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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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자 한 명을 길러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 어김없이. (1) )에서 이어집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꿈은 이렇게 컸지만, 해나가야 할 일은 너무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도 적었습니다. 지금 당장 개인 혹은 작은 조직에 불과한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면서 하나하나씩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1. 씨앗은 있다
먼저 확실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씨앗이,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앞선 글들에서 소개했던 베버리지 리포트 등과 같은 사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았고, 동시에 이미 연구 현장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씨름하고 있는 많은 연구자분들을 만나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자 한 분 한 분에 대해서는 천천히 설명 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에 대한 개념에 대해 대표적으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활동가
연구활동가(액티비스트 리서처, Activist Researcher)는 연구자 중에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와 활동을 병행하는 연구하는 활동가, 활동하는 연구자로 이야기합니다.
이 개념에 대해서 ‘아시아 다음세대 연구자 교류협력 플랫폼 구축방안 연구’라는 연구를 수행한 LAB2050에서는 아래와 같이 액티비스트 리서처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해법을 찾는 연구자: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론과 현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적극적으로 분석하는 사람.
학계와 시민사회의 협력자: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을 메우고자 하며, 연구와 활동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협력의 주체.
이행기의 청년 연구자/활동가: 학교에 있지만 현장에서 실험하고자 하는 청년 연구자. 활동가이면서 연구를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을 고민하는 청년 활동가
활동의 체계적 구축자: 활동의 경험과 깊이를 연구자의 전문성으로 체계화시키고 사회적 임팩트의 지점을 짚어내고자 하는 사람.
‘N포 세대’를 ‘액티비스트 리서처’로 호명합니다
이와 같이 연구활동가는 ‘연구, 활동, 공론화’에 있어서 셋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셋의 연결과 융합을 주도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렇게 될 때에 이 세 가지의 연결과 융합이 ‘무엇을 위함인가?’라는 질문을 가져갈 수 있겠죠. 이것은 결국 연구, 활동, 공론화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문제의 해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음을 알고 또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 개최한 <아시아의 청년들, 도시 삶의 연구자가 되다>라는 연구활동가 컨퍼런스에는 연구자들이 전체 강연장을 꽉 채울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졌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실제 LAB2050에 연구를 의뢰한 서울시 청년허브에서는 2019년 AYARF(Asian Youth Activist Researcher Fellowship)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연구계 안에도 ‘그냥 연구와 다른 결을 가진 ‘연구활동가(Activist Researcher)’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구나에 대한 감각들이 생겨났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만 AYARF의 경우, 2회 이후 프로그램이 중단되었고 이후 추가적으로 연구활동가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연구활동가의 문제해결플랫폼’을 지향하는 LAB2050에서 계속해서 연구활동가의 개념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고 계시고, 실제 저희 컨퍼런스에서도 연구활동가의 개념에 대해 발제를 해주신 바 있으십니다.
사회 문제 해결의 삼위일체, 연구활동가 - 윤 형중의 토론 | 캠페인즈
연구활동가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반응하는 연구자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활동과 사례들이 발굴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당시의 문제의식과 대안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보여줍니다.
연구활동가 : 생태계의 씨앗
저희가 특히 이러한 ‘연구활동가’라는 개념에 집중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 ‘연구활동가’라는 존재가 가지는 3가지 특성 자체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스타트업’이 가지는 3가지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이었죠.
스타트업에서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있는 3가지 요소로 ‘기획, 개발, 디자인’을 꼽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든다고 할 때에 먼저 그 문제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구요. 그 기획을 실제로 구현해줄 수 있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개발된 제품이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전달될 수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죠. 세가지 요소의 결합을 통해 스타트업은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의 프로세스가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활동을 전개해서, 그 전개한 활동에 대한 공론화를 수행하는 3가지 요소의 프로세스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과 연구활동가의 작동원리(Dynamic)가 비슷하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이는 곧 스타트업 생태계 같은 울창한 숲을 이 작은 연구활동가라는 씨앗 속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죠.
2. ‘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씨앗을 어떻게 울창한 숲으로 키워낼 수 있을까요? 그저 연구활동가들이 각자 개인기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 삭막한 현장에서 역동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생텍쥐페리, 어린왕자의 작가
그것의 시작은 ‘길’과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비전에 공감하는 연구자들이 모여야 했고, 그들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했습니다.
그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필요해’라는 이야기에서 끝나서는 안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어야 했고, 그러한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른 점은 무엇이고 그 다른 점을 통해 어떤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연구자를 설득하고 예비연구자들이 꿈을 꿀 수 있도록 해야 했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 또한 처음에 이들이 이야기하는 ‘사업’이라는 것은 수백년 전부터 존재하던 돈을 버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고안해낸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것은 기존의 기업과 선명하게 다른 특징들을 가집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예비창업기부터 창업기, 성장기, 도약기와 엑싯 이후까지의 생애주기에 대한 길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처음 창업정보를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각 단계별로 투자의 단계가 다르고, 시드투자부터 시리즈 A,B,C 등 단계별 용어들과 해야 할 일 등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되어 있죠. 물론 모든 스타트업들이 이 순서를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이것에 대한 강제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왔을 때에 이러한 나아가야 할 ‘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차이가 크게 나게 됩니다.
