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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을 뚫고 온) AI 기본법 톺아보기
AI 기본법 주요 내용 정리 by 🤔어쪈 월요일 레터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AI 기본법 제정이 초읽기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연내 제정과 내년 시행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보다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법안 전문은 여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1. 용어 정의 AI 기본법의 “인공지능시스템” 정의는 EU AI 법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습니다. 이전에 소개했던 OECD의 정의를 계승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OECD나 EU와 달리 “인공지능”을 별도로 정의하며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통상적인 설명을 차용했고, 이에 따라 AI 기본법 상의 인공지능의 의미는 ‘인간 지능’에 기반을 두게 되었습니다. 다만 법안에서 언급하는 인공지능은 대부분 “인공지능시스템”을 지칭하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AI를 둘러싼 부정적 인식을 덜어내기 위해 ‘고위험’ 대신 채택한 “고영향 인공지능”은 EU를 비롯한 해외 법률과 마찬가지로 인간 생명과 신체 안전, 기본권에 대한 영향과 위험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시행령에 의해 목록이 추가될 수 있긴 하지만 수사 및 체포 목적의 생체인식이나 채용, 대출 심사, 학생 평가 등은 별도로 명시한 것에 비해 사법·행정부의 심판, 선거 및 투표, 무기가 언급되지 않은 점은 다릅니다. 오히려 국방, 국가안보 목적의 인공지능은 기본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생성형 인공지능”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으나 명확하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업계에서 쓰는 의미와 동일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으나 법안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별도 규제를 명시한 만큼 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외로 해외 유사 법안을 따라 “인공지능사업자”를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로 나누어 정의했으나 기본법 안에서는 이 구분을 적용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 원문- 인공지능시스템: 다양한 수준의 자율성과 적응성을 가지고 주어진 목표를 위하여 실제 및 가상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예측, 추천, 결정 등의 결과물을 추론하는 인공지능 기반 시스템- 인공지능: 학습, 추론, 지각, 판단, 언어의 이해 등 인간이 가진 지적 능력을 전자적 방법으로 구현한 것- 고영향 인공지능: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 생성형 인공지능: 입력한 데이터의 구조와 특성을 모방하여 글, 소리, 그림, 영상, 그 밖의 다양한 결과물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시스템 2. 거버넌스 수립 AI 기본법은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 AI 거버넌스를 구성하고자 합니다. 민간위원이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이 위원회는 3년 주기로 ‘기술 및 산업 진흥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공지능 기본계획을 심의 및 의결하는 역할을 갖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개발 및 투자 전략, 규제 개선과 고영향 인공지능 규율 등 사실상 모든 영역의 AI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합니다. 참고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는 관련 시행령을 근거로 이미 지난 9월 출범한 바 있습니다.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인원은 총 30명인데, 이 중 대부분은 교수이거나 기업인입니다. 3. 기술 개발 및 산업 육성 AI 기본법을 괜히 산업 진흥에 치중한 법안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이 법안의 상당 부분이 기술 개발과 활용을 위한 각종 시책을 마련하는 데에 내용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학습용데이터 관련 시책 수립: 정부는 AI 학습용데이터의 생산부터 활용까지의 전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통합제공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각종 지원사업을 선정하여 예산을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 외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각종 시책: 정부는 AI 융합 연구개발과제를 우선 반영 및 추진할 수 있고 실증규제특례를 지원하며, 해외 전문인력 확보와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 지원 시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4. AI 윤리 및 안전성·신뢰성 확보 법안은 지난 2020년 말 발표한 바 있는 인공지능 윤리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해당 원칙 준수를 위해 대학이나 기업 등의 기관에서 민간자율인공지능윤리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무 조항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실천이 뒤따를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안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여러 시책 마련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행 예정인 제도로는 검증 및 인증 활동뿐입니다. 5. 고영향·생성형·초거대 AI 규제 사업자는 고영향 인공지능 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에 대한 사전 고지 의무를 지게 됩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한 결과물이나 이른바 '딥페이크'라고 불리는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결과물을 제공하는 경우 AI에 의한 생성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하도록 별도로 표시를 해야 합니다. 에술이나 창의적 표현과 같은 예외 사례나 구체적인 표시 방식 등은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습에 사용된 누적 연산량'을 기준으로 초거대 AI를 운용하는 사업자는 위험 평가 등 안전성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사업자는 인공지능 제품 및 서비스 제공에 앞서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하고, 해당하는 경우 보다 다양한 위험 및 안전 관리 조치를 시행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학습용데이터 개요와 결과 도출 기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로 한정지어 불명확성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비상계엄이 선포 후 약 2시간 48분만에 법적으로 무효화된만큼 AI 기본법 역시 예상대로 연내 처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졸속처리라는 비판과 고영향 AI에 대한 규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각종 의무 규정이 모호하거나 중복 내지는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는 우려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약간의 해석을 곁들였지만 AI 윤리 레터 구독자 여러분도 직접 살펴보며 이 법안이 AI ‘기본’법으로 불려도 괜찮을지, 부족한 점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23시 선포한 비상계엄은 민주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위헌적 조치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입니다. 간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것은 다행이지만 계엄이 선포된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되는 일로, 🦜AI 윤리 레터는 이러한 계엄선포를 규탄합니다.아울러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지금, 우리 모두가 허위정보를 경계하는 기민함을 지녀야겠습니다. 이미지가 AI로 생성된 것은 아닌지, 시간과 맥락이 다른 사진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통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텍스트로 된 내용 역시 재차 신뢰할 만한 출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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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 ‘격노’한 대학가… “민주주의 적을 심판대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분노한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왔다. 6일 오전 11시 대학생 총학생회 연합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이하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 앞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7대 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재학생 포함한 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인 비상계엄 규탄한다!”“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계엄 관계자들의 책임을 요구한다!” 대학생들은 지난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규탄하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 한목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은 현재 국가 상황에 대해 여과없이 비판했다. 윤서진 한국과학기술원 학부 총학생회장은 “법치국가의 근간인 헌법의 정당성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를 온전히 비판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공동포럼은 윤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함께 내달라고 학생들을 향해 호소했다. “학생사회는 불의에 항거하려는 목소리에 함께해야 한다. 모든 민주주의의 적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총궐기를 할 때다.”(백범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장 ) 비상계엄령 사태 이후, 대학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전국으로 거세게 번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서울시립대·동국대 등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5일 숙명여대와 서울여대 학생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규탄했다. 대학생들은 시국선언에서 그치지 않고,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전국 20여 개 대학 학생들은 오는 7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광장에서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시국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 합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문일답] Q. ‘비상계엄’ 선포 당시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저는 이과대 학생회장이라서요. 학교에서 비상 대기하면서 휴교나 그런 공지 나올까봐 대기하면서 있었어요.” 박서림(이화여대 총학생회장)“지금 (교내) 총학생회 선거 투표 기간이라 학교에 있었어요. 학교에 계셨던 학생 분들이랑 다들 놀랐죠.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도 안 되니까 당황스럽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말도 안 된다고 분노하는 학생들도 있었고요.” Q. 당시 상황을 생중계를 통해 지켜봤습니까?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일촉즉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을 두드리고 했던 상황이 국회 본회의장 바로 앞까지 왔다는 얘기잖아요. 그래서 회의가 진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지연되는 상황이었고. 밖에서는 또 소화기가 뿌려지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 안까지 밀고 들어오면 사실 표결이나 의결은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하면서 지켜봤었죠.” Q. 윤석열 대통령은 새벽 4시 30분 ‘계엄 해제’를 발표했습니다. 당시에는 어떤 기분이었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사실 계엄령 선포 자체도 원래는 국무회의 통과가 우선인데, 그 절차 자체가 무시된 채로 계엄령이 내려지고 했으니까 사실 걱정이 많이 됐죠. 국무회의에서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통과가 됐지만, 해제가 될까 걱정이 많았고. 특히 가결하고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끌고 대국민 담화가 나오고, 그때도 ‘해제됐다’가 아니라 ‘국무회의를 할 예정이다’였으니까요. 해제 기사가 나기 전까지는 뜬눈으로 보냈어요.”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계엄선포’ 한 게) 더더욱 의구심이 생기는 거예요. 정말 자신의 판단적 오류로 이런 일을 벌인 건지, 아니면 3시간 동안 계엄을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었는지 의문스러웠어요. 또, 3시간 만에 풀렸지만, 경제·정치적인 파장이 엄청났잖아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 더 궁금하더라고요.”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저는 사실 계엄 해제가 안 될 줄 알았어요. 어차피 계엄령을 내린 시점부터 헌법을 어겨버렸는데, ‘갈 데까지 가보자’ 그런 생각일 줄 알았어요. 퇴로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해제가 돼서….” Q.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송현지(서강대학교 23학번)“전시 체제에 준하는 상황이 발생해야 비상계엄을 발표할 수 있는 건데, 전시 상황이 아니라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는 건 말 그대로 모순적이죠.“ Q. 이후 정부 대처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도현(연세대학교 천문학과 21학번)“언제나 정치판은 그랬다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이득, 당장 당 위치가 안 좋아지는 이런 것들에 목매기보다는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의 미래라든가 대한민국 국가의 미래에 대해서요. 그리고 어떤 결정이 옳은 결정일지 당마다 잘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서(연세대 천문학과 22학번)“절대 납득할 수 없죠.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치, 경제에 어떠한 파장을 미칠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또, 2024년에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너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이후에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 없이 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죠. 앞으로 어떻게 이 상황을 수습할 건지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는 게 이해할 수 없어요.” Q. 이번 일을 계기로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습니까? 우수진(서강대학교 종교학과 23학번)“개인적으로 정치를 잘 몰랐어요. 우파, 좌파, 보수, 진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어요. 이번 계엄령 선포를 보자마자 어떤 이념적인 대립을 넘어서 지금껏 인류가 쌓아온 토대 자체를 파손해버리는 행위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역사를 돌이켜보면 비상계엄이라는 명분 아래 얼마나 무고한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는지 알 수 있어요. 비상계엄이 ‘정치적인 수단’으로 전락한 것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정말 제대로 퇴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개탄스러웠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나 국가 이념이 절대 일상생활과 동떨어져 지낼 수는 없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생 시국선언과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시에, 대학가에는 대자보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학내에도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동아리 등이 게시한 릴레이 성명서가 벽면에 붙어 있다. 학생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6일 오후, 포스트잇을 붙인 한 이화여대 재학생(정치외교학과 22학번)과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비상계엄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공포가 있었다”며, “1980년대로 돌아가는 건가 하는 공포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후 “비상계엄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제한될 수 있고,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찾아보면서 더 공포를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Q. 어떻게 소식을 접했습니까? “저는 집에 있었는데요. 소식을 SNS에서 처음 접했어요. 처음 봤을 때는 진짜 북한이 쳐들어왔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다른 이야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당황스러웠고, ‘이게 지금 2024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인들 중에는 바로 국회로 달려가서 계엄군 진입을 막은 분들도 있었어요. 저는 현장 상황을 집에서 지켜보던 입장이었는데, 거기로 바로 향하지 못하고 망설였다는 데에 조금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Q. 포스트잇에 무슨 문구를 작성했습니까? “부역하지 말고 편승하지 마라. 부역하지 말라는 건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고요. 편승하지 말라는 우리 동료 시민들이 1980년대 민주화 열사들이 만들어놓은 평화에 편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적었습니다.” Q. 이번 일이 어떤 개인적인 변화를? “저는 사실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참여는 하지 않는 ‘소시민’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가 진행하는 기자회견이나 토요일 집회 현장에 나가는 등 힘이 닿는 대로 참여를 해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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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과 함께 30만보… ‘소금꽃’ 순례길을 걸었다
평균 나이 예순을 웃도는 이들은 지난 10일간 약 160㎞를 걸었다. 모두 하늘색 조끼를 갖춰 입은 채 구미로 향했다. 마지막 날인 지난 1일에는 100여 명의 사람들이 공장 옥상에 있는 ‘박정혜와 소현숙’을 향해 도보행진에 나섰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달 30일과 1일 ‘희망 뚜벅이’ 여정에 함께했다. “여기는 안타까운 게 뭐냐 하면, 내일 가보면 아시겠지만 아무도 없어요. 경찰도 없고. 이미 공장을 다 떠나버렸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정말 황량하게 공장은 불타 있고,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거, 그게 더 힘든 거죠.”(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 불 탄 공장 옆에 서 있는 경비동 옥상에는 두 여성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8일부터 옥상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벌써 334일째(6일 기준)다. 이곳에서 박정혜(39) 씨는 13년, 소현숙(42) 씨는 16년 근무했다. 사건은 2022년 10월 발생한 화재에서 시작됐다. 공장에 큰 불이 나자 회사가 복구를 하지 않고 청산을 결정한 것. 심지어 회사는 화재보험금 1300억 원을 챙기기도 했다. 회사는 그때부터 공장 노동자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193명을 희망퇴직 시켰고, 거부한 이들은 정리해고했다. 해고자 중 7명은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형제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주장.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준 건 ‘뚜벅이’ 대열 가장 뒤를 지키고 있는 김동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였다. 그는 2주에 한 번씩 옥상 농성장으로 의료지원에 나선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문제점이 보였다. 고공농성을 하다 보면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 중 하나가 근육 감소다. 높은 곳에 거점을 마련하다 보니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면 다리 근육이 감소하게 된다. 농성장이 있는 관리동 옥상 바로 옆에는 불탄 공장이 붙어 있다. 그 열기가 관리동 옥상의 바닥에도 영향을 줬다.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걸으려고 해도 쉽지만은 않았다. “(고공농성 중인) 두 분이 저보고 하는 말씀이, 우리 두 사람보다 저 밑에 (농성을 지원하는 분들이) 정말 몇 분 안 남으셨는데, 그분들 건강이 훨씬 안 좋다고, 우리 동료 노동자들 건강 좀 체크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고공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은 지상에서 생활하는 동료들을 먼저 걱정했다. 날마다 밥을 챙겨주고 손인사를 나누는 동료들이 농성장 대각선 방향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 있다. 옥상에서 ‘고립감’을 느낄 그들에게, 아직 여기 동료들이 있다고 매일 그 마음을 전한다. “저는 5년 전에 김진숙 지도위원하고 같이 걸었어요. 당시 (김진숙 지도위원이) 항암치료 받고 얼마 안 됐을 때라 건강이 너무 걱정되는 거예요. 눈 펄펄 날리는 날, 같이 걸으면서 많은 얘기를 들었어요. 그때 박문진 지도위원 내려오시면 두 분이서 같은 운동화 신고 산티아고 간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희망 뚜벅이로) 같이 걸으시는 거예요.” 김동은은 5년 전 ‘희망 뚜벅이’에도 참여했다. 김진숙(64)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대구 영남대병원(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6개월 넘게 고공농성 중인 ‘친구’에게 향할 때였다. 친구는 박문진(63)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지도위원. 그는 간호사로 근무하던 영남대병원에서 2007년 해고됐다. 이후 14년간 복직 투쟁을 했고, 2019년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옥상을 ‘집’ 삼은 지 100일을 넘기자, 김진숙은 친구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2018년부터 암 투병을 했다. 박문진은 그를 한사코 말렸지만, 그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항암후유증, 우울증, 지인기피증, 약물부작용으로 인한 관절통까지 풀옵션으로 앓는 중이라 그동안 돌보지 못한, 아니, 학대한 몸이나 달래려 했는데. 내 친구 박문진이. 내 오랜 친구 박문진이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176일째 매달려 있으니 앓는 것도 사치라 걸어서 박문진에게로 갑니다.호포에서 시작합니다.”(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트위터 2019. 12. 22.) 암 투병으로 생긴 부작용과 후유증으로 김진숙은 한동안 걸을 수도 없었다. 그런 그가 경남 양산시 호포역에서 대구 영남대의료원까지 걸었다. 110㎞가 넘는 길을 200명의 사람들과 동행했다. 그의 ‘뚜벅이’ 소식을 듣고 함께 길을 나서준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두 사람은 70m 고공에서 만났다. 약 2달 뒤인 2020년 2월, 박문진의 고공농성이 마무리됐다. 노사 합의로 해고자들에 대한 복직 문제가 해결되고, 노조 활동의 자유 보장 등이 포함된 조정이 이뤄졌다. 김진숙이 친구를 외면하지 못한 이유는 또 있다. 그 역시 ’85호 크레인’ 고공농성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1년 대한조선공사(한신중공업 전신)에 용접공으로 입사했다. 1986년에는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돼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어용노조 비판 등을 했다. 그 과정에서 대공분실에 세 차례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회사는 무단결근을 주장하며 해고했다. 