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어린이날 연휴, 배민라이더의 파업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 확대   5월 5일 금요일 어린이날, 주말까지 연휴가 이어져 나들이와 여행을 기대하던 가족들은 호우 예보로 대부분 집에 머물게 됐다. 이때 주로 활용하는 것이 음식배달서비스일 터인데, 배달유통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현재 배민 본사 앞에서 파업을 진행하면서 서비스가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 단체교섭 최종 결렬에 따라 5일 파업을 결정했다”고 4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세계일보 2023.4.29). 민주노총 소속 라이더유니온도 10일 연쇄파업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한국경제 2023.5.5) 배달노동자들의 전반적인 파업 및 항의가 확대 및 강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의 파업 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한 결과 약 80%의 조합원이 참여하였고 88.1%가 파업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Money S 2023.5.5). 라이더들은 작년 8월부터 4월 초까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고, 결국 최종 교섭까지 결렬되면서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ZDNET Korea 2023.4.28).  배민라이더 파업의 배경과 요구안  파업의 주요 요구안은 9년째 동결되어 있는 3천 원의 배달료를 최저임금과 물가상승에 맞춰 4천 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배달료 인상 없는, 수수료(기본배달료) 1000원 인상을 요구”한다면서, “배민은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4200억이라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배민의 작년 매출액은 2조 4049억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 영업이익은 4271억으로 흑자전환),  배달노동자들의 복지와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었음을 비판했다.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앞선 배달료 동결과 함께 아래의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배달료 지방차별 중단(배민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수수료를 더 떼어가고 있다. 수도권 3000원, 대구 2700원, 영호남지역 2600원.) 알뜰배달(단건배달과 묶음배달 서비스를 합친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배달료 수입 감소 대처 배달에 따른 고정 인센티브 지급(배민은 이에 대해 교섭 과정에서 라이더가 주 100건의 배달업무를 할 경우 5만원을, 150건을 달성하면 15만원을 추가지급하는 인센티브 요금체계를 제안하기도 했다(ZDNET Korea 2023.4.28)) 전업라이더 중심성 강화       누리꾼들은 혹 배달료 인상이 소비자에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배민라이더는 배민이 배달료에서 떼어가는 수수료를 줄이고, “지역마다 차등을 둔 배달비를 통일하고 라이더들에게 돌아가는 배달비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결코 이것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배달비에는 음식점 업주와 소비자, 배민이 가져가는 수수료, 배달노동자들의 임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더해 배민 소속 배민라이더들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것은 단건배달인 배민1 서비스인데 원래 이 시스템은 음식점에 중개수수료를 1000원의 정액제로 받았으나, 현재는 음식값의 6.8%를 받는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음식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늘어났다. 이렇게 단건배달비를 올리면서 배민의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배달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기나긴 교섭 과정을 지났지만 단 한 번도 상승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민은 배달노동자들에게 더 강한 노동강도를 요구하고 위험한 근로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배민라이더들은 ‘픽업 알림’을 받는데 이는 “배민라이더가 배차받은 배달 물량을 제대로 받으러 가는지…확인하는 절차”(노컷뉴스 2023. 5.5)다. 이 알림은 이미 배달노동자들이 이동하는 중에 있을 때도 울린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때 5분 안에 알림확인을 하지 않으면 콜(call)이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알림에 답하기 위해 급제동을 하거나 위험하더라도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여 갓길에 오토바이를 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콜이 취소될 경우 배달노동자들은 플랫폼으로부터 경고를 받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쉽게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배민 플랫폼의 알고리즘과 영업방식이 은폐되어 있다면, 비난의 화살은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중개기업이 아니라 교통법규를 수시로 무시하는 ‘도로의 무법자’, 속칭 ‘딸배’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의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6개월 간 배달 종사자 10명 중 4.3명은 교통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사고 원인으로는 ‘촉박한 배달시간에 따른 무리한 운전’이 42.8%로 가장 많았다”(노컷뉴스 2023.5.5). 