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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활동가 "나는 이럴 때 사경을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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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처음 읽는 공동자원체제]
"임금 노동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이 없을까?" 성찰과성장은 '노동시장 너머 새로운 대안 제시하기'라는 주제 아래 3편 연재를 통해, 기존 노동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상상해 보고자 한다. 이 연재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와 내재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의 형태를 모색한다. 들어가며 우리는 대부분 직장인(임금 노동자)이 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1, 2편에서 얘기했다시피 직장인은 노동소외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일을 하면서 행복을 얻는 직장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직장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이들은 퇴근 후에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그런데 일과 행복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할까? 일하면서 동시에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일을 하는 목적이 임금획득이 아니라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일과 행복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할까? ⓒ성찰과성장 필자는 삶을 위해 일을 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얻는 일이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일’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공동자원체제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 공동자원체제(commons)란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사용하는 ‘유•무형의 자원 또는 그 자원을 관리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자원’보다는 ‘체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한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그 자원이 특정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자연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 공동 자원이란? ⓒ성찰과성장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는 공동으로 만들어진 자원을 사유화, 즉 특정 개인 소유로 만들어버린다. 2편에서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으로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한 공용지를 개인 소유 토지로 만든 사례가 공동자원 사유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가 특징이다. ⓒ성찰과성장 자본주의의 ‘공동자원을 사유화 해야한다’는 논리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는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commons를 공유지라고 번역하는 것은 commons의 의미를 축소한다. commons라는 단어가 자원을 넘어서 이 자원을 구성원과 함께 관리하는 체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장훈교(2022)는 commons를 공동자원체제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용어에 익숙할 것이기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할 때에는 공유지라고 번역하겠다) ▲공동 자원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성찰과성장 공유지의 비극은 캘리포니아 주립 샌타 바버라 대학의 교수 개릿 하딘이 1968년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논문의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자. 여기 양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목초지가 있는데 이 목초지는 너무 자주 사용하면 황폐화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공동 자원 관리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다. 개인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각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양들에게 최대한 많은 풀을 먹이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목자는 목초지를 최대한 자주 사용하려고 할 것이며, 그 결과 목초지는 황폐화될 것이다. 하딘은 자원체제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공유지(commons)를 없애야한다고 주장한다(장훈교, 2022). 하딘은 공동자원을 사적 재산으로 만들거나(목초지를 각자 나눠가질 것), 중앙집중적인 관리를 해야한다(목초지를 중앙 국가가 관리)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 제시했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주류)경제학계에서는 공유지의 ‘사적 자산화’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공유지(자원)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성찰과성장 한편 공유지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사회적 약자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에 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는 공유지를 생산수단으로 삼고 살아간다. 따라서 공유지를 없애겠다는 하딘의 주장은 사회적 약자의 삶의 기틀을 무너뜨리겠다는 것과도 같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신기하게도 하딘이 우생학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이다(장훈교, 2022). 하딘은 “사회의 패배자는 유전학적으로 열등함과 연결되어 있고” 패배한 이들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은 미국사회의 유전 자본을 잠식한다고 주장했다. 하딘이 공유지를 없애려고 한 것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던 것은 아닐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 논문은 많이 알려진만큼 사람들의 다양한 비판을 받았으며, 그 속에서 공동자원체제(commons, 이 문단부턴 공동자원체제로 번역하겠다)를 옹호하는 그룹들이 등장했다. 그 중 엘리너 오스트롬으로 대표되는 신제도경제학 그룹은 정부와 시장 외에 제3의 자원관리제도가 역사적으로 많은 곳에 존재했으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정부와 시장만큼이나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견고한 자원관리제도”로 공동자원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그룹인 사회운동 진영에서는 공동자원체제를 단순히 공동자원을 넘어서 현대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회문제를 치유하고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정치적 프로젝트로 여긴다. 