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9
‘학대아동 실태조사 무산위기’.. 사실일까요?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현정부의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취약 ‧ 위기학생 지원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내년부터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입니다. 학대, 방임 등 상황에 처한 학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장치인 만큼,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이 깊은 사안입니다. 그런데 자료를 검토하던 중,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가 무산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조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근거법이 마련되지 않아 실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동학대의 조기 발견 및 개입에 중요한  제도가 무산될 수 있다는 내용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 계류 중인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  우선 문제가 되는 법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의 근거가 되는 법안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입니다. 기존에도 학생 지원체계는 존재했으나, 기관별·사업별로 이루어져 분절적인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에 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근거 법안을 발의한 것입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계류의안'에 해당 법안을 검색해 의안 원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법안 제2조에서는 '학생맞춤통합지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1. “학생맞춤통합지원”이란 학생의 학습참여를 어렵게 하는 기초학력 미달,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ㆍ정서적 어려움,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소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회복을 위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와 관련된 내용은 제9조에 나와있습니다. 제9조(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실태조사) ① 교육부장관은 학생맞춤통합지원의 현황 및 실태 파악과 학생맞춤통합지원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매년 학생맞춤통합지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실태조사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하여 수행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경우, 조사 주체가 학교로 한정되며 학생의 개인정보 공표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행법만으로는 부처와 기관을 넘어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사의 내용처럼, 현재 이 법안은 계류 중인 상태입니다. 5월 31일 발의되어 7월 28일에 전체회의에서 소위로 회부되었지만, 이후로는 입법 절차의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위기에 처한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 그렇다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의 계류가 내년 시행 예정이었던 실태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기사는 실태조사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증을 위해서는 예산안 편성 현황부터 알아봐야 했습니다. 교육부의 ‘2024년도 교육기본통계조사관리 예산안 현황’에 따르면 2024년부터 본조사(2023년은 시범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9억 3천만원 규모의 예산안이 편성되었습니다. 교육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실태조사를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기사 내용은 사실이었습니다. 예산안 편성여부는 확인했으니, ‘실태조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검증으로 넘어가야 했습니다. 단서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예산안분석시리즈 III]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첨부된 pdf파일 중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보고서 65페이지부터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와 관련된 분석이 나와있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의 본조사 실시를 위해서는 학생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분석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근거 법안의 부재가 ‘학생맞춤지원실태조사’ 예산안 확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약 예산이 일부 혹은 전부 삭감된다면 실태조사가 예정대로 진행되기 어려우며,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학생맞춤통합지원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을 위한 노력이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아동학대는 조기 발견과 개입이 중요합니다. 신속하게 위기상황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인 것입니다.  원활하게 작동한다면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협의체가 시·도교육청 중심으로 재편되어 학생중심의 통합적 지원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현재 지역 교육청단위로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 연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근거 법안은 마련되지 않았지만 맞춤형 지원을 위한 노력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법안처리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아동학대 근절
·
1
·
[인터뷰] 우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궁금해?_위민후코드 서울 편
위민후코드 서울(Women Who Code Seoul)은 설립된지는 5년 된 글로벌 단체로, 201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단체 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이후 서울 지부가 만들어졌다. WWCode까지는 모두 이름이 같고, 맨 뒤에 오는 이름만 도시 이름을 따른다. 현재 약 147개국에서 320,000명의 멤버와 함께하며, 타이페이, 도쿄 등에 지부가 있다.  각 지부별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Tech Lounge>와 동아시아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했던 <Empowering Yourself, Empowering Others>는 테크업계에서 시니어로 활약하는 여성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노하우, 커리어에 대한 멘토링, 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토크쇼다. 또한 여성 시니어를 인터뷰하는 <Nailed IT> 프로젝트와 <하프타임>과 같은 컨퍼런스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지부와 상관없이 위민후코드 운영진이 공통으로 송출하는 글로벌 이벤트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은 성평등을 주제로 다양한 실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활동으로 2022년 1기 13팀에 이어 올해는 9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을 꾸려가는 빠띠의 활동가 나기(맨 오른쪽)가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의 팀원 (맨 왼쪽을 기준으로)원지, 경희, 정원, 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 어떤 조직인지 궁금하다   위민후코드 서울(Women Who Code Seoul)이 설립된지는 5년이 됐다. 위민후코드는 글로벌 단체인데, 활동 자체는 2011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했다. 글로벌 단체 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이후 서울 지부가 만들어졌다. WWCode까지는 모두 이름이 같고, 맨 뒤에 오는 이름만 도시 이름을 따른다. 현재 약 147개국에서 320,000명의 멤버와 함께하며, 타이페이, 도쿄 등에 지부가 있다.  각 지부별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Tech Lounge>와 동아시아 네트워크와 함께 진행했던 <Empowering Yourself, Empowering Others>는 테크업계에서 시니어로 활약하는 여성들을 초청해 일에 대한 노하우, 커리어에 대한 멘토링, 다양성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토크쇼다. 또한 여성 시니어를 인터뷰하는 <Nailed IT> 프로젝트와 <하프타임>과 같은 컨퍼런스도 진행했다. 이 밖에도 지부와 상관없이 위민후코드 운영진이 공통으로 송출하는 글로벌 이벤트도 존재한다. 조직에 들어온 계기는 각자 다르다.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되기도 하고, 블로그를 통해 WWCode Seoul의 존재를 알게 되기도 한다. IT 업계에 있으면서 느낀 바를 각자가 실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들어오게 됐다. IT 업에서 일하며 느낀 조직문화와 생태계의 특성이 있었다. 성장만을 장려하고 태도,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 등으로 생겨나는 여러 문제들이 많은 가운데 여성으로서 IT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 또한, IT 업계 여성의 리더십을 키우고 싶었다.   “IT업계에서 여성들이 리더십을 갖고, 서포트하고, 정보도 얻게 한다는 취지를 듣고 처음에는 번역으로 참여를 했다.“(혜선)   “IT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의 IT 인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WWCode Seoul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합류했다.”(정원)   “WWCode Seoul에서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업계에는 성공, 빠른 성장 외에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이런 분위기 자체에 피로감을 느꼈고, 좀 더 포용적인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주도적으로 커리어 여정을 만들어나가고 싶어 WWCode Seoul을 찾게 됐다.”(경희)   그럼에도 우리는, IT 업계에서 느끼는 갈증과 고민을 나누기 위해    대부분의 IT 업계에서는 힘들거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려는 말을 하면 “네가 이상한 거 아니야?” 라는 눈초리를 받는다. 개인화 되어 있다. 성장도 개인이고, 증명도 개인이 한다는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가 어렵다. 마땅히 모아져야 하는 이야기도 파편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답답하다고 느껴진다. 공감대 형성이 안 되는 분위기다.   “서로의 아픈 지점을 언어화 하고 표현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혜선) “너무 개인의 능력으로만 환원되는 분위기가 나의 어려움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 (경희) 이런 고민들이 있던 것을 처음에는 주로 디스코드에서 어떤 활동을 해볼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던 중 4월에 ‘그럼에도 우리는(이하 그리는)' 지원사업을 발견했다. 어떻게 하면 IT업계에서 느끼는 갈증과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그리는'에 참여하면서 기획단계부터 아이데이션에 많은 시간을 쏟고, 진행하면서 가다듬을수 있었다.  “기술적 성취보다, IT 업계의 한계점과 개선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성주의적으로 IT업계를 바라보자가 핵심이었다.” (정원)   그 중 한 프로그램으로 여성주의 자체에 대해 듣는 시간과 개발 업계에서 오래도록 일한 여성분을 연사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부터 대기업-중소기업-스타트업-공공기관 그리고 올해는 프리랜서까지 다양한 조직에서 여러 방식으로 일을 경험한 경숙님은 조직생활을 하며 겪은 일상적인 성차별과 이에 대응했던 경험을 통해 ‘내가 경험한 테크업계 조직문화'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강연자 중심의 대화가 아닌, 참여자들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으며 IT업계에서 ‘좋은 여성 선배'가 되려면 뭘 하면 좋을지?, 조직 문화에서 좋은 오프 보딩(Off-boarding, 조직에서 떠나는 것을 의미함)은 무엇인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WWCode Seoul 안에서도 다양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면 👉https://bit.ly/테크업계의조직문화)   ‘위민후코드서울'이 <그럼에도 우리는>에 참여해 진행한 Redirect to ____ : 내가 경험한 테크 업계의 조직 문화 ⓒParti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궁금하다   글방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커리어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활동이다. IT 업계에서 글이라고 하면, 기술적인 것에 치중된다. 이런 글은 질리도록 많다. 글방은 그런 쪽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쓰는 활동이다. 나의 정신적인 부분을 풀어내는 작업이다.   “글방은 온라인으로 4주에 한 번씩 진행된다. 열명 내외가 참여한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IT 업계 사람들이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생각들을 글을 통해 나누고 싶었다. 글을 쓰며 기능하는 나 이외의 나를 돌아보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경희)   앞서 말했듯 IT 업계만의 강박이 있다. 또한 이직이 잦은 분야다 보니, 내가 오늘 한 이야기가 다음 직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다. 때문에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게 될까? 라는 고민도 있지만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글방을 파일럿으로 시도했을 때, 생각보다 내면의 이야기를 많이 말하는 게 신기했었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아, 이게 필요 하구나.’ 라고.” (정원)   또, 그리는 활동을 통해 ‘변화의 월담' 분들을 알게 됐다. 협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글방이 정신이라면, 변화의 월담과는 신체 활동을 할 예정이다. 12월 9일에 진행할 예정이다.   'WWCode Seoul'과 ‘변화의월담’이 기획한 몸을 살리는 기술 워크샵. ⓒhyejeong_photo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이 만들어낸 변화, 꿈꾸는 변화   IT 업계의 조직문화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 게 가장 큰 변화이자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IT 업계의 공론장에서는 화두가 제한되어 있다.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외에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WWCode Seoul의 ‘그리는’ 활동을 통해 내가 겪는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IT 업계의 시스템과 조직문화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감각을 공유하며 다른 관점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만든 게 큰 변화다. 또한, 연사님을 비롯한 롤모델을 알아갈 수 있던 게 좋았다. 그렇게 롤모델을 만나고, 여성이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장려했다는 게 성과다. 조경숙 연사님을 모시고 토크쇼를 했을 때, 네트워킹 세션이 있었다. 그때 만났던 분을 실무에서 또다시 만났었다. 참여자를 만났던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네트워킹 행사에서는 주로 내가 가진 기술 중심으로 서로를 소개하게 된다. 행사 끝나고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보면 직무와 회사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과 다른 차원에서 연결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는 행사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경희)   'WWCode Seoul(위민후코드 서울)’의 경희, 정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arti    “각자 온 사람이 한 명의 에이전트가 되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을 때 대안적인 단어를 쓰거나, 기획을 하는 등 실제 행동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게 그분의 환경을 바꾸고 서서히 다른 부분들도 바꾸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원지)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으면 좋겠다. 어느 수준에서는 다 개인화 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하지만, 여성주의는 따뜻한 거라고 생각한다. 물어봐주고 필요하면 돌봐주고.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하고, 같이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 짐을 서로가 나눠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문화에서의 변화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혜선) “비슷한 활동을 쭉 해나갈 것 같다. 현장에서는 물론 말하기 어렵지만, 그 말을 쉽게하기 위해서 WWCode Seoul 활동을 하는 것이다. 기술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여기에 몸담고 있는 여성 분들이 적고 40대가 되면 사라진다. 집으로 간다거나, 더 유연한 직종으로 간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일조하고 싶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다. 작은 워크샵을 운영하는 것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임팩트가 있다. 워낙 없다보니까. 동료들이 안 없어질 수 있게 하고, 동료를 많이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정원) 12월 1일부터 WWCode Seoul 운영진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위민후코드서울 인스타그램 채널에서 확인해보세요.@wwcodeseoul
성평등
·
2
·
전장연 시위 원천 차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앞으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시위 배경이 된 중증장애인 일자리 폐지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 반발에도 ‘강대강’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위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위의 원인, 장애인들의 ‘생계’에 대한 권리주장  기획재정부가“2024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 중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라고 밝히자 장애인들은 이 사실에 개탄하며, 사업 예산 확보와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시작되었는데요. 이외의 핵심 요구사항으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 장애인 교육 보장과 이에 대한 예산 반영 등이 있습니다. 즉,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장연의 입장입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시작된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은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자조모임, 상담 등 동료지원 활동 제공을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해 경제활동 상태로 전이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하는데요. 올해 이 사업을 통해 187명의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매월 89만원을 지원받으며 노동권을 보장받고 있었는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용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187명의 동료지원가는 내년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사업 폐지의 이유 중 하나는 ‘실적 부진'인데요.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실적이 낮은 것은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며, 동료지원가 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실제로 취직을 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실적이 낮은 것”이라 주장했습니다.또한, 전장연은 “ 2020∼2022년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던 시기”라며 “인건비 직접 지원 예산을 삭감한다는 정부 기조 속에서 불과 20여억원에 불과한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사업을 폐지해 200명에 가까운 중증장애인을 해고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230918) 이에 반해 고용부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동료지원가에게 복지부의 일자리나 민간 표준사업장 일자리를 소개해줄 것이며, 우리 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 ‘노동’”이라며 “고용부와 기획재정부는 우리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법에서 정한 것처럼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라”라고 요구했습니다.(에이블뉴스, 230911) 오해를 받더라도 시위를 지속하고 싶은, 무관심이 무서운 장애인 참가자들  전장연의 권리운동은 2021년 12월 처음 시작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의 형태로 이어졌는데, 이 형태의 시위는 1995년 영국에서 이루어진 시위의 형식과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도 “소수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마땅하지만,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라는 것으로 유사합니다. 시위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간담회가 이뤄졌으나 협의에 이르지는 못했고, 서울시의 열차지연으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에 대한 법적 공방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대부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왜 시위를 멈출 수 없는가’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여러 안건들이 더해져서 더욱 협의에 이르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전장연은 지난 면담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는 신뢰의 문제"라며 "이는 국가가 장애인들의 죽음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시설 문제에 있어서도 탈시설 예산 증액 요구가 "전장연만의 주장이 아니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에 기반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날부터 22년째 장애인 평등권 시위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수차례 예산 증액과 인프라 확충 약속을 어겨온 데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BBC 코리아, 220928) 그러나 차량에 올라탄 후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문이 닫히는 걸 막는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을 모든 장애인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교통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200여 명은 집회를 통해 “전장연의 요구 사항에 동의하긴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는 이런 방식의 시위를 다른 장애인 단체와 협의도 없이 벌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220422) 사실 불편을 겪지 않았다면 장애인들의 불편해 대해 대부분 몰랐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심을 위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시위 때문에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지하철, 전장연 역사 진입부터 차단하여  시위 원천봉쇄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23일 밝혔고, 전장연은 내년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에 항의하며 20일부터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습니다.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막기 위해 아예 지하철역 진입을 차단하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위 재개에 대해 “사회적 테러”라는 강경 발언을 한 이후 나온 대책인데요.  ‘지하철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지하철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의 3단계 강경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한국일보, 231123) 그러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해 보입니다. 24일에는 서울 혜화역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231124)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277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24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당일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는 차별적인 강경대응 방안을 철회하고, 경찰은 폭력행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이동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뿐 아니라 유엔인권기구에서 권고한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인권침해”라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휠체어를 끌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스스로 떨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겨레, 231124) 시위를 막기 위해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을 대책으로 추진하고, 이 상황에서 불상사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협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장연 시위 원천 차단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나눠 주세요. 
