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연구원정] 중소규모 기업의 사회적 성과 평가는 어떻게 하나요?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들어가며, 연구탐사대에서 3주간 소셜섹터의 사회성과 측정에 관한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주는 본격적으로 연구주제를 좁혀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첫번째 글에서부터 사회적 가치라는 무형의 비재무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론은 표준화되고 비교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관련해서 지난 10여년간의 지속가능성 성과 지표 프레임워크 연구들을 정리한 리뷰 논문(체계적 문헌연구, SLR)을 살펴보았습니다. Singh, R. K., et al(2012)에서는 환경, 사회, 경제, 거버넌스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지표들과 산출방식, 가중치 여부 등을 포괄하여 정리하고 있습니다. 최종으로 41개의 지표를 분석하고 서술하였습니다 사회성과에 따른 적절한 지표 선정과 표준화의 투명성 등을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Singh, R. K., et al(2012)의 리뷰 과정을 보며, 한가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성과 지표는 표준화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였는데요. 그렇다면 표준화가 무엇일까요? 왜 표준화를 해야 할까요? 많은 연구자들이 같은 고민을 하면서 지난 20년간의 많은 논문들에서 표준화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였을까요? 사회성과를 측정하려면 먼저 확인해야 하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측정 대상이 누구인가.’, ‘측정하려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등이 있습니다. Singh, R. K., et al(2012)에서도 사회성과를 창출하는 대상, 측정 가치, 산술식, 측정하는 주체 등에 따라서도 다른 방법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표준화’라는 것을 왜곡하여 바라본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세계 모든 유형의 사회성과 창출 주체를 포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요. 표준화라는 것은 몇몇 지표로 한정짓는 과정이 아니라, 누가, 언제 측정하여도 같은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는 기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제가 사회성과 측정을 고민하게 된 출발을 떠올립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자본조달, 성장을 위해 이들이 창출하는 사회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소셜섹터의 성장을 위해서는 표준화된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지만, ‘표준화’, ‘투명성’, ‘객관성’, ‘효과성’, ‘왜곡되지 않음’은 각각 다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를 어떻게 측정해야 할까? 살펴본 SLR(체계적 문헌연구)들은 거대 기업, NGO를 대상으로 사회성과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연구되는 사회성과 측정도구가 한국의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기 적절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ocial Enterprise Journal에 실린 Evaluation of social impact measurement tools and techniques: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사회적 영향 측정 도구 및 기법 평가: 체계적 문헌 연구)에서 비슷한 문제의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Kah, S., & Akenroye, T., 2020). 기업 규모에 따른 측정 도구의 유형을 구분한 것입니다. 많은 연구들이 논리모형을 토대로 사회성과 측정 프로세스를 따르지만, 기업의 규모에 따라 측정 유형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예를들어, 대기업의 경우 SROI와 같은 화폐화 측정 방식이 성과를 공유하는데 효과적이지만, 소기업에게는 대규모의 데이터와 기술적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또한 측정가능한 성과에 집중하여 ‘측정하지 못하였으나 중요한 사회성과’들이 왜곡 또는 훼손되는 한계가 있습니다(Ebrahim, A. & Rangan, V.K., 2014). 이러한 이유로 중소규모의 기업들은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 평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자 Kah, S., & Akenroye, T(2020)을 토대로 SMEs(Small and medium enterprises) 단위 조직들의 사회성과에 관한 선행연구 리뷰를 이어갔습니다. Ebrahim, A. & Rangan, V.K.(2014)은 조직 개선을 목적으로 사회성과 측정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습니다. Ebrahim, A. & Rangan, V.K.(2014)은 NGO와 SSE(social solidarity economy)를 대상으로, 결과(outcome)과 영향력(impact)를 측정하였습니다. 개인의 삶에 지속적인 변화를 야기시키는 결과(outcome)와 사회적 수준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인 영향력(impact)으로 사회성과를 구분하였습니다. Ebrahim, A. & Rangan, V.K.(2014)의 핵심은 조직의 미션과 실질적인 운영방식을 통해 조직이 창출하고자 하는 사회성과와 이해관계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션은 운영방식을 결정하고, 운영방식은 활동의 규모와 범위를 구분할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규모는 조직 활동의 운영규모이며, 범위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련의 활동 범위를 의미합니다.) Ebrahim, A. & Rangan, V.K.(2014)이 제시한 프레임워크는 중소규모의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를 측정하는데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가 중요한 이유 사회성과 평가에 관한 선행연구들에서 공통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사회성과는 ‘이해관계자’를 통해 창출된다는 것 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선행연구들은 사회성과를 측정하기에 앞서 측정 대상의 이해관계자를 설정하였습니다. 사회성과에서 이해관계자는 빼놓을 수 없는 개념입니다. 애초에 기업의 사회성과를 요구하는 흐름은 이해관계자 이론과 함께 출발하였기기도 합니다. 이때, 이해관계자는 주주 뿐 아니라 소비자, 직원, 공급망 안의 기업, 지역사회, 정부 등을 이야기 합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에만 초점을 둔 경영방식이 아닌, 이해관계자를 포괄하는 경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Lerro, A, 2011). 기업이 이해관계자를 바라보는 태도는 도덕적으로 이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규범적 관점과, 기업 성과를 위해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도구적 관점이 있습니다(Lerro, A, 2011; Berman, S. L., et al, 1999). 기업에 이해관계자 태도와는 별개로, 이해관계자 관리 모델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Berman, S. L., et al, 1999)는 이해관계자가 경영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ESG까지 이어지는 기업의 사회성과 창출에 대한 요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사회성과를 창출하는 조직에게 이해관계자가 중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개념은 이해관계자 이론 뿐이 아닙니다.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연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해관계자 이론이 영리기업을 중심으로 논의되었다면, 사회적 자본은 사회미션을 추구하는 NGO, SSE(social solidarity economy) 조직에게서 중요하게 거론됩니다. 사회적 자본은 ‘사회의 구성원들 간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의 총합’을 이야기합니다(Bourdieu, P., 1986). 오랜기간 사회적 자본이 축적되면 웰빙(Well-being), 범죄 감소, 신뢰 증가 등의 효과를 가져옵니다(Edwards, M., et al, 2015). 사회적 자본은 조직들이 더 많은 사회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자원이며,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들이 창출하는 성과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것은 여러 형태의 지속적인 네트워크입니다. 즉, 이해관계자입니다. 선행연구들은 각각 다른 관점에서 조직과 이해관계자를 바라보지만 이해관계자는 조직의 사회성과를 측정하는데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탐사대 활동을 토대로 연구질문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해관계자 단위에서 소셜섹터 기업의 사회성과 측정 및 분석에 관한 연구’를 계획합니다. 연구동향을 살피며 Ebrahim, A. & Rangan, V.K.(2014)의 프레임워크와 사회네트워크분석(Social network analysis, 이유리 & 이명훈, 2017)을 활용하여 이해관계자에 따른 사회적가치와 성과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의 연구탐사는 중소규모의 조직이 사회성과를 측정하는 방식과 조직의 미션과 목표에 따른 이해관계자, 그리고 분석 방법론을 더 살펴보고자 합니다. 참고문헌 Berman, S.L., Wicks, A.C., Kotha, S. and Jones, T.M. (1999), ‘‘Does stakeholder orientation matter? The relationship between stakeholder management models and firm financial perform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Vol. 42 No. 5, pp. 488-508. Bourdieu, P. (1986). The force of law: Toward a sociology of the juridical field. Hastings LJ, 38, 805.  