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끓는 교수들의 시국 선언, 윤석열은 듣고 있나.
[슬로우 스크립트] “민주주의의 퇴행,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박근혜 때보다 빠르고 넓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대학 교수들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당시 대통령) 탄핵 국면보다 빠르고 넓다. 2016년은 최순실 게이트에 비판이 집중됐지만 올해 시국 선언은 김건희(대통령 부인) 이슈를 비롯해 굴욕 외교와 경제 파탄, 의료 붕괴, 교육 대란, 방송 장악 등 주제가 넓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수사 외압, 특검법 무력화, 명태균 게이트 등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전횡, 오만, 불통이 심판대에 올랐다. 박근혜는 임기 3년 차가 끝나가던 무렵이었지만 윤석열(대통령)은 이제 임기 절반이 지난 상황이다. 시국 선언의 공통된 메시지는 ‘민주주의 파괴’다. 목포대 교수들은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외대 교수들은 “검찰이 ‘김건희 국선 로펌’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대통령은 봉건 군주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수반으로서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뉴스에 묻혀 사라지는 것 같지만 김건희 관련 의혹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채해병사건 윗선 개입을 비롯해 최근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공천개입 의혹까지 자고 나면 핵폭탄급 국정농단의 실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대 교수들은 “윤석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의 머슴이냐”고 반문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대통령이 권한 없는 사인의 국정 개입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검찰의 반법치적 행태에 대응하여 특검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주대 교수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던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실천해 즉각 김건희를 특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권력 분립을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기 주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사적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권력 사유화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고려대 교수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성경의 구절을 인용했다.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공동번역 구약성서 미가 2장 3절) 정치의 실종을 넘어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다. 충남대 교수들의 현실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 고금리, 경기 침체로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전례 없는 세수 부족을 초래하여 국가 재정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 결과 국민의 채무 부담은 커지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주대 교수들은 “집권 2년 반 동안 전임 대통령의 성과를 되돌리고 야당 대표를 괴롭히는 일에 몰두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공정과 상식을 잃어버리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도 참담한 지경이다. 한양대 교수들은 “5년짜리 대통령이 반만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자격이 없다”면서 “제3자 변제 해법은 국제 인권 규범과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폭거”라고 비판했다. 민교협 공동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윤석열은 제2의 을사늑약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교수들은 “민족의 미래와 운명을 외면하고 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탄핵까지 갈 것 없이 당장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남서울대 교수들은 “’3년은 너무 길다’가 아닌 ‘3일도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대 교수들은 “버티다가 국민의 어퍼컷 맞으며 끌려 내려오기 전에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대 교수들은 “본인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교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교수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 모든 일은, 그 실천은커녕 요구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 윤석열의 치세를 지나온, 우리의 책임이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많은 교수들이 행동할 때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나섰다. 가톨릭대 교수들도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사회 책무의 역할이,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과 양심이 현 상황에 대한 침묵을 허용치 않는다”고 밝혔다. 전남대 교수들은 “이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으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선언했다. 