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작년 7월,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습니다. 1964년 운크타드 창설 이래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합니다.(한겨레, 20210704)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에 이를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로 성장했으며, P4G 정상회의 개최와 G7 정상회의 2년 연속 초청 등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대되었다”고 말했습니다.(브릿지경제, 20220706) 올해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 대국, 글로벌 수출 7위의 무역 강국, 종합군사력 세계 6위, 혁신지수 세계 1위의 당당한 나라가 됐다"며 “세계가 공인하는 선진국이 됐"다며 자부심을 보였습니다.(한국일보, 20220301)
한국이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는 세계 경제 순위이며, 그것은 곧 ‘국내 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와 동일시 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 차원의 부의 증대는 국민들의 삶을 전반적으로 낫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GDP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국가의 경제 규모가 중요하고 경제의 성장이 지상과제가 됩니다.
하지만 다른 지표들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OECD 4위, 노인 빈곤율 2018년 기준 43.4%로 OECD 1위라고 합니다.(MBC, 20220303) 한국사회의 불평등 지표인 가처분소득,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국가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복지 예산은 GDP 대비 10% 정도로 여전히 다른 모든 선진국보다 낮은 상황입니다.(오마이뉴스, 20220225) 국가 차원의 총 부는 선진국일지 모르겠지만, 개개인들의 삶들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GDP 중심 접근의 협소함을 넘어
이 글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GDP 중심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역량 접근법capability approach]를 간략하게 소개하려 합니다.(*주의: 읽는 사람에 따라 전혀 간략하지 않을 수 있음) 아래에서 직간접적으로 인용되는 내용 전부는 "마사 누스바움의 [역량의 창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은 책과 책 저자의 아이디어에 대한 소개이기도 합니다.
[GDP 접근법]은 1인당 GDP 증가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잘살게 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GDP 접근법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1] 측정하기 쉽습니다. 화폐가치를 기준으로 여러 재화와 서비스를 비교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 투명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3] 경제성장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GDP 접근법에 대한 옹호는 ‘트리클다운(낙수) 이론’에 기대고 있습니다.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구성원 개개인의 물질적인 삶의 증진이라는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 현상등을 통해 낙수 이론은 점점더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이는 GDP 개념이 [1] 돈이라는 협소한 관점에서, [2] 부의 분배를 고려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3] 삶의 질을 이루는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단일한 수치로 나타내고자 하니 양극화도 포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적인 필요와 만족 등을 파악하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량 접근법’의 정의와 간략한 설명
아마티아 센, 마사 누스바움 등은 GDP 접근법을 역량 접근법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역량 접근법은 국제 개발 정책의 맥락에서 삶의 질 높이려는 가난한 국가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누스바움은 모든 국가가 인간의 역량 발전과 관련하여 정의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말합니다. 역량접근법은 다음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합니다.(누스바움, 2015. 28~29)
“사람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기회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대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역량 접근법]은 “삶의 질을 비교 평가하고 기본적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을 세우기 위한 접근법"이 할 수 있습니다. 역량 접근법은 “선택과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회와 실질적 자유를 증진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회가 사람의 기본적 품위나 정의를 지켜주는지 비교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보며, “사람을 목적으로 보면서 총체적 잘살기나 평균적 잘살기가 무엇인지 묻고 사람이 어떤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살”피고자 합니다. “사람이 자신을 규정할 역량을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역량 접근법은 “가치다원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아주 뿌리 깊은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 특히 차별이나 소외의 결과인 역량 실패에도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에 따라 “사람의 역량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와 공공정책의 시급한 과제"라고 여깁니다.(누스바움, 2015. 33~34)
마사 누스바움은 자신이 제안하는 역량 접근법의 목적이 “기본적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의 정립"이라고 말합니다. 근본적인 정치적 권리에 관한 이론을 추구하는 것이며, 인간존엄성, 최저수준, 정치적 자유주의 개념과 관련하여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부연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역량 접근법은 시작부터 윤리적이고 가치평가적"인 셈입니다.(누스바움, 2015. 34)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역량접근법은 GDP 접근법의 협소함을 넘어 인간다운 삶을 포착하고 현실화 하기 위해 인간의 ‘역량'을 증진시키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방법들을 고안하고 현실화, 정책화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는 현실적인 방법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권리와 사회정의에 관한 이론적 작업과도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단순히 선진적인 방법이니 대체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소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GDP 중심의 경제성장지상주의의 협소한 이해를 넘어 좀더 나은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가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자는 것입니다.