Ebrahim, A. and Rangan, V.K. (2014), “What impact? A framework for measuring the scale and scope of social performance”, California Management Review, Vol. 56 No. 3, pp. 118-141.  Edwards, M., Onyx, J., Maxwell, - H., Darcy, S., Bullen, P., & Sherker, S. (2015). A conceptual model of social impact as active citizenship. VOLUNTAS: International Journal of Voluntary and Nonprofit Organizations, 26, 1529-1549.  Kah, S., & Akenroye, T. (2020). Evaluation of social impact measurement tools and techniques: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Social Enterprise Journal, 16(4), 381-402.  Lerro, A. (2011). A stakeholder&dash;based perspective in the value impact assessment of the project “Valuing intangible assets in Scottish renewable SMEs”. Measuring Business Excellence, 15(3), 3-15.  Singh, R. K., Murty, H. R., Gupta, S. K., & Dikshit, A. K. (2012). An overview of sustainability assessment methodologies. Ecological indicators, 15(1), 281-299.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사회적 경제
·
2
·
[연구원정] 투자자들은 얼마나 녹색채권에 관심을 가질까요?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2주간 사회적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이어왔습니다. 이번주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회성과를 측정하고 나면 어디에 도움이 될까요?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수립하고, 활동을 해내는 사람들에게 필요할 겁니다. 또 어디가 있을까요? 바로 금융시장입니다. 기업에게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요구하는 만큼 금융시장에서도 사회성과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녹색채권(Green bond, GB)’에 대한 하나의 논문을 소개합니다. 🪙금융시장과 사회성과 이번 원데이클래스에서 정리한 논문은 “Aruga, K. (2024). Are retail investors willing to buy green bonds? A case for Japan.”입니다. ESG 투자의 효과, ESG가 재무성과에 미치는 영향,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위주로 다루는 Journal of Sustainable Finance & Investment에 게재된 논문입니다. 이 논문의 저자는 개인투자자의 관점에서 녹색채권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확인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녹색채권을 어떻게 바라볼까? 누가 녹색채권에 투자할까? 어느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까?’ 와 같은 질문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Aruga(2024)는 대규모 투자기관을 중심으로 다뤄진 녹색채권의 WTP(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 Willingness to Pay)를 개인수준에서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최근 국내 소셜섹터의 확장을 위해 자금운용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 대안금융(공동체금융),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사회적금융이 그 예입니다. 사회적금융은 일반 금융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을 추구한다는 점도 있지만, 개인 영역에서 소규모 투자를 통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개인투자자에 초점을 둔 Aruga(2024)의 연구는 국내의 사회적 금융 시장과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에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녹색채권 프리미엄은 존재할까요? 논문의 저자는 녹색채권 시장의 확장을 위해서, 개인투자자들의 녹색채권 WTP(소비자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를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일본의 3대 대도시에 거주하는 개인투자자들 1,346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질문 개인투자자들의 녹색채권에 대한 WTP는 얼마인가 개인투자자들의 이타적인 수준, 녹색채권에 대한 지식, 투자 빈도가 녹색채권 WTP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는 개인투자자들의 녹색채권에 대한 WTP를 확인하기 위해 수익률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이타적인 수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수준, 투자 빈도를 확인하고, 각 변수에 따라 녹색채권을 투자할 의사를 측정하였습니다. Aruga(2024)는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을 위한 활동을 목적으로 발행된 녹색채권에 대해 투자자들은 보통의 채권보다 더 적은 수익률을 제공하더라도 투자할 것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이를 그리니엄(Greenium, 녹색채권 프리미엄)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녹색채권이 기존채권과 동일한 수익률일 경우, 녹색채권을 구매할 의향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녹색채권의 수익률이 달라질 때 마다 투자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질문하였습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수익률이 1.13% 더 낮더라도 녹색채권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이타적인 수준,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수준, 투자 빈도가 높을 수록 이러한 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즉, 개인투자자들이 보통의 채권보다 더 낮은 수익률의 녹색채권에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며, Aruga(2024)를 통해, 개인의 자산운용에서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투자자들이 녹색채권의 효과성(채권을 통해 실질적으로 환경에 기여한 정도)에 어느정도 관심을 갖는 가를 함께 확인하여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을 자세히 분석한다면, 녹색채권 시장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색채권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에게 효과성과 신뢰성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녹색채권을 통해 얼마나 환경문제가 개선되었는지, 또 그러한 성과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지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비재무적 성과 측정 방법론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연구입니다. ⓒ date.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사회적 경제
·
1
·
[연구원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곳곳의 기록들, 사회적가치 측정 방법론 연구동향파악하기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파리 올림픽을 즐기고 계신가요? 파리 올림픽은 “탄소중립 올림픽”으로 불립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처음으로’ 친환경을 키워드로 삼고 여러 시도를 하였다는 것 만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에 당면한 여러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입니다. 투입 대비 산출만 집중해도 되었던 과거에서, 이제 우리는 하나의 행동을 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가치를 둘러싼 학술생태계가 어떻게 조성되었는 가를 조사하였습니다. 소셜섹터의 사회적가치 측정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먼저,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가 지금까지 어떻게 연구되어왔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사회적가치 사회적가치 측정도구에 관한 논문과 보고서들을 찾다보면, 사회적가치의 정의와 측정 목적, 측정 대상부터 정의하고 출발합니다. 선행연구마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글에서 소셜섹터 기업들은 사회문제를 기업활동으로 해결하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사회문제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아동노동착취를 사회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환경오염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누군가는 환경오염 또한 우리 사회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사회적가치란, 장기적으로 우리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가치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고 받아들여집니다.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같지만, 이러한 측면이 때때로 혼란을 야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체의 흐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가치 측정 모형에 관한 체계적 문헌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누가, 어떤 연구를 했을까?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 지난 연구원정 Track2에서는 저만의 학술지도를 그렸습니다. 