그러나 배달의민족 측에서는 “배차가 이뤄진 후에 15분 이상 지났을 때 라이더의 이상 여부 등 안전을 확인하려는 절차”라면서 현장을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한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배달노동자들의 현실   이번 배민라이더 파업을 조사하면서 여러 기사를 열람한 결과 대부분의 배달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령대가 노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중년이거나 젊은 청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들과 같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소득확보의 경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고, 배달 플랫폼 노동을 포함한 일자리들은 매우 위험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을 노동자가 감내하도록 요구한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 산업이 호황을 누렸던 맥락 속 배달노동자들이 경험했던 노동강도에 대한 몰이해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면서, 그동안에 한국사회에 존재했던 배달노동에 대한 평가절하와 함께 당시 배달노동자들이 얻었던 높은 수입 사이의 괴리(이를테면 ‘그만큼 벌면 이 정도(노동강도와 위험)는 감수해야지’ 하는 식의)는 이번 파업을 두고 누리꾼들의 상반된 반응을 유발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코로나가 점진적으로 시행되면서 격리되어 있던 일상이 열렸고, 배달산업의 성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배달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위험과 부당한 근로조건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체를 겪고 있더라도 이미 한국 사회에 플랫폼 기반의 배달산업은 노동시장의 거대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됐기 때문에 배달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환경, 배달노동의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이해는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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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연금개혁법 합헌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
  2023년 4월 14일 프랑스의 헌법위원회는 마크롱 대통령과 여당을 중심으로 내놓은 연금개혁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금개혁법을 두고 프랑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데요. 시위는 전국적 규모로 일어났고 추산 100만 명을 훨씬 웃도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극좌/극우 야당은 모두 연금개혁법에 회의적이고, 특히 노동조합을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이에 전면 반대하면서 총파업을 하기도 했죠.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시민들은 연금개혁법이 통과된 이후에도 총파업과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부터 연금개혁을 주장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이후로 개혁안이 보류 상태에 있다가(당시에는 연금수령 연령이 65세였다), 64세로 수정하여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았고 이것이 올해에 들어서야 합헌이 된 것이죠. 말씀드렸듯 개혁안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정년을 현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노동을 시작하는 저숙련 노동자와 저소득층에게 연금 개혁안이 차별적”이라고 비판하고 있고(한겨레 2023.1.12), 외려 “연금체계는 위험한 상황에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연금개혁법을 강행하려고 한다며 마크롱을 로랑 베르제 노동민주동맹(CFDT) 사무총장 역시도 반발했습니다(한겨레 2023.1.12).   프랑스 연금개혁안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1) 9월부터 프랑스 시민들은 2030년 64살이 되는 해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고, 2) 연금을 모두 받기 위해 (노동시간을 통해) 기여해야 하는 기간이 1년 연장되며(기존 42년에서 43년으로), 이 시점은 기존 2035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집니다(연합뉴스 2023.1.11) 3) 최소 연금수급액은 월 최저임금의 85% 수준까지 인상됩니다(한겨레 2023.1.12). 이 개혁안의 목적은 저출생 고령화사회에서 연금적자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연금제도를 바꾸는 것이 국민을 두렵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연금] 적자가 늘어나도록 놔두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하면서 “지금 제도를 손보지 않으면 대규모 증세, 연금 수령액의 감소로 이어져 우리의 연금제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연합뉴스 2023.1.11).   기사의 날짜를 확인하시면 아실 수 있듯이, 시위는 지난 3개월 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12차의 전국 시위, 교통/에너지산업/학교 등은 노조의 파업으로 마비되기도 했죠(한국경제TV 2023.4.15). 프랑스의 노동총동맹(CGT)이 5월 1일 노동절에도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하면서, 이번 프랑스의 연금개혁법은 오랫동안 국제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선,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사퇴하기 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놓았던 것이 바로 연금개혁이었죠. 당선 이후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로 연금개혁의 시급함에 대해 역설한 바가 있는데요. “대한민국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한국경제TV 2023.4.15), 연금개혁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더퍼블릭 2023.1.15).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연금 고갈에 대한 위기의식은 만연해 있습니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2039년 국민연금은 적자 전환, 2055년엔 고갈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아주경제 2022.1.25). 하지만 국회 연금특위 소속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출범했음에도 위원 간 합의를 보지 못하면서 연금개혁안의 초안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한국경제TV 2023.4.15). 