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신문을 찾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포털에 검색해서 기사를 봅니다. 언론도 그에 맞춰 기사를 썼습니다.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이목을 끌고 클릭하게 합니다. 첫 문단엔 결론을 씁니다. 그래야 빨리 소비하고 나갈 수 있으니까요. 결론을 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기사를 쭉쭉 내려 댓글을 봤습니다. 친절하게 기사 요약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댓글 여론이 안 좋으면 안 좋은 기사, 좋으면 좋은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댓글에 좋아요가 많이 눌리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니 그것이 사실인 듯 생각한 경우도 많았죠. 때론 그걸 그대로 믿었습니다. 첫문단과 댓글이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제 이야기입니다. 대학교 1학년 즈음까지 제 모습이었습니다. 과거는 생략하고, 2학년부터는 주로 신문을 읽었습니다. 대학교 도서관엔 늘 그날 신문이 있었습니다. 근로장학생들이 주로 아침에 비치했는데, 도서관에 일찍 간 날에는 제가 신문을 받아서 비치한 적도 있었습니다. 보수, 진보, 경제 주로 3개 신문을 읽었습니다. 그래야 왜곡과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 포털 기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지 않았습니다. 이건 요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한 기사를 봤습니다. 뉴욕타임스 1면 기사였습니다. MS의 AI 빙과 기자의 대화입니다.¹ https://www.nytimes.com/2023/0... 섬뜩했습니다. AI에 자아가 있다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아를 가진 AI가 기사를 쓴다면? 왜곡이 많아질까? 기사의 질이 좋아질까? 팩트만 있을까? AI가 기사를 쓴다면 기자의 역할은 뭘까? 언론사의 역할은? 기자가 필요할까? 언론사가 필요해질까? 저널리즘이 필요해질까?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현재는 어떤지, AI와 저널리즘은 뭘지. AI에 저널리즘을 맡겨도 될지, 시민으로서 저널리즘 바라보는 시각은 어때야 하는지. AI는 어떤 글을 쓰나? 국내외 언론사에서 이미 AI로 기사를 씁니다. 연합뉴스의 경우 2020년부터 날씨 관련 기사는 AI가 씁니다.² 올해 2월에는 맨즈헬스에서 ‘달리기 기록 단축 팁'³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이 역시 AI가 쓴 기사입니다. 날씨처럼 단신이 아니라 꽤 긴 기사입니다. AI가 썼다고 말하지 않으면 믿지 않을 정도로 쓰여졌습니다. 날씨 정보부터 건강 정보까지, AI는 이미 활용되고 있습니다. AI의 수준은 변호사 시험과 의사 시험을 통과할 수준이고, 글쓰기 실력도 문학 공모전에 당선될 정도 입니다.⁴ 글도 잘 쓰고, 변호사, 의사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지식과 실력을 갖췄다면 팩트를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도 AI에 넘겨줘도 되는거 아닐까요?  기사는 팩트를 전달하는 것인데, 이미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고, 사실을 과장 혹은 축소하며 쏟아내는 건 이미 현대 언론이 저널리즘 하에 하고 있던 거 아닌가요? 차라리 더 많은 지식을 탐구한 AI의 팩트가 더 신빙성 있는거 아닐까요? AI 작품은 압축된 JPEG 파일입니다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답합니다. 요즘 가장 핫한 Chat GPT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흥미로운 칼럼이 있습니다. 미국의 SF 소설가 테드 창이 뉴요커에 쓴 칼럼입니다.⁵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hat GPT는 웹 상의 흐릿한 JPEG 파일”이라고. 참고로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인 브라운 대학교에서 물리학,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Chat GPT는 수많은 정보를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요약한다는 건 걸러진다는 의미죠. 전체를 통으로 말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요약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왜곡이 발생합니다. 마치 JPEG 파일을 그냥 보면 괜찮지만, 확대하면 깨져있는 것처럼요. 문제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점입니다.   Chat GPT 답변도 그렇습니다. 그럴싸합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게 팩트인지 아닌지 헷갈립니다. 내가 정확히 알지 않으면 Chat GPT의 답변이 정답처럼 보입니다. 가령 이런 거죠. 달에 처음 간 사람은 누구인가요? 닐 암스트롱인가요? 루이 암스트롱인가요? 어떤 암스트롱일까요? 현직 대통령 이름, 훈민정음 창제자, 조선 건국자, 지난 월드컵 우승국 등 너무나도 선명한 팩트가 아닌, 어정쩡한 팩트는 위험합니다. 가짜뉴스가 위험한 이유와 동일합니다. 선동도 쉽고, 왜곡도 쉽죠. 만약 언론이 이걸 그대로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이 아닌데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그걸 그대로 내보낸다면? 이런 AI로만 기사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CNet AI로 쓴 기사 77개 몰래 발행, 한 달만에 오류 41개 발견 사실입니다.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 매체 씨넷(CNet)은 구독자 몰래 77개의 AI 자동생성 기사를 썼습니다.⁶ 문제는 오류가 있었다는 점, 그 오류를 한 달 동안 몰랐다는 점입니다. 해당 매체는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수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⁷ 한편, 오류에는 일반 경제 기자라면 틀리지 않을 복리 이자 등 기본적인 계산 오류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⁸ 그들 말로는 사람 편집자의 검토를 거쳤다고 하는데, 검토한 것 치고 너무나 기본적인 것에서 오류가 발생했다는 게 눈에 띕니다. 이유야 어쨌든, 현재까지 AI에 기대 기사가 발행되는 건 여러 혼란을 더욱 야기할 것 같습니다. 몽클레어 주립 대학교 교수는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 잘 보도된 기사와 가짜 뉴스 구분이 어려워질 것이고, AI가 그것을 확산시킬 것”⁹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저는 이 보도를 보고 한편으로 사람이 더욱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략히 말하면, 기사 발행 순서는 이렇습니다. 기자의 취재, 기사 작성, 데스크 검토, 발행. 실상은 이보다 복잡할 겁니다. 앞서 씨넷의 기사는 기사 작성부터 데스크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AI가 무분별하게 기사를 쓰는 걸 사람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다면, 세상엔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훨씬 많아질 것 같습니다. 혼란도 가중되고요. 물론 AI를 잘 활용하면 좋은 도구가 될 겁니다. 