사회적가치를 연구하는 학과, 학회, 연구소, 논문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넓은 지도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가치’를 키워드로 국내외 학회 및 학과를 정리한 지도 ⓒ필자 본인 제공 ‘사회적가치’, ‘임팩트’, ‘ESG’ 등을 중심으로 국내외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지도를 그려보니 다학제적인 성격이 강한 분야라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사회적 가치 측정에 관한 연구는 소셜섹터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주제였습니다. 또한 기업, 공공기관, NGO 등 다양한 형태의 조직들의 사회성과가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먼저, 학계, 연구대상 등에 따라 몇몇 특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가치에 대한 키워드는 학계별로 차이를 보였습니다. 먼저, 경영학계에서는 ESG, CSR이라는 용어를 더 자주 사용하였고, 최근에는 지속가능성을 주요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같은 경영학연구이지만, 소셜벤처, 벤처 투자, 임팩트 투자 등에서는 (소셜) 임팩트로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국내 사회적경제, 공공기관, 중간지원조직 등을 다루는 연구에서는 사회적 가치 또는 사회적 성과라는 키워드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해외 사회복지학, 경영학 등에서는 sustainability가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키워드였습니다. 투자와 리스크 관리를 다룬 연구에서는 ESG를 중심으로 연구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social impact, social performance, social value 등이 있었습니다. 경영학, 행정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에서 사회적가치 측정에 관한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경영학에서는 사회성과가 재무성과에 기여하는 정도, 지속가능경영, 윤리경영 등을 목적으로 ESG 등 같은 사회적가치 측정 방법론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공급망에서의 사회성과 창출에 대한연구도 최근의 화두였습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측정과 함께 연결되어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에 대한 내용을 기업가정신, CSR 등과 함께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린워싱은 가치를 창출하지 않았거나 또는 부(-)의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창출한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낸 것을 말합니다. 그린워싱 이슈는 한편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가 불투명하고 신뢰성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성과 평가를 통해 가치 창출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사회적 가치 측정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혁신으로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학술지들에서 저개발국가의 지원 및 개발을 주제로 NGO들의 사회성과에 관한 연구도 있었습니다. 행정학, 사회학 영역에서는 social capital(사회적자본)을 사회적 가치와 연결지어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측정 방법론에 집중한 연구는 경영학 분야에서 많이 찾을 수 있었습니다. 국내는 ‘사회적가치와 기업연구’, ‘전략경영연구’ ‘대한경영학회’. ‘밴터창업연구’ 등에서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목적과 필요에 맞게, SK 사회가치연구원, 한국사회적기업 진흥원 등 개별 조직에서 방법론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습니다. 국외의 경우 ‘Journal of sustainable finance & investment’, ‘Public Money & Management’ 등에서 방법론 연구와 효과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었고, IMP, SROI, BIA, GIIRS 등 여러 연구소, 이니셔티브 등에 의해 방법론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앞으로 학습계획 사회적가치 측정 모형에 관한 체계적 문헌연구를 목표하는 만큼, 학술지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방법론에 관한 선행연구를 리뷰하고, 분석을 위한 몇가지 기준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정성화와 정량화 지표와 같이 흩어져 있는 사회적가치 측정 도구들을 구분하고 분석할 기준들이요. 학술지도를 그리면서 앞으로 리뷰할 자료들도 함께 찾았습니다. 2005년부터 2024년도까지 많은 선행연구들이 있었습니다. 구체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분야이고 또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되어야 하지만, 돌 하나씩 쌓다보면 언젠가 길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 ⓒ 2024.8.6.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사회적 경제
·
2
·
[연구원정]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 소셜섹터의 사회적 성과 평가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본 게시물은 <연구원정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장마와 폭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회에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환경문제 뿐 아니라, 인권, 노동 환경, 불평등, 저출생 등이 있습니다.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글에서는 소셜섹터 기업들의 사회적가치 측정모형에 대해 고민합니다. 소셜섹터 기업들이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의 기업들을 이야기합니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들은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가치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사회적가치와 경제적가치라는 이중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소셜섹터 기업의 성과측정은 왜 필요한가요? 기업이 활동할 때에는 자금 확보가 중요합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고, 또 같은 사회 문제에 공감한 이들에 의한 기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이나 개인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보통 투자자들은 투자 대비 더 높은 이익을 원합니다. 임팩트 투자자들은 소셜섹터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의를 하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투자 기회를 대신하여 소셜섹터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또는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을 모두 얻으려는 목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어떤 소셜섹터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결심을 할까요? 성과가 좋은 기업에 투자하려고 할 겁니다. 투자한 기업이 실패하길 바라는 투자자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또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소셜섹터 기업에서 좋은 성과란 무엇일까요?  먼저 경제적 성과를 말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이익은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기업의 경영성과를 파악하고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성과는 어떠한가요?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경영학에는 유명한 문장이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입니다. 소셜 섹터 기업들은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그런데 창출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면 성과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성과는 관리할 수 없고, 또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다양한 국내외 기업, 연구소, 이니셔티브, 행정기관 등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여러 툴(Tool)을 만들었습니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ESG, 임팩트 투자를 위한 IMP 등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가치지표(SVI),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사회성과인센티브(SPC) 등이 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회적가치 측정 지표는 크게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예시들은 모두 정량적 지표에 해당합니다. 정량적 지표는 다시 화폐화와 점수화 지표로 나뉩니다. 이러한 방법론들은 각각의 강점과 약점이 있습니다. 먼저, 정량적 지표는 수치화하여 비교 가능하고 측정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반면에 무형의 사회적 가치를 수치화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고, 자의적으로 측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정성적 지표는 보다 자세히 가치를 설명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또한 비교가능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임팩트 투자와 같이 글로벌 환경에서는 화폐화된 측정지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보다 작은 지역사회나 취약계층 지원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정성적 지표를 통해 보다 현상을 면밀히 분석하길 요구합니다. 이렇듯 사회적가치 측정은 기업의 특성과 목표하는 가치, 환경 등에 따라 여러 요구가 있습니다. ✏️연구탐사대에서, 최근 사회적가치 측정에 관한 연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양한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지만, 평가의 투명성, 객관성, 비교가능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지난 몇년간 개발되어온 사회적가치 측정 도구들의 현황과 흐름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흩어져 있는 정성화, 정량화 지표를 추합하고 각 모형들의 한계를 파악, 제안점을 찾고자 합니다. 기존의 연구들을 통해 통합된 모델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통의 언어로 기업들의 사회적 성과를 이야기하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소셜섹터 생태계의 확장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요한 문제입니다. 연구의 축적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 2024.8.6. YJ, Ro.,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향후 작성자의 학술적 연구를 위한 초안으로, 작성자의 허락없이 복사, 인용, 배포,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 