이들에게 공동자원체제는 공동자원의 사유화(쉬운 예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있다)를 막고 전통적인 국가의 관료적 해결이나 시장의 가격조절방식과 다른,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양식을 의미한다. ▲공동자원체제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성찰과성장 공동자원체제와 일의 관계 필자는 (굳이 선택을 하자면) 사회운동 시각에서 공동자원체제를 바라보고 있다. 즉, 자원을 넘어서 그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이자 협력적•자율적인 활동양식으로서 공동자원체제를 본다. 그리고 ‘노동’을 공동자원체제에서 다룰 수 있는 자원으로 볼 것이다. ‘노동’도 개인이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무형 자원이기 때문이다. ▲노동도 하나의 자원이다. ⓒ성찰과성장 먼저 노동이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졌다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우리는 노동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혼자 습득하지 않는다. 학교, 학원 등에서 선생님의 강의(강의 내용도 선생님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자료로 형성된다)를 통해 습득하거나, 책, 온라인에서 타인이 제공한 정보들을 토대로 습득한다. 학습 자료가 무료이든 유료이든, 사회가 제공한 정보를 통해 우리는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노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노동은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무형의 자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공동의 필요와 욕구’란 모두가 동일하게 갖고 있는 필요와 욕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소수가 원하는 것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동의 필요와 욕구는 한 사람의 노동으로 해소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KTX를 타기로 했다고 해보자. KTX를 타려면 우선 기찻길을 설치하는 사람, 기차를 만드는 사람, 기차를 관리하는 사람, 기차표를 판매하는 사람 또는 기차표 구입 어플을 개발하는 사람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노동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노동시장에서 각자 판매하는 것은 공동자원인 노동을 개인화하여 공동자원체제를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TX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생각해보자 ⓒ성찰과성장 ‘노동’이 개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독립 자원이 아니라 공동자원으로 정의된다면 우리는 노동의 분배를 민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시 직장인 생활로 돌아가보자. 생산수단이 없는 직장인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며, 하루에 8시간 이상 강제로 일한다. 그런데 만약 자원과 노동을 함께 관리하고 민주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서 직업적으로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하고자 하는 노동을 하고 실생활에서 필요한 노동(돌봄 등)은 거주 지역의 공동체 안에서 민주적으로 논의해서 각자의 역할을 정해보는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과 지역 공동체에서의 노동 외에도 개인의 자율성을 위한 시간도 보장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소유해야 하는 생산수단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성을 존중받기 때문에 노동소외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산수단 소유만이 정답은 아니다. ⓒ성찰과성장 공동자원체제가 노동시장을 대체할 만큼 거대해지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지방정부, 국가, 국제사회 간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장훈교(2022)는 공동자원생활체제를 위한 참여계획의회를 제시하였다. 참여계획의회는 국가, 지방, 지역 단위에서 국가, 시민사회, 시장 영역의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로 전체 사회의 필요 충족 우선순위와 그에 따른 투자 및 시민의 참여과정 등을 공동으로 디자인 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공동자원, 상품 및 서비스, 공공자원(국가가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을 공공자원,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관리하는 것을 공동자원이라고 한다) 간 관계와 균형지점에 대한 타협이 이루어진다.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듯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비록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어찌되었든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질서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갇혀서, 감시 속에서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며 지내야 한다.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확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민주적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공급의 법칙과 임금 수준,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자유와 민주는 법전 속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의 24시간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성찰과성장 1편을 통해 노동소외를 당연하게 경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2편에서는 노동시장이 아닌 방법으로도 각자의 노동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3편에서 공동자원체제를 소개하여 노동소외 없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장훈교(2019)는 공동자원체제를 노동시장을 통한 노동분배시스템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활용하였다. 자본가-노동자라는 계급은 노동시장을 통해 형성되는 것인데, 이에 대항하겠다는 것은 결국 산업혁명 이후에 형성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겠다는 의미이다. 노동을 공동자원으로 보고 민주적 논의를 통해 분배하겠다는 시각이, 아직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일 것이다. 실현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필자는 이 개념이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대되고 불평등이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에 연연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동자원체제에 관심이 있다면 장훈교(2019, 2022)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기고 글에 넣은 내용은 아주 일부이다. 『공동자원체제: Commons 2018-21 연구노트』, 『일을 되찾자: 좋은 시간을 위한 공동자원체계의 시각』 참고문헌 장훈교, 『공동자원체제: Commons 2018-21 연구노트』, BOOKK, 2022 장훈교, 『일을 되찾자: 좋은 시간을 위한 공동자원체계의 시각』, 나름북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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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두 번 연임이 뭐가 문제야? 농협의 역사로 본 농협법 개정안 논란
