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태영건설 워크아웃: 레고랜드의 날갯짓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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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구조조정을 말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축소시키는 작업을 말하는데, 기업과 금융기관이 함께 협의해서 하는 구조조정은 워크아웃, 법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은 법정관리라고 보통 부른다. 보통 회사가 어려워져서 부도 일보 직전이 되면 우선 금융기관들과 협의해서 금융기관의 말을 다 들어줄테니 부채나 이자를 좀 줄여달라고 하는 게 워크아웃이고, 워크아웃이 결렬되어서 송사로 서로 한번 얼룩져보자고 하면 법정관리가 된다. 어디까지나 부도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더더욱.

태영건설은 국내 30위 안에 드는 건설사로 SBS의 관계사로도 유명한데 태영건설의 위기설은 이미 2022년 말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레고랜드

레고랜드가 지어질 때 선사시대 유적을 밀어내고 짓는 게 맞냐는 논란이 상당히 컸지만 그 이외에도 강원도와 레고랜드의 운영사인 멀린과의 계약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논란도 나왔다. 강원도가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사비도 부담하는데 운영 이익은 멀린과 분배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운영이익의 30%만 강원도가 가진다고 하다가 3%로 줄어들기까지했다. 반대의 목소리가 강했지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강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사를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는 STX 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1년 가까이 공사를 진행했는데 멀린에서 갑자기 시공사를 현대건설로 교체해 버렸다. STX가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한겨레.2019.06.17.) 강원도는 STX에 다른 공사를 몰아주겠다는 식으로 일을 무마했다. 이것은 이것 대로 특혜 논란이 일었다.

레고랜드와 관련된 문제는 이것 말고도 엄청 많은데 일단 생략하기로 하고, 2020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50억 원 가량의 어음을 발행한 후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대출 만기일이 거의 다 되어갈 시점인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도의 부담을 줄이겠다면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즉, 강원도는 빚 갚을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선언해 버린 것이다.

결국 관련 회사들은 부도처리되었고 사태는 계속 커져서 사람들이 공기업 채권을 신뢰하지 않아 채권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차피 저런 식으로 안 갚아버릴 거면 채권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전이나 한국도로공사 같이 잘 운영되고 있던 회사들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고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같은 경우에는 자금 조달에 실패해 시공사들이 빚을 떠앉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사건은 해외로도 소식이 퍼져서 한국의 정부와 지방정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10월 27일, 김진태 지사는 채무 전액을 갚겠다고 선언했지만 건설사들의 줄도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공기업은 물론 일반 회사채에 대한 신용도가 다 하락을 했기 때문에 회사들, 특히 건설회사들의 자금 운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어려워진 것이었다.

전국 200위권인 우석건설의 부도를 시작으로 동원건설, 대우산업개발(이안 아파트), 대우조선해양건설, 삼호건설, 굿모닝토건 등 수십개의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무너져내렸고, 이는 건설사 아래의 시공사, 자제납품업체, 인력업체 등의 도산으로도 이어졌다.

태영건설의 위기는 레고랜드의 날갯짓이 불러온 것이었다. 애초에 레고랜드를 무리해서 짓지 않았다면, 끝까지 성실하게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졌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무책임함 때문에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PF

피에프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라는 뜻이다. 기존의 대출이 기업의 신용도, 재정건정성 등으로 이루어진다면, 피에프는 특정 사업의 예상 수익을 보고 이루어지는 대출을 말한다.

피에프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수익에 대한 대출이므로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대출이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사실상 이름만 피에프일 뿐, 프로젝트의 사업성이나 이 사업에 현금이 얼마나 오고 갈 수 있는 지 등을 보기 보다 기업의 신용도를 보고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의 기업금융과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존 기업이 안 망하고 운영되고 있으니 이 사업에 대출을 해준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사업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그 사업에 현금이 유동적으로 오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점검이 지나치게 부실하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건설사들 중에서도 피에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소문이 있었다. 태영건설은 자기 회사는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2023년 12월, 태영건설이 하청업체에 현찰 대신 어음을 주면서 태영건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현금이 돌지 않아 대출금 이자도 못 갚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태영건설의 주가가 하락하였고, 결국 12월 28일에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었다.