장애인 권리
·
3
·
2021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는 기사, 사실일까요?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은 주요 사건이 벌어질 때 커집니다. 주로 사건 가해자의 잔혹성과 가해 행위, 피해자의 연령 등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데요. 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살펴봐야 하는 게 통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관련 통계를 찾아보던 중 아동학대 사건이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21%나 증가했다는 기사를 찾았습니다. 내용이 사실인지 궁금해서 관련 통계를 찾아보고,  2022년 자료와도 비교해봤습니다.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찾아봅시다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는 정보를 전달한 정책브리핑에 관련 내용이 있었는데요. 기사에서 전달한 것처럼 보도자료에는 2020년에 비해 2021년 아동학대 사건이 21%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는 없겠죠. 통계를 조금 더 면밀하게 확인해보면 좋겠죠. 2022년 통계도 확인하고요. 그래서 보건복지부의 연구자료 게시판에서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검색 결과 연도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주요통계도 보이네요. 자신있게 2021년 주요통계를 확인하기 위해 게시글을 클릭했는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파일 첨부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보건복지부 관계자님 보고 계시면 파일 첨부해서 수정해주세요) 당황하지 않고 데이터 활동의 동반자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정확한 자료를 찾기 위해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쌍따옴표로 검색해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관련 자료가 발견됐는데요.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주요통계 자료실에 같은 자료가 업로드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확인한 자료를 열어보고 비교할 시간입니다. 공개된 통계를 비교해봅시다 애석하게도 공개된 자료는 모두 PDF 파일이었는데요. PDF 파일에 담긴 데이터는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엑셀 데이터 형식으로의 변환이 필요한데요. 이번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PDF 파일을 엑셀 형식으로 변환해주는 알PDF를 활용해봤습니다. 다운로드 받은 2021년, 2022년 아동학대 주요통계 모두 큰 문제 없이 엑셀 파일로 변환됐네요. 이제 두 파일에서 전체 신고건수와 학대판단건수를 비교해보죠. 2021년과 2022년 아동학대의심사례와 아동학대 사례 통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년도 아동학대의심사례 아동학대사례 2021년 52,083건 37,605건(+21.7%) 2022년 44,531건 27,971건(-25.6%) 출처: 2021~2022년 시도별 아동학대의심사례, 아동학대사례 건수 비교해보니 2021년에 비해 2022년엔 큰 숫자로 통계가 줄어들었음이 확인됩니다. 기사에 언급됐던 증감률을 계산해보면 2020년 대비 2021년엔 21.7%가 증가했고, 2021년 대비 2022년엔 25.6%가 감소했습니다. 투명하고, 접근성이 높은 데이터 공개가 필요합니다 사실 앞선 통계 비교만 보면 2021년까지의 통계로 아동학대 사례가 급증한 것을 우려한 기사가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아직 속단하긴 이릅니다. 통계 변화의 배경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변화의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찾진 못했는데요. 오늘은 원인보단 통계의 비교와 연도별 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하나의 통계를 장기간 살펴보면 데이터를 통해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해 발표되는 통계가 하나의 데이터로 존재하는 것에서 그치면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통계를 장기간 비교하고 경향성을 살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단편적 통계로는 무리가 있겠지만 여러 데이터가 쌓인다면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정비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데이터와 현실의 문제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당연히 투명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형식의 데이터 제공도 필요하고요. 투명하고,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시빅해커, 시민데이터저널리스트, 시민팩트체커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협업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
아동학대 근절
·
4
·
아동학대 주요통계 훑어보기
아동학대 관련 이슈? 출처가 궁금하다 아동학대 신고 건수나 사망사고 건수는 누가 어떻게 집계하고 관리하고 있을까요?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보면 원본 데이터가 궁금해지는데요. 아동학대 이슈와 관련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주요통계 현황조사)’ 자료를 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이번 데이터 캠페인에서도 멤버들이 다양하게 긁어온 자료들의 원본 출처를 찾아가다보니, 같은 보고서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슷한 통계자료를 재가공하거나, 추가적인 데이터를 모아보는 방식으로요.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에 근거해 2019년부터 매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2022년 현황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었는데요. 아동학대 현황데이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이전연도 대비 관련 데이터 증감 현황도 살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데이터 캠페인에서 저는 특정 이슈 관련 데이터를 정하기보다, 아동학대 연차보고서가 제공하는 현황자료의 전반적인 항목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주요 통계자료의 2022년(최신)과 2018년, 2014년 데이터가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 살펴보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나 연도 간 변화가 존재하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데이터가 있는지 등도 살펴보고 싶었고요. 좀 더 나아가면, 연도별로 자료 비교와 유의미한 검증이 가능한지(유사항목의 연도별 자료 여부) 등을 확인해볼 수도 있겠죠.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에서는 해당 보고서뿐 아니라 관련한 상세 통계자료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공데이터 제공 신청 및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비어 있는 데이터나 추가적으로 필요한 데이터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보고서의 주요 데이터들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는 2019년 이전에도 ‘아동학대현황보고서', ‘아동학대실태조사', ‘아동학대 주요통계'라는 이름으로 매년 발행되어 왔는데요. 신고의무자를 위한 교육자료로도 활용되며, 필요한 누구나 접근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2014년에는 비슷한 포맷이지만 연차보고서가 아닌 실태조사 현황을 제시하고 수집 및 분석과정, 관련 제언을 자세히 담은 형태의 보고서를 발행한 경우도 있습니다. 2022 아동학대 주요통계 보고서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수집하는 자료 항목은 2018년, 2014년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신고접수, 학대 및 재학대 발생 현황 및 사례, 학대아동 및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정부가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 현황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요 항목을 살펴보다보니 주요하게 논의되는 아동학대 이슈의 흐름과 갈래가 조금 더 이해되는 듯합니다. [2022 아동학대 주요통계 목차 : 항목] 아동학대 신고접수 현황 신고접수 신고자 유형 아동학대 사례판단 사례판단 결과 피해아동 발견율 아동학대 사례 분석 인구사회학적 요인 피해아동 (성별, 연령, 가족유형) 학대행위자 (성별, 연령, 피해아동과의 관계) 아동학대사례 발생현황 아동학대 발생장소 아동학대사례 유형 아동학대 피해아동 및 학대행위자 상황 피해아동 사례종결 현황, 학대피해아동쉼터의 피해아동 보호 현황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른 조치 현황, 학대행위자 고소고발 등의 사건처리 결과 서비스 제공 현황 학대아동 대상 상담서비스, 입원치료 및 통원치료 등의 제공 서비스 현황 재학대 사례 재학대 사례 현황, 학대 유형, 피해아동 현황, 학대행위자 현황,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등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보호 현황 신고접수 건수 신고자 유형 아동학대사례 및 아동보호전문기관 수 피해아동 발견율 아동학대사례 유형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과의 관계 피해아동 가족유형 공개된 데이터 가져오기 주요자료에 쉽게 접근해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오는 일은 중요합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는 보고서를 모두 PDF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보고서 자료를 스스로 정제 및 가공이 가능한 형태로 파싱하기 어렵다면 이 역시 데이터 활용의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다양한 데이터 항목들 가운데 2가지 데이터의 연도별 변화 정도를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1. 신고접수 건수 (2022 - 2018 - 2014)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위기 상황에 개입하고 대처하기 위해 아동학대의심사례 접수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의심사례의 신고접수는 내용 및 심각성에 따라 크게 ‘응급아동학대의심사례', ‘아동학대의심사례', ‘동일신고', ‘일반상담', ‘해외발생지원사례’로 분류됩니다. 응급아동학대의심사례 : 신고당시 아동이 학대로 인해 매우 응급한 상태로 아동의 안전을 위해 보다 긴급하게 현장출동 및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 아동학대의심사례 : 신고접수 내용이 학대로 의심되는 사례 중 응급을 제외한 모든 사례 동일신고 : 최고 신고접수되어 진행되고 있는 사례와 동일한 학대피해의심내용이 다른 신고자들에 의해 신고되는 경우 일반상담 : 자녀양육 상담 문의, 시설보호 문의 등 아동학대 및 의심사례로 보기 어려운 사례이거나 정보부족 등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 해외발생사례 : 국내 국적 아동이 해외에서 학대를 받았다고 의심되거나, 학대로 인해 해외의 아동학대 관련 기관에서 개입되고 있는 아동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접수된 사례 2014년 한 해동안의 신고접수 건수는 총 17,791건입니다. 2014년 9월 29일에 아동학대특례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후 현황을 분리해 집계했는데요. 의심사례 부분에서는 실제 비율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에는 전체 신고접수 건수가 총 36,417건으로 전년 대비 약 6.6%, 2014년 대비 약 104.7% 증가했습니다. 일반상담 현황에 비해 의심사례 및 동일신고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응급아동학대의심사례가 일부 줄어들기는 했으나, 전반적인 신고접수 현황이 증가가 두드러져보입니다. 2022년 신고접수 건수는 46,103건으로 2018년 대비 26.6%, 2014년 대비 159.1% 증가했습니다. (2022년에는 응급아동학대의심사례 항목을 별도 집계하지 않고, 전체 의심사례를 하나로 수집하고 있네요.) 정확한 인과를 살펴보아야겠지만, 현황자료만으로도 처벌법 시행 및 개정이 아동학대 예방의 유의미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보이는 대목입니다.  2. 사망사례 현황 (2022 - 2018 - 2014) 사망사례 현황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사례만을 집계하기 때문에, 실제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은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이는 수사기관으로 직접 접수된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관련 정보를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전달하지 않아 관련 통계가 누락될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아동의 사인이 학대로 판명되었음에도 보고되지 않을 수 있어 정확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출처 : 2014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아동 사례는 2014년 14명에서 2018년 28명, 2022년 50명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성별, 연령, 교육기관, 기타 환경적 특성(가족유형, 월 가구소득, 학대행위자와의 관계) 또한 별도로 집계되어 있습니다. 사망아동 명수 (전체 아동학대 피해아동 대비 비율) 2014 : 14명(0.1%) → 2018 : 28명(0.14%) → 2022 : 50명(0.23%) 2014년 이전의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현황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는 총 136건의 사망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특정 사건이 발생한 연도의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아동학대의 전체 건수 증가에 따라 사망 사례 역시 점진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위와 같이 연차보고서 현황자료를 통해 몇 가지 항목에 대한 연도별 데이터를 살펴보고, 각 항목의 수집 필요성과 의의를 간단히 고민해보았습니다. 액션플랜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주요 지표의 2022년(최신)과 2018년, 2014년 데이터를 살펴보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나 연도 간 변화가 존재하는지, 추가적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데이터가 있는지 등 후속과제를 도출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사회 이슈를 관통하는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의 차원에서, “데이터를 무엇을 얼마나 말해줄까?”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는데요. 공개된 공공데이터를 개인 시민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이번 캠페인 활동처럼, 우선 함께 모여야 한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슈를 꺼내놓고, 방법을 고민하고, 공동작업을 통해 작은 액션을 만들어내는 일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아동학대 근절
·
4
