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류 경제학을 10년 동안 공부하였고 현재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사회적경제’ 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지금의 세상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도서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주로 경제 또는 시민사회와 관련된 책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신동주
당신이 생각하는 ‘경제학’의 이미지는 어떤가? ‘효율성’, ‘합리성’, ‘생산’, ‘시장경제’, ‘경제성장’ 등의 단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는 이러한 단어와 관련된 식과 그래프를 가르친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하에 ‘생산 극대화를 위한 자원의 효율적 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주요 연구 주제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경제학’의 이미지는 어떤가? ⓒyamabon
주류 경제학에 대한 반발은 2008년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확대되었다. (인간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 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긴다면 경제는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성장하면 불평등이 해소될 것이라는 믿음이 금융 위기로 크게 깨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인가? ⓒgeralt
수치상으로는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는 여전히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과거만큼 높게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 선진국만큼 금융위기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지만, 97년도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성장률도 2~3%를 유지하면 다행인 상황이다.
1997년 한보그룹 부도 뉴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학과가 ‘주류 경제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2년도에 대학을 들어왔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여전히 신고전학파 경제학(주류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마르크스 경제학, 포스트케인즈 경제학, 정치경제학, 행동경제학, 경제사 등 불평등을 다루거나 새로운 관점으로 경제를 분석하는 수업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경제학과가 ‘주류 경제학’을 포기하지 않았다 ⓒAhmadArdity
‘경제학’은 도태되고 있다. 다양성을 포기하고 다른 학문을 무시한 결과 현상을 분석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그럼에도 많은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경제가 성장해야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니까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원래 혼자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Arbeid & Milieu
필자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주류경제학이 우리에게 심어놓은 이 믿음은 이제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과 동시에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가? 경제성장이 불평등을 해결했다고 생각하는가? 현실을 볼 때 두 질문 다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그린뉴딜, ESG 등 경제성장과 기후위기를 동시에 해소하고자 하는 여러 방법이 등장했지만, 국가 간 협력은 더디고, 기업은 그린워싱*을 한다. 자산 불평등은 높아지고 고소득 일자리와 불안정한 일자리 간 소득격차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 등에서 실제로는 환경보호 효과가 없음에도 허위·과장 광고나 선전, 홍보수단 등을 이용해 친환경적 모습으로 위장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경제 성장과 동시에 기후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가? ⓒPeggychoucair
하지만 주류 경제학에서 나온 지배적 생각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주류 경제학은 오랫동안 자신의 이론을 각종 이미지로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쉽게 주류 경제학 이론을 이해하게 하였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불평등을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학을 구성하고 이미지화할 필요가 있다.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를 이기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바로 ‘도넛’이다.
ⓒ도넛 경제학
도넛처럼 생긴 위 그림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사회적 기초’를 탄탄하게 세우고 동시에 ‘치명적인 환경 위기를 막는 생태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고 성장하는 구역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표현한 것이다. 이 도넛 이미지가 발표된 이후,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고민해왔던 사람은 유레카를 외쳤다.
그 전까지 이미지 없이 장황한 글과 말로 논리적 설득을 해왔던 이들에게 ‘도넛’이라는 이미지는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를 공격할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넛 경제학』은 등장한 지 6~7년이 지난, 꽤 오래된 책이다. 그래서 주류 경제학 이론에 의구심을 갖고 새로운 경제학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책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문제는 들어봤다는 것에서 그친다는 사실이다.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에 조금이라도 동의하지 않는다면 또는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한다.
폴 새뮤얼슨. 하버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MIT에서 석좌교수를 지냈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책 표지 윗부분에 ‘폴 새뮤얼슨의 20세기 경제학을 박물관으로 보내버린 21세기 경제학 교과서’라고 적혀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주류 경제학의 이데올로기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자신의 논리 구조를 탄탄하게 만들고 싶거나, 타인을 설득하고 싶을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필자는 지역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서 읽었다.
그 작은 도서관에도 구비되어있는 것을 보면 구입하지 않더라도 도서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자. 다소 두꺼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TED 강연
[자막] 건강한 경제는 성장이 아닌 번영을 위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A healthy economy should be designed to thrive, not grow) | Kate Raworth ⓒTED
일상 속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학습 놀이터
'성찰과성장'
작성: 신동주
편집 : 박배민
성찰과성장.com
코멘트
5저는 지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면서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대해 처음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경제가 쉬지 않고 성장해야만 하는 체제에서는 경제성장 자원이 될 수밖에 없는 지구는 계속 소모될 뿐이라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인간은 그 정도를 조절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경제'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어색한 느낌인데요. 소개해주신 내용을 보니 어쩌면 주류 경제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강조해서 그런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됐네요. 읽어볼 책 리스트에 추가했습니다 :)
[도넛경제학], 책 이름만 들어봤지, 도넛 그림은 처음 봤네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숫자와 통계, 현실적인 시각, 경험에 입각한 사실의 파악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은 주류경제학에 동의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숫자와 통계 이면의 배제 할 수 없는 철학적 가정, 인간중심의 시공간적 제약의 경험을 넘어서는 다른 경험과 실재의 존재 등까지 고려한다면 주류경제학의 주요 전제(인간은 이기적/합리적 존재이고 완전경쟁시장을 전제하는 등)가 유지되기 어렵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주류경제학과 구별되는 여러 대안적인 경제학들은 그러한 다양한 시도들로 자리매김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제가 있는 현실의 체제를 넘어 다른 가능성을 현실화 하기 위한 시도이니까요.
이런 게 바로 경제학이 주술이나 마법이 아닌 학문인 이유 아닐까요. 사람이 만들고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사람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칠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야하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저는 경제를 공부하면서 오히려 주류 경제학에 설득당했는데요, 도넛 경제학 용어만 계속 들어보았는데....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