목포대 교수들은 “지금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음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막기 위해 실천해야 함을, 우리의 비판적 성찰은 침묵을 뚫고 일어서는 데 있음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누구도 더 이상 뒤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서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윤석열 퇴진을 넘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민교협(민주평등 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는 이렇게 경고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촛불 이후의 부조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주요 정치세력들이 대선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어느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 공백과 극단적 분열의 상황을 이용해 국가권력을 전유한다면, 우린 오늘의 이 참담한 상황을 수년 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인천대 교수들의 선언 가운데 일부다. “이 정권은 출범 전부터 주술과 선거사기꾼이 등장해 라스푸틴을 연상케 하더니, 본격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오직 자신의 재선과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지록위마’로 국민을 속이는 주변의 십상시와 정치권 간신배,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찰 패거리가 국격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다음은 경희대 교수들의 시국 선언 가운데 일부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중략)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다음은 주요 대학 교수들의 시국 선언을 모은 것이다. 2024년 11월27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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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 장자의 위험천만한 머니 게임, 우리가 사랑했던 트위터가 극우 정치의 확성기가 되기까지.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X(트위터)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루 만에 12만 명 가까이 이탈이 있었지만 이용자 3억5000만 명이 넘는 트위터의 아성이 크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이게 왜 중요한가. 빅 테크 플랫폼이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최소한의 윤리 기준을 저버리고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질서를 흔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영리 기업이 공론장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때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X에는 여전히 하루 5억 건, 연간 2000억 건의 트윗이 게시된다. 이 글은 X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됐다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X 때문에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글도 아니다. 어쩌면 이 글에서 다루는 일련의 문제와 별개로 트럼프는 당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공론장과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이다. 그동안의 상황.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는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공개 지지를 넘어 선거 운동에 뛰어들었고 X를 트럼프 당선을 위한 선전 도구로 활용했다. 머스크는 지난 7월 트럼프 총격사고 직후 지지 선언했다. 넉 달 남짓한 동안 100회 이상 트윗을 날렸는데 민주당이 이민자들에게 패스트트랙(투표권)을 주고 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두 번이나 총을 맞을 뻔했는데 왜 아무도 해리스를 죽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를 잡아먹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트위터에서는 계속 돌았다. 이런 ‘가짜 뉴스’ 같은 트윗이 3400만 뷰를 찍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2억 명 넘는 팔로워들을 위한 트럼프 광고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아래 그림은 트럼프 지지 선언 전후로 머스크 트윗의 조회수 차이를 비교한 결과다. 티모시 그레이엄(퀸즐랜드공대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 선언 이후 머스크 트윗의 조회수와 리트윗이 각각 138%와 238% 늘었다. 내 맘대로 알고리즘, 싫으면 해고. 몇 가지 증거가 있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과 머스크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한다는 글을 썼다. 바이든의 트윗은 조회수가 2900만 뷰인데 머스크의 트윗은 910만 뷰밖에 안 됐다. (물론 이것도 적은 규모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화가 났고 트윗을 삭제했다. 수석 엔지니어 둘 가운데 한 명을 해고했고 팀원들에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들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머스크를 차단한 이용자들이 많아서 알고리즘 순위가 낮아졌을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엔지니어들은 다음 날 오후에 문제를 해결했다. 머스크의 트윗을 모든 필터를 우회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꾸고 인위적으로 가중치를 1000배까지 늘렸다. 결국 머스크 팔로워들은 90% 이상의 확률로 머스크의 트윗을 보게 됐다. 머스크가 뭐든 쓰면 거의 무조건 2억 명에 게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알고리즘 변경 이후 머스크가 올린 아래의 ‘짤방’은 무려 1억7000만 명이 봤다. (머스크를 비꼬는 내용의 ‘짤방’을 갖다 쓰면서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느낌이었다.) 플랫폼의 윤리. 우리는 알고리즘이 사람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트윗이 나에게 노출된다면 이게 더 읽을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보이는 거로 생각한다. 우리가 이 글을 더 많이 읽히게 만들고 싶다고 해서 달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그런데 머스크는 내 회사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처럼 행동한다. 