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RightsCon] 데이터 거버넌스 - 집단적이고,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RightsCon(이하 ‘라이츠콘')은 디지털 시대의 인권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로, 지난 2011년부터 Access Now의 주관으로 5개 대륙을 돌며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스타리카에서 6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간 진행되었고, 600개가 넘는 세션에서 174개국의 81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의 미래를 만드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크루들도 일부 세션에 참여하여 각 세부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이츠콘에 다녀온 빠띠의 크루 제이, 미키, 리디아의 여정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빠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 집단적이고,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라이츠콘이 활짝 문을 연 6월 6일, ‘Collective, democratic, and just: towards a new global agenda on data governance policy and practice (집단적이고, 민주적이고, 정의롭게: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과 실천에 관한 새로운 글로벌 아젠다를 향하여)’ 라는 주제의 라운드테이블 세션이 진행되었습니다. 본 세션에는 주제에 관심있는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이 각자가 머무르고 있는 지역에서 온라인으로 입장했으며, 주요 패널들과 함께 데이터 거버넌스에 관한 이야기를 약 1시간 나누었습니다. 세션의 요지는 지금까지 데이터 거버넌스의 법, 정책, 프레임워크는 개별적인 데이터 피해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데이터의 관계적인 특성과 공공의 가치, 그리고 집단적인 피해를 더욱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나아가 G20을 활용하거나 국제적인 차원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놓여있는지도 함께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빠띠는 시민의 참여와 기여로 공익데이터를 만들고, 다시 개방하여 더 많은 시민에게 공유하는 여러 실험을 해왔는데요. 2021년에는 대구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통해 대구 시민 활동가가 데이터로 도시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리고 올해에는 그린워싱, 청년 주거 등의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시민이 주도하는 열린 데이터 생태계를 만들어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X도 새롭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해 국제사회의 다른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최근 어떤 의견을 제시하고 있고, 함께 나아갈 방향은 어떠한지 조금 더 심도있게 살펴보고자 이번 세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본 세션은 Connected by Data의 Jeni Tennison이 이끌고, 인도의 Aapti Institute 공동 창립자 Astha Kapoor, Research ICT Africa의 디렉터 Alison Gillwald, Datasphere Initiative 의 공동 창립자 Carolina Rossini가 주요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 각지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연구하고, 데이터의 더 나은 가치 실현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전문가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데이터 거버넌스를 향하여 데이터 거버넌스란 데이터의 수집, 사용, 폐기의 전 과정에서 어떠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적용되는 결정 권한과 책임의 프로세스를 의미합니다. 세션에서는 데이터 거버넌스에서 개인데이터와 비개인데이터를 구분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비개인데이터’란 개인데이터가 아닌 데이터로, 어떤 사람과 관련되지 않은 데이터 및 나중에 익명화된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Alison Gillwald는 기존의 데이터 규제 정책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이 개인의 개별 피해에 중점을 두고 있고, 데이터 거버넌스 상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는 잘 다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개인 정보가 무조건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대응하던 시기처럼 공동체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 데이터도 제공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규제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에 접근하는 단계부터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은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데이터셋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잘못된 데이터 거버넌스로 인해 이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컨트롤하는 주체의 권력을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뒤이어 Astha Kapoor는 지금껏 개인데이터는 보호되어야 하고 비개인데이터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이 계속 대두되어 왔는데, 데이터 거버넌스에 접근할 때는 데이터의 사용처나 유형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기준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답했습니다. Carolina Rossini 또한 어떤 데이터가 사회에 해악을 일으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파악하고 구분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습니다.  자연스레 ‘데이터 거버넌스를 어떤 식으로 구현해보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함께 자본을 공유하고 집단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협동조합의 방식을 데이터에도 적용해보자는 ‘데이터 협동조합’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다만 유형자산의 경우 소유나 피해가 명확하게 보이는 반면, 무형자산에 가까운 데이터의 경우 사람들이 정확하게 어디에서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심지어는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는 경우가 워낙 많다보니,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한 원활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에 관해 규제하는 방식보다는 데이터 협동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와 가치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나아가 데이터를 컨트롤하고 관리할 주체가 적절한 인원으로 구성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므로, 데이터 거버넌스가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상향식을 채택하더라도 다양한 계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점도 함께 강조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G20 등 국제 무대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 관련 법안을 만들고 있는데, 기후 변화나 이주민 문제, 팬데믹 등 국제적으로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의제들도 있기 때문에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 더욱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일수록 디지털과 데이터 정보 개방이 주는 이점이 많기 때문에 데이터 거버넌스가 공공재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동시에, 글로벌 협력과 디지털 데이터 주권 분쟁이 더 큰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말도 함께 언급되었습니다. 