·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많은 이점을 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도 많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먼저 국내의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보화 수준,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성, 이용도, 활용력, 전자 정부 수준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지능정보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계층이 겪을 정보 불평등과 이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약자 혹은 경제 활동 과정에서의 사고, 생애 과정 상 불가피한 사회적 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개인/계층으로 대표되는 취약 계층은 신체적, 지역적, 경제적, 사회적 여건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접근, 역량 및 활용 등에 취약합니다. 다음으로는 해외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선진국의 AI기업이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The Washington Post의 기사에 따르면 비공식적 정부 추정으로 2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사람들이 기업의 인공지능 모델의 학습을 위해 오랜 시간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하는 수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중 미국 샌프란시스코 스타트업 'Scale AI' 산하 플랫폼 'Remotasks'에서 최소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착취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일을 하지만 필리핀의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일당 6달러~1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 임금을 받고 있으며 Remotasks는 이들을 착취하면서도 그들이 작업한 데이터가 정확하고 정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임금을 제 기간에 지급하지 않고 이마저도 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누리고 있던 인공지능의 발전에는 이러한 단점도 숨어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글을 통해 여러분들에게서 인공지능의 또 다른 문제점들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의견을 받고, 이런 문제들의 해결 방안까지도 의견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경향신문, [AI는 '인간 노동력 착취'를 먹고 자란다], 2023.09.28 12:43, 최서은 기자 The Washington Post, [Behind the AI boom, an army of overseas workers in 'digital sweatshops'], By Rebecca Tan and Regine Cabato / August 28, 2023 at 2:00 a.m. EDT
인공지능
·
7
·
[함께 평화] 죽음의 불꽃놀이로 낭비하는 골든타임
얼마 전 DX KOREA 2022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2022) 저항 평화행동으로 재판을 받은 평화 활동가 8명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전시된 탱크 위에서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한 그들에게 사법당국은 총 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주변인들에게 그들의 탄원을 애원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세상의 이 부정의하고 기울어진 판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긴 한 걸까?' 이런 생각을 매일같이 하며 점점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것 같다. 나는 언젠가부터 "불꽃놀이"를 직접 보거나 그 단어를 듣게 되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아마도 불꽃놀이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알게 된 후, 불꽃놀이가 환경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일 것이다.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낭만적인 이벤트라고 여기는 것 같다. 서울 여의도에서 매년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명당'에서 보기 위해 일찍이 자리 경쟁을 시작하기도 하니까. 불꽃놀이를 그저 낭만적인 "놀이"로 여기는 비약을 저지르기 전에 짚어야 할 사실이 있을 것이다. 폭죽과 폭약의 차이점은 그저 사람을 향하느냐 공중을 향하느냐의 차이다. 불꽃놀이는 화약 제조법을 연구하던 과정에 우연히 발견하게 되어 시작되었다. 군사용 화약이 정교해짐에 따라 불꽃놀이 기술도 발달되었던 것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대기업 한화에서 주최한다. 시민들의 일상을 위한다는, 겉보기에 언제나 좋은 대의명분을 앞세운다. 전쟁에서 대의명분이 없었던 적 없듯이.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가 주력하는 정교한 화약 제조기술을 홍보하는 박람회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불꽃놀이를 보며 의식해야 할 것이다. 전쟁의 비윤리성을 이야기하자면 아마 시민들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평화를 외치며 한국이 무기 수출 및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감투가 다 씐다. 빨갱이, 종북좌파 등 흔히 포털 댓글 창만 봐도 나오는 그런 단어들 말이다. 그들의 논리는 더 많은 무기 확보와 군사 훈련 및 동맹 즉 "힘"만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평화의 전제조건이라 한다. 정말 그럴까?  탄소중립을 외치는 시대에 군대는 그야말로 숨은 기후 악당이다. 글로벌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군사활동에서 비롯된 탄소 배출량은 전체의 약 5.5%를 차지한다. 군사 부문이 항공·해운·철도 부문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 또한 전략폭격기 연비는 승용차의 100분의 1 수준이고, 소비하는 연료도 엄청나다. 전략폭격기의 1시간 소비 연료량이 자동차 1대의 7년 사용량에 맞먹는다고 한다.  하나 이 수치는 매우 보수적이고 비공식적인 추정치일 것이다.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는 모든 국가가 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일부 선진국에서 공개가 되더라도 "일부"만을 공개할 뿐이다.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에는 미국의 반대로 인해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 중 군사 부문이 제외되었고, 2015년이 돼서야 선진국만 배출량 보고 의무를 가진 상태다. 또 배출량 보고 의무만 질 뿐 탄소 배출량 절감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국가 안보, 국방과 직결된다는 이유로 매우 축소 보고되었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숨은 기후 악당임을 직관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위기가 우리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은 이제 보편적이고 자명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지는데, 왜 그 기후 위기를 부추기는 군비 경쟁과 전쟁을 하기 위한 군사 훈련은 우리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한치의 의심도 보태지 않는가? 물가 상승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듯이 하나의 국가가 때아닌 이념 전쟁을 자초하며 안보를 강조하고 군사력을 강화할수록 주변국의 군비 경쟁은 심화되고 군사적 긴장감은 고조된다. 누군가가 나를 언제 찌를지 몰라 무장하고 다니는 상태를 우리는 평화로운 상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대한 농담 같은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의심의 미덕을 지녀야 한다. 힘의 논리에 의해 쓰인 수많은 글 속에서 진실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죽음의 불꽃놀이가 터지고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우리의 통각은 점점 마비되며 그렇게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의식해야만 한다.
국제관계
·
4
·
학대를 당한 아동이 가해 부모와 분리되지 못한 현실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이번 '데이터 캠페인'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어떤 과정으로 확인했는지를 안내해보려고 해요.  아동과 가해 부모와의 분리 조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요. 서울신문은 지난 9월 1일 '가해자 10명 중 8명 친부모…'공포의 집'서  분리 아동 10%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어요. 이 기사는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는데요. 기사 내용 중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무서운 곳이 됐지만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 보호한 사례는 2787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의 10%에 그쳤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기사 링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01008010&wlog_tag3=naver)  아동학대는 물론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분리는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되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이조차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었죠.  이에 관련 통계나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찾아봤어요.(아래 참고)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제65조의2)'에 따라 2019년부터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매년 정기국회 전까지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어요.  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2022년 연차보고서'를 찾아봤지만, 일치하는 보고서가 나오진 않았어요. 구글에서 연차보고서를 검색해봤지만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만 나왔어요.   ②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31일  '2022년 아동학대 중 가정 내 발생 81.3%, 부모가 행위자인 경우 82.7%'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해당 보도자료에는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0%인 2787건이다. 이는 피해 아동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도입된 즉각분리*(일시보호) 조치 1,153건도 포함된 수치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붙임 자료에는 '아동학대 주요통계'도 있었어요.  ③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보고 싶어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확인했어요. 아동학대 주요 통계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연구/조사/발간자료] → '아동학대' 또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 검색 → 2022년 뿐만 아니라 이전 연도별 아동학대 주요 통계 글이 나와요. PDF 파일로 된 주요 통계에는 항목별, 주제별로 세분화된 통계와 데이터가 있어요. 2022년 주요 통계의 '제3절 아동학대 사례 분석'의 항목 4번에 '아동학대 피해아동 및 학대 행위자 상황' 통계가 있어요.  ‘2022년 아동학대사례 2만7971건을 바탕으로 보호조치 여부 등 피해 아동 상황을 살펴보고, 최초 분리보호 시 분리된 장소 유형과 분리된 이후 피해아동의 가정복귀 여부 등도 함께 확인했다. 보호조치 유형별 중 사망은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피해 아동 중 학대로 인한 사망 외 일반사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전 기사와 보건복지부와 보도자료와 내용과 일치했어요. 전체 아동학대 사례(2만7971건) 중 '원가정보호(보호체계 유지)' 조치는 2만5028건,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즉각분리(일시보호)'를 포함한 2787건으로 각각 89.5%, 10%로 나타났어요. '원가정 보호'는 피해 아동을 실제로 양육하고 있는 주 양육자에게 보호받게 하는 거예요. '분리보호'는 다른 누군가(친권자, 친족, 시설 등)에게 보호되는 경우에요. '즉각분리(일시 보호) 제도'는 1년 동안 두 번 이상 아동학대가 신고된 경우, 아동학대 전문 공무원이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거예요. 재학대가 우려가 크고 면밀한 조사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조치 결정할 때까지 피해 아동을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서 일시보호 하는 거죠. 그다음 장기 보호를 할지, 가정에 복귀시킬지를 정해요.  피해 아동을 가해 부모로 분리해서 보호하는 조치는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걸 확인했어요.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과의 분리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에요. 앞서 지난 2020년 16개월 된 입양아가 부모의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입양된 후 학대 신고가 3차례 접수됐지만, 경찰 등이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었죠. 이에 정부의 조치 중 하나는 '즉각 분리(일시 보호)'를 시행, 도입하는 거였어요. 이전에는 아동학대 피해가 발생할 때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72시간 분리 보호하는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는 보호 기간이 짧고 학대 피해가 확인되지 않으면 분리보호가 어렵다는 등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학대를 당한 대부분의 아동은 부모와 분리되지 못하는 현실에 놓인 거죠. 또 전국 곳곳에는 아동들이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어요. 보호자의 폭행으로 숨진 한 살배기,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됐던 두 살배기, 홈스쿨링을 한다던 초등학교 5학년생 등.. 내년 세계 아동학대의 예방의 날에는 사전, 사후적 대책이 촘촘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데이터 캠페인 참여 소감 : 이번 데이터 캠페인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됐어요. 주무 부처에서 어떤 자료가 나오는지, 언론들이 아동학대 사안을 보도할 때 어떤 자료를 근거로 쓰는 지, 또 관련 통계에는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등등이요.  다음에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와 관련해 항목별로 원인과 현황을 해석한 글을 작성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자료를 찾았는지에 대한 글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미래의 이 글을 보는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한 줄 한 줄 적었습니다.
