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패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환경 오염 관련 이슈가 논의되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그중에서도 의류 쓰레기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2022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수상작 :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2021년 KBS에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의류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에 관한 내용으로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22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작] 오늘 당신이 버린 옷, 어디로 갔을까? (KBS 20210701 방송)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내용을 하나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지금 지구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옷의 양은 무려 ‘천억 벌’이라고 해요. 상상할 수 없이 많은 수치이죠?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산되는 옷이 몇 벌인지가 아닌 옷을 생산할 때 드는 자원의 양입니다. 흰색 면 티셔츠 1장을 만드는데 드는 물의 양은 무려 2,700L로 사람이 3년간 먹는 물의 양과 같다고 해요. 심지어 이렇게 생산되는 천억 벌의 옷 중 버려지는 옷은 330억벌이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비율로 환산하면 33%니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렇게 입지도 않은 새 옷들이 버려지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먼저 패스트패션이라는 현대 사회의 트렌드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패스트패션이란?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란 간편하고,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뜻의 패스트푸드에서 파생된 단어로 최신유행에 맞는 옷이 빠르고 싸게 대량 생산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패스트패션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최신유행에 맞춘 옷들이 유행을 지나면 팔리지 않아 고스란히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과도한 의류 마케팅
패스트패션과 더불어 옷이 과도하게 생겨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의류 마케팅 때문인데요, 유튜브를 보거나 웹서핑을 할 때 의류 광고가 뜬 경험 다들 있으시죠? 이런 식으로 의류업체들은 알고리즘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많은 양의 광고를 내보냅니다. 또 일부 의류 어플은 정교한 데이터 기반으로 사람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해 인공지능이 추천한 옷을 구매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옷으로 인한 환경 오염
아까 옷이 버려지는 비율이 33%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번에는 이렇게 대량으로 버려진 옷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알아볼 환경 문제는 공기 오염입니다. 우리는 보통 항공기나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 항공기나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보다 패션 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더 많다고 해요. 그 예시 중 하나로 청바지 한 벌을 제작할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자동차가 111km를 이동했을 때 배출되는 탄소의 양과 비슷하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또 옷을 만들거나 폐기하는데 드는 탄소 배출량이 세계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라고 하니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오시나요? 22.11.17, 한철 입고 버린 옷, 썩지 않는 쓰레기산 된다, 출처 한국경제
▲ 산처럼 쌓인 의류쓰레기
두 번째로 알아볼 문제는 개발도상국의 의류 쓰레기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옷 중 5%는 국내 빈티지샵 등으로 유통되고, 나머지 95%는 개발도상국 등으로 수출된다고 해요. 개발도상국 사람들은 가난하니까 옷이 생기면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서아프리카의 칸타만토 시장에는 매주 헌 옷 1500만개가 도착한다고 해요. 하지만 많은 양의 옷이 도착해도 그중에서 쓸 만한 옷은 별로 없기에 도착한 옷 중 판매할 옷을 뺀 나머지 옷들은 그대로 버려져 시장 근처 강에 떠다니거나 근처 평지에 그대로 쌓여 마치 산과 같은 모습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상술한 문제 외에도 옷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염료나 표백제는 바다를 매우 오염시키고, 버려진 옷을 먹은 해양 생물들이 아파하는 등 지금도 의류 쓰레기로 인해 수없이 많은 환경 문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안 사례 소개
그렇다면 이런 의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쓰레기도 아름답게 변하는, 트래션쇼
▲ 트래션쇼의 예시
먼저 외국의 사례를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최근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거주하는 10대 환경운동가들은 버려진 폐기물을 활용해 만든 옷으로 ‘트래션쇼’를 개최했다고 해요. 2022.12.04 '쓰레기를 작품으로'…나이지리아 10대들 패션쇼 눈길, 출처 뉴스펭귄
여기서 트래션쇼란 쓰레기와 패션쇼의 합성어를 의미합니다. 해당 트래션쇼는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재활용을 장려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고 해요.
이 쇼의 개최자들은 지역사회, 해변, 배수로 등을 청소하면서 나온 폐기물을 모아 패션쇼에 사용할 의류를 제작했습니다. 플라스틱 가방을 넓게 펼쳐 만든 원피스, 카프리썬 주스 봉지로 만든 귀걸이,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제작한 목걸이 등을 착용한 채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또 행사를 주최한 나이지리아 비영리단체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는 환경 오염과 기후 문제에 대한 교육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 패션쇼와 같은 오락 행사가 교육을 위한 완벽한 수단’이라 덧붙였다고 해요.