워크아웃이니까 부도는 아니지만 회사가 상당히 부실한 상태라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워크아웃으로 가게 된 것은 태영건설 측이 SBS 지분 매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진출처 프레시안.2024.01.12. 태영건설은 자기가 가진 자본에 비해 무려 373.6%, 326.6%에 달하는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는 기업의 리더가 대책없이 대출을 받았음을 뜻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그 여파는

태영건설이 얼마나 성실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이 문제를 열심히 노력해서 해결한다고 해도, 건설사들과의 금융거래에 대해 더더욱 신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갈 것임은 자명하다. 결국 또다른 건설사의 위기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건설사들의 금융 위기는 건설분야 뿐 아니라 금융 분야로도 이어질 것이며 자칫 잘못하면 한국 경제 전체의 위기로 퍼질 수도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옛날 한보그룹 사태와 마친가지로 이후의 경제난을 상징하는 하나의 사태가 될 것이다. 

(참고로 워크아웃은 몇달 안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짧아도 3, 4년, 길면 8년 이상 워크아웃 과정이 진행될 것이며, 그 와중에 금융기관에서 도저히 그냥 넘기기 힘든 문제나 부실이 발견된다면 금융기관에서 워크아웃을 취소할 수도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최종 부도처리 될 수도 있고, 태영건설이 버티며 구조조정을 하는 도중에 다른 건설사와 하청업체, 금융분야에서 입을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또 세금을 투입해 사태를 막는다면 기업의 잘못을 세금을 통해 국민 전체가 책임지는 그림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이 사태는 강원도 정치인들의 대책없는 레고랜드 유치와 김진태 지사의 대책없는 회생신청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도 하지만 태영건설 경영진의 대책없는 경영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건설사와 연관이 있는 노동자와 하청업체를 생각하면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문제지만, 언제까지 경영에 의한 피해를 우리 사회가 다 함께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이제는 좀 다같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한국의 정치인과 기업인들, 자칭 소위 한국의 사회적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의 의사 결정 방식이 지나치게 비이성적인 것은 아니었나라는 반성도 이제는 좀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콩 ELS 문제도 마찬가지다. ELS는 일종의 선물투자다. 만기와 기대수익률, 하한선을 정해놓은 다음, 주가지수나 주가가 하한선을 내려가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선물투자는 사실상 도박이다. 홍콩ELS는 홍콩 H지수의 등락에 따라 돈을 걸고 돈을 먹는 구조인데 이 상품의 만기(3년)가 서서히 다가오고 손해가 확실시 되자 총 천 억이 넘는 손해가 예상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이 상품을 포함한 선물 투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막연하게 손해볼 일이 없다는 식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년 전부터 나왔는데 홍콩 ELS 피해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이익만 보면 된다는 한국 사회 전반,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시작되고 있다.


선물이란? 특정 시점(주로 현재)의 가격으로 합의하여 미래 시점에 상품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보자.

A는 배추 농사를 짓고 있고 B는 김치 공장 사장이다. 배추를 수확하는 가을에 배추가격이 얼마가 될지는 모른다. 그래서 A와 B는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에 계약을 한다. 배추를 수확하는 시기에 배추 가격이 얼마가 되건 지금 가격으로 거래를 하자고. 이게 선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체로 A가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농사에 들어갈 금액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걸 주식 시장에 도입하면 된다. 미래 시점에 특정 주식을 사거나 팔기로 하고, 특정시점(주로 현재)의 가격으로 거래를 한다. 지금 천 원 하는 주식을 반 년 뒤에 사기로 결정하고 선물 거래를 하면, 반 년 뒤에 주식값의 등락에 따라 내 득실이 정해진다. 어떤 이들은 주식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국가가 인정한 유일한 도박이다. 선물거래는 주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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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36명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레고랜드 일이 이렇게 연결되어있었군요. 그리고 홍콩 ELS도 뉴스에서 보고 놀랐었는데요, 연결된 문제는 아니지만 결정권자들의 해이함, 무책임함이 정말 겹쳐져 보이는 듯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부동산pf'라는 뉴스만 많이 봐왔는데 그 시작에 레고랜드 사건이 영향을 주었군요. 비전문가들의 의사결정과 부동산 시장 과몰입이 이런 종합적인 문제를 몰고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 사태의 정리도 좋았는데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걱정되고 궁금해집니다...
태영 워크아웃 사태를 넘어서, 앞으로 더 나쁜 방향으로 이어질지 걱정이 되네요.

어려운 개념도 잘 설명해주신 글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민으로서 김진태의 행보가 정말 부끄러워요. 저렇게 책임 없이 일을 저질러놓고 온갖 행사에 얼굴만 비추고 다니는 게 너무 화가 나네요ㅠㅡㅠ

구조조정은 조직에게 변화와 도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계획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또한,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며, 변화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구조조정을 수행하면 조직은 더 나은 성과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