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과 물가상승
*본 글은 <중기이코노미> 오피니언에 기고된 글임을 밝힙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과 외식물가 상승 고물가 시대, 점점 더 오르는 외식물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로 폭염, 폭우가 지속되면서 농산물, 채소류의 전반적인 가격이 올랐다. 지난 2일에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가 3.0% 오르고,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인 신선식품지수는 지난달보다 7.7% 올랐다. 개인 서비스 물가는 2.9% 상승했는데, 이 중 외식 물가가 2.9% 올랐다.  이렇게 외식 물가가 증가한 것에 대해 혹자는 농산물, 채소 등 식료품 물가가 오르니 ‘어쩔 수 없이’ 외식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외식문화를 들여다보면 단순 식자재 물가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또 다른 요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음식 배달’ 문화다.  2020년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면서 국내 음식 배달문화가 크게 확대되었다. 이때 배달업계에서 압도적 시장 우위를 장악하여 국내 배달앱 1위에 등극한 플랫폼이 우아한형제들에서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다. 2024년 현재에도 배달의민족은 6월 기준 61.4%의 시장점유율로 압도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은 국내 외식 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었나? 우선, 음식 배달 방법을 바꾸었다. 과거, 중국음식이나 치킨을 주문할 때 가게로 직접 전화해서 배달하던 방식은 이제 찾아보기 거의 어렵다. 대다수 매장이 배달의민족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주문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배달앱은 소비자와 가게를 연결해 주고 업체로 하여금 중개수수료를 취하여 수익을 낸다.  입점업체와 플랫폼 기업에게 ‘수수료 문제’는 경영에 생존을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입점업체에게 수수료는 운영을 위해 부담해야 하는 필수 비용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수익 모델이기 때문이다. ‘적정 수수료’라는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에게 수수료는 운영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수료 산정 방식과 내용은 아주 복잡하다.  배달의민족의 배달 서비스는 ‘배민 배달’과 ‘가게 배달’, 두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용자가 ‘배민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의민족에 소속된 배달라이더를 직접 배차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가게배달’로 주문할 경우 배달의민족 소속 라이더가 아닌, 가게에서 자체적으로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거나 직접 배달을 하게 된다. 두 방식의 결정적 차이는 ‘수수료’다. ‘배민배달’은 입점업체에 이용자와 라이더를 모두 배치하기 때문에 입점업체에 부과되는 수수료가 더 높아진다.  수수료 6.8%도 입점업체는 등골이 휘는데, 9.8%로 인상 강행한 배달의민족 지난 8월 8일까지 배달의민족 입점업체가 ‘배민배달’ 서비스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는 6.8%였다. 그러다 지난 8월 9일,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배달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인상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무려 44%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 일부 점주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음식 메뉴 가격을 올리거나 배민을 보이콧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점주들이 매장 운영도 포기하고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까지 달려가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업체들은 월 정액 마케팅 수수료와 중개비용으로 건당 6.8%의 수수료를 지불하여 이미 매출액에서 수수료 부담이 큰 상황인데, 배달의민족은 이에 더 큰 비율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인상을 강행하게 된 배경에는 쿠팡이츠의 무료배달 정책이 자리한다. 지난 3월,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와우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묶음배달 주문시 무료로 배달해주는 ‘무료배달’ 정책을 시행했다. 해당 정책으로 쿠팡이츠는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 이용자수(MAU) 753만 명 이상 확보하여, 높은 격차로 ‘요기요’를 제쳐 배달앱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이는 배달비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처럼 보였지만, 배달앱 내 출혈경쟁을 유도했다.  갑질, 최혜대우요구 등 고객 유인 후 자사 수익을 위해 입점업체 쥐어짜기도 만연 배달의민족이 다른 배달앱과의 경쟁하며 동시에 자사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수료 부과율이 높은 ‘배민배달’을 강화·확대할 필요성이 있었다. 2021년 6월, 배달의민족은 ‘한 번에 한 집 배달’ 서비스인 ‘배민1(배민원)’ 서비스를 시작하며 배달의민족 홈 화면을 배민배달에 유리하도록 변경했다. 또한 입점업체들에게 중개이용료를 건당 1,000원만 받고, 배달비 할인 쿠폰 지원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입점업체들을 ‘배민배달’로 유치했다.  어느 정도 입점업체가 확보되자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 수수료를 전면 개편하여 입점업체들은 중개이용요로만 최소 주문금액 기준 6.8%를 지급해야 했다. 이와 동시에 홈페이지 UI를 여러차례 개편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가게배달’ 이용률을 낮추고 ‘배민배달’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끔 유도했다. 배달의민족은 이제 ‘배민배달’에 묶인 대다수 입점업체들을 대상으로 2024년 5월, 구독제 서비스인 ‘배민클럽’에 등록하도록 했다.  ‘배민클럽’에 입점한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배달 무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는 배민클럽에 가입된 가게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입점업체들은 배민클럽에 선정되기 위해 배달의민족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따를 수 밖에 없다. 그 요건은 배달의민족이 △주문취소율, 조리시간 준수율을 관리하고, △가게 운영시간에 개입하며 △추천, 인기 메뉴 이미지 등록하도록 하는 등 자체적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배달앱보다 최소주문금액 등 메뉴 가격을 불리하게 설정할 수 없도록 ‘최혜대우’를 요구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배달앱마다 다른 수수료 부과 비율, 매장(홀)이용과 배달 주문시 음식 단가가 달라지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앱이 가게 운영 시간부터 최저가 가격 등 경영에 개입하니 운영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는 비단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 플랫폼에서 공공연하게 나타나는 불공정행위다. 일일이 언급할 수도 없는 타사배제, 갑질, 부당 고객유인행위 등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여러 불법 행위가 만연하지만, 배달앱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외식업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버텨내야 할 뿐이다. ‘상생협의’ 비웃는 독과점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의 민낯 보여줘 이렇듯 독과점 배달앱이 변화시킨 음식배달문화와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는 기형적이다. 통상 자유경쟁 시장에서 기업끼리 가격 경쟁을 치르면 상품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가 이득을 본다. 그런데 왜 배달앱 시장에서는 기업의 출혈경쟁을 입점업체가 떠안고 결국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까지 번지는 결과가 만들어지는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난 7월 17일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요기요, 쿠팡이츠 본사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불공정거래 관행을 포착하고 전반적인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또한 지난 7월 23일에는 ‘배달플랫폼 - 입점업체 상행협의체 출범식’을 개최하여 배달앱과 소상공인간의 상생협의를 모색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은 지난 10일, 기존의 중개수수료 6.8%를 9.8%인상을 강행했다.  기업간 출혈경쟁으로 ‘소상공인 쥐어짜기’는 결국 현 정부에서 고집하는 자율경제 정책의 민낯이다. 독과점 대기업에 구축해놓은 음식 배달 생태계 안에서 입점업체는 그 어떤 것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 매장 경쟁력을 높여 외식업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이전에 고금리, 고물가에 이은 수수료 폭탄으로 ‘생존’부터가 난관이다. 배달앱을 비롯한 독과점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 이로 인한 물가 인상 문제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기업과 입점업체, 소비자 등 관계 주체들 간 ‘상생협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부는 민생 경제 안정을 위해 지금에라도 독과점 플랫폼 기업이 입점업체와의 상생협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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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져도 ‘배째라’ 주인행세… 법도 행정도 ‘나 몰라라’ [유령타운의 비명 3화]
“이 일을 생각하면 삶의 의지가 사그라듭니다.” 메일은 이렇게 시작했다. ‘유령타운의 비명’ 첫 기사를 보도한 날, 새벽 1시 35분에 도착한 메일. 잠 못 이루는 밤, 또 다른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상가분양 피해자는 “유령타운의 수많은 비명 중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써내려갔다. “법원의 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해결이 안 되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이 드네요. 사용할 수 없는 상가를 사용허가 내주고도 ‘나 몰라라’ 한 구청이 법적으로 자유로운 것도 이해가 안 가네요.” 메일은 이렇게 끝났다.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에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상가를 분양받은 340여 명의 꿈이 침몰했다. “그냥 투자자, 투기꾼 사연이 아닙니다.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죠. 한 달에 이자를 몇 백만 원씩 내고, 노후자금을 다 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겁니다.”(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변호사) ‘국내 최대’, ‘축구장 4개 규모’를 자랑하던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분양대행업체에 따르면, 건물을 외형을 짓는 데만 약 1800억 원이 들었다. 하지만 12% 이상의 “투자수익율 대박”을 장담했던 초대형 상가 분양 사업은 완전히 붕괴됐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총 802개 호실 중 512개 호실이 분양됐다. 약 36%가 미분양 상태다. 2017년 기준 1.5평(전용면적 4.42㎡)짜리 1층 수산물판매 상가 분양가는 1억 2000만 원~1억 6000만 원 상당이다. 2층 이상 상가의 분양가는 2억 원대로 알려져 있다. 불 꺼진 건물, 텅 빈 상가, 비린내 없는 어시장, 고객 차량 대신 선적 대기 중고차만 가득한 주차장…. 피해는 고스란히 수분양자들에게 전가됐다. 피해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만 34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분양 계약을 체결한 2017~2018년부터 약 7년간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했다. 매달 대출이자만 내며 버티고 있는 처지다.(관련기사 : ‘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사례를 접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전국적으로 정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상가 분양 피해 사례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 부동산 전문 변호사, 금융권 관계자 모두 한목소리다. 