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주 120시간 일하라던 윤석열, 조폭 때려잡듯 노동자들 몰아쳤다.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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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1회 업로드 할 수 있는 용량 문제로, 이번 콘텐츠는 두 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1편입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적대적 노동관이 부른 시스템의 붕괴… 안정성은 후퇴, 양극화는 심화.

③ 습관적 ‘가짜 출근’ 윤석열의 노동 정책: 


“한 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7월, 윤석열이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말이다.

“2주 바짝 일하고 그 다음에 노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지만 윤석열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됐고 이듬해 3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후보 시절 문제의 인터뷰. 매일경제 유튜브(레이더P) 캡처. 36분~38분쯤. 2021.07.19.

주 120시간 발언은 비극의 시작이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은 원칙도 철학도 없었다. 이 글은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 첫째, 오락가락했던 노동 시간 정책
  • 둘째,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집요한 공격,
  • 셋째, 노동 정책의 퇴행을 살펴본다.


  • “바짝 일하고 쉬라고? 그러다 죽어요.”

    • 주 120시간이면 5일 동안 24시간 연속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에 죽고 일요일에 장례식을 치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 휴일 없이 일한다고 치면 하루 17시간씩 일해야 한다.
    • 2차 대전 때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노동시간이 주 98시간이었고 산업혁명 시절 영국의 노동시간도 100시간을 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 시절 1970년대 한국도 하루 15시간 정도였다.
    • 민주당이 “쌍팔년도 퇴행적인 인식”이라고 비난하자 윤석열은 “발언의 취지와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단어만 부각해 오해를 증폭시키고 있어 안타깝다”고 반박했다.

    정작 윤석열은 ‘가짜 출근’ 쇼.

    • 청와대에서 하루도 자지 않겠다며 집무실과 관저를 각각 용산과 한남동으로 옮긴 윤석열은 정시 출근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 출근이 늦을 때면 관저에 대기하고 있던 빈 차를 먼저 보내고 윤석열은 몇 시간 뒤 다른 차를 타고 뒷문(남문)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숱하게 많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 심지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에도 위장 출근 행렬이 8대나 8시52분에 출발했고 정작 윤석열이 탄 차를 별도로 9시42분에 출발했다.
    • 11월29일에는 가짜 출근 행렬이 9시2분에 출발했고 진짜 출근 행렬은 오후 1시9분에 출발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정상적으로 출근한 날은 이틀밖에 안 됐다.
    •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불길한 징후.

    • 윤석열 발언의 맥락을 살펴보면 주 52시간 제도가 경직적이라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있으니 월간 단위로 총량을 정하고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52시간씩 4주면 208시간이니 몰아서 쓸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 논란이 확산하자 연장 근로를 1주일 단위가 아니라 월 단위나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늘려서 관리할 수 있게 하되 총량을 줄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바짝 일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연장 근로 총량을 월 52시간이나 분기 140시간으로 정하면 주 69시간까지 가능하다는 개편안을 내놓기도 했다.
    • 노동 시간 단축의 흐름에 역행하는 데다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할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주 60시간 근무만 해도 고용노동부의 과로사 기준을 초과한다. 주 60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의 뇌혈관계 질병 산재 승인율은 93%에 이른다. 52시간 이하에서 승인율은 10~20% 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0∼2022년까지 3년 동안 30명 미만 사업장에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뇌심혈관계 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83명, 같은 질병으로 숨진 1458명의 61%였다. 52시간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소규모 기업에서 과로사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 돌아보면 이날 윤석열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방향을 예감할 수 있는 불길한 징후였다.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전태일 이전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지만 주 120시간은 명실상부 윤석열의 노동 공약 1호였고 2년 반 동안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120→92→69→60시간 오락가락 정책.

    • 한국의 법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줄어든 게 2003년이다.
    • 법정 근로시간과 최장 근로 시간은 별개였다. 2018년까지는 주 68시간을 넘지 못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주 52시간으로 줄었다.
    • 주 68시간일 때는 법정 근로 40시간에 연장 근로 12시간과 휴일근로 16시간까지 가능했다. 하루 2~3시간 야근에 주말 이틀 출근까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런데 최장 근로 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서 연장 근로와 휴일 근로를 합쳐 주 12시간까지만 가능하게 됐다. 2021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윤석열의 120시간 발언은 이때 나왔다.
    • 실제로 정권을 잡자마자 노동부가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1주일에 최장 92시간까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 논란이 확산하자 한발 물러서는 것 같았지만 92시간이 80.5시간으로 줄었고 다시 69시간으로 줄었을 뿐 퇴행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 윤석열이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지시해서 나온 안이 ‘64시간 상한 캡’이었고 다시 ‘60시간 상한 캡’으로 줄었다. “120시간 바짝 일하고”가 “60시간 바짝 일하고”로 줄어들었다.