또한 지원사업들에 있어서도 각 단계에 맞는 필요와 내용들에 대한 지원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여러 성공사례들이 축적되면서 그것이 또 다른 기업들에게 Reference가 되어주는 등 그에 맞는 ‘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길’은 의도를 가지고 임의로 닦은 도로라기보다는 모두가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도보와 같은 모양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녹아들어 있고, 동시에 같은 길을 지나던 이들이 함께 동료의식을 느끼면서 이 길을 끝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돕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는 것이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길의 ‘목적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속칭 유니콘(Unicorn)이라 불리는,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이 되는것은 모든 스타트업들의 꿈과 같습니다. 그 꿈을 실제로 이루고 산업을 혁신하는 경우들도 많고, 이에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재투자하는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이와 같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중심에는 ‘스타트업 창업방법론’이라는 ‘길’이 존재하고 그 길을 중심으로 그 길 위를 나아가는 스타트업들과 그 스타트업들을 돕는 여러 조력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 것이 스타트업 생태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는 마치 한 생태계에서 씨앗으로 시작한 생명이 어떻게 거대한 나무가 되는지에 대한 ‘생애주기’를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는 씨앗의 생명력을 돕기 위해 서로 얽혀있는 먹이사슬과 공존의 상호작용이 생태계를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찾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연구자가 실제 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리까지 나아가는 그 길에 대해서 말이죠.
3. 연구원정 부트캠프 :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의 길 닦기
그 길을 직접 만드는 방법 중에 하나로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를 개발했습니다.
부트캠프(Bootcamp)라는 것은 원래 신병훈련소를 뜻하는 단어로, 민간인이 신병훈련소를 통해 군인으로 거듭나게 되듯이 부트캠프의 집중훈련과정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교육훈련을 의미합니다. 실제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단기간에 훈련시키는 개발부트캠프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총 16주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 부트캠프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란 누구인가에 대한 저희 나름의 정의와 필요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기존의 연구방법론을 ‘연구자의 진심’을 중심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개발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한 프로그램입니다. 연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연구주제 찾기부터 연구에 필요한 선행연구를 찾고 학습하는 법, 연구가설을 수립하고 연구계획을 세우는 법 등에 대한 활동들을 배우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신만의 연구계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진행되는 활동은 대학원의 과정과 사뭇 다릅니다. 대학원이 해당 학과의 핵심이론을 공부하는 것에 커리큘럼의 중점을 두었다면, 저희는 자신이 풀어내고자 하는 사회문제에 대해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 중에서 자신이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보다 구체화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내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리고 스스로 필요한 논문과 지식을 찾아서 습득하고 정리하고 기록할 수 있도록 관련된 툴들을 제공합니다.
네, 맞습니다. 저희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 방법론’을 저희가 직접 개발하기로 결심했고, 개발한 연구방법론을 가지고 사회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정식 학교도 아니고, 저희의 방법론 또한 새롭게 고안한 특출난 방법론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노하우들을 커리큘럼화 한 과정입니다. 말 그대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걸어간 자리들을 ‘길’로 만든 셈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희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해서 그러한 연구가 존재하고, 그러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러한 연구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취지에 공감해 준 13명의 사회문제해결형 신진연구자들이 저희와 함께 해주셨고 실제 연구멘토로 함께 활동해주고 계십니다.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연구원정 부트캠프는 2022년 베타테스트를 마치고 2023년 기후위기 1기를 시작으로 현재 기후위기 4기와 공공문제 1기, 교육문제 1기가 활동을 마치고 수료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지금 3월 14일까지 2024년 상반기에 함께 연구를 훈련할 연구대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아직 새싹 같은 연구자들일지 모릅니다. 부트캠프 또한 ‘연구계획서’까지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리고 그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부트캠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대한 길을 닦기 시작했고, 이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사회문제해결형 연구자들을 모으고, 예비연구자들을 길러내면서 정말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진심, 도전, 협력’의 문화를 가진, ‘역동적인 문제해결 지식생태계’를 말이죠.
#3. 나가며 : 연구탐사대를 소개합니다
다음 호에서는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제작할 때에 어떠한 고민과 난관에 부딪쳤는지, 그리고 그것을 나름의 어떤 방식들을 통해 극복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동시에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본격젹인 사회문제 연구 커뮤니티로 구축하고자 하는 ARC(Active Researcher Crew)와 저희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사회문제해결형 연구계의 유니콘 기업인 ITT(Indie Thinktank)에 대해서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를 시작으로,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정말 많습니다. 이제 막 시작단계이고, 저희의 계획은 1,2년 짜리가 아니라 30년, 50년짜리 계획입니다. 생태계를 일구고자 하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으니 그 정도로 길게 바라보는 것은 당연하게 가져야 할 자세이겠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성과와 성패에 좌지우지되기 보다 차근차근히 저희만의 실력을 쌓아나가면서 그렇게 단단한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자 합니다.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함께 하실 분들도 너무 환영이구요. 저희와 함께 이런 연구들을 수행해나가실 분들,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해서 실제 사회문제 해결에 뛰어드실 분들도 모두 환영입니다. 이번 호에서 미처 설명드리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고민이 되는 ‘자원’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도 저희의 계획을 곧 소개드릴텐데요. 관련해서 이런 생태계를 지지하시는 후원자분들이나 기관, 재단 등도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저희에게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면서 아래 문장이 가장 많이 와닿았었습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속담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좋은 연구, 정말 좋은 연구자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 연구자가 연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공동체와 마을, 생태계가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그런 연구생태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저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긴 편지 끝까지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호에 뵙겠습니다!
*D-1! : 3월 14일(목) 까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시작부터 함께 배울 수 있는 <연구원정 : 부트캠프> 상반기 대원 모집을 모집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함께 신청해주세요.(아래 그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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