그만큼 피해자가 셀 수 없이 속출하고 있다는 뜻. 상가분양 피해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일. 그만큼 심각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이 세워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단한 뉴스 검색만으로도, 전국에서 시행사 등을 상대로 처절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상가분양 피해자들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도 마찬가지. 상가분양 피해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분양 당시 시행사 측이 만든 홍보 팸플릿 문구와 완전히 딴판이었다. “인천구도심 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규모 개발비전의 중심”“희소가치가 높은 공실률 없는 특수상가”“연 수익률 12.44%” 일부 분양대행업체는 수익률을 20%까지 부풀리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분양사무실에서, 인근에 있는 인천종합어시장 상가들이 인천국제수산물타운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희망사항이나 근거 없는 풍문에 불과했다. 시행사는 예상 수익률을 지나치게 부풀린 허위・과장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시행사 대표는 2020년 8월부터 상가 활성화를 해보겠다며 피해자들에게 1층 상가를 임차했다. 약속한 무상임차기간 3개월이 지난 뒤, 피해자들의 통장에 찍힌 임대료는 두 달 치가 전부였다. 그곳에는 현재 한 수산물 판매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따. 시행사 대표가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이중 임대계약을 체결한 판매업체다. 시행사 대표가 상가 주인행세를 하며 ‘점거’하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 <수익률 뻥튀기에 월세 먹튀까지… 피해자 두 번 울렸다>) 임대료를 받지 못한 상가분양 피해자 68명은 법원에 카드 매출 가압류를 신청했다. 그러자 시행사 대표는 카드단말기를 자기 아들 사업자 명의 단말기로 몰래 바꿨다. 피해자들이 고소했지만 경찰 수사 결과는 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시행사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시행사 대표에게,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고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었다. 건물 사용승인은 5개월이나 지난 2020년 3월에야 떨어졌다. 하지만 장사는 불가능했다. 어시장에 꼭 필요한 바닷물(해수)이 나오지 않았다. 시설 공사는 2020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처음 약속한 준공 예정일에서 1년 2개월이 더 지나서였다.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소송’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법원은 분양대금과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은 두 차례 소송에서 승소했다. 경찰에 형사고소도 했다. 하지만 법이 이렇게 무력한 것이었나. 현실을 그대로였다. 시행사 측은 돈이 없다며 버틸 뿐. 피해자들의 손에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도 처벌받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시행사 대표는 오히려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큰소리치며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행정은 ‘계약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팔짱을 끼고 있고, 법원의 판결문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행사 대표에게 사기죄 등 형사 책임을 묻기는 ‘애매하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는 시행사업에서 통상적인 ‘룰(rule)’입니다. 수분양자가 의사결정 기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봐야 하는데, 시행사업에서 유명 카페 입점 ‘예정’ 등이라는 식으로 광고했을 경우에는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기죄를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법무법인 청율인 김영환 변호사) 시행사 대표가 상가분양 피해자들에게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고 상가를 ‘무단 점거’ 하고 있는 점 역시 형사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해당 사건을 ‘사인 간의 분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사기로 고소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반려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시행사 대표가 처음부터 임대료 등을 편취하고 상가를 무상으로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면 사기죄 등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이런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습니다.”(법무법인 율샘 김도윤 변호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서 시행사의 자본금 비율은 현저히 낮다. 시행사는 금융기관에서 PF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어 올린다. 금융기관은 사업성과 수익률을 꼼꼼히 평가해서 대출을 실행해야 할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동네에 오래된 인천종합어시장이 있잖아요. 아파트단지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잖아요. 누가 차 타고 거기(인천국제수산물타운)까지 나가겠어요.” 인근 지역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다. 부동산 중개인도 다 알고 있는 불리한 입지조건을 금융기관에서 얼마나 철저히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시행사가 PF 사업을 기획하고,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주고, 시행사는 수분양자들에게 분양대금을 받아 대출을 갚는다. 결국 피해의 1차적인 종착지는 수분양자 개인들이 된다. 한 사람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부실PF 폭탄은 수분양자 개개인들의 삶부터 망가뜨리고, 금융기관과 지역경제까지 연쇄 폭발을 조준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사업을 승인한 인천 중구청도 이 상황을 책임지지 않는다. 중구청 관계자는 “건축 용도가 알맞으면 토지 소유주가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대로 건축 허가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어시장에 바닷물도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준공이 난 점에 대해서는 “건축법상 정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입점 등에 관한 사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또 대규모 공실 사태에 대해서는 “손님이 없어서 공실이 된 건 소비자 선택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을 계획한 시행사,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 사업을 승인한 행정관청이 서로 책임 없다는 말을 주고받는 사이, 수분양자들의 인생은 극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동안 상가분양 피해는 대부분 ‘개인 투자 실패’로만 여겨져왔다. 하지만 개인들만 눈 뜨고 코 베이는 상가분양의 판을 안전하게 바꾸자는 목소리가 최근 국회에 닿았다. 지난 6월 16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분양사기 피해복구 및 방지 입법을 위한 ‘대국민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분양사업에 관한 정보 제공 의무 명시 ▲신탁사와 감리사의 손해배상책임 규정 신설 ▲장기 공사 중단・분양대금 미반환・소유권이전 등기 미이행 사태 발생 시 정산절차 및 내용 신설 ▲신탁사와 분양사업자에 대한 감독 및 처벌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병)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상가분양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분양주체들은 법의 허점, 처벌이 낮은 점, 수분양자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점들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를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분양 주체들이 얻은 막대한 이익은 적어도 수분양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 ‘분양사기 피해복구 및 방지 입법을 위한 토론회’, 2024. 6. 16.) 지난달 12일과 16일 시행사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신 역시 없었다. 지난 13일 1화 기사가 보도된 뒤 시행사 대표는 전화를 걸어왔다. 시행사 대표는 “(2020년) 당시 수산물타운 1층을 전부 임차하겠다는 업체가 있어서 수분양자들에게 임대 동의서를 받았지만, 업체 입점이 무산되면서 자신이 임차해 상가를 오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분양자들에게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영업이 잘되고 향후에 여건이 됐을 때 수분양자들에게 임대료를 드리면 되는 것”이라며 “현재 영업 중인 수산물 판매업체는 이중 임대차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공동 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행사 대표는 임차료 지급 및 건물 인도에 대한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은 이유로 “능력이 안 되는데 지불하라면 할 수 있겠나”라며, “기자님이 (현재 영업 중인) 수산물 판매업체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와서 영업해보라”고 말했다. 수산물 판매업체 카드 채권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자기 아들 사업자 명의의 카드단말기로 바꾼 행위에 대해서는 “제가 죄를 지었으면 벌 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소송 걸었던 60여 개 점포 때문에 다른 점포도 다 문을 닫아야 하는 거냐, 어쩔 수 없이 별도 법인을 설립해서 공동사업 형태로 묶어 영업한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패소한 분양대금 반환 소송 결과를 이행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서는 “돈이 없어서 못 주고 있다”고 답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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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뻥튀기에 월세 먹튀까지… 피해자 두 번 울렸다 [유령타운의 비명 2화]
똑똑한 눈이 달려서 자기 자리를 알아서 찾아간다는 돈. 그 종착지는 언제나 건물주의 주머니였다. 서울 동대문・남대문에서 옷 장사를 하며 30대를 보낸 김용균(48) 씨의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건물주 되는 게 어렵다면, 점포 주인이라도 되자!’ 김 씨는 자영업을 접고 발전소 협력업체에서 석탄관리 일을 하면서도 ‘점포 주인’이란 꿈을 접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면서 부동산경매 학원에 다닌 것도 그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에 서울 아파트 값이 폭등하는 등 너도나도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던 2017년. 직장 동료가 “상가 분양을 알아본다”며 김 씨에게 함께 임장(현장방문)을 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아파트형 공장, 지식산업센터 등 상가 분양이 유행을 타기도 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분양사무실이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사업지는 인천 서쪽 끄트머리, 중구 연안부두에 위치했다. 소월미도로 가는 항구 근처 공단 밀집 지역이다. 축구장 4개 크기로 지어진다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4개동 802개 호실의 대규모 상가였다. “압도적인 빅 체인지가 시작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희소가치가 높은 공실률 없는 특수상가”“인천구도심 재생사업 등 다양한 대규모 개발비전의 중심”“연 수익률 12.44%” 분양사무실에 놓인 홍보 팸플릿 문구가 김 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1.5평(전용면적 4.42㎡)짜리 점포 분양가는 1억 2000만 원. 홍보물에 나온 수익률을 적용하면, 월세로만 100만 원 이상 기대됐다. ‘홍보물이 다소 과장됐더라도, 월세 70~80만 원은 받을 수 있겠는데?’ 김 씨는 “꽤 괜찮은 노후 대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쉽게 뛰어들 일은 아니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부지에서 약 800m 떨어진 인천종합어시장이 마음에 걸렸다. 