌, 독립적인 예산 계획으로 마련한 근거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내년 국가 R&D 예산의 대폭 삭감에도 불구하고 “국제공동연구”에는 총예산의 20% 이상 집중 투자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미션 중심의 R&D(선도형 R&D)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본 예산 정책은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국제공동연구를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R&D 일부 예산의 사용 목적을 국제공동연구로만 한정짓고 있습니다. 국제공동연구는 수단으로써 필요한 방식이지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국제화란 명분 하에 다시금 추격형 R&D로 국내 R&D를 한정시킬 가능성이 있을뿐만 아니라, 예산의 사용 목적이 국제협력 성과 채우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성과 채우기의 관료적인 연구문화를 부추긴다면 오히려 국내 연구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시대역행적 R&D예산 편성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제공동연구 집중 투자의 필요성 근거와 함께 투자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주시길 바랍니다.[질문 #5 국정관리체계 혁신 의지]과학기술계 전반의 혁신은 예산 조정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과학기술 R&D 국정관리체계(거버넌스) 개선 및 보완을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있는지 밝히십시오.정부는 과학기술 R&D 예산의 배분‧조정으로 정부가 주장하는 ‘R&D 카르텔’ 근절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지적해 온 R&D 예산 집행체계에 대한 문제해결이 더 본질적이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주요 부처 관료들의 권력처럼 행사하고 있는 국가 R&D 예산 집행체계부터, 정부출연연구소의 PBS 문제 등 과학기술 국정관리체계(거버넌스)에 대한 정비와 개선 없이는 문제해결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우수한 연구를 지원하고, 미래 발전과 연계될 수 있는 과학기술 R&D 국정관리체계의 근본적인 개선방향과 보완 방법에 대한 계획을 밝혀주십시오.2023. 9. 26.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본 질의서는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2024년 국가 R&D 예산 정책발표 후 우려 사항을 정리하고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대정부 질의서입니다. 질의서는 ESC 집행위원회 최종 검토를 통해 공개합니다. 질의서 출처링크 
·
3
·
[📗녹서] 7.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이 녹서는 '들썩들썩떠들썩 :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 축제' 의 다섯번 째 공론장 <함께 만드는 노동의 미래, 10일의 대화> 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대화록'입니다. 위기의 시대, 더 많은 시민이 사회 이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대화의 장을 시민이 직접 열고, 빠띠가 지원했습니다. 이 7편이 대화의 기록의 마지막 편으로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 녹서Green Paper : 정책적 결정에 앞서 다양한 질문과 의견 그리고 그 수렴 과정을 담은 일종의 대화록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좋은 노동'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그게 가능해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좋은 노동'은 하늘의 별처럼 잡기 힘든 것이라 여겨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좋은 노동'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야 합니다.  내 삶의 방향과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화하고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요. “좋은 노동은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정확히 좋은 노동은 이거라고 명확하게 말하기는 사실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10일의 대화> 참가자 의견 중- ‘좋은 노동'에 대해선 그 누가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나의 노동에 있어서는 바로 스스로가 전문가가 아닐까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로 진입한 지금, 나에게 좋은 노동'은 무엇인지 시민과 함께 얘기를 나눴습니다. 📗 대화 기록 : 우리의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미래에 머물도록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유연한 노동 교과서에서 배운 일, 노동은 자아실현을 하는 것으로 인식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적정한 노동시간의 보장과 이후 개인시간에 삶의 질,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좋은 노동이라 생각해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재택/유연 근무 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이 가능해졌습니다. 실제로 함께 이야기한 한 분은 ‘재택근무를 하는 분이 있었는데, 그게 가능한 환경 자체이여야 좋은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막상 그걸 실행하는 회사를 보니 지역이 다양하지 않더라고요. 결국 서울에 살아야 일을 하기 쉬운 환경이겠다 싶더라.’ 라고 하더라구요.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먼 미래라는 생각도 들고요.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 그리고 지위를 보장해주는 노동 노동권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봤는데, 사회적으로 근로할 기회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하더라고요. 좋은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적 질타로부터 자유롭고, 재난이나 재해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좋은 노동은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노동을 명확하게 정의하긴 힘들지만, 지금 놓쳐지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들이 분명히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는 지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다른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대우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아실현이 가능한 노동좋은 노동의 조건에는 자아실현이 가장 중요해요. 