연금특위의 임기는 4월 말까지라 더욱 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KBS NEWS 2023. 4. 15).    2018년에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동시 인상을 추진했지만 경영계의 반대와 의지 결여로 실패한 바가 있다고 해요(오마이뉴스 2023.4.12). (*소득대체율이란? 연금가입기간의 평균 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지급액이자,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평균소득의 몇 퍼센트가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 [월연금 수령액/연금 가입 기간의 월평균 소득]의 공식이 적용되며, 소득대체율이 50%이면 연금액이 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가 된다는 의미. 일반적으로 안락한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은 60~75%로 알려져 있고, 2018년 10월 기준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의 9%를 납부하고 2028년 이후부터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혹시 지금까지 한국의 연금제도를 간략하게 살펴보시면서 현재 당면한 문제를 찾아내셨나요? 2007년 이루어진 2차 연금개혁은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낮췄습니다(2008년에 시작하여 2009년부터 매년 0.5%p씩 낮아지고 있고, 2028년에 40%가 됩니다(오마이뉴스 2023.4.12)). 게다가 한국에서 노동자로서의 정년은 60세, 연금 수급 연령은 65세로 5년의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연금수급연령을 높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고, 이 상황에서 정부로서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안은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지만 정부에 대한 지지율, 여당의 총선 결과 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겠죠. 결국 해결책 중 일부는 2차 연금’개악’으로 인해 40%까지 추락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데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이들에게 매달 최대 32만원의 기초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KBS NEWS 2023.4.15). 이를 40만원까지 인상하자는 것을 윤석열 정부가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요? 기초연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의 정년이 60세인데 65세의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기초연금을 준다는 사실은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년 제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65세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연령대라고 간주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시기의 소득 수준이 기준이 된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이는 한국의 연금체계의 약한 고리를 제대로 드러내 주는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합니다.    4월 12일 연금특위 공청회에서는 “기초연금이 하위계층에 더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 김 교수는 “기초연금 급여 인상은 연금개혁과 패키지로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기초연금의 다른 개선사항들과 함께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해 노후 소득 보장을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KBS NEWS 2023.4.15). 언뜻 보면 틀린 말도 아니거니와 나름 좋은 제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일괄적인 인상보다는 상대적 빈곤 차이를 줄이기 위해” 라는 애매한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상대적’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쓸 수 있지만 어디에도 쓸 수 없는 말이기도 하죠. 게다가 연금특위 내부에서는 이미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포퓰리즘’까지 언급하면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연금특위의 임기는 이번달 말까지입니다. “연금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지난달 말 구체적인 숫자가 빠진 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맹탕 보고서란 비판”(KBS NEWS 2023.4.15)까지 받은 것, 공청회에서 관련 논의들이 공회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좋은 연금개혁안이 나올 수 있을까요? 연금특위와 정부가 서로 연금개혁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동안 연금 고갈의 위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적 연금에의 의존 등의 문제는 계속해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2023년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KBS NEWS 2023.4.15). 연금특위의 별다른 성과 없이 10월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우리는 이번 정부가 내놓을 연금 운영계획에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요? 부당하다고 여겨진다면 프랑스처럼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하게 될까요? 이번 프랑스의 연금개혁안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이 충격적인 사건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조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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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 중립 거버넌스에 시민의 자리는 있는가?