김 씨는 다시 한번 발품을 팔아 인천종합어시장으로 향했다. 1977년에 지어진 어시장은 500개 호실로 규모는 컸으나 낡고 오래돼 이용이 불편했다. 특히 주차 시설이 좋지 않았다. 김 씨는 회를 사먹으며 직접 상인들을 인터뷰했다. 인천종합어시장의 월세는 최소 180만 원. “우리야 장사 잘되고, 월세 낮으면 얼마든지 가게를 옮길 마음이 있지!” 김 씨는 직접 만든 명함을 상인들에게 건넸다. 그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이 준공되면 다른 곳보다 월세를 싸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쯤 했으면, 현장조사는 끝. 김 씨는 2017년 11월 상가 분양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김 씨는 분양금 1억 2000만 원 중 4900만 원은 대출로 충당했다. 수산물타운 준공이 끝나면, 드디어 월세 내던 사람에서 받는 사람으로 전환. 꿈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동대문시장에서 도매 경험이 없었다면 상가 분양을 안 받았을 텐데… 이제 와서 많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802개 호실 중에서 512개만 분양됐다. 미분양률은 약 36%. 그 후유증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상가 대부분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텅 빈 상태다. 상인도 없고 손님도 없고 물고기도 없으니, 그야말로 이름만 ‘수산물타운’인 셈이다.(관련기사 : ‘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임차인 구해달라고 해도 저희가 중개를 안 해요. 이미 분양 단계부터 망한 자리예요.” 지난 6월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인근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동네에 오래된 인천종합어시장이 있잖아요. 아파트단지 근처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잖아요. 누가 차 타고 거기(인천국제수산물타운)까지 나가겠어요.” 김용균의 현장조사와 예측이 크게 빗나간 상황. 인천종합어시장은 지은 지 5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재개발 계획은 정해진 바가 없다. 설령 재개발한다 해도 그쪽 상인들이 모두 인천국제수산물타운으로 이전한다는 보장도 없다. 사실 김 씨가 분양사무실에서 들었던 “예상 수익률 12%”는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시행사는 예상 수익률을 지나치게 부풀려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한마디로 허위・과장광고였다.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었다. 하지만 건물 사용승인은 5개월이 더 지난 2020년 3월 27일에야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도 장사는 불가능했다. 어시장에 바닷물(해수)이 나오지 않았다. 바닷물 공급 펌프에 모터가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이 떨어진 거였다. 시설 공사는 2020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처음 약속한 준공 예정일에서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지나서였다. 김용균 씨는 임차인을 못 구해 골머리를 앓았다. 월세 수입은커녕 매달 대출금 이자만 내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시장 정상화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때 시행사 대표가 김 씨에게 달콤한 제안을 했다. “분양받은 상가를 저한테 임대해주십시오. 제가 상가 정상화를 위해서 노력해보겠습니다.” 임대 조건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4만 원. 첫 3개월 무상임차 단서가 있었지만, 김 씨에겐 거부할 일이 아니었다. 김 씨는 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임대차 기간은 2020년 8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시행사 대표는 법인 ‘인천연안수산시장농축산복합’을 만들어 4개 동 1층 수분양자들에게 점포를 빌렸다. 월세만 들어온다면 점포 주인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월세요? 지금까지 밀린 거 다 필요 없으니까, 시행사 대표가 빨리 (상가에서) 나가면 좋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김 씨가 분양받은 상가가 있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 A동으로 가봤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유일한 수산물 판매업체가 영업 중이었다. 손님은 나 한 명이었다. 점심 때 한 번, 다른 날 저녁 때 또 한 번 방문했지만 사정은 똑같았다. 어쨌든 영업 중이니 분명 임대료를 낼 터. 하지만 여기에도 꼼수가 있었다. 수산물 판매업체는 시행사 대표와 임의로 이중 임대차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김 씨를 비롯해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2개월 치 임대료밖에 받지 못했다. 시행사 대표에게 임대료를 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 등이 전부였다. 김 씨를 포함 상가분양 피해자 68명은 법원으로 향했다. 이들은 2021년 9월 시행사 대표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밀린 임대료를 지급하고 상가를 비워달라는 요구다. “(시행사 대표는) 이 사건 각 상가를 해당 원고들(상가분양 피해자)에게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는 외에 미납 차임 및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으므로 (…)” (건물 인도 소송 1심 판결문, 2022. 10. 14.)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지난 5월 결국 승소했다. 대법원까지 2년 4개월이나 걸린 긴 싸움이었다. 하지만 시행사 대표는 여전히 임대료를 주지 않고 있다. A동 1층 수산물 판매업체는 지금도 영업 중이다. 허위・과장광고에 당한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시행사 대표에게 다시 한번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시행사 대표가 ‘알 박기’ 식으로 버티는 동안, 그의 아들은 시행사 명의 A동 4층 상가에 대형 카페를 차려 장사를 하고 있다.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법원에 수산물 판매업체 카드 매출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은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시행사 대표는 수산물 판매업체의 카드 단말기를 자기 아들 사업자 명의 기계로 바꿔치기했다. 상가분양 피해자들은 시행사 대표와 그의 아들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2022년 고소했다. 강제집행면탈이란, 강제집행을 피하고자 고의로 재산을 숨기는 등 행위를 말한다. 경찰 수사 결과는 2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이렇게, 상가주인이 되겠다는 김 씨의 꿈은 인천 연안부두 바닷가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아이들과 우리 부부 노후를 생각해서 시작한 일인데, 제 공부가 부족했나 봅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해결이 난망한 ‘부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현장이다. 대규모 미분양과 공실 사태, 물고기와 비린내 없는 축구장 4개 규모의 ‘유령타운’이 그걸 증명한다. 시행사는 2020년 인천국제수산물타운 미분양 상가 등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약 480억 원을 대출받았다. 건축 과정에서 받은 PF 대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은 2022년 3월부터 연체됐다. 시행사는 지방세 등 6억 원가량을 체납했다. 시행사 소유의 일부 상가는 압류된 상태다. 하지만 시행사 대표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김 씨 등이 제기한 소송 외에도, 분양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가 더 있다. 그 소송 역시 시행사 측이 패소했지만, 위약금은커녕 분양대금 원금조차 갚지 않고 버티고 있다. 현행법상 분양 과정에서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연안부두 국제수산물타운 소유자 모임’ 커뮤니티에 가입한 피해자만 340여 명. 피해자는 이들만이 아니다. 세금 체납은 공공의 피해로 이어진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담보로 수백억 원의 돈을 댄 금융권 역시 부실채권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중구청은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구청 관계자는 “손님이 없어 공실 상가가 된 건 소비자 선택의 영역이다, 관에서 공실 상가에 대해 지원하거나 해결해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과 16일 시행사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준공 인허가 과정의 문제와 예상 수익률 과대광고 등에 관해 묻고자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신 역시 없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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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4배’ 유령타운… “어시장에 바닷물도 안 나왔다” [유령타운의 비명 1화]
서해 바다 위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차를 달렸다. 도착한 곳은 인천 연안부두에 위치한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인천 중구 항동). 차를 몰고 A동 지하주차장에 진입했다. 지하 1층은 주차공간이 좁았다. 한 층 더 내려갔다. 곳곳에 주차 자리가 비어 있었다. 수상한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이 없는 외제차였다. 틀림없이 이런 차가 더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더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3층 주차장에 진입하자 마주친 건 빨간색 포르쉐 스포츠카. 역시 번호판은 없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인 여성이 스포츠카 옆에서 얄궂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두 남성은 그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 중이었다. 차를 돌려 빠져나가기 위해 주차장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얼마 못 가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혔다. 주차장 통로까지 번호판 없는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서 목격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의아한 장면의 연속. “어디 찾아오셨어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경계하며 물었다. 수산물타운에 왔다고 답하자, 남성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여기 차 못 돌려요. 후진해서 나가세요.” 번호판 없는 외제차들은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중고차로 보였다. ‘수산물타운’ 주차장에 횟감을 사러온 손님들의 차량 대신 선적 대기 중고차로 짐작되는 차량만 가득한 상황. ‘국내 최대’를 자랑하던 인천국제수산물타운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음이 틀림없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축구장 4개 크기, 연면적 5만 7550㎡ 규모의 초대형 상가다. 지하 3층, 지상 4층으로 규모로 4개동, 전체 802개 호실로 구성됐다. 분양대행업체에 따르면, 건물 외형을 지어올리는 데만 약 1800억 원이 들었다. 그날 저녁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찾아간 이유는 지난 5월 도착한 제보 메일 한 통 때문이다. “억울함과 허탈한 마음에 용기 내어 글을 작성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건물 준공이 완료됐지만 4년째 대부분 공실로 수분양자(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의 고통만 남겨졌습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그곳 이름을 넣어보니, 몇 년 전 발행된 기사들이 먼저 뜬다. <인천 항동에 들어서는 초대형 수산물 테마파크><국내 최대 어시장… 수익률 ‘살아있네’> 각동 1층에는 수산물 도・소매점, 2층에는 활어 전문 식당, 3~4층에는 노래방, 카페, 스크린골프장, 찜질방, 공연장 등이 생긴다는 소식이었다. 기사들은 하나같이 ‘장밋빛 미래’를 노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보자 서희성(42) 씨가 이야기한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 잿빛이었다. “국내 최대 어시장”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찾아갔다. 소월미도로 가는 항구 근처 공단지역. 인근에는 물류회사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축구장 4개 규모’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건물을 한 바퀴 돌아봤다. 이상했다. 