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

2024.12.05

329
4
한량입니다
2024년 12월 3일, 교과서에서만 보던 비상계엄이 현실로

처음에는 잘못 본 줄 알았다. 처음 속보를 접한 언론사가 워낙 찌라시나 가십거리, 자극적인 내용만 다루는 언론사라 더욱 그랬다. 게다가 지금은 2024년이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별이 꽂혀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온 참이었다. 너무나도 평화로운 상황에, 비상계엄 속보는 말이 되지 않았다.

“비상계엄? 말이되냐” 

오보라고 생각했다. 내가 교과서에서 배운 비상계엄은 실제 적이 침입해 국토에 타격이 있는 정도 수준이 아니면 발령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평소에는 수도 없이 오던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았다. 비상계엄을 발령할 정도면, 재난에 행달할텐데, 비상계엄에 재난문자조차 오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상계엄은 현실이었다. 갑자기 핸드폰 인터넷 창에 빨간색 마크를 단 속보 기사가 계속 쏟아져 나왔다.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YTN 등 뉴스 통신사부터, 일간지와 경제지까지. 모두 ‘비상계엄’ 글자를 담은 본문없는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때야 정신이 들었다. 

“아, 진짜구나.”

곧장 윤석열이 직접 발표했다는 비상계엄령 선포 동영상을 찾아봤다. 파란 뒷배경에 초점이 흐릿한 윤석열이 ‘대한민국 대통령’ 이란 팻말이 적힌 단상에 앉아 약 6분 가량 자신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지에 대해 말했다. 믿기지 않았던 몇 마디는 이랬다.

출처 : SBS 뉴스 캡쳐
    •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입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린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선포문을 다 듣고난 뒤, 내 반응은 정확히 이랬다.

“저건 그냥 야당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잖아. 마음에 안드니까,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처리하겠다는 거잖아. 그냥 본인 마음에 안 들면 다 종북인거고, 그 인간들이 국회에 있으니까 처단하겠다는 거잖아. 본인 마음에 안들면 국가 비상사태인 거고, 그러니까 비상계엄 선포한다는 거잖아. 이건 본인이 국가자체라는 거잖아. 그렇게 믿는다는 거고. 진짜 이게 끝인 거잖아?……이게 말이 돼?”

국회의원들과 시민들은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그 위로 헬리콥터가 날아 다녔고, 멀리서 탱크가 오고 있었다

이후 뉴스에서는 여의도 국회를 중심으로 속보를 계속해서 전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개혁신당 할 것 없이 각 정당에 속한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SNS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을 빠르게 말했고, 언론은 이를 재빠르게 전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주십쇼”라고 유튜브 라이브로 말했다.

상황은 점점 급박해졌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모이는 것과 더불어 시민들도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장한 군인들이 속속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모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지어 국회의사당에 헬기가 떠돌아다닌다는 기사와 탱크가 가고 있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평소 같으면 믿지 않을 기사들이지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문을 듣고난 뒤부터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믿지 못할 현실이었다.

“아니, 윤석열은 뭘 원하는 거야? 군인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거야? 총으로 난사라도 하겠다는거야?”

처음에는 군인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지, 국회의원들을 체포할 수 있는 건지, 국회의원들을 실제 체포하면 그 뒤부터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모이는 이유도 몰랐고, 모이지 않았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아마 그때 모이지 않았으면, 어쩌면 지금의 글도 못 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출처 : 경향신문

그때 머릿속에 맴돈 건,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다큐멘터리와 몇몇 영화에서 본 장면들이었다. 군인이 국민들에게 총을 겨누고, 발포하고, 국민들은 그들이 쏜 총알에 속절없이 맞아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장면말이다. 예전에 광주의 ‘전일빌딩’에서 본 모습도 떠올랐다. 헬리콥터에서 군인들이 전일빌딩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해 생긴 총격 흔적들이었다. 당시 가이드분은 이렇게 말했다.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그리고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황정민 배우)이 한 대사도 떠올랐다.

“오늘은 여기가 전장이야.”

