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닷컴의 양해를 얻어 공동 게재합니다.
[이상돈 칼럼] 정치 초보에 판 깔아준 김종인과 송상현… 언론의 무분별한 받아쓰기가 만든 비극.
‘밴드웨곤 효과(Bandwago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어느 집단이 마차를 끌고 다니면서 시끄럽게 연주하면서 떠들면 그것을 보고 대중이 현혹돼서 따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현대적 의미에선 일단의 그룹이 특정한 인물이나 아젠다를 띠우면 일반인들이 그렇게 조성된 분위기에 휩쓸리는 현상을 말한다.
윤석열은 대표적으로 이 같은 밴드웨곤 효과에 힘입어 대통령 후보에 오른 경우다. 일단 보수라고 자칭하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일반 유권자들은 그 사람을 지지하든가 말든가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을 그만두자마자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그래도 나는 설마하니 국민의힘이 그를 대선 후보로 영입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장과 비서실장, 정무수석, 그리고 박근혜 정부 시절의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무리하게 기소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선 후보로 영입할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빗나갔다. 국민의힘은 그를 영입해서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이런 과정은 전형적인 밴드웨곤 정치(Bandwagon politics)였다. 흔히 보수 언론이라고 부르는 조중동과 경제지를 비롯해 마이너 언론까지 앞다퉈 밴드웨곤 행진에 앞장섰다. 대다수 언론이 그런 행진에 앞장섰다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언론에 그러한 행진이 가능하도록 소재를 제공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일 먼저 윤석열의 대학원 지도교수였다는 송상현 서울대 석좌교수가 있다. 고하 송진우의 손자(송진우는 친자식이 없어서 양자를 들였는데, 그 양자가 송 교수의 부친이다.)이기도 한 송상현 교수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모임을 구성했고 월간조선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을 극찬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대선 후보로 여론조사에 등장하자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던 김종인 박사는 “‘별의 순간’이 왔다”고 언급해서 언론에 크게 났다.
송진우의 손자인 송상현과 김병로의 손자인 김종인이 윤석열을 대선 주자로 부상토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윤석열의 부친이 은퇴한 경제학 교수였다는 사실도 윤석열을 부상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설 때 국민의힘 대표는 이준석이었고, 이준석은 김종인이 후견인임은 모두 알 것이다.
무슨 근거인지 윤석열의 멘토라고 불리는 신평 변호사가 윤석열을 훌륭한 대통령감이라고 여기저기 인터뷰하고 페북에 글을 쓰자 그의 언급을 기자들이 그대로 받아 적어 기사로 만들어 냈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신평 같은 사람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서 기사화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언론인의 자질이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렇게 해서 윤석열이 별안간 국민의힘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장했고 다른 선택지가 없는 유권자들은 정당을 보고 투표를 했다.
요새 며칠 동안 윤석열이 별안간 등장한 정치 초보라서 이런 대형 사고를 쳤다는 칼럼이 지면을 장식하는데, 윤석열을 정치판에 등장시킨 장본인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이 밴드웨곤이 되어서 윤석열을 별안간 대선 후보로 등장시킨 것이다.
이제 와서 윤석열이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데, 그런 변명은 자체가 옹색하지 않은가.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진다고 생각해서 윤석열을 띄웠다고도 이야기하는데, 박근혜 탄핵 후 몰락 위기에 처해 있던 정당의 대선 후보로 나와서 예상을 깨고 2위를 한 당내 정치인을 그렇게 묵살했다는 사실도 경이롭다. 이제는 모두 지나간 일이지만 아직도 사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서 지적한다.
코멘트
5윤석열이 대선 후보로 떠오른 건 언론의 '밴드웨곤 효과' 덕분! 검찰총장 퇴임 후,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며 보수 언론들이 앞다퉈 띄운 결과였죠.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 건 좀 아쉬운 대목. 언론은 윤석열을 제대로 검증했어야 했고, 그 책임을 간과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으니까 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이제서야 고백한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요. 모든 대통령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며 그가 대통령으로써 검증된 후보인지 혹은 대통령이기 이전 어떤 사람이었는지 언론사가 심층적으로 다뤘어야 했습니다. 보여진 것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저도 정말 많이 동감합니다. 언론은 제 4의 권력이라고도 칭하는데, 그 책임감은 언론이 지지 않는 것 같아요. 윤석열이 처음에 등장했을 뿐만 아니라, 명태균의 여론조사 또한 언론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 언론들은 반성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읽었던 글 중에 몇 안 되는 공감되는 내용이 많은 글이네요. 사실 기자 개인이 대통령 후보를 모든 면에서 검증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에 더 신중해야 하고, 대통령에 적합한 인물인지 신중하게 검증하고 보도해야 하는데요. 지난 대선에선 TV조선 신동욱 앵커가 저녁 뉴스에서 했던 '범 내려온다' 논평이 대표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신동욱 앵커는 윤석열 정부 중반 치러진 선거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됐고, 탄핵을 반대하고 있죠. 모든 언론이 신동욱과 같이 적극적 옹호자 역할을 하진 않았더라도 당선 후 윤석열 찬양 다큐를 방송한 MBN, 대선 시기 윤석열 후보에 우호적인 제목으로 수많은 기사를 양산한 매체들 등 덜 적극적인 가담자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정 매체의 편향성 문제도 있지만 기사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는 신호이고, 자정작용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지만 언론사들도 과거 보도를 돌아보고 사과해야 하는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말이 개인의 입장에서는 공감되기도 하면서도... 그냥 그 말 한 마디로 끝난다는게 너무 화가 나기도 하네요. 몇 년 전 뉴스들도 기억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