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예의, 유족에 대한 예의 그리고 ‘우리’
[최경호 칼럼] 무안 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2014년 7월의 비극을 떠올렸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 유족에 대한 예의를 ‘우리’라는 울타리로 생각해 봅니다. 네덜란드, 어떤 ‘비극’에 관한 기억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유족에 대한 ‘예의’ 그때 그 오열의 현장,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를 생각한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이륙한 말레이시아 항공이 격추된 것은 2014년 7월 17일. 저는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어떤 ‘비극’에 관한 기억 퇴근 시간이 다가올 무렵, 공사님 방의 열린 문틈에서 나오는 뉴스 속보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얼른 검색해 보니 큰 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격추라니, 전쟁으로 비화하지나 않을까. 이게 무슨 일인가. 대사님은 만찬 약속으로 외부에 계셨고, 공사님 주재하에 간단하게 회의를 마친 후 영사님과 제가 먼저 공항으로 출동했습니다. 대사님과 서기관님도 저녁 약속을 일찍 끝내셨는지 어땠는지, 부랴부랴 공항으로 오셨습니다. 각국 대사관들은 탑승자 국적 확인을 위해 난리였습니다. 우리는 특히 애가 탔습니다. 초기에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났었던 세월호 참사가 불과 석 달 전이었습니다. 잘못된 정보를 보고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항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탑승객의 가족 외에는 외교관들은 물론 기자들도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불규칙하게 이어진 당국의 공식 브리핑에서도 항공사와 확인 중이라며 탑승객의 명단과 국적을 바로 확인해 주지 않았습니다. 외교관분들은 항공사의 공식 발표 이전에라도 빨리 파악하기 위해 항공사와 공항은 물론 타국 대사관의 인맥 등을 총동원했습니다. 밤 12시 (한국 시각은 아침 7시) 경에는 대사님과 한국 언론사의 전화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선후 관계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비슷한 시각에 공항 상황실이 유족들을 위해 모처에 마련된 숙소로 이동하도록 조처되었습니다.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지금부터입니다. 사고 브리핑도 유족 숙소에서 할 것 같아 (오로지 한국인 탑승 여부에만 관심이 있던) 우리가 따라가려 하니 장소는 비밀이라고 합니다. 왜? 언론사의 관심으로부터 유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탑승자 및 사망자 명부도 배포나 확인해 주지 못하겠다고 합니다. 왜?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라서.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유가족이 결코 언론사나 다른 경로를 통해 가족의 부음을 먼저 접하게 할 수 없다.”네덜란드 정부 가슴이 쿵 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던 기억입니다.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유족에 대한 ‘예의’ 사실 뭐가 더 좋은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당국이 무조건 잘했다고 판단할 만큼 제가 양국의 문화나 재난 대비 매뉴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실에서 언론을 내보내고자 하는 명분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종편에서 출연자가 다른 이야기를 열심히 떠드는 동안 화면 아래쪽에서 무심히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흘러가는 자막 속에 가나다순으로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지나가더라도, 그렇게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떠한 대우, 아니 취급을 받았는지가 생생하던 때였습니다. 그렇기에 유족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겠다는 원칙은, 방법론에서 어떻게 하느냐를 떠나 제 가슴을 깊이 때렸습니다. 하여 이태원 참사 때 희생자 명단을 언론이 공개하거나 합동 추모의 방식으로 공개하는 것에 대해 저는 우선 부정적이었습니다. 유족들의 동의 없이 그래도 되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한편으로는 시대마다 문화권마다, 또는 참사의 성격에 따라, 장례의 절차나 인간과 망자와 유족에 대한 예의는 여러 형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원칙에 따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고 있을 가족들이 제일 덜 아픈 방향으로, 그리고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그때 그 오열의 현장,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 대사님 인터뷰 전에 모 우방국 대사관을 통해 명단을 확보하긴 했었습니다. 거기에 익숙한 한국식 이름 표기는 없었지만, 한국인일 가능성이 있는 애매한 이름을 가진 이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 결혼 등의 경우도 있을 테니 영문 이름만으로 국적을 확정할 수는 없기도 했습니다. 성과 이름과 이니셜을 놓고 오만가지 경우의 수를 상상해 보는 밤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탑승자 가족을 모신 호텔을 알아내어 그곳으로 갔습니다. 딱히 외교관들을 위한 공간은 없어서, 서성이던 중에 대사님은 내일 일정을 위해 귀가하시고, 저와 영사님은 남아서 계속 대책본부의 발표를 쫓기로 했습니다. 밤이 되어서 그런지, 가족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된 컨벤션 홀에 외교관들도 들어가서 카펫 바닥에 좀 앉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옆에 보니 일본 대사관 직원이 두엇 있었습니다. 망설이다가 말해줬습니다. 우리가 입수한 명부에 명백한 일본식 이름은 없더라. 하지만 국적은 또 모를 일이니 더 확인해 보시라. 딱히 정보로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닐지 몰라도, 여전히 확실한 정보는 아닐지 몰라도, 마음 졸이고 있을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하릴없이 로비에 나왔다가 밤공기를 쐬러 왔다 갔다…. 들고 갔던 논문 읽다가…. 하던 중에, 갑자기 웅성웅성했습니다. 추가로 신원확인이 된 모양이었습니다. 상황실에서 나온 이가 원탁에 앉아 있는 가족을 찾아가더니, 조용히 문서를 내밀며 (아마도) 이분이 댁의 가족 맞느냐며 묻는 것인지, 무언가 통보를 하는 것인지 하는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누가 슬픔의 표현에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고 하던가요. 그 이후 보고 겪은 일들을 그 옛 소셜미디어에 나만 보기로 적어두었는데, 오늘은 굳이 꺼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오열의 현장에 카메라 플래시는 없었다는 것만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밤을 새웠고, 이튿날 오후엔가 외교부 브리핑에서 국적을 확인해 줄 때까지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한국인 희생자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대사관이 비상근무 체제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습니다.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 ‘우리’를 생각한다 사실 그 사고 이전에 저는 외국에서 무슨 사고가 났을 때 한국 뉴스진행자가 “다행히도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습니다”라고 하면 울컥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기본적으로는 화가 납니다. ‘다행…? 누가 대신 죽어서 다행? 전체 사망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날 한국인 희생자가 없었던 것이 우리(대사관 식구들)에겐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편,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때 이후 저는 지구촌 어디선가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보면 바로 ‘아이고 저 동네 한국대사관 직원들 초비상 걸려 고생이겠구나’ 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요새는 점점 더 옅어져 가고 있었음을 이 글을 쓰다가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에게는 ‘우리’가 좁아졌다가, 다시 넓어졌다가 희미해진 것일까요? 아니면 좁아졌으되 촘촘해졌다가, 요즈음은 성겨진 것일까요? 관념으로서의 세계시민과 체험으로서의 동료의식 사이의 ‘우리’에 대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어디선가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과, 어느 사고에든 ‘우리’가 아닌, 그래도 또 ‘우리’인 희생자들도 있다는 것을, ‘유족들에 대한 예의가 먼저다’는 원칙과 함께, 항상 상기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필자: 봄날의 곰 ‘어쩌면, 사회주택’(2024) 저자. 해산물에 환장하는 딴따라 불령선인으로, 한량을 빙자하나 알고보면 연구를 하는 중. Comme l'esperance est violente, comme la vie est lente 희망이 격렬한 만큼 삶도 너무 느린 증세를 보임. 블루스카이는 @chezgom.bsky.so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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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20시간 일하라던 윤석열, 조폭 때려잡듯 노동자들 몰아쳤다. (2)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2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적대적 노동관이 부른 시스템의 붕괴… 안정성은 후퇴, 양극화는 심화. ③ 습관적 ‘가짜 출근’ 윤석열의 노동 정책:  윤석열 탄핵 이후의 과제.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서 화물 노동자들 소득이 크게 줄고 노동시간은 크게 늘었다. 한겨레가 만난 화물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운임제 시행 때는 운임이 건당 44만7000원이었는데, 지금은 31만 원으로 떨어졌다. 월 소득도 400만 원에서 200만~250만 원으로 줄었다. 소득을 메꾸려면 더 많이 일해야 해서 과속에 과로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이 2022년 378만 원에서 2023년 241만 원으로 줄었다. 월평균 노동 시간은 264.5시간에서 309.2시간으로 늘었다. 응답자의 70%가 졸음운전이 늘었다고 답변했고 66%는 과속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조사에서는 운수사의 98%가 운송료가 줄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는 표준운임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폭 몰이 이후 건설 현장은 초토화되다시피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에서는 2022년과 비교해서 연간 소득이 평균 86만 원 가까이 줄었다. 퇴직공제부금 가입자도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 6월 기준으로 10만 명 가까이 줄었다. 많은 현장에서 “노조 조끼를 벗고 오라”며 노골적인 노조 탄압이 일상화됐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등 사측은 노임 단가를 2만 원 삭감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악의 노동 지표, 무너진 것들을 일으켜 세워야 할 때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올해 8월 기준 38.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취업률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65세 이상 취업률이 늘어난 효과가 크고 청년들 가운데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5~34세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3분기 33.6만 명에서 올해 3분기 42.2만 명으로 늘었다. 자발적 사유가 28%, 비자발적 사유가 72%였다. 한국은행은 비자발적 사유의 ‘쉬었음’이 늘어난 이유를 고용의 질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 이탈하거나 니트족화 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까지 체불액이 지난해 1조 7846억 원의 70% 수준에 이른다.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01년 2748명에서 2023년 2016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날마다 5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고 있다. 한국의 산재 사망자 수는 OECD 최고 수준이다. 해마다 등락이 있지만 여전히 10만 명당 5명 안팎으로 멕시코나 튀르키예와 비슷한 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율도 크게 늘었다.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 임금노동자 38%에 이른다. 임시 일용직 노동자의 월 평균 임금은 179만 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421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그 이하 사업장의 임금 격차도 크다. 중위소득 밑도는 최저임금, 위험 수준. 최저임금 인상률도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첫째,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 위험한 수준이다. 중위 소득을 밑돈다. 2018년에 잠깐 넘었지만 다시 2010년 초반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둘째, 여전히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너무 크다.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인데 공익위원들이 들고 온 안이 결론이 된다. 셋째, 최저임금이 을들의 문제로 변질됐다. 주휴 수당과 쪼개기 알바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은 “자영업자가 어려운 근본적 원인과 구조적 환경은 도외시하고 현상을 본질인 것처럼 호도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라는 건 그 자체로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는 하층부 노동자를 돕기 위한 비시장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개입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 제도 자체는 최저임금 당사자의 협상력을 기초로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가장 폭력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그 낮은 하층 노동자의 협상력을 보완하는 제도다. 그래서 그 제도적 기초를 제대로 쌓아 놓는 게 중요하다. 다른 논의는 모르겠지만, 법적‧제도적‧정책적 기초를 제대로 쌓아야 한다. 그건 ‘사회적인 책임’이다.” 노동조합 조직률 2년 연속 하락.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의 영향이 컸다.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지난해(2023) 기준 274만 명, 전체 가입 대상 2103만 명의 13.0%로 줄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각각 116만 명과 109만 명이다. 특히 건설노조 조합원은 지난해 1월 7.3만 명에서 올해 12월 4.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은 2023년 8월 기준 2.77%까지 떨어진 상태다. 윤석열 정부 2년 7개월, 노동자들의 삶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어렵게 구축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사회적 연대 구조도 바닥부터 무너졌다. 결론: 노란봉투법부터 다시 시작하자. 비상계엄과 탄핵은 윤석열의 자폭에 가까웠지만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른바 4대 개혁은 뭐 하나 제대로 추진된 게 없고 노동 개혁은 퇴행을 거듭했다. 우리는 이제 탄핵 이후 대선 국면에서 새로운 노동 의제를 제안하고 노동 개혁의 판을 다시 짜야 한다. 노란봉투법을 다시 논의해야 하고 안전운임제를 복원하고 확대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도 최소한 물가 상승률 이상을 반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플랫폼 노동자 보호 입법도 서둘러야 한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라는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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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20시간 일하라던 윤석열, 조폭 때려잡듯 노동자들 몰아쳤다. (1)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적대적 노동관이 부른 시스템의 붕괴… 안정성은 후퇴, 양극화는 심화. ③ 습관적 ‘가짜 출근’ 윤석열의 노동 정책: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7월, 윤석열이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말이다. “2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에 노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지만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고 이듬해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주 120시간 발언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은 원칙도 철학도 없었다. 이 글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째, 오락가락했던 노동 시간 정책과 둘째,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집요한 공격, 셋째, 노동 정책의 퇴행을 살펴본다. “바짝 일하고 쉬라고? 그러다 죽어요.” 주 120시간이면 5일 동안 24시간 연속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에 죽고 일요일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휴일 없이 일한다고 치면 하루 17시간씩 일해야 한다. 2차 대전 때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노동시간이 주 98시간이었고 산업혁명 시절 영국의 노동시간도 100시간을 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시절 1970년대 한국도 하루 15시간 정도였다. 민주당이 “쌍팔년도 퇴행적인 인식”이라고 비난하자 윤석열은 “발언의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단어만 부각해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정작 윤석열은 ‘가짜 출근’ 쇼. 청와대에서 하루도 자지 않겠다며 집무실과 관저를 각각 용산과 한남동으로 옮긴 윤석열은 정시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출근이 늦을 때면 관저에 대기하고 있던 빈 차를 먼저 보내고 윤석열은 몇 시간 뒤 다른 차를 타고 뒷문(남문)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심지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에도 위장 출근 행렬이 8대나 8시52분에 출발했고 정작 윤석열이 탄 차를 별도로 9시42분에 출발했다. 11월29일에는 가짜 출근 행렬이 9시2분에 출발했고 진짜 출근 행렬은 오후 1시9분에 출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한 날은 이틀밖에 안 됐다.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후. 윤석열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주 52시간 제도가 경직적이라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있으니 월간 단위로 총량을 정하고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52시간씩 4주면 208시간이니 몰아서 쓸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논란이 확산하자 연장 근로를 1주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나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늘려서 관리할 수 있게 하되 총량을 줄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바짝 일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연장 근로 총량을 월 52시간이나 분기 140시간으로 정하면 주 69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 시간 단축의 흐름에 역행하는 데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 60시간 근무만 해도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기준을 초과한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뇌혈관계 질병 산재 승인율은 93%에 이른다. 52시간 이하에서 승인율은 10~20%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83명, 같은 질병으로 숨진 1458명의 61%였다.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소규모 기업에서 과로사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돌아보면 이날 윤석열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방향을 예감할 수 있는 불길한 징후였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이전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주 120시간은 명실상부 윤석열의 노동 공약 1호였고 2년 반 동안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120→92→69→60시간 오락가락 정책.