한 바퀴를 다 돌아도 비린내가 나지 않았다. A, B, C, D동으로 구분된 건물 내부 역시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B동 1층으로 들어갔다. 565평(1864.69㎡)이나 되는 상가 내부는 깜깜했다. 퀴퀴한 먼지 냄새가 풍겼다. 천장에는 “행사코너”, “제철코너” 등이 적힌 간판이 매달려 있었다. 수조와 수산물 판매대 위에는 먼지만 가득했다. 수조 뒤에는 에어컨 실외기 10대 정도가 놓여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사람도 물고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D동으로 가봤다. 어두운 내부로 들어가자, 바로 왼쪽에 분양홍보관 사무실 위치를 알리는 가판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아예 장사를 했던 흔적조차 없었다. 상가 1층 바닥에는 구획을 나누는 흰색 선만 그려져 있었다. C동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1층에는 생선회를 떠와서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꾸며져 있었다. 캠핑용 의자와 고기 불판 설치가 가능한 식탁을 갖춘 텐트 약 20개도 보였다. 캠핑 분위기로 한껏 꾸몄으나, 여기에도 역시 손님은 없었다. 2층부터 4층까지 올라가 봤다. “주인 직접 임대, 010-XXXX-XXXX” 불 꺼진 텅 빈 상가 유리창마다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인천국제수산물타운에서 광어, 우럭보다 더 자주 만난 건 이런 안내문이었다. 마지막으로 A동을 찾았다. 드디어 도다리, 아나고 등 물고기가 보였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유일한 수산물 판매업체가 1층에서 영업 중이었다. 손님은 나 한 명이었다. 날짜를 바꿔 점심 시간에도 가보고, 저녁 시간에도 가봤다. 하지만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제보자의 말 그대로였다. 불 꺼진 건물, 텅 빈 상가, 비린내 없는 어시장, 선적 대기 중고차만 가득한 주차장.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거의 ‘유령타운’이었다. “시행사가 처음부터 판을 잘못 깔았어요!” 제보자 서 씨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을 만든 시행사 대표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건축 사업은 2017년 본격 시작됐다. 서 씨는 이때 지인 소개로 1.5평(전용면적 4.42㎡) 수산물 판매대 자리 한 칸을 약 1억 6000만 원에 계약했다. 이중 8500만 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시행사는 연 수익률을 ‘12%’라 광고했다. 일부 분양대행업체는 수익률을 20%까지 부풀리기도 했다. 2017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허위・과장광고로 보고 경고 조치를 했지만 광고는 달라지지 않았다. “공실률 없는 특수상가 프리미엄”이라는 광고가 무색하게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터졌다. 미분양률은 약 36%. 서 씨가 확보한 채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시행사 소유 미분양 호실은 총 290개다. 전체 802개 호실 중 512개만 분양됐을 뿐이다(2024년 6월 기준). 건물의 준공 예정일은 2019년 10월이었다. 준공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행사는 4개월 뒤인 2020년 2월부터 상가 입점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하지만 그조차 말뿐이었다. 건물 사용승인은 2020년 3월 27일에야 떨어졌다. 준공 예정일로부터 5개월이나 지난 뒤였다. 인천 중구청의 건물 사용승인 후에도 장사는 불가능했다. 바로 옆이 바다인데도, 어시장에는 바닷물(해수)이 나오지 않았다. 바닷물 없는 어시장이라니. 알고 보니, 바닷물을 공급하는 펌프에 모터가 설치되지 않은 채 준공이 떨어졌다. 해수 공급 펌프는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서 씨는 2020년 5월 인천 중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중구청에서 건축사무소의 감리 의견을 듣고 (건물 사용) 최종 승인을 해주는 것 아닌가요?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아직도 해수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어시장의 제일 중요한 해수가 안 나오면 어떻게 장사를 하나요? 현재(2020년 5월)까지 4개 동 1층의 총 500여 개 점포 중 장사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천 중구청은 “해수 사용 등에 대해서는 건축법상 정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며, “입점 등에 관한 사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해결해야 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해수 펌프 등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모든 시설 공사는 2020년 12월에야 마무리됐다. 처음 약속한 준공 예정일에서 1년 하고도 2개월이 더 지나서였다.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동안 임차인을 구할 수도 없었고, 직접 장사를 할 수도 없었다. 대출을 끼고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1년 2개월간 아무 수입 없이 이자만 낸 셈이다. 수익률을 부풀린 허위・과장광고와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 이어, 바닷물도 공급되지 않는 등 1년 2개월이나 지연된 공사. 그러는 동안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성패를 좌우할 ‘골든타임’은 지나가 버렸다. 서 씨는 2020년 8월 시행사에 분양계약 취소를 요구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확정 입점 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점할 수 없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제가 (시행사 대표에게) 위약금도 필요 없으니까, 계약 취소하고 원금만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법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서 씨는 한 달 뒤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대금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분양대금 약 1억 6000만 원과 위약금 1600만 원 상당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서 씨는 시행사가 확정입점 예정일, 상가의 규모, 주차장 크기, 공실률 등을 기망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시행사가 서 씨에게 분양대금과 위약금을 전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시행사는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 최종 승소까지 걸린 시간만 2년 3개월. 그런데 서 씨는 끝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법대로 하라고 해서 법으로 이겼는데, 이번엔 ‘마음대로 하라’고 하더라구요.” 시행사는 2020년 미분양 상가 등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약 48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 건축 과정에서 받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 상환마저 2022년 3월부터 연체됐다. 시행사는 지방세 등 약 6억 원의 세금도 체납했다. 시행사 소유의 280개 호실 상가 중 일부는 압류된 상태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유령타운을 넘어 이제 ‘시한폭탄’이 돼가는 중이다. 폭탄이 터지면 수분양자들은 물론, 금융권과 지역경제가 줄줄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 씨는 해마다 대출 연장 기한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대출금 8900만 원을 갚을 방법은 없는데, 시행사는 분양대금을 돌려줄 계획도 없어 보인다. “시행사 대표는 이런 말도 하더라구요. ‘어머니뻘 되는 나이 지긋한 수분양자도 (시행사에게) 상가 다시 가져라고 울고 그러는데, 당신(서 씨) 분양대금을 어떻게 돌려주느냐’고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피해자는 한두 명이 아니다. ‘연안부두 국제수산물타운 소유자 모임’ 커뮤니티에 가입한 피해자만 340여 명. 상가에서 들어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지만 대출이자는 꼬박꼬박 갚아야 한다. 분양계약을 파기하고 대금을 돌려받고자 해도 시행사는 ‘마음대로 하라’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늪에 발목이 빠져 있는 상황.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은 네 곳의 업체가 분양을 대행했다. 한 분양대행업체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만 약 900억 원의 분양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이 언제쯤 정상화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현행법상 시행사 대표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기도 “애매한”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는 수백 명, 피해금액은 수백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도 처벌받지도 책임지지도 않았다. 지난달 12일과 16일 시행사 대표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인천국제수산물타운의 준공 인허가 과정의 문제와 예상 수익률 과대광고 등에 관해 묻고자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신 역시 없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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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 도서] "경제학자만 정신을 차린다고 위기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 도넛 경제학
📚 주류 경제학을 10년 동안 공부하였고 현재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적경제’ 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금의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주로 경제 또는 시민사회와 관련된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신동주 당신이 생각하는 ‘경제학’의 이미지는 어떤가? ‘효율성’, ‘합리성’, ‘생산’, ‘시장경제’, ‘경제성장’ 등의 단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는 이러한 단어와 관련된 식과 그래프를 가르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생산 극대화를 위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주요 연구 주제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경제학’의 이미지는 어떤가? ⓒyamabon 주류 경제학에 대한 반발은 2008년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확대되었다.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성장하면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이 금융 위기로 크게 깨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인가? ⓒgeralt  수치상으로는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는 여전히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과거만큼 높게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선진국만큼 금융위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97년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성장률도 2~3%를 유지하면 다행인 상황이다. 1997년 한보그룹 부도 뉴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학과가 ‘주류 경제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2년도에 대학을 들어왔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신고전학파 경제학(주류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르크스 경제학, 포스트케인즈 경제학, 정치경제학, 행동경제학, 경제사 등 불평등을 다루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수업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학과가 ‘주류 경제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AhmadArdity ‘경제학’은 도태되고 있다. 다양성을 포기하고 다른 학문을 무시한 결과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경제가 성장해야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니까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원래 혼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Arbeid & Milieu 필자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주류경제학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이 믿음은 이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동시에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가? 