2) 옷 없이 옷을 파는, 레지넌스
다음으로 미국의 주문형 의류회사 ‘레지넌스’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주문형 의류회사라는 것이 많이 생소하실 것 같은데요, 이 회사는 주문형이라는 말 그대로 주문이 들어오면 옷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그렇기에 이 회사의 좌우명도 ‘재고 없음’이라고 합니다.
또 레지넌스에서 옷을 판매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만드는 방식 또한 친환경적입니다. 옷을 제작할 때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디지털 인쇄를 사용하기 때문에 물과 잉크가 30% 절감되며, 모든 옷에는 QR코드를 넣어 사용된 직물과 염료가 무엇인지, 물과 소비전력은 얼마나 들었는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등을 소비자가 알 수 있다고 해요.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3) 안 입는 옷들로 여는 파티, 21% 파티
지금까지 외국의 사례를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한국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파티를 좋아하시나요? 여기 의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파티가 있습니다. 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에서 개최하는 ‘21% 파티’인데요, 이 파티의 참석자들은 예전에 구매했지만 다양한 이유로 인해 입지 않는 깨끗한 옷을 가져와 서로 바꿔 입는다고 해요. 재미있는 점은 가격표 부분에 가격 대신 옷에 대한 소개를 적어 붙인다는 것입니다. 옷의 종류는 무엇인지, 언제 샀는지, 몇 회 입었는지, 왜 내놓는지에 대한 이유를 짧게 작성합니다. 그래서 이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있고, 옷에 대한 애정도 생기며 환경도 챙길 수 있는 재미있는 파티입니다.
그리고 다시입다 연구소는 작년 4월 캠페인즈에서 ‘패션기업들의 재고 폐기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서명도 진행했어요. 해당 서명은 아직도 진행중이니 여기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 들어가 서명에 참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패션기업이 ‘재고와 반품을 폐기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주세요!
4) 상품가치 없는 옷들도 팔리는, 애프터어스
다음으로 소개할 사례는 한국의 의류 브랜드 애프터어스입니다. 애프터어스는 ‘만들어진 옷들이 모든 의미를 다 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지향’한다는 좌우명으로 만든 브랜드입니다. 애프터어스는 재고 제품, 미세 스크래치가 있는 리퍼브 제품과 같이 의류 자체에 문제가 없어도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옷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선보입니다. 소비자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좋고, 옷들도 이유 없이 버려지지 않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점이 의미 있습니다.
5) 재활용을 한곳에 모은, 서울새활용플라자
▲ 새활용플라자에 전시된 재활용품들
다음은 서울디자인재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새활용플라자를 소개하려 합니다. 해당 플라자는 서울시에서 버려지는 자원들을 더 새롭게 활용하는 소재와 디자인, 제조, 유통을 한곳에 모은 곳으로 전시/팝업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개방한 장소입니다. 이곳에 방문하면 위에서 소개한 애프터어스와 같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활동인데요, 쓰레기로 의자 만들기, 장난감을 분해해 새로운 장난감 작품 만들기, 고장난 시계나 자전거, 청소기를 고쳐주는 등의 다양한 행사도 열립니다.
그렇다면 의류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이렇게 지금까지 패스트 패션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다양한 대안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최근에는 유명한 패션 기업들도 의류로 인한 환경 문제를 인지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아까 옷이 과생산되는 이유는 바로 의류회사들의 과도한 마케팅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이에 몇몇 기업들은 의류 광고 패턴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 중 자라는 “우리는 수요를 촉진하거나 과소비 촉진을 위해 광고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했고, 아디다스도 “오는 2025년까지 아디다스 광고 10건 중 9건은 지속가능한 것이 될 것”이라 밝혔다고 합니다. 22.06.26, 환경 우려 부르는 패스트 패션... 해결책은?, 출처 BBC NEWS 코리아
또 얼마 전에는 H&M과 아디다스, 자라가 유기농 원료와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컬렉션을 출시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환경을 살리기 위해 폐페트병으로 만든 의류를 생산 중이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친환경적인 재료로 만든 옷을 입는 것이 환경을 살리는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요. 아무리 친환경적 원료를 사용해 옷을 제작해도 결국 전체 옷의 개수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환경적 소재로 옷을 제작하는 것도 좋지만 초점을 전체 옷의 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맞춰야 의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업이 생산량을 감소하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소비자들의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요, 우선 의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패딩을 사고 싶다면 아까 언급한 빈티지샵에 가본다거나,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일상 속에서 조그만 실천을 하나씩 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이미 패딩이 많은데 환경 보호에 동참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것을 구매하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의 핵심은 그것이 아무리 친환경적이더라도 무작정 새로운 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내가 필요한 것만 딱 사용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니까요.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의식적으로 한 번씩 더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의류로 인한 환경 오염이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