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든 게 2003년이다. 법정 근로시간과 최장 근로 시간은 별개였다. 2018년까지는 주 68시간을 넘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주 52시간으로 줄었다. 주 68시간일 때는 법정 근로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했다. 하루 2~3시간 야근에 주말 이틀 출근까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런데 최장 근로 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서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합쳐 주 12시간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윤석열의 120시간 발언은 이때 나왔다. 실제로 정권을 잡자마자 노동부가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1주일에 최장 92시간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았지만 92시간이 80.5시간으로 줄었고 다시 69시간으로 줄었을 뿐 퇴행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윤석열이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해서 나온 안이 ‘64시간 상한 캡’이었고 다시 ‘60시간 상한 캡’으로 줄었다. “120시간 바짝 일하고”가 “60시간 바짝 일하고”로 줄어들었다. OECD 평균보다 150시간 더 일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1901시간, 2023년은 1874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50시간 이상 길다. 윤석열 정부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장 근로를 확대하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총선 패배와 김건희 이슈 등으로 정책 동력을 소진하느라 진도를 뽑지 못했다. 화물연대의 끝나지 않은 싸움. 화물연대는 윤석열의 적대적 노동 정책의 첫 희생양이었다. 화물연대는 2022년 6월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은 “안전운임 확대하라”는 요구를 업무 개시 명령으로 찍어 눌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와 과속, 과적을 방지하고 적정 운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2020년 1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3년 일몰 기간이 다 돼 종료됐다. 윤석열은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같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참모들과 회의에서는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윤석열은 업무 개시 명령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윤석열은 단순히 파업을 찍어 누르기 위해 발동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물연대는 결국 그해 12월 조합원 62%의 찬성으로 파업 철회를 결정하고 복귀했다. ILO(국제노동기구)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 정부는 화물 노동자의 작업 중단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발동은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d)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표적 수사와 프레임 조작, 건설 노조 때리기. 화물연대를 찍어 누른 윤석열은 건설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건폭’은 윤석열이 만든 용어다. 2023년 2월, “임기 내 건설 현장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뒤 경찰이 나서서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건설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고 1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윤석열이 “노조 부패는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다”라고 했고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받아서 “건설노조는 노조의 탈을 쓰고 돈을 뜯어가는 약탈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명백한 표적 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찰은 건설노조가 회사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한 게 강요라고 봤다. 다른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한다. 한국의 건설업은 계약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을 알음알음 소개로 채운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84%의 노동자들이 인맥으로 일자리를 얻었고 6%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왔다. 건설 현장은 가뜩이나 단기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다. 건설노조가 채용 교섭을 맡게 된 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협의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건설 현장에서 결원이 발생하면 노조에 통지하거나 지원자를 배치하도록 요구한다.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고 불법 하도급과 중간착취를 줄이는 해법이다. 윤석열이 문제 삼은 타워크레인의 월례비도 마찬가지다. 월례비는 밤샘이나 돌발 작업 등을 의뢰하면서 추가로 지급하는 위험수당이라고 할 수 있다. 연장 근로 수당과 급행비 등을 더한 개념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11월 논평을 내고 “건설노조에 대한 수차례 압수수색, 고액의 과징금 부과, 조합원 구속 등 사법적 괴롭힘과 낙인찍기를 포함해 노조 활동을 심각하게 탄압했다는 보고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양회동의 죽음이 말하는 것. 2023년 5월 경찰 조사를 받던 양회동(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양회동은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니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글을 남기고 몸에 불을 붙였다. 피해 업체들이 협박과 강요가 없었다는 탄원서를 냈는데도 수사가 계속됐다. 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는 양회동 영결식에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위로하고, 고통받는 사람이 더 고통스러운 사람을 위로하는 잔인한 현실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양회동의 분신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CCTV 영상을 조선일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양회동의 부인 김선희는 윤석열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작 이런 사람 때문에, 남편이 그랬다는 게…, 더 화가 났어요.” 노동자들의 숙원, 노란봉투법에 거부권 행사.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다. 노란 봉투는 원래 쌍용차 파업 때 경찰이 낸 손배를 시민들이 나눠 내자며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파업 노동자에 손배와 가압류 폭탄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2015년 정의당 주도로 발의됐다가 폐기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폐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통과됐지만 역시 거부권을 행사해서 폐기된 상태다. 윤석열은 “교섭 대상을 무리하게 넓히고 손해 배상 책임에 예외를 둬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비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란이 간과한 사실. 중대재해 처벌법은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다가 2년 뒤부터 확대 적용됐다. 윤석열은 확대 적용을 유예하자고 주장했으나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이 마치 영세·중소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시급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0명 이상 기업(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65%가 하청 노동자라는 집계도 있었다. 다행히 적용 유예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의무와 책임이 모호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중대재해 처벌법 도입 이후 2년 동안 실형 선고는 27건 가운데 4건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났다. 한국제강은 사망 사고가 반복됐지만 법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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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윤석열 띄웠던 언론, 반성은 하고 있나.
이상돈닷컴의 양해를 얻어 공동 게재합니다. [이상돈 칼럼] 정치 초보에 판 깔아준 김종인과 송상현…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만든 비극.  ‘밴드웨곤 효과(Bandwago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어느 집단이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시끄럽게 연주하면서 떠들면 그것을 보고 대중이 현혹돼서 따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현대적 의미에선 일단의 그룹이 특정한 인물이나 아젠다를 띠우면 일반인들이 그렇게 조성된 분위기에 휩쓸리는 현상을 말한다. 윤석열은 대표적으로 이 같은 밴드웨곤 효과에 힘입어 대통령 후보에 오른 경우다. 일단 보수라고 자칭하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일반 유권자들은 그 사람을 지지하든가 말든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을 그만두자마자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그래도 나는 설마하니 국민의힘이 그를 대선 후보로 영입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장과 비서실장, 정무수석,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선 후보로 영입할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빗나갔다. 국민의힘은 그를 영입해서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런 과정은 전형적인 밴드웨곤 정치(Bandwagon politics)였다. 흔히 보수 언론이라고 부르는 조중동과 경제지를 비롯해 마이너 언론까지 앞다퉈 밴드웨곤 행진에 앞장섰다. 대다수 언론이 그런 행진에 앞장섰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언론에 그러한 행진이 가능하도록 소재를 제공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일 먼저 윤석열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다는 송상현 서울대 석좌교수가 있다. 고하 송진우의 손자(송진우는 친자식이 없어서 양자를 들였는데, 그 양자가 송 교수의 부친이다.)이기도 한 송상현 교수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을 구성했고 월간조선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을 극찬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후보로 여론조사에 등장하자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김종인 박사는 “‘별의 순간’이 왔다”고 언급해서 언론에 크게 났다. 송진우의 손자인 송상현과 김병로의 손자인 김종인이 윤석열을 대선 주자로 부상토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윤석열의 부친이 은퇴한 경제학 교수였다는 사실도 윤석열을 부상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때 국민의힘 대표는 이준석이었고, 이준석은 김종인이 후견인임은 모두 알 것이다. 무슨 근거인지 윤석열의 멘토라고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윤석열을 훌륭한 대통령감이라고 여기저기 인터뷰하고 페북에 글을 쓰자 그의 언급을 기자들이 그대로 받아 적어 기사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신평 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화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언론인의 자질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게 해서 윤석열이 별안간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장했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유권자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를 했다. 요새 며칠 동안 윤석열이 별안간 등장한 정치 초보라서 이런 대형 사고를 쳤다는 칼럼이 지면을 장식하는데, 윤석열을 정치판에 등장시킨 장본인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밴드웨곤이 되어서 윤석열을 별안간 대선 후보로 등장시킨 것이다. 이제 와서 윤석열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데, 그런 변명은 자체가 옹색하지 않은가.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진다고 생각해서 윤석열을 띄웠다고도 이야기하는데, 박근혜 탄핵 후 몰락 위기에 처해 있던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와서 예상을 깨고 2위를 한 당내 정치인을 그렇게 묵살했다는 사실도 경이롭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도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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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탄핵 D-0 스페셜 리포트: 윤석열 정부 몰락의 27가지 장면.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세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3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②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19. 검사 위에 여사, “김이 곧 국가”였다. 전두환(전 대통령) 시절에는 “육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돌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사 위에 여사”가 있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 했던 것처럼 지난 2년 반은 “김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애초에 취임식 때부터 “취임식이 ‘김건희 의혹의 중간 저수지’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천광암(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이렇게 평가했다. “취임식은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과 비전, 주요 정책 등을 전 국민에게 밝히는 엄숙한 자리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주가조작 패밀리, 문서위조범, ‘업자’, 무속인, 정치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섞여 들어 있었던 것이다.” 박용현(한겨레 논설위원)이 이렇게 평가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춰 사지가 잘리거나 잡아 늘여지는 것처럼 온갖 법과 제도가 김건희라는 기준에 맞춰 비틀리고 꺾이고 뭉텅 잘려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곤(정치평론가)이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윤석열은 흥이 많고 낙천적인 분위기 메이커다. 김건희가 나온 사진들은 여전히 화보 느낌이 든다. 바닥을 모르는 지지율, 본인과 부인을 향하고 있는 초거대 야당의 압박, 지리멸렬한 여당 상황 속에서도 변함이 없다.” 김건희 화보는 명태균 사건 이후로 중단됐다. 20.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마약 조직을 수사하던 경찰이 관세청 직원들의 연루 혐의를 잡았는데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조지호(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백해룡(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이 사건을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조병노(서울경찰청 경무관)가 전화를 걸어 “브리핑에서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주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조병노는 이종호가 “내가 승진을 챙겨줬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여기서 이종호도 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그 이종호다. 김건희가 안 낀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조병노는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는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고, 백해룡은 징계를 받아 좌천됐다. 그 사이에 문제의 세관 직원은 핸드폰을 반복 초기화해서 포렌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2의 채 상병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21. 언론 때려잡으면서 성공한 정부 없다. 윤석열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다 붕괴한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정부나 비판을 뭉갤 때 몰락이 시작된다. KBS 사장을 갈아치우고 YTN 매각을 밀어붙이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복귀했다. MBC 사장 교체는 실패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합의제 구조를 무너뜨리고 우리 편만 채워서 운영하려다 이진숙(방통위원장)이 탄핵당하고 셧다운된 상태다. 이진숙은 세월호 추모를 두고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했던 사람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과 멘탈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좌파들은 집요하다. 독하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들보다 더 강하고 더 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은 진다.”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셀프 민원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의혹의 본질은 독립적이어야 할 방심위의 수장이 심의 민원을 사주해 비판적인 언론을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심의 권력’의 남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무더기 징계를 퍼부었지만 여덟 건 모두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상태다. 애초에 두 명만 남은 방통위에서 결정한 모든 결정이 무효라는 게 최근 법원 판단이다. 방통심의위 법정 재제 30건 가운데 30건 모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1심 본안 판결이 난 3건은 모두 제재가 취소됐다. 윤석열은 비판과 토론에 귀를 닫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유튜브 채널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선거 결과는 조작됐고 국회에 종북 세력들이 암약하고 국가가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는 62위로 추락했다. 순위는 박근혜 정부 때 70위가 바닥이었지만 그때보다 점수는 더 낮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찍어 누르려다 자멸한 반면교사로 역사에 기록돼야 한다. 22. 윤석열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사건. 이른바 김만배 커피 사건은 완전히 다시 시작해야 한다. 뉴스타파가 윤석열 명예훼손을 했다며 압수수색에 제재에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공소 유지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건도 이제부터 다시 탈탈 털어봐야 한다. 이 사건은 복잡하지 않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 중수부장 시절,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검찰에 불려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사라졌다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이 사건 무마에 관여했는지를 밝혀야 하고 애초에 커피를 누가 타 줬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에는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말이 없다. 핵심은 커피가 아니라 수사 중단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쳤지만 태산명동 서일필, 떠들썩했지만 나온 건 없었다. 김만배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검사 윤석열의 수사 무마 사건도 다시 수사해야 한다. 23. 