4,000여 명의 시민들과 190여 명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으로 모였고,
계엄사령관은 포고령 1호에서 “처단한다”고 말했고, 계엄군은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깼다

뉴스는 계속 속보를 전달했고, 현장 상황을 라이브 영상으로 송출했다. 국회의사당 근처에 있는 차량용 CCTV 영상인 듯 했다. 지도앱을 켜고 국회의사당 근처 CCTV를 켜고 보니, 이내 라이브 뉴스 송출 관계로 볼 수가 없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뉴스의 라이브 영상을 보면 차량들이 속속 도착해서 내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꽤 많은 시민들이 이미 국회의사당 쪽에 도착한 것이 보였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기사는 4,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반면, 계엄군 역시 280여 명이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출처 : 연합뉴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몇 가지 보도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윤석열의 비상계엄 자체가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원천 무효 비상계엄 선포이며, 재적 국회의원 과반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찬성하면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위 내용을 보면 윤석열의 속셈은 재빠르게 국회를 장악해서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에 모이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속솓들이 모인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 안으로 향했다. 개혁신당의 이준석 의원은 경찰에 막혀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담장을 넘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갔다.

김용현 국방장관 / 출처 : KBS

그사이 전해진 뉴스로는 비상계엄을 국방부 장관인 김용현이 직접 윤석열에게 건의했다는 것, 계엄 사령관으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했다는 것과 그가 계엄 지역의 행정과 사법을 관장할 권한을 받는다는 것과 계엄사령부 발표한 포고령 제 1호 내용이었다. 포고령 1호 전문은 이랬다.

    •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가,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가장 눈에 들어온 표현은 단연 ‘처단한다’였다. 처단한다는 말자체는 정의가 악을 물리칠 때나 쓰는 말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지금 본인은 정의이고, 의료진은 악이라고 생각한 걸까. 전공의 사태로 의료진과 갈등을 빚던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김에, 말 안 듣는 의료진을 ‘처단’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려는 걸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망상이길 바랬다.

“하, 이게 말이되는 상황인가?”

입에서는 이 말이 계속나왔지만, 모든 건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뉴스만 애타게 보며, 속속 올아오는 기사를 주변에 전달하고, 애궃은 책상만 계속 두드릴 뿐이었다. 그저 과반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으로 들어가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원들이 안전하게 국회 안으로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다. 그리고 그때,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관 유리창을 깼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4,000여 명의 시민들은 군인들을 막았고,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유리창을 깬 계엄군은 곧장 국회 본 회의장으로 들어가려는 듯이 보였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계엄군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현직 국회의원들을 체포한다면 상황은 그대로 종결되는 것이었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렇다면 저 계엄군은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국인들이, 국민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누가 군인을 막을 수 있을까. 누군가는 막아야 하는데. 누군가는 저들을 막고,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해서든 국회 본회의장 안으로 들여 보내야 하는데.

출처 : MBC 뉴스

그리고, 그렇게 애타게 여러 뉴스 보는 도중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시민이 말했다. “우리가 시간 끌어야 돼. 오고 있어요 다들”. 또한, 더불어민주당의 안귀령 대변인은 계엄군의 총을 잡으며 막아섰다. 그러자 계엄군은 순간적으로 안귀령 대변인의 흉부를 향해 총을 겨눴다. 안귀령 대변인은 그런 계엄군에게 “부끄럽지도 않냐. 부끄럽지도 않냐고” 라며 소리쳤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회 본청 입구에 있던 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진입해오는 계엄군에게 소화기를 뿌리며 맨손으로 저항했다. 사무실에 있던 가구를 날라 본청 입구를 막았고, 총을 든 계엄군이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유리문을 통해 들어오려고 하자 유리문을 온 몸으로 막았다. 또한 앞서 창문을 깨고 들어온 계엄군들이 국회의장단 실이 있는 복도까지 침입하자 거기서도 보좌진들은 온 몸으로 계엄군들을 막았다. 그 사이 국회본회의장에는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였다. 희망이 보였다.