따라서 다자 간 포럼보다는 오히려 양자 간 협정 등의 소규모로 이루어질 수 있는 데이터 협력이 더 많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이러한 논의들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음을 G20의 외교관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해서 협력으로 이어지게 해야한다는 점에 대해 세션의 모든 참여자에게 당부하며 라운드테이블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시민의 주도로 데이터를 모으고, 만들고, 활용하기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2020년 초,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데이터팀은 코로나맵 서비스를 제공하던 팀들에게 연락한 후 함께 힘을 모아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공대응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 직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공공 데이터로 공개해달라고 요청하고 받아들여져, 공적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앱이 만들어졌습니다. 기술을 가진 시민과 자원을 제공하는 정부의 데이터 관련 민관협력이 판데믹 상황에서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키가 된 것이죠. 세션에서 이야기 한 데이터 거버넌스가 협력적으로 잘 작동한 사례로도 생각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과정은 코드포코리아 위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후 코로나19 공공데이터 공공대응은 ‘코드포코리아'가 되어 한국 사회를 위해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민 개발자(시빅해커) 네트워크로 나아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띠는 더 넓은 범위의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해결하는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요. 공익데이터란 정부에서 공개하는 공공데이터를 넘어서서 공공의 자금이 들여 만들어진 후 공개된 데이터, 그리고 민간에서 만들었더라도 공공을 위해 제공되는 데이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 사회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 기업 행동, 의사결정이 대부분 우리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여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데이터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빠띠는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통해 우리 시민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리터러시(Literacy)를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정부 및 기업과도 협력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이루고자 해왔던 것입니다.  ?2020년 공익데이터 실험실 가을 스프린트 자세히 보기 ?2023년 공익데이터 실험실 1기 결과 공론장 후기 : 그린워싱을 넘어, 함께 그린 공론장 빠띠는 앞으로도 더 많은 공익데이터 활동을 해 나가려 합니다. 모두를 위한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공익데이터 실험실의 지속적인 운영과 함께 데이터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도 구축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세션에 참석한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던 것처럼, 더 민주적인 데이터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한 국제적인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함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협력을 이루며 모두를 위한 데이터를 향한 여정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데이터의 주체인 우리가 시민으로서 마땅히 주어진 데이터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더 많이 모이고 끊임없이 이야기한다면, ‘모두를 위한 데이터’가 머지 않아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 공공성
·
5
·
[2023RightsCon] 2024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RightsCon(이하 ‘라이츠콘')은 디지털 시대의 인권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로, 지난 2011년부터 Access Now의 주관으로 5개 대륙을 돌며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스타리카에서 6월 5일부터 8일까지 4일 간 진행되었고, 600개가 넘는 세션에서 174개국의 81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모여 성황리에 열렸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기술로 민주주의의 미래를 만드는 비영리 플랫폼 협동조합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크루들도 일부 세션에 참여하여 각 세부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제 활동으로 이어갈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라이츠콘에 다녀온 빠띠의 크루 제이, 미키, 리디아의 여정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서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가는 빠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4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2024 - global year of democracy(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세션은 ‘stopping Big Tech from breaking elections worldwide(세계 각국의 선거를 해치는 빅테크를 중단시켜야 한다)’는 부제를 지니고, 지난 6월 7일에 진행되었습니다. 세션을 주관하는 Digital Action에서 2024년을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로 지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더 많고,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빠띠도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있을지 탐색해보고자 이 세션에 참여했습니다.  본 세션은 총 6명의 패널이 발제하고 논의를 이어가는 대화 형식으로 약 1시간 진행되었습니다. 패널로는 Digital Action의 캠페인 디렉터 Alexandra Pardal과 이사 Anne Ikiara, 브라질의 디지털 정책 담당 비서관 João Brant, TIMEP의 이사 Mai El-Sadany,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LRC의 지역 책임자인 Sherylle Dass, 그리고 Search for Common Ground의 디지털 평화구축 정책 담당자 Christian Cirhigiri가 자리했습니다. 