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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학계에서도 궁금해하는 성수동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지난 시간을 통해 팝업스토어가 견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지역의 지속성과 문화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팝업스토어와 같은 짧아진 공간의 주기는 지속적으로 공간을 점유하는 상점들의 점유를 어렵게 만들고, 지역의 특색을 형성하는 상점들의 지속성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팝업스토어의 흥행은 지속될 수 있을까요 ? 팝업스토어가 빠지고 공실만이 가득한 성수동이 된다면 성수동은 여전히 ‘한국의 부르클린’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 이번 시간에는 학계에서 어떤 연구들이 오가고 있는가를 탐색해봤습니다. 이전 글 보기 ・ [연구원정] 성수동의 심상치 않은 젠트리피케이션 📚 도시 재생, 실내디자인, 경관 변화 그 어느 사이의 성수동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측면에서 ‘팝업스토어’라는 변수가 만든 특수성에 초점을 잡고 해당 주제를 바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 성수동 / 팝업스토어 세 개의 키워드로 논문들을 훑어보았습니다. 재밌었던 점은 성수동과 팝업스토어에 대해 다양한 학계에서 각기 다른 방면으로 주목하고 있었다는 것인데요. 특히 성수동은 201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연구 사례지로 등장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첫번째로 한국지역학회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등 도시, 지역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연구입니다. 2010년 중반대부터 현재까지 폐공업단지의 변화와 관련된 연구와 이와 관련한 지자체의 대응 정책 관련한 연구, 지역민의 전치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이나믹 등 도시재생 정책, 문화재생, 지역 변화, 젠트리피케이션 등의 세부 주제로 이루어져있었습니다. 또한 서울시의 젠트리피케이션에도 주요 대상지로 자주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대한건축학회,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등에서 경관, 공간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연구입니다. 성수동의 붉은 벽돌, 외관, 길, 건물, 폐공장 리모델링 등 외관 및 경관 변화에 주목하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실내 디자인으로서 볼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 대해 팝업스토어의 영향, 특징과 관련한 주제들 뿐만아니라, 그 팝업스토어가 이루어지는 성수동의 상업 공간 분포, 디자인, 보행디자인 등 성수동이 도시적 측면과 관련한 특성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로 팝업스토어 관련한 연구들은 주로 마케팅이나 경영 측면에서 팝업스토어의 영향, 특성 등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성수동은 다양한 학계 내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주목할 이슈로서 인식되고 있었으며, 팝업스토어 또한 마케팅, 경영 측면과 공간 디자인 측면에서 새로운 현상과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팝업스토어와 도시 재생(젠트리피케이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논문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 성수동의 변화를 짚어 보는 시간 이를 바탕으로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자 성수동과 관련된 연구에서 자주 선행연구로 언급되는 성수동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과정 및 특성 연구, 김상현・이한나, 2016 를 선택하여 리뷰를 진행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성수동 일대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과정을 시기별로 파악하여 공간상의 특징을 분석하고자, 언론기사(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성수동의 시기별 키워드를 검색하고, 통계자료 및 인터뷰를 통해 추가적인 근거와 현상을 파악합니다. 그 결과 크게 세 개의 시기로 공간적 변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제 1기((’06~’09)는 재개발 이슈로 인해 주거와 공장이 혼재되었던 성수동 일대의 공장들이 성수동 외곽지역 내지는 외부로 이전하는 시기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했으며, 제 2기(’10~’13)에는 재개발이 무산되면서 지가상승이 둔화된 시기, 공장이 빠져나간 장소에 음식점, 휴게음식점 등이 진입하였고, 이는 곧 성수동의 지역 정체성을 주거지역/공업지역에서 “놀러가기 좋은”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됨에 따라 핫플레이스로의 변화 및 상업 부동산 투자가 증대되는 시기였습니다. 제 3기 (’14~’15)는 젠트리피케이션 가시화가 되면서 성수동의 정체성이 완전히 자리잡게 되면서 외부에서 유입되는 손님을 상대로 하는 상권이 자리 잡는 시기, 지역 정체성 및 상권이 재편되면서 지역주민을 고객으로 하지 않는 점포(갤러리, 공방 등)들이 크게 늘었고, 상업부동산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다고 분석합니다. 궁극적으로 제1기에 지가 상승으로 이전된 공장들의 빈터는 재개발 계획의 취소로 인해 카페와 같은 휴게음식점업으로 재구성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과정에서 성수동 상권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점포가 아닌 외부 고객층을 중심으로 하는 점포가 들어섰습니다. 이것이 정부의 성수동 브랜드 구축 전략과 맞물려 지역 이미지를 주거공간에서 상업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입니다. 해당 저자는 이와 같은 변화를 바탕으로 외부인을 위한 상점들은 도시 내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집단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을 논하며, 상점들의 성수 주민들과의 접점 형성 프로그램 및 정책을 통한 성수동 주민들의 소비와 혼합하여 커뮤니티 유지, 상권 유지에 기여 필요하다고 제언하며 논문을 마칩니다. 인상깊은 점은 결국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여 쇠퇴한 곳이 새롭게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났다는 점입니다. 즉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이 지역 쇠퇴를 만들고 그 지역이 문화 재생이 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 다시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공간이 된 것으로, 빈 공장들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를 봐서 생긴 공간입니다. 즉, 현재의 변화는 (산업 쇠퇴 보다) 1기의  지역의 재개발 붐으로 상승한 임대료로 인해 나간 공장자리에 카페, 갤러리같은 외부인을 위한 업종들이 유입하면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성수동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2016년의 성수동이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정책적인 측면이 아닌 신문기사와 인터뷰같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통해 사회 현상적인 측면에서 바라봄으로써 현실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시 공간의 변화가 단순한 쇠퇴와 흥행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메커니즘 안에서 형성되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의 한계점과 왜 해당 연구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논문의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2016년에 진행된 연구로 이후의 변화를 훑어보는데에는 한계가 있었으며 그 이후의 연구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연구의 틀을 바탕으로 어떤 공간적 변화를 통해 현재의 팝업스토어로의 변화가 발생했으며, 팝업스토어가 지금의 공간적 변화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바라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 ? 현재 성수동과 팝업스토어 등에 대한 연구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계 내에서도 관심이 있는 사례와 키워드라는 것은 꽤나 반갑기도 했는데요. 다만 어느 시각에서 바라볼 것인가를 잘 다듬지 않는 이상, 연구가 말하고자하는 바를 잘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어느 배경과 학계를 바탕으로 복합적, 다학제적으로 풀어낼 것인가를 지난하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위 논문을 통해 성수동의 팝업스토어,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하여 꼭 어떠한 전후 사정의 이론을 발견하고 차이점을 확인하는 연구가 아닌 성수동이라는 사례 안에서 질적 연구와 사회 동향 파악 통한 연구방법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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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소셜섹터기업의 민간재원 활용 모색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지난 글 [연구원정]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요?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한달 간,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방안 확대’에 관한 연구를 구체화하였습니다. 먼저, ‘사회적금융’을 키워드로 국내외 문헌을 살펴보았습니다. 사회적금융에 관한 연구는 사회적경제 연구, 경영학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기반 기금 조성, 생태계 구축 등에 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역 연구원, 각종 지역연구 학회 등에서 활발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금융 사례가 축적되었지만(박상하, 2015; 이현주, 2017; 김시백, 2019; 김유현, 2020; 박상우, 2020; 조복현 & 김수림, 2020; 민병길 & 김준일, 2022), 그럼에도 공공재원에 국한되어있다는 점이 한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본 연구의 목적은 공공재원을 통한 자본조달에 대한 비판이 아닌, 소셜섹터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본조달 다양성 확보’를 목표합니다. 때문에, ‘민간재원’ 활용에 초점을 두어 선행연구를 살폈습니다. ‘투자 중개소 확보’와 ‘소규모 개인 투자 영역의 확대’라는 두가지 흐름에서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민간재원 활용 첫번째는 코넥스(KONEX) 시장을 통한 소셜섹터기업 증권거래소 활용입니다. 코넥스 시장은 중소,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입니다. 코넥스 시장이 개설되기 이전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은행대출과 정책자금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고 있었으며, 직접금융(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매우 낮았습니다(한국거래소, 2017). 현재 사회적경제기업의 자금조달 형태와 비슷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때문에, 이헌상 외(2013)은 사회적금융시장의 중개소 역할을 코넥스 시장이 한다면, 소셜섹터기업이 보다 다양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습니다. 실제로 현재 코넥스 시장은 인증 사회적기업에 한하여 상장이 가능합니다. 이정민(2021)은 보다 많은 소셜섹터기업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 범위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로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코넥스 시장을 활용한 소셜섹터기업의 투자 시장 활성화는 ‘다양한 민간재원 활용’이라는 제 문제의식과 일치했습니다. 다만, 시장에 상장되기에 주식회사 형태를 가진 기업만이 해당된다는 점이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형태는 주식회사와 명확한 차이를 가지고 있기에, 코넥스 시장을 통한 투자 시장에 포함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두번째로 살펴본 것은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입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수의 투자자, 자금을 모집하는 플랫폼, 자금이 필요한 조직 또는 개인으로 구성된 자금조달 방식이고,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펀딩입니다(Mollick, 2014). 크라우드 펀딩은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거나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자금조달 역할을 하고, 온라인 상으로 진행되어 편리하다는 강점을 가집니다. 또한 펀딩의 혜택을 제안자와 후원자가 함께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습니다(이선희 & 이상윤, 2023b).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은 와디즈, 텀블벅, 오마이컴퍼니 등이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소셜섹터 기업의 자본조달 연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Banhatti, 2016; Lehner & Nicholls, 2017; 김영섭 & 나주몽, 2020; 이선희 외, 2020; Pratono, 2020; Farhoud, 2021; 이선희, & 이상윤, 2023a; Chen, 2023; Talukder & Lakner, 2023). 주로 경영학적 관점에서 기업의 생존연구, 펀딩을 통한 신호이론 연구, 투자자의 동기요인, CF의 효과성 등에 초점을 둔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특히 벤처 영역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어왔습니다. 많은 형태의 사회적 금융이 공공재원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민간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입니다. 뿐만 아니라, 소셜섹터기업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하고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입니다. 개별 투자자의 동기가 펀딩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크라우드 펀딩은 사회의 필요를 확인하는데에도 기여합니다(Lehner & Nicholls, 2017). 📒선행연구 탐색 크라우드 펀딩이 소셜섹터기업의 민간재원 확보를 위해 활용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여,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사회적경제영역에서의 관점과 경영학적 관점의 선행연구를 살펴보았습니다. 중점적으로 리뷰한 논문은 Lehner & Nicholls(2017)의 ‘Social finance and crowdfunding for social enterprises: A public–private case study providing legitimacy and leverage(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금융과 크라우드 펀딩: 정당성과 영향력에 관한 공공-민간 사례 연구)’입니다. 본 연구는 사회적금융의 분산된 자금구조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 활용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기에, 제가 가진 문제의식과 유사하다고 보았습니다. 연구는 기업, 사회적금융, 개인투자자, 정부, 지역사회 등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필요를 구조화하고, 각 주체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감세 정책을 통한 시스템 활성화을 제안하였습니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측면이 있지만, 개별 주체가 ‘필요로 하는 것’과 ‘원하는 것’에 집중하기에 제 연구의 핵심 논문으로 선정하였습니다. 크라우드 펀딩 자체에 대한 학술적 이해를 위해 Mollick(2014)의 ‘The dynamics of crowdfunding: An exploratory study(크라우드 펀딩 다이내믹스에 관한 탐색적 연구)’를 추가로 살펴보았습니다. 본 연구는 미국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성장하던 때에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위해 이뤄진 탐색적 연구입니다. 기존 벤처 자본조달 이론과의 차이성,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공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포괄적으로 다뤘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투자자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투자 행위가 기존의 경영학 이론(품질연구, 신호 이론 등)을 통해 설명가능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출발한 벤처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상품(및 서비스) 제공의 품질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행연구를 살펴보며, 투자자들의 동기와 크라우드 펀딩 유형에 따른 펀딩의 활용, 소셜섹터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크라우드 펀딩이 기여하는 요인,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상품(및 서비스) 제공의 품질 연구 등이 연구 아이디어로 떠올랐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 한명한명이 모여 기업을 움직이게 한다는 측면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소셜섹터와 많은 부분 일치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연구는 소셜섹터기업의 자본조달 방안으로써 크라우드 펀딩의 역할과 방향성 제안에 관한 고민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김시백. (2019). 전라북도 사회적경제 금융시스템 구축 방향. 전북연구원 김영섭, & 나주몽. (2020). 마을기업에 대한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참여 의도의 영향 요인 분석: 확장된 통합기술수용모형 (UTAUT2) 을 적용한 펀딩 경험 여부에 따른 집단 간 비교. 마케팅관리연구, 25(4), 1-20. 김유현. (2020). 경남 사회적경제기업의 투· 융자 지원을 위한 기금조성의 필요성과 운용방향. 경남연구원 중점정책연구 현안연구, 1-104. 민병길, & 김준일. (2022). 지역사회적은행 설립에 대한 연구: 해외사례검토를 중심으로. 경영경제연구, 44(3), 125-146. 박상우. (2020). 지역재생을 위한 사회적금융의 활성화 방안. 지역사회연구, 225-250. 박상하. (2015). 광주지역 사회적금융 활성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 지역개발연구, 47(2), 55-86. 이선희, & 이상윤. (2023a). 국내 크라우드펀딩 연구 동향 분석과 향후 연구과제: 연구 목적과 결과 중심으로. 전략경영연구, 26(1), 1-33. 이선희, & 이상윤. (2023b). 사회적경제조직의 크라우드펀딩에 관한 연구: 참여목적과 특징을 중심으로. 중소기업금융연구, 43(2), 41-78. 이선희, 이상윤, & 윤찬민. (2020). 크라우드펀딩팀 다양성이 크라우드펀딩성과에 미치는 영향. 신산업경영저널, 38(1), 71-95. 이정민. (2021). 사회적 금융 전문 거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금융 전문 증권거래소 설립 검토. 법학논총, 45(4), 233-259 이헌상, 김일곤, & 김유상. (2013). 사회적 기업 육성을 위한 코넥스 (KONEX) 시장 활용 방안. Asia-Pacific Journal of Business & Commerce, 5(3), 15-31. 이현주. (2017). 충북지역 사회적경제기금 단일사례연구. 보건사회연구, 37(1), 399-430. 조복현, & 김수림. (2020). 지역의 사회적금융 생태계 구축 방안-대전충남 지역의 자금조성과 배분을 중심으로. 한국협동조합연구, 38(1), 23-56. 한국거래소. (2017). 2017 코넥스시장의 이해. http://konex2013.homepage.whois.co.kr/?act=board&bbs_code=sub6_1&page=6&bbs_mode=view&bbs_seq=1311 Banhatti, R. D. (2016). Crowdfunding of a social enterprise: the GloW project as a case study. Crowdfunding in Europe: State of the art in theory and practice, 223-239. Chen, W. D. (2023). Crowdfunding for social ventures. Social Enterprise Journal, 19(3), 256-276. Farhoud, M., Shah, S., Stenholm, P., Kibler, E., Renko, M., & Terjesen, S. (2021). Social enterprise crowdfunding in an acute crisis.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Insights, 15, e00211. Lehner, O. M., & Nicholls, A. (2017). Social finance and crowdfunding for social enterprises: A public–private case study providing legitimacy and leverage. In Crowdfunding and Entrepreneurial Finance (pp. 113-128). Routledge. Mollick, E. (2014). The dynamics of crowdfunding: An exploratory study. Journal of business venturing, 29(1), 1-16. Pratono, A. H., Prima, D. A., Sinaga, N. F. N. T., Permatasari, A., Ariani, M., & Han, L. (2020). Crowdfunding in digital humanities: some evidence from Indonesian social enterprises. Aslib Journal of Information Management, 72(2), 287-303. Talukder, S. C., & Lakner, Z. (2023). Exploring the Landscape of Social Entrepreneurship and Crowdfunding: A Bibliometric Analysis. Sustainability, 15(12), 9411.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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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정] 영세 조직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부트캠프>에 참여 중인 대원님의 연구과정을 정리한 글 입니다. 🚀 지난 글 [연구원정] 친환경 소셜벤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법은? 에서 이어집니다. 연구 주제 구체화까지의 이야기 저의 문제의식은 사회적 가치 지향 조직들이 지속적이고 확장가능한 성과 달성이 어려운 현실에서 비롯했습니다. 이들 조직이 지향하는 성과는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 성과 중 비교적 많은 논의가 이뤄져온 경제적 성과가 아닌, 사회적 성과 달성 차원에서 지속가능성을 주목해보고자 했습니다. 사회적 가치 지향 조직들의 낮은 지속가능성을 ‘문제’로 정의한 이유는, 이들의 존속이 그 자체로 사회적 가치 창출력을 의미한다는 데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는 지속적이며 확장 가능한 사회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회적 경제 조직 중 소셜벤처의 공급사슬(Supply Chain)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될 연구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왜 SCM인가 SCM은 ‘Supply Chain Management’의 약자로, ‘공급사슬관리’ 혹은 ‘공급망 관리’라고 번역됩니다. 수요 계획부터 판매 계획 실행까지 기업 내 모든 부서의 의사결정 최적화를 목표하는 경영전략이라는 점에서, SCM은 기업 운영체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사회적 기업과 소셜벤처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성과 관리 차원에서 이뤄져 왔습니다(고일권, 2024). 이때 성과 관리 연구란 사회·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그 정도를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 대부분입니다. 성과를 달성하는 데 있어 영향 요인을 파악하는 것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자체로 성과 달성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에 저는 실질적인 사회적 성과 달성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고민하던 중 전사적 경영전략인 SCM을 연구의 주요 테마로 선정했습니다. 