여러분은 ‘농협’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다수는 하나로마트와 ‘놈으옙흐’란 밈으로 더욱 유명해진 농협은행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대부분의 일상이 도시에서 이뤄지는 오늘날, 농촌과 농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을 수 있는 조직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농촌에 내려가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이 지역민의 주된 이용처임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와 농업에 연관된 전후방 산업(농약, 농기계, 비료, 주유소 등) 모든 곳을 농협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농민 복지, 농업 연구, 영농 교육, 언론 등 다양한 방면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이 ‘농업협동조합’인 만큼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을 조합원으로 하여, 농업 및 농촌 사회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요.   농협은 2021년 기준 농·축협 경제사업 규모만 56조 7,711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고 조직규모가 매우 거대합니다. (농협중앙회, 2021) 그런데 농협이 계속 커져만 갈수록, 농업계 내부에서는 근심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조직 내부의 온갖 부정과 비리, 비민주적 절차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권력의 고착화로 인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논쟁이 등장했는데요. 바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 이슈입니다. 이 글에서는 농협의 다양한 문제들을 잠시 접어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농협의 역사를 살펴 최근의 농협법 개정 흐름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농협 지배구조 변천과 단임제의 시작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정부에서 제정한 특별법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기존의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통합되면서, 종합농협으로 재편성된 특수법인입니다. 그 조직구조는 중앙회와 농·축협 2단계로 나뉜 조직으로 편성되어 운영되는데요. 중앙회가 2개의 지주회사와 34개의 계열사를 운영해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등을 관리하고, 농·축협은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으로 구성되어 총 4,876개소의 사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본점+지점 계산, 2023년 기준)   종합농협은 처음부터 정부의 농촌조직 육성정책을 통해 설립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1989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로 바뀌기 전까지는 정부에서 중앙회장을 임명하고, 중앙회장이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역 조합장을 임명하는 ‘임명제’를 유지했습니다. 자주적 협동조합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농촌을 대표하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지요. 직선제로 선거 방식이 개정된 이후엔 농·축협 조합장 등의 임원은 직선제를 통해 선출되고, 중앙회장 역시 농민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에 의한 직선제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유지된 직선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농협법 개정을 통해 중앙회장 4년 단임제 및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1990~2007년 사이 세 명의 조합장 모두 연임에 성공한 동시에, 임기 중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정, 2023) 계속되는 중앙회장의 부정으로 공익성과 민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한 18대 국회의 판단이었습니다.   11선에 도전하는 조합장, 연임을 원하는 현 중앙회장 농협법 개정을 통해 단임제로 바뀌었으나, 당시 21~22대 중앙회장은 개정법이 현직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해 연임을 허용받습니다. 그리고 현재 24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시행되었음에도 명확히 적용되지 않은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데요. 이에 2022년 12월 4명의 국회의원(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이 연임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후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와 농해수위 전체 회의를 신속하게 통과하여 2023년 현재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경인일보, 2023)   (2023년 8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영상)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가장 크게 현 회장의 연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보와 인사를 장악한 현직 회장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반대의견과 다른 협동조합(신협, 산림조합)은 단임제가 강제되지 않는다는 찬성의견이 대립 중인데요.