윤석열 폭주를 부른 명태균 게이트. 박근혜 탄핵에 JTBC의 태블릿 보도가 있었다면 윤석열 탄핵의 트리거는 뉴스토마토의 명태균 파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은 지난 10월 JTBC와 인터뷰에서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 무너진다”고 엄포를 놨는데, 실제로 지난달 15일 구속됐고 오는 일요일이 딱 한 달 되는 날이다. 김건희가 명태균을 처음 만난 날 “물건이 왔네요” 했다고 한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더라도 명태균 게이트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터져 나올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명태균은 윤석열이 후보 시절 비공개 여론조사를 공짜로 넘겨준 대가로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고 김건희의 후광을 입고 국민의힘 인사들을 접촉했다. 윤석열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다”고 한 통화 녹음이 공개됐고 명태균에게 “화내서 미안하다”며 한 시간 동안 사과한 통화 녹음이 곧 공개될 거라는 말도 나왔다. 윤석열 부부와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다는 명태균의 ‘황금폰’도 검찰 손에 들어갔다. 명태균은 구속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 박주민(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면서 “내가 구속되면 12월12일에 접견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박주민이 접견하러 간 날 검찰이 명태균을 구치소 밖으로 불러 조사하는 바람에 접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명태균은 ‘황금폰’을 검찰에 넘겼다. 그 ‘황금폰’에 윤석열 부부가 감추고 싶었던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들어있을 수 있다. 24. 막말과 궤변, 내란은 예고돼 있었다. 윤석열의 망상과 분노 조절 장애는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다.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가짜 뉴스와 괴담을 퍼뜨린다”라고도 했다. 권칠승(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반국가 세력이 활개 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극우 유튜브 채널에 심취해 유신 독재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의심된다”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표현이 더 세졌다. “사이비 지식인들이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것이 검은 세력들의 전략이다.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할 따름이다.” 김웅(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렇게 당부했을 정도다. “꼭 대통령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제발 유튜브 좀 그만 보시라. 이러다 우리 다 죽는다.” 이봉규TV 운영자 이봉규가 대선 직전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말한 것도 이제 와서 돌아보면 심상치 않다. 비상계엄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류혁(전 법무부 감찰관)은 “윤석열은 사이코패스 아니면 소시오패스”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가 만난 한 심학과 교수는 “피해망상과 반사회적 성격 특성이 엿보인다”면서 “간헐적 폭발 장애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5. 술 마신 다음날 가짜 출근? ‘뻥카’가 일상이었다. 한남동 관저로 옮긴 뒤 출근이 늦을 때마다 가짜 출근 행렬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한겨레가 확인했더니 지난 한 달 동안 정시 출근한 날이 이틀밖에 안 됐다. 11월10일의 경우 아침 9시1분에 관저에서 출발한 차량 다섯 대가 9시6분 대통령실에 도착했는데 10시1분에 한 번 더 차량 여섯 대가 출발했다. 9시에는 정문으로 10시에는 남문으로 왔다.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월3일도 ‘뻥카’가 8시52분에 출발하고 진짜 출근 차량은 9시42분에 출발했다.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골프 논란도 있었다. 대통령이 골프를 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이 문제였고 때도 적절치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직후인 11월13일 대통령실 관계자가 “트럼프 당선인과 대화가 이뤄지려면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는데 지난 8월과 9월, 10월에도 골프를 쳤다. 애초에 거짓말인 데다 취재 기자를 강제로 끌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10월12일은 북한이 보복 조치를 선언한 날이었다. 11월2일은 지지율이 17%를 찍던 날이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습관적으로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하고 언론과 시민을 ‘입틀막’하는 정권의 말로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경고했다. 26. 왕처럼 행동했던 ‘59분 대통령’. 명태균은 윤석열 부부를 “장님 무사 위에 올라탄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수석과 보좌관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은 물론이고 59분 동안 혼자 떠든다고 해서 ‘59분 대통령’이란 별명이 있었다. 참모들은 주눅이 들어 보고를 못 하고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부터 공무원들이 ‘사고만 안 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기만 했다고 한다. 윤석열 주변에는 직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폭을 하기까지 보수 언론의 조언도 듣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쓴 느낌”이라면서 “아내와 나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27. 자리 지키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야 알게 됐다. 윤석열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건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기 위해서였다. 신원식은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못 할 것”이라고 자극하기도 했다. 수상쩍은 징후는 꽤 오래 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해서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을 폭파하자 대응 사격을 하기도 했다. 김용현이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북한의 오물 풍선이 또 내려오면 경고 사격한 뒤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칫 남북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시도였지만 애초에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안전은 뒷전이고 일부러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정권을 지키려는 위험천만한 시도였다. 내란죄와 별개로 외환유치죄나 여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통모(通謀)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하는 죄”를 말하고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죄”를 말한다. 외환유치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여적죄는 사형이 법정형이다. 이제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할 때. 김준일(시사평론가)은 윤석열의 2년 반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영삼(전 대통령)은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론 확실히 무능했다. 이명박(전 대통령)은 사악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능했다. 박근혜(전 대통령)는 적당히 무능했고 상당히 사악했다. 윤석열은 무능한 데다 의도적으로 사악했다. 윤석열의 끝은 자폭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이다. 김정하(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윤석열이 3중 중독에 빠져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권력 중독이다. 평생을 검사로 살아왔으니 내가 마음먹으면 제압하지 못할 대상이 없다고 믿게 됐을 거란 이야기다. 둘째, 유튜브 중독이다. 부정선거 음모론 이전에 이태원 참사 음모론도 있었다. 셋째, 알코올 중독이다. “술로 인한 판단력 저하가 자신의 인생과 정권을 파멸로 몰고 갔다”는 이야기다. 윤석열은 비상계엄과 내란 때문에 탄핵당하고 아마도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무너져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비상계엄이 아니라도 윤석열이 거부한 수많은 특검법 때문에 정권의 몰락은 결국 닥칠 일이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탄핵 사유는 수두룩했다. 탄핵을 피하려 계엄을 선택했겠지만 결과는 더욱 참혹했다. 우리는 이제 윤석열 2년 7개월 만에 바닥부터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12.3 윤석열 내란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우리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3시간 만에 해제했고 내란 11일 만에 윤석열을 축출했다. 이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그동안 뭉갰던 권력형 비리를 원점에서 수사해야 할 때다. 검찰 국가를 종식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는 헌법적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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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탄핵 D-0 스페셜 리포트: 윤석열 정부 몰락의 27가지 장면.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세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2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②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10. 김건희 지인 찬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하루라도 청와대에서 잘 수 없다며 관저를 옮긴 이유도 앞으로 밝혀져야겠지만 일단 수상쩍은 돈의 흐름이 있었다. 김건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의 행사 후원사로 참여했던 21그램이란 업체가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는데 입찰 공고 이후 낙찰까지 세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종합 건축업 면허가 필요했는데 자격도 안 됐고 공사비가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뛰어올랐는데 정작 준공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감사원이 1년 8개월 동안 감사를 하고도 이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윤석열의 검찰 선배라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가 도배지나 수도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 11. 철 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육군사관학교가 뜬금없이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없애고 간도특설대 장교를 지낸 백선엽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징후적 사건이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이 “공산 세력과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범도 흉상 철거는 나종남(육사 교수)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윤석열은 “싸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면서 “사방에서 공격을 많이 하는데 그런 공격에 대해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유인태(전 민주당 의원)는 “윤석열의 ‘늦바람’ 이념전쟁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지도가 안 오르는 것에 대한 원망이 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그 원망이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 아니야? 이런 거 아닌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은 “1945년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는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 윤석열의 술친구라는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가 KBS에 나와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윤석열은 외교와 안보에 편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면서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됐다”고 분석했다.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노동기본권 부정이 국헌 문란과 내란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건폭 몰이부터 시작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을 때마다 노조를 공격했다. ‘건폭’은 ‘건설 폭력배’의 줄임말이다. 윤석열이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한 게 2023년 2월의 일이다. 원희룡이 나서서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비난했고 “노피아(노조+마피아)”, “국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 등의 공격이 쏟아졌다. 2800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인권위원회가 “정치인의 표현행위가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왜곡하는 형태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노동위원회(ILO)의 권고도 무시했다. 월례비와 전임비를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 과장이 넘쳤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불법 하도급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한 졸업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 나갔다.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 다시 늘린 이유도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2023년 3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줄였다가 내년 예산은 다시 30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R&D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실체가 없는 개념이었다. 갑자기 예산을 삭감하면서 수많은 연구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일부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연구비 지급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엄청난 혼란과 충격, 손실을 초래했다.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판이다. 일단 왜 2000명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첫째, 상급 병원 쏠림 현상. 우리나라 사람들 아프면 큰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다.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에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죽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둘째, 전공의들 과로. 전공의 평균 근로 시간이 주 78시간에 이른다. 4주 평균 주 8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52%였다. (한때 주 120시간도 일했다고 한다.) 셋째, 필수 의료의 붕괴. 지금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응급실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부족한 게 아니다. 당장 의료 대란으로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의 고집 때문에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또 치르는 중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 9년 평균 대비 사망자가 1700여 명 늘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살 수 있었던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은 건설노조와 싸우듯이 의대 정원 문제를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거라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1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당장 내년에 7500명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듣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윤석열이 퇴출당해야 협상이 가능한 상황이다. 16. ‘대파 게이트’와 ‘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윤석열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고 있을 수 있지만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대파 게이트였다. 윤석열이 마트에 가서 대파를 샀는데 1kg에 875원이었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나요?” 같은 복장 터지는 소리였다.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까지 전국 평균은 1kg에 3851원, 하나로마트도 2670원이었는데 윤석열이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날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2866원이었다. 하필이면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반의반 값이었다는 사실을 윤석열은 몰랐을까. 이수정(경기대 교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이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져 나온 김건희 메시지 ‘읽씹’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했다. 디올 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1월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하겠다, 뜻대로 따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동훈이 답을 하지 않았다. 첫째, 한동훈이 공개했을 리는 없으니 김건희가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둘째, 어차피 윤석열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김건희가 사과했더라도 판세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굳이 둘 사이의 대화를 공개한 것은 한동훈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당 대표에서 떨어뜨리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다. 어차피 사과하고 말고는 윤석열 부부가 결정할 문제였고 뒤늦게 한동훈을 공격한다고 해서 참패한 총선을 되돌이킬 수도 없고 이미 떨어진 지지율이 오를 상황도 아니었다. 애초에 윤-한 갈등이 아니라 김-한 갈등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애초에 김건희 심기 경호를 두고 여당이 발칵 뒤집히는 상황도 어처구니없지만 윤석열 위에 김건희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김건희가 김대남(전 대통령실 비서관)을 시켜 한동훈을 공격하게 하고 연봉 3억 원의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명백한 국정농단이었다.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돌아보면 이미 총선 패배 이후 정권 말 징후가 나타났다. “관저에 다녀오면 다른 말씀을 하신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홍보수석 등 공식 라인이 배제됐다”는 말도 돌았다. 김건희와 예스맨들이 윤석열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대남이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용산에 십상시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털어놓은 뒤 동아일보가 한남동 라인 일곱 명의 이니셜을 공개했다. 