사회적 성과 달성을 위한 SCM 연구 동향 SSCM: 사회적 성과 달성을 위한 SCM 저는 SCM 관련 선행연구를 검토하면서, 제 연구 목적이 ‘SSCM(Sustainable Supply Chain Managemen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SSCM은 SCM에 사회·환경·경제적 목표를 투명하게 통합하여 달성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이외에도 환경적 차원에서의 공급사슬관리를 뜻하는 ‘GSCM(Green Supply Chain Management)’ 개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공급사슬과 관련한 연구가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라는 범주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연구 경향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들 선행연구에서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기 위해 SCM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공급사슬에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여 지속적인 사회적 성과 달성을 도모하겠다는 연구 아이디어는 일견 타당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SSCM 연구 동향 SSCM 연구 동향은 이론과 수리적 모델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파악해보았습니다. 먼저 이론적 차원에서 SSCM 연구 동향을 파악한 Carter et al.(2020)는 48.17%는 지속가능성을 주요 개념으로 다뤘으며, 앞으로 지속가능성의 세 축(경제, 환경, 사회) 간의 상충관계를 연구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때 상충관계는 경제·사회·환경적 지속성 중 하나를 확보할 경우 다른 하나가 위협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가령 환경과 사회 간 상충 관계는 개도국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본국에서 생산할 경우, 탄소 발자국은 줄이는 대신 개도국에서의 일자리 상실을 초래하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연구 데이터는 표본 크기 확보의 어려움으로, 단일 산업 보다는 다양한 산업을 포괄하여 수집되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추후 연구에서의 데이터 수집 역시 유사한 특성을 가진 산업 그룹을 대상으로 수집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수리적 모델 차원에서 SSCM 연구 동향을 파악한 Seuring(2013)는 연구의 대부분이 환경적 요인 중에서도 CO2 배출과 에너지 사용량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며, 사회적 차원의 지속가능성은 양적 모델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경제·사회·환경이라는 세 가지 축 중 연구가 가장 미진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후 연구에서는 Carter et al.(2020)와 같이 세 차원을 통합하여 상호 관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며, 단순히 상충 관계에 따른 극복이 아닌 상호 이익 솔루션을 도출할 수 있도록 대안적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을 권했습니다. 나의 SSCM 연구는? 종합하면 SSCM 연구는 주로 CO2 배출 저감 등 운송 분야와 환경적 차원에서 진행되었고, 앞으로는 환경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세 축을 통합하여 이들 관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SSCM 연구는 단일 산업 대상, 사회적 성과에 관해 실증적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의 연구 주제는 소셜벤처에서 상충관계를 완화하거나 극복하는 의사결정 지원, 충돌 유발 요인 파악 등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CM은 주로 제조업 분야의 규모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개념인 듯하지만, 이해관계자와의 네트워크 관리라는 점에서 개념적으로는 비영리단체나 NGO까지 다양한 조직에 적용할 수 있어 연구 가능성을 짐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셜벤처를 대상으로 한 SCM 연구가 조직이나 사회 차원에서 최우선순위로, 반드시 필요하진 않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분명 필요하며 이에 따라 연구 역시 기여할 바가 있다고 판단하여 연구를 이어가고자 했습니다. 또한 선행연구를 통해 저의 연구 목적으로 밝혔던 ‘사회적 성과’와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구분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저는 연구가능성을 보다 확보하고자, 지속가능성이 아닌 사회적경제 조직의 이중 목표 중 하나로서 ‘사회적 성과’를 목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성과’란 경제적 성과와 반대되는 것으로, 지속가능성에서 말하는 사회와 환경 축 모두를 포함합니다. 핵심 논문 리뷰 저의 연구 목적은 “대기업에 비해 영세한 규모의 사회적 경제 조직에서 SSCM을 도입하려면?” 이라는 질문에 답하는 데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충관계 의사결정 지원이나 충돌 유발 요인 파악 등 질문을 풀어가는 구체적인 과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관련 선행연구를 찾아보았습니다. 소셜벤처 또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SSCM 연구는 찾을 수 없었으나, 중소기업에서의 SSCM 도입 방해 요소를 파악한 선행 연구가 있었습니다. 올해 발간된 논문으로, SSCM을 도입할 만큼 자본과 기술이 충분하지 않으며 경영진의 노력이 부족한 점이 도입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의 지원과 기술 역량 향상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극복 전략도 함께 제시하는데, 사실 연구에서 밝힌 도입 방해 요소와 극복 전략이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소기업(SMEs)에서 SSCM 도입이 어려운 이유 논문은 문헌 검토, 중소기업 전문가 대상 FGD(Focus Group Discussion), 다중 의사결정 방법론 중 BWM(Best-Worst Method)을 통해 중소기업에서의 SSCM 도입 방해 요소와 우선순위 선정, 주요 방해 요소에 대한 극복 전략을 제시합니다. 9가지 카테고리의 55개 방해 요소 중 주요 방해 요소로는 15가지가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15 가지 방해요소는 크게 경제 및 재정적/기술적/규제적/제도 및 조직적이라는 네 가지 분야로 요약됩니다. 이 중 경제 및 재정적 요소가 7개로, 경제와 재정이 SSCM 도입을 방해하는 핵심 요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생산 관행에 필요한 자금 부족, 혁신 활동을 수행할 자본 부족, 높은 실행 및 유지 비용, 높은 투자와 낮은 경제적 수익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낮은 가격 압박이 언급되었습니다. 요약하면 SSCM은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반면 수익성은 떨어지며 기업이 이를 감당할 만큼의 자본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SMEs에서의 SSCM 도입의 어려움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입니다. 논문은 이에 대한 극복 전략으로, 협업 능력과 기술 개발,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제품의 이점 홍보, SSCM 전략 개발뿐 아니라 이해관계자와의 파트너십을 강조합니다. 경제 및 재정적 요소 다음으로는 기술·규제·제도 및 조직적 요소가 주요 방해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기술은 지속 가능성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지만, 많은 조직이 지속 가능한 혁신에 필요한 기술적 노하우나 역량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논문은 극복 전략으로 세금 감면과 인프라 지원 등 SSCM 도입을 촉진할 정책 및 규제, 조직 내외의 기술 교류, 실험실 설립 등 기술 역량 개발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조직적 장애물은 최고 경영진이 지속가능성을 위해 헌신하지 않고, 적절한 공급망 전략이 미흡한 현실로 설명됩니다. 논문은 조직의 정책과 비전에 지속 가능성 통합, SSCM 구현을 위한 장기 전략 개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적 계획 수립을 극복 전략으로 제시합니다. 시사점 논문에서 제시하는 방해 요인과 이에 대한 극복 전략은 그 자체로 큰 인사이트를 주지는 못했으나, 제가 얻은 것은 분명했습니다. 영세한 규모의 조직을 대상으로 한 SSCM 연구 현황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1) SSCM은 규모를 망라하고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나 2) 대기업과 특정 산업이 아닌, 규모가 작은 조직을 대상으로 한 SSCM 도입과 관련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참고한 선행연구가 올해 발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솔루션 제시로 나아가기도 하는 대기업 및 산업 대상 SSCM 연구와 달리 중소기업의 SSCM 연구는 문제정의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는 조직의 유형이나 분야를 특정하여, 소셜벤처 등 비교적 영세한 규모의 조직에서 SSCM 도입을 고민하는 것으로 연구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상충관계와 관련한 의사결정 등 고민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체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직과 분야를 특정하여 방해 요소를 도출함으로써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위한 기본 단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소회 소셜벤처와 같이 영세한 조직의 네트워크가 연구가 필요할 정도로 복잡한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SSCM 연구가 현장에서 의미가 있을지 여전한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영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지속가능한 SCM을 연구하는 경영학 교수님께 질문을 드린 참이지만, 접점이 없었다는 점에서 답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나의 학문적 배경과 무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 실효성에 대한 회의감이 자주 찾아오는 와중입니다. 앞으로 연구계획서를 완성해가며 연구의 필요성이나 실현 가능성, 활용 방도에 대한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참고문헌>Carter, C. R., Hatton, M. R., Wu, C., & Chen, X. (2020). Sustainable supply chain management: Continuing evolution and future directions. International Journal of Physical Distribution & Logistics Management, 50, 122-146. Gonçalves, H., Magalhães, V. S. M., Ferreira, L. M. D. F., & Arantes, A. (2024). Overcoming barriers to sustainable supply chain management in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A multi-criteria decision-making approach. Sustainability, 16, 506. https://doi.org/10.3390/su16020506 Seuring, S. (2013). A review of modeling approaches for sustainable supply chain management. Decision Support Systems, 54(4), 1513-1520. 고일권. (2024). 텍스트마이닝을 활용한 사회적 경제 분야 국내 연구 동향 분석 :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한국진로창업경영학회지, 8(5), 91-114. 윤숙희, 이상훈, 박성순, 안정아, 오춘희, 주가연, 허광진, 최우석, & 송재민. (2023). 국내 사회적경제 연구 동향 분석: 2012~2021년 KCI 등재 논문을 중심으로. 한국협동조합연구, 41(3), 5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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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다른 사람과 토론 말고 대화 나누기, 꼭 필요한 경험
와, 이거 재미있겠다!  <한국의 대화>  홍보 글을 봤을 때의 첫 느낌이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랑 '토론'이 아닌 '대화'를 한다고? 마침 시간도 가능해서 단번에 (zoom참여로)신청하고, 주변에도 추천했다. 특히 교사로 일하고 있는 지인들에게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소개했다.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난 후에는, 학교에서부터 이런 시간이 필수로 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시된 10개의 질문들은 자주 접하는 물음이어서, 확고한 나의 생각이 있는 주제들이다.  가끔 지인들과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나와 생각이 비슷하고, 또 생각의 다름이 확인될 경우에는 굳이 대화를  길게 이어나가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가 됐다. 기왕이면 4인이 내용이 풍부할 것 같아서 4인으로 신청했다. 시작할 때 작년 영상을 보여주신 덕분에  행사의 전체적인 흐름과 취지를 파악할 수 있었고, 기대감이 더욱 상승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다만 처음보는 사람들과 줌 공간에서 사회자도 없이 진행하는 대화는 처음이라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과정 내내 ‘어떻게 하지?’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됐다. 지금부터는 그 과정의 기록 전체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가 마무리되고 4인대화방이 만들어졌다, 사회자는 정하지 않았지만 곧장 누군가 나서서 제시된 주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시작했다.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을 소개하기, 관심사 말하기 등이었다. 나를 나타내는 하나의 단어가 뭘까를 고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를 얼마나 노출하는 게 좋을 지도 걱정이었다. 먼저 시작한 분들이 편안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 준 덕분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인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소개 대화를 나누면서 1회성 온라인 대화 모임에서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제일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지 계속 고민이 들었다. 내가 저사람에 대해 저런 정보까지 알아야 하나 싶기도 했고, 또 추상적인 소개에 대해서는 추가 질문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기도 했다. 내 소개에 대해 추가 질문을 받고 좀 당황스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자리이니, 아예 소개를 안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참, 사전에 시간관리자 2인, 호응자 2인으로 역할을 정하고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사회자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대화의 진행에 대한 책임을 공동으로 인식하며 자연스러운 역동성 속에서 대화가 진행된 것 같다. 의견이 다른 사람과 토론이 아닌 대화 하기 4개의 주제로 대화를 진행했는데, 처음 시작한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일본과의 협력은 지속되어야 하는가' 하는 주제는 4명의 의견 스펙트럼이 골고루 분포했다. 나의 스펙트럼과 가장 멀리 있는 참여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왜 저렇게 생각하지?' 싶어서 바로 반론을 제기하고 싶어졌다. 평소라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게 아니죠' 라며  나의 주장을 이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의 자리는 토론이 아니니까,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펙트럼 끝의 그 분도 나와 비슷한 기분이었을까?  가르치려는 듯이 말한다고 느껴진 순간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이신거죠?‘라는 말을 덧붙였다. 토론이 아니라 대화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았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중요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주제는 노키즈존에 대해, 외국인 노동자와 난민에게 동일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AI 기술의 위협에 대해서 였다. 이 주제들은 4인의 참여자들 의견이 대체로 비슷해서, 대화가 심심해져 버리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맞아맞아’ 하고 맞장구를 치는 선에서 마무리하지 않고, 각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들을 나누다 보니 재미있고 풍부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야기가 옆길로 살짝 빠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주제와 일치하지 않는 대화가 잠시라도 이어지는 순간에는 제지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모임을 하거나 회의를 할 때 나는 주로 이런 역할 담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한번, 이건 토론이 아니라 대화이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나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도 않았고, 주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규칙 또한 없었다. 이런 내적 고민을 하는 사이, 대화는 금새 원래의 주제로 돌아왔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할까 주어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질문이 명확한가? 질문에 대해 제대로 일고 있는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야기 도중에 AI기술과 자동화 기술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았고, 서로 '위협'이라고 느끼는 분야들이 창작자, 일자리 등 각기 달랐다.  그래서 질문이 좀 더 세분화 되는 것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라는 용어가 적절한 지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도 '외국인 노동자'라는 단어에서 백인을 상상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혜택'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적어도 빠띠가 주최하는 행사라면, 편견이 들어가 있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한다면 소위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화를 유도하는 행사가 될 것 같다. <한국의 대화>의 의도가, 세상을 어떤 정치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캠페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상호 접촉면을 넓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대화'의 자리가 만들어지기를 신나게 시간이었는데, 4개의 주제를 충분히 다루기에는 시간이 아쉬웠다. 시간이 좀 길거나, 시간 내에 다루는 주제를 줄여도 좋았을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독서모임 들에 참여하고 있어서, 세상일에 대한 얘기도 종종 하는 편이다. 하지만,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아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굳이 만나지 않는다. 때로 다른 견해가 확인되면 굳이 끄집어내서 이야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 날 <한국의 대화> 참여로, 다른 생각들을 차분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 생각의 옮음을 주장하는 대화가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였다.  당연히 나의 생각도 더 풍부해질 수 있었다. 이렇게 일정한 공간에서 서로 예의를 갖춘 안전한 대화의 자리라면, 나의 스펙트럼과 더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차분히 들어볼 수 있을 것 같고, 안심하고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다음 <한국의 대화>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 그 때는 나와 의견이 더 많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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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시대의 AI 안전