  기후위기가 각종 사건사고들로 현실화되면서 탄소 중립은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폭우로 잦은 침수사고가 일어나는가 하면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으로 마련된 매뉴얼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응책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어서 폭설, 폭우, 기온 급상승/강하 등으로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최근 2015년 파리기후협약(*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으로, 산업회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가 최우선 사안으로 재조명되었고,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 48차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의결하면서, 한국에서도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환경/탄소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제시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현재보다 40%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2022.8.19).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탈-탈원전 방식을 통해서 ‘에너지 사용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사실상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이나 탄소 중립 문제와 관련한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논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23년 1월 9일 ‘기후위기 경기비상행동’에서 발표한 <경기도 및 도내 31개 시군 탄소중립 이행기반 구축현황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들 역시도 탄소 중립 및 정의로운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제도적・행정적・재정적 측면은 물론 시민사회와 거버넌스 구조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경기일보 2023.1.17).   탄소중립에 대해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지금까지는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면 이제는 실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주장했고,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오마이뉴스 2022.8.19). 특히 탄소 중립이 생존의 문제와 결부된 이상 정책을 실질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책임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뉴스토마토 2022.10.20).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거버넌스(민관협력) 형성에 대한 의지는 앞서 설명했듯이 단순히 중앙정부-지자체의 움직임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과정에는 ‘일부’ 시민단체의 목소리만 개입되는 등 ‘삶’과 접속되어 있는 시민사회의 입장과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거나 배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구조 전환-노동시장 재편과 관련된 문제(빠띠캠페인즈 기후위기 토의3편 참고)는 여전히 제대로 논의된 바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비율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 확장을 위해서 비수도권의 농지가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역시도 별다른 이견 없이 탄소중립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위해 손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그 이데올로기적인 목표 아래서 실질적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민중'의 삶은 외면되고 더 나아가 희생되고 있는 셈이다(참세상 2022.9.26). 탈-탈원전은 또 어떠한가? 존폐가 위태로운 수준까지 낡아버린 원전이 재가동되면서 방사능 유출과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증은 이미 일상이 되어 있지는 않은가?     사실상 그동안 탁상공론 수준에서 논의되어 왔던, 탄소 중립을 위한 협업 내지 거버넌스라는 용법은 철저히 제한적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상적이고 원칙적인 차원에서라도 거버넌스에 개입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시민사회’의 범위는 더 넓어져야 하고, 또 이를 위해서 ‘거버넌스’ 자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결국 그동안의 탄소 중립이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고, 다수 대기업의 ESG 경영 역시도 (독려할 만하지만) 성장 이데올로기 아래 이와 같은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활용되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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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위기는 정말 '정당'의 위기일까?
  일반적으로 정당의 위기가 언급되는 때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고 판단되는 정당의 입장이 표명되는 시점이다. 승리와 패배는 의석수라는 수치로 치환되고, 그렇다면 사실상 양당체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항상 위기론을 직면해야 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진보정당이나 대안정당에 치중된다. 물론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특정 정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내는 것, 더 나아가서는 그 미래감이 정당을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점에서 선거에서의 승패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모든 정당이 내외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위기’를 더 큰 관점으로 조명해볼 수도 있다. 여당 국민의힘은 내부자들이 사건사고를 일으키는 데다가 계속되는 내홍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집적된 트러블이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으로 폭발했다. 그렇기에 여기서 거대양당과 대안정당이 각기 겪고 있는 ‘어려움’의 형태가 같은 층위에서 이해될 수는 없겠다. 다만 이런 어려움’들’이 초래된 이유는 결국 같은 지점으로 귀결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은 있다.    유권자의 투표율이 얼마나 되든지 간에, 그 투표율은 의석수 확보 시점에서는 100이 된다. 그 안에서 득표 비율에 따라 자리 수가 나눠지고, 외부적 맥락에 대한 큰 고려 없이 정당의 위치는 확인된다. 특히 투표율이 문제시되는 것은 선거 당일 정도에 머무르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별다르게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당이 위기를 감지하는 지점은 낮은 투표율이 아니라 낮은 득표율이다. 좀처럼 투표율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위기’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것은 모집단으로서의 유권자가 경험하는 사회적 위기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당이 경험하는 어려움에 국한된다.    특히 앞서 이야기했듯이 투표가 모종의 기대와 신뢰를 표하는 것이라고 할 때, 낮은 투표율(하락세라고 하기에도 난감한)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무력감과 냉소를 의미하게 된다. 사회적 구성원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요구가 ‘정치질’ 속에서는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더 이상 대의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무망함은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이렇게 사회적 요구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협의의 정치경제에 몰두함으로써, 그 필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정당들의 행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이는 보수적으로 제도와 정책을 프레임화하면서 ‘주변’을 주변으로 밀어내는 과정이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 탓을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젠더 중심의 보도가 많았다”는 서성룡 정의당 진주지역위원장의 발언(단디뉴스 2022.6.10)은 그들이 다기화되어 범람하는 의제들에 어떻게 급을 매기면서 외려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거대정당의 맹목적인 사익추구, 대안정당과 진보정당 내부가 협소한 프레임을 두고 겪는 내홍. 