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물살이는 고통을 느낄까?- 다큐 [씨스피라시]를 통해 바라보는 동물권

2023.08.28

581
5
사회적 가치를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는 소셜 섹터 팟캐스트
‘그가 사랑하는 바다가 죽어간다. 인간이 그 경이의 세계를 파괴한다. 그리하여 카메라를 들고 바다로 나간 감독. 그가 맞닥뜨린 것은 전 세계에 걸친 부패의 그물이었다.’ (출처: 넷플릭스 [씨스피라시])


위 글은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 1위에 오른 ‘씨스피라시’의 줄거리 인데요, 제목 ‘Seaspiracy’는 바다를 뜻하는 Sea와 음모를 뜻하는 conspiracy를 합쳐 만든 단어입니다. 바다에 관한 음모라는 뜻이죠. 과연 바다에는 어떤 음모들이 있을까요?

출처 : istoke


🐟 유령어업

일반적으로 바다의 물살이(물고기)를 아프게 하고 죽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은 우리가 버린 빨대, 스티로폼 등과 같은 생활 쓰레기입니다. 다큐에서는 이런 생활 쓰레기보다도 더 물고기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어업에서 나온 쓰레기입니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구와 같은 쓰레기들이 해양 생물을 잡아 크게 다치거나 죽게 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유령이 물살이를 잡는다는 뜻에서 ‘유령어업’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물살이가 단순히 폐그물에 걸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걸린 물살이가 죽어서 미끼가 되어 더 큰 물살이가 연쇄적으로 유입되어 죽어나간다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또한 제주도 바다에서는 그물에 걸려 꼬리가 잘린 돌고래도 종종 발견된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어획량의 10%에 달하는 해양생물이 유령어업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 물살이 남획

바다에 있는 생물들에게 치명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중 기름 유출 사고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태안 앞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었죠. 그 당시에 123만명 국민들이 가서 기름띠를 제거하는 봉사를 했을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2010년에 이 사고의 62배에 달하는 규모의 사고가 발생했었습니다. 바로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석유 유출 사고입니다. 이 사고는 미 역사상 최악의 해상 원유유출 사태로 꼽힐 정도로 생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죠. 그런데 여기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멕시코만에서 조사했을 때 하루 어업으로 죽어나간 동물의 수가 몇 달 간의 기름 유출로 죽은 동물의 수보다 많다고 다큐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남획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지속적인 어업생산량 감소로 정부에서 금어기와 금지체장을 설정하여 단속해오고 있습니다. 오징어의 경우,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어린오징어 생존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조업과 판매, 소비가 지속되자 금지체장을 12cm에서 15cm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pixabay


이러한 남획의 문제는 물살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큐에서 정말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상어가 지느러미가 없는 상태로 바다 바닥에서 몸부림 치고 있는 장면인데, 상어 지느러미와 같이 딱 필요한 부분만 잘라서 팔고 나머지는 그대로 바다에 던지기 때문에 몸부림치고 있는 것입니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다가 굶은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포함하여 전세계적으로 시간 당 1만 1천에서 3만 마리의 상어가 죽어나간다고 합니다. 보통은 상어가 사람을 해친다고 생각을 많이 하여 굉장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실제로 상어가 사람을 죽이는 수는 1년에 10명 정도라고 합니다. 오히려 상어에게 사람이 공포의 대상인 것 같네요.

상어를 잡는 이유는 샥스핀이라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 때문인데요, 사실 샥스핀은 무색, 무미, 무취이고 영양가도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높은 중금속도 함유하고 있는데도 단지 희귀하다는 이유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샥스핀 요리를 어이없는 죽음을 부르는 요리라고 칭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무분별한 남획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고통스럽게 합니다.

출처 : istoke


🐡 물살이도 고통을 느낄까?

이렇게 물살이가 많이 죽어나간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포유류와 다르게 물살이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텐데요, 물살이는 정말로 고통을 느끼지 못할까요?

다큐에서는 물살이가 몸통 옆의 측선으로 물 속의 섬세한 움직임을 감지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여러 마리가 한마리처럼 움직이며 이동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따라서 물살이는 굉장히 예민하며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물살이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자료들도 존재합니다. 어류학자와 동물학자가 무지개 송어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실험 과정에서 무지개송어의 입 주변에 벌침의 독이나 식초를 주입하자 송어는 수조의 벽면과 바닥에 주둥이를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이 행동이 포유류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하는 동작과 유사하다는 점을 봤을 때 물살이도 고통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더욱 신기한 점은 진통제를 주사하자 이렇게 입을 수조에 문지르는 행동을 그쳤다고 하네요.


🐠 물살이도 동물일까?

현재 동물복지를 위한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동물’에는 물살이가 포함되어 있을까요?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법의 적용 대상에 어류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식용 어류는 제외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단지 식용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무분별하게 다뤄도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공유하기

이슈

동물권

구독자 911명
오랫동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미뤄온 다큐인데 이번 주에 꼭 봐야겠네요.
물살이라는 표현이 쓰이는군요. 사용하는 용어가 관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금 오래 되었지만, 물살이를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했던 한 집회가 떠오르네요. 최근 동물권에 관련된 논의가 비교적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특히나 고래를 제외한 해양동물은 대상에서 제외되더라고요. 기후위기 최전선에서 고통 받고 있을 물살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논의들이 더 자주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동안의 논의가 인간 중심적으로 이뤄져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래도 물살이는 인간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보니 더욱 더 '식량'으로만 다뤄져온 것 같습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생명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물살이뿐만 아니라 더 많은 고민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용어류로 분류되면 보호받지 못하는군요. 걸어주신 링크에 들어가보니, 식용어류도 "다른 농장동물처럼 운송과 도살 규정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