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학교라는 제도권 공간을 넘어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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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워킹그룹팀 활동가입니다.

학교라는 

제도권 공간을 넘어

‘배운다는 것’은 오늘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만큼 다양한 배움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보여주고,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좋은 삶으로 일구어 나갈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무교육이라는 제도 하에 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지금의 학교가 수능과 성공이라는 획일화된 목표를 갖는다면,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권 밖의 교육도 선택지에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빠띠의 워킹그룹팀 활동가들에게 과거로 돌아가 다양한 교육의 선택지가 다시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묻고, 사례에 비추어 소개해달라고 부탁해보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다가치학교를 선택하겠다는 리디아

❝교육의 주체이자 민주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학생들이 자치를 실제로 경험하는 다가치학교에서 활동해보고 싶어요. 다가치학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닌 학생이 직접 자유롭게 도전해볼 수 있는 마을결합형 청소년자치배움터예요. 이전에 제가 학교를 다닐 때는 늘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와 성과에 부담과 압박을 가졌는데, 이곳에서는 해방된 공간에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꾸로캠퍼스가 궁금한 나기

❝배움의 모양은 가지각색이라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선택지가 있다는 걸 누구나 알 권리가 있잖아요. 틀을 깨는 실험을 실천하는 모든 방식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거꾸로캠퍼스 사례도 그중 하나로 가치지향적 차원의 대안교육을 넘어서, '하고 싶은 걸 선택한 게 실제로 내게 도움도 돼야지!'라는 실험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실제 다녔던 분들의 마음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대안교육기관 창창한에 가보겠다는 포터

❝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지식은 배웠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많이 기르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기를 발견하며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강점 찾기)을 받고, 강점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개인 맞춤형 교육까지 받을 수 있는 창창한에 가보고 싶어요.❞

?️교육공동체 벗을 탐구하고 싶은 우디

❝영어 학원, 대학수능, 토익시험, 취업준비 등 살아오면서 많은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교육들 중 대부분이 어떤 직업이나 자격을 얻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자격을 얻지 못하면 그동안 노력했던 시간이 사라졌는데 남는 건 실패라는 단어였죠.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나’ 자체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메시지를 탐구하고 싶었어요. ‘교육공동체 벗’은 <오늘의 교육>이란 단행본에서 교육농, 읽기 모임, 공방 등의 프로젝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이를 통해 한 사람의 조화로운 성장을 위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되묻고 교육을 통해 실천하는 삶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기, 학교와 공동체의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는 학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안대학 지순협(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인데요. 기존 제도권 대학에서 운영되는 지식과 분야의 경계를 가로지르고 연결하며, 모두가 동료로서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빠띠는 지순협의 사무국장 두두님과 만나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출처 : 대안대학 지순협 홈페이지 (https://www.kc-sc.kr/)
▲ 출처 : 대안대학 지순협 홈페이지 (https://www.kc-sc.kr/)


?빠띠 : 두두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실험하고 시도하는 지순협이 인상깊어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지순협이 기존 대학과 가장 크게 다른 점 하나를 꼽자면 어떤 것일까요?

?두두 : 대안대학의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엘리트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제도권 대학이 엘리트를 양성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70%가 넘는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에 간다고 모두가 엘리트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다만 교과과정의 측면에서  제도권 대학은 4년 간의 과정으로 전공자를 배출해내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 지순협은 학생들이 전공을 정하지 않고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자신의 삶이나 활동의 방향성과 맞춰보는 데에 중점이 있습니다. 지순협을 대안학교가 아닌 대안대학이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대학 자체가 전공 과정을 통해 전문가를 기르는 과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대안대학이라는 말이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이에 대안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모순적 지점 자체에 지순협의 존재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빠띠 : 말씀해주신 내용 들으면서 조금 더 깊이 지순협의 교육 방향을 이해하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두두님은 어떻게 지순협에서 활동하시게 되었나요? 