특정 정치적 성향의 트윗을 더 많이 보이게 하거나 안 보이게 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말을 듣지 않으면 엔지니어들을 해고할 수도 있다. 한 직원이 더버지에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모든 이용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듣도록 플랫폼을 조작하고 있다. 그가 이곳의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것을 원한다고 믿을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 억만장자의 공론장 검열. 트럼프를 당선시켜야겠다고 나선 뒤부터 머스크에게 트위터는 맘대로 굴릴 수 있는 확성기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건도 있었다. 독립 언론인 켄 클리펜스타인이 JD밴스(당시 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 리포트를 공유했는데 트럼프 캠프에서 X에 연락해서 링크를 차단하고 계정을 중단시켰다. 쫓겨난 클리펜스타인이 서브스택에 이런 글을 썼다. “트럼프가 머스크와 손잡고 언론을 검열한다. 대중이 무엇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되찾아야 한다.” ‘해리스를 위한 백인 친구들(Whites Dudes for Harris)’ 계정이 차단됐다가 복구된 일도 있었다. 팟캐스트 운영자 조 로건은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F*** 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스타가 탄생했다”며 머스크의 손을 들어줬다. (참고로 트럼프가 출연한 ‘조 로건 익스피리언스’ 팟캐스트는 유튜브에서 3800만 회를 기록했다. NBC와 CBS, ABC 등 주요 케이블 채널의 대선 시청자 수는 2020년 대비 32% 줄어든 2100만 명, CNN의 시청자 수는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머스크가 디폴트.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대선 기간에 가장 많이 노출된 상위 15개 계정 가운데 11개가 공화당 성향의 계정이었다. 전체적으로 친 트럼프 콘텐츠가 친 해리스 콘텐츠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많이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위의 그림이 그 리스트다. 정치 콘텐츠는 일부라고 하지만 노출 비중은 엄청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빠져나갈 수 없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5개 경합주에서 X 계정을 새로 만들고 타임라인을 캡처해서 분석했는데 가입하자마자 일론 머스크 계정을 디폴트로 추천했고 타임라인의 절반이 정치 관련 트윗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기존에 쓰던 계정은 3분의 1 정도였다.) 퓨리서치 조사에서 우파 성향 이용자의 53%가 X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 좌파 성향 이용자들은 33%에 그쳤다. 4년 전 23:27에서 역전됐다. 새넌 맥그리거(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우파 성향의 플랫폼이 아니라 우파가 주도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원들이 서로에게 내가 좋은 공화당원이라는 당파적 신호를 보내는 공간이 됐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가 분석한 데이터를 몇 가지 살펴보자. 백악관 트윗 조회수는 20만 건 수준에서 10만 건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조회수가 2000만 회를 넘긴 35건의 트윗 가운데 29건의 트윗이 공화당 계열 계정의 트윗이었다. 아래 그림에서 빨간색이 공화당 지지자 트윗이다. 다음은 주요 50개 정치 관련 계정의 팔로워 증가 추이다. 공화당 계열의 계정은 팔로워가 급격히 늘고 민주당 계열은 오히려 줄었다. 빨간색이 공화당 계열 계정이다. 워싱턴대 연구에서는 9개의 ‘뉴스 브로커’ 계정이 120만 건의 리트윗을 기록한 반면, 9개의 기존 뉴스 기업들의 계정은 10만 건이 채 안 됐다. 아래 그림에서 노란색 원이 레거시 언론사의 리트윗이고 파란색은 뉴스 브로커 계정의 리트윗이다. (노란색 원은 거의 점처럼 보인다.) ‘뉴스 브로커’들의 영향력이 주류 언론을 크게 넘어섰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간과한 것. 미국 민주당은 소셜 미디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이후 소셜 미디어에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넘쳐나고 당연히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우호적일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페이스북 포스트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트윗은 ‘좋아요’ 16만 건에 공유가 1만5000건인데, 해리스는 각각 1만8000건과 1500건에 그쳤다. 인스타그램에서도 트럼프는 ‘좋아요’가 210만 건, 해리스는 57만 건에 그쳤다. 트위터에서도 트럼프는 ‘좋아요’가 100만 건, 해리스는 32만 건에 그쳤다. 2020년 패배 이후 미국의 보수 진영은 트위터의 대안 플랫폼을 만들었고 트위터를 인수했고 팬덤을 끌어모았다. 실제로 이런 알고리즘 조작이 선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10년 넘게 세계적으로 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울고 웃고 토론하면서 키워왔던 공론장이 처참하게 유린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림자 부통령’의 머니 게임. 머스크는 트럼프의 슈퍼 팩(PAC, 정치자금 모금 단체)에 최소 1억19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1억75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2500억 원 규모다. 날마다 경합주 유권자들 가운데 1명을 추첨해서 100만 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벌이기도 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2기 정부의 핵심 실세다. 워싱턴포스트는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장관을 맡기로 했고 공개적으로 머스크를 편들어왔던 브랜던 카(FCC 위원)를 FCC(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추천했다. 테슬라 주가도 크게 뛰었다. 7억15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미 500억 달러 이상 자산이 불어났다. 트럼프가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면 다른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을 포기할 수도 있다. 