이 ‘어려움’들은 어떻게 그들에게 ‘위기’로 인식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 사이에서 대안적인 요구와 활동이 계속해서 다양화되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이 교착상태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다. 이는 더 이상 기존의 대의민주주의가 다양화된 의제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 테지만, 결국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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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파업은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여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는 스스로 옥쇄를 만들고 자기 발로 들어가 50일 넘게 파업했다. 결국 노사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2022년 8월 26일, 대우조선은 파업을 이유로 노조에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연합뉴스TV 2022.10.3). 6월에는 하이트진로도 화물연대 파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화물운수노조 기사를 상대로 27억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월에는 CJ 대한통운이 파업을 이유로 노동자들에게 20억 원의 손배소를… 노조의 파업으로 사용자 측이 손해를 입었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파업 당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표면적으로 손해를 메우는 것 이외에도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노조의 파업을 단순히 부당한 것, 불법인 것으로 몰아가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금액을 뒤집어 씌움으로써 노동자/노조에 대한 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을 선보이는 것이다. “모든 조합원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에는 소 취하를 계속 해주는” 방식(연합뉴스TV 2022.10.3). 그리고 그동안 이 과시는 법원의 판결에 의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근 이와 같은 사용자, 그러니까 기업의 “손배소 제기와 가압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다. 여기에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알 수 있다. 쌍용자동차는 파업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손배소 소송을 걸었고, 법원이 이에 47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한 시민은 이에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는 의미로 한 언론사에 4만 7천 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냈고, 뒤이어 많은 독자들이 이에 합류했다. 아름다운재단이 맡게 된 이 모금 행렬은 14억 7천만 원을 달성했다. 사실 이 노란봉투법은 2015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로 두 번,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지만 연달아 폐기되었고,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으로 인해 다시 한 번 화두에 올랐다.     당연히 경영계와 노동계의 반응은 상이하다. 경영계를 감싸는 여당 또한 여기에 함께 반발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단언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란봉투법이 제정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잃는 것”이라며 난색을 표한다.    노동계는 이것이 노동3권(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세 가지의 기본권으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이 있다(네이버지식백과))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망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행 노조법상 ‘사용자’는 하청업체의 경영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결국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인 기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하므로, 요구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파업’이 유일한 것이 현실이다(MBC뉴스 2022.10.1). 원청과 원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노란봉투법이 제정된다면, ‘사용자’에는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원청 또한 포함되어 원청은 스스로 파업에 대해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발뺌할 수 없고, 법의 적용으로 무분별한 손배소 제기 등을 제한당한다. 경영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유일한 대응수단이 손배소라고 주장하고, 또한 “회사의 손해배상소송 청구는 실제로 법적인 책임을 물어 보상을 받아내겠다는 의미보다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불법으로 번지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애초에 교섭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파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정부 중재 없이 기업이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손배소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주장(MoneyS 2022.10.2)도 의아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중재에 나서지 않는가?    이미 노동3권을 보장받기 위한 합법파업에의 경로는 노동자들에게 너무나도 복잡하다. “쟁의행위는 그 목적, 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이나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해선 안” 되고, 이 “파업 목적은 근로조건 향상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임금/근로조건 사항을 놓고 충실한 협상을 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에만 파업할 수 있다.”(매일노동뉴스 2022.7.20). 그렇다면 지금껏 우리가 이야기했던 노조의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었다고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다시 근원적 차원으로 되돌아가서,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어떻게 ‘충실’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렇게 법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재란 과연 어떤 방식이 되어야 하는가?   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는 “큰 손실을 끼쳐서 불법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원래 파업/쟁의행위라는 것은 업무의 정상적 행위로 손실을 수인하는 것이고, 손실이 많이 난다고 불법은 아닌데 그런 식으로 몰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아시아노사관계(AIR) 컨설턴트 윤효원도 이러한 관행에 대해 “쟁의행위에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해 사실상 노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매일노동뉴스 2022.10.3). 정부는 중재가 아닌 “쟁의행위를…진압”(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김기덕 변호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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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나이프크루와 '경도'를 다시 생각하기