AI 에이전트 시대를 대비하는 AI 안전 문제 by 🧙‍♂️텍스 원칙 기반 (Constitutional) AI로 향했던(?) 오픈AI 챗GPT 서비스 시작 이후 오픈AI는 GPT-4, GPT-4o, 그리고 최근의 o1-preview까지 연이어 새로운 모델을 공개해왔지만, 학습 데이터의 구성과 구체적인 학습 방법은 여전히 비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개된 테크니컬 리포트들을 살펴보면 어렴풋이 그 방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AI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올해 4월과 7월에 공개된 두 개의 리포트에서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 (이하 RLHF)의 개선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두 기술은 챗GPT의 근간이 되는 RLHF에 해석 가능하면서 논리적인 원칙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리포트가 공개된 시기와 AI 안전 관련 주요 인사들의 퇴사 및 AI 안전 연구개발 해체 시기가 묘하게 겹칩니다. AI 안전 담당자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을지 이들의 연구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 RLHF는 거대언어모델 (이하 LLM)의 AI 조정 (alignment)를 유행시킨 연구로, 인터넷 규모의 데이터로 학습된 LLM이 사용자의 의도에 맞지 않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답변을 내놓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데이터 어노테이터는 챗봇의 응답에 대해 적절성 순위를 매겨서 이를 LLM의 AI 조정에 사용합니다. 보상 (reward)은 강화학습에서 최적화하려는 목표로,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의 경우 승리에 +1점, 패배에 -1점의 보상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바둑과 달리 일상 언어로 이루어지는 챗봇의 대화에서는 무엇이 좋은 답변인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RLHF는 임의의 대화에 점수를 매기는 보상 모델 (reward model)을 위에서 언급한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학습했습니다. 이러한 RLHF의 보상 모델은 데이터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전 AI 윤리레터에서 지적했듯이 충분한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구성하지 않으면 사회 구조의 편견을 반영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계층적 명령어 (Instruction Hierarchy) 첫 번째 테크니컬 리포트는 4월에 공개된 계층적 명령어로, 프롬프트에 계층 구조를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리포트에서는 탈옥(jailbreaking)과 같은 AI 안전 우회 프롬프팅 기법이 AI 에이전트에서 더욱 치명적일 수 있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필라델피아 농구팀 세븐티식서스가 지난밤 경기에서 승리했는지 챗봇에 물어보았습니다. 챗봇 에이전트는 인터넷 검색 기능을 사용하여 세븐티식서스가 121대 105로 우승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때, 웹사이트 운영자는 웹사이트 방문자들이 원하는 검색 결과 (web result 2)와 함께 사용자의 대화 히스토리를 이메일로 보내라는 프롬프트 (web result 1)를 웹사이트에 주입하여 챗봇 사용자의 정보를 해킹할 수 있었습니다. LLM은 모든 입력과 출력을 동일한 형태로 처리하기에, LLM은 주어진 프롬프트가 개발자가 제공한 것인지 사용자가 입력한 것인지 모델이 생성한 답변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해법 중 하나로 명령어 계층 구조를 도입하고, 이러한 계층적 명령어를 LLM에 적용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계층 구조를 반영하도록 모델을 학습함으로써 위의 예시와 같은 사례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하위 명령어가 상위 명령어와 정렬되었는지 혹은 잘못 정렬(mis-aligned)되었는지를 판별하는 모델을 학습하여 이를 활용합니다. 규칙 기반 보상 (Rule Based Reward) 두 번째 테크니컬 리포트는 6월에 공개된 규칙 기반 보상 (이하 RBR)입니다. 기존 RLHF에서는 사용자가 대화의 선호도에 순위를 매기고 이를 이용해서 보상 모델을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보상 모델은 어노테이터에 의존적이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규칙 기반 보상을 도입했습니다. 이 방법은 사람이 어노테이터에게 줄 수 있는 작업 지침과 유사하게, 원하는 모델 응답을 상세하게 서술했습니다. 이를 위하여 AI 안전을 위한 21가지 명제 (proposition)를 도입했고, 각 명제에 대한 답변 행동 (behavior)을 규칙 (rule)으로 정의합니다. RBR에서는 원하는 행동을 구체적인 규칙으로 분해하여 원하는 행동과 원치 않는 행동을 명시적으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거절은 짧은 사과를 포함해야 한다.", "사용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 없이 거절을 표해야 한다.", "자해 관련 대화에 대한 응답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정하는 공감적인 사과를 포함해야 한다." 등의 규칙을 설정합니다. 개별 행동에 대해서 데이터를 생성하여 LLM 분류기를 개별 학습하고 이들을 조합하여 복잡한 답변 행동을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생성한 보상 신호를 기존 보상 모델에서 얻은 값과 더하여 강화학습 과정에서 사용하게 됩니다. 개별 AI 안전 문제를 넘어선 원칙을 향해서 두 기술은 RLFH의 다른 부분을 다루지만,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해석가능한 논리적 구조를 도입하였습니다. 계층적 명령어를 도입했으며, AI 안전성을 충족하는 상황과 이에 대한 규칙을 정의했습니다. 둘째로 단순한 형태로 정의된 개별 규칙에서는 모델의 판단 결과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논리적 구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이를 이용하여 참, 거짓 분류기를 학습하고 이 결과를 사용하여 강화학습을 수행하는 모습은 현재 모델의 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단순한 명제에 대한 모델의 예측은 신뢰하되, 논리적 구조를 사전에 제공함으로써 현재 LLM이 갖는 가치판단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AI 안전에 있어서 적어도 6월까지는 오픈AI가 원칙 기반 AI (constitutional AI)를 지향했던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이미 선점한 키워드여서 그런지 관련 연구로 소극적으로 언급했을 뿐이고 오픈AI 또한 이와 비슷한 지향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늘 언급한 두 연구 모두 엄밀성은 떨어지지만 적어도 AI 안전에 있어서 다뤄야 할 요소들을 학습 과정에 반영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마련했다는 점은 중요하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생성형 AI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생긴다면 이러한 과정에 관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AI 안전 문제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의 작동 전반에 대해서도 명확한 원칙을 세울 수 있는 방향을 요구해야 합니다. 실제 사용자들은 AI 안전 범주 밖의 상황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리라 예상되는 앞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빈번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앞서 다룬 AI 안전 기술이 AI 플랫폼 기업의 면죄부로 활용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더 읽어보기- 오픈AI, AGI 안전 대비팀 해체 (2024-10-28)- 모델 안전을 넘어선 AI 안전의 필요성 (2024-08-14)- 강화학습이 강화하는 역사 (2024-04-24)- AI 규제,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023-11-22)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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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모금을 하게 된 사람이 쓰는 글
‍ ‍ ‍ 👀 에디터 노트 지난 달 Table Pick을 기억하시나요? ‘비영리 조직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요, 글에서처럼 비영리가 공익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마련이 필수적이죠. ‍비영리 조직이 사업 수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기부 모금’이지만, 활동 취지에 공감하는 기부자를 만나고 신뢰 관계를 쌓는 일은 쉽지 않죠. 후원자 또한 내가 기부한 돈이 의미 있게 쓰이기를 바라지만, 그런 단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대학 내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수익 모델을 가진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던 필자가 가치와 철학을 판매하는 기부 모금가로 변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요.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필자의 경험을 통해, 비영리 조직이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뜻을 함께하는 후원자들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에 영감을 얻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비영리와 영리의 경계가 흐려지던 시기에서 ‍ 2014년 평범한 대학교 3학년이던 저는 학과 친구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각자의 공강 시간(강의와 다음 강의 사이의 빈 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같은 학교에 다니는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공강 시간을 틈틈이 활용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의미에서 이 활동의 이름을 ‘십시일밥’으로 정했습니다. ‍ 이렇게 시작한 봉사 활동이 커져 인근 대학에도 지부를 설치했습니다. 3년 뒤 십시일밥은 29개 대학에서 1,000여 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고,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한 것이 제가 사회혁신 생태계에 들어온 계기였습니다.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생각보다 봉사활동에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봉사의 대가로 받은 식권은 전부 취약계층 대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봉사자 모집을 위한 홍보물 제작비, 식당에서 착용해야 하는 단체 위생복 구매비 등은 저를 포함한 운영진들의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용돈을 받아 생활하던 대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러던 와중에 큰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나가서 상금을 받으면 당분간 운영비 걱정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명회에 참석해 들어보니 가장 중요한 심사 기준은 ‘사회문제 해결 아이디어가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여부였습니다. 당시의 십시일밥 모델로는 입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십시일밥은 자원봉사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단체인데 수익 구조와 어떻게 연관 지어야 하는지 막막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분께서 조언을 주셨습니다. 비영리도 수익 창출을 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오히려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에 기반하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앞으로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점차 흐려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후 십시일밥 총회를 통해 운영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원래는 공강 시간에 봉사활동을 한 대가로 식당에서 받은 식권을 100% 기부했는데, 이후부터는 식당에서 약 20%의 운영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를 기부했습니다. 100% 비영리성으로 운영되던 십시일밥에 20%의 영리성을 얹은 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운영진들의 사비 또한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었고 사업 확장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에 기반한 사회혁신’. 저에게는 구원과도 같은 방법이었습니다. 덕분에 앞서 언급한 경연대회에서는 전국 참가 팀 1,294개 중 1위를 할 수 있었고, 2014년에 시작한 십시일밥은 2024년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사회혁신을 바라보는 저의 관점을 형성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이 필요하며 타인의 기부나 선의에 의해 운영되는 단체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가 명확해져야 하는 순간 ‍ 경연대회 우승 이후 저는 얼마간 십시일밥을 운영하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주축인 조직이었기 때문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이때의 저는 한창 자신감이 붙어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십시일밥을 떠나 오랫동안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번에는 십시일’밥’이 아닌 십시일’방’이었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제가 싫었던 것은 ‘식권 몇 장 기부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깊이 있는 변화를 오랫동안 만들어가는 모습을 꿈꿔왔습니다. 그래서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안전한 주거를 제공하고, 이 기반 위에서 교육과 생활적 지원을 제공하는 십시일방을 시작했습니다. ‍ 2020년 설립한 십시일방은 보육원 등 아동보호시설에서 만 18세가 되어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청년과 깊이 교류하고 필요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 제가 계획했던 깊이 있는 변화가 창출되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재무적으로 지속 가능한지는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특히 주거 지원은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방법은 떠올릴 수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메인 수익 모델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십시일밥을 운영할 때는 비교적 빠르게 수익 모델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지 못할까 고민했고 스스로 괴로워했습니다.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저의 부족한 능력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십시일밥과 다르게 십시일방은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부적합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닐까?’ 이후 저는 모든 사회혁신이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만을 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어야만 지속할 수 있으니 십시일방 또한 이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과거 십시일밥에 수익 모델을 입혔던 경험에 스스로를 가두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다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사람 ‍ 저는 남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에 기반한 수익 모델이 저에게는 오히려 마음이 편한 방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십시일방의 모델은 특성상 기부를 받아야 했고, 대표인 저는 자신도 없고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모금’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처음 십시일방에 기부를 시작해주신 분들은 주로 지인들이었습니다. 평소 자립준비청년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도 있었고, 제가 과거에 십시일밥을 운영했던 것을 아시고 십시일방 또한 믿고 응원해주기로 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속한 회사에 건의해 회사 차원에서 십시일방을 도와주시기도 했습니다. 모든 분께 너무 감사했습니다. 모금에 대해 전혀 모르던 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이분들이 언제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부자가 기부를 중단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기부자 커뮤니케이션 부족입니다. 여러 단체를 후원하고 있는 기부자가 개인 사정에 의해 기부를 줄여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배운 적이 있습니다. 가장 상위에 있는 기준 중 하나는 ‘어떤 비영리단체가 나에게 꾸준히 소식을 전하고 있는지’였습니다. 소식을 전하는 방식이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뉴스레터든 직접 통화를 하는  것이든, 모금에 대해 잘 몰라도 십시일방에 기부하신 분들께는 소식을 잘 전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십시일방은 거의 1인 대표 조직에 가까웠습니다. 대표인 제가 사업을 홍보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을 선발 및 면담하고, 여러 개의 주거지를 관리하고, 행정 처리를 하는 등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별도로 십시일방의 소식을 카드뉴스나 리포트의 형태로 제작해 기부자님들께 보내 드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고 기부자님들께도 이를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멋지게 정리하고 디자인해서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작할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렇게 수개월을 흘려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기부자들의 이탈은 없었지만, 이렇게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습니다. ‘뭐라도 보내드리자’ 그리고 오늘 하루 제가 보고 겪은 일들에 관해 썼습니다. 예를 들어 자립준비청년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도움이 필요해 보여 어떻게 돈을 썼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줄글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때로는 덤덤한 수필 같았고, 어떤 날은 개인적인 일기처럼 쓰기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기부자님들이 제 이메일을 읽으실까 걱정이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정기적인 기부자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부자님들께 보내는 편지 ‍ 줄글이기 때문에 읽히지 않을 것이라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많은 기부자분들이 뉴스레터를 좋아해 주셨습니다. 이메일 소통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가 보내드리는 이메일의 오픈율은 평균 80%를 상회하고, 높은 경우 95%에 달했습니다. 십시일방이 사용하는 뉴스레터 발송 플랫폼 스티비에 따르면 저희 같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오픈율은 평균 13.7%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비영리단체의 뉴스레터 구독자 규모와 오픈율이 반비례한다는 점입니다. 구독자 수가 적을수록 오픈율이 높고 구독자 수가 많아질수록 오픈율이 점차 낮아집니다. ‍ 구독자 수가 적은 조직은 기부자 중 지인의 비중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단체와의 친밀도가 높아 뉴스레터 또한 잘 읽어 보실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자 중에는 해당 사회 문제에 관심이 깊은 선도자(first-mover)들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구독자의 수가 많아지면 이러한 유형의 기부자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에 오픈율이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천 명 미만 카테고리에 속하는 십시일방 또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오픈율이 높을 것입니다. 다만 1천 명 미만 비영리단체 카테고리의 평균 뉴스레터 오픈율(41.4%)보다도 십시일방의 오픈율(평균 80% 이상)이 높은 이유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 첫번째는 이메일을 보내는 저와 기부자님들과의 거리가 짧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이메일을 쓰고, 기부자님들께서 보내주시는 의견을 직접 읽어보며 다시 답장 드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부자님들께서는 언제든 단체의 대표인 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추후 기부자님들의 수가 증가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답장을 주시는 비율이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제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부자님들의 의견은 하나도 빠짐없이 중요한 내용이기에 제가 잘 알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십시일방의 이메일 오픈율이 높은 두 번째 이유는 이메일을 쓰는 사람과 현장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큰 비영리단체는 현장 부서와 사업 기획, 디자인, 마케팅 부서 등이 기능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현장 스토리의 톤앤 매너가 콘텐츠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의 과정을 거치며 미세하게 변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상 현장에서 느낀 섬세한 감정선과 디테일을 전했을 때 기부자들의 마음이 움직입니다. 비영리의 전형적인 서사는 누군가에게는 이미 많이 읽어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읽히는 콘텐츠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가공을 거친 스토리보다는 현장 활동가의 오리지널리티가 살아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이유는 기부자님들께 저의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어떤 도움을 드렸는지에 관한 결과만을 기부자님들께 전하는 게 아닙니다. 대표인 제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여 어떠한 결론에 이르렀는지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자님들은 십시일방을 운영하는 사람의 생각과 영혼이 어떤 유형의 것인지를 궁금해하시기 때문입니다. 비영리단체가 사업의 결과를 정리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따라서  누구나 어느 정도는 표준화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준화된 정보에서 기부자님들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감동과 인사이트는 제한적입니다. 저는 기부자님들이 이메일을 통해 저와 직접 연결되고, 저의 생각을 들어보시고, 때로는 저를 검증하고 때로는 저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더욱 의미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 십시일방의 철학을 판매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2개의 사회혁신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며 느낀 점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조직인 십시일밥을 운영하면서 흐릿해지는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수익 모델의 전환을 경험했습니다. 두 번째 조직인 십시일방을 운영하면서는 어떤 모델에는 수익 구조를 얹히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기부자를 발굴하고 기부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모금가로서 고군분투 중입니다.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듯, 십시일방은 철학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듯, 십시일방도 기부자님들이 그리는 사회 변화의 과정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이 과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이 저의 매일입니다. ‍ ‍ 글 | 이호영 대학교 재학 시절 취약계층 청년들에게 무료 식권을 전달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밥’을 설립했고, 현재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무료 주거지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십시일방’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임팩트를 측정·평가하는 전문 기관인 (주)임팩트리서치랩에서 최고연구책임자(CRO·Chief Research Officer)로 근무하고 있으며, 한양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회혁신 생태계의 N잡러입니다. ❗이 콘텐츠는 'Table Talk(테이블 토크)'의 기사를 가공하여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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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 희망은 소급될 수 없나요[반도체 아이들의 가려진 아픔]