그는 2011년 부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크레인에 올랐다. 회사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400명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김진숙은 노사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땅을 밟지 않았다. 그렇게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높이 35m짜리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생활했다. “나는 그때 내가 제일 무서웠어요. 위에 고립돼 있으니까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해요. 내가 여기에서,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은 죽음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 희망버스 오고 하면서 말 그대로 ‘희망’이 됐죠.” 사람들은 전국에서 부산으로 ‘희망버스’를 타고 와 크레인 아래 모였다. 김진숙과 조합원들을 응원하기 위함이었다. 2011년 6월 11일을 시작으로 파업이 끝날 때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운행된 버스에서 김 씨는 ‘희망’을 봤다. 한진중공업은 23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170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강행했다. 이후 170명 중 76명이 희망퇴직으로 전환했지만, 나머지 94명은 정리해고자로 남았다. 사측은 35년간 “김진숙만은 복직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진숙이 맞서지 않은 건 그들의 주장이 정당해서도, 싸울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다른 이들의 복직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2020년 희망버스는 다시 부산을 찾았다. 김진숙의 복직을 위해 시민과 노동자들이 뭉쳤다. 이들은 정년 전 복직을 해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전국 각지에서 부산 한진중공업 앞으로 500여 대의 버스를 타고 모였다. 정년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김진숙이 두 번째로 길을 나선 건 2022년이다. 자신의 복직을 위한 길이었다. 경남 양산시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400여㎞. 행진은 40일간 이어졌고, 700여 명의 시민이 함께했다. 그는 해고 37년 만인 2022년 2월 복직했다. 2020년 12월 31일로 정년을 넘긴 그는 명예 복직과 동시에 퇴직했다. ‘기적’이었다. 김진숙이 세 번째로 길을 나선 건 2024년 11월이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고공농성 중인 두 여성 노동자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들이 가는 길을 먼저 가본 선배로서, 그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그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부채감이 그를 다시 길 위에 서게 했다. 한국옵티칼 정리해고 문제는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쟁점이 됐다. 김주영·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고 노동자의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오요안 한국닛토덴코 대표는 “(일본) 본사에 의원들의 우려 사항을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여전히 공장은 황량했다. “사실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2022년 11월 4일, 회사는 200명 전체 노동자에게 청산을 통보했습니다. 고용을 책임지라고 노동조합으로 뭉친 이들에게 가압류·가처분을 진행했습니다. 퇴직 위로금을 받고 싶으면 일본어로 반성문을 써서 내라고도 했습니다. 노조는 공장을 지키며 싸웠고, 회사는 물리적으로 공장을 철거할 계획이었습니다. 구미시는 철거를 승인했습니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습니다. 눈발이 뼛속을 찌르던 지난 1월 8일, 고공에 오르기까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춥고, 뜨겁고, 적막하고, 긴 싸움이 될 줄은요.”(박정혜 씨 경향신문 기고 <참 좋은날이었어요> 2024. 11. 12. 일부) 고공농성 300일째 되던 날, ‘희망버스’가 구미공장에 들어왔다. 전국 각지에서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두 여성 노동자는 여전히 옥상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김진숙은 필리핀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던 박문진을 불렀다. 두 사람은 함께 길에 올랐다. 약속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아니었다. 그들만의 ‘노동자 순례길’을 만들어갔다. 열흘간 걸어간 거리 160㎞. 28만 7529걸음. 김진숙과 박문진은 선두에 섰다. 10일간의 여정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100명의 사람들이 뒤따랐다. “아래를 향해 흔드는 저 손짓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기에 안 보고 싶었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도록 삭아져 찢어진 깃발처럼 펄럭이는 저 두 사람을 정말 안 보고 싶었습니다.그러나 우리라도 안 오면 저 사람들 어쩌겠습니까? ‘명태균’으로 도배된 언론에서 소현숙, 박정혜 저 이름을 우리라도 불러주지 않으면 누가 저들을 부르겠습니까?”(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일부) 김연정 openj@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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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이제는 우리가 ‘저항군’이 되어야한다
12월 3일 밤이였다. 나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그러나, TV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속보였다. 할 말을 잃었고 혈압이 올라가 나는 TV에 페트병을 던졌다.  순식간이었다. 국회에는 군대가 들이닥쳤고, 경찰은 국회를 봉쇄했다.  밤늦게까지 나와있다가 경악스런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직접 맞서기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들어가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절차를 강조하며 계엄 해제가 안건으로 상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만약, 절차를 무시하고 너무 빠르게 처리했다가는, 나중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를 문제삼으며 물고 늘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엄 선포 155분만에,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그리고 6시간만에 이 초유의 사태는 종료되었다.  하지만…이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국가 이미지와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비상계엄은 명분자체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였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긴급상황도 아니였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 야당 대표, 이재명의 방탄.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수도 없이 나온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의 방탄국회 조성에 대한 처벌이 먼저다. 양아치 국회의원 겉은 이등이 정치계에 발 못붙이게 본보기를 보여야한다.’ 그러나, 이는 헌법을 망각한 시각이다. 우리나라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이재명이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듯이, 김건희 여사도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말하면서, ‘김건희 방탄’을 하는 명백한 이중잣대를 보였다. 내 입장은 단호하다: 김건희 여사 처벌 없이는 이재명의 처벌도 없다. 둘: 민주당의 입법독재. 민주당은 입법독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민생을 챙기기 위해 애쓰는 ‘피해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였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말로 선량하고 국민을 생각했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입법폭주, 입법독재라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안 및 법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내가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 ‘당신들이 민생을 위해 해 준 것이 뭐가 있는데?! 뭐가 있냐고?!’ 셋: 종북 반국가세력. 김건희 특검을 외치던 민주당은 물론, 특검에 찬성하던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반국가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언론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벌인 행동들은 어디까지나 헌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며, 민주당이 무력 쿠데타를 시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 현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한 것은 터무니없는 독재적 발상이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들었지만 ‘그런 국회 입법 권력의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으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MBC와 JTBC는 더더욱 언론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MBC: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어젯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밤중 무방비상태의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JTBC: 윤석열 대통령은 초헌법적 비상계엄령 선포로 우리 역사의 시계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습니다. 소총을 든 계엄군 280명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짓밟았고, 21세기 서울에 군용헬기와 장갑차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영화보다 황당한 현실에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날이 밝으며 드러난 상황은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는 댓글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은 충격적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말로는 안됨', '이재명 범죄공화국이 되면 일상이 무너진다', '민주당이 탄핵을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윤석열은 잘한 것이다. 이재명을 구속하라', '촛불시위는 북 지령 받았다' 등...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었다. 야간 통행 금지, 대학교 휴교, 일체의 집단행동 금지, SNS 활동 및 언론활동 검열 등...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한 소리하고 싶었다.  '이게 너희들에는 지상낙원으로 보이는가?' 소닉 포시즈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나는...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소닉 포시즈'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세계의 99%를 지배했던 에그맨 제국처럼,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군사독재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최후의 보루였던 국회는 무너질 위기였지만, 시민들, 그리고 의원들의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에그맨 제국'과 같은 악랄한 모습을 드러냈다.  5일, 국민의힘은 비상 계엄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탄핵 남발을 막겠다"며 국회서 규탄대회를 여는 뻔뻔스럽고 악랄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안 부결'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규탄대회까지 열고, '헌법을 무시하고 탄핵을 남용'한다니, 감히 무슨 자격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가? 민주당을 비난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나선 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으며,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결국, 경향신문은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가'라는 사설로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해 한탄했다.  -헌법과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을 여당이라고 해서 감싸고 지키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과 사익을 위해 국가 변란을 꾀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국가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보루가 돼야 할 입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행태 아닌가.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진정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 것인가. -국민의힘 내부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 계엄이라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막가파식 폭거에 국회가 망가졌다”고 했다. 전날 밤 여당 지도부를 만나 “야당 폭거를 알리려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의 변명을 복창할 뿐이다. 야당이 계엄으로 몰았다는 남 탓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야당을 척결해 국정을 맘대로 하겠다는 게 바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독재임을 모른다는 말인가. -국민의힘은 윤석열 방탄을 도모하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친위 쿠데타 동조자로 민심의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은 물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국가적 불행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민심과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추가 계엄 가능성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계엄) 준비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전에 의도했던 시기를 한 두 번 놓쳤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번엔 조금 충동적으로 시기를 선택했고, 준비 무능이 결합돼 1차 시도는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추가적인 계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닉 포시즈'에서 소닉과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저항군(레지스탕스)'이 세계를 되찾기 위해 싸웠듯이, 이제는 우리도 '저항군'이 될 때가 온 같다.  방법은 많다. 후원을 하고, 촛불을 들며 시위에 참여하거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저항군'이 될 방법은 소극적이어도 가능하다.  나 혼자서는 약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친다면...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오만한 질주와 권력놀음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감히 누가 맘대로 우릴 대변해 (집어쳐)' 다시, 진짜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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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인공지능의 잠재위협과 시민참여의 관점 확보하기
"[빠띠 월간 이슈] 캠페이너 인생게임 시리즈- stage. 인공지능" 발제- 이광석(서울과학기술대) 오늘 제 발표에서는 한국형 인공지능의 도입과 잠재 위협을 잠시 살피고, 이에 대응해 우리가 어떤 관점과 시각을 가져야할지를 간단히 논의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개입과 참여가 가능한 인공지능의 비판적 관점을 견지할 때만이 향후 이의 기술민주주의 모델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국형 인공지능의 안착 방식 먼저 한국형 인공지능의 안착 방식을 살펴봅시다.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 기술 도입에 있어서 몇 가지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첫째로, 국가 차원에서 시장 경쟁 기술로서 인공지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이를 진작하는데 모든 것을 쏟아붓고 다른 경쟁 요인이나 모순을 부수적으로 보는 태도입니다. 가령, 인공지능 산업 진작을 위해, 시민 데이터의 광범위한 수집과 활용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나 정보인권 위협이 큰 고위험군 인공지능 개발에 대한 규제를 최대한 시장 내적 논리에 맡기려는 사회 분위기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테크노-발전주의’ 국가 모델로 볼 수 있겠습니다. 테크노-발전주의는 노동 기본권이나 시민 인권 영역을 희생양 삼아 국가 주도의 기술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인공지능 기술이 갈수록 우리 사회의 소비와 소통은 물론이고 사회적 의식과 규범을 매개하거나 대신해 자동화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 영향력 평가나 반성적 수용의 논의 없이 인공지능의 안착을 빠르게 이루려는 ‘테크노-낙관주의’가 팽배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스탠포드 대학에서 발간한 ‘인공지능 지표 보고서 2023’에 실린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년 후에 인공지능이 어떠할 지에 대한 미래 전망에서 한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국가군이 다른 지역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미래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이런 사회 정서에서는 인공지능 시장의 부흥이나 과도한 기대 말고는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영향 평가나 질적으로 갖춰야할 시민 보호 논의는 거의 부재합니다.  셋째로, 정부의 인공지능 정책 슬로건만 봐서는 그 모든 것이 디지털 경제 성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 일상 삶의 조직과 사회관계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로 인공지능 기술을 빠르게 안착시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AI 알고리즘 논리가 사회의 자동화된 일반 규범이 되는 현실 한가운데 있습니다. 예컨대, 카카오톡 메신저나 소셜미디어 등 전자적 소통 방식의 일상화는 물론이고, 일상 면접, 구인・구직, 배달, 주문, 추천, 예측, 판결, 관리 시스템 등에 지능형 알고리즘 기술이 두루 착근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자동화된 기술 설계 구조가 일상의 특정 업무나 규범을 대체해갑니다. 즉 기업의 지능형 자동화 기술 설계들이 일과 일상 모두에서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주목받지만, 이에 대한 영향 평가나 사회적 대비는 미흡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가 주도의 일상 속 인공지능 기술 가속화가 초래할 수 있는 민주주의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민주주의가 직업 정치와 관료주의로 축소되고 정치적 미사여구로 전락할수록,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이 이를 관장하는 사회의 중심 역할을 자처할 공산이 커집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경계하는 기술의 ‘도구적 합리화’ 과정에 가깝습니다. 판단과 의사결정의 빈틈과 공백을 인공지능 기술이 대신해 메우는 일이 잦아지면, 우리 사회의 전산통계학적 의존율이 더 커질 것입니다. 이를테면, 2010년대 초부터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우리 사회에 미쳤던 관계와 소통의 왜곡과 이로 촉매된 혐오와 적대의 현실 정치의 위기 상황은 지금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과 함께, 인간 사유와 사회적 숙의 과정의 생략과 탈숙련화를 부추키는 인공지능 기술의 위협과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시민 참여와 역할 찾기 영국 카디프 소재 시민사회 단체 데이터정의랩(Data Justice Lab 2022/7)의 진단에서처럼, 인공지능 현실은 “일상 삶의 데이터화, 알고리즘의 사회적 영향력, 시민 민주주의의 위기”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 삶 속에서 인공지능이 범용화되고 그것의 사용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적을수록, 우리는 그것의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실질적으로 그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기술이 굳어지기 전에 시민사회의 능동적 개입 역할이 요청되는 대목입니다.문제는 시민들이 인공지능위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시민행동 이전에 어떤 시각을 견지해야 할지가 중요하다는 데 있습니다. 관점의 부재는 자칫 판단에 혼동을 일으킵니다. 부지불식간에 기술 도구주의적이고 개발주의적인 국가 정책 방향에 힘을 실어주거나 지지하고 있을 때도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 쉽지는 않겠지만, 인공지능 기술 인권의 측면에서 어떻게 인공지능 윤리나 규범에 좀 더 시민사회적 가치나 기술 비판적인 시각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발표에서는 인공지능의 잠재 위협에 맞서 논의되는 주요 담론 지형을 살펴보려 합니다. 표에서는 현재 인공지능 담론을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즉 ‘실용주의적 접근’(이른바 사람 중심 인공지능), ‘기술 비판적 접근’, 그리고, ‘생명・인권적 접근’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나는 인공지능 논의 지형에서, 실용주의적 접근 보다는, 기술 비판적이고 생명・인권적 접근의 통합적 시각을 시민사회가 견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1. 실용주의적 접근: ‘사람 중심’ 인공지능 먼저 ‘실용주의적 접근’을 살펴보겠습니다. 2010년대 말부터 국제 사회에서 인공지능의 상업화가 진전되면서 점차 관련 AI 윤리나 가이드라인 혹은 원칙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대해왔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것에 대한 사전 대비를 위한 조처였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 AI 관련 빅테크, 국제기구, 학계 연구소, 시민사회 등이 나름 권리장전, 윤리, 원칙, 권고안 등을 속속 마련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를 발표한 기업, 정부, 학계, 시민 등 주체에 따라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강조, 관점, 목적, 활용, 효과 등에서 서로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는 점도 확인해줍니다. 먼저, 글로벌 빅테크를 봅시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원칙(2018/2)이나 구글의 AI 원칙(AI at Google: Our Principles)(2018/6)이 대표적으로 우리의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들은 대체로 최소 수준에서의 인공지능 개발 책임과 원칙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사회가 강조하는 국제 인권, 공정과 비차별, 인본주의적 가치의 진흥 관련 원칙과 진술이 구체화 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미흡합니다.  선진국들의 공동 의사 조율 역할에 충실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우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OECD의 AI 원칙 및 권고안(2019/5)은 인공지능의 일반적인 위협 요인들을 중립적으로 나열하거나 지구촌 제 주체의 의무와 역할을 강조하는 원론 수준의 진술로 구성돼 있긴 합니다. 그럼에도 OECD의 AI 원칙은, 단순히 ‘착한’ AI 시스템 개선을 통해 기술공학적 해결에 의지하던 빅테크의 오래된 수동적 태도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살짝 진일보했습니다. 