?‘역량’이란 무엇인가?
마사 누스바움에 따르면 [역량]은 “‘이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입니다. 누스바움의 설명은 아마티아 센의 관련 논의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아마티아 센은 역량을 “‘실질적 자유'이자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의 집합"이며 “사람의 역량은 성취할 수 있는 기능의 선택 가능한 조합"이라고 정의합니다. 뿐만 아니라 “역량은 일종의 자유, 즉 선택 가능한 기능의 조합을 달성하는 자유"이기도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자유나 기회"를 의미하는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35~37)
누스바움은 센의 논의에 더해 역량을 ‘결합역량’과 ‘내적역량’으로 구분합니다. [결합역량]은 “구체적인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서 선택하고 행동할 기회의 총합"으로서 실질적 자유를 지칭합니다. [내적역량]은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이며 유동적인 사람의 상태"로서 “훈련되거나 계발된 특성과 능력"을 말합니다. “결합역량은 내적역량에다 기능을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상황을 더한 것으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개념상 내적역량을 생성하지 않고 결합역량만 생성하는 사회는 생각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누스바움, 2015. 37) 쉽게 말하면 정치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실질적 자유로서의 역량(결합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훈련된 역량(내적 역량)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거나 독려해야 할 것들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역량]은 “계발될 수도 계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선천적 역량"을 의미합니다. 기본역량은 “누구나 강제된 기능이 아니라 선택하고 행동할 실질적 자유를 의미하는 결합역량을 최저수준 이상으로 가져야 한다"는 주장의 전제가 됩니다. 누구나 기본역량을 지니고 있고, 이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결합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최저수준 이상의 결합역량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우대 받아야만 한다"는 생각 또한 뒷받침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테면 장애인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더 나은 사회인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38~39)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내적역량을 갖추고 결합역량에 도달하고 누릴 수 있는 잠재적인 기본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10대 핵심역량
마사 누스바움은 지금까지 살펴본 역량에 대한 논의에 입각하여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10대 핵심역량을 제시하며, 최소한 최저 수준을 보장 할 수 있도록 해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10대 핵심역량의 정의와 그와 관련한 목표 설정, 그리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측정은 GDP 접근법과 구별되는 역량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생명life
- 인간은 누구나 평균수명을 누리며 살 수 있어야 보장되어야 합니다.
[2] 신체건강bodily health
- 인간은 누구나 건강, 적절한 영양 공급, 적합한 주거 공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3] 신체보전bodily integrity
-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폭력으로부터의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적 만족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감각, 상상, 사고senses, imagination, and thought
- 인간은 누구나 “감각기관을 활용할 줄 알아아 하며, 상상하고 사고하고 추론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을 통한 (시민) 역량의 확보를 필요로 합니다. 교육은 경험, 사고력과 상상력의 동원할 수 있도록 하며, 정치적 표현, 미적표현, 종교 활동의 자유가 보장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5] 감정emotions
- 인간은 누구나 “주변 사람이나 사물에 애착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 슬픔, 갈망, 만족, 분노, 공포 불안 등 다양한 감정발달, 그 감정을 누릴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합니다. 이는 다양한 인간적 유대관계의 지원을 의미합니다.
[6] 실천이성pratical reason
- 인간은 누구나 “선 관념을 형성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리고 “삶의 계획을 비판적으로 성찰 할 줄 알아야”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는 인간이 ‘실천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7] 관계affiliation
- 인간은 누구나 1)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에도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이른바 관계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2) “자존감의 사회적 토대를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이는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혐오와 차별 없이 존엄한 존재로 대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8] 인간 이외의 종other species
- 인간은 누구나 “동물이나 식물 등 자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합니다.