아동학대 근절
·
3
·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모여
영화 ‘잇다,팔레스타인(Stitching Palestine)’은 전통 자수를 놓는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 여성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스라엘 점령에 의해 삶터를 떠날 수밖에 없고, 팔레스타인에 정주할 수 없는 이들의 삶이 천에 수를 놓듯 영화에 새겨진다.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며 전통의상인 토부와 쿠피예를 입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 행위는 팔레스타인 문화를 기억하기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이다. 국내에서도 팔레스타인의 희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기 위한 연대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참여연대 황수영 활동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춰라. 팔레스타인에 자유와 평화를! :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신발 시위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기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팔레스타인에서 1달 동안 1만 개 넘는 우주가 사라졌다 지난 11월 17일(금), 광화문 보신각 광장에 신발 2천 켤레가 놓였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이하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은 가자와 서안 지구에서 한 달간 희생된 1만 명 넘는 이들을 애도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중단을 촉구하고자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를 개최했다. 광장에 배치된 어린이 및 유아 신발부터 운동화, 장화, 구두 등 다양한 신발은 약 일주일 동안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바라며 시민들이 기증해 준 것들이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1천 켤레를 넘어 3천 켤레의 신발이 사무실에 도착했고, 사람들의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모여 신발 시위는 시작되었다.  신발 2천 켤레는 단순히 팔레스타인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공습으로 희생된 사람 한 명 한 명을 조명하고자 했다. 매일 전 세계로 타전되는 비현실적인 사망자 통계가 아닌, 이스라엘의 공습이 없었다면 누군가의 가족이나 지인, 친근한 이웃으로 살아갔을 사람들을 호명하는 비폭력 시위였다. 신발 시위가 있던 날 광장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애도와 평화의 마음을 나눠주었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침 일찍부터 신발 설치를 함께한 활동가들, 신발 시위를 찬찬히 둘러보다 사진을 찍거나 꽃다발을 신발 위에 내려놓고 가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참여한 시민들이 적은 애도와 연대의 메시지가 쌓여갔고 금세 보신각 광장을 팔레스타인에서 사라진 1만 개의 우주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으로 가득 메웠다. 신발 시위가 저물어 가는 ‘추모의 밤’ 시간에는 "태어난 국가에 따라 평화를 누릴 수 있는지 나뉘는 것이 부당하다"는 청소년과 희생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를 낭독하는 시인의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추모의 밤’에 참여한 시민들은 실제 팔레스타인의 희생자 수는 신발 2천 켤레가 상징하는 2천 명의 약 7배에 달한다는 현실을 떠올리며 큰 목소리로 집단학살 중단과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전 세계의 평화를 향한 외침이 전달되었을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나흘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공습이 시작된 이후 46일 만에 이루어진 이 조치를 통해 양측은 인질과 수감자를 풀어주고 가자 지구에 연료, 물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제사회의 잇따른 환영 성명에도 이스라엘은 ‘일시적인 공습 중단’으로 단정 짓고, 향후 계속 공습을 진행할 예정이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질 석방을 위한 ‘임시 휴전’ 상태임을 감안할 때 아직은 상황을 주시해야할 때다.  사라진 우주를 기억하기 위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신발 시위를 제안한 황수영 활동가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어서,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겠어서” 기획서를 순식간에 써 내려갔다고 한다. 매일 언론으로 타전되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공습 소식, 병원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주민과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사진을 마주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몫이 없는 이들의 곁에 서서 연대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대안을 찾는 게 직업인 활동가로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던 터라 동료의 제안이 반가웠고 감사했다.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서 신발 기증을 위한 웹 포스터 홍보를 시작한 뒤, 참여연대 사무실로 택배 박스가 ‘쏟아졌다’. 신발이 가득 든 큰 상자부터 한 켤레가 든 작은 쇼핑백까지 매일 같이 사무실로 신발이 든 상자가 배송되었다. 많은 물량에 택배 노동자분께서 사무실로 전화를 주시기도 하고 (“1층으로 내려와 주세요. 택배 20박스가 왔어요.”), 토요일 아침을 ‘택배 40박스를 사무실 2층에 두었다’는 문자로 시작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사무실이 위치한 동네를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분과의 새로운 인연!) 뿐만 아니라 하루 평균 10명 이상이 사무실을 방문해서 신발을 기증했다. 친구들과 신발을 들고 방문한 청소년부터 아이 신발을 들고 찾아온 가족, 신발을 기증하며 당일 시위 현장을 촬영하고 싶다는 청년, 신발이 가득 든 가방을 내려두면서 “도움이 더 필요하면 이야기하라”고 음료수를 건네던 수녀님 등 신발을 매개로 많은 시민과 만날 수 있었다. 매일 저녁, 사무실 지하에서 신발이 담긴 택배 박스를 정리하는 일이 익숙해질 무렵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다들 뭐라도 하고 싶었구나. 팔레스타인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 같고 참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상처 난 마음이 모여 만드는 변화 세계 저편에서 일어나는 집단학살의 현장을 보며 ‘뭐라도 해야겠다’ 결심하는 그 마음은 힘이 세다. 전화를 걸어 신발 기증에 관해 조심스레 묻고, 사무실 입구에서 쭈뼛쭈뼛 어색한 얼굴로 서성이던, 두 손 모아 신발을 건네며 꼭 감사 인사를 덧붙이는 사람들. 신발을 부치는 택배에 편지와 작은 선물을 담아 보내던 이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파커J.파머는 책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지 강조하며 마음은 감정을 넘어서는 광범위한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마음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매개”이고, “오로지 마음만이 이해할 수 있고 마음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생각하는 대로 살고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설파한다. 그 마음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깨지고 열리는 과정에서 모순을 끌어안고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자칫 추상적일 수 있는 이 이야기에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떠올려 본다.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현장을 목도하며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느끼는 현재, ‘뭐라도 해야겠다’는 소박하고 단단한 마음이야말로 세계시민으로서 함께 살고자 하는 ‘열려있는 마음’이라고 확신한다.   신발 시위 때 사용할 신발 2천 켤레를 짝 맞춰 포장 이사 박스에 정리하는 이 단순한 일은 시민들의 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신발 시위가 정말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 않냐며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혹자에게는 시위를 통해 외치는 “학살을 멈춰라”, “즉각 휴전하라” 같은 촉구하는 언어가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역만리에서 우리가 요구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냉소적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되새겨 본다. 매 순간 이어지는 공습에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은 마음을 모으고 ‘폭력을 멈춰라!’ 큰 소리로 외치는 일이다. 세상은 뭐라도 하지 않으면 못 참겠어서,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가리지 않고 행동하는, 깨지고 상처 난 마음이 모여 변화시킬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존엄을 되찾는 날까지 함께 걸어주시라. * 이 글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이지원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국제관계
·
5
·
처음 참가했던 ‘데이터 캠페인’ 활동
예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모임. 바로 빠띠~!. 빠띠 이메일 리스트에도 가입을 했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빠띠에서 보내주는 이메일을 확인합니다.  최근에 받은 빠띠 이메일에 관심있는 주제가 적혀있었습니다. 데이터로 사회 문제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활동이었습니다. ‘데이터 캠페인' 참가자를 모집하고 캠페인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https://childabuse.datatrust.m... - 제목 : 데이터 캠페인 : 데이터를 모아 만드는 변화!- 일시 : 11월 8일(수) ~ 11월 22일(수) (매주 수요일 19:30 ~ 21:00, 3회차 진행)- 장소 : 온라인 줌(ZOOM)- 주제 : 아동/청소년 학대 ‘데이터 캠페인’은 하나의 이슈에 대한 데이터를 함께 수집하고, 기록하는 활동입니다.우리가 직접 기록한 데이터는 한 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페이지에 모아 더 널리 퍼뜨립니다. 📌 이렇게 활동해요! 총 3번의 모임을 진행합니다. 함께 모여서 데이터를 확인해요! 데이터 확인이 필요한 정보를 드래그와 클릭 한 번으로 제보할 수 있는 구글 크롬 확장프로그램 ‘물음표’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모읍니다. 우리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직접 찾아 기록합니다. 기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작성하는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시도합니다. 데이터 수집 주제 '아동/ 청소년 학대'  데이터 수집하는 주제는 ‘아동/청소년 학대’ 이었습니다. '아동/청소년 학대'를 뉴스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공익 활동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번 캠페인이 공익활동을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공간 제약을 줄여주는 온라인 참여 방식  참여 방식이 '줌'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참여하기에 공간 제약도 없었습니다. 예전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 ‘줌’으로 온라인 학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줌’에서 모임 활동하는 것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번 캠페인도 줌으로 진행을 했습니다. 바로 신청 양식을 적어서 전송 버튼을 눌렀습니다. 3주에 걸쳐서 진행하였고 수요일 7시 30분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1회차에 배웠던 '물음표' 확장도구 사용방법   1회차에는 크롬 확장툴을 사용하는 방법을 실습 했습니다. '물음표'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구글 문서에 데이터를 간편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실습 했습니다. 물음표 확장도구 받기https://datatrust.me/pages/abo... '물음표' 확장도구를 활용하여 '아동/청소년 학대'와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음표' 확장 도구는 누구든지 사용 방법을 배우면 따라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크롬 브라우져 확장 도구를 내려받아서 설치를 합니다. 설치를 하면 크롬이나 웨일 브라우져에서 전송하고 싶은 문장에 마우스로 블럭을 만들고 그 문장을 별도의 사이트로 보낼 수 있습니다. 선택한 문장과 그 문장이 포함된 '주소'를 같이 전송합니다. 순식간에 구글 공유 문서에 다양한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다른 분들도 각자 찾은 정보들을 모았습니다. 모임이 마무리 될 때가 되자 많은 데이터가 모였습니다. 90개 가까운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대부분 자료의 내용은 아동/청소년 학대 관련 '통계' 자료들이었습니다.  datatrust.me 사이트에 직접 자료들을 입력해보다   2회차에는 1회차에서 모았던 자료들 중 일부 자료를 datatrust.me 사이트에 입력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먼저 자료를 입력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해주는 분에게 '줌'화면으로 단계별 정보 입력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사이트에 가입을 하고 어떤 자료를 업로드 할 것인지 선택을 하기 위해 그동안 모은 자료들을 다시 한 번 확인 했습니다.  많은 자료가 구글 문서에 모여 있었습니다. 그 자료들 중에서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자료를 사이트에 입력했습니다. 입력했던 내용은 '아동/청소년 특별법' 관련 회의록이었습니다. 국회에서 검색해서 찾은 회의록이었습니다.  국회에서 아동/청소년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은 성공하지 못했고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 원인을 알기 위해서 국회 회의록을 찾아봤습니다.  국회회의록 입력 주소 https://datatrust.me/data_sets... 모임을 회고하며 글을 작성했던 마지막 회차  마지막 3회차에서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생각보다 글을 작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미리 글을 작성해두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습니다. 결국 모임이 끝나고 학창시절에 나머지 공부를 하던 것처럼 별도로 시간을 내서 작성하였습니다.  이렇게 세 번에 걸쳐 참여했던 '데이터 캠페인'을 마쳤습니다. 데이터를 검색할 때 중심을 두었던 기준.  어떤 데이터를 찾아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동/청소년 학대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고 그 원인을 해결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실천이 필요한가 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노력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별법의 내용은 '아동/청소년 학대'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각 정부 부처에서 고쳐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조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별법 제목부터 아동학대를 제대로 해결해보려는 의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양천아동학대사망사건 등 진상조사 및 아동학대 근절대책 마련 등을 위한 특별법안(김상희의원 등 139인)https://datatrust.me/data_sets... 사회 구조가 바뀌려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찾아야 하는 데이터로써 '국회 회의록'은 매우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활동을 통해 느낀 점.  공익 활동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사람들을 모으는 모집 활동일 수도 있고, 사회 문제를 알리는 홍보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면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는 활동도 또 다른 의미에 공익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데이터 캠페인'활동을 통해 '아동/청소년 학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협력할 '동료'와 해당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협력하여 정보를 모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정보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동학대 근절
·
4
·
[함께 평화] 군사주의를 넘어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 실천으로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시리아, 수단… 세계 각지에서 수일, 수개월, 수년째 무력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몇줄의 기사와 숫자로 나열되는 피해 규모, 사상자 기록을 읽다보면 가늠조차 어려운 현실이 아찔하고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피스모모가 번역출판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3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무력분쟁을 경험한 국가는 총 56개국으로 2021년보다 5개 증가”했으며 “이 무력분쟁 중 세 개(우크라이나, 미얀마, 나이지리아)는 확실히 10,000명 이상의 분쟁 관련 사망자가 포함된 주요 무력분쟁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합니다.  무력 충돌과 전쟁 뒤에는 항상 복잡하고 다층적인 이해 관계와 지난한 역사적 맥락이 놓여 있습니다. 지역마다, 국가마다 발발 원인과 개별 사건은 다를 수 있지만 폭력의 굴레는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합니다. 어린이들은 더 이상 학교에 갈 수 없고, 여성과 노인, 무고한 사람들이 공습 두려움에 떨다 목숨을 잃습니다. 그렇게 다치고 아픈 이들을 어렵게 돌보던 마지막 병원조차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폭격 앞에 잿더미가 됩니다. 이런 현실 앞에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는 매해 전 세계의 군사비 지출을 추적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8년 연속 증가하여 2022년 약 2조 2400억 달러에 달하며 지난 몇년 중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2조 2,400억 달러는 한화 약 2,900조 원이 넘는 돈입니다. 어느 정도 금액인지 대한민국 정부 예산과 비교해보았습니다. 한국 정부의 2023년 총 예산은 638조원 가량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4년 반 동안 한국과 같은 나라가 전국 국가 사업을 운영할 정도의 비용이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군사비로 쓰였다는 의미입니다. 군비 경쟁은 많은 인명과 자원을 소모하며 반인류적인 피해와 낭비를 초래합니다. 전쟁을 통해 이득을 보는 무기 거래상, 패권 국가, 정치 세력, 자극적이거나 무관심한 일부 언론의 극단성을 지켜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시민에게 질문을 건넵니다. 수십 수만의 목숨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이득과 이념이 정말 존재할 수 있나요? 국제사회가 동시에 모든 무력 분쟁을 멈추고 군사비 지출을 피해 복구, 갈등 중재, 국제협력을 위한 방향으로 새롭게 쓸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마주하게 될까요. 너무 비약적이고 이상주의적인 상상인가요? 지구 곳곳에서 매일 폭격과 테러가 발생하고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이야말로 얼마나 비약적이고 비현실적인지 잠시 멈추어 함께 떠올려보기를 제안합니다.  국제관계와 평화 연구 분야의 이론가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1960년대부터 평화와 폭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간접적 혹은 구조적 폭력을 넘어서려면 단지 전쟁이나 무력 충돌이 부재한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가 아니라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쟁의 종식뿐만 아니라, 적극적 평화를 추구함으로써 사회 정의, 평등, 포용적 문화 교류 등 긍정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평화적 협력이 아닌 긴장과 불신을 조성하는 군비 경쟁과 대립에 반대하며, 국제 사회와 개개인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모색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함께 읽을 거리 [캠페인즈] 이 전쟁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당신에게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팔레스타인 : 모든 희생자를 애도하는 신발들의 시위 [전쟁없는세상 이로운넷 기고] 전쟁과 무기산업에 저항하라 - 군사적 이분법을 넘어 [피스모모] 2023 시프리 보고서 (SIPRI 연감) 한국어 요약본 피스모모는 매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연감요약(Yearbook Summary) 자료를 번역 출판합니다. '2023년 SIPRI 연감: 군비, 군축, 국제안보'에서 전 세계 군사비 지출, 국제무기 이전, 무기생산, 핵전력, 무력분쟁 및 다자간 평화활동 분야의 독자적인 데이터 및 군비 통제, 평화, 국제 안보 분야의 주요 부문의 최신 분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제관계
·
3
·
미국과 중국의 <예정된 전쟁>?