학교로 들어가기 전 김희수(가명, 46세) 씨는 밀짚 챙모자를 챙겨 썼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 민지유(가명, 15세)을 데리러 온 하굣길. 시간은 오후 3시를 가리켰다. 오늘은 희수 씨가 병원에 가는 날이다. “애가 혼자 못 다니니까 항상 보호자 동행하에 등하교해요.“ 희수 씨는 1층 복도 끝 ‘도담반’으로 걸어갔다. 지유는 컴퓨터 수업을 받고 있었다. 희수 씨는 문 밖에 서서 여러 번 지유의 이름을 불렀다. “지유야, 가자!” 지유를 기다리던 희수 씨는 힘에 부치는지 잠시 기둥 벽에 몸을 기댔다. 한참 기다린 끝에, 지유가 걸어 나왔다. 한눈에도 지유는 또래보다 체격이 커 보였다. 키는 170cm 정도. 지유는 신발장에서 신발부터 꺼내, 발을 집어넣었다. 희수 씨가 지유를 불렀다. “지유야, 선생님께 인사부터 해야지.” 지유는 시선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안녕….” 지유는 교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엄마 희수 씨는 한 번 더 지유를 불러세웠다. “기자님한테도 인사했어, 지유야? 처음 뵀으니까 인사해야지.” 지유의 시선은 다시 땅바닥으로 향했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곤 학교 밖으로 뛰어나갔다. 지난 9월 26일 경기 화성시의 한 중학교에서 지유 양의 가족을 만났다. 희수 씨는 대장암 4기 환자다. 2021년 12월 먼저 난소암을 발견해 수술을 받았다. 다음 해 1월에는 대장암(구불결장암)을 진단받았다. 대장에서 발병한 암이 난소로 전이된 거였다. 지유에게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지유는 만 세 살 나이에 자폐증을 진단받았다. 지유는 특수학급(종일반)에서 공부한다. 평일에는 학교를 마치면 언어·인지치료가 이어진다. 평소에는 복지관과 사설 치료센터로 가 수업을 받는데, 이날은 엄마 희수 씨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제가 ‘병원 간다’고 말해도, 지유는 잘 몰랐거든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치료를 하면 며칠씩 집을 못 가요. 제가 집에 없는데 지유가 자꾸 찾으니까… 이제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같이 병원으로 가는 거예요.제가 환자복 입고 나오는 걸 보여주면, 지유도 엄마가 아프다는 걸 깨닫지 않을까 싶어서요. ‘엄마 병원 가’, ‘엄마 배 아파’, ‘엄마 주사 맞아’ 이걸 반복해서 알려주는 거죠.” 오후 3시 30분경, 경기 수원시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암병원에 도착했다. 이날은 X-ray, 심전도 검사와 같은 간단한 검사를 받아야 했다. 희수 씨는 3박 4일 동안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는다. 희수 씨가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러 간 사이, 지유는 의자에 앉아 엄마를 기다렸다. 지유는 희수 씨 핸드폰으로 영상을 봤다. 화면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등장해 동요 ‘아빠 힘내세요’를 불렀다. 유튜브 검색 리스트를 보니, ‘모여라 딩동댕’, ‘짱구는 못 말려’, ‘뽀로로’ 등 어린이 프로그램 제목이 줄지어 있었다. “지유한테 핸드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 알려줬거든요. 그런데 어느 정도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지유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아직 말하는 게 어려워서 그런 걸까. 지유는 행동으로 마음을 표현했다. 나란히 대기 의자에 앉아 엄마 손을 포개어 잡았다. 엄마의 등을 오른손으로 쓸어내리며 엄마 어깨에 얼굴을 기대기도 했다. 말로 표현하진 못해도 마치 엄마를 위로하려는 듯했다. “지유는 거리낌이 없어요. (엄마 아빠한테) 막 비비고 그래요.(웃음)” 엄마 김희수 씨는 삼성 반도체 노동자였다. 1997년 기흥사업장에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20세. 약 19년을 일하고 2016년 명예퇴직했다. 희수 씨는 ‘3라인’에서 오퍼레이터(8년)와 현장관리자(4년)로 약 12년을, LED 생산라인에서 현장관리자로 약 7년을 일했다. 2009년 당시 삼성반도체는 기흥사업장 ‘3라인’을 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2014년)의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 고 황유미 씨 역시 삼성 반도체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만 21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숨졌다. 희수 씨는 근무 당시 화학물질을 다뤘다. 재작업을 위해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얇은 원판)에서 감광액(PR)을 벗겨내는 일을 했다. 감광액은 빛에 노출되면 화학적 성질이 변해 웨이퍼에 원하는 회로 패턴을 보일 수 있게 하는 화학물질이다. 희수 씨는 일할 때 감광액이 방진복에 묻고, 자주 매캐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이 있다. “PR은 뚜껑을 따는 순간 냄새가 확 올라와요. 악취는 아니지만 그 특유의 화학물질 냄새가 있어요. 또 방진복에 튀면 안 지워지는 그런 물질이니까 되도록 안 만져야 하는데, 뚜껑이 안 열리면 억지로 따야 하잖아요. 다리 사이에 병 끼고 이렇게(손으로 뚜껑을 힘껏 따서) 여는 거죠. 그 과정에서 묻기도 하고 그랬던 거죠.” 희수 씨는 2009년 지유를 임신했다. 회사에서 나눠준 임부용 방진복을 입고, LED 생산라인의 ‘EDS 공정’에서 일했다. ‘EDS 공정’은 공정이 완료된 웨이퍼를 테스트해서 불량을 선별하는 과정이다. 해당 공정에서 설비 세척 용도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에틸렌글리콜)에 노동자가 노출될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있다.(반도체 노동자 김○○ 산재 역학조사 보고서, 2016년) 에틸렌글리콜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상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에 포함된 물질이다. 미국과 대만에서 생식독성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물질이기도 하다. 이미 학계에선 발달장애가 업무상 유해요인 노출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Parental Occupational Exposure and Neurodevelopmental Disorders in Offspr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Maryam Bemanalizadeh, 2022년) 해당 연구는 유기용제(시너·솔벤트 등) 노출 시 자녀의 발달장애 발생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반도체 칩이 오픈돼 있는 상태에서 현미경으로 불량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해야 되는 거니깐요. 장갑을 꼈지만 직접 만진다거나 무언가를 덜거나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장비 문을 닫고 (측정용) 레이저를 쏴도 빛이 새어 나오기도 하고.100대 넘는 설비들이 다 붙어 있는 데여서 미로처럼 골목 골목을 엄청나게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그리고 초창기 설비이다 보니 소음이 너무 커서 귀마개를 해야 할 정도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귀마개는 쓰지 않았죠.” 희수 씨는 이런 업무를 출산 30일 전까지 했다. 육아휴직도 90일만 쓰고 바로 복귀했다. 지유의 발달지연은 서서히 발견됐다. 아이는 생후 23개월까지 아예 말을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희수 씨는 자신의 업무와 자녀의 아픈 몸을 연결 지어 생각하지 못했다. “지유가 ‘엄마’ 소리를 안 했어요. 그래서 주위에 ‘엄마’ 소리 듣는 게 소원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당시만 해도 아이가 아픈 걸 회사 안에서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주위에서 ‘치료실 다녀라’ 조언이라도 해줬으면, 더 어렸을 때부터 다니는 건데… 참 많이 아쉬워요.” 희수 씨는 2016년 일을 그만두고, 퇴사자 모임을 꾸렸다. 1990년대부터 함께 일한 여직원 네 명의 모임이었다. 주로 안부 연락을 주고받고, 가끔씩 직접 만나기도 하면서 ‘느슨한’ 모임을 이어왔다. 그러던 지난해, 이들은 그동안 서로 ‘말하지 못한 비밀’을 알게 됐다. 네 명의 자녀가 모두 선천적인 질병이나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세 명의 자녀에겐 지적장애가 있었고, 한 명의 자녀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다. “네 명 모두 3라인에서 일했단 말이에요. 작년에 저희 아이가 특수학급에 간다는 사실을 말했더니, 다른 언니도 아이가 복지카드를 받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하나둘 아이 이야기를 하다가, 모두 애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희수 씨는 아이의 아픔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이가 아픈 게 회사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가 ‘왜 유독 우리 애들만 아플까?’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죠. ‘우리 (태아산재 신청) 한번 참여해볼래? 우리 일이잖아. 우리 아이의 일이잖아.’ 이렇게 된 거예요.“ 삼성 반도체 공장을 떠난 지 7년 만에, 희수 씨는 삼성지원보상위원회에 ‘자녀질환’ 보상을 신청하려 했다. 하지만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지원보상위원회는 자녀질환 지원 대상 질병을 선천성 기형, 희귀질환 정도로 한정하고 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발달장애 특성상 성장 도중 뒤늦게 발견되는 특징 때문. 이에 따라 질병분류도 ‘선천성 기형 코드’(Q코드)가 아니라 ‘정신 및 행동 장애 코드’(F코드)로 분류된다. 더 큰 문제는 ‘태아산재’ 신청도 난망하다는 점이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상법)은 임신 중 업무상 유해환경에 의해 태어난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건강질환에 대한 산재보상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적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태아산재 법안이 시행된 ‘2023년 1월 12일 이후 태어난 아이들에게만’ 적용된다. 이 때문에 태아산재법은 한시적으로 소급 적용을 인정했다. 기간은 1년. 법 시행일 1년 전인 2022년 1월 11일부터 2023년 1월 11일 사이 태아산재를 신청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희수 씨가 딸 지유의 태아산재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당시(2023년)엔, 이미 소급적용 기한마저 지나 있었다. 희수 씨처럼 뒤늦게 태아산재 가능성을 인지한 경우에는 아예 산재 신청조차 못하는 것.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 소속 조승규 노무사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태아산재 소급 적용을 인정한 1년은 과거 피해자들에게 너무나도 짧은 시간입니다. 태아산재에 대해서 현재도 전혀 모르는 분들도 많고, 알더라도 산재 신청을 하기까지 가족 내에서 고민과 준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그간 산재 신청을 할 수 없었던 과거 피해자에게 신청기간의 제한을 둘 것이 아니라, 반대로 독일과 같이 그간 억울하게 신청하지 못했던 과거 피해자들이 모두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열어둬야 합니다.” 지난 3월 22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 반도체 출신 노동자 3명이 신청한 태아산재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반도체 직무에서 태아산재를 인정받은 첫 번째 사례였다.(관련기사 : <“이름없는 재해”… 삼성 반도체 태아산재 최초 인정>) 엄마 희수 씨는 본인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도 준비 중이다. 엄마는 암, 아이는 자폐. 업무상 유해환경에 의해 모녀가 둘 다 아픈 ‘이중산재’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성 암’으로 백혈병 등 혈액암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 다른 암들도 발생하고 있다. 반올림이 지원한 ‘직업성 암’ 피해 사례는 다양하다. 이중 유방암(16명), 폐암(6명), 난소암(3명), 췌장암(1명) 등이 산재로 인정됐다.(2024. 10. 24. 기준) “배가 아프고 생리통이 있을 때 항상 이를 악무는 습관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파서 이를 악물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큰 수술 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아플 때마다 이를 악물었는데, 그게 미련하게 참고 이겨내고 있었던 거구나 싶더라고요…. 배가 아프고 열이 나면 119를 불러야 했는데, 혼자 가라앉히려고 진통제 먹고….“ 오후 4시 30분경, 희수 씨와 지유는 병원 1층 로비에서 인사를 나눴다. 지유는 손을 짧게 흔들고 뒤돌아 아빠 손을 잡았다. 그리고 뚜벅뚜벅 병원 밖을 향해 걸어갔다. ”‘아이가 엄마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하니까, 천진난만하니까, 오히려 그게 나쁘지 않다. 엄마의 병에 대해서 슬퍼하고 속상해 하지 않고…. 보호자가 있어야 아이가 생활이 되는데, 아빠, 고모, 이모, 사촌언니, 복지관 선생님들이 있으니까, 아이 혼자 있지는 않겠구나…. 그래, 지금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요.궁극적으로 지유가 혼자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요. 제가 (병을) 이겨낼 거지만, 상황이 그렇게 안 된다고 해도, 최대한 제가 이렇게 걸어다니고 할 수 있을 때 (아이한테 지원을) 해주고 싶어요.” 엄마 희수 씨만 병원 안에 남았다. 희수 씨는 멀어지는 지유의 뒷모습이 희미해질 때까지 바라봤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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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수상 한강, 소설 속 폭력은 어떻게 구현되는가?
개요 폭력에 대한 전지구적 공감 : 한강의 노벨문학수상 국가폭력 :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상식으로 대변되는 폭력 : <채식주의자> 개인의 세계관으로부터의 폭력 : <채식주의자> 폭력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폭력에 대한 전지구적 공감 : 한강의 노벨문학수상 10월 10일,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노벨 문학 수상작을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벅차오르는 감정이 한결 지난 후, 수상의 이유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작가 한강에게 수여되었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은, 전 세계인들의 공감을 받았다는 것.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개인의 이야기 혹은 목소리를 초연히 담아낸 한강 작가의 글들이 공감을 받은 것이다. 또다시 그 말은 여전히 전 세계에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일 테다. 그것이 물리적인 폭력이든 상징적이거나 명시적이지 않은 폭력이든 간에 말이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앞의 세 소설 모두 ‘폭력’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난다. 앞의 두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는 한국에서 자행되었던 국가폭력에 대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채식주의자>는 일상생활에서 상식으로 작동되는 폭력과 미시적인 차원에서 작동되는 폭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야 말로 인간 삶의 폭력에 대해 다측면으로 분석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폭력 :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국가폭력은 국가권력을 통해 발현된 폭력이다. 폭력에 주체가 국가인 모든 폭력이 국가폭력이다. 넓게 본다면 폭력을 가하지 않더라도 방치하고 묵인한 경우도 국가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국가폭력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심지어 현대까지도.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4월 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국가에 대한 언론의 탄압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국가폭력이다. 하지만 가장 비통한 지점은 국가 혹은 지배 계급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났다는 것에 있다. 분명한 가해자가 있음에도 가해자임을 인정하지 않아, 우리는 누구에게 분노해야 할지 모르는 세월을 살아왔다. 나를 단숨에 눌러버릴 수 있는 그 권력 하에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억눌려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폭력에 대한 무감각함과 일종의 정당함을 국민에게 내면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폭력 속에 살고 있음에도 폭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폭력이 당연시되는 사회 속에 존재하고 있다. 한강 작가는 2017년 북핵 문제와 한반도 전쟁 위기에 대한 생각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미국이 전쟁을 얘기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는 제목으로. 한강 작가는 영토에 살고 있는 개인들은 고려되지 않고 그저 국가 간의 거대한 세력 싸움에만 집중한 부분을 꼬집는다. 그는 이것을 “subhuman”이라고 정리한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이곳에 살고 있는 ‘구체적인 사람들’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We have several scenarios.” “We will win.” “If war breakds out on the Korean Peninsula, 20,000 South Koreans will be killed every day.” “Don’t worry, war won’t happen in America. Only on the Korean Peninsula.” “서울과 도쿄,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 ‘전쟁이 날지도 몰라.’ 말을 배웠던 어린이집 시절부터 모두가 얘기한 그 말. 언젠가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는 그 얘기를 듣고 자란 한국인들. 국가폭력과 국가 간의 폭력은 우리에게 참 무뎌졌다. 한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전쟁은 이미 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란과 이스라엘. 이전의 폭력적인 지배에서 벗어나 현대에는 비폭력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때론 ‘신화’처럼 들리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명시적이고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폭력 혹은 지배에서 벗어나, 다양한 신념과 독립적인 제도들이 존재하는 산업적인 사회 혹은 과학적인 사회로 이행되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의 강대국 간의 전쟁 빈도는 줄어들었음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 파괴력은 증가했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자연스레 군에 대한 자본집약도도 높아졌다. 전쟁 무기의 치명적 파괴력이 증대되자, 혹자는 강대국들의 군사적 타격 범위가 지구 전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군사적 효율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부대의 팀 규율로 혹은 정밀한 후방지원 계획 등으로. - 휴전 국가인 한국은 당연하겠지만 - 세계 어느 나라든, 전시 상황이 되면 모든 국민들이 전쟁 태세에 돌입할 준비가 된다. 자본주의와 군사주의 혹은 군사문화와 전쟁체제가 결합한 사회가 된 것이다. 찰스 틸리에 따르면 사회 내적인 폭력이 감소함과 동시에 국가폭력은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전과는 다르게 국가의 구석구석 아주 작은 시골까지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이 세밀하고 강력해지니, 국가가 폭력수단을 감독, 통제, 독점하는 경향이 커져 사회 내적으로는 되려 폭력이 감소하고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으로 표현되는 국가의 목적이자 목표가 달성된 형태처럼 말이다. 상식으로 대변되는 폭력 : <채식주의자> 최근 지인들이 결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 된 독특한 심지어는 기이한 문화, 청모. 청모는 청첩장 모임의 줄임말이며, 청첩장을 반드시 대면으로 전달하고 그 자리는 청첩장을 주는 사람 즉 결혼 당사자가 밥값을 지불해야 한다. 결혼식의 높은 경제적 부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정부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한 것과는 반대로 청모의 문화가 발달한 것은 기이한 현상이다. 그 관례가 어디서부터 도출된, 어디에서 야기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요지는, 내가 결혼식장에 방문하여 축의금을 내고 결혼 당사자들을 축하하니, 그 초대장은 대면으로 받아야 하며 그 자리는 결혼 당사자의 지갑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청모에 참여한 나는, 그저 불편함만 느껴지는 자리였다. 처음 보는 지인의 예비 배우자가 나타나 이미 모바일로 받은 청첩장을 재전달하고, 축하해주기 위해 모인 이 자리는 반드시 결혼 당사자가 결제해야 한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결혼 당사자들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 결혼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끌 시끌해야하는 이 자리는 그저 불편만 하다. 몇 번 기이한 청모를 경험하니 이후 나는 온라인 청첩장으로도 충분하다는 답장과 절대 결혼식에 가지 않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 하면서도 이게 맞나 라는 생각이 드는 - 이상한 변명을 하고 있다. 청모를 처음 가던 날, 엄마 아빠한테 물어봤다. 엄마가 결혼할 때도 청모가 있었어? 아니. 모바일로 청첩장을 전달할 수 없는 그 시기에도 청모는 없었다. 청첩장을 줄 때, 축하하는 자리에 초대하는 입장에서 음식을 대접한다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나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한다. 기쁜 자리에 와줬으면 좋겠다, 회포를 푸는 자리에서 행복한 날. 그런데 이상한 점은 기특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 마인드에 ‘청모’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점이다. ‘뭐라고 이야기할지 모르니까 이름이 붙은 거지~’ 아니다. 청모라고 이름 붙인 이후 이것은 사회적인 약속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 전에 꼭 해야 하는. 결혼식의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청년들과는 반대로 청모의 문화가 발달한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만약 A가 결혼식 전 청모를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물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청모를 하지 않았으니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더라도 가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청모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A는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바라볼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식을 누가 생산하고 또 재생산하느냐, 는 학자마다 혹은 학파나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네오맑시스트 안토니오 그람시는 ‘헤게모니’라는 단어를 통해 물질 토대를 갖고 있는 지배계급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이슈들을 common sense 상식으로 자리 잡게 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푸코는 우리가 자유 속에 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자유 속에서 무엇을 욕망하도록 모세혈관부터 주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명하지 않은 것 - 여기서 자명하지 않은 것은, 한가지로 통일할 수 없는 다양성을 뜻한다 - 을 자명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상징적 권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소설 <채식주의자>에서는 한국 사회에 깊이 박힌 가부장제의 현황과 당연해진 식생활(육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회에서 상식으로 자리 잡은 제도나 신념, 가치들을 통해 진정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 혹은 집단은 누구인지 고민 해 봄직하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상식이 개인의 고유성과 개별성을 존중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이런 상식들은 소설에서도 나타나듯이 가부장제처럼 뿌리 깊게 박혀있기도 하지만, ‘국룰’이라는 단어처럼 가벼운 농담거리로 내재화되어 있기도 하다. 연봉 수준에 맞춰 국룰로 사야 하는 자동차가 정해진 사회는, 자신만의 의견을 드러내는 사람에게 폭력을 가한다. 개인의 세계관으로부터의 폭력 : <채식주의자> 세계관은 독일어 das Weltanschauung에서 시작되었다. Welt는 world 세계를 뜻한다. Anschauung은 동사 anschauen의 명사형이다. anschauen은 an + schauen. ‘보다’라는 뜻의 schauen과 ‘목표의 방향으로’라는 뜻의 an이 합쳐졌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닌 관조하다, 살펴보다, 응시하다 등의 뜻이다. 결론적으로 세계관이라는 것은 세계를 관조하고 응시하는 시각을 뜻한다. 칼 만하임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특수한 세계관을 갖고 세계를 본다. 그렇기에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세계관이 있다. 한 존재의 사회구조적인 위치에 기반하여 생성되는 세계관은 존재구속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세계관은 사회 안에서 어떤 위치에 종속되어 있는지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 이는 타인의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과 연결된다. 소설 <채식주의자>의 주인공은 ‘영혜’지만 영혜는 서술자가 되지 않는다. 영혜의 남편, 영혜의 형부, 영혜의 언니. 세 시점으로 영혜를 바라본다. 남편은 영혜를 ‘같이 살기에 무던한 여자’라고 바라본다. 누구와 같이 살기에 무던할까. 지극히 남편의 기준에서 같이 살기에 무던한 여자다. 남편의 세계관에서 바라볼 때의 영혜는 무던한 여자다. 영혜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당연히 서로의 관계로부터 나오는 사랑은 없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잘 맞는 영혜는 그렇게 선택 ‘당한다’. 영혜의 형부는 영혜를 욕정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형부의 세계관에서 영혜는 욕정의 대상이자 자신의 목표를 이루어줄 여성이다. 