사회적 경제
·
1
·
지역화폐 미니밋​ @대전으로 초대합니다. (무료)
<코드포코리아 지역화폐 미니밋 @대전으로 초대합니다. (무료) #지역화폐로할게요  "우리가 몰랐던 10%의 모든 것" 지역화폐 관련 분야 전문가 또는 실무자, 활동가와 함께 일상 속에서 사소하지만 궁금했던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작은 자리에 초대합니다.  시간: 7월 13일(토) 11시부터 2시간 장소: 대전 버찌책방 @cherrybooks_2019 대상 및 비용: 지역화폐에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선착순 15명까지 무료! 라이브 스트리밍: 인스타그램 @codeforkr | 유튜브 @code_for_korea 미니밋 참가 신청하기 https://codefor.kr/posts/Pvt7qO              기획 의도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정책 6년 차를 맞았습니다. (2023년 기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관련 데이터를 집계 분석한 자료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의 지역화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결과를 공유합니다. 지역화폐로 할게요 localpay.codefor.kr  기대 효과 지역화폐 관계자를 초대해 서로 정보 교환하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지역화폐 생태계 및 경제 효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더 나은 지역화폐 정책을 만드는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구성 총 120분 이내 발표 및 토론, 질답 발표: 발표자 4명 * 각 1인당 15분 내외 (60분) 토론: 발표자 4명 (30분) 질문과 답변: 발표자 및 청중 포함 참가자 (30분) 내용 1-1. 남반장 지역화폐 팀 제안자 코드포코리아 @codefor.kr (발표 및 사회) 파편화된 전국 지역화폐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경험과 그 결과를 공유한다. 1-2. 이재환 소상공인과 지역화폐 팀 책임관 경기 시흥시 시흥화폐 시루 @siheungcity (발표 및 토론)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 현황과 지자체 담당자가 고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1-3. 이원표 지역화폐협동조합 상임이사 대전시 한밭페이 @hanbatpay (발표 및 토론) 민간 주도형 대안 화폐는 어떻게 탄생하고, 무엇으로 유지・발전해왔을까? 1-4. 서인석 상권활성화 팀장  충남 부여군 굿뜨래페이 @buyeo_gun (발표 및 토론) 공동체 순환형이란 무엇일까? 지역 공동체와의 상생 방안을 알아본다. 문의 더 궁금한 내용은 코드포코리아 지역화폐 팀 이메일로 연락해주세요. 이메일 주소: localpay@codefor.kr ✓ 주의사항: 위 내용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코드포코리아는 특정 정치·정책적 입장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시민의 알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 결과를 무료 공개 예정입니다.  미니밋 참가 신청하기 https://codefor.kr/posts/Pvt7qO   // 코드포코리아 Code for Korea는?디지털 기술로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시민들의 시빅해킹 공동체입니다. 더 알아보기 www.codefor.kr #코드포코리아 #지역사랑상품권 #지역화폐 />
사회적 경제
·
4
·
우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처음 읽는 공동자원체제]
"임금 노동 외에 돈을 버는 방법이 없을까?" 성찰과성장은 '노동시장 너머 새로운 대안 제시하기'라는 주제 아래 3편 연재를 통해, 기존 노동시장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노동 구조를 상상해 보고자 한다. 이 연재는 전통적인 노동시장의 구조와 내재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노동의 형태를 모색한다. 들어가며 우리는 대부분 직장인(임금 노동자)이 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데 1, 2편에서 얘기했다시피 직장인은 노동소외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일을 하면서 행복을 얻는 직장인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직장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이들은 퇴근 후에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직장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그런데 일과 행복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할까? 일하면서 동시에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일을 하는 목적이 임금획득이 아니라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해도 잘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다. ▲일과 행복이 반드시 분리되어야 할까? ⓒ성찰과성장 필자는 삶을 위해 일을 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얻는 일이 보편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일’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율성을 가지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구조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공동자원체제와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 공동자원체제(commons)란 사람들과 함께 공동으로 사용하는 ‘유•무형의 자원 또는 그 자원을 관리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 글에서는 ‘자원’보다는 ‘체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한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이유는 그 자원이 특정 개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자연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 공동 자원이란? ⓒ성찰과성장 하지만 자본주의 체제는 공동으로 만들어진 자원을 사유화, 즉 특정 개인 소유로 만들어버린다. 2편에서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으로 마을에서 공동으로 관리한 공용지를 개인 소유 토지로 만든 사례가 공동자원 사유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자본주의는 사적 소유가 특징이다. ⓒ성찰과성장 자본주의의 ‘공동자원을 사유화 해야한다’는 논리는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commons)’이라는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commons를 공유지라고 번역하는 것은 commons의 의미를 축소한다. commons라는 단어가 자원을 넘어서 이 자원을 구성원과 함께 관리하는 체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장훈교(2022)는 commons를 공동자원체제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대부분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용어에 익숙할 것이기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할 때에는 공유지라고 번역하겠다) ▲공동 자원이 고갈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성찰과성장 공유지의 비극은 캘리포니아 주립 샌타 바버라 대학의 교수 개릿 하딘이 1968년 발표한 논문의 제목이다. 논문의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자. 여기 양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목초지가 있는데 이 목초지는 너무 자주 사용하면 황폐화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공동 자원 관리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한다. 개인이 우선시 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각 개인의 입장에서 자신의 양들에게 최대한 많은 풀을 먹이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목자는 목초지를 최대한 자주 사용하려고 할 것이며, 그 결과 목초지는 황폐화될 것이다. 하딘은 자원체제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공유지(commons)를 없애야한다고 주장한다(장훈교, 2022). 하딘은 공동자원을 사적 재산으로 만들거나(목초지를 각자 나눠가질 것), 중앙집중적인 관리를 해야한다(목초지를 중앙 국가가 관리)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두 가지 제시했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옹호하는 (주류)경제학계에서는 공유지의 ‘사적 자산화’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공유지(자원)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할까? ⓒ성찰과성장 한편 공유지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사회적 약자가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에 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회적 약자는 공유지를 생산수단으로 삼고 살아간다. 