여가부 존폐 이슈는 지난 대선의 가장 큰 화두였다. 폐지론을 두둔했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폐지하지 않은 데 대한 누군가의 불만과 함께) 여가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여가부에서 수행되던 다양한 가족/복지정책은 예산을 삭감당하거나 없어졌다. 사실 ‘여성가족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 가족 등 여러 계층을 위한 복지 의제를 담당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기존에 지원받던 계층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최근에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1년 예산 4억 5천 만원의 ‘버터나이프크루’(이하 버나크) 프로젝트였다. 2019년에 시작된 버나크는 이번에 4기를 출범했다. 버나크는 성평등 문화를 위한 모둠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 성평등 문화 확산 2) 젠더 갈등 완화 3)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4) 청년 고립/우울감 극복을 위한 마음돌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6월 30일 개최된 출범식에 참여하여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성별, 세대 등 더욱 다양한 청년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응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버나크가 “남녀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여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에 따르면 논지는 “1) (버나크가) 문화 개선에 실효성이 없다, 2)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3) 특정 이념(페미니즘)을 국가가 지원해서는 안 된다 4) (여가부가) 전 정부의 사업 방식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고 있다”(한국일보 2022.7.7)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버나크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발의했던 여가부 폐지 법안을 더욱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가부는 이 발언이 있은 지 바로 다음날 “ 해당 사업의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이와 관련하여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여가부 폐지한다더니 페미니즘 사업을 지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당시 젠더 갈라치기 논란이 있었을지언정, 소위 이대남을 비롯한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사면서 밀어붙였던 사안이기 때문에 당의 현실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버나크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이 ‘특정 이념’이고 ‘어떻게’ 프로젝트가 ‘경도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나크의 세부적인 목표가 ‘페미니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성평등은 단순 이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인 방식에 근거를 두기에,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해왔던 사업 내지 정책들은 ‘삶’의 영역을 지원하고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버나크와 같이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활동도 역시 삶의 일부로서 의의를 가진다.  지금 특정 이념이 된 것은 폭력적인 관습에 따라 젠더를 갈라치기하며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착취하는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버나크 사업의 중단에서 결국 ‘경도’의 용법은 버나크와 페미니즘이 아니라 ‘버나크 폐지’가 폭력적이고 일방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속에서 다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버터나이프크루 정상화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전화 한 통으로 사라진 청년 성평등 정책을 돌려주세요! 버터나이프크루 정상화를 위해 #여기에도_성평등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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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마트 노동자들의 휴식권
윤석열 정부가 규제 개선 1호 과제로 검토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서 57만표를 획득하여 1위를 차지했으나, 결국 ‘어뷰징(반복 행위를 통해 클릭수를 조작하는 것)’ 논란이 일면서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 핵심적인 논란의 발원은 다른 데 있다.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의 반발이 매우 거셌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논란거리가 되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의 존속 여부와 관련하여  “지금 당장 제도를 변경하거나 이런 것 없이 현행 유지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특히 소상공인 의견을 많이 경청하겠다”고 밝혔다(최상목 경제수석 브리핑). 이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2012년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함께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도입”(중앙일보 2022.8.1)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적으로 휴업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발언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했던 커다란 두 축 중에 하나인 노동계의 입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와의 대화나 의견수렴도 없이 역린을 건드렸다”고 직접적으로 꼬집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행 제도 유지가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대화’나 협상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2012년에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로 부여한 이유 중 하나는 “마트 노동자들의 신체적 건강과 일/삶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했다(아주경제 2022.8.25).  대형마트 노동자들의 휴일은 의무휴업일인 이틀을 빼고는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는 일이 많다. 주말의 경우 매출이 평일보다 높기 때문에 무조건 출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고, 연휴는 거의 없다시피 할 뿐만 아니라 명절 때도 마트가 영업하지 않는 당일을 빼고는 근무를 독촉한다. 마트가 영업을 종료하는 자정 직전까지는 매장을 비워둘 수 없다. 게다가 마트에 입점해 있는 개별 매장은 이중으로 휴일을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마트의 노동자 중 대부분이 중장년층, 그 중에서도 여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문제적이다. 이들은 현실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협상력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휴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정해진 휴일이 없어 유동적인 스케줄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이러한 노동조건을 감내하고자 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불안정한 노동의 문제가 안건에서 배제되어 왔던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유독 노동의제가 적었던 이번 대선을 지나 왔고 그 기조는 지속되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소상공인의 보호 구도이지(혹은 간혹 대형마트, 대기업의 횡포가 언급되기도 하지만) 노동자의 휴식권은 여전히 아득한 뒷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 이슈는 어떤 충돌 구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 차원에서 재고찰되어야 할 문제이다.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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