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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지역문제 해결의 첫 시작이 될 수 있을까요?
설날 속 '10만원 내고, 13만원 받아가세요'
설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이나 그 외 친척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죠. 저 역시도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순천역에서 내리자 놀라운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10만원 내고, 13만원 받아가세요"라는 현수막을 든 사람들이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고향사랑기부금’이라는 내용이 적힌 팜플렛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고향에 기부를 하면 세액공제를 받고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기에 오히려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에 ‘우리들의 고향에 기부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찾아보니 뉴스에서 설날을 맞아 귀향객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얼마 전에는 손흥민, 나영석 등 유명한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금으로 고향에 기부했다는 뉴스가 있기도 했었죠.(손흥민·BTS도 동참한 ‘고향사랑기부’…나도 귀성길에? - 중앙일보)
고향사랑기부제이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실시하게 되었을까요?
고향사랑기부제란 무엇일까요?
고향사랑기부제란 ‘개인이 고향에 기부하고 지자체는 이를 모아서 주민복리에 사용하고 지자체는 지역의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고향이란 꼭 내가 태어난 곳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명목상의 의미로 기부자 본인의 주민등록등본 상 거주지를 제외한 지역자치단체 모두가 해당됩니다. 점차 지방소멸의 위기가 심해지고,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관계인구(지역에 살지 않더라도 지역에 관계를 가지고 참여하는 인구)를 통해 지방정부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올해 도입되었습니다. 즉,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고향)에 기부를 함으로써 지역에 재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는 거죠.
고향사랑기부제로 지역에 기부를 할 경우 10만원까지는 100% 새액공제를 받고,기부를 받은 지역에서는 기부금액의 30% 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지급하기에 10만원을 내고 13만원을 받아가라고 이야기하는 거죠(10만원 새액공제 + 3만원 답례품).
실제로 일본에서 2008년에 동일한 제도를 도입했고, 현재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자리잡아 정부에서의 재원지원보다 더 큰 세금을 벌어들인 지역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실시한 첫 해에는 81억엔(약 820억 원)만이 모였지만 점차 기부금의 금액이 늘어나며 8320억엔(약 8조원)이 현재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제도를 활성화시켰을까요?
국내에서도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보며 지방소멸과 지방 재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를 했을 때 10만원까지는 100% 세액공제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경우도 많고, 작년 9월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80%의 사람들이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일본은 어떻게 이 제도를 정착시킬 수 있었을까요?
우선, 다양한 종류의 답례품이 있습니다. 총 40만개가 넘는 답례품이 준비되고 있기에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해 지역에 기부’를 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지역별로 특산품을 강조하면서 우리 지역에 기부를 하면 어떤 혜택을 얻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때문에 시민들은 내가 마치 쇼핑하듯이 기부를 할 지역을 선택하게 되죠. 놀랍게도 단순한 물건 이외에도 템플스테이와 같은 지역의 관광상품도 혜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민간 플랫폼을 통해 지자체의 종류와 역할을 한 눈에 보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부이기에 내가 어디에 기부를 했을 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 기부를 했을 때의 효능감을 알려줄뿐만 아니라 기부의 편의성까지 담보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에 대한 소개부터 다양한 기부 금액별 조합방식까지 알려주면서 시민들은 편하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사랑e음'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성공한 사례를 보며 비슷하게 시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제도의 성공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시장성은 점점 더 커지겠다 생각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 이 시장은 점점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한번 상상해봅시다. 아이유가 티비에 나와서 고흥의 유자를 칭찬하면서 고흥에 기부를 하면 겨울마다 유자차를 보내준다고 하면 어떨까요? BTS가 이천의 쌀이 맛있다고 하면서 이천에 기부를 하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싱싱한 쌀을 받아볼 수 있다고 SNS에 올리면 어떨까요?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역소멸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역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의 관심과 충분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첫 번째 시도가 되지 않을까요.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전에 놀라운 뉴스 <'이런 실수…‘고향사랑기부금’ 낸 손흥민, 세액공제 못 받나'.>를 봤습니다. 2023년부터 새액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곧 올해부터 새액공제를 할 수 있도록 진행한다고 후속 뉴스가 발표되었죠.... 여러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발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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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10만 명 인파 수, 정말 예측하기 어려웠던 것일지 최근 7년의 데이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글을 적기 전에 이태원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희생자 분들을 추모합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 뉴스에서 원인이 무엇인지, 예방할 수 있었는지 등에 관해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태원에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을 이미 추정할 수 있었다는 기사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올해 10만 명 넘는 많은 인원이 이태원에 왔지만 그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다는 내용이었죠. 물론 인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정확하지는 않아도 대략의 인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관련된 뉴스를 더 찾아보았습니다.