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각 측의 찬반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 지역 조합에 내부통제기준을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 - 비상임 조합장(자산이 2500억원을 넘어서는 지역농협의 조합장)의 경우에도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 - 중앙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 허용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찬성의견> - 회장의 연임을 강제하는 협동조합은 농협뿐이다. -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및 지역조합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 농협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반대의견> - 중앙회장 단임제가 제정되었으나, 성과가 드러나기엔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규정이 적용된 회장 역시 1명뿐이다. - 현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려는 전략이다. - 지역 조합 통제를 위한 조항은 필요하나, 회장의 연임은 불필요하다. - 연임에 치중할 것이 아닌 조직 내부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하던 일부 지역 조합장의 임기를 두 번의 연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중앙회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대신, 지역농협을 통제한다는 복잡한 전략이기에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회장과 지역 조합장은 거대한 농협 조직 속에서 핵심 사업들을 관리하는 주체로, 그 영향력 역시 막강합니다. 중앙회장은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니 말할 것 없지만, 지역 조합장은 특히 지역에서 큰 권력을 가집니다. 농촌지역에서 농업에 연관된 경제사업 대부분을 4년간 주관할 수 있어, 명백한 지역유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억대 연봉을 받고, 정치적 발판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횟수 제한이 없는 연임의 가능성 역시 존재해 10선, 즉 40년 가까이 연속 당선되어 큰 이익을 본 조합장 역시 존재합니다. (매일경제, 2023)   이처럼 지역 농협의 감시체계를 확대할 필요성은 있으나, 그것이 회장의 연임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현 농협법 개정안 심사는 여당/야당, 농업·농촌단체들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적절한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 농협의 찬성단체 포섭 정황 의심, 언론 통제 등이 이뤄지는 점에서도 많은 논란이 양산되고 있습니다.(한국농정, 2023)   연임이 과연 핵심일까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농업 문제라 쓰고 농협 문제라 읽는다”라는 말로, 오늘날 농협의 다양한 농업농촌의 문제들이 농업계의 가장 큰 조직인 농협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라고 논했습니다. (경향신문, 2022) 농협은 오늘날 한국의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조직으로서, 농업농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농업농촌과 농협은 문제의 책임소재를 떠나서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합니다.   현재의 농협법 개정안 논란은 ‘연임’이란 단어가 주는 거부감이 크기에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그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고, 편리성을 줬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 답지 않은 조직 내부의 비민주성, 조직장들의 부정과 비리는 그만큼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실상 그러한 전례가 없었다면, 연임이든 단임이든 조합원과 각 단체는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의 경과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연임에 치중하기보단 내부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농업농촌을 위하는 조직’이란 본연의 의미를 세우는 모습이 더욱 필요한 듯 보입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의 뒤에서는 농업농촌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농협은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이며 협동조합 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자성과 동시에, 외부의 관심 역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농민과 도시민에게 “너무 예쁘다(‘놈으옙흐’)”는 소리를 듣는 농협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현직 회장 연임 허용한 농협법 개정안 논란, 찬반 의견은?(이코리아, 2023.01.31.) 법사위 심사정보 및 회의록(23.08.23)  농협중앙회. <한국농협 60년사>. 2021. 농협중앙회. <농업연감 202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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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의 보조금 축소, 옳은 일일까요?
(사진:프리픽) 지난 16일 머니투데이는 ‘"월급을 나랏돈으로 줘서야"…연 3000억 '사회적기업 보조금' 깎는다’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냈습니다. "재정으로 사회적기업 인건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는 익명의 정부관계자 발언과 기획재정부가 사회적 기업 보조금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게 보도의 핵심입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 이후 사회적 기업 보조금 축소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보조금 지원을 통한 인건비 직접 지원을 문제삼으며 “선진국들도 대부분 간접적으로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와 같은 입장이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고보조금은 예산 낭비가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 이후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사회적경제의 다음을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모임인 넥스트SE는 머니투데이 보도 2일 후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넥스트SE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가 해결해야할 취약계층의 문제를 사회적 고용의 형태로 해결"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제공해야할 최소한의 정부 지원을 나랏돈으로 월급을 준다며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넥스트SE는 이명박 정부 시기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박근혜 정부 시기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문재인 정부 시기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노력 등 역대 정부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설명하며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적기업 정책을 비난하고 축소하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파트너로서 사회적기업과 동행하길 요청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사회적 기업의 전체 고용 인원 중 60% 정도가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해당합니다. 