제목 : 미국과 중국의 <예정된 전쟁>?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 대한민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GDP 13위 국가다. 이는 아시아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한다.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높은 GDP를 가진 나라는 중국, 일본, 인도다. 국방력도 결코 약하지 않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방력은 전 세계 6위다. 이는 아시아 기준으로 3위에 해당한다. 중국, 인도가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다. 국방력은 현역 군인 수, 예비군 수, 주력 무기, 방어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매겨진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만을 바라본 수치다. 우리나라보다 강한 나라는 분명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니나라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국들의 GDP와 국방력 순위를 보면 아래 사진처럼 나온다. 한반도 주변국 국방력/ GDP 순위  (자체 제작) 대한민국의 위치는 기구하다. 위로는 북한이 있고, 또 그 위로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옆에는 일본이 있고, 바다 건너에서 온 미국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군사기지를 두고 왕래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보면 결코 경제력과 국방력이 약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주변국과 비교하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편, 현재 측정된 우리나라 국방력 6위에는 모순이 있다. 해당 순위는 핵무기를 제외한 순위다. 핵을 포함한다면, 전 세계 국방력 순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래 사진은 현재 우리나라 주변국의 핵 무기 보유 추정치를 시각화한 것이다. 한반도 주변국 핵무기 보유(추정) 순위 (자체 제작) 가장 많은 건 러시아로 6,372개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다음은 미국으로 5,800개, 중국 320개, 북한 35개로 추정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해당 상황이 보여주는 건, 우리나라가 남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나라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한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말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을 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다. 북한은 핵이 있고, 우리는 없다.  북한이 직접적으로 핵을 들고 도발을 한다면,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비는 할 수 있어야 한다. 핵무기를 자력으로 만들 수 없다면, 핵을 갖고 있는 나라를 우리 편에 둬야 한다. (물론 개인적으론 핵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로썬 미국이고, 그렇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미국과 손을 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가장 힘든 상황은 놓을 수 없는 이해관계가 있는 두 나라의 관계가 상충할 때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미국. 두 나라의 관계가 껄끄러울 때, 우리나라 역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미・중 두 나라가 무역분쟁을 한지는 이미 오래 됐다. 계속되는 이해관계 상충이 전쟁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미 1년 이상이 지났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진행 중이다. 여러가지 전쟁의 상황 중 우리나라를 둘러싼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될지 주목해야 한다. 어떤 것이 트리거가 되어 실제 전쟁으로 발발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예측할 뿐이다.  예측을 하기 위해선 현재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한다. 오늘은 미국과 중국이 어떤 상황인지, 정말 전쟁을 할지 말지, 전쟁을 하건 안 하건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할지 <예정된 전쟁> 이라는 책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지배세력 스파르타와 신흥세력 아테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기원전 431년 경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다. 전쟁은 약 30년 간 지속됐다. 결과는 스파르타의 승리, 하지만 멈추지 않는 출혈로 두 국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생생히 목격한 아테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두 국가의 전쟁을 보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지배세력과 신흥세력 간의 경쟁구도가 과열되고, 이로인해 미묘하게 생기는 긴장감으로 점점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 뜻이다.  전쟁을 간단히 요약하면, 당시 스파르타는 지배세력이었고, 아테네는 신흥 성장 세력이었다. 아테네는 국력이 강화되고, 경제가 커질수록 점점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고, 이에 두 나라 간 긴장감이 고조됐다. 결국 이스파르타가 아테네를 침공했고, 서로가 큰 피해를 입고 스파르트가 승리했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이 전쟁을 생생히 목격하며 이 전쟁의 핵심을 한 번에 요약했다. 그는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말한다. 지배세력인 스파르타에게 신흥세력 아테네의 부상은 두려움이었고, 그 두려움이 스파르타의 아테네 침공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자체제작 중국과 미국의 <예정된 전쟁>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두 국가 미국의 대표적 국가 안보, 국가 정책 분석가인 그레이엄 엘리슨은 자신의 책 <예정된 전쟁>을 통해 미・중 두 나라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떠오르는 신흥세력인 중국이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도전하고, 이에 따라 미・중 두 나라의 긴장감이 고조되어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선박, 철, 알루미늄, 가구, 옷, 섬유, 휴대전화기, 컴퓨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인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최강자가 되었다.” 라며 “2015년에 중국 소비자들은 자동차 2.000만대를 구입했다. 미국보다 300만 대가 더 많은 수치.”라며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점점 앞질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이 단순한 구매력 상승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오산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앞장서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다. 중국의 성장을 경고한 건 그레이엄 엘리슨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금융 정보 신문사 <마켓워치>는 “미국은 이제 2인자" 라는 기사를 쓴 바 있다. 중국이 구매력평가(PPP) 부분에서 이미 미국을 앞장섰음을 지적하는 기사다. PPP는 경제학자들이 실질적인 경제지표로 생각하는 지표 중 하나다.또한 파이낸셜타임즈는 IMF 자료를 인용하여 2014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을 앞질렀다고 말했다. 이 기사 역시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앞장섰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은 한 세대 전만 해도 중국인 100명 중 90명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100명 가운데 3명도 안 된다. 또한, 중국은 1981년과 2004년 사이에 5억 명의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에서 탈출했다. 과거 미국과 소련 냉전 시대는 군사력의 증가가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경제력의 강화가 패권을 위한 주요 요소로 활용된다. 경제고 곧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막강한 경제력으로 세계적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일대일로, 세계로 뻗어가는 중국 중국은 지난 2013년 9월, 아시아, 유럽, 북아프리카 65개국, 44억 인구를 연결하는 일대일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규모는 1조 4천 억 달러(한화 약 1.820조)이며, 90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1조 4천 억 달러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유럽을 재건하기 위한 진행한 마셜플랜보다 큰 규모다. 투자자이자 전 IMF 경제학자인 스트빈 젠에 따르면, 인플레를 감안해도 해당 금액은 마셜플랜 열 두 개를 추진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 위완화의 세계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 패권에 도전해 중국 위완화를 기축통화 지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미국이 금본위제를 통해 달러와 금을 연동시켜 기축통화 지휘를 얻고, 금본위제 폐지 후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할 수 있도록 해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했던 것처럼 중국 역시 자국 화폐 영향력을 점점 키우겠다는 것이다. 일대일로 사업에는 미국의 우방국으로 불리는 나라들도 참여했다. 유럽에선 이탈리아가 참여했었다. 이런 현실은 “중국의 경제 네트워크가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으며. 오랫동안 미국의 우방이었던 아시아 국가들조차 미국에서 중국 쪽으로 기울게 만드는 식으로 세계 힘의 균형을 바꿔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던 경제가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아시아투자인프라은행(AIIB) 중국판 세계은행 중국은 지난 2013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했다. AIIB는 개발이 필요한 나라와 지역에 융자를 해줘, 항만 건설, 도로 건설, 탄광 개발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103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한 이유 역시 미국에 맞서기 위해서다. AIIB는 중국판 세계은행(WB)이라고 불린다. WB는 미국 주도로 만들어졌고, 국제통화기금(IMF)와 세계무역기구(WTO)와 함께 세계 3대 경제 트로이카로 불린다.  세계은행은 역시 AIIB와 마찬가지로 개발도상국 등에 필요한 항만, 도로, 건설, 탄광 개발 프로젝트에 저금리로 융자를 지원해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분명 좋은 의도이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해당 국가는 미국의 경제권에 속하거나 영향권에 들어서게 된다. 항만, 도로 등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속성도 길다. 또한, WB는 미국에게 유리하게 운영된다. 한 예로 “WB는 운영과정에서 무언가를 바꿀 때 유일하게 미국에만 거부권을 부여한다.”*  이는 미국에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의미고, 여기에 반하는 건 미국과 대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불만을 품고 세계은행에서 더 많은 투표권 달라고 주장한 것이 ‘중국'이다. 물론 이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고, 이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설립한 은행이 바로 AIIB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투표권을 넓히는 게 아니라, 중국이 만들어 놓은 판에 다른 나라들을 참여시키고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2015년에 문을 열기도 전에 57개국이 가입했다. 중국의 개발 분야 영향력은 이미 큰 상태였다. AIIB가 설립되기 전부터 이미 중국개발은행이 세계은행을 앞질러 가장 많은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 은행이 된 상태였다. AIIB에 초기 자본으로 300억 달러를 투입한 것을 포함해서 2016년에 중국의 세계 개발 금용 총자산은 서방의 여섯 개 주요 개발 은행의 개발 자금용 총자산을 합한 금액보다 1,300억 달러 더 많았다. 베이징의 생각은 무엇인가? 중국과 교류하지 않는 나라가 없을 정도이고, 중국을 제 1무역 파트너로 꼽는 나라들도 많다.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지고, 경제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건 그만큼 미국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 아시아 전문가로 활동하고, 30년 간 미국정부에서 일하며 전문성을 키웠던 ‘스티븐 보즈'는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청으로 북한 특사로 파견되어 아시아 국가를 순방한 바 있다. 순방에서 돌아온 그가 한 말이 중국의 영향력을 한 눈에 보여준다. 그는 아시아 순방을 “놀라울 정도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경험"이었다며 “(아마 1998년 이전) 예전에는 어떤 위기나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아시아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이 ‘워싱턴의 생각은 무엇인가?’였는데, 지금은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 묻는다고 한다. ‘베이징의 생각은 무엇인가?’”* 일대일로와 AIIB 프로젝트는 미국에 대한 중국의 대항이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를 중국식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상황이 정말 위험한 건 아닐까? 16번 중 12번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우선, 지금 궤도에서 수십 년 안에 미국과 중국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그냥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인식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 그레이엄 교수는 책을 통해 중국이 서양 침범 이전에 아시아에서 미친 영향력을 회복하고, 주변국들로 부터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국제기구에서 다른 강국들에게 중국에 대한 존경을 표하게 하는 것, 신장, 티켓, 대만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을 사실화하듯,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했고, 그 의지를 더욱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과도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신을 현실보다 높게 평가하게 만든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아이러니한 건, 이렇게 스스로를 부풀리는 사람을 누군가가 봤을 때 실제로 부풀어 오른 모습이 진짜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게 된다면, 그리고 만약 그 사람도 그에 걸맞는 힘을 가췄다면 언제 방아쇠가 당겨지질지 모른다. 그레이엄 엘리슨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지난 500년 간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사례 16개를 조사했다. 그 결과 16개 사례를 발견했고, 12개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미・중의 패권 전쟁이 17번째 투키디데스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전쟁, 안 할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는? 그레이엄 교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뻐져나올 수 있는 12개 열쇠를 제시한다.* 그중 핵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간단히 요약하면 두 나라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하면 서로가 공멸로 이어지고, 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함께 조목할 만한 점은 그레이엄 교수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미・중 두 나라 간의 패권 전쟁이 한창일 수록, 미국 입장에선 동맹국과의 관계가 더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동맹국이 미국의 우방이 되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할까? 국제사회에 정답은 없다. 국제사회 흐름을 잘 읽고, 살얼음으로 된 외줄타기를 잘 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론 어느 한 쪽을 너무 자극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느 한 나라가 항상 우리편이라는 생각 역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도하게 중국을 겨냥한 발언을 하는 것도, 과도하게 미국을 영원한 우방이라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순간 우리나라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정부가 어떤 외교를 펼치는지 잘 살피고, 지켜봐야겠다. *<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엘리슨/ 세종서적/ 2018) p.20, 55, 58, 287~361
한반도 평화
·
3
·
OpenAI CEO 샘 알트만의 해고와 복귀, 효과적 이타주의(EA) vs 효과적 발전주의(E/ACC)