경제성장이 불평등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가? 현실을 볼 때 두 질문 다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린뉴딜, ESG 등 경제성장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소하고자 하는 여러 방법이 등장했지만, 국가 간 협력은 더디고, 기업은 그린워싱*을 한다. 자산 불평등은 높아지고 고소득 일자리와 불안정한 일자리 간 소득격차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 등에서 실제로는 환경보호 효과가 없음에도 허위·과장 광고나 선전, 홍보수단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 모습으로 위장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경제 성장과 동시에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가?  ⓒPeggychoucair 하지만 주류 경제학에서 나온 지배적 생각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주류 경제학은 오랫동안 자신의 이론을 각종 이미지로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쉽게 주류 경제학 이론을 이해하게 하였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불평등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학을 구성하고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를 이기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바로 ‘도넛’이다. ⓒ도넛 경제학 도넛처럼 생긴 위 그림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를 탄탄하게 세우고 동시에 ‘치명적인 환경 위기를 막는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고 성장하는 구역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표현한 것이다. 이 도넛 이미지가 발표된 이후,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고민해왔던 사람은 유레카를 외쳤다. 그 전까지 이미지 없이 장황한 글과 말로 논리적 설득을 해왔던 이들에게 ‘도넛’이라는 이미지는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를 공격할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넛 경제학』은 등장한 지 6~7년이 지난, 꽤 오래된 책이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 이론에 의구심을 갖고 새로운 경제학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책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문제는 들어봤다는 것에서 그친다는 사실이다.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에 조금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또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한다.   폴 새뮤얼슨.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MIT에서 석좌교수를 지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책 표지 윗부분에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라고 적혀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자신의 논리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싶거나, 타인을 설득하고 싶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필자는 지역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읽었다.  그 작은 도서관에도 구비되어있는 것을 보면 구입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자. 다소 두꺼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TED 강연[자막] 건강한 경제는 성장이 아닌 번영을 위해 설계되어야 합니다(A healthy economy should be designed to thrive, not grow) | Kate Raworth ⓒTED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성찰과성장'작성: 신동주편집 : 박배민성찰과성장.com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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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내 지갑을 얇디 얇게 만드는가
물가가 ‘겁나게’ 올랐다. 식자재, 과일, 외식비 등 전반적 물가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올라버렸다. 뉴스 기사를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진 2.9%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일반 시민들이 물가 상승 둔화를 체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외식, 장보기가 겁나는데.  물가 상승률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4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3.5% 상승했다. 농축산물 등 과일, 채소, 식자재 가격이 고공상승을 하기 때문에 외식비도 오르는 것이다.  생활물가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가격도 오르고 있다. 쿠팡, 넷플릭스, 유튜브 프리미엄 등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의 멤버십 요금을 다달이 지불하는 이용자들은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결제라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면, 지난 1년 전과 비교하여 구독 서비스 가격을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은 10,450원에서 14,900원으로 약 40%, 쿠팡 와우 멤버십은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60%가량 올랐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쿠팡이 쏘아올린 플랫폼 기업의 생존전쟁해외 플랫폼 기업의 가격 인상 건은 차치하고, 가장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현황만 짚어보자. 지난 4월 13일, 쿠팡이 와우 멤버십 서비스 가격을 60% 가까이 인상했다. 기존의 4,990원이던 멤버십 요금을 7,890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쿠팡은 자신만만했다.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데에 이어 충성 소비자를 꽉 잡고 있으니 거침이 없었다. 총선 이전에 쿠팡이츠에 ‘무료배달‘ 서비스를 도입하며 음식배달 플랫폼에 가격전쟁을 시작했다. 이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울며 겨자 먹기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다 총선 직후인 18일만에 쿠팡이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뒤통수를 친 것이다.  쿠팡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정책으로 맞은 손실을 멤버십 요금으로 메꾸고자 했다.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는 음식 배달 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 출혈을 메꿀지 치열하게 고민 중일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매우 높은 확률로 플랫폼에 입점한 배달 점주들에게 기업 손실이 전가되고, 이후에는 소비자들에게 높은 사용료가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다. (주간조선, 2024.05.03) 현재 쿠팡이 쏘아 올린 온라인 플랫폼 업계 가격경쟁에 여러 앱마켓이 소비자 끌어들이기를 위해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 G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 플랫폼들이 너도나도 당일배송, 무료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경험할 수 있도록 대폭 행사 중이다.  플랫폼 전쟁의 끝은 시장 독점4월 총선 전, 음식 배달 플랫폼들의 가격경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러나 요즈음의 앱 마켓 경쟁(같은 전쟁)은 다소 심각해 보인다. 그 후폭풍이 어떨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무언가 새로운 ‘정책’이라며 기존의 서비스들을 묶음 판매할 것이고, 그로 인해 높은 수수료가 책정될 것이다. 기업이 가격을 정하면 소비자는 돈을 내야 한다. 스포츠 생중계, 음식 배달 등 기존에 플랫폼의 영역 밖에 있던 서비스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플랫폼이 구축해 놓은 디지털 시장 인프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앱 마켓이 깔아놓은 판은 빠져나오기 힘들다. 더 구체적으로는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즉시 배송’과 같은 서비스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빠른 속도와 앱 구조에 너무나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에 적응한 소비자들은 구독을 끊지 못하고 기꺼이 - 혹은 어쩔 수 없이 - 멤버십 요금에 지갑을 연다. 기업의 목표는 ‘성장’이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시장 독점’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게는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한정된 소비자를 최대한 자사로 끌어들이는 미션이 주어진다.  물가는 ‘원래’ 오르는 게 아니다다시 물가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덮쳐오는 물가 상승의 파도 속에서, 무엇이 나의 지갑을 지속적으로, 또 ‘의도적으로’ 얇게 만드는가. 식자재 물가 상승의 원인을 짚기는 어렵다. 유통과정이 복잡하고 분쟁, 환율 등 국제적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식량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책을 내기도 어렵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요금 인상은 맥락이 다르다.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유통은 기업 확장과 성장률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유튜브가 영상 콘텐츠와 연관 없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확장’하고, 쿠팡이 앱 마켓과 연관 없는 음식 배달, OTT 서비스 등으로 ‘확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초기에 의도적으로 적자를 내더라도 소비자를 끌어들인 후 안정권에 진입하면 서비스 이용료를 올리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통상 전략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일상 중 많은 활동이 디지털 시장의 ‘상품’으로 변한다. 기업의 서비스가 편리함으로 삶의 질을 높여주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여러 긍정적인 부분도 물론 있다. 그러나 입구는 있지만 출구가 없는 서비스를 과연 ‘선택’이라고 볼 수 있을까.  오늘날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시장은 말 그대로 요동치고 있다. ‘불만 있으면 안쓰면 그만’의 태도는 과거의 일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 일상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플랫폼에 입점한 수많은 상인들의 생계를 쥐고 있다.  서비스 요금은 ‘그냥’ 오르지 않는다. 철저히 기업의 관점에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오른다. 성장은 무한할 수 없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가격 경쟁, 그다음 행보는 과연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바꾸어놓을까.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가 되어있나.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에 잡아먹히지 않을, 서비스의 ‘도덕’이 절실하다.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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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레고랜드의 날갯짓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구조조정을 말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축소시키는 작업을 말하는데,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의해서 하는 구조조정은 워크아웃, 법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은 법정관리라고 보통 부른다. 