강찬호(중앙일보 논설위원)는 “김동조(대통령실 국정비서관)가 진짜 비서실장이라는 뒷말이 돈다”면서 “그가 왕명(여사의 지시)을 출납하면 김건희 라인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움직여 비서실장과 수석들도 모르는 가운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윤석열을 ‘삼촌’으로, 김건희를 ‘작은엄마’로 부른다는 황종호(대통령실 행정관)와 김건희 황제 관람을 기획한 최재혁(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음주운전 논란으로 사퇴한 강기훈(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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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탄핵 D-0 스페셜 리포트: 윤석열 정부 몰락의 27가지 장면.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세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②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돌아보면 윤석열은 정말 이상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 자를 쓰고 나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논란이 되자 “연세 많으신 이웃 주민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누가 써줬는지도 말이 계속 바뀌었고 안 지워진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몰락의 결정적인 장면 27가지를 살펴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경제 관련 이슈는 시리즈 1편,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에 있습니다. 편집자 주.)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결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삽도 못 떴다. 고속도로가 휘었는데 알고 보니 김건희 땅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 당선은 2022년 3월10일, 취임은 2022년 5월10일인데 5월24일 개편안이 등장했다.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치 공세라며 백지화를 선언했고 아직 방치된 상태다.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빙의 승부”라며 재벌 총수들을 끌고 세일즈 외교를 다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 한국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 고문이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보력의 실패였다.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왜 사기를 꺾느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한다. “예스맨들에 포위돼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예산이 2년 동안 5744억 원이었다. 최종 발표를 사흘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회식을 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윤석열이 2022년 9월 미국 방문 도중 회의 직후 한 말이 방송을 탔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통상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국익을 자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도록 했고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이 무례하다며 도어 스태핑을 중단했다. 윤석열은 정작 ‘새끼들’ 발언을 사과하지 않았다. ‘바이든’이라면 미국 의회가 ‘새끼들’이 되고 ‘날리면’이라면 한국 국회가 ‘새끼들’이 된다. 명예훼손 소송 재판부는 MBC에 정정 보도를 명령하면서도 “바이든과 날리면 가운데 어떤 발언을 한 것인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에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진표(당시 국회의장)를 만난 자리에서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망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지만 김진표도 의장에서 물러난 뒤에야 공개한 사실이다.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좌파가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없다’를 쓴 정혜승(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네 가지를 못했다고 지적했다. 첫째, 정부는 역할과 책임을 부정했고 둘째, 수사만 하고 조사는 없었다. 셋째, 피해자들의 연대를 방해했고 넷째, 피해자들을 방치했다.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당한 굴욕 외교. 윤석열이 최대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한일 관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첫째,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쓰비시 등 피고 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었다. 2023년 3월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이 “물컵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했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채워지지 않았다. 둘째,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박물관 한구석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만든 게 성의 표시의 전부였다. 전쟁 범죄의 흑역사를 묵인해 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도식이 열렸는데 강제 동원은 언급조차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이 있는 이쿠나이 아키코(일본 외무성 정무관)를 일본 대표로 내세운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까웠다. 셋째, 오염수 방류도 허용했다. 7년이 걸릴 거라 했다가 30년으로 늘었다가 “적어도 30년”으로 다시 늘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말도 나왔다.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한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됐다. 강제 동원 피해자의 아들 정종건이 이런 말을 했다. “나라 없이 억울하게 끌려가 일했는데 나라가 있는데도 억울하다.”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새만금 갯벌 매립지에 4만 명이 텐트를 쳤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열사병이 속출했다. 샤워기는 5000개가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됐고 급수대도 278개에서 120개로 줄었다. 그늘도 없고 의료 시설도 부족했다. 편의점에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엉망이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도해야 했을 스카우트연맹을 소외시키고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회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왜 늘 시민의 몫이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부랴부랴 조기 폐막과 함께 K팝 콘서트를 급조했고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국풍 2023’ 관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이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420억 원을 들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1년 뒤에야 준공됐다. 국정 조사와 함께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윤석열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말하고 넘어갔다.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충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사단장이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해병대 상징인) 붉은색 티를 입으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국가가 보상하면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받아본 윤석열이 격노했고 갑자기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임성근(당시 사단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박정훈(수사단장)이 애꿎은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임성근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골프치는 사이였고 이종호가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VIP가 윤석열인지 김건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종호의 허세였을 수도 있지만 윤석열이 왜 그렇게 임성근을 감싸고 돌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김건희라는 의혹도 있었다. 윤석열이 휴가 중이었고 발신 기지국은 한남동이었다.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 사건은 원점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윤석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니다.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가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이 사건은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돼 있다. 이종호는 “윤석열과 김건희 결혼 이후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36차례에 걸쳐 문자 또는 전화를 주고받았다. 김건희와 최은순(윤석열 장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증권사 직원이 “2650원이 될 때까지 매수하겠다”고 보고하자 김건희가 “알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주포’가 ‘선수’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 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김건희의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리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는 전주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네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됐고 다시 수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종호가 말한 “삼부 내일 체크하고”도 검증해야 한다. 임성근과 골프 약속을 이야기했던 그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해 5월 올레나 젤렌스카(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다음날 윤석열이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틀 뒤부터 삼부토건 주가가 치솟기 시작해 윤석열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까지 주가가 무려 네 배 이상 치솟았다. 김종대(연세대 교수)는 “이종호의 정보력이라면 굳이 과거처럼 주가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뭘 할지 사전에 알고 주식을 사두기만 하면 차액이 저절로 수익으로 굴러들어 온다”는 이야기다. 삼부토건은 윤석열과 특별한 관계다. 조남욱(삼부토건 회장)은 15년 동안 윤석열에게 명절 선물을 보냈다. 조남욱에게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있다. 김건희와 최은순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졌다.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 하고. 최재영(목사)이 김건희에게 준 뇌물은 세 차례다.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권.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공직자의 배우자는 부정 청탁 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검찰은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최재영은 청탁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국민권익위가 문제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국민권익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양심에 반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과도 비교된다. 조국은 딸이 받은 장학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유죄 선고 받았다.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될 상황이다. KBS와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당시 KBS 앵커)이 “외국 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박장범은 KBS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반발하는 직원들을 피해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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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계엄을 선포했냐면”, 내란죄 자백 선언에 가까웠던 윤석열의 담화.
마침 12월12일이다. 윤석열이 “거대 야당의 국헌 문란에 맞서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극우 보수 유튜브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평가.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은 “내란을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찬대(민주당 원내대표)는 “추하다 못해 추잡하다”고 평가했다. 신현호(경제평론가)는 “아스팔트 우파에 총궐기하라는 호소”라고 평가했다. 뉴스타파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일단 사고는 쳤고 뒤늦게 명분과 논리를 만드는 모양새다. 윤석열이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되고 있거나 망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지지자들이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탄핵안 통과와 별개로 극도의 혼란과 갈등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세 가지 주장. 윤석열의 담화는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민주당 때문에 국정이 마비될 상황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둘째, 국회를 해산시키거나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셋째, 정치적 판단이고 합법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막말.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이 된 것이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 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인가.”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 탄핵을 서두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 자신의 범죄를 덮고 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이다.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닌가.” 팩트 체크. 짧은 담화에 거짓말이 수두룩했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아니었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이 있었고 체포해서 구금하는 계획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거대 야당이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건 윤석열의 판단일 뿐 계엄 요건이 될 수 없다. 애초에 헌정 질서 파괴를 막기 위해 헌정 질서를 더 크게 파괴한다는 자기모순에 빠진 주장이다. “거대 야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왔다”는 주장도 계엄 선포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의 탄핵은 절차적 요건을 갖췄고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국회의 권한이다. “헌법의 틀 안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전시나 사변, 국가 비상사태, 공공질서 유지 등 헌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무회의 심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고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따르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조지호(당시 경찰청장)가 김용현(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를 받아 국회 출입을 통제했고 상당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 시간짜리 내란이란 것이 있느냐”는 질문은 내란이 실패한 상황에서 하는 말일 뿐 만약 헬기가 좀 더 일찍 착륙했거나 현장의 군인들이 명령을 거부하지 않고 의원들을 끌어냈다면 한국은 아직 계엄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부정선거나 간첩 운운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탄핵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는 주장은 인과관계를 뒤섞은 궤변이다. 애초에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윤석열이고 탄핵은 그 결과일 뿐이다.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현재로서는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과 윤석열의 내란은 무관한 문제다. 탄핵과 조기 대선이 “국정 장악”이고 “국헌 문란 행위”라는 주장은 윤석열 세계관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 난리를 쳐놓고 그 책임을 묻는 과정을 ‘국헌 문란’이라고 주장하는 멘탈리티는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내가 한 건 “나라를 살리려는 조치”였고 나를 탄핵하려는 건 “헌법과 법체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광란의 칼춤”이라는 주장 역시 상식의 세계와 거리가 멀다. 핵심은 이것이다. 예산 삭감이나 장관 탄핵이 거대 야당의 횡포인지 아닌지 판단이 다를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정치 행위의 영역이다. 상징적으로 병력을 투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군을 동원한 것이 폭동이고 내란이다.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었고 사상자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내란이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두 시간짜리 내란도 내란이고 실패했더라도 그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논리적인 모순을 넘어 윤석열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의심을 해야 할 상황이다. 결론과 전망.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권성동(국민의힘 의원)을 원내대표로 뽑았다. 친윤 중심으로 뭉쳐서 탄핵 국면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한동훈이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진종오(국민의힘 의원)이 “탄핵안에 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이탈 표가 최소 7명 확보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의원은 조경태와 안철수, 배현진, 장동혁,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박정훈, 우재준, 진종오 등 10명이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조경태와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진종오, 한지아 등 7명이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오는 토요일(12월14일) 윤석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과 경찰 등이 수사를 서두르고 있어 빠르면 주말 안에 늦어도 다음 주에 윤석열이 긴급 체포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윤석열이 경호처를 내세워 체포를 거부할 수도 있다. 윤석열의 담화문 전문. 12/12(목) 국민께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비상계엄에 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내란죄에 해당한다며,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서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벌이고 있는 세력이 누구입니까?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끌어내리기 위해,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선 이후부터 현재까지무려 178회에 달하는 대통령 퇴진,탄핵 집회가 임기 초부터 열렸습니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마비시키기 위해우리 정부 출범 이후부터 지금까지수십 명의 정부 공직자 탄핵을 추진했습니다. 탄핵된 공직자들은 아무 잘못이 없어도소추부터 판결 선고 시까지장기간 직무가 정지됩니다. 