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버터나이프크루와 '경도'를 다시 생각하기

20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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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배우고 씁니다


여가부 존폐 이슈는 지난 대선의 가장 큰 화두였다. 폐지론을 두둔했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난 후 (폐지하지 않은 데 대한 누군가의 불만과 함께) 여가부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여가부에서 수행되던 다양한 가족/복지정책은 예산을 삭감당하거나 없어졌다. 사실 ‘여성가족부’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뿐만 아니라 청(소)년, 가족 등 여러 계층을 위한 복지 의제를 담당하는 부처이기 때문에 기존에 지원받던 계층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최근에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1년 예산 4억 5천 만원의 ‘버터나이프크루’(이하 버나크) 프로젝트였다. 2019년에 시작된 버나크는 이번에 4기를 출범했다. 버나크는 성평등 문화를 위한 모둠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 성평등 문화 확산 2) 젠더 갈등 완화 3) 공정한 청년 일자리 환경 조성 4) 청년 고립/우울감 극복을 위한 마음돌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6월 30일 개최된 출범식에 참여하여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양성평등 문화를 확산하고, 이 과정에서 성별, 세대 등 더욱 다양한 청년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응원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버나크가 “남녀 갈등을 증폭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여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이야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에 따르면 논지는 “1) (버나크가) 문화 개선에 실효성이 없다, 2)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 3) 특정 이념(페미니즘)을 국가가 지원해서는 안 된다 4) (여가부가) 전 정부의 사업 방식을 관성적으로 반복하고 있다”(한국일보 2022.7.7)는 것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버나크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발의했던 여가부 폐지 법안을 더욱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가부는 이 발언이 있은 지 바로 다음날 “ 해당 사업의 젠더갈등 해소 효과성, 성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이와 관련하여 사업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나섰다. 

“여가부 폐지한다더니 페미니즘 사업을 지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 당시 젠더 갈라치기 논란이 있었을지언정, 소위 이대남을 비롯한 남성 유권자들의 호응을 사면서 밀어붙였던 사안이기 때문에 당의 현실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버나크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이 ‘특정 이념’이고 ‘어떻게’ 프로젝트가 ‘경도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나크의 세부적인 목표가 ‘페미니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성평등은 단순 이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인 방식에 근거를 두기에,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해왔던 사업 내지 정책들은 ‘삶’의 영역을 지원하고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버나크와 같이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활동도 역시 삶의 일부로서 의의를 가진다. 

지금 특정 이념이 된 것은 폭력적인 관습에 따라 젠더를 갈라치기하며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착취하는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버나크 사업의 중단에서 결국 ‘경도’의 용법은 버나크와 페미니즘이 아니라 ‘버나크 폐지’가 폭력적이고 일방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속에서 다시 생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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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적인 문제는 과연 ‘어떤 것’이 ‘특정 이념’이고 ‘어떻게’ 프로젝트가 ‘경도되고 있느냐’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나크의 세부적인 목표가 ‘페미니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성평등은 단순 이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인 방식에 근거를 두기에, 여성가족부가 그동안 해왔던 사업 내지 정책들은 ‘삶’의 영역을 지원하고 뒷받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버나크와 같이 네트워크에 기반하는 활동도 역시 삶의 일부로서 의의를 가진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페미니즘을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으로 위치시키는 것은 섯부른 이야기이고, 버나크 프로젝트가 그런 지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더욱 섯부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가부가 여성, 가족(청소년 포함)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는 부라면 그들 주체의 네트워크/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막바지에 "버나크의 세부적인 목표가 '페미니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라고 하신 말씀이 와닿습니다. 그런 논리로 간다면 페미니즘은 계속해서 소수만이 지향하는 특정 이념으로 비춰질 것 같습니다.. 성평등이 일상과 문화의 영역에서 확산되는 것과 그것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착취하고 있다는 표현에 매우 공감합니다. 특정 인물에 대해 분노하기만 했는데, 표현 하나하나를 깊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