애가 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190명 전원 찬성 채택
우원식 국회의장 “저도 마음이 급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서 절차가 잘못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희망은 원래 이렇게 애가 타는 걸까. 시민과 보좌진, 당직자들이 계엄군을 온 몸으로 필사적으로 막아선 덕분에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190명의 국회의원들은, 서둘러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바라는 마음과는 다르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본 회의장 내부에서는 “빨리 합시다, 밖의 상황이 급합니다!” 라는 말이 오갔다. 나 역시 동감하는 말이었다.

출처 : SBS 뉴스 캡쳐

이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은 “저도 마음이 급합니다. 밖의 상황이 급한 거 압니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서 절차가 잘못되면 그것도 문제입니다.” 라고 말했다. 만약,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결의안이 채택되면 윤석열이 이 결의안 자체도 무효라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의미였다.

만약, 명분을 내준다면 그 역시 안 될 일이었다. 시민들과 보좌진, 당직자, 국회의원들이 노력이 허투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안되지 라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가령 이런 생각이었다. “윤석열이 과연, 결의안 채택된다고 받아들일까?” 불길한 건 항상 벌어지던데. 제발 아니기를 바랬다.

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계속 두드리는 사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전달됐다. 투표는 빠르게 진행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결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투표가 완료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말했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써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자 본 회의장 안에서 “와아” 하는 환호 소리가 들렸다. 그걸 보고 있던 나는 그제서야 가슴을 조금 쓸어내렸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약 3시간만에, 비상계엄 해제가 선포된 순간이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 그 이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채택 이후, 다행히 계엄군은 국회를 속속들이 빠져나갔다. 그 중 한 계엄군은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떠났다. 그 계엄군은 뭐가 죄송했던걸까.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군인의 신분이 죄송했던걸까, 혹은 말도 안 되는 명령에 복종했던 것 자체에 대한 사죄였을까. 혹은 국회를 장악하라는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린 상관을 대신했던 걸까. 그 의미를 모른채, 시민들은 계엄군이 떠난 자리를 밤새서 지켰다.

출처 : 경향신문

문제는 윤석열이었다. 앞서 우려가 마치 실현이 되기라도 할듯이, 도통 용산에서 비상계엄 해제에 대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그사이 언론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또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방금같은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몇 시간 뒤면 해가 뜰 시간임에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그사이 나온 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계엄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고 했다는 기사였다. 몇몇 기사에서는 실제 잠입해 있던 계엄군의 영상이 보도됐다. 이는 곧 2017년에 나온 계엄문건에 적힌 내용을 그대로 실현하려고 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얼마 뒤, 용산에서 윤석열은 계엄해제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은 이렇게 말했다.

    • “저는 어제 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습니다.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하여 계엄을 해제할 것입니다. 
    •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하였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습니다. 
    •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명확히 말하는 것은 없었고, 오직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멈춰달라는 ‘요구’만 있었다. 국민 그 어느 누구에게도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는 없었다.

45년만의 비상계엄을 통해 본 것과 했던 생각, 존엄한 국민과 졸렬한 빌런

고작 3시간만에 끝난 45년만의 비상계엄으로 전국이 들썩였다. 원화 가치는 떨어졌고, 주가와 코스피는 급락했으며, 일부 가상자산 역시 급락했다. 스웨덴 총리는 방한을 연기하며 외교에도 차질이 생겼다. 12월 4일 아침에는,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호외’가 등장했다. 아침에 그 호외를 다시 읽으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윤석열은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을 정말 몰랐을까?”

아마 이 의문의 정답은 윤석열 본인만이 알 것이다. 현재 나온 상황에 따르면, 윤석열은 “계엄, 난 잘못 없어… 야(野)에 경고만 하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모든 상황에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몰이해와 몰상식을 보면 인간이 맞나라는 의문마저 든다. 폭거를 알리고 싶었다고 하던데, 폭거는 누가 한 것일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던데, 그걸 파괴하려고 한 건 누구일까? 혹은 정말 외신 기사의 말마따나 “정치적 자살”을 하고 싶었던 걸까? 비상계엄이 정말 옳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 걸까?

출처 : 한겨레 페이스북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가 쓴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희대의 살인마 안톤 쉬거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아. 나는 단지 내가 정한 규칙을 따르는 거야. 내 방식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¹ 안톤 쉬거는 이런 말을 하며 사람들을 무참히 죽인다.

