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끓는 교수들의 시국 선언, 윤석열은 듣고 있나.
[슬로우 스크립트] “민주주의의 퇴행,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박근혜 때보다 빠르고 넓다.
시국 선언에 참여한 대학 교수들이 4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당시 대통령) 탄핵 국면보다 빠르고 넓다.
2016년은 최순실 게이트에 비판이 집중됐지만 올해 시국 선언은 김건희(대통령 부인) 이슈를 비롯해 굴욕 외교와 경제 파탄, 의료 붕괴, 교육 대란, 방송 장악 등 주제가 넓다. 이태원 참사와 채 상병 수사 외압, 특검법 무력화, 명태균 게이트 등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전횡, 오만, 불통이 심판대에 올랐다. 박근혜는 임기 3년 차가 끝나가던 무렵이었지만 윤석열(대통령)은 이제 임기 절반이 지난 상황이다.
시국 선언의 공통된 메시지는 ‘민주주의 파괴’다.
목포대 교수들은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외대 교수들은 “검찰이 ‘김건희 국선 로펌’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교수들은 “대통령은 봉건 군주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수반으로서 삼권분립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뉴스에 묻혀 사라지는 것 같지만 김건희 관련 의혹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전남대 교수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채해병사건 윗선 개입을 비롯해 최근 명태균 씨 관련 여론조작과 정치자금법 위반, 공천개입 의혹까지 자고 나면 핵폭탄급 국정농단의 실체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대 교수들은 “윤석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의 머슴이냐”고 반문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대통령이 권한 없는 사인의 국정 개입을 방치한다면, 그것은 전형적인 국정농단”이라고 강조했다.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아주대 교수들은 “검찰의 반법치적 행태에 대응하여 특검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전주대 교수들은 “스스로의 입으로 말했던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실천해 즉각 김건희를 특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권력 분립을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그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자기 주변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사적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권력 사유화도 임계점을 넘어섰다.
고려대 교수들은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교수들은 성경의 구절을 인용했다.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을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공동번역 구약성서 미가 2장 3절)
정치의 실종을 넘어 한국 사회는 총체적인 위기다.
충남대 교수들의 현실 진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동안,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의 상태로 추락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 고금리, 경기 침체로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전례 없는 세수 부족을 초래하여 국가 재정을 위험에 빠뜨렸다. 그 결과 국민의 채무 부담은 커지고,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나락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주대 교수들은 “집권 2년 반 동안 전임 대통령의 성과를 되돌리고 야당 대표를 괴롭히는 일에 몰두하는 사이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숙명여대 교수들은 “공정과 상식을 잃어버리고 국민 대다수로부터 불신임을 받는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도 능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도 참담한 지경이다.
한양대 교수들은 “5년짜리 대통령이 반만년의 대한민국 역사를 전면적으로 부정할 자격이 없다”면서 “제3자 변제 해법은 국제 인권 규범과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폭거”라고 비판했다.
민교협 공동 선언에 참여한 교수들은 “윤석열은 제2의 을사늑약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공주대 교수들은 “민족의 미래와 운명을 외면하고 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불신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탄핵까지 갈 것 없이 당장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남서울대 교수들은 “’3년은 너무 길다’가 아닌 ‘3일도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대 교수들은 “버티다가 국민의 어퍼컷 맞으며 끌려 내려오기 전에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충남대 교수들은 “본인의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와 한반도 평화 유지를 위해 윤석열이 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마지막 봉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 교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경북대 교수들은 이렇게 선언했다.
“이 모든 일은, 그 실천은커녕 요구조차 하지 않고 대통령 윤석열의 치세를 지나온, 우리의 책임이다.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대통령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말을 듣지도, 물러나지도 않는다면 우리가 끌어내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해고다.”
많은 교수들이 행동할 때라고 제안했다.
중앙대 교수들은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나섰다.
가톨릭대 교수들도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사회 책무의 역할이, 지식인으로서의 사명과 양심이 현 상황에 대한 침묵을 허용치 않는다”고 밝혔다.
전남대 교수들은 “이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위해 주권자인 국민이 나서야 한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참담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으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이 자리에서 대통령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선언했다.
목포대 교수들은 “지금 우리의 민주공화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서 있음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막기 위해 실천해야 함을, 우리의 비판적 성찰은 침묵을 뚫고 일어서는 데 있음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누구도 더 이상 뒤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나서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윤석열 퇴진을 넘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민교협(민주평등 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는 이렇게 경고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촛불 이후의 부조리가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주요 정치세력들이 대선 준비에 이미 돌입했다는 소식마저 들린다. 어느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 공백과 극단적 분열의 상황을 이용해 국가권력을 전유한다면, 우린 오늘의 이 참담한 상황을 수년 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인천대 교수들의 선언 가운데 일부다.
“이 정권은 출범 전부터 주술과 선거사기꾼이 등장해 라스푸틴을 연상케 하더니, 본격적으로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추악한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오직 자신의 재선과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지록위마’로 국민을 속이는 주변의 십상시와 정치권 간신배, 한 줌도 안 되는 정치검찰 패거리가 국격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다음은 경희대 교수들의 시국 선언 가운데 일부다.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중략)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다음은 주요 대학 교수들의 시국 선언을 모은 것이다. 2024년 11월27일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