이들은 선거, 소셜미디어, 인권 분야의 전문가로서 이번 세션을 계기로 한 자리에 모여 2024년에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실시될 선거에서 빅테크가 관련 안전 정책을 마련하고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거 기간 동안 플랫폼이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빅테크란 일반적으로 혁신 기술과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온라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ICT 회사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주도하는 소셜미디어는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며, 전 세계 인구의 42%인 32억명이 사용할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Sherylle Dass는 이와 관련하여, 빅테크가 소셜미디어 공간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미디어 상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적합하고 관심있는 주제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수익을 내기 위한 광고(애드테크/ad tech)에 있어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몇 년 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발생한 사례를 언급하며, 사회정치적 불안이 늘어나고 폭력적인 선동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가 도구로 활용되었고, 애드테크는 마이크로 타겟팅이라 불리는 기술을 활용하여 정치적 담론을 조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다가오는 2024년에는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게 되는데, 애드테크 기업이 과연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시험대에 오를 것이며, 다수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한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 통합된 시민 사회 대응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빅테크가 다가올 2024년 선거 주기에서 플랫폼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남반구의 국가와 지역에도 북반구만큼이나 충분한 자원을 투자해야한다는 점은 다른 패널들도 공감하며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MENA(Middle East and North Africa) 지역의 인권 증진을 위한 일을 담당하고 있는 또 다른 패널 Mai El-Sadany는 지난 2010년 일어난 중동 아랍의 봄을 겪으며, 플랫폼을 통해 서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긴급 상황에서 필요한 것을 주고 받는 등 기술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한 편으로는 정부가 자국민을 통제하고 허위정보를 판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플랫폼을 무기화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MENA 지역의 선거는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공정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소외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며 허위 정보 역시 확산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2024년 선거 주기에 앞서 콘텐츠 정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곧이어 브라질에서 온 João Brant도 브라질의 지난 선거 사례를 언급하며, 선거 기간 동안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유해한 정보, 허위 정보를 누가 어떻게 신속하게 파악하고 방지할 것인지 과제를 풀어나가며 사람들의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권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벽을 만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독립적인 규제 기관을 만들게 될 경우 정부에 대한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될 여지가 있으므로, 플랫폼 자체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Christian Cirhigiri는 또 다른 사례로 콩고민주공화국의 민족 간 갈등과 분열이 플랫폼 상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논쟁이 아니기 때문에 허위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고 분열이 아닌 참여를 촉진하는 알고리즘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세션을 주관한 Digital Action의 이사인 Anne Ikiara의 메시지와 함께 세션에 참여한 모든 패널, 참여자들은 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다가올 2024년의 세계적인 선거 주기를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폭력과 안전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에 다시 한 번 공감했습니다. 특히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AI가 언어적, 문화적 역량을 잘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는 모든 언어권, 문화권에 골고루 역량 강화에 대해 투자되지 않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였고,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 세계 다수가 함께하는 국제적인 운동, 그리고 새로운 연구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나누었습니다.  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에서는 시민들이 사회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동료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디지털 시민 광장 ‘캠페인즈’ (https://campaigns.do/)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4년에 총선을 앞두고 있는만큼,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캠페인에 동참하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플랫폼의 책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캠페인즈’는 어떤 플랫폼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빠띠의 캠페인즈팀 람시(김연수) 활동가와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플랫폼의 책임에 대한 질문에는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안전한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소수가 소유하여 이윤을 창출한다는 목적만을 따라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캠페인즈는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플랫폼에서 이야기하는 모두가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혐오와 차별 없는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다른 플랫폼보다 조금 더 적극적인 행동강령을 두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윤만을 추구하는 소수나 기업이 아닌 시민들의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플랫폼 