자신이 욕망했던 영혜의 몸에 꽃을 그리는 작업이 우연하게도 영혜에게 삶을 찾아주는 계기가 되지만, 그것 따윈 형부에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작품을 완전하게 만들고 싶을 뿐이다. 영혜의 언니는 영혜에게 모성애를 느낀다. 한없이 도와주고 아파하는 사람이다. 몸에 꽃을 그리면서 안정을 찾는 영혜에게 언니는 ‘아직 아픈 아이’일 뿐이다. 언니의 세계관에서 영혜는 보살핌을 받아야 할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으로 바라보는 타인의 모습을 타인에 투여한다. 그렇게 폭력을 행사한다. 내 눈으로 바라보는 타인이, 그래야만 한다고 말이다. 나의 세계관에 맞지 않는 타인은 비상식적이고 이상한 존재다. 한편 우리는 타인이 될 수 없다. 즉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세계관을 갖게 되는 그 순간부터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폭력이 인간 존재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세계관으로부터의 폭력을 드러내기 위해, 한강 작가는 서술자를 영혜가 아닌 영혜 주변 인물로 구성했다. 하지만 영혜 또한 이 세계관으로부터의 폭력을 행한다. 예컨대 그 어떤 폭력을 행하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어하지만, 실은 영혜의 꿈 속 나무는 뾰족한 가시로 영혜에게 폭력을 행한다. 3부 나무불꽃에서 나무들은 ‘불꽃’처럼 보이며 폭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영혜 또한 그 자신의 세계관에 갇힌다는 것. 우리는 결국 폭력성과 떨어질 수 없음을 드러낸다.  폭력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 최근 나는 캠페인즈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총 3편의 원고를 작성하였다. 글을 쓰기 위해 당시의 나를 다시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무서워서 돌아보지 못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나는 금방 그곳으로 이동했고 또다시 두려움을 경험했다. 이후 쳐다보지도, 가보지도 않았던 이태원에도 방문했다. 근 2년간 가보지 못했던 곳(못했던 걸까, 안 했던 걸까 여전히 모르겠는 그곳). 뉴스 기사의 사진으로만 바라보았던 이태원이었다. 뉴스 기사들 속의 이태원은 적막했다. 실제 방문해 보니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었다. 대규모 압사가 일어났던 공간은 여전히 어두운 분위기가 있는 듯했으나 이태원의 대표 술집이라고 불리는 가게들은 웨이팅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이태원참사에 대한 얘기도 했다. 나만 그랬는지, 너는 어땠는지. 돌이켜보니 나는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이태원참사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참사 직후에 가족들과 뉴스를 보며 간간히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입을 닫았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참사를 비용의 이슈로만 바라보고 나에게 동의를 요청할 때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이 대화가 그 순간이 당황함을 넘어선 황당함이었고 무엇이라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고 감정은 차올랐지만, 혀에 걸려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말이 나오지 않는 거였을까. 나 또한 침묵과 외면으로 폭력을 행하고 있었다.  폭력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행했던 폭력을 반성하며 돌이켜보는 과정일 테다. 국가폭력에 대해 내가 저항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상식이라는 틀로 누군가에게 행했던 폭력은 없었는지, 그저 나의 시각에 비추어 타인을 배제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한강 작가는 글을 통해 그만의 언어로 그 과정을 반복했다. 그의 소설에는 유독 ‘꿈’이 많이 나타난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혹은 바꿀 수 없는 권력에 맞서는 행위를 글로 승화하면서, 그 과정이 자연스레 꿈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한국에서 겪는 다면적 폭력에 대한 글을 작성했음에도, 여전히 폭력을 - 혹은 폭력에 가까운 - 시선으로 그를 보지 않았던가. 한강의 남편이 누구고. 한강의 아들은 누구고. 한강의 집안 내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한강의 출신 학교를 이야기하고. 한국의 대표 얼굴이 된 것처럼 이야기했다. 한국인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관심에 어쩌면 한강 작가는 씁쓸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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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서 K-방산까지 : 팔레스타인 대량학살에 멀고도 가깝게 연루된 한국의 장황한 이야기
 *이 글은 피스모모의 대안언론 '더슬래시 Theslash.online' 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시리아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서 폭발이 쏟아지던 그 때, 한강에는 불꽃이 터졌다.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2000년부터 매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주최하는 한화그룹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폭격에 연루되어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서안지구의 대량 학살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한화그룹의 계열사이자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2021년 한국과 이스라엘 간 '기술 협력'과 '새로운 수출 기회'를 도모하는 MOU를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시스템, 엘빗시스템과 체결한 바 있다. 불법 국가인 이스라엘이 직접 소유하고 있는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자회사인 엘타는 이스라엘 점령군(IOF)에 레이더 기술과 전자 장비를 제공하고, 무인 불도저로 팔레스타인 마을을 파괴하는 실험을 진행하며, 체코와 이탈리아 같은 국가에 수억 달러 규모의 장비를 수출하고 있으며, 최근 엘타의 드론 수출이 이스라엘의 인종 청소 캠페인에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논란이 되었다. 엘빗 시스템은 이스라엘 공병대가 운용하는 지상 장비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고, 웨스트뱅크의 분리장벽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불꽃축제 하루 전이자 10월 7일을 3일 앞둔 날, 한화시스템은 엘빗 시스템 그리고 군용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국군 특수작전헬기(UH/HH-60)의 성능 개량을 위한 또 다른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충청남도 계룡대에서 개최된 2024 대한민국 육군 국제 방위산업전(KADEX)에서 이루어졌으며, 2021년 KADEX의 국제 행사인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체결한 양해각서 체결에 이은 후속 조치이다. 10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린 KADEX 2024에는 무기 산업과 명백한 연관성을 지닌 국내외 무기, 기술 및 연구 개발 기업들이 참가했다. 올해는 대전과 서울에서 온 반전 활동가들이 계룡시에 모여 한국 땅에서 또 다른 무기 박람회를 개최한 것에 대해 평화적으로 항의했다.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BDS 코리아, 팔레스타인문화연대(KCAP) 회원들을 포함한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착민 식민지 점령에 한화가 공모하고 있다는 점과 군사 관련 배출로 인한 기후 재앙의 가속화를 강조하는 피켓을 들고 행사장 밖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결국에는 미국 국방부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 기관이다). 이 조차도 시위 주최 측이 도착하기 전부터 박람회 주차장에서 활동가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보안 요원들이 경찰을 동원하여 시위를 박람회에서 제일 눈에 안띄는 곳으로 몰아넣는 실갱이를 벌인 후에야 가능했다. KADEX 측이 반대 의견을 세게 억누르려는 노력은 항상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군사주의에 깔린 불안한 기류를 드러낸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거세게 진압하는 KADEX의 모습은, 언제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군사주의 그 스스로의 불안함과 겹쳐지는 듯하다. 반전 조직과 관련 활동은 오랫동안 한국 정부의 감시를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부터 이어져 온 국내 보수주의의 반공 기조는 윤석열 정권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고, 한국의 국방 예산 증가와 이에 따라 세계 무기 거래 사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정부 인사들의 적극성은 한국을 군사 단시간에 무기 수입국에서 주요 수출국으로 변모시켰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무기 수출의 42%를 점유하며 여전히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이지만 (수출국 2위인 프랑스가 1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 8번째 무기 수출국이 되면서 전무후무한 무기 판매 기록을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지적했듯이, 한국 무기 산업과 군의 강화는 윤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한국의 무기 수출은 12억 달러(2011~2015년)에서 38억 달러(2016~2020년)로 급증했으며, 폴란드와 호주 시장에도 진출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작년 ADEX에서 한국의 세계 4위 무기 수출국으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고 선언했다. 'K-방산' 또는 ‘K-국방’과 같은 문구를 통해한국을 세계적인 무기 판매국으로 브랜드화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대중음악에서 뷰티 산업,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한국 상품에 대한 글로벌한 취향을 키워내려는 지난 시대의 노력과 포개어져 애틋하기까지 하다. K- 접두사에 대해 한국이라는 생산지라는 공통점만 존재하는 다양한 상품에 문화적 자본을 붙일 수 있게 만드는, 거대하지만 공허한 기표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조이한나 유(Joyhanna Yoo)의 주장처럼 어쩌면 K-접두사는 단순한 첨가물이 아니라 분명한 의미를 담고 있는 언어의 최소 단위인 ‘형태소’이자 정치적 분석 도구일지도 모른다. K-접두사가 군사 장비에까지 달라붙으며 이제 질문은 더 확장되었다: 불꽃놀이, 현대미술, 폭격기 등 다양한 종류의 K-상품은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이러한 다양한 수출품을 함께 고려했을 때, 국방부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미용, 레저 산업이 전쟁에 관여한다면,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리고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 사이의 변증법에 대한 진지한 논쟁이 일어나는 지금, 한국 내에서, 또는 다른 지역 및 운동들의 연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새로운 방식의 보기, 느끼기, 조직하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각각의 질문들 뒤에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이어지는 글에서 역순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 베트남, 팔레스타인에 이르기까지 냉전의 거물, 재벌의 뱃속으로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한화의 축제를 빛낸 불꽃축제 팀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에 대항하여 3국의 '보호' 약속을 공식적으로 제도화한 '자로쿠스(일본-대한민국-미국)'라는 새로운 아시아 태평양 안보 조약의 주역인 일본과 미국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말 그대로 한국이 과거 식민지배국과 현존하는 제국의 권력 사이에 끼어 있는 이 동맹은 불안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대해 국제 전쟁 범죄에 대한 배상 조건을 공동 채택함으로써 지역적 단죄를 중단시키고, 원자폭탄 사용으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함에 따라, 일본과 미국의 제국주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함께 얽힌 채로 존재한다. 한국전쟁은 종전의 지연에 따른 상처를 남긴 한편으로, 일본과 미국에게는 군수품 생산과 군비 지출 급증이라는 양국 역사상 가장 큰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 딘 러스크 미국 극동 담당 차관보는 “한국전쟁이 우리를 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희 창업주가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한화를 설립한 후, 1957년에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급성장한 것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한화는 이후 미군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냉전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석유, 증권, 플라스틱, 호텔 등 다양한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즉, 한화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냉전이었다. 한화와 현대를 중심으로 한 K-방산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전쟁의 유산과 일련의 군사 독재 하에서 한국의 전후 발전을 이끌었던 급속한 산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재벌들은 수백, 수천 달러의 미국 원조로부터 도움을 받고, 일본 식민지 자이바쓰(재벌)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특히 1950년대 전후에 규제없이 만연했던 부패, 그리고 이승만 정부가 이미 생산 수단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대출 조건을 만들고 확대하며 국내 엘리트 계층을 키운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약 15년 후, 재벌은 박정희 정권의 강력한 군사 개발주의의 중핵이 되었다. 재미사학자 피터 권에 따르면, 1960년대 후반 중화학공업화 계획과 1973년 군수조달법 제정과 함께 박정희 정권은 한화, 풍산, 현대 등의 일부 재벌을 본격적인 방위산업체로 전환시켜 북한을 겨냥한 탄약 생산을 토착화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공장 노동자들이 유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폭발물 사고로 사지를 잃는 등 위험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하자, 1990년대 한화 인천 공장 관계자는 공장 앞에 “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 표지석을 세웠다.  이 비문에는 국가 주도의 냉전 경제 개발주의가 그 근간에서 생명 정치, 즉 누가 살 자격이 있고 누가 죽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관리로 작동했다는 경제 권력에 대한 핵심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 박정희의 정책은 무기를 수출하기보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고 30만 명이 넘는 한국군을 베트남에 파병하는, 가장 피비린내 나는 방식의 생체권력을 보여줬다. 피터 권은 이 교환이 재정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박정희 정부가 국내 방위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주장하지만, 또 다른 재미학자 이진경은 파병을 국내 성매매와 군 매춘 등 당대의 소외된 노동계급 노동의 핵심 사례 중 하나로 재구성하며, 실제로는 이들의 노동이 실패했기는 커녕 한국의 근대화에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설명한다. 이진경은 이러한 노동의 소외가 예를 들어 공장 노동과 같은 '주류 산업 노동'과의 구조적 관계 속에서만 발생할 수 있었고, 군인이나 성 노동과 관련된 노동은 노동 인구 중에서도 가장 천시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노동은 '섹슈얼리티와 인종을 노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국 근대화가 미국 제국주의의 궤도에 종속되어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준다. 즉, 베트남 전쟁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민에 대한 폭력을 지속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미국의 신식민지에서 소위 ‘하위 제국 권력’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트남을 방문하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거의 3분의 1이 한국인일 만큼 베트남은 한국인 관광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하나다. 이러한 병렬 관계를 미국과 일본 제국주의 전쟁의 기반 위에 관광과 레저 경제가 구축된 하와이에서 괌에 이르는 태평양 전역의 정착민 식민지배와 마찬가지로 우연이 아닌 상관관계로 이해한다면 어떨까. 오늘날 베트남을 오가는 한국인의 상품과 신체를 국가가 지원하는 폭력의 징후와 그에 대한 인식의 부재로 바라볼 수도 있지 않을까? 권현우는 전쟁없는세상 기고글에서 베트남전 전쟁 범죄에 대한 국가적 망각을 K-방산의 결정적 조건으로 꼽았다: “만약 한국 사회가 베트남전쟁을 철저하게 반성했더라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해외 파병의 역사를 이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전쟁을 기회로 외화를 벌고 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지금의 부끄러운 현실이 그나마 덜하지는 않았을까. 자국민을 파병해 돈을 번 것이 부끄럽지 않은 나라이니 무기 수출로 인한 외화 벌이에 열광하는 것은 어쩌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자조를 해야할까.” 한국 방위산업의 급속한 성장을 미국의 영원한 전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권현우님의 글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한국의 공모를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전쟁의 반복을 거부함으로써 이를 바로잡을 길을 제시한다. 베트남에서 팔레스타인, 무기 산업에서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드디어 미국의 전쟁 지속과 이스라엘의 수백만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 세계 최초의 대량학살로 기록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대한 역할을 재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에서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까지 2024년 10월 5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시리아에 폭탄이 쏟아질 때, 한강 위에서는 불꽃이 터졌다. 베트남부터 DMZ 관광, 불꽃놀이와 국군의 날 행진, 대중 무기 박람회와 전쟁 기념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문화적 지형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구분은 계속 흐릿해지고 있다. 군사 점령 정권과 문화 기관 사이의 역사적 파트너십은 2014년에 세계 보이콧, 투자, 제재(BDS) 운동에서 시작한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학술 및 문화 보이콧 캠페인(PACBI) 가이드라인에 가장 잘 명시되어 있다. PACBI의 원칙은 문화적 대상과 지적 노동, 그리고 그 창작을 촉진하는 기관이 권력 시스템과 독립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존재하며 시오니스트 점령과 같은 억압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데 필요한 이념적 지원을 능동적/수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이해에 기반한다. PACBI는 196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파르트헤이트의 문화 보이콧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예술가, 학자, 문화 종사자, 비평가들이 이스라엘 정권의 핵심인 정착민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외면하기 위한 예술 및 지적 노동을 허용하는 '아트워싱'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한국이 글로벌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점점 더 문화 외교 전략에 눈을 돌리면서, PACBI는 한국인과 한인 디아스포라가 기존 이름으로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권력 집단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대기업의 모습을 갖춘 한화그룹은 2023년 3월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2025년 63빌딩에 퐁피두 센터 서울 1호점을 개관하기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하면서, 서울의 저명한 미술관을 소유한 다른 한국 재벌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로 명명된 이 미술관은 한화문화재단이 운영할 예정이며, 한화 계열사로부터 600억 원을 지원받고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분의 1 이상을 출자할 예정이다. KCAP는 지난 8월 BDS코리아, 전쟁없는세상, 피스모모, 흥사단, BDS일본지부, 저항하는 미술학생 네트워크의 지원을 받아 한화그룹이 이스라엘 집단학살과의 거래 중단에 동의할 때까지 한화그룹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글로벌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청원에는 현재 1,0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고, 전세계 3,000명의 서명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되며, 달성 시 한화그룹에 제출될 예정이다. 한화는 예술을 이용해 대량 학살에 연루된 사실을 은폐한 수많은 한국 기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부터 베니스 비엔날레까지 세계적인 예술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어왔지만, 현대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은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택을 훔치고 파괴하는 데 사용하는 건설 크레인을 공급해 비난을 받아왔다. 지난 9월, 서울시는 두 개의 주요 국제 미술 컨벤션인 기아프 서울( 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을 연계한 두 번째 '코리아 아트 위크' 개최를 앞두고 서울을 글로벌 '아트 시티'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수만 명의 미술 딜러, 바이어, 제작자들이 서울로 몰려들던 시기에 KCAP가 작성한 '2024 코리아 아트 페스티벌: 반제노사이드 및 연대 가이드'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가이드는 이스라엘 대량학살에 키아프와 프리즈의 여러 후원사들이 어떻게 공모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이스라엘 문화부, 마이모니데스 재단(the Maimonides Fund) 및 이스라엘 외교 정책의 이익을 옹호하는 기관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이스라엘 영화 <개와 사람에 관하여>의 감독과의 대화를 저지하는 시위로 '절반의 승리'를 이끌었다. 또한 광주비엔날레가 'CDA 홀론관'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 국가관을 설치한 것에 KCAP, BDS 코리아, 녹색당은 이 전시관을 위한 자금이 이스라엘 중앙정부가 아닌 홀론시에서 제공된다는 근거를 들어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홀론관의 후원사 중 하나인 미국-이스라엘 제조 기업 스트라타시스는 글로벌 군산복합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종 청소된 팔레스타인 마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일은 아무 제재 없이 벌어졌다. 불꽃축제가 열린 날, 한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자유 팔레스타인을 위한 시위가 종로 보신각에서 열렸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약 1년 만에 열린 이번 시위에는 1,500명이 모여 일제 식민지 침략 당시 파괴된 후 재건된 보신각에서 출발해 명동까지 행진했다. 탕후루 노점과 화장품 가게가 즐비한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명동, 그리고 미국 대사관과 이스라엘 대사관을 지나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저쪽'의 일이 아니라 한국에도 깊이 얽혀 있음을 노골적으로 일깨웠다. 