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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팩트체크] 최저임금보다 실업급여를 더 많이 받는다?’에선 한국경제 등 언론 보도가 인용한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의 세후 최저임금이 실업급여보다 높다는 주장을 검증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보고서엔 아직 검증할 내용이 남아있는데요.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들을 보면 “실업급여가 근로의욕을 저해할 것”, “실업급여 하한액 평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실업급여 수급자 70% 이상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와 같은 주장도 등장합니다. 시민팩트체커 그룹 K.F.C.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의 해당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해 봤습니다.
OECD 보고서가 실업급여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를 우려했다?
먼저 한국경제 등 다수의 언론 보도가 인용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우리나라 실업급여 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10월 11일 발표)를 살펴봤습니다. 보고서의 3, 4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보고서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경총의 보고서는 OECD의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를 근거로 기존의 실업급여 수급이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언급된 OECD의 보고서가 실존하고, 해당 내용이 담겼는지 찾아보았는데요. 검색을 통해 OECD의 ‘Economic Surveys: Korea’ 2022년 보고서 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 68페이지를 보면 “고용보험(실업급여)은 특히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해한다”라는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원문은 아래 이미지와 같습니다.
정확한 맥락을 확인하기 위해서 해당 문단을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같은 문단에서 OECD는 “근로소득은 과세, 고용보험(실업급여)은 비과세”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한 이러한 실업급여 비과세는 “OECD 국가 중 독특한 현상”으로, “수혜자들을 실업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는 저소득 노동자에겐 최저 임금에서 소득 10원당 1원씩 세금이 떼이는 것보다 비과세 실업급여를 받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함을 의미합니다. OECD가 말하는 ‘근로의욕’은 최저임금 보장 여부와도 관련이 있는 셈입니다.
정리하면 경총 보고서에서 근거로 활용한 OECD 보고서는 실존했고, “한국에서는 실업급여를 수급하다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오히려 세후 소득이 감소해 근로의욕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다만, 이는 일부 최저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에겐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이 내용에 대한 검증도 K.F.C.에서 진행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첫번째 실업급여 첫번째 팩트체크 콘텐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실업급여 하한액 평균 대비 44.1%,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경총 보고서에선 OECD 보고서를 인용하며 평균임금 대비 실업급여 하한액 비율 44.1%라며 프랑스, 일본, 미국 등 주요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경총 보고서에서 제시한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OECD 자료의 원문을 확인해봤는데요. 경총 보고서에 언급된 출처를 바탕으로 OECD의 Benefits and Wages 페이지에서 원본 자료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경총 보고서가 인용한 통계는 원본자료의 ‘Unemployment Insurance’ 탭에 등장했는데요. 원본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국가 |
한국 |
프랑스 |
일본 |
미국 |
평균임금 대비 하한액 비율 |
44% |
26% |
22% |
12% |
확인 결과, 프랑스 26%, 일본 22%, 미국 12%로 경총 자료의 수치와 일치했습니다. 정리하면 경총 보고서가 언급한 수치는 OECD의 통계를 바탕으로 작성된 내용이었습니다.
실업급여 수급자 70% 이상이 하한액 적용받고 있다?
경총 보고서에서는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의 비율도 문제삼았는데요. 마찬가지로 보고서의 원문부터 확인해보시죠.
앞선 주장들과 달리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 비율의 경우 제대로 된 출처가 표기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의 통계 등을 확인하였으나 관련 자료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앞서 확인한 자료인 OECD의 보고서에서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근거가 명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 정확한 검증은 불가능 했지만 관련 내용을 다룬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유니온센터가 올해 8월 24일에 공개한 ‘윤석열 정부 실업급여 개편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선 2019~2022년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의 실업급여 수급 현황 자료와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의 요청자료를 바탕으로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 현황 등을 정리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언급된 숫자를 통해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의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유니온센터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실업급여 수급자는 163만 1천 명이었고, 이 중 하한액 적용자는 119만 2천 명이었습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하한액 수급자는 전체의 약 73.1%가 됩니다. 경총 보고서에 근거가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 정확한 검증은 불가능 했지만 같은 내용을 다룬 공개자료에서 인용된 통계를 확인한 결과 “실업급여 수급자 70% 이상이 하한액을 적용받고 있다”라는 주장은 사실에 가까웠습니다.
통계와 숫자에 담긴 의미도 함께 살펴야
앞서 확인한 것처럼 경총 보고서에서 언급된 내용은 대부분 사실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 외에 살펴봐야할 맥락들이 검증 자료에 담겨 있었습니다. 유니온센터의 자료에선 경총이 비율이 높다는 것만으로 문제삼은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를 면밀하게 분석했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단순히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하한액 수급자를 들여다보면 여성, 청년, 60대 이상 고령층이 증가했습니다. 노동시장에서의 약자층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확인한 셈입니다. 유니온센터는 실업급여가 최저임금 보다 높다는 주장을 내세운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실업급여 수급자와 임금노동자의 적용 기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 “ 현재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 중 세후 지출 보전(소득세, 사회보험료, EITC세액공제, 두루누리 적용 등) 등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편향성이 있음” 등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보고서에선 한국의 실업급여 평균 임금이 독일, 일본,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OECD 국가보다 보장성이 낮다는 지적도 등장합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경총 보고서에 담긴 내용 외에도 함께 살펴야 할 대목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을 명확하게 인식하기 위해선 통계와 숫자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 결과물은 시민 협업 팩트체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K.F.C.(Korean Factcheckers’ Community)의 바다, 정기훈, 연소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으로 작성됐습니다.
**이 결과물을 비롯해 더 많은 검증 결과물은 K.F.C.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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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
1하한액 수급자에 여성, 청년, 60대 이상 고령층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기억에 남네요. 언론이 어떤 정보를 제공하냐에 따라 편견과 혐오가 생겨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