협동조합의 형태를 지님으로써, ‘캠페인즈’가 시민 누구나 활동할 수 있는 민주주의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가올 2024년, 캠페인즈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캠페인즈’가 디지털 시민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총의를 모으는 과정이고, 이를 위해 시민 사회 활동가, 연구자, 정치인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발굴하고 논의를 이어갈텐데, 이러한 과정들이 캠페인즈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의견을 내는 개인이나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주며 시민 사회 생태계가 되도록 다양한 기능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나아가 캠페인즈 플랫폼 뿐만 아니라, 진정한 숙의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을 거대 플랫폼(빅테크)과도 함께 만들고, 그 공론이 선거에 반영되어 제도화가 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것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이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년 각국에서 열리는 선거 기간 동안, 플랫폼 상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의 권익을 보호하며 혐오와 차별을 넘어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많은 긍정적인 사례가 나오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 사회의 계속된 관심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도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며 2024년 글로벌 민주주의의 해 캠페인에 함께하고자 한다면, Digital Action의 플랫폼, 그리고 캠페인즈를 살펴보고 목소리를 보태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기술 공공성
·
4
·
학교라는 제도권 공간을 넘어
학교라는  제도권 공간을 넘어 ‘배운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만큼 다양한 배움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보여주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좋은 삶으로 일구어 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이라는 제도 하에 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지금의 학교가 수능과 성공이라는 획일화된 목표를 갖는다면,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권 밖의 교육도 선택지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빠띠의 워킹그룹팀 활동가들에게 과거로 돌아가 다양한 교육의 선택지가 다시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묻고, 사례에 비추어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다가치학교를 선택하겠다는 리디아 ❝교육의 주체이자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자치를 실제로 경험하는 다가치학교에서 활동해보고 싶어요. 다가치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학생이 직접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마을결합형 청소년자치배움터예요. 이전에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와 성과에 부담과 압박을 가졌는데, 이곳에서는 해방된 공간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꾸로캠퍼스가 궁금한 나기 ❝배움의 모양은 가지각색이라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선택지가 있다는 걸 누구나 알 권리가 있잖아요. 틀을 깨는 실험을 실천하는 모든 방식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캠퍼스 사례도 그중 하나로 가치지향적 차원의 대안교육을 넘어서, '하고 싶은 걸 선택한 게 실제로 내게 도움도 돼야지!'라는 실험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실제 다녔던 분들의 마음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대안교육기관 창창한에 가보겠다는 포터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지식은 배웠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많이 기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며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강점 찾기)을 받고, 강점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개인 맞춤형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창창한에 가보고 싶어요.❞ ?️교육공동체 벗을 탐구하고 싶은 우디 ❝영어 학원, 대학수능, 토익시험, 취업준비 등 살아오면서 많은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교육들 중 대부분이 어떤 직업이나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자격을 얻지 못하면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이 사라졌는데 남는 건 실패라는 단어였죠.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 자체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메시지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교육공동체 벗’은 <오늘의 교육>이란 단행본에서 교육농, 읽기 모임, 공방 등의 프로젝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되묻고 교육을 통해 실천하는 삶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기, 학교와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안대학 지순협(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인데요. 기존 제도권 대학에서 운영되는 지식과 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연결하며, 모두가 동료로서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빠띠는 지순협의 사무국장 두두님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빠띠 : 두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실험하고 시도하는 지순협이 인상깊어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지순협이 기존 대학과 가장 크게 다른 점 하나를 꼽자면 어떤 것일까요? ?두두 : 대안대학의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트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제도권 대학이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70%가 넘는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간다고 모두가 엘리트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교과과정의 측면에서  제도권 대학은 4년 간의 과정으로 전공자를 배출해내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지순협은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삶이나 활동의 방향성과 맞춰보는 데에 중점이 있습니다. 