말하자면, 이전에는 중립적이고 ‘착한’ 기술 그 자체의 성장 논리를 강조했다면, ‘인간 중심’ 혹은 ‘인간 주도’의 알고리즘 접근으로 기술 도입에 대한 인간 책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 부여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OECD의 AI 원칙 발표는 국내 인공지능 정책 패러다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이른바 ‘인간 중심(human-centered) AI’ 담론 확산을 공식화한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 중심’ 인공지능 개념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 맥락적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하나는 인간의 기술 통제력과 책임성을 강조했고, 다른 하나는 인간에 이롭기도 하지만 ‘해로운 AI’ 기술에 대한 예방적 대응안 마련이란 맥락이 존재합니다. 특히, OECD AI 원칙에서는 “신뢰 가능한 AI” 구현을 위한 5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국제 사회에 이를 권고하고 있는데, 포용성 및 지속가능성, 인간 중심성, 투명성 및 설명가능성, 견고성 및 안정성, 관련 제 주체의 사회 책무를 강조합니다.  국내에서는 OECD AI 원칙에 반응해 문재인 정부 시절 ‘인공지능 국가전략’(2019/12)에서 처음으로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 방향을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미 AI 권리장전과 비슷한 이름과 취지 아래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권리장전’(2023/9)이 “디지털 공동번영사회”, 즉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혁신을 추구하면서 그 혜택을 함께 향유하는 사회”라는 상당히 원론적이고 모호한 구상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시민 안전이나 약자의 보호를 중심 가치로 삼기보다는, 주로 디지털 역량, 디지털 혁신, 디지털 다양성 등 첨단 기업 성장 중심의 권리와 책무를 나열하는 경향이 큽니다. 게다가 시민 보호와 지원을 위한 구체적 정책 입안이나 실제 조치 사항과 연관된 실행 방안이 부재합니다.  해외 빅테크의 AI 윤리와 원칙 제정과 마찬가지로 국내 주요 IT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실제로 ‘사람 중심’ AI 윤리 원칙을 마련하는 일에 그동안 꽤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LG 등이 해외 빅테크와 유사하게 “사람을 위한 AI”, “인간 존중” AI 개발을 목표로 AI 윤리나 원칙을 빠르게 기업 내부에 도입했던 정황이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정부의 플랫폼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법안이나 제도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시민사회의 AI 인권 문제 제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AI 윤리나 원칙을 적극 도입해 홍보하하는 경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챗봇 이루다 사건’의 논란을 전후해 인공지능에 대한 정부 규제 기류가 감지되면서 국내 관련 대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 윤리 팀과 대학 연구소 공동으로 AI 윤리와 AI 원칙을 서둘러 발표했던 정황은 이와 관련해 꽤 흥미로운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본 것처럼 국내외 빅테크, 정부, 국제기구 등에서 발표했던 AI 윤리나 원칙이 담고 있는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접근은 기술에 대한 인간의 책무를 전제하고 있지만, 실제 인공지능 기술의 구조적 억압과 기술 권력의 문제로 바라보는 심층 감각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든 주체를 단 하나의 인간종으로 호명하고 간단히 평등적 주체로 바라보는 ‘사람 중심’ 인공지능의 시각으로는, AI 기술에 이미 내재한 차별과 폭력의 구도를 부각하는 비판적 관점이나 정작 사회 약자들이 기술 설계에 관여해 어떤 목소리를 내거나 권리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날선 전망이 크게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2. 기술 비판적 접근: 사회 구성물로서 인공지능 앞서의 ‘인간 중심 AI’라는 실용주의 관점은 한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킬 수 있는 예상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법적 강제성이 약한 인공지능 윤리와 원칙 마련에 충실한 반면, 상대적으로 인공지능이 사회에 불균등하게 작동하는 비판적 실재를 파악하는 데는 인색합니다. 실용주의적 접근은 인공지능을 우리의 미래 풍요와 성장을 좌우할 중립적 기술 수단으로만 보려 하면서 그것이 실제로 사회・역사적 구성물이란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늘 기술은 그 기능적 효과와 더불어 사회문화적 층위와 씨줄 날줄처럼 긴밀히 엮여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비판적 실재를 읽고 인공지능의 사회 구성주의적 성격을 강조하는 시각을 AI ‘기술 비판적 접근’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표에서 보자면 중간 열에 해당합니다. 인공지능의 기술 비판적 접근은 제도 정치나 현장에서보다는 주로 비판 인문사회 학계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인권, 노동과정, 체제, 권력, 기술사 등의 주요 논제와 접붙으면서, 인공지능이 단순히 인류에 공헌할 중립적 기술 대상이 아니라 보고 동시대 자본 권력이 이를 통해 물질계를 좌우하고 데이터 인클로저(종획) 질서를 꾀하려는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고자 합니다(이광석, 2021). AI 기술 비판적 접근은 인공지능에 얽혀 있으나 그 열광과 신화에 의해 가려진 비가시적 심층 구조를 드러내는 비판적 인식의 방법입니다. 예컨대, 인공지능 연구자 크러포드(Crawford 2022, 10-11)는 인공지능 질서의 비판적 실재를 드러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인공지능 ‘지형학 혹은 지리학적 접근(a cartographic or topographical approach)’이라 언급합니다. 그는 AI 지형학적 탐색을 통해 그 심연에 존재하는 광물 채굴, 데이터 채굴, 착취적 노동 관행 등 비판적 실재의 구체적 지형을 일관되게 드러내고자 합니다. 크러포드는 시각 예술가 블라단 욜러와 공동으로 집필한 글(Crawford and Joler 2018)에서도, AI 지형학과 유사한 개념으로 ‘AI 해부도(AI’s anatomy)’의 필요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AI 지형학처럼 AI 해부도는 오늘날 자본주의 기술의 새로운 국면, “채굴, 로지스틱스(물류), 유통, 예측, 최적화된 자원 추출, 인간 노동, 알고리즘 처리의 상호 얽힌 연쇄고리”로서 인공지능의 표층 아래 인공지능 실체 이해의 방법론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철학자 파스퀴넬리와 시각미술가 블라단 욜러(Pasquinelli and Joler 2021)가 개념화했던 ‘누스코프(Nooscope)’ 또한 인공지능의 한계와 그 비판적 실재를 읽으려는 지도 혹은 해부도 그리기 작업에 해당합니다. 특히 이들은 인공지능의 비판적 지도 제작 작업을 통해 AI의 기술적 화려함 뒤에 가려진 살아 숨 쉬는 인간 생명 활동으로부터의 “지식 추출주의(knowledge extractivism)”와 데이터 라벨링 등 인공지능을 위한 허드렛일에 투여되는 위태로운 유령노동의 실상을 드러냅니다. 주로 학술장을 중심으로 한 이들 인공지능의 기술 비판적 접근은 이렇듯 AI 해부도, AI 지형학, 누스코프 등의 위상학적 개념을 통해 불투명한 기술 권력의 실체를 가시권으로 끌어오는 데 집중합니다. 이는 겉보기에 매끈하게 보이는 인공지능의 자동화 기제 아래 놓인 물질적 조건들의 심층 인프라 구조와 이들 기술 인프라의 상호 얽힌 연결망을 드러내는 전략을 취합니다. 더불어, AI 기술 비판적 접근은 기술 권력의 비가시적 실체를 드러내는 동시에 기술 민주주의적 대안 기획을 구상하고자 합니다.  3. 생명・인권적 접근: 시민 개입의 AI 기술정치학 마지막으로, 표에서 보면 맨끝 열 인공지능의 ‘생명・인권적 접근’은, 바로 시민 개입의 AI 기술정치학에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독일 알고리즘 와치(Algorithm Watch 2020)의 ‘자동화 사회 보고서 2020’은 인공지능 ‘자동화 의사결정(automated decision-making; ADM)’이 유럽 국가에 미치는 문제점, 현황, 정책 제언을 담아내는 데 공을 들입니다. 또 다른 시민사회 단체 액서스나우(Access Now 2018)의 ‘인공지능 시대 인권’ 보고서는 시민 인권의 관점에서 ‘이로운/해로운(helpful/harmful) AI’ 구분법을 소개하고 ‘해로운 AI’의 양상을 유목화하기도 했습니다. 국제 인권 그룹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액서스나우(2018/5)가 공동으로 발표했던 ‘토론토 선언’에서는 국제 인권법에 기초해 머신러닝 기반 AI 시스템의 평등과 비차별 권리를 신장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의제화하기도 했습니다. 이들 국제 시민사회 단체들이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공통점은,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이란 모호한 정의 대신, 인공지능 시대의 약자 보호와 인권 지향의 기술 민주주의적인 설계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하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더불어, ‘생명・인권적 접근’은 인공지능 업계가 소홀히 하는 기술 약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개입과 실천 또한 강조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를테면, 시민사회 단체 알고리즘저스티스리그(Algorithm Justice League)의 설립자인 조이 부올람위니(Buolamwini 2023, 280-281)는 ‘알고리즘 정의(algorithmic justice)’에 기댄 개입의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부올람위니는 인공지능 시대 인권 보장을 위해서 시민의 알고리즘 선택 및 이를 논의할 수 있는 권리 보장, AI 시스템에 의해 입은 시민 피해 구제책 마련, 역사・사회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AI 공정성의 불인정, AI 개발에 해당 사회 이슈를 반영할 것, 데이터로 인한 부당한 차별 금지, 낯선 데이터 프로필 내용에 기댄 섣부른 판단 금지, AI 연산 지표보다 인간의 존중, 피부색에 의한 차별 논리 금지 등을 제안합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인공지능이 소수의 특권층이 아닌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오늘날 인공지능 자동화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핵심 인권 영역 중 하나는 AI 노동 영역일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인공지능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인권 침해 위협에 대한 논의 또한 국제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취급되어왔습니다. 가령, 노동 전문 법률가인 아이다 폰스 델 카스틸로(Ponce del Castillo 2020)는 유럽노동조합연구소(Etui)에 쓴 그의 논문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통제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7가지 구체적 실행 지침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즉 노동자의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보호, 감시・추적 및 모니터링 명시 의무화, AI 알고리즘 활용 목적에 대한 투명성 적시, 알고리즘이나 기계학습 모형에 의한 결정에 관한 ‘설명권(right to explanation)’ 보장, 인간-기계 상호작용에 있어서 노동자 보안 및 안전 확대, 인간-기계 상호작용에 있어서 노동자의 자율성 증대, 노동자의 ‘인공지능 문해력(AI literate)’ 확대를 제안합니다. 인간에 국한하지 않고, 생명 일반에 대한 인공지능의 생태주의적 규제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요구 또한 주목할만 합니다. 알고리즘 와치와 베를린 기술대학 소재 DAI랩이 공동으로 개발한 ‘AI 지속가능성 지표’에서 ‘환경 지속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의 에너지 소비, 탄소 및 그린하우스 가스 배출 규제, 특정 인공지능 기술의 지속가능성 적용의 잠재성 여부 판단, 그 외 인공지능의 간접적 자원 소비 정도 등을 면밀하게 살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Rohde et al. 2021). 이들 시민 연합의 AI 환경 지표는 온・오프라인에 걸쳐 확대되는 인공지능 생태 파괴의 영향력을 문제시하고, 생명과 물질 수탈과 자연 오염을 야기하는 인공지능의 생명 ‘추출주의’에 맞서 시민사회적 실천 의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동시대 시민사회의 인공지능 관련 생명·인권적 접근은 특징적으로 소수자, 시민, (남반구) 노동, 지구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음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폭주하는 인공지능의 범용화 흐름에 맞서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원칙은 현실감 없는 맥 빠진 수사학이 되거나 기실 어떤 사회적 약자도 대변하지 못하는 관련 기업이나 정부에서 내놓는 공허한 빈말일 공산이 큽니다. 그에 비해 ‘AI 기술 비판적 접근’은 적어도 우리에게 인공지능의 비판적 실재와 기술을 둘러싼 심층 구조를 읽을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 줍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에는 구체적인 기술 실천의 가이드라인이나 구상이 약합니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논의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민 개입의 AI 기술정치학이나 기술 민주주의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의 제시가 미비합니다. 이를 보완하는 시민사회 주도의 ‘생명・인권적 접근’은 인공지능이 인권과 생명권에 위배가 된다면 과감하게 AI 기술 도입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태주의적 실천론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이제 우리 시민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비판적 실재를 읽는 눈과 더불어 현실의 기술 민주주의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관점과 시각이 아닐까 합니다. 기업과 정부 주도의 ‘사람 중심’ 인공지능에 맞서 이 둘의 길항 담론은 기후 재난과 신권위주의적 질서가 압도하는 다중재난의 현실에서 시민사회가 인공지능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들 관점과 시각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안착되는 인공지능의 맨얼굴에 대한 시민사회의 구체적 개입과 대안 구성의 지형그리기를 지속적으로 심도있게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럼, 제 얘기는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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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지지’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에 사퇴·사죄 압박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지지를 호소해 논란이 된 서울시의회 박중화 의원(국민의힘, 성동구제1선거구)에 대한 사죄와 사퇴 요구가 터져나왔다. 4일 오후 진보당 성동광진구위원회가 “반헌법적 불법적 계엄령을 옹호한 것은 명백한 범죄 동조행위“라며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5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박 시의원의 행동은 내란행위 동조와 다름없음”을 밝히며 사죄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지난 3일 오후 11시 53분, 일부 서울시의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인사청문회’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계엄령을 지지한다며, 지지 동참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서울시의원 박중화는 대통령 계엄선포에 적극 지지하며 모든 당원은 대통령 지지선언으로 힘을 모아주십시요.” 3일 오후 10시 30분경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1시간 20분이 지났을 무렵 발생한 일이었다.(관련기사 : <박중화 서울시의원, 의원 단톡방에 “계엄 적극 지지”>) 이때 국회에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위해 일부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본회의장으로 향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국회 정문 앞에서는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섰고, 본청 안팎에는 국회의원 보좌진과 시민들이 총기를 소지한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을 저지하며 충돌이 발생하고 있을 때였다. 셜록은 지난 4일 오전 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을 지지한 이유를 물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한 거라 별 생각 없이 지지했을 뿐”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솔직한(?) 이유를 덧붙였다. 바로 본인이 다음 지방선거에서 당선되지 못할까 우려했던 것이다. “지난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당시 자유한국당이) 지방의회 선거에 실패했잖아요. 앞으로 지방선거에 문제 생겨서 ‘난 다음에 의원 또 못하겠구나’ 그 생각으로 (계엄령을 지지)했던 거니까.” 박 의원은 2014년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에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 4년 뒤인 2022년에는 국민의힘 후보로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선거에서 낙선한 경험이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계엄령을 지지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셜록이 박 의원의 계엄령 지지 메시지를 보도한 뒤, 4일 진보당 성동광진구위원회는 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헌법적 불법적 계엄령을 옹호한 것은 명백한 범죄 동조행위입니다. 별 생각 없이 했다는 변명은 의원 자격조차 없음을 실토한 일입니다.” 진보당은 서울시의회를 향해서 “내란동의 박중화 시의원을 즉각 파면하라”며 징계를 촉구했다. 5일에는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박 의원을 비판했다. “기습적인 심야의 계엄사태로 놀란 시민들을 안정시키고, 행정 혼란과 시민불편을 최소화시켜야 하는 비상상황에서 ‘계엄령 발동을 공개지지하고 당원들에게 참여를 촉구’한 박중화 시의원의 행동은 내란행위 동조와 다름없음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민주당은 박중화 의원에 대해 “서울시의원의 자격과 자질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앞서 ‘사퇴’와 ‘파면’을 요구한 진보당보다 수위를 낮췄다. 민주당은 박 의원의 “공개사과”와 함께,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의회 윤리위원회에 박 의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라 알려졌지만, 아직 윤리위원회 회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부산시의회 박종철 의원(국민의힘, 기장1)도 비상계엄이 선포될 당시 SNS에 지지선언을 해 사퇴 압박을 받았다. 박종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님의 계엄령 선언에 적극 지지와 공감하며 종북간첩세력을 척결하고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행정부 마비는 막아야 한다”는 글을 작성해 논란이 됐다.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박종철 의원은 5일 입장문을 내고 “많은 분께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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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시대의 민주주의, 도전과 열망
의식주 같이 우리 삶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요소가 있죠. 시대가 발전할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과 ‘민주주의’입니다. 그렇다면 이 둘은 전혀 관련 없는 단어일까요? 이 둘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를 가로지르는 이 두 키워드를 묶어내고자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왜, 어떻게 이런 활동을 지속해 왔을까요? 2024년 11월 22일.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개최된 [2024 민주주의랩 컨퍼런스]에서는 ‘플랫폼 시대의 민주주의, 도전과 열망’이라는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권오현 대표,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 슬로우뉴스 이정환 발행인, 진보넷 오병일 대표가 그간의 활동과 고민을 담은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현장 기록을 전합니다.  *본 콘텐츠는 세션 내용 속기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패널들의 실제 발언과 다를 수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오픈넷 오경미 연구원은 세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글, 메타, 애플 등 소수의 글로벌 플랫폼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소위 ‘토종’ 플랫폼도 여전히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이들 플랫폼은 사람들이 정보를 검색하고, 서로 소통하며,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 플랫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21세기의 민주주의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플랫폼이 활성화되던 그 시기에 민주주의의 진일보를 꿈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엇을 했고, 무엇을 열망했는지 들어보려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플랫폼의 시대를 그려보는 계기를 가져보고자 합니다.” 세션은 메인 키워드 별로 진행되었는데요. 첫 키워드는 “플랫폼을 둘러싼 글로벌 이슈와 규제 추세”였습니다. 각 메인 키워드별 발제자들의 주요 발언을 소개합니다. # 플랫폼과 규제의 글로벌 동향 현대 사회에서 플랫폼이 미치는 영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제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과 같은 상징적 사건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규제 정책들은 플랫폼이 민주주의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오병일 "가디언과 슬로우뉴스가 X를 '독성 미디어'로 규정하며 공식 포스팅을 중단했다. 이는 플랫폼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전세계 200개 선거에 개입했고, 이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선 민주주의의 위기다. 2021년 페이스북 파일즈는 더 충격적이었다. 알고리즘 변경 후 전통 미디어 트래픽은 감소하고 분노 유발 콘텐츠가 더 잘 보이도록 설계됐다는 것이 드러났다." 권오현 "테크 기업들이 약속했던 것들을 보자. 대부분 정보를 체계화하고 연결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픈AI는 인간보다 똑똑한 AI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목표들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나?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기술이 약속했던 것들이 지켜진 적이 없다." # 한국 플랫폼의 역사와 현재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한국의 독특한 플랫폼 발전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PC통신에서 포털로, 다시 소셜미디어로 이어지는 변화 속에서 한국의 플랫폼은 어떻게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특수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권오현 "2006년 다음에서 뉴스 댓글을 시작으로 아고라, 블로그 등이 생겼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공간이었다. 광우병 사태 때는 140만 명이 이명박 탄핵 서명에 참여했다. 하지만 점차 포털은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 어려워졌다. 광고가 끊기고,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있었다." 이정환 "한국의 언론사 방문 비율은 4%에 불과하다. 네이버, 다음에서 뉴스를 소비하니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전체 트래픽이 줄었고, 뉴스 트래픽은 더 크게 감소했다. 사람들이 뉴스를 안 읽는 시대로 가고 있다." # 좌절된 시도들과 새로운 도전 한국의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로 대표되는 강력한 규제 정책부터 위헌 판결과 규제 완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플랫폼 규제 역사는 기술과 민주주의의 긴장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권오현 "팩트체크넷을 운영했지만, 정치권의 공격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특정 정당만 검증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시민들이 의견을 내거나 공론장으로서의 플랫폼은 정치적 주제를 다루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정환 "조국 사태 시기를 분석해 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차이가 뚜렷했다. 네이버 유저는 절반 이상이 특정 관점으로 사태를 이해했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들은 누군가가 설계하고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생각조종자’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 대안 플랫폼을 향한 모색 플랫폼을 통한 민주적 공론장 형성을 위해 다양한 실험들이 있었지만, 많은 시도가 좌절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패 사례들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대안적 플랫폼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오병일 "90년대 참세상은 국가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인 공간을 표방했다. 2000년대에는 네이버, 다음에 대항하는 사회운동 포털을 시도했다. 자본이 없어 어려웠지만 게시판, 웹메일, 블로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금은 사회운동에 도움 되는 온라인 도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권오현 "기업 형태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시민들의 지지가 있다면 새로운 멤버십 모델이 가능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정환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 부산일보와 부산대가 협력해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단위를 만들었다. 정책과 입법 과정을 다루는 저널리즘, 문제를 해법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 미래를 위한 제언 플랫폼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협동조합형 플랫폼, 비영리 네트워크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살펴봅니다. 오병일 “해외의 비영리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는 대안적 서비스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려는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도 이런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 권오현 "AI 시대에 시민참여와 민주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목소리를 모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이 중요한 기로다." 이정환 "다음 세상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단순히 많이 보는 기사가 아닌, 열심히 보는 기사를 만들고, 대화가 변화를 만드는 작동하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세션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플랫폼은 이제 민주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AI 시대를 맞아 공론장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패널들이 지적했듯, 우리에게는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100만 명이 읽는 좋은 기사를 만들어 맥락을 복원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을 만들며,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 이러한 노력이 모여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민주주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그 길이 쉽지는 않겠지만,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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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