11월 17일부터 11월 21일까지, 단 5일만에 세계 최고의 AI기업인 OpenAI의 CEO인 샘 알트만이 이사회에 의해 해고되었다가 복직하였다. 11월 6일 Devday라는 큰 행사를 치룬 지 2주도 되지 않아 갑자기 해고되며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OpenAI로 돌아가며 큰 반전을 선사하였다. 얼핏 보면 회사 내부의 권력 다툼으로 보일 수 있는 이번 사건은, AI 개발 철학 - 안전 중시(EA) vs 인류를 위한 발전(E/ACC)과 AI 거버넌스에 관해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교훈을 살펴보기에 앞서 OpenAI의 목표와 구조를 살펴본 후, 이번 사태를 타임라인대로 간단히 훝어보고자 한다. OpenAI - 비영리적 AI를 위해 영리를 추구해야 하는 모순 우선, OpenAI는 기본적으로 '비영리단체'다. OpenAI 홈페이지의 지배 구조를 통해서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는데, Board of directiors로 시작되는 회사의 지배 구조는 Nonprofit - 비영리조직에 우선적인 권한이 있다. 그럼에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의 형태를 일부 띄게 된 것은 목표를 실현함에 있어서 재정적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OpenAI가 비영리적으로 추구하는 최종 목적은 일반인공지능 - AGI를 개발하여 그 이점이 전 세계에 고르게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대부분의 비영리단체보다 더더욱 첨단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OpenAI는 비영리적인 방법만으로는 회사의 목표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수익 제한형(capped profit) 영리 부문 조직을 설립하게 된 것이다(MIT Technology Review KR 기사 참조). 이후 OpenAI는 회사의 목적인 안전한 일반인공지능(AGI)개발을 위한 효과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 - 이하 EA)와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많은 사람에게 골고루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는 효과적 발전주의(Effective Accelerationism - 이하 E/ACC)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두 이념의 대립에 대해선 노마드 코더 유튜브 참조 - OpenAI의 갈등은 필자 해석 덧붙임). 샘 알트만의 해고와 복귀 - 타임라인 위 배경을 토대로, 샘 알트만의 해고와 복귀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타임라인을 통해 알아보자. 위에 표시한 E/ACC와 E/A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임의로 표기하였으므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아래 4명의 이사회가 위에 2명 -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내보낸 것은 확실하다.). 11월 17일 - 갑작스런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 축출 이사회가 11월 17일 낮 12시 28분 “샘 알트만이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하다고 판단, 이사회 수행 능력을 저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사회는 더 이상 그가 오픈AI를 계속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렉 브록만은 이 사실을 퇴출 발표 5분전에 구글 미트로 듣게 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이사회를 통한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 퇴출이 갑작스럽게, 그리고 비밀리에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참고 : 더밀크).  11월 20일 - OpenAI가 에밋 시어를 임시 CEO로 임명,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먼 MS(마이크로소프트) 입사 OpenAI는 샘 알트만을 퇴출한 후 전 트위치 공동창업자인 에밋 시어를 임시 CEO로 임명했다. 그는 기존에 AI 성장에 따른 문제를 우려해서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유튜브에서 발언했던 인물로, 남은 OpenAI의 이사회가 AI의 안전한 개발을 중시(EA)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인선이었다. OpenAI에서 퇴출당한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먼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 들어가게 되었다. 만약 그들이 MS에 들어가게 된다면, OpenAI의 변화로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던 MS는 오히려 AI부분의 핵심 인물을 포섭하고 동시에 기존 OpenAI의 연구진들을 영리적으로 포섭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며 큰 이익을 챙겼다. 이 와중에 샘 알트만은 OpenAI와의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며 회사와 투자자들, 협력기관들을 안심시키는데 힘썼고, MS도 20일 당일 이사회 사임, 거버넌스 개선 등을 조건으로 샘 알트만 등의 인물이 OpenAI에 복귀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OpenAI 내부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았다. 수많은 투자자들의 반대와 더불어, 내부 직원중 92%, 770명 중 710명이 샘 알트먼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회사를 떠난다는 의견을 밝히고, 505명이 이사회 사임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당시 샘 알트만을 내보낸 이사회 멤버였던 일리야 슐츠케버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한다는 트윗(X)를 남기며 회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11월 21일 - 샘 알트만, 그렉 브록먼 복귀 블룸버그에서 OpenAI가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먼의 복귀 협상에 들어갔다고 알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먼의 OpenAI 복귀가 확정되었다. 돌아가면서 샘 알트만은 MS CEO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의 지원 덕분에 OpenAI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마이크로소프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1월 20일,21일 타임라인 출처 : 더밀크 / 요즘IT 이재훈님 / AI타임즈) AI 발전을 둘러싼 두 이념의 대립 -  효과적 이타주의(EA) vs 효과적 발전주의(E/ACC) 이번 사태의 내막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보아도, 결국 두 이념 - EA vs E/ACC가 현재 AI를 둘러싼 거대한 두 담론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EA역시 발전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OpenAI를 공중분해시킬 수도 있었다는 점을 미루어보았을 때 안전을 위해 꽤나 급진적인 이념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이념의 대립은 앞으로 우리가 AI문제를 바라볼 때 항상 존재할 것이다. 필자의 입장은 E/ACC에 가깝기 때문에 지난번[AI,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를 듣고, [AI, 민주주의의 '기회']를 얘기해보기 에서도 상대적으로 AI 발전의 이로운 점을 역설한 바 있다. AI의 발전 속도를 늦추자는 E/A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지 않겠다는 근거 역시 필자가 E/ACC의 입장으로 더 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이 캠페인즈를 운영하는 빠띠를 포함해 수많은 비영리단체는 대부분 금전적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만약 OpenAI가 시장의 선두로 남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는 공익적 목적의 AGI를 개발할 동력인 자금을 확보하기 매우 어렵다. 뿐만 아니라, OpenAI가 멈춘다고 해서 MS, Google, Amazon, Apple, 거기에 중국 기업은 물론이고 유럽, 한국 기업도 AI개발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발 속도를 늦추는게 어렵다면, 어떻게 옳은 방향으로 AI를 개발하게 할 것인지, 어떤 규제를 도입해야 할 것인지, 시민사회에 AI에 대해 어떻게 교육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태를 바라보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어떤 입장과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언제나,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AI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문제 - AI 거버넌스 또한 이번 사태는 결국 AI문제는 인간의 문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지난번에 작성한 '과학기술은 정치적인가?' 에서 '과학기술이란 자연 그대로나 그 법칙인 과학을 인간의 이익에 따라 배우고 학습하고 사용하는 것이며, 이러한 이익들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현실의 권력이 작용하는 정치적 속성을 가집니다' 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한 바 있다. 이 문장을 그대로 관통하는 사태가 이번 샘 알트만 해고/복귀 사태다.  E/A와 E/ACC가 각자 추구하는 사회적 이익은 다르다. 그리고 이건 결코 어느 쪽이 나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안전한 발전이 가져다주는 이익과 발전을 통한 이익의 분배라는 두 가지 이념은 충돌하였고, 이 과정에서 OpenAI는 내부 권력인 이사회 의결을 통해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을 내보냈다. 하지만 또 다른 권력들 - 거대한 파트너인 MS, OpenAI의 직원, OpenAI의 투자자들의 권력이 이사회의 권력을 넘어섰다. 사실 OpenAI 내부 직원의 90%가 샘 알트만과 그렉 브록만의 복귀를 원했고, 많은 직원들이 그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회사를 나가겠다고 한 시점에서, 한 회사의 이사회의 근본(정당성)이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이, 직원 없는 회사는 없으니 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고를 확장해보면 앞으로 있을 AI문제는 단순 AI 기업 내부의 문제를 넘어, AI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 - 정부, 다른 회사, AI의 영향을 받는 국민 모두 - 가 영향받고 참여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이 관심을 주지 않는다면, 정부의 관심도 줄어들 것이고, 결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AI문제를 AI 기업들만이 다루는 독과점적 거버넌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샘 알트만의 해고가 OpenAI 직원들의 힘에 의해 취소되었듯이, 앞으로 발생할 사회의 AI문제들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AI 거버넌스 구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인공지능
·
4
·
아동학대 예방의 날. 나의 관심과 우리의 책임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지만, 오늘도 증가하는 아동학대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은 ‘아동학대의 예방과 방지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출처)’으로 아동학대 예방의 날부터 1주일 동안을 아동학대예방 주간으로 설정하고, 이슈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자고 이야기하면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도 곳곳에서는 아동학대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이후에는 아동학대가 50% 이상 늘어났다는 결과(출처)도 있을만큼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온다. 네이버에 ‘아동학대’라고 검색해보니, 2011년에는 약 6천 건으로 나오는 결과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2021년도에는 무려 37,605건의 아동학대사례가 있었다. 신체적 학대만이 아닌, 정서적 학대 또한 아동학대 그렇다면 아동학대란 무엇일까? 네이버 지식백과에 아동 학대를 검색하면 ‘아동 학대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이를 쪼개 보면 이렇게 나누어진다.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아동을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우리는 흔히 1번의 경우만 생각한다. 심지어는 1번 중에서도 아동을 직접적으로 때리는 ‘신체적 학대’만 아동 학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번에서도 성적,심리적 학대가 있고, 2번처럼 ‘방치’하는 경우에도 아동 학대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 통계에서는 신체학대보다도 ‘정서학대'의 비율이 앞도적으로 높다. 거의 2배 가까이 높고, 정서 학대가 전체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서’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슬프게도 대부분은 앞에서 이야기한 신체적 학대만 아동 학대로 생각하거나, 심지어는 아동학대라는 개념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다 한 공익광고를 발견했다. "다른 그림 찾아보세요"…정답은 `아동학대 금지`(2023-11-20, 디지털 타임즈). 지하철에 ‘다른 그림 찾기’가 있고, 정답을 QR 코드로 제보하는데, 정답이 아동 학대와 관계가 있는 정답이다. 서울특별시 아동복지센터에서도 문제를 풀고 정답을 제보할 수 있으며 문제의 답이 궁금하면 힌트를 확인할 수도 있다. 주의! 혹시 다른 그림 찾기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힌트를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신체에 멍이 든 아이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아이 한 눈에 보기에도 말라버린 아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아이 실제 좌/우 그림을 비교해 보면 공을 차고 놀고 있던 아이가 없어지거나, 갑자기 멍이 생겼거나, 말라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한번 좌우를 살펴봐서 비교해보면 더더욱 와닿을 것이다). 나의 관심과 우리들의 책임 겉으로 보았을 때는 다른 지점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사실 나도 바로 힌트를 찾아본), 막상 힌트를 보고 나니 정답이 너무 눈에 잘 들어왔다(특히 축구공). 아동학대 이슈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사회 이슈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을 한번 더 바라보고 한번 더 생각한다는 점. 그리고 이런 관심이 모여서 결국 변화로 이어지고. 나 역시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일들을 아동학대 예방의 날 덕분에 알게 되었고, 실제 통계들을 보면서 한번 더 고민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분들도 나처럼 한번이라도 검색해보고,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 아동학대 예방 주간이 곧 끝나가는데,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한번 더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나뿐만 아니라 내 곁의 모든 사람들도.
아동학대 근절
·
1
·
잔인하고 자극적인 것은 틀렸다?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한 재현이 가진 정치적 한계에 대해서는 수잔 손택의 논의가 유명하다. 그러나 나는 그 논의가 짚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보곤 했다. 그 시작은 서경식이 헨미 요의 소설을 두고 ’육박주의‘라고 규정한 대목을 읽으면서였다.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말하기란, 잔인한 현실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묘사해내며 눈앞에 들이미는 것외에 다른 방도가 있는가? 당신이 외면하는 현실은 이러하다고, 가감없이 노골적인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재현의 한 방식일 수는 없는가? 일전에 발표한 원고에 이런 문제의식이 포함되어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했던 얘기이지만 자세히 상술해서 공적 자리에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업로드된 수많은 영상과 사진들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비난을 가했다. 자극적인 장면을 아무런 검열없이 버젓이 올리고, 또 그걸 그대로 받아 내보내는 언론의 보도들, 수익을 올리려고 그 영상들을 활용하는 유튜버들… 하지만 그걸 비판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을까?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진과 영상을 내려야 한다고들 말했다. 그러나 참사는 혐오와 부정에 둘러싸여 포위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오히려, 당신들이 ‘놀다가 죽었다’며 남 일처럼 여기는 장면이 바로 이것이라고, 이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냐고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나아가, 사진과 영상을 비난할수록 참사 현장을 지켜본 이들에게서 목소리를 박탈하는 것 아니었을까. 나는 당시 거의 모든 영상을 다 찾아봤다. 그런 내게도 참사의 장면들은 비현실적이고 불가해한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고 묻기 이전에, 이게 대채 무슨 일이지? 싶은 장면들. 사람들이 뒤엉켜 있고, 사람들을 운반해 아스팔트 이곳저곳에서 CPR을 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클럽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들, 참사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너무나 비현실적인 장면들이었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들 역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신이 겪는 상황을 설명할 언어가 없을 때, 그들에게 주어진 언어라곤 그저 카메라를 들어 참사의 순간을 담아 SNS에 업로드하는 것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실 그 영상과 사진들은 말을 잃은 사람들의 절박한 언어 아니었을까. 팔레스타인에 대한 정보를 찾아 헤매다 보니 지금 내 인스타 계정에는 들여다 보는 게 무서울 정도로 온갖 쇼츠와 사진들이 가득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SNS는 심리전이 벌어지는 뜨거운 전장이 되었던 바있다. 현대의 심리전의 주체는 국가와 군대이며, 이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심리전 전술이 수행된다. 지금 심리전 역량에서조차도 이스라엘이 압도적이다. 애초에 팔레스타인은 ‘국가’조차 아닌 상태이고, 정규군과 게릴라군 사이에서 심리전 역량의 격차는 명백하다. 이스라엘은 외신 기자들을 전장에 동행시키며 옆에서 늘상 인터뷰를 하고, 자신들의 관점을 마치 ‘현장의 이야기’인 것처럼 주조해내고 있다. 한국 언론은 이스라엘 대변인의 브리핑을 장면을 담은 영상을 수도 없이 내보내지만, 하마스든 파타든 팔레스타인 측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이 온 몸으로 겪고 있는 끔찍한 상황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는 것 이외에 과연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근대의 국민국가 체제와 국제법 체계 하에서, 전쟁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치르는 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근대 전쟁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로 시민들의 열정과 지지를 지목한 바있다. 근대 전쟁의 성격은 총력전이고, 총력전은 전 국민적 역량과 자원을 동원하는 것이니만큼 시민들의 여론과 정서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핵심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류 최대의 총력전이었던 세계 2차대전에서 본격적인 심리전이 등장해, 적의 사기를 빼앗는 동시에 아군과 시민들의 지지를 구하고자 했다. 이스라엘은 정확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은? 국가기구도 아니고, ‘살려달라’고 외치는 민간인들의 목소리를 심리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재현의 권력’을 박탈당한 존재들의 비명소리일 뿐이다. 극단적인 대항폭력은 보통 재현 권력의 비대칭성에서 온다. 일상적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질러온 테러와 학살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아무리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는 현실. 역설적으로 하마스의 ‘충격적인 공격’만이 사람들에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였다. (왜 전태일을 비롯해 열사들이 분신을 하고, 대학생들이 미문화원에 방화를 했겠나?) 그렇다면 과연 근본적으로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사람들 수백명이 죽어야 그제서야 관심을 기울이는, 바로 나와 당신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간 가해자들 아닌가. 사람들이 죽고 있다. 이것만큼 명백한 문제가 없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연 지금 당신에게는 들리고 있는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목소리가 미약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당신이 그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가. 사진과 영상이 아무리 잔인하고 자극적인들 지금 그건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준들 과연 바뀔 수 있을까.