탄핵이 발의되고 소추가 이루어지기 전,많은 공직자들이 자진 사퇴하기도하였습니다. 탄핵 남발로 국정을 마비시켜 온 것입니다. 장관, 방통위원장 등을 비롯하여자신들의 비위를 조사한 감사원장과검사들을 탄핵하고,판사들을 겁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자신들의 비위를 덮기 위한 방탄 탄핵이고,공직기강과 법질서를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위헌적 특검 법안을27번이나 발의하면서정치 선동 공세를 가해왔습니다. 급기야는 범죄자가 스스로 자기에게면죄부를 주는 셀프 방탄 입법까지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이 지배하는 국회가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아니라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괴물이 된 것입니다. 이것이 국정 마비요,국가 위기 상황이 아니면무엇이란 말입니까?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거대 야당은 국가안보와사회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드론을 띄워 부산에 정박 중이던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된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최소 2년 이상 한국의 군사시설들을 촬영한사진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달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습니다. 이 사람은 중국에서 입국하자마자곧장 국정원으로 가서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률로는외국인의 간첩행위를간첩죄로 처벌할 길이 없습니다.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난 정권 당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박탈한 것도 모자라서,국가보안법 폐지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간첩을잡지 말라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장과미사일 위협 도발에도,GPS 교란과 오물풍선에도,민주노총 간첩 사건에도,거대 야당은 이에 동조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편을 들면서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정부를 흠집내기만 했습니다.북한의 불법 핵 개발에 따른UN 대북 제재도 먼저 풀어야 한다고주장합니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이고,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검찰과 경찰의 내년도 특경비, 특활비 예산은아예 0원으로 깎았습니다. 금융사기 사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마약 수사 등 민생 침해 사건 수사,그리고 대공 수사에 쓰이는 긴요한 예산입니다. 마약, 딥페이크 범죄 대응 예산까지도대폭 삭감했습니다. 자신들을 향한 수사 방해를 넘어,마약 수사, 조폭 수사와 같은민생사범 수사까지 가로막는 것입니다.대한민국을 간첩 천국, 마약 소굴,조폭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반국가세력 아닙니까? 그래놓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국회 예산은 오히려 늘렸습니다. 경제도 위기 비상 상황입니다. 거대 야당은 대한민국의성장동력까지 꺼트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삭감한내년 예산 내역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원전 생태계 지원 예산을 삭감하고,체코 원전 수출 지원 예산은무려 90%를 깎아 버렸습니다.차세대 원전 개발 관련 예산은거의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 양자, 반도체, 바이오 등미래 성장동력 예산도 대폭 삭감했습니다. 동해 가스전 시추 예산,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도사실상 전액 삭감했습니다.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취약계층 아동 자산 형성 지원 사업,아이들 돌봄 수당까지 손을 댔습니다.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혁신성장펀드,강소기업 육성 예산도 삭감했습니다. 재해 대책 예비비는 무려 1조원을 삭감하고,팬데믹 대비를 위한 백신 개발과관련 R&D 예산도 깎았습니다.이처럼 지금 대한민국은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국민 여러분, 여기까지는 국민 여러분께서도많이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비상계엄이라는엄중한 결단을 내리기까지,그동안 직접 차마 밝히지 못했던더 심각한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헌법기관들과 정부 기관에 대해북한의 해킹 공격이 있었습니다.국가정보원이 이를 발견하고정보 유출과 전산시스템 안전성을점검하고자 했습니다. 다른 모든 기관들은 자신들의 참관 하에국정원이 점검하는 것에 동의하여시스템 점검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헌법기관임을 내세우며완강히 거부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선관위의 대규모 채용 부정사건이 터져 감사와 수사를 받게 되자국정원의 점검을 받겠다고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렇지만 전체 시스템 장비의아주 일부분만 점검에 응하였고,나머지는 불응했습니다.시스템 장비 일부분만 점검했지만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마찬가지였습니다.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하여‘12345’ 같은 식이었습니다. 시스템 보안 관리회사도 아주 작은 규모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한 회사였습니다. 저는 당시 대통령으로서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를 관리하는전산시스템이 이렇게 엉터리인데,어떻게 국민들이 선거 결과를신뢰할 수 있겠습니까?선관위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 과정에입회하여 지켜보았지만,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를 조작한 일이없다는 변명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선관위는 헌법기관이고,사법부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있어영장에 의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협조하지 않으면진상규명이 불가능합니다. 지난 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도문제 있는 부분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제대로 개선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에 국방장관에게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지시한 것입니다.최근 거대 야당 민주당이자신들의 비리를 수사하고 감사하는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들,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탄핵하겠다고 하였을 때, 저는 이제 더 이상은그냥 지켜볼 수만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이제 곧 사법부에도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비상계엄령 발동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여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습니다.현재의 망국적 국정 마비 상황을사회 교란으로 인한행정 사법의 국가 기능 붕괴 상태로판단하여 계엄령을 발동하되,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붕괴를 막고,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하였습니다. 사실 12월 4일 계엄 해제 이후민주당에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을 보류하겠다고 하여짧은 시간의 계엄을 통한 메시지가일정 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러나 이틀 후 보류하겠다던탄핵소추를 그냥 해 버렸습니다. 비상계엄의 명분을 없애겠다는뜻이었습니다. 애당초 저는 국방장관에게,과거의 계엄과는 달리계엄의 형식을 빌려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질서 유지에 필요한소수의 병력만 투입하고,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자국방부 청사에 있던 국방장관을제 사무실로 오게 하여즉각적인 병력 철수를 지시하였습니다. 제가 대통령으로서 발령한이번 비상조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회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소규모이지만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이유도 거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상징적으로 알리고, 계엄 선포 방송을 본 국회 관계자와시민들이 대거 몰릴 것을 대비하여질서 유지를 하기 위한 것이지,국회를 해산시키거나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아님은자명합니다. 300명 미만의 실무장하지 않은 병력으로그 넓디넓은 국회 공간을상당 기간 장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와 같은 계엄을 하려면수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고,광범위한 사전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저는 국방장관에게 계엄령 발령담화 방송으로 국민들께 알린 이후에병력을 이동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서 10시 30분 담화 방송을 하고병력 투입도 11시 30분에서12시 조금 넘어서 이루어졌으며,1시 조금 넘어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가 있자 즉각 군 철수를 지시하였습니다. 결국 병력이 투입된 시간은한두 시간 정도에 불과합니다. 만일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평일이 아닌 주말을 기해서계엄을 발동했을 것입니다.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 단수 조치부터취했을 것이고,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정상적으로 심의가 이루어졌고,방송을 통해 온 국민이국회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자유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수호하기 위해국민들께 망국적 상황을 호소하는불가피한 비상조치를 했지만,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안전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였고,사병이 아닌 부사관 이상 정예 병력만이동시키도록 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비상계엄을 준비하면서오로지 국방장관하고만 논의하였고,대통령실과 내각 일부 인사에게선포 직전 국무회의에서 알렸습니다. 각자의 담당 업무 관점에서 우려되는반대 의견 개진도 많았습니다. 저는 국정 전반을 보는 대통령의 입장에서현 상황에서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설명했습니다.군 관계자들은 모두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이후병력 이동 지시를 따른 것이니만큼,이들에게는 전혀 잘못이 없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저는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막지 않도록 하였고, 그래서 국회의원과 엄청나게 많은 인파가국회 마당과 본관, 본회의장으로 들어갔고계엄 해제 안건 심의도 진행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내란죄를 만들어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수많은 허위 선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이란 말입니까? 거대 야당이 거짓 선동으로탄핵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단 하나입니다.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입니다.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려서라도,자신의 범죄를 덮고국정을 장악하려는 것입니다. 이야말로 국헌 문란 행위 아닙니까?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입니다.저는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서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회피하지 않겠다고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단 한 순간도 개인적인 인기나대통령 임기, 자리 보전에연연해온 적이 없습니다. 자리 보전 생각만 있었다면,국헌 문란 세력과구태여 맞서 싸울 일도 없었고이번과 같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일은더더욱 없었을 것입니다. 5년 임기 자리 지키기에만 매달려국가와 국민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뽑아주신 국민의 뜻을저버릴 수 없었습니다.하루가 멀다 하고 다수의 힘으로입법 폭거를 일삼고오로지 방탄에만 혈안되어 있는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지키려 했던 것입니다. 그 길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내린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가어떻게 내란이 될 수 있습니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 행사는사면권 행사, 외교권 행사와 같은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통치행위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야당은 저를 중범죄자로 몰면서,당장 대통령직에서끌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만일 망국적 국헌 문란 세력이이 나라를 지배한다면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위헌적인 법률, 셀프 면죄부 법률,경제 폭망 법률들이 국회를 무차별 통과해서이 나라를 완전히 부술 것입니다. 원전 산업,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미래 성장동력은 고사될 것이고,중국산 태양광 시설들이전국의 삼림을 파괴할 것입니다. 우리 안보와 경제의 기반인한미동맹, 한미일 공조는또다시 무너질 것입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여우리의 삶을 더 심각하게 위협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가어떻게 되겠습니까? 간첩이 활개 치고,마약이 미래세대를 망가뜨리고,조폭이 설치는,그런 나라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껏 국정 마비와 국헌 문란을 주도한세력과 범죄자 집단이 국정을 장악하고,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만큼은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나라를 지키기 위해,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비상계엄 조치는,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고,오로지 국회의 해제 요구만으로통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사법부의 판례와헌법학계의 다수 의견임을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국회의 해제 요구를즉각 수용하였습니다. 계엄 발령 요건에 관해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있습니다만, 나라를 살리려는 비상조치를나라를 망치려는 내란 행위로 보는 것은,여러 헌법학자와 법률가들이지적하는 바와 같이우리 헌법과 법체계를심각한 위험에 빠뜨리는 것입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지금 여기저기서 광란의 칼춤을 추는사람들은 나라가 이 상태에 오기까지어디서 도대체 무얼 했습니까?대한민국의 상황이 위태롭고위기에 놓여 있다는 생각도전혀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까? 공직자들에게 당부합니다. 엄중한 안보 상황과 글로벌 경제위기에서국민의 안전과 민생을 지키는 일에흔들림 없이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2년 반,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재건하기 위해불의와 부정, 민주주의를 가장한 폭거에맞서 싸웠습니다. 피와 땀으로 지켜온 대한민국,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모두 하나가 되어주시길간곡한 마음으로 호소드립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번 계엄으로놀라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에 대한저의 뜨거운 충정만큼은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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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친 한국 경제 25가지.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2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 ① 경제: 1% 성장률 충격, 부자 감세에 나라 살림은 빚더미. 14. 한국만 주가가 빠졌다. 2020년 1월 주가를 100으로 놓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187과 212까지 올랐는데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18과 107에 그쳤다. 윤석열이 주식 시장 밸류업 프로젝트를 내놓았지만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 가계 부채 감당할 수 있나. 정부도 빚이 많지만 가계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 1896조 원, 올해 안에 2000조 원을 넘길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4.4%, 여기에 전세 보증금을 포함하면 150%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은 ‘영끌’에 올인하고 정부는 ‘영혼 없는’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6. 자살률도 다시 치솟고 있다. 10만 명당 자살률이 2022년 25.2명까지 떨어졌다가 2023년 27.3명으로 8.3% 늘었다.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2011년 수준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7월 기준으로 누계 8777명, 지난해 같은 기간 8255명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17. 노인 빈곤율도 세계 최고 수준. 노인들의 상대적 빈곤율은 2011년 56.9%에서 2022년 57.1%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40%가 빈곤 상태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라트비아(32.3%)나 에스토니아(34.6%)보다 높다. 연금도 빈약하지만 수급 계층이 많지 않다. 노인들 자살률도 높다. 18. 실질 소득도 줄었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득은 오히려 2021년 수준에도 못 미친다. 특히 올해 2분기 가계 소득은 0.8%나 줄었다. 소득이 줄어드니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2분기 전년 대비 3.9% 줄어든 데 이어 계속 정체 상태다. 올해 1분기는 -1.6%를 기록했고 3분기 들어 2.3% 늘었지만 지난해 기저효과일 가능성이 크다. 19. 소득 격차는 더욱 커졌다. 3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20%(1분위)는 지출의 30%를 밥값에 쓴다. 상위 20%는 18% 정도다. 소득 1분위는 월 33만 원의 적자가 나고 5분위는 394만 원의 흑자가 난다. 소득 5분위 배율은 2020년 2분기 8.3배까지 낮아지기도 했지만 올해 3분기 9.3배까지 늘어났다. 20. 임금 체불도 늘고 있다. 올해 임금체불액은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 7월까지 체불액이 작년(1조 7846억 원)의 70% 수준에 달했다. 21. ‘작은 정부’의 비극. 한국의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중은 26%, OECD 평균 46%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 투자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했다가 복구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가 저부담-저예산-저복지의 악순환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돈을 풀지 않으니 양극화가 심화되고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가처분 소득의 불평등 개선 정도가 OECD에서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22. 한국경제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수출과 내수, 재정 모두 최악의 상황이다. 잠재 성장률은 2.0%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1%대로 떨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잠재 성장률은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도 물가 급등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인 잠재 GDP 증가율을 말한다.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진 것도 처음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3. 청년들이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그냥 쉬었다’고 답변한 15~29세 청년이 올해 들어 10월까지 평균 42만 명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었다. 1년 이상 쉬었다는 청년이 2020년 38.9%에서 45.7%로 늘었다. 3년 이상 쉬었다는 비중도 21.0%로 늘었다. 65세 이상 취업자 수가 15~29세 취업자 수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고령층 인구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노인 빈곤율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이 23.4%로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고 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은 늙어가고 있다. 24. 출산율도 바닥 수준.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 역시 바닥 수준이다. 출생아 수는 월 2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혼인 건수는 1만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바닥을 쳤다는 관측도 있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81명에서 2022년 0.78명, 지난해 0.72명에 이어 올해는 0.74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25~49세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 61%였는데 25~29세 여성들은 이 비율이 34%에 그쳤다. 25. 최악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모델이었던 한국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심리지수(ESI)는 2022년 7월 이후 한 번도 100을 넘은 적이 없다. 100 미만이면 더 안 좋아질 거라고 본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정확하게 맞물리는 추세다. “윤석열은 한국의 GDP 킬러.” 윤석열은 재벌 개혁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경제력 집중과 과도한 수출 의존, 사상 최고 수준의 가계 부채를 방치했다. 구조 개혁은커녕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방치했다. 경제 주간지 포브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걸 윤석열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만성적인 안일함은 한국 경제의 오랜 과제였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한국 경제가 앞으로 닥칠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거라는 마지막 기대를 걷어찼다. 윤석열이 탄핵에서 살아남는다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한국의 정치적 마비는 이미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루 차나나(삭소마켓츠 투자전략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명한 것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윤석열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도 위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역적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가 경제고 탄핵이 민생이다.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고통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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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망친 한국 경제 25가지.
