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밤이였다.
나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 거실로 나왔다.
그러나, TV에서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속보였다.
할 말을 잃었고 혈압이 올라가 나는 TV에 페트병을 던졌다.
순식간이었다. 국회에는 군대가 들이닥쳤고, 경찰은 국회를 봉쇄했다.
밤늦게까지 나와있다가 경악스런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직접 맞서기 시작했고, 국회의원들은 담을 넘어 들어가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절차를 강조하며 계엄 해제가 안건으로 상정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만약, 절차를 무시하고 너무 빠르게 처리했다가는, 나중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이를 문제삼으며 물고 늘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엄 선포 155분만에,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고, 그리고 6시간만에 이 초유의 사태는 종료되었다.
하지만…이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국가 이미지와 위상은 하루아침에 추락했다.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라는 비상계엄은 명분자체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폭거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였고,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긴급상황도 아니였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서 국가의 사법 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말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나: 야당 대표, 이재명의 방탄. 국민의힘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서 수도 없이 나온 말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의 방탄국회 조성에 대한 처벌이 먼저다. 양아치 국회의원 겉은 이등이 정치계에 발 못붙이게 본보기를 보여야한다.’
그러나, 이는 헌법을 망각한 시각이다. 우리나라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이재명이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듯이, 김건희 여사도 법 앞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을 말하면서, ‘김건희 방탄’을 하는 명백한 이중잣대를 보였다.
내 입장은 단호하다: 김건희 여사 처벌 없이는 이재명의 처벌도 없다.
둘: 민주당의 입법독재. 민주당은 입법독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민생을 챙기기 위해 애쓰는 ‘피해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였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말로 선량하고 국민을 생각했다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입법폭주, 입법독재라고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안 및 법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내가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뿐: ‘당신들이 민생을 위해 해 준 것이 뭐가 있는데?! 뭐가 있냐고?!’
셋: 종북 반국가세력. 김건희 특검을 외치던 민주당은 물론, 특검에 찬성하던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반국가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였다.
언론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방탄을 비판하면서도, 민주당이 벌인 행동들은 어디까지나 헌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일이며, 민주당이 무력 쿠데타를 시도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치 현실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난데없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단시키려 한 것은 터무니없는 독재적 발상이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도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고 말하면서,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야당의 잇단 탄핵 소추와 예산 삭감에 따른 국정 차질을 들었지만 ‘그런 국회 입법 권력의 독주가 헌법이 규정한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병력으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가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으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국민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MBC와 JTBC는 더더욱 언론의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MBC: 국민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어젯밤 기습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해 한밤중 무방비상태의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습니다.
JTBC: 윤석열 대통령은 초헌법적 비상계엄령 선포로 우리 역사의 시계를 45년 전으로 후퇴시켰습니다. 소총을 든 계엄군 280명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짓밟았고, 21세기 서울에 군용헬기와 장갑차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영화보다 황당한 현실에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는데, 날이 밝으며 드러난 상황은 생각보다도 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나는 댓글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은 충격적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말로는 안됨', '이재명 범죄공화국이 되면 일상이 무너진다', '민주당이 탄핵을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 '윤석열은 잘한 것이다. 이재명을 구속하라', '촛불시위는 북 지령 받았다' 등...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는 끝장이었다.
야간 통행 금지, 대학교 휴교, 일체의 집단행동 금지, SNS 활동 및 언론활동 검열 등...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서 한 소리하고 싶었다.
'이게 너희들에는 지상낙원으로 보이는가?'
소닉 포시즈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나는...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대한민국은 '소닉 포시즈'와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세계의 99%를 지배했던 에그맨 제국처럼,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군사독재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고, 최후의 보루였던 국회는 무너질 위기였지만, 시민들, 그리고 의원들의 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에그맨 제국'과 같은 악랄한 모습을 드러냈다.
5일, 국민의힘은 비상 계엄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탄핵 남발을 막겠다"며 국회서 규탄대회를 여는 뻔뻔스럽고 악랄한 태도를 보였다.
'탄핵안 부결'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규탄대회까지 열고, '헌법을 무시하고 탄핵을 남용'한다니, 감히 무슨 자격으로 민주당을 비난하는가? 민주당을 비난하고, 대통령을 보호하려고 나선 것은 국민을 우롱한 것으며,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다.
결국, 경향신문은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가'라는 사설로 국민의힘의 태도에 대해 한탄했다.
-헌법과 민주적 질서를 파괴한 대통령을 여당이라고 해서 감싸고 지키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과 사익을 위해 국가 변란을 꾀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국가 정체성과 민주주의의 보루가 돼야 할 입법부의 책무를 저버린 행태 아닌가.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진정 역사의 죄인이 되려는 것인가.
-국민의힘 내부는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얼마나 무도한지 제대로 알리지 못해 계엄이라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막가파식 폭거에 국회가 망가졌다”고 했다. 전날 밤 여당 지도부를 만나 “야당 폭거를 알리려 (계엄을) 했다”는 윤석열의 변명을 복창할 뿐이다. 야당이 계엄으로 몰았다는 남 탓을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 야당을 척결해 국정을 맘대로 하겠다는 게 바로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독재임을 모른다는 말인가.
-국민의힘은 윤석열 방탄을 도모하다 나중에 후회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친위 쿠데타 동조자로 민심의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은 물론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또 다른 국가적 불행을 막지 못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은 민심과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계엄) 준비는 오래전부터 진행됐던 것이고, 이전에 의도했던 시기를 한 두 번 놓쳤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번엔 조금 충동적으로 시기를 선택했고, 준비 무능이 결합돼 1차 시도는 무산됐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서, 추가적인 계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닉 포시즈'에서 소닉과 그의 동료들로 구성된 '저항군(레지스탕스)'이 세계를 되찾기 위해 싸웠듯이, 이제는 우리도 '저항군'이 될 때가 온 같다.
방법은 많다. 후원을 하고, 촛불을 들며 시위에 참여하거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저항군'이 될 방법은 소극적이어도 가능하다.
나 혼자서는 약하지만, 서로가 힘을 합친다면...윤석열과 국민의힘의 오만한 질주와 권력놀음을 끝장낼 수 있을 것이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국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감히 누가 맘대로 우릴 대변해 (집어쳐)'
다시, 진짜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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