국제관계
·
5
·
[모두의 스포츠]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 호호체육관에도 ‘자립’이 필요해   대학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실현하는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다음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2년 12월 서강대학교에서 파일럿 프로그램 ‘움직이는 여사들’로 시작해 2023년 상반기 배구와 요가 클래스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사단법인 시민의 프로젝트 마일스톤 지원 사업을 통해 진행됐지만 2023년 하반기부터는 별도로 할당된 예산이 없었다. 아직 재정적 기반과 사회적 기반이 다져지기 전이었기에 이대로라면 프로젝트를 잠시 쉬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투쟁을 통해 소중한 승리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성취감과 연대의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호호체육관이다. 호호체육관 활동을 통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조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사회적 연대를 통해 노동운동을 확장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후원자들의 ‘토스’가 절실했다. 시민사회와 함께 힘차게 “소셜 펀치!” 지난 9월 문화연대는 사회운동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소셜펀치’를 통해 호호체육관의 자립을 준비하는 모금을 시작했다. 강사비, 퍼실리테이터 인건비 등 최소한의 운영 자금을 마련해 호호체육관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후원자들에게 호호체육관을 소개하기 위해 윤성희 기자가 상반기에 촬영한 활동 사진도 소셜펀치에서 함께 선보였다. 체육관에서 즐겁게 몸을 날리는 청소노동자들의 생생한 표정이 어떤 말보다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목표 금액을 넘으면 어떡하나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펀딩 종료일이 다가왔을 때 목표액 2,300,000원을 근소하게 넘어 2,330,000원을 모금할 수 있었다. 펀딩에는 문화연대의 친구들을 비롯해 평소 노동권과 스포츠권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반가운 이름 중 하나는 ‘서강대 맑음’이다. 서강대 맑음은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온 학생회 특별자치기구이다. 노래로 영어 배우기와 같은 청소노동자 연대교실을 비롯해, 한 끼에 400원이었던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를 인상하기 위한 투쟁 등 다양한 연대활동을 조직해 왔다. 이에 화답하듯 여성노조 서강대지회 조합원 수십 명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민들레장학금’을 조성하기도 하는 등 아름다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학생활동가들이 졸업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2020년대 초 맑음은 해소되었지만 그 졸업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다시 호호체육관에 후원을 보내 온 것이다.   2023년 가을, 더 유쾌하고 다정하게!   이번 학기 호호체육관은 청소노동자들과의 유대감 형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지난 학기에 서강대학교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와 공동주최로 배구 클래스를 진행하긴 했지만 시간이 충분치 못했고 기획도 부족했다. 이번 학기 프로젝트는 퍼실리테이터와 함께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연대의식을 키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이류한승 조직부장의 제안으로, 학업을 위해 단기노동을 해야 하는 학생활동가를 위한 호호체육관의 인건비도 마련했다.   이번 학기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하는 서강대학교 학생 활동가는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의 김한울이다. 첫 만남에도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묘한 유쾌함을 지닌 사람이다. 졸업생임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이 사업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모임의 공용메일로 회의록을 보내는 등, 꼼꼼함도 갖추고 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교지 활동도 하고 있는데, 바로 옆방이 여성노조 서강대지회 사무실이라 친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학기 호호체육관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을 다시 초대할 뿐 아니라 노동조합을 통해 새로운 참가자를 모집하는 등 홍보와 조직에도 열정적이다. 앞으로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함께 연대하고 소통하는 데 커다란 힘이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2024년도, 공공상생연대공모전으로 확장하다   소셜펀치 모금을 통해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과 만날 수 있으려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은 필수불가결하다. 돌아보면 청소노동자의 노동권 투쟁은 울타리를 넘어 다른 대학과 연대했기에, 그리고 이들의 노동권이 공론장에 올랐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 역시 마찬가지의 전략이 필요하다. 호호체육관도 하나의 대학을 넘어 여러 대학에서 진행하고, 노동자들이 함께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찬가지로 효과적인 이슈화 즉 공론화도 이어져야 한다.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스포츠권 관련 연구가 선행되고,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알리는 캠페인 콘텐츠도 제작되어야 한다.     이러한 취지에서 주목한 지원 사업이 ‘공공상생연대 공모전’이다. 공공상생연대 공모전은 한국 사회 내 다양한 노동약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한국 사회에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지난 5년간 시행해온 사업이다.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호호체육관 프로젝트가 제6회 공공상생연대 공모전 비영리부문(노동약자 처우개선)에 최종 당선되었다. 그리하여 내년에도 호호체육관을 꾸려갈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서울 서부권역 4개 대학(서강대, 연대, 홍대, 이대)으로 사업을 확장해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호호체육관은 대학지부 간 연대를 다질 수 있는 공동행사를 개최하고,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스포츠 활동 환경에 대해 조사 및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나아가 취약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옹호하는 컨텐츠를 제작해 스포츠권의 필요성도 함께 공론화할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내년에도 호호체육관은 여러 학생, 활동가,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청소노동자와 스포츠권에 대해 이해를 넓혀 나아갈 것이다. 청소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현장인 체육관에서 ‘호호’ 웃으며 일하고 운동하는 미래를 앞당기며. [지속가능한 호호체육관 어떻게 만들까?]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2호 _두근두근 운동회에 실린 글.  글쓴이 _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 | 앞산의 불을 끄는 일만큼, 너른 삶의 터를 다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 활동가. 잠든 감각을 깨우고, 마음과 마음을 잇기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씨앗을 심고 있다.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을 비롯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다양한 문화/예술 실천을 도모하는 한편 청소노동자의 스포츠권을 위해 운동으로 노동운동하고 있다.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성평등스포츠 
스포츠
·
3
·
[함께 평화] '연결'은 평화의 단서가 될 수 있을까
가자지구의 저널리스트가 공습 현장을 영상으로 기록한 모습 2023.10.11. BBC  미국 보수단체가 트럭 전광판에 팔레스타인 지지성명에 참여한 하버드대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띄우고 캠퍼스를 배회하는 모습 <2023.10.15 연합뉴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민간인 제노사이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명목으로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전쟁 사태를 지켜보며 나는 참담함과 무기력을 느낀다. 두 전쟁으로 수 만명의 민간인이 죽어가고  특히 여성과 아이들의 죽음이 조명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머나먼 땅, 현장을 직접 볼 순 없지만 온갖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생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며 지옥을 ‘목격하는’ 사람으로서 나를 둘러싼 새로운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연결이자 단절이다.  폭력을 멈추라는 목소리와 그것을 막는 권력 거대한 생명 파괴와 학살의 현장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개인들은 분열된다. 가자지구의 시민들이 틱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가자지구 폭격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곳곳이 부서지고 불이 꺼진 건물 속, 바깥은 폭격으로 먼지가 자욱하고 건물 파편이 날아다닌다.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에 깔려있고 전기도, 수도도 없는 지상 최대 규모의 감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의 대학생들도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하버드 학생연합단체에서 반이스라엘 공동성명을 발표하자, 미국의 보수단체에서 독싱트럭 전광판에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 위원회’ 구성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싣고 캠퍼스를 배회했다. 보수단체는 ‘X(옛 트위터)’에 온라인에 매시간 새로운 이름을 등록하고 있다며 연대 위원회를 탈퇴한 학생 이름은 삭제하겠다고 올렸다. 미국 자본 권력의 핵심 중 하나인 빌 애크먼은 이스라엘을 비판한 대학생들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자본을 움켜진 거대 권력의 횡포와 보수단체의 폭력적 위협에 공포를 느낀 학생들은 성명을 철회했다고 한다.  폭력에 대한 저항이 자본과 위력에 좌절당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이 모습으로부터 나는 연결과 단절의 감각을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 나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간인과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약자들에게 더 강하게 연결된다. 동시에 어떤 목소리도 듣지 않고 움켜진 무기를 힘껏 사용하는 권력을 바라보며 더욱 무력해진다. 연결, 그다음이 필요하다. 어떻게 우리는 나아갈 수 있을까. 단절을 딛고 더 큰 목소리로 전쟁을 지켜보며 참담함, 무기력을 느끼는 이들과 전쟁을 정무적 관점으로 보는 이들의 단절이 비극을 심화시키고 있다. 고통은 고통끼리, 권력은 권력끼리 서로를 연결하고 강화한다. 약자는 서로의 고통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이 판을 쥐고 있는 권력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나같이 고통과 연결된 힘없는 개인은 무력함에 힘이 부쳐 결국 무감각 해 질것이다.  고통으로부터의 무감각과 흐린 눈이 결국 권력이 생존하는 방식임을 안다. 그래서 더욱 연결됨, 그다음의 감각이 절실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서로의 인질을 일부 석방하고 4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하마스 붕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그의 의지가 앞으로 더 암담한 폭력의 세기가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국제사회의 지성은 시험에 들었다. ‘우리’의 연결은 무거운 과제를 지니게 되었다. 폭력을 목격하고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노력이 부디 나아감의 과정이길 바란다. 