팔레스타인의 사례는 고립된 비극이 아니라, 이른바 세계 테러와의 전쟁에서 베트남 전쟁에 이르기까지 미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한 한국의 오랜 억압된 역사, 즉 과거와 한국의 현대적 경제적 성공을 조건으로 하는 식민주의와 전후 개입의 유산에 대한 인식의 유예로 형성된 현재, 그리고 대량 학살을 목격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세계에 묻는 미래로 이어지는 열쇠와도 같은 사건이다.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든 청원에 서명하자. 관련 정치인들이 평화를 모르는 일이 없도록 하자. 죽음을 통해 이윤을 낳는 기업을 보이콧하자.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제국의 완전한 파괴를 지금, 그리고 영원히 지켜보기만 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자. 이웃과 함께 집단의 힘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미 제국주의 전쟁에 맞선 조직화의 득실을 목격한 앞 세대 조직가들과 이야기하자. 여러분의 노동력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료들과 이야기하자.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보다 긴 싸움을 함께하고 있다. 올해 초 베니스 비엔날레의 이스라엘관에 항의하며 작성된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합'의 팔레스타인관 선언문을 인용하자면, 팔레스타인은 미래의 세계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고 있다.   (*한국어 번역: 가연/피스모모)*You can also read S.M. Downer's article in English, HERE. /SM 도우너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글을 쓰고 연구하며 산다. 미국학 연구자로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군사주의, 기억 및 문화를 다루는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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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NGO의 정기 모금을 돕는 NGO를 설립하고 싶어요" - 윤근휴 공익활동가 인터뷰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비영리 공익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미디어에 비춰지는 이들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이들은 더욱 더 많습니다. 성찰과성장은 이 숨은 주역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합니다. ▲ 윤근휴 활동가 인터뷰 모습 ⓒ 성찰과성장 성찰과성장은 활동가독서모임 '성장가들 - 비영리 마케팅' 세션에서 윤근휴 님을 처음 만났다. 성장가들은 활동가의 자기주도학습을 목표로, 세션마다 주제(마케팅, 대안경제 등)를 다르게 하여 진행하는 독서모임이다. 윤근휴 활동가는 이 모임에서 유독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인의 말에 경청하고,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자기 소개 중 비영리 마케팅, 그중에서도 '모금'에 뜻이 있다는 그의 말에 흥미가 일어 윤근휴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Q.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윤근휴 팀장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윤근휴라고 합니다.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행정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어필은 난민, 인신매매 피해자, 무국적자, 구금된 이주민, 그리고 해외에서 한국 기업에 의해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률 지원을 주로 하지만, 그 외에도 캠페인이나 인식 개선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죠. 저는 주로 후원 관리, 행정, 개인정보보호, 자원봉사자 관리, 난민영화제, 배분 사업 등을 맡고 있습니다.  법률 지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행정적 업무를 다루고 있다고 보시면 돼요. 모금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난민 영화제 업무와 자원봉사자들이 저희와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하죠. ▲ 항상 밝은 모습의 윤근휴 활동가 ⓒ 공익법센터 어필 윤 활동가의 말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였다.  부드러운 표정 속에서 느껴지는 결단력은 이 분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의 신념을 대변하는 듯했다. Q.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참여하셨거나 운영하셨던 활동을 하나 소개해주신다면요? 어필에서 진행한 캠페인 중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윤근휴 팀장은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을 언급했다.  이 캠페인을 소개하는 윤 팀장의 목소리에는 애정이 묻어났다. ▲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 이미지 ⓒ 공익법센터 어필 '누가 내 생선을 잡았을까?' 캠페인은 제게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준 활동이에요.  이주 어선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서명 운동, 강의, 방탈출 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사람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Q. 오늘 제일 궁금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사이드 프로젝트로 소규모 단체의 모금을 도와주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저는 과거부터 작은 단체들을 돕는 모금가로서의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가지고 조금씩 실력을 키워왔었는데 작년에 주변 동료 단체 두 군데가 문을 닫게 된 걸 지켜봤어요.  그거 보면서 '아 진짜 다들 어렵구나' 싶더라고요.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작은 단체의 모금을 도와주는 활동을 하게 됐어요. 안녕하세요.모금프로젝트 진행자 윤근휴 모금가 입니다.모금프로젝트는 모금가가 퇴근 후에 하는 자원봉사로써소규모 NGO의 매월 정기후원금을 증액하기 위해기획부터 실행까지 모금가와 단체가 함께하는 프로젝트입니다.모금가가 단순히 조언 몇 마디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모금가가 기획부터 모금 실행까지 같이 합니다.3개월 안에 기획해서 실행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고모금가도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에 하는 프로젝트여서혼자서 다 할 수 없습니다.그래서 단체에서도 모금프로젝트 3개월 동안은주 2,3일 이상을 모금 업무에 시간을 내주시고함께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실행도 같이하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습니다.정말 모금이 필요하고 시간을 내어서 3개월 동안 집중해서모금을 같이 하실 단체에서만 지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정기후원금 개발 단체 모집 글 中 일부 모금은 항상 단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외부 모금 회사에 위탁을 주는 방식만 생각해왔던 나에게 '타 단체의 모금을 지원하는 활동'은 신선했다.  올해(24년) 상반기에 처음 (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고 있어요. 지금까지 진행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작은 단체의 정기후원금을 직접 마련해 주는 거죠. 캠페인이나 홍보 같은 걸로 새로운 사람을 끌어와 주기 보다는, 해당 단체와 기존 관계가 있는 분들에게 신규 후원 요청을 하거나 증액 요청을 하는 거예요. 작은 단체 담당자분들과 회의하면서 이 단체의 현재 후원 상황이 어떤 상황이고, 목표 금액은 어느 정도로 할 지 설정을 해요. 그 다음에 제가 직접 문자, 전화 돌리는 방식이에요. 그렇게 해서 정기후원금을 마련해 주는 게 목적이에요. 윤근휴 활동가는 '정기 후원'을 강조했다. 후원자 모집, 후원 요청 등 다양한 표현이 있음에도 '정기'를 강조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일시 후원금도 있지만 후원금이 정기적으로 들어올 수 있어야 그 단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그래서 저는 단체가 재정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정기 후원금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 윤근휴 활동가의 거리 모금 모습. ⓒ 윤근휴 제공 Q. 저는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이에요. 과거 비영리 공익 활동에 발을 디딘 계기를 들으면 근휴 님의 활동이 조금 더 잘 이해가 될 것 같은데요? 윤근휴 팀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떠올렸다. 대학교 시절부터 비영리 활동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있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비영리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거리 모금 활동을 하면서였죠. 처음엔 단순한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UN 난민기구의 거리 모금 활동이었는데, 그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기부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어요. 특히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길거리에서 전도를 하던 경험이 있었는데, 거리 모금은 전도보다도 거절이 적고, 사람들에게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었죠. 그 경험이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뭐랄까, 저는 거리 모금이 상대적으로 쉬웠달까요? 즐거움도 있었고요. 저는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퍼포먼스 위주로 했거든요. 단순히 후원 요청만 아니라 손짓 같은 걸 섞는 거죠. 혹시 그 무한도전 아시죠? 거기서 쓰는 손동작 같은 거 활용하면서요. 그래서 후원 성사를 떠나서 제가 퍼포먼스를 했을 때 사람들을 웃기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이야기하는 내내 그의 얼굴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거리에서의 소통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그때의 경험이 윤근휴 활동가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분명해 보였다. Q. 항상 밝은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혹 어려움을 겪는 순간도 있으셨나요? 이 질문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했으나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사실 비영리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거의 매일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어려웠던 건, 모금을 진행할 때 많은 거절을 받는 거죠. 저도 거절 당하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후원 요청을 할 때마다 거절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럴 때마다 심리적으로 많이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명의 후원자가 성공적으로 참여했을 때, 그 기쁨은 정말 크죠.  그 작은 성공이 저를 계속 버티게 하는 힘이 돼요. 윤 활동가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고뇌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도 크게 와 닿았다. ▲ 활동가독서모임 ‘성장가들’ 모금 세션에서 활동 중인 윤근휴(가운데) ⓒ 성찰과성장 Q. 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을 듣고 윤근휴 팀장은 잠시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최종 목표는 작은 NGO들이 안정적으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기 모금을 돕는 NGO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많은 작은 NGO들이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후원 체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NGO의 모금을 돕는 NGO'라…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며 재정적 어려움에 늘 시달렸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뿌리'라는 그의 활동명처럼 공익활동 생태계의 뿌리가 튼튼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그의 활동을 열렬히 지지하는 순간이었다.  단체가 설립된다면 1호 정기 후원자는 내가 되리라. ▲ 비영리 마케팅에 대해 함께 공부 중인 윤근휴 활동가(오른쪽) ⓒ 성찰과성장 Q. 비슷한 길(모금)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큰 단체에서 경력을 쌓는 것도 좋지만, 작은 단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작은 단체에서 일하면 모금, 행정,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우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만큼 보람은 큽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용기와 신념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윤근휴 팀장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는 질문에 신중하게 생각한 뒤 답변을 이어갔다.  이야기를 마칠 때 그의 표정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후배들이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는 진심이 느껴졌다. 인터뷰를 통해 윤근휴 활동가는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공익을 위한 활동에 대한 깊은 신념과 작은 단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윤근휴 팀장이 지닌 공익 활동에 대한 사명감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임을 확신했다. 인터뷰이: 윤근휴 (공익법센터 어필 행정팀장)인터뷰어: 신동주, 박배민인터뷰 정리: 박배민인터뷰 날짜: 2024년 7월 11일, 오후 6:00 ~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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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해고’ 교구 회의록 입수 “바로 면직부터 내리자”[신부가 해고됐다 2화]
“안될 놈은 싹부터 잘라야 합니다.” 심기열 신부(34)의 아버지 심장욱(64) 씨가 천주교 대구대교구청 관계자에게 들은 말이다. 교구는 언제부터 심기열을 ‘안될 놈’으로 생각했던 걸까. 총대리주교가 심 신부에게 “억압된 감정”이 있다고 판단했을 때부터? 정체 모를 ‘자문단’이 심 신부에게 ‘편집성 성격장애’가 있다고 진단했을 때부터? 아니면, 심 신부가 주임신부의 업무태만을 고발했을 때부터 시작된 걸까. 심기열은 2022년 4월 ‘휴양 결정’을 통보받았다. 교구는 자신들이 지정한 정신과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명령했다. 심 신부는 자신의 ‘멀쩡함’을 증명하기 위해 8개월간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교구에서 처음 지정한 의원보다 더 규모가 큰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서울 소재 대형 심리상담센터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다. 교구에서 주장하는 편집성 성격장애나, 치료가 필요한 정신과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구는 2022년 12월 그를 ‘면직’했다. 인사발령 공문에 면직 사유는 단 한 줄도 없었다. 심기열에게 따로 연락하는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관련기사 : <‘정신질환’ 몰아서 신부 해고…이것도 신의 뜻입니까>) “소송을 걸어서 싸우는 것도 신앙인으로서 너무 부끄러워요. 주교님, 신부님들을 정말 어렵게 생각하고 존경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 사건 터지면서 실망이 컸습니다.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마음의 위로를 받고 싶어서 신앙을 찾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안에서는… 실망이 너무 컸어요.” 심기열의 가족 모두가 천주교 신자다. 어머니 조성옥(64) 씨는 어렵게 신부가 된 아들이 갑자기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혀 면직된 상황에서 수치심 따위는 이겨낼 수 있었다. 심기열은 2023년 2월 교구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사제복을 벗어야 하는지, 면직 사유라도 알고 싶었다. 소송 과정에서 심기열은 몰랐던, 면직 결정 과정 속 숨겨진 비밀들이 하나둘 드러났다. 면직 1년 전인 2021년 12월 22일 심기열 신부는 교구청에서 주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A 성당의 주임신부인 ‘골프 신부’를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주임(신부)은 오전에 골프를 친다고 미사를 빠지거나 오후로 변경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주임신부가) 변하겠다고 이야기하고서 변하지 않았다.”(심기열 신부와 1차 만남 대화록, 2021. 12. 22.) 심 신부는 주임신부가 잦은 골프 약속으로 미사 일정을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심 신부는 기자에게 “사제관을 벗어나 외박을 하기도 하고, 주일(일요일)에도 당구 치러 본당을 비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매달 첫 목요일에 골프모임이 있어서 간 적이 있지만, 자주 가지는 않았다. 골프는 한 달에 4번 이상 가지 않았다.”(심기열 신부와 1차 만남 대화록, 2021. 12. 22.) 주임신부는 적어도 한 달에 네 번은 골프를 치러 나갔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날 면담 이후, 주임신부에게 내려진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자문단은 심 신부에게 정신질환이 있다고 판단했다. “자문단이 편집성 성격장애 진단을 내렸다는데, 어떻게 본인 없이 병 진단이 가능합니까?” 진찰은 없었고, 진단만 있었다. 교구는 자문단이 정신과 전문의, 심리전문가 등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문단 구성원이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다. 심 신부는 진찰도 없이 자신을 정신질환자라고 진단한 ‘비밀’ 자문단이 정말 전문가가 맞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자문단의 명단은 그 활동을 위해서 비밀을 유지해야 하기에 밝힐 수 없다. 그리고 그 명단을 공개하면 심 신부와 부친이 그들을 괴롭힐 것 아닌가!”(참사회의 회의록, 2022. 11. 22.) 셜록은 심 신부의 휴양 결정에 근거가 된 자문단의 자문 내용 문서를 직접 확인했다. 역시 자문단 구성원의 이름이나 소속은 적혀 있지 않았다. 교구는 A4용지 반 장, 약 20줄에 불과한 이 문서 내용을 근거로, 심 신부에게 ‘정신질환 치료를 받으라’는 휴양 결정을 내렸다. 문서에는 심 신부가 “교회법과 규정을 따지는 것”을 지적하며, 이를 “정신병 수준”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어릴 때 가정으로부터” 시작됐을 거라고 추정했다. “정당화 시키기 위해 주교님과 면담, 교회법, 규정 등을 따짐.”“정신병 수준. 주교님 앞에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은 현실감 없는 것으로 현실 사회 적응이 어려움.”“이 정도 수준이면 어릴 때, 가정으로부터 원인이 시작될 확률 높음. 뿌리가 깊음.” (2022. 1. 6. 성직자국 자문단 자문 내용) 심 신부는 소송 과정에서 스스로 ‘신체감정신청’을 요청했다. 이미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서울 소재 대형 심리상담센터에서 검사와 진료를 받았지만, 정신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편집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 있는지 다시 감정을 받겠다고 한 것. 하지만 교구 측은 “감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면직의 이유가 정신질환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사제인 원고(심기열)가 가톨릭교회의 핵심 교리인 ‘순명(順命)’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 면직처분을 하게 된 것입니다.”(신체감정신청 및 증인신청에 대한 교구 측 의견서) 순명이란, 명령에 복종함을 뜻한다. 즉 정신질환 때문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지 않아서’ 심 신부를 면직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말장난 같은 부분이 있다. 교구가 심 신부에게 내린 명령이 바로 ‘너는 정신질환이 있으니 치료를 받으라’는 거였다. 심 신부가 ‘나는 정신질환이 없다’며 그 명령을 따르지 않았고, 그게 교구가 말하는 ‘불순명’이 됐다. 이것을 ‘정신질환이 아니라 불순명 때문에 면직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비판한다. “가톨릭에서 ‘순명’은 진리에 대한 순명을 의미합니다. 성서에 나온 개념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가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내부 규칙이자 관행이죠.교구, 수도회 소속 구성원은 자신이 몸 담은 조직 최고 책임자의 말에 무조건 따르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에 상관 없이 ‘순명’해야 합니다. 개인이 조직 최고 책임자의 명령을 거역할 힘이 없으니까, 쫒겨나지 않으려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거죠.” 만약 심 신부가 정신질환이 없음에도, 교구가 명령한 대로 교구가 지정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순명’했더라면 아무 문제 없었을까? 셜록은 대구대교구가 심 신부에 대한 인사조치를 논의한 ‘참사회의’ 회의록을 입수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교구가 ‘면직’이라는 결론을 이미 정해두고 그 명분을 찾고 방식을 논의한 정황이 있다. 무엇 무엇을 문제 삼고, 어떤 절차로 ‘조용히’ 처리할지 전략적으로 모의한 흔적. “심 신부의 정신과적인 문제와 별도로 심 신부가 교구장에게 불순명하는 점, 심 신부의 사목자로서 부적합한 점을 문제 삼아야 한다.”(참사회의 회의록, 2022. 11. 22.) 교구 스스로도 ‘정직을 거쳐 면직까지 가려면 근거를 대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그러니 ‘(정직 없이) 바로 면직부터 내려야 한다’고 결정했다. “심 신부에 대해 정직의 벌이 마땅하다는 의견도 많지만, 면직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어차피 심 신부의 고소가 이어질 것이므로 정직보다는 바로 면직을 내리는 것이 낫다고 본다. 정직을 내렸다가 면직이 이루어지려면 그 절차상 근거를 대기가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참사회의 회의록, 2022. 11. 22.) 면직 처분은 흔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대구대교구의 다른 징계 사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아동성추행으로 징역 3년형 받은 신부, 여직원을 성추행한 신부, 노래방 여성 도우미와 술판을 벌인 신부도 모두 ‘정직’ 처분에 그쳤다. 이런 신부들을 모두 제치고, 심 신부는 ‘면직’됐다. 정말 심 신부의 잘못이 그들의 잘못보다 더 무거운 걸까. 어쩌면 심 신부가 ‘골프 신부’를 고발한 순간부터 답이 정해진 게임은 아니었을까. 취재 과정에서 교구 성직자국장은 기자에게 “(심 신부는) 한 번도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 자체를 안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교구는 심 신부의 면직 사유가 ‘불순명’이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교회법에도 없고, 대한민국 법에도 없는 ‘괘씸죄’는 아니었을까. 교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도 면직 사유로 붙였다. 심 신부가 신분을 속였다는 것이다. “신학원 교수신부의 제보에 의하면, 심 신부는 현재 경북대학교 대학원에 자신의 신분을 사제가 아닌 부제로 소개하며 편입하여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 교구에 관련 보고도 없이 역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심 신부 스스로 사제직을 계속할 뜻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심기열 야고보 신부가 보인 처신과 태도에 있어서의 ‘교구사제로서의 부적합성’과 ‘교회법과 사제생활지침 관련 위반사항’, 2022. 12. 23.) 심 신부는 휴양 기간 경북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 입학했다. 