따라서 공유지를 없애겠다는 하딘의 주장은 사회적 약자의 삶의 기틀을 무너뜨리겠다는 것과도 같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신기하게도 하딘이 우생학의 지지자였다는 사실이다(장훈교, 2022). 하딘은 “사회의 패배자는 유전학적으로 열등함과 연결되어 있고” 패배한 이들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은 미국사회의 유전 자본을 잠식한다고 주장했다. 하딘이 공유지를 없애려고 한 것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던 것은 아닐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 논문은 많이 알려진만큼 사람들의 다양한 비판을 받았으며, 그 속에서 공동자원체제(commons, 이 문단부턴 공동자원체제로 번역하겠다)를 옹호하는 그룹들이 등장했다. 그 중 엘리너 오스트롬으로 대표되는 신제도경제학 그룹은 정부와 시장 외에 제3의 자원관리제도가 역사적으로 많은 곳에 존재했으며,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정부와 시장만큼이나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견고한 자원관리제도”로 공동자원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그룹인 사회운동 진영에서는 공동자원체제를 단순히 공동자원을 넘어서 현대 자본주의에 의해 발생한 사회문제를 치유하고 사회 변화를 촉발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정치적 프로젝트로 여긴다. 이들에게 공동자원체제는 공동자원의 사유화(쉬운 예로 공기업의 민영화가 있다)를 막고 전통적인 국가의 관료적 해결이나 시장의 가격조절방식과 다른,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양식을 의미한다. ▲공동자원체제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성찰과성장 공동자원체제와 일의 관계 필자는 (굳이 선택을 하자면) 사회운동 시각에서 공동자원체제를 바라보고 있다. 즉, 자원을 넘어서 그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제이자 협력적•자율적인 활동양식으로서 공동자원체제를 본다. 그리고 ‘노동’을 공동자원체제에서 다룰 수 있는 자원으로 볼 것이다. ‘노동’도 개인이 독립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닌,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실현시키기 위해 구성원들이 함께 만들어낸 무형 자원이기 때문이다. ▲노동도 하나의 자원이다. ⓒ성찰과성장 먼저 노동이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졌다는 것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우리는 노동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혼자 습득하지 않는다. 학교, 학원 등에서 선생님의 강의(강의 내용도 선생님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자료로 형성된다)를 통해 습득하거나, 책, 온라인에서 타인이 제공한 정보들을 토대로 습득한다. 학습 자료가 무료이든 유료이든, 사회가 제공한 정보를 통해 우리는 기술을 습득하고 다양한 노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노동은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무형의 자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공동의 필요와 욕구’란 모두가 동일하게 갖고 있는 필요와 욕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필요와 욕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과 서비스(소수가 원하는 것은 시장에서 판매되지 않는다)는 공동의 필요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동의 필요와 욕구는 한 사람의 노동으로 해소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KTX를 타기로 했다고 해보자. KTX를 타려면 우선 기찻길을 설치하는 사람, 기차를 만드는 사람, 기차를 관리하는 사람, 기차표를 판매하는 사람 또는 기차표 구입 어플을 개발하는 사람 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노동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고 노동시장에서 각자 판매하는 것은 공동자원인 노동을 개인화하여 공동자원체제를 파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TX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노동을 생각해보자 ⓒ성찰과성장 ‘노동’이 개인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독립 자원이 아니라 공동자원으로 정의된다면 우리는 노동의 분배를 민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시 직장인 생활로 돌아가보자. 생산수단이 없는 직장인은 먹고살기 위해 ‘노동시장’에서 임금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며, 하루에 8시간 이상 강제로 일한다. 그런데 만약 자원과 노동을 함께 관리하고 민주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서 직업적으로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 하고자 하는 노동을 하고 실생활에서 필요한 노동(돌봄 등)은 거주 지역의 공동체 안에서 민주적으로 논의해서 각자의 역할을 정해보는 것이다. 물론 협동조합과 지역 공동체에서의 노동 외에도 개인의 자율성을 위한 시간도 보장받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소유해야 하는 생산수단이 없어도,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자율성을 존중받기 때문에 노동소외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생산수단 소유만이 정답은 아니다. ⓒ성찰과성장 공동자원체제가 노동시장을 대체할 만큼 거대해지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지역공동체, 지방정부, 국가, 국제사회 간 연계방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장훈교(2022)는 공동자원생활체제를 위한 참여계획의회를 제시하였다. 참여계획의회는 국가, 지방, 지역 단위에서 국가, 시민사회, 시장 영역의 대표들로 구성된 의회로 전체 사회의 필요 충족 우선순위와 그에 따른 투자 및 시민의 참여과정 등을 공동으로 디자인 하는 곳이다. 여기에서 공동자원, 상품 및 서비스, 공공자원(국가가 중앙에서 관리하는 것을 공공자원,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관리하는 것을 공동자원이라고 한다) 간 관계와 균형지점에 대한 타협이 이루어진다.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듯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 비록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반공주의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어찌되었든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질서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살아가야 한다.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하루 8시간 이상을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갇혀서, 감시 속에서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며 지내야 한다. 출퇴근 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자유시간은 4시간 정도밖에 확보되지 않는다. 그리고 일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민주적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요 공급의 법칙과 임금 수준,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자유와 민주는 법전 속 단어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의 24시간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성찰과성장 1편을 통해 노동소외를 당연하게 경험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고, 2편에서는 노동시장이 아닌 방법으로도 각자의 노동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 3편에서 공동자원체제를 소개하여 노동소외 없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얘기하고자 했다. 장훈교(2019)는 공동자원체제를 노동시장을 통한 노동분배시스템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활용하였다. 자본가-노동자라는 계급은 노동시장을 통해 형성되는 것인데, 이에 대항하겠다는 것은 결국 산업혁명 이후에 형성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겠다는 의미이다. 노동을 공동자원으로 보고 민주적 논의를 통해 분배하겠다는 시각이, 아직은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일 것이다. 실현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필자는 이 개념이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대되고 불평등이 증가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노동시장에 연연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삶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공동자원체제에 관심이 있다면 장훈교(2019, 2022)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기고 글에 넣은 내용은 아주 일부이다. 『공동자원체제: Commons 2018-21 연구노트』, 『일을 되찾자: 좋은 시간을 위한 공동자원체계의 시각』 참고문헌 장훈교, 『공동자원체제: Commons 2018-21 연구노트』, BOOKK, 2022 장훈교, 『일을 되찾자: 좋은 시간을 위한 공동자원체계의 시각』, 나름북스, 2019
사회적 경제
·
1
·
회장 두 번 연임이 뭐가 문제야? 농협의 역사로 본 농협법 개정안 논란