안톤 쉬거 /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컷

자신의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하는 윤석열은 영화의 살인마 빌런과 다를바가 없다. 한가지 다른 점은 안톤 쉬거처럼 매력적이지도 않고, 실력이 있지도 않은, 그저 졸렬한 빌런이라는 점이다. 졸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옹졸하고, 천하며, 서투르다”이다.

반면, 불과 몇 시간 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모습은 과거 책으로만 봤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허구가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2016년 10월부터 12월까지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이후, 우리나라를 누가 지키는지 국가가 정말 누구의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 심야에 국회로 모여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포고령에 따라 출판과 의사표현, 집회의 자유를 억압받는 상황에 놓여있을 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었던 국민들 그리고 보좌진들, 당직자들,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존엄한 국민들이다. 그리고 그런 존엄한 국민들이 주인인 국가는 존엄한 국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있다.
부정확하고 부적잘한 시스템을 부추기고 가담한 자들이 있다는 점,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교과서에 실리게 될 것이라는 점,
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는 점

향후 미래는 알 수 없다. 6개의 야당은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발표했고,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움직임을 달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발표한 탄핵소추안이 채택될지 아닐지는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과 기억해야 할 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윤석열이 발표한 12월 3일 비상계엄은 분명 역사 교과서에 실려서 후대에 계속해서 전해지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에 동조한 사람들과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도 분명히 담기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1, 2, 3 카운트 다운을 하듯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됐고, 3시간 만에 졸렬하게 끝났다고 말이다.

둘째, 시스템이 부정확하고 부적절하게 작동하도록 부추기고 가담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절차는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수십 년 검사에 검찰총장까지 했던 윤석열이 이걸 몰랐다면 그것도 문제지만, 이것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지시받은 대로 이행한 인간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육군참모총장 등이다.

만약, 이번 사태가 비상계엄이 아니라 북한에 미사일이라도 쏘는 거였다면 어땠을까. 오늘의 사태는 만약, 윤석열이 북한에 한 발 쏴, 라고 말하면 실제 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랬다면 오늘의 사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가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그건 지금의 윤석열이 존엄한 민주주의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마련해준 자리이지, 지가 왕인줄 알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한, 본인 마음에 안든다고 법에 규정한 대로가 아니라, 본인이 규정한 대로 군부대와 사법, 행정을 통솔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다. 이러한 내 확신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는 모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그 가치의 소중함을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다시금 느낀 나는 분명히 이렇게 생각하고, 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존엄한 국가의 대통령실에 졸렬한 윤석열은 필요없다.”
공유하기
한량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한량 님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동감합니다. 포고령을 읽고 읽고 또 읽었는데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5조였습니다. 프라이빗하게 얼마나 감정적이게 계엄을 선포했는지 느껴지는 항목이었어요. 아이 같죠. 아니 아이도 눈치는 봅니다.

당시의 상황과 생각을 기록해주셔서 저도 따라 읽으며 되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세력을 종북으로 규정하고 처단하겠다’라는 게 비상계엄 선포문의 내용이었어서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이후 군인을 막아서는 비무장 민간인들의 모습이 라이브방송되고, 그걸 우리는 지켜보고… 이런 일을 또 겪을 수 없습니다. 제대로 정리해야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정리를 잘 해주셔서 정독하면서 다시 시간순으로 사건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누군가 다쳤다면 어쩌나, 이 상황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라면..., 지난 과거에 있었던 역사들이 반복되면 어쩌나 등 길고 깊은 고민의 밤이었습니다. 국회로 모여주시고 빠르게 대처해주신 분들 덕분에 한숨돌렸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상황이네요... 여전히 조마조마합니다.

이 상황은 정말 믿을 수 없네요. 비상계엄이 현실로 다가오고, 마치 과거의 어두운 시절처럼 느껴집니다.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너무나도 혼란스럽고, 과연 그가 정말 나라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군인이 국회를 향해 가고,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이 모인 상황은 긴장감을 더합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확한 정보와 차분한 판단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하게 이 상황을 넘길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