정신질환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만으로 시간을 의미 없이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심 신부의 대학원 입학원서에는 “직업 : 신부”, “직장 : 천주교 대구대교구’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심 신부는 종교역사를 연구해 지난 2월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교구는 심 신부가 대학원에 간 것은 ‘스스로 사제직을 계속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한 데 이어, 신분을 속였다는 ‘카더라’ 식 주장을 면직 사유로 덧붙였다. “교회법에 사제는 늘 공부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휴양 기간에 대학원에 입학했다고 면직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학원 교수님들도 제게 ‘신부님’이라고 부르셨습니다.” 2년간 이어진 소송전. 1·2심 재판부는 모두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에 대한 판단 없이 종료’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종교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사건을 판단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도 지난 16일 각하 결정을 반복했다. “소송을 걸기까지 용기가 많이 필요했습니다. 소송 전에는 그냥 그런대로 살면 된다고, 억울하지만 성공해서 복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저 같은 사람이 또 생길 수 있는 거잖아요.” 심 신부가 자신이 몸 담았던 교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건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심 신부는 2심 재판부의 각하 소식을 듣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판결로 교구는 또 마음에 안 드는 신부를 정신질환자로 몰아가거나, 면직을 시킬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오히려 자신들의 판단에 잘못이 없었다고 더 당당하게 살지 않을까요. 교구 안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럼 저는, 이제 어디 가서 말할 수 있는 건가요.” 김근수 소장 역시 심 신부가 어디에서도 자신의 문제를 구제받기 어려운 처치일 거라고 설명했다. 사제로서도 시민으로서도, 종교 안팎 어디에도 심 신부는 하소연할 곳이 없다. “교회 법원 구성원들이 전부 교구장에게 순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교회법원에서 다퉈도 (심 신부 측) 승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회법은 종교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각하하기 때문에, 심 신부는 하소연 할 데가 사실상 없는 거죠.” 지난 8일 대구대교구의 공식 입장과 사건 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다. 총대리주교는 “재판(소송) 중인 사건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면서 “성직자국장의 설명을 교구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 심기열과 A 성당에서 함께 생활했던 주임신부에게, 골프 약속 등으로 업무에 태만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해당 신부는 “심 신부에게 부담을 줄 만큼 (골프나 당구 등을) 한 적이 없다”며 “미사 일정은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사무처장은 “그 신부(심기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입에 담고 싶지 않다”며, “종교 내부 사안이라서 기자님도 접근을 조심하셔야 한다, 그 사람(심기열) 말은 믿지 말라”라고 말했다. 조아영 기자 jjay@sherlockpress.com ※ 이 콘텐츠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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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화대화·Korea Talks 참여 후기
지난 10월 26일 진행된 '한국의 대화·Korea Talks'에 시간 내어 참여했었다.  한국의 대화는 일종의 '대화 실험'으로,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상호 접촉면을 넓히는 것이 대립과 분열을 완화시키고,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대한민국처럼 분열된 사회를 진솔한 대화를 통해 그 갈등을 해소시켜 보다 성숙된 사회로 나아가려는 몸짓으로 보여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 그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곳인 정치에 몸담고 있기에 더욱 그 필요성에 대해 평소에 절감하고 있다. 적대적 진영정치로 표현되는 여의도 국회 정치, 대화와 협의는 실종되고 다른 진영의 상대를 무조건 꺾어 이겨야 된다고 여기고서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며 목불인견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필자 역시 적대적 진영정치 그 한쪽에 서 있지만,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막상 당사자 정치인들조차 자괴감이 들 정도다. 한국의 대화에 응했던 이유도 대화 실종의 암담한 현실에서 한 줄기 빛을 봤던 까닭이다. 참여 해보니 참가자들이 대부분 청년세대였고, 소위 586 기성세대인 필자로선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청년들과 막상 대화를 시작해보니 생물학적 연령은 한 세대를 건너뛰었지만, 그날 함께한 청년들이 모두 열린 자세를 지녀서인지 세대를 뛰어넘어 의미있는 대화가 이뤄져 감동을 받았다. 결국 갈라지고 찢겨져 상처투성이 상태에 처해있는 우리 사회를 치유시키는 길도 '대화' 뿐임을 절실히 느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에게서 우리 사회의 희망을 보았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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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의 대화' 시민회의 온라인 4인 모임 참여
개인의 블로그에도 소개한 글입니다. (링크) 한국의 대화'라는 프로그램을 신청해, 1시간 30분가량 처음 만난 시민들과 지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최 측 9월에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하기도 했다. (링크) 대화 주제를 위한 질문은 사전에 투표 형식으로 참여 희망자의 성향을 파악하도록 했다. 운영진 측에서는 진행 3일 전 '대화 가이드'라는 안내 메일을 통해 진행 방식, 방향 등을 공유했다. * 질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내용도 함께 제공했다. (링크) * 구체적인 대화 가이드에는 원활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공통의 팁, 약속을 제시해 주었다. (링크) 4인 대화에 함께 하신 분들은 해당 가이드라인을 숙지하셨던 것인지, 대화 안에서 성숙한 참여가 느껴졌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7시 반에 시작했지만, 미국 동부에서 참여하려면 새벽 6시 반이라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평상시 관심을 갖는 주제로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반가웠다. 리 모둠은 다음의 10가지 주제 중 제시된 4가지에 대해 각 15~20분 남짓 돌아가며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 "인공지능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위협이 될까요?" * "외국인 노동자, 난민 등도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사를 나눈 모습과 내용 안에서 "나 외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둠의 경우 주제에 대한 입장이 대체로 공통된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소모둠 대화를 마치고 전체 모임에서 모둠별 소감 나눔을 가지며, 다른 모둠의 내용보다 소감을 이해하는 중심으로 경험을 교환하고 마쳤다. 대화 프로그램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어느 모임 소식방에 전달을 했는데 아쉽게도 소식을 듣고 참여한 인원은 없었다. * 일상에서 만나는 지인 외 다른 지역, 다른 기회로 만날 수 있는 시민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는 점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여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형식과 주제를 갖고 모임을 열어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함께 지금 추진하는 모임 안에서도 보다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었다. 이런 자리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인공지능 #노키즈존 #가족구성권 #노조파업 #한일관계 #외국인노동자 #외국인난민 #한일역사 #토론 #대화 #대담 #시민회의 #한국의대화 #데모스X #한겨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적협동조합빠띠 #재단법인공공상생연대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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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테러리스트 취급” 케이블타이 진압, 인권위 진정
케이블타이에 결박당한 청년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백륭(22) 씨 등 청년 4명은 29일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 용산경찰서에게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이들을 대리해 진정인으로 나섰다. 청년들은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서울 중구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건희(윤석열·김건희 부부)는 국민들의 명령으로 발의돼 국회가 가결시킨 법안 24가지를 모두 거부했습니다. 그중에는 자신들의 수사 개입 의혹, 비리 의혹,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밝혀낼 특검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국민의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20대 청년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들은 지난 4일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대통령 집무실을 찾았다. 이들은 국방부 후문을 통과하자마자 저지당했다. 바닥에 얼굴이 짓눌리고, 숨도 쉬기 어려울 정도로 가슴이 압박되기도 했다. 심지어 양손이 뒤로 꺾여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한 여성은 진압 과정에서 옷이 벗겨져 속옷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하고, 또 다른 여성은 다리에 멍이 들었다. 이들 역시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상태로 용산경찰서로 끌려갔다.(관련기사 : <소총 멘 군인이 케이블타이로 결박… “계엄군 떠올라”>) 당시 국방부 후문은 서울경찰청 202경비단과 국방부 근무지원단 50군사경찰대 소속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케이블타이로 청년들의 손목을 결박한 건 군사경찰이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압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사기지 내 인원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 급박한 상황으로 판단, 초병이 휴대 중인 케이블타이를 사용하여 최소한의 범위에서 침입한 인원을 제압하였다”고 해명했다. “저희 대학생들은 총, 폭탄은 고사하고 작은 칼 하나 들고 가지도 않았습니다. 오직 구호 한마디 적힌 플래카드 한 장을 들고 맨몸으로 찾아갔습니다.”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했던 청년은 총 4명. 맨몸의 청년들에게 각 서너 명의 병력들이 달라붙었다. 한쪽에는 소총을 메고, 검은 제복에 방탄 조끼를 입은 군인들이었다. 학생들이 현수막을 펼치거나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었다. 국방부 영내에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아스팔트에 얼굴이 짓눌리고, 팔이 뒤로 꺾이고, 손목이 케이블타이에 묶였다. 최석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변호사는 “맨몸으로 들어가 아무 폭력행위도 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압한 상황이 의문스럽다”며, 특히 “어떠한 장구로 사람들을 무조건 묶어도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두 번째 문제는 ‘케이블타이’가 군사경찰장비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군사경찰의 직무수행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군사경찰장구가 명시돼 있다. 여기에는 수갑, 포승, 경찰봉, 전자충격기, 전자충격총, 방패, 헬멧 등 보호장구 및 고무탄총 등이 포함된다. 다만 케이블타이는 찾아볼 수 없다. 국방부는 “케이블타이는 군사경찰로서가 아닌 초병으로서 사용하였으며, 초병이 휴대하고 있는 세부장비는 작전보안상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변했다.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는 “수단이 과도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타이는 일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 상식적으로 사람한테 쓰이지는 않는다”며, “후문을 지키고 있는 경비 병력의 수가 (청년들보다) 더 많았을 텐데, 상식적이지 않은 도구로 사람을 묶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02년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계구(戒具)사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反)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계구란 ‘피고인이나 죄인이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살을 할 우려가 있을 때에 이를 억제하기 위하여 쓰는 기구’를 통틀어 말한다. 지난 29일 인권위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백륭 씨, 조서영 씨 등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 5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국방부와 대통령경호처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백륭 씨는 “국회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의사는 ‘입틀막’ 하더니 면담을 요청하러 간 청년들은 케이블타이로 꽁꽁 묶어 테러리스트인 양 취급하는 게 너무나 분노스러웠다“면서, “누가 이 국가의 주인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조서영 씨는 경찰서 유치장 내부에서 겪은 인권침해에 대해 토로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유치장에 있을 때 가족들 면회 요구를 가로막히고, 부당연행에 항의하며 단식할 때 조롱당했다” 며, “국민으로서, 나라의 주인으로서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을 하러 간 대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연행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고 분노했다. 피해 당사자의 발언 이후에 이들은 손목을 묶은 케이블타이를 가위로 끊어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약 20분 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이 끝나고, 백 씨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18일 대통령경호처와 군사경찰을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또 용산경찰서를 상대로 폭행, 독직폭행,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김연정 기자  openj@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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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의대화 온라인 참여 후기~
1. 참여계기 생각보다 일상에서 사회적 의제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추억을 나누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서로의 성향을 알기에 무거운 주제의 대화는 감정이 상하는 싸움으로 번질까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해서가 아닐까? 그래서 사회적 의제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한국의 대화’에 참여하고 싶었다. 특히, 필자는 현재 제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온라인으로도 진행되는 ‘한국의 대화’가 거리적 제약도 없애주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 필자처럼 서울에서 진행되었다면 참여하기에 부담을 느꼈을 경기도와 지방 참여자들도 많이 보였다)    2. 대화요약 1) 인공지능 필자는 인터넷 쇼핑, 방송에 나온 맛집  등등 검색 몇 번만 해도 관심사로 인식되어 포털과 유튜브 등에 계속해서 알고리즘으로 노출되고 도배되는데 종종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었다. 누군가 나의 삶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강의를 하는 다른 참여자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오류가 많다고 느꼈다며, 사용자인 인간이 정보를 정확히 입력해야 인공지능은 출력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정보가 부족한 사람이 챗GPT를 이용할 경우, 챗GPT가 보여주는 정보가 언뜻 많아보인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 노키즈존 아이를 양육했던 참여자의 경우, 흡연자를 위해 흡연실을 따로 만들어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하듯이,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예스키즈존이 늘어났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필자와 다른 참여자의 경우 장시간 비행의 경험을 떠올리며 비행기에서 아이가 계속 우니까, 처음에는 그 부모도, 그 아이도 힘들겠다는 걱정과 공감을 하다가 나중에는 지쳤던 경험을 공유하며 때로는 노키즈존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3. 참여후기 10가지의 주제를 미리 알고, 투표를 하면서 주제에 대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대화에 참여해보니 생각과는 또 달랐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주제의 경우, 화성에 거주하는 참여자는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자녀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기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 그 주제에 다양한 예시를 들며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었던 반면, 대학생인 참여자는 주변에 외국인 노동자를 만날 기회가 아직 적어서 이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목소리를 내었다. 인공지능, 노키즈존 등의 주제역시 경험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 대화를 이끌어가는 참여자와 리스너가 되는 참여자가 바뀌었다. 대화를 하다보니 80분이 금방 흘렀다. 20대 대학생부터 30대인 필자, 50대와 60대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꾸려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서로간의 예의를 지키며 대화를 나눈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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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교육부 수수방관… 여전히 빛나는 ‘가짜’ 졸업장[교수 엄마와 가짜 고대생]
‘가짜 고대생’의 대학 졸업장은 무사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라”는 교육부의 방침에도 고려대학교는 입학취소 조치를 5년간 미루고 있다. 교육부도 할 말 없다. “엄중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란 장담이 무색하게, 입학취소 여부를 확인도 안 하고 세월만 보냈다. 교수 엄마의 제자들이 만들어준 ‘가짜 스펙’으로 대학에 부정하게 입학한 이해슬(가명). 교육부와 고려대가 약 5년 동안 나란히 손 놓고 있는 사이, ‘가짜 고대생’의 입학허가 취소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입학허가 취소 권한은 학교의 장에 있다”며 학교로 책임을 미뤘고, 고려대는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조치를 취하겠다”며 또 미루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루기’가 부정입학자에 대한 후속조치를 막고 있다. 교육부는 2019년 3월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수희(가명)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의 딸 입학비리 관련 특별조사였다. 조사 결과, 엄마 이 교수가 ‘치과의사 딸 만들기’를 위해 대학원생들을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교수는 고등학생 딸 이해슬(가명)이 참가하는 학술대회용 연구보고서 및 발표자료(PPT)를 대학원생들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해슬은 그 덕에 ‘우수청소년학자상’을 받았고, 그 스펙을 활용해 2014년 고려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했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고려대에 행정상 조치를 요구했다. “2014학년도 이해슬 학생의 입시 전형자료 활용 조사결과를 통보하오니, 참고하여 향후 수사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하기 바람” 유은혜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렇게 엄포를 놓았다. “특별조사 결과, 법령 등 위반이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는 관련자와 관련 기관에 조속히 처분조치가 이행될 수 있도록 엄중히 관리·감독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부 특별조사로부터 약 5년이 흐른 현재, 고려대는 아직도 해슬의 입학취소를 결정하지 않았다.(관련기사 : <교수 엄마 덕에 ‘가짜스펙’… 고려대, 입학취소 안했다>) “해당자(이해슬)에 대한 입학허가 취소/미취소는 심의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안은 법원의 최종 판단을 근거로 본교 학칙과 규정에 의거하여 처리할 예정입니다.”(2024. 8. 29. 고려대 입학처 답변) 왜 아직까지 해슬의 입학취소 결정을 못하는 걸까. 고려대의 설명은 이렇다. “2019년 교육부 특별조사 발표 당시, 서류 보존기한(5년)이 지나 해슬의 입시자료(2014학년도 입학)가 없었습니다. 없는 자료를 근거로 판단할 수 없으니, 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려서 그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입니다.”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예슬의 입시자료가 폐기돼 부정행위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 다른 하나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예슬의 부정행위는 고교 시절 수상 스펙을 만들면서 일어난 일. 입시자료에 기재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과정상의 부정’은 교육부 조사와, 경찰·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확인됐다. 고려대가 새삼 부정행위를 다시 판단할 이유도 부족하고, ‘폐기된 입시자료’를 이유 삼아 그걸 미룰 명분도 약해 보인다. 검찰은 2019년 5월 업무방해와 사기 혐의로 이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딸 해슬도 함께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 7월, 이 교수에게 징역 3년 6개월, 딸 해슬에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이해슬은 피고인 이수희 교수로부터 위 자기소개서 및 첨부서류들을 넘겨받아 이를 2013.09.05경 ‘2014학년도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과학인재특별전형에 입학자료로 제출하여 최종합격하였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위계로써 고려대학교 소속 교수인 피해자 한○○, 정○○ 등 1차 서류전형 심사위원들의 입학심사 업무를 방해하였다.”(1심 판결문 중) 해슬이 고려대에 입학한 뒤, 엄마 이 교수는 딸의 치의학전문대학원(치전원) 진학 준비에 자신의 제자들을 또 다시 활용했다. 대학원생들은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해슬을 위해 SCI급 논문을 대신 써줬다. 