보통 회사가 어려워져서 부도 일보 직전이 되면 우선 금융기관들과 협의해서 금융기관의 말을 다 들어줄테니 부채나 이자를 좀 줄여달라고 하는 게 워크아웃이고, 워크아웃이 결렬되어서 송사로 서로 한번 얼룩져보자고 하면 법정관리가 된다. 어디까지나 부도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더더욱. 태영건설은 국내 30위 안에 드는 건설사로 SBS의 관계사로도 유명한데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이미 2022년 말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레고랜드 레고랜드가 지어질 때 선사시대 유적을 밀어내고 짓는 게 맞냐는 논란이 상당히 컸지만 그 이외에도 강원도와 레고랜드의 운영사인 멀린과의 계약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논란도 나왔다. 강원도가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사비도 부담하는데 운영 이익은 멀린과 분배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운영이익의 30%만 강원도가 가진다고 하다가 3%로 줄어들기까지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강했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강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사를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는 STX 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1년 가까이 공사를 진행했는데 멀린에서 갑자기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교체해 버렸다. STX가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한겨레.2019.06.17.) 강원도는 STX에 다른 공사를 몰아주겠다는 식으로 일을 무마했다. 이것은 이것 대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레고랜드와 관련된 문제는 이것 말고도 엄청 많은데 일단 생략하기로 하고, 2020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50억 원 가량의 어음을 발행한 후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대출 만기일이 거의 다 되어갈 시점인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도의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즉, 강원도는 빚 갚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결국 관련 회사들은 부도처리되었고 사태는 계속 커져서 사람들이 공기업 채권을 신뢰하지 않아 채권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차피 저런 식으로 안 갚아버릴 거면 채권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전이나 한국도로공사 같이 잘 운영되고 있던 회사들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같은 경우에는 자금 조달에 실패해 시공사들이 빚을 떠앉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해외로도 소식이 퍼져서 한국의 정부와 지방정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10월 27일, 김진태 지사는 채무 전액을 갚겠다고 선언했지만 건설사들의 줄도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공기업은 물론 일반 회사채에 대한 신용도가 다 하락을 했기 때문에 회사들, 특히 건설회사들의 자금 운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어려워진 것이었다. 전국 200위권인 우석건설의 부도를 시작으로 동원건설, 대우산업개발(이안 아파트), 대우조선해양건설, 삼호건설, 굿모닝토건 등 수십개의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렸고, 이는 건설사 아래의 시공사, 자제납품업체, 인력업체 등의 도산으로도 이어졌다. 태영건설의 위기는 레고랜드의 날갯짓이 불러온 것이었다. 애초에 레고랜드를 무리해서 짓지 않았다면, 끝까지 성실하게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함 때문에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PF 피에프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대출이 기업의 신용도, 재정건정성 등으로 이루어진다면, 피에프는 특정 사업의 예상 수익을 보고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피에프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수익에 대한 대출이므로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대출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사실상 이름만 피에프일 뿐, 프로젝트의 사업성이나 이 사업에 현금이 얼마나 오고 갈 수 있는 지 등을 보기 보다 기업의 신용도를 보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업금융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존 기업이 안 망하고 운영되고 있으니 이 사업에 대출을 해준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사업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 사업에 현금이 유동적으로 오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지나치게 부실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건설사들 중에서도 피에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소문이 있었다. 태영건설은 자기 회사는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2023년 12월, 태영건설이 하청업체에 현찰 대신 어음을 주면서 태영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이 돌지 않아 대출금 이자도 못 갚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태영건설의 주가가 하락하였고, 결국 12월 28일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었다. 워크아웃이니까 부도는 아니지만 회사가 상당히 부실한 상태라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워크아웃으로 가게 된 것은 태영건설 측이 SBS 지분 매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그 여파는 태영건설이 얼마나 성실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이 문제를 열심히 노력해서 해결한다고 해도, 건설사들과의 금융거래에 대해 더더욱 신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갈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또다른 건설사의 위기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건설사들의 금융 위기는 건설분야 뿐 아니라 금융 분야로도 이어질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퍼질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옛날 한보그룹 사태와 마친가지로 이후의 경제난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태가 될 것이다.  (참고로 워크아웃은 몇달 안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짧아도 3, 4년, 길면 8년 이상 워크아웃 과정이 진행될 것이며, 그 와중에 금융기관에서 도저히 그냥 넘기기 힘든 문제나 부실이 발견된다면 금융기관에서 워크아웃을 취소할 수도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최종 부도처리 될 수도 있고, 태영건설이 버티며 구조조정을 하는 도중에 다른 건설사와 하청업체, 금융분야에서 입을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세금을 투입해 사태를 막는다면 기업의 잘못을 세금을 통해 국민 전체가 책임지는 그림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 사태는 강원도 정치인들의 대책없는 레고랜드 유치와 김진태 지사의 대책없는 회생신청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도 하지만 태영건설 경영진의 대책없는 경영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건설사와 연관이 있는 노동자와 하청업체를 생각하면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언제까지 경영에 의한 피해를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이제는 좀 다같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 자칭 소위 한국의 사회적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사 결정 방식이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었나라는 반성도 이제는 좀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ELS 문제도 마찬가지다. ELS는 일종의 선물투자다. 만기와 기대수익률, 하한선을 정해놓은 다음, 주가지수나 주가가 하한선을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선물투자는 사실상 도박이다. 홍콩ELS는 홍콩 H지수의 등락에 따라 돈을 걸고 돈을 먹는 구조인데 이 상품의 만기(3년)가 서서히 다가오고 손해가 확실시 되자 총 천 억이 넘는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이 상품을 포함한 선물 투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막연하게 손해볼 일이 없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년 전부터 나왔는데 홍콩 ELS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이익만 보면 된다는 한국 사회 전반,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시작되고 있다. 선물이란? 특정 시점(주로 현재)의 가격으로 합의하여 미래 시점에 상품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A는 배추 농사를 짓고 있고 B는 김치 공장 사장이다. 배추를 수확하는 가을에 배추가격이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그래서 A와 B는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계약을 한다. 배추를 수확하는 시기에 배추 가격이 얼마가 되건 지금 가격으로 거래를 하자고. 이게 선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A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농사에 들어갈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주식 시장에 도입하면 된다. 미래 시점에 특정 주식을 사거나 팔기로 하고, 특정시점(주로 현재)의 가격으로 거래를 한다. 지금 천 원 하는 주식을 반 년 뒤에 사기로 결정하고 선물 거래를 하면, 반 년 뒤에 주식값의 등락에 따라 내 득실이 정해진다. 어떤 이들은 주식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국가가 인정한 유일한 도박이다. 선물거래는 주의하도록 하자.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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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공매도 전면 금지 발표, 주식시장에서의 의미와 효과는? 📈🚫
금융위원회가 지난 11월 6일 내년 6월까지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에 따라 당일 코스피 지수는 5.66%, 코스닥 지수는 7.34%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다시 상승세가 꺾여 한 주가 지난 11월 10일 현재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공매도 금지조치 이전과 비교해 1% 정도 오르는 정도로 조정되었습니다. (인포스탁 데일리, 2023-11-10) 혹시 낯선 경제 금융 용어가 있다면 다음 내용을 먼저 참고해주세요 📖 공매도(short selling): "공매도는 내 소유가 아닌 주식을 거래소에 팔았다가 되사는 과정에서 차익을 얻는 방법을 일컫습니다. 빌 공(空), 팔 매(賣), 건넬 도(渡)를 써서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뜻"입니다. 타인에게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약속된 날짜에 주식으로 되갚는 것입니다. 공매도는 주로 주식 가격이 떨어질 걸로 예상될 때 사용하는 투자 방법입니다. (IBK기업은행 블로그, 2021-02-25) 코스피(KOSPI):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가지수라고 할 수 있는 코스피는 한국종합주가지수라고도 불러요.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전 국민이 이름을 아는 기업 대부분이 이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어요. 국가 대표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 지수인 만큼 코스피가 오르면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올라가고 증시가 활황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KOSDAQ): 코스피 상장 자격을 아직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이 포함돼 있는 시장입니다. 코스닥 지수의 기준 시점은 1996년 7월 1일, 이날의 시가 총액을 1,000포인트로 계산합니다. 계산 방식은 코스피와 동일하고요. 