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민주주의가 경제다, 윤석열 탄핵을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유. ① 경제: 1% 성장률 충격, 부자 감세에 나라 살림은 빚더미. 비상계엄이라는 정신나간 자폭 행위에 가뜩이나 빈사 상태의 한국 경제가 치명타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2년 8개월, 한국 경제의 모든 지표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쳤고 양극화는 더욱 확대됐다. 부자 감세를 남발하면서 정부 재정을 틀어쥔 탓에 비가역적인 퇴행이 시작됐다. 환율이 치솟고 물가가 오르고 주가는 폭락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노인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일자리를 잃은 청년들은 쉬고 있다. 잠재 성장률이 2%를 밑돌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국가 부채도 역대 최대 규모고 실질 임금이 줄어든 것도 처음이다. 12월 3일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진입했다. 무능한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은 내란 수괴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퇴행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 직전이다. 민주노총과 슬로우뉴스 공동 기획으로 윤석열이 지난 2년 8개월 동안 망쳐 놓은 것과 비상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를 다섯 차례에 나눠 집중 점검해 본다. 첫 편은 경제다. 1. IMF도 아닌데 1% 성장률이라니. 1% 미만 성장률은 지금까지 네 차례 있었다. 1980년 오일 쇼크와 1998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이다. 그리고 다섯 번째가 윤석열 정부다. 한국은행은 2025년과 2026년 성장률을 각각 1.9%와 1.8%로 전망했다. 구조적 불황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낮춰잡은 데 이어 내년과 내후년은 각각 1.9%와 1.8%까지 떨어질 거라고 전망했다. 올해 2.2%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하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총장 출신의 정치 문외한 윤석열이 집권했던 2022년 5월, 한국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을 막 빠져나온 상태였다. 돈을 풀고 경제를 살려야 할 시점에 윤석열은 건전 재정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 지출을 틀어쥐었다. 내수가 죽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2. 역대급 부자 감세. 윤석열 정부가 3년 동안 깎아준 세금이 97조 원에 이른다. 고소득자들에게 35조 원을 깎아줬고 대기업에 깎아준 세금도 21조 원에 이른다. 부자들에게 상속증여세를 깎아줬고 기업들에게는 법인세 세율을 낮추고 과표 구간을 높여서 통 크게 줄여줬다. 2년 유예했다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는 아예 폐지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낙수 효과는커녕 부자들과 대기업들이 떡고물을 나눠가졌고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 앉았다. 3. 세금 86조 원 덜 걷었다. 이러고도 나라가 굴러가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지난해 세수 펑크가 56조 원, 올해는 30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애초에 예산도 줄여 잡기도 했지만 적게 잡은 예산보다 더 적게 거뒀다.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각각 15조 원과 6조 원씩 펑크났다. 역대급 감세인데다 역대급 세수 예측 실패다. 올해 8월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는 53조 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84조 원 적자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22년 -5.4%, 2023년 -3.9%로 이미 재정준칙 기준을 넘어섰다. GDP 대비 3%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깨진 지 오래다. 소득세도 줄고 법인세도 줄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각각 13조원과 23조원, 합계 36조 원이 줄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는 2021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3분의 1로 줄었다. 4. 빚 내서 나라 살림 막았다. 국가 채무가 1000조 원이 넘고 GDP 대비 국가 채무가 50%를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속도가 빨라졌다. 앞에서는 건전 재정을 외치면서 뒤로는 빚을 늘려 급한 불을 껐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끌어다 쓴 돈이 220조 원이 넘는다. 공적 기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쓴다는 말도 나왔다. 연쇄적인 기금 손실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건전 재정을 강조했지만 재정 여건을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 기축 통화국이 아니라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자칫 국채 금리가 오르고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5.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 경제 성장률은 정체 상태인데 물가는 미친 듯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5년보다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더 올랐다. 6. 실질임금 줄어든 건 처음. 실질임금은 2021년 359.9만 원을 찍고 3년 연속 줄었다.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못 따라간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354.3만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명목 임금은 2.4% 늘었지만 실질임금은 0.4% 줄었다. 7.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역대 최고 수준. 코로나 팬데믹 직후인 2021년 38.4%를 찍은 데 이어 지난해 37%까지 줄었지만 올해 들어 8월 기준으로 38.2%까지 올랐다. 풀타임 노동자 비율은 74.8%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8. 최저임금 인상률도 찔끔. 코로나 팬데믹 때 1.5% 인상한 적은 있었지만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올해는 2.5%, 내년은 1.7%에 그쳤다. 생계비는커녕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이다. 9. 일자리의 질도 떨어졌다.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가 18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2%까지 늘었다. 36시간 이상 풀 타임 근로자 비중이 74.8%까지 줄었다.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대와 30대만 놓고 보면 풀 타임 근로자가 계속 줄고 있다. 10. 사람들이 돈을 안 쓴다. 소득이 줄고 물가는 오르니 당연한 결과다. 소비자 물가 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11. 자영업자들이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20%를 밑돈 것도 처음이다.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소득이 줄고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으니 자영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평균 564만 명. 전체 취업자 가운데 19.7%다. 2002년 612만 명에서 줄기도 했지만 전체 취업자가 2223만 명에서 2854만 명으로 늘어난 효과도 있다. 분모가 커졌다. 자영업자 59.2%가 평균 1억7500만 원의 빚을 졌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지난해 0.47%에서 올해 6월 1.0%로 올랐다. 12. 수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조업 체감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수출은 14개월 연속 늘었지만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 증가율을 6.3%로 낮춰 잡았다. 내년은 1.5%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한때 시가총액 600조 원을 넘보다가 300조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어렵지만 내년 전망도 불확실하다. 13. 원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건 세 차례다. 처음은 IMF 외환위기고, 두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그리고 세 번째가 윤석열 정부다. 환율이 오른다는 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실효 환율 지수는 95.2. 64개국 가운데 56위다. 통화 가치 하락이 다른 나라들보다 크다는 의미다.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수출이 줄고 경쟁력이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수입 물가가 더 오르고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진다.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 시스템 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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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몰랐나? 너무나도 어설펐던 3시간짜리 내란.
[슬로우리포트]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의 교훈. 오늘 아침 한국 국민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슬픔에 가깝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세 시간도 가지 못했다. 지금은 1980년이 아니고 이렇게 어설프게 나라를 뒤집을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진심으로 하루라도 더 윤석열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는지 의심해 봐야 할 때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이 사건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성공할 리 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만취 상태가 아니라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명백한 내란이다. 아내를 지키려고 나라를 뒤엎을 생각이었던 건가. 곧바로 탄핵 절차 돌입. 민주당은 5일 0시에 탄핵안을 발의하고 곧바로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게 돼 있어서 빠르면 6일 0시부터 표결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김상욱(국민의힘 의원)이 “집권당 소속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최소 6명이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이 18명, 이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탄핵안은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고 한덕수(총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6명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만장일치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은 내각 총사퇴와 윤석열 탈당 등을 요구했다. 조경태(국민의힘 의원)는 “탈당 요구에 30% 정도는 찬성하고, 나머지 70%는 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김용현(국방부 장관)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의 표명을 했다. 윤석열은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 선언 이후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명백한 탄핵 사유, 헌법 77조에 다 나와 있다.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5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첫째, 애초에 전시나 사변도 아니고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아니었다. 둘째,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면 국회에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군인들을 국회에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의 면담. 한동훈이 추경호(국민의힘 원내대표) 등과 함께 대통령실을 찾아가 만났다. 윤석열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폭거를 하니 비상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훈은 면담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인데, 대화에 어떤 진전이 있을 수 있었겠나.” 하야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동훈의 의중에 윤석열의 운명이 달렸다. 비상계엄, 대통령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때 이미 이런 상황을 내다봤다. 한국에서 국회의 동의 없는 계엄은 불가능하다. 윤석열이 이걸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저질렀다면 역시 멍청한 것이다. 설령 어젯밤 군인들이 국회를 장악했더라도 국회가 원격으로 표결하면 된다(국회법 73조).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는 계엄 선포를 하더라도 곧바로 해제될 거라고 봐야 했다. 1980년과도 다르다. 계엄법 13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계엄 사령부라도 국회를 장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포고령도 엉터리였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조항은 애초에 위헌이다. 군대를 동원해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방해한 것이 결정적으로 범죄 성립 요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계엄법에 “군사상 필요할 때”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역시 헌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형법 87조에서 내란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돼 있다. 2항.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3항.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4항.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윤석열이 어젯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건 “국가 권력을 배제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 사형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계엄의 요건을 못 갖췄다. 계엄법 2조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의결이 아니라 심의만 해도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3일 오후 한덕수(국무총리)를 비롯해 일부 위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참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령 국무회의라는 말도 나온다. 국무회의 시간이 계속 달라지는 건 실제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덕수를 비롯해 국무위원 다수가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익명의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는) 담화 내용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 아무도 뜻을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를 발표하면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이라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흘려 듣기 어렵다.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를 의결한 뒤 흩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애초에 모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실패한 내란, 국무회의가 열렸다면 참석자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누가 모의에 참여했고 종사했는지, 부화수행하거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계엄법 4조도 지키지 않았다. 우원식(국회의장)은 “통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계엄 선포와 함께 계엄 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계엄 사령관은 11시25분에야 임명했다. 그만큼 준비 없이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너무나도 어설펐다. 육군 특수전 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에 도착한 건 자정이 다 돼서였다. 애초에 계엄 선포에 맞춰 준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헬기를 타고 와 국회 경내에 진입한 군인이 230여 명, 장갑차를 타고 와 도보로 이동한 군인이 50여명 정도였다. 만약 일사불란하게 야당 의원들을 체포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겠지만 애초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중과부적(수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만난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직원들이 모두 자신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민석이 맞았다. 괴담 취급을 받긴 했지만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의 경고가 맞았다. “김용현(국방부 장관)이 워낙 무능했다”면서 “윤석열의 충동과 김용현의 무능이 낳은 1차 시도 무산”이라고 말했다. 