지순협을 대안학교가 아닌 대안대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대학 자체가 전공 과정을 통해 전문가를 기르는 과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안대학이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에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모순적 지점 자체에 지순협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띠 : 말씀해주신 내용 들으면서 조금 더 깊이 지순협의 교육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두두님은 어떻게 지순협에서 활동하시게 되었나요?  ?두두 : 저는 지순협 1기로 입학해서 공부했던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왔고 수능을 칠 즈음 수능 거부 시위에 동참하기도 하면서 제도권 대학에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공부는 계속 하고 싶었어요. 대안적 가치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2015년에 지순협 1기로 입학하게 되었고, 2년 간 열심히 공부해 졸업했습니다. 다양한 연령과 학업수준을 가진 사람이 모인 지순협에서는 학점이라는 개념이 없고, 성실도에 따른 절대평가(pass/fail)로 교육이 진행되는데요. 그래서 학생들은 pass하기 위해서 시험이 아닌 기말포럼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 포럼을 준비하며 그동안 들었던 수업의 내용과 자신의 삶의 맥락과 질문을 끌어와 연결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제게 중요한 자원이 되었어요. 공부한 것을 요약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 질문들을 발전시키며 그 고민의 궤적을 볼 수도 있었고, ‘내가 가진 화두는 이것이구나’라는 것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생이 각자가 가진 삶의 고민과 성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좋았고, 이런 지순협의 추구하는 방향과 미션이 제게도 중요하다고 다가왔기 때문에 졸업한 이후에도 지순협에서 계속 활동하게 되었어요. 저와 같이 기존의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선택지를 만드는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빠띠 : 지순협의 교육과정이 참 흥미롭고, 두두님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지순협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렵거나 고민이 되는 점도 있으셨나요? 그리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두두 : 사회 자체가 어려운 것이 저에게도 제일 어렵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가 어렵고 바쁜 상황이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저희에게는 구조적 한계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세상이 너무 빠르고 조급하지 않다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적은 고민으로 기꺼이 배울 시간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돈과 시간을 적지 않게 들여야 하니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지순협도 새로운 교육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활동(Action)과 연구(Research)의 화학반응 (CHEmistry)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르케(ARCHE)’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브랜딩을 하고, 더 젊은 기획자와 활동가들이 ‘아젠다 워커(agenda worker)’라는 명칭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존에는 2년 과정이었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도 함께 교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5월부터 시즌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순협 뿐만 아니라 여러 대안학교들이 가치를 잘 지키고 교육의 질을 높여가며 운영되려면, 공공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원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대안학교 및 대안대학을 졸업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 시스템도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요.  ?빠띠 : 와! 아르케(ARCHE), 정말 기대되네요. 그리고 두두님께서 말씀해주신 여러 어려움, 그리고 필요한 것들에 대해 깊이 공감이 됩니다. 이런 어려운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지순협을 비롯한 여러 교육 실험에 함께해볼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께 혹시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나요? ?두두 : 좀 더 가볍게 선택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 교육을 받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잖아요. 대안학교나 대안대학을 선택해도, 그 이후에 누군가는 각자의 필요에 의해 제도권 학교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삶이 있는만큼 사람들이 배움에 있어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그런 넘나듦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선택이 가벼워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빠띠 :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두두님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배움(교육)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은지 여쭤보고 싶어요. ?두두 : 제 모든 기억을 보존하고 돌아간다면,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제도권 교육을 선택해서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해보고 싶어요. 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에서 각각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지 경험 하에 고민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로 돌아간다면, 대안학교에서의 시간이 지금 제게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선택할 거예요. 덧붙여, 두두님은 지순협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실천에 대해 자기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전문가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관심을 가지며, 그런 주체들이 모여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민주적인 삶이라고요.  빠띠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정할 권리가 있고, 교육은 이러한 다양한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뒷받침해줄 수 있는 든든한 터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순협을 포함해 살펴본 여러 사례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는 이런 다양한 가치를 지키려는 배움터들이 계속 움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서, 우리 모두에게 교육이 정해진 길이나 정답이 없는 열린 결말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교육을 위한 선택지에 대해 어떤 생각, 의견을 갖고 계신가요? ✏️글 : 리디아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워킹그룹팀 활동가 / lydia@parti.coop 이 글은 빠띠 홈페이지, 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교육 공공성
·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