2024년 12월 3일, 교과서에서만 보던 비상계엄이 현실로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처음 속보를 접한 언론사가 워낙 찌라시나 가십거리, 자극적인 내용만 다루는 언론사라 더욱 그랬다. 게다가 지금은 2024년이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별이 꽂혀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온 참이었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상황에, 비상계엄 속보는 말이 되지 않았다. “비상계엄? 말이되냐”  오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비상계엄은 실제 적이 침입해 국토에 타격이 있는 정도 수준이 아니면 발령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평소에는 수도 없이 오던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았다. 비상계엄을 발령할 정도면, 재난에 행달할텐데, 비상계엄에 재난문자조차 오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현실이었다. 갑자기 핸드폰 인터넷 창에 빨간색 마크를 단 속보 기사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YTN 등 뉴스 통신사부터, 일간지와 경제지까지. 모두 ‘비상계엄’ 글자를 담은 본문없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때야 정신이 들었다.  “아, 진짜구나.” 곧장 윤석열이 직접 발표했다는 비상계엄령 선포 동영상을 찾아봤다. 파란 뒷배경에 초점이 흐릿한 윤석열이 ‘대한민국 대통령’ 이란 팻말이 적힌 단상에 앉아 약 6분 가량 자신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지에 대해 말했다. 믿기지 않았던 몇 마디는 이랬다.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선포문을 다 듣고난 뒤, 내 반응은 정확히 이랬다. “저건 그냥 야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잖아. 마음에 안드니까,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처리하겠다는 거잖아. 그냥 본인 마음에 안 들면 다 종북인거고, 그 인간들이 국회에 있으니까 처단하겠다는 거잖아. 본인 마음에 안들면 국가 비상사태인 거고, 그러니까 비상계엄 선포한다는 거잖아. 이건 본인이 국가자체라는 거잖아. 그렇게 믿는다는 거고. 진짜 이게 끝인 거잖아?……이게 말이 돼?”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은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그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 다녔고, 멀리서 탱크가 오고 있었다 이후 뉴스에서는 여의도 국회를 중심으로 속보를 계속해서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할 것 없이 각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SNS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빠르게 말했고, 언론은 이를 재빠르게 전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쇼”라고 유튜브 라이브로 말했다. 상황은 점점 급박해졌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모이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도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속속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지어 국회의사당에 헬기가 떠돌아다닌다는 기사와 탱크가 가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평소 같으면 믿지 않을 기사들이지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문을 듣고난 뒤부터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믿지 못할 현실이었다. “아니, 윤석열은 뭘 원하는 거야? 군인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거야? 총으로 난사라도 하겠다는거야?” 처음에는 군인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지, 국회의원들을 체포할 수 있는 건지, 국회의원들을 실제 체포하면 그 뒤부터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이는 이유도 몰랐고, 모이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마 그때 모이지 않았으면, 어쩌면 지금의 글도 못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때 머릿속에 맴돈 건,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다큐멘터리와 몇몇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었다. 군인이 국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발포하고, 국민들은 그들이 쏜 총알에 속절없이 맞아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장면말이다. 예전에 광주의 ‘전일빌딩’에서 본 모습도 떠올랐다. 헬리콥터에서 군인들이 전일빌딩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해 생긴 총격 흔적들이었다. 당시 가이드분은 이렇게 말했다.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배우)이 한 대사도 떠올랐다. “오늘은 여기가 전장이야.” 4,000여 명의 시민들과 19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모였고, 계엄사령관은 포고령 1호에서 “처단한다”고 말했고, 계엄군은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깼다 뉴스는 계속 속보를 전달했고, 현장 상황을 라이브 영상으로 송출했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있는 차량용 CCTV 영상인 듯 했다. 지도앱을 켜고 국회의사당 근처 CCTV를 켜고 보니, 이내 라이브 뉴스 송출 관계로 볼 수가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뉴스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차량들이 속속 도착해서 내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꽤 많은 시민들이 이미 국회의사당 쪽에 도착한 것이 보였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기사는 4,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반면, 계엄군 역시 280여 명이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몇 가지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윤석열의 비상계엄 자체가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원천 무효 비상계엄 선포이며, 재적 국회의원 과반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위 내용을 보면 윤석열의 속셈은 재빠르게 국회를 장악해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이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속솓들이 모인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 안으로 향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은 경찰에 막혀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담장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전해진 뉴스로는 비상계엄을 국방부 장관인 김용현이 직접 윤석열에게 건의했다는 것, 계엄 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는 것과 그가 계엄 지역의 행정과 사법을 관장할 권한을 받는다는 것과 계엄사령부 발표한 포고령 제 1호 내용이었다. 포고령 1호 전문은 이랬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가,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가장 눈에 들어온 표현은 단연 ‘처단한다’였다. 처단한다는 말자체는 정의가 악을 물리칠 때나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지금 본인은 정의이고, 의료진은 악이라고 생각한 걸까. 전공의 사태로 의료진과 갈등을 빚던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김에, 말 안 듣는 의료진을 ‘처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망상이길 바랬다. “하, 이게 말이되는 상황인가?” 입에서는 이 말이 계속나왔지만, 모든 건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뉴스만 애타게 보며, 속속 올아오는 기사를 주변에 전달하고, 애궃은 책상만 계속 두드릴 뿐이었다. 그저 과반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들이 안전하게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때,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깼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4,000여 명의 시민들은 군인들을 막았고,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유리창을 깬 계엄군은 곧장 국회 본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듯이 보였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계엄군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현직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면 상황은 그대로 종결되는 것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렇다면 저 계엄군은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국인들이, 국민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누가 군인을 막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막아야 하는데. 누군가는 저들을 막고,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해서든 국회 본회의장 안으로 들여 보내야 하는데. 그리고, 그렇게 애타게 여러 뉴스 보는 도중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시민이 말했다. “우리가 시간 끌어야 돼. 오고 있어요 다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안귀령 대변인은 계엄군의 총을 잡으며 막아섰다. 그러자 계엄군은 순간적으로 안귀령 대변인의 흉부를 향해 총을 겨눴다. 안귀령 대변인은 그런 계엄군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부끄럽지도 않냐고” 라며 소리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본청 입구에 있던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진입해오는 계엄군에게 소화기를 뿌리며 맨손으로 저항했다. 사무실에 있던 가구를 날라 본청 입구를 막았고, 총을 든 계엄군이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유리문을 통해 들어오려고 하자 유리문을 온 몸으로 막았다. 또한 앞서 창문을 깨고 들어온 계엄군들이 국회의장단 실이 있는 복도까지 침입하자 거기서도 보좌진들은 온 몸으로 계엄군들을 막았다. 그 사이 국회본회의장에는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였다. 희망이 보였다. 애가 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190명 전원 찬성 채택 우원식 국회의장 “저도 마음이 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서 절차가 잘못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희망은 원래 이렇게 애가 타는 걸까. 시민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계엄군을 온 몸으로 필사적으로 막아선 덕분에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서둘러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다르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본 회의장 내부에서는 “빨리 합시다, 밖의 상황이 급합니다!” 라는 말이 오갔다. 나 역시 동감하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저도 마음이 급합니다. 밖의 상황이 급한 거 압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서 절차가 잘못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라고 말했다. 만약,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결의안이 채택되면 윤석열이 이 결의안 자체도 무효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의미였다. 만약, 명분을 내준다면 그 역시 안 될 일이었다. 시민들과 보좌진, 당직자, 국회의원들이 노력이 허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되지 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가령 이런 생각이었다. “윤석열이 과연, 결의안 채택된다고 받아들일까?” 불길한 건 항상 벌어지던데. 제발 아니기를 바랬다.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계속 두드리는 사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전달됐다. 투표는 빠르게 진행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결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투표가 완료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말했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써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자 본 회의장 안에서 “와아” 하는 환호 소리가 들렸다. 그걸 보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가슴을 조금 쓸어내렸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만에, 비상계엄 해제가 선포된 순간이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 그 이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 이후, 다행히 계엄군은 국회를 속속들이 빠져나갔다. 그 중 한 계엄군은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떠났다. 그 계엄군은 뭐가 죄송했던걸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의 신분이 죄송했던걸까, 혹은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복종했던 것 자체에 대한 사죄였을까. 혹은 국회를 장악하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린 상관을 대신했던 걸까. 그 의미를 모른채, 시민들은 계엄군이 떠난 자리를 밤새서 지켰다. 문제는 윤석열이었다. 앞서 우려가 마치 실현이 되기라도 할듯이, 도통 용산에서 비상계엄 해제에 대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그사이 언론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또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방금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몇 시간 뒤면 해가 뜰 시간임에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그사이 나온 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계엄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기사였다. 몇몇 기사에서는 실제 잠입해 있던 계엄군의 영상이 보도됐다. 이는 곧 2017년에 나온 계엄문건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얼마 뒤, 용산에서 윤석열은 계엄해제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어제 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습니다.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할 것입니다.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하였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습니다.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명확히 말하는 것은 없었고, 오직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멈춰달라는 ‘요구’만 있었다. 국민 그 어느 누구에게도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는 없었다. 45년만의 비상계엄을 통해 본 것과 했던 생각, 존엄한 국민과 졸렬한 빌런 고작 3시간만에 끝난 45년만의 비상계엄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원화 가치는 떨어졌고, 주가와 코스피는 급락했으며, 일부 가상자산 역시 급락했다. 스웨덴 총리는 방한을 연기하며 외교에도 차질이 생겼다. 12월 4일 아침에는,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호외’가 등장했다. 아침에 그 호외를 다시 읽으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윤석열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정말 몰랐을까?” 아마 이 의문의 정답은 윤석열 본인만이 알 것이다. 현재 나온 상황에 따르면, 윤석열은 “계엄, 난 잘못 없어… 야(野)에 경고만 하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든 상황에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몰이해와 몰상식을 보면 인간이 맞나라는 의문마저 든다. 폭거를 알리고 싶었다고 하던데, 폭거는 누가 한 것일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던데, 그걸 파괴하려고 한 건 누구일까? 혹은 정말 외신 기사의 말마따나 “정치적 자살”을 하고 싶었던 걸까? 비상계엄이 정말 옳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 걸까?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가 쓴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희대의 살인마 안톤 쉬거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아. 나는 단지 내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거야. 내 방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¹ 안톤 쉬거는 이런 말을 하며 사람들을 무참히 죽인다.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윤석열은 영화의 살인마 빌런과 다를바가 없다. 한가지 다른 점은 안톤 쉬거처럼 매력적이지도 않고, 실력이 있지도 않은, 그저 졸렬한 빌런이라는 점이다. 졸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옹졸하고, 천하며, 서투르다”이다. 반면, 불과 몇 시간 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과거 책으로만 봤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허구가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이후, 우리나라를 누가 지키는지 국가가 정말 누구의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심야에 국회로 모여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포고령에 따라 출판과 의사표현, 집회의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에 놓여있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었던 국민들 그리고 보좌진들, 당직자들,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존엄한 국민들이다. 그리고 그런 존엄한 국민들이 주인인 국가는 존엄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있다. 부정확하고 부적잘한 시스템을 부추기고 가담한 자들이 있다는 점,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교과서에 실리게 될 것이라는 점, 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는 점 향후 미래는 알 수 없다. 6개의 야당은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발표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움직임을 달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발표한 탄핵소추안이 채택될지 아닐지는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과 기억해야 할 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윤석열이 발표한 12월 3일 비상계엄은 분명 역사 교과서에 실려서 후대에 계속해서 전해지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에 동조한 사람들과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담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1, 2, 3 카운트 다운을 하듯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3시간 만에 졸렬하게 끝났다고 말이다. 둘째, 시스템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부추기고 가담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절차는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십 년 검사에 검찰총장까지 했던 윤석열이 이걸 몰랐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이것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지시받은 대로 이행한 인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등이다. 만약, 이번 사태가 비상계엄이 아니라 북한에 미사일이라도 쏘는 거였다면 어땠을까. 오늘의 사태는 만약, 윤석열이 북한에 한 발 쏴, 라고 말하면 실제 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랬다면 오늘의 사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건 지금의 윤석열이 존엄한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마련해준 자리이지, 지가 왕인줄 알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본인 마음에 안든다고 법에 규정한 대로가 아니라, 본인이 규정한 대로 군부대와 사법, 행정을 통솔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이러한 내 확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는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다시금 느낀 나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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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성 계엄’이라는 말의 의도