?두두 : 저는 지순협 1기로 입학해서 공부했던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도 대안학교를 나왔고 수능을 칠 즈음 수능 거부 시위에 동참하기도 하면서 제도권 대학에 들어갈 필요성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공부는 계속 하고 싶었어요. 대안적 가치에 대해 고민을 하다가 2015년에 지순협 1기로 입학하게 되었고, 2년 간 열심히 공부해 졸업했습니다. 다양한 연령과 학업수준을 가진 사람이 모인 지순협에서는 학점이라는 개념이 없고, 성실도에 따른 절대평가(pass/fail)로 교육이 진행되는데요. 그래서 학생들은 pass하기 위해서 시험이 아닌 기말포럼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 포럼을 준비하며 그동안 들었던 수업의 내용과 자신의 삶의 맥락과 질문을 끌어와 연결하는 연습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제게 중요한 자원이 되었어요. 공부한 것을 요약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 질문들을 발전시키며 그 고민의 궤적을 볼 수도 있었고, ‘내가 가진 화두는 이것이구나’라는 것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학생이 각자가 가진 삶의 고민과 성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좋았고, 이런 지순협의 추구하는 방향과 미션이 제게도 중요하다고 다가왔기 때문에 졸업한 이후에도 지순협에서 계속 활동하게 되었어요. 저와 같이 기존의 대학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선택지를 만드는 일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빠띠 : 지순협의 교육과정이 참 흥미롭고, 두두님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지순협에서 활동하시면서 어렵거나 고민이 되는 점도 있으셨나요? 그리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두두 : 사회 자체가 어려운 것이 저에게도 제일 어렵습니다. 다들 먹고 살기가 어렵고 바쁜 상황이 교육 사업을 운영하는 저희에게는 구조적 한계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세상이 너무 빠르고 조급하지 않다면,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갖고 조금 더 적은 고민으로 기꺼이 배울 시간을 내지 않을까 싶어요.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자신의 돈과 시간을 적지 않게 들여야 하니까요. 이런 환경 속에서 지순협도 새로운 교육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활동(Action)과 연구(Research)의 화학반응 (CHEmistry)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르케(ARCHE)’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브랜딩을 하고, 더 젊은 기획자와 활동가들이 ‘아젠다 워커(agenda worker)’라는 명칭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존에는 2년 과정이었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으로도 함께 교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자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5월부터 시즌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지순협 뿐만 아니라 여러 대안학교들이 가치를 잘 지키고 교육의 질을 높여가며 운영되려면, 공공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원에 대한 지원 뿐만 아니라, 대안학교 및 대안대학을 졸업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 시스템도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요. 

?빠띠 : 와! 아르케(ARCHE), 정말 기대되네요. 그리고 두두님께서 말씀해주신 여러 어려움, 그리고 필요한 것들에 대해 깊이 공감이 됩니다. 이런 어려운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지순협을 비롯한 여러 교육 실험에 함께해볼까 하고 고민하는 분들께 혹시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나요?

?두두 : 좀 더 가볍게 선택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생각보다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 교육을 받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잖아요. 대안학교나 대안대학을 선택해도, 그 이후에 누군가는 각자의 필요에 의해 제도권 학교로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삶이 있는만큼 사람들이 배움에 있어서 각자의 필요에 따라 그런 넘나듦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선택이 가벼워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빠띠 :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두두님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배움(교육)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은지 여쭤보고 싶어요.

?두두 : 제 모든 기억을 보존하고 돌아간다면,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제도권 교육을 선택해서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해보고 싶어요. 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에서 각각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하는지 경험 하에 고민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기억을 잃은 상태로 돌아간다면, 대안학교에서의 시간이 지금 제게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선택할 거예요.


덧붙여, 두두님은 지순협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실천에 대해 자기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권리를 전문가나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관심을 가지며, 그런 주체들이 모여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민주적인 삶이라고요. 