여러분은 ‘농협’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다수는 하나로마트와 ‘놈으옙흐’란 밈으로 더욱 유명해진 농협은행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대부분의 일상이 도시에서 이뤄지는 오늘날, 농촌과 농업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을 수 있는 조직으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농촌에 내려가면 상황은 조금 달라집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이 지역민의 주된 이용처임은 물론이고, 농작물의 생산/가공/유통/판매와 농업에 연관된 전후방 산업(농약, 농기계, 비료, 주유소 등) 모든 곳을 농협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농민 복지, 농업 연구, 영농 교육, 언론 등 다양한 방면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정식 명칭이 ‘농업협동조합’인 만큼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을 조합원으로 하여, 농업 및 농촌 사회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요.   농협은 2021년 기준 농·축협 경제사업 규모만 56조 7,711억원에 달할 정도로 사업 범위가 넓고 조직규모가 매우 거대합니다. (농협중앙회, 2021) 그런데 농협이 계속 커져만 갈수록, 농업계 내부에서는 근심이 늘어가고 있는데요. 조직 내부의 온갖 부정과 비리, 비민주적 절차 등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권력의 고착화로 인해 이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논쟁이 등장했는데요. 바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농협법 개정안’ 이슈입니다. 이 글에서는 농협의 다양한 문제들을 잠시 접어두고, 잘 알려지지 않은 농협의 역사를 살펴 최근의 농협법 개정 흐름을 이해해보고자 합니다.   농협 지배구조 변천과 단임제의 시작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정부에서 제정한 특별법인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기존의 농업협동조합과 농업은행이 통합되면서, 종합농협으로 재편성된 특수법인입니다. 그 조직구조는 중앙회와 농·축협 2단계로 나뉜 조직으로 편성되어 운영되는데요. 중앙회가 2개의 지주회사와 34개의 계열사를 운영해 농협은행, 하나로마트 등을 관리하고, 농·축협은 지역농협과 품목농협으로 구성되어 총 4,876개소의 사업장을 운영 중입니다. (본점+지점 계산, 2023년 기준)   종합농협은 처음부터 정부의 농촌조직 육성정책을 통해 설립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1989년 농협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로 바뀌기 전까지는 정부에서 중앙회장을 임명하고, 중앙회장이 농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지역 조합장을 임명하는 ‘임명제’를 유지했습니다. 자주적 협동조합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농촌을 대표하는 관변단체의 성격이 강했던 것이지요. 직선제로 선거 방식이 개정된 이후엔 농·축협 조합장 등의 임원은 직선제를 통해 선출되고, 중앙회장 역시 농민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에 의한 직선제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유지된 직선제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농협법 개정을 통해 중앙회장 4년 단임제 및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게 됩니다. 이는 1990~2007년 사이 세 명의 조합장 모두 연임에 성공한 동시에, 임기 중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 처벌받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농정, 2023) 계속되는 중앙회장의 부정으로 공익성과 민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판단한 18대 국회의 판단이었습니다.   11선에 도전하는 조합장, 연임을 원하는 현 중앙회장 농협법 개정을 통해 단임제로 바뀌었으나, 당시 21~22대 중앙회장은 개정법이 현직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에 의해 연임을 허용받습니다. 그리고 현재 24대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시행되었음에도 명확히 적용되지 않은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꾸려 하고 있는데요. 이에 2022년 12월 4명의 국회의원(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이 연임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후 법안은 법안심사소위와 농해수위 전체 회의를 신속하게 통과하여 2023년 현재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경인일보, 2023)   (2023년 8월 23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영상)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가장 크게 현 회장의 연임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정보와 인사를 장악한 현직 회장이 다음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반대의견과 다른 협동조합(신협, 산림조합)은 단임제가 강제되지 않는다는 찬성의견이 대립 중인데요.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과 각 측의 찬반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 - 지역 조합에 내부통제기준을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 - 비상임 조합장(자산이 2500억원을 넘어서는 지역농협의 조합장)의 경우에도 상임 조합장과 동일하게 연임을 두 차례로 제한 - 중앙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 허용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찬성의견> - 회장의 연임을 강제하는 협동조합은 농협뿐이다. -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해야 한다. - 농협중앙회 및 지역조합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 농협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발의된 농협법 개정안 반대의견> - 중앙회장 단임제가 제정되었으나, 성과가 드러나기엔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규정이 적용된 회장 역시 1명뿐이다. - 현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려는 전략이다. - 지역 조합 통제를 위한 조항은 필요하나, 회장의 연임은 불필요하다. - 연임에 치중할 것이 아닌 조직 내부의 민주성과 공정성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은 회장의 연임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제한 없는 연임이 가능하던 일부 지역 조합장의 임기를 두 번의 연임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중앙회장의 권력을 강화하는 대신, 지역농협을 통제한다는 복잡한 전략이기에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회장과 지역 조합장은 거대한 농협 조직 속에서 핵심 사업들을 관리하는 주체로, 그 영향력 역시 막강합니다. 중앙회장은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니 말할 것 없지만, 지역 조합장은 특히 지역에서 큰 권력을 가집니다. 농촌지역에서 농업에 연관된 경제사업 대부분을 4년간 주관할 수 있어, 명백한 지역유지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억대 연봉을 받고, 정치적 발판의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더불어 비상임 조합장의 경우 횟수 제한이 없는 연임의 가능성 역시 존재해 10선, 즉 40년 가까이 연속 당선되어 큰 이익을 본 조합장 역시 존재합니다. (매일경제, 2023)   이처럼 지역 농협의 감시체계를 확대할 필요성은 있으나, 그것이 회장의 연임과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현 농협법 개정안 심사는 여당/야당, 농업·농촌단체들을 분열시키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적절한 숙의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 농협의 찬성단체 포섭 정황 의심, 언론 통제 등이 이뤄지는 점에서도 많은 논란이 양산되고 있습니다.(한국농정, 2023)   연임이 과연 핵심일까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농업 문제라 쓰고 농협 문제라 읽는다”라는 말로, 오늘날 농협의 다양한 농업농촌의 문제들이 농업계의 가장 큰 조직인 농협의 문제에서 비롯되었을 정도라고 논했습니다. (경향신문, 2022) 농협은 오늘날 한국의 농업과 농촌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조직으로서, 농업농촌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농업농촌과 농협은 문제의 책임소재를 떠나서 함께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합니다.   현재의 농협법 개정안 논란은 ‘연임’이란 단어가 주는 거부감이 크기에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농협은 농업농촌의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그 발전에 많은 도움을 줬고, 편리성을 줬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 답지 않은 조직 내부의 비민주성, 조직장들의 부정과 비리는 그만큼 많은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실상 그러한 전례가 없었다면, 연임이든 단임이든 조합원과 각 단체는 두 팔 벌려 환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의 경과를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연임에 치중하기보단 내부의 구조적 개혁을 통해 ‘농업농촌을 위하는 조직’이란 본연의 의미를 세우는 모습이 더욱 필요한 듯 보입니다.   하나로마트와 농협은행의 뒤에서는 농업농촌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하는 농협은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모습을 보이며 협동조합 다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부의 자성과 동시에, 외부의 관심 역시 지속되어야 합니다. 농민과 도시민에게 “너무 예쁘다(‘놈으옙흐’)”는 소리를 듣는 농협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현직 회장 연임 허용한 농협법 개정안 논란, 찬반 의견은?(이코리아, 2023.01.31.) 법사위 심사정보 및 회의록(23.08.23)  농협중앙회. <한국농협 60년사>. 2021. 농협중앙회. <농업연감 2022>. 2022.
사회적 경제
·
5
·
seo
462
민간단체의 보조금 축소, 옳은 일일까요?