상황이 흘러가는 모양새가 요상하다. 정부여당은 12월 4일 국힘 의총과 당정대 회담을 통해 탄핵 반대로 명백하게 가닥을 잡았다. 일부 언론들은 윤이 하야도 고민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지만, 고민의 과정이야 어떻든 뻔뻔하게 밀고나가는 걸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한동훈은 계속 탈당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내란 모의의 주범이 어느 선까지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방부 차관도 계엄을 언론을 통해 알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미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제출했고, 김용현은 면직으로 처리되었다. 어디까지 얼마나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명확한 것은 김용현이 해임이 아닌 면직으로 처리되었다는 것, 그리고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이 그 어떤 ‘손해’도 보지 않겠다며 땡깡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여당은 ’경고성 계엄‘이었다며 비상계엄 선포의 의미값을 축소하고 있다. 한밤중에 두시간 반만에 국회 본회의 가결이 이뤄졌으니, 정말 꿈이라도 꾼 것처럼 잠깐의 소동 후 평화로운 일상에 안착한 듯 느껴지기도 한다. 비상계엄이 워낙 비현실적인 일이라 그 의미를 사소하게 만드는 정부여당의 논리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상하지만 심리적으로는 거부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이것은 스탠리 코언의 ’함축적 부인‘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사회심리적 기제로서 ‘부인’에 관한 코언의 연구에 따르면, ‘부인’은 사실적/해석적/함축적 부인이라는 세 가지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실적 부인은 사실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는 것이고, 해석적 부인은 ‘실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실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다. ’함축적 부인’은 문제가 되는 사실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가령 ’부정부패는 흔한 일이고 이 정도면 엄청 약한 편이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즉, 정부여당은 함축적 부인을 통해 비상계엄을 마치 꿈처럼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 사태가 사소한 일로 치부되고, 탄핵을 요구하는 야당을 싸잡아 정쟁과 분란을 일으키는 집단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저 통상의 여러 정치적 사안이 쟁점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도 아닌 계엄과 쿠데타가 쟁점이라는 점이다. 이걸 사소한 문제로 만들고 국민적 피로도를 높이려는 전략은 현재로서는 분명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모레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200석을 넘기지 못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때는 출구가 없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치가 장기화되면 야당의 요구를 정쟁과 분란으로 만들어 피로도를 높이는 전략은 설득력을 가질 공산이 크다. 다시 말하자면, 통상의 정치 이슈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한 번 선포된 계엄이 다시 선포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더욱 궁지에 몰린 대통령이 다음번엔 곤봉으로, 실탄으로 국회와 시민들을 짓밟지 말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설마 그러겠냐고 반문하기엔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현실이 이미 벌어졌다. 그래서 비상계엄이라는 비현실적 현실에 대한 현실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득해지는 현실감각을 붙잡아야 한다. 나아가 위기 상황에서 집단적 사고에 빠져버린 여당이라는 집단을 흔들어 탄핵 찬성에 표를 던지도록 하려면, 여론을 통해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 7일 토요일에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는가가 그래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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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몰랐나? 너무나도 어설펐던 3시간짜리 내란.
[슬로우리포트] 12‧3 윤석열 내란 사건의 교훈. 오늘 아침 한국 국민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슬픔에 가깝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세 시간도 가지 못했다. 지금은 1980년이 아니고 이렇게 어설프게 나라를 뒤집을 수 있는 세상도 아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진심으로 하루라도 더 윤석열에게 정권을 맡겨도 되는지 의심해 봐야 할 때다. 이게 왜 중요한가. 이 사건은 12‧3 윤석열 내란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성공할 리 없는 무모한 시도였다. 만취 상태가 아니라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일주일 앞두고 벌어진 명백한 내란이다. 아내를 지키려고 나라를 뒤엎을 생각이었던 건가. 곧바로 탄핵 절차 돌입. 민주당은 5일 0시에 탄핵안을 발의하고 곧바로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하게 돼 있어서 빠르면 6일 0시부터 표결 가능하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김상욱(국민의힘 의원)이 “집권당 소속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최소 6명이 찬성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계엄 해제 요구안에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이 18명, 이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면 탄핵안은 무난히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탄핵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고 한덕수(총리)가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6명만 남아있는 상태지만 만장일치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동훈(국민의힘 대표)은 내각 총사퇴와 윤석열 탈당 등을 요구했다. 조경태(국민의힘 의원)는 “탈당 요구에 30% 정도는 찬성하고, 나머지 70%는 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김용현(국방부 장관)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의 표명을 했다. 윤석열은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 선언 이후 아직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명백한 탄핵 사유, 헌법 77조에 다 나와 있다. 1항.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5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 첫째, 애초에 전시나 사변도 아니고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도 아니었다. 둘째, 대통령에게 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면 국회에는 계엄 해제를 요구할 권한이 있다. 군인들을 국회에 투입해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은 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한동훈과 윤석열의 면담. 한동훈이 추경호(국민의힘 원내대표) 등과 함께 대통령실을 찾아가 만났다. 윤석열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는 폭거를 하니 비상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훈은 면담이 끝난 뒤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이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인데, 대화에 어떤 진전이 있을 수 있었겠나.” 하야할 의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동훈의 의중에 윤석열의 운명이 달렸다. 비상계엄, 대통령 맘대로 하는 게 아니다. 1987년 헌법을 개정할 때 이미 이런 상황을 내다봤다. 한국에서 국회의 동의 없는 계엄은 불가능하다. 윤석열이 이걸 몰랐다면 멍청한 것이고 알고도 저질렀다면 역시 멍청한 것이다. 설령 어젯밤 군인들이 국회를 장악했더라도 국회가 원격으로 표결하면 된다(국회법 73조). 민주당과 야당이 192석을 확보한 상황에서는 계엄 선포를 하더라도 곧바로 해제될 거라고 봐야 했다. 1980년과도 다르다. 계엄법 13조에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계엄 사령부라도 국회를 장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포고령도 엉터리였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조항은 애초에 위헌이다. 군대를 동원해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방해한 것이 결정적으로 범죄 성립 요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계엄법에 “군사상 필요할 때”라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역시 헌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우두머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형법 87조에서 내란죄를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 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돼 있다. 2항.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3항.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 4항.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윤석열이 어젯밤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건 “국가 권력을 배제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 사형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계엄의 요건을 못 갖췄다. 계엄법 2조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거나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의결이 아니라 심의만 해도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3일 오후 한덕수(국무총리)를 비롯해 일부 위원들과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지만 참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령 국무회의라는 말도 나온다. 국무회의 시간이 계속 달라지는 건 실제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덕수를 비롯해 국무위원 다수가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익명의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는) 담화 내용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 아무도 뜻을 꺾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석열이 새벽 4시30분 계엄 해제를 발표하면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이라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흘려 듣기 어렵다.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를 의결한 뒤 흩어져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애초에 모이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어차피 실패한 내란, 국무회의가 열렸다면 참석자와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누가 모의에 참여했고 종사했는지, 부화수행하거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처벌 수위가 결정된다.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는 계엄법 4조도 지키지 않았다. 우원식(국회의장)은 “통고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계엄 선포와 함께 계엄 사령관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계엄 사령관은 11시25분에야 임명했다. 그만큼 준비 없이 밀어붙였다는 이야기다. 너무나도 어설펐다. 육군 특수전 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국회에 도착한 건 자정이 다 돼서였다. 애초에 계엄 선포에 맞춰 준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헬기를 타고 와 국회 경내에 진입한 군인이 230여 명, 장갑차를 타고 와 도보로 이동한 군인이 50여명 정도였다. 만약 일사불란하게 야당 의원들을 체포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만들었다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겠지만 애초에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현이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중과부적(수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겨레가 만난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직원들이 모두 자신에게 동조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민석이 맞았다. 괴담 취급을 받긴 했지만 김민석(민주당 최고위원)의 경고가 맞았다. “김용현(국방부 장관)이 워낙 무능했다”면서 “윤석열의 충동과 김용현의 무능이 낳은 1차 시도 무산”이라고 말했다. 탄핵하지 않으면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김민석은 ‘서울의 봄 팀’이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음모를 계속 추적해 왔다. “이제는 더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광기 어린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용현이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에서도 따르겠나, 나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지만 결국 예상대로 된 셈이다. 윤석열의 정신 상태를 짐작하기 위한 몇 가지 질문. 실패할 거란 걸 몰랐을까. 국회를 장악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을까. 비상계엄 선포 다음 계획이 있었나. 김건희 특검을 피하려면 판을 뒤엎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을 거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다음 계획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 명태균 게이트도 윤석열 부부를 조여오는 상황이었다. 3시간도 못 버틴 윤석열의 내란은 윤석열이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사실을 라이브로 보여줬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뒤 계엄 해제 선언을 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린 것도 여전히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차고 넘치는 탄핵 사유. 류혁(법무부 감찰관)은 법무부 긴급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고 사표를 냈다고 한다.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으면 무효이고 심의를 거쳤다고 해도 헌법 위반이자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만약에 국무위원이 이에 동의했다면 그들도 내란의 공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하람(개혁신당 대표)의 논평도 화제였다.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랄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이야말로 반국가 인물이고 반헌법 인물이고 윤석열의 이런 미친 짓을 막지 못한 대통령실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인섭(서울대 교수)은 “국회의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가 동원돼 국회 유리창을 깨고 진입했고, 경찰은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았다”며 “내란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다수 범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추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망은? 국민의힘 이탈표 8표가 관건이다. 빠르면 6일, 늦어도 7일에 결론이 난다. 국회 통과를 하더라도 헌법재판소 심리가 남아있다. 9명의 재판관 가운데 6명만 남아있는 상태라 6명 가운데 한 명만 반대해도 기각된다. 만약 재판관들이 상식적인 판단을 한다면 인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민주주의의 승리를 위한 지난한 투쟁. 12월3일 밤 10시30분 이후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을 잃었다. 계엄 해제를 막을 수 없었던 것처럼 탄핵을 막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버티다가 탄핵을 맞느냐 자진해서 하야 하느냐의 선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윤석열 내란 사건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르는 것뿐만 아니라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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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도배된 언론… 누가 저 이름들 불러줄까”
“저 위에 있으면 아프다는 말도 잘 못 하게 돼요. 밑에 있는 사람들이 걱정하니까.” 김진숙(64)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휘적휘적 걸음을 옮겼다. 추워지는 날씨에 걱정이 늘었다. 길에서 문득 과거의 제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진숙도 과거 309일간 고공농성을 이어간 적 있다. 그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85호’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을 하던 2011년. 고공농성 중에 지상과 소통할 수 있는 ‘생명줄’은 밧줄이다. 밧줄에 아침과 저녁 밥, 물 등을 올리고 받는 일을 한다. 그날도 지상과 생명줄로 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밧줄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김진숙은 문득 지상에서 밥을 챙겨주는 동료의 모습이 떠올랐다. 짐이 이대로 추락하면 지상의 동료가 그대로 맞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는 쏜살같이 흘러내리는 밧줄을 손으로 붙잡았다. 양 손바닥의 살갗이 벗겨졌다. 다만 동료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걱정하거나,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오라고 말할 것 같다는 이유였다. 그는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밧줄을 당겨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느리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공이란 함부로 아플 수도 없는 미안한 자리이기도 했다. 어쩌면 힘들다고 말도 못 하고 있을 박정혜(39)와 소현숙(42)을 하루빨리 만나 안아주고 싶었다. 김진숙은 지난달 22일부터 10일간 경남 양산시 호포역에서 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공장까지 걸었다. 320일째(지난달 22일 기준) 고공 농성 중인 두 여성 노동자를 위한 일이었다. 박문진(63)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도 김진숙의 곁을 지켰다. 그날 그날 새로운 사람들도 김진숙과 박문진의 도보 행진에 함께했다. 모두 하늘색 조끼를 갖춰 입은 채, 공장 옥상에 있는 ‘박정혜와 소현숙’을 향해 걸었다. 이른바 ‘희망 뚜벅이’. 이들이 열흘간 걸은 거리는 약 160㎞에 달한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달 30일과 1일 ‘희망 뚜벅이’ 여정에 함께했다. 박정혜와 소현숙은 지난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서 살고 있다. 겨울에 시작한 농성. 봄, 여름, 가을 지나 이들은 또 한 번 옥상에서 겨울을 맞았다. 두 사람은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해 LG, 애플 등에 납품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일했다. 한국옵티칼은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알짜 기업’으로 18년 동안 17조 원을 벌었다. 한국 정부로부터 토지 무상임대, 법인세와 취득세 감면 등 각종 혜택도 받았다. 그러던 2022년 10월 4일, 공장에 큰 불이 났다. 회사는 화재보험금 1300억 원을 받았지만 법인을 청산하기로 했다. 구미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93명을 희망퇴직시키고, 이를 거부한 17명을 정리해고 했다. 해고자 가운데 7명은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닛토덴코의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주장이다. 회사는 구미공장의 물량을 평택공장으로 이전하고, 노동자 30명을 신규 채용했다. 이 때문에 고용승계가 충분히 가능했을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해고자들은 “사측이 노조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고용승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혜와 소현숙이 옥상에 올라간 이유 역시 딱 하나. 평택공장으로의 고용승계다. 내가 이틀간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다양했다. 병원 의사, 의료노조에서 활동하는 정년퇴직 간호사, 지역 여성노동자회 지부장과 조합원들, 강원도에서 온 교사, 근처에서 농사 짓는 농부, 귀농한 프리랜서, 소성리 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는 시민들,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강제징용 피해 소송에서 이긴 변호사, 글 쓰는 르포작가, 사진가까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세 가지 있었다. 하나, 이들은 “이 정도 걷는 건 괜찮다”고 말한다. 하루 15㎞, 많게는 25㎞를 걷는 일정에도 “힘들다”, “죽겠다”는 곡소리 한번 듣지 못했다. 먼저 쉬었다 가자고 불러세우거나 멈춰서거나 주저앉는 법이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걸었다. “걷는 게 힘들다”고 대답한 건 박문진 한 사람뿐이었다. 다만 “힘들어도 다들 그저 걷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저 걷는 것.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던 20대인 나 혼자 죽을 맛이었다. 토요일 21㎞를 걷고 양쪽 발등과 오른쪽 무릎, 고관절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서울로 먼저 떠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의 ‘그저 묵묵하게 걷는 모습’에 발목이 잡혔다. 내가 또 언제 이들과 함께 길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둘째, 이들은 김진숙과 박문진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의 연대의 길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거나, “언젠가 진 빚을 갚아야 해서 나왔다”거나, “집에만 있으니까 마음이 무겁다”는 이유였다. 셋째, 처음 만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 빈손으로 길에 올랐던 나는 별안간 점심시간이라는 말에 당황했다. 사람들은 가방에서 자연스레 간식들을 꺼냈다. 과일, 샌드위치, 김밥, 떡 같은 것들이었다. 내 가방에 든 짐이라곤 카메라와 렌즈, 세안용품뿐이었다.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먹는 이들 틈에서 괜히 눈치가 보였다. 멀뚱하게 앉아 있으면 ‘저도 조금 나눠주세요’ 하고 신호를 보내는 사람처럼 느껴질까봐. 투명인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오른쪽 제일 끝자리에 앉았다. “기자님, 샌드위치 좀 드실래요?” 걸어오는 길에 함께 이야기 나눈 퇴직한 간호사 선생님이 샌드위치 반쪽을 건네주셨다. 그 옆에 계시던 수간호사 선생님은 김밥을 권했다. 길 위에서 말 한번 섞지 못한 ‘뚜벅이’들도 방울토마토나 사과, 유부초밥을 나눠주곤 했다. 이튿날. 전날 얻어먹기만 했던 기억 때문에, 미리 점심시간을 대비했다. 숙소 아래 편의점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샀다. 내 몫은 내가 해결해서 폐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 몫’만 챙긴 게 문제가 됐다. 일요일에는 무려 100여 명의 ‘뚜벅이’들이 전국에서 모였고, 각기 다른 노동조합에서는 떡과 김밥 등을 준비했다. 