탄핵하지 않으면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김민석은 ‘서울의 봄 팀’이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음모를 계속 추적해 왔다. “이제는 더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광기 어린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용현이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에서도 따르겠나, 나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결국 예상대로 된 셈이다. 윤석열의 정신 상태를 짐작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 실패할 거란 걸 몰랐을까. 국회를 장악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까. 비상계엄 선포 다음 계획이 있었나. 김건희 특검을 피하려면 판을 뒤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을 거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다음 계획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 게이트도 윤석열 부부를 조여오는 상황이었다. 3시간도 못 버틴 윤석열의 내란은 윤석열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라이브로 보여줬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 계엄 해제 선언을 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린 것도 여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차고 넘치는 탄핵 사유. 류혁(법무부 감찰관)은 법무부 긴급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무효이고 심의를 거쳤다고 해도 헌법 위반이자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만약에 국무위원이 이에 동의했다면 그들도 내란의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하람(개혁신당 대표)의 논평도 화제였다.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랄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이야말로 반국가 인물이고 반헌법 인물이고 윤석열의 이런 미친 짓을 막지 못한 대통령실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인섭(서울대 교수)은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동원돼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경찰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며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다수 범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망은?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관건이다. 빠르면 6일, 늦어도 7일에 결론이 난다. 국회 통과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리가 남아있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만 남아있는 상태라 6명 가운데 한 명만 반대해도 기각된다. 만약 재판관들이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면 인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한 지난한 투쟁. 12월3일 밤 10시30분 이후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을 잃었다. 계엄 해제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탄핵을 막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버티다가 탄핵을 맞느냐 자진해서 하야 하느냐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뿐만 아니라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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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연주와 3분의 구호: 표현의 자유인가, 업무방해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274.]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하는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하는가. (이장희 교수) 2022년, 살상용 전쟁무기들이 전시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음악과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화를 위해 직접행동에 나선 이들은 장갑차 위에서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차 위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단 5분의 연주, 단 3분의 구호였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들이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전시회 업무의 보호를 우선시한 판결입니다. 평화를 위한 짧은 연주와 구호가 과연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10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에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전쟁없는세상’ 소속 사회운동가 등 8명에게 벌금 50만원 등을 선고하였다, 이 항소심 판결은 앞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신용훼손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평화를 위한 연주와 구호, ‘1심 무죄’ 뒤집은 ‘2심 유죄’ 위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22년 9월 22일 고양시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무기거래반대에 대한 입장 발표’ 등을 하기로 공모하였고 당일 입장권을 구매하여 다른 관람객들처럼 통상적인 방법으로 입장하였다고 한다. 이후 피고인 일부는 전시 중인 장갑차 위로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5분간 연주하였고, 또 다른 일부는 K2전차 위로 올라가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STOP THE ARMS FAIR, 전쟁장사를 멈춰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펼쳐 든 채 “전쟁장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확성기 없이 육성으로 3분간 외쳤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1심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전시회장 내에서 소란을 일으켜 행사 관계자들과 참여업체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을 끼쳤고 일반관람객들의 전시회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해자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조직위원회’의 전시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판결은 원심판결의 결론을 뒤집어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헌법을 중심으로 한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과연 기본권을 존중하는, 타당한 판결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 고려했어야 첫째, 피고인들은 당시 전시회의 주제였던 방위산업전을 ‘전쟁장사’로 규정하고 그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표현할 자유’라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기본권 행사에 적지 않은 위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물론 의견이 엇갈리는 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현하다 보면 타인의 권리와 늘상 충돌할 수 있고 정도가 지나치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표현으로 다소간에 방해와 충돌, 소란과 혼란이 있었다고 하여 업무방해죄로 무분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통한 개인의 인격발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 둘째, 피고인들이 “전쟁장사 중단하라”라고 외친 구호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의 가치에 부합한다.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전문은 헌법 중의 헌법으로서 헌법조항을 포함한 모든 법령의 해석·적용의 기준과 지침이 된다. 최근 전쟁이 빈발하는 국제정세에서 아직도 분단체제와 전쟁위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세계평화의 문제는 단순한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동이 무기 거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나 동기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하였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표현에 담긴 평화의 헌법적 가치와 절실함, 그 현실적 중요성은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판결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담긴 헌법적 문제, 그에 따라 기울어진 법원의 저울 셋째, 위력 여부에 대해 원심판결과 항소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렸던 것처럼,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장갑차 위에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거나 3분간 구호를 외친 정도의 행위는 오히려 누구를 압박하기보다는 평화적인 퍼포먼스로 보일 뿐이며, 전시회 업무를 방해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현실적으로 제압할 것을 요하지 않고 또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도 않는다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런 식으로만 보면 어떤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추상적인 위험만 있으면 언제나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식의 법리 적용이 정의로운 것일까? 아마도 여기서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저울은 보호하고자 하는 업무와 방해원인이 된 행위 사이에서 처음부터 업무만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해원인들 중에는 헌법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 행사도 있을 수 있다.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만 따른다면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 행사든 뭐든 언제든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여기서 헌법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어떤 행위가 위력인지 여부가 의심스러운 데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의 유죄로 추정해 버려야 하는가? ‘5분’ 연주와 ‘3분’ 구호,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인가? 넷째,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피고인의 표현행위를 헌법상 기본권 행사로 존중할 수 있으려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즉 정당행위로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업무방해에 관한 기존의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를,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 정당행위의 법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나 헌법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정의 실현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따져보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그리고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간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판결 등). 이 사건을 보면 피고인들이 외친 ‘전쟁장사 중단하라’와 같은 구호로 무기 판매를 반대하려는 목적은 헌법상 평화의 가치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 장갑차 위에서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제창한 것은 기본권 행사로서 용인될 수 있는 평화적 방법으로서 상당성이 있다.  그 표현행위로 인해 전시회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의 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 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는 방위산업을 홍보하는 전시회가 열리는 바로 그 때 그 장소에서 하지 않으면 의미전달의 효과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었으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을 가지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피고인들에게 그 시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거나 위와 같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더구나 항소심 판결은 별다른 이유 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수인한도를 넘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나 시위라고 단정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항소심은 피고인들이 장갑차 등에 올라가 5분간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외친 것이 왜 집회시위로서 수인한도를 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혹시 타인의 권리와 조금이라도 충돌하기만 하면 언제나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한다. 헌법 정신,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적 헌법국가라면 헌법이 살아 있어야 하고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개별 사건의 재판에서도 언제나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단순히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적 판단에서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려면 당연히 기존의 법리도 새롭게 살펴서 헌법의 정신이 잘 반영되도록 가꾸어 나가야 하지만, 개별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서도 기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본권 행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다른 법익과의 충돌 정도, 행위에 따른 결과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하였다면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존중, 보호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  따라서 기존에 업무방해죄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성립을 허용하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표현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든가, 적어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으로써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의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 국민에겐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방위산업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위산업이 중요하고 필요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우리의 안보를 위한 방어적인 무기가 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우리 국민은 헌법이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바에 따라 혹시 우리의 방위산업이 그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침략적 전쟁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를 정부에게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헌법국가의 건강한 시민사회라면 그러한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경미한 퍼포먼스조차 용인될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리 국민이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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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끓는 교수들의 시국 선언, 윤석열은 듣고 있나.
[슬로우 스크립트] “민주주의의 퇴행,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박근혜 때보다 빠르고 넓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대학 교수들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당시 대통령) 탄핵 국면보다 빠르고 넓다. 2016년은 최순실 게이트에 비판이 집중됐지만 올해 시국 선언은 김건희(대통령 부인) 이슈를 비롯해 굴욕 외교와 경제 파탄, 의료 붕괴, 교육 대란, 방송 장악 등 주제가 넓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수사 외압, 특검법 무력화, 명태균 게이트 등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전횡, 오만, 불통이 심판대에 올랐다. 박근혜는 임기 3년 차가 끝나가던 무렵이었지만 윤석열(대통령)은 이제 임기 절반이 지난 상황이다. 시국 선언의 공통된 메시지는 ‘민주주의 파괴’다. 목포대 교수들은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외대 교수들은 “검찰이 ‘김건희 국선 로펌’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대통령은 봉건 군주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수반으로서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뉴스에 묻혀 사라지는 것 같지만 김건희 관련 의혹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채해병사건 윗선 개입을 비롯해 최근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공천개입 의혹까지 자고 나면 핵폭탄급 국정농단의 실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대 교수들은 “윤석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의 머슴이냐”고 반문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대통령이 권한 없는 사인의 국정 개입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검찰의 반법치적 행태에 대응하여 특검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주대 교수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던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실천해 즉각 김건희를 특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권력 분립을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기 주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사적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권력 사유화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고려대 교수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성경의 구절을 인용했다.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공동번역 구약성서 미가 2장 3절) 정치의 실종을 넘어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다. 충남대 교수들의 현실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 고금리, 경기 침체로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전례 없는 세수 부족을 초래하여 국가 재정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 결과 국민의 채무 부담은 커지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주대 교수들은 “집권 2년 반 동안 전임 대통령의 성과를 되돌리고 야당 대표를 괴롭히는 일에 몰두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공정과 상식을 잃어버리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도 참담한 지경이다. 한양대 교수들은 “5년짜리 대통령이 반만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자격이 없다”면서 “제3자 변제 해법은 국제 인권 규범과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폭거”라고 비판했다. 