빠띠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정할 권리가 있고, 교육은 이러한 다양한 개인의 삶을 존중하며 뒷받침해줄 수 있는 든든한 터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순협을 포함해 살펴본 여러 사례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는 이런 다양한 가치를 지키려는 배움터들이 계속 움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선택지가 주어져서, 우리 모두에게 교육이 정해진 길이나 정답이 없는 열린 결말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교육을 위한 선택지에 대해 어떤 생각, 의견을 갖고 계신가요?



✏️글 : 리디아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워킹그룹팀 활동가 / lydia@parti.coop

이 글은 빠띠 홈페이지빠띠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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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게 무엇이든 선택이 좀 가벼워지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닿네요. 교육이 곧 직업으로 연결되는 사회시스템에서 소수를 제외하면 또 교육과 직업이 전혀 상관없이 돌아가는데, 하여간 생계를 위한 직업의 세계가 좁아지니 교육을 선택하는 것이 인생일대의 중대한 결심이 되어버려서요. 

인터뷰를 보다보니 저도 저렇게 내가 선택한 교육을 받았다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다양한 학제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네요. 더 다양한 실험이 우리 교육에 돌을 던지는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오! 이렇게 다양한 사례가 있다니 너무 재밌고, 흥미진진하네요. 내가 원하는 공부를 찾아서 나에게 맞는 곳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가치학교, 거꾸로캠페스, 대안교육기관 창창한, 교육공동체 벗, 대안대학 지순협 등 기존의 공교육이 너무나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기에 학교 밖의 대안 교육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요. 우리 교육의 90%이상을 차지하는 공교육에도 다양한 교육의 선택지가 주어지는 다양한 교육의 모습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는 어느 누구도 다른 이들과 똑같은 아이들이 없고,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들이기에 그들 각자에게 맞는 개인 맞춤형 교육이 공교육에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학교 밖 대안교육의 다양한 시도가 제도권 안으로도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두두님께서 "대안학교 및 대안대학을 졸업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 시스템도 작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고요.“라고 하셨는데, 이 부분이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입시를 통한 제도권 교육은 처음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재로서는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있어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자신과 달리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이들이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거나 어떤 성취를 이룩해낸다면 그것은 곧 ‘제도권 교육을 선택하고 버텨낸 나의 노력’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곧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 수도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교육’을 ‘성공 또는 생존을 위한 발판’으로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을 교육이라 말하는 ‘저들’은 내 성공을 폄훼하는 자들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제도권 교육의 길을 선택(또는 순순히 받아들인) 이들에게 있어 대안교육의 가치의 인정은 막고 싶을 것입니다. 차라리 그들을 게으름뱅이라거나, 생존의 걱정이 없는 금수저라는 식으로 공격하고 싶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야 제도권 교육에 순응한 자신들의 선택이 가치 폄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제 교육의 내용보다는, 현재로서는 제도권 교육과 대안교육이 갖는 상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갈등의 해소 및 갈등을 조장하는 자가 누군인가의 문제가 학교라는 제도권 공간을 넘어서는 교육을 위한 길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력, 상상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을 십년 전부터 들었던 것 같은데요. 수능이라는 획일화된 시험을 거쳐서 대학에 입학하고, 학점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pass와 fail이라는 절대평가를 바탕으로 배운 내용을 각자의 삶에 맞게 녹여내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교육을 통해 어떤 인재를 양성할 것인지 목표를 세울 때 교육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 같네요.

교육공동체 벗대안대학 지순협은 알고 있었지만.. 
다가치학교
거꾸로캠퍼스대안교육기관 창창한은 이 글로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다양한 대안적인 교육의 시도들이 있네요.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인터뷰로 대안적인 시도들의 의미에 대해서도 옅볼 수 있었네요. 
성공을 위한 경쟁지상주의 사회에 숨막히는 사람들에게 숨통을 틔워줄 공간들이 이렇게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