조사가 시행된 2009년 이후 사회적 기업의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60%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전체 고용 인원 대비 취약 계층의 고용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고용노동부 e-고용노동지표)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인건비는 모든 직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이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의 직원 중, 취약계층과 신규 창출되는 일자리에 한하여 받을 수 있는 지원입니다. 이로 인해 인건비 지원이 축소될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축소되거나, 사회적 기업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보조 사업의 보조금을 삭감한 것은 사회적기업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보조금 부정사용을 명목으로, 민간단체의 보조금을 5천억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투데이 2023.06.13)  부정사용된 보조금의 액수(314억)만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0.46%입니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99.54%(6조7686억원)가 잘 사용되었음을 언급하며, "상식적 판단이라면 ‘전체적으로 매우 잘 사용되었으나 일부 부정사용이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정도가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CCEJ칼럼 2023.07.31) 송경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 위원장은 "시민운동·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인사들이 시민운동과 시민단체의 힘을 발판삼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일부 개인의 문제로 시민운동·시민단체의 모든 활동이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2023.07.19)  뿐만 아니라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국고보조금 비리 단체명을 비공개한 것에 대해서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기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현 조치가 공익 증진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정부가 단체명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세일보 2023.06.06)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민간단체는 법, 정책, 예산 등의 이유로 인해 정부가 풀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지역 사회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정부의 보조금 또한 정부가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영역을 시민 단체가 대신 챙겨달라는 의미입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특혜'인 양 매도하고, 99.54%의 잘 쓰인 보조금은 무시한 채 1%도 채 되지 않는 일부 사례를 과장하여 시민사회의 성장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이 사안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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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 빠져나가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최근 경기도 내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경기연구원의 ‘인구소멸위험지수’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23곳은 인구소멸 ‘위험’ 또는 ‘주의’ 지역입니다. 가평군, 연천군, 양평군, 여주시, 포천시 총 5곳의 시군이 ‘위험’지역에 해당합니다.(중부일보, 2022. 12. 15)  즉, 경기도 전반적으로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지역별 인구편차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인구 소멸 현상은 지역 경제의 악화를 초래하며, 인프라 및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유출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다양한 청년일자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사업이 일회성 지원금 지급에 그치며, 연장이 불가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약은 지속가능한 청년 정책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인구소멸 위험 지역의 경우 청년 전담 부서가 편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지자체와의 소통 창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경인일보, 2022. 09. 16) 📢 청년이 외치는 지역화  지방소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청년마을이란 청년들에게 일정기간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탐색, 일거리 실현, 지역사회 관계맺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2018년부터 시작되었으며 3년 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는 매년 전국에 12개씩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청년 단체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은데요, 와인, 스마트팜, 동물, 자연치유, 뮤직빌리지 등 다양한 토픽의 청년마을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조성된 청년마을은 지역의 유휴 공간을 청년 주거 및 공유 사무실 등 청년 활동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정책 2023. 04. 27) 🧐 청년마을, 직접 경험해보니?  지난 6월, 저는 홍성의 창업가 청년마을 ‘집단지성’에 다녀왔습니다. 집단지성은 홍성에서 각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로컬 스타트업이 모인 청년마을입니다. (로컬라이프 클럽비긴즈)   홍성은 전국 유일 유기농업특구인 곳인데요, 이를 활용하여 농촌형 스타트업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위한 오리농법, 치유농업사를 키워내는 풀무학교, 홍성의 장소를 향으로 제품화한 로컬 브랜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생태 농장 등의 현장에 방문하였는데요, 3박 4일간 홍성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로컬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청년마을은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로컬에서 지속가능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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