덩치가 큰 만큼 변동성이 작은 코스피에 비해 시장의 출렁임이 큰 편입니다." (서울경제, 2022-02-05)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네 번째로, 이전에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시행되었습니다. 2021년 5월 이후에는 코스피 200과 코스닥 150지수에 속한 중대형주에만 공매도가 허용되다 이번에 전면 금지된 것입니다. (네이버 시사 상식사전) 공매도의 순기능 ⬆️ 공매도의 가능 대표적인 순기능은 주식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주식을 살 때 당연히 주식이 오를 거라고 예측할 때 삽니다. 하지만 공매도가 있으면, 주식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시장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식시장에 더 많은 돈이 들어옵니다. 주식시장에 자금이 많이 유입되면 왜 좋을까요?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주식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주식은 자기 자본이기 때문에 갚을 필요가 없지만, 은행에서 빌린 돈은 타인 자본이기 때문에 약속한 날짜에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합니다. 공매도 제도는 주식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기업의 건전한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습니다.   공매도의 역기능 ⬇️ 금융 당국은 이런 공매도를 왜 전면 금지한 것일까요? 공매도 제도의 가장 큰 난점은 공정성과 시장 교란의 가능성입니다. 지금까지 공매도 제도는 거의 기관과 외국인처럼 자본을 가진 주체만 이용해 왔습니다. 돈이 많은 기업이 평범한 개인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쉬운 것처럼 기관과 자본을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리기 더 쉽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매도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전유물이 되다 보니 시장 교란이나 주가 조작의 위험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매도로 인해 주식시장의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공매도 물량이 많으면,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여겨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을 포함해 공매도 전면 금지가 네 번 이루어졌는데, 모두 경제적으로 쇼크가 발생했을 때였습니다.    공매도 금지조치,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와 별개로 이번 공매도 금지조차가 적절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조치를 시행하면서 주식시장에서 불법적인 공매도가 너무 많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순히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가 아니라 유리가 다 깨질 정도로 불법이 보편화된 장이었다”고 발언했습니다. 초기 예상보다 빌리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무차입 불법 공매도의 규모가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선비즈, 2023-11-06)  다만 이번 조치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습니다. 이번 조치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긴급한 이유 없이 중요한 정책들이 쉽게 바뀌면 투자자들이 어떻게 제도를 믿고 투자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용하는 선거용 전략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하면서 6월 말에 상황을 살펴보고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총선과 맞물린 이번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주식 투자와 시장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 혹은 이번 주제를 처음 접하신 분, 다양한 분들의 의견과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관련 정책에 대한 비판, 질문, 개선안 등을 댓글로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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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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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 그 원인은?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의 발단은 부동산 개발사업에 자금을 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영향으로 전체 대출액 중 연체율이 6%를 돌파한 것이었습니다. (한국금융 2023.07.05) 이로 인해 금융권 전체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행안부는 특별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연체율이 높은 지점을 집중 관리하고, 검사·점검 결과에 따라 합병 요구와 임원 직무 정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 잠잠해지는 양상을 띄고 있지만 고객들은 왜 불안해하는 것인지, 지속적으로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끊임없는 논쟁의 중심, 새마을금고 최근 검찰은 펀드 출자 비위 의혹으로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압수수색했으며, 박 회장의 최측근들은 잇따라 구속되었습니다.(연합뉴스 2023.07.06) 지난 4월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도 횡령, 배임, 사기, 성희롱, 성추행 등 다양한 논쟁의 중심이 되었던 새마을금고. 이와 같은 논쟁들, 감독체계의 부실함, 그리고 토마토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학습효과 등으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 심리는 쉽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금감원이 아닌, 행안부의 관리·감독 현재 금감원은 새마을금고에 대한 합동 감사만 지원할 뿐, 직접적인 감독 권한은 없습니다. 새마을금고의 감독 권한은 행안부에 있고, 1년에 한 번 정기종합감사를 실시합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가 1차적으로 지역 단위 금고를 지휘하면 행안부가 이를 관할하는 식으로 매년 30개 금고를 선정해 행안부와 금감원,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함께 정부합동감사를 진행합니다. 행안부가 포괄적인 감독·명령 권한을 행사하고, 신용·공제사업은 금융위(금감원에 위임)와 감독을 협의하는 구조입니다. (한국금융 2023.07.05) 그래서 감독권에 대해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옮기자는 논의가 일고 있으며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자”는 의견도 있습니다.(에너지경제 2023.07.14) 단기적인 대책으로 급한 불은 꺼진 것으로 보여 정부와 새마을금고는 중도해지로 인한 고객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중도해지한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이자 복원, 비과세 유지의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KBS뉴스 2023.07.06) 또한 상환준비금 의무 예치비율을 50%에서 80%로 상향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고객에게 안정적인 예금 지급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고 예적금 대비 30%인 약 77조 3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고객 요구 시 언제든지 예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예금자보호 제도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은행권과 동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어서 인수합병이 되더라도 예적금은 원금과 이자 모두 100% 이전되고 보장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을까? 새마을금고는 올해 안에 대출원금 기준으로 총 1조 2천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엠시아이(MCI)대부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부실채권 매각을 통해 부동산 대출 부실과 연체율에 대한 불안을 잠재워야 뱅크런 이슈가 꺼질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2023.07.10) 하지만 문제는 부실채권의 매각 가격입니다. 부실채권은 담보 유무와 감정가, 변제 순위, 연체 기간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할인 가격에 매각됩니다. 그런데 일부 금고는 대출심사 때 담보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드러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 예상 가격보다 더 떨어진 가격에 판매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부실채권 매각 시 발생하는 손실을 감수하는 것도 관건입니다. 일반적인 금융사들의 ‘대손충당금’ 비율은 100% 이상으로 유지되지만, 새마을금고의 감독기준은 현저히 낮습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채권은 20%, 돈이 떼일 가능성이 높은 회수의문채권은 55%, 회수 가능성이 없는 추정손실채권은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한겨레 2023.07.10) 정부의 빠른 대처로 새마을금고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이 사건의 여파로 금융권 전반으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 우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세계비즈 2023.07.10) 문제 해결을 위해서 새마을금고가 가야 할 길은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데요.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할까요?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나눠주세요! 참고 기사 새마을금고 ‘아날로그 뱅크런’에 시간 벌었지만…연체율 관리 ‘산넘어 산'/ 한겨레'자산 284조' 새마을금고 감독권, 금감원으로 이관해야 [위기설 휩싸인 새마을금고 ①]/ 한국금융새마을금고 감독권, 행안부? 금융위?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뱅크런 급한 불 껐지만…‘새마을금고 사태’ 근본 해결책 어디에/ 일요신문부동산PF 대출 부실 금융권 전반 확산 우려/ 세계비즈펀드출자 비위 의혹…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 체포/ 연합뉴스새마을금고 중도해지 예적금, 재예치하면 이율복원·비과세 유지/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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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20년 5월 8일 0.50%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2022년 10월 12일 3.00%가 되었습니다 (한국은행). 금리는 왜 이렇게 오르는 걸까요? 금리가 오르는 건 우리에게 무슨 영향을 줄까요? 금리가 오르면 은행 예금 이자와 대출 금리도 같이 오르게 됩니다. 이자가 오르면 기업이나 가계는 대출을 덜 받으려고 할 것이고, 저축을 더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기업과 개인이 가지고 있던 현금은 은행으로 모이게 되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현금은 줄어들게 됩니다. 어려운 말로 경제활동이 둔화된다고 표현하지요. 경제활동이 둔화되면 물건의 가격도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물가가 오르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사용합니다. 또, 한국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해외 자본이 한국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면 한국의 보유한 외화가 늘어나면서 환율도 떨어지게 됩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은 상승하고 수입품 가격은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래프에는 한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환율이 오르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사용합니다. 금리 인상은 수요와 수출을 감소시키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가나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경기가 과열된 경우,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입니다. (경제학 개론 교과서 같은 설명이었습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한국은행이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것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왜 기준금리를 올리는지 알 수 있겠지요. 