기자가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독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측면에서 활용한다면요.¹⁰ 인간이 편리하려고 만든건데, 일도 편하게 해야죠. 하지만, 전 여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AI의 역할은 여기까지 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에 저널리즘을 맡겨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AI에 저널리즘이 없기 때문입니다. AI와 저널리즘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미래엔 AI로 인해 단순 노동직은 없어질 것이라 말합니다. 그 중에 저널리즘도 있습니다.¹¹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널리즘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이 아닌 게 사라질 것이라고. 저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진실, 윤리,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에 대한 책임과 윤리 의식, 사람을 위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고요. 한 기자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인간의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저널리즘이 될 수 없다.(If something did not come from a human mind, it is not journalism)”¹²라고. 동의합니다. 저 역시 진짜 저널리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토대 위에 이루어진 취재와 기사가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취재를 하지 못하는 AI는 이 일을 하지 못합니다.  현재 AI 모델은 학습한 내용 중 가장 높은 확률의 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확률의 책임과 가장 높은 확률의 윤리, 가장 높은 확률의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어떤 기사를 낼 것이냐, 말 것이냐 이 모든 것의 결정은 결국 사람이 내리는 것이고, 그 결정에는 진실과 윤리, 책임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또 그런 취재를 거쳐 나온 기사를 시민들이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반문도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현대에 그런 저널리즘이 있나? 라고. 고개가 숙여집니다. 떠오르는 오보와 비판 받아야 할 기자들과 언론사의 모습이 많기 때문입니다. 기레기란 용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은 사람이 안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 외에 정말 열심히 발로 뛰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 포스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미국 워터게이트 고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나옵니다. 기사를 발표하면 언론사가 없어지고 큰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워터게이트 사건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언론의 진실에 대한 책임과 윤리가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하나의 보도로 인해 신문사가 없어질지도 모르지만,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을 전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는 교훈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그런 진실에 갈증을 느끼고, 갈망하고, 응원하는 시민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교훈을 줍니다. 진실을 갈망하고, 옳음을 추구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언론과 사회, 개인들이 있어야 진짜 저널리즘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우리 사회가 그런 언론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에 대한 책임과 윤리를 느끼지 못하는 AI에 저널리즘은 없지만, 시민 사회가 그런 것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다면, AI가 곧 저널리즘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10개를 쓸 때, AI는 100개, 1,000개도 쓸 수 있는데, 항상 옳은 소수의 목소리는 다수에게 묻히는 걸 너무 많이 봤으니까요. 그러지 않기 위해서, 조금 더 AI와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치며 앞서 초반에 제 과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역시도 기사를 쉽게 소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게 제게 먹혔던 이유는, 제가 기사를 제대로 보지 않고, 사실인지 아닌지 묻지 않고 무분별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도 어렵게 소비한다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기자도 아니고, 저널리즘을 전공하지도, 탐구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잘 쓴 기사, 탄탄한 취재의 기사는 마땅한 응원을 보냅니다. 그런 기사들이 세상을 떠들석하게 하고,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그런 방향으로 가도록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이게 맞는 걸까요? 라면서. 그렇게 시민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공론거리를 만들어, 우리 사회를 옳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으로 그런 좋은 기사들이 나오게 하려면 시민이 물어야 합니다. 이 기사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이냐고, 이 기사를 이렇게 쓰는 게 마땅한 것이었는지, 최선이었는지, 왜 안 쓰는지를 말이죠. 진실도, 책임도, 윤리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이죠. Chat GPT가 처음 나오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논할 때, 구체적으로 질문해야 한다는 글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더 정확한 답변을 준다고요. AI와 저널리즘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며,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은 기사를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나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저널리즘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AI가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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