(사진:프리픽) 지난 16일 머니투데이는 ‘"월급을 나랏돈으로 줘서야"…연 3000억 '사회적기업 보조금' 깎는다’라는 제목의 단독 보도를 냈습니다. "재정으로 사회적기업 인건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는 익명의 정부관계자 발언과 기획재정부가 사회적 기업 보조금 예산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게 보도의 핵심입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 이후 사회적 기업 보조금 축소가 적절한 것인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보조금 지원을 통한 인건비 직접 지원을 문제삼으며 “선진국들도 대부분 간접적으로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머니투데이는 이와 같은 입장이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국고보조금은 예산 낭비가 없도록 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시에 따른 조치로 해석했습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 이후 사회적경제 현장에서는 정부 방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사회적경제의 다음을 준비하는 활동가들의 모임인 넥스트SE는 머니투데이 보도 2일 후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넥스트SE는 "사회적 기업은 정부가 해결해야할 취약계층의 문제를 사회적 고용의 형태로 해결"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해 제공해야할 최소한의 정부 지원을 나랏돈으로 월급을 준다며 거짓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넥스트SE는 이명박 정부 시기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 박근혜 정부 시기 협동조합기본법을 통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문재인 정부 시기 사회적 경제 생태계 구축 노력 등 역대 정부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설명하며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적기업 정책을 비난하고 축소하는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파트너로서 사회적기업과 동행하길 요청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사회적 기업의 전체 고용 인원 중 60% 정도가 저소득자,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해당합니다. 조사가 시행된 2009년 이후 사회적 기업의 취약계층 고용 비율은 60% 수준을 유지할 정도로, 전체 고용 인원 대비 취약 계층의 고용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고용노동부 e-고용노동지표)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의 인건비는 모든 직원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이 아닙니다. 사회적 기업의 직원 중, 취약계층과 신규 창출되는 일자리에 한하여 받을 수 있는 지원입니다. 이로 인해 인건비 지원이 축소될 경우, 취약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축소되거나, 사회적 기업의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민간 보조 사업의 보조금을 삭감한 것은 사회적기업 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6월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보조금 부정사용을 명목으로, 민간단체의 보조금을 5천억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투데이 2023.06.13)  부정사용된 보조금의 액수(314억)만 보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0.46%입니다. 류홍번 시민사회활성화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99.54%(6조7686억원)가 잘 사용되었음을 언급하며, "상식적 판단이라면 ‘전체적으로 매우 잘 사용되었으나 일부 부정사용이 있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 정도가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CCEJ칼럼 2023.07.31) 송경용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회연대 위원장은 "시민운동·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인사들이 시민운동과 시민단체의 힘을 발판삼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일부 개인의 문제로 시민운동·시민단체의 모든 활동이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겨레 2023.07.19)  뿐만 아니라 이승훈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위원장은 정부가 국고보조금 비리 단체명을 비공개한 것에 대해서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이 생기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현 조치가 공익 증진에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정부가 단체명을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세일보 2023.06.06)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민간단체는 법, 정책, 예산 등의 이유로 인해 정부가 풀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나 지역 사회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활동합니다. 정부의 보조금 또한 정부가 일일이 챙기지 못하는 영역을 시민 단체가 대신 챙겨달라는 의미입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특혜'인 양 매도하고, 99.54%의 잘 쓰인 보조금은 무시한 채 1%도 채 되지 않는 일부 사례를 과장하여 시민사회의 성장을 막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이 사안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사회적 경제
·
5
·
청년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 빠져나가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최근 경기도 내 인구 소멸 위험에 처한 지역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경기연구원의 ‘인구소멸위험지수’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31개 시군 중 23곳은 인구소멸 ‘위험’ 또는 ‘주의’ 지역입니다. 가평군, 연천군, 양평군, 여주시, 포천시 총 5곳의 시군이 ‘위험’지역에 해당합니다.(중부일보, 2022. 12. 15)  즉, 경기도 전반적으로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지역별 인구편차가 매우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인구 소멸 현상은 지역 경제의 악화를 초래하며, 인프라 및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유출로 이어집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다양한 청년일자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점이 존재합니다. 대다수의 사업이 일회성 지원금 지급에 그치며, 연장이 불가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약은 지속가능한 청년 정책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인구소멸 위험 지역의 경우 청년 전담 부서가 편성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기에, 지자체와의 소통 창구가 부족한 실정입니다.(경인일보, 2022. 09. 16) 📢 청년이 외치는 지역화  지방소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청년마을이란 청년들에게 일정기간 지역에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탐색, 일거리 실현, 지역사회 관계맺기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2018년부터 시작되었으며 3년 간의 시범기간을 거쳐, 2021년부터는 매년 전국에 12개씩 조성되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청년 단체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많은데요, 와인, 스마트팜, 동물, 자연치유, 뮤직빌리지 등 다양한 토픽의 청년마을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조성된 청년마을은 지역의 유휴 공간을 청년 주거 및 공유 사무실 등 청년 활동 공간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합니다. (청년정책 2023. 04. 27) 🧐 청년마을, 직접 경험해보니?  지난 6월, 저는 홍성의 창업가 청년마을 ‘집단지성’에 다녀왔습니다. 집단지성은 홍성에서 각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로컬 스타트업이 모인 청년마을입니다. (로컬라이프 클럽비긴즈)   홍성은 전국 유일 유기농업특구인 곳인데요, 이를 활용하여 농촌형 스타트업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상생을 위한 오리농법, 치유농업사를 키워내는 풀무학교, 홍성의 장소를 향으로 제품화한 로컬 브랜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생태 농장 등의 현장에 방문하였는데요, 3박 4일간 홍성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로컬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청년마을은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합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로컬에서 지속가능한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랍니다. 