머스크 입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진입을 막는 게 최대 관건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연방 정부와 2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있다. 화성 탐사가 시작되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화성에 가고 싶으면 트럼프에 투표하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포천은 머스크가 공직을 맡으면 연방세법 1043조에 따라 자본 이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위터에 440억 달러를 썼지만 그가 얻은 것은 연방 정부의 3개 부처를 모두 장악한 것뿐이다.”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440억 달러를 날려도 괜찮은 이유. 머스크가 2022년 4월 트위터를 인수한 뒤 계속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2021년 50억 달러에서 2022년 44억 달러로, 지난해는 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용자 수는 2022년 3.6억 명을 찍고 줄어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들어서도 이용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트럼프를 비롯해 차단된 계정을 대거 해제했다. 줄리오 크로시(캐임브리지대 교수)는 “극우파들이 트위터로 돌아온 이유는 트위터가 갑자기 극우파에게 안전한 공간처럼 보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신뢰와 안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고 차단 기능을 무력화했다. X 이용자들은 이제 잘못된 정보와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피할 방법이 없다.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블룸버그는 “머스크의 X는 트루스소셜의 훨씬 강력한 버전이 됐다”고 평가했다. X와 합병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까지 갔다가 70억 달러 수준으로 빠진 상황이다. 트럼프가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X의 기업 가치를 94억 달러로 추산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방문자 수는 트위터가 7억 명, 트루스소셜은 1.4억 명이다. 블루스카이라는 대체재. 시밀러웹에 따르면 미국 대선 다음날 12만 명이 X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모바일 앱 계정을 뺀 데이터라 실제로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 블루스카이는 하루 100만 명이 늘고 15분마다 1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700만 명 수준에서 대선 이후 1주일 뒤 1500만 명으로 늘어났다. 블루스카이는 트위터와 비슷해 보이지만 탈중앙화된 소셜 네트워크다. 소셜 네트워크의 의사 결정 권한을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 맡기지 않는 개방형 프로토콜로 구축돼 있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의 제안으로 설립했고 보조금을 받았지만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에 넘어간 뒤 관계를 끊었다. 인디펜던트가 트위터를 떠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블루스카이는 초기 트위터 같은 분위기지만 아무래도 좌파들이 많고 세상의 온갖 주제를 두고 논평과 토론이 넘쳐난다. 뉴스 중독자들과 학자, 정치덕후, 그리고 기자들이 너무 많다. 쓰레드도 한동안 대세였다. 인스타그램이 섹시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면 쓰레드는 선거 부정 음모론에 빠져든 자유주의자나 알고리즘에 불평하는 언론인, 정치인들에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둘 다 페이스북 계열사라 정치 이야기를 하기에 적당한 곳은 아니다. 마스토돈은 단일한 네트워크가 아니라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설명하기도 복잡해서 IT 너드들에게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결국 그 어느 것도 트위터의 완전한 대체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나마 블루스카이가 초창기 트위터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황량한 느낌이 뜨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조종자들. 다음 그림은 미국의 주요 언론의 정치적 편향을 분류한 결과다. 언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다른 건 뉴욕타임스든 폭스뉴스든 한겨레든 조선일보든 우리가 취향과 신념에 따라 골라볼 수 있지만 지배적인 플랫폼은 피해 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아래 그림은 트위터 이용자들의 리트윗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분류한 결과다. 진보 성향 이용자들은 진보 성향 이용자들끼리, 보수 성향 이용자들은 보수 성향 이용자끼리 리트윗을 주고받으면서 확증 편향을 키운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에코체임버가 이용자들의 편향과 선택의 결과라면 지금 X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억만장자의 변덕과 탐욕으로 만든 강요된 질서다. X 전체를 트럼프의 메시지로 채우려는 머스크의 시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개인화된 필터 버블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보여주는 대로 보고 보는 대로 생각하지 않으려면 누가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거나 조종하려 하는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뉴스 덕후들의 진보적 의제가 넘쳐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진보나 보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볼 것인지를 누군가가 대신 결정하도록 허용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설령 그가 누군가를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억만장자라면 더욱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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