    OECD 평균보다 150시간 더 일한다.

    •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2022년 기준으로 연간 1901시간, 2023년은 1874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평균보다 150시간 이상 길다.
    • 윤석열 정부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연장 근로를 확대하겠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총선 패배와 김건희 이슈 등으로 정책 동력을 소진하느라 진도를 뽑지 못했다.

    화물연대의 끝나지 않은 싸움.

    • 화물연대는 윤석열의 적대적 노동 정책의 첫 희생양이었다.
    • 화물연대는 2022년 6월 안전운임제를 확대 적용해 달라며 파업에 돌입했다. 윤석열은 “안전운임 확대하라”는 요구를 업무 개시 명령으로 찍어 눌렀다.
    •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와 과속, 과적을 방지하고 적정 운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2020년 1월,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3년 일몰 기간이 다 돼 종료됐다.
    화물연대가 2020년 9월 지하철에 배포한 ‘안전운임제’ 포스터.
    • 윤석열은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 위협과 같다”는 막말을 쏟아냈다. 참모들과 회의에서는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 윤석열은 업무 개시 명령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했다.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업무 개시 명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윤석열은 단순히 파업을 찍어 누르기 위해 발동했다. 업무 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 화물연대는 결국 그해 12월 조합원 62%의 찬성으로 파업 철회를 결정하고 복귀했다.
    • ILO(국제노동기구)는 보고서를 내고 “한국 정부는 화물 노동자의 작업 중단이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을 위험에 빠뜨렸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면서 “한국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 발동은 파업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infringed)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표적 수사와 프레임 조작, 건설 노조 때리기.

    • 화물연대를 찍어 누른 윤석열은 건설노조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건폭’은 윤석열이 만든 용어다. 2023년 2월, “임기 내 건설 현장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뒤 경찰이 나서서 특별 단속을 시작했다. 건설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고 1000명 이상의 조합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 윤석열이 “노조 부패는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다”라고 했고 원희룡(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맞받아서 “건설노조는 노조의 탈을 쓰고 돈을 뜯어가는 약탈집단”이라고 비난했다.
    • 명백한 표적 수사였고 정당한 노조 활동을 범죄로 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경찰은 건설노조가 회사에 조합원 채용을 요구한 게 강요라고 봤다. 다른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사이즈가 딱 건폭이네” (윤석열)

    구조적 문제를 봐야 한다.

    양회동의 죽음이 말하는 것.

    건설노조 고 양회동 분신을 동료가 옆에서 방조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를 페이스북에 조선일보 인용하며 의혹 제기한 원희룡. 분신 방조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
    • 조선일보가 양회동의 분신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CCTV 영상을 조선일보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 양회동의 부인 김선희는 윤석열 탄핵 소추안 가결 직후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작 이런 사람 때문에, 남편이 그랬다는 게…, 더 화가 났어요.”

    노동자들의 숙원, 노란봉투법에 거부권 행사.

    • 노란봉투법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이다. 노란 봉투는 원래 쌍용차 파업 때 경찰이 낸 손배를 시민들이 나눠 내자며 노란 봉투에 후원금을 담아 보낸 데서 유래했다. 파업 노동자에 손배와 가압류 폭탄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 2015년 정의당 주도로 발의됐다가 폐기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폐기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21대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22대 국회에서 다시 통과됐지만 역시 거부권을 행사해서 폐기된 상태다.
    • 윤석열은 “교섭 대상을 무리하게 넓히고 손해 배상 책임에 예외를 둬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불릴 정도”라고 비난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논란이 간과한 사실.

    • 중대재해 처벌법은 2022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다가 2년 뒤부터 확대 적용됐다.
    • 윤석열은 확대 적용을 유예하자고 주장했으나 국회를 설득하지 못했다.
    •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정부와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시행이 마치 영세·중소기업의 숨통을 옥죄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산업재해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에 더 시급한 법”이라고 지적했다.
    • 실제로 50명 이상 기업(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65%가 하청 노동자라는 집계도 있었다.
    • 다행히 적용 유예는 무산됐지만 여전히 의무와 책임이 모호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 중대재해 처벌법 도입 이후 2년 동안 실형 선고는 27건 가운데 4건밖에 안 됐다.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났다. 한국제강은 사망 사고가 반복됐지만 법정 하한선인 징역 1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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