이 교수는 이들에게 실험결과 수치를 조작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교수의 대학원생 제자들은 해슬의 봉사활동까지 대신 해줬다. 해슬은 단독저자로 ‘대필 논문’을 국제학회지에 투고했다. 교신저자는 F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 F 교수는 이 교수의 성균관대 약대 동문이다. 해슬은 2018년 서울대학교 치전원에 합격했다.(관련기사 : <논문도 봉사도 ‘대타’… 가짜 고대생, 서울대도 속였다>) 2019년 교육부의 특별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 교수 모녀와 관련된 세 대학 중 두 곳은 발 빠르게 후속조치를 이행했다. 교육부는 그해 3월 이미 성균관대에 이 교수 중징계(파면)를 요구했고, 서울대 치전원도 같은 해 8월 딸 해슬에 대해 입학취소를 결정했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어야 한다”는 고려대와 달리, 성균관대와 서울대는 모두 교육부 특별조사 결과 발표와 검찰의 기소를 전후해 조치했다. 심지어 지난 7월 1심 유죄 판결이 난 이후에도 고려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장관까지 나서 “엄중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던 교육부는 뭘 했을까?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관 담당자 A는 지난 22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고등교육법에 따라 입학허가 취소 권한은 ‘대학의 장’에게 있다”면서, “최종적으로 대학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가 “그동안 고려대 쪽에 이해슬 입학허가 취소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는지” 묻자, A는 이렇게 답했다. “민원이 들어왔다고 해서 교육부가 (사례별로) 각각 대학에 이 학생의 입학이 취소됐는지 여부를 따로 확인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장관은 “엄중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는데도, 막상 교육부는 지난 5년간 이해슬에 대한 입학취소 여부를 확인한 적이 없다고 당당하게(?) 답변했다. 운 나쁘게(?) 걸리지만 않았더라면 성공으로 끝날 뻔한 교수 엄마의 ‘치과의사 딸 만들기.’ 올바른 의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온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 박지용 대표는 교육부의 소극적 조치를 이렇게 비판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하라는) 교육부 권고에도 고려대가 지난 5년 동안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후속조치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려대 또한 (이해슬의 입학취소 결정 문제를) 관료주의적으로 대응하는 듯해 아쉽습니다. 1심 판결만 약 5년 걸린 사건을, 3심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법원의 판결에 책임을 넘기겠다는 것은, 스승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말과 같다고 봅니다.” 고려대가 그동안 입학취소 결정을 내린 적이 없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고려대에는 2022년 이후 두 건의 입학취소 사례가 있다. 먼저, 이미 세상에 잘 알려진 조민 씨 사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딸 조민 씨는 2022년 2월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입학이 취소됐다. 당사자 조민 씨가 아닌, 모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셜록이 지난 2022년 ‘유나와 예지 이야기’로 보도한 미성년 부당 저자 최지희(가명)도 고려대 의과대학 입학이 취소됐다. 최지희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아버지를 이용해, 아버지 동료 교수의 SCI급 논문 두 편에 부당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관련기사 : <셜록 보도 ‘논문 부정’ 고려대 의대생.. 결국 ‘입학취소’>) 이들에게 입학취소 결정이 내려질 때도, 이해슬은 ‘고려대 졸업장’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가짜 스펙’으로 얼룩진 졸업장을 가지고 그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의 가짜 졸업장을 고려대와 교육부는 언제까지 두고만 보고 있을까. 기자는 지난 9월 이 전 교수와는 잠깐 통화를 나눴다. 이 전 교수는 “기자”라는 소개에 “지금은 전화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후 10월 21일까지 12번에 거쳐 전화를 걸었지만, 이 전 교수는 받지 않았다. 이 전 교수는 문자메시지와 전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 전 교수 딸 해슬에게도 접촉했다. 지난 16일 입시비리 사건 관련 항소심 담당 법률대리인을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런 응답을 받을 수 없었다. 해슬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에도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지난 17일, 모녀의 주소지로 찾아갔을 때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셜록은 대필 논문의 교신저자 고려대 생명과학부 F 교수도 찾아갔다. 지난 17일, 고려대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 앞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었다. 기자는 F 교수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반론을 받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해슬이 대학원생들의 ‘대필 논문’을 단독저자로 투고하는 데 역할을 한 교신저자 F 교수는 징계를 받았을까? 고려대는 2019년 9월 교내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고려대 커뮤니케이션팀(홍보팀)은 F 교수의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특정 교원에 대한 개인정보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김보경 기자 573dofvm@sherlock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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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자유 지수 하락, 윤 정부 국정운영 실패 드러내
한국 정부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인터넷 자유 보장 조치 마련해야 올해 10월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24 세계 인터넷 자유 지수(Freedom on the Net)에서 한국은 또 다시 ‘부분적 자유(Partly Free)’의 지위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해와 비교해 지수가 67점에서 66점으로 강등되기까지 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3년 한국 정부의 온라인자유연대(Freedom Online Coalition, FOC) 가입에 즈음하여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한국 정부가 회원국가로서 국격을 갖출 수 있도록 개선점을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작성해 한국 정부와 FOC에 보낸 바 있다. 오픈넷은 2024 세계 인터넷 자유 지수 하락이 지난 공개서한에 담은 우려를 증명한 결과로 간주하며 한국 정부가 신속히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국 인터넷 자유 지수 하락에 기여한 문제점은 그간 오픈넷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던 문제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2024 세계 인터넷 자유 지수 보고서는 언론사와 통신섹터를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인터넷 콘텐츠의 윤리기준을 모니터링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극심한 정치적 편향성을 띠게 된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동관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사건, 이후 방통위가 야당 인사의 공석 상황에서 운영된 점, 비정상적인 체제 아래에서 방통위가 YTN의 유진그룹 인수를 허용한 점, 방심위 내부 직원이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사실을 내부고발한 사건 등 방통위와 방심위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2024년 5월 행정법원이 방심위의 위민온웹 사이트 전체 차단 행정명령을 유지한 판결 역시 인터넷 자유도 하락에 기여한 사건으로 거론되었다.  또 보고서는 한국의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가혹하게 높은 인터넷접속료를 초래한 발신자종량제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언론사를 옥죄고자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금전적인 제도나 규제가 인터넷 자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관련한 사건으로 방심위가 총합 1억 2천만원의 벌금을 MBC, KBS, YTN, JTBC에 부과한 사건, SNU 팩트체크센터가 정치적 상황에 압박을 느낀 후원사들의 후원철회로 운영을 중단하게 된 경위, 2023년 12월 트위치가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건을 거론했다. 한국 시민들의 인터넷 활동이 국가보안법, 공직선거법, 명예훼손죄,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등으로 인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낮은 점수에 기여한 요인으로 거론되었다. 또한 현 정권이 기자와 언론사를 상대로 한 다수의 명예훼손 소송의 근원지임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서울의 소리를 상대로 한 국민의힘의 명예훼손 고소, 정부비판적 기사를 생산한 뉴스타파와 JTBC 압수수색 건,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양심고백 영상 제작자와 유포자에 대한 수사, 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에게 명예훼손 유죄를 확정한 판결 등을 연관성 있는 사건으로 거론했다.  오픈넷은 위민온웹 사이트 차단, 방심위의 사이트 차단과 콘텐츠 삭제, 발신자종량제, 배드파더스 명예훼손죄 유죄판결, 명예훼손죄를 이용한 언론탄압 등에 대해 각종 소송과 입법활동으로 대응(아래 관련 글)해 왔기에 인터넷 자유를 훼손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주의적 행보를 강하게 규탄하는 바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수사에 걸맞는 국격과 품위를 갖출 것을 윤석열 정부에 요구한다.  2024년 10월 29일사단법인 오픈넷 [관련 글]위민온웹과 오픈넷, 지연된 임신중지 권리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다 (2024.05.03.)방통심의위의 대통령 심기 보호 위한 풍자 영상 차단을 규탄한다 (2024.02.23.)오픈넷, ‘배드파더스’ 대표 대리해 정보통신망법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 청구 (2024.02.05.)트위치 한국 서비스 철수에 담긴 경고: 콘텐츠 다양성 훼손과 인터넷의 파편화,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 폐지로 망중립성 복원해야 (2023.12.11.)유엔 자유권위원회, 한국 정부에 형사 명예훼손죄의 폐지 및 반대 언론 탄압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 것 권고 (2023.11.07.)인공임신중단 정보제공 사이트 차단에 대한 행정소송 패소: 낙태죄 효력이 상실되어 아무런 제한없이 낙태가 가능하다? (2023.10.26.)대한민국 정부와 Freedom Online Coalition에 보내는 공개서한 (2023.08.09.)2016 인터넷: 위로부터의 억압, 아래로부터의 분출 (2017.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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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없는 AI의 질주
1. 청소년 정신건강과 AI 챗봇 (주의: 이 기사는 자살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자살로 청소년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Character.AI(페르소나형 챗봇 서비스 기업)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4세 소년인 슈얼 세처(Sewell Setzer)는 이 서비스를 통해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등장인물 “대너리스(Daenerys)”를 모사한 챗봇과 오랫동안 대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슈얼은 하루에 십 수 번 챗봇에게 말을 걸어, 자신의 고민에 대해 털어놓고 때로는 연인 같은 대화나 성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슈얼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상담을 받았고, 슈얼의 일기에는 현실을 벗어나 챗봇과 사랑에 빠질수록 행복하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챗봇은 자살을 언급하는 슈얼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마”라고 답하기도 했지만, 사건 당일 “만일 내가 지금 당장 가면 어떨까?”라며 자살을 암시하는 슈얼에게는 “그렇게 해줘, 나의 사랑스러운 왕이시여”라고 답했습니다. 슈얼의 어머니 메건 가르시아(Megan Garcia)는 올해 2월 Character.AI와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기업이 위험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안전장치 없이 배포했고, 성적 대화를 통해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챗봇에게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털어놓도록 사용자들을 속이고 중독시켰다는 주장입니다. 또 구글은 창업자들을 고용하고 라이센스 계약을 맺는 등 Character.AI의 기술 개발에 밀접하게 기여해, 사실상 공동개발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Character.AI는 청소년 사용자들을 위한 새로운 안전성 기능을 도입하고, 장시간 사용자를 위해 주의 알림을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글은 Character.AI가 개발한 제품은 구글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챗봇에게 상담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의 해결책으로도 상담 챗봇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이번 소송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립니다. 챗봇을 내세워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아무런 제약없이 중독적으로 제품을 설계한 기업의 책임을 질문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유사 서비스인 스캐터랩의 “제타”가 이미 9세 이용가로 시장에 있고, 학생 대상의 AI 교과서 제공업체들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하기도 했습니다. 챗봇 AI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칠 영향을 알 수 없다면, 우선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요. 🦜더 읽어보기- 로맨틱하지 않은 연애 AI 챗봇(2024-02-19) 2. 오픈AI, AGI 안전 대비팀 해체 오픈AI의 AGI 안전 대비팀(AGI Readiness) 수석 고문 마일스 브런디지(Miles Brundage)가 회사를 떠나면서, 그가 이끌던 AGI 안전 대비팀도 해체되었습니다. 그는 “오픈AI나 다른 어떤 연구소도 AGI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 세상도 마찬가지다.”라며 경고했습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AGI 안전 대비”란 “점점 유능해지는 AI 시스템을 안전하고 유익하게 개발·배포·관리할 준비”를 뜻한다는 코멘트도 남겼습니다. 그는 오픈AI가 연구에 너무 많은 제약을 뒀고, 그런 직간접적인 편향에서 멀어져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는 오픈AI 밖에서 AGI를 준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AI 정책을 연구하고 촉구하는 비영리 단체를 꾸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5월에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와 수퍼얼라인먼트(Superalignment)팀 공동리더 얀 라이케(Jan Leike)가 사임하며 수퍼얼라인먼트 팀이 해체됐고, 9월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가 오픈AI를 퇴사했습니다. 반대로, 샘 올트먼의 귀환과 함께 오픈AI는 점점 AI 안전 조직을 줄여나가며 영리 사업체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오픈AI가 목표로 하는 AGI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AI 기술을 이끌고 있는 오픈AI에서, 안전 홀대를 이유로 한 퇴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 위험한 신호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안전 인력이 사라진 오픈AI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더 읽어보기- 엇박자를 내는 오픈AI(2024-05-20)- 떠나는 리더십, ‘비영리단체’ 오픈AI는 없다(2024-09-30) 3. 안전 체계를 마련하는 카카오 23일 카카오가 “카카오 AI 안전 이니셔티브(Kakao ASI)”를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가 그룹 대화 기반의 AI 서비스 “카나나(Kanana)”를 출시하며 발표한 이 체계는, AI 서비스의 생애주기에 맞춰 AI 윤리 원칙을 지키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국내 환경과 요구에 맞는 “소버린 AI”를 강조한 네이버에 이어서, 카카오 역시 자체적인 AI 정책을 제안하는 모습입니다. AI 규제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요구가 커지면서 자율 규제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의 AI 자율 규제가 AI 규제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기업이 추진하는 AI 정책의 목표와, 사회가 요구하는 AI 정책의 목표가 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제 결정은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사용자의 권리나 주장은 어떻게 반영이 되는지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쉬운 점입니다. 🦜더 읽어보기- 소버린 AI와 파운데이션 모델, 그리고 서비스(2024-09-23) #feedback 오늘 이야기 어떠셨나요?여러분의 유머와 용기, 따뜻함이 담긴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남겨주신 의견은 추려내어 다음 AI 윤리 레터에서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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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구의회 왜 아직도 원구성 못했을까에 대한 깊생중,,🤔 깊생 3개월 돌입
대덕구의회 왜 아직도 원구성 못했을까에 대한 깊생중,,🤔 깊생 3개월 돌입 - 대덕구의회는 언제까지 원구성만 할 것인가 2024.10.23. 띠모는 지금까지 대덕구의회 후반기 원구성 실패에 대해 2번이나 다뤘어요. 8월 14일자 띠모크라시 9월 11일자 띠모크라시 그런데 10월 말인 지금까지도 원구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소식입니다.😡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시간 순서대로 한번 알아봐요. 1) 9월 24일, 네 번째 선거 만에 의장 선출! 그런데 부의장은... 9월 11일자 띠모크라시에서는 9월 4일에 진행된 세 번째 의장 선거가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그 이후 9월 24일에는 네 번째 의장 선거가 있었어요. 이때 띠모는 구의회에 직접 가서 방청을 했답니다.선거 당일 국민의힘 김홍태, 이준규, 조대웅 의원은 출석하지 않았어요. 의장 후보자에 등록했던 조대웅 의원은 사퇴한 상태였고요. 그래서 총 8명 중 5명만이 출석한 상황에서 의장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투표 결과, 출석한 5명 중 5표를 받아 무소속 전석광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됐어요. 무려 2개월 만의 의장 선출이었어요.그런데 이날 부의장 선거는 진행되지 못했어요. 의장이 선출되자마자 무소속 유승연 의원이 회의장을 퇴장하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지켜보던 띠모는 너무 놀랐다는 후문😲) 부의장 선거 무산 이후, 불출석한 3명의 의원은 입장문을 발표했어요. 본인들의 자리 욕심을 내세운 5명의 의원(김기흥, 박효서, 양영자, 유승연, 전석광 의원)에게 원구성 실패의 책임이 있고, 특히 정당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양영자 의원을 비판한다는 내용이었어요. 2) 10월 18일, 부의장 선거 또 무산 시간은 계속 흘러 10월 18일, 대덕구의회는 부의장 선거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선거도 무산됐어요. 8명 중 4명의 의원(김기흥, 박효서, 양영자, 전석광 의원)만이 출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거든요. 회의에 불참한 4명의 의원(김홍태, 유승연, 이준규, 조대웅 의원)은 전석광 의장이 원구성을 위한 협상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해요.사실 9월 24일 의장 선출 이후 대덕구의회 의원들은 협치하는 모습이 아니라, 갈등하는 모습만 계속 보여줬어요. 의장 선거에 출석한 5명의 의원 사이에도 입장차가 크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고요. 국민의힘 3명의 의원은 양영자 의원이 당론을 위배했다며 시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어제인 10월 22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은 양영자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고요.  3) 모든 피해는 구민들의 몫 이번 부의장 선거도 무산되면서 대덕구의회는 3개월 째 원구성조차 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구의회의 모든 업무가 진행되지 못하고 중단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구의회는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 선출이 되어야 이후 업무를 진행할 수 있죠. 견제・감시해야 할 구청 업무, 심의해야 할 조례안 등이 쌓여 있고,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의 등도 남아있습니다.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는 대덕구의회 원구성 실패를 지켜보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7월 25일) 대덕구의회의원들은 의정활동비 반납하라 (9월 20일) 원구성보다 업무추진비가 우선인 직무유기 대덕구의회 (9월 27일) 대덕구의회, 의장 뽑았다고 끝이 아니다 논평을 통해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대덕구의원들은 의정비 반납 혹은 사퇴를 통해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또한 선출된 신임 의장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요.어제(10월 22일), 대덕구의회 김홍태・이준규・조대웅 의원과 대전시의회 이효성・이용기 의원은 '국민의힘 대덕구 시・구의원 입장문'을 발표했어요. 박경호 대덕구 당협위원장에게 정의롭고 공정한 정치를 요구한 건데요. 박경호 당협위원장은 양영자 의원 윤리위원회 제소 당시, 함께 소명자료를 제출하기도 했었는데요.그런데 정말 이 모든 일이 양영자 의원의 당론 위배 때문에 일어난 걸까요? 사실 국민의힘 3명의 의원 또한 3개월 동안 갈등을 지속하기만 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전혀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요?또 새로 선출된 전석광 의장은 지속되는 원구성 실패를 해결하기 위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의장이라면 의원들의 대표로서 중간에서 의원 간의 입장을 조율하고, 진정으로 구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거예요. . . 의미없는 갈등만을 반복하고 있는 대덕구의회로 인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구민들이 보고 있는데요. 대덕구의원들은 하루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해 날려버린 3개월을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띠모는 앞으로 계속해서 대덕구의회의 행보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구독자 분들도 이후 대덕구의회 원구성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심 가지고 지켜봐주세요! *이 글은 뉴스레터로 발행된 지난 띠모크라시의 일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띠모크라시 모아보기🧡 띠모크라시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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