민교협 공동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윤석열은 제2의 을사늑약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교수들은 “민족의 미래와 운명을 외면하고 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탄핵까지 갈 것 없이 당장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남서울대 교수들은 “’3년은 너무 길다’가 아닌 ‘3일도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대 교수들은 “버티다가 국민의 어퍼컷 맞으며 끌려 내려오기 전에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대 교수들은 “본인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교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교수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 모든 일은, 그 실천은커녕 요구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 윤석열의 치세를 지나온, 우리의 책임이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많은 교수들이 행동할 때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나섰다. 가톨릭대 교수들도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사회 책무의 역할이,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과 양심이 현 상황에 대한 침묵을 허용치 않는다”고 밝혔다. 전남대 교수들은 “이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으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선언했다. 목포대 교수들은 “지금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음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막기 위해 실천해야 함을, 우리의 비판적 성찰은 침묵을 뚫고 일어서는 데 있음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누구도 더 이상 뒤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서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윤석열 퇴진을 넘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민교협(민주평등 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는 이렇게 경고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촛불 이후의 부조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주요 정치세력들이 대선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어느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 공백과 극단적 분열의 상황을 이용해 국가권력을 전유한다면, 우린 오늘의 이 참담한 상황을 수년 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인천대 교수들의 선언 가운데 일부다. “이 정권은 출범 전부터 주술과 선거사기꾼이 등장해 라스푸틴을 연상케 하더니, 본격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오직 자신의 재선과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지록위마’로 국민을 속이는 주변의 십상시와 정치권 간신배,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찰 패거리가 국격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다음은 경희대 교수들의 시국 선언 가운데 일부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중략)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다음은 주요 대학 교수들의 시국 선언을 모은 것이다. 2024년 11월27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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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 장자의 위험천만한 머니 게임, 우리가 사랑했던 트위터가 극우 정치의 확성기가 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X(트위터)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루 만에 12만 명 가까이 이탈이 있었지만 이용자 3억5000만 명이 넘는 트위터의 아성이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왜 중요한가. 빅 테크 플랫폼이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최소한의 윤리 기준을 저버리고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질서를 흔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영리 기업이 공론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때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X에는 여전히 하루 5억 건, 연간 2000억 건의 트윗이 게시된다. 이 글은 X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X 때문에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글도 아니다. 어쩌면 이 글에서 다루는 일련의 문제와 별개로 트럼프는 당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공론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이다. 그동안의 상황.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공개 지지를 넘어 선거 운동에 뛰어들었고 X를 트럼프 당선을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 총격사고 직후 지지 선언했다. 넉 달 남짓한 동안 100회 이상 트윗을 날렸는데 민주당이 이민자들에게 패스트트랙(투표권)을 주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두 번이나 총을 맞을 뻔했는데 왜 아무도 해리스를 죽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를 잡아먹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트위터에서는 계속 돌았다. 이런 ‘가짜 뉴스’ 같은 트윗이 3400만 뷰를 찍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2억 명 넘는 팔로워들을 위한 트럼프 광고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래 그림은 트럼프 지지 선언 전후로 머스크 트윗의 조회수 차이를 비교한 결과다. 티모시 그레이엄(퀸즐랜드공대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 선언 이후 머스크 트윗의 조회수와 리트윗이 각각 138%와 238% 늘었다. 내 맘대로 알고리즘, 싫으면 해고.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과 머스크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한다는 글을 썼다. 바이든의 트윗은 조회수가 2900만 뷰인데 머스크의 트윗은 910만 뷰밖에 안 됐다. (물론 이것도 적은 규모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화가 났고 트윗을 삭제했다. 수석 엔지니어 둘 가운데 한 명을 해고했고 팀원들에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들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머스크를 차단한 이용자들이 많아서 알고리즘 순위가 낮아졌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다음 날 오후에 문제를 해결했다. 머스크의 트윗을 모든 필터를 우회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꾸고 인위적으로 가중치를 1000배까지 늘렸다. 결국 머스크 팔로워들은 90% 이상의 확률로 머스크의 트윗을 보게 됐다. 머스크가 뭐든 쓰면 거의 무조건 2억 명에 게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알고리즘 변경 이후 머스크가 올린 아래의 ‘짤방’은 무려 1억7000만 명이 봤다. (머스크를 비꼬는 내용의 ‘짤방’을 갖다 쓰면서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플랫폼의 윤리. 우리는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트윗이 나에게 노출된다면 이게 더 읽을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이는 거로 생각한다. 우리가 이 글을 더 많이 읽히게 만들고 싶다고 해서 달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런데 머스크는 내 회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특정 정치적 성향의 트윗을 더 많이 보이게 하거나 안 보이게 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엔지니어들을 해고할 수도 있다. 한 직원이 더버지에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모든 이용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도록 플랫폼을 조작하고 있다. 그가 이곳의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것을 원한다고 믿을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 억만장자의 공론장 검열. 트럼프를 당선시켜야겠다고 나선 뒤부터 머스크에게 트위터는 맘대로 굴릴 수 있는 확성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건도 있었다. 독립 언론인 켄 클리펜스타인이 JD밴스(당시 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 리포트를 공유했는데 트럼프 캠프에서 X에 연락해서 링크를 차단하고 계정을 중단시켰다. 쫓겨난 클리펜스타인이 서브스택에 이런 글을 썼다. “트럼프가 머스크와 손잡고 언론을 검열한다. 대중이 무엇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 ‘해리스를 위한 백인 친구들(Whites Dudes for Harris)’ 계정이 차단됐다가 복구된 일도 있었다. 팟캐스트 운영자 조 로건은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F***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스타가 탄생했다”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로 트럼프가 출연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팟캐스트는 유튜브에서 3800만 회를 기록했다. NBC와 CBS, ABC 등 주요 케이블 채널의 대선 시청자 수는 2020년 대비 32% 줄어든 2100만 명, CNN의 시청자 수는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머스크가 디폴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상위 15개 계정 가운데 11개가 공화당 성향의 계정이었다. 전체적으로 친 트럼프 콘텐츠가 친 해리스 콘텐츠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위의 그림이 그 리스트다. 정치 콘텐츠는 일부라고 하지만 노출 비중은 엄청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개 경합주에서 X 계정을 새로 만들고 타임라인을 캡처해서 분석했는데 가입하자마자 일론 머스크 계정을 디폴트로 추천했고 타임라인의 절반이 정치 관련 트윗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기존에 쓰던 계정은 3분의 1 정도였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우파 성향 이용자의 53%가 X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좌파 성향 이용자들은 33%에 그쳤다. 4년 전 23:27에서 역전됐다. 새넌 맥그리거(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우파 성향의 플랫폼이 아니라 우파가 주도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원들이 서로에게 내가 좋은 공화당원이라는 당파적 신호를 보내는 공간이 됐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데이터를 몇 가지 살펴보자. 백악관 트윗 조회수는 20만 건 수준에서 10만 건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조회수가 2000만 회를 넘긴 35건의 트윗 가운데 29건의 트윗이 공화당 계열 계정의 트윗이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이 공화당 지지자 트윗이다. 다음은 주요 50개 정치 관련 계정의 팔로워 증가 추이다. 공화당 계열의 계정은 팔로워가 급격히 늘고 민주당 계열은 오히려 줄었다. 빨간색이 공화당 계열 계정이다. 워싱턴대 연구에서는 9개의 ‘뉴스 브로커’ 계정이 120만 건의 리트윗을 기록한 반면, 9개의 기존 뉴스 기업들의 계정은 10만 건이 채 안 됐다.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 원이 레거시 언론사의 리트윗이고 파란색은 뉴스 브로커 계정의 리트윗이다. (노란색 원은 거의 점처럼 보인다.) ‘뉴스 브로커’들의 영향력이 주류 언론을 크게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간과한 것. 미국 민주당은 소셜 미디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이후 소셜 미디어에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넘쳐나고 당연히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우호적일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페이스북 포스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트윗은 ‘좋아요’ 16만 건에 공유가 1만5000건인데, 해리스는 각각 1만8000건과 1500건에 그쳤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트럼프는 ‘좋아요’가 210만 건, 해리스는 57만 건에 그쳤다. 트위터에서도 트럼프는 ‘좋아요’가 100만 건, 해리스는 32만 건에 그쳤다. 2020년 패배 이후 미국의 보수 진영은 트위터의 대안 플랫폼을 만들었고 트위터를 인수했고 팬덤을 끌어모았다. 실제로 이런 알고리즘 조작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10년 넘게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울고 웃고 토론하면서 키워왔던 공론장이 처참하게 유린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림자 부통령’의 머니 게임. 머스크는 트럼프의 슈퍼 팩(PAC, 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최소 1억19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1억75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2500억 원 규모다. 날마다 경합주 유권자들 가운데 1명을 추첨해서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실세다. 워싱턴포스트는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장관을 맡기로 했고 공개적으로 머스크를 편들어왔던 브랜던 카(FCC 위원)를 FCC(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테슬라 주가도 크게 뛰었다. 7억15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500억 달러 이상 자산이 불어났다.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면 다른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을 포기할 수도 있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진입을 막는 게 최대 관건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연방 정부와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 화성 탐사가 시작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화성에 가고 싶으면 트럼프에 투표하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포천은 머스크가 공직을 맡으면 연방세법 1043조에 따라 자본 이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에 440억 달러를 썼지만 그가 얻은 것은 연방 정부의 3개 부처를 모두 장악한 것뿐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440억 달러를 날려도 괜찮은 이유. 머스크가 2022년 4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계속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2021년 50억 달러에서 2022년 44억 달러로, 지난해는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용자 수는 2022년 3.6억 명을 찍고 줄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들어서도 이용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트럼프를 비롯해 차단된 계정을 대거 해제했다. 줄리오 크로시(캐임브리지대 교수)는 “극우파들이 트위터로 돌아온 이유는 트위터가 갑자기 극우파에게 안전한 공간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신뢰와 안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고 차단 기능을 무력화했다. X 이용자들은 이제 잘못된 정보와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피할 방법이 없다.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X는 트루스소셜의 훨씬 강력한 버전이 됐다”고 평가했다. X와 합병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까지 갔다가 70억 달러 수준으로 빠진 상황이다. 트럼프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X의 기업 가치를 94억 달러로 추산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방문자 수는 트위터가 7억 명, 트루스소셜은 1.4억 명이다. 블루스카이라는 대체재. 시밀러웹에 따르면 미국 대선 다음날 12만 명이 X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모바일 앱 계정을 뺀 데이터라 실제로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블루스카이는 하루 100만 명이 늘고 15분마다 1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700만 명 수준에서 대선 이후 1주일 뒤 1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블루스카이는 트위터와 비슷해 보이지만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다. 소셜 네트워크의 의사 결정 권한을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 맡기지 않는 개방형 프로토콜로 구축돼 있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의 제안으로 설립했고 보조금을 받았지만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에 넘어간 뒤 관계를 끊었다. 인디펜던트가 트위터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블루스카이는 초기 트위터 같은 분위기지만 아무래도 좌파들이 많고 세상의 온갖 주제를 두고 논평과 토론이 넘쳐난다. 뉴스 중독자들과 학자, 정치덕후, 그리고 기자들이 너무 많다. 쓰레드도 한동안 대세였다. 인스타그램이 섹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쓰레드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든 자유주의자나 알고리즘에 불평하는 언론인, 정치인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둘 다 페이스북 계열사라 정치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다. 마스토돈은 단일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설명하기도 복잡해서 IT 너드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 그 어느 것도 트위터의 완전한 대체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블루스카이가 초창기 트위터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황량한 느낌이 뜨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조종자들. 다음 그림은 미국의 주요 언론의 정치적 편향을 분류한 결과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다른 건 뉴욕타임스든 폭스뉴스든 한겨레든 조선일보든 우리가 취향과 신념에 따라 골라볼 수 있지만 지배적인 플랫폼은 피해 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아래 그림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리트윗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한 결과다. 진보 성향 이용자들은 진보 성향 이용자들끼리,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보수 성향 이용자끼리 리트윗을 주고받으면서 확증 편향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에코체임버가 이용자들의 편향과 선택의 결과라면 지금 X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억만장자의 변덕과 탐욕으로 만든 강요된 질서다. X 전체를 트럼프의 메시지로 채우려는 머스크의 시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개인화된 필터 버블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보여주는 대로 보고 보는 대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누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려 하는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뉴스 덕후들의 진보적 의제가 넘쳐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진보나 보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지를 누군가가 대신 결정하도록 허용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설령 그가 누군가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억만장자라면 더욱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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