누군가는 수십 명을 상대로 김밥을 말고 떡을 준비했는데, 나는 겨우 1인분의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다리가 아파서 벤치에 앉으니 사람들이 여럿 모였다. 옆에서 떡, 김밥, 차, 빵, 토마토를 갖다주셨다. 이날도 역시 다른 뚜벅이들이 주는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부끄러운 샌드위치는 꺼낼 수 없었다.  말을 꺼내면 맞장구를 치고, 대화를 시도하면 또 자연스레 이어나가는 식이다. 그 길 위에 소외받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그 안에 녹아들 수 있었다. “이건 우리가 구미공장까지 걸어온 걸음을 잊지 말라는 그런 (뜻의) 키링이에요.” 김진숙 옷에는 여러 개의 키링이 달려 있다. 그중 발바닥 모양 키링은 이번 ‘희망 뚜벅이’를 기념하는 장식이다. 그는 작은 발바닥들을 박정혜와 소현숙을 위해 준비했다. 발바닥에 새긴 ‘HOPE(희망)’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길을 걷는 동안 김진숙의 손에는 늘 부채가 들려 있었다. 그에게 부채는 하나의 피켓이다.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일본 먹튀기업 옵티칼은 고용승계 책임져라.” 반대쪽에는 또 다른 문구가 쓰여 있다. “박정혜, 소현숙은 꼭 공장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박문진의 손에도 부채가 들려 있다. “먹튀자본 가고 고용승계 와라. 노동자, 민중들도 충분히 쉬고 웃고 춤추는 세상을 만들자.” 두 사람의 개성이 녹아 있는 부채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검은색 펜으로 명료한 구호를 적었고, 박문진 지도위원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적었다. 두 사람은 손 대신 부채를 흔들었다.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지난 1일 오후 3시. 저 멀리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뚜벅이들처럼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저 멀리서 팔을 흔들고 있었다. 드디어 공장으로. 드디어 김진숙과 박문진, 박정혜와 소현숙이 만나는 순간이다. 공장 정문에는 양옆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옵티칼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이들이 서 있었다. 박수 갈채와 환호성 속으로 두 사람이 들어갔다. 열흘 간의 대장정이 끝나는 순간.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두 명의 ‘후배’들과 마주치자 눈물이 쏟아졌다. “시원섭섭!” ‘희망 뚜벅이’ 대장정을 마치는 소회를 물었다. 함께 걷던 차해도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이 답했다. 그는 한번 시작한 일이 끝나게 되니까 “시원하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함께 나선 일인데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섭섭하다”고 말했다. ‘희망 뚜벅이’는 말 그대로 희망을 품고 가는 길이다. 그 끝에 희망이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들은 걸었다.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걷는 것”이라는 이들은 그렇게 마음을 전했다. “우리 뚜벅이들의 길은 언 마음을 녹여주는 열정이었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뭉클한 우정이었고, 투쟁의 불씨를 지피는 연대와 함성이었습니다. 이 길이 끊이지 않고 우리가 어떠한 형태든지 큰 길을 만들어서 승리하는 큰 성과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 도착한 박문진 지도위원 발언 일부) 그 마음은 박문진의 발언에서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는 “(고공농성 중인 사람들을 생각하면) 맛있는 밥을 먹어도 맛을 잘 모르겠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도 뒤통수가 따가웠다”고 토로하며, 10일간 만들어온 길이 이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연대의 힘, 그로 인해 변화하는 세상을 고대했다.  “소현숙, 박정혜 동지! 걷잡을 수 없이 막막하고 외로운 날은 당신들을 만나기 위해 30만 보를 걸어왔던 그 발걸음들을 기억해주십시오.박정혜, 소현숙 동지! 끝도 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은 그 마음을 너무 잘 아는 두 선배 노동자가 얼마나 당신들을 걱정하는지, 함께 걸었던 많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한 발 한 발 걸었는지 잊지 말아주십시오.곧 땅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말을 하고 싶어 여기까지 왔습니다.”(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 도착한 김진숙 지도위원 발언 일부) 김진숙은 또 한번 사람들을 울렸다. 그는 고공에서 농성하는 ‘후배’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처음 이 길에 나서는 것도 주저했다. 오고 싶지 않았던 길. 어떤 길을 얼마큼 걸어야 하는지 알기에 진심으로 오고 싶지 않았던 길. 그 끝에 두 사람이 있었기에 ‘선배’는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박근혜 집 앞에서 매일 3000배를 두 달 동안 하면서 무릎이 고장난” 박문진의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필리핀에서 봉사활동하는 그를 불러 함께 걷자고 했다.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2011년 ‘희망버스’의 기적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철회된 것처럼,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옵티칼 조합원 7명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기적’이 찾아와 주기를 바랐다. 김진숙은 언제나처럼 “웃으며 끝까지 함께 투쟁”을 외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옥상에서 1시간가량 이어진 ‘만남의 날 행사’를 지켜본 박정혜에게도 마이크가 전해졌다. 그는 “기적은 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소현숙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16년간 회사에서 일했지만, 회사가 폐업하자 손을 잡아준 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마음을 전했다. 이어 “단 하루를 다니더라도 회사의 문턱을 다시 넘어보고 싶다”며, “그날이 올 때까지 저희가 가는 길, 끝까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공장을 찾아올 ‘뚜벅이’들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각종 과일을 깎아 컵에 담아 전했다. 그렇게 오늘을 위해 기억하고, 마음을 모아준 이들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공장은 불탄 그날의 흔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깨진 창문과 내부에는 검게 그을린 부품들이 굴러다녔다. 그 건물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333일째(5일 기준) 고공농성 중인 두 사람.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건 경찰이나 매서운 한파도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것. 관심 밖의 일이 돼 조용히 묻히는 일이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일부) 나도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또 함께 기적 같은 희망을 꿈꾸고 싶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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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함께 하는 디지털 시대의 팩트체크’ 컨퍼런스: 팩트체크의 현재와 미래의 방향성
2024년 11월 23일, 노무현시민센터 1층 다들려 강의실에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최한 ‘시민이 함께 하는 디지털 시대의 팩트체크’ 컨퍼런스가 진행됐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뉴스톱 송영훈 기자,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임동준 활동가,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 박수호 오거나이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김연수 이사 등 5명의 전문가와 활동가가 함께 모여, 팩트체크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 –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 내일신문 정재철 기자는 ‘한국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과거와 현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재철 기자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등장한 3대 팩트체크 기관 등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배경, 현재까지 442개 팩트체크 기관의 활동 등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IFCN(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 등의 연대 활동도 언급되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오마이뉴스와 슬로우뉴스의 팩트체크 활동, JTBC를 포함한 언론사들의 팩트체크 활동으로 팩트체크 저널리즘이 발전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재철 기자는 최근 SNU 팩트체크 센터의 무기한 휴지, 시민이 참여했던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의 서비스 종료 등을 언급하며 국내 팩트체크 저널리즘에 위기가 찾아왔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투자의 부족과 재정 독립성의 미비, ‘팩트체크’ 표현의 오염이 대중의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가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더 많은 팩트체크 활동을 위해서 대중에게 더 쉽게 전달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재정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정부 예산이나 기업 후원에 의존하지 않는 미디어 교육 등을 통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정재철 기자는 “팩트체크는 민주주의를 위한 중요한 요소로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연대와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밝히며 발제를 마무리했습니다. 👉정재철 기자의 발제문 읽기(클릭) 팩트체크 현장의 이야기 - 뉴스톱 송영훈 기자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뉴스톱’에서 7년간 팩트체크 활동을 해온온 송영훈 기자는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 경험과 시민팩트체크’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발제에서는 뉴스톱의 설립과 운영 경험을 비롯해 한계에 부딪힌 경험도 진솔하게 공유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고품질의 팩트체크 기사가 줄어든 현실을 언급하며 운영비 부족과 수익 모델의 다양화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그리고 언론 스스로의 검열과 정치권의 간섭 등으로 인해 팩트체크 활동이 위축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팩트체크 공모전에 참여한 시민들의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학생들이 참여한 공모전에서 나온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가 팩트체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활기를 불어넣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이 보여준 창의적인 접근 방식이 시민 참여 팩트체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팩트체크 활동이 기존 팩트체크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발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송영훈 기자의 발제문 읽기(클릭) 누구나 할 수 있는 팩트체크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임동준 활동가 ‘시민팩트체크 플랫폼과 시민팩트체크 활동’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임동준 활동가는 팩트체크넷과 빠띠 등 시민팩트체크 플랫폼에서 이뤄진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임동준 활동가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진행된 시민과 전문가의 협업, 팩트체커 양성 교육 등 팩트체크넷의 구조와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팩트체크넷의 서비스 종료 후 시민팩트체크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시민활동 플랫폼 빠띠의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올해 노무현시민센터의 바라던 바다 지원을 통해 시작된 시민팩트체크 활동이 IFCN의 글로벌 팩트체크 펀드 지원으로도 이어졌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민팩트체크 활동을 통해 시민의 검증 역량을 강화하고, 팩트체크 활동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시민팩트체크 활동으로 “검증된 정보를 소비하는 객체였던 시민이 언론사, 기자와 동일하게 직접 정보를 검증하며 정보 공급자로서의 확장이 가능했다”라며 시민팩트체크 활동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콘텐츠 작성 활동에서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 오거나이저들의 검증 방법이 AFP와 동일 했던 활동 사례를 소개하며 “특정한 검증 대상, 검증 방법의 경우 시민팩트체커와 기자 등 전문팩트체커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콘텐츠 작성을 비롯해 팩트체크 활동을 난이도가 높아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언급됐는데요. 콘텐츠 작성 등 기존 활동을 넘어 시민들의 쉬운 참여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 사례로 올해 진행되었던 ‘팩트체크 캠페인’이 소개됐습니다. 임동준 활동가는 시민 팩트체크 활동이 정보를 받아들이기 전에 의심하고 확인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K.F.C. 오거나이저가 바라본 시민팩트체크 –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 박수호 오거나이저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의 박수호 오거나이저는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경험과 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박수호 오거나이저는 시민팩트체커 커뮤니티 K.F.C.의 시작과정을 이야기 하며 “처음엔 시민팩트체커 3명이 전부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의 협업, 노무현시민센터의 바라던바다 모임 지원 등을 통해 시민팩트체커 모집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40여 명의 시민팩트체커와 60여 개의 팩트체크 콘텐츠를 생산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수호 오거나이저는 시민팩트체커이자 커뮤니티의 오거나이저로 활동하며 시민팩트체크가 정당을 가리지 않는 초당파적 검증이 가능하고, 언론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는 언론을 검증하는 등 독립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각 정당의 정치인이 검증 대상이 된 사례, 언론 보도, 팩트체커 출신의 시사평론가 발언 등을 검증한 사례를 함께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박수호 오거나이저는 시민팩트체크 활동이 직접적인 허위정보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유튜브에 확산된 허위정보를 검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신고를 진행해 해당 영상이 삭제된 사례도 소개했는데요. 이를 통해 시민팩트체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잠재성을 설명했습니다. 박수호 오거나이저는 시민팩트체크가 위기에 처한 한국 팩트체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수호 오거나이저의 발제문 읽기(클릭) 디지털 시대의 팩트체크란?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김연수 이사 박수호 오거나이저에 이어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김연수 이사의 발제가 진행됐습니다. 김연수 이사는 ‘디지털 시대의 시민팩트체크의 의미와 가능성’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김연수 이사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허위정보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확산되는 현재의 문제, 선거 과정에서 보여진 정치적 양극화 등 민주주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우리는 지금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고,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 지적하며 허위정보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김연수 이사는 이런 위기에서 시민팩트체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는데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허위정보가 공론장과 민주주의의 훼손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허위정보를 대응하기 위해서 단편적인 검증을 넘어서 복잡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총체적 진실을 밝히는 시민들의 팩트체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전문가, 기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팩트체크에 대한 관심을 포함하는 직접적인 팩트체크가 결합되는 협업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앞선 발제들에서 소개된 언론의 팩트체크 저널리즘 수행과 함께 많은 시민이 시민팩트체크 활동에 참여해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김연수 이사는 “시민팩트체커는 한 명의 디지털 시민이기도 하다”라며 전문팩트체커로 거듭날 수 있는 시민팩트체커의 발굴과 함께 팩트체크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늘려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발제를 마무리 하며 김연수 이사는 K.F.C.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 팩트체크 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는 각자의 위치에서 겪은 팩트체크 활동 경험을 공유하며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성을 가늠할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팩트체크의 현재지만 동시에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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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을 응원하는 한국 정부
AI 윤리 뉴스 브리프 2024년 12월 첫째 주by 🎶소소 1.AI 산업진흥의 동반자 AI 기본법과 AI 안전연구소 AI 기본법이 지난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하고, 이번 주 전체 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이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연말쯤 시행될 예정입니다. 전반적으로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여야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 AI 기본법 주요 내용1. AI 데이터 센터 투자,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 지원 방안2.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 신설3. 고영향 AI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위험성 사전 고지 및 안전성 확보 조치4. 딥페이크 확산 방지를 위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화5. 해외 AI 사업자 의무 이행을 위한 국내 대리인 지정6. 의무사항 위반 시 사실조사 및 시정명령, 시정명령 불이행 시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법안의 주요 쟁점이었던 ‘금지 AI’ 및 ‘처벌’ 조항은 모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고영향 AI 활용 사업자 책무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부과 조치만으로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평가입니다. 한편 지난 레터에서 소식을 전했던 이번 주 한국의 AI 안전연구소가 개소식을 열고 운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김명주 소장은 "히말라야 등정을 돕는 세르파 같은 연구소가 되겠다."며 AI안전연구소는 규제기관이 아니라 국내 AI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협력 기관임을 강조했는데요. 그 뜻이 진심이라면 사실상 한국 어디에도 AI 안전을 위한 규제기관은 없는 형국입니다. 산업 진흥으로 힘을 얻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AI 안전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더 읽어보기- 군비 경쟁 논리에 붙잡힌 AI(2024-11-25)- AI법이 없어 못하는 총력전(?)(2024-10-07) 2.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여전한 논란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3개월을 앞두고 일부 과목의 일정 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국어는 자기표현이 중요한 교과목으로 학생들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반영해 도입 교과에서도 제외되었습니다. 영어, 수학, 정보 교과는 계획대로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됩니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여전히 많은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이 AI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스템 성능에 대한 불안, 데이터 편향 문제, 네트워크 과부하 같은 기술적 결함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아직 여야 합의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날 국회 교육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AI 디지털교과서를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AI 디지털교과서가 교과서의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교육부 장관은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 혁명의 시작이자 교육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아직 AI 디지털교과서의 충분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실험 대상이 될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더 읽어보기- 개인정보 가져가는 ‘교실혁명’(2024-07-29)-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를 원하는 5만 명(2024-07-01)- 교사 개인정보 유출, AI 디지털 교과서는 준비 되었나(2024-06-03)- 외부인의 'AI 디지털교과서' 단상(2024-02-21)- AI 교과서는 우리 아이 데이터 채굴기?(2024-01-29) 3.당신을 파악하는 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AI AI가 인간을 모방하는 능력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스탠퍼드와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은 1,000명의 인터뷰 데이터를 학습시킨 AI 에이전트가 실제 인간을 85% 정확도로 모방할 수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시간의 인터뷰 내용이면 한 사람의 성격과 의사결정 형태를 재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본 연구가 개인 및 집단행동을 연구하는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인간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윤리적인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AI를 활용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이 지닌 가능성만큼 그에 따른 영향과 책임도 고민해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는 기술은 좋은 도구지만, 동시에 딥페이크와 유사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동의 없이 특정 개인을 모델링하거나 이 데이터를 오용하는 경우, 개인의 신뢰와 사회적 명예가 훼손될 위험도 존재합니다.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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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퇴진하라.