사회적 경제
·
6
·
더 나은 사회는 시민의 ‘역량’을 높이려 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작년 7월,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1964년 운크타드 창설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합니다.(한겨레, 20210704)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에 이를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으며, P4G 정상회의 개최와 G7 정상회의 2년 연속 초청 등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대되었다”고 말했습니다.(브릿지경제, 20220706) 올해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세계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됐"다며 자부심을 보였습니다.(한국일보, 20220301) 한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는 세계 경제 순위이며, 그것은 곧 ‘국내 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와 동일시 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 차원의 부의 증대는 국민들의 삶을 전반적으로 낫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GDP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중요하고 경제의 성장이 지상과제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지표들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OECD 4위, 노인 빈곤율 2018년 기준 43.4%로  OECD 1위라고 합니다.(MBC, 20220303) 한국사회의 불평등 지표인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국가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복지 예산은 GDP 대비 10% 정도로 여전히 다른 모든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입니다.(오마이뉴스, 20220225) 국가 차원의 총 부는 선진국일지 모르겠지만, 개개인들의 삶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GDP 중심 접근의 협소함을 넘어이 글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GDP 중심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역량 접근법capability approach]를 간략하게 소개하려 합니다.(*주의: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간략하지 않을 수 있음) 아래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용되는 내용 전부는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책과 책 저자의 아이디어에 대한 소개이기도 합니다. [GDP 접근법]은 1인당 GDP 증가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잘살게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GDP 접근법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1] 측정하기 쉽습니다.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여러 재화와 서비스를 비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 투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3] 경제성장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GDP 접근법에 대한 옹호는 ‘트리클다운(낙수) 이론’에 기대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구성원 개개인의 물질적인 삶의 증진이라는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등을 통해 낙수 이론은 점점더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GDP 개념이 [1] 돈이라는 협소한 관점에서, [2] 부의 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3] 삶의 질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단일한 수치로 나타내고자 하니 양극화도 포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적인 필요와 만족 등을 파악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량 접근법’의 정의와 간략한 설명아마티아 센, 마사 누스바움 등은 GDP 접근법을 역량 접근법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역량 접근법은 국제 개발 정책의 맥락에서 삶의 질 높이려는 가난한 국가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누스바움은 모든 국가가 인간의 역량 발전과 관련하여 정의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말합니다. 역량접근법은 다음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누스바움, 2015. 28~29)  “사람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될 수 있는가?”“사람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기회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역량 접근법]은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하고 기본적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을 세우기 위한 접근법"이 할 수 있습니다. 역량 접근법은 “선택과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회와 실질적 자유를 증진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가 사람의 기본적 품위나 정의를 지켜주는지 비교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보며, “사람을 목적으로 보면서 총체적 잘살기나 평균적 잘살기가 무엇인지 묻고 사람이 어떤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살”피고자 합니다. “사람이 자신을 규정할 역량을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역량 접근법은 “가치다원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뿌리 깊은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 특히 차별이나 소외의 결과인 역량 실패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에 따라 “사람의 역량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와 공공정책의 시급한 과제"라고 여깁니다.(누스바움, 2015. 33~34)  마사 누스바움은 자신이 제안하는 역량 접근법의 목적이 “기본적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의 정립"이라고 말합니다. 근본적인 정치적 권리에 관한 이론을 추구하는 것이며, 인간존엄성, 최저수준, 정치적 자유주의 개념과 관련하여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역량 접근법은 시작부터 윤리적이고 가치평가적"인 셈입니다.(누스바움, 2015. 34)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역량접근법은 GDP 접근법의 협소함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포착하고 현실화 하기 위해 인간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안하고 현실화, 정책화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는 현실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권리와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적 작업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선진적인 방법이니 대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소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GDP 중심의 경제성장지상주의의 협소한 이해를 넘어 좀더 나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가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역량’이란 무엇인가?마사 누스바움에 따르면 [역량]은 “‘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입니다. 누스바움의 설명은 아마티아 센의 관련 논의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아마티아 센은 역량을 “‘실질적 자유'이자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이며 “사람의 역량은 성취할 수 있는 기능의 선택 가능한 조합"이라고 정의합니다. 뿐만 아니라 “역량은 일종의 자유, 즉 선택 가능한 기능의 조합을 달성하는 자유"이기도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자유나 기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35~37)  누스바움은 센의 논의에 더해 역량을 ‘결합역량’과 ‘내적역량’으로 구분합니다. [결합역량]은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기회의 총합"으로서 실질적 자유를 지칭합니다. [내적역량]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며 유동적인 사람의 상태"로서 “훈련되거나 계발된 특성과 능력"을 말합니다. “결합역량은 내적역량에다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상황을 더한 것으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개념상 내적역량을 생성하지 않고 결합역량만 생성하는 사회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누스바움, 2015. 37) 쉽게 말하면 정치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실질적 자유로서의 역량(결합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훈련된 역량(내적 역량)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거나 독려해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역량]은 “계발될 수도 계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선천적 역량"을 의미합니다. 기본역량은 “누구나 강제된 기능이 아니라 선택하고 행동할 실질적 자유를 의미하는 결합역량을 최저수준 이상으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의 전제가 됩니다. 누구나 기본역량을 지니고 있고, 이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결합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최저수준 이상의 결합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우대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 또한 뒷받침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더 나은 사회인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38~39)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내적역량을 갖추고 결합역량에 도달하고 누릴 수 있는 잠재적인 기본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10대 핵심역량마사 누스바움은 지금까지 살펴본 역량에 대한 논의에 입각하여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10대 핵심역량을 제시하며, 최소한 최저 수준을 보장 할 수 있도록 해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10대 핵심역량의 정의와 그와 관련한 목표 설정,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측정은 GDP 접근법과 구별되는 역량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생명life 인간은 누구나 평균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어야 보장되어야 합니다. [2] 신체건강bodily health 인간은 누구나 건강, 적절한 영양 공급, 적합한 주거 공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3] 신체보전bodily integrity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적 만족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감각, 상상, 사고senses, imagination, and thought 인간은 누구나 “감각기관을 활용할 줄 알아아 하며, 상상하고 사고하고 추론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을 통한 (시민) 역량의 확보를 필요로 합니다. 교육은 경험, 사고력과 상상력의 동원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적 표현, 미적표현, 종교 활동의 자유가 보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5] 감정emotions 인간은 누구나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애착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 슬픔, 갈망, 만족, 분노, 공포 불안 등 다양한 감정발달, 그 감정을 누릴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합니다. 이는 다양한 인간적 유대관계의 지원을 의미합니다.  [6] 실천이성pratical reason 인간은 누구나 “선 관념을 형성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삶의 계획을 비판적으로 성찰 할 줄 알아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는 인간이 ‘실천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7] 관계affiliation 인간은 누구나 1)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른바 관계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2) “자존감의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이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혐오와 차별 없이 존엄한 존재로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8] 인간 이외의 종other species 인간은 누구나 “동물이나 식물 등 자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합니다.  [9] 놀이play 인간은 누구나 “웃고 놀 줄 알아야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10] 환경 통제control over one’s environment  인간은 누구나 1) 정치적 측면에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선택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정치참여의 권리와 언론 및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2) 물질적 측면에서 재산소유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부당한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아야 하며, 직장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스바움, 2015. 49~50)10대 핵심역량의 각 항목들은 서로를 뒷받침해주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실천이성 역량]과 [관계 역량]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천이성 역량을 높이는 것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모든 핵심역량을 직접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 역량 덕분에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서 존중받"습니다. “공공정책에 관한 심의에서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집단 간 관계, 정치적 관계 등이 구조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관계 역량은 다른 역량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합니다. 실천이성 역량과 관계 역량의 발전 속에서 모든 핵심 역량에 대해 이해하고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51~59) 이와 같은 [10가지 핵심역량 목록]은 시민들이 단순히 물질적인 부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유를 누리며 좀더 높은 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수준의 구체적인 보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고안되었습니다. 그리고 10대 핵심역량을 모든 시민이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사회정의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회정의의 최저수준을 엄밀하게 정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것은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공간에서의 맥락에 따라 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 목록은 최종본이 아니며,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언제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누스바움, 2015. 51~59)  ?돈, 경제성장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는 아니다.국가와 기업은 경제성장만을 외치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돈만 좇도록 강제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한 삶에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극한의 무한경쟁 속에서 돈만 되면 무엇을 하든 용인되는, 대다수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화폐물신주의가 절대 바뀔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일까요? 혹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폐쇄적인 조건 때문일까요? 역량 접근법은 다른, 다양한 만족스러운 삶의 가능성을 고민해보고 실험해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 대신 B로의 총체적인 대체’와 같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역량 접근법에서의 논의들과 10가지 핵심역량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들을 통해 하나씩 확장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성장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가 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경제
·
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