"이태원 인파 몰려 깔릴 뻔" 전날에도 이런 경고 올라왔었다 (2022.10.31 중앙일보)
[이태원 참사] 경찰, 10만 명 예상했는데 압사사고 대책은 있었나? (2022.10.31. MBC)
기사에서는 주로 코로나 이전에는 매년 10만 명 정도가 할로윈 데이 때 이태원에 방문했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어떤 기사를 보면 예전에는 10만 명보다 더 많은 인원이 방문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태원에 20만명이 우르르···피투성이 여성도 있었다 (2017.10.30, 중앙일보)>를 보면, ‘27일 열린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태원 일대의 유동인구는 20만 명으로 평소 금요일 밤의 2.5배나 됐다고 한다.’라고 나와있죠.
그러나 그 어디에도 정확한 수치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정말로 이번 할로윈 데이 때 이태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를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많이 방문했던 것인지 과거의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가장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는 교통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하철 이용객’에 집중했습니다. ‘서울 열린데이터 광장'에 들어가 <서울시 지하철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에서 할로윈 데이 때 지하철 이용객 수를 알아보았습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하철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란 교통카드(선후불교통카드 및 1회용 교통카드)를 이용한 지하철호선별 역별(서울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공항철도, 9호선) 승하차인원을 나타내는 정보(일단위)라고 나와있었습니다. 이 정보를 활용한다면 할로윈 축제날 이태원역에 지하철을 탄 사람의 총 인원을 알 수 있다고 생각했죠.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
할로윈은 매년 10월 31일이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와 비교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7년동안 할로윈이 있는 주의 (토)요일의 지하철 승하차 인원 수를 살펴보았습니다. 만약 할로윈이 있는 주의 토요일이 할로윈 이후라면 그 전주 토요일을 살펴보았죠.
지하철 승하차 인원이 모두 할로윈 축제 때문에 이태원 역에서 내린 것은 아니겠지만 버스를 이용해서 이태원에 방문한 사람들도 있고, 다른 역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경우까지 생각하면 최소한 이 정도의 인원이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연도별 할로윈데이 토요일 이태원역 승하차 인원 수]
2022년 10월 29일 승하차 인원 수 : 130,131명(보도자료를 기준으로 작성. 아직 당일 데이터는 열린데이터 광장에 업로드되지 않았음)
2021년 10월 30일 승차인원 27,566 / 하차인원 31,654 = 59,220명
2020년 10월 31일 승차인원 12,996 / 하차인원 17,126 = 30,122명
2019년 10월 26일 승차인원 38,619 / 하차인원 57,844 = 96,463명
2018년 10월 27일 승차인원 40,276 / 하차인원 61,902 = 102,178명
2017년 10월 28일 승차인원 39,662 / 하차인원 63,310 = 102,972명
2016년 10월 29일 승차인원 33,691 / 하차인원 50,074 = 83,765명
<월별 지하철 승,하차 인원수를 csv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이태원의 승,하차 인원뿐만 아니라 근처 역인 녹사평역과 한강진역도 확인해본 결과 이태원역의 인원에 비례해서 인원이 승,하차했기 때문에 이태원역의 승,하차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대략적인 추이를 유추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 첫해와 두번째 해임을 감안하고 그 이전을 살펴본다면 매년 10만 명 정도의 인원이 할로윈 데이 때 이태원에 방문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용산경찰서에서도 1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을 예상했다는 공식 문서도 함께 발견했습니다. 10월 27일에 용산경찰서에서 낸 보도자료 https://www.smpa.go.kr/user/nd...에 의하면 10만 명 정도가 이태원에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핼러윈 주말 동안 이태원파출소는 평소보다 112신고가 2배 이상 급증하며, 일일 약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관광특구 중심으로 제한적인 공간에 모이다 보니 불법촬영・강제추행・절도 등과 같은 범죄가 빈발할 수 있고, 교통체증으로 인한 시민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경찰서 보도자료 중 일부 발췌)
즉, 최근 코로나 2년을 제외하면 매년 할로윈 데이 때 이 정도의 인원이 이태원에 방문했고, 용산 경찰서도 이 정도의 방문객을 예상했었습니다. 직접 데이터를 확인해보고 싶어 시작했었지만 조사를 하고 수치를 비교할수록 마음은 더더욱 먹먹해졌습니다.
장소별로 실시간 혼잡도를 알 수 있는 ‘서울 실시간 도시 데이터’ 에서 다른 곳에 비해서 얼마나 인파가 많이 몰렸는지와 시간에 따라서 점점 사람들이 몰려오는 정도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인원 추정은 가능했다고 합니다.
또한 통계분석 기관 ‘언더스코어’에서도 서울지하철 하차 인원 추이를 분석했던 기사가 있습니다. ‘참사 이후 ‘군중밀집’ 어떻게 대비해야할까(2022.11.01. 경향신문)’ 기사에서도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실제 지난달 29일 이태원역의 하차 인원은 8만1573명이었다. 2018년(6만2085명)과 2019년(5만8061명) 핼러윈 데이 주간 토요일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역 승·하차인원은 13만여명이었다. 이 또한 2018년·2019년보다 3만명 가량 많은 수치였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이 정도 인파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식의 설명은 통계 추이를 보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고 동일하게 말하고 있죠.
예견된 사고였다는 표현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