저는 가끔 강의를 나가요. 거기서 사귄 중학생친구에게 요즘 가장 불안한 게 뭔지 물었습니다. '친구랑 멀어질까봐 겁나요' 그런 것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쟁'이라고 답하더군요. 전쟁이 날 것 같다고. 그게 너무 무섭다고. 영상 뉴스보면 손발이 떨릴 때도 있다고. 어른들의 이념대립 이해관계 밥그릇 싸움에 아이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립니다. 비상계엄령으로 총든 군인과 탱크와 헬기가 길거리에 나타나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더욱 무서워하겠죠.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했는데, 거짓말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군인이 먼저 국회를 점령하고, 비상계엄령이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길거리에 총 든 군인들이 서 있겠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도 더 이상 우리는 내 마음대로 뭘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이렇게 글을 적지도 못하고 친구들 몇 명 이상 만나면 감시 당하고 저도 sns에 글 올린 사람들도 다 잡혀갔겠죠.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갈등을 민주적으로 조정하기로 약속했잖아요. 예산이고 뭐고 민주적인 장 안에서 설득해내야죠. 비상계엄령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대내외적 후폭풍을 감내할 정도로 엄청난 명분이었다는 생각이 저는 도무지 들지 않습니다. 뭐하러 피를 토하며 민주적인 절차와 장을 만든 건가요.   안 그래도 물가 올라서 힘든데 주식, 코인, 원화가치, 수출입, 여행금지국가 등등 경제에 끼칠 영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군인이 배치 되고 탱크가 돌아다니고 헬기가 날아다니는 험악하기 그지없는 곳에서 공포에 떨 국민과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시민과 대치하고 물러나며 땅에 떨어질 군경의 위신, 국민의 안전 안보를 지킨다는 자부심, 신뢰, 이미지 훼손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언제든 올스탑될 수 있는 정치적 리스크를 진 후진국 이미지, 국격의 하락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국민들의 일상과 자산을 뒤흔들 계엄령을 과연 선포할 수 있었을까요? 국민들의 안보와 자유를 위협한 게 누구인가요? 국가의 경제, 외교, 국격을 말아먹은 게 누구인가요?   내 동생, 아빠, 아들이었을 군인과 시민이 대치하는 슬프고 아찔한 순간을 다시 만든 것만으로도… 계엄령 선포에 타격받을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경시한 책임만으로도 윤석열은 탄핵되기에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거창한 명분이 있든, 전쟁이 나지 않는 이상, 국민의 손과 발을 묶고 일상을 통제하는 비상계엄령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불가능하구나, 앞으로 계엄령 같은 일은 결코, 절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책임을 묻기를 바랍니다.   그냥 믿고 흘러가는 대로 두기엔 아직 불안한 민주주의구나, 나도 내 시대에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구나 싶습니다. 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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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을 대통령이라 부르는 것도 어제로 끝이다
‘김건희를 지키기 위해 나라를 버리는구나.’ 지난밤(3일) 비상계엄을 선언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맨 처음 든 생각이다.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논란은 윤 대통령을 코너로 몰았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남용하며 막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명태균 씨가 개입된 여론조사 조작 의혹까지 터져나오며, 그렇지 않아도 레임덕 수준이던 지지율은 더 곤두박질쳤다. 화면 속 윤 대통령은 국회의 거듭된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처리 등이 계엄 선포의 이유라고 말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지만, 그 말을 믿을 국민이 몇이나 될까. 그저 우리 귀에는 ‘나라를 망치더라도 권력을 지키겠습니다’라는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거부권으로 막을 수 없는 성난 여론. 아마도 국민 모두를 ‘입틀막’ 할 다음 카드로 선택한 것이 ‘계엄’ 아니었을까. 계엄. 그 두 글자를 들으면 국민들의 머릿속에 곧장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바로 1980년 오월, 광주다. 군복을 입고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장면. 곤봉으로 시민들을 내리치고, 쓰러진 시민들을 끌고 가는 장면. 그리고 쓰러진 주검 앞에서 가족들이 오열하는 장면….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도저히 지워지지 않을 끔찍한 악몽이었다. 지난밤 국회에도 군인들이 나타났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든 계엄군들. 땅에는 장갑차가 나타나고, 하늘에는 헬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위해 국회 본청에 모이는 동안, 밖에서는 계엄군과 시민들의 격렬한 대치가 이어졌다. 그들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총. 사람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살상 훈련을 받고 ‘작전’을 수행하러 온 군인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며 ‘반국가세력’ 척결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계엄군이 만약 눈앞의 시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간주했다면.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더 심한 폭력을 썼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지만, 누군가 정신 나간 발포 명령이라도 내렸다면. 1980년 오월 그날처럼. 하지만 그런 두려움을 떨치고 국회 앞으로 달려나온 수만 명의 시민들이 있었다. 기적처럼 모이고, 태산처럼 맞섰다. 온몸을 던져 계엄군의 장갑차 앞을 막고, 무시무시한 총부리 앞에서 도리어 “부끄럽지 않느냐”고 호통을 쳤다.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는 순간에는 다 같이 박수를 치고 만세를 불렀고, 새벽이 올 때까지 구호를 외치며 국회 앞을 지켰다. 오월 광주에는 광장을 지키고 도청을 지킨 시민군이 있었다. 44년이 지난 2024년 12월 3일 여의도의 밤에도, 국회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킨 시민군들이 있었다. 지난밤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빚졌다. 세대가 바뀌어도 기억해야 할 존경의 마음을 그들의 이름 앞에 남긴다. 하룻밤 사이 대한민국은 40년도 넘는 세월을 거슬러 뒷걸음질 쳤다. 밤새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 국민들이 얼마나 많을까. 뜬눈으로 수십 년 같은 하룻밤을 보낸 사람들은 오늘(4일) 아침이 되자 또 일상을 위한 발걸음을 옮겼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묻어 있는 듯했다. 하룻밤 사이 놀람과 분노,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짧은 안도와 긴 불안으로 옮겨갔을 마음들. 착잡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도 모두 소리 없이 일터로 향했다. 어젯밤의 열정도, 오늘 아침의 냉정도 모두 이 나라를 지키는 힘이다. 정말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은 계엄군도 아니고, 권력을 위해 나라를 버리는 무도한 대통령도 아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정의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시민들이다. 이제 윤석열을 대통령이라 부르는 것도 끝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아니라 내란사범이다. 그의 이름 뒤에는 하야나 탄핵이 아니라, 체포와 처단이란 단어가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 계엄선포에 적극 지지하며 모든 당원은 대통령 지지선언으로 힘을 모아주십시요.” 지난밤 국민의힘 박중화 서울시의원의 메시지다. 계엄이란 이름으로 자행된 내란 범죄를 찬동하고 찬양한 자들 모두, 역사의 심판이 아니라 법에 의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관련기사 : <박중화 서울시의원, 의원 단톡방에 “계엄 적극 지지”>) 혹자는 말한다. 하룻밤의 해프닝이라고. 그렇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계엄’을 활용했던 두 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 그들이 이 나라에 남긴 정신적 오물을 극복하는 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나. 아직도 그 역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아서, 저 윤석열 같은 괴물이 탄생한 것 아닌가. 어설픈 관용은 필연적으로 비극의 반복을 부를 뿐이다. 어젯밤 한순간에 과거로 퇴행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시민들의 노력으로 분주한 하루다. 나라 곳곳에서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를 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언론이 일일이 다 전하기도 어려운 정도다. 그리고 차분히 일상을 지키며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연결이 지난밤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다. 하룻밤 독재의 단꿈은 스스로 촛불이 된 시민들에 의해 산산이 깨졌다. 이제 시민의 아침이 밝았다. 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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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화 서울시의원, 의원 단톡방에 “계엄 적극 지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에 현직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박중화 서울시의회 의원(국민의힘, 성동구제1선거구)은 3일 오후 11시 53분, 서울시의회 ‘서울에너지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에 지지 의사를 내비치며, 당원들에게 지지 참여를 촉구했다. “서울시의원 박중화는 대통령 계엄선포에 적극 지지하며 모든 당원은 대통령 지지선언으로 힘을 모아주십시요.” 3일 오후 10시 30분경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뒤, 약 1시간 20분이 지나서 한 발언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를 위해 의원들이 속속 집결하고 있었고, 안팎에서는 시민과 계엄군이 곳곳에서 충돌하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때였다. 박중화 의원은 제11대 서울시의회 하반기 환경수자원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다. 제11대 서울시의회 상반기 때는 교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박중화 의원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당장 별로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난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한 거니까 그냥 지지해준 것뿐이지, 별로 생각없어요, 저는요.” 기자가 “의미가 없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질문에 박 의원은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그냥 대통령이 잘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어요, 나는 그냥.” 이어 박 의원은 “지난번에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우리 당이 한번 실패했었던 생각을 했던 것뿐이다”고 말했다. 기자가 “(단톡방 안에서) 발언에 대해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냐”고 묻자 최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 “한 명도 없습니다. 혼자만 바보였습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최규화 기자 khchoi@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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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라는 ‘오래된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가상현실의 개념을 만들어낸 SF작가 윌리엄 깁슨의 말입니다. 아마 인공지능 만큼 이 말에 들어맞는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이미 에어컨부터 스마트폰, 자율주행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인공지능을 활용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빠띠 월간이슈] 1:1 대화'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저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습니다. 우선 인공지능에 관한 쟁점들로 구성된 10가지 질문에 응답하니 유사한 응답을 한 사람들끼리 그룹으로 묶여서 표현되었다. 마치 은하계에 펼쳐진 성단처럼 표현되어서 신선했는데, 개별 질문마다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룹이 나누어진 후, 나와 가장 다른 선택을 한 사람과 짝이 되어 1:1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1:1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척 긴장되었지만, 안내에 따라 차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스스로도 놀라웠습니다. ▲갤럭시 맵. 나와 유사한 응답을 한 사람들이 별무리로 그룹화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문항 별로 사람들의 응답도 확인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료를 학습해 만든 생성물을 ‘창작물’로 볼 수 있는가? 저는 이 질문에 ‘창작’이라는 활동 자체가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여 인공지능 생성물은 창작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대화를 나눈 분은 인간 또한 갑자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축적된 자료, 경험 등에 기반하여 창작한다는 점을 들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료를 학습하는 것과도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을 해주셔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창작물’이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나 법률적인 부분도 기술 발달에 맞춰서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이야기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의 미래는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달려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서 견해가 다른 질문들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다른 질문들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면서 같은 응답을 했어도 서로 다른 이유로 선택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화하면 할수록 서로 같은 결론으로 흐르게 되었습니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기술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고, 앞으로 인류가 어떠한 방향과 목적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활용하냐에 달려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알 수도 있었고, 세부적으로는 견해가 달라도 큰 틀에서는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대화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대화’의 자리와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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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걱정에도 ‘골프’ 논란 끊이지 않는 대구교구[신부가 해고됐다 5화]
“한국 교회가 번영되었으나 또한 매우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가운데서 일한다. 사목자들은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취하려 하는 유혹을 받는다.” 2014년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천주교회 사목 방문. 교황은 첫 번째 순서로 한국 주교단을 만나 이렇게 연설했다. 한국 교회의 세속화를 걱정하며, 가난한 자들의 벗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교황의 연설을 두고 종교계와 언론에서는 “부유층과 골프를 치고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일부 사제들의 행태를 지적한 것”(MBN <한국 사회 일깨운 ‘교황의 어록’> 2014. 8. 18.)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성직자들의 골프장 출입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주교관을 나가 빈민촌에서 스스로 밥해먹는 주교들이 어서 나타나기를 빈다. 육체노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성직자들이 많아지길 빈다.”(한국일보 <“사제들은 부자를 위한 교회 만들지 말라는 교황의 말씀 명심해야”> 김근수 기고, 2014. 8. 20.) 하지만 교황의 ‘걱정’에도 한국 신부들의 골프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대구대교구는 골프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팔공컨트리클럽(CC)’을 운영하는 우경개발의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구대교구 산하 재단인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우경개발의 지분 51%를 소유하고 있다. 팔공CC를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교구가 팔공CC를 소유하게 된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거 1980년대 대구대교구 사제들이 신군부의 국보위 입법회의에 참여한 이후 대구대교구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2016년 제기됐다. 골프장 등을 운영할 수 있는 이익을 누렸다는 것이다. 대구대교구는 제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다. 팔공CC 운영에도 논란이 있었다. 팔공CC가 30년 동안 280억 원에 이르는 ‘불법 미인가 회원권’ 530여 개를 발행해 운영한 사실이 2019년 드러난 것. 대구시는 불법적인 영업활동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팔공CC는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불법회원권 발행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체육시설법이 그동안 개정돼 골프장 회원모집 인원제한이 없어졌고, 시정명령을 따를 경우 골프장이 도산할 수 있다며 시정명령은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골프장 문제로 떠들썩했던 대구대교구에서, 이른바 ‘골프 신부’의 업무태만으로 인한 갈등도 발생했다. “심기열 신부가 어떤 억압된 감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도록 전문 심리상담가의 상담이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2022년 3월 대구대교구는 심기열 신부(34)에게 ‘편집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체가 비밀에 부쳐진 자문단의 진단이었다. 심 신부를 만나본 적도, 전문의의 진료도 없이, 자문단의 한마디에 교구는 심 신부를 정신질환자라고 낙인 찍었다. 사건의 발단에는 ‘골프 신부’가 있었다. 심 신부는 2021년 1월 A성당 보좌신부로 발령받았다. A성당 주임신부는 심 신부를 사제의 길로 인도한 ‘아버지 신부’다. 어릴 적 다녔던 성당에서 인연을 맺은 스승 같은 존재. 심 신부가 사제의 길을 고민하던 열아홉 살 무렵, 주임신부는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보좌신부와 주임신부 관계로 다시 만난 그는, 심 신부가 존경하던 어른이 아니었다. 심 신부는 “주임신부가 미사 시간을 변경하면서까지 골프, 당구, 외박을 하는 등 업무태만이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미사 일정은 전월 말 또는 당월 초에 주임신부와 보좌신부가 상의해 신자들에게 공지했다. 하지만 주임신부가 ‘골프 약속 때문에’ 갑작스럽게 미사 일정 변경을 통지하는 일이 잦았다는 게 심 신부의 주장이다. “주임신부가 미사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연락해 약속이 있으니 제게 미사를 대신 진행하라는 식으로 통보했습니다. 한 달에 많으면 15일 정도 미사 일정을 바꿨습니다. 신자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신부가 쉬는 날은 월요일이다. 보통 신부들은 월요일에 개인적인 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A성당의 주임신부는 휴일이 아닌 날에도 미사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골프 등 취미생활을 즐겼다는 것이다. 미사 일정 변경은 심 신부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급하게 변경된 일정 때문에 강론을 부랴부랴 준비해야 했다. “보통 저는 저녁 미사를 하고, 다음 날 강론을 준비하고 다른 성당 업무를 마무리했습니다. 당일 아침에 갑자기 미사를 대신 해달라고 하면 새 강론을 부랴부랴 준비해야 합니다. 성당 업무를 제가 전부 처리하게 되는 겁니다.” 