[9] 놀이play
- 인간은 누구나 “웃고 놀 줄 알아야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10] 환경 통제control over one’s environment
- 인간은 누구나 1) 정치적 측면에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선택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정치참여의 권리와 언론 및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2) 물질적 측면에서 재산소유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부당한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아야 하며, 직장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누스바움, 2015. 49~50)
10대 핵심역량의 각 항목들은 서로를 뒷받침해주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실천이성 역량]과 [관계 역량]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천이성 역량을 높이는 것은 시민들이 자신들의 모든 핵심역량을 직접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관계 역량 덕분에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서 존중받"습니다. “공공정책에 관한 심의에서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집단 간 관계, 정치적 관계 등이 구조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관계 역량은 다른 역량을 조직화하고 체계화”합니다. 실천이성 역량과 관계 역량의 발전 속에서 모든 핵심 역량에 대해 이해하고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누스바움, 2015. 51~59)
이와 같은 [10가지 핵심역량 목록]은 시민들이 단순히 물질적인 부를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유를 누리며 좀더 높은 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적 수준의 구체적인 보장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고안되었습니다. 그리고 10대 핵심역량을 모든 시민이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사회정의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회정의의 최저수준을 엄밀하게 정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그것은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공간에서의 맥락에 따라 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누스바움에 따르면 이 목록은 최종본이 아니며,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언제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누스바움, 2015. 51~59)
?돈, 경제성장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는 아니다.
국가와 기업은 경제성장만을 외치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돈만 좇도록 강제되는 것 같습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행복한 삶에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가 되는 사회에서는 행복하게 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극한의 무한경쟁 속에서 돈만 되면 무엇을 하든 용인되는, 대다수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화폐물신주의가 절대 바뀔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자연적인 것이기 때문일까요? 혹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폐쇄적인 조건 때문일까요?
역량 접근법은 다른, 다양한 만족스러운 삶의 가능성을 고민해보고 실험해보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A 대신 B로의 총체적인 대체’와 같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역량 접근법에서의 논의들과 10가지 핵심역량의 현실적 적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들을 통해 하나씩 확장해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경제성장만이 지상 유일의 가치가 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삶의 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코멘트
4굉장히 기본적인 것들이 역량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걸 보면서 또 새로운 걸 배우게 됐다고 느꼈습니다. 적어주신 것처럼 경제성장을 넘어 더 나은 삶을 고민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되네요.
마치 '의/식/주'처럼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 잘 정리되어 있네요.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네요.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할 때에도 도움이 되겠구요 :)
빈곤에 대해 연구하는 빈곤론에서도 최근 경제적 자원이 아닌 '역량'(엄밀한 의미는 학자마다 다르지만, 그 맥락은 본문에서 소개된 내용과 대동소이합니다)을 중심으로 빈곤을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돈을 넘어 시민의 역량이 좋은 사회의 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이건 본문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역량'이라는 단어가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개인의 능력이라는 의미로만 다가오진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누스바움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결합역량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즉 사회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인데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역량' 하면 보통 개인의 능력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보니... 대다수 시민에게 해당 주장이 소개되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더 나은 번역어가 있지는 않을까 고민하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누스바움과 센... 특히 누스바움의 저작들은 하나같이 제목이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내용이 어려워 쉽게 시도하지 못하고는 했는데, 좋은 책을 추천받을 수 있어 기쁩니다.
[역량 접근법]의 개념, 그리고 [경제성장만이 유일의 가치가 아니라는 점]은 한국 사회의 자살 현상과도 연결지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제가 문제 삼는 자살 현상은 빈곤이나 폭력 등에 내몰린 끝에 도망치듯 자살하는 형태가 아닌, 단지 삶이 지겹고 더 이상 굳이 살 이유가 없어 선택하는 자살을 말합니다.
그런 상태의 자살은 ‘삶의 흥미’ 또는 ‘재미’와 연결해보고 싶은데, 이때 ‘역량’개념이 중요하게 관련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흥미나 재미는 한순간에 체감되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으로 적응하고 채택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말하자면 재미를 찾아낼 수 있는 역량....이건 좀 아닌가, 아무튼. 그런 걸 고민하게 됩니다.
감사히 읽었습니다 !