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전장연 시위 원천 차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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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 사회적 약자에 관심 많은 서비스기획자

출처:언스플래쉬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앞으로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시위 배경이 된 중증장애인 일자리 폐지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 반발에도 ‘강대강’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시위의 시발점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시위의 원인, 장애인들의 ‘생계’에 대한 권리주장 

기획재정부가“2024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 중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라고 밝히자 장애인들은 이 사실에 개탄하며, 사업 예산 확보와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한 투쟁을 시작되었는데요. 이외의 핵심 요구사항으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탈시설 지원, 장애인 교육 보장과 이에 대한 예산 반영 등이 있습니다. 즉,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장애인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전장연의 입장입니다. 

특히, 지난 2019년 시작된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은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자조모임, 상담 등 동료지원 활동 제공을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해 경제활동 상태로 전이를 지원하는 사업을 말하는데요. 올해 이 사업을 통해 187명의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매월 89만원을 지원받으며 노동권을 보장받고 있었는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용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187명의 동료지원가는 내년 실직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사업 폐지의 이유 중 하나는 ‘실적 부진'인데요. 이에 대해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은 “실적이 낮은 것은 이 사회가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며, 동료지원가 사업을 통해 참여자들이 실제로 취직을 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실적이 낮은 것”이라 주장했습니다.또한, 전장연은 “ 2020∼2022년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던 시기”라며 “인건비 직접 지원 예산을 삭감한다는 정부 기조 속에서 불과 20여억원에 불과한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사업을 폐지해 200명에 가까운 중증장애인을 해고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230918)

이에 반해 고용부는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동료지원가에게 복지부의 일자리나 민간 표준사업장 일자리를 소개해줄 것이며, 우리 일자리는 ‘복지’가 아니라 ‘노동’”이라며 “고용부와 기획재정부는 우리를 평가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고 법에서 정한 것처럼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라”라고 요구했습니다.(에이블뉴스, 230911)


오해를 받더라도 시위를 지속하고 싶은, 무관심이 무서운 장애인 참가자들 

전장연의 권리운동은 2021년 12월 처음 시작돼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지금까지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의 형태로 이어졌는데, 이 형태의 시위는 1995년 영국에서 이루어진 시위의 형식과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응도 “소수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마땅하지만, 다수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라는 것으로 유사합니다. 시위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간담회가 이뤄졌으나 협의에 이르지는 못했고, 서울시의 열차지연으로 인한 손해 배상 청구에 대한 법적 공방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장애인의 권리보장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대부분 협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왜 시위를 멈출 수 없는가’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여러 안건들이 더해져서 더욱 협의에 이르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전장연은 지난 면담에서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는 신뢰의 문제"라며 "이는 국가가 장애인들의 죽음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시설 문제에 있어서도 탈시설 예산 증액 요구가 "전장연만의 주장이 아니라 UN 장애인권리협약이 대한민국 정부에 권고한 내용에 기반한 것"이라며 서울시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이에 더하여 2001년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사망한 날부터 22년째 장애인 평등권 시위를 하고 있고, 지금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수차례 예산 증액과 인프라 확충 약속을 어겨온 데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BBC 코리아, 220928)

그러나 차량에 올라탄 후 열차가 출발하지 못하도록 문이 닫히는 걸 막는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하는 것을 모든 장애인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교통장애인협회(교통장애인협회) 소속 장애인 200여 명은 집회를 통해 “전장연의 요구 사항에 동의하긴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떨어뜨리는 이런 방식의 시위를 다른 장애인 단체와 협의도 없이 벌이는 것은 명백히 잘못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220422)

사실 불편을 겪지 않았다면 장애인들의 불편해 대해 대부분 몰랐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심을 위해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의 시위 때문에 모든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지하철, 전장연 역사 진입부터 차단하여  시위 원천봉쇄

서울교통공사는 앞으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고 23일 밝혔고, 전장연은 내년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에 항의하며 20일부터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습니다. 

서울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막기 위해 아예 지하철역 진입을 차단하는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위 재개에 대해 “사회적 테러”라는 강경 발언을 한 이후 나온 대책인데요.  ‘지하철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지하철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의 3단계 강경 대응책을 마련했습니다.(한국일보, 231123) 그러나  이는 헌법에 보장된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해 보입니다. 24일에는 서울 혜화역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던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휠체어에서 떨어져 다치는 불상사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231124)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277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24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당일 시위 도중 경찰에 체포된 것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는 차별적인 강경대응 방안을 철회하고, 경찰은 폭력행사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헌법에 명시된 이동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뿐 아니라 유엔인권기구에서 권고한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인권침해”라고 성토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휠체어를 끌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박 대표가 스스로 떨어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겨레, 231124)

시위를 막기 위해 헌법에 위배되는 내용을 대책으로 추진하고, 이 상황에서 불상사가 발생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협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장연 시위 원천 차단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나눠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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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인복지 예산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이라거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0504_0001860058)는 건 이미 입증된 사안이라 생각했는데요. 여전히 이 건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이야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언젠가부터 한국 사회에선 집회와 시위는 시민의 불편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 같은데요. 집회와 시위는 시민의 불편을 야기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그 불편을 야기해서 문제를 알려야만 하는 사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2009년 대법원 판례(https://casenote.kr/대법원/2009도8... )에선 집회와 시위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통행의 불편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도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대응방식과 전장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시는 분들의 주장은 ‘시위 방식이 나를 불편하게 하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이해했는데요. 시위가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그 불편으로 문제를 알릴 수 있다면 시위 방식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행위가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해야 하지 않나 싶네요. 시민 불편을 부각하기 전에 왜 불편을 겪어야 하는지, 우리는 그동안 어떤 문제를 외면해왔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시위란 '자신의 의견을 정부 및 관계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며, 당연히 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다른 뜻으로 시위는 '자신의 의견을 정부 및 관계자들에게 호소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지금 전장연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법을 무시해도 되고, 무조건 무죄를 받아야한다는 특권의식에 물들어져 뜻이 퇴색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시위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시위 참가자들의 안전과 행사 진행의 조화를 위해 관련 법률과 규정을 적용하고, 정당한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위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면서도 사회 질서와 공공의 안전을 지키는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