심 신부는 당시 종잡을 수 없는 일정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평소 앓던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심해졌고, 두통에 시달렸다. “제가 (주임신부) 수족 같았습니다. 같은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심 신부는 주임신부가 신자들과 자주 골프 약속에 갔다고 전했다. “주임신부가 이전에 (다른 성당에서 가까이) 지냈던 신자들과 시간이 맞으면 골프 약속을 가는 식으로 일정을 바꿨습니다. 보통 새벽같이 나가서, 오후 4~5시쯤 돌아왔습니다. 더 늦게 들어오는 날은 저녁 미사 직전에 들어와서 바로 미사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심 신부는 2021년 한 해 동안 주임신부와 미사 변경 문제로 여러 차례 대화했다. 시간이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임신부가 미사 일정 문제로 사과도 했었고,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벌을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됐어요.” 심 신부는 자신이 신학생 시절 공부했던 교회법 지침대로 성당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결국 심 신부는 교구청을 찾아갔다. 사제를 관리감독하는 주교가 이 문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2021년 12월 교구청 면담 자리가 마련됐다. 대주교, 보좌주교 등 요직에 있는 사제들과 주임신부, 그리고 심 신부가 참석했다. 셜록이 입수한 교구청의 면담 기록에 따르면, 당시 A성당 주임신부는 “매달 첫 목요일에 골프모임이 있어서 간 적 있지만 자주 가지는 않았다, 골프는 한 달에 네 번 이상 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면담 이후, 교구가 주임신부에게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결과는 그 반대다. 오히려 심 신부에게 다른 성당으로 옮기라는 인사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그 명령에 따라 심 신부가 B성당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리상담을 받으라는 교구의 공문을 받았다. 같은 해 4월 심 신부는 갑작스러운 ‘휴양 명령’도 받았다. 교구는 자신들이 지정한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심 신부는 자신에게 정신질환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8개월간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관련기사 : <‘정신질환’ 몰아서 신부 해고… 이것도 신의 뜻입니까> 그는 교구에서 지정한 의원보다 더 규모가 큰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서울 소재 대형 심리상담센터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다. 교구가 주장하는 편집성 성격장애나,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구는 2022년 12월 심 신부를 ‘면직’했다. 면직 사유도 밝히지 않았다. 심 신부는 2023년 2월 교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면직 사유라도 알고 싶었다. 소송 과정에서 밝혀진 면직 사유는 ‘불순명(不順命)’. 명을 따르지 않은 죄다. 교구는 자신들이 지정한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를 보고하라는 명을 따르지 않았다며 심 신부를 면직했다. 심 신부에게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이 없다는 심리검사 결과는 철저히 무시됐다. 재판부도 심 신부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2심 재판부 모두 사건을 ‘각하’했다. 종교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취지였다. 심 신부는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려 상고한 상태다.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접수했다. 인권위는 12일 만에 ‘초고속’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사인(私人)에 의한 인권침해 행위는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습니다”라는 것이 이유였다.(관련기사 : <인권위마저… 아무도 ‘해고’ 신부에게 답하지 않았다>) 대구대교구의 사정을 잘 아는 C 신부에게 심 신부의 면직 과정에 관한 견해를 물었다. C 신부는 심 신부가 문제 제기한 주임신부의 미사 일정 변경에 대해 “거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추석, 설, 성탄절 등이 겹치면 일정을 바꾸는 일이 가끔 있지만, 신부가 놀러 가면서 미사 일정을 바꾸는 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다. “가끔 사정이 있으면 양해를 구하더라도, 자주 있으면 안 되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좌신부에게 하루에 미사 두 번 다 하라고 합니까. 특수한 경우라면 몰라도, (주임신부) 본인이 할 일은 해야 합니다.” 심 신부의 면직 처분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입장이었다. 다른 직업과 달리, 사제는 면직되면 성직자 신분이 박탈돼 어느 곳에서도 신부로 일할 수 없다. “교구청의 아량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C 신부는 교구청의 면직 결정에 “사회에서도 바른 소리를 하면 괘씸죄에 걸린다”며, “새파란 젊은 신부가 20년 넘은 경력을 가진 신부를 고자질한다고 (교구에서) 안 좋게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취재 중 들은 교구 측 인사의 답변이 떠올랐다. 대구대교구는 아동 성추행 신부, 여직원 성추행 신부, 노래방 ‘도우미’ 논란 신부에게도 면직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관련기사 : <아동성추행 신부도 안 잘렸는데… ‘괘씸죄’가 더 큰가>) 성직자국장에게 대체 면직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인간은 나약하니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다시 사제로 살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참사회의를 거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거죠.” 하지만 그런 기회가 유독 심기열 신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성직자국장이 덧붙인 이 말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심 신부는) 한 번도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 자체를 안 했습니다.” 지난 10월 대구교구의 공식 입장과 사건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 총대리주교는 “재판(소송) 중인 사건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성직자국장의 설명을 교구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심기열과 함께 생활했던 주임신부에게, 골프 약속 등으로 업무에 태만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해당 신부는 “심 신부에게 부담을 줄 만큼 (골프나 당구 등을) 한 적이 없다”며, “미사 일정은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사무처장은 “그 신부(심기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입에 담고 싶지 않다”며, “종교 내부 사안이라서 기자님도 접근을 조심하셔야 한다, 그 사람(심기열) 말은 믿지 말라”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주임신부의 골프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취재를 위해 성직자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편파적으로 글 쓰는 걸 보면서 내가 말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취재를 거부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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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연주와 3분의 구호: 표현의 자유인가, 업무방해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274.] 업무방해죄로 처벌해야 하는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로 존중해야 하는가. (이장희 교수) 2022년, 살상용 전쟁무기들이 전시된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음악과 구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평화를 위해 직접행동에 나선 이들은 장갑차 위에서 기타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전차 위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단 5분의 연주, 단 3분의 구호였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이들이 “위력을 행사함으로써 업무를 방해”했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전시회 업무의 보호를 우선시한 판결입니다. 평화를 위한 짧은 연주와 구호가 과연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교수가 비평했습니다. 지난 2024년 10월 10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전시회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이유에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전쟁없는세상’ 소속 사회운동가 등 8명에게 벌금 50만원 등을 선고하였다, 이 항소심 판결은 앞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신용훼손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평화를 위한 연주와 구호, ‘1심 무죄’ 뒤집은 ‘2심 유죄’ 위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22년 9월 22일 고양시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무기거래반대에 대한 입장 발표’ 등을 하기로 공모하였고 당일 입장권을 구매하여 다른 관람객들처럼 통상적인 방법으로 입장하였다고 한다. 이후 피고인 일부는 전시 중인 장갑차 위로 올라가 기타와 바이올린을 5분간 연주하였고, 또 다른 일부는 K2전차 위로 올라가 “방위산업체의 이윤=누군가의 죽음, STOP THE ARMS FAIR, 전쟁장사를 멈춰라”는 문구가 기재된 현수막을 펼쳐 든 채 “전쟁장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확성기 없이 육성으로 3분간 외쳤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1심 판결에서는 피고인들이 업무방해죄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보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전시회장 내에서 소란을 일으켜 행사 관계자들과 참여업체들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을 끼쳤고 일반관람객들의 전시회에 대한 인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므로 피해자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 조직위원회’의 전시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항소심 판결은 원심판결의 결론을 뒤집어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헌법을 중심으로 한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이 과연 기본권을 존중하는, 타당한 판결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헌법적 가치인 ‘평화’와 ‘표현의 자유’ 고려했어야 첫째, 피고인들은 당시 전시회의 주제였던 방위산업전을 ‘전쟁장사’로 규정하고 그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였다. 하지만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표현할 자유’라는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기본권 행사에 적지 않은 위축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물론 의견이 엇갈리는 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현하다 보면 타인의 권리와 늘상 충돌할 수 있고 정도가 지나치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표현으로 다소간에 방해와 충돌, 소란과 혼란이 있었다고 하여 업무방해죄로 무분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통한 개인의 인격발현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질서를 저해할 수 있다. 둘째, 피고인들이 “전쟁장사 중단하라”라고 외친 구호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평화’의 가치에 부합한다. 헌법 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히고 있다. 헌법전문은 헌법 중의 헌법으로서 헌법조항을 포함한 모든 법령의 해석·적용의 기준과 지침이 된다. 최근 전쟁이 빈발하는 국제정세에서 아직도 분단체제와 전쟁위험 속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세계평화의 문제는 단순한 구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동이 무기 거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나 동기의 정당성은 일부 인정하였지만, 피고인의 주장과 표현에 담긴 평화의 헌법적 가치와 절실함, 그 현실적 중요성은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법원의 판결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담긴 헌법적 문제, 그에 따라 기울어진 법원의 저울 셋째, 위력 여부에 대해 원심판결과 항소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렸던 것처럼, 피고인들의 위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장갑차 위에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거나 3분간 구호를 외친 정도의 행위는 오히려 누구를 압박하기보다는 평화적인 퍼포먼스로 보일 뿐이며, 전시회 업무를 방해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항소심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현실적으로 제압할 것을 요하지 않고 또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도 않는다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 따라 피고인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런 식으로만 보면 어떤 행위가 위력에 해당하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라도 타인의 업무를 방해할 추상적인 위험만 있으면 언제나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결과가 될 것이다. 과연 이러한 식의 법리 적용이 정의로운 것일까? 아마도 여기서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천칭저울은 보호하고자 하는 업무와 방해원인이 된 행위 사이에서 처음부터 업무만을 보호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방해원인들 중에는 헌법상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 행사도 있을 수 있다.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만 따른다면 그것이 헌법상 기본권 행사든 뭐든 언제든 처벌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여기서 헌법이 살아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게 어떤 행위가 위력인지 여부가 의심스러운 데도 불구하고 업무방해죄의 유죄로 추정해 버려야 하는가? ‘5분’ 연주와 ‘3분’ 구호, 견딜 수 없는 권리 침해인가? 넷째, 항소심이 원용한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피고인의 표현행위를 헌법상 기본권 행사로 존중할 수 있으려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 즉 정당행위로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업무방해에 관한 기존의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를, 기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도 불구하고 이 경우 정당행위의 법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나 헌법적 가치를 함께 고려하고 존중할 수 있는 정의 실현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정당행위 성립 여부를 따져보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떤 행위가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그리고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 간 법익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2도5077판결 등). 이 사건을 보면 피고인들이 외친 ‘전쟁장사 중단하라’와 같은 구호로 무기 판매를 반대하려는 목적은 헌법상 평화의 가치에 비추어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 장갑차 위에서 올라가 5분간 악기를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제창한 것은 기본권 행사로서 용인될 수 있는 평화적 방법으로서 상당성이 있다.  그 표현행위로 인해 전시회 업무가 방해될 위험이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의 정도가 매우 경미하여 법익균형성도 충족한다. 또 무기 판매를 중단하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인들의 표현행위는 방위산업을 홍보하는 전시회가 열리는 바로 그 때 그 장소에서 하지 않으면 의미전달의 효과를 가지기 어려운 것이었으므로 긴급성이나 보충성 요건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다행히 항소심 판결 역시 피고인들의 행위가 목적의 정당성을 가지는 점은 인정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피고인들에게 그 시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다거나 위와 같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한 상황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더구나 항소심 판결은 별다른 이유 없이 피고인들의 행위를 수인한도를 넘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집회나 시위라고 단정해 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항소심은 피고인들이 장갑차 등에 올라가 5분간 연주하고 3분간 구호를 외친 것이 왜 집회시위로서 수인한도를 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혹시 타인의 권리와 조금이라도 충돌하기만 하면 언제나 수인한도를 넘는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게 한다. 헌법 정신,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헌법제정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민주적 헌법국가라면 헌법이 살아 있어야 하고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개별 사건의 재판에서도 언제나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단순히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적 판단에서 헌법이 존중되고 고려되려면 당연히 기존의 법리도 새롭게 살펴서 헌법의 정신이 잘 반영되도록 가꾸어 나가야 하지만, 개별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에서도 기존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고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의 재판부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기본권 행사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점, 다른 법익과의 충돌 정도, 행위에 따른 결과나 피해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피고인들의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명확하였다면 ‘의심스러울 때에는 기본권에 유리하게’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존중, 보호될 필요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  따라서 기존에 업무방해죄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성립을 허용하는 추상적 위험범의 법리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의 표현행위가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든가, 적어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으로써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의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타당했을 것이다.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 국민에겐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방위산업의 주인공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방위산업이 중요하고 필요하더라도 일차적으로는 우리의 안보를 위한 방어적인 무기가 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우리 국민은 헌법이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한 바에 따라 혹시 우리의 방위산업이 그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침략적 전쟁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지를 정부에게 따져 물을 권리가 있다.  헌법국가의 건강한 시민사회라면 그러한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그러한 경미한 퍼포먼스조차 용인될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리 국민이 살상용 전쟁무기 수출에 동조하거나 묵인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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