국제관계
·
4
·
[모두의 스포츠]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_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   우리 같이 운동할까요?   “많이 늘었네? 이 사람이 딴 날 오는 사람보다 잘 가르치더라구~” “안녕하세요, 이모님. 역시 여기서 오래, 많이 보셔서 그런가? 보는 눈이 있으시네. 저 보다 나으시네요. 운동 좀 해 보셨어요? 같이 테니스 해 보시는 거 어때요?” “아휴~ 일이 너무 힘들어서 운동 같은 건 못해. 하고 싶지 않아. 종종 이용하는 근린체육시설의 청소 및 관리를 해 주시는 분과 나눈 대화이다. 운동하러 갈 때 마다 그가 테니스 코트와 축구장 주변을 돌며 쓰레기 등을 치우고 나서 한 동안 벤치나 스탠드에 앉아 운동하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목격했을 때다. 꽤 즐겁게 구경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작 직접 하는 것은 저리 꺼려하시니 스포츠가 얼마나 즐거운지, 힘을 쓰게 하면서도 힘나게 한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다. 스포츠 시설의 청소노동은 스포츠 시설과 시설 이용자들을 위한 돌봄이며 필수 노동임에도 그 노동의 당사자는 스포츠에서 소외되어 있는 현실이 부당하고 불편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를 접하고 보니 ‘일상 속에서 즐기는 스포츠’, ‘유·청소년, 장애인, 여성, 노인 등 소외계층 대상 맞춤형 지원’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생활체육 정책은 그 그물의 코가 너무 듬성하고 커서 빠지는 것이 많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모두가 일상에서 일생동안 즐기는 스포츠’라는 의의를 가진 ‘Sports for All,’, 즉 생활체육의 의미가 무색하다. 이런 문제의식을 문화연대 내에서 공유하고 논의 한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호호체육관이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노동자의 기본권, 보편권으로서 스포츠권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스포츠 활동은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인간은 차별 없이 올림픽 정신 안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헌장에 명시하고 있다. UN, EU 등의 국제기구들도 스포츠와 신체활동이 가지는 다양한 교육적, 사회적, 공동체적 가치와 보편적 인권 실현을 위한 잠재력에 주목하며 ‘모두를 위한 스포츠 Sports for All’라는 정책 슬로건을 실천하는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몸을 움직임으로써 행하는 신체활동의 자유를 차별 없이 누려고 스포츠와 신체활동을 통해 얻는 가치와 효과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스포츠는 인간의 기본 권리와 다양한 욕구를 실현하는 문화 매개이며 신체의 자유, 평등권과 교육권, 건강권, 행복추구권, 공동체 참여권 등의 차원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런 스포츠가 기본권으로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행사되려면 제도적이고 문화적인 토대가 필요하고 현실적 정책 프로그램의 수립과 실행이 요구된다.   “허리가 밥줄이다보니 허리가 아플 때마다 겁이 난다. 허리가 안 좋을 때는 성질이 완전히 더러워진다.”“정년퇴직할 때까지 청소할 힘이 남아 있을까? 허리, 다리, 머리 등 나는 내 자신을 위해 청소할 힘이 없다.”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음: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마이아 에켈뢰브, 2022, 교유당 좋은 삶이란 일과 삶의 선순환 체제에서 능동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자기 돌봄을 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협동적 자아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지하는 노동 즉, 사회적 필요에 의해 명령된 노동만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일치하는 자발적 활동인 자율노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김현미, 반비, 2021). 자율노동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유연성에서 오는 의미 있는 관계, 자발성과 자기 능동성의 회복, 기쁨과 활력을 만들어가는 모든 행위들을 의미한다. 스포츠는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의 기본권일 뿐 아니라 자율노동으로서 자기 돌봄과 의미 있는 관계와 연대를 만드는 활동이다. 실제로 1기 호호체육관 청소노동자들은 요가 수업을 통해 몸의 현실을 자각하고 몸을 잘 사용하는 법과 자기 기술의 익혔다. 달라지는 몸을 인식하고 운동의 즐거움과 이 즐거움을 동료들과 공유하고자 하였다. 호호 체육관은 생활체육, 여성 스포츠, 노동자의 문화 운동과 여가에서도 소외되었던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자신을 위해 청소(노동)할 힘을 얻는 노동자를 위한 문화충전소이다.     노동자 문화운동으로서 스포츠; 운동으로 운동하기   호호 체육관 실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 요건 중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운동할 장소의 섭외, 그리고 노동자들의 운동 가능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운동할 장소는 문화연대 집행위원이 서강대학교 체육관 관장 보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담당자와 조율이 가능했다. 아울러 청소 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회사의 팀장과도 소통하여 제안과 협의를 할 수 있었다. 청소 노동자들의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호호 체육관의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0년대 말부터 노동계에서는 모든 노동자가 일상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노동자문화를 생산하는 노동자문화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일상, 퇴근 후의 삶, 재생산 영역에 대한 고민과 함께 노동자를 둘러싼 문화 환경의 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의식과 정서를 바꾸고, 노동자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노동자 삶 속에서의 문화, 노동자의 일상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자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지금까지도 노동자들의 문화 활동 제약과 관련하여 시간보장의 필요를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노동자문화운동 연구; 전노협과 민주노총의 문화 사업을 중심으로>, 박선봉, 성공회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22). 노동자가 스포츠 할 권리의 실현은 스포츠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스포츠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보장, 시설과 교육의 제공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가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는 것, 노동자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스포츠를 향유하는 스포츠권의 실현은 적절한 노동시간 조정과 노동 환경 개선 등 사회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체육계를 넘어 노동, 복지, 사회 문화 전반의 이슈이다. 모두가, 노동자가 일상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비판적 개입과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가 스포츠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호호 체육관을 통해 우리는 그 현실을 더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었고 그 조건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호호 체육관을 통해 스포츠를 하는 삶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조건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의제를 제시할 수 있다. 누구나 스포츠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가 일상에서 스포츠를 향유하기 위해, 운동(스포츠)으로 운동(노동자 문화운동)해야 한다.     호호 체육관, 연대를 만드는 스포츠   자본의 관점에서 스포츠는 노동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들의 갈등을 가리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기능한다. 자본에 의해서 다듬어진 문화 상품으로 스포츠를 소비할 때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민중이 주체적으로 이용, 참가하는 스포츠가 저항과 투쟁, 그리고 변화의 기제로 작동한 사례의 역사도 존재한다. 스포츠가 가진 보편성 때문이다. 스포츠에 참여한 누구나 경험하는 즐거움과 성취감, 이를 공유한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형성된 연대 때문이다. 이것이 자율노동으로서 스포츠의 기능이다. 호호 체육관은 스포츠를 통해 대학과 학생, 시민단체, 청소 노동자가 맺은 우호적 관계의 매개물이자 결과물이다. 스포츠가 사회운동 단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고 우호적 사회여론을 조직하는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두를 위한 스포츠 실현이 사회문화운동으로서 모든 사람과 노동자를 위한 일상의 투쟁 목표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스포츠 하는 삶’이 가져온 변화 _ 호호체육관 그 의미와 가능성]은 스포츠계에 만연한 영웅 서사와 승리 지상주의를 걷어내고 스포츠에서 소외되거나 들리지 않던 다양한 스포츠 서사를 발굴하는 웹진<움직> 1호 _워밍업에 실린 첫 번재 글.  글쓴이 _ 문화연대 집행위원, 대안체육회 _ 함은주 | 전(前) 하키 선수이자 스포츠혁신위원회 정상화 분과에서 활동했으며, 하키를 그만두고 스포츠 사회학을 공부하여 스포츠 정책을 연구하고 있는 문화연대 집행위원 [모두의 스포츠] 웹사이트 : https://culturalaction.org/sportsforall [모두의 스포츠]웹사이트에서 웹진<움직>, 호호체육관, 모두의 운동회 전반의 소식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모두의스포츠 #스포츠권 #청소노동자 #여성노동자 #체육관노동자 #스포츠 #모두의스포츠 #노동자의스포츠권 #호호체육관 #모두의운동회 #차별없는스포츠 #메달보다인권 #대안체육회 #대안스포츠 #스포츠시민운동 #성평등스포츠 
스포츠
·
3
·
알고리즘은 우리의 정동을 어떻게 빨아먹는가
알고리즘은 우리의 정동을 어떻게 빨아먹는가 소셜미디어, 유튜브, 검색엔진, 번역, 포털과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상업 플랫폼의 알고리즘들은 하나의 신경망을 조직했다. 오늘날 알고리즘은 인간 정동의 복잡한 굴곡들을 평평하게 다지고 있다. 이 촘촘한 알고리즘 그물망은 우리는 생각과 감정, 의사표현의 과정들을 포획한다. 평소에 좋아요를 누르던 사람이 새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면 계속 신경이 쓰인다. 검색엔진이나 유튜브에서 키워드를 입력할 때마다 이것과 관련된 광고와 추천이 한동안 화면을 뒤덮을 걸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진다. 나와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사람들만 모인 커뮤니티에서 노는 것이 편하고, 지인의 글에서 상반된 입장이 느껴지면 언팔할 것인가 갈등한다. 내가 듣던 음악, 보던 콘텐츠와 비슷한 결로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의 마법에 감탄하면서도, 때때로 영화 <트루먼 쇼>처럼 보이지 않는 결계가 주변에 쳐 있는 건 아닌가 폐소공포증을 느낀다. 유튜버들은 공식미디어에서 하지 않는 말들을 속시원히 해 준다. 욕설, 선 넘는 농담, 혐오, 자극적인 문구와 언설들. 결국 모든 것들이 구독과 좋아요 때문에 연출되는 한 편의 촌극처럼 여겨지지만 그러면서도 열심히 구독을 누른다.  영화 트루먼쇼의 한 장면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평평한 신경망은 부정성이 완벽하게 사라진 세계다. 뭔가를 비판적으로 사고하거나, 피곤하게 공동선을 추구할 필요도 사회적 계약을 지킬 필요도 없다. 나와 비슷한 사람끼리만 연결되고, 내가 즐겼던 콘텐츠가 반복 재생되며, 최신 트렌드와 이슈가 가장 유행하는 밈으로 수사된다. 이렇게 평평하고 마찰 없는 단면에서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더 이상 이 세상이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사라져가고, 고통도 해학도 심연에 산 채로 묻어버린 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덤덤히 살아가는 것. 감응도 성찰도 없이, 알고리즘이 신경을 대체해 동물처럼 반사신경으로 살아가는 삶이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자아내는 세계상이다.   그러나 인간은 세계에 대한 의구심을 멈출 수 없는 존재다. 헤겔이 ‘비천한 의식’이라 명명했던, 세계라는 대타자와 맞서며 부조리와 모순을 바로잡고자 하는 인간 정신은 역사라는 과정의 본질이다. 그것이 중단되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좌절을, 그리고 우울함을 느낀다. 비판적인 지식인이건, 예술가이건, 아니면 모든 감각에 대해 백기투항하고 알고리즘이 조작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최근 나는 크리에이터들의 노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했다. 겉보기에 명랑하고 창의 발랄한 에너지로 넘쳐나는 크리에이터들은 방송을 마치고, 유튜브 클립을 올릴 때마다 깊은 슬픔과 허무함을 느낀다고 증언했다. 수익을 창출하는 대다수의 크리에이터들은 항우울제와 상담치료 없이 맨정신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우리가 알고리즘에 이끌려 스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영상들,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하는 제스쳐에는 어떤 필사적인 호소가 뒤섞여 있다. 미디어와 빅테크는 그렇게 광고수익과 구독으로 연결된 주목 자본이 진정한 시장적 가치이며 프런티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들이 손쉽게 자기 자신을 팔아서 벼락부자가 된 로또 맞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도 그렇게 되기를 원한다. 모든 것을 좋아요와 조회수의 교환가치로 환원하는 알고리즘은 그렇게 우리의 정동을 빨아먹고 성장한다.  알고리즘이 강요하는 상품적 욕망과 주목자본의 챗바퀴는 주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에게서 정동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연결 그 자체를 빼앗아간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이츠 앱을 만지며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는 데 식사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몇천 원의 배달비와 라이더의 위험을 품고 도착한 식사를 연 다음, 넷플릭스로 뭘 볼지 리모콘을 누르다 보면 어느 새 밥은 다 먹고 없다. 이런 역설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심지어 과제를 하거나 창작을 할 때도 이어진다. 뭔가를 써내려가는 과정보다 무엇을 써야할지 알고리즘 속에서 헤매는 과정이 더 길어지고, 내적인 갈등을 하기 전에 먼저 어떤 문제를 설정해야 하는 가 방황하는 데 시간을 더 써야 한다. 알고리즘은 그렇게, 인간과 인간 그리고 뉴런과 중추신경 사이에 존재하는 부정성을 제거한 다음 정체된 정동의 흐름을 포식한다. 그런 다음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돈벌이로 메타버스나 암호화폐같은 미사여구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그렇게 벌어들인 미래저당 수익으로 스페이스X, 화성이주 같은 허황된 사회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을 개량한다.  자유민과 시민사회는 알고리즘이 욕망하는 평평한 신세계에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이것은 알고리즘에 대한 시민적 감시와 공개를 동시에 요구하는 선언 및 사회 제도의 정착으로 이어져야 한다. 배달의 민족을 둘러싼 인공지능 배차 알고리즘의 갈등과 위협, 소셜미디어의 피드와 홍보 알고리즘의 사회영향평가, 연결과 디바이드가 일어나는 매커니즘에 대한 기술적 공유가 요청된다. 기업들이 이른바 ‘영업 비밀’ 이라고 이야기하는 알고리즘의 숨은 사회적 설계에 대해, 공통의 권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한다. EU의 경우 주요 플랫폼들의 알고리즘 공개를 골자로 하는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합의해 2024년부터 발효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와 관련해서 본격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시민사회 수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9세기 노동계급의 공동체는 공장 기계의 매커니즘이 지닌 사회적 분업 효과에 저항하기 위해 러다이즘을 전개했는데, 우리는 이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러다이트는 무지성으로 기계를 부수는 반달리즘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노동계급의 선거권을 요구하는 보편적 시민권 운동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두뇌를 조작하는 기계인 알고리즘도 마찬가지다. 이 기계들의 네트워크가 펼쳐내는 신자유주의 혹은 플랫폼 중심의 각자도생 사회구조를 알아내기 위해선, 먼저 그 설계가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 알고리즘 신경망에 연결된 우리는 정동기계가 되어가고 있고, 이 작동의 세계에 대한 설계도를 얻어내야 할 때다. “문제는 지적인 기계가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느냐가 아니라, 기계가 아무런 감정 없이 지능을 가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마빈 민스키) 마빈 민스키 신현우(기술문화연구자, 문화연대 집행위원) 정보기술 공간에서의 노동과 커뮤니케이션에 관해 연구하는 기술문화연구자이다. 플랫폼, 게이밍,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걸쳐진 IT 기술문화를 미디어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문화연대 집행위원, 계간 문화이론 전문지 문화/과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과 기술, 기술비판이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