부동산, 주식 같은 투기 자본 과열, 식료품을 시작으로 한 물가 상승 같은 것 말이지요. 그러면,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투기 과열이나 물가상승을 그냥 두고 마냥 금리만 인상시킬 수 있을까요?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것은 무리일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돈을 안 쓰는 것도 아주 큰 문제니까요. 그리고 물가하락으로 인해 소상공인, 농민들이 보는 피해를 생각하면 그것도 참 우려스러운 일이지요. 세상사에 안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만, 모든 일은 원인이자 결과인 측면이 있지요. 앞에서 이야기한 바를 가지고 생각해보면 금리 인상은 정책이기도 하지만 현상이기도 합니다. 기후 위기와 전쟁이라는 두 가지 인재(人災)로 인해 원자재, 식량, 에너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아는 사실입니다. 2022년 10월 기준으로 한국 주변에 있는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금리 인상이라는 카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도 각국의 금리 인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각국 정부가 금리 인상이라는 정책/현상에 대해 어떻게 이를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해법을 내놓을지 고민하고 있는 동한, 한국은 대통령의 욕설, 여당 전 대표의 성접대, 영부인의 표절, 국회 부의장인 한 여당 의원의 식민사관으로 떠들썩 하기만 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정부 관계자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실오라기 만큼의 책임감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작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이가 있어야 할 것인데, 저는 그러한 언설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 정부는 금리 인상이라는 현상을 두고, 어떤 정책적 노력을 기하고 있는지 지금까지는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뉴스를 찾아봐도 한국은행 총재의 인터뷰만 있을 뿐이고, 정부 관계자의 약속이나 설명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부담 증가는 어떻게 할 것이며, 금리는 어디까지 올릴 생각인지, 환율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수출입에는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 그로 인해 국민 개개인은 어떤 영향을 받을지 정부는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점은 바로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도 전쟁도, 한국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한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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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합시다!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의 차이는 뭘까? 한자만 보자면, 투(投)는 던진다는 뜻이고, 자(資)는 자본, 기(機)는 기회를 뜻한다. 자본을 던지면 투자고 기회를 던지면 투기인 것일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자.  투자(投資) [명사]    1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음.   2 『경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주권, 채권 따위를 구입하는 데 자금을 돌리는 일. 투기(投機) [명사]    1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   2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하여 하는 매매 거래. 시간이나 정성을 쏟아서 이익을 보면 투자고, 기회를 틈 타 이익을 보면 투기인 것일까? 도무지 감이 안 온다. 그래서 이 말들이 만들어진 일본의 설명을 보려고 하였다. 이와나미 출판에서 만든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투자(投資, 토-시) [명사, 자동사]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사업 등에 자금을 내는 것. 비유적으로, 장래의 이익을 위해 다액의 금전을 투입하는 것. 투기(投機, 토-키)   1 불확실하지만 맞기만 하면 이익이 큰 일을 노리고 하는 행위   2 시가의 단기간 변동 수익만을 노리고 행하는 매매거래 두 나라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기간이 좀 길면 투자고, 기간이 짧으면 투기가 된다 정도로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결국 투자와 투기는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 되는 걸까?  자, 나는 왜 이렇게 긴 이야기를 꺼냈을까? 갭투자라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갭투자란 부동산을 구매할 때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해 전세금을 받은 후, 부동산 가격에서 전세금을 뺀 나머지 차액만 자기 돈을 내거나, 대출을 받아 지불하여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혹시 나이가 있는 분이라면 ‘전세 끼고 산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부동산, 특히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전세값이 같이 올라 부동산 매매가와 전세가 사이의 차이가 적어지자 ‘전세 끼고 사는 것’이 갭투자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신혼부부들도 신혼부부대출을 받아서 갭투자를 하고 이것을 자랑하며 책을 내기도 하고, 박 아무개라는 사람은 300채 넘는 집을 갭투자로 구매하고는 자기 이름의 영문 머릿글자를 딴 회사를 만든 후, 갭투자를 하라고 강연을 하고 다니기도 한다. 저렇게 집을 사들이다가 어느 순간 집값이 떨어지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집을 사들인 사람이 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수많은 세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2018년 3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갭투자를 하다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아파트 48채가 한꺼번에 경매로 나오는 일이 있었다. (한경.2018.03.09.) 2020년 11월에는 대구에서 갭투자를 하다가 전세 보증금 50억 원을 들고 달아난 사람이 화제가 되었다. (중앙일보.2020.11.21.) 2021년 5월에는 서울시 화곡동에서 세 모녀가 갭투자로 500채를 사들이고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건이 있었다. (MBC.2021.05.29.)  어떤 이들은 투자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도 말하지만, 나는 감히 이를 도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본주의가 허락한 도박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박이란 무엇인가? 노동을 해서 돈을 벌지 않고, 돈을 걸고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가 모두 도박이다. 차라리 복권에 10억을 썼다면, 카지노에서 10억을 썼다면 자기 혼자 망하고 그만이다. 이제 막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중소기업에 투자를 하다 망하면 마음은 쓰라리겠지만 누군가의 시작을 위해 희생했다는 자기 위로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갭투자라는 도박은 부동산이 카드고 화투이며 마작이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빌라나 오피스텔 같이, 이제 막 새롭게 사회생활을 하며 독립한 청년들이나 큰 부를 손에 잡아보지 못하고 평생 묵묵히 생계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인생을 저당 잡고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책을 내고 강연을 하면서, 가난은 죄라고, 똑똑하지 못해서 가난한 것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정장 입은 강도들이 너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돌아다닌다.  갭투자라는 요물을 잡기 위해 나름대로 정부도 노력을 하긴 하였다.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전세 대출을 안 해준다던지, 시가 9억 원이 넘는 집에 대해서는 대출을 안 해준다던지. 이러한 정책들이 나름대로 효과를 보긴 한 것 같지만 그래도 갭투자 자체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집이 과시와 수입이지만, 어떤 이들에게 집은 빌려서 쓰고 있는 생필품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율은 60.6%다. 자기 집에 사는 가구는 57.9%다.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39.4%는 자기 집이 없다. 한국에 100 가족이 산다고 치면, 서른 아홉 가족은 자기 집이 없다는 소리다. 2020년 기준,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1,469만 7천 명이다. 이 중 한 채만 소유한 사람은 1,237만 7천 명이다. 2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183만 명(12.5%), 3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29만 7천 명(2.0%), 4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7만 6천 명(0.5%), 5채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은 11만 7천 명(0.8%)이다. 2천 가구는 51채 이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에게는 집이 과시와 수익의 수단이겠지만, 전국의 39% 가족에게는 빌려서 쓰는 생필품이다. 그 생필품으로 장난을 치는 이들을 엄하게 규제하길 바란다. 혹자는 시장의 규칙을 운운하며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가 죽을 때까지 작게라도 자기 집 한 칸을 마련하지 못하고 평생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남의 집 살이를 할 때, 누군가는 그것으로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를 하면서, 빌라 여러 채를 손 안에 넣고 만지작 거리며 스톱을 할까 고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그것을 올바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만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의 인생을 자기 힘으로 견뎌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진 현명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자들이 만든 지극히 불합리한 제도를 자연의 불가항력인 것처럼 인정하는 것은 비굴하고 무식한 노예의 사상이고 인간과 인간 사회의 발전을 막는 위험한 사상이다. 나는 갭투자를 비롯한 부동산 투기 세력의 억제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위정자(爲政者)들의 의향에 따라서는 당장 내일부터도 가능한 것이 사실인 것이다. 우리는 보았지 않았는가?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던 그 날을. 혹 이 일에 몇 년이 걸린다 하여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고, 필경 보람이 있는 일이다. 어떤 이는 갭투자는 소수의 나쁜 ‘일부’가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너무나 명백하게 유해한 ‘일부’라면 우리는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쪽에는 너무 큰 피해를 보는 ‘일부’가 존재하니까.  마지막으로 조선 숙종 3년(1677) 12월, 윤휴(尹鑴)의 상소문을 인용하고자 한다. 기존의 군적에서 잘못 올라가 있는 것들을 전부 말소하고 신분과 지역에 상관 없이 1년에 군포 1필을 내게 하는 호포법의 시행을 주장하며 한 말이다. 죽은 사람과 어린 아이의 살가죽을 벗겨내고 골수를 빠개버리는 괴로운 정치로 인해 머리를 쥐어싸고 가슴을 두드리는 근심과 병, 펑펑 노는 선비와 운 좋은 백성이 의무를 피하고 자기가 편한 길로 가고자 하여 생기는 원망, 이 둘 중 무엇이 더 큰 것입니까? 집이 있고 건강한 몸이 있으면 세금을 내고 특산품을 내는 것과 이미 죽은 자나 어린 아이에게 부역을 나가게 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나은 것입니까? 신은 모르겠습니다. 호포법의 시행이 명분 없는 것입니까, 호포법 반대가 명분 없는 것입니까? 호포법의 시행이 백성의 원망이 되겠습니까, 호포법의 반대가 백성의 원망이 되겠습니까? 민심의 향배나 천명의 거취는 이제 약하고 힘없는 백성의 평안과 불안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운 좋은 백성과 부자들의 편리와 불편에 달린 것이 되는 것입니까? 白骨、兒弱剝膚搥髓之厲政, 疾首叩胸之愁毒, 孰與遊士、倖民避役自便者之怨咨也? 有戶有身者, 有庸有調, 又孰與旣骨、黃口之出役乎? 臣不知。此爲無名乎。彼爲無名乎。此爲民怨乎? 彼爲民怨乎? 民心向背、天命去就, 將不在於小民之安不安, 而乃在於倖民豪右之便不便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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