빠띠 영상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을 내 노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시간까지 근로의 연장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요. 이 제안이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 전문가 김홍태 대표는 디지털 전환으로 그만큼 자기개발 시간을 확대 및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다움'이 보장되는 노동 좋은 노동이란, 노동자가 도구처럼 사용되지 않고, 노동자의 개성, 업무 스타일이 발현될 수 있게 하는 게  좋은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각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 때 좋은 노동이지 않을까. 그리고 노동의 결과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면 제일 좋은 것. 스스로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노동. 즐거움을 느껴도 좋고 자신만의 자부심을 느껴도 좋고, 각자 일련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노동이라 생각합니다. 배제도, 기울어짐도, 구분 없이 ‘평등’한 노동 워케이션이 가능한 일이 모두 좋은 노동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좋은 노동이란, 노동자 입장이 반영된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쪽 입장만 반영되어, 반대쪽이 피해받는 게 아니라 모두의 의견이 반영되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노동을 생각하면, 노동을 구분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무직은 좋고, 생산직은 나쁘고. 이런 구분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인력을 제공했다면, 그것 자체로 존중받았으면 좋겠어요. 나이, 성별, 배경 등으로 인해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는 사람 없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고 사회적 의미를 창출할 수 있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더해지면서 복잡해진 것 같아요. 새로운 기술과 환경의 맥락 파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노동, 일자리를 생각했을 때 유튜버, 스마트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고 있어요. 우리 모두 한 사회 시민으로 노동권을 갖고 있고요. 그래서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어떤 형태의 일자리든 기존 일자리와 똑같이 재난재해와 사회적인 멸시 혹은 질타없이 경제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과 ‘좋은 노동'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디지털 시대라고 해서 좋은 노동의 정의나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오요. 어떤 일을 하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거면 안 좋은 것 아닐까요? 좋은 노동의 본질은 변한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노동’ 앞에 ‘디지털 시대’가 붙으니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정의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기도 해요. 시민사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노동의 충분한 대가와 안전한 환경, 사회적 정의를 외쳐왔어요. 당연하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이 기준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 대화 요약 : 이번 대화의 핵심 목소리  좋은 노동은, 노동의 본질은 살리면서 근로자 권리도 동일하게 받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때에, 최저생계비, 보험, 퇴직연금을 지원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게 좋은 노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공과 사가 없어진다. 워케이션 등의 개념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사적 영역까지 공적 영역이 완전히 침범을 넘어 일체화되는 건 무서운 일이예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노동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부당한 것에 목소리를 내고, 마땅히 투명하게 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 조직 내 약속이나 합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이 좋은 노동이 아닐까요. 지금 플랫폼 노동자들의 문제가 디지털 시대가 닥쳤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가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 경제 역시 대기업 중심의 새로운 수단이 등장한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런 플랫폼 기업을 사용자로 규정하고 그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노동자가 아니여서 이번 주제가 어렵지만, 발제를 듣고 대화를 해보니 사용자도 좋아하고, 노동자도 좋아하는 노동이 ‘좋은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함께 생각하면 좋은 질문들 시대의 흐름이나 기준을 떠나 나에게 ‘좋은 노동', ‘좋은 일’이란? 디지털 시대의 좋은 노동이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또 정의하고 계신가요?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이전 편 다시 보기 [프롤로그] 디지털 노동, 우리에게 ‘대화’가 필요했던 이유 [1편]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2편]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과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까? [3편] 디지털 시대에 일하기, 새로운 준비가 필요할까? [4편] 공유경제 플랫폼의 성장은 사회의 혁신일까? 퇴보일까? [5편] 디지털 기술 발전은 어떤 소외를 불러올까? [6편] 디지털 시대의 노동,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노동권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